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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5

여류 조각가 상/하 - 미네트 월터스 / 임옥희 : 별점 3점

여류 조각가 -상 - 6점 미네트 월터스 지음/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여류 조각가 -하 - 6점 미네트 월터스 지음/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조각가"라는 별명이 붙은 희대의 살인마 올리브. 그녀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토막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어 있다.
그녀에 대한 작품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신청하고 자료를 조사하던 작가 로즈는 그녀에 대해 알게 될수록 그녀의 혐의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고, 올리브를 최초로 체포한 경찰 할과의 만남을 통해 또다른 이상한 범죄에 말려드는데....


미네트 월터스의 유명한 작품이죠. 읽기 전 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에드가 상 수상작일 뿐더러 워낙 평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절판되어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구하자마자 바로 읽게 되었습니다.

여성 사이코 살인마가 등장하고 그 살해방식의 잔인성에 촛점이 맞춰진 초반부는 "검은집"이나 "유니스의 비밀" 같은 작품을 연상케하는데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정통 추리물로 변해 나가는 전개 과정의 의외성이 돋보이네요. 추리적인 수준 또한 높고요. 극히 적은 단서들을 하나씩 추적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이치에 맞고 치밀하거든요. 저는 마지막까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인물이 범인이라는 점에서도 정말 놀랐고요.그 외에도 나름대로 여운과 독자의 상상을 어느정도 허용하는 결말도 인상적이었어요.
아울러 여성 작가다운 묘사도 볼거리인데 특히 주요 캐릭터인 올리브는 정말 굉장하게 묘사됩니다. 키 180cm에 체중이 160Kg이나 되는 압도적인 외모에 파괴적인 충동, 그리고 식탐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작품안에 넘쳐나기 때문에 제가 읽어 왔던 추리소설 캐릭터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라 생각되네요.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불필요한 잔가지, 예를 들면 할이라는 전직 경찰과 변호사 피터 크루에 관련된 사건과 같은 요소는 좀 지루했어요. 왜 나왔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리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올리브의 묘사에 비해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리 가득찬 주인공 탐정 작가 로잘린드(로즈) 레이는 캐릭터는 읽는 내내 짜증을 유발할 정도로 별로였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번역이 굉장히 문제가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까칠까칠하고 거슬려서 읽기 힘들 정도였어요. 요새는 좋은 번역을 만나기가 어렵군요.

그래도 에드거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작품 다운 재미와 수준은 충분히 전해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별 3개는 충분히 줄 만 합니다. 역시 MWA상과 에드거상, 대거상 수상 작품들은 전부 기본 이상은 해주네요.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단, 번역은 감수하시길....

PS : 로즈의 캐릭터는 영화 "데이비드 게일"의 빗시 블룸과 굉장히 유사한 면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히스테리성향이 있는 전문직 여성이라는 묘사도 그렇지만 탐정역을 소화하는 과정이 상당히 닮았어요. 뭐 이런 류의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요.

2005/09/17

폭스 이블 - 미네트 월터스 / 권성환 : 별점 3.5점

폭스 이블 - 8점
미네트 월터스 지음, 권성환 옮김/영림카디널

영국의 한적한, 하지만 부유한 사람들의 별장지로 알려진 시골마을 센스테드. 이곳의 유지인 로키어-폭스 가문의 장원에서 에일사 부인이 얇은 잠옷만 걸친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자연사로 판단했지만, 마을 주민 사이에서는 에일사의 남편이자 장원의 주인 제임스 대령이 살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제임스 대령의 집에는 괴전화가 계속 걸려오기 시작했고, 대령은 손녀 낸시를 찾았다. 그런데 낸시는 대령의 딸이 아버지를 모르고 낳은 딸이었던 탓에, 대령이 가문의 명예를 생각해서 몰래 입양시켰던 과거가 있었다. 그래서 낸시는 유산 상속을 거부했다. 그러나 협박이 계속되어 낸시는 결국 대령을 돕기로 결심하고, 크리스마스에 장원을 방문했다.
대령의 변호사 마크와 낸시는 힘을 합쳐 대령을 도왔고, 에일사의 죽음에 관련된 배후의 진상을 조사했지만 수수께끼의 남자 폭스 이블이 행동을 개시하는데....

