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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8

클로저 이상용 - 최훈 : 별점 3점

클로저 이상용 9 - 6점 최훈 지음/알에이치코리아(RHK)

최훈 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하대리>부터 팬이 되었죠. 이유는 독특한 개그 센스에 더해 하루하루 완결되는 이야기를 이어서 하나의 거대한 장편을 민들어 낸 아이디어가 정말 참신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야 4컷 만화를 이어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작품이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형식일 뿐더러 이야기의 완성도 또한 높았다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MLB 카툰>에서부터 주특기라 할 수 있는 덕력 더하기 패러디 센스가 제대로 폭발했죠.

하지만 이후 연재작들의 행보로 팬심은 많이 떠났습니다. 한편, 한편으로 완결되는 프로야구 카툰같은 작품이야 언제 연재가 중단되어도 상관없다손 치더라도, 장편 연재물이었던 <하대리> 3부(였나요?), 팝과 록의 역사를 다룬 <록커두들>,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전 여자 농구 선수들이 나오는 농구 만화 등이 아무런 언급없이 연재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완결된 작품도 흐지부지, 대충 끝냈기에 더 욕을 먹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GM>입니다. 국내 최초로 스카우터, 단장을 주인공으로 팀을 만들어 나가는 독특한 형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작중에서 보여지는 떡밥도 회수하지 못한채 뜬금없이 대충 끝내버렸죠. 스토브리그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시즌 개막도 맞지 못하고 끝낸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삼국전투기>의 경우는 마감일을 준수하지 못해 큰 비난을 사기도 했고요.

하지만 확실히 이런저런 작품들을 모두 끝내버린 덕인지 최근의 행보는 무척 다행스럽습니다. <삼국전투기>는 공명 사후의 이야기의 디테일로는 유사 컨텐츠를 압도할만한 깊이를 보여주어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되었죠. 그리고 이 작품, <클로저 이상용> 역시 정상적으로 완결에 이르렀고요.

그럼 이제 <클로져 이상용>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이 작품은 전작 <GM>의 세계관과 동일합니다. 전작 캐릭터(하민우 등)가 감초 역할로 등장해서 팬으로서 무척 반갑더군요. 2군에서 올라온 이상용과 진승남 배터리가 패배주의, 개인주의와 세력 다툼으로 엉망이 된 게이터스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며 여러 상대팀을 제압하여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도 상당히 재미있고요.
허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재미요소는 이상용이 라이벌들과 펼치는 두뇌 게임심리전입니다. 이쪽 바닥의 본좌 <원 아웃>과 비교할만한 수준이거든요. 토쿠치 토야와 이상용 모두 투수로 구위가 아닌 타자와의 심리전을 통해 타자를 제압하는 두뇌파 - 기교파 투수이기도 하고요. 그러고보니 주인공이 적당한 수준의 구위를 가지고 현실적인 야구를 한다는 점에서는 <그라제니>의 본타와도 살짝 겹치는군요. 물론 단순한 설정 따오기는 아닙니다. 이상용은 어머어마한 분석을 통한 데이터 기반의 야구를 한다는 점, 그리고 확실한 주무기 (체인지업)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안되는 타자는 철저히 거르는 식으로 비겁하게 이겨나간다는 차이가 있거든요. 다른 만화들보다 훨씬 현실적인거죠. 어깨가 망가진 채 승부하는 마지막 장면 클라이막스에서 이상용이라는 선수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며 마무리한 것도 아주 좋았고요.


이러한 재미에 더해 최훈 작가 본인이 상당한 수준의 야구 팬이기에 가능했을 것 같은 디테일들도 큰 장점입니다. <GM>에서도 선보였던 데이터 위주의 선수 설정들부터 그러합니다. 옷주름으로 구질을 파악한다는 (쿠세) 이야기라던가, 이상용의 독특한 작전에 의한 병살 플레이 등도 마찬가지고요. 외국인 투수와 통역과의 대화 같은 깨알 개그, 최훈 특유의 패러디들 역시 재미를 더해줍니다.
또 KBO의 팀 구성을 연상케하는 구단들의 설정은 물론, 실존 선수가 떠오르는 여러 캐릭터들 역시 야구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디테일이었습니다. 게이터스가 LG 트윈스를 연상케하므로 LG 팬이시라면 더더욱 좋았을지도? (성적이 안 좋다는 점 때문에 별로였으려나요?)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일단 이 작품 역시 선보인 떡밥을 모두 회수하지는 못했다는 고질적 문제가 해결이 안됐어요. 이상용을 둘러싼 삼각관계가 대표적이죠. 라이벌처럼 등장하는 여러 선수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데빌스의 강타자 김성욱에게 함정을 심어두었다는 설정이라던가, 여자를 두고 얽힐것 같은 이헌에 대한 묘사도 마무리 되지 않고 끝나버리거든요. 일본 연재물처럼 에피소드 한편 한편이 나름의 완결성을 가지고 연재가 이어졌더라면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신문 연재물로 에피소드의 완결 개념이 없다보니 생긴 문제점으로 추후 단행본을 통해 보완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속 시원함은 부족합니다. 고교 야구 만화로 따지면 지구 예선을 거친 뒤 고시엔 (갑자원)에 진출하면서 "1부 완결"로 끝나는 느낌이랄까요.
후일담도 없는 것 보다야 나았겠지만 게이터스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만 우승에는 실패하고, 부상당한 이상용은 수술 후 재활하다가 1년만에 방출당하고 그 뒤 램스에 입단하여 선발 투수로 커리어를 이어간다는 후일담을 단 한편에서 마무리한 것은 좀 심하지 않았나 싶네요.
마지막으로 이상용이 만년 2군을 전전하다가 체인지업을 완성하여 최고 수준의 마무리가 된다는 설정으로 시작했는데 마지막에는 커브도 긁히는 날에는 김기정을 상대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완전체 투수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것도 원래 취지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여겨집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정인권과의 최후의 승부는 이상용의 특기를 살린 명장면이기는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합니다. 이미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위 자체가 맛이 갔는데 그립을 바꾸는 정도로 삼진을 잡는게 가능했을지 의문입니다. 전부 직구 승부인데 어깨가 맛이 가서 체인지업의 속도로 들어왔다... 고 하는게 더 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렇듯 단점이 없는 작품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야구 팬들에게는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후속작이 시작될 듯 싶은데 부족했던 부분을 잘 보완해 주면 정말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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