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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024년 7월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중식당 남풍 코스

신라 호텔에서 코스를 즐겼던게 엊그제같은데, 다시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일이 생겼네요. 이번에는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부산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부산은 잘 모르지만, 부산 어르신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식당이 파라다이스 호텔 중식당 남풍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약 후 지난 일요일 점심에 코스 요리를 즐겼습니다.
저희 가족이 고른건 Steve Jun 코스였습니다. 디저트까지 모두 8개의 요리와 식사가 이어지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Steve Jun 스페셜 냉채 :
랍스터 회, 찐 전복, 해파리 냉채, 멘보샤(?), 닭 조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료도 좋지만 회부터 튀김, 조림까지 다양한 구성에 간도 적당하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2. 남풍 시그니처 딤섬 3종 : 
하가우, 샤오마이, 구채하 3종. 새우와 부추가 섞인 구채하가 제일 좋았습니다. 다른 2종은 비교적 흔하게 먹을 수 있기도 하니까요.
3. 최고급 통 상어지느러미 찜 :
크기로 압도하네요. 4년 전 신라호텔에서 먹은 것 보다 소스가 훨씬 묵직하고 진한데, 크기가 커서 그런지 잘 어울렸습니다. 고급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전해 주고요.
4. 남풍 서해산 어자 해삼 활전복 :
'어자'는 소스 이름인 듯 합니다. 재료가 좋아서 맛있게 먹었지만, 간은 다소 심심했습니다. 조금 더 짭짤한게 좋았습니다. 
5. 북경 오리 1마리 :
셰프님이 직접 와서 손질해 주시고 말아주셨지만,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배가 부르기 시작해서 양이 적고 조금 자극적인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북경 오리를 뺀 조금 더 저렴한 코스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홍삼 고법 불도장 :
불도장은 제가 좋아하는 요리입니다. 맛있었습니다. 재료도 좋았고요. 하지만 역시 뭔가 좀 심심하다는게 아쉬웠어요.
그리고 식사로는 랍스터 짬뽕, 마지막으로 다과로 구성된 디저트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식사와 디저트는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두 개 모두 별로였습니다. 랍스터 짬뽕은 랍스터는 질겼고 간도 애매했으며, 디저트도 가격에 걸맞는 퀄리티로 여겨지지는 않은 탓입니다. 

신라 호텔과 비교해본다면, 신라 호텔 쪽이 압승입니다. 맛이 없는건 아닌데, 남풍의 간이 전반적으로 제 입맛과는 잘 맞지 않았던 탓이 큽니다. 많이 심심했는데, 이런 간이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한 좋은 식사였기에 만족합니다. 서비스도 좋았고요. 다름에 방문하게 된다면, 맛있게 즐겼던 요리 단품으로 몇 가지 시킬 생각입니다.

2024/05/05

우리 역사 속 수학 이야기 - 이장주 : 별점 2점

우리 역사 속 수학 이야기 - 4점
이장주 지음/사람의무늬

제목 그대로 우리 역사 속 수학에 대해 소개해주는 수학사 서적. 조선 이후 역사 속 유명 수학자를 소개하는 1부와 삼국시대부터 수학을 통해 이루어진 여러가지 성취를 알려주는 2부 구성입니다. 이를 통해 서양 중심의 수학사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도 옛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았고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는걸 알려줍니다.

1부는 세종대왕이 수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실제로 수학 서적을 펴내거나 수학 관련 활동으로 역사에 기록된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역관 등 중인 계층이 수학을 공부했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세종이 공자의 말을 빌어 수학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였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수학적인 사고가 위대한 사상과 발명의 큰 축이자 기초이니, 위대한 발명가가 수학자이기도 했다는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헤이그 밀사로 활약했던 독립운동가 이상설이 수학자이기도 했다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구한말에서 개화기에 이르는 시기에 조국의 근대화를 위해 수학 교육과 보급에 노력했다는건, 그가 얼마나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는지를 알려주는 증거라 할 수 있겠지요. 확실히 당대 조선 제일의 천재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나 봅니다.
2부는 우리나라의 문화 유산과 여러가지 문헌을 통해 우리 수학이 얼마나 높은 수준이었는지 알려주며, 문헌에 소개된 문제들을 현대적으로 풀어 소개해줍니다. 덕분에 함께 따라 푸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죠. 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신라 포석정의 주사위 주령구에요. 6개의 사각형 면과 8개의 육각형 면으로 이루어진 주사위로, 굴려서 나온 벌칙을 따라 해야 한다는건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학적으로 '두 종류 이상의 정다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꼭짓점에 모인 면의 배치가 서로 같은 준정다면체'로 각 면의 넓이가 모두 동일하다고 합니다! 주사위는 모든 면의 확률이 공평해야 하지만, 애써 14개의 면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을텐데 이를 적용한 주사위를 놀이기구로 썼다는건 신라의 높은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일 겁니다. 지금도 이를 손으로 만드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조선 시대 수학 서적을 통해, 당시에 어떻게 방정식과 제곱근을 푸는지를 알려주는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이치에 맞게 풀도록 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내용을 뒷받침해주는 도판도 충실합니다. 청소년용 도서답게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2부에서 문체가 들쭉날쭉한건 아쉬웠습니다. 3인칭으로 '소개'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1인칭으로 강의하듯 문체가 바뀌는 부분이 있는데 거슬렸어요. 계속 출간되려면 교정이 필요해보입니다.
역사 속 수학을 바라보기에는 내용 구성이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200페이지 남짓한 분량으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신라 이야기 약간 외에는 전부 조선의 이야기라면 '우리 역사 속'이라고 말하기는 다소 애매하잖아요? 그나마도 뒤로 가면 갈 수록 역사 속 수학 소개보다는 수학 문제 풀이의 비중이 높아지고요.

그래도 청소년들이 가볍게 읽기에는 나쁘지 않은 책이라고는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4/04/12

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 최경원 : 별점 3점


우리나라의 문화는 소박하지만은 않다는걸 여러가지 문화재, 유물을 통해 알려주는 책.
설명을 위해 유물들을 '디자인'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유물을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가 사용하는 '제품' 관점에서 분석하여, 해당 유물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던 '제품'인지를 알려준다는건데 꽤 그럴싸한 접근법이라 생각되었습니다. 현재의 갤럭시나 아이폰을 먼 미래 박물관 같은데서 본다고 상상한다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어요. 두 제품은 생긴 것만으로는 차이를 느끼기 어려우니까요. 차이를 느끼려면 아이폰이 가져온 혁신을 함께 알려주어야 하는데 이와 유사한 방식이 아닐까 싶거든요. 확실히 디자인 전문가다운 발상이었습니다.

또 디자이너답게 '형태'에 집중하고 있는 유물도 있는데 이 중에서는 삼한 시대의 오리모양 토기의 형태에 주목한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문화권 토기들과 다르게 사실성, 장식을 배제하고 극도로 단순화한 수준높은 추상조형은 이를 소비하는 지배층의 인식 또한 뒷받침 되어야 하므로 높은 수준의 사회적 배경의 뒷받침되었을 거라는 저자의 의견은 설득력이 높아 보였습니다. 굉장히 모던하고 미니멀리즘적인 삼한 시대 토기 역시 마찬가지고요.
고구려의 다양한 화살촉은 실제 쓰임새(양력 등을 활용하여 보다 멀리 쏠 수 있도록) 때문에 발전된 형태라는 글도 흥미로왔습니다. 오히려 더 진지하게 파고들어 연구할 여지가 많은데 중간에 끝난 것 같아 아쉬웠어요. 왜 후대에 계승되어 더 발전되지 못했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일반 화살촉보다 분명한 장점 - 사거리 - 이 있어 보이는데, 그걸 상쇄할만큼 단점이 컸던 걸까요? 그렇다면 어떤 단점이 있었을까요? 아, 궁금합니다.

사진이 아니라 직접 그린 스케치로 이루어진 도판도 아주 좋습니다. 저자의 설명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조형적인 완성도를 알려주는 대부분의 글들 도판들이 특히 빼어난데, 아래의 용봉문 투조 금동장식 속 봉황 등의 조형이라던가, 통일신라 말 발걸이에 그려진 말 캐릭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스케치가 아니라면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을터라 무척 고마운 도판이었어요.
몇몇 유물의 경우는 디자인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현대의 제품들과의 비교도 시도하는데 이 역시 괜찮았어요. 답을 정해 놓고 끼워맞춘 감이 없지는 않지만, 실제로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습니다. 한국형 비파형 청동검은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 걸작품으로 고조선이 상당한 수준의 문명 국가였다는걸 증명해 준다는 등이 그러합니다. 신라의 누금세공 귀걸이도 저 큰걸 귀에 어떻게 걸지? 싶었었는데, 명주실을 꿰어 귀나 모자에 걸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찾아보니 기사도 있네요).

하지만 다소 억지섞인 주장도 없지는 않습니다. 쌍용총 속 벽화의 무인의 패션이 샤넬, 아르마니의 컨셉과 일치하는 시대를 앞서간 패션이었다는게 대표적입니다. 단지 무채색이라는 것 정도로는 논거가 부족합니다. 아래의 백제 허리띠처럼 실제로 꽤 감각적이고 멋드러진 형태라는걸 구체적으로 알려줬어야 했어요.
누구나 최고의 명품이라고 인정하는 금동대향로가 소개되는건 노력의 낭비가 아니었을까 싶고, 무엇보다도 저자의 의견이 과연 맞는지?에 대해서 증빙되지 못한다는 문제도 커 보였습니다.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료적인 근거는 거의 없다시피하거든요.

