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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2

밀리터리 실패열전 - 홍희범 : 별점 2.5점

밀리터리 실패열전 - 6점
홍희범 지음/멀티매니아호비스트

호비스트에서 출간했던 월간지 플래툰에 연재되었던 칼럼들을 책으로 엮은 것. 작전편에서 시작해 해상, 항공, 지상, 총기 파트로 크게 나뉘어 있습니다. 상세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ㆍ작전편
1. 무능한 대장이 부하를 잡는다 - 임팔 작전
2. 미국의 오판 - 피그만 침공
3. 구출 아닌 구출 작전? 마야게즈호 사건
4. 병력은 단순한 소모품? 솜므 대공세
5. 첩보전 최악의 실패: 독일의 대영 첩보전

ㆍ해상편
1. 훈련 중의 대형 사고 연속 발생
2. 이라크 미사일, 미군 함정 피격
3. 이지스의 비극 - 이란 여객기 오인 격추
4. 군과 민간 사이에서 망한 여객선
5. 소련-러시아 원자력 잠수함의 사고 연발
6. '위스키 온 더 락', 구형 잠수함도...
7. 미국 원자력 잠수함의 사고 2연타
8. 미 항모 최대의 적은...?
9. 너무 요동치는 미드웨이
10. 결국 못다 한 꿈 - 나치 독일의 항모

ㆍ항공편
1. '막 떨어지는' 전투기? 과부 제조기 F-104
2. 아군기를 쏘면 안 되지...! 항공 오사
3. 위대한 꿈, 충돌로 끝장 - B-70 발키리
4. 너무 앞선 무인 헬기 - DASH(QH-50D)
5.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 - B-17
6. 자국산 전투기 개발의 꿈과 나치 독일
7. 항공기 자폭 테러의 원조는 테러도 아니다?
8. 미 해병대, 스키 리프트 격추?
9. 소련 VSTOL기의 우울
10. F-20 '타이거 샤크'의 실패

ㆍ지상편
1. 여러모로 패착: 2차 대전의 일본 전차들
2. 폼만 나면 좋나? 소련의 다포탑 전차
3. 욕심이 지나쳐도... 미국의 MBT-70
4. 세계 최대의 '실패한 쥐', 마우스
5. 너무 무거운 경전차, 1호 F형
6. 궁합 맞는 짝이 없다? 17파운드포 탑재 작전
7. 뭔가 안 맞는... 연합군의 중전차들

ㆍ총기편
1. 좌충우돌 - 미국의 경기관총 프로젝트
2. 이래 가지고 전차를 어떻게 지켜? M73
3. 또 다른 전차용 기관총의 실패: M85
4. 절약이 능사는 아니다 - 일본 11년식 경기관총
5. 무고장 소총의 꿈... 꿈은 꿈일 뿐? LMR
6. 나치 독일 최후의 발악: 국민 돌격병기
7. 사공이 많으면... GEW88
8. '일석이조'의 실패
9. 대영제국의 SA80, 이름값 못 하다
10. '곡사총'의 꿈

각 소주제별 제목만 보아도 흥미진진하지요? 인상적인 이야기를 꼽아보자면 "에어리어 88"에서 주인공의 기체로 높이 평가했던 (비싼 값을 주고 산 거야!) 타이거 샤크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와, 위대한 꿈이었던 초초음속 전폭기 발키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발키리는 영화 "파이어폭스"가 바로 떠오르더군요. 멋진 실루엣의 디자인도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실제 시제품이 존재해 비행까지 성공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소련 VSTOL기의 우울"에서 등장하는 수직 이착륙기 이야기도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에서 잠깐 접했던 것이라 반가웠고요.

그 외에도 나치 독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투기 국산화를 꿈꾸었던 아르헨티나의 풀퀴 2와 인도의 마루트, 그리고 아랍권의 HA-300 전투기 이야기도 신선했습니다. HA-300은 빌리 메서슈미트 박사의 설계였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이집트가 산유국이었다면 지금쯤 하늘을 날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무식한 전차들의 역사도 재미있게 (그리고 어이없게) 읽은 내용입니다. 섬이나 정글 등의 야전이 많았던 전장 특성상 개발이 더뎠다고는 하지만, 황당할 뿐이죠. 이 이야기도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에 실려 있던 중전차 치하 이야기가 떠올라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이 현재는 나무위키 등의 사이트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리고 호비스트 출판 도서 전체의 문제이기도 한데,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부족하고 가벼워 보인다는 점, 그리고 책의 만듦새와 완성도에 비해 생각보다 비싼 가격 (13,000원)도 단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한 밀리터리 애호가에게는 제법 괜찮은 즐길거리임에는 분명합니다. 또한, 이런 류의 책 중에서는 대안을 찾기 어려운 군계일학적인 측면도 확실히 있는 만큼, 지금은 절판 상태이지만 주위에서 구할 수 있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6/11/26

삼국전투기 1 - 최훈 : 별점 3점

삼국전투기 1
최훈 지음/길찾기

최훈은 굉장히 좋아했던, 현재도 애정이 유지되고 있는 몇 안되는 국내작가 중 한명입니다. (처절하게 배신당한 기분을 느끼는 작가는 수도 없죠. 형민우, 양경일, 권가야 등등등) 데뷰작에 가까운 "하대리"가 워낙 충격적이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하대리 1부"는 "아즈망가"에 뒤지지 않는 단편-장편의 경계를 허무는 수작 개그 만화라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긴 스토리가 일관되게 흐르지만 각각 한편 한편이 한페이지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의 응집력과 특유의 개그 센스가 빛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도 두만전자의 에이스 하대리의 매력이 넘치며 최훈만의 화풍이 내용과 너무 잘 어울렸던 작품이었죠.

그러나 하대리 1부 이후 2부부터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이후 작품은 지나치게 성적인 부분에서의 희화화와 너무 매니아적인 부분이 많아져서 쉽게 즐기기도 힘들고 공감가기도 힘든 작품을 발표하더군요. 그나마 하대리 시리즈는 나았지만 최근 스포츠 서울에 연재하는 "구보씨"는 그야말로 한창 인기인 "샐러리맨 시트콤 쟝르물" 일 뿐입니다.

그러나 특유의 매니아적인 요소를 극한으로 부각시켜 하나의 쟝르로 만들어 성공한 작품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네이버의 "MLB카툰"이고 또 하나가 이 "삼국 전투기" 라 할 수 있습니다.

"MLB카툰"은 정말이지 굉장히 매니아적이면서도 특유의 개그센스가 빛나는 스포츠 만화로 너무 동양적인, 특히 한국적인 개그만 제외한다면 본토에 수출해도 먹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와 선수에 대해 적나라하면서도 특유의 시각으로 제대로 패러디하고 있어서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단 요새는 개그 센스의 농도가 옅어지고 소개에 그치는 부분이 점점 많아지는 듯 합니다)

소개가 좀 길었는데 또 다른 매니아적인, 전문용어로 "오덕후적인" 시각으로 성공한 작품이 바로 이 "삼국전투기" 입니다. 이 작품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삼국지"를 특유의 시각으로 파헤치고 있는 작품으로 무엇보다도 매니아적인 패러디가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 이색작입니다. 화타는 블랙잭으로, 원소와 조조는 가르마와 샤아로 설정하면 정말 단순히 그림만으로도 확 와닿지 않습니까? 이러한 절묘한 패러디 이외에도 당시의 지도와 세력 분포, 전투시의 진영까지 간략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그 어떤 삼국지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친절하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또한 정사와 나관중의 연의를 비교 분석하여 스스로 원하는 부분만 취하여 전개하면서도 관련된 설명을 빼 놓지 않는 것 역시 마음에 들고요.

그러나 이런 패러디 표현이 과하고 (개인적으로 유비에 대한 묘사는 지나치다 못해 짜증날 지경이었습니다)  그 패러디가 건담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 쪽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 또한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개그를 위해 쓰이는 여러 장면과 대사들은 이 작품을 애시당초 정정당당하게 평가받기가 좀 애매하고 어려운 위치로 자리매김 하게 합니다. 이러한 패러디들이 대부분 역사와 시대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것 역시 본질적인 한계라 보여지고요. DC인사이드의 뚫흙이나 아시아프린스같은 패러디가 대체 몇년동안 먹힐수 있을까요?

