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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5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아와사카 쓰마오 : 별점 3.5점

亂れからくり (創元推理文庫) (文庫) - 8점
泡坂 妻夫/東京創元社

<<아래 리뷰에는 진범,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완구회사 해바라기 공예의 후계자인 마바리 토모히로는 아내 마사오와 함께 해외 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중, 떨어지는 운석에 맞아 사망하고 만다. 토모히로의 의뢰로 그 뒤를 쫓던 흥신소 사장 우나이 마이코와 조수 카츠 토시오의 바로 앞에서였다. 마이코와 토시오는 사고 당시 마사오를 구해준 인연으로 은근슬쩍 마바리 가문에 접근하는데, 장례식날 토모히로의 어린 아들 토우이치를 시작으로 뒤이어 토모히로의 동생 카오리, 소우지, 가문의 당주 테츠마까지 차례대로 살해되는걸 목격하게 되었다. 마사오에게 마음을 빼앗긴 토시오는 유력한 용의자 마사오와 함께 도주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만 소개되어 있는 아와사카 쓰마오의 미소개 장편. 1977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기도 하지요.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예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원서를 읽는건 언제나 힘든데, 이 작품은 기계장치 자동 인형에 대해 장황한 소개가 포함되어 있어서 더 힘들더군요. 그래도 완독을 하기는 했네요. 무려 4명이나 되는 사람이 살해당할 뿐더러, 마바리 가문의 호도가 만들었다는 기묘한 나사 저택과 정원에 있는 미로, 그리고 여러 장난감과 기계 장치 인형 들이 중요하게 등장하여 흥미를 계속 자극하는 매력이 넘치는 덕분입니다. 여러가지 번역기의 도움도 컸고요.

정통 본격물 작품을 발표했던 작가 답게 굉장히 트릭넘치는 살인 사건들이 인상적인데, 우선 어린 토우이치의 수면제 과다 복용에는 뚜렷한 단서가 있지는 않습니다. 토모히로가 단 것을 주지 않는 교육을 했다는 등은 모두 정황 증거일 뿐이지요. 하지만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정자에서 눈에 총을 맞고 죽은 카오리, 기계에 장치된 독극물 주사로 살해당한 소우지, 아무도 건드릴 수 없었던 약병 속 약을 독약으로 바꿔치기 당해 죽은 테츠마 사건은 모두 불가능 범죄로 추리 애호가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사용된 트릭도 기발했습니다. 카오리는 알고보니 총에 맞은게 아니라, 총알이 발사되도록 장치된 만화경을 들여다보다 죽었던 겁니다. 앞서 카오리가 만화경에 관심이 많다는 설명도 있고, 그녀가 죽기 전 '마른 우물 (카레이도)' 이라는 말을 남겼다는건 확실한 단서이기 때문에 - 카레이도스코프 (만화경) 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임 - 공정함 측면에서도 만점을 주고 싶네요.
소우지 사건은 거꾸로 서는 기계 인형 태엽 장치에 설치된 주사기가 금방 드러나는데, 이는 굉장히 기묘한 수수께끼로 이어집니다. 소우지가 마사오, 마이코와 토시오 앞에서 기계 인형을 조작하다가 죽지 않았다면, 인형 속에 설치된 주사기는 쉽게 발견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최소한 카오리 살해 직후에는 장치를 설치해서 범행을 저지른다는건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저택 안에 경찰이 가득했으니까요. 이는 토모히로 장례식으로 관계자가 많았던 시점에 토우이치를 살해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추리로 이어져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테츠마의 약을 바꿔치기한 범행도 기발하다는 점에서는 뒤지지 않습니다. 토시오는 알약 하나만 바꿔치기한 일종의 시한폭탄 장치라 생각했지만, 경찰 조사결과 약병 안의 캡슐 내용물은 모두 독약이었다는게 밝혀집니다. 즉, 약병 내용물을 통째로 바꿔치기했어야 했다는거지요. 하지만 테츠마는 연이은 살인 사건으로 극도로 조심하고 있었기에 이는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미로에서 이어지는 비밀 통로를 알고 있던 마사오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게 되고요. 그녀가 비밀 통로로 밤중에 테츠마의 방에 몰래 침입해서 약을 바꿔치기했다는 거지요. 하지만 진상은 애초 - 모든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 에 약은 바꿔치기되어 있었고, 다만 딱 한개만 몸 속에서 녹는 재질의 캡슐이었다는 겁니다. 다른 캡슐은 모두 녹지않는 플라스틱이었던거지요. 일종의 시한폭탄 장치는 맞는데, 그 발상을 한 번 더 꼬아 놓은 발상은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저택 내 오각형 미로에 얽힌 수수께끼도 볼만했습니다. 단순한 여흥거리가 아니라, 비밀 통로로 이어지는 장치가 되어있었으며 이 비밀 통로는 실존인물 제니야 고헤에의 숨겨진 재산과 관련이 있었다는건데, 에도 시대 상인 제니야 고헤에, 그리고 에도 시대 일본 발명가인 오노 벤키치와 같은 인물을 중심으로 그럴듯하게 짜 낸 서사는 상당히 설득력있었습니다. 제니야 고헤에가 변화하는 시대에서 혹시 모를 위협을 대비해 재산 일부를 은닉하려 했다는건 충분히 그럴싸했으니까요. 덕분에 <<다빈치 코드>>같은 팩션 보물찾기 모험물스러운 재미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토시오가 처음 미로에 들어갔었을 때 담벼락을 따라 갔지만 중심부에 갈 수 없었던건, 미로 내부의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추론으로 이어지는 전개도 좋았습니다. 미로에 대해서도 기계 장치 인형만큼이나 상세하게 설명되는데, 이 역시 현학적인 재미는 충분히 충족시켜 주고요.

범인도 합리적으로 설명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범인은 토우이치 군이 죽은 날 많은 사람들이 토모히로 씨 장례로 모일 줄 몰랐던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토모히로 씨가 죽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이죠. 또 카오리 씨가 죽은 날, 카츠 일행이 나사 저택에 가는 것을 몰랐던 사람이며 같은 날, 마사오 씨가 소우지의 방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 마지막으로 데츠바 씨가 살해당했을 때, 마사오 씨가 나사 저택에서 잠을 자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즉, 범인은 토모히로였고, 토모히로는 알리바이를 위해 자기가 출장간 동안 사건이 일어나도록 정교한 장치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과연 장난감 전문가다운 발상의 범행이었달까요. 범행 동기인 제니야 고헤에의 재산과 친부 류키치 때문에 생긴 원한도 모두 공정하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작위적인 설정이 많다는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해가 안되는건 마바리 호도가 나사 저택과 미로를 만든 이유입니다. 호도는 제니야 고헤에의 숨겨진 재산을 이미 찾아내었던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재산을 모두 현금화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 재산만 따로 숨기면 될 일이었어요.
게다가 미로는 비밀 통로 어디에 보물이 놓여져 있는지를 알려주는 역할도 하는데, 도대체 뭘 위해서 이런걸 만들었을까요? 자식들에게 알려주려면 그냥 말로 설명해줘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지상에 거창한 미로이자 보물 지도를 만들 까닭은 없었습니다. 마이코는 나사 저택을 이상하게 만든건, 미로가 이상하다는걸 숨기려는 목적이었다는데 그럴거면 아예 안 만드는게 훨씬 낫잖아요?
그리고 토모히로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자동 살인 장치를 만들었다는건 합리적이지만, 카오리가 살해된 뒤에는 경찰이 저택에 깔리는건 마찬가지였을겁니다. 즉, 소우지와 테츠마마저 연이어 살해된다면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 드네요. 이런 거창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 보다는 이미 위치를 파악한 보물을 그냥 빼돌리는게 더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마이코의 과거 경찰 시절 누명을 증명해줄 사람이 마바리 테츠마였다던가, 카츠 토시오가 마사오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설정도 다소 억지스러웠습니다. 솔직히 불필요한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이런저런 리스트 (이런 거라던가 이런거이런거....)에서 빠짐없이 언급될 정도의 재미를 안겨다주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언젠가 국내 출간이 되어서 많은 분들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오노 벤키치의 가라쿠리 인형 (기계 장치 자동 인형) 소개 동영상이 있더군요. 생각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아니긴 한데, 에도 시절에는 충분히 먹혔음직 해 보입니다. 아울러 덧붙이는데, 발표 직후인 1979년에 영화화되었었는데 주연이 무려 마츠다 유사쿠! 낡은 느낌 가득하지만 영화도 한 번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2019/08/17

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 오카자키 다쿠마 / 민경욱 : 별점 1.5점

도연사의 쌍둥이 탐정일지 - 4점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민경욱 옮김/㈜소미미디어

후쿠오카 내 유치쿠 시에 위치한 도연사의 승려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등장하는 일상계 추리물은 굉장히 많습니다. 해당 분야의 지식이 추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현학적인 재미를 함께 가져다 줄 수 있고, 손님이 수수께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야기 전개를 쉽게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일상계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하늘을 나는 말"탐정역부터가 '라쿠고가'라는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이기도 했고요. 현재까지도 추리 소설계에서 큰 줄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로는 서점, 고서점, 화과자점, , 골동품점, 중고매장사진관, 수프가게, 초등학교 (선생), 시계방 등을 무대로 해당 분야 전문가나 업무 종사자가 활약하는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스님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작품도 아토다 다카시의 "A사이즈 살인 사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을 이미 읽어 보았고요.
이 작품도 배경 설정만 놓고 보면 절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가 주요 소재로 사용되고, 스님이 핵심 인물로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모로 생각과는 다르더군요. 우선 화자인 도연사의 부지주 잇카이가 탐정역을 맡고 있지 않습니다. 사람 좋은 어른으로 갈등의 중재자이자 해결사 역할을 담당할 뿐입니다. 탐정 역할을 맡는건 제목의 쌍둥이입니다. 그래서 절이나 스님 관련된 이야기가 중요한 소재로 쓰이는 전문가적인 이야기보다는, 학생들이 등장하는 학원 일상계 스타일 느낌이 강합니다. 네 편의 이야기 중 그나마 공양을 주요 소재로 삼은 세 번째 이야기 정도만 소재와 어울립니다.
물론 법사, 법요, 불경, 공양 등 디테일한 절과 스님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묘사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이야기의 핵심, 추리적인 부분과는 거리가 먼 단순한 배경 묘사에 그칩니다.

그런데 이 쌍둥이 설정은 여러모로 거슬립니다. 남자아이 렌은 "절 옆에는 귀신이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성악설 신봉자, 여자아이 란은 "불천인신천인(仏千人神千人)"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성선설 신봉자로 정반대인 이 둘이 서로를 보완해가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이고 만화적입니다. 란이 단 것을 미친듯이 좋아한다는 설정도 과하고요. 다른 주요 캐릭터들 - 사투리를 입에 달고 사는 아버지인 주지스님 신카이와 절의 살림을 도맡아 하는 먼 친척으로 잇카이를 가지고 노는 (?) 어린 처녀 고테가와 미즈키 - 은 상당히 괜찮았기에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차라리 쌍둥이없이 잇카이를 탐정역으로 내세워 절과 신도들에 관련된 사건을 해결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추리면에서도 눈여겨 볼 부분은 없기 때문에 별점은 1.5점입니다. 널리고 널린 일상계 물 중에서 특별히 주목할 점은 없는 평균 이하의 작품입니다. 에피소드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제1화. 절 옆에는 귀신이 살까?

마을 유지로 자산가인 오가미 집안의 장례식에서 오가미 집안 아들 딸들의 조의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스님이 주관하는 장례식에서 조의금이 도난당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범인은 접수대를 맡았던 야스에로 그녀가 고인의 가족들 봉투를 다른 것과 바꿔치기 해서 넣었던게 진상이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됩니다. 봉투만 바꿔치기해서 가져갈 이유가 없는 탓입니다. 봉투째 가져가는게 당연하지요. 어차피 맨 밑에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을테고요, 봉투를 바꿔치기 하는 것 자체가 지문 등의 단서가 남을 수도 있고, 바꿔치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극도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평범한 조의금 도둑이 할 범행이 아닙니다. 차라리 조의금 도난을 널리 알리려는 의도가 강했다는걸 부각했어야 하는데 이야기 상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아서 이도저도 아닙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이보다는 절을 방문했던 란의 동급생은 사실 새전함을 노리고 있었을거라는 서두의 추리가 더 재미있습니다. 

제2화. 할머니의 매화가지 떡

도연사 일행은 신도인 마쓰다이라 상점댁을 찾았다. 13주기 제사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법요가 끝난 후 할머니가 권한 상점의 명물 매화가지 떡을 중학생 손녀 유카리가 집어 던져 버렸다. 유카리가 반항(?)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래 매화가지 떡을 굉장히 좋아했지만 사랑하는 할머니에게 이를 집어 던질 정도로 손녀 유카리가 비뚤어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는 이야기인데 역시나 추리를 끌어내기 위한 단서가 너무 부족합니다. 단지 아침에 비닐 봉투 한 가득 청소를 했다는 정도로 무언가 결론을 끌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렌의 반에 전학온 다이손의 존재가 추리의 결정적 근거가 된다는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요. 

한마디로 여러모로 억지스러웠던 이야기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제3화. 아이를 생각하다

미즈키의 지인 유나가 유산된 아이 '미즈코'를 공양하며 임신을 기원하는데, 사실 그녀는 이미 임신을 하고 있었다. 한달 뒤, 유나의 임신을 알게 된 남편 슈운이치는 도연사로 찾아와 임신 기간 중 자신은 출장 중이었다고 말하며 잇카이와 유나의 관계를 의심한다...

절과 스님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유일한 이야기입니다. 불심이 깊은 시어머니와 틀어진 남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처님 덕에 임신했다는걸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동기 역시 사뭇 불자스러워서 마음에 들었고요. 

그러나 대단한 추리력이 발휘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유나의 고백으로 모든게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제4화. 저 세상의 꿈, 이 세상의 생명

교통사고로 사망한 불쌍한 여인의 경야를 맡게 된 잇카이는 고인이 자신이 전날 꾼 꿈에 등장한 여인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잇카이는 그녀가 쌍둥이의 모친일 것이라 확신하는데...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인의 경야, 법요가 소재로 등장하지만 핵심 내용은 사망한 여인의 아이를 찾는 것입니다.

추리적으로는 수록작 중 가장 볼 만 합니다. 사고를 당한 여성은 열쇠가 없었으니 다이얼 식 열쇠였을 것이다, 어딘가 맡길 형편이 안되니 근처의 빈집일 것이다, 사고 장소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것이다 등 모든 추리가 이치에 맞는 덕분입니다. 아이를 빈 집에 몰래 두고 일하러 갔다는 진상도 쇠락해가는 시골 마을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좋은 아이디어였고요. 

문제는 아이의 실종을 잇카이가 꿈을 통해 알게된다는 오컬트적인 전개입니다. 망자가 잇카이에게 이를 전달할 이유도 딱히 모르겠고, 절과 스님이 등장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과했습니다. 이어지는 가족간의 사랑 어쩌구 하는 분위기도 영 닭살돋아서 취향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2018/06/30

정의 - 하마오 시로 외 / 페가나 : 별점 2점

정의 - 4점
하마오 시로 외/페가나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된 컨텐츠들을 번역 소개하는 전자책 전문 출판사 페가나의 일본 단편 추리소설 모음집입니다. 비교적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임에도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번역의 질도 괜찮다는 점에서 가끔 생각이 나면 구입해 읽곤 합니다.