그래도 디자이너가 유뮬을 제품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는 책의 컨셉은 확실히 빼어납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2023/05/06

무관의 국보 - 배한철 : 별점 2.5점

무관의 국보 - 6점
배한철 지음/매일경제신문사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의미있고 빼어난 문화 유산을 소개해 주는 책.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않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유물들을 도판과 함께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총 8부 35편 구성 중 4부까지가 '국보급이지만 국보로 지정되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유물' 정의에 가깝습니다. 소개하는 글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석굴암을 경성으로 옮겨오려다 실패한 데라우치가 대신 가져왔던 삼릉곡 석조약사여래좌상은 '석굴암 대신' 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그 완성도가 빼어납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개관했던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진열품으로 활용하려고 가져왔던 서산 보원사 철조여래좌상은 크기면에서 압도하는 측면이 강하고요. 겸재 화첩도 걸작이지만 임대 형식으로 들여온거라 국보 지정이 불가할 뿐입니다. 통일 신라 시대의 철조여래좌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로 예술적 성취가 높은 유물이며, 반쯤 걸터앉은 자세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은 지금 보아도 자연스럽다 싶은 자세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또 김명국의 달마도가 아직 국보나 보물이 아니라는건 신기했습니다. 김명국이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갔을 때 그려주었던 그림이라는건 처음 알았네요.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해 소장하고 있는게 다행입니다. 여튼 완성도, 지명도 뭐 하나 빠질데가 없고, 당대 제일가는 화가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심지어 그의 작품은 현재 30점도 채 남지 않았다니 희소성마저도 있어서 국보로 선정되어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데 왜 국보나 보물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과서에 흔히 실렸던 조선 전기 회화의 걸작이자 중국 명대 초가 화풍이 수용되는 과정을 알려주기도 하는 등 역사적 의미도 큰데 말이죠.
이런걸 보면, 국보 선정 기준이 뭘까? 궁금해집니다.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완성도 모두를 따지는 것인지, 다른 의미도 있어야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아직 복원이 되지 않아 국보가 아닌 석불, 우리 소유가 아니라서 국보가 아닌 유물이야 그렇다 쳐도,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유뮬들은 충분히 국보로서 자격이 있어 보였습니다.

이런 멋진 유물 소개와 더불어, 유물과 관련된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주는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소개하며, '비로봉'이라는 지명은 비로자나불에서 유래했다는 정보에서 시작하여 부처의 종류에 대해 설명해주는 식으로요. 비로자나는 태양이라는 뜻의 범어 '바이로차나'의 음역으로 밀교의 부처이기도 합니다. 밀교에서 대일여래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공작왕>>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비로자나불은 구분이 쉬운데, 그 자세 때문입니다. 다리는 가부좌, 수인은 두 손을 가슴까지 들어 왼손 검지를 오른 손이 감싸는 지권인 형태를 하고 있거든요. 오른손은 부처의 세계, 왼손은 중생계를 의미합니다. 


이 비로자나불은 우리나라에서 화엄종의 영향으로 신라 하대 크게 유행했습니다. 사회적 불안이 커지며 지방 토착 호족 세력이 부상했는데, 그들이 '수행을 통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선종 교리에 반응하여 불교를 후원하며 불교의 탈중앙화가 급속도로 전개된 것이지요. 자기들도 왕이 될 수 있다는 사상과 맞닿아 있었던 탓이겠죠?
<<지존의 삶. 절대 군주의 자취>>에서는 선조와 인조가 명필이었다며 어필을 중점적으로 소개해주고 있는데, 명필들은 정치적으로는 영 아니었다는게 재미있네요. 하긴, 이완용도 당대 명필이었다며, 글씨에 인품이 묻어난다는 말은 다 거짓말입니다. 철종 어필도 상당한 수준인데, 일자무식 강화도령은 아니었나 봅니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딱히 인상적인 유물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화성능행도나 팔준도 등 여러 그림들이 특히 그랬습니다. 역사적 의미가 있을 수야 있겠지만 딱히 국보급 유물로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아래 팔준도 중 추풍오 그림을 한 번 보시죠. 재치있기는 한데, 솔직히 잘 그렸다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심사임당의 초충도 역시 유명세에 비하면 국보급이라 느껴지지 않았고요. <<음식디미방>>은 언급되는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예술적인 것과는 거리가 머니까요.
그리고 도판 수록 순서가 뒤죽박죽이며 누락된 도판이 많다는 단점도 눈에 뜨입니다. 소개하고 있는 유물의 도판이 수록되어 있기는 한데, 현재 글 위치가 아니라 이전이나 다음 페이지에 수록된 경우가 잦습니다. 그리고 국보 지정 유물과 비교하는 내용이 많은데, 국보 유물의 도판 수록에는 인색해서 어떤 점이 비교되는지를 잘 이해할 수 없었어요. 세조 어진처럼 전체가 한 작품만을 설명하는 글이라면 문제없지만, 많은 유물들이 언급되고 또 비교되는 글에서는 문제가 큽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고, 눈도 즐거운 독서였지만 제목과 주제에 걸맞는 유물들이 엄선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국보냐 아니냐가 그리 중요한 기준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네요. 국보냐 아니냐보다는, 보다 명확하게 주제를 정하고 소개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명작순례>>처럼 말이죠.

2022/05/28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5 (완결)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5 (완결)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드디어! Q.E.D의 스핀오프 C.M.B가 완결되었습니다. 제가 첫 리뷰를 올렸던게 2006년 12월이니, 무려 16여년의 세월을 함께 한 셈입니다.

수록된 작품은 두 편입니다. "대단원"은 이전 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대영박물관의 케이티 이사의 사악한(?) 음모를 분쇄한다는 내용입니다. 전편의 범인이었던 올드리치가 살아있었고, 신라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어 죽이려고 했지만 이는 신라의 함정이었습니다. 신라가 살고 있던 곳은 케이티로부터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케이티도 살인 방조 혐의로 경력이 끝장나고 말고요. 

나름 통쾌하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 대단한건 없습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하기도 어려워요. 화재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박물관에서 극적으로 죽은 척 했지만 살아남는다는 올드리치의 계획부터가 억지스러웠으니까요. 이 계획은 올드리치가 범인임이 확정된 후, 여러 목격자들에게 박물관에서 죽음을 맞는다는걸 보여줘야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전 이야기처럼 혼자 신라를 죽이고 반지를 빼앗으려 했다면 불필요한 계획이었어요.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은 제목 그대로 타츠키가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23살이 되어 문화재 복원가가 된 타츠키가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이 숨겨진 곳이 기록되었다는 오래된 일기의 복원 의뢰를 받은 뒤, 여차저차해서 일기를 썼던 일본인 타츠노스케의 발자취를 쫓아 러시아를 횡단해 나간다는 내용이지요. 

역시나 추리적으로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의뢰인 미츠토시가 범인으로 타츠키 일행을 미행했다는 결말도 당황스러웠고, 중간에 등장하는 시체 소실 트릭도 억지스럽기 짝이 없던 탓입니다. 시체를 두꺼운 기차 의자 시트 뒤에 감췄다가, 차장으로 변장해서 꺼냈다는 트릭인데 시체가 시트 뒤에 이렇게까지 숨겨질 정도로 시트가 두껍고 푹신할리가 없지요. 그림으로 그린 결과물도 억지스러웠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 에피소드의 유일한 가치는, 일종의 '도라에몽' 시공이라서 16년간 고등학생이었던 신라와 타츠키도 결국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뒤 함께 '박물관'이라는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걸 알려주는 에필로그밖에는 없습니다.

무려 16년의 세월을 함께 한 작품의 마무리치고는 너무 별로라 아쉽지만, 그래도 완결되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별점은 2점 주겠습니다. 이제 Q.E.D에 보다 집중해 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완결을 기념하여, 그동안 CMB에 등장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꼽으며 리뷰를 마칩니다. 이 목록만 보아도 20권 중반~30권 후반까지가 재미면에서 최전성기 구간이었던게 확인되네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치과"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상상 속 살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광구", "고양이 꼬리"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 목록 36" : "산의 의사", "카스미장 사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5" : "도토리와 솔방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4" : "낡은 집"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혼선"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1" : "지옥혈"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0" : "소우야 군의 실종"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5" : "백 스토리", "향목"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4" : "다이아몬드 도둑", "옷장 속의 유령"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3" : "네 번째 코테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2" : "여름 보충 수업", "유리의 낙원", "나선 골동품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4" : "주사위게임", "꽃집 아가씨"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2" : "노파와 원숭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1" : "마루지메네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 : "도시전설"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 : "파란 빌딩", "저주의 가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 : "의태"

2022/05/06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1.5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4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NBA와 프로야구를 챙겨보는 바람에 책을 읽을 짬이 도통 나지 않는 요즈음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를 주로 읽게 되네요. 잊고 지내다가 Q.E.D 신작이 나와서 리뷰를 올렸었는데, C.M.B는 아예 완결까지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동안 C.M.B는 한 권에 단편 3~4편으로 이루어진 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권은 "C.M.B. 살인사건"이라는 이야기 단 한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게 특이하네요. 마지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대영박물관에서 3개의 C.M.B 반지가 신라 한 명에게 주어져있다는걸 못마땅하게 여긴 것에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연구 비용을 원하는 학자들의 불만도 폭주했고요. 그래서 박물관은 신라가 가지고 있는 3개의 반지 중 2개를 박물관이 선정한 학자 5명 중 누군가에게 넘겨줄 것, 그리고 신라가 켐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뒤 교수로 일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 협상을 위해서 신라는 타츠키와 함께 영국 런던을 찾습니다. 그러나 5인의 학자 후보 중 한 명인 메이슨이 밀실에서 살해되었고, 당연히 신라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립니다. 신라는 알리바이를 증명해서 풀려나지만, 그 뒤 일본을 찾아왔던 3명의 학자들도 차례로 공격받아서 테렌스 행크는 죽고 베르다는 중상을 입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신라의 박물관을 범인이 찾아와 신라와 대결을 펼칩니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통해 C.M.B 반지를 버리기로 신라가 결심하는 등 시리즈 전체로 놓고 보면 중요한 전개가 이루어지는데, 추리적으로는 영 아닙니다. 메이슨 밀실 살인 사건은 MRI의 강력한 자력을 이용하여 묶여있던 메이슨이 칼에 찔리게 만들었다는 트릭이고, 이미 죽은 테렌스 행크가 신라를 습격한 일본에서의 사건도 범인 올드리치가 행크의 시체를 등에 짊어지고 있다가 내던졌다는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두 가지 모두 납득하기 어려웠던 탓입니다. 만화니까 그런대로 볼만했달까, 설득력을 느끼기는 힘들었어요.
마지막에 올드리치가 신라의 박물관에서 신라와 일기토를 벌이는 장면도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불타는 박물관 공룡 화석 위에서 액션을 펼치는건 아동용 모험 만화와 다름 없고요. 