앞선 미네트 월터스의 장편 2편을 읽고 주저없이 구입해서 읽게 된 작가의 3번째 장편입니다. 데뷰작 "냉동 창고"가 존 크리지 상을, 두번째 작품 "여류 조각가"가 에드가 상을, 이 작품이 골드 대거상을 수상했으니 정말 상복 많은 작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담이지만 그동안 이 상들을 수상한 작품들은 기대를 배신한 적이 없습니다. 항상 어느 정도의 재미와 수준은 갖추고 있었지요. 수상작들은 어떤 작품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으리라 판단됩니다.

하여튼, 이 작품은 전작 중에서 "냉동 창고"와 같이 시골 장원을 주 무대로 그리고 있습니다. 여러 타입의 동네 사람들과의 갈등관계를 그리고 있는 점, 콩가루 집안의 내력을 묘사하는 점도 전작들과 비슷합니다. 이런 하드보일드스러운 복잡한 갈등관계의 묘사가 작가의 특기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과의 차이도 큽니다. 대표적인건 남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글을 풀어나가고 있는 점입니다. 제임스 대령의 변호사 마크와 수수께끼의 악한 폭스 이블을 축으로 극이 전개되거든요. 특히나 폭스 이블이라는 인물의 묘사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여성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낸시는 "강한 여성"을 표방하던 그간의 작품들과 비슷한 캐릭터라 조금 단조로운 느낌은 들었습니다만, 특유의 치밀한 심리 묘사로 전작들과 다른 차별점을 가지면서 잘 그려냈다고 생각됩니다.
또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잔인하고 똑똑한 폭스 이블의 정체를  서서히 드러내는 전개도 괜찮았습니다. 전행에 맞춰 여러 단서를 하나씩 던져주면서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덕분입니다. 마지막의 깜짝쇼처럼 진상이 밝혀지며 반전이 연속되는 부분은 갑작스럽게 등장해서 좀 난데없기는 합니다만, 나름 괜찮은 해결 방법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기사와 인터뷰, 편지 등이 상당히 중요하고 적절하게 사용되는데, 이런 부분을 표현하는 책의 편집도 좋습니다. 기사들 중에서 "얼음 창고" 주인공 중 한명이었던 여기자 앤 카트렐이 잠깐 언급되는 것은 팬으로서 반가운 부분이었고요. 마지막으로 "우리편"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번역으로 읽으니 재미가 더 컸습니다. 솔직히 앞선 두 작품보다 조금 지루하고 단조로운 면이 있고 사건의 "충격"적인 면에서도 전작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앞선 두 작품은 형편없는 번역 때문에 미네트 월터스라는 작가의 진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거든요. 흥미와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좋은 번역과 좋은 출판 기획이 얼마나 작품에 중요한 요소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가격도 적당한 편이고 재미도 있으니 읽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2005/09/14

냉동 창고 (Ice House) - 미네트 월터스 : 별점 3.5점

냉동창고 -상 - 8점
미네트 월터스 지음/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냉동창고 -하 - 8점 미네트 월터스 지음/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부모님의 자동차 사고로 인한 죽음과 남편의 실종 탓에 "마녀"라고 불리우는 그렌지 장원의 여주인 포베. 그녀는 레즈비언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면서도 그녀를 도와주는 절친한 친구 2명의 도움으로 역경을 헤쳐나간다. 그러던 와중에 그렌지 가문의 냉동 창고 안에서 거의 뼈만남은 시체가 발견되고 10년전 실종된 남편 데이비드 메이베리의 수사를 담당했던 월시 반장은 시체가 데이비드일 것이라는 확신하에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검시관의 소견서에 의해 그 가능성은 부정되며 외려 당시에 실종된 파산한 사업가 톰슨이 시체에 합치되는 인물로 떠오른다.
열혈 형사 맥로린은 월시 반장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마녀라 불리우는 3명의 여인과 그들의 가족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면서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가는데...

얼마전에 읽은 "여류 조각가"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 된 미네트 월터스의 작품입니다. 몰랐는데 이 작품이 데뷰작이네요. 뭐 시리즈 작품은 아닌 만큼 순서가 바뀌었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지만...

