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어? - 고이즈미 다케오 지음, 박현석 옮김/사과나무 |
목차는 모두 아래의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1장 세상의 모든 맛없는 음식
- 2장 여행자를 위한 식사
- 3장 날아라! 미각인 비행물체
- 4장 요리하는 마음
이 중 소갯글과 비슷하게 저자가 생경한 음식에 도전하는, 이른바 '음식 탐험'을 벌이는 이야기는 1장입니다. 그런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어요. 쉽게 접할 수 없는 기묘한 음식에 도전하는 저자의 도전 정신이 정말 대단하다 여겨졌고요. 우리가 익히 아는 청어 통조림 '수르스트뢰밍'에서 시작하는데 이게 가장 정상적인 음식일 정도입니다. 다음 요리들은 일반 내공으로는 상상을 초월하거든요.
그 중 최고는 애벌레 요리! 벌레 요리는 예전에 읽었었던 <수상한 취재를 다녀왔습니다>에도 등장하지만 <수상한...> 쪽은 작가 일당이 먹기 싫은 것을 그놈의 돈이 뭐라고 억지로 먹는 상황이라면, 이 책의 저자 고이즈미 다케오씨는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정도로 적극적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건 용감함을 넘어 무모한게 아닌가 싶어요. 여튼, 맛있다는 소문만 듣고 어렵게 노린재 유충을 구해서 질냄비에 볶은 후 간장을 한두방울 쳐서 먹는 순간....!이빨 사이에 껴서 '톡' 하는 파열음을 남기고 터지고 끈적한 내용물이 흘러나오는데 첫 맛은 달았지만 그 뒤에 노린재 성충의 구역질나는 냄새가 몰려왔다는, 경험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이야기로 스멀스멀 뭐가 올라오는 묘사는 정말 압권이네요.
그리고 <산적 다이어리>에서 꽤나 호평했던 까마귀 고기에 대한 적나라한 평도 재미있더군요. 불단의 향같은 냄새가 지독해서 먹기 힘들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산적 다이어리>의 주인공 오카모토가 미각 음치인듯? 그 친구는 왠만한건 다 맛있게 먹으니까요.
그 외 한국의 홍어 역시 못 먹을 음식으로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하지만 2장부터는 그냥 일반 식당에서 파는 음식들 중 맛없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처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저자의 배경에 걸맞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왜 맛이 없는지를 나름의 과학적인 이유로 분석하는 것으로, 몇가지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1. 모둠 냄비에서 짜고 딱딱해서 맛없었던 대구 토막 : 냉동 제품으로 소금을 잔뜩 뿌려 냉동한 것임. 그래서 짤 뿐더러 소금 때문에 탈수 현상이 일어나 살이 딱딱해 지는 것이다.
- 2. 같은 모둠 냄비에서 돼지고기 조각이 달라 붙은 이유 : 급격한 온도 변화로 단백질의 구조가 변해 서로 굳어 밀착된 것으로 차가운 냉동 상태에서 급속히 가열했기 때문임.
- 3. 싸고 맛없던 야키니쿠 정식의 소고기 : 거세하지 않은 씨수소에서 나는 냄새가 강했던 탓
허나 이러한 전문성을 제외하면 평범한 맛집 블로거의 맛없는 식사 리뷰와 별다를게 없습니다. 전문적으로 맛없는 이유를 밝혀낸다 한들 그게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못해요. 주인에게 항의하거나, 아니면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낸다던가 하는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있는게 아니거든요. 요리하는 마음에 대해 역설하는 4장도 뻔한 이야기였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1장은 아주 흥미진진했지만 이후에는 딱히 점수를 줄 부분이 없는 평범한 맛집 블로거의 블로그 포스트에 가깝기에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차라리 괴식만 찾아 먹는 이야기였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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