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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1

놀라운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들 - 북오프 칼럼

가끔 소개해드리는 이러저런 미스터리, 추리소설 추천 정보. 이번에는 북오프 온라인 칼럼 하나를 찾아 소개해드립니다.
언제나처럼 의역이 많은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촘촘히 짜여진 수많은 복선, 상상할 수 없는 전개, 충격적인 결말 ...... 소름이 돋는 오싹함을 찾아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많을겁니다.
그 중 '반전'이 뛰어난 미스터리 작품들을 아는 사람만 아는 작가들과 유명 작가들로 나눠 소개해 드립니다.
꼭 한번, 그 '반전'에 감탄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만 '반전'의 작품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작가
"가면병동" 치넨 미키토
"If의 비극" 우라가 가즈히로 (국내 미출간)
"신의 숨겨진 얼굴" 후지사키 쇼
"출판금지" 나가에 토시카즈 (국내 미출간)

유명 작가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 나카야마 시치리
"미로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 이치
"살인귀" 아야츠지 유키토

"가면 병동"
강도로 인해 밀실로 변한 병원, 숨 막히는 심리전의 막이 오른다!
요양병원에 강도가 침입해 자신이 쏜 여자의 치료를 요구한다. 사건에 휘말린 외과의사 하야미즈 슈고는 여자를 치료하고 탈출을 시도하던 중 병원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폐쇄된 병원에서 펼쳐지는 궁극의 심리전.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현직 의사가 그리는 단숨에 읽을 수밖에 없는 '본격 미스터리×메디컬 서스펜스'. 저자 첫 문고판 장편소설!

인기 시리즈 제1탄.
의료 소설이라고 하면 난해하고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알기 쉽고, 읽기 쉽습니다. 라이트 노벨 같은 경쾌한 터치로 독자를 쏙쏙 끌어당깁니다.
게다가 치넨 씨는 현직 내과 의사로 의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문적 견해를 바탕으로 집필되어 있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점도 매력적인 점입니다.
마음에 드셨다면 속편인 '시한부 병동'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If의 비극"
소설가 가노는 사랑하는 여동생의 자살을 의심한다. 결국 여동생의 약혼자였던 오쿠츠의 불륜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오쿠츠를 불러내어 살해한다. 하지만 위장공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노가 운전하는 차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는데....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두 가지로 나뉜다. A는 남자를 치어 죽인 경우, B는 아슬아슬하게 남자를 치지 않은 경우. 두 개의 평행세계가 하나로 연결될 때,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식인 작가(사람을 잡아먹는 소설을 많이 써서)로 알려져 '미스터리계의 기인'으로 불리는 우라가 카즈히로 씨의 작품. 경력이 거의 공개되지 않아 그 수수께끼 같은 부분을 좋아하는 독자도 많다고 합니다.
"절대 속지 않는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이 작품이지만, 절대 속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 반전에 역시나 격침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의 숨겨진 얼굴"
신과 같은 청렴결백한 교사, 츠보이 세이조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통곡의 밤은 슬픔에 휩싸여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참석자들이 '신'을 추모하는 가운데, 엄청난 의혹이 제기되었다. 사실 츠보이가 흉악한 범죄자가 아니었을까...? 츠보이의 아름다운 딸, 후배 교사, 제자인 중년 남성과 요즘 여자, 이웃집 주부와 개그맨. 두 번, 세 번 뒤집어지는 그들의 추리는? 반전이 있는 결말이 화제!!!
제34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대상' 수상작. 아리스카와 아리스, 온다 리쿠, 구로카와 히로유키, 미치오 슈스케라는 쟁쟁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받았다는 놀라운 작품입니다.
'웃음을 자아내는 절묘한 유머 감각이 있고, 서비스 정신이 넘친다 (온다 씨)', '개그맨으로 활동한 경험 때문인지, 말투가 매우 유쾌하고 유머 감각은 본받고 싶을 정도였다 (미치오 씨)'라는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이, 어쨌든 유머가 넘치는 작품입니다. 반전도 훌륭하고요.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출판금지"
작가인 나가에 씨가 손에 쥔 것은 "카뮈의 자객"이라는 소문난 원고였다. 저자는 작가 와카바시 고세이. 내용은 유명 다큐멘터리 작가와 동반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남은 신도우 나나오와의 단독 인터뷰였다.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산장, 동반 자살의 모든 것을 기록한 영상. 불륜의 끝에서 벌어진 비극인가? 왜 여자만 살아남은 것일까? 숨막히는 전개, 무서운 반전. 기형적인 걸작 미스터리.
작가인 나가에 씨는 원래 호러와 서스펜스를 전문으로 하는 TV 감독이었습니다. 컬트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프로그램 '방송금지'(후지TV)의 기획, 각본, 감독도 담당했다고 하네요. 이 책은 그런 경력을 가진 나가에 씨가 가상의 사건을 취재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읽다 보면 마치 논픽션처럼 느껴져서, 도중에 공포에 질려서 더 이상 읽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불러일으키는, 스릴 있고 무서운 작품이라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
어느 도시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시신은 아파트 13층에서 갈고리에 매달린 알몸의 여성이었다. 그런 시체 근처에는 어린아이가 쓴 것 같은 히라가나로만 쓰여진 조악한 범행 진술서가 있었다. 이후 제2, 제3의 엽기 살인이 일어난다. 한 기자는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하는 범인에게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
이 작품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서 최종 후보까지 올랐던 작품입니다. 기괴한 살인을 다룬 서스펜스 넘치는 미스터리지요.
마지막 반전에 이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반전은 볼만한 가치가 충분해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범인의 책임능력을 묻는 형법 제39조가 강하게 개입된 사회파 미스터리의 면모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미스터리로서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미로관의 살인"
추리소설계의 거장 미야가키 요타로에 의해 신예 작가 4명이 '미로관'이라는 기괴한 관에 모였다. 미야가키의 비서는 미야가키가 자살했다며 카세트 테이프를 대신 건네 주었다. 테이프에는 '미로관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써달라', '가장 좋은 작품을 쓴 사람에게 유산의 절반을 주겠다'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도리없이 네 사람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관 시리즈'는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 등 반전과 의외의 결말이 있는 작품이 많은데, 이 작품 역시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다.
곳곳에 깔려있던 복선이 회수되고 여러 가지 장치가 차례로 밝혀지는 후반부 전개가 특히 압권입니다. 이 작품은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걸작이에요.
참고로 이 작품은 시리즈 작품이지만, 이 작품만으로 독립된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권부터 읽어도 무방합니다.

"어둠 속의 기다림"
살인 혐의로 경찰에 쫓기던 아키히로는 눈이 보이지 않는 미치루라는 여자가 혼자 사는 집에 숨어들었다. 미치루는 '자신의 집에 누군가가 있다'며 아키히로의 기척을 느꼈지만 계속 모른척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맹인 여자와 살인 용의자인 남자의 기묘한 동거 생활이 시작되는데...
여자가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살인 용의자인 남자가 무단으로 여자의 집에 숨어든다 - 이런 줄거리를 보면 앞으로 도대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점차 유대감 같은 것이 싹트기 시작하거든요.
마지막에는 깜짝 놀랄 만한 반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살인귀"
'TC멤버스'는 중학생부터 성인까지가 소속된 친목 단체다. 그런 TC멤버스 일행이 후타바산으로 캠핑을 떠난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캠프는 후타바산 살인마에 의해 피비린내 나는 참극으로 변해가고, 한 명, 또 한 명씩 살해당하는데............
이 작품은 스플래터 호러 소설입니다. 그 모습을 극명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상당히 그로테스크해서 이런 작품을 싫어하는 분들께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전부는 아닙니다. 후반부에는 아야쓰지 유키토다운 깜짝 놀랄만한 장치가 준비되어 있으며, 거기서 그려지는 반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로테스크한 작품에 면역이 있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2023/08/25

폭탄 - 오승호 / 이연승 : 별점 2.5점

폭탄 - 6점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블루홀식스(블루홀6)

<<아래 리뷰에는 진상,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시 정각. 아키하바라 쪽에서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겁니다." 술에 취해 자판기를 훼손해 인근 경찰서로 붙잡혀온 남자가 왠지 촉이 온다며 내뱉은 이 말에 귀 기울인 경찰은 한 명도 없었다. "술이 덜 깼나?" 하는 비아냥은 10시 정각에 폭발 사고 신고가 들어오며 서늘한 공포로 변한다. 남자가 히죽거리며 말을 잇는다. "제 촉대로라면 지금부터 총 3회, 이다음에는 한 시간 후에 폭발이 일어날 겁니다."