어쨌건 읽다보니 "여류 조각가"와는 많은 차이점이 느껴졌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여류 조각가"가 올리브라는 캐릭터의 강렬함으로 승부하는 느낌이 강하다면 이 작품은 보다 아기자기한 구성을 보여준다는 것을 들고 싶네요. 영국 시골 마을을 무대로 "생활"에 녹아 들어가 있는 범죄와 그 잔인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애거서 여사님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구석도 많이 있고요.
하지만 고전 영국 추리물의 판박이가 아닌 스스로 지닌 장점도 확실한데 대표적인 것은 현대 여류 작가다운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발군이라 단순함을 많이 극복하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3명이나 되는 여성 주인공들을 모두 개성이 잘 살아있게 묘사하면서도 심리와 정황을 굉장히 세밀하게 다룬다는건 쉬운 일은 아니죠. 그 외의 묘사들, 예를 들면 마을 사람들의 집단적인 광기 같은 묘사도 좋았고요.
추리적으로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의 앞뒤가 잘 들어 맞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다 제각각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고 있어서 상당한 짜임새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여성 캐릭터들에 비해 남성 캐릭터들 묘사가 너무 실망스러워요. 주인공인 탐정역의 맥로린마저도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때때로 파괴적이기까지 한 정신사나운 캐릭터로 묘사될 정도니 말 다했죠. 게다가 선한 인물로 나오는 남성들은 대체로 외모면에서 보잘것 없다는 것, 그나마의 선한 인물 두서너명을 제외한 나머지 남성들은 하나같이 인간 쓰레기급으로 그려지는 것은 남성에 대한 혐오감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작가가 남성에게 크게 당한적이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또 경찰의 수사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편견에 가득차 있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특히 월시 형사부장의 성폭행급의 언사가 난무하는 심문 장면 같은 것은 들통나면 바로 옷을 벗어야 할 정도로 지독한 수준으로 그려지는데 이 점 역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마지막으로 추리적으로도 딱 한가지, 앤의 금고안에서 발견된 칼은 대체 무슨 용도였을까? 하는 의문이 해결이 안되는 것도 의아했어요. 중요한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중이 작게 다루어졌달까요?

그래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작가의 데뷰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에요. 이 정도 필력과 완성도라면 별점 3.5점은 충분하죠. 맥이 끊긴 듯 했던 영국 여성 추리작가의 후계자가 되기에 충분한 작가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덧붙이자면 전작 "여류 조각가"에서도 지적했듯이 번역의 문제는 심각한 편이라 내용 이해 자체가 힘들 정도입니다. 좀 제대로 된 번역으로 출간되면 더욱 좋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2009/10/29

아웃 1,2 - 기리노 나쓰오 : 별점 4점

아웃 1 - 8점
기리노 나쓰오 지음/황금가지

도시락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4명의 여인 마사코와 요시에, 야요이, 쿠니코는 서로 팀을 짜서 일하는 관계. 그러던 어느날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야요이가 마사코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정통 추리물도 아니고 특별한 반전도 없는 만큼 대단하진 않지만 염두해 주세요.

정말 끔찍한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더 이상 갈 곳 없는 막다른 막장의 심리를 이보다 잘 표현한 소설이 있을까요? 읽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다른 작품들에 비해 뒷맛이 개운치 못한 탓에 더더욱 끔찍한게 아니었나 싶네요. 기리노 나쓰오 작품은 세편 ("얼굴에 흩날리는 비", "내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부드러운 볼)", "암보스 문도스") 만 접해보았지만 사람 마음을 후벼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습니다.

끔찍하고 인상적이었던 이유를 들자면 첫번째로는 등장 인물들의 도를 넘는 이기주의와 자기 합리화를 들고 싶네요.
자신이 자초한 회사내 왕따(?)로 인해 회사도 잘리고 가정에서도 남편과 아이 모두에게 소외된 주인공 마사코는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절대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바람나고 도박에 빠진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야요이 역시 남편과 어떻게 잘해보려는 의지는 작품내에서 전혀 보이지 않고요. 시어머니와 딸에 치여 사는 요시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터무니없는 과소비로 빚더미에 눌려사는 쿠니코는 뭐 말할 필요도 없죠.
즉 본인 스스로들이 세상의 모든 고민과 불행을 지고 사는 것 처럼 묘사는 되지만 원인 자체부터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대부분 망각되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벗어나거나 개선하려는 의지는 눈꼽만큼도, 1mg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그야말로 극단적 이기주의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야요이와 마사코는 이혼과 같은 현실적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요시에는 무너진 가정을 홀로 지탱할 뿐 딸에 대해서는 전혀라고 할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거의 "짐"으로 여겨질 만큼요. 엄청난 민폐 캐릭터지만 상황을 현실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며 본능에 의해서 움직이는 쿠니코가 차라리 인간적으로 보일 정도였어요.

