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누군가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재인 |
주말을 보내기 위해 아무 생각없이 집어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그간 읽어왔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그래도 무난한 수준들이었기에 이번에도 적당한 재미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후지 TV 드라마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즈"의 원작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고 한 책 뒤 소갯글에 낚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주 별로였습니다. 폭탄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해요. 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평균 정도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었다 생각되는 것은 <<수수께끼가 가득>>, <<레이코와 레이코>>, <<재생 마술의 여인>> 세 편 뿐이며, 다른 작품들은 너무할 정도로 그 수준이 낮거나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일본에서, 그리고 2014년 우리나라에서 발표되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과 내용이기에 조금 조사해보니, 실제로는 20여년 전 일본 버블 경제 시기에 발표되었던 단편들이더군요. 대 인기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묻혀있다가 20여년 만에 발표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너무할 정도로 수준이 낮아서 책을 내 봤자.. 라고 생각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정도로 한심합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작가의 수많은 책 중에서도 최 하급을 차치할 유력 후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시더라도 딱히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전무합니다. 다른 좋은 책들도 많으니까요.
수록 작품별 짤막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수수께끼가 가득>>
야요이의 애인 다카노리가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야요이는 다카노리의 친구라 자칭하는 기타자와라는 남자 등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그것은 다카노리가 거부 나카세 고지로 사장의 유언장을 훔쳐 은닉하였다는 것인데...
페라리와 베엠베, 고층 고급 빌라, 회원제 스포츠 센터 등 버블 시대의 환영이 가득한 작품. 그러나 버블에 대해 정색을 하며 비판하던 기요미가 진범이라는 결말은 독자를 허탈하게 만듭니다. 야요이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이 돈만 쫓는 속물이라는 결말이니까요. 물론 어차피 진지한 버블 비판이 담긴 사 회파 작품은 아닌 만큼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문제가 많습니다. 작 중 등장하는 트릭은 두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마법사의 손"이라는 기타자와의 대사, 다른 한 가지는 다이잉 메시지 "A"입니다. "마법사의 손"은 "선인장"을 암시하는 말인데, 이미 작중에서 기타자와가 온실에서 시간을 보낸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대단한 트릭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진작에 조사하지 않은게 오히려 이상하죠.
"A"라는 다이잉 메시지는 최악이에요. 범인을 나타내는 말도 아니고, 유언장의 트릭을 밝혀내는 키워드에 불과해서 죽기 직전에 쓸 말이라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거든요. 이를 가지고 기요미가 범인이라고 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고요. "다이잉 메시지"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 작위적인 설정이라 이를 활용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기는 힘든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네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TV에서 영상화되었다고 소개되는데, TV로 보는게 훨씬 좋았을 그럴 작품입니다.
<<레이코와 레이코>>
변호사 요코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 레이코를 거두어 돌봐준다. 그러나 레이코는 마에무라라는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수배된 상태인데...
<<수수께끼가 가득>> 처럼 버블의 환영이 가득하다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청색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다니는 젊은 여성 변호사, 아르마니 양복과 롤렉스 시계로 치장하고 현금은 20만엔 씩 들고다니며, 차량은 6백만엔에 달하는 청색 세르시오라는 29살의 증권 회사 직원 등이 등장하니까요. 이 정도면 여고생 지갑이 구치인 것은 굉장히 소박해 보일 정도네요.
그래도 트릭 한가지는 꽤 괜찮습니다. 레이코가 사나에의 결혼 상대에게 살의를 품는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된 마에무라의 아내가 그녀를 살해에 이용한다는 일종의 원격 조종 트릭인데 꽤 그럴싸하게 그려져 있거든요. 과거 성폭행 경험으로 정신 이상이 생긴 레이코의 상태를 전편에 걸쳐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이 트릭에 설득력을 더해주고요.
