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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3

문유 1~4 - 조석 : 별점 3점

문유 4 - 6점
조석 지음/위즈덤하우스

<<마음의 소리>>로 잘 알려진 웹툰 작가 조석의 장편 SF.

굉장히 심각한 과학적인 이론을 바탕에 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구가 멸망하고 자기 혼자 달에 살아남았다고 생각한 생존자와, 실제로는 멸망하지 않은 지구에서 생존자의 일상이 TV로 방송된다는 아이디어가 정말 빼어나요. 이 방송 덕에 문유가 의도치않게 전 지구적인 스타가 된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트루먼 쇼>>의 변주같지만, 이를 '달 기지'와 '운석의 습격'이라는 상황을 결합하여 설득력있게 꾸며내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차별화됩니다.

또 이러한 문유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인 덕분에 조석의 특기인 일상계 느낌이 강하게 담겨있다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문유의 일상 이야기가 다양한 장르로 그려진 것도 눈길을 끌고요. SF는 물론 캥거루 캥콩이나 또다른 생존자 탐색 및 추격을 그린 일종의 범죄 스릴러, <<마음의 소리>> 스타일의 개그, 심지어 추리물!까지 포함되어 있는 등 장르적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긴 심각한 장편 드라마를 쪼개어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는 점에서는 이시구로 마사카즈의 <<외천루>>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상 이야기와 함께 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전개도 꽤 괜찮습니다. 적절하게 삽입된 복선이 좋은 예입니다. 실제로 지구와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반부에 밝혀지고, 무선 이어셋이 중요한 소품으로 쓰인다던가 하는 식이죠. 작화도 빼어나지는 않지만 웹툰 1세대다운 내공으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내고 있고요.

아울러 곳곳에 감동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들이 적절히 배치된 것도 마음에 든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지구인의 마지막 친구"라는 묘비, 캥콩을 지구로 보내는 장면, "We love M.Y"를 전지구적으로 만들어 내려는 시도 등은 사람을 뭉클하게 만들더군요.

물론 아주 좋은 작품이냐? 하면 그렇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긴 호흡의 이야기와는 무관한, 별개의 에피소드가 너무 중요하게 삽입되어 있는 것은 좀 아쉬웠어요. 예를 들자면 "인공 태양을 활용한 무기" 설정이 그러합니다. 분량과 비중에 비하면, 결국 개그로 활용되었을 뿐이고 이야기와는 무관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무기가 있다면 운석을 향해서 한방 쏘기라도 하던가...
또 이야기 속에서 헛점도 많습니다. 아무리 지구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달 기지가 위치해 있더라도, 마지막 순간에서야 지구에 불이 밝혀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것은 좀 무리라 생각됩니다. 그 외,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도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늦게 시작된다던가, 겨우 100명 정도 밖에 없는 기지에서 사람을 두고 귀환한다는 것 등도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수천명이 있었더라면 모를까...
또 여러가지 무리한 설정들도 개그로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심각한 드라마와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지는 않습니다. 주로 캥콩이 등장하는 장면이 그러해요. 지나치게 편의적으로 사용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조석이라는 작가의 능력을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다 생각됩니다. 읽는 내내 즐거웠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그리 긴 분량도 아닌 만큼,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그나저나, 이야기 특성 상 영화로 만들만하다 생각되는데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얼마나 제작비를 효과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큰 돈 안쓴 저예산 SF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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