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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1

꿈의 화석 - 콘 사토시 : 별점 2.5점

꿈의 화석 - 6점
콘 사토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2010년 사망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콘 사토시가 발표했던 단편 만화들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작가가 대학생이던 1980년대 중반~후반에 발표한 단편 1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부제가 "콘 사토시 단편전집"인 만큼 단편은 이 15편이 전부로 보입니다.

화풍은 오토모 가즈히로 스타일의 극화체이며, 디테일한 펜선과 사실적인 묘사가 눈에 띕니다. 실제로 오토모의 어시스턴트 경험도 있어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내용은 오토모의 디스토피아 중심 SF와는 다릅니다. 밝은 분위기의 작품들도 많고 장르도 다양하거든요. 청춘 스포츠 코미디 "얼빠진 대소동", 열혈 청춘 드라마 "한여름 밤의 긴장", "날 다 밝았네", 일상계 탐정물 "포커스", 유괴 코미디 "KIDNAPPERS", 코믹한 폭주 추적물 "태양의 저편", 따뜻한 홈 드라마 소품 "JOYFUL BELL", 전국시대 크리쳐 호러 "와이라" 등 폭넓은 장르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수준도 괜찮고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콘 사토시 특유의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느낌은 거의 없고, 초기작이라 그런지 컷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가 만화적으로 미흡한 탓입니다. 작화는 뛰어나지만 그것을 만화 연출로 살려내지 못한 부분은 이케가미 료이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도 뒤로 갈수록 실력이 급성장한다는게 확실히 보입니다. 이후 만화가로 계속 활동했더라면 분명 더 좋은 작가가 되었겠지요.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지금 보기엔 다소 낡고,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도 있습니다. 19,000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스럽고요. 그래도 몇몇 단편은 지금 읽어도 재미있고, 콘 사토시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팬이라면 읽어볼 만합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 작품 발표 시기와 "아오이 호노오"의 시대가 겹치기에,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카브"

1985년 발표된 초기작으로, 오토모 가즈히로의 영향이 짙은 디스토피아 SF물입니다. X-Men과 비슷한 설정을 일본식으로 변주한 내용도 흥미롭고, 기본기 역시 탄탄합니다. 다만 케이가 기계인간이 되었다는 반전은 현재 기준으론 다소 낡아 보이네요. 

그래도 풋풋한 에너지와 마무리까지 괜찮은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얼빠진 대소동"

고시엔 진출을 앞둔 고교 야구부 주포와 축구부 주장 간의 다툼이 전교생의 폭주로 이어지는 청춘 코미디입니다. 사소한 장난이 큰 스케일로 커져가는 과정은 설득력 있지만, 이야기 구조나 개그는 다소 약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한여름밤의 긴장"

자전거 여행 도중 우연히 만난 여성과 엮이며 추격전에 휘말린다는, "바츠 & 테리" 느낌의 청춘 드라마. 뜨거운 여름 분위기와 80년대 감성이 잘 살아 있습니다. 그야말로 "여름이었다!".

단점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와닿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포커스"

지도 학생의 어머니에게 미행을 의뢰받은 대학생 마루야마의 이야기. 평범한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학교 선생과의 불륜이라는 반전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인공도 입체적으로 그려졌고, 조연도 괜찮고요. 만화가로의 성장이 눈에 뜨이는 작품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태양의 저편"

노인 요양병원의 침대가 폭주한다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액션감 넘치는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설정 면에서는 "노인 Z"가 떠오르네요. 콘 사토시의 폭주에 대한 집착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JOYFUL BELL"

산타 복장의 배달원이 소녀와 만나 겨울밤의 에피소드를 겪고 아내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 "도쿄 갓파더"의 원형 같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5점으로 이 단편집의 최고작입니다. 콘 사토시는 SF보다 오히려 이런 일상 소품이 더 뛰어난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감옥"

ID로 통제되는 미래 사회, 담배를 사려다 근신 처분을 받고 마더 컴퓨터를 파괴하려는 청년의 이야기. 오토모풍 디스토피아 SF지만, 만화로서는 미완성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설정 등 콘 사토시 감독 스타일의 원형을 맛볼 수 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0/01/27

