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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6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1.5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4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NBA와 프로야구를 챙겨보는 바람에 책을 읽을 짬이 도통 나지 않는 요즈음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를 주로 읽게 되네요. 잊고 지내다가 Q.E.D 신작이 나와서 리뷰를 올렸었는데, C.M.B는 아예 완결까지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동안 C.M.B는 한 권에 단편 3~4편으로 이루어진 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권은 <<C.M.B. 살인사건>>이라는 이야기 단 한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게 특이하더군요. 마지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되네요.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 부탁드립니다.

대영박물관에서 3개의 C.M.B 반지가 신라 한 명에게 주어져있다는걸 못마땅하게 여긴 것에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연구 비용을 원하는 학자들의 불만도 폭주했고요. 그래서 박물관은 신라가 가지고 있는 3개의 반지 중 2개를 박물관이 선정한 학자 5명 중 누군가에게 넘겨줄 것, 그리고 신라가 켐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딴 뒤 교수로 일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 협상을 위해서 신라는 타츠키와 함께 영국 런던을 찾습니다.
그러나 5인의 학자 후보 중 한 명인 메이슨이 밀실에서 살해되었고, 당연히 신라가 유력한 용의자로 몰립니다. 신라는 알리바이를 증명해서 풀려나지만, 그 뒤 일본을 찾아왔던 3명의 학자들도 차례로 공격받아서 테렌스 행크는 죽고 베르다는 중상을 입습니다. 마지막에 신라의 박물관을 범인이 찾아와 신라와 대결을 펼치게 되지요.

이렇게 긴 이야기를 통해 C.M.B 반지를 버리기로 신라가 결심하는 등 시리즈 전체로 놓고 보면 중요한 전개가 이루어지는데, 추리적으로는 영 아니었습니다. 메이슨 밀실 살인 사건은 MRI의 강력한 자력을 이용하여 묶여있던 메이슨이 칼에 찔리게 만들었다는 트릭이고, 이미 죽은 테렌스 행크가 신라를 습격한 일본에서의 사건도 범인 올드리치가 행크의 시체를 등에 짊어지고 있다가 내던졌다는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두 가지 모두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만화니까 그런대로 볼만했달까, 설득력을 느끼기는 힘들었어요. 마지막에 올드리치가 신라의 박물관에서 신라와 일기토를 벌이는 장면도 지나치게 작위적이었고요. 불타는 박물관 공룡 화석 위에서 액션을 펼치는건 아동용 모험 만화와 다름 없었습니다.
메이슨 사건은 미이라가 관련되어 있기에 '몰약', 테렌스 행크 사건은 피해자가 황금 가면을 쓰고 있어서 '황금', 박물관에 불을 지른건 '유향'이 관련되어 있고 이 세 가지 키워드는 C.M.B의 뜻인 동방박사 3인과 연결된다는 장치도 정작 사건과는 별 관계가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냥 현학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로만 사용되었는데, 최소한 올드리치하고는 연결이 되었어야 했었습니다. 

물론 올드리치가 베르다를 태우고 운전할 때, 베르다가 네비게이션을 보는 틈을 노려서 일부러 차를 트럭에 부딪히게 만들고 누군가 공격했다고 주장했던 사건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추리 만화를 그려온 작가의 내공이 어느정도 엿보였달까요? 신라가 반지를 버리고 스스로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결심하는 장면도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는 납득할만한 괜찮은 마무리였다 생각되고요.

그러나 장점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리즈 대미를 장식하는 이야기치고는 너무 별로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빨리 다음 권을 읽고 시리즈에서 손을 떼는게 낫겠어요. 직전에 읽었던 Q.E.D도 실망스러웠지만 이에 비하면 선녀였다는게 더 놀랍습니다...

2021/10/22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카토우 모토히로 / 학산문화사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 43권입니다. 이번 권에는 네 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으며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투명어"와 "치과"는 평균 이상은 되는 괜찮은 작품이지만 그닥이었던 두 편이 점수를 깎아먹은 탓입니다. 다음 권은 C.M.B 반지와 관련된 긴 호흡의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은데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앙숙"

신라는 다힐 교수의 부탁으로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의 아시리아 유적 발굴 현장을 찾았다. 그 곳에서 만난건 예전부터 신라에게 경쟁의식을 불태우던 앙숙 무라트였다. 그런데 발굴 현장 텐트에 숨어든 사람이 있었다. 원치 않은 결혼을 피하고자 노력 중인 사루마였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체면이 손상될거라 생각했던 친척들이 그녀를 살해할 수도 있었다. 사루마는 프랑스 국적이 있었고, 신라 일행은 그녀의 프랑스로의 탈출을 도와주는데...

그닥이었던 첫 번째 이야기. 전개가 너무 뻔했습니다. 신라의 앙숙 무라트가 사루마 가족에게 그녀의 도주 계획을 털어 놓지만, 알고보니 거짓말로 사실은 사루마의 무사 탈출을 도왔다는건 누가 봐도 쉽게 눈치챌 수 있거든요. 눈에 잘 띄는 캐리어를 택시에 잘 보이게 싣고, 그 택시를 뒤쫓는다는게 대표적입니다. 명예 살인이라고 해 봤자 동네 아저씨 한 명이 단도를 들고 설치는 정도라서 위기감이 느껴지지도 않았고요. 실제로 타츠키 혼자 간단히 제압하지요. 

앙숙이라는 무라트도 일방적으로 신라에 대한 질투심을 품는 동네 꼬마일 뿐입니다. 신라가 지닌 지식과는 상대도 될 수 없기에 대단한 대결을 펼치지도 못하지요. 앙숙이라는 설정은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았어요. 

CMB 특유의 현학적인 정보를 얻을 내용도 거의 없었습니다. 쿠르드 자치구, 아시리아 유적 발굴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명예 살인'이 핵심 소재였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점입니다. 추리적으로나, 재미면으로나, 얻을 수 있는 지식 측면으로나 뭐 하나 건질게 없는 졸작입니다.

"투명어" 

뉴욕 미술관에서 지구 온난화 경고 미술전이 열렸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를 거짓이라 생각한 사람의 협박이 이어지다가, 결국 미술관 학예원 토마스가 누군가에게 습격당해 중상을 입고 말았다. 범인이 어떻게 침입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미술관 오너 에리는 친구 토마에게 소개받은 신라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는데...

범인이 외부에서 정문까지 딱 하나 있는 길을 환한 조명과 감시 카메라에 들키지 않고 통과한 뒤, 2개의 전시실을 3명의 경비원들에게 들키지 않고 돌파하여 사무실까지 침입했던 방법은 '거울을 이용'했던 겁니다. 조명 아래 길에서는 거울 뒤에 숨어 이동했고, 전시실에 들어가서는 거울 뒷면의 검은 판을 이용하여 일종의 사각을 만들었던 거지요. 마술에 쓰임직한 트릭인데, 1회성으로는 쓸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미술관과도 잘 어울렸고요. 실제로 이런 거울을 옮기는 사람이 목격되더라도, 작품을 옮기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었을거라고 설명되고 있으니까요. 

전시되고 있는 '투명어'를 이용한 작품을 통해, 물고기의 특징으로 트릭을 설명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투명어보다는 일반 물고기가 더 잘 숨는 셈이다.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적들에게서 숨기 위해 짙은 바다색과 비슷한 짙푸른 빛의 등을, 바다 밑에서 바라보는 적들에게서 숨기 위해 눈부신 태양과 같은 은빛 배를 가지고 있는 덕분이다는건데, 트릭에 정말 딱 맞아 떨어지는 설명이었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도깊은 설명도 인상적입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이며, 왜 중요하고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쉽게 알려주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에는 적절한 프로토콜이 필요하며, 이런 역할을 미술관, 박물관 등이 수행한다는 이야기가 와 닿더군요.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했고요. 이 부분만 따로 떼어서 널리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Q.E.D의 토마의 친구 '재난의 사나이' 알렌의 아내 에리가 등장하는건 오랜 팬으로서 반가웠던 부분이고요.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하여, 그의 족적을 확보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면 신라의 도움이 필요했을지는 의문입니다. '거울을 현장에서 깼다'는 걸로 피해자 몸에 묻었을 거울 조각과 현장의 거울 조각, 그리고 용의자 신발에서 그 거울 조각을 채취하면 그가 범인이라는게 드러날 거라고 신라는 말하는데, 이건 트릭을 파헤치지 않아도 경찰 수사로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수사를 통해 현장에 있었던 거울 조각을 알아낸 뒤, 여기서 트릭을 유추하는게 더 말이 되지요. 또 사람이 한 명 숨을 큰 거울을 현장에서 쉽게, 조용히 처리할 수 있었을까요? 작품 하나를 태운 정도로? 어림도 없어요.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억지스럽네요.

이렇게 문제가 없지는 않아 감점합니다. 그래도 얻을 수 있었던 지식의 가치가 높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치과" 

코즈에는 치과 진료를 받은 후, 병원을 나서다가 안개에 휩싸인 뒤, 진료받기 전 치과에 앉아있던 상태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타임 리프에 빠진걸 알아챈 그는 루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른 대기 손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안개에 휩싸이는걸 반복한 끝에 마지막 손님 신라에게 도움을 받게 되었다. 주변 환경에 단서가 있다는 신라의 말을 들은 뒤 코즈에는 차분히 주위를 관찰하여, 손님 중 한명인 여고생의 전화 착신음, 또 다른 손님인 꼬마 여자 아이 얼굴의 점, 치과 접수원의 이름, 치과에 놓인 곰 인형 등 모든게 전 여자친구와 관련이 있다는걸 깨닫는다.

전 여자 친구와 가슴 아프게 헤어졌던걸 뉘우치고, 다시 만나는게 루프에서 빠져나오는 열쇠였고, 방법은 예약 날짜를 바꾸는 것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예약 날짜는 그녀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지요.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이런 저런 사소한 단서를 전 여자 친구와 관련이 있다며 드러내는 장면은 일상계 추리물 느낌이라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다는데 감탄했어요. '일상계 SF 로맨스'인 셈입니다. 점이 있던 꼬마 아이가 미래에서 온 코즈에와 여자 친구의 딸이었다는 에필로그도 사족 느낌이 들지 않게 잘 처리했고요.

그런데 이게 C.M.B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신라가 힌트를 주기는 하지만, 결국 코즈에가 혼자서 깊이 생각해도 알아낼 수 있는 단서들이었으니까요. 신라가 곰팡이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주는 건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딱히 이야기와는 관계가 있어보이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C.M.B 시리즈에 억지로 집어 넣은 부분이 감점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독특함과 재미, 신선함 모두 기대 이상이었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이번 권의 베스트 에피소드로 꼽겠습니다.

"카메오 글라스" 

마우가 고대 로마 유물인 카메오 글라스를 사려다가 사기를 당했는데, 이를 도와주는 이야기로 카메오 글라스 케이스를 이용한 바꿔치기 트릭이 등장하는데, 현실성 높은 나쁘지 않은 트릭이에요. 뒤집힌 카메오 글라스 형태에서 착안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 높고요.

하지만 마우 등장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그 외의 설정에서는 현실성을 찾기 어려서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C.M.B 반지를 회수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신라에게 전해 주기 위한 목적이 더 컸던 에피소드였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18/07/28

신라 탐정 용담 - 이문영 : 별점 2.5점

신라 탐정 용담 - 6점
이문영 지음/웃는돌고래

통일 신라를 무대로 황룡사의 사미승 용담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역사 추리 소설로 총 세 편의(앞서 용담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인트로격 짤막한 이야기 한편이 있긴 합니다만)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입니다. 블로그 지인인 초록불님의 저서인데, 초록불님의 도움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선물받았는데 리뷰가 많이 늦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 사과와 감사의 말 전해드립니다.

