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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0

꿀딴지곰의 레트로 게임 대백과 - 꿀딴지곰 : 별점 2.5점

꿀딴지곰의 레트로 게임 대백과 - 6점
꿀딴지곰 지음/보누스

저는 레트로 게임을 좋아합니다. 아래와 같은 패미컴 관련 책을 여러 권 구입해 읽을 정도로요. 제 추억을 공유하는 시기의 게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대놓고 레트로 게임 소개를 천명하고 있어서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한국 레트로 게임 전문가의 저서라는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꿀딴지곰의 글은 어딘가에 연재하는 게임 컬럼을 통해 잡했었고, 그 식견에는 감탄하고 있었기에 쉽게 손을 댈 수 있었습니다.
읽다보니 저와 비슷한 세대라 반갑더군요. 89년 경에 재수했다니까요. 심지어 학창 시절 사는 동네마저도 - 꿀단지곰은 방배동, 저는 반포동 - 비슷해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같은 세대, 같은 지역에서 같은 관심사를 공유했으니 취미와 관심사가 비슷한건 어떻게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일본의 관련 서적과는 다른 구성을 보여줍니다. 챕터별로 초반에 개인 회고담이 수록되어 있고, 그 뒤에 꿀딴지곰이 즐겼던 해당 챕터에 관련된 게임을 소개하는 식이거든요. 게임에 대한 연대별, 콘솔이나 게임 종류별 정확한 소개보다는 이렇게 개인 추억 위주인 덕에 갖는 장점도 있습니다. 실제 당시 시대를 잘 알 수 있음은 물론이고, 게임에 대한 개인적이기는 하지만 조금은 더 치밀한 소개와 게임별 장, 단점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거든요. 게임들의 우리나라 명칭 - 샐러드를 똥파리라고 불렀다던가 - 이 소개되는 식으로요.
글을 통해서 제가 즐겼던 게임들과 여러 공간들이 언급되는 것도 재미있었는데요, 첫 시작인 80년대 게임 소개부터 저 역시 어릴 때 즐겨했던 방구차, 미스터 도, 너구리, 푸얀, 엘리베이터 액션, 서커스, 올림픽, 너클조 등이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할 때 자 등으로 버튼을 연타했던 추억은 어디가나 똑같은 것 같군요. 이 중 저의 베스트는 누가 뭐래도 1942였습니다. 꿀딴지곰은 싫어했다고 하지만요.
두 번째는 콘솔 게임 재믹스에 대한 소개에서는 주로 MSX 게임들이 언급되는데 남극 대모험, 왕가의 계곡, 루이스 정도가 기억이 납니다.
세 번째는 진짜 MSX, MSX2 이야기입니다. 제 주위에도 유저들이 많았었지요. 또 당시 강남권 게임 키드들의 메카였던 파파 상사에 대한 소개가 반가왔어요. 고속터미널 상가에 있었는데, 이 쪽에 이런 가게들이 참 많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MSX는 안 해본 게임인 우샤스와 스내처 내용이 궁금하네요. 우샤스는 반전이 인상적이라고 해서 찾아보았는데, 주인공들의 모험은 오히려 고대 문명이 개발했던 폭탄을 폭발시켰을 뿐이라는건 확실히 특이했습니다. 시대를 꽤 앞서간 설정이 아닌가 싶어요.




 MSX2 최고의 2인용 퍼즐 액션 게임이라는 퀸플도 모르는 게임이라 호기심이 생기고요.
네 번째 챕터는 패미컴입니다. 패미컴이야 뭐 저도 유저였고, 관련 책도 여러 권 읽어보아서 특별한 내용은 없겠지 싶었는데, MSX에 꽂아쓰는 컨버터는 처음 봤습니다. 꿀딴지곰은 RF 단자만 지원하는 정품이 아니라 AV단자도 지원했던 대만제를 샀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AV 단자가 일반적이지 않았던 시대 같은데 말이지요. 게임 소개는 특별한 건 없지만 그래픽이 좋은 패미컴 게임의 대표예로 소개한 크라이시스 포스는 아래의 게임 같은데, 지금 보면 그닥이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나 보네요.


그리고 1990년의 게임 환경에 대한 이야기, 오락실 전성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1991년 스트리트파이터 2는 정말 대단했었죠. 당시 대입을 앞두고 있던 저와 친구들의 공부 시간을 빨아들였던 원흉이기도 했고요. 글과 게임 소개들을 읽다 보면 그 외에도 여러가지 추억이 떠오릅니다. 수왕기, 콘트라 - 우리 동네에서는 곤두라였는데 -, 다크실, 뉴질랜드 스토리. 에어리어 88, 파이널파이트, 더블 드래곤, 골든 액스, 천지를 먹다 (삼국지), 다이너마이트 형사, 캡틴 코맨도, 심슨, 어밴져스, TMNT (닌자 거북이) 등등등에 얽혔던 추억들이지요. 캡틴 코만도는 본가에 만화도 있을 정도로 좋아했었고요. 만화나 한 번 다시 찾아봐야겠습니다. 
격투 게임의 전성기를 다루며 소개되는 스트리트파이터, 용호의 권, 사무라이 스피리츠, 아랑전설, 킹오파도 모두 기억에 생생하고요. 모르는 게임도 당연히 몇 개 있는데, D&D 세계관의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던전 앤 드래곤스 섀도 오버 미스터리는 궁금하네요. 황당해서 실소를 터트리게 만든다는 골든 액스의 오락실 엔딩은 찾아보았는데, 꽤 기발하더군요.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에 스토리를 부여했다는 것도, 게임을 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체감형 게임 중에서는 스페이스 해리어만 해 봤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정말 놀랄만한 그래픽이었었죠. 다라이어스는 모르겠지만요.

6장은 가정용 게임기의 부흥을 다룹니다. 16비트 게임기가 등장했기 때문으로 메가 드라이브, 슈퍼패미컴이 그것입니다. 꿀딴지곰의 말로는 메가 드라이브 최고의 액션 게임은 슈퍼 시노비 2이고, 최고의 오프닝은 무자 알레스터, 그 다음이 엘리멘탈 마스터라고 하네요. 슈퍼패미콤 게임 소개도 많은데 슈퍼패미콤은 제가 해본 적이 없어서 딱히 와 닿는게 없었습니다. 게임보이는 테트리스에 푹 빠졌던 기억만큼은 생생합니다. 나름 엄청 열심히해서 겨우겨우 로켓트(?)를 쏘아 올리기까지 했었지요. 그게 제 한계였습니다.
7장은 오락실의 쇠퇴를 다룹니다. 아무래도 2000년대부터 PC방과 스타크래프트의 전설이 시작되었기 때문인데, 꿀딴지곰은 그 사실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다만 음악 게임과 댄스 게임이 반짝 흥행했다는 정도만 알려줍니다.
8장은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게임기 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대학 생활 막바지에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파이널판타지, 바이오하자드, 메탈기어 솔리드 등등등.... 이 중 제 베스트는 누가 뭐래도 철권입니다. 그러나 세가 새턴은 버츄어 파이터 말고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 게임들이었습니다. 새턴은 주위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해보지도 못했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트로 게임 유행에 따른 레트로 게임 즐기는 법, 팁을 소개하며 마무리 됩니다.

이렇게 이 책을 통해서 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대략의 한국 게임 유행사를 통사적으로 짚을 수 있습니다. 당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추억담으로도 볼만합니다. 큼직한 도판과 함께 하는 게임 소개도 좋았고요.

그러나 게임 소개가 개인 취향인 탓에 소개되는 기준이 없다는 단점이 크게 느껴집니다. 심지어 발표 연대별로 소개되지도 않을 정도에요. 정상적으로 게임이 유통되지 않았던 국내 현실상 큰 의미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게임 자체가 발표된 시기는 명백한 만큼, 최소한 연대별로 소개되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장르도 되도록 묶어서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자료적 가치가 없지는 않지만, 개인 에세이와 추억담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23/06/24

게임사회 전시 관람 (06.23)

오랫만에 회사 행사로 미술 전시회를 보고 왔습니다. 전시명은 <<게임 사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하는 전시로, 집에서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남들 출근하는 평일에 미술관을 가니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벌써 해바라기가 피었더라고요.
전시의 주제는 말 그대로 '게임'입니다. 비디오 게임이 등장한지 50년이 지난 오늘날 게임의 문법과 미학이 동시대 예술과 시각문화,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하네요.
게임은 시각과 청각 중심의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몰입 경험과 사회적 상호 작용을 아우른다는 측면에서 현 시대 가장 앞서있는 종합 예술이자 미디어 아트일 수 있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한, 두 명이 아니라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의 노력이 결합되어야 완성될 수 있는 결과물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제 직업이 UX이니만큼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전시였어요.

전시를 감상하기 전에 '어떤 것들이 전시되어 있을까?'를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상상해 보았는데,'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을 전시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니면 <<마인 크래프트>>로 만든 여러가지 창작물들, 또는 너무 유명해서 이미 아이콘이 되어버린 대표적인 게임을 토대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이 소개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고요.
이건 예술품이라고 부르기는 민망하지만....