지구빙해사기 상 / 하 - 다니구치 지로 : 별점 1.5점

지구빙해사기 - 상 - 4점
다니구치 지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지구빙해사기 - 하 - 4점
다니구치 지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빙하기가 찾아온 지구, 인류는 컴퓨터 라 벨 메르의 도움으로 어비스 메가로폴리스를 구축한 뒤 극지 자원을 채취하여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는 대격변을 맞이했다. 자원 개발 공사 석탄 채굴 기지 털파에서 일하는 타케루와 동료들은 상황을 파악한 뒤,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기지를 빠져나와 어비스로 향했다. 이 여정의 와중에서 여러 인물들과 만나며 타케루는 서서히 자신만이 가진 특별한 '힘'을 자각하게 되는데.... 

1987~1990년 까지 연재된 다니구치 지로의 SF 만화로 상, 하권 구성입니다.
일단, 상권 초반에서 묘사되는 자원 개발 공사 석탄 채굴 기지 털파를 무대로 한 일상 속 모험담은 꽤 재미있습니다. 가혹한 환경 하의 고립된 기지에 갇혀 근무하는 사람들의 디테일이 볼 만하기 때문입니다.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 접대부가 바뀌지 않는 술집, 극한의 폐쇄 공간인 탓에 사소한 일로 벌어지는 싸움들, 지하와 지상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다양한 사고와 수리 작업 등이 다니구치 지로의 정교한 그림으로 손에 잡힐 듯한 느낌으로 그려진 덕분이지요. 당연히 엄청난 현실감을 보장하고요.

그러나 이러한 기지의 일상 이야기 외에는 도저히 점수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도저히 모르겠거든요.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호해요. 처음에는 급작스러운 태풍으로 고립된 털파 기지에서의 탈출을 보여주나 했더니, 그 다음에는 빙하기가 끝났다며 살아 움직이는 숲이 나오는 등 나우시카스러운 이야기로 흘러가다가 마지막에는 어비스에 도착한 타케루가 컴퓨터 라 벨 메르가 만든 신인류와 맞서 싸운다는 급작스러운 결말로 끝이 납니다. 게다가 이 이야기들은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고요. 

더 큰 문제는 뿌려놓은 떡밥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타케루가 어떻게 거인신과 교신하는지, 거인신의 정체와 의도는 무엇인지, 살아 움직이는 숲의 정체는 무엇인지 등 모든 상황이 묘사만 있고 아무런 설명이 없어서 답답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더 가관이에요. 타케루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겠고 털파 기지의 생존자들을 비롯한 여러 동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 하나 없이 마무리되거든요. 이 정도면 소드전사 야마토급 엔딩이라고 봐도 무방할겁니다. 아니, 그보다도 못합니다. 제대로 끝내지도 못했으니까요. 

또 디테일한 작화에 비해 캐릭터들은 영 별로입니다. 주인공 타케루가 가장 심각한데, 사장의 사생아로 사고만 치는 문제아였다가 급작스럽게 모두의 리더로 거듭나는 과정의 설득력이 너무 약합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모두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일 뿐이고요.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당대를 풍미했던 오토모 가즈히로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야기, 설정, 작화와 분위기를 적당히 섞어 만든 하이브리드 혼종이나 결과물은 전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절대로 권해드릴 수 없는 졸작입니다. 편집자 잘못인지, 아니면 다니구치 지로는 제대로 된 원작이 없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건지 판단은 잘 되지 않는데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이 아닐까 싶네요.

2020/02/07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 - 모로호시 다이지로 : 별점 3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 - 6점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모로호시 다이지로는 그럭저럭 좋아합니다. 작품들의 편차가 큰 탓에 선뜻 읽게 되지는 않지만요.
하지만 이 단편집은 스스로가 선정한 단편들을 모아 놓았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오랜 만화가 경력 기간 중 발표했던 작품들에서 뽑았다면 전부 기본 이상은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목차는 크게 3장, "제 1장 신이 된 인간, 혹은 귀신이 된 인간" 과 "제 2장 기괴한 사건이 일어나다", "제 3장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이 되다"로 나뉘며, 목차별로 각각 1장에 세 편, 2장에 두 편, 3장에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 대표 시리즈들이 적절히 선정되어 있으며, 작가의 평상시 작풍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작품까지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대에 값합니다.