또 레이코는 다중 인격자이며, 현재의 상냥한 레이코는 과거 살인을 저질렀던 흉폭한 레이코에 대해 모든 것을 잊은 기억 상실 상태라는 결말에서, 사실 이 모든 것은 흉폭한 레이코의 '연기'일 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반전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상당히 서늘하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로 이렇게 소모되는게 아깝다 생각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다중 인격이라는 설정은 분명 진부한 설정이고, 너무 극단적인 이상 심리 상태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작위적이긴 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재생 마술의 여인>>
네기시 부부는 어렵게 아이를 입양한다. 그리고 아내를 먼저 돌려보낸 네기시 미네카즈에게 입양 센터의 책임자 나카오 아키요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과거의 범죄, 그리고 현재의 충격적인 진상과 뒤이어 반전으로 끝나는 전개도 무척 좋고요.
그러나 핵심 설정, 즉 '이미 사망한 피해자의 몸 속에 남아 있던 정액을 보관했다가 이를 7년 후에 체외 수정하여 아이를 만든다'는 것을 미네카즈가 믿는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20여년 전 이야기라고 해도 설득력이 부족해요. 이 정도 기술력이 있다면 정액의 DNA를 분석하여 범인을 찾아내는게 훨씬 빨랐을테죠. 네기시 미네카즈가 공부만 좀 했더라면 별 일 없이 끝났을겁니다. 혹 공부와 자기 개발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작가의 큰 뜻이 담긴 것일까요?
물론 그럴리는 없고...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는 있지만 핵심 설정이 말이 안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아빠 안녕>>
<<비밀>>의 원전입니다. 그러나 단편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에요. 사고로 딸 가나에의 몸 속에 엄마 요코의 영혼이 들어오고, 곧바로 딸이 결혼하면서 끝나버리거든요. <<비밀>>에서처럼 여러모로 복잡 미묘한 부부, 부녀의 관계를 디테일하게 그리지 않아서 영 볼게 없네요.
그래서 별점은 1점. 완성된 한 편의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입니다. <<비밀>>을 쓰기 전 편집자에게 건네준 요약본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에요.
<<명탐정의 퇴장>>
본격 고전 퍼즐 미스터리를 패러디하는 작품. <<명탐정의 규칙>>의 원전격 되는 작품입니다. 패러디 외에는 별다른 트릭이 등장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만화적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패러디가 이어지더라도 결국 트릭과 진상이 존재하는, 그런 작품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여자도 호랑이도>>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를 연상케하는 초단편. 사형수가 문을 3개 열 수 있는데, 한개는 여자, 또 하나는 굶주린 호랑이, 또 하나는 뭔지 모른다는 설정은 재미있었어요. 결국 또다른 하나는 여자이자 굶주린 호랑이었다... 는 결말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이 여자가 '여자의 문' 속 여자인지, '제 3의 문' 속 무언가였는지 밝혀지지 않는 것은 좀 답답했습니다. 이게 핵심이라서 조금 더 정교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자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동경하던 야마사키 유카리와 데이트한 직후, 정신이 든 '나'는 끔찍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유를 추리하는데...
'나'가 이 상황에 처한 이유를 처음부터 되짚어 하나씩 밝혀내는 전개는 괜찮았어요. 야마사키 유카리의 완전 범죄 계획 역시 아주아주 그럴듯하고요. 여러가지 상황에서의 목격자 증언을 활용한다는 것과, 간단한 바꿔치기 트릭이 핵심인데 간단한만큼 설득력도 높습니다.
그러나 과학 수사 시대에 맞는 트릭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가 탄 것으로 추정된 택시의 지문 조사만 해도 경찰이 상황은 쉽게 파악할 수 있을테죠. 택시에 대한 상세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나'와 유카리의 남자가 동일 인물이 아닌 것이 증명될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을 것입니다.
수사적으로 부족한 것은 20년 전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이야기가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문제도 큽니다. '나'가 진상을 깨닫고, 자신이 수면제를 먹고 손이 묶인 채 목을 메달기 직전이라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탓입니다. 다른 장편이라면 도입부에 불과한 내용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느낌이거든요. 여기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 복수를 하던가 해야 하는데, 그냥 이렇게 마무리 되니까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완성되지 못한 느낌이 강한데, 이어지는 속편이나 후속 이야기가 없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 같네요.