두번째 이유는 지옥행 급행열차에 대한 묘사를 들고 싶습니다. 어려운 상황만 당장 벗어나려 발버둥치려는 현실이 결국 지옥으로 향하는 전개는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보아왔지만 이 작품의 처절함은 수준이 다르더군요. 처음에는 어쨌건 "선의"였을 수 있는 친구 남편 시체를 토막내어 유기하는 행위가 우정의 파탄과 더불어 협박, 또다른 시체 유기와 같은 단계를 거쳐 결국 살인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과정이 디테일하면서도 너무나 적나라하거든요. 때문에 중반에 등장하는 "시체처리 부업" 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깜찍하고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절대 절망 엔딩입니다. 알거지가 된 야요이는 그래도 나름 미모가 있으니 조금 나은 편이고 마지막에 사다케에 의해 만신창이가 될 뿐 아니라 결국 모든것을 잃고 그야말로 "홀로" 남겨지는 마사코의 결말도 비참한 수준이나 그래도 그녀에게는 현실에서의 탈출과 거금이라는 보상이 있는 반면 친구들에 의해 토막나 버려지는 쿠니코와 가족에게 버림받고 마지막에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는, 결국 뭘 위해서 시체 토막까지 했는지 알 수 없게 된 요시에의 엔딩은 정말이지 죽을때까지 맞고 한대 더 맞는 기분이 들 정도로 씁쓸했습니다.

어쨌건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너무나 인상적이고 재미있었으며 읽는 내내 손에서 떼기 힘들정도의 박력과 흡입력, 거기에 무엇보다도 대단한 심리묘사가 어우러진 대단한 작품입니다. 추리소설로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차피 고전적인 정통 추리물을 기대한 것은 아닌 만큼 만족스러운 독서였어요. 때문에 별점은 4점.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에 다시 읽게될 것 같지는 않네요.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여성을 중심으로 한 디테일한 심리묘사와 일상속의 지옥도, 남자 캐릭터들은 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다케를 빼면 하나같이 머저리같은 인물로 그려진 등의 점이 미네트 월터스 (그 중에서도 "냉동창고") 작품과 비슷하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미네트 월터스 작품은 나름 해피엔딩들이라는 차이점은 있습니다만....

2008/04/28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 P.D 제임스 / 이옥진 : 별점 3점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 6점
P.D. 제임스 지음, 이옥진 옮김/황금가지

코델리아 그레이는 신참 사립탐정으로 파트너 버니의 자살로 인해 독립하게 된 첫 날, 로널드 칼렌더경의 의뢰로 경의 아들 마크의 자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의뢰받는다. 코델리아는 마크가 학창시절을 보낸 캠브리지를 중심으로 그의 과거사를 뒤쫓으면서, 서서히 자신에게 위협이 닥치는 것을 깨닫고 최후의 순간에 의외의 진상을 밝혀내게 된다...


제가 그동안 너무나 읽고 싶었던 작품 중 하나인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의 재 출간본입니다. 번역도 전부 새로 다시 하였으니 복간이라기 보다는 아예 새롭게 책을 낸 것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겠죠. 이로써 P.D 제임스 여사의 모든 국내 출판 도서들의 독서를 완료했기에 굉장히 후련합니다.
이 작품은 코델리아 그레이의 데뷰작이기도 하고, P.D 제임스 하면 떠오르는 명탐정 달그리쉬 총경이 주인공이 아닌 점 등 여러가지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미녀 코델리아가 주인공인 탓인지 젊은이들이 많이 등장하여 작품이 좀 시끌벅쩍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역시 다른 작품과는 달라 보이고요. 철학적이고 사려깊은 달그리쉬 총경보다는 아무래도 가벼운 느낌을 많이 전해 주더군요. 뭐 저야 좀 생각좀 할라치면 철학적 문체와 사고가 난무하는 달그리쉬 시리즈보다야 이 작품 분위기가 더 읽기는 즐겁고 편했습니다. 참고로 코델리아 그레이는 명탐정 코난의 "하이바라 아이" 이름의 유래가 된 명탐정이기도 하죠.

