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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4

로산진의 요리왕국 - 기타오지 로산진 / 안은미 : 별점 2.5점

로산진의 요리왕국 - 6점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안은미 옮김/정은문고

전설적인 "미식가" 로산진이 단코신샤에 연재했던 글들을 중심으로 엮은 에세이입니다. 로산진의 요리 및 미식 철학에 대해 역설하는 전반부, 그리고 식재료와 여러 요리들에 대해 설명하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반부 에세이, 그 중에서도 딱히 ‘요리’가 아니라 그 어떤 분야에도 통용될 수 있는 확실한 원칙과 철학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틀에 박혀 배운 것은 올바를 수는 있어도 반드시 재미있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면 개성있는 것은 재미와 아름다움, 그리고 존엄이 있다. 그런데 몇 차례 실패를 겪으며 스스로 다다른 곳은 틀에 박힌 곳이기 십상이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올바름이다. 개성있는 요리에는 틀, 모양, 규칙뿐만 아니라 저절로 배어 나온 맛과 힘이 있다. 틀부터 시작해도 나쁘지 않지만, 스스로 틀 안에 들어가 만족할까봐 걱정스럽다. 틀을 벗고 뛰어넘어야 한다." 같은 글귀가 대표적입니다. 그게 무엇이든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의 사고방식은 확실히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재료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요리 맛의 9할은 재료다.", "모든 재료는 본맛이 있고 그 맛은 다른 재료로 대체할 수 없다. 요리란 결국 재료의 본맛을 살리는 일이다."라든가, 설탕에 대한 문제를 거의 한 세기 전에 이미 짚은 "설탕만 넣으면 맛있다고 믿는 오늘날 요리는 미각의 저하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질 떨어지는 식품을 속여 넘기는 잔꾀를 설탕은 품고 있다." 같은 문장도 인상적이고요.

"삼시 세끼는 맛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사람의 가치는 자신이 만들고 먹는 것에 드러나기 마련이다."라는 말은 브리아 샤바랭을 연상케 할 정도였습니다. 로산진 정도가 되어야 할 수 있는 말이겠지요.

또 제가 즐겨 읽었던 만화 "맛의 달인"의 우미하라(가이바라) 유우잔의 모델이 확실히 기타로 로산진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기는 하지만, "맛의 달인"에서 중요하게 등장했던 몇몇 에피소드가 로산진의 글로 등장하니 상당히 반가웠어요.
예를 들어 조리법에 있어 가쓰오부시는 대패로 최대한 얇게 갈아야 하고, 다시마는 잠시 담갔다 빼는 정도로만 해야 한다는건 까다로운 손님이 우미하라인 것을 모르고 지로가 최고의 다시 국물을 내어 요리를 만드는 에피소드에 등장했었지요. 프랑스에서 오리 요리를 먹을 때 소스 없이 지참했던 간장과 고추냉이(와사비)로 소스를 만들어 찍어 먹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맛의 달인"에서는 오리 고기를 간장에 찍어 먹는 행동을 비판하거나, 은어 최고의 산지를 이야기하다가 ‘고향의 은어가 최고다’라는 독특한 발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부분도 있기에 ‘표절’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요.

그러나 후반부 식재료 관련 이야기는 별반 재미도 가치도 없어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가 조선을 여행했을 때 먹었던 도미가 최고였다는 등 우리 땅과 관련된 이야기는 눈길이 갔지만, 그 외에는 딱히 건질 만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지나치게 일본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거슬리기도 했고 (일본 재료가 최고라는 근거 없는 자부심),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거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지만 지금 읽기에는 낡고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많아 감점합니다. 하지만 요리와 미식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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