<<20>>20>
결혼해서도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남편 데루히코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아내 아사코는 그를 미행하게 되는데...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히가시노 게이고스러웠던 작품. 평범한 가정 주부 아사코가 남편 데루히코가 지닌 비밀이 무엇일까?를 파헤치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대학생 등이 주인공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탠드 얼론 작품들과 유사하죠.
하지만 데루히코의 비밀이 너무 별게 아니라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어린 시절 유괴되어 살해된 니시노 하루미와 나비를 잡으러 가기로 하고 가지 않은 탓에 그녀가 죽었다는 자책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인데... 이 사건과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결심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당쵀 모르겠을 뿐더러, 진상 자체를 이미 시미즈 부부가 알고 있던지 오래였다는 허무한 결말은 영 별로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좀 더 충격적이고 설득력 있는 과거 사건이 드러났더라면 아주 괜찮았을텐데... 이대로는 아닙니다. 하기사, 그랬더라면 여기 수록된 단편 수준으로 끝나지는 않았겠죠.
결론적으로 별점은 2점. TV에서 영상화되었다고 소개되는데, TV로 보는게 훨씬 좋았을 그럴 작품입니다.
<<레이코와 레이코>>
변호사 요코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 레이코를 거두어 돌봐준다. 그러나 레이코는 마에무라라는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수배된 상태인데...
<<수수께끼가 가득>> 처럼 버블의 환영이 가득하다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청색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다니는 젊은 여성 변호사, 아르마니 양복과 롤렉스 시계로 치장하고 현금은 20만엔 씩 들고다니며, 차량은 6백만엔에 달하는 청색 세르시오라는 29살의 증권 회사 직원 등이 등장하니까요. 이 정도면 여고생 지갑이 구치인 것은 굉장히 소박해 보일 정도네요.
그래도 트릭 한가지는 꽤 괜찮습니다. 레이코가 사나에의 결혼 상대에게 살의를 품는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된 마에무라의 아내가 그녀를 살해에 이용한다는 일종의 원격 조종 트릭인데 꽤 그럴싸하게 그려져 있거든요. 과거 성폭행 경험으로 정신 이상이 생긴 레이코의 상태를 전편에 걸쳐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이 트릭에 설득력을 더해주고요.
또 레이코는 다중 인격자이며, 현재의 상냥한 레이코는 과거 살인을 저질렀던 흉폭한 레이코에 대해 모든 것을 잊은 기억 상실 상태라는 결말에서, 사실 이 모든 것은 흉폭한 레이코의 '연기'일 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반전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상당히 서늘하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로 이렇게 소모되는게 아깝다 생각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다중 인격이라는 설정은 분명 진부한 설정이고, 너무 극단적인 이상 심리 상태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작위적이긴 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재생 마술의 여인>>
네기시 부부는 어렵게 아이를 입양한다. 그리고 아내를 먼저 돌려보낸 네기시 미네카즈에게 입양 센터의 책임자 나카오 아키요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과거의 범죄, 그리고 현재의 충격적인 진상과 뒤이어 반전으로 끝나는 전개도 무척 좋고요.
그러나 핵심 설정, 즉 '이미 사망한 피해자의 몸 속에 남아 있던 정액을 보관했다가 이를 7년 후에 체외 수정하여 아이를 만든다'는 것을 미네카즈가 믿는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20여년 전 이야기라고 해도 설득력이 부족해요. 이 정도 기술력이 있다면 정액의 DNA를 분석하여 범인을 찾아내는게 훨씬 빨랐을테죠. 네기시 미네카즈가 공부만 좀 했더라면 별 일 없이 끝났을겁니다. 혹 공부와 자기 개발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작가의 큰 뜻이 담긴 것일까요?