주인공인 탐정역 용담 외에도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중 용담과 짝을 이루는 또 다른 주인공 격 인물은 고구려계 화랑인 연문덕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사건에 주요 인물로 휩쓸리는 사건 관계자이지요. 추리적으로는 "증인 1" 정도의 비중이지만, 고구려 계라는 특징으로 대부분 사건의 동기인 신라계와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효과적인 동기 외에도 역사학자이신 초록불님의 저서답게 역사에 충실한 디테일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황룡사 살인사건" 에서의 신라의 골품 제도를 비롯한 화랑들의 구분 및 오래전 소실된 황룡사 9층 목탑에 대한 상세한 소개, "흑의장창말보당주 살인 사건"에서의 '흑의 장창 말보당주'와 신라의 부대 운영 체제, "발해 공주 실종 사건"에서 소개되는 당시 신라와 발해의 관계 및 전편에서 보여지는 신라의 부대 운영 체제 등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디테일이 배경 묘사에 그치지 않고 사건, 트릭, 동기에 잘 녹여져 있어서 재미를 더합니다. "황룡사 살인사건" 에서는 당대 신라의 다도 문화를 소개하면서 이를 독살의 핵심 트릭에 응용하고 있으며 "흑의장창말보당주 살인 사건"에서는 고구려의 신기인 동명성왕의 활이 동기이고, "발해 공주 실종 사건" 에서는 당대 쇠뇌 구조를 소개하며 이를 원격 조종하는 트릭이 등장하는 식이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추리물로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세 편 모두 독자도 범인을 쉽게 추리할 수 있을만큼 범인과 트릭이 빨리 드러나 추리의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 추리물을 표방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추리적인 부분에서는 정통 추리물에 비해 많이 떨어지기는 합니다. 거장 존 딕슨 카조차 어쩔 수 없었던 점이고요. 아무래도 사건과 추리에 분량을 할애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역사적인 설명과 소재 묘사에 많은 비중을 할애할 수 밖에 없는 탓이겠지요. 장편이라면 그나마 이런 배경 묘사가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책 수록작은 단편들이라서 이러한 단점이 더욱 도드라집니다. 급작스러운 해결과 마무리라는 단점 역시 단편이었기 때문에 보인 한계였다 생각되네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추리적으로는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 많지 않아서 감점합니다. 제가 읽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작품이기도 했고요. 허나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통일 신라 무대의 '역사 추리물' 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최소한 '역사' 부분 만큼은 잘 설명되어 있는 작품인 만큼, 어린 학생들이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덧붙이자면, "황룡사 살인 사건"의 다도를 이용한 트릭, "발해 공주 실종 사건"의 쉽지만 맹점을 찌른 인간 소실 트릭은 괜찮았는데, 차라리 "황룡사 살인 사건"만 보다 충실하게 추리적인 서사를 덧붙여 성인 취향의 장편으로 발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2019/11/20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카토우 모토히로의 시리즈 만화로 엊그제 리뷰를 올렸던 31권에 이은 감상글입니다.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혼선"은 굉장한 수작입니다! 그러나 상세 리뷰에서도 언급하겠지만 "혼선"은 C.M.B 보다는 Q.E.D에 훨씬 어울리는 이야기이기는 했어요. 신라의 매력도, 타츠키의 존재감도 너무 흐릿합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C.M.B 다운, 박물학적 정보를 전해주기는 하지만 "혼선"에 미치는 완성도를 갖추지는 못했고요.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Q.E.D에 집중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또 다시 들게 만드네요.

이야기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등불"

영국인 베리 로웰 박사는 이란에서 중요한 화석을 발굴했지만, 이란 정부는 화석의 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금고에 보관해 놓은 화석이 사라지는데... 

화석 도난 사건을 메인으로 호모 사피엔스, 네안네르탈인, 데니소바인의 멸종과 교배, 생존에 대한 이론이 곁가지로 진행됩니다. 

사건의 범인이 베리 박사라는건 너무 뻔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훔쳤으며, 어떻게 반출했는지가 핵심인데, 훔치는 트릭은 트릭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라 실망스럽습니다. 철제 봉으로 덩쿨 모양으로 만든 금고라서 쉽게 벌릴 수 있었다는게 전부거든요. 설령 그게 가능했더라도, 원래대로 말끔하게 돌아갔을지도 의문이에요.
반출도 유목민들을 통해 육로로 보냈을거다라는 추측이 전부라는데, 설득력이 약하고요. 무엇보다도 애초에 화석의 두개골만 상자에 넣어 금고에 넣은 이유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누가 화석을 전부도 아니고 머리 부분만 대충 떼어서 보관한답니까?

그래도 초기 인류에 대한 박물학적 정보와 더불어 발견된 화석은 무언가를 지키려는 자세였고, 나중에 조사해보니 아이의 화석이 아래 깔려 있었다는 반전, 그 사실을 알게 된 베리 로웰 박사가 연구자로서 더 심도깊은 연구를 위해 훔친 화석을 반납하고 이란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결말은 괜찮았습니다. 최악은 아닌지라, 별점은 2점입니다.

"혼선"

초등학생 요시히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전기를 받았다. 그런데 지나가던 신라는 그 무전기가 불법 무전기라는걸 알아챘다. 무전기는 외국산으로 일본 국내와는 다른 주파수가 할당되어 다른 통신을 방해하거나, 개입할 수도 있는 물건이었다. 이후 무전기를 가지고 놀던 요시히로는 우연히 이상한 형과 무전기로 소통하며 친해지지만, 다카오라는 형이 통신을 들켜 위험에 처하자 신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무선기의 기술적 특징을 이용해 마약 밀매 일당의 위치를 잡아내는 신라의 활약이 눈부십니다. 우선 혼선이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모든 곳에 등장하는 건물을 알아냅니다. 그 뒤 건물에서 일당이 어디 숨었는지는 휴대폰의 전파가 닿지 않지만 무전기는 쓸 수 있는 철로 차단된 큰 공간, 그리고 옥상까지 뚫린 곳이라는 정보를 토대로 '엘리베이터 통로' 안이라는걸 추리해내고요.
물론 일당이 숨은 곳은 경찰도 샅샅이 조사하면 결국은 발견해 냈겠지만, '다카오'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나름의 시간 제한이 있다는 점에서도 괜찮은 전개였습니다. 

마지막 반전도 기가 막힙니다. 홀로 뒤쪽 주차장에 부상당한채 쓰러져있던 "다카오"를 구해서 병원으로 이송하지만, 그는 요시히로와 무전기로 이야기하던 스트로베리즈라는 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다카오가 아니라 일당의 두목인 '형님' 이었던 것이지요. 자해를 하여 상처를 낸 뒤 다카오로 가장하여 도주하려 한 것입니다. '형'은 아마 사망했을 거라는 씁쓸한 결말이기도 하고요.

좋은 작품이기는 하나 슬픈 결말은 신라. 그리고 C.M.B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신라가 별다른 댓가없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전개도 마찬가지라 차라리 Q.E.D였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수록작 중에는 베스트에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사시 부적"

양품점에서 기묘한 밀실 살인이 일어났다. 손님없는 개점 전 양품점의 안쪽 오토 록이 걸린 사무실에서 점장 요네다가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된 것. 문제는 9시부터 시체가 발견된 10시 사이에는 아무도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현금도 사라지지 않은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사라진건 요네다가 항상 목에 걸고 다녔던 사시 부적 뿐이었다. 신라는 유력한 용의자인 아르바이트생 3명의 증언을 듣고 진범을 추리해낸다. 

Q.E.D에 많이 나오는, 그리고 C.M.B에서도 그에 못지 않게 등장하는 여러 관계자의 증언을 모아 진상을 밝혀낸다는 설정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추리를 떠나서 세 명의 아르바이트 생 중 한 명이 범인이라고 하면, 답이 너무 뻔했습니다. 아와시마는 능력을 인정받아 자신만의 영역 - 디스플레이 - 이 있고 특별히 트러블도 없는 사람, 무기하라는 점장에게 대들며 언제 짤려도 괜찮다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 마메다는 너무 착해서 시키는건 다 하는 사람... 이라면 범인은 과연 누굴까요?
또 아와시마의 증언에 따르면 점장은 9시 30분에 알몸으로 사무실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그런데 10시에 사무실 안에서 죽어있던게 발견되었고요. 이 말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9시 30분에 뒷모습만으로 뛰쳐나간 인물은 점장이 아니며 때문에 9시 30분 뒤에 나타난 마메다와 무기하라 모두 알리바이는 없는 셈입니다. 살해한 뒤 점장으로 가장하여 밖으로 뛰쳐나간 뒤,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면 되니까요.

그리고 신라의 추리의 핵심은 '범인이 무엇을 하고 싶었냐'입니다. 신라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범인이라면 하고 싶었던 행동이 무엇인지를 가정하여 누가 진범인지를 밝혀냅니다. 그래서 아와시마가 범인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시체가 사무실에 있는건 이상하니 그녀는 범인이 아니라며 그녀를 용의자에서 배제하지요. 그런데 그 뒤에는 일직선으로 마메다가 범인이라며 추리를 마무리합니다. 무기하라도 동일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데 왜 설명하지 않는지 의문이에요. 마메다가 한 유일한 실수인 사시 부적이 목걸이라는걸 바로 알아본 걸 가지고 진범이라고 주장하는건 무리지요. 동기도 석연치 않고요.

한마디로 추리적으로도, 이야기적으로 모두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마도의 서"

마우가 마도서를 찾는 일에 신라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마도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워터 타운리 남작의 성은 1894년에 일어난 화재로 이미 장서는 모두 재가 된 상태였다. 범죄집단의 협박 때문에 마도서를 찾아내야만 하는 마우는 고서점 주인 토머스 북의 도움을 받아 타츠키와 함께 폐허가 된 워터 타운리 성을 찾는다. 마도서는 양피지에 썼을 터라 다 타지 않았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창문의 숫자 등을 조사해 폐허 속에서 비밀 장소를 찾아내지만 마도서는 이미 읽을 수 없는 상태. 그러나 신라는 워터의 책은 사본이며, 원본을 베낀 것이라 추리하고 원본을 찾아낸다. 

19세기 후반, 독서인의 생활과 관련된 가구 들을 토대로 책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C.M.B 특유의 박물학적 지식 공유 취지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마도서라는 소재도 역시 나쁘지 않았고요. 마도서에 대해 좀 더 심도깊게 풀었더라면, 현학적인 재미 충족도 더 많았을텐데 그건 좀 아쉽네요.

이렇게 마도서를 찾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워터 타운리 남작의 성에 화재가 난 이유, 그리고 타다 남은 마도서 사본에 '가짜'라는 흔적이 남은 이유에 대한 추리도 인상적입니다. 남작은 홀로 악마를 불러내기 위해 고용인들도 모두 내보냈었는데, 악마를 소환하려다 화재를 일으켰던 것이죠. 불길 속에서 악마를 애타게 찾았지만 악마가 결국 나타나지 않자 마도서에 '가짜'라는 흔적을 남기고 사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꽤 그럴듯하죠?

추리적으로, 박물학적으로 꽤 재미있기는 한데, 문제는 마우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마우가 등장하는 다른 모든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현실성이 부족하거든요. 게다가 이 이야기에서는 범죄 조직이 암투를 벌이는데다가, 마지막에는 애들 장난 때문에 도망까지 치기 때문에 더 만화적이고 황당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마우의 등장 없이 좀 더 묵직하게 전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2021/05/05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1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1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도 40권을 넘어섰네요. 이번 권에는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록된 이야기 모두가 설득력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C.M.B의 또다른 매력인 현학적인 정보 제공 측면에서도 건질게 많지 않고요. 그래서 좋은 점수는 주기 힘드네요. 전체 평균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운영위원" 

신라와 타츠키가 학교 운영위원을 맡은 날, 원예부원들은 이사장이 지시했던 화단과 백엽상 철거에 반대하며 철거업자와 대치했고, 화장실 변기가 막혔고, 학교 입구가 진흙 발자욱으로 지저분해졌고, 요코아리가 식사용 빵을 도둑맞는 등 학교 안에서 여러가지 사고와 문제가 잇달아 일어났다. 원예부가 화단 철거를 막은 이유였던, 원예부 아이돌 소녀가 맡긴 씨앗의 정체는 신라가 밝혀낸다. 그러나 검역 문제로 결국 철거가 수포로 돌아가자, 철거업자는 항의하는데...

신라는 철거업자 중 한 명이 학교에 있는 고가의 그림을 훔치기 위해 잠입해 있었다고 추리합니다. 진흙발로 학교로 들어와 변기를 일부러 막았던 거지요. 사용금지 팻말이 붙은 화장실 안에 숨어 있으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요코아리의 빵은 먹으려고 훔쳤고요. 이렇게 별 거 아닌 걸로 보였던 디테일이 모여서, 의외의 진상이 드러나는 전개는 꽤 볼만합니다.

그러나 원예부 소동은 예상할 수 없었기에, 이를 도둑과 엮는건 무리입니다. 애초에 무언가를 훔치려면, 소동이 일어난 날이 아니라 다른 날을 선택하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오스트리아에서 허가받지 않고 들여왔다는 씨앗의 검역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라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어요. 

이렇게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봉인의 기담" 

메이지 시대 화족 부나가와 가문의 별장은 과거 2명이 죽고, 1명이 실종된 탓에 봉인되어 유령이 나온다는 전설 때문에 '봉인장'이라고 불리우고 있었다. 현재에 이르러 철거를 앞둔 봉인장은 기록을 위한 건설회사 조사가 시작되었고, 신라도 부나가와 당주의 부탁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지하에서 죄인을 가두어두는 시설을 발견한 조사팀은 비싼 장비를 이 안에 넣고 휴식을 취했지만, 잠든 과장을 제외한 조사팀원은 차례로 습격받은 뒤 장비마저 도난당하는데...