가벼운 상해 사건이었던 이 건은 금세 최우선 순위로 격상되고, 본청 형사들이 취조실로 들이닥친다. 베테랑 형사들을 앞에 두고 남자는 선문답을 연상케하는 말을 늘어놓으며 '아홉 개의 꼬리'라는 퀴즈 게임을 제안한다. 어쩔 수 없이 제한 시간을 두고 그와 마주 앉아 절박한 게임에 참여하게 된 경찰. 허술한 주취자로 생각했던 남자가 "하지만 폭발한다고 해서 딱히 문제 될 것 없지 않나요?" 하며 싱글벙글거리고, 사건의 전모가 예상을 가히 뛰어넘는다는 것이 밝혀지며 취조실에는 오싹함이 감돈다. 이들은 폭발을 막을 수 있을까. (출판사 제공 줄거리 인용)

<<도덕의 시간>>, <<스완>>의 작가 오승호의 따끈따끈한 신작. 작년 거의 모든 일본내 추리, 미스터리 랭킹을 휩쓸었던 화제작이었지요. 천재 범인과 경찰의 대결을 독특하게 변주한 점에 더해 추리적으로도 (제가 읽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보다는) 빼어난 덕분일 겁니다. 
별볼일 없는 사고뭉치 노숙자로 보였던 스즈키가 폭탄 테러의 핵심 인물로 드러나는 도입부부터 굉장히 흥미로우며, 스즈키가 경찰에게 심문을 받으며 내 놓는 퀴즈(?)는 대부분 말장난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고, 설명도 그럴듯합니다. 전설의 동물 구단 이야기로 지역은 '구단시타', '신의 말씀과 회문, 그리고 탁점'이라는 힌트로 '신문지'를 떠올리게 해서 구단시타의 조간신문을 배달하는 곳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정답을 이끌어내는 식으로요.
스즈키와 진범 다쓰미 일당과의 연결 고리를 더듬어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에요. 스즈키가 일부러 남긴 핸드폰이라는 단서와 도도로키 형사의 심문 중 나온 하세베 유코의 이름을 통해 가족들을 찾게되는 수사 모두 다쓰미의 마지막 거주지로 연결되기 때문에 설득력이 높습니다. 다쓰미 시체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한 것도 단순히 경찰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쓰미의 사인을 숨기기 위해서라는 목적이었다는 것도 합리적으로 설명되고요.
스즈키의 퀴즈로 역을 알아낼 수 없었던건, 그도 어떤 역에 폭탄이 설치되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추리도 좋았습니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스즈키는 다쓰미 일당이 아니었고 진범임을 자처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는 반전도요. 다쓰미의 모친 아스카가 아들의 테러를 알고 살해한 뒤 스즈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도 셰어 하우스에 다쓰미가 데려왔던 네 번째 인물, 그리고 스즈키가 노숙자 시절 알고 지냈던 신참 노숙자, 스즈키의 드래곤즈 모자 등으로 차분히 단서와 복선을 설계하여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진범 다쓰미 일당이 계획했던 폭탄 테러 방법도 기발했습니다. 일당 중 한 명인 야마와키의 주류 배달업이라는 직업을 활용하여 음료수 형태로 가공한 폭탄을 자판기 안에 넣었다는데, 이래서야 경찰의 수색으로 찾아내지 못한건 당연하겠지요. 결국 정해진 시간이 되어 순환선 야마노테선의 주요 역들이 차례대로 폭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고요. 이건 영상화되면 꼭 한 번 보고 싶을 정도에요.

아울러 오승호 작품답게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구성도 좋았습니다. 단순한 사회파 범죄물처럼 특정 이슈에 대한 범죄를 등장시키는건 아니고, 주로 스즈키의 입을 통해 누군가 폭발로 죽을 때 내가 슬퍼해야 하는가? 인간의 생명은 과연 평등한가? 동료가 아닌 적의 목숨은 없애도 괜찮지 않나? 이 세상은 정말 살 가치가 있는가? 이런 세상은 모두 망해버려야 하지 않는가? 등 작가가 생각하는 사회적인 여러가지 문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합니다. 덕분에 스즈키의 캐릭터성도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천재 범죄자이자, 사회에 대한 증오심을 품고있을 '조커'가 배 나오고 머리에 땜통까지 있는, 자기비하에 능숙한 노숙자 출신 아저씨라니! 다시 보기 힘든 빌런이라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작가의 의지(?)가 투영되어 있는 듯한 메시지가 과잉인 탓입니다. 다쓰미가 가족이 무너진 것에 대한 복수의 의미로 테러를 저지른다는 동기는 명확하고 설정도 참신했지만, 그 뒤 스즈키가 테러를 떠안는 동기도 잘 설명되지 못해서, 메시지 전달도 공허합니다. 다쓰미가 직접 별거 아닌 일로 가족을 붕괴시킨 일본 사회에 복수하겠다는 메시지를 외쳤다면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애초에 남편과 아버지가 변태였다는게 사회적으로 가족이 모두 매장당할 일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범행 현장에서 자위 행위를 한 건 피해자들 입장에서 분통이 터질 행위인건 맞지만, 법률적으로는 죄라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거주지만 옮겨도 가족들의 생활이 무너질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이렇게 억울했을 다쓰미에 비하면, 스즈키의 메시지는 사회 부적응자의 개인 주장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또 노숙자에 불과한 스즈키가 어떻게 고도의 심리 - 정보전을 엘리트 경찰들과 대등하게 벌이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합니다. '유너바머' 정도의 배경은 있어야 할 인물 같은데, 노숙자라는 '현재'만 보여주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설득력이 많이 부족해져 버렸네요.

그래도 스즈키는 독특한 매력을 뿜뿜해서 이야기를 끌고가는 주역으로서의 자리매김은 확실히 하고 있는 반면, 상대역인 경찰쪽 인물들의 매력은 부족하다 못해 없다시피 합니다. 도도로키 형사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스타일이라서, 루이케는 정의와 사명감보다는 스즈키와의 게임에 심취해서, 기요미야는 심약하고 정서가 불안해서 스즈키에게 농락만 당하는 탓에 모두 맞상대로서의 격을 느끼기 어려웠던 탓입니다. 때문에 스즈키와 1:1로 대결을 펼치는 재미를 전혀 주지 못합니다. 이런 류의 작품에서 중요한 팽팽한 대결의 긴장감도 없다시피하고요. 마지막에 야마노테 선 폭탄 테러를 막지 못하는게 당연하다 싶을 정도였어요. 
그 외에도 친구의 부상으로 폭주하는 순경 사라, 자리를 지키는데에만 급급한 쓰루쿠 등도 그야말로 뻔하디 뻔한 스테레오 타입이라 지루했습니다.

가족 구성원 누군가의 범죄로 다쓰미 가족 모두가 무너져 버린다는 것 같이 다른 작품에서 보아왔던 설정도 많습니다. 천재 범죄자와 경찰과의 두뇌 게임은 물론이고, 스스로의 가치관에 맞는 행동을 고집하여 조직 내에서 고립된다던가 (도도로키 형사) 하는 이야기는 질릴 정도로 많이 봤습니다. 잇달아 일어나는 범죄 탓에 일반 시민들이 경찰서로 몰려드는 묘사도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등에서 이미 써먹었던 것이고요.
 
변태 남편 탓에 이미 지옥을 맛 보았던 아스카가 또 고통을 겪고야 마는 결말, 에필로그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다쓰미가 폭탄 탓에 산산조각이 나기 전 살해당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마지막에 스즈키를 죽일 의도로 경찰서로 찾아오기는 했지만 폭탄도 없었고, 살의를 증명할 방법도 사라의 증언 말고는 딱히 없어 보이고요. 그녀를 어떻게 재판에 회부할 수 있을까요?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알겠지만 제게는 좀 애매했습니다.

2022/07/31

이 트릭이 굉장하다! 읽고 싶어지는 추리 소설 15 선 소개 from 서스펜스 라이프

요새 재미를 붙인 이런저런 랭킹 소개입니다. 이번에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 트릭이 있는 추리소설 15선" 입니다. 서스펜스 라이프라는 웹 사이트에서 선정한 순위입니다. 원문은 이 곳을 참고하세요.

1. "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서술 트릭의 묘미를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2. "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범인이라고 생각된 사람이 범인이 아니다! 충격적인 결말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야할 작품.

3. "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읽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충격의 한 줄'이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길.

4. "どんどん橋、落ちた" 아야츠지 유키토 국내 미출간

5. "가위남" 슈노 마사유키 추리 소설 본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

6.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나카야마 시치리 의외의 전개를 느끼고 싶은 분들께 추천

7. "속죄" 미나토 가나에 잘 짜여진 구성을 통해 도달하게되는 공포스러운 클라이막스에는 놀랄 수 밖에 없다.

