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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6

부부탐정 - 애거서 크리스티 : 별점 2.5점

부부탐정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기원 옮김/해문출판사

토미와 터펜스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 토미와 터펜스 부부 시리즈는 부부탐정이라는 설정과 부부가 함께 하는 모험이라는 이야기 구조로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걸작 시리즈죠.

장편 "비밀결사"에서 등장하여 결혼에 이른 부부 토미와 터펜스. 그들은 토미 숙부의 유산으로 넉넉하게 살아가지만 이전의 모험적인 삶을 그리워 하며 지루한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던 중 정부의 카터라는 인물로부터 데어도어 블런트라는 탐정의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수수께끼의 "16"이라는 숫자에 주목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이 펼쳐지는 내용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마 연재때문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해 봅니다) 모두 23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후편으로 나뉘어진 작품도 많고 부부가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게 된 경위가 나오는 첫번째 작품은 제외한다면 총 1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약간의 트릭이 가미된 유머스러운 추리 모험 활극으로 토미와 터펜스라는 부부의 유머와 재치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집입니다. 무엇보다 여러 명탐정을 각 편마다 인용하며 나름의 경의를 표한 크리스티 여사에게 감탄했습니다. 현재는 잊혀진 탐정들도 있고 아직 접해보지 못한 탐정들도 있지만 이런 인용으로 보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네요.

때문에 별점은 2.5점. 추리적으로 굉장한 논리나 사건은 없지만 읽는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한만큼, 부부탐정 팬 분들에게는 강추드립니다.

작품별로 상세하게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번째 작품 "차라도 한잔" 은 파리를 날리는 사무소의 손님을 유치하기 위한 터펜스의 사기극(?)으로 부부의 익살과 접수 소년의 재치 등 유쾌함이 넘치는 소품입니다. 하지만 추리적 가치는 빵점이네요... 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죠.

두번째 작품 "분홍색 진주 사건"은 첫번째 사건에서 만족한 의뢰인이 소개한 의뢰인이 자신의 집에서 사라진 값비싼 진주를 찾아 줄 것을 요청하는 이야기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경찰에 알리지 못하고 은밀한 조사를 의뢰받는데 손다이크 박사를 흉내내는 토미가 단순한 사실에서 진상을 꿰뚫고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런데 등장하는 수수께끼가 모두 풀린 것 같지는 않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세번째 작품 "이상한 불청객 사건"은 첫머리에 등장하는 블런트라는 원래 인물이 연루된 국제적인 범죄조직에 납치된 토미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벗어나는 이야기로 첫부분에 등장하는 담배갑과 연관된 재치가 상당히 돋보이지만 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토미가 인용하는 불독 드러먼드라는 캐릭터는 조금 궁금하더군요.

네번째 작품 "킹을 조심할것 & 신문지 옷을 입은 신사"는 초반에 토미와 터펜스가 이야기하는 신문지의 인쇄오류와 가장 무도회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연관시켜 진상을 추리하는 내용으로 변장 트릭이 등장합니다. 조금 흔한 트릭이긴 하지만 재치와 유머가 넘쳐 꽤 재미있습니다. 전형적인 크리스티 여사의 트릭과 전개방식이지만 캐릭터를 달리 함으로써 또 다른 재미를 만드는 이야기 구성력이 돋보였어요.

다섯번째 작품 "부인 실종 사건"은 유명한 탐험가에게서 실종된 약혼녀를 찾아달라고 의뢰받은 뒤 그녀가 사라진 마을에 찾아가 악덕 의사의 소굴에 잠입하여 진상을 밝혀내는 부부의 활약이 그려집니다. 서두에 토미의 셜록 홈즈 흉내가 굉장히 인상적이며 웃깁니다. 또한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을 복선으로 인용하는 막판 반전이 꽤 재미나는 좋은 작품이었어요.

여섯번째 작품 "장님 놀이"는 제목 그대로 장님 탐정 (맥스 캐러도스가 아니라 콜튼이라는 모르는 탐정이더군요)을 흉내내기 시작한 토미가 안대를 착용하고 다니다가 세번째 작품의 조직에게 다시 위협받는데 요리 주문할때의 숨겨진 암호문으로 살아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긴박감이 좀 떨어지고 토미의 안대에 대한 비밀이 말 한마디로 끝나는 구조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더군요. 범작입니다.