실제로 전시를 보니, 제 생각과 절반 정도는 일치했습니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준 대표적인 게임들이 여러가지 소개되고 있었거든요.
대표적인건 비디오 게임의 조상님이라 할 수 있는 <<팩맨>>, 가상 현실이라는걸 게임을 통해 최초로 사람들에게 알려준 <<심시티>>, 최근까지도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잘 나가고 있는 <<마인 크래프트>> 등이 그러합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조작 가능한 상태로 전시되어 있는 것도 좋았어요. 전시의 취지를 잘 살렸더라고요.
<<카트라이더>>까지 소개되고 있었는데, 이건 아마 협찬(?)이 아닐까 싶은 생각은 드네요. 그 정도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킨 게임은 아니니까요. 우리나라 기준이라면 <<스타 크래프트>>를 소개해주는게 맞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야말로 산업 자체를 바꾼 게임이니까요. 그래도 <<카트라이더>>에 가장 많은 학생들이 몰려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게임 사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결과물의 완성도, 사회적인 영향력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인기 많고 재미도 있으면 그게 최고죠.
그리고 예술에 가까운(?) 게임으로 <<플로우>>, <<플라워>> 등이 소개되고 있는데, 조금 조작해보니 게임이라기 보다는 인터랙티브 아트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걸 더 사용자가 몰입할 수 있고, 무언가 성취감을 느끼게 하면 그게 바로 게임이 될 텐데 그걸 어떻게 찾아갈지를 고민해보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순한 인터페이스라도 뭔가 그런 경험을 주도록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게임의 형식을 빌린 일종의 미디어 아트들이 선보여지는데, 이건 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실제 오락실(?)처럼 꾸며놓은 전시 공간, 그리고 게임기 형태를 빌어 설치하고 만들어 둔 작품들은 언뜻 보면 진짜 게임같게끔 잘 만들어놓기는 했는데요,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나칠 정도로 왜색이 짙은건 둘째치더라도, 결과물의 상상력이 너무 빈곤했습니다. 일본 만화를 많이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리 신기하지 않은 볼거리(?)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요. 실제로 조작까지 가능한 작품도 몇 개 있었지만, 수십년전 플래쉬 게임 수준이라 단계가 너무 단순해서 몰입할 수도 없었고요.
이렇게 관람을 끝냈습니다. 홀로 감상해서 의견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게 안타까왔지만, 많은걸 느끼게 해 준 좋은 전시였습니다. 다음에는 의견을 나눌만한 지인들과 와서 감상하고 싶네요.

2026/03/20

지뢰 글리코 - 아오사키 유고 / 김은모 : 별점 3점

오타쿠 탐정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작가인 ‘헤이세이의 엘러리 퀸’ 아오사키 유고의 단편 연작집입니다. 2024~25년에 걸쳐 일본의 4대 미스터리 랭킹 1위를 휩쓸었던 작품이지요. 저 역시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확실히 재미는 있었습니다.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유쾌함과 만화적인 설정, 그리고 치밀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본격 미스터리를 보다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게임’의 영역으로 끌어왔기 때문입니다.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단점을 최소화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 속에는 모두 다섯 가지 게임이 등장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일반적인 게임이지만, 여기에 약간의 변주를 더했다는 점에서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게임은 ‘정확하게 정해진 조건’ 아래에서 진행되며, 그 조건의 허점을 파악하고 상대를 교묘하게 속이는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되고요. 이러한 점 덕분에 단순한 놀이를 넘어 두뇌 게임으로서도 충분한 재미를 전해줍니다. 계단 오르기나 가위바위보에 더해진 약간의 변주만으로 순수한 두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니! 이 아이디어만으로도 여러 랭킹에서 좋은 성과를 얻은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축제 때 좋은 장소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든가, 마음에 들지 않는 카페 주인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라든가 하는 등 비교적 일상적인 이유인 게임의 목적들도 마음에 듭니다.

주인공인 이모리야 마토도 꽤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놀라울 정도의 분석력을 지닌 천재이기는 하지만, 게임 이외의 부분에서는 그렇게 기이한 면모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사연이나 기묘한 습관도 없는, 다소 가벼워 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평범한 여학생입니다. 구누기 선배에게 거는 장난스러운 모습이 본래 모습처럼 느껴질 정도에요. 아래 만화판 이미지처럼요.
친구이자 주요 화자인 고다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하며, 다른 등장인물들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 합니다.

그러나 사립 세이에쓰 고교와 화폐처럼 유통되는 S칩을 걸고 게임을 벌이는 후반부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특히 마지막에는 거의 1억 엔에 가까운 돈이 걸린 게임까지 등장하는데, 이는 도박 실력이 학교 내 서열을 결정한다는 "카케구루이" 수준의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인 설정처럼 느껴집니다.
세이에쓰 고교와 얽히면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예를 들어 학생회장 사부리나 이모리야와 비슷한 수준의 게임 천재인 우키타 에소라 등도 앞서 등장했던 평범한 학생들과는 상당히 다른, 다소 비현실적인 면모를 보여 마음에 들지 않네요. 마토가 세이에쓰의 용벙(?)처럼 활약한다는 여지를 남기는 에필로그도 영 별로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게임을 고도의 두뇌 게임 영역으로 끌어들인 아이디어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등장하는 이야기별 간략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뢰 글리코 :

학원제 때 옥상의 사용권을 놓고 마토와 학생회의 구누기 선배가 ‘지뢰 글리코’라는 게임으로 대결합니다. 가위바위보로 이긴 플레이어가 3의 배수만큼 계단을 올라가는 게임인데, 서로 계단에 ‘지뢰’를 장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마토가 장치한 지뢰에 걸린 구누기 선배가 3연타로 30계단을 미끄러져 패배하고 맙니다.

3의 배수로 올라가는 상황을 이용하는 초반부 전개, 그리고 설치한 지뢰 위치에 선배가 서도록 유도한 마지막 승부는 볼 만합니다. 그러나 구누기 선배가 마토의 지뢰를 모두 밟아 열다섯 계단 차이가 벌어진 뒤 바로 패배 선언이 이어지는 결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가위나 보로 이기면 여섯 계단씩, 바위로 이기면 세 계단을 올라갈 수 있으니 3연승만 하면 따라잡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두뇌 게임이라면 모를까, 순수한 가위바위보 승부라면 3연승 정도는 그리 낮은 확률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스님 쇠약 :

카루타 카페에 출입 금지당한 카루타부를 위해, 카페 사장과 마토가 백인일수 카루타와 ‘신경 쇠약’을 결합한 ‘스님 쇠약’ 게임으로 승부를 벌입니다.

그런데 ‘두뇌 게임’이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아쉬운 이야기였습니다. 카페 사장은 카루타 카드에 몰래 표시를 하여 사기 게임을 하고 있었고, 이를 간파한 마토가 카드를 바꿔치기해 승리합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카드 마킹을 새로 한 뒤 바꿔치기한다는 방법 자체도 비현실적이고, 마지막 카드 조합 역시 운의 비중이 너무 큽니다.

차라리 사기를 고발해 망신을 주는 편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더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자유 규칙 가위바위보 :

마토를 마음에 들어 한 학생회장 사부리 선배가 ‘자유 규칙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가리자고 제안합니다. 선배가 이기면 마토는 학생회에 들어가고, 마토가 이기면 선배가 마토의 중학교 동급생 에소라와의 진검 승부를 만들어 준다는 조건입니다.

‘자유 규칙 가위바위보’는 일반적인 가위바위보에 두 명의 플레이어가 각각 ‘독자손’을 추가해 7전 4선승제로 겨루는 게임입니다. 독자손은 형태와 이름을 정하고 그 효과를 설정할 수 있는데, 최소한 한 종류의 손에는 반드시 져야 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세부적인 설정들이 꽤 복잡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마토는 ‘형태가 일치해야 한다’는 조건을 교묘하게 활용해 마지막 대역전승을 이끌어냅니다. 핵심은 중반 이후 고다에게 부탁한 핫초콜릿을 마시기 위해 자연스럽게 왼손으로 가위바위보를 했던 장면입니다. 왼손과 오른손은 전혀 다른 손이므로 사실상 무효가 되어 그 판에서는 패배한 셈이었는데, 사부리 선배는 이를 독자손 설정의 효과로 오해해 마지막에 패배하고 맙니다.

이처럼 평범한 게임에 약간의 변주를 더해 두뇌 게임으로 만든 점이 인상적인 이야기이며, 주어진 조건을 정확히 파악해야 이길 수 있다는 전제도 가장 잘 구현된 작품입니다.

물론 사부리 선배가 이 게임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제안했던 ‘스네일’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편이라 생각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달마 인형이 셈했습니다 :

에소라와의 진검 승부를 마련하기 위해, 먼저 사립 세이에쓰 고교 학생회와 게임을 벌입니다. 그들의 ‘S칩’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승부 게임은 ‘달마 인형이 셈했습니다’로, 방법은 한국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거의 같습니다. 다만 표적(술래)은 몇 개의 단어로 외칠지를 먼저 정하고, 암살자(공격자) 역시 몇 걸음을 움직일지를 미리 선언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사실 게임을 만든 스도는 그동안 잔꾀를 부려 ‘0’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교묘하게 숨겨 왔고, 그 덕분에 항상 승리해 왔습니다. 암살자는 최소 한 걸음이라도 움직이게 마련이니,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보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모리야는 이 트릭을 간파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표적에게 여러 가지 제한 조건을 걸어 둡니다. 예를 들어 떡갈나무 정면만 보고 움직여야 한다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그리고는 표적이 보지 못하는 공원 밖으로 돌아 나간 뒤, 떡갈나무 뒤편으로 걸어 들어가 표적을 붙잡는 데 성공합니다.