8. "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 소설 중 최고라는 독자들이 많다.

9.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 하네" 우타노 쇼고 발표당시, 수많은 미스터리 상을 싹쓸이했던 작품. 두 번 읽은 사람도 많다.

10. "킹을 찾아라" 노리즈키 린타로 트럼프 카드로 살인이 결정된다는, 게임같은 전개의 작품.

11. "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추리 소설 안에, 또다른 추리 소설이 있다는 설정의 작품.

* '액자 소설' 구조를 말합니다.

12. "그리고 두사람이 되었다" 모리 히로시 국내 미출간

13. "외눈박이 원숭이" 미치오 슈스케 독자 대부분이 속았다고 말 할 정도로 난해한 수수께끼 풀이.

14. "천사의 나이프" 야쿠마루 가쿠 충격적인 결말에 놀랄 수 밖에 없다.

15. "탈취" 신포 유이치 부담없으면서도 제법 심오한 추천작.

저는 국내 출간작 13편 중 9편을 읽어보았는데(1편은 영화로 감상), 좋은 작품들이기는 하나 '트릭' 측면에서 손에 꼽을만한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군요. "천사의 나이프"에서 무슨 대단한 트릭이 등장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거든요.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2022/07/23

[2022년 버젼] 미스터리 소설 추천 35선. 신간부터 인기 고전 명작까지 랭킹으로 소개! from SAKIDORI

화제가 되는 여러가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준다는 일본의 웹 매거진 SAKIDORI에서 선정한 순위입니다.

개인적 평가로는, 초보자용과 반전계 랭킹은 나름 괜찮습니다. 초보자용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도 제작되어 '친숙하고 읽기 쉬운' 측면을 많이 고려한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딱히 대단한 걸작이라고 보기 힘든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 순위가 높은 점에서 추측해보자면 말이지요. 이 중 "푸른 불꽃"과 "거울 속 외딴성"은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2022.10.08에 읽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반전계는 "까마귀의 엄지" 빼고는 다 읽어본 셈인데 ("가위남"은 영화로), 순위는 모르겠지만 선정 자체는 적절해 보입니다(*"까마귀의 엄지"도 2023.06.23에 읽었습니다). 일본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표지의 치명적인 귀여움은 인상적이에요.

그러나 해외 미스터리 추천 랭킹은 좀 불만스럽습니다. 우선 비극 시리즈의 최고 걸작은 "Y의 비극"이라는건 정론입니다. "X의 비극"이 아니라요. "오페라의 괴인"이 미스터리에 속하는지도 의문이며, 잘 모르는 작품이 무려 세 편이나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수많은 걸작들을 제치고 애거서 크리스티, 코난 도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까요? 이는 찬찬히 읽어보고 평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보자용 미스터리 추천 랭킹 

반전계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해외 미스터리 소설 추천 랭킹 

2021/05/15

고독한 늑대의 피 - 유즈키 유코 / 이윤정 : 별점 2.5점

고독한 늑대의 피 - 6점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작가정신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88년, 구레하라 동부서 2과 폭력반계 오가미반에 신참 형사 히오카가 배속되었다. 그는 반장 오가미 슈고와 짝을 이루어 사금융 업체 구레하라 금융 경리 담당이었던 우에사와 지로 실종 사건 수사에 나섰다. 한편 시내에서 가코무라 구미와 적대적인 오다니구미 조직원들끼리 다투다가 오다니구미 조직원이 살해된 뒤, 대규모 항쟁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구레하라시를 장악하려는 가코무라 구미, 그리고 그들의 우방 조직 이라코카이의 음모였다.

오가미는 수사를 통해 우에사와는 가코무라 구미 조직원들에게 납치되었다는걸 알아냈다. 가코무라 구미 조직원들이 구레하라 금융에서 소액 대출 후 유흥비로 탕진한걸 들킬 위기에 처하자, 우에사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뒤 납치 살해했던 것이었다. 이게 사실로 증명된다면, 가코무라 구미의 두목과 주요 간부 모두를 체포하여 장기간 징역에 처할 수 있어서, 가코무라 구미는 와해되고 항쟁은 자연스럽게 끝나게 될 터였다. 

하지만 가코무라구미 상위 조직인 이라코구미가 오다니구미와의 항쟁에 불을 붙였고, 결국 감찰 때문에 자택 근신 중이던 오가미가 중재를 위해 나섰지만 살해되고 마는데....

1988년의 히로시마 근방 소도시 구레하라 시를 무대로 한 하드보일드 범죄 드라마로 야쿠자와 강력반 형사들이 뒤엉킨 거칠고 수컷 냄새나는 범죄와 인간 관계가 그려지는 작품입니다. 제목의 '늑대'가 가리키는건 형사반장 오가미 슈조입니다. 이름부터 오오가미(늑대)에서 따 왔으니까요. 

이렇게 한 마리 늑대와 같은 형사가 홀로 안팎의 적대 조직과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는 일본 하드보일드 작품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주쿠 상어"가 좋은 예겠지요. 그러나 오가미 반장은 항상 아들과 같은 부하 히오카와 함께 하며, 자신이 이끄는 오가미 반 부하들의 신뢰도 두텁고, 강력한 야쿠자 조직인 오다니구미와 다키이구미 두목급들과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고독한 늑대는 아니에요.

이야기에서도 야쿠자와의 관계, 친분이 핵심 동기 및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우에사와 실종 사건 수사가 특히 그러합니다. 오가미가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기는 구레하라 시에서 야쿠자들간 항쟁이 일어나는걸 막기 위해서, 또 자신이 밀고 있는 오다니구미 부두목 이치노세 모리타카가 구레하라시를 장악하도록 하기 위함이니까요. 사건 수사도 야쿠자와의 연줄과 그들이 저질렀던 과거 범죄를 기반으로 온갖 불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하여 진행됩니다. 가코무라 구미 조직원 요시다 시게루를 몰래 불러내어 포박한 뒤, 식칼로 뺨을 긋는 등 협박을 가하다가 당근(오다니구미로부터 확보한 500만엔)을 제시해서 우에사와가 납치된 뒤 살해되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장면처럼요. 그밖의 증언들도 대부분 증인들을 협박해서 이끌어내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불법에 가깝지만, 수사는 합리적이며 범죄 묘사도 그럴듯해서 범죄 수사물로도 손색 없습니다. 우에사와의 목을 베어 죽인 뒤, 어선을 빌려 무인도에 유기하는 과정, 사체를 찾아내는 과정, 이를 위한 심문 등 범행과 수사에 대한 묘사들 모두 손에 잡힐 듯 생생한 덕분입니다.

범죄 수사와 함께 펼쳐지는 야쿠자 조직 간 항쟁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뒷골목 사람들끼리 나누는 의리와 우정에 대한, 사뭇 마초스러우면서도 왠지모르게 낭만적인 이야기는 항상 기본은 해 주지요. 오래전, 80~90년대 유행했던 홍콩 느와르 분위기랄까요. 여기에 특정 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세력 다툼과 전쟁, 음모는 군웅물스러운 재미도 느껴지고, 오가미가 자신의 연줄로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모습은 악을 더 큰 악, 안티 히어로가 응징하는 쾌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약점도 명확합니다. 야쿠자, 그리고 야쿠자와 결탁한 문제 형사를 미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담배가게 노파 가쓰, 술집 '시노' 주인 아키코의 입을 빌어 오가미가 불쌍한 사람을 돕는 히어로였다는걸 부각시키고는 있습니다만, 그가 야쿠자에게서 돈 상납을 받는, 야쿠자와 유착되어 있는 불량 형사라는건 명백한 사실인 탓입니다. 고독한 늑대가 아니라 하이에나 패거리 중 한마리에 불과한 거지요. 

그나마 상납받은 돈은 사건 수사에 썼다고 치더라도, 자기와 친한 조직이 구레하라시를 장악하도록 노력한다는건 도저히 용납이 안됩니다. 가코무라 구미는 우에하라 살인 사건 수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와해될 예정이었지만, 이후 벌어진 이라코카이와 오다니구미간 다툼에서 오다니구미에게 유리하게 중재한다는건 정도가 지나쳤어요. 오가미가 목숨까지 걸 이유도 없었고요. 