이번에는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전 모음집에 비하면 별로였습니다. 추리물도 아니고 한 편의 이야기로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두 편("촬영장 살인사건", "병사와 배우")에다가, 다른 작품들도 딱히 새롭거나 신선하지 않은 고전 본격물의 재탕이거나 심각한 단점을 한가지 이상 가지고 있는 탓입니다. 표제작인 "정의"만이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보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별점은 2점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진주탑의 비밀" 코가 사부로

일본 작가 코가 사부로의 명탐정 하시모토 빈이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이전 읽었던 "혈액형 살인사건" 에 수록되었던 작품으로 전람회장에서 거액의 진주탑이 가짜로 바꿔치기 된 사건을 다룹니다.

12Kg 정도 되는 탑을 5미터 높이의 창으로는 가지고 나갈 수 없고, 범행 당시의 유리 깨지는 소리가 침입할 때가 아닌 도망갈 때 들렸다는 점, 그리고 진주탑이 바꿔치기 되었다는 증언은 사세 주임 단 한 명이 확인했다는 단서를 모아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내는데, 여기까지 읽으면 다 아시겠지만 진주탑이 바꿔치기 된 게 아니라 가장 비싼 진주 한 개만 바꿔치기 된 것이지요...

몇몇 단서들을 토대로 진상을 밝혀내는 전개는 전형적인 고전 본격물 스타일로 단서, 추리, 진상 모두 그런대로 합리적이라 딱히 흠을 찾기는 어렵지만 지극히 무난해서 새로운 점 역시 딱히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듯 모조 진주탑을 만들어 달라는 우연한 의뢰가 겹쳐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든 건 완전한 억지고요. 제 3의 인물이 개입한게 우연이라는 점에서 작위적인데다가, 사세 주임이 처음부터 진주 몇 개를 빼돌릴 생각을 하지 않고 우연에 기인해 거액을 들여 기묘한 사기를 치려고 한 건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그렇게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촬영장 살인사건" 사카이 카시치

촬영장에서 동료 엑스트라를 죽인 남자는 미친 척을 한 것일 뿐이라는 내용의 단편. 의외성도 없고 추리물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망작입니다. 어차피 도주에 성공한 거라면 미친 척을 할 이유도 없잖아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미친 기관차" 오사카 케이키치

명탐정 아오야마 쿄스케가 등장하는 단편으로 오사카 케이키치는 다른 단편집으로 이미 접했었던 작가인데 추리적으로는 반짝반짝했던 작품들이 많아서 기대가 컸습니다.

기차역 (W역)에서 가해자의 흔적이 전무한 사체가 발견된 불가능 범죄를 다루는데, 쿄스케가 광학 현미경을 요구한 후 피해자 상처의 모래의 재질에 대해 분석한 후 흉기를 추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듯 "과학 수사" 가 핵심이라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내용도 단순하지만은 않아서 조면암과 석영조면암을 구분하여 설명할 정도로 깊이가 있는 편이에요. 

그 외에도 기관차와 선로. 열차 운행 시간, 물과 석탄의 보충, 운행 속도 등을 감안한 추리, 또 열차 내부 장치와 흉기인 곡괭이 자루 구멍을 연결하는 추리도 나름의 탄탄하고 깊이 있는 자료 조사가 뒷받침 된 덕에 굉장히 설득력이 높습니다. 초창기 기차와 기차역에 대한 묘사는 철덕들에게는 굉장히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푸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추리로 밝혀낸 진범인 역장의 동기가 장점을 다 잡아 먹습니다. 열차에 손을 잃은 후 그 열차를 바다로 밀어넣는 복수를 위해 두 명이나 되는 승무원을 죽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됩니다. 정차해 있는 동안 불이라도 지르는게 더 합리적이잖아요.

때문에 감점해서 별점은 2점입니다. 동기만 설득력 있었어도 조금은 높은 점수를 받았을텐데 아쉽네요.

"병사와 배우" 와타나베 온

병사 옹과 배우 하루는 친구로 옹은 옆나라 맘루크 술탄 왕국의 파르티잔 파업 진압 전쟁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하지만 실제 전투는 없었기 때문에, 이건 영화사의 속임수가 아닐까 의심하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네요. 1928년이라는 발표 년도를 보면 체제 비판인 듯 싶은데, 거의 백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눈길을 끌 만한 요소는 전무합니다. 왜 이상한 판타지스러운 설정을 만들어 이야기를 전개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체제 비판이라서 설정을 틀었다고 보기에는 어차피 내용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라 그닥 효과가 있어 보이지 않거든요. 핵심 주제인 "전쟁은 추악하지만, 전쟁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영화야 말로 진짜 쓰레기다." 라는 주제도 그다지 설득력있게 드러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정말로 파르티잔 파업 진압 전쟁이 영화사의 속임수라는게 밝혀졌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검은 수첩" 히사오 주란

히사오 주란은 에도 시대를 무대로 한 "아고주로 체포록" 시리즈로 접해보았던 작가입니다. 모험물 성격이 강했던 아고주로 시리즈는 재미있게 읽었었죠. 이 작품은 근대를 무대로 일본인 파리 유학생 "나" 가 같은 건물에 살던 주민들과 얽힌 후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 가 허름하고 저렴한 하숙집으로 이사온 첫 날, 아래층 부부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게 됩니다. 그들은 미국 태생의 음악 전공인 일본계 이민자 2세 커플이지요. 그리고 우연히 친분을 맺게 된 윗층 남자는 룰렛 순열을 예측하는 공식을 알아낸 수학자고요. 그리고 유학 자금이 끊겨 한 방을 노리는 아래층 부부가 윗층 남자의 룰렛 순열 공식이 담긴 검은 수첩을 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법 탄탄한 설정으로 꽤나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 하나만큼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는 독자 심리를 자극하는 전개 능력이 탁월한 덕분일 뿐, 실제 그닥 깊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룰렛 순열 공식이 무엇인지 등장하지 않는 것처럼요. 이야기의 핵심인데 장황한 대사로 그럴듯하게 포장할 뿐, 결국 실체가 없는 이야기라 별로 설득력있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등장인물들도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유학 자금이 끊겼다는 이유로 도박이나 하려는 철없는 부부는 볼썽사납기 그지 없어요. 도박에서 살인으로 흐르는 인과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함이라 해도 정도가 너무 지나치고요. 단지 살인을 관찰하기 위한 주인공의 심리도 이해 불가입니다. 타인의 죽음을 방조하는 방관자는 또 다른 살인의 공범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그걸 정당화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캐릭터 설정과 묘사로 낯선 느낌과 불쾌함을 자극하는, 가학적인 분위기가 흥미를 자극하는 건 사실이지만 제 취향은 아닙니다.

마지막에 결국 부부는 인간다움을 되찾지만 6층 남자는 실연과 잃어버린 젊음을 저주하며 자살하고, 도박 비법인 수첩은 주인공에 의해 난로로 향한다는 결말도 앞서 풀어나가던 과정에 비교하면 너무 쉽게, 대충 넘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나마 룰렛 시스템을 완성한 남자 수학자만큼은 나쁘지 않긴 합니다. 카리스마 있고 괜찮은 편으로, 그가 일부러 잃으려 했지만 따 버렸다는 중반부 반전도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뭔가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갔어도 훨씬 괜찮았을텐데 조금 아쉽네요.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펄프 픽션 이상의 결과물은 아닙니다.

"정의" 하마오 시로

옛 친구 키야가와 준이 키누가와 변호사에게 찾아와 키누가와가 맡고 있는 마츠무라 자작 살인 사건 이야기를 꺼냈다. 마츠누마 자작은 호텔 방에서 총에 맞은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처음에는 자세와 현장 상태를 미루어 자살이라 생각되었지만 유서가 없는 점과 왼손잡이인 백작이 오른손으로 총을 쏠 리가 없었기 때문에 호텔 종업원 모리키가 체포된 상황이었다...

표제작입니다. 하마오 시로의 작품은 역시나 페가나의 추리 단편 선집 "감방" 을 통해 접했던 적이 있습니다. "감방" 에 수록되었던 "그는 누구를 죽였는가"도 아주 좋았는데 이 작품도 괜찮습니다. 모리키의 무고를 입증할 증인은 키누가와의 아내와 불륜 관계였다는 이야기로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전개가 실로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뻔한 설정이지만 이를 법리와 정의의 이름으로 논쟁을 벌이는 둘의 대화가 그야말로 압권이에요.

딱 한 가지, 증인인 A씨는 키요가와의 동생이 아니라 키요가와 준 본인이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읽어도 여전한 재미를 선사하는 긴장감 넘치는 좋은 이야기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이 단편집 수록작 중에서는 최고에요. 

2020/11/20

움직이는 집의 살인 - 우타노 쇼고 / 박재현 : 별점 2점

움직이는 집의 살인 - 4점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자마 아키라가 이끄는 극단 '마스터 스트로크'는 연극 "신은 예술가를 좋아해" 공연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 공연은 6년 전 무대에서 사고로 죽은 이자와 기요미 추모 공연으로, 그녀의 아버지인 유명 건축가 이지와 야스노리가 직접 만든 극장인 시어터 KI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다. 시어터 KI는 계란 형태로 생겨서, 가운데 노른자 부분인 무대가 회전하는 독특한 극장이었다. 

시나노 조지는 이 공연 제작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단원인 모리 쿄코와 연인이 되었다. 그런데 연극 공연 당일 배우 스미요시 가즈오가 부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소품인 칼이 진짜 칼로 바꿔치기 된 탓이었다. 그럼에도 단원들은 공연을 강행하는데, 마지막 공연에서 각본가 겸 배우 다키가와 요스케가 무대에서 똑같은 소품용 칼에 찔려 죽고 말았다. 경찰은 칼을 바꿔치기 할 수 있던 단원들을 의심하고, 단원들은 내분에 휩싸이지만 시나노 조지는 극장 구조를 검토한 뒤 외부 인물이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한 가지를 깨닫게 되는데...

1980년대 중반 이후, 일본에서 태동하여 대 유행한 본격 미스터리를 '신본격'이라고 부릅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논리성과 게임성을 중시하는 작품들이지요. 문제는 비현실적인 설정과 트릭이 많다는 점이고요.

이 작품은 전형적인 신본격물입니다. 설정과 캐릭터, 트릭 등 모든게 비현실적, 만화적이며 과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연극을 공연하는 무대에서 사람이 다치고 죽는다는 설정부터가 비현실적입니다. 핵심 등장 인물들인 극단 '마스터 스트로크' 인물들도 마찬가지에요. 연극에 미쳐 다른 건 돌아보지도 않는 성격에, 대체로 사회성이 부족하고 비인간적이며 자기 이익만 챙기는 극단적인 캐릭터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대마초를 재배해서 피우고, 민폐 끼치기가 일쑤인 탐정 시나노 조지야 더 말할 것도 없겠죠.
연극 "신은 예술가를 좋아해" 무대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도 비현실적입니다. 애초에 소품을 잘못 써서 사고가 일어났다면, 장난감이나 가짜로 바꾸는게 당연한거 아닐까요? 또 연극용 소품으로 만들어진, 몸에 닿으면 쑥 들어가는 장치가 된 칼을 진짜 등산용 칼로 바꿔치기 하여 사건이 벌어진다던가, 한 명이 부상을 입은 뒤, 또 다른 한 명이 같은 흉기로 살해된다는 전개는 너무 뻔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어요.

무엇보다도 시나노 조지가 진상이라고 설명하는, 객석이 무대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었다는 거대한 장치 트릭이야말로 과장된 이야기의 정점입니다. 무대가 회전하는 줄 알았지만 반대였다는건데 "웃지 않는 수학자"같은 트릭이지요. 이를 통해 건축가 이자와가 나갔을 때 문은, 원래 방향과 정 반대로 분장실과 이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당연히 현실성이 낮습니다. "웃지 않는 수학자"는 개인 건물에서 단 몇 명만 속이면 됐지만, 그리고 천문대가 회전하는건 말이 되는데 거대한 극장 객석이 회전한다는건 전혀 그렇지 않으니까요. 300명의 관객이 좌석이 회전한다는걸 모두 몰랐다던가, 중간에 아무도 화장실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건 아무리 신본격이라 하더라도 면죄부를 줄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생각이에요. 문을 빠져나가 칼을 바꿔치기 하고 다시 돌아오려면, 객석이 회전하고 있으므로 문 위치가 틀어졌을텐데 그 해결 방법도 설명되지 않고요.
또 이자와 혼자만이 아니라 극장을 만든 모든 사람들, 그리고 범행 당시 무대 조작하는 사람 도움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경찰이 조금만 조사해도 금방 알 수 있다는 문제도 큽니다. 읽으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그나마 다행인건 이 트릭은 사실이 아니었다는겁니다. 경찰 조사 결과 객석은 회전하지 않았고, 이자와는 무죄로 풀려나게 되지요.

이후 시나노 조지는 피해자 다키가와가 자살했다고 추리하는데, 좀 시시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앞서 추리보다는 낫더군요. 연극에 미친 사나이가 자신이 직접 쓴 연극 무대를 자살 장소로 삼았다는건 과장된 캐릭터성에 기초하고 있기는 하나, 미래에 대해 절망한 차에 옛 연인 기요미 추모 공연이 도화선이 되었다는 등, 여러가지 동기에 대한 설명이 꽤 설득력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자살이라서 별다른 트릭이 없다는 문제는 존재합니다. 앞서 가즈가 다친건 우연한 사고에 불과했다는 설명이지요. '신본격'의 전형적인 틀을 깨고는 있는데, 이래서야 '신본격'이라고 부르기는 또 애매한, 그런 기묘한 장르물이 되어 버렸네요.

작가도 뭔가 트릭에 대한 사명감을 느꼈는지, 연극 무대 살인 사건과는 별개로 핵심 트릭이 따로 등장하기는 합니다. 극단 '마스터 스트로크' 제작 담당으로 일했던, 주인공인 시나노 조지가 사실은 시나노 조지가 아니었다는 일종의 서술 트릭이 그것입니다. 그는 소극장을 상대로 일 년에 한 두번 씩 5년 동안 수익금을 빼돌려 왔던 사기꾼 오니쓰카 도시였지요. 시나노 조지가 등장하는 전작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전작을 읽었던 사람들은 놀랄만한 트릭일거에요. 변장을 위해 착용했던 선글라스와 마스크, 수염을 기르는 행위 등을 절묘하게 드러내는 전개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고보니 제목도 트릭이네요. '움직이는 집' 에서 '살인' 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가짜 시나노 조지가 사기꾼이라는걸 눈치챈 배우 사이키와 다투다가 머리를 부딪혀 죽은 뒤, 트릭이 밝혀지면서 나름 추리력을 보여준 가짜 시나노 조지 캐릭터가 엉망이 된건 아쉽습니다. 그의 말대로 5년 동안 일 년에 한두 번씩 극단 상대로 사기를 쳤다면 최소 5번에서 10번 정도 반복했다는건데 진작에 들키지 않았을 이유가 없습니다. 연극계가 발이 좁다는 묘사는 작품에 넘쳐나니까요. 진짜로부터 신분을 훔친 방법도 '우연히' 보험증을 손에 넣은게 전부고요. 이래서야 나름대로 추리력을 보여 주었던 치밀한 범죄자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시한 죽음을 맞은건 당연해 보입니다. 서술 트릭도 곱씹어보면 이야기와는 무관한 곁가지 이야기에 불과하고요.