봉인장 지하의 '치도리 격자'라는 독특한 감옥 구조를 이용해서 탈출구를 만드는 설정은 재미있었습니다. CMB 특유의 현학적인 재미를 잘 살리고 있어요.

그러나 다른 내용은 별로였습니다. 동기에 큰 문제가 있는 탓입니다. 특히 이렇게 용의자가 제한적인 상황에서까지 도둑질을 할 이유는 불분명합니다. 과장은 잠들어 있었고, 장비를 잃어버리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편의점에 심부름을 갔던 직원은 영수증이라는 증거가 명확하고요. 이 둘을 제외하면 용의자는 세 명에 불과해요. 이 정도라면 당장은 빠져나갈 수 있더라도 장치를 회수하거나,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드러났을겁니다. 

신라의 추리도 빈약합니다. 범인만이 얻어맞고 기절한 쿠로마츠라는 직원이 어디있는지 알 수 있었다는 증거가 대표적이에요.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었잖아요? 때문에 격자에서 지문을 채취한다던가 하는 보강은 필요했습니다. 

전개도 문제가 많습니다. 초반에는 과거 봉인장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지만, 이 역시 치도리 격자 구조를 이용해서 일으켰던 거라고 짤막하게 언급될 뿐입니다. 이래서야 '봉인장' 어쩌구 하면서 거창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하마구리 가 사람들" 

경찰서에서 나오던 신라와 타츠키에게 하마구리 가 사람들이 자신들 아버지에 관련된 사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도내에 맨션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부자 아버지 하마구리 기치사부로가 이웃집에 사는 수수께끼의 여자 마야에게 홀려 요가 강습료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현금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경찰은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방관했지만 하마구리 기치사부로가 사라졌고, 타츠키와 하마구리 가 사람들은 미행을 통해 마야가 다치가와류라는 기묘한 불교 분파 수행자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 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는 유서를 남긴 채 하마구리 기치사부로가 시체로 발견되자, 유족은 경찰에게 책임을 물었고 경찰은 어쩔 수 없이 기치사부로의 죽음을 사고사로 처리하는데....

신라가 추리한 사건의 진상은, 이 사건은 하마구리 가 사람들의 조작이라는 겁니다. 기치사부로가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죽게 된게 이유였어요. 상속 확정까지는 기치사부로의 계좌가 동결처리되어 돈을 빼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치사부로의 돈으로만 먹고 살던 기생충들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사망 확인을 최대한 늦추면서, 서둘러 계좌 속 돈을 현금화한겁니다. 거액을 인출한걸 설명하기 위해서, 아버지가 여자에게 속아 돈을 건넸다는 이야기를 만든거지요.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핏빗(?)을 스마트폰에 동기화시키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치사부로가 매일 1만보 걷기 등을 실천하던 사람이라, 어느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았는지가 동기화를 통해 드러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잠깐 떼어 놓을 수야 있겠지만, 이전 이력과 비교하면 이상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을테니, 확실한 증거는 아니더라도 참고 이상으로는 충분히 쓰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웨어러블 장치가 일상회된 현재라면 말이지요.

하지만 하마구리 가 사람들의 조작은 거창하기만 할 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수상한 옆집 여자 마야에게 현금을 주더라, 정도로 끝내는게 합리적이었어요. 돈을 건네 주다가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는건 별로 이상하지 않잖아요? 사이비 종교를 엮어서 구원 어쩌구 하는 이유를 들먹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외려 다치가와 류는 살아있는 채로 부처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에, 신라에게 의심을 사고 말았을 뿐입니다. 경찰도 아니고, 경찰 관계자도 아닌 평범한 고등학생 신라와 타츠키에게까지 사건을 이야기할 이유도 딱히 없었고요. 

설명도 부족합니다. 기차사부로의 사체를 어디에 보관했는지부터가 애매해요. 부검에서 사망 추정시간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도 설명되지 않고요. 경찰에 신고하며 소동을 일으키려면 적어도 1주일 이상은 걸렸을 거잖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설득력만 높여 주었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돌과 사진" 

마추피추 유적에서 스페인 여성 관광객 알마가 낙석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 뒤 잉카의 저주라는 소문이 퍼졌다. 피해자가 잉카를 정복했던 스페인인이었고, 낙석은 다른 돌로 가로막혀 떨어질 수 없었던 위치에 놓여 있었던 탓이었다.

살인의 동기가 인스타그램일 수 있다는 전개는 꽤 시의적절했습니다. 피해자가 친구들 사진 아이디어를 도용해 사진을 올리고, 그걸로 인기를 얻었다는 내용이거든요. 물론 결정적인 동기는 따로 있기는 합니다만....

문제는 인스타그램 관련 내용 외의 모든 것입니다. 돌이 떨어진 진상부터가 허무하고 유치했어요. 가로막고 있던 돌을 피해서 굴린 뒤 피해자에게 떨어트린게 전부거든요. 밑에 굴리기 쉽게 태피스트리를 깔았다는데, 이건 트릭도 뭐도 아닙니다. 증거인 유리 구슬 파편도 너무 쉽게 드러나고요. 상식적으로도 자연스럽게 낙석이 일어난 것으로 위장하는게 당연합니다. 이렇게 억지로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다른 친구 두 명이 범인 엘자가 위로 올라가 돌을 떨어트린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2019/12/08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3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34 - 6점
MOTOHIRO KATOU/학산문화사

이전 권은 기대 이하였다고 리뷰를 남겼었는데, 이번 권인 34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재미도 없고, 추리적으로도 눈길을 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맨 마지막 수록작인 "낡은 집"이 아주 괜찮은 덕분에 별점도 2.5점 줍니다.

이야기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소멸 비행"

신라 박물관에 작가 카가미 요이치가 찾아왔다. 그는 1932년, 일본 운카이 운수의 화물 수송 비행기가 추락 후 사라진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비행기를 절에서 숨겼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신라가 가진 CMB 반지의 권한을 써 줄 것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신라 일행의 조사를 지켜본 주지는, 당시 사고는 운카이 운수 라이벌 회사의 조작으로 일어난 것으로 비행기는 이미 회사에 반환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신라는 동굴 속, 숯으로 흑채를 만들어 숨겨놓은 비행기를 찾아내고 진상을 밝혀낸다. 

비행기 기술자들의 집념을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트릭은 대단치 않으나 합리적이며, 1930년대 시대 상황하고도 잘 맞물린 사건의 전개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의 보잉사처럼 영국 최신 기종의 결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운카이 운수의 사정도 충분히 설득력 넘치니까요.

그러나 무려 7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진상을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는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관계자들도 모두 사망하고, 운카이 운수마저 사라진 상태라면 비밀로 놔 둘 필요가 없잖아요? 주지 스님이 그렇게까지 충실하게 사명을 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마리아나의 환상"

1946년 아마존에서 마리아나는 일본계 연인 모리오와 결혼할 계획을 세우지만 그가 사기를 당한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마리아나는 에콰도르에서 '마녀'라는 별명으로 주술적 치료를 행하며 먹고 살고 있는데 일본으로 돌아왔던 칸베 모리오가 그녀를 찾아 에콰도르로 향하고, 모리오의 손자 부탁으로 역시 에콰도르로 향한 신라 일행은 1945년 종전 직후, 일본의 승패를 알 수 없던 상황에서 승리파와 패배파가 다툼을 벌여 혼란에 빠졌고, 승리파였던 모리오가 마리아나와 만난 직후 패배파로 돌아섰다는걸 알아냈다. 신라 일행은 마리아나의 행방을 추적하여 모리오가 그곳을 방문했으며, 마리아나의 보물을 찾으면 모리오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보물을 찾아 나섰다.
마리아나가 당시 모리오에게 마술을 걸었는데, 그건 모리오의 의식을 넓혀 기억을 밖으로 밀어내는 것으로 문제는 마리아나에 대한 기억까지 잊어버리게 했다...

두 편으로 이어진 제법 긴 호흡의 이야기로 마리아나의 마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리아나의 보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결국 마술은 일종의 기억 상실이고, 보물은 그녀가 모리오를 위해 만든 마을이라는 순애보였다는 내용은 의외성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2차 대전 직후, 브라질 일본계 이주민들 사이에서 있었던 분쟁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것도 수확입니다. 오지인 탓에 공신력있는 뉴스가 원할히 공급되지 못해서, 심지어 '일본이 승리했다'는 승리파가 다수 존재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그러나 에피소드 2편 분량을 할애하여 길게 진행할 정도의 깊이있는 이야기였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야기가 너무 작위적인 탓이에요. 집 뿐 아니라 마을까지도 마리아나가 모리오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는 설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억지가 지나쳤어요 또 추리의 여지도 거의 없다는 것도 감점 요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낡은 집"

세토는 회사를 그만두고 연인과 함께 빵집을 차리기 위해 시골로 내려왔다. 운 좋게 집세가 0엔인 집을 구해 수리를 하고 살려고 하지만 마을에서 기묘하고 불쾌한 인상을 받고, 목수들도 모두 집 수리를 거절하는데...

의외로 깔끔한 일상계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아시겠지만, 시골 마을이나 외국에서 외지인을 배척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는 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괴물 가면을 쓴 범인이 나타나서 입주를 방해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방식이 딱 그러했으니까요.
그러나 원인이 착해 보이는 집 주인 때문이었다는 진상은 놀랍습니다. 집세를 받지 않는 대신, 임대차 계약서를 쓰지 않은 점을 악용하여 세입자가 집을 수리하게 만든 뒤 쫒아낸 것이지요. 이를 집 주인의 아들이 집의 장미 덤불을 베어 넘기는 등의 기묘한 행동으로 추리해 내는 신라의 활약도 아주 볼 만 합니다.

사람의 선의는 무조건 의심해 봐야 한다는 씁쓸한 결말이지만, 일상계로는 최고 수준의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신라가 진상을 눈치채는 단서가 조금 작위적이기는 하나 큰 문제는 아니에요. 별점은 3.5점 입니다.

2004/03/25

로마문화 왕국, 신라 - 요시미즈 츠네오 / 오근영 : 별점 3점

로마문화 왕국, 신라 - 6점
요시미즈 츠네오 지음, 오근영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

간만에 맘잡고 읽은 제법 두꺼운 분량의 역사 서적.

그동안 가벼운 독서를 주로 한 탓에 쉽게 집중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신라의 뿌리는 그리스 로마문화다!"라는 놀라우면서도 재미있는 주장을 다양하고 신라의 수목형 왕관과 황금보검, 미소짓는 상감옥, 기타 다양한 유물들에 대한 상세하고 다양한 자료들로 설명하고 있는 덕에 생각보다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로마 문화의 증거라고 하는 것들 중 특히 유리 -상감옥- 를 근거로 하여 영향을 준 로마 문화권을 흑해 서쪽 해안의 어떤 곳이라는 추정까지 전개해 나가는 과정도 상당히 흥미진진하고요. 삼국 중 신라에서만 볼 수 있었던 형태의 여러 유물들을 관련 로마 유물과 체계적으로 비교하여 서술하고 있으며 당시의 세계 정세와 역사관도 자료로 제시하는 등, 관련 사료와 문헌에 대한 연구자료도 충분합니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말대로 "황금과 보물의 왕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인 신라의 다채로운 황금 유물들과 각종 보물들의 사진 감상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임에는 분명합니다. 저도 모르는 신라 유물이 정말 너무도! 너무도 많더군요.

딱 아쉬운 것은 일본인 저자가 쓴 책이라서, 그래서 "일본서기"를 주요 문헌 중 하나로 인용함으로써 한국 정통 사학에 반하는 내용도 제법 섞여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려운데, 올컬러인 탓에 책 값이 18,500원이라는 고액이라는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그래도 국내에 나와 있던 천편일률적인 역사서들보다는 읽는 재미와 지적 흥분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보기드문 책입니다. 그간 알고 있었던 역사적 상식을 깨는 놀라움은 감탄스러울 정도에요. 저자가 30여년 동안 연구한 결과라고 하는데 이런 끈기와 노력이라는 부분은 본받아야 할 것 같군요. 물론 이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별점은 3점입니다. 이런 류의 역사서적에 관심있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2011/06/11

CMB 박물관 사건목록 1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0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E.D"의 스핀오프 시리즈. 최신권까지 전부 다 읽은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10권을 아직 안 읽었더군요. 무려 1년도 더 전에 직장인님이 글 을 남겨주시기도 했는데 왜 깜빡했을까... 늦게나마 구해서 읽었기에 포스팅합니다.

10권에는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전체 평균한 별점은 2점으로 그닥 인상적이지도 않고 완성도도 낮은 편입니다. 후속권들에서 만회하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전체적인 평균이 적절한 수준에서 맞춰졌으면 합니다.