그런데 솔직히 읽으면서 느낀 점은 왜 그렇게 이 작품이 유명했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단지 절판되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나?
일단 사건부터 이야기하자면 자살 사건의 진상 조사라는 의뢰야 이 바닥에서는 뻔한 결과를 항상 낳습니다. 바로 자살로 위장한 살인이라는 결과인데, 이 작품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 있는 진실 역시 대체로 출생의 비밀이나 유산 관련 이야기인데 이 역시 뻔했고요.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하면 흥미진진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작품의 키 포인트나 다름 없는데 이 작품에서는 코델리아의 조사가 너무 일방적으로 흘러가서 설득력은 있지만 의외성이나 호기심 유발 부분에서는 뒤떨어집니다. 사립탐정이 하는 조사가 별게 없는 만큼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대보다 더 추리적 요소가 많이 부족했어요.
게다가 마지막의 진상을 밝혀내는 일종의 깜짝쇼와 그 이후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들 역시 당혹스러웠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극심한 심리변화는 물론이고 사고가 연달아 벌어지는 개연성이 뚜렷하지 않거든요. 너무 급하게 마무리 지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끝나는 결말은 왠지 개운치가 못했습니다. 마지막에 달그리쉬 총경이 등장해서 전체적인 헛점을 마무리 해 주는 부분은 팬으로써 반갑기는 했지만 반칙 같다는 인상을 받았고요.

과거가 좀 복잡하고 (현실세계에서 가능한 하야테 수준의 복잡한 어린시절 정도랄까...) 생각많은 주인공 코델리아 그레이도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는 좋았지만, 딱히 개성은 없습니다. 스테레오 타입의 미녀 탐정 캐릭터일 뿐이니까요. 코델리아의 복잡한 과거에 얽힌 기억이 수사 도중 도중마다 튀어나오는건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색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솔직히 불필요한 이야기였어요. 코델리아보다는 "원 포 더 머니"의 스테파니 플럼이 개성, 현대적인 측면에서는 더 나은 캐릭터라 생각되네요.
심리묘사도 여성 작가 들이 흔히 쓰는 여성의 심리묘사라는 특징이 너무 뚜렷이 드러나 보여서 좀 지루했습니다. 흡사 알렉산드라 마리리나의 작품같았달까요. 여성 작가들이 여성 주인공을 등장시키면 정말이지 이젠 작품들이 너무 비슷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남자들 (죽은 인물인 버니와 마크를 제외한) 이 사악하고 뭔가 음모를 지니고 있는 듯이 묘사된 페미니즘 적 묘사도 약간 거슬렸는데. 차라리 미네트 월터스의 작품들이나 델마와 루이스 마냥 그냥 달려주는 것도 아니라서 뭔가 약간 애매하고 가다 만 듯한 인상만 전해 줍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P.D 제임스 여사의 작품 완독의 의미가 더 컸던 독서였습니다. 단점만 너무 절절이 늘어놓긴 했는데 분명 재미는 있었고 달그리쉬 총경이 깜짝 등장해서 명추리를 펼쳐 주는 것 같이 시리즈 독자로서는 반가운 부분도 많았지만 확실히!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고 명성에도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원래 알려진 제목과 다른 번역판 제목도 용서가 안되고요.
그래도 여사의 다른 장편들("어떤 살의", "검은 탑", "나이팅게일의 죽음") 중에서는 중간 정도는 되는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른 작품들은 번역도 문제겠지만 많이 지루한 편이라서 말이죠... 그래서 별점은 3점. 전 관대합니다.

2005/12/26

2005년도 총 결산~!

아... 그동안 서울을 비웠던 탓에 못 만났던 친구들과의 모임, 그리고 크리스마스다 뭐다 해서 술에 쩔어서 사느라고 통 포스팅이 없었네요. 작년에도 했었던 총 결산 보고 올립니다. 올해 금년에 읽고 보아왔던 컨텐츠들을 기준으로 이 블로그의 포스트와 카테고리 위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럼 결산 보고 올라갑니다.