메이슨 사건은 미이라가 관련되어 있기에 '몰약', 테렌스 행크 사건은 피해자가 황금 가면을 쓰고 있어서 '황금', 박물관에 불을 지른건 '유향'이 관련되어 있고 이 세 가지 키워드는 C.M.B의 뜻인 동방박사 3인과 연결된다는 장치도 정작 사건과는 별 관계가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냥 현학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로만 사용되었는데, 최소한 올드리치하고는 연결이 되었어야 했었습니다. 물론 올드리치가 베르다를 태우고 운전할 때, 베르다가 네비게이션을 보는 틈을 노려서 일부러 차를 트럭에 부딪히게 만들고 누군가 공격했다고 주장했던 사건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추리 만화를 그려온 작가의 내공이 어느정도 엿보였달까요? 신라가 반지를 버리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결심하는 장면도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는 납득할만한 괜찮은 마무리였다 생각되고요.

그러나 장점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리즈 대미를 장식하는 이야기치고는 너무 별로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빨리 다음 권을 읽고 시리즈에서 손을 떼는게 낫겠어요. 직전에 읽었던 Q.E.D도 실망스러웠지만 이에 비하면 선녀였다는게 더 놀랍습니다...

2021/10/22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카토우 모토히로 / 학산문화사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 43권입니다. 이번 권에는 네 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으며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투명어"와 "치과"는 평균 이상은 되는 괜찮은 작품이지만 그닥이었던 두 편이 점수를 깎아먹은 탓입니다. 다음 권은 C.M.B 반지와 관련된 긴 호흡의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은데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앙숙"

신라는 다힐 교수의 부탁으로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의 아시리아 유적 발굴 현장을 찾았다. 그 곳에서 만난건 예전부터 신라에게 경쟁의식을 불태우던 앙숙 무라트였다. 그런데 발굴 현장 텐트에 숨어든 사람이 있었다. 원치 않은 결혼을 피하고자 노력 중인 사루마였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체면이 손상될거라 생각했던 친척들이 그녀를 살해할 수도 있었다. 사루마는 프랑스 국적이 있었고, 신라 일행은 그녀의 프랑스로의 탈출을 도와주는데...

그닥이었던 첫 번째 이야기. 전개가 너무 뻔했습니다. 신라의 앙숙 무라트가 사루마 가족에게 그녀의 도주 계획을 털어 놓지만, 알고보니 거짓말로 사실은 사루마의 무사 탈출을 도왔다는건 누가 봐도 쉽게 눈치챌 수 있거든요. 눈에 잘 띄는 캐리어를 택시에 잘 보이게 싣고, 그 택시를 뒤쫓는다는게 대표적입니다. 명예 살인이라고 해 봤자 동네 아저씨 한 명이 단도를 들고 설치는 정도라서 위기감이 느껴지지도 않았고요. 실제로 타츠키 혼자 간단히 제압하지요. 

앙숙이라는 무라트도 일방적으로 신라에 대한 질투심을 품는 동네 꼬마일 뿐입니다. 신라가 지닌 지식과는 상대도 될 수 없기에 대단한 대결을 펼치지도 못하지요. 앙숙이라는 설정은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았어요. 

CMB 특유의 현학적인 정보를 얻을 내용도 거의 없었습니다. 쿠르드 자치구, 아시리아 유적 발굴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명예 살인'이 핵심 소재였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추리적으로나, 재미면으로나, 얻을 수 있는 지식 측면으로나 뭐 하나 건질게 없는 졸작입니다.

"투명어" 

뉴욕 미술관에서 지구 온난화 경고 미술전이 열렸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를 거짓이라 생각한 사람의 협박이 이어지다가, 결국 미술관 학예원 토마스가 누군가에게 습격당해 중상을 입고 말았다. 범인이 어떻게 침입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미술관 오너 에리는 친구 토마에게 소개받은 신라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는데...

범인이 외부에서 정문까지 딱 하나 있는 길을 환한 조명과 감시 카메라에 들키지 않고 통과한 뒤, 2개의 전시실을 3명의 경비원들에게 들키지 않고 돌파하여 사무실까지 침입했던 방법은 '거울을 이용'했던 겁니다. 조명 아래 길에서는 거울 뒤에 숨어 이동했고, 전시실에 들어가서는 거울 뒷면의 검은 판을 이용하여 일종의 사각을 만들었던 거지요. 마술에 쓰임직한 트릭인데, 1회성으로는 쓸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미술관과도 잘 어울렸고요. 실제로 이런 거울을 옮기는 사람이 목격되더라도, 작품을 옮기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었을거라고 설명되고 있으니까요. 

전시되고 있는 '투명어'를 이용한 작품을 통해, 물고기의 특징으로 트릭을 설명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투명어보다는 일반 물고기가 더 잘 숨는 셈이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적들에게서 숨기 위해 짙은 바다색과 비슷한 짙푸른 빛의 등을, 바다 밑에서 바라보는 적들에게서 숨기 위해 눈부신 태양과 같은 은빛 배를 가지고 있는 덕분이다는건데, 트릭에 정말 딱 맞아 떨어지는 설명이었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도깊은 설명도 인상적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이며, 왜 중요하고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쉽게 알려주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에는 적절한 프로토콜이 필요하며, 이런 역할을 미술관, 박물관 등이 수행한다는 이야기가 와 닿더군요.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고요. 이 부분만 따로 떼어서 널리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Q.E.D의 토마의 친구 '재난의 사나이' 알렌의 아내 에리가 등장하는건 오랜 팬으로서 반가웠던 부분이고요.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하여, 그의 족적을 확보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면 신라의 도움이 필요했을지는 의문입니다. '거울을 현장에서 깼다'는 걸로 피해자 몸에 묻었을 거울 조각과 현장의 거울 조각, 그리고 용의자 신발에서 그 거울 조각을 채취하면 그가 범인이라는게 드러날 거라고 신라는 말하는데, 이건 트릭을 파헤치지 않아도 경찰 수사로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수사를 통해 현장에 있었던 거울 조각을 알아낸 뒤, 여기서 트릭을 유추하는게 더 말이 되지요. 또 사람이 한 명 숨을 큰 거울을 현장에서 쉽게, 조용히 처리할 수 있었을까요? 작품 하나를 태운 정도로? 어림도 없어요.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스럽네요.

이렇게 문제가 없지는 않아 감점합니다. 그래도 얻을 수 있었던 지식의 가치가 높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치과" 

코즈에는 치과 진료를 받은 후, 병원을 나서다가 안개에 휩싸인 뒤, 진료받기 전 치과에 앉아있던 상태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타임 리프에 빠진걸 알아챈 그는 루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른 대기 손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안개에 휩싸이는걸 반복한 끝에 마지막 손님 신라에게 도움을 받게 되었다. 주변 환경에 단서가 있다는 신라의 말을 들은 뒤 코즈에는 차분히 주위를 관찰하여, 손님 중 한명인 여고생의 전화 착신음, 또 다른 손님인 꼬마 여자 아이 얼굴의 점, 치과 접수원의 이름, 치과에 놓인 곰 인형 등 모든게 전 여자친구와 관련이 있다는걸 깨닫는다.

전 여자 친구와 가슴 아프게 헤어졌던걸 뉘우치고, 다시 만나는게 루프에서 빠져나오는 열쇠였고, 방법은 예약 날짜를 바꾸는 것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예약 날짜는 그녀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이런 저런 사소한 단서를 전 여자 친구와 관련이 있다며 드러내는 장면은 일상계 추리물 느낌이라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다는데 감탄했어요. '일상계 SF 로맨스'인 셈입니다. 점이 있던 꼬마 아이가 미래에서 온 코즈에와 여자 친구의 딸이었다는 에필로그도 사족 느낌이 들지 않게 잘 처리했고요.

그런데 이게 C.M.B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신라가 힌트를 주기는 하지만, 결국 코즈에가 혼자서 깊이 생각해도 알아낼 수 있는 단서들이었으니까요. 신라가 곰팡이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주는 건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딱히 이야기와는 관계가 있어보이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C.M.B 시리즈에 억지로 집어 넣은 부분이 감점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독특함과 재미, 신선함 모두 기대 이상이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이번 권의 베스트 에피소드로 꼽겠습니다.

"카메오 글라스" 

마우가 고대 로마 유물인 카메오 글라스를 사려다가 사기를 당했는데, 이를 도와주는 이야기로 카메오 글라스 케이스를 이용한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데, 현실성 높은 나쁘지 않은 트릭이에요. 뒤집힌 카메오 글라스 형태에서 착안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 높고요.

하지만 마우 등장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그 외의 설정에서는 현실성을 찾기 어려서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C.M.B 반지를 회수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신라에게 전해 주기 위한 목적이 더 컸던 에피소드였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1/08/15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 유성운 : 별점 1점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 4점
유성운 지음/이다미디어

총 6장 구성으로, 이런저런 한국의 역사적 상황이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걸 알려주는 역사서입니다. 신라 4대왕 석탈해의 다파나국은 캄차카반도인가?, 고대 남부 한반도 왜의 위치는 한반도 남부를 포함할 수 있다, 처용은 페르시아 왕자일 수 있다, 金을 왜 금이 아니라 김이라고 읽게 되었나?, 왕건의 호남 차별론은 사실인가? 등 목차만 보아도 흥미로우며, 재미있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다양한 사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구성도 좋았고요. 도판들도 빼어나며 특히 제목처럼 지도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소개하자면, 金을 김이라고 읽게 된 이유입니다. 원래는 조선 왕가와 관련된 음양오행설 때문이라는 설이 있었는데, 최근 설은 수, 당 시대만 해도 '금'에 가깝던 발음이 5대 10국을 거치며 '김'에 가까운 발음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군요. 고려는 원의 부마국이고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몽골 상류층 이름에 金이 많아서 발음 변화가 퍼졌다는 설인데 꽤 그럴싸했어요. 

왜 중국의 왕조들이 한반도를 완전히 정복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이른바 '실용적인 외교'를 잘 했기 때문이라며, 대표적인 예로 서희가 거란과 강동 6주를 얻어낸 담판을 들고 있습니다. 고려와 거란의 국교를 위해서는 여진이 머무는 압록강 일대 확보가 필요하니, 그걸 달라는 요청이었다면서요.

