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련님』의 시대 1 - |
메이지 38년, 즉 1905년 급속히 서구화되는 일본에서 지식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한다는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허황된 픽션이나 if물이 아니라 실제로 이렇지 않았을까 싶은데, 다니구치 지로의 그림으로 표현된 덕에 그 위력이 배가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등장인물과 배경의 디테일 모두 뛰어나서, 쉽지 않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와 닿습니다.
실존 인물을 대거 등장시켜 작품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것도 장점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할 정도니까요. 그 외에도 모리 오가이, 라프카디오 헌, 시마자키 도손, 도조 히데키(!) 같은 수많은 메이지 시대 유명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엮어내는 솜씨는 감탄이 나옵니다. 특히 모리 오가이와 라프카디오 헌의 에피소드는 작품의 핵심을 제대로 짚기도 하고요.
아울러 존경해 마지않는 블로그 이웃이신 대산초어님의 번역 역시 빼어납니다. 주석도 충실하게 달려 있습니다.
다만 몇몇 역사적 실존 인물들이 병풍에 가까운 배경으로만 그려진 점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주요 네 명 중에서도 실존 인물인 아라하타와 모리타는 이야기의 현실성을 더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해 보였고, 핵심 인물은 작가의 창작으로 보이는 구 아이즈 번사 출신의 협객 호리와 대학생 오타 주자부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작품들이 대부분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기에 뚜렷한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는, ‘문예 만화’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지적인 작품입니다. 메이지 시대와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 그리고 다니구치 지로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나저나 다 읽고 나서야 알았는데 이 작품은 전 5권이더군요. 1권만으로도 완결성 있는 이야기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다음 권도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물론 "도련님"도 반드시 읽어야 할 테고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