2005년 결산 - 독서: 포스트 총 123개 / 영화 감상 : 포스트 총 30개 / 만화 감상 : 포스트 총 10개 / 애니메이션 감상 : 포스트 총 5개 / TV Show 감상 : 포스트 총 2개

2005년 베스트 추리 소설 : 이언 피어스 - 핑거포스트 1663

2005년 워스트 추리 소설 : 유우제 - 불새의 미로

2005년 베스트 기타 쟝르 문학 : 커트 보네거트 - 제 5 도살장, 혹은 아이들의 십자군 전쟁, 죽음과 추는 의무적인 춤

2005년 워스트 기타 쟝르 문학 : 필립 K 딕 - 높은 성의 사나이

2005년 베스트 역사관련 독서 : 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터리

2005년 워스트 역사관련 독서 : 이재범 - 슬픈 궁예

2005년 베스트 전쟁 관련 도서 : 마이클 매클리어 -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2005년 워스트 전쟁 관련 독서 : 없음.

2005년 베스트 기타 독서 : 존 퍼킨스 - 경제 저격수의 고백

2005년 워스트 기타 독서 : 권윤주 - to Cats 고양이에게

2005년 최고의 작가 : 미네트 월터스

2005년 최악의 작가 : 일단은 헤닝 만켈 (문체나 글을 쓰는 능력은 보통이 아닌 작가이지만 2권 이상의 독서를 한 작가 중에서 선정해야하는 기준 상 다른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평가기준을 통과했기에 선정합니다)

2005년 베스트 영화 : 알란 파커 - 데이비드 게일

2005년 워스트 영화 : 연애의 목적 / 광식이 동생 광태 (공동 수상!)

2016/12/27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 루스 웨어 / 유혜인 : 별점 1.5점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 4점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예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죄소설가 노라는 오랜 친구 클레어의 결혼 전 싱글 파티 초대 메일을 받았다. 여러가지 이유로 고향을 떠난 후 10년간 연락조차 없었기에 딱히 갈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같이 초대받은 당시부터의 친구인 의사 니나와 함께 파티 장소로 향했다. 싱글 파티 장소는 클레어의 대학 시절부터의 친구라는 플로의 할머니 별장으로, 으슥하고 외진 장소였다...

"이 동네 사람들은 체호프의 총(1막에서 총을 복선으로 등장시켰다면 3막에서는 반드시 쏴야 한다) 이야기 들어본 적 없대요?" - 톰. 별장에 장식된 총을 보고.

작가는 근본적으로 썩은 고기를 노리는 새가 아닌가. 죽어버린 연애사와 땅에 묻힌 말싸움을 쪼아 먹고 작품에 재활용한다. 그들의 과거는 우리가 고안한 방법으로 새롭게 변신해 좀비처럼 부활한다. - 톰이 연인과 싸운 이야기를 들으며 노라가 하는 생각. 

사람은 변하지 않아. 전보다 치밀하게 자기의 본모습을 숨길 뿐이지. - 니나. 10년만에 만난 클레어가 착해졌다는 노라의 말을 반박하며. 

"충격이긴 한데 놀랍지는 않다. 그 여자는 생활이 연기였잖아." - 톰의 연인 브루스가 클레어를 평한 말.