물론 그럴리는 없고...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는 있지만 핵심 설정이 말이 안되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아빠 안녕>>
<<비밀>>의 원전입니다. 그러나 단편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에요. 사고로 딸 가나에의 몸 속에 엄마 요코의 영혼이 들어오고, 곧바로 딸이 결혼하면서 끝나버리거든요. <<비밀>>에서처럼 여러모로 복잡 미묘한 부부, 부녀의 관계를 디테일하게 그리지 않아서 영 볼게 없네요.
그래서 별점은 1점. 완성된 한 편의 이야기라고 보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입니다. <<비밀>>을 쓰기 전 편집자에게 건네준 요약본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에요.
<<명탐정의 퇴장>>
본격 고전 퍼즐 미스터리를 패러디하는 작품. <<명탐정의 규칙>>의 원전격 되는 작품입니다. 패러디 외에는 별다른 트릭이 등장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만화적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패러디가 이어지더라도 결국 트릭과 진상이 존재하는, 그런 작품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여자도 호랑이도>>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를 연상케하는 초단편. 사형수가 문을 3개 열 수 있는데, 한개는 여자, 또 하나는 굶주린 호랑이, 또 하나는 뭔지 모른다는 설정은 재미있었어요. 결국 또다른 하나는 여자이자 굶주린 호랑이었다... 는 결말도 괜찮았고요.
그러나 이 여자가 '여자의 문' 속 여자인지, '제 3의 문' 속 무언가였는지 밝혀지지 않는 것은 좀 답답했습니다. 이게 핵심이라서 조금 더 정교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자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동경하던 야마사키 유카리와 데이트한 직후, 정신이 든 '나'는 끔찍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유를 추리하는데...
'나'가 이 상황에 처한 이유를 처음부터 되짚어 하나씩 밝혀내는 전개는 괜찮았어요. 야마사키 유카리의 완전 범죄 계획 역시 아주아주 그럴듯하고요. 여러가지 상황에서의 목격자 증언을 활용한다는 것과, 간단한 바꿔치기 트릭이 핵심인데 간단한만큼 설득력도 높습니다.
그러나 과학 수사 시대에 맞는 트릭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가 탄 것으로 추정된 택시의 지문 조사만 해도 경찰이 상황은 쉽게 파악할 수 있을테죠. 택시에 대한 상세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나'와 유카리의 남자가 동일 인물이 아닌 것이 증명될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을 것입니다.
수사적으로 부족한 것은 20년 전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이야기가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문제도 큽니다. '나'가 진상을 깨닫고, 자신이 수면제를 먹고 손이 묶인 채 목을 메달기 직전이라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 탓입니다. 다른 장편이라면 도입부에 불과한 내용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느낌이거든요. 여기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 복수를 하던가 해야 하는데, 그냥 이렇게 마무리 되니까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재미가 없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완성되지 못한 느낌이 강한데, 이어지는 속편이나 후속 이야기가 없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 같네요.
<<20>>20>
결혼해서도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남편 데루히코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아내 아사코는 그를 미행하게 되는데...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히가시노 게이고스러웠던 작품. 평범한 가정 주부 아사코가 남편 데루히코가 지닌 비밀이 무엇일까?를 파헤치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대학생 등이 주인공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탠드 얼론 작품들과 유사하죠.
하지만 데루히코의 비밀이 너무 별게 아니라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어린 시절 유괴되어 살해된 니시노 하루미와 나비를 잡으러 가기로 하고 가지 않은 탓에 그녀가 죽었다는 자책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인데... 이 사건과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결심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당쵀 모르겠을 뿐더러, 진상 자체를 이미 시미즈 부부가 알고 있던지 오래였다는 허무한 결말은 영 별로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좀 더 충격적이고 설득력 있는 과거 사건이 드러났더라면 아주 괜찮았을텐데... 이대로는 아닙니다. 하기사, 그랬더라면 여기 수록된 단편 수준으로 끝나지는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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