특유의 화법으로 적절한 유머와 패러디를 섞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삼국지를 꾸민다는 것, 그리고 그 작품이 반응이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굉장히 축복받은 일이지만 위의 이유로 인해 이 작품이 높이 평가되거나 그 인기가 지속되리라는 생각은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삼국지 인물군의 캐릭터 이미지를 거의 최초로 제시한 고우영 화백의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새삼 실감케 하네요. 고우영 화백만의 특유의 유머와 패러디, 심지어 시사적인 비평까지 곁들여져 다양한 요소가 넘치지만 고우영 화백의 작품은 확실히 시대를 뛰어넘었거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오덕후적인 시각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최훈씨의 취향이 저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일본 만화와 프로레슬링은 확실히 제 취향이거든요. 또한 적절한 패러디는 확실히 재미나고 이해를 돕는 요소가 강하니까요. 이야기도 확실히 쉽게쉽게 다이제스트 되어 있기도 하고요. 삼국지 자체가 재미난 작품이기도 하니 기본만 해 주어도 원체 재미는 보장하는 작품이기도 하잖아요? 작가의 시각이 거의 연의와 정사에 한정되어 있는 만큼 새롭거나 신선한 요소는 없지만 또 그러한 진부함이 매력이기도 합니다. 나와 같은 시각인데 어떻게 표현했을까? 라는 생각으로 다음 등장인물들의 묘사와 패러디가 기대가 되거든요.
외려 위의 문제점들은 일본에 수출하면 장점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살짝 드는군요. 삼국지를 가지고 미소녀 게임을 만드는 나라니 뭐가 안 먹히겠습니까만... 여튼, 제 별점은 3점입니다.

PS : 장단점을 떠나 제가 이 책을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으로 약간 알고 있는 원종우 대표님이 계시는, 한국 만화만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도서출판 길찾기"에서 출간된 책이기에 꼭 성공하였으면 하는 바램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신문에서 보셨더라도 한국만화 발전을 위해 관심있으시면 한두권 구입해 주시길... 책에는 부록 형식으로 패러디에 대한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세 내용이 실려 있으니 많은 도움 되실겁니다.

2008/10/11

본격 제 2차 세계대전 만화 1권 - 굽시니스트 : 별점 2점

본격 제 2차 세계대전 만화 1권 - 4점
굽시니스트 지음/애니북스

웹상에서 이미 접하긴 했지만 사실 책으로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요사이 워낙 화제가 되고 있기에 관심은 있었는데 형이 구입했길래 오늘 본가에 갔다가 빌려와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읽고 난 감상평은 한마디로 "별로" 였습니다. 웹상에서 워낙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작품을 감히 깎아내리자니 용기가 나지 않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에게는 별로였는걸요. 보다가 졸 정도로요.

일단 그림의 수준이나 만화로서의 완성도가 낮습니다. 솔직히 책으로 출간되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로 보이거든요. 아마츄어가 보수와 관계없이 연재한 작품을 책으로 만들었기에 이해는 되지만 요사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아마츄어 웹툰과 비교해서도 그 수준이 상당히 낮은 것은 분명합니다. 이 책에서 그나마의 퀄리티를 보여준 부분은 표지밖에 없을 정도로 뎃생력, 구도나 배경, 만화 자체의 완성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 함량미달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패러디를 통해 2차대전이라는 역사를 전달하고 있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내용은 별다른 새로운 내용이 없으며, 책 내용의 패러디들이 패러디를 위한 패러디가 많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비슷한 유형의 작품으로 최훈의 "삼국전투기"를 들 수 있는데 삼국전투기의 경우는 나름대로 매니아적인 패러디이지만 상당히 적재적소에 패러디가 삽입되어 이해를 도와주고 있는 반면, 이 책에서의 패러디는 초반에는 괜찮았지만 뒤로 갈 수록 이름을 이용한 말장난이나 별다른 의미없는 패러디, 개그가 너무 많거든요. 삼국전투기가 모범답안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소와 조조가 가르마와 샤아라는 것은 확 와닿는데 야마모토가 왜 루피인지는 대관절 영문을 모르겠다는 것이죠... 허무개그 수준의 롬멜 개그 등은 웃기기는 커녕 황당할 뿐이었고요. 물론 기발한 패러디와 재치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패러디를 잘 살리기 위한 그림실력과 묘사력이 부족해서 패러디로서의 설득력도 떨어집니다.

어설프지만 굉장히 매니악하기에 도저히 일반인에게 어필할 수 없는 아마츄어의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 책으로 간행되어 나왔다는 것에는 찬사를 보냅니다. 그러나 독자가 돈을 내고 사 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인지는 의문입니다. 저에게는 그 어떤 새로운 것이나 가치를 느끼기 어려운 책이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제가 직접 구입했더라면 1점일 수도 있겠죠. 어쨌건 이 상태라면 2권은 읽게 될 것 같지도 않군요.

이 책 자체 보다는 다양한 채널에서 매니아를 자극한 출판사인 애니북스의 마케팅 실력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2016/04/18

클로저 이상용 - 최훈 : 별점 3점

클로저 이상용 9 - 6점 최훈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

최훈 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하대리"부터 팬이 되었었지요. 독특한 개그 센스에 더해 하루하루 완결되는 이야기를 이어서 하나의 거대한 장편을 만들어 낸 아이디어가 정말 참신했기 때문입니다. 4컷 만화들이 이어져 하나의 긴 이야기가 되는 작품은 일본에서는 이전부터 있었지만("아즈망가 대왕"),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형식이었고 완성도도 높았습니다. 이어진 "MLB 카툰"에서부터는 주특기라 할 수 있는 덕력과 패러디 센스가 제대로 폭발했고요.

하지만 이후 연재작들로 팬심은 많이 떠났습니다. 완결짓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 탓이 큽니다. 한 편, 한 편으로 완결되는 프로야구 카툰 같은 작품은 언제 연재가 중단되어도 괜찮지만, 장편 연재물이었던 "하대리" 3부(였나요?), 팝과 록의 역사를 다룬 "록커두들",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전직 여자 농구 선수들이 나오는 농구 만화 등은 아무런 언급 없이 연재가 중단되었지요.

그나마 완결된 작품도 흐지부지 끝나서 더 욕을 먹었는데, 대표적인게 바로 "GM"입니다. 국내 최초로 스카우터, 단장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그려내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작중에 흩뿌린 떡밥을 회수하지 못한 채 갑자기 끝나 버렸습니다. 스토브리그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시즌 개막도 맞지 못하고 끝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삼국전투기"의 경우 마감일을 지키지 못해 큰 비난을 사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런저런 작품들을 모두 끝내 버린 덕분인지, 최근의 행보는 다행스럽습니다. "삼국전투기"는 공명 사후 이야기를 유사 콘텐츠를 압도할 정도의 디테일로 다루며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되었고, 이 작품 "클로저 이상용" 역시 정상적으로 완결에 이르렀으니까요.

"클로저 이상용"은 야구 만화인데, 2군에서 올라온 이상용과 진승남 배터리가 패배주의, 개인주의, 세력 다툼으로 엉망이 된 게이터스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며 여러 상대팀을 제압해 결국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내용입니다. 전작 "GM"과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전작의 캐릭터(하민우 등)가 감초 역할로 등장해 팬으로서 무척 반가웠어요.

단지 스핀오프에 그치지 않고, 독립적인 작품으로의 재미 요소도 확실합니다. 가장 큰 재미 요소는 이상용이 라이벌들과 펼치는 두뇌 게임심리전이고요. 두 가지 요소 모두 이 분야의 본좌 "원 아웃"과 비교할 만한 수준으로 펼쳐집니다. 토쿠치 토야와 이상용 모두 구위가 아닌 심리전을 통해 타자를 제압하는 기교파 투수이기 때문이지요.

주인공이 적당한 구위를 가지고 현실적인 야구를 한다는 점에서는 "그라제니"의 본타와도 살짝 겹치는데, 단순한 설정 차용은 아닙니다. 이상용은 철저한 분석과 데이터 기반의 야구를 하고, 확실한 주무기 (체인지업)을 갖춘 데다 안 되는 타자는 철저히 거르는 식으로 비겁하게 이겨 나간다는 차이가 있거든요. 마지막 장면에서 어깨가 망가진 상태로 승부하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는 모습은 클라이맥스로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최훈 작가 본인이 상당한 수준의 야구 팬이기에 가능한 디테일들도 큰 장점입니다. "GM"에서도 선보였던 데이터 위주의 선수 설정들, 옷주름으로 구질을 파악한다는(쿠세) 이야기, 이상용의 독특한 작전으로 만든 병살 플레이, 외국인 투수와 통역의 대화 같은 깨알 개그, 작가 특유의 패러디들까지 풍성했습니다. KBO 팀을 연상케 하는 구단들의 설정은 물론, 실존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들 역시 야구팬이라면 놓치기 어려운 재미 요소고요. 게이터스가 LG 트윈스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라 LG 팬에게는 더더욱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다만 성적 때문에 불편했을지도요?).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작품 역시 던진 떡밥을 모두 회수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상용을 둘러싼 삼각관계, 라이벌 선수들과의 관계가 대표적입니다. 선데빌스의 김성욱에게 함정을 심어두었다는 설정, 이헌과 여자를 두고 얽힐 것 같던 전개 모두 마무리되지 않고 끝나 버렸습니다. 일본 연재물처럼 한 편 한 편이 완결성을 갖추고 이어졌다면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신문 연재 특성상 그게 어려웠던 것 같네요.