그나마 가짜가 죽은 뒤 진짜 시나노 조지는 대마 불법 소지 및 재배 혐의로 체포되고, 모리 쿄코가 투신하는 장면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건 좀 괜찮았습니다 . 과장된 세계에 종지부를 찍는 작가 나름의 의식으로 보였기 때문이에요. 모든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죽음, 아니면 감옥으로 현실의 굴레에 갖혀버리고 만 셈이니까요. 작가가 쓴 서문을 보면 본격 추리물을 쓰기 위해 등장시켰던 시나노 조지를 퇴장시키기로 결심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 결심에 어울리는 결말이라 생각됩니다. 더 제대로 쓰려면, 시나노 조지를 진짜로 죽여버리는게 나았겠지만요. 

그래도 이 정도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본격 추리, 신본격 소설이면서도 트릭은 별볼일 없는데다가, 신본격 소설들이 갖춘 단점들도 두드러지는 탓입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딱히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20/03/08

질풍론도 - 히가시노 게이고 / 권남희 : 별점 2점

질풍론도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박하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즈하라는 탄저균을 활용한 생물병기 'K-55'를 비밀리에 개발했지만, 부당 해고당한 뒤 연구소장 도고에 대한 원한으로 K-55를 훔쳐내어 스키장으로 향했다. 코스 밖 너도밤나무 밑에 세균이 담긴 용기를 묻고, 장소를 알아낼 수 있는 표식으로 너도밤나무에 발신기가 넣어진 테디 베어를 걸어 둔 구즈하라는 설산과 테디 베어가 찍힌 사진 두 장과 함께 3억 엔을 요구하는 메일을 도고 소장에게 보냈다. 돈을 보내지 않으면 세균은 방치될테고, 이후 계절이 바뀌어 섭씨 10도 이상이 되면 보관 용기는 깨져서 탄저균에 의한 재앙이 시작될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였다.
그러나 곧바로 구즈라하는 급작스러운 자동차 사고로 죽었고, 도고 소장은 K-55를 경찰에 알리지 않고 은밀히 찾아낼 것을 선임 연구원인 구리바야시 가즈유키에게 명령했다. 구리바야시는 스노보드 마니아인 중학생 아들 슈토와 함께 구즈하라의 사진으로 알아낸 유력 후보지인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으로 향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입니다. 설산 3부작 시리즈답게 "백은의 잭"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네즈가 사토자와 온천 스키장의 패트롤로, 치아키는 슬럼프에 빠진 프로 선수로 등장하며, 스키, 스노보드와 스키장에 대해 깊은 이해가 동반된 묘사로 가득차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K-55 묻혀있는 스키장을 사진 하나로 찾아낸다던가, 스키장으로 이동하는 방법, 스키 종류에 대해 풀어놓는 부분들 처럼요. 특히 활주에 대한 매력을 풀어내는 장면은 실제로 그런 멋진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쓸 수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의도는 불순하더라도 구리바야시가 아들 슈토와 스키장에 온 후, 점차 부자 관계가 회복되어 가는 묘사도 뻔하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이는 전작의 이리에 부자 이야기와도 어느정도 겹쳐서, 역시 시리즈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또 K-55가 묻혀있는 나무를 나타내는 테디 베어를 찾는 후반부 박진감도 괜찮습니다. 오리구치가 협박으로 병원균이 담긴 용기를 손에 넣지만, 치아키와의 추격전 끝에 네즈에게 빼앗기고, 그러나 카페에서 용기가 실수로 깨진 뒤 바꿔치기 되었다는 걸 깨닫고, 다시 세균을 가졌을 유키를 쫓고, 또 바꿔치기하고... 하는 과정이 결말까지 이어지는데 숨돌릴 틈이 없을 정도에요. 이런저런 등장인물들이 총 출동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무슨무슨 대소동'같은 오래전 활극 느낌인데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울러 이 후반부가 제목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질풍은 말 그대로 세게 부는 바람처럼 휘몰아치는 추격전을, A-B-A-C-A 처럼 어떤 주제로 넘어가더라도 다시 A로 돌아오는 형식의 악곡인 론도는 어떤 의외의 상황, 곁가지 이야기가 펼쳐져도 결국 '탄저균 용기'로 귀결되는 전개를 의미하는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모로 전작보다는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작품은 정교한 맛을 찾아보기 힘든, 그냥 모험물에 불과한 탓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스키장을 찾아내는 정도만 약간의 추리가 있을 뿐, 테디베어를 찾는건 순전히 발품파는 것 밖에는 없으니까요. 별다른 단서도 없고, 그냥 열심히 찾다보면 발견할 수 있다는건 결국 어린아이들 소풍 중의 '보물 찾기'와 다를 바 없는 이야기인 셈이죠.

이는 작품 속 악역의 우두머리인 도고 소장이 무식하고 무능력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백은의 잭"의 신게쓰 고원 스키장 임원들은 악당이기는 했지만 나름 계획도 세우고, 음모를 꾸미는 정도의 두뇌는 갖췄던 것에 반해 도고 소장은 무리한 지시만 늘어놓는 재수없는 상사에 불과하거든요. 그래서 독자가 두뇌 게임을 즐길 여지와 정교한 맛 모두 전무합니다. 도고 소장에 비하면 차라리 죽은 구즈하라, 그리고 소장 뒤에서 암약한 악녀 오리구치 마나미가 더 낫기는 합니다. 특히 마나미는 '독수리는 발톱을 숨긴다'는 명제를 따라 몸을 숨기며 한 탕을 노리는 캐릭터인데 은밀한 흑막에 참 잘 어울린다 싶더라고요. 그녀가 학생일 때 '백 점을 맞을 수도 있지만, 그래봤자 질투를 받거나, 학급임원 일을 떠맡을 뿐'이라며 일부러 몇 개 틀린다는 에피소드가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큰 돈은 한탕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 그 때가 올 때 까지는 느려터지고 둔해보이도록 위장하여 기회를 기다려야한다, 그리고 기회가 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 안된다'는 생각도 그녀에게 정말 잘 어울렸고요. 인상적인 캐릭터에 비하면 활약과 결말에서의 퇴장도 미약한 편인데, 도고 소장보다는 차라리 마나미를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끌고나가는게 어땠을까 싶네요. 도고 소장 옆에서 구리바야시를 도와주는 듯 했지만, 마지막에 구리바야시 뒷통수를 치는 식으로요.

또 은백색의 스키장에서 펼쳐지는 스키와 보드 활주가 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슈토의 풋사랑, 네즈와 치아키의 사랑과 고민에 대한 비중이 높은 탓에 위험한 생물병기 탄저균 K-55의 위험이 전혀 와 닿지 않는 전개도 단점입니다. 그냥 보물 찾기에 대한 청춘 모험물로 밖에는 보이지 않더라고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작위적인 전개도 거슬렸습니다. 테디 베어를 아무 상관도 없는 중학생들이 먼저 발견한다는 전개도 그렇고, 처음 네즈가 겨우 입수했던 K-55가 중학생 유키에 의해 후추로 바꿔치기 되었었는데, 결국 찾아낸 진짜 K-55마저도 구리바야시의 아들 슈토에 의해 소시지로 바꿔치기 당햔다는 결말은 좀 지나쳤어요. 이런 요소까지 오래전 '대소동' 류의 이야기를 따를 필요는 없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쑥쑥 읽히는 맛은 있기는 한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아니시라면 꼭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설로 읽기보다는 한바탕 신나는 액션이 신나게 펼쳐지는 코믹 액션 영화로 감상하는게 훨씬 나을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일본에서는 아베 히로시 주연의 코믹 액션 영화로 이미 발표되었던데, 사람들 생각은 다 똑같나 봅니다.

2015/11/20

내가 그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2.5점

내가 그를 죽였다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예 시인 간바야시 미와코와 유명 작가 호타카 마코토의 결혼식에서 호타카가 독살당했다. 호타카에게 버림받은 동물병원 조수 나미오카 준코도 음독 자살한 시신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그녀가 동반 자살을 위해 호타카가 먹는 비염약에 독을 섞은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결과, 그녀가 호타카의 비염약을 바꿔치기할 수는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와코는 약을 바꿔치기할 수 있었던 용의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려 하는데...

가가 형사 시리즈로,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에 이어 범인을 명시하지 않는다는 실험적인 시도를 한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일단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보다는 추리적으로 훨씬 낫습니다. 특히 ‘필케이스에 전혀 다른 인물의 지문이 찍혀 있었다’는게 스루가 나오유키의 범행을 증명한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탁월합니다. 필케이스에 독약을 넣고 그것 자체를 바꿔치기한 것이라면, 당연히 호타카와 접점이 없는 다카히로는 용의자에서 제외됩니다. 남은 두 명인 스루가와 유키자사 중에서 스루가가 '호타카 전처의 짐을 맡았다'고 말했으니 범인은 스루가라는 결론이 도출되고요. 이 정도면 독자에게 충분히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본격 추리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물론 미와코가 다카히로에게 케이스를 넘겨주었을 가능성도 있고, 유키자사 가오리가 호타카와 관계가 있었을 때 케이스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경찰에서 수사를 보강할 필요는 있겠지만, 독자는 넘어가도 무방할 듯 합니다.).

그 외에도 나미오카 준코가 사망한 장소를 밝혀나가는 디테일—상품 전단지에 쓴 유서, 머리에 묻은 잔디, 샌들에 묻은 흙, 짝이 맞지 않는 휴대폰 충전기 등—도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실험적인 시도 때문인지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제법 많습니다. 우선 캡슐의 개수에 대한 지루한 공방이 그렇습니다. 자살 시체가 놓인 상황에서 과연 캡슐이 몇 개였는지를 세고 있을 정신이 있을까요? 스루가는 시간이 좀 있었으니까 혹시 몰라도, 방에 잠깐 숨어 있던 유키자사 가오리의 눈에 캡슐 개수가 들어왔다는건 영 설득력이 없습니다. 저만 해도 매일 먹는 알약이 지금 몇 개 남았는지 모르니까요. 게다가 그녀가 ‘여섯 개 있었다’라고 증언해봤자, 그 증언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건 핵심 증거(필케이스)에서 독자의 시선을 빼앗기 위한 억지 설정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워요.

또한 준코가 캡슐을 구한 시점이 금요일 오후였기 때문에 약통에 독을 집어넣을 틈이 없었다는 주장은, 뒷 부분에서 다카히로 혼자 1층에 있을 때 그녀가 필케이스에 독약을 넣었다는게 밝혀지면서 모순이 발생합니다. 누군가 집에 있을 때도 독약을 넣는 게 가능했다면, 밤에도 넣는 것이 가능했을 테니까요. 왜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여기에 더해 마지막 추리 쇼는 작위적이라는 단점의 절정입니다. 가가가 수집한 증거라면, 이런 비공식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 대신 스루가를 바로 연행해 취조하는 게 더 합리적이니까요. 캡슐에 집착하면서 용의자들을 몰아붙이는 장면은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런 연출이 있어야 소설로서 성립되니 트집 잡긴 애매하지만, 가가의 말처럼 애거서 크리스티의 세계에 가까운 소설같은 이야기라는건 분명합니다.

용의자인 스루가 나오유키, 유키자사 가오리, 간바야시 다카히로의 시점이 번갈아 전개되는 구성도 흥미로우나 이들 중 한 명이 범인이기에 전개 역시 객관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대부분이 이런 방식인데, 개인적으로는 썩 마음에 들지 않네요. 범인 시점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를 가공한다는 점에서는 "악의"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악의"는 애초에 수기 형식을 빌린 서술 트릭물에 가까운 작품이니 비교 자체가 어렵지요.

또 호타카를 누구나 죽이고 싶을 정도로 인간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묘사하여 용의자들의 동기를 그리고 있는데, 지나치게 주관적인 심리 묘사 탓에 오히려 감정선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에요. 특히 스루가의 속내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용의자들이 모두 자기 변호에만 급급하다 보니 오히려 간바야시 다카히로가 가장 수상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스루가는 흠모하던 여인이 죽었고, 유키자사는 낙태를 한 바 있어 ‘죽음’과 연결되지만, 간바야시는 여동생에 대한 그릇된 애정을 제외하면 호타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동기 면에서는 가장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설령 동기가 있다 해도 여동생의 결혼식을 망칠 인물 같지는 않습니다. 동기를 드러내려면 본인의 시선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표현했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키자사가 아이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설정을 다른 인물의 시선을 통해 묘사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추리와 재미 모두 전작보다는 낫지만, 다양한 단점이 뚜렷한 범작이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는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마찬가지로 정답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추리소설로서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작품을 마무리한 점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2014/06/09

Q.E.D 큐이디 45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큐이디 Q.E.D 45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 큐이디 46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3점

46권부터 읽어서 45권을 찾아 읽었는데 어느새 47권이 나와버렸네요... 

45권은 Q.E.D의 전통이라고 해도 무방한 스타일 -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며 한편은 강력 사건 범죄물, 다른 한편은 잔잔한 일상계 - 에서 벗어났다는게 특징입니다. 수록작 두 편 모두 살인 사건이 등장하거든요. 특히 두 번째 에피소드는 학교와 학생이 무대인 전형적 Q.E.D 일상계 설정인데도 불구하고요.

그러나 솔직히 아쉬움이 더 큽니다. Q.E.D만의 장점이자 김전일, 코난 등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장점은 풋풋한 일상계 이야기들인데 그런 맛을 느끼기 힘들었으니까요. 고등학교가 무대일 필요가 없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합니다. 앞으로는 일상계 쪽으로도 신경을 더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별점은 대충 반올림해서 2.5점 정도. 그냥저냥한 평작 수준이었습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금성"

일종의 밀실 트릭이 등장하는데, 솔직히 추리적으로는 옷장 거울을 이용한 핵심 트릭 외에는 논할게 없습니다. 트릭도 본편에서는 제대로 언급되지 않아서 공정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동기도 살의를 품을 만큼 설득력있는지는 잘 모르겠고요.