주어진 조건을 활용해 승리한다는 두뇌 게임 측면에서는 흠잡을 데 없습니다만, 세이에쓰의 오케가와가 엄청난 청력으로 숫자를 추측한다는 설정은 다소 과합니다. 또한 비현실적인 거액이 게임에 걸리는 전개 역시 마음에 들지 않고요. 게다가 스도의 필승법도 소문이 나면 한 번밖에 쓸 수 없다는 점에서 그다지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4 Rooms Poker :

마토가 호적수 에소라와 S칩 전액을 걸고 세 장의 카드로만 패를 만들어 겨루는 포커 게임으로 승부를 벌이게 됩니다.
처음 받은 카드는 버리고 한 번 다시 받을 수 있는데, 일반적인 포커와 다른 점은 플레이어가 제한된 시간 안에 카드를 가지러 네 개의 무늬 방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방에 놓여 있는 카드 중 원하는 카드를 직접 가져오는 방식이지요.

등장하는 게임 중 조건이 가장 많고 복잡하며 여러 장치들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게임 자체만 놓고 보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조건들 가운데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방에 불까지 지른다는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생각되네요.

마지막 승부 역시 아쉽습니다. 아무리 카드의 뒷면을 보지 않았다고 해도, 에소라가 최후의 승부 순간까지 뒷면의 색깔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탓입니다. 만약 그녀가 마지막 순간에 뒷면을 보고 자신이 들고 있는 카드가 원래의 카드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챘다면, 이야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여기에 모든걸 걸기에는 너무 확률이 낮지 않나 싶어요.

무려 1억이라는 판돈을 쿨하게 포기하는 결말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마토의 성격이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본인은 몸을 팔 생각까지 했는데 그걸 이대로 퉁친다는건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0/10/23

크림슨의 미궁 - 기시 유스케 / 김미영 : 별점 3점

크림슨의 미궁 - 6점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창해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대기업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회사가 도산해 실업자가 된 뒤 전락한 후지키는 아르바이트에 응모했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가 정신이 든 곳은 '화성' 이라는 설정의,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벙글벙글' 국립공원이었다. 후지키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데....

"검은집", "유리망치" 단 두 편만 읽었지만, 두 작품 모두 인상적이었던 기시 유스케의 장편입니다. 타자로 비유하자면 타율과 장타력을 겸비한 작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재미입니다. 후지키가 알 수 없는 게임에 휘말린 뒤 4가지 '선택지' 중 '정보'를 선택하고, 이후 게임의 단계별로 벌어지는 전개가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후지키가 자신의 정보와 아이템을 활용해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는 두뇌게임의 묘미도 느낄 수 있으며, '식시귀'라 불리는 식인종과의 마지막 추격전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 정도로 긴장감이 넘칩니다. 재미만 놓고 본다면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래된 '게임북'이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정보'라는 선택지를 통해 얻은 단서들이 복선처럼 기능하는 부분도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가장 큰 단점이 작품의 핵심이기도 한 '게임'이고요.

이 작품처럼 '모종의 알 수 없는 단체나 집단에 의해 원치 않는 게임에 참가한 이들이 벌이는 생존 경쟁과 학살극'이라는 설정은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사용된 익숙한 구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라 칭하는데, 이러한 설정의 작품들이 차별성을 가지려면 '게임' 자체가 얼마나 설득력 있고, 정교하며, 흥미로운지가 핵심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게임'은 초반의 4가지 선택지와 '정보'의 중요성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구조가 허술합니다. 예를 들어, 초반 선택지에서 '호신용'이라는 선택지의 중요성이 간과된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키가 2m에 달하는 세노오가 게임을 제압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플레이어 선택 과정에서 세노오 같은 특출난 인물이 포함되었다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의 목적이나 단계별 과정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참가자들이 아이템을 공정하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최소한 '식량'이라도 공유되었다면 이야기가 전개되지도 않았을 테니, 이러한 요소들은 작위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다'는 아야의 주장도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지만, 최소한의 논리적인 설명이 더 필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 마스터'와 '촬영자'라는 설정이 흥미로운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작중에서 거의 하는 일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게임 수행 과정에서 게임 마스터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은 왜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상술한 요소 중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게임은 실패했을 겁니다. 때문에 후지키의 추측대로, 이 게임이 모종의 단체가 스토리가 있는 살육극을 스너프 필름으로 제작하고 판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훨씬 더 정교한 구성이 필요했습니다. 수십억의 돈이 들어간 거대한 프로젝트니까요. 이러한 점에서 게임 설정의 설득력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게임을 기획하고 실행한 주체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점이나 설명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점은 오히려 단점으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사실, 이러한 유형의 작품 대부분이 비슷한 방식을 취하긴 하지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만약 '게임' 설정이 좀 더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짜여 있었다면,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 내에서도 단연 빛나는 작품이 되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2021/10/16

오징어 게임 (2021) - 황동혁 :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 다 보셨겠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대 흥행작. 얼마전 감상했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설정은 서브 컬쳐, 장르 문학 애호가들에게는 친숙합니다. 여러 사람이 갇힌 공간에서 거액이 걸린 게임을 펼친다는건 제가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라고 이름 붙인 장르물에 흔하게 있으니까요. 대표적인건 "도박묵시록 카이지", "라이어 게임", "살해하는 운명 카드" 등이 있습니다. 김전일도 "게임관 살인사건"이라는 희대의 망작으로 이 장르에 뛰어들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한때 크게 유행했었지요. 내용, 설정도 게임에서 패할 경우 죽느냐, 거액의 빚을 떠 앉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 대체로 비슷했고요.

그러나 이 작품은 456명의 참가자라는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이해하기 쉬운, 친숙한 게임을 게임에 사용했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마작"을 가지고 목숨을 건 배틀을 벌인다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움직이면 죽는다는건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달고나에서 모양 뜯어내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게임이 초반 탈락자들을 다수 발생시키는데 유리했을 거라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그리고 보통 이런 장르물은 게임을 벌이는 주최측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는데, 이 작품은 경찰이 잠입해서 나름 배경과 진상에 대해, 그리고 게임을 이끄는 프론트맨의 정체를 밝혀내는 등의 활약을 펼치고, 진짜 마지막에서 흑막의 일단락을 드러내 주는데 나름 괜찮았습니다. 

또 캐릭터별 서사와 게임이 시작된 후, 한 번 사회로 돌아가는 설정이 좋았습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 모두 지옥에서 살고 있으며,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걸 보여주어서 게임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주거든요. 동네 친구였던 상우가 최종 보스급 악역으로 진화하는 과정도 잘 그려졌으며 장덕수, 한미녀 같은 조역들도 설정은 뻔했지만 좋은 연기력 덕분에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반면 두뇌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는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대부분 운과 체력에 의존하는 게임이었던 탓입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첫 게임으로 패닉을 일으켜 많은 사람을 탈락시키기 위한 의도였겠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게임 중 달고나 뽑기와 유리 다리 건너기는 명백히 운이 중요했고, 줄다리기는 당연히 체력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나마 두뇌가 개입할 여지가 있던건 구슬 따먹기가 전부였습니다. 상우가 알리를 등쳐먹는 걸로 잘 보여주고 있지요. 여기서는 기훈과 일남의 서사가 더 중요해서 묻혀버리고 말았지만... 

그래서 마지막 기훈과 상우가 오징어 게임으로 펼치는 결승전에서 기훈이 동네에서 제일 유명했던 천재 상우에게 두뇌로 한 방 먹이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처절한 아재들의 몸싸움이 전부라 실망스러웠습니다. 상우의 자살도 허무했고요. 

누군가를 이겨서 죽게 만들어야 살아남는 게임이라는 기본 원칙 그대로 전개와 결말을 가져갈 필요가 있었을지도 의문입니다 . 주최측 의도를 나름대로 농락하는 전개였다면 두뇌 싸움 느낌도 나고 좋았을텐데요. 예를 들어 '유리 다리 건너기'는 옷으로 끈을 만드는 식으로 협력이 충분히 가능했지요. "도박묵시록 카이지" 에서 카이지는 게임의 헛점을 잘 이용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게끔 도와주었는데, 이런 점에서는 카이지의 초반부 몇 에피소드들이 더 나아 보였습니다. 하긴, 카이지 초반부 몇 에피소드는 이쪽 장르에서는 길이 남을 희대의 걸작이라 단순 비교는 좀 어렵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에필로그도 너무 길었으며, 후속 시즌을 노리는 느낌이 강해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주최측이 원하지 않는 한, 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할 방법은 애초에 없잖아요?

이렇게 아쉬움이 없는건 아니지만, 재미 측면에서는 두말할 나위 없었습니다. 이런 류의 장르물로 볼 때 우수한 편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만한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의 대박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나라 장르물이 더 활발히 제작되고 확산되면 좋겠네요.