하지만 당시 고려군은 이미 두 번의 승리를 거두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냥 말 만으로, 외교만으로 평화와 땅을 얻어낸건 아니지요. 이게 적합한 예인지는 아리송합니다. 이 보다는 항복하러 몽골로 향하던 고려 태자 왕전이, 몽케 칸이 급작스럽게 죽자 후계자 후보 중 쿠빌라이에게 미래를 걸었던 행동이 더 좋은 예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자료와 소문을 수집했다 하더라도 이건 순전히 '감' 이었다고 생각은 됩니다만... 

고려 말, 토지 개혁을 외치며 건국했던 건국 공신들이 결국은 자기들 잇속을 챙겼다는 이야기는 씁쓸했습니다. 공신 조준이 받은 표지는 현재 기준으로 약 124만 7,300평이나 된다니까요. 고려에서도 최고의 권문세족 가문이었던 조준이 혁명에 동참했던건 다 이런 이유가 있던 거지요. 왠지 청렴한 학자일 것 같은 퇴계 이황도 무려 36만평이 넘는 땅부자였다고 하니, 돈이 없으면 성공 못하는 세상인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것 같네요.

이외에도 17세기, 전 세계를 강타했던 소빙기 한파로 조선이 입었던 피해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부분이라던가, 조선에서도 서울 주택 가격은 100년 동안 10배 가량 뛰었다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지나치게 본인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게 임진왜란 당시 끌려간 도공 이야기를 하면서, 이들이 일본에 남은건 비극이 아닐 수도 있다, 이들이 조선에 남았더라면 이런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각이에요. 당시 끌려간 포로 일부는 조선 귀환을 거부했다는 사료를 토대로, 조선이 문제였다고 마무리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았기 때문에 조선이 빨리 발전할 수 있었다는 논리하고 똑같죠. 애초에 왜 끌려갔는지를 망각한 망발입니다.

이러한 친일적 시각은 왜의 위치에 대해 분석하며, 그들이 실제로 가야와 신라 이남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으리라 보는 내용 등에도 진하게 묻어 나옵니다. 아울러 역사적 상황이 현재와 별로 다르지 않다며 추가한 저자의 개인 의견들도 마찬가지에요. 한국사 도감에 이런 내용이 들어갈 이유도 없고, 그나마도 한 쪽에 치우쳐진 개인적인 시각이라 불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신진 사대부를 강남 좌파에 비유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이런 내용이 포함된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알았다면 절대로 읽어보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제대로 된 역사서로 볼 수 없습니다. 개인의 잡문에 가깝습니다.

2021/06/27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 배한철 : 별점 4점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 8점
배한철 지음/매일경제신문사

국보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놓은 역사서입니다. 역사적인 가치와 담고 있는 의미는 물론 국보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화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가야에 대한 설명입니다. 고 이병철 회장이 구입했던 고령 가야 금관이 도굴품이었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되는데, 12개국이나 되는 나라가 있었다. 우리가 흔히 부르듯 'OO가야'가 아니라 가락국, 가라국, 아라국과 같은 이름이었다. 임나는 실제로 존재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왔습니다.

문무왕릉비 설명도 재미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비에 따르면 신라 김씨 왕조는 흉노 왕손의 후예라는 것 처럼요. 비 외에도 거대 무덤, 북방 민족이 신성시하는 나무와 사슴뿔로 꾸며진 금관, 왕의 명칭이 '칸'과 비슷한 '마립간'이라는 등의 다른 근거들도 꽤나 그럴듯합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신라 무덤은 적석목곽분으로 평지에 목곽을 만들어 그 안에 관을 넣은 뒤봉분을 올리는데, 이게 바로 카자흐스탄 양식이랍니다. 동시기 고구려와 백제 무덤은 돌을 계단식으로 쌓아 올려 정상부에 시신을 안치하는 적석총인데 말이죠. 금관도 왕호가 이사금에서 마립간으로 바뀔 때 등장하며, 아프카니스탄 북부 틸리야 테페 무덤 유물과도 흡사합니다. 또 이러한 거대 무덤과 금관은 왕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함으로, 후대 법률왕 무덤은 규모가 작은, 돌로 무덤방을 만든 횡혈식석실분이며 부장품들도 주로 투기류였다는 것을 통해 왕권이 강화되고 법치 체계가 확립되었다는걸 알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결말은 다소 뜬금없었습니다. 정말 북방에서 내려온 민족은 아니고, 단지 통치 이데올로기를 수용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데, 근거가 없어서 당황스러웠어요. 

화엄사 석탑 설명에서 소개되는 여러가지 국보 탑 소개도 재미있었고, 조선왕조실록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수차례 수정되었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불상의 명칭과 뜻을 알려주는 부분도 좋습니다. 석가모니는 '샤카족 (인도 종족)의 성인' 이라는 의미, 비로자나불은 지혜와 진리의 부처를 부르는 칭호로 태양이라는 뜻의 범어 '바이로차나'의 음역이라는 것, 아미타불은 '무한한 수명의 것'이라는 범어 '아미타우스'에서 유래, 미륵은 석가모니 제자 중 한 명으로 사후 부처로 신격화 보살은 부처처럼 깨달았지만 중생 구제를 위해 부처가 되기를 거부한 존재라는 등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에밀레 종의 유명한 인신공양 설화는 일제 강점기 자료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는데, 이는 조선 후기 유림 세력이 강했던 경주에서 불교를 폄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공한 설화라는 주장도 그럴듯했어요.

그 외에 처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았습니다. 우선 관촉사 은진미륵이 이름처럼 미륵상이 아니라 관음상이라는데 놀랐습니다. 생긴 걸로는 영 믿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관촉사 관음전에는 관음보살상이 따로 없고, 법당 벽 창으로 야외 불상이 보이도록 만들었다는데, 다음에 관촉사에 가면 확인해봐야겠습니다. 

팔만대장경을 일본이 계속 노렸었고, 심지어 '구변국'이라는 가상의 국가를 사칭하면서까지 달라고 했다는 것도 몰랐던 사실입니다. 이 때 조선은 유교 국가라서 딱히 필요없다고 생각했던 태종과 세종 모두 주려고 했지만, 예조 등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데 천만다행입니다. 

난중일기가 국보라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여기서 왜 난중일기가 국보인지에 대한 설명이 특히 와 닿았습니다. 임진왜란 7년 동안 쓴 귀중한 '기록 유산'으로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뿐 아니라 전략과 전술, 일반 백성 모습까지 고스란히 알 수 있기 때문이라네요. 누군가의 일기도 내용에 따라서는 국가 1급 문화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인데, 저도 일기를 열심히 써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선조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단 한 줄도 없었다는 것도 눈에 뜨입니다. 과연 '충'무공이다 싶더군요. 

1968년과 70년, 중국에서 발굴되기 전까지 중국 한나라의 가장 중요했던 유물이 나온 곳이 우리나라였다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1910년대, 일본 학자의 낙랑 고분군 발굴에서 수습된 평양 석암리 금제 띠고리인데, 손바닥만한 크기인데도 불구하고 디테일이 정말 엄청나더군요. 중요한 유물이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러한 국보들의 입수, 보존 경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라면 간송 전형필 관련 일화를 빼 놓을 수 없는데, 그 중에서 특히 훈민정음 혜레본을 입수한 경위가 인상적이었어요. 일제 강점기, 사회주의 지하 조직원이 활동 자금 마련을 위해 가보를 판 것이라고 하거든요. 이 항목에서 훈민정음은 오롯이 세종 혼자 만들었다는 사실을 여러가지 근거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도 나왔었던 승려 신미 창제설의 경우, 신미는 산스크리트어의 자음, 모음 설명에 그쳤다는 사료를 근거로 제시하는 식입니다. 훗날 문종이 된 세자와 정의 공주의 도움이 오히려 컸다는데, 특히 정의 공주 관련 사료들을 보면 공주는 정말 똑똑했었나 보더라고요. 신미보다는 정의 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나오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이와는 반대인 문화재 훼손과 도난 등의 이야기도 눈여겨 볼 내용이 많았습니다. 훼손의 경우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억지로 복원해서 망가진 문화재들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석굴암이야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미륵사지 석탑을 콘크리트 떡칠을 해서 복원에 십 수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던가, 부석사 무량수전의 해체 복원 때 철물을 사용하여 건물을 망쳐놓았고 해체 시 자료도 남겨놓지 않았다는 내용은 화가 날 정도였어요. 물론 불국사 복원 같이 광복 후 복원도 엉망인건 사실입니다. 개발 독재 시대 성과 주의에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습성이 결합된 아쉬운 결과물들이지요. 지금이라도 다시 잘 복원하기를 바랍니다. 제 생전에 제대로 복원된 유물을 볼 수 있도록요.

국보 도난 사건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데 , 2019년 말 기준으로 도난 피해를 입은 국가지정문화재는 2,438점이었고 이 중 1,552점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니 놀랍습니다. 문화재 도둑들에게는 제발 천벌이 내리기를 바랍니다. 그나마 경천사지 10층 석탑을 200명이나 되는 괴한을 동원하여 해체 후 도쿄로 빼내려던 다나카 미쓰아키의 계획이 실패했던 사건, 해방 후 미국에 국보급 백자를 팔아먹으려는 시도를 막아내었다는 국립박물관 미술과장 최순우의 활약 등은 다행이지만,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국내로 되찾아 올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 같은 일은 안타깝더군요. 이런 일은 다시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런 내용이 쉽고 재미있게 소개되고 있으며, 도판도 좋습니다. 단순한 국보 사진이야 인터넷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긴 한데, 일제 강점기 등 오래전에 찍은 사진들이 많이 수록된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시 문화재가 어떻게 방치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자료들이에요. 수학여행 때 첨성대를 둘러싸고, 올라거서 찍은 사진을 보면, 이래서야 도굴만 문제는 아니었겠구나 싶더군요.

책 초반부를 장식하는 무령왕릉 발굴과 유물에 대한 이야기, 반구대 암각화 관련 이야기, 백제 금동 대향로 이야기 등 다른 자료를 통해 많이 접했던 이야기가 제법 많다는건 조금 아쉬웠지만 재미와 가치,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좋은 책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국보와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21/05/16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2 - 카토우 모토히로 / 학산문화사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2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카토우 모토히로QED 스핀오프CMB 42권입니다. 스핀오프가 42권이나 나오다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나는군요.

