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독서만담 - ![]() 박균호 지음/북바이북 |
국내의 애서가 박균호씨가 자신의 일상 및 그에 관련된 책을 하나씩 소개하는 독서 관련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이런저런 책도 몇 권 쓰셨고, 이런저런 수상도 하신걸 보면 이 쪽에서는 상당히 유명하신 분으로 보이네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책 소개를 보고 관심이 생겨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독서를 강요하거나 과시하지 않는 일상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유명 애서가, 독서가다운 내용이 가득해서 마음에 듭니다. 한국의 오카자키 다케시라고 하기에는 과장이지만, 충분한 내공은 느껴졌어요. 저 역시 독서가 취미라고 자부하고 있기에 공감가는 내용도 많았고요. 이미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대표적입니다. 제게도 몇몇 희귀본을 구하기 위해 온갖 인터넷 서핑은 물론, 발품까지 팔아가며 헌책방을 순례했던 과거가 있으니까요. 책을 보물처럼 다루는, 정신적 사랑을 하는 애서가와 책을 막 다루는 육체적 사랑을 하는 애서가가 있다는 분류법도 와 닿습니다. 저는 이 분류에 따르면 정신적 사랑을 하는 애서가 쪽인데, 최근 어린 제 딸이 제가 구입한 책을 마구 볼 때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곤 하합니다...
재미난 정보도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비자금 숨기기 용도로 책을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연히 책 속에 현금을 꽂아 놓는 방법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저자는 "사진집"을 사라고 조언합니다. 제 값 받고 쉽게 팔 수 있는, 환금성이 좋기 때문이라네요. 국내 사진가로는 김기찬의 작품, 해외는 마이클 케나의 사진집이 특히나 현금화하기 좋다고 소개해 줍니다. 이 정도면 진정한 꿀팁이겠지요.
저자의 일상 속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습니다. 일상 이야기가 결국 이런저런 책 이야기로 이어지는 전개도 일품이고요. 서적 버젼의 "오무라이스 잼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에요. 학교 교사 시절 만났던 문제아 '정미소 왕자'와의 추격전이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로 이어지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휴게소에서 너무나 맛있는 오뎅을 먹었는데, 그 휴게소가 보면 볼 수록 기묘한 장소였다는 이야기에서 김갑수의 "나의 레종 데트르"로 이어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놀라움과 행운을 안겨다 준 책이라는 점에서 같다는 의미인데, 신선한 발상이에요.
이렇게 일상과 함께 소개되는 책들도 당연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책들과 더불어,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렇게는 꼭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너무나 사랑해서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한 권인 "숨어사는 외톨박이"
-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피터 게더스의 "노튼 3부작"
- 엘리엇 어윗의 사진집. 플립북 형태로 사진을 동영상처럼 감상할 수 있다고 함.
- 이윤기의 소설 "하늘의 문".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문장이 가득함.
제가 읽고 좋아했던 책들 소개도 반갑습니다. 같은 책이지만 저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었고요. 예를 들면 "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가 나름 영국 신자유주의 정책 부작용을 그린 뒷배경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네요. 제가 읽은 것은 이십 여년 전이라 그 때는 그냥 웃고 넘기고 말았는데, 한 번 다시 읽어봐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는 아내와의 냉전을 다룬 이야기가 반복되어 많이 지루합니다. 초, 중반부까지의 독특한 시각과 발상도 별로 없고요. 조금 과장해서, 중반 이후는 한 개의 같은 이야기(냉전)를 가지고 소개하는 책만 바뀌는 느낌입니다. 아울러 뒤로 가면 갈 수록 책 보다는 일상 속 에피소드의 비중이 많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덕분에 책 소개도 중요 에피소드 정도에 그쳐서 얄팍합니다. 별다른 깊이를 느끼기 힘들어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고, 중반 이후는 많이 뻔해지지만 취미가 독서인 애서가들을 위한 괜찮은 에세이집입니다. 가벼운 에세이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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