또 태양계의 여러 행성에 대해 설명해주는 과학만화가 본편과 함께 전개되는데,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작품과 잘 결합되어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범인이 이 책 때문에 비뚤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본편 살인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지도 않아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잘 알 수 없거든요. 제목도 잘 이해가 되지 않고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던 것 뒤에 숨겨진 진실'이라는 주제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는게 좋았을겁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첫사랑"

모두의 여신이라 할 수 있는 여학생과 사귀게 된 뒤 살인사건에까지 휘말리게 된 동급생을 도와주는 토마의 이야기.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과 살인사건을 결합시킨 전개는 그럴듯하지만, 살인 사건이 등장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기본 설정이 이전 Q.E.D 초창기의 농구부 주장 - 검도부 부장 - 신문부 기자 친구의 삼각관계 설정과 굉장히 흡사한걸 보면, 작가 스스로 이전 이야기의 간단한 "장난"을 "살인"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변주한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이 정도면 좀 달라보이겠지?하는 심정으로요. 하지만 고교생이 장난을 치는 것은 그럴듯해도 살인을 저지르는건 지나쳤습니다. 

그래도 추리적으로는 풍성한 편이라는건 장점입니다. 트릭도 두 가지나 등장합니다. 하나는 건너편 옥상에서 시체를 던지는 장치 트릭이고, 또 하나는 시체 바꿔치기 트릭입니다. 다만 이 중에서 시체 바꿔치기 트릭은 현실성이 부족합니다. 시체를 잠깐 들춰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상황일 뿐더러, 변수가 너무 많은 탓입니다. 예를 들어 핸드폰으로 사진 정도는 찍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또 시체 주변에서 자리를 비울 것이라는 것도 확신하기 어려우며, 짧은 시간 동안 눈치채지 못하게 바꿔치기 하는 것도 과연 가능했을지 의문입니다. 베란다의 통로가 이미 제시된 만큼, 경찰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졌으리라 생각되기도 하고요. 현장 감식을 통해 시체 이동 경로만 알아내면 게임은 끝이니까요.

때문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여러모로 조금 부족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에서 46권의 만담가 사건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다음 권 이야기를 앞서 설명해주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단행본에서 추가된 부분일까요? 아니면 앞부분의 내용을 작가가 미리 구상해 놓고 반영한 것일까요? 궁금하네요.

: DSmk2님께서 댓글로 알려주신 내용 덧붙입니다. 현재 Q.E.D.는 일본 잡지에서 월간소년매거진과 월간소년매거진 플러스라는 두 잡지에서 연재 중인데, 45권에 들어간 "첫사랑"과 46권에 들어간 "실연"은 각각 월간소년매거진 2013년 7월호(6월 6일 발매), 월간소년매거진 플러스 06호(6월 20일 발매)라서 동시기 작업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또 이 두 에피소드는 제목에서부터 일본어로 初恋, 失恋이라 딱 보면 느낌이 오는데, 한국말로 해놓으니까 느낌이 안 사는 게 아쉽다고도 하셨고요.

"실연"에서 아야메라는 캐릭터가 나와서 '실연'이라는 결말을 맞게 만든 것은 불필요한 장치로 보인다고 리뷰를 남겼는데, 제목에서부터 이어지도록 한 작가의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DSmk2님,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2026/01/04

루드비히, 퍼즐로 푸는 진실 (2024) : 별점 4.5점

유명 퍼즐작가로 필명이 '루드비히'인 존 테일러에게 형수이자 소꼽친구 루시로부터 경찰인 쌍둥이 형 제임스가 실종되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여러 정황은 제임스가 모종의 이유로 스스로 몸을 감추었다는걸 알려주었다. 루시는 존에게 제임스인척 경찰서로 출근해서 존 실종에 대한 단서를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출근한 존 앞에 여러 불가능 범죄가 잇달아 펼쳐지는데....

영국 BBC에서 제작한 총 6화 구성의 추리 드라마 첫 번째 시즌입니다.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설정입니다. 퍼즐 천재인 '루드비히' 존을 주인공 탐정역으로, 범죄 속 트릭들을 퍼즐의 일종처럼 선보이거든요. 존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하나의 ‘퍼즐’로 인식하며 본격적으로 해결에 나서고요. 마술사 탐정까지는 봤었는데, 퍼즐 전문가 탐정은 처음 보네요.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입니다. 퍼즐 제작에만 몰두하며 사회성과 현실 감각이 부족한 존이 갑작스럽게 경찰 역할을 맡아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묘하게 현실감 있게 그려집니다. 형수 루시와 조카 헨리도 제임스 실종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요. 그러고보니 존과 제임스 형제에 아들 이름은 헨리라니, 가족 자체가 영국적이군요. 
카터를 비롯한 경찰 동료들, 다른 등장인물들도 진지한 상황 속에서 영국식 유머를 자연스럽게 섞어내어 극을 재미있게 만들어 줍니다. 가족과 동료애가 끝까지 이어지는 것도 요사이 보기드문 미덕이라 할 수 있고요.

추리적으로도 빼어납니다. 1화에서는 여러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교차 분석해 논리적으로 범인일 수밖에 없는 인물을 드러냅니다. 시청자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서 추리에 직접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퍼즐 전문가의 해법으로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2화에서는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 퍼즐 트릭이 사용됩니다. 존은 사진을 통해 벽지가 미세하게 이동한 점을 알아채고, 벽지 뒤 벽을 뚫어 숨겨진 시체를 찾아낸 뒤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지요. 피해자 사기꾼에게 사기당한 일행들이 단체로 범행을 저지르고 은폐했던건데, 앞서 등장한 여러가지 단서들로 설득력있게 설명됩니다.

3화는 두 개의 전혀 무관해 보이는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는 ‘병렬 퍼즐’이 등장합니다. 관광 가이드 살인은 갑작스럽게 행해진 것으로 추리하고, 그 이유를 관광 코스를 직접 도는 방법으로 발품을 팔아 증명해내는데 수사와 진상 모두 깔끔하게 이어집니다.

4화는 체스말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범은 장치 트릭을 활용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다섯 명의 동료들 작업 위치가 순차적으로 바뀌도록 유도해서, 피해자가 원했던 위치에 가도록 만든 뒤 장치를 통해 추락사하게 만든거지요. 존은 이를 '역행 제스' 퍼즐로 풀어냅니다. 이 퍼즐 자체가 루드비히' 존이 처음 만들었다고 소개되는데, 현재의 체스판 상태를 보고 이전 수를 맞추는 퍼즐이에요. 즉, 이전 수를 맞춰가면서 최초에 수를 둔 사람을 알아내 범인을 밝혀냅니다. 
퍼즐을 활용한 추리도 깔끔하지만, 피해자를 발전기가 있는 위치로 이동시킨 뒤 쇼트가 나가도록 배선을 망치고, 발전기를 가동하면 피해자가 감전되어 추락사하게 만든 장치 트릭도 합리적입니다. 다른 동료들이 모두 범인이 원하는 흐름대로 움직였던 것도 이전부터 자주 그래왔다는 설정이라 설득력있고요.
마지막에 발전기에 물을 뿌려 놓은 탓에 범인의 DNA가 묻은 물통을 확보했지만, 범인이 “자기는 1층에서 버렸다”고 주장하자 5층 현장에서만 쓰레기 수거장 안으로 투입 가능하다는 점을 추리쇼처럼 밝혀내는 장면도 볼만합니다.
한마디로 추리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5화는 '밀실 살인' 트릭이 등장하는데, 꽤 그럴듯합니다. 주말 내내 잠겨있던 교장실에서 교장이 살해된채 발견되는 사건인데, 존은 범인이 밀실 안에 계속 있었다!는 대담한 추리를 내 놓습니다. 이를 발견하는 단서가 교장실 쓰레기통에 있던 '변색되지 않은 사과 조각'이라는 디테일도 인상적입니다. 누군가 교장실에 최근까지 있었다는 증거인데, 영상물에 잘 어울리는 디테일이었습니다. 존의 학창 시절 과거, 그리고 노인이라도 쓸모없는게 아니라는 메시지도 좋았고요.

6화는 루시의 살인 누명을 벗기고 진범을 잡는 이야기인데, '루시가 집에서 가져간 칼로 사망한 피해자'라는 결정적 증거를 뒤집는 추리가 아주 인상적이에요. 범인이 막 피해자 폴라를 칼로 찔렀을 때 루시가 자기 칼을 들고 그 집에 들어섰습니다. 범인은 입구에서 보이지 않는 식탁 뒤로 숨었고, 루시가 쓰러진 폴라를 보고 자기 칼을 내려 놓은 뒤 그녀에게 다가가자 범인은 루시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으로 빠져나가면서 칼을 바꿔치기 했던 겁니다.
정통 본격물로 보아도 무방하다 싶을 멋진 트릭이며, 증거도 확실하게 제시됩니다. 범인은 바꿔치기한 루시의 칼을 폴라 부엌 칼꽂이에 꽂아두었는데, 이 칼에서 루시나 존의 지문이 나오면 바꿔치기했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이러한 각각의 사건들과 함께 제임스 실종 사건에 대한 조사와 추리도 계속 이어집니다. 결국 존은 제임스가 남긴, 누구나 들으면 스스로 떠났다고 생각할 메시지에서 암호 해독 키를 찾아내어 암호를 풀어내어 단서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체가 드러났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의 고문역으로 일하며 형을 계속 추적할 존의 모습으로 총 6화의 시즌 1은 마무리 됩니다. 

1화와 2화, 3화 사건은 경찰 수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듯 싶고, 경찰이 너무 무능하게 그려진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제임스와 폴라, 싱클레어 등이 관련된 진짜 음모도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고요. 제임스가 암호로 창고 위치를 남긴 이유와 사라진 이유를 창고에 남기지 않은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재미와 추리 모두 빼어난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루드비히'라는 주인공 필명에 어울리는, 베토벤 음악의 적절한 활용과 촬영도 좋고요. 시즌 2가 빨리 나오면 좋겠습니다. 제 별점은 4.5점입니다.

2008/10/21

프렌치 경감 최대사건 - 프리먼 윌스 크로포츠 / 김민영 : 별점 4점

프렌치 경감 최대사건 - 8점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김민영 옮김/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보석상 듀크 앤 피보디 상회의 지배인 게싱 노인이 살해되고, 금고에 보관 중이던 다이아몬드가 사라졌다. 2개의 금고 열쇠 중 하나는 은행에 또 하나는 사장 듀크씨가 늘 몸에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여벌열쇠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사건을 담당하게 된 프렌치 경감은 수사를 통해 하나씩 단서를 모아 범인을 추적하는데...

거장 F.W 크로포츠의 황금기 시절 걸작이자, 명탐정 프렌치 경감의 데뷰작이기도 한 고전 명작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한다면 명탐정이라기 보다는 명수사관이지만요. 어쨌건 알리바이 파헤치기의 명수로 유명한 프렌치 경감의 활약을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인 작품입니다. 명성 만큼이나 꼼꼼하고 치밀한 수사가 펼쳐집니다. 추리와 직감보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많은 인물의 협조를 얻어 정말로 발로 뛰며 수사하는 "일반인" 프렌치 경감의 모습은 천재형 명탐정이 대세였던 당시 황금기에 정말로 독특한 존재로 부각되었을 것 같더군요. 지금 읽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말로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추리적으로도 완벽합니다. 등장하는 사건은 딱 하나라서 쉽게 풀릴 것 같은데, 가지치기 되면서 트릭이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덕분에 단순하지 않고, 읽으면 읽을 수록 큰 재미를 안겨다 줍니다. 알리바이 위장 트릭과 인간 소실 트릭, 누명 덮어씌우기에 바꿔치기 트릭, 거기에 암호 해독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다채로운 트릭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트릭은 인간 소실 및 바꿔치기 트릭인데 지금 읽으면 약간 진부하지만 굉장히 효과적으로 쓰였기에 지루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암호트릭도 공들여 만들었을 뿐 아니라 독자에게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이고요. 

독자에게도 공정하게 단서가 제공되는건 황금기 작품답게 아주 공평한데 그 때문인지 범인을 특정하기는 중반 이후에는 쉬워지기는 합니다. 그때부터는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범인의 추적에 이야기가 집중되며, 다른 트릭들이 연이어 등장하기에 별 문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반전(?)의 맛이 좀 약해진 것과 약간의 우연으로 사건이 진전되는 부분은 아주 조금 아쉽긴 한데 어차피 경찰 수사망에 걸렸을 부분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고 말이죠.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묻어나는 것 역시 마음에 듭니다. 잔인한 강도 살인 사건을 다루는 작품치고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넉넉한 편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여정 미스터리로 보일만큼 당대 유럽의 명승지를 기차로, 배로 여행하며 수사하는 프렌치 경감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네요. 끈질긴 추적자인 프렌치 경감의 모습 뒤에 왠지 모를 작가의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나거든요. 프렌치 경감의 부인이 전해주는 단서 역시 재치가 넘치고 말이죠.

딱 한가지, "변장" 을 너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 점이 감점 요소이긴 하지만 그에 관련된 배경 설명도 자세히 묘사하고 있어서 나름 납득되는 수준입니다.

황금기 고전의 향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정통 추리물이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기에 추리소설 입문자에게 추천할 만한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5점을 줄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세월이 너무 많이 흐른 탓인지 약간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2023/07/02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4. 잠자는 인형

