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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4

추리소설 쓰는 법 - 미국추리소설작가협회/보성사 : 별점 2.5점

추리소설 쓰는 법 - 6점 미국추리소설작가협회/보성사

미국 추리 작가 협회에서 발표한 추리소설 작법서. 다른 작법서들처럼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알려주지 않는게 특징입니다.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법, 플롯을 구성하는 법, 스토리 구성법 등 추리 소설을 쓰는데 중요한 요소들을 뽑아 놓기는 했지만, 이를 어떤 원칙에 따라서 소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 추리 작가 협회 작가들이 각자 한 꼭지 씩 맡아서, 각자 자신만의 방식을 풀어놓는 구성이기 때문입니다. 즉, 원칙대로의 작법서라기 보다는 유명 작가의 비법(?)을 엿볼 수는 있는 일종의 족보 (?)에 가깝습니다. 

프레드릭 브라운, 존 D 맥도널드, 렉스 스타우트, 그레고리 맥도널드, 스텐리 엘린, 헬렌 매클로이, 에드워드 D 호크 등 우리나라에도 그 이름이 익히 알려진 유명 작가들이 쓴 각자의 비법을 읽는건 확실히 재미있더군요. 추리 소설을 쓰기위한 요소 외의 정보들도 유용했고요. 작가들에게 보낸 앙케이트 결과를 소개하는 '왜 쓰는가?', '언제 어떤 식으로 집필하는가?'에 대한 내용들과 투고하는 요령 등이 기억에 남네요.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법'이 있습니다. 로스 맥도널드는 겉으로 보이는 사물을 뒤집어 보는 것부터 플롯을 발전시킨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D 호크는 우연히 생각난 제목에서 스토리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로버트 L 피쉬는 트릭을 떠올리는게 가장 중요하며, 장편은 기상천외한 상황 설정에서 시작한다는데 과연 본격작가답습니다. 미리암 알렌 데포드는 신문 스크랩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는데 무척 공감되었습니다. 이외에는 독특한 인물이나 꿈, 배경 설정, 결말, 중심 테마 등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가장 놀랐던건 존 볼의 '24시간 노동', 즉 항상 생각한다는 건데, 과연 유명한 '버질 팁스'의 창조자답습니다! 버질 팁스 시리즈가 정식 출간되면 좋겠네요. 

그리고 프레드릭 브라운이 플롯 구성법에 대해 짤막하게 쓴 글도 인상적입니다. '금붕어'라는 단어 하나에서 시작해서 플롯을 짜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어에서 시작해서 등장인물, 테마, 사건, 배경 등을 차츰 덧붙여 발전시키는 방법인데, 거장답게 깔끔하면서도 재미있는 설명이 돋보였어요.
폴린 블룸이 알려주는, 쓰기 전에 계획을 세우고, 결말을 알고 난 뒤 중심부 플롯을 만들라는 스토리 구성법도 유용해 보였습니다. 특히 강조한 '대립'을 스텐리 엘린의 "배반"을 예로 들어 설명해 준 것도 좋았어요. 쉽게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짧은 작품 속에 열 개가 넘는 극적 대립이 드러나 있다는게 놀랍더라고요. 이를 위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른건 접어두고 "이 아이디어로부터 등장인물을 심각한 상황에 처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팁도 기억에 남습니다.

또 스토리에서 주인공이 직면할 만한 대립이 무엇이며, 뭐가 장애요소인지를 떠올리고 이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해 보라고 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데이나 라이온 역시 스토리를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는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사례로 나온건 아니지만, 얼마 전 읽었던 "숙명"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형사가 대기업 사장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사건이 어린 시절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정신 지체 여성의 죽음및 어린 시절 라이벌과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게 된다."가 되겠네요. 음... 이대로는 영 재미는 없어 보입니다만.... 

서두는 이야기를 결말까지 고려하고, 어떤 효과를 자아내는지 생각하고 그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에드거 앨런 포의 지적에는 감탄했습니다. 거장은 문장 하나를 허투루 쓰지 않는 법이지요.

어떤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게 좋은지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생각, 대화는 액션과 마찬가지라는 그레고리 맥도널드의 설명과 작가들이 각자 소개해주는 여러가지 퇴고 및 수정 방법들도 앞으로 창작 작업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 외 시리즈물과 단발물 (스탠드 얼론)의 차이점과 장, 단점에 대한 설명과 왓슨역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 등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에 대해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던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번역입니다. 제가 읽은 책은 1987년 출간된 버젼인데 번역이 정말 엉망이었어요. 지금은 쓰지 않는 용어도 많았고요.

또 이미 30년도 전에 출간된 책이니만큼, 지금 읽기에는 시대착오적인 내용들도 제법 됩니다. 아울러 플롯을 짜는 법 등 소설을 쓰는 기본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꼭 '추리 소설'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는, 다른 번역도 좋고 완성도 높은 작법서를 읽는게 나을겁니다. 애써 구해 읽으실만한 책은 아니에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8/05/19

회랑정 살인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 임경화 : 별점 1.5점

회랑정 살인사건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업가 이치가하라가 죽은 뒤, 유언장 공개에 참석하기 위해 이치가하라가 소유한 여관 "회랑정"에 일족이 모였다. 그런데 이치가하라의 친구 아내로 이 장소에 참석한 70대 할머니 혼마 기쿠요의 정체는, 반년 전 회랑정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로 연인을 잃고 자살했다고 알려진 기리유 에리코의 변장이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그녀는 복수를 위해 이치가하라의 유언장 공개 시 반년 전 사건의 진상이 담겨있는 기리유 에리코의 유언장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날 밤 유언장이 사라졌고, 이치가하라의 조카딸 유카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는데...

국내 한정 일본 추리 소설의 제왕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 소설입니다.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 작품으로 1991년에 첫 발표된, 비교적 초기작입니다. 

일본 고전 추리물의 형태를 많이 따라가고 있다는 특징이 눈에 뜨입니다. 초기작이라도 '가가 형사 시리즈' 류와는 다른, "십자 저택의 피에로""가면 산장 살인 사건" 과 유사한 류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십자 저택의 피에로", "가면 산장 살인 사건" 은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서 추리적으로는 꽤 볼만한 점이 있었지만,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못힙니다. 이유는 독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지나치다 못해 완전히 잘못되어 있는 탓입니다. 우선 초반 기리유 에리코는, 화상에서 죽지 않고 깨어난 후 연인 지로의 사체를 확인하고 오열합니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연인의 떠올리며 복수를 위해 회랑정에 다시 찾아왔다는걸 독자들에게 상기시키고요. 독자들도 탐정역인 기리유와 함께 진범을 찾기 위해 이치가하라 일족 구성원들의 다양한 동기를 고민하고, 몇 안되는 단서를 조합하여 머리를 싸맵니다. 중반 이후 지로가 이치가하라의 친아들임이 밝혀지면서 부터는 범행 동기가 유산임이 명확해져서 이치가하라 일족은 더욱 의심스러워 집니다. 친아들이 있다면 다른 형제, 친척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앞 부분에서 기리유가 확인한 지로는 그녀의 연인이 아니었고, 그녀의 연인으로 알았던 지로가 사실은 진짜 지로를 죽이고 그녀까지 죽이려 했으며, 그 정체는 변호사의 조수 아지사와 히로미라는 것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이 모든게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자신이 지로라고 속이고 대신 유산을 상속 받으려는 아지사와 히로미의 음모라는 것인데, 도대체 장황하게 앞 부분에서 복수 운운하며 여러가지 단서와 동기를 던져 놓고 고민한 게 만든 건 뭐였나 싶네요. 게다가 기리유가 자신이 알던 지로가 아지사와 히로미라는 걸 이미 오래전, 이치가하라의 장례식 때 알아챘다고 하는 장면은 정말 넋을 잃게 만듭니다. 흑막이 누구인지 아는데 복수 운운하며 200페이작 넘는 분량 동안 탐정 행위를 한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독자를 속이려고 하는 의도가 지나치다 못해 억지스러워서 짜증스러울 정도입니다. 상식적으로 아지사와 히로미의 정체에 대해 안 시점에서 진범이 누군지 뭐가 중요할까요? 구태여 회랑정에 일족이 모였을 때를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변장해서 찾아간 후 복수를 하는 게 당연하죠.

이렇게 이야기를 그려내려면 최소한 앞 부분에서 기리유가 지로의 사체를 확인할 때 굉장히 많이 타서 신원 확인이 어렵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어야 합니다. 그러면 여관 지배인 고바야시 마호가 유카를 살해한 것이 기리유의 추리에 의해 밝혀진 후, 그에 따라 왜 아무런 동기가 없는(즉, 유산 상속과는 무관한) 그녀가 왜 이전에 지로와 기리유를 동반 자살을 위장해 살해하려 했는지? 에 대해 누군가의 사주가 있었다고 설명한 뒤, 아지사와 히로미가 마지막 순간에 등장했다면 적당히 이야기는 성립됩니다. 여기에 더해 두 명의 화자를 두어(가장 상식인인 나오유키가 적합했을 듯 싶습니다) 탐정 역을 번갈아 하게 했더라면 더욱 좋았을테고요.