일곱번째 작품 "안개속의 남자"에서는 토미가 브라운 신부를 흉내내네요. 하지만 이야기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크리스티 여사의 전형적 구조로 진행됩니다. 안개에 묻혀 통행이 뜸한, 입구에서는 경찰이 서 있었던 밀실과 같은 집에서 한 여배우가 살해당한 후 진범을 잡는 내용으로 트릭이나 범인은 후대 작품에서 비슷하게 써먹은 것이 많아 신선하진 않았지만 이 작품이 발표된 연대를 볼 때는 분명 여사님이 시대를 앞서 가신 것이죠. 여사님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네요.

여덟번째 작품 "위조지폐범을 찾아라"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입니다. 범인역도 신선했고 모험소설적인 분위기도 잘 살아있어서 꽤 재미있었습니다.

아홉번째 작품 "서닝데일의 수수께끼"에서는 "구석의 노인"까지 등장합니다! 구석의 노인 흉내를 내던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신문을 읽으며 미궁에 빠진 서닝데일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안락의자형 탐정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구석의 노인의 이야기 진행방식까지 유사하게 차용한 재치가 돋보이며 추리적으로도 상당히 완성도 있는 작품입니다.

열번째 작품 "죽음이 숨어있는 집"에서는 꽤 재미있게 읽었던 "독화살의 집"의 아노 탐정이 인용되네요. "독화살의 집" 탐정의 인용작품 답게 저택에서 독살당한 가족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로 구성과 마무리까지 깔끔한 수작입니다만 모처럼 찾아온 미인 의뢰인이 독살당해 죽는다는 설정은 조금 마음에 안 들더군요....

열한번째 작품 "철벽의 알리바이"는 동시에 두곳에 존재한 한 여인의 알리바이를 파헤치는 트릭인데 알리바이 깨기의 명수 프렌치 경감이 인용됩니다. 하지만 트릭 자체는 실망스러운 범작이었어요.

열두번째 작품 "목사의 딸 & 레드하우스"는 암호해독 트릭입니다. 부유한 아버지의 백모로부터 돈은 없이 저택만 상속받은 목사의 딸이 집을 팔라는 끊임없는 권유와 집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으로 괴로워 하다가 토미와 터펜스에게 조사를 의뢰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미 이 부분부터 눈치빠른 독자들은 "저택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라고 느끼실 것 같은데 이야기는 예상대로 흘러갑니다.^^ 일종의 보물찾기로 꽤 괜찮은 암호문 (간단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잘 만든 암호문입니다)이 재미있습니다.

열세번째 작품 "대사의 구두"는 설정이 상당히 기발합니다. 자신의 구두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가진 사람과 가방이 바뀌었던 미국 대사가 가방이 바뀌었다고 하며 되찾아간 사람이 사실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토미와 터펜스 부부를 찾아오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거든요.
가방안에 들어있던 것은 대사의 구두 뿐이었기 때문에 토미와 터펜스는 구두 안에 무언가 다른것이 숨겨져 밀수 되었으리라 짐작하고 범인을 밝혀내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는 포튠이라는 탐정이 인용되는데 아직 작품을 읽지 못해서 아쉽더군요. 트릭은 대단치 않지만 워낙 설정이 독특하고 모험소설적인 부분이 많아서 빠져드는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마지막 작품 "16호 였던 남자"는 작품집 초반에 등장했던 수수께끼의 "16"이라는 숫자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러시아 스파이로 경찰이 체포를 노리는 수수께끼의 16호를 잡기 위한 마지막 모험이 벌어지는 내용으로 첩보물 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트릭도 제법 괜찮았습니다.

2024/10/05

그림자 없는 남자 - 대실 해밋 / 구세희 : 별점 2점

그림자 없는 남자 - 4점
대실 해밋 지음, 구세희 옮김/황금가지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유한 아내의 사업체를 관리하며 유유자적하던 전직 탐정 닉에게 그가 몇 년 전 다루었던 사건의 의뢰인 와이넌트의 딸 도로시가 찾아왔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부탁 때문이었다. 그런데 와이넌트의 비서 줄리아가 살해당한채 발견되었고, 와이넌트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였다. 닉은 옛 인연으로 도로시를 도우며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서는데....

대실 해밋 전집 다섯 번째 작품으로, 전직 탐정 닉과 노라 부부가 우연찮게 만난 사건을 다룹니다. 