이를 포장하려고 다키이와 이치노세를 인의를 아는, 야쿠자지만 남자답고 괜찮은 인물이라고 묘사한 것도 볼썽사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야쿠자가 서민들 등골을 빼먹고 사는 인간 쓰레기라는게 바뀌는건 아니잖아요? 협객이니, 사나이니 하는 미사여구를 아무리 가져다 붙여봤자, 쓰레기는 쓰레기입니다. 차라리 쓰레기답게 오다니구미가 오가미를 죽이고, 이를 이라코카이에게 뒤집어 씌웠다게 진상이었다면 더 볼만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후 수사 일지를 보면, 오가미가 죽은 뒤 대형 항쟁은 결국 일어났고, 이치노세가 구레하라시를 장악했다는걸 알 수 있으니까요. 애초에 오가미가 중재에 나섰던 항쟁도 알고보면 오다니구미가 일으킨 것이기도 하고요. 

아울러 오가미가 살해당했다는 전개도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쉽게 죽어버리면 그동안 온갖 수라장을 헤치고 나왔다는게 말이 안되잖아요? 오가미가 버틸 수 있었던건 주요 인물들의 비밀을 쥐고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왜 진작에 오가미를 죽이지 않았을까요?

설정, 묘사, 전개도 너무 뻔하며 작위적입니다. 오가미 반장에 대한 설정과 묘사부터 그러합니다. 조직과 잘 섞이지 못하는 형사라면 누구나 떠올릴법한 스테레오 타입 묘사에 그치며, 캐릭터를 형상화하는 쇼트피스 담배와 파나마 모자, 늑대가 새겨진 지포 라이터는 만화적이며 유치했기 때문입니다. 모든걸 잘 알고 있고, 통제까지 가능하지만 신참에게 속내를 잘 비추지 않는 고참 형사와 그의 수사 방식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시에 따르다가 어느새 감복하여 존경하게 되는 신참 형사 캐릭터 구도도 식상하고 뻔하기 그지 없습니다. 예컨데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와 똑같습니다. 다키이나 이치노세, 아키코 마담 등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도 어딘가에서 본듯한, 만화적인 캐릭터들이라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애초에 오가미가 반장인 이상 신참과 파트너가 되어 현장을 발로 뛸 이유도 없습니다. 전형적인 캐릭터 구도를 만들기 위한 억지에 불과해요. 오가미가 히오카에게 히로시마 경찰 내부의 추문을 담은 노트와 거액의 돈을 남긴 것도 억지스러운건 마찬가지입니다. 함께 일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은 히오카보다는 믿고 신뢰할만한, 오래도록 함께 일한 믿음직한 부하들에게 넘기는게 당연하잖아요? 히오카의 이름이 죽은 아들 이름과 같아서, 진짜 아들처럼 여겼다는 설명이 추가되어 있기는 하지만, 작위적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들로 여겼다면 이런 무거운 짐을 남기면 안될 것 같은데 말이지요. 히오카가 감찰의 끄나풀이었다는 약간의 반전, 그리고 나름의 유산을 남긴게 그 때문이었다는 암시도 별로 와 닿지 않았어요.

이렇게 단점도 많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던대로 재미만큼은 괜찮았습니다. 홍콩 느와르 영화나 무협지스러운 재미는 충분하니까요. 킬링 타임용 펄프 픽션으로는 나무랄데 없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더운 여름, 잠이 오지 않는 긴 밤을 보내기에 적당하리라 생각됩니다.

2020/08/09

테미스의 검 - 나카야마 시치리 / 이연승 : 별점 3점

테미스의 검 - 6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블루홀식스(블루홀6)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저지른 죄를 동족 인간이 판단하는 행위 자체가 불손하고 오만하네. 구로사와 재판관 (시즈카 재판관의 스승) 

쇼와 59년 (1984), 부동산업자 구루마 부부가 살해당했다. 우라와 경찰서 검거율 1위인 나루미 경부보는 유력한 용의자 구스노키 아키히로를 불법으로 연행하여 심문한 뒤 자백을 이끌어냈다. 나루미의 파트너인 신참 형사 와타세는 나루미의 방식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말없이 따랐다.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아키히로는 결국 몇 년 뒤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헤이세이 1년 (1989) , 나루미의 은퇴 후 도지마와 파트너가 된 와타세는 가미키자키에서 발생한, 고급 주택에서 아이와 아이 엄마가 강도에게 살해된 사건 수사에 나섰다. 주변에 목격자가 없는 환경이라 수사는 난항을 겪지만, 도지마와 와타세 컴비는 이 사건이 단순 빈집털이 사건인 오하라 현장과 유사하다는걸 알아낸 뒤, 흉기와 도구에서 열쇠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수사해 나간 끝에 범인 사코미즈를 체포했다. 그리고 와타세는 이 사건이 쇼와 59년 부동산업자 살인 사건과 유사하다는걸 깨닫고 심문을 통해 사코미즈가 진범임을 밝혀냈다. 

와타세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다가 조직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지만, 시즈카 재판관 등의 조언을 받고 사코미즈의 조서를 공개했다. 이후 언론의 대대적인 공세와 함께 사건 관계자들은 모두 좌천되거나, 해임되고 말았다. 그러나 핵심 수사관이었던 나루미는 이미 퇴임한지 3년이 지났기 때문에, 그리고 와타세는 내부 고발자로서 온다 검사로부터 보호받아 처분에서 빠져나갔다. 와타세 본인은 이에 대해 크게 자책하며 두 번 다시 수사에 오점을 범하지 않는 형사가 될 것을 결심한다.

23년 뒤인 헤이세이 24년 (2012).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사코미즈는 출소 직후 공중 화장실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고, 수사 1과 1반을 맡는 경부가 된 와타세는 독자적인 사건 수사에 나선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시리즈 등으로 접했던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편입니다. 잘못된 수사와 판결에 의한 '원죄'를 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 왜 가해자보다 피해자 가족이 더 비참해져야 하는지, 흉악한 살인범도 인권이라는게 있는지 등 여러가지 질문을 많이 던져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회파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사회파스러운 소재에 더해진 본격 추리라는 작풍이 작가의 특징인 듯 한데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에요. 특히 '재판, 특히 사형 판결을 내린다는게 얼마나 무거운 행위인지' 알려주는 작품은 여러 편 보아 왔지만 묵직한 내용을 추리적으로 잘 포장한 작품은 "데이비드 게일"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그런 점에서는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이야기는 시대순으로, 사건별로 구분되어 전개되지만 크게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부동산 업자 부부 살인사건 용의자 아키히로의 자백을 받아내어 그는 사형 선고를 받지만, 5년 뒤 일어난 고급 주택가 모자 강도 살인 사건 수사를 통해 진범이 드러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에 대한 묘사는 빼어납니다. 우선 부동산 업자 부부 살인 사건에서는 나루세 경부보가 용의자 아키히로를 옭아매는 조작 수사와 그 결과에 의한 재판이 아주 상세하고, 5년 뒤 일어난 고급 주택가 모자 살인 사건에서는 와타세 형사의 추리에 이은 수사에 대한 설득력이 높습니다.
모자 살인 사건 범인은 '열쇠업자' 일거라는 착안이 특히 빼어납니다. 범인은 도주하면서 직접 만든 자물쇠 따는 도구인 '피크'를 버렸는데, 와타세는 다시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리한 뒤 관련자 수사에 나서 범인을 체포하게 되거든요. 이후 범인 사코미즈가 전편에 등장했던 부동산업자 살인도 저질렀다는걸 알아차리는 과정 역시 이치에 합당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중반 이후, 진범 사코미즈가 모범수로 감형되어 23년 후 출소하자마자 살해된 사건에 대해서 다룹니다. 앞서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수사 중심이지만, 의외로 본격 추리물 느낌도 강하게 전해 줍니다. 알리바이 조작, 흉기 은닉과 같은 정통 트릭이 등장하는 덕분입니다. 마지막에 와타세 경부가 범인인 아키히로의 부친을 찾아가 사건 시각에 경운기에 탔던건 치매에 걸린 아내이고, 흉기는 농기구인 경운기 부품이었다고 밝히는 장면은 추리쇼와 다를게 없고요. 여기에 사코미즈 사건의 배후에 숨겨진 반전 -그를 죽이려는 온다 검사의 음모였다는 - 까지 더해져 추리적으로는 아주 풍성한 편입니다.

주인공인 와타세 경부도 매력적이에요. "연쇄 살인범 개구리 남자"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수사 기계처럼 등장했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 이유가 잘 드러납니다. 과거 원죄를 저지른 과오를 깊게 인식하고 두 번 다시 수사에 오점을 범하지 않는 형사가 될 것을 결심하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수사 기계보다는 인간적인 모습, 고뇌하고 고민하는 입체적인 모습이 많이 보여져서 좋았습니다. 내부 고발자라 주위의 눈총을 받는 탓에 출세를 포기하고 범인 체포에 열중하는 모습도 설득력 높고요. 작품 속 진짜 수사 기계인 나루미 경부보는 알고보니 사건 해결에만 집착하는, 자기 중심적인 악당이라서 대비가 강렬했던 탓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 같습니다. 본 작품이 와타세 경부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라는데, 후속권도 계속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개구리 남자"의 주인공이었던 고테가와의 카메오 출연도 반가왔고요.