그리고 이 마지막 장면을 제껴두어도 전개에 있어 동기와 용의자 구성도 정교한 편이 못됩니다. 이치가하라의 유산이 거액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범행 동기가 일족 모두에게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소스케는 국회 의원 출마를 예정 중이라 돈이 필요하다, 요코 남편의 회사가 어려워 돈이 필요하다 등은 모두 추정일 뿐 사실로 밝혀지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요. 오히려 일족 모두 그다지 돈에 궁핍하지 않다는 묘사만 있을 뿐입니다. 또 일족은 지로가 이치가하라의 친 아들이라는 사실을 아직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마지막 장면이 나오기 전 까지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물론 속도감 있고 흡입력 있는 전개는 괜찮아요. 최소한 저 마지막 황당 장면 전 까지는 아주 흥미롭게 읽은 건 사실이거든요. 경찰이 기리유의 모발을 찾아낸 후 그녀가 점차 궁지에 몰리는 과정의 서스펜스도 좋고요. 추리적으로도 고바야시 마호가 유카를 살해한 범인이며, 과거 사건에서 공범임을 알아내는 장면도 그런대로 쓸만한 편이에요. (개인적으로는 그냥 '숨어 있으려고' 그 방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왜 전혀 고민하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러나 이 정도 장점으로 단점을 덮기는 무리입니다. 탐정이 누가 범인인지를 이미 아는 상황에서 공범자를 알아내기 위해 벌이는, 무의미한 사기극에 불과하니까요. 제 별점은 1점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시더라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8/03/10

유령탑 - 에도가와 란포 / 민경욱 : 별점 1점

유령탑 - 2점
에도가와 란포 지음,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 민경욱 옮김/북홀릭(bookholic)

'아케치 코고로'나 '괴인 20면상', '소년 탐정단' 시리즈가 아닌 에도가와 란포의 스탠드 얼론 장편으로 쇼와 12년, 즉 1937년 첫 연재가 시작되었던 초기작입니다. 쿠로이와 루이코의 번역서를 에도가와 란포가 다시 재가공하였으며, 원작은 앨리스 M 윌리엄슨의 "회색빛 여인" 이라고 하네요.

사실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발표 시기나 발표된 형태(번역서의 재가공)를 볼 때 구릴 것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집어든 이유는 딱 한 가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그리고 해설한 서두 몇 페이지의 일러스트와 콘티가 마음에 들었던 덕분입니다. 지브리 미술관에서 "유령탑에 어서 오세요 전시 - 통속 문화의 왕도" 라는 기획전을 개최할 때 전시되었던 자료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본 편은 역시나, 생각만큼 구립니다. 별로에요. 설정은 작위적이기 짝이 없으며 모든 내용은 우연에 의지하고 있는 탓입니다. 키타가와 미츠오와 노즈에 아키코가 폐허가 된 유령탑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작위적이며, 뒤로 가면 갈 수록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집니다.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 곡마단에서 탈출한 호랑이가 난입하고, 협박범을 미행하면서 탄 열차가 탈선 사고를 일으켜 협박범의 집에 잠입하게 되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설정과 전개는 슬랩스틱 개그물을 방불케 하거든요. 게다가 이를 공포스럽게 묘사하는 에도가와 란포 특유의 과장된 문체는 정말 가관입니다. "아아!" 라는 감탄사가 대표적이에요. 뭔 일만 일어나면 "아아...!" 거리니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네요.

작위적이라도 이야기 전개가 탄탄하고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설득력있고 합리적이라면 참아줄만 했을겁니다. 그러나 역시나, 그럴리가 없죠. 짜임새가 헐거워서 극적인 재미를 느끼기 힘듭니다. 이야기는 초반부의 "유령탑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어 보물을 찾는 이야기에서, 중반부터의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가 무엇인지? 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유령탑에 얽힌 비밀은 고딕 호러에 모험물이 섞인 느낌이고,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는 전형적인 추리 서사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두 이야기 모두 짜임새가 헐거워 완성도가 낮습니다 .

보물을 찾는 과정은 고딕 호러같은 유래에 아주 약간의 암호 트릭이 결합된 전형적인 모험물인데, 결론적으로 보면 너무 쉬워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초록색 문(?)이 열린다는건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그냥 시계탑에서 쳐다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미로로 들어간 뒤에는 아키코의 발자욱을 따라 걸어갈 뿐이라 극적 긴장감을 느끼기는 힘듭니다. 아키코가 어떻게 미로의 비밀을 풀어냈는지 설명도 되지 않고요. 단지 연구로 미로의 비밀을 풀어냈다는건 너무 유치한 발상이잖아요? 최소한의 암호 트릭이나 비슷한 무언가는 독자에게 전해주었어야 했습니다.
노즈에 아키코의 정체 관련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과거 양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던 죄수 와다 긴코였다! 까지는 뭐 그럴 듯 합니다. 하지만 노즈에 아키코, 즉 와다 긴코가 유령탑의 보물을 찾고 진범을 찾으려고 하는 사명이 있다는 설정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어요. 복수를 위해 진범을 찾고자 하는건 알겠지만, 보물을 찾는게 왜 사명이 될까요? 그리고 애초에 유령탑에 살 때에는 왜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걸까요? 또 변호사 쿠로카와를 제외한 잔챙이 악당들의 협박에 휘둘리는 것도 설명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번역작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라니르' 라는 독약을 이용하여 와다 긴코를 탈옥시킨 작전은 "몽테크리스토 백작" 과 너무나 똑같습니다. 지금 시점으로 본다면 표절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에요. 아울러 처음에 아키코의 정체는 살해된 노파의 하녀 아카이 도키코가 아닐까? 라고 의문을 던지지만 아키코가 항상 손목을 감추고 있다는 묘사로 그녀가 와다 긴코라는건 처음부터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이는 분량 낭비일 뿐입니다.

주인공의 모험도 앞서 말씀드렸듯 우연이 이어지는 전개이며, 차례로 수수께끼에 대해 증언이 이어지는 식이라 추리가 개입될 여지는 전무합니다. 무엇보다도 진범이 나카다 초조로 밝혀지는 장면도 어처구니 없습니다. 열 두 시 종소리에 공포를 느낀게 증거라니? 그리고 공포를 느껴 죽은게 천벌이라니? 20세기 초기의 사고 방식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말도 안되는 주장입니다. 당시 나카다 초조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어서 혐의를 벗었다는데, 그 알리바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도 황당합니다.

딱 한가지 건질만 했던 부분은 죽은 와다 긴코가 어떻게 다르게 생긴 노즈에 아키코로 돌아왔는지? 에 대한 수수께끼입니다. 현재로서는 별거 아닌 미용 성형을 무슨 대단한 과학 기술인양 포장하여 묘사한건 우습게 느껴지지만 쓰여진 시기를 감안하면 참아줄 만 합니다.

하지만 괜찮은 부분은 전체 분량의 1/10도 안되는 느낌이에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근대 직전의 신소설 느낌이 날 정도로 낡은 작품입니다. 그 어떤 가치도 찾기 힘들기에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에 낚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차라리 미야자키 하야오의 해설 부분만 떼어내어 1/10 가격으로 파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2017/09/17

그 무렵 누군가 - 히가시노 게이고 / 이혁재 : 별점 1.5점

그 무렵 누군가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재인

주말을 보내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집어든 히가시노 게이고단편집입니다. 그간 읽어왔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그래도 무난한 수준들이었기에 이번에도 적당한 재미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후지 TV 드라마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즈"의 원작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한 책 뒤 소갯글에 낚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주 별로였습니다. 폭탄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해요. 모두 여덟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기본적인 완성도를 갖춘건 "수수께끼가 가득", "레이코와 레이코", "재생 마술의 여인" 세 편 뿐이거든요. 다른 작품들은 너무할 정도로 수준이 낮거나 다른 여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2011년 일본에서, 그리고 2014년 우리나라에서 발표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과 내용이기에 조금 조사해보니, 실제로는 20여년 전 일본 버블 경제 시기에 발표되었던 단편들이더라고요. 대 인기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묻혀있다가 20여년 만에 발표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동안은 너무할 정도로 수준이 낮아서 책을 내 봤자 망할거라고 생각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작가 이름값이 높아진 덕분에 겨우 출간되었고요. 그 정도로 한심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작가의 수많은 책 중에서도 최 하급을 차치할 유력 후보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시더라도 딱히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좋은 책들도 많으니까요.

수록 작품별 짤막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수수께끼가 가득" 

야요이의 애인 다카노리가 살해당한 후, 야요이는 다카노리의 친구라 자칭하는 기타자와라는 남자 등으로부터 사건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다카노리가 거부 나카세 고지로 사장의 유언장을 훔쳐 은닉하였다는 것이었다...