수록작별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 차이 6천만 년"

고생물학자 헤라와 조이스 남매의 초청으로 고비 사막으로 간 신라와 타츠키가 공룡과 인간의 화석이 6천만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이유를 밝혀낸다.

설정은 흥미진진하고, 베링거의 화석이라는 화석 관련 토막 상식을 적절히 삽입하여 전개하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C.M.B" 특유의 박물학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거든요.

하지만 사건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빙하에 의한 지층의 결합"이라는 진상을 고생물학자라는 인간들이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 전혀 납득되지 않네요. 청소년용 지질 학습 만화 수준의 이야기였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

"못"

신라와 타츠키의 시끄러운 학급 친구 요코아리에게 저주의 메일이 전달되었다. 친구들과 저주의 메일에 첨부된 사진 속 장소로 간 타츠키와 신라는 메일이 근처에서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와 관련되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니다. 저주의 메일은 뺑소니 교통사고로 사망한 줄 알았던 피해자가 사실은 누군가가 차 앞으로 떠밀어 죽은 것이라는 운전자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증거일 수 있었다... 

박물학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C.M.B"의 또 다른 한 축인 일상계 이야기입니다. 있음직한 이야기, 현실적인 소재와 계획 등 일상계라는 장르에 정확히 부합하는 전개는 좋았어요.

그러나 그닥 대단한 사건도 없고, 솔직히 범인이 이러한 짓을 꾸미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감점 요소가 있습니다(재판에서 딱히 유리하게 쓰일 것 같지도 않으니까요.). 처음부터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뭐든지 거래하려 하는 신라의 영악한 모습만 부각되는 것도 별로였고요.

나무의 성장이라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은 꽤 괜찮았지만, 감점 요소가 많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지구 최후의 여름방학"

여름방학의 막바지에 타츠키와 신라는 요코아리 등의 친구들과 함께 바닷가 여행을 떠났다. 일행은 바닷가 집의 여주인에게서 기묘한 동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일상계 소품. 하지만 사건이 아닌 장난에 불과한 에피소드라 추리적으로 평가할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진상도 예상 가능했고요.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지 말고 일단 선택해라.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라."라는 청춘 만화 같은 대사는 나쁘지 않았으나, 타츠키 - 신라 조합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생각됩니다. 이러한 대사 뒤에 이어지는 감정의 울림 같은 것을 느끼기는 힘들었거든요. 토마 - 가나 조합이라면 조금 더 나았을 텐데... 별점은 1.5점입니다.

"히드라울리스"

암거래상 마우 스가루가 신라에게 북 이탈리아 마을 음악당 안에 있는, 사람을 저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오르간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의뢰했다.

"C.M.B"의 특징인 스케일 큰, 역사와 박물학적인 지식을 결합한 전개는 괜찮았고, 수력 오르간에 대한 설명도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추리적 완성도는 아쉽게도 그닥이었습니다. 진상이 너무 뻔했고, 이러한 비밀을 몇 세기 동안이나 풀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었어요. 장치적인 트릭이니만큼, 2중 파이프를 쓴다던가 하는 식으로 조금만 더 교묘하게 전개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3/08/07

황금보검의 비밀 - 이종호 : 별점 3점

황금보검의 비밀 - 6점
이종호 지음/북카라반

저자의 이전 저서인 "한국 7대 불가사의"에 언급되었던 이야기의 개정 증보판인 역사서입니다. 신라의 유물 황금보검이 로마 기법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흥미로우면서도 대담한 가설이 등장합니다. 가설에 따른, 흉노를 중심으로 한 당대 각 국가와 만족의 흥망성쇠를 함께 그리고 있고요.

가설은 한나라에게 밀린 흉노가 네 번에 걸쳐 "서천"과 "동천"을 하였고, 서천을 한 흉노족이 "훈족"으로 알려진 강력한 세력이 되는데, 이 훈족의 왕이었던 아틸라가 동방으로 사신을 보낸 결과가 황금보검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이 아니라 신라로 사신을 보낸 이유는, "동천"을 한 흉노족이 신라에 정착하여 지배 세력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요. 아틸라는 같은 흉노족끼리 손을 잡으려 했던 것이지요.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로마 유물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문무왕 능비 등 각종 비문을 통해 가야 김씨의 시조가 흉노 휴저왕의 태자 김일제일 것이라는 것 등을 증거로 들고 있습니다. 김일제가 바로 우리에게 알려진 김알지이며, "알지"라는 이름은 알타이어에서 금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타이어의 "알트", "알튼", "알타이"가 "아르치", "알지"로 변한 것이라고 추정하고요.

그 외에도 훈족과 신라의 유사성을 동제용기라든가 기마인물상, 동복의 문양, 몽골리안 반점, 활과 화살의 존재, 그리고 편두 등을 통해 보여주며, 황금보검의 삼태극 문양도 선물받는 신라왕을 위해 주문 제작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한나라와 흉노의 기나긴 전쟁과 그에 따른 흉노의 서천으로 촉발된 게르만족의 이동과 로마 제국의 멸망, 그리고 흉노가 아틸라를 통해 유럽 전체를 위협하는 강력한 전투 민족 훈족으로 거듭나나, 아틸라의 죽음으로 쇠락하는 흥망성쇠가 디테일하게 설명되는 것도 볼거리입니다. 아틸라와 아에티우스가 로마를 놓고 벌이는 대결 부분은 한 편의 장대한 서사극을 읽는 재미까지 느껴집니다.

그러나 중반 이후 로마 제국의 분열과 멸망, 훈족의 급부상을 다루면서 황금보검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흉노족 이야기도 어느새 사라져버리는건 단점입니다. 난데없는 이야기가 갑자기 튀어나온 느낌이 들거든요. 마지막 부분에서 훈족과 신라의 연결고리를 드러내기는 하지만, 보다 매끄럽게 전개했더라면 더 좋았을 겁니다.

또 증거라고 든 것들이 빈약해서 신빙성에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대담하고 흥미로운 것은 분명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이런 류의 역사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대담한 가설을 여러 가지 증거로 설명하고 그에 따른 지적 흥분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일본 작가 이자와 모토히코의 "역설의 일본사"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덧붙이자면 저자인 이종호 씨는 공학박사로 각종 역사서, 과학서 등 많은 저술을 하고 계신데 저서를 몇 권 읽어보았지만(얼마 전에도 한 권 읽었죠) 그중에서도 이 책이 가장 훌륭합니다.

2020/09/23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스핀 오프로 시작한 C.M.B도 이제 40권 째를 향해 달려가네요. 네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편은 성장기, 한 편은 일상계이고, 나머지 두 편은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본격물입니다. 이 중 첫 번째 작품인 "상상 살인"은 아주 좋은데 다른 작품들은 그냥저냥입니다. 마우 주연의 이야기는 심지어 수준 이하이고요. 그래도 "상상 살인"의 하드 캐리 덕분에 전체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으니,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상상 살인"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이상과 다른 현실 때문에 괴로와 하던 디자인 회사 영업직 구보타 토미오는 출근길에 우연히 고등학생 시절 사귀었던 미와와 마주쳤는데 그녀와 왜 헤어졌는지를 떠올리지 못했다. 토미오는 그녀와 헤어졌던 과거를 고치면, 미래의 나도 바뀔거라고 생각하는데....

사고로 위장한 살인이 등장하는 본격물입니다. 미와의 남편 아키요시는 몸을 내밀었던 베란다 발코니가 떨어져서 추락사하는데, 이게 사실은 계획된 조작에 의한 살인이었지요.

범행은 베란다 안전핀을 뽑는 간단한 조작이 전부이며, 아키요시가 베란다 쪽으로 몸을 내밀게 한 트릭 (물뿌리개 안에 중고 휴대폰을 넣어서 울리게 함)도 간단하다는 점에서 무척 현실적입니다. 이 휴대폰이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는 점도 좋았고요.
신라가 사건에 엮이게 되는 이유도, 피해자 아키요시가 떨어진게 신라가 눈독들이던 개구리 조각이기 때문이라는 우연도 재미있었습니다. 토미오가 확실하게 죽게 만들려고 조각을 베란다 밑으로 옮겨 놓아서 조각이 깨지고, 분노한 신라가 무보수(?)로 사건 해결에 나서거든요. 

무엇보다도 토미오가 2층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사람이 죽을리 없다며, 누군가 떨어진 아키요시를 죽였을거라고 주장하는 마지막이 기가 막힙니다. 이는 진범은 미와임을 암시하지요. 지극히 합리적이면서도 무서운 추론이라 소름끼칠 정도였어요.

그러나 회사를 그만 둘 정도의 결단력도 없는 토미오가 살인을 결심해 실행에 옮긴다는 전개는 조금 석연치 않았습니다. 상상한건 모두 이루어진다는 긍정맨 토미오 캐릭터와 범인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도 단점이고요. 미묘한 미친놈인데, 캐릭터 구축이 어설픈 탓입니다. 그냥 미와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정도로, 그녀에게 도움을 주려다 폭주하는 소시민 정도면 적당했을텐데 말이지요.
덧붙이자면, 토미오의 범행을 밝히기도 어려울거라 생각되네요. 그가 베란다에 조작을 가하는게 목격되지 않았다면, 단지 물뿌리개 속 대포폰으로 살인 혐의를 뒤집어 씌우기는 불가능해 보이거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추리물로는 나무랄데 없는 수작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팔레오파라독시아" 

고등학교 1학년 미쿠와 하야토는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 여동생과 함께 외딴 산 속 숙부 집에서 황금 연휴를 보내게 되었다. 마침 숙부는 산 속에서 '팔레오파라독시아'의 화석을 발굴 중이었다.

신라는 학교 공부에 의미가 없다며 징징대는 하야토에게 '모두가 언제나 의미있는 답을 낼 수 없다, 하지만 답을 내기 전에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일갈합니다. 그리고 숙부가 화석을 발굴하는 상황을 이에 대입하지요. 답보다도 문제의 쪽을 오히려 모르고 있다는 뜻으로 말이죠. 일종의 성장기로서 나쁘지 않고, 항상 어린아이같은 신라가 명확한 인생관을 들려주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하야토가 고생물학자로 선생님이 되었다는 결말 역시 그럭저럭 괜찮아요.

그러나 추리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위기에 처한 하야토가 '문제를 이해하여' 적합한 답을 내여 생존한다는 클라이막스는 작위적이었고요. CMB 특유의 현학적 재미 역시 '팔레오파라독시아'라는 동물에 대해 박물학 지식을 살짝 인용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미그라스의 모험" 

마우는 부호 브렌드가 밀실에서 책꽂이에 깔려 죽었을 때 쥐고 있던 책을 입수했다. 그 책은 90년대 발표된 판타지 소설 "미그라스의 모험"으로, 대신 미그라스가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이웃 제국과 맞서 싸우다가 패한 뒤,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별 볼일 없는 내용에 절망한 마우는 책을 방치하다가 도둑맞고, 브랜드 죽음의 진상을 조사하다가 그가 교통사고 합의 관련 분쟁에 휘말렸던걸 알게 되는데...

신라의 등장없이 마우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작품입니다. 브렌드가 죽은 밀실을 만든 트릭은 문 옆에 놓인 갑옷 기사를 이용한 장치 트릭인데 꽤 그럴싸합니다. 갑옷 기사가 들고 있는 칼을 돌리는 방식의 자물쇠 위에 잘 얹어 놓는 거에요. 그러면 칼 무게로 자물쇠는 돌아가고, 칼은 떨어져 제자리에 오게 되지요. 균형을 잘 맞춰야 겠지만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이는 트릭이라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범인이 조카 시로노와였다는건 억지스럽습니다. 동기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탓입니다. 시로노와가 일으켰던 교통 사고를 브랜드가 합의해 주었었는데, 시로노와는 합의를 기사도에 반하는 행위라 생각해서 살해했다는게 동기죠. 그러나 기사도와 시로노와의 관계가 설명되고 있지 않아서 완전 뜬금 없었어요. 차라리 유산이 동기라면 모를까, 21세기에 기사도라니?
또 이를 극중 극 형태로 소개되는 미그라스의 모험과 연결시킨 전개도 그다지 와 닿지 않습니다. 미그라스가 가난한 마을에서 침략해온 제국군과 싸운다는 이야기인데, 전쟁을 하지 말라는게 왕의 명령이었습니다. 이렇게 싸워보지도 않고 협상을 한건 기사도 정신에 위배된다는거지요.
그러나 이 책 속에서 미그라스가 일으킨 전쟁으로 온갖 비극이 일어납니다. 마우의 말 대로 미그라스야말로 전쟁의 원흉이자 비극의 씨앗인 셈입니다. 도대체 이야기 어디에 기사도라는게 있는걸까요? 저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로노와를 협박해서 돈을 쥐어짠 뒤, 경찰에 넘기겠다는 마우의 사악함도 나쁘진 않지만, 설득력이 낮습니다. 아무리 피해자와 책의 관계를 밝힐 수 없었어도, 시체에 '기사도'를 의미한 책을 남겨놓은게 범인이라는게 증명되는건 아니니까요. 피해자가 어딘가에서 빌려왔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고작해야 시로노와가 마우에게서 책을 훔쳤다는 정도만 증명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밀실 트릭은 괜찮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그닥이며, 특히나 판타지 소설을 우겨넣은건 아무리봐도 무리수였습니다.