또한 이상용이 만년 2군을 전전하다가 체인지업을 완성해 최고의 마무리가 된다는 설정에서 출발했는데, 마지막에 커브까지 갖춘 완전체 투수로 업그레이드되는 전개는 원래의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결말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속 시원한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고교 야구 만화로 치면 지구 예선을 통과해 갑자원에 진출하면서 ‘1부 완결’로 끝나는 느낌이랄까요.
아울러 정인권과의 최후의 승부는 명장면이었지만 설득력 면에서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이미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위가 떨어진 상태에서 그립 변화만으로 삼진을 잡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웠으니까요. 오히려 직구 승부인데 어깨가 망가져 체인지업의 속도로 들어온다는 설정이 더 그럴듯했을 것 같습니다.

후일담 역시 너무 간략합니다. 게이터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우승은 실패했고, 부상당한 이상용은 수술과 재활 끝에 1년 만에 방출되었다가 램스에 입단해 선발 투수로 커리어를 이어간다는 서사를 단 한 편으로 마무리한건 여러모로 부족했어요.

이렇듯 단점이 없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야구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만한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후속작이 시작된다면 부족했던 부분을 잘 보완해 주었으면 합니다.

2017/01/15

아틀라스 세계 항공전사 - 알렉산더 스완스턴, 맬컴 스완스턴 / 홍성표 외 : 별점 2.5점

아틀라스 세계 항공전사 - 6점
알렉산더 스완스턴.맬컴 스완스턴 지음, 홍성표 외 옮김/플래닛미디어

항공기가 무기로 사용된 이후 주요 공중전투를 상세한 지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전쟁사 - 미시사 서적입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주제로 출간된 "아틀라스 전차전"과 흡사합니다. 장, 단점 모두요.
우선 장점이라면 화려하고 치밀한 도판입니다. 전쟁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 주는 지도 외에도 다양한 시각 자료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갖가지 비행 기술에 관련된 도판들이 눈에 띕니다. 유리한 고도에서 태양을 등지고 목표물을 향해 속도를 높여 급강하해 치고 올라오며 기총 공격한 후, 다시 수직에 가깝게 급상승해 유리한 고도를 확보한다는 이벨만 기동과 같은 초기 비행 기술들을 도판과 함께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독일군의 '서커스' 집단 편대 비행이나 영국의 6기 편대 비행 항목 등도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특유의 소개는 후반부 아랍 - 이스라엘 전쟁 당시 선보인 각종 기동 방법 - 공격적 분리 기동, 하이스피드 요요, 가위 기동, 바렐 롤 공격 - 소개에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한마디로 '눈이 즐거운' 책입니다! 

또 잘 알지 못했던, 기구를 활용한 정찰전, 1차 대전 때의 그라프 제펠린으로 대표되는 비행선과 복엽기의 활약을 소개한 초반부도 확실히 이 책만의 강점이에요.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정보들이 많았던 덕분입니다. 이후 소개된 전투들 역시 풍성한 볼륨을 자랑하는건 같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분명합니다. 우선 "아틀라스 전차전"과 마찬가지로 또다른 재미 요소라 할 수 있는 전투기들과 에이스들의 소개가 거의 없다는 단점이 큽니다. 소개되는 몇몇 에이스, 기체도 주로 1차 대전까지 내용에 집중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후 비중있게 소개된 기체는 B-29 정도 밖에는 없어요.

또 몰타, 진주만, 산호해, 미드웨이, 스탈린그라드, 과달카날 등 2차 대전 이후 등장 전투들은 이런저런 매체에서 너무나 많이 다루어진 이야기들이라 흥미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잘 그려진 지도와 각종 도판은 훌륭하지만 식상한 이야기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과연 이 전투들 모두가 '항공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재미는 있지만 제목과 주제에 걸맞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거든요. 그나마 2차 대전까지는 나름 '항공전'에 걸맞는 이야기였지만 이후 전투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전, 중동전, 베트남, 포클랜드에 이라크 전쟁 등에서 전투기를 활용한 교전은 보조적, 혹은 전략적 목적이 강하니까요. 

그래도 "아틀라스 전차전"보다는 재미있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러나 4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드리기는 조금 어렵군요. 어차피 절판되었으니 구해보시기도 쉽지 않으시겠지만요. 

개인적으로는 보다 볼륨을 두껍게 하여 책을 나누더라도 또다른 흥미요소인 기체, 에이스 소개를 해 주는 것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럼 책의 성격이 좀 이상해졌을라나요?

2004/11/21

G.I. Joe: Valor Vs. Venom (2004) : 별점 2점

세계 각지에서 미궁의 실종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동물원이 갑자기 습격당하는 등 알 수 없는 위기가 서서히 닥쳐온다. 하지만 G.I Joe 대원들은 눈치 채지 못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사령관 호크 장군이 납치당하게 된다. 이 모든 사건은 코브라 군단의 계획적인 사건으로 야생 동물의 DNA를 납치한 인간들에게 주입하여 "야수병사"를 만들어 세계를 정복하려는 작전이었던 것. 코브라 사령관은 야수군단의 사령관으로 G.I Joe의 대장 호크 장군을 최강의 야수병사로 만들어 이용하려 한다.
코브라 사령관과 그 심복들, 납치당한 호크 장군

또한 G.I Joe의 이동 미사일 기지를 장악하여 DNA 약물을 전 세계에 살포하려 하는 작전에 돌입하여 미사일 기지를 강탈하는데 성공한다.

가자!!!!! Joe!!!!!!!

이 모든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듀크 이하 전 대원은 야수 병사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해독제를 개발하여 호크 장군의 구출과 지구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이동 미사일 기지로 돌격하여 코브라 군단과의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는데....

유명 시리즈 G.I Joe의 최신 버젼 3D 애니메이션 입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봤는데 의외로 아동용으로 깔끔하게 잘 만든 작품이더군요. 악당과 정의의 편 사이의 선악 배분이 확실하고 유머나 조크도 꽤 잘 살아 있으며 이야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과 전투, 결투로 이루어져 있어서 별달리 지루한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별 스토리도 없다는 것이 결점이겠지만요^^ 그래도 이런 아동물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재미는 전부 전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는데 그다지 큰 제작비를 들이지는 않았는지 1대1의 격투 장면 같은 부분은 그다지 효과적으로 제작되지는 않았고 많은 인물이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이 없어서 범 지구적인 위기를 다루는 크나큰 음모이지만 스펙터클한 맛이 떨어지는 게 조금 아쉽네요.그래도 잔재미가 상당히 살아 있어서 꽤 즐겁게 감상할 수 있던 소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G.I Joe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캐릭터들의 특징이나 이름 같은것이 잘 와 닿지 않았는데 팬이라면 더욱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아동용이라는 전재 하에서 봤을 때 말입니다만....) 물론, 소장가치는 없습니다만. 별점은 2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했던 닌자 캐릭터 카마쿠라의 액션씬을 소개해드립니다. 코브라 군단의 전투기와 맨몸으로 맞붙는 장면인데 편집이나 구도 같은 것이 상당히 괜찮았어요.

2005/08/18

웰컴 투 동막골 - 박광현 : 별점 4점


1950년 11월,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때, 외딴 산속 깊은곳에 추락한 P-47D 미 전투기 조종사인 연합군 병사 스미스(스티브 태슐러)를 근처의 마을 동막골의 주민들이 그를 구해준 후 정성으로 돌봐준다. 한편 동막골에 살고있는 여일(강혜정)은 우연히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일행을 만나게 되고 그들을 동막골로 데리고 온는데 바로 그 때, 자군 병력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국군 표현철(신하균)과 문상상 일행이 동막골 촌장의 집까지 찾아 오게 되면서 양측 진영의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된다.

하지만 대치중 실수로 떨어트린 수류탄이 마을 곳간을 날려버리고, 인민군과 국군은 어쩔 수 없이 곳간을 다시 채워주기 위한 기간동안 동막골에 머물게 되면서 전쟁도 모르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동막골의 순진한 사람들과 서서히 하나가 되어간다. 그러나 동막골에 추락한 미군기가 적군에 의해 폭격됐다고 오인한 연합군은 주요 요충지 선상에 있는 동막골을 집중 폭격하기로 결정하고 스미스 구출대를 먼저 파견하지만 구출대와 어쩔 수 없는 교전 끝에 생포한 포로에게서 폭격 계획을 들은 3국의 연합군(?)은 폭격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작전을 준비한다....

6.25 전쟁때의 한국군과 북한군, 거기에 연합군까지 모이게 되는 상황이 영화의 주 내용인데 전쟁영화에서 이렇게 적대하는 양 진영이 하나로 화합하는 내용은 사실 2차대전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던 소재죠. 독일군-미군이 하나가 되는 영화도 있었고 미군-일본군이 하나가 되는 영화도 본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동막골"이라는 유토피아를 위해 양 진영이 마지막에 "하나"가 된다는 것이 차이점인 것 같네요. 그만큼 "동막골"이라는 공간이 누구나 이념을 버리고 하나가 되는 과정이 당연하다 여겨질 정도로 너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뭐 환타지이자 동화스러운 설정이긴 합니다만 잘 표현된 덕에 설득력도 강해요.