페라리와 베엠베, 고층 고급 빌라, 회원제 스포츠 센터 등 버블 시대의 환영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버블에 대해 정색을 하며 비판하던 기요미가 진범이라는 결말은 독자를 허탈하게 만듭니다. 야요이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이 돈만 쫓는 속물이라는 결말이니까요. 물론 어차피 진지한 버블 비판이 담긴 사 회파 작품은 아닌 만큼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문제가 많습니다. 작 중 등장하는 트릭은 두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마법사의 손"이라는 기타자와의 대사, 다른 한 가지는 다이잉 메시지 "A"입니다. "마법사의 손"은 "선인장"을 암시하는 말인데, 이미 작중에서 기타자와가 온실에서 시간을 보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대단한 트릭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진작에 조사하지 않은게 오히려 이상하죠.
"A"라는 다이잉 메시지는 최악입니다. 범인을 나타내는 말도 아니고, 유언장의 트릭을 밝혀내는 키워드에 불과해서 죽기 직전에 쓸 말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는 탓입니다. 게다가 이를 가지고 기요미가 범인이라고 하는건 불가능합니다. "다이잉 메시지"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 작위적인 설정이라 이를 활용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기는 힘든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TV에서 영상화되었다고 소개되는데, TV로 보는게 훨씬 낫겠습니다. 

"레이코와 레이코" 

변호사 요코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 레이코를 거두어 돌봐주었다. 그러나 레이코는 마에무라라는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수배된 상태인데...

"수수께끼가 가득" 처럼 버블의 환영이 가득하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청색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다니는 젊은 여성 변호사, 아르마니 양복과 롤렉스 시계로 치장하고 현금은 20만엔 씩 들고 다니며, 차량은 6백만엔짜리 청색 세르시오라는 29살의 증권 회사 직원 등이 등장하니까요. 이 정도면 여고생 지갑이 구치인 것은 굉장히 소박해 보입니다.

그래도 트릭 한 가지는 꽤 괜찮습니다. 레이코가 사나에의 결혼 상대에게 살의를 품는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된 마에무라의 아내가 그녀를 살해에 이용한다는 일종의 원격 조종 트릭인데, 꽤 그럴싸하게 그려져 있거든요. 과거 성폭행을 당한 탓에 정신 이상이 생긴 레이코의 상태를 전편에 걸쳐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이 트릭에 설득력을 더해주고요.
또 레이코는 다중 인격자이며, 현재의 상냥한 레이코는 과거 살인을 저질렀던 흉폭한 레이코에 대해 모든 것을 잊은 기억 상실 상태라는 결말에서, 사실 이 모든 것은 흉폭한 레이코의 '연기'일 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반전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상당히 서늘하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로 이렇게 소모되는게 아깝다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다중 인격이라는 설정은 분명 진부한 설정이고, 너무 극단적인 이상 심리 상태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작위적이긴 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재생 마술의 여인" 

네기시 부부는 어렵게 아이를 입양했다. 아내를 먼저 돌려보낸 네기시 미네카즈에게 입양 센터의 책임자 나카오 아키요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주는데...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과거의 범죄, 그리고 현재의 충격적인 진상과 뒤이어 반전으로 끝나는 전개도 무척 좋고요.

그러나 핵심 설정, 즉 '이미 사망한 피해자의 몸 속에 남아 있던 정액을 보관했다가 이를 7년 후에 체외 수정하여 아이를 만든다'는 걸 미네카즈가 믿는다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20여년 전 이야기라고 해도 설득력이 부족해요. 이 정도 기술력이 있다면 정액의 DNA를 분석하여 범인을 찾아내는게 훨씬 빨랐을테니까요. 네기시 미네카즈가 공부만 좀 했더라면 별 일 없이 끝났을겁니다. 혹 공부와 자기 개발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작가의 큰 뜻이 담긴 것일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는 있지만 핵심 설정이 말이 안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아빠 안녕" 

"비밀"의 원전입니다. 그러나 단편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에요. 사고로 딸 가나에의 몸 속에 엄마 요코의 영혼이 들어오고, 곧바로 딸이 결혼하면서 끝나버리거든요. "비밀"에서처럼 여러모로 복잡 미묘한 부부, 부녀의 관계를 디테일하게 그리지 않아서 영 볼게 없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여러모로 완성된 한 편의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무리인데, "비밀"을 쓰기 전 편집자에게 건네준 요약본이 아닐까 싶네요.

"명탐정의 퇴장" 

본격 고전 퍼즐 미스터리를 패러디하는, "명탐정의 규칙"의 원전격 되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패러디 외에는 별다른 트릭이 등장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만화적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패러디가 이어지더라도 결국 트릭과 진상이 존재하는, 그런 작품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여자도 호랑이도"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를 연상케하는 초단편으로 사형수가 문을 세 개 열 수 있는데, 한 개는 여자, 또 한 개는 굶주린 호랑이, 마지막 한 개는 뭔지 모른다는 설정은 재미있었어요. 결국 또 다른 한 개는 여자이자 굶주린 호랑이었다는 결말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이 여자가 '여자의 문' 속 여자인지, '제 3의 문' 속 무언가였는지 밝혀지지 않는 것은 좀 답답했습니다. 이게 핵심이라서 조금 더 정교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자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동경하던 야마사키 유카리와 데이트한 직후, 정신이 든 '나'는 끔찍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 이유를 추리하는데...

'나'가 이 상황에 처한 이유를 처음부터 되짚어 하나씩 밝혀내는 전개는 괜찮습니다. 야마사키 유카리의 완전 범죄 계획도 그럴듯하고요. 여러가지 상황에서의 목격자 증언을 활용한다는 것과, 간단한 바꿔치기 트릭이 핵심인데 간단한만큼 설득력도 높습니다.

그러나 과학 수사 시대에 맞는 트릭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가 탄 것으로 추정된 택시의 지문 조사만 해도 경찰이 상황은 쉽게 파악할 수 있을테니까요. 택시에 대한 상세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나'와 유카리의 남자가 동일 인물이 아닌 것이 증명될 방법은 많고요. 

수사적으로 부족한 부분이야 20년 전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이야기가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문제도 큽니다. '나'가 진상을 깨닫고, 자신이 수면제를 먹고 손이 묶인 채 목을 메달기 직전이라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탓입니다. 다른 장편이라면 도입부에 불과한 내용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느낌이거든요. 여기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 복수를 하던가 해야 하는데, 그냥 이렇게 마무리 되니까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완성되지 못한 느낌이 강한데, 이어지는 속편이나 후속 이야기가 없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20" 

결혼해서도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남편 데루히코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내 아사코는 그를 미행하는데...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히가시노 게이고스러웠던 작품입니다. 평범한 가정 주부 아사코가 남편 데루히코가 지닌 비밀이 무엇일까?를 파헤치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덕분입니다. 평범한 대학생 등이 주인공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탠드 얼론 작품들과 유사하지요.

하지만 데루히코의 비밀이 너무 별게 아니라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어린 시절 유괴되어 살해된 니시노 하루미와 나비를 잡으러 가기로 하고 가지 않은 탓에 그녀가 죽었다는 자책을 안고 살아간다는건데, 이 사건과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결심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 진상 자체를 이미 시미즈 부부가 알고 있던지 오래되었다는 허무한 결말은 영 별로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좀 더 충격적이고 설득력 있는 과거 사건이 드러났더라면 아주 괜찮았겠지만 이대로는 아닙니다. 하기사, 그랬더라면 여기 수록된 단편 수준으로 끝나지는 않았겠죠.

2017/06/18

미스테리아 5호 - 미스테리아 편집부 : 별점 2점

미스테리아 5호 - 6점
미스테리아 편집부 엮음/엘릭시르

구하게 되면 읽곤 하는 장르문학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 5호입니다. 작년 초에 출간된 한참 전 과월호지요. 언제나처럼 특집 기사와 신간 소개, 이런 저런 연재 기사, 인터뷰, 수록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관심 있던건 특집입니다. "음식 미스터리"가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장르 문학 속 요리'에 대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좋은 비교, 혹은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주 별로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소재가 진부하다는 겁니다. 추리 애호가라면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흔해 빠진 내용이에요. 도입부의 식인 천재 범죄자 한니발 렉터, 미식가 탐정 네로 울프가 대표적입니다. 그나마도 인터넷을 뒤지면 알 수 있는 내용일 뿐이고요. 정작 기대했던 내용은 실려있지도 않습니다. 저라면 한니발 렉터의 '전두엽 소테'나 네로 울프의 '소시스 미뉴이'를 소개할 때 최소한 해당 음식의 레시피와 조리 사진을 수록했을 겁니다.
이어지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속 독약에 대한 소개는 '음식 미스터리'의 범주에 넣기는 무리입니다. 차라리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같은 작품 소개가 더 적절했을 것입니다.

작품 속 요리를 재현하는 코너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주제와 연결되는 요리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미스테리아 측에서 별다르게 창작한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 참고 도서 속 - 주로 "미국 미스터리 작가들의 요리책" -  요리를 재현한 것에 불과해요. 그나마 셜록 홈즈가 '해군 조약문'을 극적으로 등장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던 "해군 조약문" 속 치킨 커리 정도만 어느정도 주제에 값할 뿐, 재현한 요리가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도 않았고요. 

마지막의 '10권의 맛있는 미스터리' 소개는 실망의 정점을 찍습니다. 기준, 근거를 알기 어려운 탓입니다. 일단 소개작 중 "스위트 홈 살인사건",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기나긴 이별"은 절대로 음식 미스터리로 포장할 수 없습니다. 억지에요. "어느 백만장자의 죽음"은 아슬아슬하게 음식 미스터리 범주 안에는 들기는 한데,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을 추천 도서로 떡 하니 내미는 행위는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조앤 플루크의 한나 스웬슨 시리즈는 빈말로도 좋은 작품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 외 작품들도 음식 미스터리로는 볼 만 하지만, 추천할만한 수준의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특별 요리""맛" 외에는 모두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점수를 주자면 1.5점 정도? 제 개인 프로젝트에 필적할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는 조금 안심했지만, 여러모로 점수를 주기 힘든 기획입니다. 