亂れからくり (創元推理文庫) (文庫) - 8점 泡坂 妻夫/東京創元社

14. 잠자는 인형
"그건 귀찮은데."
마이코는 호시자와에게 말했다.
"뭐가 귀찮아?"
호시자와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마이코도 굴복하지 않았다.
"첫째, 나는 데츠바의 죽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둘째, 아까 내가 온 것을 환영하지 않았잖아. 마지막으로, 나는 너무 바쁘다고."
"하지만 말이야. 데츠바가 죽었잖아. 그것도 너가 마침 왔을 때 말이야."
"내가 사신이라도 되는 건가?"
"너처럼 뚱뚱한 사신 따위가 어디있어. 혹시 너, 데츠바가 살해당할걸 알고 있었던 것 아니야?"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아직 범인을 못 알아낸 모양이군."
호시자와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럼 나라키 경감도 곤란한 상황이겠네."
"맞아. 그래서 부탁하는데, 혹시 만났을 때 경감이 뭔가 물어본다면 알고 있는건 대답해주라고."
"내가 아는 건 아무 것도 없어. 그리고 데츠바가 정말로 죽었다면 나 역시도 큰일이야."
"마이코가? 왜지?"
"나라키 경감이 말해주지 않았어? 데츠바는 내 마지막 증인이었다고."
"증인?"
"내가 경찰서를 그만두게 된 경위를 알고 있지? 나한테 지폐를 주고 도망친 차 사건 말이야. 그 차가 해바라기 공예의 차라는 걸 알아냈어. 데츠바는 그 차의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그럼 지폐를 마이코에게 건네준 사람은 누구였지?"
"운석에 맞아 죽은 마와리 토모히로였어."
"잠깐만. 그러면 마이코의 증인들이 차례로 죽임을 당했다는 건가."
"그래서 곤란한 거야."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마이코가 서에 돌아오게 되면 누가 가장 곤란할까?"
"교도 씨인가. 그 시끄러운 여자가 또 돌아온다고."
"다른 사람은?"
"이 사람이야. 또 실직하게 될테니."
마이코는 토시오를 보며 말했다. 호시자와도 묘한 표정으로 토시오를 바라보았다.
"그 동기는 너무 약하네. 예를 들어, 우다이 군 같은 경우는 어떨까?"
"우리 남편?"
"서에 마이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서에 돌아가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마이코는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네, 그거. 하지만 그렇다면 소우지의 죽음은 어떻게 해석할거야?"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
호시자와는 처음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나라키 경감에게 가 봐."
"그 대신 교환 조건을 걸지. 마사오를 만나게 해줄 수 있어?"
"그건 안 돼."
"안 된다고? 왜?"
호시자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 마사오는 중요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야."
"설마? 지금 어디에 있는데?"
"방금 전까지 카오리의 방에서 계속 조사를 받고 있었어"
"도대체 왜 그녀가 중요한 용의자로 지목된 거지?"
호시자와는 힐끗 토시오를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라면 안심할 수 있어. 말하지 않으면 나라키 경감도 만나지 않을 거야. 이대로 돌아갈거라고."
"어쩔 수 없군. 마이코 상대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니까…... 데츠바는 자신의 방에서 죽어 있었어. 사인은 청산성 화합물에 의한 중독사. 감식 보고는 아직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틀림없어. 그리고 데츠바가 쓰러져 있던 책상 위에 약병이 놓여 있었는데, 그건 마사오가 주었던 약이었어."
"그렇다고 해서 마사오가 독약을 넣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지 않습니까?"
토시오가 항의했다.
"글쎄, 끝까지 들어봐. 그 약병 안에 독 캡슐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은 마사오밖에 없어."
"그럼 그 약병 안에 독약 캡슐이 섞여 있었단 말이야?"
"그 약병이라고? 그럼 마이코는 그 약병을 알고 있는 건가?"
"토모히로의 철야 당시, 데츠바가 불편하다고 했었지. 마사오가 약은 잊어버리지 않고 계속 복용하고 있느냐고 묻자, 데츠바는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아침마다 제대로 복용하고 있다고 대답하며 약병을 꺼내 보였어. 빨간 라벨이 붙어있었는데, 라벨 가장자리는 벗겨져 있었어."
"그건 중요한 증언이 될 거야. 그걸 본 사람이 또 있어? 그 때 그 방에 있던 사람은 누구였어?"
"그때 그 방에 있던 사람은 소우지, 카오리........"
"모두 죽었어."
"그 약병이라면 나도 보고 있었어요."
토시오가 입을 열었다.
"라벨의 가장자리가 말려서 뒤집혀 있었어요. 틀림없어요."
"그 약병이 데츠바가 죽은 현장에 있었던거야."
마이코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약병에 독약 캡슐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은 마사오밖에 없다는 거지?"
"여기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그 약병의 캡슐에는 전부 독이 섞여 있었어."
"전부 다…….?"
마이코는 토시오와 눈을 마주쳤다. 의외의 일이었다.
"한 알도 빠짐없이?"
"그래, 한 알도 남김없이. 당연히 자살은 아니야. 자살을 하려면 모든 캡슐에 독약을 넣고 그 중에서 한 알만 마시는 짓은 하지 않을테니."
"데츠바는 정말 그 캡슐 독을 마신게 맞아? 다른 음식에 섞여 있던건 아니야?"
"아니야. 시체를 해부하면 녹아내린 캡슐도 발견될 거야. 약병이 마이코가 본 것이라면, 약병을 범인이 준비한 독약병과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라 캡슐만 바꿔치기한 것이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 데츠바가 계속 그 약을 먹고 있던건 확실해?"
마이코의 목소리가 숨을 헐떡거렸다.
"데츠바는 매일 아침마다 약을 빠뜨리지 않았어. 특히 어제 아침에는 데츠바가 그 약을 먹는 것을 동거하는 가정부가 목격했어."
"어제는 죽지 않았었으니........"
"그래. 캡슐이 바꿔치기 된 건 어제 데츠바가 약을 먹고 오늘 아침 데츠바가 약을 먹은 지 24시간 사이에 이루어진거야."
"그 동안 약병은 어디에 있었지?"
"데츠바의 주머니에 있었어."
"밤에는?"
"데츠바의 방이야. 데츠바 저택은 문단속이 엄격할 뿐 아니라, 데츠바는 두 자식이 죽고 난 뒤부터 더 신경질적으로 변했어. 밤은 물론 낮에도 필요 없는 문은 잠가두었어. 어제 나사 저택에 있었던 사람은 데츠바, 마사오, 가정부 세 사람밖에 없었어. 나사 저택을 드나든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낮에 누군가가 침입해서 나사 저택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나사 저택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불가능해. 게다가 데츠바는 잠을 잘 때 자기 방에 자물쇠를 잠그고 잤다고."
"자물쇠를?"
"마이코도 가 봤으니까 알겠지? 데츠바의 방은 들어가면 서양식 응접실이고, 그 안쪽에 일본식 거실이 있어. 방의 출입은 응접실 문으로만 가능한데, 그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었어."
"열쇠는? 찾았어?"
"데츠바 주머니에 있었어."
"그럼 마사오라도 데츠바의 약병 속 캡슐을 갈아 끼울 수는 없잖아."
"나라키 경감은 마사오라면 가능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
"그건 왜지?"
"데츠바는 마사오를 신뢰하고 있었어. 그래서 마사오라면 데츠바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군."
"그리고 마사오가 데츠바의 주머니에서 캡슐만 빼냈다는 거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 다만 마사오라면 어떻게든 가능했을거라고 생각하더라고. 말로 잘 다독여서 말이야."
"무슨 말?"
"그건 모르지."
"무슨 말을 해야 데츠바를 속일 수 있었을까?"
마이코는 팔짱을 끼고 미로 쪽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따라가던 토시오는 깜짝 놀랐다. 마이코는 동굴을 통과하면 데츠바의 방에 몰래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데츠바의 약병의 캡슐을 바꾼 인간, 그것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저녁에 데츠바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누구야?"
"가정부야. 이부자리를 깔고 데츠바를 방에 들여보냈고, 데츠바가 자물쇠를 내리는 소리도 들었다는군."
"아침은?"
"평소와 똑같아. 아침을 마사오와 함께 먹고 방으로 돌아갔어. 그게 마지막이었어."
"오늘 해바라기 공예의 직원들이 이곳에 모이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맞아, 간부들이 모인 건 9시 반부터 10시까지였어. 그때는 이미 데츠바는 죽어 있었지."
"해바라기 공예의 간부들은 결국 데츠바를 만나지 못했군?"
"그래. 시간이 되어도 데츠바는 좀처럼 방에서 나오지 않았어. 응답도 없었고. 마침 우리도 왔던 터라, 그 자리에서 자물쇠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지."
"데츠바가 죽어있었군."
마이코와 토시오가 데츠바의 방에서 동굴로 돌아온 직후였을 것이다.
"데츠바는 오늘 해바라기 공예의 간부들을 모아놓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걸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 ...... 이봐, 마이코. 이제 그만하자. 같이 가자고."
호시자와가 손짓했지만 마이코는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약병의 캡슐에 대해서."
마이코는 겨우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독을 넣은 캡슐을 오래 전에 데츠바의 약병 속에 섞어 놓은 게 아닐까 싶어서."
"마사오를 감싸고 싶은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왜?"
"왜라고? 마이코답지 않네. 데츠바의 약병 속 캡슐에는 모두 독약이 섞여 있었어. 그리고 데츠바는 어제까지 살아있었고. 마이코의 말대로 이전에 독 캡슐이 투입되어 있었다면, 범인이 약병 중 몇 개의 약병에 독을 섞어 놓았는데 데츠바는 그 다음 날부터 일반 캡슐만 골라 먹다가 일반 캡슐이 다 떨어진 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독약 캡슐에 손을 댔다는거라고."
"그건 안 되나?"
"불가능하지. 데츠바는 일일이 캡슐을 고르는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어. 누구나 하듯 약을 먹었어. 약병을 기울여 우연히 굴러나온 한 알을 집어 입에 넣는 거지. 가정부도 그렇게 증언했어.”
"어제까지만 해도 우연히 평범한 캡슐만 데츠바의 손바닥 위로 굴러나왔다는 것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잖아."
"절대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을거야. 누가 그런 걸 믿겠어?"
호시자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사관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라키 경감의 표정이 달라져있었다. 수사 도중 그의 눈앞에서 사람이 또, 세명이나 살해당한 것이다. 이런 일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임에 틀림없다.
나라키는 끈질기게 질문을 반복했지만, 토시오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미로의 중심부에 동굴이 있다는건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나라키는 동굴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애시당초 질문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오히려 나라키가 알고싶어한건 마이코가 자주 나사 저택을 찾는 이유에 대해서였다. 토시오는 자신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무것도 모른다고만 대답했다.
토시오를 대신해 마이코가 불려갔다. 마이코도 나라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이코가 카오리의 아틀리에에 배치된 수사본부에 들어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마이코는 돌아와서 말했다,
"생각보다 마사오에 대한 혐의가 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사오 씨는 어디 계세요?" 토시오가 물었다.
"데츠바의 응접실인 것 같아. 감시를 받고 있다는군. 만나게 해달라고 했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어."
"이제 어떻게 할까요?"
"요코누마 씨에게 보고서를 전달해야 해. 오늘 중으로 전달하기로 약속했거든. 대동 흥신소에 가야 해."
마사오를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곁에 있으면서도 얼굴조차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움마저 느껴졌다.
"마사오 씨는 어떻게 될까요?"
"저런 상태라면 구금될지도 모르겠어."
"우다이 씨는 정말 마사오 씨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세요?"
"...... 데츠바가 죽어 있는 상태가 저렇다고 가정하면 말이야."
토시오는 침착함을 잃었다. 마사오를 도와야 한다는 마음은 어느새 토시오의 손끝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자 구름이 낮아지고 있었다. 회색 하늘에 검은색 굵은 구름이 두 줄로,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기온도 올라가는 것 같았다. …..마사오가 데츠바의 캡슐에 독을 넣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사오가 위험에 처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사 저택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야, 뭐 하는 거야?"
마이코가 고개를 돌렸다. 토시오는 조용히 땅을 내려다보았다.
마이코는 토시오의 발밑을 보았다. 토시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마이코는 시선을 옮겼다.
"어?"
마이코는 한 점을 보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나사 저택을 크게 감싸고 있는 굵은 담쟁이덩굴의 뿌리 부근이었다.
"카츠 군, 보고 있어?"
토시오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이코가 무엇을 보고 있다는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잡초 속에 작은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이코는 몸을 숙여 눈을 땅에 가까이 가져갔다. 토시오는 별다른 관심 없이 그 빛나는 물체를 보았다.
"주사기네…… 아직 새 것이야."
마이코가 말했다.
그것은 가느다란 바늘이 빛나는 작은 주사기가 틀림없었다. 3분의 1 정도 액체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곳에 왜 주사기가 있단 말인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조금, 곤란하네."
마이코는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이런 걸 찾았다고 하면 또 발이 묶일 것 같아."
"제가 발견한 걸로 하고 형사에게 설명할게요."
그때의 토시오는 그저 나사 저택에 남아있을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괜찮을까? 아니, 내가 남아 있을게. 너는 서류를 요코누마 씨에게 전달해줘. 전달만 해 주면 돼."
그래도 좋았다. 마이코와 헤어져 혼자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이코는 에그의 문을 열고 서류를 토시오에게 건넸다.
"전달하고 나면 사무실에 들러."
마이코는 하늘을 바라보며 에그에서 검은색 코트를 꺼냈고, 가방 속 양초와 손전등은 좌석에 올려 놓았다.
경관이 문에 매단 밧줄을 풀었다. 토시오는 에그를 몰고 밖으로 나갔다. 마이코는 경관에게 무언가 말을 걸고 있었다.
토시오는 도로로 나가자 속도를 줄이고 나사 저택 뒤편으로 나가는 길을 찾았다. 잡목 숲 속에 좁은 길이 있었다. 에그를 거칠게 몰고 나아갔다.
미로 바로 뒤에 차를 세운 토시오는 에그에서 손전등을 꺼내어 들고 밖으로 나왔다. 풀숲을 헤쳐 나가자 미로가 보였다. 인적은 없었다. 경찰은 미로 안쪽이 나사 저택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듯 했다. 토시오는 미로 입구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미로의 길은 이제는 기억하고 있었다.
중심부에 도착한 토시오는 마이코와 마찬가지로 울타리 아래를 살폈다. 곧 레버가 손에 닿았다. 세게 당기자 반응이 있었고, 중앙에 놓인 돌 테이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시오는 몸을 날려 미로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미로에 들어갔을 때와 달리, 섬뜩함이나 공포감은 사라졌다. 손전등과 기억만 의지할 뿐이었다. 가파른 돌계단에서 좁은 통로를 지나 폭포가 있는 석실을 통해 동굴에서 가장 넓은 E 지점에 이르자 토시오의 심장 박동은 이미 빨라져 있었다.
마지막 돌계단을 숨을 몰아쉬며 올라서려고 할 때였다. 돌계단 위에 빛이 보였다. 토시오는 본능적으로 전등을 끄고 바위 그늘에 몸을 숨겼다.
빛은 천천히 움직이면서 돌계단을 내려왔다. 전등을 든 사람은 마사오였다.
하지만 그것이 마사오라는 사실을 알고도 의심이나 놀라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다.
어떻게 하면 마사오를 놀라게 하지 않고 자신을 알릴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조용히 말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마사오가 돌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토시오는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 부인"
전등 불빛이 멈췄다. 토시오는 계속 말했다.
"저입니다. 카츠입니다. 도와주러 왔습니다."
토시오는 전등을 켜고 자신의 얼굴을 비추었다.
마사오는 긴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한 손으로 손전등을 들고 토시오를 향해 서 있었다. 마사오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몸을 움츠리고 있는 기색은 알 수 있었다.
"도와주러 왔습니다."
토시오는 계속 말하면서 다가갔다. 마사오는 뒤로 물러났다. 토시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토시오가 조용히 손전등을 비추자 마사오는 거부하는 듯 얼굴을 돌렸다.
토시오는 옆으로 다가가 손전등을 들고 있는 마사오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저항하는 마사오의 힘은 너무 약했다.
"안심하고, 나를 따라오세요."
토시오는 마사오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며 나직히 말했다.
"난폭한 짓을 해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둘러야 해요."
"저를 어떻게 하려는거죠?"
마사오는 겁에 질린 눈으로 토시오를 바라보았다. 마사오의 이런 눈빛을 전에는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토시오는 마사오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의 눈동자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부인,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당신의 편입니다."
"내 편? 그게 무슨 뜻이죠?"
마사오의 눈빛에 다소 침착함이 돌아온 것 같았다.
"이쪽으로 가면 미로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어요."
토시오는 손전등을 검은 구멍을 향해 손전등을 비췄다.
"알아요."
이 말은 조금 의외였다.
"안다고요?"
"토모히로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토모히로에게 들었다고? 하지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나가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소름끼쳐서 안쪽까지 들어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카츠 씨는 왜?"
그것을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
"부인, 저를 싫어하세요?"
싫다고 대답해도 좋았다. 하지만 한 번쯤은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싫다느니 뭐니 하는 것은 ......"
마사오는 토시오의 단호한 말투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럼 저를 따라 오세요. 길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려고요?"
"동굴을 지나서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미로 끝에 차를 두고 왔어요. 저와 함께 도망치시죠."
"도망친다고요?"
"조금만 더 있으면 당신에 대한 체포영장이 나올 겁니다. 데츠바 씨를 살해한 범인으로 말입니다."
"데츠바를 내가 죽였다고요 ......"
마사오는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그럴까봐 혼자서 나사 저택을 빠져나온거 아닌가요?"
"아니요."
부정하는 마사오의 말에는 오히려 너무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토시오는 마사오의 손목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마사오는 스타킹만 신고 있었다. 어떻게든 급히 도망칠 생각 뿐이었구나, 라고 토시오는 생각했다.
좁은 동굴에 들어가자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잡은 손의 촉감과 숨소리가 들릴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시오는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
"폭포야……. 이상하네요."
폭포의 석실에 들어서자 마사오가 작게 외쳤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소리였다.
"다리는 괜찮나요?"
토시오는 바위가 많은 길에서 말했다.
"괜찮아요.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마사오는 몇 번이나 걸려 넘어져 토시오의 가슴에 쓰러질 뻔했다. 출구가 가까워질 무렵에 두 사람은 거의 서로를 끌어안은 채였다.
미로 한가운데로 나오자 안개 같은 비가 얼굴에 내려앉았다.
"비가 오네요."
마사오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토시오는 아까부터 마사오의 무심한 표정이 신경 쓰였다. 두려움이 사라진 마사오의 표정에는 천진난만함이 묻어났다.
동굴 입구를 닫고 토시오는 마사오의 손을 잡으려 했다. 보니 손목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너무 심하게 움켜쥐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팠나요?"
토시오는 마사오의 얼굴을 보았다.
"아니요……"
마사오는 고개를 저으며 꽉 쥐고 있던 손전등을 토시오에게 건넸다.
미로 출구에서 나사 저택을 둘러보았다.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몸을 움츠리고 미로 뒤를 돌아보았다.
"또 이 차로 도와주시는군요."
마사오는 길에 놓인 에그를 보고 말했다. 뒷좌석에는 마이코의 샌들이 놓여 있었다. 토시오는 샌들을 마사오의 발에 신겨주었다.
차를 도로로 올려놓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푸세요."
토시오가 말했다. 마사오는 뒤로 묶은 머리를 풀었다.
"그리고 립스틱을 짙게 바르세요."
마사오는 가방을 열어 립스틱을 짙게 칠했다.
"뒷좌석에 우다이 씨의 코트가 있으니 입어보세요."
마사오는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여 마이코의 오렌지색 코트를 입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사오의 행색이 많이 달라졌다.
국도로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도로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차량 검문때문인 것 같다고 토시오는 직감했다. 토시오는 에그를 길가에 세워두고 차에서 내린 뒤, 진흙투성이 옷 위에 자신의 코트를 입었다. 그리고 다시 국도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예감이 맞았다. 검문이 있었지만, 경찰관들은 소형차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죠?"
마사오가 물었다.
"일단 슈젠지로 가죠."
토시오의 마음가짐은 정해져 있었다.
"슈젠지…… 여행 같네요."
마사오가 말했다.
"체육관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어요.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거리로 나가자 마사오가 신고 있는 마이코의 샌들이 눈에 띄었다. 토시오는 터미널 백화점에 들어갔다.
"돈이라면 있어요."
마사오는 가방을 만지작거리며 이상하게도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거 갖고 싶어요."
마사오는 화려한 빨간 스카프를 보고 말했다.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 달그락달그락 새 亂れからくり 복잡한 기계장치 : 11. 베이지 않는 말 