그나저나, 작가가 왜 이렇게 마우에게 미련을 갖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지극히 만화적이며 딱히 매력도 없는데 말이지요. 제발 그만 좀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빈 터의 유령"

야스다 시노는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다가, 사람이 지나갈 수 없던 곳에 갑자기 나타나 서 있던 사람을 목격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네코와리와 하츠키 등 친구들은 모두 현장을 방문했다가 그 '유령'을 목격하고 도망치는데...

오래전 추억 속 라면 가게를 다시 열기 위해 그 곳을 방문한 아저씨가 유령의 정체였으며, 우체통 때문에 사각이 생겨서 아저씨가 지나가는 걸 못 봤다는게 진상인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충분히 그럴싸한, 설득력 넘치는 아이디어로 동네 유령 이야기 진상으로는 아주 잘 어울렸어요. 추억 속 라면 가게, 편지 쓰기 등 향수를 자극하는 소재도 풍성하고, 편지를 쓰기 싫어하는 시노가 이 사건에 대해 사진 중심으로 편지처럼 꾸며서 보낸다는 마지막 장면, 그리고 아저씨의 라면 맛이 별로였다는 에필로그까지 완벽했습니다.

그러나 트릭이 대단한건 아니고, 순전히 우연에 불과한 사건이라는건 분명합니다. 또 시노 혼자라면 모를까, 함께 갔던 친구들 모두 동일한 '사각'으로 아저씨를 보지 못했다는건 설득력이 낮아요. 그래서 조금 감점하여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신라가 경이의 방으로 안내하는데 요금을 받지 않는데, 친구들의 부탁이기 때문인지 불분명합니다. 캐릭터가 바뀐걸까요? 이런 설정마저 없어져 버린다면 정말로 Q.E.D와의 구분이 애매해지는데 말이죠.

2022/05/28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5 (완결)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45 (완결)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드디어! Q.E.D의 스핀오프 C.M.B가 완결되었습니다. 제가 첫 리뷰를 올렸던게 2006년 12월이니, 무려 16여년의 세월을 함께 한 셈입니다.

수록된 작품은 두 편입니다. <<대단원>>은 이전 권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대영박물관의 케이티 이사의 사악한(?) 음모를 분쇄한다는 내용입니다. 전편의 범인이었던 올드리치가 살아있었고, 신라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어 죽이려고 했지만 이는 신라의 함정이었지요. 신라가 살고 있던 곳은 케이티로부터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케이티도 살인 방조 혐의로 경력이 끝장나고 말고요.
나름 통쾌하기는 하지만 추리적으로 대단한건 없었습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화재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박물관에서 극적으로 죽은척했지만 살아남는다는 올드리치의 계획부터가 억지스러웠으니까요. 이 계획은 올드리치가 범인임이 확정된 후, 여러 목격자들에게 박물관에서 죽음을 맞는다는걸 보여줘야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전 이야기처럼 혼자 신라를 죽이고 반지를 빼앗으려 했다면 불필요한 계획이었어요.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은 제목 그대로 타츠키가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23살이 되어 문화재 복원가가 된 타츠키가 로마노프 왕조의 보물이 숨겨진 곳이 기록되었다는 오래된 일기의 복원 의뢰를 받은 뒤, 여차저차해서 일기를 썼던 일본인 타츠노스케의 발자취를 쫓아 러시아를 횡단해 나간다는 내용이지요.
역시나 추리적으로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의뢰인 미츠토시가 범인으로 타츠키 일행을 미행했다는 결말도 당황스러웠고, 중간에 등장하는 시체 소실 트릭도 억지스럽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시체를 두꺼운 기차 의자 시트 뒤에 감췄다가, 차장으로 변장해서 꺼냈다는 트릭인데 시체가 시트 뒤에 이렇게까지 숨겨질 정도로 시트가 두껍고 푹신할리가 없지요. 그림으로 그린 결과물도 억지스러웠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 에피소드의 유일한 가치는, 일종의 '도라에몽' 시공이라서 16년간 고등학생이었던 신라와 타츠키도 결국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뒤 함께 '박물관'이라는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걸 알려주는 에필로그밖에는 없습니다.

무려 16년의 세월을 함께 한 작품의 마무리치고는 너무 별로라 아쉽지만, 그래도 완결되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별점은 2점 주겠습니다. 이제 Q.E.D에 보다 집중해 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완결을 기념하여, 그동안 CMB에 등장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꼽으며 리뷰를 마칩니다. 이 목록만 보아도 20권 중반~30권 후반까지가 재미면에서 최전성기 구간이었던게 확인되네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 : <<치과>>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9>> : <<상상 속 살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광구>>, <<고양이 꼬리>>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 목록 36>> : <<산의 의사>>, <<카스미장 사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5>> : <<도토리와 솔방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4>> : <<낡은 집>>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2>> : <<혼선>>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1>> : <<지옥혈>>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0>> : <<소우야 군의 실종>>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5>> : <<백 스토리>>, <<향목>>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4>> : <<다이아몬드 도둑>>, <<옷장 속의 유령>>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3>> : <<네 번째 코테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2>> : <<여름 보충 수업>>, <<유리의 낙원>>, <<나선 골동품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4>> : <<주사위게임>>, <<꽃집 아가씨>>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2>> : <<노파와 원숭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1>> : <<마루지메네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 : <<도시전설>>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 : <<파란 빌딩>>, <<저주의 가면>>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1>> : <<의태>>

2011/11/01

CMB 박물관 사건목록 15 / 16 / 1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에서 1.5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15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16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17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오랫만에 그동안 읽지 못했던 후속권을 몰아 읽었습니다. 세 권이나 더 나왔다니!

그런데... 추리적으로는 건질 게 단 한 편도 없다는 놀라운 사실에 직면했습니다. 각 권당 4편씩 이야기가 들어가 있어 내용은 풍성한데, 오로지 신라의 캐릭터와 다양한 박물학적 지식, 유물들에만 의지하고 있거든요. 가뭄에 콩 나듯 있는 비교적 괜찮은 설정이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에피소드들도 작가가 전개하는데 실패했거나, 무리하게 박물학적인 설정을 녹여내려다 실패한 것만 눈에 뜨일 뿐입니다.

좋아하는 작품이고 시리즈인데 난감합니다. 이래서야 왜 "Q.E.D"하고 구분해서 전개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결론적으로 15, 16권은 별점 2점, 17권은 별점 1.5점입니다. 추리물로 접근하는 게 무리라면, 설정을 잘 살려 "갤러리 페이크"처럼 박물학적 지식 쪽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래서야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돈만 아까운 결과물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그나마... 괜찮았던 에피소드를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5권

"낚시"는 신라가 학교 친구들과 낚시를 갔다가 우연찮게 마약 밀매 사건을 목격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추리적으로는 억지가 심하고 어차피 경찰 수사로 밝혀졌으리라 생각되는 점이 많아 건질 건 없지만, 나름 코믹한 전개가 인상적이라 꼽아봅니다. 신라가 사건 해결을 위해 '경이의 방으로 안내'할 때 억지를 부리지 않고 상식적인 선에서 타협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요.

퀼트 한 조각을 가지고 옛 친구의 마지막 메시지를 풀어낸다는 "퀼트"도 괜찮았습니다. 솔직히 과정의 설득력은 거의 없어서 추리물로 보기 힘들고 잘 짜여졌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마지막 장면 하나만큼은 멋있었거든요. 신라가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16권

"나스카의 지상화"는 고의성 없는 상황을 이용하는 트릭이 괜찮았습니다. 동기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감점 요소지만, (과연 말 한마디로 살의를 느낄 수 있었을까요?) 추리적으로는 그런대로 점수를 줄 만합니다.

"레야크"에서 볼만한 것은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을 전개에 결합하여 별볼일 없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입니다. 물론 사건 자체가 뻔해서 별다른 추리의 과정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요.

17권

17권은 정말로 4편의 단편 모두가 함량 미달이라 꼽기가 힘듭니다만, 아주아주 평범한 일상계물로, 시골 노인의 장난으로 인해 신라와 타츠키 일행이 겪는 재난을 다룬 "카쿠레자토"가 그나마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외의 단편들은 단순한 오해와 억지에 불과한 내용들이라 다 별로였습니다.

2020/04/23

C.M.B. 박물관 사건목록(씨엠비) 35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5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 제 35권입니다. 네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마약 밀매, 살인 사건강력 사건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일상계스러운 느낌을 전해주는게 특징이고요. 신라와 타츠키가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 사건들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철저하게 '방관자' 역할로 추리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미토리"에서, 각성제 유통 혐의를 받는 츠노다가 누명을 벗지 못하더라도, "도토리와 솔방울"에서 조난당한 부자를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알리바이"에서 알리바이 증명을 못하더라도 신라가 손해볼건 없거든요. "크리스마스의 마우"는 마우가 주인공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물론 탐정이 철저하게 방관자이며 제 3자라는게 나쁜건 아닙니다. 고등학생이 살인 사건에 계속 휘말리는 것 보다야 현실적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일상계 느낌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도토리와 솔방울" 말고는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 많지 않고, 등장하는 추리와 트릭들도 비교적 소박한 편이라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신라가 주인공이 아닌 탓에 드라마도 부실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아주 모자라지도, 아주 빼어나지도 않은 평작 정도의 수준입니다. 

수록작별 상세한 리뷰는 아래를 확인하세요. 언제나처럼 스포일러는 가득합니다.

"도미토리" 

타이 푸켓의 백 패커들을 위한 싼 숙소인 '도미토리'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여러명의 여행객들이 묵는 숙소인데, 일본인 츠노다가 각성제 소지 혐의로 체포되고 이를 우연히 일본 대사관에 방문했던 신라 일행이 돕게 됩니다. 여행객들이 각자 토산품으로 산 힌두교 신상을 자랑하는데, 츠노다가 산 시바 상에서 각성제가 발견되었거든요. 시바 상의 대좌는 호랑이어야 하는데, 각성제가 들어있던 대좌는 연꽃이라 비슈누와 바꿔치기 된 것이며 때문에 비슈누 상의 주인인 코버가 범인이라는게 결말입니다.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는건 아니며, 증거도 딱히 없고 코버의 말 실수가 전부인지라 추리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C.M.B 특유의 현학적인 설명이 핵심 결말과 이어지는 전개는 나쁘지 않았으며, '지식'이 중요하다는걸 알려주는 마지막 장면은 좋았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크리스마스의 마우"

급사한 제약회사 회장 집에 방문한 마우가 8천만불어치 컬렉션 전부를 구입한 뒤, 고갱 그림 도난 사건과 엮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마우가 탐정역으로 등장하지요. 보험사와 피해자, 은행이 차고 친 사건이라는게 전부라 재미도 없고 추리적으로도 가치 없는 졸작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도토리와 솔방울"

산악 경찰대에 구조 전화가 걸려왔다. 산행 중이던 아버지가 사고로 쓰러진 뒤, 아들이 전화를 건 것이었다. 아들은 사고 현장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주었고, 아들이 말한 '폭포' 등의 단서를 토대로 장소를 확신한 대원은 자신있게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부자는 찾는데 실패했다. 때 마침 나타난 신라 일행이 도움을 주는데...

조난자가 자신의 위치를 몇 가지 단서로 알려주고, 이를 토대로 구조에 나선다는 추리물입니다. 부자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솔방울의 모양이 중요한 단서로 쓰이는 것도 좋지만, 왜 있지도 않은 폭포를 있다고 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눈의 착각'이었다며 풀어나가는 전개가 아주 좋았습니다. 두 개의 물줄기가 교묘하게 겹치는 특정 지형에서만 가능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절벽이 물에 비쳐서 생긴 '깊은 구멍'에 대한 설명 역시 아주 만족스러웠고요.
대단하지는 않지만 풍성한 아이디어가 가득하여 즐겁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 수록작 중 최고로 꼽습니다.

"알리바이"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일상계에 가까운 작품. 살인 사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무죄인 주인공이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나가는게 핵심이며, 이 증명에 그가 목도리를 떨어트렸던 아주 사소한 행동이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이 단서를 통해 '그는 목도리를 벗어서 손에 들고 있었으며, 아마도 직전의 식사는 코트와 목도리를 벗어서 놓을 수 있는 곳에서 먹었다' 는 추리도 아주 합리적이었어요.