그러나 '진짜 흑막은 온다 검사!'라고 내세운 반전은 지나쳤습니다. 초반에 정의로운 모습을 보였던 온다 검사가 부동산 부부 살인 사건의 목격자로, 사건 당시 현장 근처 러브호텔에서 불륜을 저지르다가 범인을 목격했지만 나서서 증언하지 않은 바람에 애꿎은 아키히로가 사형 선고를 받고 죽게 되었다는 설정까지는 그럴싸 합니다. 범인 사코미즈도 '커플에게 들켰지만 경찰은 찾아내지 못한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비오는 밤에 커플이 사코미즈의 얼굴을 기억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거니와, 사코미즈가 당시 목격자인 온다 검사의 얼굴을 기억하여 협박하려 했다는건 정말이지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무려 28년 전 비오는 밤에 잠깐 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게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또 와타세 경부의 수사처럼, 28년 전 사건의 첫 목격자가 당시 '유명 연예인을 닮은 사람'을 보았던걸 떠올린 덕분에 그 선을 수사하여 진상을 알아냈다는건 그나마 말은 됩니다. 허나 이 역시 그 연예인 닮은 사람이 진짜 그 연예인이었다는건 지나친 우연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불확실한 목격 증언에 기대는 것 보다는, 사코미즈가 출옥한다는 편지를 피해자 가족에게 보낸 누군가를 상세히 캐 보는게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싶군요.

그리고 사코미즈가 아키히로 부친에게 살해당한다는건 더욱 억지스러웠습니다. 직접적인 피해자 가족인 부동산 업자 부부의 딸이나, 모자 살인 사건의 남편이 살해했다면 말은 됩니다. 하지만 아키히로의 부친이 진범 사코미즈를 살해한다? 부친이 원죄 사건에 대해 복수를 하고자 하면 최우선 목표는 나루미 경부보가 되어야 합니다. 사코미즈는 원죄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아키히로가 사형 판결을 받고 자살한건 경찰의 무리한 수사, 검찰의 무리한 기소, 그리고 이를 제대로 확인못한 재판관의 잘못이니까요. 그리고 와타세 경부도 이야기 하듯, 무려 28년을 (아키히로가 자살한 것부터로는 25년 쯤?)참고 살다가 급작스럽게 복수를 결심한다는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아울러 이 세 명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온다 검사는 어쩔 셈이었는지 설명되지 않는 것도 문제에요. 사코미즈를 없애기 위해서는 세 명의 피해자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는 정도로는 불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애초에 편지를 보내는 것 보다는 그냥 사코미즈의 주장을 무시하는게 정답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리고 중반부에서 경찰 조직이 과거의 실수를 알아채고 증거 (조서)까지 확보한 와타세가 이를 밝히려하자 철저히 격리시키고, 심지어 폭행까지 저지르는 과정이 지나치게 뻔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조직의 잘못을 알게 된 언론도 대중과 영합하여 총 공격에 나서며, 관계자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보호되고 처벌받으며 이 와중에 지나친 관료 주의가 대두되는 등등 모두가 이런 류의 작품에서 너무 많이 보아왔던 묘사들이에요. 게다가 와타세가 관계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며 사죄하는 모습은 솔직히 어이가 없더군요. 당연한 결과인데 말이지요. 본인이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것은 의아해할 수 있어도, 이는 조직에서는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 내부 고발자는 보호하는데 마땅하니까요. 와타세는 나루미 경부보만 처벌받으면 된다는 순진한 생각을 한 것일까요? 말리는 선배까지 힘으로 눌러버리던 모습은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네요. 이런 묘사는 와타세 경부라는 캐릭터를 위해서는 불필요했다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비록 단점은 있지만 묵직한 주제를 추리적으로 재미있게 포장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원죄에 대한 뻔한 묘사는 조금 줄이고, 온다 검사 수사에 조금만 더 설득력을 부여했더라면 별점 4점도 충분했을거에요. 물론 이 정도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니만큼,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께 권해드리는 바입니다.

2019/10/25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 구라치 준 / 김윤수 : 별점 2점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 4점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작가정신

잘 모르는 작가의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을 포함한 모두 여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목이 흥미로와서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기발함, 기묘함이 부족한 탓이 가장 큽니다. 개개의 이야기들 모두 아이디어에 비하면 긴 편이라는 것도 단점이고요. 호시 신이치였다면 10페이지 안 쪽으로 끝냈을, 그런 내용들에 불과하거든요. "사내 연애"와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은 특히 쇼트쇼트 스타일로 쓰여지는게 어울렸을겁니다. 기발한 농담에 가까운 이야기였다는 점에서요.

물론 쓰고 싶은 글을 느긋하게 썼구나 싶은 작품도 있습니다. "밤을 보는 고양이"는 고양이를 정말 사랑하는 애묘인이구나! 싶은 묘사가 가득하여 읽는 내내 아주 흐뭇했어요.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기발함이 추리적으로 잘 포장된 괜찮은 이야기였고요.

하지만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고 아이디어도 괜찮았지만 약간은 어정쩡한 느낌이 컸기 때문입니다. 호시 신이치 쪽인지, 아토다 다카시 쪽인지를 좀 더 명확히 하면 좋겠네요. 호시 신이치 쪽이라면 더 짧게, 아토다 다카시 쪽이라면 아이디어의 보강과 약간의 엽기성(?)이 추가되어야 할 겁니다.

각 단편별 상세 소개로 리뷰를 마칩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BC

불특정한 희생자를 살해하는 무차별 살인이 벌어지는데, 주인공은 우연히 2 건의 살인 사건이 ABC의 규칙을 따른다는걸 알아내고 C에 해당하는 희생자를 찾아내어 살해하려 했다. 이유는 유산을 노리고 동생을 죽일 계획인데 동생이 'D'에 해당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호그 연속 살인과 ABC 살인 사건의 결합은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에서도 써 먹은 아이디어입니다. 아마 다른 작품에도 쓰여진 경우가 있을 거에요. 그만큼 유명한 트릭이자 설정이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핵심 아이디어는 범인이 C 사건을 일으킨 뒤, 곧바로 다수의 D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반전입니다. 여러 사람이 연쇄 살인에 편승하여 저마다 모방 범죄를 일으킨 것이죠. 그리고 주인공이 급작스럽게 자신도 D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는걸 깨달으며 마무리됩니다.

반전과 결말 모두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흔해 빠진 서두를 조금 더 줄여서 쇼트쇼트로 발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사내 편애"

인사 관리를 컴퓨터가 전담하게 된 이후, AI 시스템 '마더컴'로부터 편애를 받게 된 주인공이 회사 내에서 이런 저런 황당한 일을 겪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공 지능이 인사 관리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새롭지 않지만 '모더레이트 플리커 메소드식 (MFM)' 이라고 불리우는 설정이 아주 기발합니다. 인사 관리를 지나치게 합리적이지 않도록 하는, 인간적인 모호함을 넣은 서브 프로그램으로 덕분에 좀 느슨하고 인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정성'이 훼손되는거라 일부러 이런 오류를 집어넣을 이유는 없지만, 상황 자체는 꽤 그럴듯 했습니다.

이 모호함이 주인공 데라시마에게는 '편애'로 작동하여 일으키는 소동들도 재미있습니다. 전무가 직접 커피를 타다 주고, 상사가 허물을 덮어주는 정도에서 마음에 둔 여사원과 억지로 이어주는 민폐 수준의 도움까지 진화하게 되거든요. 심지어 마음을 고백한 것도 아닌데 주인공의 눈빛 등을 분석하여 이런 억지를 이끌어내니 어떻게 보면 무섭지요.

그러나 결국 지긋지긋해진 주인공이 회사를 그만 두고 다른 회사 면접을 보는데 그 회사 마더컴은 주인공을 그냥 싫어하더라는 결말은 조금 시시했습니다. 조금 더 재미있는 상황을 끌어낼 부분이 많았는데 너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끝낸 느낌이에요. 별점은 2점입니다.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

살해된 피해자 입에 파가 물려있고, 머리 맡에는 케이크가 놓여있는 기묘한 상황을 그린 단편입니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데 추리물로 보기는 어려워요. 나카모토 경부의 합리적인 수사를 통해 범인은 아주 쉽게 밝혀지기 때문입니다. 기묘한 범행 현장에 대한 아마치 형사의 추리가 전부인데, 진상이 밝혀지지 않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혼잣말과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라 공허합니다. 아마치 형사 본인 스스로도 마음껏 공상한, 상식 밖의 엉뚱한 생각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니까요.