2020/08/02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9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09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추리 만화 시리즈인 Q.E.D 시즌 2도 어느덧 10권 째를 향하네요. 언제나처럼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두 편 모두 강력 사건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편 모두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설득력이 부족한 트릭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전 몇 권은 평균 이상은 해주었었는데 조금은 아쉽네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음화(陰火)" 

유령이 나온다는 집을 돌며 심령 현상에 대해 취재한다는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의 촬영을 위해, 예능인과 배우, 영매사와 프로듀서, 작가 겸 촬영까지 5명의 일행은 15년 전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저택에 모였다.
15년전, 아내 마사코는 머리를 맞아 죽었고, 범인으로 체포된건 남편 토시가미였다. 그는 술에 취한 채 시체 옆에 앉아 있었다. 결국 토시가미는 상해치사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후 자살했다. 그리고 그의 원령이 '음화', 즉 사람의 혼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각자 카메라를 들고 저택을 돌아다니던 멤버들은 음화, 피웅덩이를 목격했다. 이윽고 프로듀서와 영매사가 폭행당해 쓰러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영매사 하코네의 카메라에 선명한 '음화'가 찍혀 있었다...

유령 저택의 음화에 얽힌 15년 전 살인 사건과, 현재의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내는 내용으로, 토마가 이전 작품에서의 활약으로 사건에 휘말린다는 설정이 인상적입니다. 예능인 도바 쥬리가 2권에 등장했던 "벌거벗은 임금님"의 유바리와 동료라서, 그를 통해 가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든요. 인기없는 예능인이 방송에 목숨거는 절박함은 이해되지만 애초에 도와줄 이유는 없지요. C.M.B의 신라처럼 수수께끼를 풀 때마다 뭐라도 받는다면야 모르겠지만요. 토마가 사건에 나서는걸 귀찮아했던건 다 이유가 있던거에요.

하여튼, 2명이 폭행당해 방송이 중지되었지만, 그 수수께끼만 풀면 방송이 가능하니 도와달라는 도바의 부탁으로 가나는 사건 조사에 나서게 됩니다. 조사 결과, 방송 프로듀서 토고는 15년전 사건은 범인 토시가미가 누명을 쓴 원죄 사건이라고 주장합니다. 부부는 야구에 취미가 전혀 없었는데 흉기로 야구 배트가 사용된 건, 누군가 가지고 왔기 때문이라는거지요. 그러나 검찰청에서는 반대로, 토시가미가 범인이 분명해서 원죄 사건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모든 증거가 확실해서 죽일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만 쟁점일 뿐이며, 배트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요. 노부부가 호신용으로 구입할 수 있지 않냐고 되묻는데, 타당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토고 프로듀서가 사건 조사를 위해 찾아왔었다고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토고는 이 사건이 원죄 사건이 아니라는걸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왜 가나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느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심지어 토고는 영매사 하코네가 학창 시절 직접 재판을 방청해서 토시가미가 자백하는걸 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말이지요.

원죄도 없으니 유령이 나올 이유도 없다, 그러나 유령 소동이 일어났다면? 원죄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널리 알리고 싶은 프로듀서의 조작인게 당연합니다. 프로듀서이니 저택에 미리 이런저런 장치를 하는 것도 쉬웠을테고요. 전개만 보면 프로듀서의 범행이 명확한데, 이를 잘 감추는 전개는 나쁘지 않았으며 프로듀서가 고교 시절, 선배였던 토시가미를 숭배했기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동기도 그럴듯했습니다. 토고 프로듀서가 자기 확신에 가득차 모두를 비웃지만, 가나가 한 마디로 뭉개버리고 경찰에 넘기는 마지막 장면도 나름 통쾌하고요.

그러나 가장 중요한 트릭인, "5명의 출연자 모두 카메라를 들고 있었는데 어떻게 몰래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는 그냥 교묘하게 시간을 맞춰 범인이 피해자의 카메라와 바꿔친게 전부라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나중에 편집 등으로 손을 봤다면 모를까 이렇게 딱 들어맞게, 오차없이 맞출 수 있었을거라 생각되지도 않네요. 또 '원죄 사건'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면, 구태여 폭행 사건을 일으켜 방송을 막을 이유도 없습니다. 방송되어 화제가 되는데, 방송 중단으로 SNS에서 화제가 되는 것 보다 훨씬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테니까요. 또 이 정도라면 토마가 구태여 등장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15년 전 원죄 사건은 합리적이지만 지나치게 길었고, 본편 핵심 트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덧붙이자면, 가나와 함께 조사해 온 내용을 듣던 토마가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유령 '같은 걸' 봤다', '오래전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쓴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이 누군가에게 '맞은 것 같다'' 는 말 만으로는 확실한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 답을 해 줄 수 없다는 말이지요. 냉정한 토마를 상징할 뿐더러, 실제로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굉장히 와 닿습니다. 최대한 철저하게, 확실하게 조사해서 정확한 정보를 가져오는게 우선이지요. 단지 추리 만화가 아니라 일상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규칙일거에요.

"아름다운 그림"

러시아 마피아 두목 잉크가 부하의 렌트카 트렁크에서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잉크는 버밀리온 가의 당주 포크스에게 빌려주었던 돈을 받은 뒤 저택에서 하루 머물렀었다. 그리고 돈과 함께 사라진 후, 시체로 발견된 것이었다. 시체를 처음 발견한 런던의 본 경부는 손님으로 찾아온 토마, 가나와 함께 저택을 방문하여 사건 조사에 나서는데...

왜 잉크가 살해되었는지, 어떻게 그가 살해되는 시간에 모두가 알리바이가 있었는지, 어떻게 사체를 렌트카 트렁크에 넣었는지, 돈은 어디로 갔는지 수수께끼가 많은데, 이를 차분히 풀어내는 본격 추리물로 알리바이와 시체 순간 이동 트릭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빼어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트릭이 현실적이지 않은 탓입니다. 백작 부인이 일에 몰두할 때, 시계의 시간을 조작하여 시간을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알리바이 트릭부터 이상합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시계관의 살인사건"과 비슷하지만, 그 만큼의 설득력은 없어요. 편지를 여러 통 쓰는 정도의 일을 하는데, 한 시간 시간을 앞당겨 놓은걸 눈치채지 못한다? 납득하기 어렵지요. 편지를 쓰다가 단 한 번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약점이고요. 차라리 집사이자 진범인 우드 브라운이 백작 부인을 보호하기 위해 시계 조작 트릭을 언급했을 뿐, 두 명 모두 입을 맞춘 공범이라는게 더 나은 설명이었을 겁니다.

그나마 순간이동 트릭은 좀 낫습니다. 렌트카라 번호는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시체가 들어 있는 자동차를 바꿔치기 했다는 것인데 그럴듯하거든요. 똑같이 생긴 차를 빌려 시체를 실어놓고, 대리 주차하는 사람에게 바꿔치기 한 손님의 자동차 열쇠를 주면, 손님도 바꿔치기한 차를 타고 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똑같은 차종이라도 인테리어나 기타 세세한게 같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저도 제주도 등에서 렌트카를 몇 번 이용해 보았었는데, 같은 차종이라도 비닐을 뜯지 않았던 차를 한 대 몰아보았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영국의 귀족 문화를 숭배하는 나이 든 집사가, 저택을 지키기 위해 사악한 채권자를 죽이고, 저택에 오랜 시간 동안 걸려있었지만 채무 때문에 팔아야 했던 그림을 다시 구입하려고한 동기만큼은 나쁘지 않았어요.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과거에는 얽매이는 모습은 안타까왔으며, 몰락해 가는 와중에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귀족이라는 멸종 직전의 존재를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레베카"와 같이 묵직한 고전 걸작이 연상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최소 반 세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 먹힐 이야기는 아니긴 합니다. 귀족 문화와 저택, 전통을 사랑하는 오래된 집사는 지금은 이미 다 죽어버렸을테니까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본격 추리물이라는건 좋은데, 트릭과 동기 모두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아서 감점합니다.

2020/12/26

Q.E.D Iff 증명종료 12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Iff 증명종료 12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이번 권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유괴 교섭을 다룬 "좋은 사람"과 복잡한 트릭이 사용된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재생의 시간" 입니다. "좋은 사람"은 평균 이하였지만, "재생의 시간"은 Q.E.D가 다른 추리 만화와 다른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편 평균한 별점은 3점입니다.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사람"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아르젠트 (알) 로셀리니가 시리아 무장 단체에게 유괴되었다. 교섭인 시나 샌드는 토마의 옛 동창이어서 토마와 가나는 그녀를 돕기 시작했다. 그녀와 이탈리아 정부, 그리고 알의 백부 마이클까지 모두 3개의 창구가 존재하는 상황으로 교섭은 난항을 겪는데....

유괴 교섭에 대한 이야기. 그런데 단순 교섭보다는 복잡합니다. 세 개의 창구가 교섭에 나선 탓입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와 마이클에게 범인 X의 요구액이 너무 높으니 일부분을 부담해달라는 부탁을 해 보라는 토마의 계획은 기발합니다. 만약 다른 두 창구가 범인과 교섭하고 있는게 아니었다면 동의할테고(인질 석방이 우선이니), 그들도 교섭 중이었다면 거절할거라는 이유입니다.
이탈리아 정부와 마이클의 거절로 범인이 세 개 창구 모두와 교섭하여 몸값을 받아낼 속셈이라는걸 알아낸 뒤, 모두의 몸값 전달 날짜가 다르다는걸 통해 각각 다른 사람들과 교섭하고 있다고 추리하게 됩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개 창구가 교섭하는건 가짜인거지요. 

이러한 교섭 단체간 의견 조율과 교섭 이야기는 꽤 그럴싸 합니다. 또 중동 유괴범들이 어떻게 사업(?)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상세합니다. 투자자도 있고, 이자도 지급하는 등 여러모로 명백한 사업이더군요. 그래서 빠른 교섭이 필요하고요. 투자금 회수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손해가 커지기 때문에 몸값이 점점 올라갈 수 밖에 없거든요.
콘테이너를 이용하여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시리아 난민의 비참한 삶에 대한 묘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난민 소년이 유괴범 일원이 되는 과정도 설득력이 있고요. 즉 유괴 교섭, 유괴 사업, 유괴범에 대한 드라마는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그런데 알을 돌려받는 클라이막스는 영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까지 토마와 가나가 나서서 위험에 휘말릴 이유는 전혀 없으니까요. 또 알과 가나가 절벽 아래에서 탈출하기 위해 숨겨둔 장치를 이용한 일종의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한다는건 과정 자체는 그럴듯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없습니다. 표적이 될 수 밖에 없어서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중요한 조사를 가나 한 명으로 돌려막기 하는 내용도 비현실적입니다. 가나 혼자 이탈리아에서 마이클을 만나 협상하고, 마이클 비서를 자칭하여 은행으로부터 몸값 전달 날짜를 알아낸다는 식인데, 일본이었다면 모를까 외국에서 외국인 대상으로 진행한건 지나쳤습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가나도 토마 못지 않은, 어학과 연기의 천재인거지요. 이 정도면 "엘프 사냥꾼"의 코미야마 아이리급이 아닐런지?