다행히 특집 외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빼어난 리뷰가 많아서 "미스테리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신간 소개 코너는 역시나,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좋은 리뷰들이 많더군요. 솔직히 읽어본 결과에 따르면 좀 과한 홍보의 결과물이라 생각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이번에 소개된 작품 중 마쓰모토 세이초의 "범죄자의 탄생"은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원작, 영화를 함께 소개하는 코너에서 "검은 옷을 입은 신부""상복의 랑데뷰"보다 낭만적인 애상으로 넘쳐흐른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네요. 완성도 면에서 천지차이니까요. 영상화된 작품이라는 이유로 소개되기는 했지만, 정보는 공정하게 제공해 주면 좋겠습니다.

연재물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건축가 야스이 도시오의 밀실에 대한 대담은 재미있었습니다.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써먹기는 힘들다는 단점은 있지만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았어요. 특히 다다미를 걷어내면 아마추어는 다시 깔 수 없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이 코너를 통해 소개되는 정보를 토대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내 놓는 아이디어 - 다양한 기술자들이 등장하는 탐정물 - 도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미로관을 예로 들며 전기비가 많이 들었을 것이라는 언급을 하는 등 건축 전문가의 식견이 느껴지는 여러 코멘트들도 기억에 남고요.

한국의 50~60년대 추리 소설을 발굴한 추리소설 평론가 박광규 씨와의 인터뷰 역시 좋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화재 사고와 관련된 논픽션, 폴란드에서 실제로 있었던 젊은 지식인 발라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웠는데, 특히 범인 크리스티안 발라와 그의 작품 "아목", 형사 브로블레브스키라는 키워드는 꼭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찾아봐야겠습니다.
 한국 미스터리 소설의 계보를 추적하며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다는 기획물인 '동아시아 미스터리, 정치적 죄와 서스펜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식민지 대중 서사의 최고봉이라는 이병주의 "관부 연락선", "별이 차가운 밤이면"과 김내성의 "청춘 열차"는 틈 나는 대로 한번 읽어봐야 겠습니다.
마지막에 수록된 두 편의 단편도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체 별점은 2점입니다. 척박한 한국 장르 문학의 구심점 역할을 해 주는 좋은 잡지이지만, 이번호는 특집이 너무 별로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수록된 2편의 단편의 짤막한 리뷰로 글을 마칩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나비 부인의 커튼콜" 

전직 사회부 기자 박희윤과 퇴출 형사 갈호태, 두 남자가 운영하는 카페 '이기적인 갈 사장' 건너편에 '나비 부인'이라는 카페가 개업했다. '나비 부인'은 가면을 쓰고 서빙하는 독특한 컨셉과 인테리어, 커피 맛이 입소문을 타 맛집으로 유명해졌다. 그러던 중, 기묘한 노인이 '나비 부인'에서 진상을 부린 다음 날 '나비 부인' 사장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는데...

최혁곤의 단편입니다. 시리즈 캐릭터로 전직 사회부 기자 박희윤과 퇴출 형사 갈호태 콤비가 등장하는 단편집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에서 이어지는 시리즈입니다.

전작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유쾌한 분위기의 버디물인데, 아쉽게도 추리적으로는 그닥입니다. 별로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 않는 탓입니다. 초반에 나왔던 수상쩍은 노인이 범인으로 체포되는 등 수수께끼의 여지도 없고요. 

특히 후더닛 물로는 영 아니올시다에요. 오히려 인터넷 상에서 사람을 공격하여 죽게 만드는 일종의 '사이버 테러'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사회파적 측면이 강하며, 이것이 동기로 밝혀지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인 와이더닛물에 더욱 가깝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좀 가볍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사회파적 설정이 잘 어울리지는 않네요. 인터넷의 비방글로 자살을 한다는 것도 와 닿지 않고요. 또 고3 수험생 투신 사건도 불필요할 정도로 질질 끄는 느낌입니다. 동기 부분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도 와이더닛물로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진범 검은 뿔테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도 불분명하니까요. 남자 친구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낮아요.
진소담의 가족 관계 증명서 정도만 나름 증거일 뿐, 추리가 모두 정황 증거에 기반한다는 약점도 크고요.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읽는 재미는 있지만 추리적으로는 기대 이하였던 범작이었습니다. 그래도 버디물로서는 충분히 즐길만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단편집은 한번 읽어 볼 생각입니다. 

"죽음이 갈라 놓을 때" 

기흥 보리산 자락에 있는 무당의 당집에서 처참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완벽한 밀실 안에서 홀로 생존한 채 발견된 유홍석이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되어 사형이 구형되었다. 그러나 판사에게 유홍석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한국에서 보기 드문 본격 추리물들을 발표하고 계신 도진기 판사님 - 현 시점에서 변호사가 되셨지만 - 의 스탠드얼론 단편입니다.

다른건 몰라도 작가가 뼛속까지 고전 본격물 애호가라는 것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입니다. 1인칭의 수기 형태로 전개되며, 끔찍한 사건이 초자연적인 현상과 얽혀 일어난다는 점이 완전 고전 스타일이었거든요. 비교하자면 코난 도일경의 "J. 하버쿡 젭슨의 진술"이라던가, 앰브로스 비어스의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에 수록된 작품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워낙 고전물을 좋아하기에, 완전 제 취향이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게다가 단지 스타일을 따온 것에 그치지 않고, 무당 '인문희'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덕분에 독특한 한국적 오컬트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에요. 특히 그녀가 서상표의 집에 몰래 부적을 붙인게 드러나는 장면은 굉장히 섬찟합니다. 만약 영상화한다면 클라이막스로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문희에 비하면 서상표는 전형적인 한국 쓰레기 남자와 다를 바 없어 지루합니다. 무엇보다도 진상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어요. 괜찮은 고전 오컬트물이 갑자기 크리쳐 호러로 변질되는데 영 어울리지 않았던 탓입니다.
게다가 잘린 목이 경동맥을 물어 뜯었다면 부검으로 밝혀지는게 당연한데 간과되고 있고, 유홍석이 현장 문을 잠가 밀실로 만든 이유도 끝까지 설명되지 않는 등 디테일에서도 문제가 많아요.

하지만 한국에서 보기 드문, 고전 스타일 오컬트 호러 스릴러임에는 분명합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를 굉장히 탈 텐데 저한테는 호 쪽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도 앞서 말씀드린 부적이 드러나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별점 2.5점은 충분합니다.

2016/10/03

러시아 유령 군함 사건 - 시마다 소지 / 김동주 : 별점 2점

러시아 유령 군함 사건 - 4점 시마다 소지 지음, 김동주 옮김, toi8.스즈키 쿠미 그림/영상출판미디어(주)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배우 레오나가 받은 기묘한 펜레터에 흥미를 갖게 된 미타라이는 이시오카와 함께 펜레터에 쓰여진 하코네의 호텔을 찾았다. 목적은 본관 1층 매직룸의 사진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1919년, 하코네에 나타났던 "러시아 유령 군함"에 대한 사진과 함께 관련된 괴담을 들었다. 미타라이는 사건이 미국의 안나 앤더슨, 그리고 러시아의 마지막 황녀 아나스타샤와 관련되었다는걸 알아냈고, 이후 몇 가지 조사와 추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시마다 소지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기나긴 연휴를 버티기 위해 별 생각 없이 집어들었습니다. 제목만 봤을 때에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국명 시리즈"류의 작품이라 여겼는데 읽어보니 "아나스타샤 황녀"를 소재로 한 작품이더군요.

자신을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했던 미국인 안나 앤더슨은 유명하지요. 안나 앤더슨과 그녀의 미국 정착을 도운 남편 마나한의 비참하고 불행한 말년 - 집은 개와 고양이 배설물로 엉망인데다가 죽을 때까지 이런저런 심각한 정신병에 시달렸다 - 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되었지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안나 앤더슨의 주장과 수수께끼는 이미 많은 매체와 콘텐츠를 통해 상세하게 검증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안나 앤더슨의 주장의 진위는 이미 판명난 지 오래라 이미 쉬어버린 떡밥이기도 합니다. 거의 10년 전 DNA 검사를 통해, 그녀가 로마노프 황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안나 앤더슨이 진짜 아나스타샤라는 내용입니다. 물론 아직 안나 앤더슨 주장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던 2001년 작품이니 이건 문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잘 알려진 역사 속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재미의 핵심이고요.
그런데 이 부분에서 경쟁, 유사작과 차별화되는 이 작품만의 특징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안나 앤더슨 주장 중 가장 큰 맹점인 "왜 러시아어를 하지 못했는가?"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점입니다. 작중 미타라이의 입을 통해 설명되는 이론으로 '두개골 부상 당시 뇌손상을 입어 특정 언어에 대한 회화 능력을 잃고 극심한 정신병이 생겼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뇌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만큼 아이디어만큼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어요. 안나 앤더슨이 앓았던 정신병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되고요.
하지만 미타라이가 소설 속에서 강하게 주장한 "뇌의 모국어 담당 영역이 손상되고 외국어 담당 영역이 무사하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는 것 자체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전례가 없는 뇌손상이 가능했을까에 대해서도 회의적이고요. 뭐, 소설 속 재미있는 가설 중 하나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싶네요.

