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요리 백과사전 - 신디킴.임선영 지음/상상출판 |
부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진짜 중국 음식'. 중국요리의 정석이라고 하는 8대 요리 - 루차이 (산둥요리), 촨차이 (쓰촨요리), 웨차이 (광둥요리), 쑤차이 (장쑤요리), 저차이 (저장요리), 민차이 (푸젠요리), 샹차이 (후난요리), 후이차이 (후이저우요리) -와 기타 지역별으로 대 분류를 나누고, 각 분류별 주요 요리를 3~4페이지씩 할애하여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90개가 넘는 요리에 여러가지 기타 정보가 방대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각 요리별 소개는 말씀드린대로 3~4 페이지 분량에 불과해서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주로 그 맛과 유래에 대해 소개해 주고 있어서 불필요한 설명도 별로 없고요.
또 8대 요리에 대한 설명이 요리별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는게 눈에 뜨입니다. '루차이, 즉 산둥 요리의 핵심은 육수로 "군인의 창, 요리사의 탕"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쓰촨의 매운 맛은 화자오와 고추가 조화된 '마라'의 맛이며, 광둥 요리는 제철 음식과 식재료의 궁합을 중하게 생각한다. 장쑤 화이양 요리에서는 칼을 절묘하게 쓰는 요리가 많다. 저장 요리는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식이죠.
'딤섬'을 소개하며 그 종류 - 빠오, 자오, 까오, 펀, 퇀, 쑤 등 - 를 알려주는 것처럼 음식의 종류는 물론, 중국 4대 민물고기는 '황하의 잉어, 송강의 농어, 흥개호의 대백어, 송화강의 쏘가리'이며 저장 요리의 3대 보물은 '룽징차, 사오싱 황주, 진화햄'이라는 등 재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샤오롱빠오는 워낙에 존엄하기에 초간장에 적신 생강채를 만두에 가져가는게 원칙이라는 식문화 관련 내용 등 관련되어 소개되는 정보가 실로 깊고 범위 또한 넓습니다. 덕분에 처음 알게 된 내용도 엄청나게 많고요. 예를 들자면 배추의 탄생이 천여년 전 중국 장강 이남에서 즐겨 먹던 채소 숭차이가 북방에 전해졌는데, 추운 날씨에서 잘 자라지 않자 북방에서도 잘 자라는 순무 우징과 교배시킨게 유래라는 이야기 등이 그러합니다. 전세계에 퍼진 화교의 요리가 주로 푸젠과 광둥 요리인 이유도 그럴듯 했어요. 중원지역 한족들이 청나라의 침략 때문에 푸젠 지방으로 피난을 간 뒤, 난징조약으로 홍콩이 개방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간게 계기라네요. 나가사키 짬뽕을 만들어 낸 천핑순도 푸젠 사람이었죠.
단지 오래된 문헌과 자료에 의지하지 않고, 최신 정보에 기반한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쓰촨요리 푸치페이펜이 '2017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올해의 애피타이저 상을 수상하였는데, 영문이름은 Mr and Mrs Smith였다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푸치는 부부, 페이펜은 허파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허파가 아니라 여러가지 소 내장을 재료로 쓴다는군요. 데친 뒤 썰어낸 소 내장을 고추기름, 화자오, 깨, 참기름, 간장 등으로 양념하는 요리라는데 차가운 곱창볶음 비슷해 보입니다.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이 밖에도 상세하지는 않지만 대략의 맛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수준의 레시피가 수록된 것도 마음에 듭니다. 불과 웍을 자유자재로 다루어야 하는 요리들이 많아서 집에서 해 먹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건 아쉽지만요. 이 중에서는 국내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레시피들이 인상적입니다. 대표적인게 궈바오러우에요. 우리나라에 알려진 '찹쌀 탕수육'이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찹쌀은 중요하지 않고, Double Cooked Pork Slices라는 영어 이름처럼 두 번 나누어 튀기는게 핵심이라는군요. 1차로 고기를 약불에 오래 튀겨 익히고, 2차로 센 불에 빠르게 퀴겨 색을 입히는게 비결이라나요.
이렇게 많은 요리가 소개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먹고 싶었던걸 한 가지 꼽으라면 당나귀 고기 화덕 빵 샌드위치인 뤼러우훠사오를 꼽겠습니다. '천상에는 용 고기, 지상에는 당나귀 고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당나귀 고기를 육식 중 최고로 꼽는다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죠. 고기를 12시간 정도 끓여내는 동안 맛을 살리기 위해 제가 질색하는 중국 향신료도 거의 쓰지 않는다니 왠지 제 입맛에 딱 맞을 것 같고요. 당 현종이 제위 전 허베이성 허지엔에 들어 이 음식을 먹고 갔다는 등 유서까지 깊으니 호기심이 무척 동합니다.
또 이미 접했었던 요리가 소개되는 것도 반가왔던 점이에요. 유명하기 그지없는 동파육, 궁바오지딩, 마파두부, 샤오롱빠오, 훠궈, 탄탄멘 등이야 두 말 하면 잔소리일테고, 그 외에도 국내에서 체인점으로 접했던 '꺼우부리빠오주 (구불리 만두)', 남경 출장 때 접했었던 차가운 오리 요리 '옌수이야', 옛날 구로동 중국인 거리에서 처음 먹어보았던 맵디 매웠던 닭볶음 '라즈지' 등은 나름대로 추억도 떠오르고, 그 맛도 떠올라서 읽는 내내 무척이나 흐뭇했거든요.
그러나 단점도 여럿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문제는 지역별 요리를 대표하는 요리로 선정되어 소개되는 요리들이 무슨 기준으로 선정되었냐는 설명이 없다는 점입니다. 단지 저자가 알고 있는 요리라서 소개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해당 지역 요리를 대표하는 요리인지를 알 수 있는 근거가 전혀 등장하지 않거든요. 북경 오리는 물론 거지닭, 불도장, 빠바오판, 딤섬, 동파육, 띠산센, 마라롱샤, 마라탕, 마파두부 등 몇몇 요리들은 그 유명세가 익히 국내에도 알려져 소개가 납득이 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요리들은 왜 그게 대표 요리인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연길 냉면이 여기 수록될 정도의 중국요리라는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연길 냉면이 중국 10대 면 요리에 선정되었다는게 이유라면, 다른 10대 면 요리는 왜 다 소개하지 않는지 그 이유도 불명확하고요. 심지어 마카오 에그타르트가 소개되다니,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네요.
또 중국 발음과 중국어 한자를 그대로 쓴 표기 방식은 정말이지 최악입니다. 발음이야 그렇다쳐도 원래 이름을 간체가 아닌 일반 한자체로 표시해주었다면 그래도 그 뜻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으로서는 초보자 수준의 짐작에 그칠 뿐이라 답답했거든요.
레시피도 가지된장볶음 장체즈 항목에서처럼 '집에서 따라할 수 있다', '오늘 당장 해 먹어 볼 수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정확한 분량과 그 방법을 소개하지 않은 건 좀 짜증이 나더라고요. 실제로 소개 자체가 간단해 보여서 양념 분량만 정확하게 알려주었더라면 도전해 보았을텐데 말이죠. 그 밖에도, 대분류별로 분량이 일정치 않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도판도 좋고 내용도 재미있지만 자료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해 보여서 감점합니다. 재판이 나온다면 분류와 요리 선정에 있어서 학술적인 근거가 좀 더 뒷받침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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