이번 권에는 총 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월하미인"과 "재규어의 숲"은 건질게 없는 망작이었습니다. "시체가 없어!"가 그나마 괜찮았고요. 그런데 앞서 두 작품이 너무 형편없어서 반대급부로 점수를 더 얻은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전체 평균한 별점은 1.8점... 2점인데, 여러모로 딱히 권해드릴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첨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월하미인" 

연기자 지망생 야마자키 칸타는 고등학교 동창 후지 하루카와 동창회에서 재회하여 관계를 진전시켜 나갔다. 그러나 후지는 번창하던 빵집을 접고 귀향을 결심했다. 어머니 병간호 때문이었다.

추리물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조언하는걸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인생 교훈이 담겨있는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아서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다만 교훈 자체만큼은 와 닿기에 약간의 점수를 더하여 별점은 1.5점입니다.

"재규어의 숲" 

남아메리카의 대농장의 딸 아나는 숙부 알렉스와 재규어 관찰 중 시체를 발견했다. 정황 상 피해자 리카르도는 마약 조직에 의해 살해된 걸로 추정되었는데, 경찰 수사로 리카르도가 5일 전, 지역 사면 라라로부터 죽음의 예언을 받았다는게 드러났다. 

라라를 찾아간 알렉스에게, 라라는 아나의 아버지인 농장주 마테우스 산토스에게 죽음이 다가왔다는 예언을 하고, 결국 마테우스는 리카르도가 같은 위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마침 재규어 관찰을 위해 산토스 농장에 방문했던 신라와 타츠키는 아나와 동행했다가, 누군가로부터 습격을 받는데...

무려 2회를 할당해서 전개한, CMB치고는 비교적 긴 호흡의 이야기지만 건질게 없네요. 특히 추리적으로 그러합니다. 우선 리카르도가 죽은 이유는 마약 조직에 의한 것이니 수수께끼고 뭐고 없습니다. 마테우스 사건에서 마테우스가 죽을 때까지 숨기고 있었던 비밀은 무엇인지?와 마테우스 산토스가 왜 살해되었는지?와 두 가지 수수께끼가 불거질 뿐입니다. 

이 중 첫 번째는 마테우스 산토스가 마약조직의 보스였다는게 진상인데 너무 뻔했습니다. 전개 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요. 두 번째 진상은 마약조직 보스로서 운송을 방해하는 사람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었는데, 농장주로서 사건 현장을 얼쩡거리다가 보스의 얼굴을 모르는 부하에게 살해되었다는 것으로 허술할 뿐더러 "브라운 신부의 옛날 이야기"가 떠오르는 진부한 이야기였습니다. 재규어 관련 이야기는 억지로 삽입된 느낌이 강해서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고요.

이 작품에서 점수를 줄 만한건 앞서 말씀드렸던 아나의 추리 정도? 그리고 약간의 잡다한 지식에 불과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시체가 없어!" 

경제학자이자 인력파견회사 회장인 우메나카의 집에서 피투성이의 남자가 손에 식칼을 든 채 나오다가 체포되었다. 40분 전 남자가 침입하고 그 10분 뒤 현관으로 나왔다는게 밝혀졌고, 곧바로 경찰은 수색 영장을 가지고 우메나카의 집을 수색했다. 피투성이의 남자 베트남인 닷트는 연인 마이가 실종된 뒤, 인력파견회사 책임자 다카마츠와 트러블을 일으켰었던 동기가 있었기에, 우메나카 집에 다카마츠의 시체가 숨겨져 있으리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체는 발견되지 않는데...

추리적으로 점수를 줄 만한 유일한 수록작입니다. 특히 동기 측면에서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닷트는 일부러 경찰이 출동해서 우메나카 자택을 수사할 수 밖에 없도록 자기 피를 뿌려가며 사건을 키운 것이었습니다. 정제계 실력자인 우메나카에 대해 고발해봤자, 외국인 말을 듣고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한거지요. 그럴듯하죠?

그러나 우메나카, 다카마츠가 여성들을 감금하고 있던 방을 경찰이 찾아내지 못한건 억지스러웠어요. 아래와 같이 지하 와인 저장고 문을 열면 방문이 숨겨진다는, 일종의 사각이라는건 꽤 괜찮은 발상이자 트릭인건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허술해요. 들어온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먼저 나간다던가, 평면도만 확인해도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이를 발견하지 못한건 경찰의 부실 수사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카마츠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메나카 집 안에 휴대전화가 있다는걸 드러내는 것도 억지입니다. 현대인이 휴대전화를 챙기지 않고 몸을 숨긴다는건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그나마 읽을만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1/05/05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1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1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도 40권을 넘어섰네요. 이번 권에는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록된 이야기 모두가 설득력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C.M.B의 또다른 매력인 현학적인 정보 제공 측면에서도 건질게 많지 않고요. 그래서 좋은 점수는 주기 힘드네요. 전체 평균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운영위원" 

신라와 타츠키가 학교 운영위원을 맡은 날, 원예부원들은 이사장이 지시했던 화단과 백엽상 철거에 반대하며 철거업자와 대치했고, 화장실 변기가 막혔고, 학교 입구가 진흙 발자욱으로 지저분해졌고, 요코아리가 식사용 빵을 도둑맞는 등 학교 안에서 여러가지 사고와 문제가 잇달아 일어났다. 원예부가 화단 철거를 막은 이유였던, 원예부 아이돌 소녀가 맡긴 씨앗의 정체는 신라가 밝혀낸다. 그러나 검역 문제로 결국 철거가 수포로 돌아가자, 철거업자는 항의하는데...

신라는 철거업자 중 한 명이 학교에 있는 고가의 그림을 훔치기 위해 잠입해 있었다고 추리합니다. 진흙발로 학교로 들어와 변기를 일부러 막았던 거지요. 사용금지 팻말이 붙은 화장실 안에 숨어 있으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요코아리의 빵은 먹으려고 훔쳤고요. 이렇게 별 거 아닌 걸로 보였던 디테일이 모여서, 의외의 진상이 드러나는 전개는 꽤 볼만합니다.

그러나 원예부 소동은 예상할 수 없었기에, 이를 도둑과 엮는건 무리입니다. 애초에 무언가를 훔치려면, 소동이 일어난 날이 아니라 다른 날을 선택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오스트리아에서 허가받지 않고 들여왔다는 씨앗의 검역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라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어요. 

이렇게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봉인의 기담" 

메이지 시대 화족 부나가와 가문의 별장은 과거 2명이 죽고, 1명이 실종된 탓에 봉인되어 유령이 나온다는 전설 때문에 '봉인장'이라고 불리우고 있었다. 현재에 이르러 철거를 앞둔 봉인장은 기록을 위한 건설회사 조사가 시작되었고, 신라도 부나가와 당주의 부탁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지하에서 죄인을 가두어두는 시설을 발견한 조사팀은 비싼 장비를 이 안에 넣고 휴식을 취했지만, 잠든 과장을 제외한 조사팀원은 차례로 습격받은 뒤 장비마저 도난당하는데...

봉인장 지하의 '치도리 격자'라는 독특한 감옥 구조를 이용해서 탈출구를 만드는 설정은 재미있었습니다. CMB 특유의 현학적인 재미를 잘 살리고 있어요.

그러나 다른 내용은 별로였습니다. 동기에 큰 문제가 있는 탓입니다. 특히 이렇게 용의자가 제한적인 상황에서까지 도둑질을 할 이유는 불분명합니다. 과장은 잠들어 있었고, 장비를 잃어버리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편의점에 심부름을 갔던 직원은 영수증이라는 증거가 명확하고요. 이 둘을 제외하면 용의자는 세 명에 불과해요. 이 정도라면 당장은 빠져나갈 수 있더라도 장치를 회수하거나,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드러났을겁니다. 

신라의 추리도 빈약합니다. 범인만이 얻어맞고 기절한 쿠로마츠라는 직원이 어디있는지 알 수 있었다는 증거가 대표적이에요.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었잖아요? 때문에 격자에서 지문을 채취한다던가 하는 보강은 필요했습니다. 

전개도 문제가 많습니다. 초반에는 과거 봉인장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지만, 이 역시 치도리 격자 구조를 이용해서 일으켰던 거라고 짤막하게 언급될 뿐입니다. 이래서야 '봉인장' 어쩌구 하면서 거창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하마구리 가 사람들" 

경찰서에서 나오던 신라와 타츠키에게 하마구리 가 사람들이 자신들 아버지에 관련된 사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도내에 맨션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부자 아버지 하마구리 기치사부로가 이웃집에 사는 수수께끼의 여자 마야에게 홀려 요가 강습료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현금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경찰은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방관했지만 하마구리 기치사부로가 사라졌고, 타츠키와 하마구리 가 사람들은 미행을 통해 마야가 다치가와류라는 기묘한 불교 분파 수행자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 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는 유서를 남긴 채 하마구리 기치사부로가 시체로 발견되자, 유족은 경찰에게 책임을 물었고 경찰은 어쩔 수 없이 기치사부로의 죽음을 사고사로 처리하는데....

신라가 추리한 사건의 진상은, 이 사건은 하마구리 가 사람들의 조작이라는 겁니다. 기치사부로가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죽게 된게 이유였어요. 상속 확정까지는 기치사부로의 계좌가 동결처리되어 돈을 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치사부로의 돈으로만 먹고 살던 기생충들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사망 확인을 최대한 늦추면서, 서둘러 계좌 속 돈을 현금화한겁니다. 거액을 인출한걸 설명하기 위해서, 아버지가 여자에게 속아 돈을 건넸다는 이야기를 만든거지요.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핏빗(?)을 스마트폰에 동기화시키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치사부로가 매일 1만보 걷기 등을 실천하던 사람이라, 어느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았는지가 동기화를 통해 드러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잠깐 떼어 놓을 수야 있겠지만, 이전 이력과 비교하면 이상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을테니, 확실한 증거는 아니더라도 참고 이상으로는 충분히 쓰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웨어러블 장치가 일상회된 현재라면 말이지요.