국내에 이미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여러 편 수록되어 있다는 단점은 있습니다만 이는 '자선 단편집' 특성 상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이 정도면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팬에게는 충분히 어필할만 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도원기"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출세작인 중국 호러 판타지 중 한 편입니다. 도연명이 원량, 잠과 함께 복숭아 나무에 숨겨진 마을에서 불로장생을 꿈꾸지만,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정신을 차린다는 이야기로 속세의 모든 것을 내려두고 불로 장생을 꿈꾸는, 즉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신이 되고 싶었지만 신이 되지 못한' 인간들의 종말을 그리고 있습니다. 도연명은 그들과 함께 하려다 헛된 꿈을 꾸고 말고요.

내용 자체는 굉장히 평이합니다. 불로장생 마을은 요상한 요물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 요물이 사라지자 모두 백골로 화했다는 전개는 뻔하디 뻔하니까요. 그러나 마을의 비밀을 더듬어 나가는 과정은 꽤 긴박감이 넘치며, 도연명의 본명이 도잠, 자는 연명 또는 원량으로 일행이었던 원량과 잠도 그 자신이었다는 반전은 독특합니다. 

1980년 발표 작품인데, 작가 자신의 스타일이 충실히 구현된 좋은 작품이에요. 별점은 3점입니다.

"진수의 숲"

오랫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산책 중 신사 근처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술래잡기를 하다가 기묘한 시대로 이동했다. 그 곳에서 누군가에게 잡혀 왼쪽 눈이 뽑혀 나간 뒤 신사에 감금되었는데, 이는 1년에 한 번, 인신 공양에 이용되는 '두옥'이라는 신령의 권속인 산 제물로 선정된 까닭이었다. '나'는 신사를 탈출하여 숲에 숨어 사람들을 잡아먹으며 버티다가, 스스로 '귀신'이 되었다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현대'로 이동하는데...

'귀신이 된 인간'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일본 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인신공양의 대상으로 신령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귀신, 도깨비가 된다는 이야기를 현실감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요괴 헌터" 느낌이랄까요? '한쪽 눈이 빠진' 상태와 도깨비를 연결시킨 아이디어도 좋아요.

그러나 아쉬운건 결말이 다소 허무하다는 것입니다. 귀신이 된 뒤 다시 타임 슬립하여 현대로 돌아온다는건 안이한 발상이 아닌가 싶거든요. 딱히 반전도 아니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복수 클럽"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통해 맞이하는 갖가지 불행들이 사실은 '복수 클럽' 때문이라는 내용의 작품. 불특정 다수가 회원이라서 상관없는 사람의 복수를 대행시킨다는 설정은 꽤 그럴듯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귀신이나 이세계 이야기, 설화나 SF적인 내용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순수하게 현대 사회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사회 풍자극이자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이런 작품은 정말이지 처음 보네요.

그러나 반대로, 왜 이런 작품을 많이 그리지 않았는지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작화라던가 전개 방식이 영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후지코 후지오의 "웃는 세일즈맨" 같은 형식에 더 적합한 아이디어라 생각이 되더라고요. 더 웃기거나, 더 극적인 반전이 있는 쪽으로 가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3.5점.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 약간 아쉽습니다.