문제는 시체를 숨기는 핵심 트릭입니다. 조명을 조작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만큼 잘 되었을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설령 잘 되었다 하더라도 결정적인 증거 (조명 조작)가 남는다는 점에서, 좋은 트릭으로 보기는 힘들지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본편 트릭보다는 알리바이 증명에 대한 일상계스러운 추리와 '현재를 즐겨야 한다'는 결말이 훨씬 좋았습니다.

2018/07/15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0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0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한 때에는 엄청나게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어느덧 손을 놓게 된 C.M.B인데, 오랫만에 본가 방문했다가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실망스럽네요.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일상계 추리물인 "소우야 군의 실종" 외에는 마음에 드는, 평균 이상의 작품은 없었습니다 .언제나 가지고 있던 Q.E.D 쪽에 집중하는게 더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에 확신만 심어줍니다. 

전체 평균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드림 캐쳐"

악몽을 막아주는 '드림 캐쳐'를 만들기 위해 장기 휴가를 내고 떠난 코하루의 남자 친구 다카오가 회사 동료로부터 소송당했다. 거액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코하루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박물관 전단지를 통해 드림 캐처를 아는 듯한 신라에게 도움을 청했다.
신라의 추리를 통해 일행은 알라스카로 향하는데...

주인공이 신라가 아니라 코하루와 다카오라는 전개, 그리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핵심 소재인 알라스카 원주민이 만든다는 부적 드림 캐처라는 소재는 독특합니다. 같은 몽골리안이라 원래 인디언인 다카오를 일본인으로 착각했다는 아이디어도 괜찮고요.

그러나 그 외의 이야기는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기대했던 추리물이 전혀 아닌 탓이 큽니다. 다카오를 찾던 일행이 그리즐리 곰과 맞서 싸운다는 모험물적인 전개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나마 유일한 추리 요소인, 다카오만 열 수 있던 서랍 속 공금이 사라졌다는 사건도 진상이 허무하기 그지 없어요. 망치로 책상의 뚜껑(?)을 땄다는 거라서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이국적 풍광의 모험물일 뿐으로 평범 이하의 졸작입니다.

"소우야 군의 실종" 

대학 합격 후 도쿄로 상경한 츠가루에게 소우야라는 친구가 생겼다. 그러나 소우야는 츠가루에게 말도 없이 급작스럽게 사라지는데...

사라진 대학생을 찾아 나서는 일상계 추리물인데, 추리적으로는 여러모로 풍성합니다. 우선 소우야의 실종과 관계 있어보이는 여성 나루토의 행적을 찾는 과정이 괜찮아요.

  1. 그녀가 편의점에 온 이유는? 집이나 학교, 직장이 가까와서. 그런데 항상 정장 차림이었으니 직장이 가까웠을 것이다 
  2. 그런데 5월 이후부터 오지 않은 이유는? 다른 편의점이 근처에 생겨서, 혹은 오기 싫은 이유가 생겨서, 혹은 갓 입사하여 신입 연수를 본사로 왔다가 연수가 끝나 돌아가서 등... 

이렇게 추리가 이어지는데, 비약이 없지는 않지만 만화에는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소우야의 실종은 실종이 아니라 자의적인 것이며, 이는 츠가루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일 뿐이라는 진상도 좋았어요. 자기 중심으로 기준을 정하고 타인을 평가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인데 이를 잘 풀어낸 덕분입니다. 마지막의 하코네 관련 그림 퀴즈도 보너스로서 평균 이상은 하고요.

한마디로 좋은 일상계 청춘 추리물로 이번 권의 베스트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Joker"

바르셀로나의 대부호 베르나르도가 결혼식 날 칼에 찔렸다. 현장에 있던 마우는 용의자로 몰리자 신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영국의 미술가 오웬 죤스와 그의 대표작이라는 트럼프 카드 그림이라는, 오랫만에 제대로 된 박물학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오웬 죤스 소재는 이야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추리적으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광대일을 하는 하비가 다른 곳에 계속 있었는데, 베르나르도 결혼식에도 같은 복장의 광대가 있었다는 상황에서 왜 하비와 동생 리카르도의 알리바이만 강조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 3의 인물이 개입된게 당연하잖아요? 바르셀로나 경찰은 다 바보인가...

딱 한 가지, 마우가 처음 찾아올 때 일으킨 교통 사고가 중요 단서가 된다는 복선은 괜찮았지만 이래서야 좋은 점수를 주는건 무리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피터 씨의 유산"

1억불이 넘는 유산의 행방을 알리지 않고 죽은 피터 씨의 유산을 찾기 위해 마우와 신라가 나선다는 이야기로 피터 씨의 취미, 수집품이 유산과 연결되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피터 씨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도 그런대로 괜찮고요.

하지만 전개면에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우선 색을 내는 재료들로 구성된 수집품이라는 단서는 흑백 만화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비슷한 소재로 쓰여진 요네자와 호노부"북관의 죄인" (in "덧없는 양들의 축연") 과 비교해 보아도 설명이 너무 부족했고요. 만화라면 소설보다 시각적인 단서를 주는게 더 쉬웠을 텐데,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전무하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또 피터 씨 사건의 진상에 대한 추리는 피터 씨가 죽기 직전 심던 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는 아들 엔조의 증언 하나만이 단서인데, 비약이 너무 심합니다. 그 꽃이 무엇이며, 그것 때문에 싸움이 일어났다는 건 재판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밝혀졌을 부분으로 시간도 오래 지난 시점에서 이를 가지고 범인 취급하는 건 말이 안됩니다. 빠져나갈 부분은 얼마든지 있었을 거에요. 엔조의 죄책감이 이로 인해 터져나간다는 뒷 이야기도 너무 작위적이었고요.
아울러 피터 씨가 가족들에게 이야기 하나 않고 벌이는 취미 행각도 좋게 보이지는 않더군요. 이래서야 실제로는 가족을 사랑한 것이었다 어쩌구 하는 이야기는 전혀 와 닿지 않으니까요. 살아있을 때나 잘할 것이지....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트릭과 소재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전개가 아쉬워서 감점합니다.

2014/05/07

CMB 박물관 사건목록 23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CMB 박물관 사건목록 23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24권까지 출간되었다는 말을 이전 리뷰에서 했는데 이제서야 23권을 읽게 되었네요. 확실히 요새는 읽는 속도가 떨어졌어요. 특히나 신간을 챙기기가 쉽지 않군요. 

이번 편에는 총 4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네 번째 코테에
  • 아시즈리 계란말이 가게
  • Nobody
  • 그라운드

항상 그래왔듯 강력사건 - 일상계가 반반인 구성입니다. "네 번째 코테에", "Nobody"는 강력사건이고 다른 두편은 전형적인 일상계거든요.

수록작별 간략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네 번째 코테에"

신라가 지인의 부탁으로 환상의 코테에 (미장이 기술로 그린 회반죽 그림)를 찾기 위한 조사에 나선다는 내용.

환상의 코테에는 미장이 장인 쿄지로가 본인 최고 걸작이라 선언했던 것으로, 그가 부호의 별장 벽 4면에 만들었으나 불타버려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게다가 조사하려는 사람에게 불행이 닥쳐 저주에 걸린다는 소문까지 있고요.

그런데 신라가 밝혀낸 진상이 꽤 놀라우며 그럴듯합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한으로 추구한 쿄지로가 자신의 기술로도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못하자, 결국 여성 그 자체를 코테에로 만들었다는 것이거든요. 현대물 중 여성을 수집한다는 변태스러운 작품이야 여럿 있고, 포우의 "검은 고양이"라던가 란포의 고전 변격물도 떠오를 정도로 흔한 설정이지만 이를 에도시대와 코테에로 변주했다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작가가 평상시 보여주지 않던 스타일이라 더 의외성있게 다가왔던 것 같네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네번째 코테에의 파편이라는 증거도 적절히 제시되어 설득력을 높여주며, 코바씨 습격 사건이라는 곁가지 사건이 줄거리에 잘 녹아들어 있다는 점, 욕심내지 않고 짧게 마무리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시리즈 최고의 장점 중 하나인 박물학적 지식과 추리의 결합이 오랫만에 절묘하게 이루어졌다는 것도 좋았어요. 이래야 CMB지!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4점. 간만에 본 상당한 완성도를 지닌 수작입니다.

"아시즈리 계란말이 가게"

계란말이를 사러 간 신라 일행이 주인이 부재 중인 가게 안에 우연히 들어간 뒤 난장판이 된 가게 상황을 놓고 이런저런 추리를 한다는 일상계.

유머러스하고 즐거운 소동극으로 남겨진 증거들에서 극단적인 상황만 예상하는 이웃 사람들의 추리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묘사도 아시즈리씨가 도둑과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하이킥 연타,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는 장면은 프로레슬링으로 그려지고 있는 식으로 대놓고 개그스럽고요.

그러나 핵심 단서라 할 수 있는 "다.스.케.테"라는 글자가 작위적인 것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일종의 암호 트릭인데(당연하겠지만) 일본어라 국내 독자가 즐기기에는 무리일 뿐더러, 설정 자체가 억지스러웠거든요. 국내용으로 변주한다면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도지마롤", "와인", "주스", "슈크림"을 사러가기 위한 앞글자만 적어놓은 장보기 메모가 "도-와-주-슈"가 된다는 식인데... 설득력있게 와 닿지는 못했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Nobody"

밀매조직 소속으로 살인혐의로 체포된 3명의 용의자 중 진범이 누구인지를 밝힌다는 내용.

여러모로 평균 이하였어요. 일단 핵심 트릭이라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프로 청부업자들이 시신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설정. 오랫동안 피를 모아 놓는다는 설정 모두 설득력이 낮은 탓입니다. 피해자 카를로의 도주가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고요. 이런 이야기에 억지로 "자바 코뿔소의 뿔"을 집어넣어 CMB스럽게 만드려는 꼼수를 부린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고정 캐릭터인 쿠지라자키 경감이 신라에게 사건을 의뢰한다는 설정도 경찰이 왜 고교생에게 이런 것을 부탁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내용도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시체가 없다면 기소할 수 없다는 것도 옛말이죠. 우리나라도 얼마전에 유명한 "시체없는 살인사건"이 남겨진 증거만으로 살인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되기도 했으니까요. 일본의 판례는 좀 다를 수 있지만 누군가 죽었다는 것이 명백하다면 충분히 법원에서 살인혐의를 인정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1점.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그라운드"

물바다가 된 학교 운동장에 얽힌 사연이 드러나는 일상계.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던 학교를 무대로 한 일상계입니다.

그런데 사건의 발단이 되는 운동장 사건은 야구부 감독이 21세기 출전권을 노린 꼼수라는 것이 비교적 초반에 밝혀지고, 이후에는 신라 - 타츠키 컴비가 주축이 되어 벌이는 간단한 사기극이 전부입니다. 감독의 행동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도 문제네요. 엄연한 범죄행위에 당한 것을 제대로 항변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불가였거든요. 이런 유치한 사기극에 걸려들 정도의 인물이니 그럴만도 한건가?

여튼, 추리적 요소는 없는 그냥 학원 드라마에요. 타츠키 아버지의 활약 정도만이 인상적일 뿐이네요. 시리즈의 팬이라면 즐길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별점은 2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전체 평균 별점은 약 2.5점. 수작과 졸작이 섞여 있는데 그래도 전부 평작인 것 보다는 마음에 듭니다. 다음 권에도 최소한 한편의 수작이 있는 구성이었으면 합니다.

2020/06/05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7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도 40권 째를 향해 가네요. 이번 권에는 총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상계 두 편에 묵직한 이야기 두 편이라는 구성 역시 언제나와 비슷합니다. 특이한건 외전 형식의 근미래 SF가 한 편 있다는 점이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려 전체 별점은 평균하여 2점인데, 앞의 두 편이 심하게 망작인 탓입니다. 뒤의 두 편은 좋았어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길.

"크로스로드" 

악우惡友 요코야리와 친구들이 등장하는 학교 무대 일상계 소품입니다. 미국 뮤지션인 로버트 존슨이 십자로에서 악마와 계약하여 음악 재능을 손에 넣었다는 유명한 전설이 핵심 소재고요. 미술실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미묘하게 바뀐 분위기, 열쇠로 열리지 않는 미술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기름 냄새, 조명이 꺼졌다 켜지지 걸려있던 그림이 모두 바뀐 현상... 이 모든게 미술부원 미치바타의 급작스러운 실력 향상과 엮여 악마와 계약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는 이야기거든요.