덧붙여 촬영과 배경, 전개에 관한 모든 것이 디테일이 굉장히 좋습니다. 동막골 사람들이 등불로 쓰는 탈바가지(?)에서 시작해서 아담한 동막골의 모든 요소요소들이 마음에 들더군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요. 신하균 이 친구 최근에 부진하더니만 꽤 괜찮은 역할로 부활하네요. 임하룡의 연기도 이젠 완전 정극배우로서 물이 오른 것 같고 광녀역의 강혜정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 외에 조연들, 특히 동구역의 꼬마 등도 그 인물 자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움으로 영화를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원래는 장진감독이 각본을 쓴 연극이라죠? 그래서인지 대사들도 감칠맛있고 상황설정도 유머러스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 역시 영화를 환타지-동화 스러운 분위기로 끌고 가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고요.

하지만 마지막에 동막골을 찾아온 연합군 구조대를 사살하고 연합군 폭격대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장면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결국 유토피아와 하나가 될 수 있던 그들이 손에 피를 묻힐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묘사가 왜 필요했을까요? 폭격에 대한 정보만 입수해서 어떻게든 폭격 지점을 바꾸기 위한 노력 정도만 살짝 보여주고, 아름다운 작전의 성공 후에 미소짓는 와중에 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전환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막판에 너무 피가 난무해 버려서 환타지, 동화로서의 이미지가 많이 깨져버린 듯 싶네요.

그래도 저는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한편의 동화로서 말이죠. 전쟁 영화들 특유의 적나라한 묘사보다는 따뜻하고 유머스러운 묘사가 넘쳐 보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별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서는 최고였어요. 별점은 4점입니다.

PS :그런데 마지막 에필로그, 저는 왜 "죽이지 않았나?"에 대한 설명이 한번 나와줄 줄 알았는데 머리에 꽃을 꽂아주는 에피소드만 표현되더군요. 무슨 의도 였는지 약간 궁금하기도 한데, 사족 아니었을까요?

2024/03/27

비스트 (2022) - 넬슨 딜립쿠마르 : 별점 1.5점

비라는 인도 최정예 경찰 조직 RAW의 최고 요원이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 체포 작전 때 어린 소녀가 사망했던 탓에 조직을 떠난 뒤, 연인 쁘리티가 소속된 경비업체에 취업했다. 그리고 업체 사람들과 업무차 대형 쇼핑몰을 찾았는데, 수십 명의 테러리스트들이 쇼핑몰을 강탈한 사건에 휘말렸다.
처음에는 방관하려 했던 비라는 곧바로 테러리스트들을 처단하고 인질들을 구출하러 나섰다. 테러리스트들의 요구 사항이 자기가 체포했던 테러리스트 수장 파르쿠의 석방이라는걸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비라의 활약으로 테러리스트들은 괴멸되었지만, 내무부장관이 사전 모의했던 탓에 파르쿠는 석방되고 말았다. 그러자 비라는 단신으로 파키스탄 테러리스트 캠프에 침투하여 파르쿠를 다시 체포해온다...


인도산 액션영화. "바후발리"를 보고 감명을 받아 인도 영화를 찾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하였습니다. 그러나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설정과 각본입니다. 단순한 스토리를 채워나가는 대사와 캐릭터들 수준이 황당할 정도로 낮거든요. 주인공 바리 외에는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물은 없을 정도라 참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점 - 바보 개그가 어우러지는 액션 - 은 "최가박당"같은 80년대 홍콩 액션 영화를 떠오르게 해 줍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만들어진건 2022년.... 한 마디로 한 40년은 뒤떨어진 각본과 설정입니다.
인도 영화에서 즐거움을 주는 요소인 특유의 뮤지컬스러운 연출도 별로 없습니다. 두어장면 등장하기는 하는데, 영화 본편과는 아예 무관한 일종의 뮤직 비디오처럼 연출되고 있어서 억지스럽더군요. 이럴거라면 빼는게 나았을겁니다.

그나마 인도 영화 특유의 과장과 멋부림(?)이 가득찬 액션 연출은 나름 볼만하지만, 이 역시 그러나 주인공 비라가 무적인데다가, 완력이건 두뇌건 호각을 이룰 라이벌이 없어서 보다보면 지겨워집니다. 마지막에는 전투기까지 조종하니 말 다했죠.
애초에 파키스탄 캠프까지 가서 홀로 파르쿠를 체포해 올 수 있었다면, 처음 작전은 왜 공들였나 싶습니다. 쓸데없이 잔인한건 덤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인도 영화의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계 시장에 먹히려면 이보다는 좀 더 각본, 설정에서 고민해야 할 겁니다.

2014/07/18

수리부엉이 - 얀 / 로맹 위고 : 별점 3점

수리부엉이 - 6점
얀 지음, 로맹 위고 그림/이미지프레임(길찾기)

2차대전 당시 독소 항공전을 그린 프랑스 만화로 에이스이지만 반나치주의자인 아돌프 볼프, 복엽기를 운용하는 "밤의 마녀" 부대 조종사에서 각종 활약을 통해 소련의 영웅 칭호를 받는 에이스로 올라서는 릴리아라는 두 명의 주인공을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제목의 "수리부엉이"는 독일군의 야간전투기 He-219의 별칭이고요.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유럽 장인이 연상될 정도의 디테일한 작화입니다. 나무위키 등에서 치밀한 고증에 대해 칭찬이 자자한데, 제가 고증까지는 잘 몰라 언급하긴 어렵지만 컷 하나하나가 일반 회화나 일러스트 수준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인물, 장비, 배경 모두 경지에 올라선 디테일과 작화를 보여주며,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였다’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아돌프와 릴리아의 관계 외의 여러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와 심리를 묘사하기에는 분량이 부족했습니다. 이만한 작화로 이야기를 길게 끌어가는 데 부담이 있었던 탓일까요? 예를 들어 아돌프와 릴리아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의사소통 등 다양한 장애 요소를 설명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제시되고 전개됩니다. 릴리아에게는 발렌틴이라는 애인(?)이 있기도 해서, 이런 전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로미오와 줄리엣 류의 서사가 과연 잘 어울렸는지도 솔직히 의문입니다. 고바야시 모토후미의 "늑대의 포성"에서의 하겐과 고로도크처럼 양 진영 에이스의 1:1 대결 구도로 전개되는게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아울러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쥐새끼 막스의 결말이 그려지지 않은 점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내용에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워낙에 작화가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가격과 내용면에서 모두에게 추천드리긴 어렵지만, 2차대전 관련 역사물을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마침 현재는 1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니까요.

2024/08/24

식탁 위의 중국사 - 장징 / 장은주 : 별점 2.5점

식탁 위의 중국사 - 6점
장징 지음, 장은주 옮김/현대지성

제목만 보면 여러가지 중국 요리를 통해 중국사의 단편을 엿보게 해 주는 미시사 서적같은데, 읽어보니 생각과는 살짝 달랐습니다. 여러가지 요리에 대해 그 기원과 발전 과정을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설명해 주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각대로 당시 시대상과 역사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탄탄한 사료 기반 설명들 덕분입니다. 대표적인게 개고기에 대한 설명입니다. 중국 요리에 대해서는 "다리 4개 달린 건 책상과 의자 빼고 다 먹고 다리 둘 달린 건 사람빼고 다 먹으며 하늘의 전투기, 땅위의 탱크, 바닷속의 잠수함 빼고 다 먹는다."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있을 정도로 온갖 식재료를 먹기 때문에 개고기도 식용으로 널리 퍼졌으리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요. 오래 전에는 가장 많이 사육한 가축이자 춘추전국 시대에는 제사에 쓰였고, 심지어 유방의 부하 번쾌는 구도(개잡이)였을 정도로 널리 먹었지만 현재는 알려진 조리법이 극단적으로 적을 정도로 먹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는 북방 유목민이 개를 좋아했는데, 북망 유목민 세력이 강해지면서 서서히 개고기 식용 습관이 쇠퇴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육조시대 때부터 '개를 먹으면 벌이 내린다'는 동물관, 식습관이 등장했고 이후 당대, 송대에 지속적으로 쇠퇴하다가 유목민 왕조인 원대에는 심지어 개고기가 몸에 나쁘다는 이론마저 득세하여 개고기 식용 습관을 거의 끝장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후 명대 기록에 따르면 개고기는 천한 사람들만 먹는 음식으로 전락했다네요. 세력의 변화에 따라 식문화마저 변해버린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돼지고기 인기가 떨어지고 양고기 인기가 높아진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흉노족의 남하, 그리고 거란의 요나라 세력이 중원에 미친게 원인이니까요. 거란족은 평소에 양고기를 많이 먹고 제사에도 사용할 정도라, 이 식문화가 중원에 전파된 것이지요.
원래 중국인들은 알곡을 먹었는데, 밀가루를 먹게된건 한대. 장건의 서역 방문으로 전래된게 아닐까라는 추측도 그럴싸 했습니다. 마르코폴로에 의해 국수 문화가 이탈리아에 전파되어 스파게티가 되었다는 설과 왠지 비슷하네요. 물론 이 설은 정설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속설로 널리 퍼진건 그만큼 설득력이 있기 때문인데 장건 서역방문설도 설득력 측면에서는 뒤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특정 요리로 주요 세력이나 외교를 엿볼 수도 있고, 고대에 회가 많았던 이유에 대한 설명처럼 당시 시대 상황을 요리로 알려주는 부분도 있습니다. 음식을 가열하려면 손이 많이 갔으며, 고대에는 그릇도 전부 도기라서 찌거나 조리는 조리법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도기는 열 전도율이 낮아 가열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생식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즉, 고대에는 '에너지'를 잘 쓰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는 겁니다(당연하지만요).