주인공 노라 시점에서 2박 3일간의 외딴 곳 파티와, 파티에서 벌어진 사고 이후 병원에 입원한 노라에게 닥친 상황에 대한 묘사가 교차되어 전개되는 작품입니다. "미스테리아 8호"에 수록되었던 멋드러진 리뷰에 혹해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뷰만큼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설정과 전개 너무 뻔한 탓이 큽니다. 모든 일에 있어 여왕처럼 행동하던, 세상의 중심이 자기라 생각하는 클레어를 축으로 그녀와 관련된 여러 사람이 모인다는 설정과 클레어가 현재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다는 동기 모두 진부해요. 사건의 핵심 인물 노라가 사고로 일종의 단기기억 상실에 빠진다는 설정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테고요.
또 390여 페이지 분량에서 무려 330페이지까지가 사건에 대한 설명입니다. 흥미롭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길며, 길이를 늘이려는 불필요한 시도들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반인을 대표하는 멜라니 캐릭터처럼요. 사건 내 전개를 보면 등장할 필요가 없는 분량 낭비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진부하고 뻔한 설정, 길고 장황하며 지루한 서술을 극복하려면 최소한 범행이라도 정교했어야 했는데, 이 역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사고가 아니라 살인 사건으로 밝혀진 후의 과정이 엉망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범인이 될 만한 사람이 극단적으로 적다는게 가장 큰 문제에요. 싱글 파티에 초대된 사람은 달랑 5명 뿐이니까요. 게다가 이 중 그녀를 숭배하는 플로, 파트너를 통해 알게된 연극계 지인인 톰, 아기 때문에 이틀째 아침에 귀가해버린 멜라니는 아무리 보아도 범인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동성애자라는게 클레어에 의해 폭로되었던 니나와 옛 연인이 이번 클레어의 결혼 상대라는걸 알게 된 노라만 남습니다. 이 중 현재 동성 파트너와 알콩달콩 지내는 안정적 지위의 의사인 니나가 10년도 전에 일어난 일로 범행을 저지를리는 없습니다. 설령 니나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제임스가 아닌 클레어가 타겟이었어야 했고요. 구태여 노라의 폰을 이용하면서까지 제임스를 끌어들일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작품에서 몰아가는 것 처럼 노라가 범인일까? 이 역시 전개에 의해 부정됩니다. 정말로 클레어의 입을 통해 그녀의 남편될 사람이 제임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묘사가 좋은 예입니다. 그녀가 메시지를 보냈다는 상황에서 아무런 묘사를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전개에 따르면 동기도 모호합니다. 10여년 전 헤어진 연인이 친구와 결혼한다고 살의를 품는다? 말도 안되지요.

범행 자체도 허술하기 그지없습니다. 애초에 누군가 침입했다는걸 미리 파티 참가자들에게 노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총을 쏘기 위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너무 과한 설정이었어요. 게다가 참가자 중 '남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와 닿지 않습니다. 또 작품 내에서는 총을 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밝혀주지는 않는데(노라 시점에서는 플로일 것으로 묘사되지만요), 그게 누가 되었건 실패했다면? 즉 제임스에게 명중하지 못해 그가 살아 남았다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명사수라고 해도 한 방에 사람이 죽기는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지요.
총격 이후 제임스를 차에 태운 후의 묘사 역시 석연치 않습니다. 노라가 운전대를 잡은 것은 우연에 불과하며, 이후 벌어진 사건들은 모두 사고입니다. 치밀한 계획과는 거리가 멀어요. 게다가 결정적 증인인 플로가 건재하다는 점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빠져나가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플로가 클레어를 숭배해서 입을 열지 않을거라고 확신했을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결국 사건을 담당한 라마 경장이 플로가 증언했다고 밝힙니다. 그것도 결정적 순간에요. 즉, 범행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는 뜻입니다. 노라가 병원을 탈출한 후 클레어와 벌인 생명을 건 추격전 역시 쓸모없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노라가 진상을 눈치채게 되는 제임스가 보낸 메시지를 10년 만에 깨닫는다는 클라이막스 역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늦게 깨달은 것도 문제지만 이름을 이용한 조잡한 트릭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이렇게 허술하게 조작하느니, 마지막 톰의 병문안 때의 이야기처럼 노라가 오지 않는게 클레어에게 더 유리했을거에요. 플로에게 범행을 뒤집어 씌우는게 더 말이 되니까요. 플로가 총을 쏜 것도 사실이고, 탄알을 바꿔치는 것도 손쉬울 뿐 아니라 여신처럼 숭배하는 친구의 결혼을 참기 어려웠으리라는 동기도 그럴듯 하잖아요.

계속 사건이 터지게 만들어 흥미를 잡아끄는 전개, 어딘가 불편한 여자들만의 심리를 제대로 그려낸 묘사는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저와 같은 평범한 남자에게는 좀 지루하고 짜증스러운 묘사라는 점입니다. 영국 출신 여성 작가 - 예를 들자면 미네트 월터스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삐딱한 여성 심리 묘사는 아직까지도 영 와 닿지 않네요. 노라를 비롯한 등장 캐릭터들 대부분 정상이 아니라는 것도 읽는 내내 불편함을 가중시켰고요.

한마디로 단점에 비하면 장점은 미미합니다. 여성 시점의 범죄 스릴러 유행에 편승한 그냥저냥한 결과물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덧붙이자면,  한국과 똑같이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술을 먹는 문화라는건 조금 신기하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친구가 곧 결혼한다고 해서 독신 생활 마지막 파티를 벌이는데 뭐 이리 복잡하고 귀찮은 일들이 많은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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