미술실 괴담진상은, 미치바타가 실수해서 물감이 많이 튄 탓에 몰래 문을 잠가놓고 청소하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바닥에 튄 물감은 마법진을 그려 감추고, 벽에 튄 물감은 그림과 조각상을 옮겨 가린 것입니다. 악마 그림은 액자 앞 그림이 쉽게 떨어지도록 장치한 뒤, 불이 꺼졌을 때 벽을 울려서 떨어트린 것이고요.

그러나 동기가 무엇일까요? 미치바타가 이렇게까지 해서 괴담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믿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청소하는게 이런 수고로운 작업보다도 훨씬 빨랐을거라는 점에서도 설득력이 낮고요. 그림 실력이 좋아진건 엄연한 사실인데, 단지 '아름답다고 생각한 무언가(여기서는 신라의 암모나이트 화석)를 만났기 때문이라는 결말도 허무했습니다. 그림 실력이 이런 급작스러운 계기로 엄청나게 좋아진다는건 솔직히 말도 안됩니다.

무언가 새로운 걸 만나는 장소라는 의미의 '십자로' 메타포를 가져온 건 나쁘지 않습니다만, 동기와 트릭, 진상 모두 마음에 들지 않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종려나무 동전"

마우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신라와 타츠키를 만났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 반도에서 몇 번이나 습격당하고도 살아남은 마을의 비밀이 숨겨져있다는 고대 그리스 동전의 비밀을 풀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종려나무가 그려진 동전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신라는 그 마을로 향했고, 그 곳 성당에 새겨진 시계 조각을 통해 진상을 깨닫는다.

'발칸 반도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는, C.M.B 다운 현학적 재미를 선사하기 위한 소재로는 지나치게 무거웠습니다. 비밀의 해답이 "용서해라" 라는 메시지였다는 결말도 많이 허무했고요. 이를 알아내는 방법도 너무 뻔했습니다. 성당 시계 조각의 시간과 분을 시계 문자반 성인 이름에 대입한 '마태 복음 18장 22절, 누가 복음 23장 34절'이라는 건데, 암호 트릭이라고 보기에는 함량 미달입니다. 의외성이라고는 전무하니까요.

현학적으로 얻을 내용이 많지 않고, 결말도 의외성 없고 트릭도 수준 이하라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네요. 최근 마우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모두 이 모양인데, 안 나오는게 낫겠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광구 A-11"

아무도 없는 소혹성 광구 A-11의 유일한 작업원이 총에 맞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항공우주감사관 나나세는 우주공학박사 신라와 함께 진상 조사를 위해 소혹성으로 향하는데...

2075년을 무대로 한 근미래 SF 추리극입니다. 로봇 외 작업원은 1명 뿐이라는 가혹한 상황에, 가족의 죽음까지 겹쳐 자살한 것이라는 동기도 설득력 높으며, 아시모프의 로봇 공학 3원칙과 소혹성의 특이한 상황을 이용한 과학적인 트릭도 돋보이는 수작입니다.

트릭이 특히 돋보이는데, 그냥 우주 공간에 대고 총을 쏜 겁니다. 그러면 탄은 궤도 비행을 하게 되는데, 근처에 있는 달 때문에 가속이 붙어 위력이 더욱 커져서 살상 위력을 발휘하게 된 것입니다. 총알이 제 자리로 다시 돌아오려면 소혹성을 한 바퀴 돌아야 하니, 그 동안 매그너스는 총을 쏜 뒤 그걸 다시 정리해서 창고에 가져다 놓아서 일종의 완전범죄를 만들었고요. 이렇게 모든게 아주 합리적이고 과학적입니다.

로봇 3원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건 현장에 있던 로봇 팔이 매그너스는 왜 죽었는지 말해주지도 않고, 총을 마지막에 창고에 가져다 놓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답할 수 없다는 식으로 진상을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못하는 이유도 그럴싸합니다. 매그너스가 자살했기 때문이에요. 자살은 허락되지 않는 행동이라, 그의 생명 뿐 아니라 '존엄'까지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는 거지요. 조금 카톨릭적 발상인데, 뭐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타츠키와 신라의 미래 모습도 재미있었고, 외전으로서 여러모로 충분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다른건 몰라도 트릭만으로도 별점 3점은 너끈해요.

"고양이 꼬리"

일본 어디에나 있는 시골 마을. 특이한건 그곳 출신의 유명화가 이토우 류우카에 관련된 소문으로, 그는 재산을 황금으로 바꾸어 마을 어딘가에 숨겨두었다고 했다. 유일한 단서는 "고양이 꼬리 앞에 있다"는 그의 말 뿐이었다. 초등학생 후루타는 이 소문을 알게 된 후 친구들과 마을의 '네코다 신사'로 향한다. 절벽 위 신사 뒷쪽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 꼬리'라는 말, 절벽 위에 덩그러니 위치한 신사, 보통 육지와 이어져있는 땅을 뜻하는 '에가시라'라는 이름을 가진 신사 앞바다의 섬이라는 단서로 화가가 말한 의미를 밝혀내는 일상계 작품입니다. 신사와 에가시라 섬은 원래 이어져있었는데 지진으로 이어진 지형이 붕괴하여 신사는 올라갈 수 없는 절벽 위에 놓였고, 에가시라는 섬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예전 지형으로 생각해야 답을 알 수 있는 것이죠.
즉, 예전 마을은 멀리서 보면 고양이 모양이었다는게 진상입니다. 네코다 신사의 이름도 고양이 모양의 머리에 위치했던 거에서 유래된거지요. 황금은 화가가 이 말을 한 가을 저녁때에야 그 정체를 알 수 있어요. 곡식과 나뭇잎이 황색으로 물들고, 석양이 강에 반사되어 황금색 고양이가 출현하는걸 의미한 겁니다. 고양이 꼬리 앞은 모두 황금색!

이렇게 민속학적 테마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낸건 아주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응용해 봄직한 이야기가 충분히 있을듯합니다. 제가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선바위역의 원래 있었던 선바위 위치를 토대로 뭔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런데 초등학생마저도 화가의 말을 들었을 때 "보물은 신사 뒤"라고 생각했지만 보물이 그곳에 없다는게 전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은 살짝 옥의 티입니다. 신사 뒤 동굴은 너무 위험하여 이 곳에 들어갔던 사람은 모두 죽어버린 탓이라는건데, 섬뜩하면서도 기발하기는 합니다만 이게 현대까지 이어진다는건 조금 설득력이 약하지요. 또 화가의 말은 이어져 왔으면서도, 정작 마을이 고양이 모양이었다는 것 역시 구전되지 않은 것도 이상합니다.

그래도 일상계로는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수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9/11/18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1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31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카토우 모토히로의 시리즈 만화입니다. 지난 몇 년간 출간 자체를 잊고 살다가 찾아보니 꽤 많이 출간되어 있더군요. 주말에 몰아서 읽었는데, 리뷰는 천천히 한 권 씩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C.M.B와 Q.E.D는 서로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명백한 큰 차이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구성 면에서 그러합니다. 거의 예외 없이 1권에 2편의 이야기라는 구성을 선보이는 Q.E.D와는 다르게, 보통 3~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짧기에 읽기 쉽다는건 장점이지만, 부족한 설명과 억지스러운 전개 때문에 완성도 면에서는 조금 부족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또 추리적으로는 여러모로 Q.E.D 보다는 부족한 작품들이 많은 것도 분명하고요. 이번 권도 장, 단점은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오랫만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래된 시리즈로 캐릭터는 식상하고 내용도 타성에 젖어있지만, 조금이나마 신선하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재미는 나쁘지 않은 편이니까요. 추리적으로 완성도 높은 이야기도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지옥혈"

도쿄 근교 시골 마을에서 산사태 발생 후 '지옥혈'이라고 불리우는 동굴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옥혈은 일본 전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사후 세계와 통하는 장소' 중 하나로, 그냥 전통적인 민속 풍습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6명이나 사라지자 방송국까지 출동하여 취재를 벌이는데...

산사태로 관광객이 줄었는데 마을에 갑자기 돈이 넘쳐난다는 설정만 보아도 무언가 수상하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억지로 마을 사람들을 모두 모이게 하는 행사가 진행된다는건, 이 행사에 맞추어 사건이 일어날거라는 것도 뻔하고요.

그러나 이를 '불법 산업 폐기물 투기'와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는 돋보입니다. 도쿄와 가까우며, 곧 메울 구멍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도 높고요. 무엇보다도 지옥혈과 관련된 일본 전설을 복선처럼 깔고, '그쪽 세계의 음식' 이라는 소재로 사건을 저지른 사람들의 심리를 풀어내는 마지막 장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수학과 과학보다 민속과 풍습, 전설 등을 이야기의 밑바탕에 깔고가는 C.M.B에 아주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C.M.B의 그간 부진을 충분히 만회할 만한 멋진 이야기였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고스트 카"

캠핌장 외길에 반년 전에 죽은 화가 이누야나가의 알파 로메오가 나타난 뒤 사라져 버리고, 다음날 캠핑장에 찾아온 신라와 친구들은 근처 숲에서 기묘한 상황에 놓인 알파 로메오를 발견한다. 겸사겸사 사건에 휘말린 신라 일행은 이윽고 이누야나기 씨의 복잡한 집안 사정과 유산 상속 등에 관련된 문제를 듣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유산 중에서도 핵심인 300호짜리 그림이 깜쪽같이 사라진 것. 아들 토라오와 요이치는 백부 네코지로를 의심하고, 네코지로는 토라오가 범인이라 확신하는데...

차가 숲 속에 떨어진 이유와 300호 그림이 사라진 사건을 엮은 진상은 괜찮습니다. 두 사건이 전혀 관계없는 것 처럼 전개하다가 마지막에 하나가 되는 과정이 꽤 그럴듯하거든요. 네코지로의 횡령은 사실로, 이누야나기씨가 이런걸 다 알고 유산 배분을 했다는 결말 - 네코지로에게 물려준 아틀리에는 거액을 들여 축대를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 도 나쁘지 않아요. 나름 완벽한 해피엔딩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전개 외에는 모든게 함량 미달입니다. 초반부의 알파 로메오의 등장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을 뿐더러, 차고가 움직인게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낮습니다. 범인인 백부 네코지로의 계획대로 잘 되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 않네요. 뭐 그래도 이전에 워낙 지뢰들이 많아서 이 정도만 되어도 고맙게 볼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돌아다니는 시체"

4인이 함께 사는 다세대 주택에서 주민 중 1명인 코노가 살해된다. 사체를 자신의 집에서 발견한 회사원 도이는 패닉 상태에서 유력한 용의자인 나카니시의 집으로 시체를 몰래 옮겨 놓는다. 나카니시도 또 다른 용의자인 츠다의 집으로 시체를 옮기고 츠다는 다시 도이의 집에 시체를 가져다 놓는다. 결국 이들은 모든 사건을 해결해준다는 소문을 믿고 신라에게 시체와 함께 찾아온다.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이 중에서 중요한 단서를 뽑아내어 진상을 밝혀낸다는 전형적인 Q.E,D 스타일의 작품. 이게 왜 C.M.B 에피소드로 등장했는지 잘 모르겠어요.C.M.B 특유의 박물학적인 이론도 전혀 등장하지 않으며, 신라도 어린아이와 같은 캐릭터성 없이 평범한 탐정 역할만 수행하여 전혀 차별화되는 부분이 없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다세대 주택 주민들 모두가 코노와 원한 관계가 있었다고 해도, 범인이 시체를 그 안에 숨겨놓는 것 정도로 죄를 뒤집어 씌울 수 있다고 생각한건 말도 안되죠. 코노의 방에 시체를 돌려 놓는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잖아요? 일본 경찰이 아무리 무능하더라도 싸움을 한 것도 아니고, 말린 정도로 혐의를 씌워 체포할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요.

결론적으로, 시리즈 특유의 매력도 없고 추리적으로 억지스러운 평균 이하 졸작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제 27회 탐정 추리 회의"

잡지사에서 상금 100만엔인 추리 게임 대회를 열었다. 사회자가 문제를 내면, 진상을 추리하여 정답자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7년전에 실제로 일어났지만 미궁에 빠진 사건이 문제로 등장했다.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정답없는 사건이지만, 모든 수수께끼를 남김없이 밝힐 수 있는 해답이라면 정답을 인정한다는 조건이었다.
문제인 사건은 마술사 야마다 요시후미가 수조 탈출 마술을 펼치다 사망한 사건으로, 2명의 제자가 유력한 용의자였다. 둘 중 한 명은 후계자에서 탈락하여 앙심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수수께끼는 모두 세가지, 왜 요시후미는 예정대로 공연 직전에 후계자를 밝히지 않았는지? 누군가 마술 장치에 손을 댔다면 어떻게 감시를 피할 수 있었는지? 왜 무대 위에서 살해되었는지? 누전은 어떻게 일으켰는지? 신라는 사건의 진상을 풀 '경이의 방'으로 모두를 안내한다.