요리와 음식, 재료별 사료를 통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습니다. 몇가지를 소개해드리자면,
'노나라 애공은 공자에게 복숭아, 기장법을 먹도록 권했다. 공자는 먼저 기장밥을 먹고 그 다음 복숭아를 먹었다. 그 모습을 본 일동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었다. 기장밥은 먹는게 아니라 복숭아털을 벗기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자는 "기장은 오곡 중 가장 으뜸이라 조상의 제사를 모실 때도 최상의 제물로 쓰입니다. 하지만 복숭아는 여섯 가지 나무 열매 중 가장 아래에 있습니다. 군자는 천한 물건으로 귀한 물건을 벗길 수는 있으나, 그 반대는 할 수 없습니다." 라고 했다.' 공자의 말주변을 잘 알 수 있는 고사네요. 그런데 기장 밥으로 복숭아 껍질을 어떻게 벗기는 것일까요? 궁금합니다.
 
완탕과 교자의 차이도 재미있었습니다. 우선 교자피는 둥글고 완탕피는 사다리꼴입니다. 물교자는 삶아서 그대로 접시에 담아 먹지만, 완탕은 간을 한 국물에 넣어 먹고요. 완탕은 피에 간수를 넣지만 교자는 소금을 넣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자는 소를 넣고 피를 붙이지만 완탕은 먼저 붙이고 비튼다는데, 이 마지막 차이점은 그림으로 설명해주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먹어본 완탕은 피에 소를 넣고 붙이는 방식은 똑같았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갈공명의 만두 기원설은 속설이라고 합니다. 현재 가장 오래된 교자는 당대 발굴된 것으로, 투루판 지역에서 발굴되었다고 합니다. 사료들에 등장하는 '혼돈'은 완탕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대 문서에 나온 조리법을 보면 교자라고 하고요. 의외로 군교자(군만두)는 비교적 최근 음식입니다. 남송 중궤록에 언급되어있다고 합니다.

상어 지느러미는 연골 부위로 아무 맛도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급 요리가 된 건 질 좋은 육수로 걸쭉함을 더해 육수의 진한 맛이 연골에 스며들고 지느러미 사이에 배게하여 만들어낸 농후한 맛과 독특한 혀의 감촉 때문입니다. 젤라틴같은 매끄러움과 야들야들함에,삶아도 남아있는 연골 탄력을 통해 환상적 식감을 제공하지요. 그러나 의외로 역사는 400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고, 전국에 퍼져 진미로 극찬받은건 청나라 중기로 겨우 300년 전이라고 합니다. 요리법이 고도로 발달해야 하는 요리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합니다.
역사가 짧은건 북경오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북경오리의 원형은 오래되어야 남송 시기이며, 재료인 진압이라는 품종 사육도 명대에나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북경오리를 만든 원조집 편선방은 1869년 개점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북경오리점 전취덕은 1901년 개업했고요. 흔하디 흔해서 오래되었을 것 같은 피단도 명 말기에나 등장했습니다. 사료에 따르면 피단의 식용 역사는 고작 300여년 전에 그친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젓가락 사용에 대한 역사적인 흐름이라던가 - 춘추전국시대만 해도 밥을 먹을 때 젓가락을 쓰지 않았다. 음식을 집을 때만 젓가락을 사용했다. 국도 채소가 든 것은 젓가락으로 먹지만, 들어 있지 않은 것은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예기"에 쓰여 있다. - , 원래 다양한 요리법이 있었지만 '볶음'요리가 중화 요리의 대세가 된 조리법의 흐름과 같이 재미있는 주제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목차가 연대순이 아니고, 설명도 두서가 없는게 많은건 아쉽습니다. 이렇게 쓸 바에야 그냥 "중국요리 백과사전"처럼 특정 요리에 집중해서 설명해주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도판이 거의 전무하다는 단점도 크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1/07/18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 마스카와 도시히데 / 김범수 : 별점 1.5점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 4점
마스카와 도시히데 지음, 김범수 옮김/동아시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석학이 쓴 책. 제목만 보고 비밀 병기를 만든 과학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평화가 가장 중요하며,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자가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더군요. 무기 개발과 관련된 과학자들의 행동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서, 아베가 주도하는 일본 개헌 노력에 대한 비판, 일본의 원자력 문제와 앞으로의 정치와 세계 평화에 대한 의견을 털어놓으며 책은 마무리됩니다.

진보적인 석학답게 전쟁 때 핵무기 등 무기 개발에 힘쏟고, 전쟁 이후에 연구 자금이나 돈 때문에 노력하는 과학자들, 아베의 안보법 개헌 노력,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으며, 그 외 노조 활동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에 피력하고 있는 주장 등은 꽤 좋았습니다. 나름 새겨들을만한 부분도 있고요. 아베가 헌법 9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폭주, 안하무인이라고 표현한 것은 속 시원하기까지 했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들이 우리나라 시점으로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더군요. 평화가 중요하다는건 물론 맞는 말입니다. 허나 세계 유일의 휴전 중 분단 국가로, 군사력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젊은 청년들이 의무적으로 군 입대를 해야 하는 나라 상황에서는 사치스러운 말이지요. 무엇보다도 군사력 확대는 외부 진출과 동의어인. 외적의 공격을 받기 어려운 섬나라 시각과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어요. 또 과학자들의 무기 연구에 대한 반대도 억지스럽습니다. 결국 저자 역시 군수 산업과 민간 시장, 양쪽 모두에 유용하게 쓰이는 것을 '듀얼 유스'라고 부르며, 복잡한 문제라서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게 맞는 말이지요. 특정 산업이 특정 분야에 해가 된다고 무조건 막는게 말이나 됩니까.

무엇보다도 "세계에 전쟁 반대 호소를 할 수 있는 나라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유일하게 피폭 경험을 한 나라인 일본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라는 말은 가소롭기 짝이 없었습니다. 피폭은 과거 전쟁을 일으켜 주변 국가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항복하지 않고 버텼던 원인에 대한 결과입니다. 피폭 이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피해자 코즈프레하면서 평화를 논한다? 저자가 싫어하는 아베 등 자민당 정치인들과 다를게 없지요. 피폭 원인에 대한 반성이 없기에 저자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들 수 밖에 없고요.

또 본인 주장에 대한 근거들도 빈약합니다. 대체로 본인 경험이라던가, 지엽적인 이슈 수준에 머무는 탓입니다. 탄탄한 평화를 위한 전쟁 불가론의 근거가 고작 해외 파병된 자위대원의 전사라니, 납득하기 어렵지요. 풍부한 자금이 뛰어난 과학자를 낳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연구자는 가난해야한던가, 요새 젊은이들은 열정이 부족하다, 정치에 관심도 없다는 언급 등 꼰대스러운 의견들도 과하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일본인 시점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인 주장과 속 시원한 언급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너무 달랐고, 기본적인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절대로 권해드릴만한 책은 아닙니다.

덧붙여, '듀얼 유스' 설명을 하며 수십 년 전 일본의 빌딩가에서 TV 전파가 건물에 반사돼 화면이 흔들리는 고스트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를 막고자 어떤 페인트회사에 일하던 과학자가 ‘페라이트ferrite’라는 산화철을 주성분으로 하는 세라믹이 들어간 도료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페라이트에는 강력한 자력이 있어서 페라이트가 포함된 도료를 빌딩 벽면에 바르면 전파를 흡수해서 고스트 현상을 막을 수 있었고요. 그러나 10년 뒤 그 도료가 미군 스텔스 전투기에 사용되었다는 예를 들어주는데, 신기했습니다. 듀얼 유스에 딱 들어맞는 예라고 할 수 있겠지요.