이것뿐만이 아니라 아나스타샤가 어떻게 러시아에서 탈출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신선했습니다. 바로 제목인 "러시아 유령 군함"입니다. 소설 속에서 1919년 하코네 호수에 나타난 러시아 군함을 의미하죠. 정체는 당시 존재했던 도르니에의 거대 비행정이라고 설명합니다. 물에서 뜨고 내릴 수 있고,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등 나름 조건에 부합합니다. 게다가 날개, 프로펠러만 뺀다면 물 위에 떠 있는 배라는 것도 맞고요. 여러모로 상당히 기발한 아이디어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탈출 시 제공된 로마노프 황제의 금괴를 이용했다는 설명도 그럴듯 했고요.

그러나 전개상의 헛점과 억지가 상당하다는 단점은 큽니다. 아나스타샤가 감금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어떻게 탈출하였는지는 정작 설명되지 않는 게 대표적입니다 구라모치와 독일로 향한 후 베를린에서 갑자기 착란을 일으켜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 역시 엉터리고요. 히틀러가 환영했다는데 자살 소동을 벌일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러한 설정 구멍 전부를 정신 이상을 내세워 해결하려 한 건 여러모로 모양이 빠지고요.

또 아나스타샤와 황제 가족에게 닥친 잔인했던 능욕의 현장 묘사는 불필요했으며, 이후 아나스타샤가 성폭행으로 잉태한 아들이 일본에서 아나스타샤와 사랑에 빠졌던 일본군인 구라모치에게 입양되어 '네무리'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도 영 와 닿지 않았습니다. 작중 설정대로라면 네무리가 로마노프 가문의 정통 후예임은 분명한 만큼, 당연히 일본 정부에서 관리했어야 하잖아요? 홀로 남은 러시아 황녀가 일본군인 구라모치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솔직히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어요.

왜 미타라이 시리즈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미타라이가 다국어에 능통한 데다가 뇌과학 전문가, 그리고 직접 로마노프 왕가 유골 발굴까지 참여했다는 등 설정 비약이 너무 심하고, 이시오카 역시 정말 하는 게 없으니까요. 이럴 바에야 일본인은 일본 현지 후지야 호텔의 러시아 유령 군함 괴담과 사진을 미국 저널리스트 제레미에게 연결시키는 정도의 역할 정도만 수행하고, 제레미가 모든 것을 밝혀내는 전개의 스탠드 얼론물로 그려내는게 더욱 깔끔하고 보기도 좋았을 것입니다. 지나치게 시리즈에 욕심을 낸 탓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요약하자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역사 속 미스터리를 기발한 아이디어를 덧붙여 소설로 만들었다는 점은 인상적이기는 합니다. 설득력이 아주 높다거나 대단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배울 게 많거든요. 그러나 단점이 너마누다ㅗ 명확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역사 속 미스터리를 다룬 "진리는 시간의 딸"이나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 실제 사건을 변주한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등 쟁쟁한 미스터리 실화소설 경쟁작에 비하면 완성도도 턱없이 부족하며, 이미 거짓으로 판명된 이야기라 지금 읽기에는 시효가 다 되었다는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긴 하였으나 이러한 이유들로 추천드리기는 어렵습니다.

2016/07/25

몽환화 - 히가시노 게이고 / 민경욱 : 별점 2점

몽환화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비채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키야마 리노는 올림픽 대표로까지 손꼽혔던 수영 선수였지만, 심리적 이유로 수영을 그만두었다. 그 뒤 리노는 사촌 나오토의 자살 후 가까워진 할아버지 아키야마 슈지의 꽃 사진들을 블로그로 만드는걸 돕게 되었다. 그러나 아키야마 슈지가 살해당했고, 경찰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리노, 리노를 우연히 알게 되어 돕기 시작한 가모 소타, 개인적 인연으로 아키야마 슈지에게 보은을 하려는 경찰 하야세, 소타의 형으로 수면 밑에서 은밀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요스케 등 여러 명이 사건 해결에 나섰고, 결국 그들은 사건에 정체불명의 '노란색 나팔꽃'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스탠드 얼론 작품입니다.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언급되기에 2010년대 이후 발표된 근작이라 생각했는데, 책 뒤 해설을 보니 10여 년 전부터 연재해왔던 작품을 수정·가필해 단행본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장점부터 말씀드리자면, 재미있고 속도감이 넘친다는 점입니다. 뭔가 있어 보이는 도입부로 시작해 여러 사건들이 계속 이어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흥미를 자아냅니다. 결국 하나로 모여 깔끔히 끝나는 마무리도 좋고요.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은 확실히 뛰어납니다.

주인공 커플이 몇 안 되는 단서를 가지고 진상을 파헤쳐 나가는 모험에 약간의 추리가 더해진, "부부 탐정" 스타일의 작품인 탓에 온전한 본격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지만, 그 와중에 등장하는 추리 역시 작가의 명성에 걸맞습니다. 현장에 남겨진 단서 — 젖은 방석, 페트병 차가 담긴 찻잔 — 을 가지고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하야세 경부의 추리가 대표적입니다. ‘왜 시원한 페트병 차를 마시는데 유리컵이 아니라 찻잔을 사용했을까? 찬장에 근사한 유리컵이 있었는데?’라는 극히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되는 추리가 아주 설득력 있습니다. 아들 유타와의 인연으로 오갔던 연하장의 내용이 주요 단서가 되었다는 건 다소 작위적이지만, 독자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고요.(무언가의 성취를 기원해 차를 끊는다는 것이 일본에서 일반적인 문화인지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

또 아키야마 슈지가 개화시킨 노란 나팔꽃이 살인의 동기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예상과 다른 결말이 독특했습니다. 보통 이런 설정이라면 거액의 돈이나 비밀 조직이 얽혀 있기 마련인데, 손주의 친구에게 살해당했다는 평범한 결말인데 오히려 신선했던 덕분입니다.

소타와 리노의 성장기적 서사도 작품과 잘 어울립니다. 리노의 심리적 약점 극복은 다소 상투적이지만, 소타가 원자력 전공자로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진로를 고민하다가 ‘빚도 유산이다’라는 깨달음을 얻고 연구에 매진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은 작품의 주제를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우선 재미와 흥미에 비해 진상이 다소 시시합니다. 제목 그대로 ‘몽환화’라 불리는 나팔꽃 씨앗에 환각 효과가 있어 에도 막부메이지 시대에 걸쳐 통제되었지만, 마취제로 활용했다는 가공의 역사 설정까지는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범인이 단지 우연히 얻은 씨앗의 환각 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 번식 의뢰를 한 마사야라는 점은 김이 빠집니다. 역사적 스케일의 설정은 결국 곁가지일 뿐이니까요.

현대 파트에서도 가모와 이바 가문이 대를 이어 비밀리에 나팔꽃을 쫓는다는 설정, 소타가 나팔꽃 사건 피해자의 후손이며 첫사랑이 그와 얽힌 이바 가의 딸이라는 설정은 지나치게 만화적입니다. 이 정도면 ‘핫토리 가문이 아직 닌자 일을 한다’는 수준이니까요. 게다가 작품 속 수수께끼 대부분이 이 두 가문의 비밀스러운 행각 때문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요스케가 소타에게 진상을 숨긴 이유, 이바 다카미가 구도를 추적하며 가명을 쓴 이유, 다카미가 소타를 만나고 도망치듯 떠난 이유, 요스케가 리노에게 정체를 숨긴 이유, 하야세에게 진실을 털어놓지 않은 이유 모두가 그러합니다. 이 모든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요.
또한 뭔가 거대한 비밀에 휘말린 듯 보였던 리노와 소타 커플은 불필요한 ‘헛수고’를 했다는 뜻이기도 해서 허무합니다. 슈지 살인사건의 범인은 하야세가 밝혀냈고, 노란 나팔꽃의 진상은 요스케와 다카미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스터리를 만든 건 리노가 초반에 하야세 경부를 믿지 못한 탓인데, 그것조차 설득력 있지는 않습니다. 누가 봐도 수상쩍은 가모 소타보다는 경찰 하야세가 더 믿을 만한 인물이 아닐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킬링 타임용으로는 무난하지만 단점도 뚜렷하여 감점합니다. 그래도 작가의 팬이라면 읽어볼 만 합니다.