물론 실제 진상이 드러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를 스토킹하면서 피해자가 파를 싫어하고 케이크를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된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후,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고 싶어도 싫어하는 파가 입을 막고 있어서 먹지 못해 원통해서 마음 편히 성불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성불을 막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는 추리는 솔직히 억지스러워요. 피해자에게 집착해서 그녀가 죽어서 영원히 손에 닿지 않는 곳에 가면 안되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건데, 누가봐도 정신병자의 행동입니다. 정신병자의 정신나간 행동을 합리적으로 추리한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에요.

때문에 추리 소설로의 가치는 별로 없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밤을 보는 고양이"

할머니 혼자 사는 시골집에 내려간 주인공 유리에는 할머니의 고양이 미코가 며칠동안 밤에 어딘가를 바라보는걸 알아챈다. 미코는 무엇을 보는 것일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고양이 미코에 대한 묘사가 꽉 채워져 있는데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시종일관 느껴져 좋았습니다. 고양이를 쓰다듬고, 만지고, 같이 노는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러워요.

하지만 고양이가 어딘가를 바라보는 이유가 '냄새' 때문이며, 이는 이웃집 할머니를 아들이 암매장하기 위해 땅을 판 탓이라는 결말은 좀 억지스럽습니다. 고양이의 후각이 예민한건 맞지만, 이웃집에서 땅을 판다고 밤에 자지 않고 그쪽을 쳐다본다는건 좀 이상하잖아요? 땅을 판다고 해서 그렇게 특별한 냄새가 날지도 잘 모르겠고요. 실제로 공사 현장 옆에 산다고 해서 고양이가 그곳을 바라보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 고양이 묘사는 좋지만 그 외에는 그냥저냥한 소품이었습니다.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패전 직전인 1944년 겨울, 나가노 현에 위치한 제국 육군 특수 과학 연구소 2-13호 실험실에서 벌어진 기묘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날카로운 흉기는 하나도 없는 밀실인 실험실에서 피해자가 후두부를 날카로운 흉기로 얻어 맞아 죽은 사건이었다. 언뜻 두부 모서리에 부딪혀 사망한 걸로 보이는데 과연 진상은 무엇일까?

밀실 살인물이자 불가능 범죄물입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마사키 박사가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인력 '공간 전위', 즉 일종의 텔레포트 현상을 인력으로 발생시켜 미국에 폭탄을 투하한다는 연구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특무 첩보 기관에서 파견 나온 도네 소좌의 추리는 꽤 기발했습니다. 공간 전위의 첫번째는 공간 역전 현상으로 공간이 뒤집혀 피해자는 거꾸로 떨어졌고, 우연찮게 지금은 움푹 들어간 천장 모서리에 후두부가 찍히게 되었다는 추리입니다. 공간 역전이 일어나면 움푹 들어간 곳은 반대로 튀어나올 테니까요.

하지만 당연히 이런 괴기한 추리는 진상도 뭐도 아니며, 뒤이어 주인공인 이즈카 가쓰오 이등병의 합리적인 추리가 등장합니다. 범인은 도네 소좌이며, 이유는 피해자가 스파이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흉기는 벽돌 같은 걸로 범행 후 멀리 던져버렸고, 아침에 문을 열 때 문 앞의 눈이 치워져 있었다는게 증거고요. 밀실은 특무대 소속이면 자물쇠 여는 것 쯤은 식은죽먹기였을거라는 식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이즈카 이등병의 상상일 뿐입니다. 근거도 없고, 진상도 결국 밝혀지지 않아요. 그리고 이즈카 이등병의 상상이 진상이었다 하더라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고를 위장하여 연구에 종사하는 병사들을 죽이는건 별로 어렵지 않다고 이즈카 본인 스스로 이야기하는데, 도네 소좌가 이런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해 가면서까지 가게우라 이등병을 죽일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가 스파이라고 생각했다면 사람들 앞에서 총으로 쏴 죽여도 괜찮았을겁니다. 그만큼 미친 시대였지요.

그래도 일본의 전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무식한 특수 과학 실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걸 풍자하는 묘사와 내용은 인정할 만 합니다. 공간 전위라는 기묘한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와 이를 추리에 응용한 발상도 좋았고요. 차라리 이 추리가 마지막에 진상처럼 드러나고, 결국 진상은 아무도 모르지만 미친 시대에 누가 그런걸 신경이나 쓸까? 라는 형태로 마무리했더라면 훨씬 마음에 들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하마오카는 회사 연구소에 극비 신소재 관련 자료를 가져오기 위해 방문했다. 그런데 마침 그 곳에서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학교 선배 네코마루를 만났고, 우연히 연구소 내 산책을 함께 하다가 연구 소장 살인 미수 사건을 접하게 되는데...

일종의 불가능 범죄를 다룬 정통 본격 추리물입니다. 그런데 도가 지나친 삼엄한 연구소 경비, 기묘한 연구원과 도저히 알 수 없는 센스의 연구소 마스코트 네코멜론군, 이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기이한 네코마루 선배 등 설정이 만화적이라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건 단점입니다. 네코마루 선배 정도만이었다면 괜찮았을텐데 말이죠. 이래서야 지극히 현실적인 동기 - 극비 신소재에 대한 정보를 빼돌리는 것 - 와 거리감이 커서 영 와 닿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시종일관 장난으로 일관하는 행동과는 다르게 추리 자체는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네코마루 선배의 추리만큼은 괜찮았습니다. 아무도 범행을 저지를 수 없었으니 이 범행은 소장의 자작극이다! 그리고 물이 가득 든 양동이를 던질 수 없으니 빈 양동이를 던져 부딪혔고 물은 그 전에 쏟아 놓았다!는 추리로 아주 현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극비 신소재 자료를 빼돌리고 이를 하마오카에게 뒤집어 씌우려 했다는 동기도 좋았고요. 농담같은 철저한 보안은 구급차를 타고 빠져나감으로써 뚫을 수 있다는 발상 역시 보안이 나름 강한 회사에 다니는 제 입장에서 보아도 설득력이 높아 보입니다. 과연 시리즈 작품에 탐정으로 등장할 만 합니다.

만화적이고 과장된 묘사를 줄이고 좀 더 일상계스러운 작품으로 쓰는게 여러모로 더 나아 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19/07/28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 나카야마 시치리 / 김윤수 : 별점 1.5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 4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북로드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오마에자키 교수의 집이 폭파된 후, 산산조각 난 시체와 함께 개구리 남자의 범행 성명서가 발견되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 도마 가쓰오를 쫓지만 그런 경찰을 비웃듯 개구리 남자는 이번에는 '사' 로 시작되는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연이어 잔혹한 범행을 성공시키고 성명서를 남겼다. 한편 이전에 개구리 남자로 가장하여 아들을 살해한 사유리마저 의료교도소에서 탈주했다.
캐리어 관리관의 수사 지시에 반발한 고테가와는 개구리 남자 사건 수사에서 배제된 뒤, 와타세 경부의 묵인하에 독자적인 수사에 나서는데....

단점도 있었지만 괜찮은 부분도 있었던 전작에 대한 기억이 나쁘진 않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한 졸작입니다.

일단 추리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 합니다. 전작의 '이름 순서대로라는 룰에 의한 무차별 살인 같지만 사실은 의도가 있다' 는 핵심 트릭이 동일하게 반복된 탓이 큽니다. 게다가 이건 "ABC 살인사건"과 같은 트릭이라는 점에서 감점 요소였는데, 이번에는 여기에 '사고로 죽은 사람을 자신이 죽인 걸로 위장한다'는 "호그 연쇄살인" 아이디어까지 곁들여서 더 한심해 보입니다. 이 정도면 표절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그나마 전작에서는 두 번에 걸친 반전으로 의외성을 강하게 전해 주는데 그런 요소도 없습니다.
물론 오마에자키 교수가 죽지않고 살아있었으며, 도마 가쓰오를 가장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반전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반 백치에 가까운 도마 가쓰오가 일련의 지능적인 범죄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낮다는건 누구나 알 수 있기에 반전의 쾌감은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찰력이 총 동원된 상황에서 오마에자키 교수가 오노우에 기자를 습격하고, 스에마쓰 겐조 의사 살해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기자 습격은 백주 대낮에 다른 언론 매체들도 출동한 현장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그리고 스에마쓰 겐조 의사는 '스'로 시작되는 인물이 타겟이 되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와타세 경부의 번득이는 추리도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 더 강합니다. 교수 폭사 현장에서 임플란트를 발견하지 못해서 의심하기 시작했다는게 대표적입니다. 아무리봐도 그렇게 치밀하게 현장 조사를 했다고 설명되지는 않거든요. 이 사실을 수사반, 그리고 고테가와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도 불분명하고요.