2014/06/16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3 - 게임관 살인사건 : 별점 1점

소년탐정 김전일 2부 13 - 4점
아마기 세이마루 지음, 사토 후미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유원지에 놀러간 김전일과 미유키는 일행과 떨어져 지나가던 버스를 잡아탔다. 그러나 버스는 통째로 납치당했고, 승객들은 기이한 생존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이상하게 만화만 읽게 되네요. 여러모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튼 간만에 읽은 김전일 시리즈입니다. 발표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제 기준으로는 가장 최신작이죠.

특징이라면 특정한 일련의 사람들을 특정 장소에 모아놓고 펼치는 일종의 '게임'을 다루는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를 김전일 시리즈에 결합시켰다는 점입니다. 한창 유행했던 장르로 "큐브", "극한추리 콜로세움", "인사이트 밀", "크림슨의 미궁", "페르마의 밀실", "24시간 7일", "쏘우 1", "다우트", "누가 울새를 죽였나", "라이어 게임", "살해하는 운명카드", "다크 존" 등 관련 콘텐츠도 엄청나게 많은데, 김전일 시리즈답게 게임보다는 추리물적인 접근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은 실패였습니다. 범인이 너무나도 쉽게 드러나는 탓입니다. 마지막 증언에서 버스가 어두워 일행을 못 찾았다는 것이 결정적이었어요. 일행인 딸이나 바텐더가 버스를 한 번도 훑어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될까요? 승객이 열 명도 안 되는데!

또 게임을 벌이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 위한 동기인 100억의 유산도 그다지 와닿지 않습니다. 거액이기는 하지만 외딴 곳에 이 정도의 시설을 갖춰 놓고 살인 게임쇼를 벌일 정도의 재력과 노력이라면 딸에게 전해주기에 충분했을텐데, 뭐 하러 사람까지 죽이는지 모르겠거든요. 이보다는 사람을 고용해서 그냥 한 명씩 교통사고 같은 걸로 죽이는 게 훨씬 쉽고 싸게 먹혔을 겁니다.

그리고 게임을 벌이는 이유가 밝혀지다 보니, 내용도 어처구니 없어져 버립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 중 2명을 원하는 순서로 살해하기 위해서라면, 별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게임쇼를 벌이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요새같이 검시가 발달한 상황에서 목격자 증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테니까요. 무엇보다도 바텐더와 딸까지 끌어들인 이유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참여한 피해자들의 관계만 조사해도 동기가 손쉽게 들통날테니까요. 아니,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무기 마담 주변 인물의 조사만으로도 드러날 동기였기에 애초부터 게임쇼 자체가 불필요했던 행위였습니다.

그렇다면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 재미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첫 번째만 게임이고, 두 번째의 고리 풀기, 세 번째의 컵라면과 마지막의 에티켓은 게임이라 부를 수도 없으니까요. 또 에티켓에서의 와인 라벨은 와인에 취미가 없어도 알 수 있는 정보인데 너무 1차원적으로 접근한 듯 합니다. 첫 번째를 제외한 모든 게임에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고요.

물론 아주 건질 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트릭과 잘 결합된 첫 번째의 네 자리 숫자 맞추기 게임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두 번째 컵라면 이야기에서 컵라면 밑바닥에 열쇠가 없는 상황을 추리에 접목시킨 것도 나쁘지는 않았고요. 첫 번째 게임의 경우 재미있는 추리일 뿐 '증명할 수 없다'는 큰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이 정도 장점으로는 턱도 없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와 재미는 기대 이하였고, 추리적으로도 별로이며 마지막 결말까지 용서하기 힘들 정도로 억지스러워서 도저히 점수를 줄 수가 없군요. 별점은 1점입니다.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물의 재미가 어디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김전일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다시금 확신시켜준 망작입니다. 돈 주고 사지 않은 게 다행일 뿐입니다.

2006/04/10

게임왕국 - 타키타 세이이치로 / 김상호 : 별점 3점

게임왕국 - 6점
다키타 세이치로 지음, 김상호 옮김/게임문화

일본 게임 산업계를 인물중심으로 다룬 논픽션.

원래는 연재물로 시작된 기획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 일단 컴퓨터 게임이라는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서 부터 책이 나올 당시의 마지막 이슈였던 X Box와 PS2, 게임 큐브의 3강전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연대순과 각종 대형 사건별로 책이 흘러가서 게임 산업계의 역사서 (물론 일본 위주이지만)로서의 가치도 제법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논픽션이기는 하지만 읽는 재미도 있고 제 자신이 게임쪽에 관심이 좀 있기 때문에 나름 유익한 독서였다 생각합니다.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큰 줄기를 잡는다면, 초기 PC보급에서 기초적인 게임이 개발되던 시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업소용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팩맨", "제비우스"의 탄생, 닌텐도의 패미콤과 동키콩, 마리오 브라더스의 탄생, 인기 게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드라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 그리고 닌텐도의 독재가 붕괴하게되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의 등장까지를 해당 프로젝트의 중심 인물 인터뷰를 토대로 하여 여러가지 비화와 에피소드까지 함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게임시장은 열정 하나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몇 안되는 대박 시장이었다는게 눈에 띕니다. 최근 게임 개발에는 수십억 정도는 기본으로 들지만, 게임 시장의 초기 히트작은 원맨 프로젝트가 가능했기에 그만큼 독특하고 재미난 아이디어가 많은, 참신한 게임이 많이 나올 수 있었고 또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성공할 수 있었으니까요.
돈은 많이 들어가지만 요새 게임들은 다 비슷비슷하고 색다른 느낌은 그다지 없는, 다만 인기 시리즈의 속편만 계속 우려 먹는다던가, 그래픽의 퀄리티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만 집중한 뻔한 게임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에 이러한 게임시장 초기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원맨 프로젝트 시장의 마지막 대박 산출물은 "테트리스" 정도로 보이네요. 그 이후는 뭐...

어쨌건 신선한 느낌과 완성도를 결합하는 것은 언제 어떤 상황의 어떠한 프로젝트라도 영원히 가져가야 할 숙제이며 그런 숙제를 받쳐줄 수 있는 것에는 "열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돈"이 더 많이 필요할 수는 있습니다만...) 게임 산업계쪽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정도 읽어보셔도 좋으리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만화 "게임 크리에이터 열전"과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물론 만화쪽은 그다지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2021/05/21

n분의 1의 함정 - 하임 샤피라 / 이재경 : 별점 4점

n분의 1의 함정 - 8점
하임 샤피라 지음, 이재경 옮김/반니

여러가지 상황과 게임을 예로 들어 게임 이론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주는 교양서입니다. 

게임 이론은 참가한 선수들간에서 누군가의 결정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어떤 결정을 할지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선수들의 목표는 본인의 이득 최대화이고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여서 책 소개만 보고 흥미가 동했었는데, 읽다보니 의외로 수학 이론 책 치고는 재미까지 있어서 놀랐습니다.

재미있는 이유는 게임 이론에 대해 여러가지 실제 게임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죄수의 딜레마'를 비롯하여 '공갈협박범 딜레마' '최후통첩 게임', '남의 떡 역설' 등 제목만 보아도 어떤 게임인지, 어떤 전략을 쓰는지 두근두근하게 만들거든요. 

'최후통첩 게임'은 두 사람이 정해진 돈을 나누는 게임입니다. A가 B에게 얼마를 주겠다고 제안한 뒤, B가 수락하면 각자 제안대로 돈을 나눠 갖고, B가 거부하면 둘 다 한 푼도 못 받는 룰입니다. 재미있는건, 남자는 상대 여자가 미인이라고 해서 딱히 더 후하지 않았지만 여자는 매력적인 남자에게 훨씬 후한 제안을 했다는 실험 결과였습니다. 저자는 여자들은 1회성 게임을 시리즈 게임으로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현실세계에서는 여성이 이런 성향 때문에 남성보다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우위를 점한다고 하네요. 자신의 행동과 대처가 상대에게 장기적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 성향은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매우 중요하고 각장 환영받는 자질이기 때문이랍니다. 한 번 만남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기일회 정신은 이미 낡아버려 시대에 맞지 않는 걸까요? 또 이른바 '뒷끝을 남기지 않는' 남자들 성향이 오히려 장기적 전략에는 해가 되는게 아닌가 생각도 해 봅니다.

'추측 게임'을 통해 예상과 다른, 황당한 결과가 초래되는다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여러 명의 사람들에게 0부터 100까지 숫자를 고르라고 한 뒤, 이 숫자의 평균을 내고 0.6을 곱한 결과에 가장 근접한 숫자를 고른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여기서 수학적으로, 전략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은 '0' 입니다! 사람들이 무작위로 숫자를 고른다고 한다면, 평균은 50이니 50에 0.6을 곱한 30이 정답이지요. 하지만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해서 30을 고른다면? 18을 선택해야 합니다.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렇게 계속 진행되어 정답이 0이 되는 거지요. 하지만 결과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게임 참가자들이 모두 현명하고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현명하고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감정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감정이야말로 예측하기 힘들다는 뜻이지요.