2016/06/23

십자 저택의 피에로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 별점 2점

십자 저택의 피에로 - 4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재인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즈호는 이모 요리코의 급작스러운 자살 사건 이후, 1주기를 맞아 다케미야가(家)의 십자 저택을 찾았다. 그러나 1주기 다음날 그녀와 다케미야 가족, 그리고 손님들 앞에 현재 다케미야 산업 사장인 무네히코와 정부 미타 리에코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미즈호는 새벽에 깨었을 때 발견했던 단추가 현장에서 조작된 것 등으로 집안 사람 중 누군가 범인일 것으로 의심하고, 마침 누군가의 공작으로 다케미야 산업의 이사인 가쓰유키가 범인으로 밝혀지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 소설입니다.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 얼론 작품으로, 34살 때 발표한 비교적 초기작이지요. 정통 본격물로 독자에게 정정당당히 승부를 거는 내용, 인형사 고조라는 독특한 캐릭터 및 피에로 시점의 묘사가 들어가는 등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에서 확실히 젊은 작가의 패기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과 시도는 작품에 좋게 작용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우선 설정과 트릭 모두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단점이 큽니다. 본격물 대부분이 작위적이긴 하지만, 십자 저택이라는 공간은 아무리 봐도 트릭을 위해 만들어진 티가 물씬 납니다. 공들인 설정일 수는 있지만 흔하게 볼 수 없는 구조인 탓에, 이를 활용한 트릭이 있으리라는건 쉽게 짐작 가능합니다.

그리고 인형과 인형사의 등장은 뜬금없습니다. 요리코 자살 사건 당시 장식장의 인형을 피에로 인형으로 바꿔치기한 이유, 인형에 묻어 있을지 모르는 지문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건 잘 설명되지만 이 정도 역할을 위해 "비극을 부른다"는 인형, 정체불명의 인형사를 등장시킬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장식장에 인형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좌우 대칭인 소품은 화분 등이라도 무방했을 테니까요. 게다가 인형사 고조에게 만화 같은 기묘한 캐릭터성을 부여한건 유치했습니다. 피에로 시점의 묘사 역시 독특하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건 마찬가지고요. 이야기의 흥미를 돋우고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추가한 설정으로 보이는데 괜히 복잡해지기만 했어요.

미치코와 고조 두 명이 아니, 중간에 살해당하는 아오에마저 탐정이니 무려 세 명이나 탐정 역할을 수행하는 전개도 좋지 않습니다. 상호 보완하는 관계가 아니라 둘 다 동일한 정보를 제공받아(아오에의 단서 포함) 동일한 결론에 이르는 탓입니다. "W의 비극"처럼 외부인에 가까운 미치코 혼자 탐정 역할을 하는 것이 훨씬 깔끔했을 겁니다. 진짜 사건의 핵심인 가오리의 역할만 고조의 입으로 설명되는데, 미치코만 단독물로 쓰였더라도 전개에 문제는 없었을 거예요. 덧붙이자면 중간에 진상을 파악한 탐정역 (사람들이 싫어하는)이 살해당하고 다른 인물이 뒤를 이어받는다는 전개는 크리스티 여사의 "누명"이 떠오르는데, 차라리 "누명"처럼 심리 서스펜스 분위기로 끌고가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그 외의 디테일들, 초중반 상자가 찢어진 것을 발견한 경찰의 수색, 무네히코가 마술책에 메모를 남긴 것, 나가시마가 리에코의 집에 침입해 워드프로세서의 리본을 교체하는 것 등 모두 지나치게 편의적입니다. 요리코로 분장한 미타 리에코의 지문이 인형에 묻어있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단서가 되리라는 생각도 안 들고요. 심하지는 않다고 해도 막장 재벌 가문의 설정도 너무 진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년탐정 김전일"의 초기 연재 에피소드와 유사한 설정, 트릭도 거슬린 부분입니다. 물론 이 작품이 1989년에 발표되었고 "김전일"은 1992년 이후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허나 "김전일"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도 어려워요. 예를 들어 어머니를 농락하고 버려 힘들게 살게 만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라는 동기는 "이인관촌 살인 사건"과 유사합니다. 타 작품에서도 흔하게 쓰였지만 범인의 심리는 왠지 모르게 비슷했거든요. 하지만 어머니를 살해하는 극한 심리를 보여준 "이인관촌 살인 사건" 쪽이 설득력 측면에서는 한 수 위였습니다.
십자 저택의 구조를 활용한 거울 트릭도 "학원 7대 불가사의 사건"과 거의 동일한데, 사용된 소품과 방법 모두 "학원 7대 불가사의 사건"이 훨씬 설득력이 높다는건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건질 게 없지는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애가 있는 다케미야 가오리의 나가시마에 대한 집착은 아주 인상적이에요.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고 난 뒤 복수를 위해 사람들을 조종하고, 나가시마를 지배하려 한다는 것인데 여성 심리 묘사에 탁월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솜씨가 더해져 상당히 섬찟하게 다가옵니다.

범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즈카 할머니와 가정부 스즈에 아주머니를 통해 증거가 조작되어 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된다는 초반 전개도 나쁘지 않습니다. 정통 본격물답게 독자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미덕 역시 잘 살아 있습니다. 읽는 재미도 작가의 명성에 어울리는 수준이고요.

허나 단점이 많아 아주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태여 찾아볼 필요 없는 범작입니다.
여러모로 욕심이 너무 과했다는 느낌입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들어내고 보다 깔끔하게 정리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2015/11/23

야경 - 요네자와 호노부 / 김선영 : 별점 2.5점

야경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 6편의 단편이 수록된 요네자와 호노부스탠드얼론 단편집.

요네자와 호노부는 널리 알려진 "빙과"같은 일상계 단편의 강자인데, 여기 수록된 작품들은 일상계라고 보기 어려운 묵직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대체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고요.

그래도 일상계스러운 분위기가 살짝 묻어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추리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석류"라는 용서하기 어려운 쓰레기 망작이 하나 섞여 있기는 하지만 다른 작품들의 수준이 무난하기에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이네요. "만원"이 워낙 잘 빠진 작품이라 멱살잡고 평점을 올려놓은 감도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요네자와 호노부 팬 분들께 추천드릴 만합니다. 이런저런 상을 탄 이유는 확실히 있는 듯싶군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야경"

신입 경찰 가와토 히로시의 순직 사고의 진상은? 모든 것은 가와토의 의도로, 목적은 그가 실수로 발포한 총알을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가와토는 불륜을 가장하여 다바라를 자극한 뒤 발포하여 살해하고, 자기가 이전에 쐈던 총알을 현장에 버리는데 성공했지만 다바라의 믿을 수 없는 생명력 탓에 목숨을 잃게 된 것이었다...

가와토 죽음의 진상을 파출소장 야나오카 경사의 시점으로 풀어나갑니다. 무려 두 명이나 사망한 무거운 내용이지만 분위기는 묘하게 일상계에 가깝습니다. 캐릭터가 선명하고 '실제 있을 법하다'라는 인상을 강하게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문제아 가와토보다는 경찰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왕따를 자행한 야나오카 경사가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놈, 정말 나쁜 놈이더라고요.

딱 한 가지, 가와토는 정말로 경찰에 맞지 않는 소심한 민폐덩어리였다는 결말이 약간 찜찜하나 그 외 전개는 깔끔한 수작입니다. 역시나 일상계 전문가 요네자와 호노부답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가와토가 실수로 발포했다는 것에 지나친 우연이 겹쳐 있었다는 점에서 감점하지만, 읽을 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사인숙"

사라진 연인 사와코를 찾아 머나먼 시골 온천여관으로 향한 "나". 그곳은 자살의 명소로 알려진 곳으로, 누군가 흘린 유서를 발견한 사와코가 어떤 손님이 죽으려 하는지 찾아달라고 부탁하는데...

유서에 쓰인 글귀 중 "오늘로 이 년", "오늘 죽었다고 증언해 주시면 여한이 없겠습니다"를 통해 자살의 목적은 보험이지만 보험을 위해서는 이름과 날짜라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다는걸 알아낸 뒤, 나머지 부분은 물에 흘려보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좋습니다. 사와코의 힘겨움을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 때문에 사건에 몰두하는 "나"의 심리 묘사 역시 설득력이 넘치고요. 마지막에 자살을 목적으로 한 사람이 사실은 두 명이었다는 반전도 의외성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유카타 색깔이라는 단서는 많이 부족했으며, 사와코가 그렇게까지 자살을 막고 싶었다면 입구 쪽에 CCTV를 설치하면 되는 문제인데 이게 왜 사건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이런 걸 보면 사와코도 결국 죽음을 홍보에 이용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러한 사와코의 기만 때문에 감점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

"석류"

딸 유코가 아버지 나루미를 남자로 느낀다는 야설 수준의 이야기. 둘이서 석류를 먹었느니 어쨌느니 하는, 두 번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찝찝하고 기분 더러운 내용입니다. 유코가 쓰끼꼬를 매질한 반전 정도는 기억에 남으나 도저히 점수를 줄 수 없는 쓰레기입니다. 별점은 없습니다.

"만등"

이케다 상사의 이타미와 OGO의 모리시타는 개발도상국 방글라데시의 가스전 개발을 위해 이를 거부하던 마을 장로 알람을 살해했다. 그러나 모리시타는 죄책감에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향했고, 불안해진 이타미는 그를 쫓아 입을 막으려 하는데...

모리시타가 콜레라에 걸렸으며 전 일본이 그를 쫓는다는 아이디어가 아주 좋았어요. 이타미와 모리시타가 연결되어 있다는건 아무도 모르지만 공항 검역에서 이미 이상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이타미가 콜레라에 걸렸다면, 원인은 모리시타와의 만남이라는 인과관계가 형성되니까요. 그리고 모리시타의 과거 행적을 쫓으면 잡점이 드러날 테니 이타미는 빠져나갈 방법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 외에도 무자비한 자원 개발을 반대하는 알람의 사고방식 등의 디테일도 볼 만했습니다.