"모가지괴"

"이계록"에 수록되었던 중국 설화 이야기로 안정적인 작화와 전개 모두 괜찮은 수작입니다. 별다른 반전이야 없지만 원전이 되는 이야기가 그러한 탓이겠죠. 별점은 3점입니다. 그런데 왜 "이계록"에서 이 작품을 선정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살아있는 목 사건"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중에서도 대표작이죠. 기괴하면서도 일상에 맞닿아 있고, 또 은근히 웃기기까지 한 좋은 작품입니다.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대충 손가는대로 그린 듯한 작화도 이야기의 멋을 잘 살려줍니다. 누가 뭐래도 작가의 최고 대표작 중 한 편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연못의 아이"

남아메리카 오지의 차크타 호수에서 동물처럼 지내는 두 남녀가 발견된 후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인데, 솔직히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두 아이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애매하며, 여자 쪽은 헐리우드의 총아가 되지만 남자는 목동으로 살다가 자살한다는 결말도 뜬금없는 탓입니다. 딱히 무섭지도 않고, 의외성도 없으며 흥미롭지도 않은 졸작이에요. 별점은 2점입니다.

"어린이의 놀이"

어린이들이 몰래 키우던 무언가가 그 아이를 대체한다는 내용인데 단순한 일상계 호러는 아닙니다. 사춘기나 '철 든다'는 특정 시기의 변화를 이러한 존재의 대체로 설명하려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주인공이 이런 변화를 너무 쉽게 수긍하는건 좀 석연치 않았습니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걸 더 극적으로 그려내는게 좋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또다른 "바디 스내쳐"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역립 원인"

직립 원인의 미싱 링크로 역립 원인이 있었을 거라는 황당한 아이디어의 꽁트. 별점을 주기 애매한 쉬어가는 소품입니다.

"꿈꾸는 기계"

사람들은 모두 꿈만 꾸고, 일상 생활은 기계로 대체된 사회를 그린 SF인데, 1974년 발표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매트릭스"와 너무나 똑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서 블랙 코미디 요소를 빼고, 액션만 넣는다면 "매트릭스"인 것이지요. 한마디로 시대를 20년이상 앞서간 작품이에요.

그러나 작화가 이야기와 영 어울리지 않다는 문제와 함께, 전개가 약간 아쉽습니다. 도시가 정지해버리는 결말도 너무 안이하고요. 한 발자욱을 더 못 나간 느낌이랄까요? 오토모 가즈히로가 그려내었더라면 영원히 이름이 남을 걸작이 될 수도 있었을거에요. 별점은 3.5점입니다.

2020/12/29

2020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일곱번 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 나이가 성인이 될 날도 얼마 안 남았네요.

올해 특징이라면, 독서가 취미이신 모든 분들이라면 마찬가지겠지만 독서량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겁니다. 이 결산을 시작하고 책을 가장 많이 읽있네요.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정리해보면, 2020년 읽은 책 중 리뷰를 남긴 책은 추리 / 호러 장르문학 77 (48)권, 기타 장르문학 4 (1)권, 역사서 9 (15)권, 디자인 or 스터디 4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25 (11)권, 기타 도서 14 (18)권으로 모두 133 (97)권입니다(괄호는 작년). 작년보다 30% 정도 늘었군요. 분야로 따지면 추리 / 호러 등 장르 문학과 Food 및 구루메 관련 책을 많이 읽은게 눈에 띄고요. 방콕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좀 자극적이고 재미있거나, 주요 관심사를 찾아 읽기 마련이니 당연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0년 베스트 추리소설 : "흉가" 

올해 읽은 작품 중 별점 3점 이상 작품은 21편입니다. 꽤 수확이 많았던 한해였어요. 읽은 작품 중 1/3 가까이가 수작 이상인 셈이니까요. 이중 올해의 베스트는 "흉가"입니다. 무섭고 재미난 이야기 전개도 훌륭하지만 복잡한 설정, 복선 회수, 결말까지 완벽했습니다. 욕설, 육두문자 없이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끌고간다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고요. 코로나로 외출도 못하는 더운 여름 휴가철에 탐독할만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아울러 올해 읽은 단편집 중에서 최고의 단편도 뽑아 보겠습니다. 별점 4점 짜리 작품으로는 아카가와 지로 "유령 열차" 수록작인 "비 옷을 입은 시체", 곤도 후미에의 "타르트 타탱의 꿈" 수록작인 "텅빈 카슐레", 스티븐 킹의 "악몽과 몽상 1" 수록작인 "돌런의 캐딜락", 마쓰모토 세이초의 "현란한 유리" 수록작인 "비와 2층",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테이프" 수록작인 "빈 집을 지키던 밤", 이사카 고타로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수록작인 "작은 병정들의 비밀 작전",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수록작인 "탐정 스페이드",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수록작인 "푸른 히아신스 향기", "뇌물과 부패"가 있습니다.
그러나 별점 4.5점짜리 작품이 무려 2편이나 있어서 4점 정도로는 후보가 될 수 없었어요. 별점 4.5점을 받은 작품은 미야베 미유키의 "희망장" 수록작인 "희망장"과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2" 수록작인 "두 개의 양념병"입니다.
이 중 베스트로는 "희망장"을 선정합니다. "두 개의 양념병"도 걸작이지만, 발표된지도 오래되었고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니 양보해도 될 것 같네요.