'내시 균형'에 대한 상세하고 다양한 설명도 흥미로왓씁니다. 내시 균형은 상대의 전략에 대응하는 나의 최적 전략과, 나의 전략에 대응하는 상대의 최적 전략이 일치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몇 명의 간수가 대량의 포로를 이송하는게 가능한 이유도 바로 내시 균형 덕분이라네요. 포로들이 단체로 탈추하거나 폭동을 일으켜 공격하면,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만 시도한 누군가는 죽거나 다치게 되겠지요. 즉, 내 입장에서 내시 균형은 탈주나 폭동이 일어날 경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죄수의 딜레마'야 말로 내시 균형의 가장 좋은 예입니다. 상황 종료 후 자신의 선택과 결과를 후회하지 않으려면 배신을 선택하는게 최적의 전략이기 때문이에요. 상대가 침묵하거나 배신하거나, 배신한 쪽만 후회할 일이 없으니 당연합니다.

'내시 균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목표'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는 내용은 굉장히 와 닿았습니다. 사랑의 작대기와 같은 룰의 '쌍쌍 파티'를 통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지요. "나는 누가 봐도 최고인 A와 파트너가 되어야겠다!"라는게 목표면 무조건 A에게 표를 주어야 합니다. 대안은 없으니까요. 반대로 "나는 최악인 Z만 피하면 된다!"라는게 목표면 Z 바로 위의 Y에게 표를 주는게 최적의 전략이고요. 각자 무엇을 먹던, n분의 1로 식대를 지불하는 상황도 마찬가지에요. 목표가 "나는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인지, "나는 A를 꼭 먹겠다!"인지, 아니면 "나는 무조건 돈을 적게 내겠다!"인지에 따라 주문하는 메뉴가 달라지게 되겠죠.

하지만 내시 균형 전략이 적용될 수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자원자 딜레마'가 그러합니다. 이는 n명의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있을 때, 최소 한 명이 자원자로 나서면 전원이 두둑한 상금을 받지만 자원자는 상금에서 위험 비용을 제한 금액을 받는 상황 속 딜레마를 뜻합니다. 이 게임에서 내시 균형 전략에 따라 자원하지 않는다면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한 혼합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네요. 또 내시 균형 전략에 따른 해법이 오히려 최적의 해법과 상극인 상황도 존재합니다. '여행자의 딜레마'라고 부르는데, 두 명에게 5달러에서 100달러까지 원하는 대로 돈을 써 내라고 하고, 둘이 같은 금액을 쓰면 같은 금액을 주지만 금액이 다를 경우는 낮은 금액을 쓴 사람에게 5달러를 더 주고 높은 금액을 쓴 사람에게서 5달러를 공제한다는 딜레마입니다. 여기서 내시 균형에 따른 최적 전략은 5달러를 쓰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부를 극대화하는게 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면 99달러를 써야합니다. 99+5달러가 최선이니까요. 하지만 상대도 바보가 아니라서 98달러를 쓰고... 이런 생각이 반복되어 결국 둘 다 5달러를 써 내는 선택만이 후회가 남지 않게 됩니다. 뭔가 익숙한 상황이 많이 떠오르네요.

죄수의 딜레마를 연장한 게임에서 필승 전략인 '팃포탯' 전략도 기억해 둘 만 합니다. 이 전략은 출발은 신사적으로, 두번째 게임부터 상대가 직전에 했던 행동을 따라하는 것입니다. 즉 내가 상대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 줄까가 아니라, 상대가 내게 먼저 어떻게 했는지를 생각해서 행동하라는건데, 실제 상황에서도 많이 통용될 수 있는 전략이라 생각됩니다.

이외에도 사슴 사냥 게임처럼 신뢰와 협력이라는, 그야말로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게임 이야기라던가 통계 관련 이야기, 도박장에의 전략 등 눈여겨 볼 만 한 재미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도박은 한 번에 과감하게 가는게 좋다네요. 내가 불리한 게임은 게임 횟수를 최대한 죽이는게 맞는 전략이라면서요. 나름대로 그럴듯합니다. 영국 정치가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가 했다는 말대로인 거지요. “절벽 사이를 두 번에 나누어 뛰는 것만큼 위험한 짓도 없다 단지 수학 이론서나 교양서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필요한 전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도 좋은 독서였고요. 목차가 잘 정리되지 못한 느낌이 드는건 아쉽지만, 그 외에 별로 흠잡을 부분은 없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마지막 장에 요약되어 있는, 주옥과 같은 게임이론 가이드라인 중 몇가지를 공유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 협상에 임할 때 유념해야 할 세 가지
첫째, 아무런 합의 없이 회담이 결렬될 가능성을 참작해야 한다.
둘째, 게임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셋째, 자신의 노선과 마지노선에 깊은 믿음을 가지고 그것을 고수해야 한다.

- 게임의 수학적 해법을 너무 믿지 말 것. 수학적 해법은 질투심, 모욕감 같은 중요한 감정들과 그것들이 만드는 변수를 간과하기 일쑤임.

- 어떤 결정이 됐든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만약 모두가 나처럼 생각한다면 일이 어떻게 될지 한 번쯤 자문해볼 것. 동시에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사실 또한 기억할 것.

- 목표가 단순히 이기는 것이라면, 괜히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고 상황을 복잡하게 풀면서 곁길로 빠지지 말 것.

- 게임에서 내가 ‘불리한’ 입장에 있을 때는 되도록 게임의 횟수를 줄여야 함. 약자에게는 한판승이 가장 승산이 높다. 위험을 회피하려 애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2023/06/18

패미컴 컴플리트 가이드 - 야마자키 이사오 / 문기업 : 별점 3점

패미컴 컴플리트 가이드 - 6점
야마자키 이사오 지음, 문기업 옮김/라의눈

제목 그대로, 80~90년대 패미컴 게임 전체 소개 및 관련 정보까지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는 책. 저도 80년대 패미컴 유저라서 옛 추억 소환 차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초패미컴>>, <<초초패미컴>>과 비슷한 책인데, 가장 큰 차이점은 도판이 컬러라는 점입니다. 이 점 때문에라도 따로 구매할 가치가 있는 셈이지요.

담고 있는 정보가 많고 충실해서 패미컴 애호가라면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저같은 옛 유저라면 옛날 게임들을 하나씩 떠올리는 것만 해도 시간이 금방 갈 정도입니다. 패미컴의 탄생, 패미컴의 변종들, 다카하시 명인, 패미컴을 다루는 TV 프로그램, 잡지, 광고 등 다양하게 수록되어 소개되는 각종 정보들도 굉장히 재미있었고요.

제가 재미있게 했던 게임을 하나 꼽자면, 역시나 <<사라만다>>. 작은 사진으로라도 다시 보니 반가왔습니다. 추억 돋네요.


그리고 책을 보다가 몇가지 새롭게 느낀게 있는데, 첫 번째는 미디어 믹스 게임이 많았다는 겁니다. 특히 인기 만화를 소재로 한 게임이 많더라고요. 쿠소게로 유명했던 <<터치>>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바츠 & 테리>>와 같이 그렇게 대단한 히트를 치지 못했던 만화까지 게임화를 한 건 놀랐습니다. 심지어 게임 요소가 거의 없어 보이는 <<맛의 달인>>까지 게임화를 시도했던데 어떤 게임일지 궁금하네요. 유우코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사무와 한 판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었다면 꽤 흥미로왔을것 같습니다. (아래의 짤막한 소개만 보면, 또 출시일을 보면 그럴리는 없겠지만...)


두 번째는 인기 연예인들을 소재로 한 게임들도 제법 된다는 겁니다. 미디어믹스와 비슷하게, 유명세를 이용하여 팔아먹기 좋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주인공들은 당대 인기 아이돌들보다는, 예능인이나 다소 매니아 취향(?) 연예인이 많더군요. 인기 가수로는 아래와 같이 제가 좋아했던 TV Network 정도만 눈에 뜨일 뿐이었어요.

인기 연예인은 아니지만, 고르바초프가 주인공인 게임까지 있는데 히카루 겐지나 체커스와 같은 당대 아이돌 게임은 왜 없었던걸까요? 소속사에서 허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5,000엔에서 시작해서 거의 만엔 가까이 가는 게임들도 있는데, 굉장히 비싸다고 생각되었거든요. 그런데 조사해보니 80년대 후반 ~ 90년대 초반 일본은 버블 시기였기에 평균 급여가 425만엔으로 높았더군요. 월급으로 따지면 35만 5천엔이지요. 그렇다면 월급의 1.5%정도 되는 돈입니다. 월급이 300백만원이라고 치면, 게임 하나가 4만원 정도니 한달에 한, 두개는 살만했겠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싼 가격은 아니에요. 당연히 한 번 구입하면 마르고 닳도록 할 수 밖에 없었겠죠. 게임을 처음 고를 때에도 꽤 신중했을테고요. 무언가를 저렴하고 쉽게 소비하고, 싫증이 나면 곧바로 없앨 수 있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인데, 오히려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깊이 고민해서 구입하는 방식이 개인의 취향이 생기는데에는 더 좋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추억을 되짚을 수 있었고, 볼거리도 많은 책이지만 수록 도판의 크기가 너무 작다는 문제는 큽니다. 육안으로는 상세 화면을 거의 확인할 수 없을 정도에요. 중반 이후부터는 스마트폰의 '확대경' 앱을 설치해서 읽었습니다.
<<초패미컴>> 등과 다르게 게임에 대해 명백한 사실, 좋은 의도만 전달하고 있는데, 해당 게임의 가치에 대해서도 조금 더 상세하게 소개해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쿠소게, 망작으로 밝혀졌다면 명확하게 안내해 주는 식으로요. 