전직 탐정이자 지금은 처가 사업체를 관리하는 사업가인 주인공 닉이 꽤 독특합니다. 전통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의 스타일을 보여주면서도, 결혼한 남자답게 어느 정도 매너와 배려를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혼에 성공했겠지요. 닉이 아내를 잘 만나 상류층이 된 덕분에 미국 상류층들의 시끌벅적, 흥청망청 분위기 한 가운데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도 이색적이었고요. 보통의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이런 분위기의 주변인물들이었는데, 정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진상을 드러내는 추리쇼도 괜찮습니다. 닉의 추리로는, 와이넌트 작업실에서 발견된 시체는 와이넌트였습니다. 지난 4개월 동안 와이넌트를 만났다고 한 건 그의 변호사 맥컬리밖에 없다는 점, 작업실에서 일하던 기계공들을 해고하고 작업실의 문을 닫은 다음 작업실 임대 기간을 연장하고 계속 비워 놓은 점이 근거입니다. 줄리아는 공범이었는데 그녀가 겁에 질려했거나, 혹은 입막음을 위해 살해했고요. 넌하임은 줄리아 살해 당시 맥컬리를 목격했었기 때문에 없앴습니다. 이후 와이넌트의 채권을 미미에게 준 것도 맥컬리입니다. 와이넌트를 만나 받은거라고 시켰지요.
이 추리를 위한 단서들도 모두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와이넌트 행방이 4개월 동안 묘연하다는 것, 그와의 연락은 전보나 전화 등으로만 이루어졌다는 것, 미미가 돈에 환장했다는 것, 와이넌트 작업실의 존재 등 모든 것들요.

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하드보일드'라고 보기 어려운 탓입니다. 이 작품과 정통파 하드보일드는 "도박묵시록 카이지"와 "일일외출록 반장"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하드보일드 특유의 끔찍한 인간 관계, 잔혹한 현실 등은 전혀 그려지지 않으니까요. 범행 동기도 그냥 돈 문제였을 뿐이고요. 닉도 밑바닥 탐정이 아니라 상류층 인물이고, 호화롭고 흥청망청한 생활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사람이 세 명이나 - 와이넌트, 줄리아, 넌하임 - 살해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닉은 탐정이 아니라서 정식으로 의뢰를 받지도 않았고, 닉 본인이 관련된 사건도 아니라서 닉에게 별 위험이 닥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대실 해밋이 쓴 크리스티의 "부부 탐정"에 불과합니다.

추리 역시 후더닛 측면에서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줄리아를 살해할 등기가 있었던 건 와이넌트 밖에는 없습니다. 그녀에게 거액을 사기당했으니까요. 그런데 와이넌트의 동기도 줄리아가 사기친 금액이 고작 4천 달러라는 점에서 애매해집니다. 와이넌트는 1년에 수만 달러의 특허료를 받는 부자니까요.
또 다른 유력한 용의자는 와이넌트 부인 미미인데, 그녀가 줄리아를 살해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같이 살고 있으니 질투라는 동기는 말이 안되고, 돈이 목적이라면 줄리아가 아니라 와이넌트를 살해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4개월 전에 누군가가 와이넌트를 죽이고 살아 있는 걸로 위장한 뒤, 줄리아를 살해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비서였던 줄리아가 입을 맞추지 않으면 와이넌트가 살아 있다고 속일 수도, 그의 재산을 빼돌릴 수도 없었으니 그녀는 공범이었고요. 그렇다면 와이넌트와 줄리아를 죽인건 동일인물이고, 와이넌트와 그동안 연락을 했다라고 주장하는 건 변호사 맥컬리밖에 없으니 범인은 그밖에 없습니다. 경찰이 진작에 맥컬리를 체포하지 않은 이유를 모를 정도로 뻔합니다.

전개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여러 등장인물이 나와 서로 얽히며 여러 사건을 동시에 진행해 나가는게 하드보일드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여러 증인의 입으로 풀어내는게 전부라서 잘 짜여졌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증인들이 이곳저곳에서 두서없이 등장하여 혼란스럽고, 도로시의 동생 길버트의 기묘한 행동 등 불필요한 이야기도 너무 많고요. 읽으면서 졸릴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하드보일드 답지 않다는게 신선하기는 한데, 그게 장점은 아닙니다. 별로 권해드리고 싶은 작품은 아닙니다.

2006/06/06

연속 살인 사건 - 존 딕슨 카 : 별점 3점

연속 살인사건 - 6점
존 딕슨 카 지음/동서문화동판주식회사

캠벨 일족을 소집하는 먼 친척의 편지를 받은 앨런 캠벨 교수는 스코틀랜드 시골에 있는 샤이러 성으로 항했다. 여행 중 기차에서 만난 학문적 호적수이자 또다른 먼 친척 캐서린과 약간의 마찰을 겪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에 도착한 앨런은 성주 앤거스 노인의 죽음으로 친족 회의가 소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앤거스 노인은 혼자 자는 성의 탑에서 뛰어내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탑의 침실은 완벽한 밀실 상태였다. 보험 조사원은 자살했다고 여겼지만, 앤거스 노인의 동생 콜린은 침대 밑에서 발견된 동물 운반용 상자 등으로 타살설을 제기하며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명탐정 기데온 펠 박사를 성으로 초대했다.