하지만 하마구리 가 사람들의 조작은 거창하기만 할 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수상한 옆집 여자 마야에게 현금을 주더라, 정도로 끝내는게 합리적이었어요. 돈을 건네 주다가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는건 별로 이상하지 않잖아요? 사이비 종교를 엮어서 구원 어쩌구 하는 이유를 들먹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외려 다치가와 류는 살아있는 채로 부처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에, 신라에게 의심을 사고 말았을 뿐입니다. 경찰도 아니고, 경찰 관계자도 아닌 평범한 고등학생 신라와 타츠키에게까지 사건을 이야기할 이유도 딱히 없었고요. 

설명도 부족합니다. 기차사부로의 사체를 어디에 보관했는지부터가 애매해요. 부검에서 사망 추정시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도 설명되지 않고요. 경찰에 신고하며 소동을 일으키려면 적어도 1주일 이상은 걸렸을 거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설득력만 높여 주었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돌과 사진" 

마추피추 유적에서 스페인 여성 관광객 알마가 낙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 뒤 잉카의 저주라는 소문이 퍼졌다. 피해자가 잉카를 정복했던 스페인인이었고, 낙석은 다른 돌로 가로막혀 떨어질 수 없었던 위치에 놓여 있었던 탓이었다.

살인의 동기가 인스타그램일 수 있다는 전개는 꽤 시의적절했습니다. 피해자가 친구들 사진 아이디어를 도용해 사진을 올리고, 그걸로 인기를 얻었다는 내용이거든요. 물론 결정적인 동기는 따로 있기는 합니다만....

문제는 인스타그램 관련 내용 외의 모든 것입니다. 돌이 떨어진 진상부터가 허무하고 유치했어요. 가로막고 있던 돌을 피해서 굴린 뒤 피해자에게 떨어트린게 전부거든요. 밑에 굴리기 쉽게 태피스트리를 깔았다는데, 이건 트릭도 뭐도 아닙니다. 증거인 유리 구슬 파편도 너무 쉽게 드러나고요. 상식적으로도 자연스럽게 낙석이 일어난 것으로 위장하는게 당연합니다. 이렇게 억지로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다른 친구 두 명이 범인 엘자가 위로 올라가 돌을 떨어트린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2021/02/05

Q.E.D Iff 증명종료 13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1.5점

Q.E.D Iff 증명종료 13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이번 권은 일상계에 가까운 이야기 한 편에, 국제적인 거대 강력 사건 한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밖에는 못 주겠네요. 이전 권이 워낙 좋아서 기대가 컸는데 많이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다음 권에서 만회해 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소개는 아래 리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인 풍경" 

거액의 빚을 진 가이바시라 사장은 채권자 3명을 카루이자와에 있는 별장으로 초대했다. 상환 계획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에비사와 유리는 가이바시라 사장이 채권자들을 거실에 모아 놓은 뒤, 천장을 무너뜨려 죽이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하는 상황을 우연히 목격했다. 이 때 비서 이카다가 못견디겠다며 직접 천장을 무너트리고 사장은 천장에 깔리고 말았다. 

그녀는 곧바로 경찰을 불렀지만 천장에 깔려있을 사장 사체는 발견하지 못했다. 뒤이어 사채업자 다코는 사장을 비서 이카다가 차로 들이받았고, S은행 채권회수 담당자 카니에도 이카다가 사장을 칼로 찌른 뒤 우물에 던져 넣는걸 목격했다는게 밝혀진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경찰이 시체를 발견 못한 탓에, 유력한 용의자였던 비서 이카다는 풀려나게 된다. 에비사와 유리의 부탁으로 토마는 사건 해결에 나서는데...

Q.E.D에 많이 등장했던, '서로 다른 증언 속 진실 찾기', 즉 증인 중 한 명이 범인이나 중요 관계자였고, 증언 중 거짓말이나 미묘하게 숨긴 부분을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아니더군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일부러 증인들을 속이기 위해 연출한 연극이라는게 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극에 헛점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은행 직원 카니에 앞에서 벌인 살인 연극이 그러했어요. 카니에가 현장에서 도망쳐서 경찰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카다가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던가,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았다면? 연극이라는건 바로 밝혀졌을겁니다. 다코가 목격했던 자동차 사고 역시 가이바시라 사장 대신으로 인형을 써서 자동차 사고를 위장했다는데 그렇게 잘 되었을 것 같지 않고요.
무엇보다도 각자 개인 행동으로 산책을 나선 채권자들이 연극을 그렇게나 딱 맞게 목격했다는 상황이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연극을 벌인 동기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이카다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가이바시라 사장이 가입했던 생명보험으로 빚을 값으려면, 시체가 필요했습니다. 반대로 채권자에게 "더이상 빚은 절대로 값지 않겠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기 위함이었다면 연극은 불필요했어요. 개인 사업자인 사채업자는 손을 뗄 수 있었다 치더라도, 은행 직원이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고 증언한다고 해서 은행 빚이 탕감된다는건 불가능하니까요. 현재와 같이 '죽음이 확인되지 않은 실종 상태'를 의도했다면, 그냥 숨어버리면 되잖아요?

그나마 무너진 천정에서 가이바시라 사장이 탈출한 트릭, 가이바시라 사장이 어디에 숨었는지? 에 대한 추리는 볼 만 했습니다. 트릭은 집 구조를 잘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고, 가이바시라 사장이 숨은(?) 오래된 별장 굴뚝 속이라는 장소는 앞서 여러가지 복선으로 설명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건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은, 불필요하고 작위적이며 무모한 연극에 불과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특이점의 여인" 

토마와 가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심장병 약 강도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다. 약 25억엔에 달하는 약이 강탈당한 사건이었다. 유로폴 수사 담당자 브루스트는 신라의 친구로, 신분 조회 중 신라에게서 토마와 가나를 (특히 가나) 잘 대접하면 사건이 빨리 해결될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함께 수사에 나섰다. 그리고 범인 중 한명인 해들리가 자수했다. 그는 르쥬라는 여인이 모근 계획을 꾸몄으며, 그녀 말대로 행동해서 약을 훔첬지만, 훔친 듀랄루민 케이스 안에는 약 대신 잡지 몇 권만 들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그의 증언에 따라 다른 일당도 한 명씩 체포했다. 그러나 르쥬와 약의 행방은 밝혀내지 못하는데....

이야기 전체가 문제 투성이입니다. 제일 앞단에 있는 사건부터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르쥬가 운송업자를 변장하고 만나서 진짜 서류를 손에 넣은 뒤, 다시 자기가 운송업자로 변장하고 약을 손에 넣었다는건데, 변장 만능 주의도 지겹지만 방금 전 건네준 서류를 동일하게 위조해서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설명이 안 될 뿐더러, 가방을 운송업자 앞에서 바꿔치기하는게 별로 쉬워 보이지 않은 탓입니다.

게다가 르쥬는 자신이 직접 약을 빼돌리는걸 계획했던게 분명합니다. 이 계획이 실패했더라면, 뒤의 습격 계획은 불필요했습니다. 변장이나 위조 서류가 들통난 순간, 도주하거나 체포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약을 빼돌리는게 성공했다는 전제로, 단지 서류를 바꿔치기 하기 위해 악당 3명을 끌어들여 운송 차량 습격을 계획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건 아예 말이 안되지요. 왜 화근을 남긴답니까? 말이 되려면 서류가 얼마나 큰 증거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또 강력한 팜므 파탈로 보였던 르쥬가 단순한 방심으로 쉽게 목숨을 잃었다는 결말도 허무했으며, 제목도 그냥 수학 이론을 등장시키기 위한 무리수에 불과해서 마음에 들지 않네요. 르쥬가 물리학, 수학 이론인 특이점과 같기 때문에 특이점을 복소적분으로 나누어 해석하듯, 잘 모르는 부분만을 떼어내 생각해야 한다는 토마의 제안은 일견 그럴듯하지만, 수사는 평범하게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되짚어 나갈 뿐이니까요.

그나마 해들리가 르쥬를 죽였고, 사체를 토막내어 3명이 운송 차량 습격에 이용했던 증거품을 숨길 때 각각 나누어 넣어두었다는 진상만큼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원히 찾을 수 없는 완벽한 은닉 장소, 그리고 이를 밝혀낸 토마의 추리 역시 꽤 그럴싸 했고요. 토마의 추리는 돈이 필요했던 해들리가 왜 자수해서 수사에 협조했는지? 부터 시작됩니다. 돈이 필요했다면, 약을 가지고 있을 르쥬를 추적하는게 당연하니까요. 결국 르쥬에게서 약을 회수하기는 불가능했고, 그 이유는 그녀를 이미 살해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되면 이야기가 성립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살인에 대한 모든 증거도 숨긴 마당에, 살인을 감추기 위해 자수를 한다? 그럴리가 없지요. 해들리가 자수하지 않았다면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빠졌을겁니다. 즉, 이 모든게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억지에 불과한거지요.

나름 의외성있는 결말은 인상적이긴 하나 이렇게 단점과 약점, 무리수가 많은 탓에 그다지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20/12/20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0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스핀 오프 C.M.B도 계속된 시장 수요가 있나 보네요. 드디어 앞자리가 4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권에 수록된 작품은 모두 네 편입니다. 소소한 일상계 이야기는 없습니다. 살인 사건 이야기가 두 편에 세 편의 무대가 해외 - 캄보디아, 브라질, 말타 - 일 만큼 스케일이 크거든요. 

그러나 커진 스케일에 걸맞는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억지스럽고 무리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해외가 무대일 이유도 별로 없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전작에서 좋았던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해 아쉽네요.

수록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적의 신전" 

캄보디아 세관원 보오는 유럽 제약 회사 조사단이 기적이 일어났다는 시바 신전 조사 목적으로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어머니가 아픈 소년을 데려가 기도한 뒤 병이 완치되었는데, 소년이 앓고 있던 병이 항생물질이 없는 라임병이기 때문이었다.