딱 한 가지, 급작스러운 모리시타의 심경 변화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단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큰 흠은 아닙니다. 독특한 아이디어의 현대판 개미지옥 이야기로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문지기"

오다와라에서 세 시간, 이즈 반도의 아마기 산맥을 넘어가는 즈난정을 향하는 가쓰라다니 고갯길에서 벌어진 네 건의 연쇄 교통사고 - 파칭코 프로 다카다, 사학과 학생 오쓰카, 기둥서방 다자와와 동거녀, 공무원 마에노가 죽은 사고 - 의 진상은 무엇인지?

전개도 흥미롭고, 할머니의 수다가 결국 진상에 이르게 만드는 여러 가지 복선들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의적인 범행, 즉 살인일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되고, 흑막은 모든 것을 보았다는 휴게소 할머니일 것이라는 점 역시 너무 뻔해서 긴장감은 다소 떨어집니다. 또 진상 -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된 다카다의 죽음은 할머니 딸이 죽인 것이며, 흉기는 길가의 석불 행신으로 목이 당시 떨어져 나갔는데 그것에 주목한 사람들을 차례로 죽였다는 것 - 의 설득력이 낮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석불 사에노카미 목이 떨어진 정도가 무슨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그것도 몇 년 전 사건인데 말이죠. 물론 할머니의 노파심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납득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만원"

학창 시절 흠모했던 하숙집 여주인 다에코가 살인사건 피의자가 되자 변호사인 주인공 후지이가 그녀를 위해 재판에 나서는데...

가보인 족자에 피가 튄 것을 사건에 고의성이 없다는 유력한 정황 증거로 사용하지만(그렇게 귀중한 물건을 피해자를 만나는 자리에 내놓을 리가 없다) 사실 족자에 피가 튀도록 한 것 자체가 의도였다는 진상이 놀라웠던 작품입니다. 해당 물건이 중요 증거로 검찰에 압수되도록 하여, 다른 재산은 모두 차압당했지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남편 우카와 시게하루가 병사한 뒤 상고를 포기한 것은 보험금으로 빚을 갚을 수 있어서 족자를 빼앗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고요.

이렇게 법 자체를 변호사도 모르게 범인이 교묘하게 이용했다는 점이 정말 돋보였습니다. 다에코가 주인공과 법률 관련 이야기를 들으며 법에 대해 지식을 빨아들였다 정도의 묘사만 있었어도 아주 완벽했을텐데 말이지요.

그런데 딱 한 가지, 상고를 포기한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죽어서 빚을 갚을 수 있다면 보다 빨리 출소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뭔가 타이밍 문제가 있었나 싶습니다.

그래도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법의 맹점을 다룬 단편 중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수작임에는 분명합니다. "살의" 급이에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14/06/02

탐정사전 - 김봉석, 윤영천, 장경현 : 별점 1.5점

탐정사전 - 4점
김봉석.윤영천.장경현 지음/프로파간다

제가 어렸을 적, 국내 최고의 추리문학 출판사였던 해문은 "세계의 명탐정 50인"(이후 일본 탐정을 뺀 44인으로 축약 재간)이라는 책을 출간했었습니다. 명탐정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에 명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퀴즈를 한 개 선보이는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었죠. 이런 핵심 내용 외 일러스트, 수록된 여러가지 추리 관련 정보도 인상적이었고요. "스포일러"라는 점에서는 비난받을 수 있지만, 추리문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가던 추리 키드에게는 정말로 좋은 선물 같은 책이었습니다. "세계의 위인은 명탐정"이라는 동일 구성의 유사 도서가 연이어 출간되었던 걸로 보면 꽤 인기를 끌었던 것 같네요.

이 책 "탐정 사전"의 출간 정보를 들었을 때에는 "세계의 명탐정 50인"의 현대적인 재구성이 될 걸로 예상했습니다. 스포일러 문제 및 저작권 이슈로 추리 퀴즈 부분이 빠지더라도 그만큼 잘 만들어진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할 수밖에 없을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출간과 거의 동시에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솔직히 실망이 큽니다. 이 책이 대체 누구를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는지 알 수가 없는 탓이 큽니다. 추리 문학 초보자를 위한 책이라면 정말로 추리 소설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을 엄선하여, 그중 등장한 탐정들을 중심으로 소개했어야 했습니다. 애호가를 위한 책이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 탐정을 소개하거나, 기존에 소개된 탐정이라도 다양한 정보를 충실히 실었어야 하고요. 그런데 이 책은 이도 저도 아닙니다. 뷔페에서 맛이나 코스 구성은 염두에 두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음식을 얹어놓은 쟁반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

일단, 어떤 기준으로 탐정들이 선정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동서고금의 모든 탐정을 담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선정 기준은 막연하게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출판물이라면 판매 부수나 시리즈 권수, 방송물이라면 시청률이나 방영 횟수, 또는 역사적 의의 등의 기준이 있어야 했을 텐데 말이지요. 솔직히 선정 기준은 그냥 저자들의 팬심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IWGP"의 마시마 마코토, "트릭"의 야마다 나오코와 우에다 지로, 니시오 이신의 이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이 일본의 3대 탐정 중 하나인 가미즈 교스케, 다카기 아키미쓰의 기리시마 사부로 검사, 시마다 소지의 요시키 형사, 우치다 야스오의 시나노의 콜롬보 다케무라 이와오나 경시청의 오카베 경부, 여정 미스터리의 대가 니시무라 교타로의 도쓰가와 경부 등을 제치고 소개될 만큼 비중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꼭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걸작에서 활약했으며 추리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탐정들 중 소개되지 않은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프렌치 경감, 커크릴(콕크릴) 경감, 방코랑은 그렇다쳐도, 대체 뤼뺑은 왜 빠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명 탐정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보기엔, 그 외의 황금기 명탐정은 거의 수록되어 있으니까요.

"차일드 44"의 레오 데미노프와 같은 스탠드얼론 작품의 주인공이 포함된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작품이 추리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레오 데미노프가 전통적인 ‘탐정’ 역할에 충실한 인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소련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평가하고 싶었다면, 시리즈 캐릭터인 아르카디 렌코가 더 타당했을 것입니다. "토로스 & 토르소"의 헥터 라시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리즈라고는 하나 국내에선 한 권만 소개되어 있어 스탠드얼론으로 보이고, 탐정 같지도 않은 인물인데 뤼뺑마저 빠진 명단에 포함되었다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탐정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시티헌터"의 사에바 료가 실려 있는 부분은 어이없음의 극치입니다. "지뢰진"의 이이다 쿄야까지는 그러려니 하겠지만요. 굳이 추리만화에서 뽑고 싶었다면 "Nervous Breakdown"의 두 컴비나 "절대미각 식탐정"의 다카노 세이야를 꼽는 게 나았을 겁니다. 완성도를 떠나 최소한 ‘추리 만화’이긴 하니까요. 대중문화적 아이콘으로 넣고 싶었다면 "춤추는 대수사선"의 아오시마가 더 적절했을테고요.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절판본이나 국내 미출간작에 등장한 탐정을 소개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카렐 차페크의 메이즈리크 시리즈를 소개하며 국내 절판이라 언급했는데, 이런 식이면 독자보고 어쩌라는 건가요? 커트 캐넌 시리즈도 한 권만 출간되었는데, 현재 절판입니다. 뒤렌마트의 베르라하(베를락) 경감 시리즈, 모돌이 탐정도요.

캐릭터별 글 수준이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입니다. 말 그대로 사전이라면 구성 면에서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캐릭터는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는 반면, 어떤 경우는 작품 분석과 작가 소개까지 이어집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정보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 항목도 많습니다. 반 두젠(밴 듀슨) 교수의 경우, '생각하는 기계'라는 별명과 대표작 "13호 독방의 문제" 언급만으로 그치는데, 이런 내용이라면 하루에도 수십 개 작성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차라리 소개를 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 겁니다. 대부분의 항목에서 주요 작품과 그 속에서의 활약상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에요. 

그 외, 탐정들의 배열도 시대순이나 장르순이 아니라 이름순이라는 점도 의아했으며 실제 캐릭터가 묘사된 일러스트조차 특별함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물론 건질 만한 부분도 없진 않았습니다. 결과물 자체는 아쉬웠지만, 고전 본격물부터 하드보일드, 현대물, 대체역사 판타지, SF, 만화, 드라마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범위는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리노 나쓰오의 무라노 미로, 하라 료의 사와자키에 대한 소개는 흥미롭게 읽었고, 미야베 미유키의 스가무라 사부로 시리즈, 센도 타카시의 "폐허에 바라다"는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로버의 악당들"의 빌 파믈리, 토니 힐러만의 인디언 탐정 조 리프혼과 짐 치처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Q.E.D"의 토마 소같이 많이 소개되었지만 의외로 아는 사람이 적은 탐정 소개도 반가왔던 점입니다. "Q.E.D" 소개글은 작품의 매력을 잘 전달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요.

