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개 -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
브르타뉴의 항구 도시 콩카르노에서 지역 유지 모스타구엔이 총격을 받았다. 이를 수사하기 위해 메그레 반장이 부하 루르와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모스타구엔과 절친이자, 항상 라미랄 호텔에서 만나던 지인들인 장 세르비에르, 르포므레가 각각 실종되고 독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또다른 지인 닥터 미슈는 구금되었다. 시장의 닥달에도 불구하고 메그레는 서서히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는데....
'열린책들'의 메그레 시리즈 5편. 메그레 시리즈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과거 국내에서 여러번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읽어본 적이 있긴 하나 너무 옛날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던 차에, 알라딘의 15일간 무료 대여 이벤트 기회를 통해 다운로드 받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역시나, 대표작은 대표작이네요. 메그레 시리즈의 모든 특징이 잘 나타나 있거든요. 우선 당대 프랑스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아주 좋습니다. 이 중에서도 부패하고 방종한 지역 유지들과 피해자인 엠마, 레옹 커플의 비참한 삶과 현실을 대비시키는 부분은 백미입니다. 사회의 모순, 가진 자들의 횡포를 비난한다는 점에서 시공을 초월한 사회파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이니까요. 아울러 사건 현장마다 나타나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자극하는 누런개를 둘러싼 긴장감도 잘 드러나 있고요.
또 인간 심리를 깊게 파고들어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메그레 반장의 능력도 유감없이 펼쳐질 뿐 아니라, 그동안 추리적으로는 별볼일 없었던 다른 메그레 시리즈와는 다르게 메그레 반장의 추리법으로 '소거법'이 잘 드러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반장은 모스타구엔 사건, 라미랄 호텔 독살 미수 사건, 장 세르비에르 실종 사건, 르포므레 독살 사건에 대해 각각 범행이 가능한 인물을 설정하고 여러가지 이유를 통한 소거법으로 결국 범인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진범 닥터 미슈에게 단두대 행이 아니라는 것은 아쉽지만 나름의 응징이 가해지고, 불행했던 엠마 커플이 단란하게 살아가는 결말도 마음에 듭니다.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말이 대부분인 다른 메그레 시리즈와 사뭇 분위기가 다른데, 저는 이런 결말이 더 좋더라고요. 고생은 이미 할 만큼 한 엠마에게 더 이상 괴로운 일이 없었으면 했거든요.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선 전개에 있어 작위적인 부분이 눈에 많이 뜨인다는 점입니다. 초반부, 페르노에 다량의 스트리크닌이 함유된 것을 닥터 미슈가 알아챈 것이 대표적인 예죠.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는 순전한 우연에 불과해서 정교한 맛은 부족해요. 메그레 반장이 옥상에 숨어 엠마와 레옹 커플의 애정 행각을 엿보는 동안 총격 사건이 발생하여 레옹이 진범이 아님을 눈치챈다는 것 역시 완전한 우연입니다.
또한 이 때 레옹의 은신처를 알아낸 방법도 설명되지 않고, 결국 마지막 추리쇼에서 진상을 장황하게 이야기하지만 결국 결정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는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추리적으로 괜찮다고 해도 메그레 시리즈 기준이지 일반적인 추리소설 기준으로 보면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지금 읽기에 낡았다는 것도 분명하고요. 하지만 고전으로서, 또 유명 시리즈의 대표작으로서의 가치는 아직 유효합니다. 고전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