이야기 전개도 매끄럽지 못합니다. 와타세 경부가 오마에자키 무네타카 교수는 정말 죽은게 아니라는걸 언제 알아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걸 알아낸 순간, 유력한 용의자는 백치에 가까운 도마 가쓰오가 아니라 엄청난 지능범 오마에자키라는게 명확해집니다. 모든 수사기관이 쫓는 인물의 신상 명세가 바뀌어야 하는건 물론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전무합니다. 단지 일종의 깜짝쇼처럼 반전으로 등장할 뿐이에요.
와타세 경부는 교수의 진짜 목적이 교수의 딸과 손자를 잔혹하게 살해했지만 정신병이라고 속여 중형을 피한 후루사와 후유키 살해라는걸 알아차리고, 미리 잠복하고 있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의 타겟에는 후루사와 외에도 후루사와에게 무난한 선고를 내렸던 재판관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교수를 놓쳤다면 굉장한 문제를 불러 일으켰을 겁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경찰들끼리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았는지는 영 알 수가 없습니다.

자세한 설명 없이 고테가와 혼자 날뛰게 만들어서 얻는 잇점도 전무합니다. 와타세 경부의 추리로 모든게 해결될 수 있는데 고테가와는 왜 생고생을 하는걸까요?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왜 오마에자키 교수가 노숙자 헤이 씨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지, 사유리는 어떻게 도피 행각을 이어갈 수 있었는지 등인데 특히 사유리가 의료 교도소에서 탈옥하여 후루카와에게 진짜 복수를 완료한다는 결말은 그 정도가 심합니다. 사유리가 오마에자키 교수의 칼이 되어 범행을 실행할 이유도 없을 뿐 아니라, 둘이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없어서 어떻게 후루카와를 살해하기에 이르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오마에자키 교수의 말대로 후루카와를 죽인 뒤, 재판관들까지 살해하는게 최종 목적인걸까요?
그리고 사유리의 목적 중 하나가 후루카와일 수 있다는건 와타세 경부나 고테가와는 충분히 추리할 수 있었을텐데 이를 방조한 것도 석연치 않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를 난도질해 토막냈던 미코시바 변호사의 등장도 문제입니다. 실존했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 온 걸로 보이는데, 심신미약에 의한 범죄에 죄를 묻지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년법의 허술함을 고발하고 싶은 취지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코시바 변호사의 비중이 애매해요. 비중만 보면 좀 더 입체적으로, 복잡하게 그려낼 필요가 있었습니다만 그냥 능력있는 변호사 역할에 그칩니다. 하는 역할도 고테가와에게 조언을 주는게 전부고요. 이는 와타세 경부가 이미 추리해낸 내용과 같으니 구태여 등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형법 39조, 책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나쁜 짓을 해도 죄를 묻지 않는건 문제라는 주장도 반복되어 지루합니다. 사회파 추리물로는 나쁘지 않지만 정도가 지나쳐요. 만악의 근원 후루사와가 정신병을 가장하여 중형을 선고받지 않고 의료 교도소에서의 나름 평탄한 생활을 보낸다는 묘사로 독자의 공분을 이끌어 내기는 하나 역시나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전작에서 가장 좋았던 결말이 퇴색되어 버린게 가장 아쉽습니다. 아-이-우-에-오 순으로 이어진 범행이 진짜 흑막 오마에자키로 끝난다는건 아주 깔끔했는데, 이 후속권은 한 권 분량의 사족을 만든 것에 불과한 탓입니다. 독설가 와타세 경부 캐릭터만 여전히 날카롭다는게 위안이에요. 2차대전에 대해서 제정신이 아닌 양 전혀 승산이 없는 전쟁에 돌입했던거라고 가차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하죠. 만악의 근원이자 죽어 마땅한 후루사와가 어떻게든 정리(?)되는 결말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 책임 능력이 있고 없고간에 죗값은 지은 죄와 동일하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이 정도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유명 소설들의 트릭을 베낀 뒤 사회파스러워 보이는 장황한 문제 제기와 고어 묘사를 덧붙인게 고작입니다. 전편을 재미있게 읽으셨더라도 구태여 찾아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9/06/21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 나카야마 시치리 / 김성미 : 별점 2점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 4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성미 옮김/북플라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건 복지 사무소 과장 미쿠모가 납치당했다. 그리고 보름 후, 결박당해 아사(餓死)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참혹한 범행 방식을 볼 때 원한 관계가 의심되었지만 피해자는 직장 내, 외적으로 인격자로 모든 이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수사에 난항을 겪던 경찰 앞에 두 번째 아사 시체가 나타났다. 피해자 조노우치 타케루는 지방 의회 의원으로, 살해 방식을 비롯하여 모든 점에서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였다. 피해자들의 접점을 찾던 경찰 도마시노와 하스다는 그들이 8년 전, 한 지방 보건 복지 사무소에서 함께 근무했었다는 걸 알아냈다. 8년 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으며, 범인은 누구인가?

"호의라든가 배려라는 건, 일대일로 주고받는 게 아니야. 해준 일에 감사했다면 너도 똑같이 낯선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면 돼. 그런 일들이 점점 퍼지고 퍼져 세상은 점점 좋아지는거야." - 케이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던 범죄 스릴러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저자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편입니다. 전작과 같은 화끈한 범죄 스릴러를 기대했는데, 의외로 고전적인 정통 사회파 범죄 소설이네요.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고, 트릭보다는 "동기" 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요.
그러나 따지고 보면 "개구리 남자"도 형법 39조의 모순을 다룬 사회파 추리, 범죄 소설이기는 했었지요. 사회적인 이슈를 전면으로 다루면서도 진범이 아닌 사람을 1인칭에 가깝게 묘사하여 진범처럼 내세우는 전개, 그리고 진범이 따로 있다는 반전도 "개구리 남자"와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 있고요.

하지만 "개구리 남자"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추리, 범죄보다 사회 고발 쪽에 훨씬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작품에서 고발하는건 기초 생활 수급자와 생활 보조금 관련 문제인데 정말 철저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다루어 집니다. 특히나 아사(餓死)라는 살해 방식을 선택한 이유인 8년전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압권입니다. 생활 보조금이 너무나도 필요했던, 그야말로 죽기 일보 직전의 케이 할머니의 서류 접수를 피해자들이 거절해서 할머니가 굶어 죽는 사건이 주요 관계자인 도네 카스하시 시점으로 처절하게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마지막에 먹은 건 역전 앞에서 무료로 나누어주는 휴지였다니 말 다했지요. 원인이자 사건의 동기인 피해자들의 말도 안되는 탁상 행정에 대한 묘사는 실제 생활 보조금 지급이 얼마나 부실하게 관리되는지를 재고하게 만들며, 또한 독자도 함께 분노하게 만듭니다.

이와 함께 예산 부족과 노령층 인구 등 기초 생활 수급자의 급격한 증가로 철저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수사 과정에 결합해서 전개하는 장면도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생활 보조금 지급 대상자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설득력을 더 해 주고요. 희미하게 시큼하고, 희미하게 달달하다는 '가난의 냄새' 묘사에서 시작하여 생활 보조금 지급에 대한 불법 행위라던가 기초 생활 수급자들의 절규가 눈 앞에서 보는 듯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는 덕분입니다. 정말 자료 조사를 철저하게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너무 사회 고발 쪽 비중이 큰 탓에 추리, 범죄물로는 점수를 줄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애초에 추리라는건 존재하지 않는 탓입니다. 그냥 경찰의 수사만 있을 뿐이니까요. 게다가 도네 카스하시가 범인이 아니고 마루야마 스가오가 범인이었다는 반전은 급작스러울 뿐 아니라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케이 할머니 사망 당시 중학생이었던 마루야마 스가오가 8년간 증오를 품고 있다가 범행을 벌인 이유가 대체 뭘까요? 게다가 본인 스스로 생활 보조금 지급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면, 더더욱 피해자들의 불가피한 사정과 법률적으로 하자는 없는 행동이라는건 알았을텐데 말이지요.
이렇게 억지스럽게 반전을 집어넣느니 도네가 범인인 도서 추리물 형태로 구성하는게 더 깔끔하고 명확했을겁니다. 정 간짱이 필요했다면 케이 할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불쌍한 사람을 돕는 착한 어른이 됐다 정도면 괜찮았을거에요. 캐릭터에게 급격한 변화를 주는게 작가의 특기 같은데,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추리적으로 건질게 없다면 범죄물로의 가치라도 있어야 할텐데 역시나 함량 미달입니다. 초반, 자신의 족적을 숨기기 위해 사이즈 범위가 넓고 바닥 무늬가 없는 슬리퍼를 신었다는 디테일 정도만 볼만하며 그 외에는 전부 대충 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납치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미쿠모 과장의 경우는 마루야마 스가오가 부하 직원이라 방심했을테니 납치가 용이했다 치더라도, 두번째 피해자 조노우치, 세번째 피해자(가 될 뻔한) 가미사키를 쉽게 납치한 방법은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인 도네의 행동도 이해되지 않는건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게 작품의 절정부라 할 수 있는, 공항에서 변장한 도네를 경찰이 체포하는 장면입니다. 도네의 목적은 마루야마의 범행을 막기 위해 가미사키를 공항에서 납치하려 했다는건데 이게 말이나 됩니까? 공항에서 경찰과 대치하느니 마루야마의 뒤를 쫓아 범행을 막는게 훨씬 현실적이잖아요. 이야기 속에서 도네가 진범이 아니라는걸 너무 작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도 문제고요.