2015/06/10

2차 대전 독일의 비밀무기 - 로저 포드 / 김홍래 : 별점 1.5점

2차 대전 독일의 비밀무기 - 4점 로저 포드 지음, 김홍래 옮김/플래닛미디어

2차 대전에서 사용된 독일의 최첨단 무기들을 다룬 책. 출간된지는 제법 되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살까 말까 고민하던게 수개월. 큰맘먹고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실망스럽네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일단 정말 황당무계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무기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기대했던 비밀무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실전에 투입되었던 무기를 비밀무기라고 하는건 무리가 있죠. 정말 기획안, 테스트 기기로만 존재하는 제품이라면 모를까.

그나마 좀 재미있게라도 썼으면 괜찮았을텐데 재미도 너무 없습니다. 그냥 상세한 무기 설명서처럼 서술되어 있는 탓입니다.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혹할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수준의 전쟁, 무기 애호가에게는 어렵고 불필요한 정보가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잠정적인 해법인 주익 앞전은 뒤로 후퇴하는 형태를 취하되, 뒷전은 직선을 유지하는 가변적 익현을 만드는 것이었다'는 식의 설명입니다. 주익 앞전을 뒤로 후퇴하게 하는 것이 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으니 이건 뭐 어떻게 이해하라는건지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또 도판이 많다고 홍보하고 있고 실제로도 많기는 한데, 적절하게 실려있지 못하다는 문제도 큽니다. 앞서 말씀드린 주익 앞전이 뭔지 같은 것에 대한 그림 설명은 커녕, 본문에서 언급된 주요 기체들의 도판이 없다던가 - 포케-불프 Ta 183, 메서슈미트 P.1101 등등등... - 아니면 본문에서는 설명하고 있는 것과 다른 무기의 도판이 실려있는 식으로 - 대표적인 것은 게래트 041을 설명하는 페이지에 실려있는 도판은 게레트 040 인 것 - 외려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것에 비하면 동일 무기의 코드네임을 본문에서 혼용하여 혼란을 가져다 준다던가, 미터법과 피트 / 인치를 혼용하여 혼란을 가져다 주는 정도의 실수는 애교라고 보여질 정도에요.

아울러 새로운 내용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에요. 세계 최초의 제트 전투기라던가, V2와 같은 로켓 무기, 거대전차 마우스 등은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도 나오는 것들이죠. 예전에 방송된 다큐멘터리에서 보기도 했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네이버캐스트 남도현의 '무기의 세계', 아니면 '유용원의 군사세계'와 같은 인터넷 자료와 비교해도 크게 우위에 있지 못합니다. 동일한 주제를 다루어 직접 비교대상이 되는 기간트 수송기, 열차포, 칼 자주박격포 모두 '무기의 세계' 쪽이 내용도 깔끔하고 해당 무기의 유래와 활약, 결과까지 알러주어 더 괜찮습니다. 도판도 큰 차이는 없고, 무엇보다 공짜니까요

25,000원이 넘는 가격을 생각하면 1점을 줘도 시원치 않지만, 그래도 미사일 관련 이야기나 잠수함 관련 이야기 등 그런대로 재미있으면서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없잖아 있기에 0.5점 덧붙입니다.

2013/02/21

미드웨이 1942 - 마크 힐리 / 김홍래 : 별점 2.5점

미드웨이 1942 - 6점
마크 힐리 지음, 김홍래 옮김, 남도현 감수/플래닛미디어

총 16권으로 구성된 세계의 전쟁 시리즈 중 한 권. 2차 대전 중 태평양 전쟁의 향방을 가른 미드웨이 해전을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다룹니다.

실제 전투에 대해 굉장히 생생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점, 그리고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도판도 비교적 풍부하며 특히 전황을 알려주는 지도 등의 시각 자료가 잘 삽입되어 있는 점 등이 마음에 듭니다. 그 중에서도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작전을 시도한 이유와 향후 계획은 다른 자료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이라 아주 좋았어요. 실패한 것으로 잘 알려진 둘리틀 작전이 야마모토의 결단을 재촉하는 계기가 되었고, 미드웨이를 점령한 이후 미국과 강화 조약을 체결할 의도가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도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고요.

책의 설명을 읽고 나니 배틀크루저, 레이스와 캐리어, 커세어로 이루어진 테란-프로토스의 주력 부대 결전에서, 테란은 배틀과 레이스를 전부 잃었으나 프로토스는 캐리어 한 대만 잃고 주력을 거의 온전하게 지킨 전투가 떠올랐습니다. 전투의 승패가 옵저버 활용(?)에 따라 갈렸다는 것도 스타를 다년간 즐긴 경험에 따라 수긍이 가는 부분이었고요. (그러고 보니 스타가 정말 잘 만든 게임이군요.)

전투기의 호칭이라든가 약어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등, 번역 면에서 아쉬움은 있으나, 원했던 정보를 파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두께나 도판도 적절했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4/06/14

청설모의 자동차카툰 (cartoon) 2 - 청설모 : 별점 3점

청설모의 자동차카툰(cartoon) 2 - 6점
청설모 지음/이미지프레임(길찾기)

"청설모의 자동차카툰(cartoon)"

만화가 청설모 박상준 씨의 자동차 만화 두 번째 권.

국산차 중심이라는 장점은 여전합니다. 이번에도 아시아 피아트, 기아 브리사, 현대 스쿠프, 기아 콩코드, 쌍용 칼리스타, 지엠코리아의 레코드 1900, 대우 로얄살롱, 기아 스포티지, 현대 액셀 등 다양한 국산차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해 줍니다. 기아 스포티지 출시에 얽혔던 기아차 엔지니어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 대우 로얄 시리즈의 흥망성쇠 등은 정말 재미있더군요. 로얄 시리즈가 오랫동안 브랜드를 유지하면서도 기술 개발에 소홀했다는 등 처음 알게 된 사실도 많았고, 작가 특유의 디테일한 그림과 깨알 같은 유머도 여전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허나 전편보다는 만족도는 조금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첫 권과 비교하면 새로움이 떨어져 조금 식상하게 느껴진 탓이 큽니다. 유사한 내용과 개그가 많으니까요. 또 데포르메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던 전편과는 다르게 몇몇 차는 하나의 일러스트처럼 정성 들여 그린 이미지를 이야기 말미에 배치하는데, 이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정성 들여 그렸다는 것은 알겠지만 재미도 없고 구태의연한 스타일의 그림이기 때문이에요. 그냥 깔끔하게 실차를 묘사하고 상세한 특징만 덧붙여 주는 게 더 좋았을겁니다.

아울러 전권에서도 단점으로 지적했던 요소도 여전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실차의 상세한 이미지와 제원이 소개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최훈의 삼국전투기의 장료 캐릭터를 기아차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사용한 점입니다. 현대차는 현대의 당시 회사 심볼을 캐릭터화했고 대우는 "로열"이라는 브랜드에서 따온 독창적인 갑옷 기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기아와 장료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고 뜬금없어서 볼 때마다 어색합니다. 불필요한 정보들, 예를 들자면 소개된 차의 국내에 존재하는 실차 취재기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래도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만원이 넘는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풀컬러인 만큼 납득할 만 합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3/01/17

청설모의 자동차카툰(cartoon) - 청설모 : 별점 3점

청설모의 자동차카툰(cartoon) - 6점
청설모 지음/이미지프레임(길찾기)

만화가 청설모 박상준 씨가 SK 엔크린 사이트에 연재하던 웹툰을 실물로 출판한 책. 세계적인 명차 및 국산 차들을 차종별, 브랜드별로 한 편씩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웹툰을 구태여 돈을 들여가며 인쇄 책으로 사지는 않지만, 연재물을 재미있게 보고 있을 뿐 아니라 클래식 카에도 관심이 있기에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시발, 대우 이름셔, 기아 프라이드와 캐피탈, 쌍용 코란도, 현대 포니, 대우 티코, 신진 코로나, 현대 코티나라는 국산 차들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발 자동차 엔진 개발의 주역이었다는 "함경도 아바이", 골프 GTI와 견줄만했다는 혁신적 컨셉의 대우 이름셔, 신진 코로나 영욕의 역사 등 몰랐던 내용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또 이런 류의 만화치고는 만화적으로도 제법 재미가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고집쟁이 영감 람보르기니가 페라리에게 무시당한 것 때문에 분노가 폭발하여 명차를 만드는 과정, 시트로엥을 미쉐린이 인수할 때의 모습 등에서 깨알 같은 유머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차들을 대부분 귀엽게 데포르메하여 그린 것은 단점이라 생각됩니다. 만화적인 구성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매 에피소드별로 한 페이지 정도는 할애해서 실차와 같은 상세한 이미지와 제원을 소개해 주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네요. 이 책을 읽고 "매혹의 클래식카""안타고는 못배겨"를 다시 꺼내 읽게 되었는데, 확실히 비교되거든요. 재미 측면에서는 압도적이고 자료적인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지만, 일러스트와 도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아울러 최훈의 삼국전투기 캐릭터 등 유통기한이 명백한 패러디의 등장은 다음 권에서는 좀 빼 주면 좋겠고요.