그러나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크게 느껴졌기에,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괜찮았던 몇몇 항목에 비해 전체적인 만족도가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방향성이 없는 기획과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정보들이 대다수인 탓이지요. 30여 년 전 읽었던 "세계의 명탐정 50인"과 비교해 특별히 나은 점도 없고요. 가격까지 고려하면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네요.

덧붙여 눈에 띈 몇 가지 오류를 정리해봅니다. 엉클 애브너 항목에서 "나보테(나봇)의 포도원"을 "나보프의 포도밭"이라 오기한 부분, "차이나타운" 작가 소개 영역에서 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표기된 점(각본가가 언급되었어야 함), 유불란의 후속작이 없다고 언급한 점 등입니다.

2013/12/24

1의 비극 - 노리즈키 린타로 / 이기웅 : 별점 2.5점

1의 비극 - 6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포레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야마쿠라 시로는 아들 다카시가 유괴당했다는 전화에 황급히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괴된건 다카시가 아니라 다카시의 친구 시게루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시게루는 아내 가즈미가 유산으로 힘든 시기에, 야마쿠라가 간호사 미치코와 불륜을 저질러 낳은 그의 친아들이었다. 야마쿠라는 범인이 지시하는대로 몸값을 전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나 실패했고, 결국 시게루는 시체로 발견되는데...

신본격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의 장편. 이른바 "비극 3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라는데 모르고 두 번째부터 읽게 되었네요. 읽는데 별 상관은 없었습니다.

뒤바뀐 아이의 유괴, 그리고 이어진 죽음에 얽힌 진상을 파헤친다는 내용으로, 작 중에서도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로 언급되는 "킹의 몸값"(영화는 "천국과 지옥")의 아이디어를 따 왔습니다. 요새 이 아이디어를 사용한 작품들을 많이 읽있네요. 쓰여진 시기는 전부 다르지만요. 당연히 표절은 아니고 "저물어 가는 여름"처럼 나름대로 변형하였습니다. 원전은 "실수로 유괴된 아이의 몸값을 내가 내야 하는지?"라는 딜레마가, 여기서는 "실수로 유괴된줄 알았지만, 사실은 그 아이가 처음부터 목적이었다"가 핵심입니다.

실수나 아무 관련없는 인물인 줄 알았던 피해자가 진짜 타겟이었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야마쿠라 시로의 1인칭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가 감정이입하여 쉽게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글솜씨가 탁월합니다. 야마쿠라가 과거의 불륜과 현실이라는 양쪽 덫에 모두 걸리고, 그걸 빠져나가려 발버둥치는 묘사도 디테일해서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요.

시체를 움직이는 일종의 순간 이동 트릭처럼 신본격 기수의 작품다운 점도 눈에 띕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이며, 적절하게 사용되어 재미를 더합니다.

그러나 작품의 수준은 미묘합니다. 이야기를 복잡하게 꼬아놓으려는 의도가 지나친 탓이 큽니다. 시게루의 친부가 야마쿠라, 다카시의 친부는 미우라라는 복잡한 관계부터 비현실적이며, 이 관계에서 촉발된 살의가 동기라는 것도 와닿지 않습니다.

게다가 미우라가 밀실에서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그 이유가 다이잉 메시지 때문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은 당황스럽습니다. 누가 봐도 본인이 치명상을 입은 뒤 문을 잠궈서 발생한 밀실인데, 문을 잠근 것이 빗장이라는 말을 이용해서 다이잉 메시지를 남겼다는 건 억지스러워요. 범인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문을 잠그는 건 당연하잖아요? 또 담배 한대 입에 물 시간은 있었으면서, 피로 범인 이름을 쓸 생각도 안했다는 것도 역시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건 솔직히 제목과 연관시키기 위한 작위적인 장치에 불과합니다. 미우라도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명탐정과 고위급 경찰을 이용한다는 터무니 없는 발상을 한 놈이니 죽어도 쌉니다만...

우연에 의한 전개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본격물을 표방한 작품에서 이런걸 문제로 삼기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정도가 너무 과했습니다. 야마쿠라가 조금만 참았어도 미우라의 알리바이는 노리즈키에 의해 무산되어 경찰 수사가 바로 시작되었을 테고, 그렇다면 사건이 미궁에 빠지고 말고 할 것도 없었을테니까요. 사실 가즈미가 미우라를 살해한 것 역시 예고된 종말을 약간 늦추는 것에 불과한 무의미한 행동이고요. 어차피 미우라 단독 범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용의자가 제거되는 전개도 아쉬웠습니다. 원래부터 가능성있는 인물군이 적은데, 미우라 → 미치코 → 도미사와 순으로 용의선상에서 사라져버리니 결국 장인 아니면 가즈미밖에는 용의자가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무리라면 사실 탐정도 필요없어요.

개인적으로는 미치코의 다카시 유괴 소동에서 밝혀지는 도미사와 진범설에서 끝내는 게 훨씬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꽤 충격적인 결말이기도 했고 적절하게 마무리하기에도 괜찮은 결말이었으니까요. 위에 이야기한 어설픈 동기와 결합된 출구없는 새드&배드 엔딩은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아울러 단점이라고 하기는 좀 뭐하지만 야마쿠라 1인칭으로만 전개되는 탓에 노리즈키라는 인물의 역할이 작다는 것도 팬으로서 불만스러웠습니다. 야마쿠라 1인칭이 이야기의 박진감을 높이는데에는 큰 도움을 주었겠지만 이래서야 노리즈키 시리즈인지, 그냥 별개의 스탠드얼론 작품인지도 잘 모를 정도입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최근 읽은 유사한 설정의 유괴물 중에서도 가장 처집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이게 본격물이야!"라는 집착이 너무 강한 탓이지요. 좋은 재료를 쓸데없는 양념으로 망쳐버린 요리 느낌도 듭니다. 재료도 좋고 요리 솜씨도 나쁘지 않아 분명 먹을만은 한데, 영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2013/12/22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 요네자와 호노부 / 권영주 : 별점 2.5점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에서 "여제"로 불리우는 2학년 선배 이리스가 문집 제작으로 바쁜 고전부에 사건을 의뢰했다. 미완성된 비디오 추리 영화를 보고 실제 진상이 무엇인지 추리해 달라는 의뢰였다. 고전부는 학교 축제용으로 해당 비디오 영화를 촬영한 2학년 F반 선배들 중 몇 명을 만났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진상을 추리해 나가는데...

바로 직전에 읽은, "빙과"에 이어지는 고전부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은 장편이라는 점입니다. 또 일상계물이지만 본격 추리물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독특한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바로 줄거리 요약에서 소개한, 축제 때 상영될 미완성 비디오 영화의 트릭과 결말을 추리한다는 의뢰입니다. 덕분에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 작품임에도 무려 "밀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일상계이면서도 밀실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잃지 않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하나 때문에 이래저래 작품이 사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오레키 호타로가 추리한 '만인의 사각'을 비롯하여, 비디오 영화를 촬영한 2학년 F반 학생들의 의견이 '후루오카 폐촌 살인 사건', '불가시의 침입' 'bloody beast' 순서로 연이어 펼쳐지는건 작품 후기에 언급되듯 다수의 탐정이 등장하여 자신의 추리를 피력하는 작품인 "독 초콜릿 사건"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는데, 정통 본격 스타일의 '후루오카 폐촌 살인 사건'과 '불가시의 침입'은 물론, 오컬트 계열인 'bloody beast', 그리고 서술 트릭물인 '만인의 사각'까지 모두 추리적으로 즐길 거리가 많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번의 반전이 더 있는 것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바로 고전부에 의뢰한 이유 - 각본을 쓴 학생이 병으로 쓰러졌기 때문에,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결말에 대한 추리가 필요했다 - 가 이해 불가인 탓입니다. 그래봤자 중병도 아닌데, 왜 직접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마지막까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정 추리가 필요했다면, 다른 동료 학생 추리 중 아무거나 하나를 사용한다고 큰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마지막에 밝혀진 진상 역시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완성된 영화가 아니라서 한 번 더 찍어야 했다면, 전반부 시체 발견 장면을 수정하는데 딱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말이지요... 또 오레키 호타로가 다른 사람들의 추리를 부정하던 것과 다르게, 자신의 추리에 존재하는 큰 구멍(자일의 존재)을 간과하는 것도 독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솔직히 "고전부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올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지탄다 에루가 사건을 물어오기는 하지만, 이후에는 고전부와 관계없는 영상 제작팀원들의 추리와 오레키 호타로의 추리가 펼쳐질 뿐이거든요. 오레키 이외의 고전부원들에 대한 부가 설명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초반 이후에 오레키 호타로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리스 선배라는 새로운 캐릭터입니다. 이래서야 별개의 스탠드얼론 작품으로 발표한다 하더라도 무방했을 것 같아요. 오레키 호타로가 남들보다 잘하는 일을 찾아내어 의욕을 불태운다는 청춘 성장기스러운 전개도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전형적이었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감점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가벼운 일상계와 본격 추리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점에서는 추천드립니다. 특히 추리에 갓 입문하는 분들께 적합한 작품입니다.

덧붙이자면, 고등학생들의 학교 축제를 위한 추리극이 등장하는 일상계라는 점에서 "Q.E.D 35권"과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와 연극의 차이는 있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