2020년 워스트 추리소설 : "너무 예쁜 소녀" 

많이 읽은 만큼 실망스러웠던 작품도 많았습니다. 75권 중 별점 2점 이하 작품이 28편이었거든요. 그래도 평균 이하 작품이 2/3를 넘었던 작년보다는 1/3에 불과하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졸작 오브 더 졸작, 정말로 종이가 아깝고 나무에게 미안한 별점 1점의 작품도 세 편이나 됩니다. "너무 예쁜 소녀", "콜드게임", "루팡의 딸"이 그 주인공이지요. 이 중 워스트로는 "너무 예쁜 소녀"를 선정합니다. "콜드게임"은 잔혹한 왕따 가해자를 편드는 듯한 설정이 문제였을 뿐 재미면에서는 나름 합격점을 줄 만 했고, "루팡의 딸"은 최소한 짧기라도 하니까요. "너무 예쁜 소녀"는 추리도 없고 스릴도 없는데 길기까지한 완벽한 시간 낭비였습니다. 끝까지 참고 읽은 저에게 상을 주고 싶습니다.

2020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은 4권만 읽었는데 모두 고만고만했습니다. 별도의 베스트, 워스트는 없습니다.

2020년 베스트 역사 도서 :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올해는 아홉 권밖에 읽지 않았는데 일곱 권이 별점 3점 이상이었습니다. 별점 4점짜리 책도 "펜슬 퍼펙트",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의 세 권이나 되고요. 

이 중 베스트로는 "일본 과학기술 총력전"을 꼽겠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알기 위한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재미도 있고 가격까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올해 역사 도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가장 나쁜 별점이 2점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에는 너무 가혹하기에, 올해는 별도로 선정하지 않겠습니다. 역사 도서는 대체로 선방한 한해였어요.

2020년 베스트 디자인 or Study : "명작순례" 

이쪽 분야 책들은 도판만 괜찮아도 평균 이상은 해 줍니다. 그래서 실패가 별로 없는 분야인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올해 유일의 별점 5점을 받은 책이에요.요. 수록된 글들도 좋고, 도판까지 완벽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책을 사지 않으면 무슨 책을 사겠습니까.

2020년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올해 이 분야는 네 권 밖에는 읽지 않았는데 가장 나쁜 별점이 2.5점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워스트 도서가 없습니다.

2020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커리의 지구사" 

'지구사' 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식문화 역사 시리즈 중 한 권. 제가 읽었던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작입니다. 커리에 대한 역사는 물론, 세계화된 과정과 세계속 커리 요리들, 그리고 커리의 현재까지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커리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0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중세 유럽의 레시피" 

제목에서 기대했던 중세 유럽 요리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는 커녕, 최소한의 재미와 자료적 가치도 기대하기 어려운 별점 1점짜리 망작입니다. 담고있는 내용에 비하면 가격도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고요. 저처럼 낚이는 분이 없으면 좋겠네요.

2020년 베스트 기타 도서 : "탱크의 탄생" 

올해 읽은 기타 도서는 특출나게 빼어난 책은 없었지만, 평균 이상 재미를 전해주는 괜찮은 책들이 제법 많았었습니다. "심리 조작의 비밀", "탱크의 탄생", "망령의 기억", "깃털 도둑"이 별점 3점을 받은, 그런 책들이었지요.