허나 이 정도 단점은 이 책이 지닌 압도적인 장점에 비하면 큰 흠은 아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만원이 넘는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자동차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1/11/23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하야미 라센진 / 진정숙 : 별점 4점

하야미 라센진의 육해공 대작전 - 8점
하야미 라센진 지음, 진정숙 옮김/이미지프레임(길찾기)

1~2차 대전 당시를 주무대로 하여 가공의 국가와 병기를 선보이는 "마차마 전기"가 150여 페이지 분량으로, 그 외 암즈 매거진 연재 카툰 칼럼, TRPG 리플레이 만화, 기타 칼럼과 일러스트로 구성된 하야미 라센진 작품집입니다.

"마차마 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잡상노트", 문효섭의 "강철의 대지"와 굉장히 유사한 가공의 밀리터리 역사 만화입니다. 실제로 있었음 직한 병기 - 두프르카프루 왕국의 왕립 장갑 코끼리 부대, 장갑취사차, 남미 소국의 늪지 장악을 위한 장갑 갤리선, 아프리카 바오밥 부대의 펄스제트 전투기 플라밍고, 이라크전에 참전한 장갑 3륜차 등 - 와 그 일화들을 그럴듯하게, 그것도 인간미 넘치는 유머러스함으로 그려낸 점에서 그러합니다.

하지만 앞선 두 작품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인물과 무기들 묘사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오타쿠다운 디테일과 고증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1, 2차 대전 지식은 관련된 서적 몇 권 읽어본 것이 전부인 저 같은 풋내기 매니아에게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상의 제도 왕국 - 서방 공화제 전쟁 이야기보다는 2차 대전같은 실제 전사를 무대로 한 이야기가 훨씬 좋았습니다만, 이야기들 모두 평균 이상의 수준입니다.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는 TRPG 리플레이 만화는 게임 소개라는 취지에도 적합하지만, 만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스테로이드 퀘스트"라든가 "바바리안 킹"은 게임 자체에도 꽤 흥미가 갔을 정도입니다. 이런 류의 스토리텔링 창작 게임들은 창작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말이죠. 여튼, 그야말로 "소개" 만화의 바이블이라고 불러도 좋겠네요.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림 좀 그리는 오타쿠가 자신의 관심 분야를 궁극으로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정말 좋아하면서, 즐겨서 그렸구나 싶은 생각이 읽는 내내 드는 즐거운 작품이었어요. 아... 저도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살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부럽네요. 

번역도 아주 좋아서 오역 없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 없으며(번역가 진정숙 씨에게는 고료를 2~3배를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빼곡한 글들을 번역한 정성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손글씨를 한글화한 수준도 높습니다.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중간중간 페이지 낭비스러운 짤막한 일러스트 등이 잉여스럽기에 약간 감점했지만,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해요. "잡상노트"가 이렇게 번역된다면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다만, 추천드리기에는 좀 어렵습니다. 밀리터리나 TRPG 쪽에 관심이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책이거든요.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이 있다면 재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2014/08/27

제2차세계대전의 에이스들 - 김진영 : 별점 2점

제2차세계대전의 에이스들 - 4점
김진영 지음/가람기획

"연합함대"로 접해보았던, 출판사 가람기획의 세계전사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제목 그대로 제2차 세계대전 중 각국의 에이스들 - 독일 에이스 6명, 영국 에이스 6명, 미국 에이스 3명, 일본, 소련, 핀란드 각 1명 - 18명이 소개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저술되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절반 이상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와 흡사합니다. 특히 독일군 에이스들 이야기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에리히 하르트만이나 아돌프 갈란드, 아프리카의 별 한스 요하임 마르세유, 발터 노보트니 등은 다양한 관련 서적은 물론, 나무위키를 통해 더 자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분량도 한 편 씩 웹진에 소개될 정도의 분량에 불과해서 그다지 상세하지도 않고요. 전투 기술에 대한 묘사보다는 인간적인 고뇌와 같은 디테일이 살아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워낙 많은 인물이 소개되는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적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격추 대수가 200대를 넘었던 슈퍼 에이스 중 한 명이었던 헤르만 그라프는 독일 패망 후 소련에서 포로 생활을 하던 중 공산주의자가 되겠다고 하여 소련의 선전 활동에 이용되었고, 결국 귀국은 일찍 했지만 ‘배신자’라는 낙인을 극복하지 못한 채 용접공으로 여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만화 "수리부엉이"에도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했었죠. (인터넷에 자세한 글이 있긴 한데, 이 책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여 퍼온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상대적으로 유명한 독일군 에이스들에 비해 영국과 미국의 에이스들은 아무래도 격추 대수가 독일군에 비하면 부족하고 인기도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비슷한 비중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내용도 꽤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전투기 무장사 출신으로 비교적 많은 나이에 기량이 만개하여 28기의 일본기를 격추한 프랭크 캐리, 38기의 독일기를 격추하고 전후 영국군 부원수 자리에까지 올랐던 쟈니 존슨 등이 그러합니다. 에이스들의 전투 상황에 대한 상세한 증언도 아주 좋았습니다. "스핏파이어로 고도 4000미터에 도달한 뒤 슈퍼차저를 켜 속도를 올려 적기의 꽁무니를 따돌릴 수 있었다"는 식의 구체적인 장면 묘사처럼요.

이렇게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별점은 2점입니다. 절반 가량이 인터넷 등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라는 단점이 너무 크네요. 물론 이 책이 원전 중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독보적인 무언가가 있지는 않으며, 위인전으로 보기에도, 미시사 서적으로 보기에도, 전사로 보기에도 애매하다는 점도 감점 요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 가져볼 만하겠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굳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6/06/10

삼국지 스피리츠 2 - 아라카와 히로무, 토코 준 / 김동욱 : 별점 2.5점

삼국지 스피리츠 2 - 6점
아라카와 히로무, 토코 준 지음, 김동욱 옮김/애니북스

"삼국지 스피리츠 1" - 아라카와 히로무, 토코 준 / 김동욱 : 별점 2.5점

1권에 이어 구입하여 읽게 된 2권. 정가로 구입할 책은 아니라 여겼기에 호시탐탐 알라딘 중고매장 매물을 노리다가 드디어 구입에 성공했습니다. 거의 반년 이상 소요되었으니 무척 감개무량하군요.

하지만 기다린 시간, 그리고 들인 노력에 비하면 책의 수준이나 가치는 낮습니다. 전편의 단점이 그대로인 탓입니다. 특히 아라카와 히로무의 만화가 별로 재미가 없다는건 치명적이에요. 조운의 대담함에 감탄한 유비가 그를 '온몸이 간으로 되어 있는 것 같구나!'라고 감탄하자 주위 장수들이 모두 조운을 '푸아그라 장군'이라고 부른다던가, 우금이 관우의 수공에 말려들은 상황에서의 유머, 'SES'를 육손이 모른다고 할 때의 반응 등은 피식할 만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요.

만화보다는 아라카와 히로무와 토코 준의 대담 부분이 더 낫습니다. 강유의 잦은 북벌에 대해 비판하면서,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완고해지고 성미가 급해진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대표적이에요. 삼국지에 대해 잘 아는 동네 아줌마들 대화 같은데 나름 핵심을 꿰뚫는달까요? 제갈량의 아내 황월영같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을 나름 부각시키는 등의 특이한 부분도 눈에 뜨이고요.

아울러 정사 순서 그대로 책이 구성되어 있기에 삼국지 1세대라 할 수 있는 조조, 유비, 손권의 퇴장 이후 3국이 통일될 때 까지 이야기를 충실하게 끌어나가고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문제라면 최훈의 "삼국전투기"가 이 부분에 정말 한 획을 그었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저는 절반 가격에 구입했기에 나름 만족합니다만, 재미와 가치 모두 애매해서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2015/12/06

사안은 월륜을 향해 날아간다 - 후지타 카즈히로 : 별점 3.5점

후지타 카즈히로의 한 권짜리 단편입니다. 자주 찾아뵙는 각시수련님 블로그에서 "단편 만화 중 재미있는 만화 스레"라는 글을 통해 눈여겨보았다가 읽게 되었네요. 

보는 사람 모두를 죽게 만드는 올빼미 "미네르바"를 잡기 위해 분투하는 미군 2명과 일본인 사냥꾼 우헤이, 무녀 린 4인조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4인조의 핵은 사람의 살기에 반응하여 모든 공격을 무위로 만드는 미네르바에 대항해 "살기 없는" 총알을 쏘는 우헤이지만, 손자처럼 우헤이를 도와주는 "사냥개" 역할의 마이크, 복잡한 과거를 살려 전투기 조종으로 마지막 일기토를 돕는 케빈, 순간이지만 미네르바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무녀 린의 활약도 좋습니다. 헌터 중심의 원거리 딜러들로만 구성된 파티라는 점도 특이했고요.