그래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다음 버젼이 만들어진다면, 실제 게임 동작 화면과 사운드도 감상할 수 있는, 조금 더 나아가 실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는 복합적인 컨텐츠로 제작되는게 훨씬 좋을 것 같네요. 판권이나 저작권 등 여러가지 이슈가 해결되어야 하겠지만요.

2017/04/29

초초패미컴 - 타네 키요시 외 / 문성호 : 별점 2.5점

초초패미컴 - 6점
타네 키요시 외 지음, 문성호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이전 읽었던 "초 패미컴"의 후속작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패미컴'으로 발매되었던 여러가지 게임들 중, 특기 할 만한 것들을 소개하는 것이 중심입니다.

많은 게임이 소개되는데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던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당대 유행과 트렌드를 알려주는 작품들입니다. 혼다의 인기 소형차 '시티'가 주인공인 "시티 커넥션", 그리고 "북두의 권"과 "매드맥스"에서 영향을 받은 세기말 황야를 무대로 한 레이싱 게임 "마하 라이더" 등이 대표적입니다.
다양한 당시 컨텐츠를 원작으로 한 게임들도 같은 류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또 물건이 많네요. "스타워즈" 게임에 등장하는 '전갈 베이더', '갸오스 베이더', '크라도스 베이더', '완파 베이더' 등의 악당은 그야말로 대폭소에요. "맛의 달인" 게임의 후짐과 억지스러움도 아주 인상적이고요.
유명인들과 관련된 작품들도 눈에 띕니다. "명탐정 산마"와 같이 당시 유명인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활약도 돋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공각기동대" 3인방인 오시이 마모루, 이토 가즈노리, 카와이 켄지가 손잡고 만든 RPG "산사라 나가"는 어떤 게임이었을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관심거리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 내세워 새로운 흐름을 만든 작품들이었습니다. 비키니 여성 전사가 주인공인 "몽환전설 바리스", "아테나"라던가 전투 미소녀 안드로이드 밀리아가 등장하는 "가딕 외전", 소노다 겐이치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던 "갈포스" 등이 대표적인데, 전부 아는 작품들로 옛 추억이 소록소록 떠올라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네요.

조금 자세하게 들여다보자면, "바리스"의 유코는 이 바닥에서 전설같은 존재로 어린 시절 상당히 호감을 가졌던 누님입니다. 그런데 여기 소개되는 패미콤 버젼은 흑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엉망으로 이식되었다고 합니다. '쿠소게'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죠. 

SNK의 아테나는 "아테나"라는 게임으로 첫 등장한 듯 한데 접해보지는 못햇습니다. 하지만 "킹오파" 시리즈로는 잘 알고 있죠. SNK 간판걸로 아직 쌩쌩한 현역이기도 하고요. 패미콤 버젼은 아케이드판을 이식한 것인데 '비키니'가 방어구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방어력 '0'의 물건이라는 합리적(?) 설정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방어력이 중요한 디자인은 아니겠지만요.

"갈포스". 소노다 겐이치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죠. 당시 우리나라 잡지 소개 자료에서 보았던 게임도 무척이나 하고 싶었었는데 결국 손대지 못하고 애니메이션만 봤던 기억이 납니다. 

"가딕 외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컴파일의 슈팅 게임인데, 비행형으로 변신 가능한 미소녀 휴머노이드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특이하네요. 본편보다 외전이 유명해진 이유는 주인공 밀리아의 존재가 컸던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가딕"은 밀리아는 단지 설정 문장에만 존재했는데 "가딕 외전"에서는 도트 그래픽으로 게임 본편에 화려하게 등장한다고 하니까요. 참고로 아래의 밀리아 일러스트는 가토 나오유키 (스튜지오 누에)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렇게 재미난 정보가 많이 있지만 아쉽게도 게임을 잘 모르면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든데, 전작에 비하면 유명한 게임이 별로 없다는 단점도 큽니다. 그나마 아는 게임도 흔해빠진 아케이드 이식작인 "팩맨"이나 "봄버맨", "마계촌", "이카리" 정도거든요. 때문에 재미는 전작보다 못합니다. 

도판도 전작처럼 부실합니다. 제가 앞서 소개해드린 것 같은 특징적인 주인공이나 메카닉 도판 정도는 충분히 소개해줄 만 한데, 글로만 떼우는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작권 문제가 있었을까요?
아울러 뒷부분에 수록된 "패미컴 헌터, 난부선을 가다!"와 같은 리포트는 오시키리 렌스케가 동참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용과 큰 상관이 없는 단순 추억담에 불과해서 분량 낭비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게임의 역사, 혹은 패미컴 게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거나, 굉장한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즐기기가 어려운 서브컬쳐 분석 자료입니다. 여러모로 추천드리기는 좀 애매하네요. 가격도 비싼 편이고요. 컬러 등으로 도판을 보강하고 보다 멀티미디어 측면을 강화한 e-book 버젼이라면 모를까, 구태여 구입하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2012/01/31

살해하는 운명카드 - 윤현승 : 별점 3.5점

살해하는 운명카드 - 8점 윤현승 지음/새파란상상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30대 초반에 이미 십억 가까운 빚을 지고 주유소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루저 종민의 앞에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그는 모종의 게임을 제안하며, 게임의 승자가 되면 거액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했다. 

게임에 참가한 종민과 알 수 없는 다른 4명의 참가자들은 각각 잭 - 킹 - 조커 - 에이스 - 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한 장씩의 '운명카드'를 받아들었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운명카드에 적힌 운명을 거스르면 되는데, 잭 종민에게 주어진 운명은 "누군가를 살해할 운명!"

이 작품은 불특정한 사람들을 특정 장소에 모아놓고 벌어지는 일종의 "게임"을 다룬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의 작품입니다. 제가 접해본 이런 류의 작품만 해도 한 손으로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을 정도로 흔한 설정이기도 하죠. 이 장르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큐브"에서부터 시작해 "극한추리 콜로세움", "인사이트 밀", "크림슨의 미궁", "페르마의 밀실", "24시간 7일", "쏘우 1", "다우트", "누가 울새를 죽였나", "라이어 게임" 등 수많은 작품이 존재합니다.

저는 이 장르물에서 핵심 요소는 얼마나 게임이 합리적이고 재미있게 구성되었는지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현실적인 설득력을 갖추기 어려운 설정이니, 게임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너무 어려우면 안 된다는 조건도 충족해야 합니다. 독자도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난해한 수학 공식같은게 난무하면 일반인 입장에서는 재미를 느낄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합니다. 게임 자체는 간단하지만, 규칙이 공정하게 짜여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또한, 게임의 규칙을 설명할 때 중요해 보였던 것들 - 언제든 나갈 수 있음 / 상대방에 대해 묻지 말 것 / 운명 카드를 보여주거나 강제로 보지 말 것 -보다, 오히려 별로 중요하지 않게 보였던 - 식사 시간을 반드시 지킬 것 / 반드시 포커 게임에 참가할 것 / 돈을 어떻게 받아갈지 정할 것 -이 더 중요한 규칙이었다는 의외성도 돋보였고요.

게임의 규칙과 중간중간 탈락하거나 살해당하는 사람들이 정교하게 엮이는 전개도 훌륭하며, 서스펜스와 스릴도 굉장합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다 읽는 데 2시간도 걸리지 않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곳곳에 헛점도 많습니다. 에이스의 무리한, 합리성을 잃은 배팅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 킹은 본인이 조심만 했어도 "살해당한다"는 운명을 거스르기 가장 쉬운 존재였다는 점 등이 그렇죠.

무엇보다도 퀸이 다른 사람들을 살해해서 돈을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정말 말이 안 됩니다. 20억이면 충분했을 텐데 100억이라니? 거기에 에이스가 종민의 운명카드를 우연히 보게 된 뒤 퀸이 그 정보를 입수했다는 전제가 너무 크게 작용하고 있을 뿐더러(숟가락을 이용한 공작이 대표적입니다), 누군가 한 명이 죽으면 다른 참가자들이 경계하는 것이 당연한데, 하루 만에 모든 일이 이루어져야만 의미가 있었다는 점 등은 여러모로 어설펐습니다. 조커를 구태여 자살로 위장하려 했던 것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고요. 마지막 종민의 상황 역시 충분히 정당방위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를 위해 억지로 몰아간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게임의 구성이 나름 신경 써서 짜였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에서는 그러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 종민은 다른 사람들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릴 적 저지른 작은 실수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루저로 묘사되는데, 아무리 봐도 주인공감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에서 갑자기 의외의 행동력을 발휘하는 전개가 전혀 와닿지 않았습니다. 또한, 게임 참가자들이 과거에 뭔가 인연이 있었다는 듯한 분위기도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접해왔던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물 중에서도 재미 하나만 놓고 본다면 손에 꼽을 만한 작품입니다. 미스터리, 추리 요소가 적다는 단점은 있지만, 에이스의 광기 어린 행동과 종민의 심리 묘사 등이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로서의 가치는 상당히 높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3.5점입니다. 현실적이지 못한 설정과 앞서 언급한 단점들 때문에 최고점을 주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건투를 빕니다.

