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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0

맛없어? - 고이즈미 다케오 / 박현석 : 별점 2점

맛없어? - 4점 고이즈미 다케오 지음, 박현석 옮김/사과나무

'저명한 발효학자이자 음식 탐험가인 저자가 직접 겪은 맛없는 음식들에 대해 ‘맛없음’이란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과학적, 인문학적으로 분석해 유쾌하게 풀어낸 책'이라는 소갯글에 혹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목차는 아래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1장 세상의 모든 맛없는 음식
  • 2장 여행자를 위한 식사
  • 3장 날아라! 미각인 비행물체
  • 4장 요리하는 마음

이 중 소갯글처럼 저자가 생경한 음식에 도전하는, 이른바 '음식 탐험'을 벌이는 이야기는 1장에 담겨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기묘한 음식에 도전하는 저자의 정신력이 놀라웠던 덕분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청어 통조림 수르스트뢰밍이 가장 정상적인 음식일 정도였으니까요. 이후 등장하는 요리들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가장 압권은 애벌레 요리였습니다. 벌레 요리는 예전에 읽었던 "수상한 취재를 다녀왔습니다"에도 등장했는데, 그쪽은 작가 일행이 돈 때문에 억지로 먹는 설정이었고 이 책의 저자 고이즈미 다케오는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정도로 적극적이라는 차이가 있지요. '노린재 유충을 볶아 간장을 한두 방울 쳐서 먹는 순간, 이빨 사이에서 ‘톡’ 하고 터지며 끈적한 내용물이 흘러나왔고, 첫맛은 달았지만 곧 노린재 성충의 고약한 냄새가 밀려왔다'는 것 처럼 경험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생생한 묘사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산적 다이어리"에서 호평했던 까마귀 고기에 대한 적나라한 평도 흥미로웠습니다. 불단의 향 같은 지독한 냄새 때문에 먹기 어렵다고 하네요. 이런걸 보면 아무래도 "산적 다이어리"의 주인공 오카모토는 웬만하면 다 맛있게 먹는 미각 음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의 홍어를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꼽은 것도 기억에 남고요.

하지만 2장부터는 평범한 식당에서 파는 음식 중 맛없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되며 처음의 흥미를 이어가지 못합니다. 물론 저자의 배경에 걸맞은 과학적 분석이 곁들여지기는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짜고 딱딱했던 대구 토막은 냉동 과정에서 소금을 뿌려 탈수된 탓, 돼지고기 조각이 서로 달라붙은 것은 단백질 구조 변화 때문, 싸고 맛없던 야키니쿠 정식 소고기는 거세하지 않은 씨수소의 냄새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식이지요.

허나 이러한 전문성을 제외하면 평범한 맛집 블로그의 '맛없던 식사' 리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맛없는 이유를 밝힌다 한들 이야기 자체에 드라마틱한 흐름을 더하지도 못하고요. 주인에게 항의하거나 새로운 조리법을 찾아내는 등의 전개는 전혀 없는 탓입니다. 요리에 대한 마음가짐을 강조한 4장 역시 뻔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1장은 흥미진진했지만 이후에는 평범한 맛집 블로거의 포스트와 다르지 않아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괴식만 찾아 먹는 이야기로 이어졌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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