유적 탐험물에 가까운 이야기로 수수께끼는 기적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단 하나 뿐입니다. 이는 신전에 살던 벌의 독으로 밝혀지고요. 그러나 신전에서 벌떼의 습격을 받고 난 후 내린 결론이라서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신라가 주변 환경과 기후 등을 토대로 벌이 살고 있다는걸 먼저 알아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별다른 설명없이 기적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운이 좋아서 병이 나았다는게 전부라서 설득력도 약합니다. 언젠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왔던 ("마스터 키튼"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었죠), 눈 다래끼 때문에 시력이 좋아진 것과 같은 급의 이야기지요. 한 마디로 추리적으로 별볼일 없고, 현학적인 재미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약 대용으로(코브라의 독은 신경독이기에) 코브라에게 의도적으로 물린 뒤, 독 때문에 죽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습니다. 코브라에게 물리면 보통 죽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효과를 전하게 되어서 어처구니없는 무모한 방법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거지요. 이는 기적 덕분에 병이 치료됐다는 말이 널리 퍼지는 이유와 같다고 해석됩니다. 마찬가지로 죽은 사람들은 소문을 낼 수 없으니까요. 코브라 이야기 덕분에 별점은 2점입니다.

"시끄러운 킬러"

살인청부업자 모모야는 한 번도 살인에 성공한 적이 없다. 그를 고용하는 사람들은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했다는 소문으로 상대를 위협할 목적 뿐이었다. 그만큼 보수도 저렴했다. 

어느 날, 모모야에게 희귀 동물 밀매업자 가키야마를 죽여달라는 의뢰가 접수되었다. 성공 보수 2백만, 실패 보수 3만엔에 기한 3일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가키야마의 사무실은 철통 보안 상태라 모모야는 실패를 거듭했지만 결국 가키야마는 살해되고 말았다. 구지라자키 경부는 살인 현장이 밀실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신라를 찾아오는데...

사람을 죽여본 적 없는 살인 청부업자도 나름의 수요가 있다는 발상은 재미있었습니다. 무모한 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모모야가 저지른 습격들이 밀실을 돌파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는 진상도 괜찮았고요. 특히 모모야가 습격할 때 준비했던 휘발유는 불을 붙이는게 아니라, '냄새' 로 환기를 유도했다는 일종의 트릭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교하다기보다는 만화같은 허황된 내용에 가깝지만, 어차피 킬러 설정부터가 만화같아서 잘 어울리더군요.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잠깐 등장하는 이집트의 열쇠에 대한 소개도 재미있었습니다. 열쇠라기보다는 일종의 도구에 가깝지만요.

그러나 그동안 사람을 죽여본 적 없으면서 왜 이 사건에서는 정말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앞서의 습격으로 누가봐도 유력한 용의자라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데 무모하게 범행을 감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약점은 큽니다. 살인을 희화한 느낌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아파네마에서 온 소녀" 

히시자와는 4일 전, 브라질 리오의 초고급 호텔에 투숙했었다. 브라질 고위 관리인 오스카가 부정을 저지른걸 증명하는 서류를 전달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약속 날짜까지 여가를 보내던 히시자와는 소피아를 만나는데, 그녀로부터 중요한 서류가 들어있는 USB와 여권은 인형 속에 숨겨 호텔 내 금고 안에 넣어두라고 충고를 받았다. 그러나 히시자와는 소피아와 함께 강도들에게 납치당하고, 혼자서 겨우 빠져나온 히시자와는 그간의 이야기를 비행기에서 만난 하츠키에게 털어놓는다.

신라가 히시자와의 이야기를 듣고 강도 사건과 소피아의 정체를 추리하는 이야기인데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어떻게 USB를 몰래 빼돌리는지?가 핵심인게 뻔한데 이 트릭도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고요. 얼굴 인식 등 뭔가 대단한 보안이 있는 척 하지만 그냥 전화 한 통화로 입구 보안이 뚫리니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소피아가 강도들과 한 패로 이 모든걸 배후에서 꾸몄다는 진상도 예상 범위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작전을 펼칠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그냥 처음에 히시자와가 아무 생각없이 USB를 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 함께 훔치면 됐을텐데 말이지요. USB가 도난당했다는게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게 목적이었다? 평범한 브라질 도둑이라면 히시자와가 누군지 알게 뭡니까. 그냥 훔치고 보는거지. 출처가 히시자와라는걸 숨기는게 목적일리도 없습니다. 브라질 국민 입장에서는 히시자와도 부정에 가담한 외부 세력에 불과하니까요. 히시자와가 방문한 일정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약속 날 전날에 도착해서 다음날 바로 서류를 전달하는게 상식입니다. 미리 도착해서 몇일간 여가를 보낼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도 소피아가 자신을 찾으려면 "이파네마의 물고기를 찾아라"고 말했던 부분은 C.M.B 스럽긴 했습니다. 이파네마의 어원은 '나쁜 물'로 '물고기가 없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즉, 소피아는 없으니 찾지도 말라는 뜻이라는거지요.
또 브라질의 치안 문제, 경제가 좋지 않은건 정치가들의 부패 때문이라는 소피아의 말도 현재 일본 자민당 정권과 겹쳐 보여서 재미있었고, 작 중에 등장하는 "단지 몸만 움직인다고 돈이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브라질 속담도 인상적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잠깐 손을 멈추고, 고민해서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정작 예시로 드는건 밀수라서 조금 당황스러웠거든요. 이런 점에서는 브라질을 잘 이해하고만든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야기 핵심 사건의 동기, 전개를 납득하기 어렵고 추리라고 할 만한 내용도 없기에 감점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병속의 배" 

세금회피처인 탓에 세계 유수의 기업이 모이는 말타 공화국에 거주하는 대부호 랜드가 살해되었다. 살해된 방은 손님용 응접실과 연결된 문 외에는 전부 잠겨진 밀실이었다. 랜드가 살해된 금요일은 원래 이런저런 투자 상담을 하는 날로 살해된 3시에서 4시 사이에 만났던 사람은 프라이빗 뱅커 포쉣, 가타가케, 에코 웨스트 3명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그들 모두 상담 중에 랜드는 살아있었다!고 이야기하는데....

프라이빗 뱅커 3명 중 한 명이 범인인건 당연합니다. 그런데 첫 번째 상담자 포쉣은 랜드의 돈을 횡령한 동기가 있습니다. 마지막 상담자 에코 웨스트는 결국 시체를 보았다고 증언했고요. 그렇다면 범인은 포쉣일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 두 번째 상담자 가타가케가 살아있는 랜드와 협상 후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기 때문에, 에코 웨스트가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포쉣의 알리바이를 깨는게 목적인 작품입니다.

그런데 트릭은 간단합니다. 증언과는 다르게 가타가케가 먼저 상담을 했다는게 진상이거든요. 사실을 말하지 않은건 계약이 무효가 될 까 두려웠던 것이고요. 이는 솔직히 트릭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합니다. 에코 웨스트의 범행을 증명하지 못하면 가타가케, 포쉣에게도 수사가 들어갈게 뻔해서 끝까지 숨길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같은 이유로 포쉣이 흉기인 고가의 실크 넥타이를 범행 후에도 그대로 가지고 있으리라는 확신도 근거가 없습니다. 여러모로 트릭, 해결 과정 모두 기대 이하였어요.

그나마 랜드의 사체가 깨진 보틀쉽과 함께 발견된게 일종의 단서가 된다는건 좋았습니다. 원래 보틀쉽은 사무실에 숨겨져 있었으며, 랜드 스스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보여주기 힘든 취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꺼내져 있었다면? 범인은 익히 잘 아는 사람이며, 그렇다면 범인은 3명의 프라이빗 뱅커 중 10년 넘게 거래해 온 포쉣이라는 것이지요. 이 보틀쉽 아이디어만큼은 좋았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2020/09/23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스핀 오프로 시작한 C.M.B도 이제 40권 째를 향해 달려가네요. 네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편은 성장기, 한 편은 일상계이고, 나머지 두 편은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본격물입니다. 이 중 첫 번째 작품인 "상상 살인"은 아주 좋은데 다른 작품들은 그냥저냥입니다. 마우 주연의 이야기는 심지어 수준 이하이고요. 그래도 "상상 살인"의 하드 캐리 덕분에 전체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으니,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상상 살인"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이상과 다른 현실 때문에 괴로와 하던 디자인 회사 영업직 구보타 토미오는 출근길에 우연히 고등학생 시절 사귀었던 미와와 마주쳤는데 그녀와 왜 헤어졌는지를 떠올리지 못했다. 토미오는 그녀와 헤어졌던 과거를 고치면, 미래의 나도 바뀔거라고 생각하는데....

사고로 위장한 살인이 등장하는 본격물입니다. 미와의 남편 아키요시는 몸을 내밀었던 베란다 발코니가 떨어져서 추락사하는데, 이게 사실은 계획된 조작에 의한 살인이었지요.

범행은 베란다 안전핀을 뽑는 간단한 조작이 전부이며, 아키요시가 베란다 쪽으로 몸을 내밀게 한 트릭 (물뿌리개 안에 중고 휴대폰을 넣어서 울리게 함)도 간단하다는 점에서 무척 현실적입니다. 이 휴대폰이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는 점도 좋았고요.
신라가 사건에 엮이게 되는 이유도, 피해자 아키요시가 떨어진게 신라가 눈독들이던 개구리 조각이기 때문이라는 우연도 재미있었습니다. 토미오가 확실하게 죽게 만들려고 조각을 베란다 밑으로 옮겨 놓아서 조각이 깨지고, 분노한 신라가 무보수(?)로 사건 해결에 나서거든요. 

무엇보다도 토미오가 2층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사람이 죽을리 없다며, 누군가 떨어진 아키요시를 죽였을거라고 주장하는 마지막이 기가 막힙니다. 이는 진범은 미와임을 암시하지요. 지극히 합리적이면서도 무서운 추론이라 소름끼칠 정도였어요.

그러나 회사를 그만 둘 정도의 결단력도 없는 토미오가 살인을 결심해 실행에 옮긴다는 전개는 조금 석연치 않았습니다. 상상한건 모두 이루어진다는 긍정맨 토미오 캐릭터와 범인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도 단점이고요. 미묘한 미친놈인데, 캐릭터 구축이 어설픈 탓입니다. 그냥 미와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정도로, 그녀에게 도움을 주려다 폭주하는 소시민 정도면 적당했을텐데 말이지요.
덧붙이자면, 토미오의 범행을 밝히기도 어려울거라 생각되네요. 그가 베란다에 조작을 가하는게 목격되지 않았다면, 단지 물뿌리개 속 대포폰으로 살인 혐의를 뒤집어 씌우기는 불가능해 보이거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추리물로는 나무랄데 없는 수작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팔레오파라독시아" 

고등학교 1학년 미쿠와 하야토는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 여동생과 함께 외딴 산 속 숙부 집에서 황금 연휴를 보내게 되었다. 마침 숙부는 산 속에서 '팔레오파라독시아'의 화석을 발굴 중이었다.