덧: 좋은 추리소설 소개로 자주 방문하는 카구라님 블로그에서 리뷰를 보고 읽게 된 책인데, 카구라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소개가 없었다면 읽어보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앞으로도 좋은 리뷰 많이 부탁드립니다!

2014/09/29

초패미컴 - 타네 키요시 외 / 문성호, 김영준 : 별점 2.5점

초패미컴 - 6점
타네 키요시 외 지음, 문성호.김영준 옮김/에이케이(AK)

패미콤 시대 유명 게임들을 2~4페이지 정도로 요약하여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희한한 기획의 게임도 많이 소개되는데, 확실히 시대를 지배했던 게임기구나 싶더군요. 예를 들자면 요시다 센샤의 원작을 게임화한 "전염됩니다. 수달, 하와이에 가다" 같은 것이죠. 아무리 원작이 제법 팔렸다더라도 이건 참... 게임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알 수가 없네요. 또 쿠소게라던가 황당한 내용의 소개도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대표적인건 당대의 인기작 "터치"의 게임 버전입니다. 타츠야와 카츠야가 미나미를 지키면서 야구와 권투를 베이스로 악당들을 물리치며 진행하는 액션게임이라니!

또 "유명하다"거나 "명작"뿐 아니라, 쿠소게라도 뭔가 의미를 찾을 수 있는걸 패미컴 헌터를 자청하는 게임 전문가 3인이 진지하게 고민하여 리뷰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덕분에 별로 웃기지는 않지만, 쿠소게의 웃기는 리뷰라면 지금이야 AVGN을 따라갈 수 없었을 테니 괜찮은 접근법으로 보입니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아서 반가왔는데, 컴파일의 "고르비의 파이프라인 대작전"은 저작권을 개무시하고 과감하게 출시한 게임이다, "다카하시 명인의 모험도" 주인공은 "다카하시 명인"이다 등이 그러합니다. 아울러 '패미컴 탄생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부제에 걸맞게 서두에서 다카하시 - 모리 명인의 배틀을 다룬 패미컴 무비 Game King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곁가지 지식도 풍부합니다. 이런 "잡지식"은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것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참고로 이 부분은 인터넷 서점 미리보기로 대충 즐기실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 고교 시절 제법 패미컴을 즐겼다 자부하는 저조차도 여기 소개된 게임 중 직접 즐겨보았던 게임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확실히 국내에서 먹히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워 보이네요. 진짜 하드코어한 게이머가 아니면 알만한 게임이 많지 않은 탓입니다. "갤럭시안", "제비우스", "보글보글"과 같이 오락실(?)에서 즐겼던 게임들, 그리고 다른 콘솔이나 PC에서 즐겼던 "로드 런너", "카라데카" 등을 제외하면 제가 순수하게 패미컴으로 즐겼던 게임으로 소개된 작품은 "그라디우스", "레인보우 아일랜드" 정도밖에는 없거든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즐겼었던 "사라만다"라던가 "하드볼"이 수록되어 있지 않은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또 앞서 이야기했듯, 너무 진지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빵 터지는 맛이 부족하다는 점도 대중적으로 먹히기에는 문제점입니다.
아울러 거의 15,000원에 육박하는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컬러 페이지가 거의 없다는 것도 실망스러웠어요. 대표적인 게임 정도는 컬러 도판으로 소개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게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콘솔로 저사양 기기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게임산업 초기의 빛나는 기획물들도 가득한 만큼 게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6/11/11

G Star 2006 참관기

회사 업무 관련해서 어제 G Star에 가 보았습니다.

여러 레이싱걸들이 총 출동한 듯한 현장은 일단 볼만했습니다. 사진은 워낙 전문적으로 찍으시는 분들이 많았으니 패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게임은 뒷전이고 사진 촬영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대체 무엇을 위한 쇼인지 잘 모를 정도로 모델들과 촬영하는 분들의 압박이 심했달까요? 모델들은 좋았었지만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강했습니다.

게임은 인상적이었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 몇개만 써 보겠습니다.
나름 대작이라는 엔씨의 아이온은 WOW의 표절같은 비쥬얼과 UI로 실망만 안겨주었습니다. 등에 날개달린 캐릭터 정도로 차별화를 주려고 했다면 대 실수죠. 제 생각에 엔씨가 미래를 걸만한 게임성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한빛의 "헬게이트-런던" 은 꽤 재미있어 보이더군요. 분위기있는 비쥬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임을 해 보진 않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이 그런대로 성공 가능성을 예감케 했습니다.
웹젠의 "헉슬리"는 FPS와 MMORPG를 합쳤다는데 나름 괜찮더군요. 완성된 버젼을 플레이 해 보고 싶어질 정도였거든요. 그러나 "일기당천"은 전혀 제 취향이 아닌듯 했습니다. (출품된 모든 삼국지 게임이 마찬가지였습니다)
JCE의 "에어로너츠"는 아케이드성이 강한 게임 플레이 화면이 신선해서 좋았습니다. 역시 게임을 해보진 않아서 게임성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넥슨은 정말 엄청난 크기의 부스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재미있게 즐기거나 지켜볼만한 게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쿵파"도 그냥 그랬고 "킥 오프" 역시 그다지 와 닿지 않더군요. 다른 게임 역시 다 비슷비슷한 게임들이어서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먹힐 것 같던 게임은 "SD 건담 캡슐 파이터"입니다. 캡슐 시스템도 좋았지만 게임도 빨리 빨리 진행되면서 상성이나 무기 등에 대한 표현이 재미있고 비쥬얼도 괜찮아서 충분히 본전은 하리라 예상되더군요. 그리고 굉장히 독특한, 야마카시를 소재로 한 "Free Jack" 이던가? 하여간 이 게임도 제법 괜찮아 보였고요.

한바퀴 돌고 나니 부스걸이 게임보다 더 튀는 이상한 모양새라 아쉬움이 많지만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WOW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은 대부분의 MMORPG는 안습일 뿐이었습니다. 대체 개발비를 어디다 쓰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거든요. 내년 행사에서는 보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게임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라겠습니다.

2010/03/04

증강현실 게임이라...


이거저거 자료를 찾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원문은 여기서 확인하세요.

소개된 게임 중 눈에 들어온 두가지 게임을 퍼옵니다. 첫번째 플레이스테이션 용 카드게임은 아날로그 게임을 디지털로 구현하여 그야말로 현실을 디지털로 끌어들인 모범사례라 생각되며 두번째 아이폰 게임은 단말 특성을 잘 살린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첫번째와 두번째를 믹스한 예전 "바코드 파이터"의 진화판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싶더군요. 첫번째 게임처럼 특정 코드에 따라 변하는 가상세계라는 컨셉 하에 아이폰 카메라로 바코드를 찍으면 게임내 내 무기의 능력치가 정해지고 이 능력치에 따라 두번째 게임처럼 아이폰을 이용한 상호 대전을 벌이는 것이죠.

두번째 게임과 동일하게 카메라를 이용한 FPS 방식 게임이라면 무기의 연사속도, 탄알 수, 조준경의 범위 등에 대해 바코드에 따라 능력치가 계속 바뀌는 것으로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물론 너무 강한 무기가 계속 유지된다면 게임이 발전이 없으니 강한 무기일 수록 내구수명이 짧다는 제한을 둔다던가, 같은 제품의 바코드라도 랜덤하게 무기 형상이 바뀐다던가 (착검형태 등) 오발해서 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던가 등의 디테일을 삽입해도 좋겠죠.

어쨌건 만드실 생각 있으신 분 계시면 연락주세요~ 기획자 여기 한사람 있습니다~^^

2014/03/04

다크 존 - 기시 유스케 / 한성례 : 별점 2점

다크 존 - 6점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씨엘북스

장려회 프로 장기기사 출신 쓰카다 히로시는 어느 날 어두컴컴한 폐허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곳은 "다크 존"이라는 공간이었다. 쓰카다는 다크존의 "홍왕"이 되어 17명의 병사를 이끌고 "청왕"과 7전 4선승제의 기묘한 시합을 벌이게 되는데...

다양한 장르물에서 필력을 과시해 왔던 기시 유스케의 장편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장르를 뭐라고 정의하면 좋을지 망설여지지만, "판타지 호러 게임 스릴러"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폐쇄된 공간을 무대로, 작자가 창조한 호러블한 게임이 벌어지는 내용이니까요. 

일본 장기를 바탕으로 한 게임이 작품의 핵심 요소로, 탄탄한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설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각 말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이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2. 상대방의 말을 잡으면 내가 불러내어 사용할 수 있다.
  3. 시간, 적을 죽인 포인트가 모이면 승격이 가능하다.