이야기도 짜임새가 부족합니다. 유괴 교섭인에 대한 이야기, 유괴된 인질의 탈출극 (?), 시리아 난민의 비참한 삶, 좋은 사람 알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 뒤섞여 있거든요. 예전 "마스터 키튼" 속 에피소드처럼 '교섭' 하나에 집중하는게 훨씬 좋았을겁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재생의 시간" 

잡지 기자 크리스는 시의회의원 모카이에게 찾아가 17년전 스미야 코우사쿠 사망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협박하여 300만엔을 뜯어 내었다. 스미야 코우사쿠 사망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사방이 벽으로 둘러쌓여 출입금지된 장소에서 목을 메고 죽은걸로 보이는 백골 사체가 발견된 사건이었다. 유류품으로 사체는 스미야 코우사쿠로 판명되었는데, 그는 이미 14년 전 실종된 상태였었다(현 시점에서는 17년 전).
경찰은 14년 전 스미야가 이 장소에서 목을 메고 자살했다고 결론내렸었다. 하지만 스미야는 함께 일하던 쇼우스케와 자주 다퉜으며, 쇼우스케가 큰 상처를 입고 기숙사로 돌아온 17년 전 어느날 돌아오지 않았었고, 쇼우스케도 곧바로 입원했던 병원에서 사라졌다.

이후 쇼우스케가 있는 마을로 찾아온 크리스는 시체로 발견되었고, 유력한 용의자는 쇼우스케의 아들 세이지였다. 아르바이트 중 피해자와 다퉜고, 아르바이트하던 술집 근처에서 피해자가 살해되었으며, 시체를 옮긴 보트는 그의 아버지 가게에서 분실된 것이라는 등의 불리한 정황 증거 때문이었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범인이 술집에서 술을 먹는다는걸 알 수는 없었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피해자가 술집에 오는걸 알지 못했다면, 보트를 미리 준비해서 유기 장소로 옮기는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살해 현장 근처에는 보트를 숨길 곳도 없었다...

17년 전 과거와 현재, 두 개의 사건이 하나로 만나는 작품으로 두 개의 사건은 모두 수수께끼를 품고 있습니다. 17년 전 사건에서 쇼우스케는 범인일 수 없었습니다. 쇼우스케와 스미야가 다투는게 목격된 장소에서 사체 발견 현장까지는 왕복 1시간 이상 걸리는데, 쇼우스케가 다친채로 기숙사로 돌아온건 고작 30분 뒤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누가 봐도 쇼우스케가 범인이니, 무언가 트릭이 사용된게 분명합니다. 현재의 사건에서는 술을 어디서 먹을지 모르는데 보트를 어떻게 미리 준비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요.

토마는 두 사건은 모두 밤에 술 마시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습격당했다는 공통점에 착안하여, 술 마시러 가는 장소 모두에 미리 시체를 숨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추리합니다. 스미야는 역 앞 라면집, 산기슭 정식집, 이자카야의 세 개 가게만 다녔기 때문에 준비가 그리 어렵지 않았던거지요.
산 기슭 정식집 근처에서 도난당했던 포크레인이 발견된게 증거입니다. 범인은 포크레인을 휘둘러 사체를 멀리 던져 버리고 알리바이를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이는 17년전 사건에 사용된 트릭과 같아요. 사체가 밀실에서 발견된건, 담벼락 넘어 공중에서 던져졌기 때문이었죠. 꽤 기발하고, 나름 현실적인 멋진 트릭이었어요.

범인이 사건을 저지른 동기도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사체로 발견된 스미야가 원래 쇼우스케였던 겁니다. 스미야가 쇼우스케를 죽이고 신분을 바꾼거지요. 모카이가 이를 도왔고요. 쇼우스케와 모카이는 고교시절 야구부 배터리로 절친이었고, 모카이는 쇼우스케가 야구부 매니저였던 교우카와 맺어지도록 도왔습니다. 그러나 야구를 그만두고 방탕한 삶을 보내던 쇼유스케가 음주운전으로 교우카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도망간 탓에 원한을 품었다가, 스미야가 저지른 사건을 알고 그를 도와준 겁니다.

이후 바꿔치기한 스미야가 교우카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사랑 이야기도 나무랄데 없어요. 처음 봤을 때 부터 사랑했다는 부부의 말은 참 슬프네요. "마틴 기어의 귀향"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바꿔치기와 트릭을 눈치채고 크리스는 모카이를 협박했고, 스미야(현 쇼우스케)가 그를 죽인겁니다.
크리스가 17년전 사건은 살인 사건이 분명하다며 남긴, '기름게와 무당게의 다른 점'이 핵심이라는 말도 바꿔치기를 의미합니다. 같아 보이지만 다른건 이름 뿐이라는 뜻이지요. 이를 여러가지 단서복선으로 드러내는 전개도 일품입니다.

그런데 추리에는 조금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현재의 크리스 살인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이자카야에 동행했던 아오야마가 공범에 전화를 걸어 보트를 준비하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할까요? 단독 범행이라고만 생각하는 이유를 통 모르겠어요.
17년 전 사건도 마찬가지에요. 30분 안에 사체를 어딘가 숨기고 돌아온 뒤, 퇴원 후 숨기러 가도 되니까요. 17년, 아니 14년 만에 백골로 발견되었다면 그 정도 차이를 눈치채는건 불가능했을텐데 말이지요. 아니면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된 후, 현장을 뒤져 시체를 암매장하는 것도 방법이었고요. 살인사체 유기가 동시에 벌어졌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리고 쇼우스케가 스미야라는 증거가 있다면 모를까, 별다른 증거가 없는 말 뿐만인 추리라는 약점도 큽니다. 같은 이유로 크리스를 살해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고요. 설령 쇼우스케가 스미야라는게 밝혀진다 한 들,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숨겼다는 증거는 없으니까요. 한 명 더 살해해서 위험을 늘리기보다는, 정면으로 반박하는게 더욱 타당했습니다. 

아울러 토마와 가나가 무리하게 사건에 뛰어들어 추리를 도와주는 이유도 석연치 않습니다. 용의자 세이지와 교제하는 마리나와 가나가 친구라는게 이유인데, 그렇다면 세이지가 혐의를 벗은 시점에서 더 도와줄 이유는 없어요. 오히려 토마가 입만 다물었어도 미제 사건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데, 토마가 웃는 얼굴로 추리쇼를 펼치며 사건을 해결해서 세이지 가족을 파괴해버리고 맙니다. 이래서야 정의의 집행자가 아니라 사랑을 방해하는 무자비한 악마, 냉정한 추리하는 기계일 뿐이지요. 한 마디로 토마의 비인간성이 부각된 에피소드입니다. 하긴, 이게 Q.E.D와 토마의 매력이긴 하지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입니다. 추리에서의 설득력이 조금만 갖추어졌더라면 걸작이 될 수 있던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좀 긴 호흡의 소설로 발표하는게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2012/10/21

범인 없는 살인의 밤 - 히가시노 게이고 / 윤성원 : 별점 2점

범인 없는 살인의 밤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신참자"를 읽고 난 뒤 충동적으로 연이어 읽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전부 7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정통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인간 심리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신참자"보다는 확실히 별로였습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제에 걸맞는 이야기들로 섬찟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반전들은 괜찮은 편입니다. 허나 반전을 위해 작위적인 설정들이 개입된 이야기가 많다는 점, 그리고 추리적으로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물론 여섯 번째 작품인 "굿바이 코치",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표제작 "범인 없는 살인의 밤"만큼은 괜찮은 트릭에 결말까지 설득력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역시나 작가의 이름값을 느끼게 해 주지요. 하지만 그 외의 작품들은 사소한 감정이나 오해 등에서 촉발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 정교하거나 디테일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동기도 과장된 것들이 많고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읽는 재미는 있지만 작가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평범한 수준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보다 정교한 추리물이었거나 아니면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한 "기묘한 맛" 류의 단편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결과물 이었습니다.

수록작별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

친구 다쓰야의 자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 고등학생에 어울리는 수사 과정의 현실성이 돋보이고 진상도 깔끔하나, 우연이 많이 개입된 상황 + 설득력 떨어지는 동기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어둠 속의 두 사람"

제자 하기와라 신지의 동생 살해 사건에 대해 알아가다가 놀라운 진상을 깨닫게 되는 중학교 교사 히로미의 이야기.

전개도 그럴듯하고 반전도 충격적이면서 설득력 있는데 문제는 과연 범인이 범행을 그렇게 저지를 수 있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일 이유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춤추는 아이"

매주 수요일 밤 리듬체조를 연습하는 소녀에게 푹 빠진 제자를 위해, 소녀에 대해 조사에 나선 가정교사 구로다의 이야기.

시작은 순수했지만 결말이 비극적이라는 점에서 단편집 주제에 가장 잘 맞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가까운 평범한 내용으로, 추리적으로는 언급할 만한 것은 전혀 없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약간의 일상계 분위기만 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어쨌건 추리소설은 아니었습니다.

"끝없는 밤"

오사카로 혼자 부임한 남편이 살해된 것을 알게 된 주부 아쓰코의 이야기.

인간적이면서도 관찰력 좋은 형사 반바의 캐릭터는 마음에 들지만, 처음에 남편 시체가 놓여진 상태를 공정하게 알려주지 않는 등 추리적으로는 역시나 언급할 만한 점이 별로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쓰코의 심리 묘사 정도만 볼 만했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하얀 흉기"

A 식품회사 자재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에 대한 이야기.

범인을 초반부터 드러낸다는 점이 독특했으며, 첫 번째 사건의 트릭도 괜찮았으며 무엇보다도 동기가 확 와닿아서 마음에 듭니다. 저도 담배를 끊어야 할 텐데 말이죠... 

하지만 딱 한 가지, 범인이 정신이상이었다는 결말은 섬찟하기는 하나 너무 쉽게 풀어낸 느낌이에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굿바이 코치"

양궁부 제자 모치즈키의 자살과 그녀의 유서인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밝혀지는 진상을 그린 이야기.

범인인 코치의 트릭은 우연이 동반된 결과물이기는 하나 꽤 기발합니다. 문제는 모치즈키 나오미가 코치를 함정에 빠트릴 계획이었다면 아예 테이프 자체를 바꿔치기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구태여 처음 테이프의 상황과 동일하게 꾸며가면서 약간의 단서만 남기는 식으로 갈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예 통째로 바꿔치기하거나 파기해서 궁지에 빠트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 복수였을테니까요. 

트릭 말고는 별로 건질 게 없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유명 건축가 키시다 저택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살인 사건을 시점을 바꿔 가면서 전개하는 작품입니다. 시점을 바꾸는 점에서 트릭이 살짝 엿보였는데(서술 트릭이겠거니... 싶었죠) 진상은 제 예상보다도 더 복잡하게 꼬아놓았더군요. 경찰의 수사 과정도 상당히 돋보였고요.

그러나 트릭의 설득력은 그다지 높지 않고 작위적 설정이 지나쳐서 트릭을 위해 만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누가 봐도 같은 이름의 여자 가정교사가 있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텐데, 사소한 부분에서 신경을 좀 덜 쓴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6/04/22

수족관의 살인 - 아오사키 유고 / 이연승 : 별점 2점

수족관의 살인 - 4점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제가오카 고등학교 신문부 부원들은 교내 신문 취재를 위해 '요코하마 마루미 수족관'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레몬 상어 수조에 사육사가 떨어져 잡아 먹히는 사건이 벌어진다.
출동한 현경 수사1과의 센도와 하카마다 형사는 모든 용의자들이 확고한 알리바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어쩔 수 없이 우라조메 덴마에게 사건 해결을 요청하게 되는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려면 그만한 댓가를 지불하셔야죠 - 우라조메 덴마


아오사키 유고의 고교생 오타쿠 명탐정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두번째 작품. 전편 이후 맞은 여름 방학, 수족관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
시리즈답게 전작과 동일한 본격물이지만 전작보다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기대했던 추리적 측면에서 트릭이나 별다른 복선, 반전이 없어서 정교함 면에서 많이 부족한 탓입니다. 이렇게까지 길게 쓸 이야기였나 의문이 생기기까지 합니다. 첫 현장 상황이 추리 근거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물론 우라조메 덴마가 중반에 수의사 미도리카와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등 추리를 펼치기는 합니다. 허나 별로 중요하게 설명되지 않아서 독자가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상세한 현장 묘사로 충분했을 정보 제공을 분량을 늘려 제공한 것에 불과하달까요.
또한 비교적 초반에 밝혀지는 두루마리 휴지를 활용한 시한 장치 알리바이 조작 트릭 역시 유치하고 설득력이 낮아서 실망스럽습니다. 이 정도 트릭을 경찰이 알아내지 못한 것은 거의 직무 유기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잡하며, 실제로 잘 되었을지도 의문이거든요. 그리고 이 트릭으로 범행 시각을 몇분 옮겨 놓는 것에 의해 모든 용의자들이 알리바이가 존재하게 됩니다. 즉, 범인에게 있어서는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시간 낭비였을 뿐이며 독자에게도 이 트릭의 유무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뭐 뒷부분에 화장실 휴지를 바꿔치기하는 시간을 특정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긴 합니다만 그냥 참고 수준이고요.
아울러 기존의 단점, 즉 사건이 비현실적이라는 한계 역시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동기는 최악으로 전편보다도 말이 더 안돼요. 전편도 동기가 어설프긴 했으나 그래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인데 반해, 이번에는 단지 '돌고래'를 위해서라니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수족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살짝 묘사함으로써 동기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죠.
게다가 아메미야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라 레몬 상어를 없애기 위함이었다는 동기를 좀 더 파고들지 못한 것도 아쉽습니다. 경찰 수사의 기본은 동기가 무엇인지를 조사하는 것이 아닐까요? 용의자들이 수족관 안에 있었던 사람들로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부분이 소홀하게 넘어간 것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사람을 죽이느니 두루마리 휴지를 이용한 장치를 만들어서 수조에 독을 타는게 나았을 텐데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요. 아울러 레몬 상어가 피해자를 먹어버린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입니다.
슬쩍 엿보이는 우라조메 덴마의 개인사도 솔직히 아무런 관심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사회 부적응자 오타쿠보다는 건강미 넘치는 유노가 훨씬 마음에 드는데 말이죠. 유노 이야기나 좀 더 펼쳐줄 것이지.

그래도 '명탐정'의 '추리' 자체는 괜찮은 편이기는 합니다. '헤이세이의 엘러리 퀸'다운 본격 추리물적인 요소는 분명히 살아있어요. 독자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할 뿐더러, 주어진 정보를 통해 마지막 추리쇼에서 범인을 밝히는 카타르시스만큼은 제대로거든요. 사건 현장에 있던 모든 단서들을 활용하는 추리의 과정 역시 기가 막힙니다. '수돗가 옆 피가 잔뜩 묻은 대걸레 모양 혈흔과 범인이 들고가던 양동이 속 핏물은 모순이다. (대걸레를 양동이에 넣고 씻었다면 혈흔이 이렇게나 짙게 남았을리 없다!) 이유는 무언가 피가 묻은 것을 양동이에 넣고 빨은 것이며 그것은 바로 수건이다. 즉, 범인은 수건을 들고 다니는 사육사 중 한명이다'라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이 공개된 단서를 통해 설명되기 때문에 설득력이 아주 높아요.
그러나 이 추리는 단지 용의자를 사육사로 특정하는 것 뿐이며, 정작 진범을 밝혀내는 것은 아메미야의 사체에서 발견된 손목시계가 핵심 단서가 되죠. 발상은 재미있지만 솔직히 억지스러워요. 아메미야의 시계는 방수 기능이 있는 특제라 범인이 자신의 것과 바꿔쳤을 것이라는 건데 말도 안되죠.... 저 같으면 시계를 푼 채로 나 뒀을 겁니다. 뭐하러 자기 것과 바꿔치기를 해서 증거를 남긴답니까?
마지막으로, 현장의 정보를 토대로 추리를 펼친다는 이야기를 '글'로 읽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양동이 속 핏물이 흘렀다와 같은 정보를 독자가 주의깊게 인지하는건 무리니까요. 추리 만화로 따지면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 같은 느낌인데, 이런 점에서는 소설보다는 영상물에 더 적합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현대를 무대로 한 정통 본격 추리물이라는 점, 그리고 경쾌하고 즐거워 읽기에는 편했습니다. 건강하고 활기찬 여주인공 유노의 상큼함과 발랄함도 기분 좋고요.  허나 이만한 길이의 장편으로 만들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추리적으로도 그닥이고요. 전편의 팬이시라면 읽어보실만 하겠지만 단순히 이 작품만의 가치는 낮으니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길. 저 역시 이후 소설로 계속 읽을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 영상물로 제작된다면 볼 용의는 있긴 합니다만...