추리 게임 대회라는 형식을 빈 정통 추리물입니다. 진상은 공연 전 범인은 이미 요시후미를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시후미는 공연 전에 밝히기로 했던 후계자의 이름을 말할 수 없었고, 범인도 차분히 마술 장치에 손을 댈 수 있었던 겁니다. 수조에 전기를 흐르게 한 건 이미 죽은 사체가 움직이게 만들어 사망 시간을 위장한 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함이었고요.

트릭만 놓고 보면 충분히 수긍할만해서 추리적인 완성도는 높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추리 게임 대회라는 설정과 전개 방식입니다. 추리 게임 대회는 요시후미의 딸이 범인을 밝혀내기 위한 일종의 추리쇼였다는건데 솔직히 말도 안되거든요. 무엇보다도 유력한 용의자인 야마사키 토모히데, 즉 쿠로츠 유우키가 본인이 범인인 사건이 문제로 출제된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평상시와 같은 논리로 의견을 주장한다는건 아무리 보아도 현실적이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경찰이 수조에서 죽은 건지, 외부에서 살해당한 뒤 수조에 넣어진 것인지를 알아내지 못했다는 등의 디테일도 눈에 거슬렸고요. 이렇게 억지스러운 게임 대회를 만드는 것 보다는, 마술 공연을 보던 신라와 타츠키가 현장에서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내용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거에요. 그랬다면 별점 4점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별점은 2.5점입니다.

2017/03/11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9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1.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9 - 4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8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점

전통의 시리즈입니다. 출간된 지 1년 가까이 되었는데, 이제서야 읽었네요. 이번 권에는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심하게 부족합니다. "Q.E.D"와 함께 진행하는 이유를 정말이지 모르겠어요. 이래서야 두 이야기에서 베스트만 뽑아도 평범한 수준에 머무를 듯 합니다. 부디 작가가 한 길에 집중해 주었으면 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프라 크르앙" 

신라와 타츠키는 사망한 실버의 유품에 관련된 의뢰 때문에 미국 석유왕 실버 루빈 저택을 찾았다. 유품은 프라 크르앙으로, 타이에서 악령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휴대하는 부적인데 그다지 비싸거나 귀하지 않은, 별 볼일 없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실버의 손녀 프리실라의 부탁으로 신라 일행은 유물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뭔가 훈훈한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실버가 생명의 은인 시타를 가지고 논 것(?)이라는 씁쓸한 결말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문제는 이 정도 반전이라면 이야기가 좀 더 정교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곳곳에 구멍이 너무 많아요. 시타가 타락하여 송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게 된다는 극단적인 설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를 위해 그다지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도 않고요.

한마디로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거의 없는 졸작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 

신년 참배를 위해 방문한 신사에서 사츠키는 가방을 둘러싼 절도를 목격했다. 곧바로 가방을 습득한 사츠키는 경찰에게 전달했지만 가방이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두 명 나타났다. 내용물 중 화장품은 여성의 것으로 보였지만 지갑은 남자 것이고, 심지어 남자는 금액까지 맞췄다. 가방은 누구의 것일까?

"Q.E.D"에서 자주 접했던, 상반된 증언에서 진실이 뭔지 밝혀내는 전형적인 카토우 모토히로 스타일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는 심하게 별로입니다. 절도 사건의 핵심 이유인 현금 카드에 대한 추리가 비약이 너무 심한 탓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초능력 영역이니까요. 게다가 신라가 가방이 여성의 것이라고 확신한 이유가 단지 립스틱 컬러가 같아서라는건 근거가 약합니다. 유행하고 있는 컬러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나마 남자가 금액을 확신한게 이상하다 - 도난당했으면 돈이 없어진게 당연할 테니 - 는 정도만 논리적으로 말이 되기는 하는데, 이 역시 아무리 도난 당했어도 "얼마가 들어있었다"라고 주장하는게 그렇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전편에 비하면 추리물이라고 부를 수 있기는 하기 때문에 약간의 점수를 더합니다만, 평균 이하라는 점은 같습니다.

"동백 저택" 

몇 대 째 이어져 온 하리바 상사의 현재 사장은 철없는 애송이로, 자금난으로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하기 위해 상속받은 낡은 저택을 팔아서 자금을 마련하려 하는데...

일종의 보물 찾기 이야기인데 화투가 관련되어 있다는게 너무 명백하고, 이외의 별다른 수수께끼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정원을 돈을 들여 깔끔하게 고치는 와중에 숨겨진 다리와 금고를 못 찾아낸 것부터 말이 안되고요. 

동백과 산다화의 차이를 알려주는 것 정도만 건질만 합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자백" 

신라의 지인 류보쿠를 살해한 용의로 수감된 가모우는 범행을 부인해오다가 결국 자포자기한 채 자백했다. 하지만 변호사는 가모우의 옷에 피가 튀지 않았다는걸 물고 늘어지는데...

이번 권에서 그나마 가장 제대로 된 추리물입니다. 가모우의 범행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수수께끼인 '왜 살해 현장이 현관이었는지?''왜 가모우에게 피가 튀지 않았는지?' 모두 추리를 통해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첫 번째 답은 '피해자가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것 같아 길을 지키고 있던 것'이며, 두 번째 답은 '피해자가 들고 있던 칼에 맞서 범인이 우산꽂이를 가지고 싸우다가, 우산꽂이에 칼이 끼워져 창처럼 사용해 피해자가 찔려 죽었는데 우산 덕분에 피가 튀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추리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결정적 증거이자 트릭인 우산꽂이의 경우, 우연에 의한 것이라는 약점에 더해 당연히 우산꽂이에 묻었을 혈흔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우연한 트릭이 경찰에 발견되지 않았다는건 설득력이 약하지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4/06/17

CMB 박물관 사건목록 25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25 - 6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CMB 박물관 사건목록 24 - 카토우 모토히로 : 별점 2.5점"

드디어 최신권까지 따라잡았습니다! 

이번 권에는 모두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한 개를 빼고는 모두 일상계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약간 쉬어가는 느낌도 듭니다. 덕분에 편안한 맛도 나쁘지 않았고요. 반면 추리적인 정교함이나 짜임새는 부족했고, C.M.B에서 기대해봄직한 박물학적인 지식 공유는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도 충분히 볼만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타츠키가 완벽하게 공기화되었다는게 눈에 뜨입니다. 타츠키가 "Q.E.D"의 토마에게 첫눈에 반해서 가나와 한판 대결을 펼친다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 한, 어떻게해도 구제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신라와 정신연령 등 전체적인 수준에서는 마우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탓에 신라하고는 커플로 엮기도 어려우니까요. "Q.E.D"는 그래도 커플링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가끔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등장하는데 "C.M.B"는 점점 꼬마 천재 추리극에 머무는 듯 하여 아쉽습니다.

에피소드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뜻밖의 보물"

항상 뭔가 사건을 가져오곤 하는 동급생 친구(네코아리였나요?)의 부탁으로, 그의 사촌이 거금을 빌려가 짓고 있는 펜션에 숨어 있다는 보물을 찾는 이야기.

사촌이 펜션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보물 때문이 아니라 좋아하던 아가씨가 그 시골 마을로 귀향했기 때문입니다. 보물의 존재보다는 이러한 사촌의 사업 동기를 밝혀내는걸 좀 더 추리적으로 꾸미는게 좋았을 겁니다. 보물은 그냥 핑계일 뿐, 없어도 바뀔 게 없으니까 말이죠.

또 보물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지는 맥락상 부동산 아저씨는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는지도 의문입니다. 어차피 목욕탕 물을 대기 위해서는 수맥을 끊어야 했을 테고, 그러면 언젠가 밝혀졌을 텐데 괜히 이야기만 복잡해졌어요.

때문에 결론적으로 별점은 2.5점. 잔잔하면서도 유쾌한 드라마이지만 추리적으로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으며 C.M.B 특유의 박물학적 지식 전달 역시 마지막 버섯 이야기가 잠깐 등장하는 것 말고는 없어서 감점합니다.

"백 스토리"

"활피가죽"으로 장인이 만든 가방을 두고 "생각하는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맞추는 경쟁을 한다는 이야기.

온갖 지식에는 통달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신라가 패배한다는 드라마가 제법 괜찮은 소품입니다. 그동안 건방진 꼬마 아이라는 인상이었기에 이런 결말도 나쁘지 않네요.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서 어른들의 결말(가방 판매)로 이어지는 전개도 좋았고요. 가죽 무두질 방법과 단테의 신곡에 대한 정보 제공도 마음에 듭니다.

추리적으로는 눈여겨볼 부분이 전무하지만 깔끔한 완성도는 인상적으로, 이번 권의 베스트 단편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그 아침, 8시 13분"

아침 출근길마다 실종된 것으로 알고 있는 여성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의 이야기.

기묘한 상황 설정과 여성이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대한 트릭은 나쁘지 않으나, 용의자가 명백한 실종 사건을 연극으로 꾸며서 진상을 밝혀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만화는 만화일 뿐이지만, 그래도 너무 비현실적인 설정이었어요. 게다가 신라에게 의지해서 작전을 꾸미다니 이래서야 경찰은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네요. 실종된 여성의 이름으로 장난친 것도 공정해 보이지 않았고요. 

이번 권 최악의 작품입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향목"

향도를 배우는 남성이 유령을 목격한 사건의 진상.

간단한 장난에 가까운 일상계 소품으로 두 개의 수수께끼가 등장합니다. 유령 목격담과 향목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죠.
두 가지 모두 괜찮았습니다. 유령 목격담은 인간 심리를 잘 활용한 드라마인데, 최초 목격담은 거짓이었다는걸 제대로 설명해 주면서 두 번째 목격담의 진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향목의 정체도 C.M.B 특유의 박물학적 지식 전달과 함께 의외의 진상을 밝혀주어서 마음에 들었고요. 사실 이렇게 사용되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딱 한 가지, 두 번째 유령 목격담이 과연 잘 되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조금 들기는 하나,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즐길 거리가 많은 이야기였어요.

2024/07/24

2024년 7월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중식당 남풍 코스

신라 호텔에서 코스를 즐겼던게 엊그제같은데, 다시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일이 생겼네요. 이번에는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부산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부산은 잘 모르지만, 부산 어르신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식당이 파라다이스 호텔 중식당 남풍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약 후 지난 일요일 점심에 코스 요리를 즐겼습니다.
저희 가족이 고른건 Steve Jun 코스였습니다. 디저트까지 모두 8개의 요리와 식사가 이어지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Steve Jun 스페셜 냉채 :
랍스터 회, 찐 전복, 해파리 냉채, 멘보샤(?), 닭 조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료도 좋지만 회부터 튀김, 조림까지 다양한 구성에 간도 적당하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2. 남풍 시그니처 딤섬 3종 : 
하가우, 샤오마이, 구채하 3종. 새우와 부추가 섞인 구채하가 제일 좋았습니다. 다른 2종은 비교적 흔하게 먹을 수 있기도 하니까요.
3. 최고급 통 상어지느러미 찜 :
크기로 압도하네요. 4년 전 신라호텔에서 먹은 것 보다 소스가 훨씬 묵직하고 진한데, 크기가 커서 그런지 잘 어울렸습니다. 고급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전해 주고요.
4. 남풍 서해산 어자 해삼 활전복 :
'어자'는 소스 이름인 듯 합니다. 재료가 좋아서 맛있게 먹었지만, 간은 다소 심심했습니다. 조금 더 짭짤한게 좋았습니다. 
5. 북경 오리 1마리 :
셰프님이 직접 와서 손질해 주시고 말아주셨지만,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배가 부르기 시작해서 양이 적고 조금 자극적인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북경 오리를 뺀 조금 더 저렴한 코스를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홍삼 고법 불도장 :
불도장은 제가 좋아하는 요리입니다. 맛있었습니다. 재료도 좋았고요. 하지만 역시 뭔가 좀 심심하다는게 아쉬웠어요.
그리고 식사로는 랍스터 짬뽕, 마지막으로 다과로 구성된 디저트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식사와 디저트는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두 개 모두 별로였습니다. 랍스터 짬뽕은 랍스터는 질겼고 간도 애매했으며, 디저트도 가격에 걸맞는 퀄리티로 여겨지지는 않은 탓입니다. 

신라 호텔과 비교해본다면, 신라 호텔 쪽이 압승입니다. 맛이 없는건 아닌데, 남풍의 간이 전반적으로 제 입맛과는 잘 맞지 않았던 탓이 큽니다. 많이 심심했는데, 이런 간이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한 좋은 식사였기에 만족합니다. 서비스도 좋았고요. 다름에 방문하게 된다면, 맛있게 즐겼던 요리 단품으로 몇 가지 시킬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