이러한 룰과 말들의 특징을 잘 활용한 7전 4선승제의 게임 묘사만큼은 발군으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이 화려하게 펼쳐져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게임 외의 부분은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주인공 쓰카다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전개 탓이 큽니다. 동거하던 이구치를 임신시킨 것, 함께 방문한 군함도에서 그녀를 내버려 둬 결국 과다 출혈로 사망하게 만든 것, 장려회에 남아있을 수 있는 기회를 건 마지막 승부에서 오쿠모토에게 진 것 모두 본인의 잘못입니다. 따라서 이구치 죽음의 책임을 물어 오쿠모토를 죽인건 순전히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습니다.

그 외에 여러가지 행동들도 — 유원지에서 커플에게 시비를 건다던가, 대학 강의실에서 여교수에게 지적을 받고 쫓겨난다던가 — 쓰카다의 잘못이 없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민폐 캐릭터에요. 이 놈만 없었어도 이구치와 오쿠모토는 훨씬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겁니다. 옮긴이의 말에서 극단적인 경쟁사회에서 누구나 무너질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라고 해설하고 있는데, 글쎄요... 극단적인 경쟁사회에서 실패한다고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건 아니죠.

또 지나치게 게임 위주라는 것도 불만입니다. 작가의 또 다른 클로즈드 서클 호러 액션 스릴러 "크림슨의 미궁"은 상황에 대한 설명이 나름대로 등장하지만, 이 작품은 순수하게 쓰카다의 마음속, 죄책감과 죄악감이 불러온 연옥이라는 설정이거든요. 이럴 거면 그냥 게임에 대해서만 쓰는게 나았습니다. 불필요한 쓰카다 이야기는 왜 나왔나 싶네요. 초반부에 게임 디자이너 메카로 겐고를 비중 있게 등장시켜 뭔가 합리적인 설명을 기대하게 만드는데, 단순한 떡밥일 뿐이라는 것도 불만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더 이야기하자면, 연인 이구치가 다크 존의 모태인 "군함도"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설정이라던가 쓰카다의 과거 회상 모두 역시나 별거 없는 떡밥이라 실망스러웠어요.

또 홍왕 쓰카다는 물론, 독자에게 게임에 대한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정교한 맛이 떨어집니다. 게임을 하면서 그 내용을 하나씩 알아가는 식인데,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룰에 대해 명확히 숙지부터 하는 게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스타크래프트" 전성기 시절 임요환 선수의 플레이가 놀라움을 자아냈던 것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닛의 창의적인 활용 때문입니다. 그러한 맛은 부족해요. 이러한 점에서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깊이 고민하고 쓴 작품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작가 스스로 창조한 기묘한 게임으로 박진감 넘치게 이야기를 전개한 솜씨는 분명 놀라운 재능이고 본받을 만한 점이지만, 게임 외의 다른 요소는 건질 게 거의 없는 작품입니다. 여태 읽은 작가 장편 중 최악인데 차라리 "스타크래프트" 게임 중계를 소설로 옮기는 게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나저나 찾아보니 출간된 지 2년도 안 되었는데 이미 절판되었더군요. 딱히 어렵게 구해볼 책은 아니지만 의외이기는 합니다. 그렇게 인기가 없었나?

2025/01/03

오징어게임 2 (2024) - 황동혁 : 별점 2점

전작의 성공을 기반으로 돌아온 작품. 전체 7부작입니다. 새해를 맞아 하루만에 모두 감상해버렸네요.

장점은 등장하는 전통 게임들이 드라마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5인 6각’ 게임은 팀워크를 강조하며 참가자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게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짝짓기 게임’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이기심과 잔인함을 되새기게 만들고요. 특히 박용식 모자가 찢어지는 장면이나 래퍼 타노스 팀의 분열은 이러한 주제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앞서의 분위기와 상반되는 장면이라 더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또 다른 장면으로, 오영일(이병헌 분)이 방에 먼저 들어와 있던 참가자를 살해하는 장면은 그의 잔인함을 부각시키며 이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데스게임’임을 새삼 각인시켜줍니다.
그 외 게임과 참가자들 이야기도 소소하게 재미있었습니다. 성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하는 과정에서의 딱지남과의 러시안 룰렛 장면도 높은 몰입도를 선사하고요.

그러나 성기훈의 계획이 전혀 치밀하지 않다는 단점은 너무 큽니다. 밖에서 오랜 시간 준비하고 큰 돈을 들여왔음에도, 다시 게임에 참가한 뒤에는 별다른 계획 없이 그저 살아남기에 급급할 뿐이니까요. 그나마 준비했던, 고용한 용병들의 게임장 난입이라는 계획도 쓸만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임장을 찾지도 못했지만, 난입이 성공했더라도 병력 차이로 성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임 측의 저격수들까지 고려하면 더욱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요. 저격수의 존재나 병력 규모를 대충이라도 아는 사람이 세운 계획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해요.

이러한 무계획은 성기훈이라는 캐릭터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최악의 결말로 이어집니다. 성기훈은 초반에는 참가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게임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5:5로 갈린 이후에는, 밤에 습격 사건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면서도 희생자들을 방치합니다. 게임 주최측을 습격하기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는데, 앞서의 행동과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어요.
기훈의 반란 계획에 동참하는 다른 참가자들의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살아남기만 하면 수억 원의 돈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면식도 없던 성기훈의 말에 따라 돈을 포기하고 사지로 들어간다는 설정은 현실적이지 못했습니다.

캐릭터의 매력 또한 시즌 1에 비하면 떨어집니다. 특히 빌런 캐릭터의 부재가 아쉽습니다. 시즌 1의 장덕수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없어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줄어들었습니다. 래퍼 타노스는 배우부터 비호감이었을 뿐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가 짜증을 유발해서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연기도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요. 소규모라도 조직(?)을 이끌만한 인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임정대(송영창)도 마찬가지입니다. 빚이 많을 뿐, 완력이나 지력,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해서 빌런 우두머리로는 영 아니었습니다. 박수무당 역시 과장된 설정과 연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이렇게 과장된 인물들이 드라마에 꼭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코인 투자 실패자들이 많은건 세태를 반영했겠지만, 너무 많아서 뻔하다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설득력과 캐릭터의 매력 측면에서 부족했습니다. 다음 시즌은 모쪼록 짧게 끝나기만을 바랍니다.

2026/07/10

퍼즐 - 야마다 유스케 : 별점 2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명문 사립 도쿠메이칸 고등학교가 테러범들에게 점거당했다. 최우수 학급인 3-A 반의 담임 야스다와 전학갔던 이전 동급생 미토메가 인질로 잡혔다. 테러범들은 인질들의 목숨을 댓가로 3-A 반 학생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48시간 내에, 학교에 숨겨져 있는 2,000개의 퍼즐 조각을 찾아 맞추는 게임이었다.  

일본 작가 야마다 유스케의 장편 소설입니다. 만화, 드라마, 영화에 심지어 게임까지 제작되었던 인기작인데 국내에는 아직 정식 소개되지는 않았습니다. 원서로 읽었습니다. 

특징이라면 전형적인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 장르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폐쇄된 곳은 학교, 게임은 학교 안에 숨겨진 2,000개의 퍼즐 조각을 48시간 안에 찾아서 맞추는 것. 게임의 보상은 인질의 목숨이니까요.

하지만 다른 폐쇄형 게임 미스터리와 비교해 보면, '게임'이 장점입니다. 학교 곳곳에 작은 퍼즐 조각이 숨겨져 있는데, 이를 찾아내서 맞춰야 한다는 현실성도 좋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퍼즐 조각을 발견하는 묘사도 흥미를 자아내는 덕분입니다. 그리고 퍼즐 조각을 찾아서 맞추기 위해 열 세 명의 학생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 이 때 서로 각자가 가진 심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묘사도 재미 요소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조각을 끝내 발견하지 못해서 게임은 실패하는데, 여기서 테러범들의 정체로 이어지는 결말도 그럴싸 합니다. 마지막 한 조각이 미토메의 얼굴이었고, 퍼즐의 원본 그림이 3-A반 학생들의 입학식 사진이라는 단서도 충실하고요. 테러범들은 입학은 같이 했지만 성적 하락으로 낙오하여 전학갔던 동급생들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입시 학원처럼 변한 학교 비판도 담고 있어서, 약간 사회파스러운 느낌도 전해줍니다. 초반에 이탈했던 이케타의 어머니가 다른 애들이 갇혀 있을 때 공부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종용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게임 외 설정은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테러범들이 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경찰이 48시간 동안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상합니다. 학생 두 명이 초반에 돌아가는 등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고요. 또 학생들이 왜 계속 게임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불충분합니다.야스다 선생은 학생들을 성적과 입시 기준으로 대하던 교사입니다. 과거에 낙오한 학생 미토메가 누구인지도 대부분 몰랐고요. 그런데 학생들이 야스다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부자연스럽습니다. 

테러범들의 목적도 불분명합니다. 이들이 낙오한 가장 큰 이유가 야스다 선생 때문이라면, 복수의 대상은 야스다로 한정하는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학교를 점령하고 학생들에게 퍼즐 게임을 시킨 이유는?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퍼즐을 찾는 과정과 학생들의 심리 묘사를 통한 긴장감은 제법이지만, 설정과 동기 등의 측면에서 완성도는 부족합니다.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