이야기 구성은 전형적인 "후지타 카즈히로" 스타일입니다. 강대한 적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뜨거운 활약이라는 점에서요. 그런데 미네르바의 막강함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사악함과 강력함 모두 후지타 카즈히로 작품 속 악역 중 최고 수준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냥 "새"라는 점, 아무 생각 없이 본능에 의해 움직인다는 설정이라 더욱 무서웠습니다. 그야말로 "사악한 미물"인 셈이죠.
이에 대항하는 고독한 카리스마 미노년 우헤이 역시 뒤지지 않는 멋진 매력을 선보입니다. 마지막에 우헤이가 가면을 벗는 장면에서의 간지는 정말이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멋졌어요.

그런데 딱 한 가지, 미네르바 관련 설정 하나가 약간 옥에 티처럼 느껴졌습니다. "미네르바를 본 모든 사람이 죽는다"인지, "미네르바가 본 모든 사람이 죽는다"인지 잘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케빈이 쌍안경으로 미네르바를 확인하는 장면을 보면 전자 같지는 않고, 후자라고 보기에도 무적에 가까운 설정이 되어버리며 다른 사람들이 죽지 않는 점과도 맞지 않습니다. 또 우헤이가 장님이라는 설정도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요.

이러한 설정상의 구멍이 있긴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뜨거운 전개, 깔끔한 결말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해피엔딩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후지타 카즈히로의 팬은 물론이고, 그를 잘 모르는 분이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2022/05/22

제노사이드 - 다카노 가즈아키 / 김수영 : 별점 2.5점

제노사이드 - 6점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소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원생 고가 겐토는 죽은 아버지가 보낸 수수께끼의 메일을 통해 기묘한 노트북과 거액, 그리고 은신처를 입수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불륜을 의심했지만, 곧 아버지가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의 치료약을 만들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영문도 모른채 경찰에 쫓기기 시작한 겐토는 은신처에 숨어 아버지의 연구를 이어받았다. 

한 편, 아프리카에서 예거가 이끄는 용병 4명에 의한 '네메시스 계획'이 진행되었다. 피그미 족 부부에게서 태어난 초인류 아키리를 말살하는 미국 주도의 작전이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용병들도 모두 죽일 생각이었고, 이를 알아챈 용병들은 아키리와 손을 잡고 아프리카를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는데...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편 과학 액션 스릴러입니다. 

이야기는 아프리카 탈주극과 일본에서 약을 제조하려는 겐타의 이야기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전개됩니다. 이 중 아프리카 탈주극, 즉 미국 정부가 진화한 초인류 아키리를 말살하려 하지만, 아키리 일행이 이를 뿌리치고 아프리카를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여러가지 모험들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무제한의 자금은 물론,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쥐고 있는 미국 정부의 목표물인 아키리 일행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여러가지 계획들의 짜임새가 돋보이는 덕분입니다. 

설정도 괜찮습니다. 사실 이 작전에 정식 미국 군대가 투입되었다면 아무리 초인류의 지능이라도 아키리 일행이 살아남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러나 정치적, 외교적으로 섣불리 정식 군대를 투입할 수 없는 탓에 소수의 용병을 고용하여 작전을 실행했고, 이들을 막아서는건 미군이 아니라 현지 무장 단체라는 상황이 조성되어 그나마 탈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내다본 아키리 일행이 자기들이 포섭하여 탈출에 활용할 수 있는 인물들로 용병들을 구성했다는 것도 꽤 그럴싸했고요. 

작전에 참여한 용병들의 이력과 그들의 능력은 물론, 도주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아프리카 무장 단체와의 교전도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제일 압권은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소년병 집단과의 교전입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아이를 죽여야 하는 딜레마가 실존했던 아프리카에서의 소년병 징집과 훈련 역사와 맞물려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아키리의 누나 에마가 일본에서 이들을 도와주고 있었다는 반전도 괜찮았습니다. 아키리의 능력만으로는 어려웠을 여러가지 일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 명쾌하게 설명되면서도, 초인류의 가공할 능력을 잘 선보이니까요.

이런 밀리터리 스릴러스러운 이야기 외에도 '초인류'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도 볼거리입니다. 만약 지금 인류의 지성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인류가 진화의 결과 나타난다면, 그는 인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이에 대해 등장인물들 (주로 루벤스)의 입을 빌어 털어놓는 작가의 생각이 아주 흥미로왔던 덕분입니다. 초인류가 무서운 것도 그의 지력과 무력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이라 말하며 이를 현재 인류에 빗대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인류가 얼마나 호전적이고 폭력적인지에 대한 설명을 여러 명의 입을 통해 쌓아올리다가, 아프리카에서의 잔혹한 체험에 뒤 이어 이야기하니까 훨씬 더 와 닿았던 것 같네요. 

미국은 민주주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일종의 독재 국가로 그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전 세계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현실을 드러내는 번즈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반대 의견의 문제점은 꼬치꼬치 따지면서 배제하고, 찬성하는 사람들만 주위에 가득하게 채워 가는 것'은 미국 정부 뿐 아니라 작은 회사에서도 흔히 보아왔던 일인데, 이렇게 설명되니 이해가 쉬워서 좋았어요. '하이즈먼 리포트'를 중심으로 한 초인류가 탄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한 그럴듯한 이론들 등 작가의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굉장한 노력도 느껴졌고요. 

덧붙이자면 저 개인적으로는 '초인류'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그 개체 한 명이 과연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도 아키리 혼자서는 절대로 살아남지 못했을테니까요. 현생 인류의 지성을 아득히 뛰어넘어 온갖 자연 현상마저도 예측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현대 무기를 이겨내지 못한다는 한계는 존재합니다.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분명하지요. 즉, 최소한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개체수가 필요합니다. 물론 잘 성장한다면 지극히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될 테니, 인류에게 위협이라는건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한, 두명으로는 조금 버거워 보입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다른 한 개의 축, 일본에서 겐토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에마가 만든 프로그램 기프트를 활용하여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별로입니다.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 이후, 아버지로부터 기묘한 메시지를 받고 우연찮게 노트북을 손에 넣기까지의 과정은 재미있기는 합니다. 신약 개발에 대한 디테일도 엄청난 수준이고요. 

그러나 평범했던 주인공이 급작스럽게 '세계를 위해' 일했던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고, 이를 막으려는 거대 조직과 싸운다는 일본 만화 등에서 수도 없이 보아왔던 전형적인 설정에서 별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경찰에게 쫓긴 뒤 은신처에 잠입하고 나서부터는 딱히 위협도 없어서 재미도 떨어지고요. 오히려 겐토가 이 약을 만드는데 거의 목숨까지 거는 이유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약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여 과학자로 한 걸음 나아가고, 아버지에 대해 되새기게 되는 성장기스러운 부분도 지나칠 정도로 전형적이고요. 

또 겐토 이야기가 이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아키리를 죽이려고 했던 용병단 리더 예거의 아들이 이 병에 걸렸고, 예거를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약을 만드는 것 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이 계획은 헛점이 너무 많습니다. 예거가 이런 터무니없는 말만 믿고 아키리를 돕게 된다는게 과연 말이나 될까요? 예거의 아들이 작전 완료 시점까지 살아있을 가능성, 약이 그 때까지 완성되리라는 보장도 없고요. 용병들을 설득하는건 미 정부가 그들에게 준 약이 독약이라는걸 증명하는걸로 충분했을겁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즉, 겐토 이야기는 모두 빼더라도 이야기 전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겐토의 가장 중요한 조력자로 한국인 유학생 '정훈'이 등장하는 부분은 한국인 독자로서 반가왔지만 이 역시 큰 줄기의 이야기와는 관계가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였어요. 하긴 애초에 아프리카 탈출부터가 문제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그냥 탈출해서 은신하면 되었을 텐데, 왜 자기 존재를 노출하여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리는지가 전혀 설명되지 않으니까요. 초인류가 생각해 낼 만한 작전치고는 헛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헛점은 그 외에도 많아요. 용병단 구성도 안배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인 믹이 왜 포함되었는지는 불분명하고, 마지막에 전투기를 자연 현상으로 격추하는 부분도 완벽한 초인류의 예측과는 별개로 조종 자체는 불완전한 '인간'이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계획이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여객기 추락 후 피어스 해운의 배가 근처를 지나간다는걸 미정부가 놓쳤다는 결말도 안일하기 짝이 없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는 있었지만, 설득력이 낮은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일본에서의 이야기를 구태여 삽입할 필요 없이, 아프리카에서의 탈출 계획만 정교하게 그려내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악의 우두머리도 미국 대통령보다는 CIA 국장 쯤으로 하는게 보다 현실적이었을테고요. 만화로 각색된 버젼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그간 격조했던 이유는 리뷰를 쓰기 위해 이용하는 에버노트 모바일 버젼이 심각하게 느려지고, PC와 동기화가 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던 탓입니다. 그동안 모바일로 썼던 글 여러 편을 날려먹었네요. 십 년도 넘게 사용해 왔지만, 에버노트를 버려야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