다 좋은 책이지만 이 중 베스트로는 "탱크의 탄생"을 꼽겠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라하는 '도감' 분야의 책으로 도판, 일러스트가 완벽하게 제 취향이었기 때문이에요. 이 책의 가장 단점은 제법 비싼 가격일 뿐이에요. 무기 도감을 좋아하신다면 놓치지 마시길.

2020년 워스트 기타 도서 : "편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인데 장르 문학이 아니라 드라마라서 기타 도서로 분류하였습니다. 작위적이고 뻔한 전개도 감점 요소이지만 무엇보다도 핵심 주제 - 범죄자 가족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 에 대해 주인공의 심정을 공감하기 어려웠기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어요.

2020년 베스트 Movie : "포드 V 페라리" 

많은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올해 최고의 영화는 코로나 사태 직전 영화관에서 감상한 이 영화입니다. 남자 가슴을 뛰게 만드는 웅장한 화면과 음향 효과가 발군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다면 베스트 영화는 다른 작품이 되었을거에요.

그나저나, 언제쯤 극장에서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2020년 워스트 Movie : "머더 미스터리" 

'정통 미스터리'라고 소개된 글에 낚였네요. 일견 전형적인 미스터리물로 보이지만, 실제 영화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코미디 영화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추리적으로 건질건 전무해요. 게다가 별로 웃기지도 않고요. 왜 애덤 샌들러를 요새 보기 힘든지 새삼 느끼게 해 준 망작이었습니다.

2020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올 한 해는 "시마 코사쿠의 사건부"를 제외하고는 추리 or 호러 만화는 전통의 시리즈인 Q.E.D와 C.M.B의 후속권을 읽었을 뿐입니다. 이 중 최고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 목록 36" 이었습니다. 수록작 중 "산의 의사"와 "카스미장 사건"이 아주 좋았기 때문입니다. 별점 3.5점은 충분합니다. 

에피소드별로 살펴보자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5" 수록작인 "도토리와 솔방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수록작 "상상 속 살인", "Q.E.D iff 12" 수록작 "재생의 시간"도 별점 3.5점의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2020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책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이 가장 낮은데, 이 정도로 워스트로 꼽기는 좀 가혹하지요. 그래서 에피소드로 워스트를 꼽아 봅니다.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수록작인 "크로스로드"와 "종려나무 동전"이 별점 1점입니다. 동기, 트릭, 진상 모두 작위적이고 납득하기 어려운 졸작이었어요.

2020년 베스트 Comic - 기타 :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 

2020년 만화들은 별점 3점짜리가 무려 14편이라서 많아서 한 편을 꼽기 어렵네요. 그래도 이 중에서 딱 한 편!을 꼽으라면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입니다. 다른 단편집에서 이미 접했었던 작품들이 많이 수록된 탓에 감점했을 뿐, 모로호시 다이지로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려주는 좋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단편집을 읽어보지 않고 이 책만 읽는다면, 별점 4점도 거뜬했을거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지구빙해사기" 

대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 불명예스러운 올해의 워스트네요. 당대를 풍미했던 오토모 가즈히로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야기, 설정, 작화와 분위기를 적당히 섞어 만든 하이브리드 혼종이나 결과물은 전혀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산평 : 

이글루스 블로그 운영도 17년 째인데, 올 한해가 가장 변화도 많고 드라마틱했습니다. 다른 해에 비해 유별나게 책을 많이 읽기도 했고요. 그러나 코로나라는 예상치못한 질병 탓이라서 마냥 좋아할 수는 없네요.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셨고, 지금도 계속 힘든 분들이 계실 터라 가슴도 무척 아프고요. 모쪼록 코로나 사태가 빨리 진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블로그 운영을 비롯한 일상 생활을 보낼 수 있게 되면 좋겠네요.

여러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는 원하시는 일 다들 이루시는 그런 한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이라면 남들이 관심갖지 않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시는, 정말로 세심한 분일테니 내년에는 더욱 잘 되실게 분명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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