2010/01/28

클로버의 악당들 - 퍼시벌 와일드 / 정태원 : 별점 4점

클로버의 악당들 - 8점
퍼시벌 와일드 지음, 정태원 옮김/태동출판사

1900년대 초반의 미국을 무대로, 어렸을 때 집을 뛰쳐나와 6년간 프로도박사로 활동하다가 코네디컷에 농부로 눌러 앉은 25살의 빌 파믈리가 친구이자 주로 "사건"을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를 전담하는 토니 클랙혼과 함께 사기 도박을 밝혀낸다는 류의 총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유쾌한 단편집입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퀸의 정원"의 "제 1기 근대"에 포와로, 뤼팽, 피터경 등과 함께 분류되어 있으며, 수록작 중 몇 안되는 국내 출간작이기도 합니다. "퀸의 정원" 분류표에서도 H.Q.S, 즉 역사적 중요성, 문학적 가치, 입수 곤란하다는 3관왕을 달성하고 있네요. 국내 출간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는데 저도 이번에야 알고 냉큼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일단 "퀸의 정원"에 선정된 작품답게 추리적인 내용이 상당히 비범한 편입니다. 사기 도박을 밝혀낸다는 것이 범죄자가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범죄를 몇 안되는 단서를 통해 탐정이 밝혀내는 추리의 과정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텐데요. (뭐 사기 도박이 아니라 사기라는 범죄를 밝혀내는 여러 작품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이러한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교한 사기"가 무려 100여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점이겠죠. 주로 다양한 장치 트릭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장치를 뒤집어 써먹는다던가 하는 두뇌싸움도 효과적으로 써먹고 있다는 것도 재미를 더해주고요.

또한 1900년대 초반 발표된 작품이지만 뭔가 개척시대의 유쾌한 도박사 일당 이야기 - 매버릭 - 와 같은 시끌벅쩍 유쾌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와 더불어 젊지만 느물느물한 속을 알 수 없는 고수이자 장난꾸러기인 주인공 빌 파믈리, 사고뭉치에 주제를 파악할 줄도 모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멍청이인 토니 클랙혼 등 등장인물들도 톡톡 튀며 재치있는 대사와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넘치는 것이 왠지 예전에 읽었던 "O.헨리의 미스터리 걸작선" 느낌을 가져다 주더군요.

추리 애호가 뿐만 아니라 오 헨리의 팬이시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네요. 별점은 4점. (솔직히 희귀하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긴 했습니다^^)

아울러 국내 추리문학을 위해 노력하시는 정태원 선생님이 손수 구한 책을 가지고 번역하신 것이라 더욱 뜻깊은 작품이기도 한데, 앞으로도 이런 고전 명작들이 번역 출간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작품 해설을 통해 알려주신 이 작가의 다른 대표작인 검시재판이나 탐정 피트 모란 시리즈라면 더할나위 없겠죠.

심벌 (The Symbol)
집을 뛰쳐나와 도박사로 먹고살던 빌 파믈리가 고향 코네티컷에 돌아가 아버지와 포커 승부를 벌인 뒤 개심하여 농부가 되는 과정을 그린 시리즈의 서두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빌이라는 주인공의 성장 배경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핵심 이야기로 두건의 사기 도박이 등장합니다.
첫번째는 빌이 벌이는 사기도박으로 카드 바꿔치기에 대한 내용으로 별다른 건 없습니다. 두번째 아버지와의 승부는 빌이 카드를 조작하지만 결국 아버지의 "정직한 승부"에 패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갑작스러운 빌의 난조가 명쾌하게 설명되지는 않지만 승부 자체도 재미있고 부자의 관계 회복도 설득력 있는 작품이죠.

사기꾼의 카드 (The Run of the Cards)
빌 파믈리가 토니 클랙혼과 만나는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사기 도박으로 거액을 잃은 토니의 아내와 우연히 만나게 된 빌이 토니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를 도와주게 된다는 내용입니다.'사기 방법에 대한 단서 제공도 공정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포커 승부 자체가 굉장히 박진감있게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죠. 마지막의 상대방의 사기를 역으로 공격하여 승리하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마지막 공정한 승부에 대한 짤막한 반전도 인상적이고요. 별점 5점짜리 단편입니다.

포커 도그 (The Poker Dog)
토니가 또다시 처남 테드와 함께 사기에 걸려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빌은 슈워츠라는 그 사기꾼과 대결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가 정작 토니에게 부탁한 것은 개를 한마리 사달라고 한 것 뿐.
전보로 시작하는 유쾌한 서두 - 완벽한 사기꾼 슈워츠에 대한 묘사로 분위기 고조 -갑작스러운 빌의 강아지 찾기를 통한 의외성 도출 - 마지막 승부에서의 화끈한 결말 이라는 기-승-전-결 에 충실한 교과서같은 단편입니다. 운에 의지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는데, 이런게 완벽한 기승전결의 힘이겠죠.

레드 앤 블랙 (Red and Black)
부자이지만 천하의 싸가지 덩어리인 휘트니가 룰렛에서 큰 돈을 잃고 토니와 그의 친구 빌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하는 이야기.
이번편 부터 의뢰를 통한 본격적인 "사기꾼 박살내기" 시리즈로 돌입하게 됩니다. 전편들과는 달리 "룰렛"이 등장하고 이를 파헤치기 위한 도구 역시 카메라와 쌍안경을 조합한 장치라는 점이 특이하더군요. 사실 사기행각보다는 휘트니라는 싸가지의 행동거지와 말로를 보는게 더 재밌는 작품이었습니다.

양심의 문제 (A Case of Conscience)
유서깊은, 그래서 회원이라는 것이 명예인 "윈저클럽" 회원인 토니는 항상 있는 필 터너와 램지 폴웰의 카드게임에서 램지 폴웰이 언제나 일방적으로 진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잘 모르는 "카지노"라는 카드 게임을 소재로 했기에 몰입하기가 약간은 힘들었지만 미덕이 넘치는 반전 탓에 (그래서 지나칠 정도로 오 헨리 스럽긴 했지만) 훈훈한 느낌이 전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역시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고 말이죠. 사고뭉치 토니의 캐릭터가 극단적일 정도로 부상하기에 짜증까지 나기는 했습니다만, 뭐 원래 이런 캐릭터니까요.^^

초보의 행운 (Beginner's Luck)
피트 커니라는 도박사의 사기를 밝혀달라는 앨런 그레이엄의 편지를 받은 빌과 토니. 빌은 자기 대신 토니를 보내며 여러가지 조언을 해 준다.
캐릭터 바꿔치기의 묘미와 더불어 반전을 거듭하는 줄거리가 인상적인 좋은 작품입니다. 혼자 착각한 토니의 좌충우돌이 굉장히 웃기기도 하고요. 무적의 갬블러 피트의 비결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약간 아쉽지만 별점 4점은 너끈할 것 같네요.

불기둥 (The Pillar of Fire)
해변가에서 포커를 하는 특이한 섬 리그스에 빌과 토니가 참가한다. 하지만 빌 파믈리는 연이어 대패하고, 수영복만 입은 해변가에서 그 어떤 사기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는 난감함에 처하는데...
빌 파믈리가 한번 궁지에 몰리는 전개가 이색적인 단편입니다. 그런데 독자에게 너무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해 준 탓에 사기의 방법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결말이 화끈해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덧붙이자면, 작품 내 등장하는 "최고의 독심술 마법"은 다른 책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작품내에서 제대로 써먹었더군요.

붉은 느릅나무 (Slippery Elm)
J 햄프톤 후지스트라튼이라는 이름의 사나이가 메트로폴리턴 체스 클럽에 입회한다. 그리고 그는 강자들을 차례로 꺽으며 강자로 부상하지만 모든 회원들은 그를 미워한다.
빌이 29달러 55센트의 사례금을 받고 뛰어든 이색 사건. 즉 후지스트라튼을 클럽에서 쫓아내기 위한 체스 사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거창한 천국 입장을 다루며 시작하는 분위기부터 오 헨리 스타일의 작품인데 이후의 전개도 치밀하고 마지막 승부에 대한 조작 및 결말까지 완벽해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역시나 별점 4점은 충분하겠죠.^^

타락 천사의 모험
브리지에서 항상 이기는 테리스를 조사해 달라는 친구들의 요청을 수락한 토니는 사기수법을 지적하지만 외려 역공을 당한다...
일단 이 작품은 원본 단편집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국내 출판본만의 특전과 같은 작품입니다. 일단 정태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작품은 브리지 사기 수사에서 의외로 포커 클럽인 히말라야 클럽의 과거 사기사건으로 이동하여 전개되는 내용으로 사기꾼의 집념이 잘 그려진 독특한 작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데 정말 사기의 세계란 대단한 거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테리스가 사기를 쳤는지 안 쳤는지도 불분명한 등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듯 싶어서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약간 처지긴 하더군요. 그냥저냥한 평작이었습니다.

2020/10/30

방과 후 - 히가시노 게이고 / 양윤옥 : 별점 3점

방과 후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소미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이카 여고 수학교사인 '나' 마에시마는 누군가로부터 생명을 위협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유와 범인을 알지 못해 답답해 하던 중에 특별 활동인 양궁부 지도를 마친 뒤, 남자 탈의실에서 학생 지도부 부장 무라하시 선생이 살해된걸 발견했다. 발견은 양궁부 주장 게이코와 함께였다. 남자 탈의실은 밀실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불량학생 다카하라 요코가 용의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학교 제일의 수재 호죠 마사미가 친구 요코를 위해 밀실 수수께끼를 풀어냈고, 다행히 알리바이가 증명되었다. 

그러나 그 뒤 학교 문화제에서 마에시마로 오인된 다카이 선생이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독살당했고, 마에시마도 차량 공격으로 죽기 일보 직전에서 겨우 탈출하는데...

우리나라 기준으로 추리 소설의 제왕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기념할만한 데뷰작입니다. '제 3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데다가 '일본 본격 미스터리 100'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서도 높은 순위로 랭크되어 있어 관심이 가던 차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수작입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본격 추리물치고도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대신 죽은 걸로 보였던 다케이 선생이 사실은 진짜 목표였고 마에시마를 노린 범행은 다케이 선생이 진짜 목표라는걸 가리기 위한 연막이었다, 차량을 이용해서 생명을 위협하고 마지막에 칼로 찔렀던 범행은 아내 유미코가 불륜남과 벌였던 진짜로 마에시마를 노린 범행이었다는 등 추리적으로 볼거리가 아주 많은 덕분이지요. 핵심인 밀실 트릭도 무려 두 개나 등장하고요. 데뷰작이라서 아이디어가 넘쳤던게 아닌가 싶네요.

특히 범행 장소인 남자 탈의실 문에 빗장이 가로질러 있었는데, 범인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에 대한 밀실 트릭은 공들여 만든 티가 물씬 납니다. 여자 탈의실에 출입했던 호리 선생님이 자믈쇠에 열쇠를 꽂은 채 들어가는 버릇을 이용하여, 자물쇠 자체를 통째로 바꿨다는 첫 번째 트릭부터 굉장히 설득력있고 좋은 트릭이었거든요. 특별한 버릇을 이용하고 있다는 약점은 있지만,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좁은 창문으로 볼 때 문을 막고 있어 보였던 빗장은 위장이고, 사실은 양궁 화살로 문을 막고 있었다는 두 번째 트릭도 첫 번째보다는 별로이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처음에 문을 부술 때 빗장이 먼저 떨어졌을텐데, 떨어지는 소리는 어떻게 막았을지와 같은 사소한 의문은 있지만 충분히 현실적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화살은 막 양궁 훈련을 마친 뒤라 화살통에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었다는 디테일만큼은 아주 좋았습니다.
이외에도 디테일이 돋보이는 부분은 많으며 무라하시 선생 주머니에 콘돔이 들어있던 이유라던가, 아소 선생이 경찰에 협력한 이유들도 작 중에서 충분히 설명됩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범행 동기가 애매해 보였습니다. 학생 미야사카 에미가 합숙 훈련 중 자위하는 모습을 무라하시, 다케이 선생님에게 들킨게 동기라는데, 과연 살의를 품을 일인지 좀 아리송하거든요. 남학생에게 들켜 협박을 받거나, 소문이 났거나 했더라면 나름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두 명의 교사는 그래도 비밀을 지키고 함구했던걸로 보이는데 말이지요. 설령 에미는 수치심에 살의를 품었다 치더라도, 친구 게이코까지 직접 공범으로 나서서 살인을 저지를 타당한 이유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바꿔치기된 다케이 선생이 사실은 진짜 타겟이었다는 아이디어는 좋은데. 바꿔치기에 마에시마가 동의하지 않아서 그대로 피에로 역할을 했다면 어쩔 셈이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 외에 마에시마를 노리는 걸로 보였던 공격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만 실수해도 마에시마는 죽어버렸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았던걸까요?
이런 점들 때문에 두 소녀가 선생들에게 품은 살의는 진정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무고한 희생자가 생겨도 복수가 중요하다면, 그건 그냥 살인귀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아울러 술 취한 피에로 연기를 한다고 소품인 술병 속 물을 마신다는 보장도 없지요. 저라면 절대 마시지 않았을 겁니다.

아내 유미코와 사이가 벌어진걸 드러내다가, 마지막 마에시마를 칼로 찌르는 범행을 유미코와 불륜남이 저질렀다는 결말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앞서 아이와 유산 문제, 그리고 마에시마를 유혹하는 여학생들에 대한 묘사로 부부는 이미 거리가 멀어졌다는걸 독자는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외성이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또 경찰이 왜 이 때는 마에시마를 경호(?)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고요. 어차피 범행도 어설퍼서 경찰 수사로 진범은 쉽게 드러날 수 있어 보였습니다. 마에시마도 그걸 직감했기에, 이대로 죽어서 유미코를 살인범으로 만들면 안된다고 발버둥쳤을테지요.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청춘 학원 본격 추리물로는 나무랄데 없는 수작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국내 번역본 표지는 스포일러네요. 범인과 핵심 트릭에 사용된 도구(?)를 드러내는 그림이거든요. 읽어봐야 알 수 있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