마지막으로, 휴지를 먹다 죽어간 케이 할머니의 죽음이라는 동기는 처절하지만 나름 수입이 있었던 도네가 단지 '찾아뵙지 못해서' 할머니가 아사한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송금을 하거나, 배달을 시키거나 하는 등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을텐데요. 작 중에서도 설명되지만 '누군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생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도네는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누가 보아도 할머니는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이를 두고 출장을 갔다는건 도네 역시 할머니 죽음을 방조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사망 후 무려 10년 형을 받을 정도로 폭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역시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에요. 복수보다는 속죄를 해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얼마전 아베 총리가 말했듯,' 노후 자금으로 2억이 필요하다'는게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로 사회파 소설로의 가치는 높지만 추리, 범죄물로는 점수를 줄 여지가 없어서 감점합니다. 생활 보조금 관련된 이슈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읽어보셔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딱히 권해드릴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19/01/19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 나카야마 시치리 / 김윤수 : 별점 2.5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 6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북로드
아래 리뷰에는 진범,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엽기적인 살인 범죄가 잇달아 일어났다. 사건 담당 형사 고테가와는 과거 성범죄 등을 일으켰던 우범자 수사 중 알게 된 우범자 도마 가쓰오와 그의 보호 관찰관 우도 사유리와 친분이 생겼지만 우도 사유리의 아들 마사토가 세번째 피해자로 발견되었다. 피해자들의 성이 아-에-이.. 순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급기야는 우범자 명단을 내 놓으라며 경찰서까지 습격했다. 시민의 습격을 막던 고테가와는 시민들이 도마 가쓰오를 노린다는 우도 사유리의 전화를 받고, 그를 구하려 반장 와타세의 도움을 받아 경찰서를 나서는데...

저자인 나카야마 시치리는 2010년 "고노미스 (이 미스터리가 굉장해!)" 대상을 받으면서 데뷰한 작가입니다. 이력을 봤더니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쏟아내었더군요. 하지만 잘 모르는 작가이고 제목도 전혀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던 차에, 어디선가 괜찮은 작품이라는 리뷰를 얼핏 보고 출장 중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괜찮은 부분이 많네요. 우선 엽기적인 범죄극에 형법 39조에 대한 비판이 곁들여져 사회파스러운 느낌을 주는게 좋습니다. 저 역시도 최근 일어나는 흉폭한 범죄에 대해 더 강하게 단죄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범인이 심신 미약이었다던가, 단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형을 경감해준다는건 말도 안되니까요. 짐승은 짐승답게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병자들이 회복해서 사회에 복귀하는걸 막자는건 아니지만, 그들의 회복을 지원하고 기다려주는건 죗값을 치룬 다음이어야 합니다.
이 작품은 절대로 회복되지 않고 다시 살인마로 돌변하는 정신 이상자와 그들의 끔찍한 범행 묘사를 통해 이에 대한 메시지만큼은 확실하게 전해줍니다. 참고로 제목의 "개구리 남자"는 범인이 개구리를 잔혹하게 가지고 노는 어린 아이처럼 사람을 죽이고 다녀서 붙여진 별명인데, 그만큼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범행이 이어집니다.

전개도 탄탄하고 세련된 편입니다. 대표적인게 도마 가쓰오와 이름이 비슷한 나쓰오라는 소년의 과거 일화를 조금씩 소개해주면서 도마 가쓰오가 범인이 아닐까? 라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어주는 과정입니다.
물론 나쓰오가 저지른 미카 살인 사건은 이미 앞부분에서 도마 가쓰오의 범행으로 소개된 '교살'이 아니라서 나쓰오는 도마 가쓰오가 아니라는게 밝혀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미카 사건 직후, 시민의 한노 경찰서 습격이 몰아치기 때문에 고테가와가 도마 가쓰오의 집에서 그가 범인일 수 있다는 증거를 포착한 뒤 도마 가쓰오와 생명을 건 사투로 이어지는 과정은 위화감없이 진행됩니다. 경찰서 습격 장면 묘사는 그만큼 임팩트가 넘쳐서 독자가 딴 생각을 하기는 힘든 덕분입니다.

추리적으로도 비록 본격물 수준의 대단한 트릭이 사용된건 아니지만 범죄 스릴러물로서의 완성도는 충분합니다. 특히 도마 가쓰오가 범인이었다고 마무리되는게 아니라 이 뒤에도 무려 두 번이나 반전!이 더 있다는게 돋보입니다. 단지 깜짝 반전이 아니라 나름대로 설득력도 높습니다.
첫 번째 반전은 우도 사유리가 진범이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근거도 충분히 설명됩니다. 네 번째 피해자 에토 가즈요시가 남긴 물어 뜯은 듯한 상처, 그녀가 과거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는 묘사, 보험금 등 받을 수 있는 돈과 그녀의 주택 대출금이 일치한다는 등 여러가지 복선이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나쓰오였다는 진상은 살짝 서술 트릭 느낌도 들고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부상을 입은 채 우도 사유리와 맞서 싸우는 고테가와에 대한 묘사는 "검은 집"의 절정부가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마지막 반전인 오마에자키 교수가 흑막이었다는 결말도 좋습니다. 이 쪽은 증거보다는 형법 39조에 대한 복수라는 동기가 와 닿은 덕입니다. 우도 사유리와 같은 단순히 "돈" 이라는 측면 보다는 훨씬 그럴듯했고, 사회파 소설다운 느낌을 전해주어서 괜찮더라고요. 결국 풀려나게 된 도마 가쓰오가 자신이 "개구리 남자" 임을 자각하고 아-이-우-에-오 순으로 오마에자키 교수를 죽이러 가겠다고 결심하는 마지막 에필로그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의 에필로그를 연상케 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경찰서 습격 이후의 묘사가 장황하고 강약조절에 실패하고 있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경찰서 습격에서 이미 한바탕 클라이막스를 거치고, 다시 도마 가쓰오와 고테가와의 목숨을 건 사투가 이어진 후, 또 다시 우도 사유리와 어둠 속에서 결전을 벌이는 식으로 강-강-강으로 이어지는 탓입니다. 덕분에 가장 중요한 우도 사유리와의 결전은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합니다. 목숨도 한 번 걸어야지 세 번이나 연속으로 걸면 값이 싸 보이게 마련이니까요.
오마에자키 교수의 동기도 앞서 말씀드렸듯 설득력은 높지만 그가 우도 사유리를 다시 범죄로 인도했다는 이야기는 영 와 닿지 않아요. 사람의 정신과 기억을 마음대로 복사하고, 집어넣을 수 있다는건 너무 허황된 이야기였어요. 설령 그녀의 악마성을 깨워 아들 살해까지 유도했다 하더라도, 에토 가즈요시를 살해한 이유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결국 도마 가쓰오가 범인으로 드러날 판인데 위험을 무릅쓸 이유는 없잖아요? 사유리가 오마에자키 교수가 지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하지 않은 이유 역시 불분명하고 말이죠. 싸이코 연쇄 살인마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도 석연치는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서스펜스 넘치는 전개에 더해 몇 번의 반전까지 제공한다는 점과 형법에 대한 비판 정신만큼은 괜찮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서스펜스가 지나쳐 표류해 버리는 후반부는 아쉽지만 추리, 스릴러물 애호가시라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최소한 킬링 타임용으로는 충분한 수준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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