신라는 학교 공부에 의미가 없다며 징징대는 하야토에게 '모두가 언제나 의미있는 답을 낼 수 없다, 하지만 답을 내기 전에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일갈합니다. 그리고 숙부가 화석을 발굴하는 상황을 이에 대입하지요. 답보다도 문제의 쪽을 오히려 모르고 있다는 뜻으로 말이죠. 일종의 성장기로서 나쁘지 않고, 항상 어린아이같은 신라가 명확한 인생관을 들려주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하야토가 고생물학자로 선생님이 되었다는 결말 역시 그럭저럭 괜찮아요.

그러나 추리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위기에 처한 하야토가 '문제를 이해하여' 적합한 답을 내여 생존한다는 클라이막스는 작위적이었고요. CMB 특유의 현학적 재미 역시 '팔레오파라독시아'라는 동물에 대해 박물학 지식을 살짝 인용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미그라스의 모험" 

마우는 부호 브렌드가 밀실에서 책꽂이에 깔려 죽었을 때 쥐고 있던 책을 입수했다. 그 책은 90년대 발표된 판타지 소설 "미그라스의 모험"으로, 대신 미그라스가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이웃 제국과 맞서 싸우다가 패한 뒤,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별 볼일 없는 내용에 절망한 마우는 책을 방치하다가 도둑맞고, 브랜드 죽음의 진상을 조사하다가 그가 교통사고 합의 관련 분쟁에 휘말렸던걸 알게 되는데...

신라의 등장없이 마우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작품입니다. 브렌드가 죽은 밀실을 만든 트릭은 문 옆에 놓인 갑옷 기사를 이용한 장치 트릭인데 꽤 그럴싸합니다. 갑옷 기사가 들고 있는 칼을 돌리는 방식의 자물쇠 위에 잘 얹어 놓는 거에요. 그러면 칼 무게로 자물쇠는 돌아가고, 칼은 떨어져 제자리에 오게 되지요. 균형을 잘 맞춰야 겠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이는 트릭이라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범인이 조카 시로노와였다는건 억지스럽습니다. 동기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탓입니다. 시로노와가 일으켰던 교통 사고를 브랜드가 합의해 주었었는데, 시로노와는 합의를 기사도에 반하는 행위라 생각해서 살해했다는게 동기죠. 그러나 기사도와 시로노와의 관계가 설명되고 있지 않아서 완전 뜬금 없었어요. 차라리 유산이 동기라면 모를까, 21세기에 기사도라니?
또 이를 극중 극 형태로 소개되는 미그라스의 모험과 연결시킨 전개도 그다지 와 닿지 않습니다. 미그라스가 가난한 마을에서 침략해온 제국군과 싸운다는 이야기인데, 전쟁을 하지 말라는게 왕의 명령이었습니다. 이렇게 싸워보지도 않고 협상을 한건 기사도 정신에 위배된다는거지요.
그러나 이 책 속에서 미그라스가 일으킨 전쟁으로 온갖 비극이 일어납니다. 마우의 말 대로 미그라스야말로 전쟁의 원흉이자 비극의 씨앗인 셈입니다. 도대체 이야기 어디에 기사도라는게 있는걸까요?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로노와를 협박해서 돈을 쥐어짠 뒤, 경찰에 넘기겠다는 마우의 사악함도 나쁘진 않지만, 설득력이 낮습니다. 아무리 피해자와 책의 관계를 밝힐 수 없었어도, 시체에 '기사도'를 의미한 책을 남겨놓은게 범인이라는게 증명되는건 아니니까요. 피해자가 어딘가에서 빌려왔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고작해야 시로노와가 마우에게서 책을 훔쳤다는 정도만 증명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밀실 트릭은 괜찮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그닥이며, 특히나 판타지 소설을 우겨넣은건 아무리봐도 무리수였습니다.

그나저나, 작가가 왜 이렇게 마우에게 미련을 갖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지극히 만화적이며 딱히 매력도 없는데 말이지요. 제발 그만 좀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빈 터의 유령"

야스다 시노는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다가, 사람이 지나갈 수 없던 곳에 갑자기 나타나 서 있던 사람을 목격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네코와리와 하츠키 등 친구들은 모두 현장을 방문했다가 그 '유령'을 목격하고 도망치는데...

오래전 추억 속 라면 가게를 다시 열기 위해 그 곳을 방문한 아저씨가 유령의 정체였으며, 우체통 때문에 사각이 생겨서 아저씨가 지나가는 걸 못 봤다는게 진상인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충분히 그럴싸한, 설득력 넘치는 아이디어로 동네 유령 이야기 진상으로는 아주 잘 어울렸어요. 추억 속 라면 가게, 편지 쓰기 등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도 풍성하고, 편지를 쓰기 싫어하는 시노가 이 사건에 대해 사진 중심으로 편지처럼 꾸며서 보낸다는 마지막 장면, 그리고 아저씨의 라면 맛이 별로였다는 에필로그까지 완벽했습니다.

그러나 트릭이 대단한건 아니고, 순전히 우연에 불과한 사건이라는건 분명합니다. 또 시노 혼자라면 모를까, 함께 갔던 친구들 모두 동일한 '사각'으로 아저씨를 보지 못했다는건 설득력이 낮아요. 그래서 조금 감점하여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신라가 경이의 방으로 안내하는데 요금을 받지 않는데, 친구들의 부탁이기 때문인지 불분명합니다. 캐릭터가 바뀐걸까요? 이런 설정마저 없어져 버린다면 정말로 Q.E.D와의 구분이 애매해지는데 말이죠.

2020/08/17

나도 먹어봤다. 신라호텔 애플 망고 빙수

휴가철도 지나가네요.
지난 휴가 때 아이 병원 때문에 서울로 나갔다가, 갈 데도 없고 해서 신라 호텔에서 브런치 겸 애플 망고 빙수를 먹어 보았습니다. 몇일 전 일이지만 기념삼아 기록을 남깁니다.

식전 빵은 무난 했습니다. 한 번 리필이 된다는데 하지는 않았습니다.
파스타를 좋아하는 딸 아이를 위해서 주문한 파스타,
아내와 저를 위해서 주문한 클럽 샌드위치. 전부 무난한 맛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애플 망고 빙수! 6만원에 육박하는 가격도 놀랍지만, 확실히 맛은 있었습니다. 특히 저와 우리 딸은 망고의 끈끈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아서 망고를 잘 먹지 않는데, 그런 우리 부녀 입맛에도 맞을 정도로 망고가 정말 맛있더군요. 식감도 쫀쫀하고, 단 맛도 풍부하며 시원해서 정말 여름에 딱이었습니다. 빙수는 팥과 망고 셔벗을 별도로 얹어 먹을 수 있는데, 역시나 맛있었고요.
그런데 맛 보다는 유행하는 여름 행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희가 나올 때 대기가 무려 70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로 대기를 할 만한 맛은 아니지 않나 싶었는데 말이지요.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 저는 한 번 먹어본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혹시라도 딸아이가 먹고 싶어 한다면 또 방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행히 또 먹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는 하지 않는군요.

2020/08/02

2020년 8월의 신라호텔 팔선 디너 코스

온 가족이 오랫만에 모여, 좋은 식사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의미있는 자리라 아버님께 의견을 여쭈었는데, 중국 요리를 선택하시더군요. 그래서 신라호텔 팔선에 디너 코스를 예약하여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선택한 코스는 아래의 '여의' 코스였습니다. 코스 이름이 특이해서 찾아보았더니, 불교 용어이기도 하고 '마음 먹은대로 된다' 는 뜻인데, 왜 이런 단어를 썼는지 그 의미는 잘 모르겠네요.
1. 제철 정선 전채
장어와 문어, 찌고 튀긴 듯 크리스피한 삼겹살과 버섯의 구성입니다. 단짠단짠인데 맛이 강하지 않고, 한 입에 먹기 좋아서 그야말로 전채라는 느낌이 드는 메뉴였어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2. 캐비아 망태버섯 제비집.
제비집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는데 식감이 재미있더라고요. 맛은 담백, 무난했습니다. 그런데 망태버섯과 캐비아의 존재감은 무척 약합니다. 맛에 있어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를 정도였어요. 제가 둔감한 탓이겠지만요.
3. 홍소소스 청새리 상어 지느러미 찜.
이거 진짜배기 상어 지느러미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도 어느정도 있고, 쫄깃하지만 질기지 않은 신기한 식감에 소스도 부담없어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4. 고법 불도장
도가니, 전복, 오골계 등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는 불도장. 그러나 고명들보다도 묵직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게, 은근하게 간을 맞춘 국물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코스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5. 어향소스 길품 전복과 오룡해삼
코스의 마지막 요리인데 전복의 크기는 상당한 만족감을 주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을만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소스맛도 특출나지 않고 전복의 맛도 크기에 비하면 그닥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어향 소스는 어향 가지로 아주 친숙하며, 오룡 해삼도 먹어본 적이 있어서 신선함이 부족하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요리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6. 식사.
저는 짬뽕을 선택했습니다. 짜장, 짬뽕, 기스면, 볶음밥, 중국식 냉면 등이 가능합니다. 고명, 건더기 등 전부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재료 외에는 일반 중식당 짬뽕과 구분되는 맛은 아니었어요.
7. 디저트
멜론 반통, 그리고 가운데 씨를 파낸 곳에 감으로 만든 소스를 채워 넣었습니다.
맛은 나쁘지 않지만 역시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대단한 조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더 손이 간 그런 디저트를 기대했거든요.
이렇게 코스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으로, 가격에 비하면 맛이 만족스럽다고 여겨지지는 않네요. 제가 이 코스를 또 먹을 일은 아마도 없을 듯 합니다. 물론 가족 모임이라는 자리에는 아주 잘 어울렸으며, 어른들께서 좋아하셨기에 불만은 없습니다. 서비스는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이었고, 룸 상태나 이런저런 디테일들도 마음에 들었고요. 혹시라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다른 코스 요리를 먹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