자살설과 타살설이 교차하는 가운데, 유령이 나온다는 탑의 전설로 뛰어내린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소문에 분개한 콜린 캠벨은 스스로 탑 침실에서 자는 것을 자청했다. 그러나 그마저 뛰어내려 중상을 입고 앤거스 노인 사고 당일 말다툼을 벌인 것이 확인된 홉즈라는 인물마저도 밀실 안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딕슨 카의 기디온 펠 박사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피비린내나는 사건 때문에 유령이 나온다는 고성을 무대로 한 작품이라서 "해골성"처럼 딕슨 카 특유의 고딕 호러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길 것이라 생각했는데, 두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과 모험이 중심인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작품이라는게 의외였습니다. 뭐 이런 분위기도 싫어하지는 않아서(아니, 사실은 아주 좋아합니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결말도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는 전형적 해피엔딩이라서 끝까지 즐거웠어요.

특히 그간 딕슨 카 작품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스크루볼 코미디를 보는 듯한 앨런과 캐서린 커플의 말다툼과 신경전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크리스티 여사님의 "부부탐정"과 비교할만한 명커플이었어요. 아쉽게도 "부부탐정"과는 다르게 주인공 탐정은 기디온 펠 박사가 소화하고 있어서 커플의 비중이 중반 이후에는 점차 약해지지만, 통통 튀는 매력으로 마지막 장면까지 즐거움을 안겨다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커플 덕분인지 평소에는 짜증나는 천재형 캐릭터인 기디온 펠 박사마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보일만큼 유쾌하고 인덕이 넘쳐 보이는 것은 보너스겠죠.

추리적으로도 괜찮습니다. 고성의 탑 안 침실이라는 완벽한 밀실에서의 살인, 일견 자살로 보이지만 그렇게 보이도록 조작된 밀실 안에서의 살인이라는 두가지 밀실 살인 트릭이 등장하는데, 밀실의 달인이라는 별칭까지 있는 펠 박사답게 설득력 높은 괜찮은 추리를 펼쳐주는 덕분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도구와 기구에 의존한다는 점은 조금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매개체가 앤거스 노인의 과거 경력에 근거하고 있고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각종 단서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는 점, 그리고 당시 시대상황(공습을 대비한 등화관제)까지 고려되었다는 점에서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범인이 완벽한 올가미를 쳐 두고 죄를 뒤집어 쓸 인물까지 가공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정통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더욱 빛내줍니다.

하지만 동기가 초반에 드러나는 점과 서두에서부터 등장하는 범인을 캠벨 집안 사람들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범인의 정체를 애매모호하게 넘기기 때문에 마지막에 범인이 드러나는 장면에서의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그래도 정말 쉽게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쾌한 커플의 이야기는 제가 항상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죠. 무겁고 약간은 공포 분위기의 이야기도 좋지만 이런 분위기도 상당히 마음에 드네요. 앨런과 캐서린 커플의 다른 이야기를 꼭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딕슨 카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4/02/21

천재탐정 미타라이: 살인사건의 진실 (2016) - 이즈미 세이지 : 별점 2.5점


<<아래 리뷰에는 진범, 진상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잡지 편집자인 오가와가 미타라이를 찾아와 미해결 수수께끼 사건 해결을 요청했다. 미타라이는 고고섬에 변사체가 연달아 떠내려온 사건에 흥미를 갖고, 조사와 추리로 사체는 후쿠야마에서 해류를 타고 내려왔다는걸 알아냈다.
후쿠야마로 향한 미타라이는 다른 외국인 변사체와 함께, 류진 폭포 부근에서 눈과 입이 꿰메어진 부부와 그들의 죽은 아기가 발견된 사건과 마주쳤다. 그리고 사건에는 후쿠야마 굴지의 기업인 사이쿄 화학 공업과, 과거 '세이로'라고 불리우던 전국시대 병기가 관련되어 있다는걸 밝혀내는데....


작가가 허락하지 않아서 영상화가 늦어졌다는, 시마다 소지미타라이 시리즈 첫 번째 영화. 티빙에서 감상했습니다. 지난 연초에 감상했는데 리뷰가 늦었네요.

여러 사건이 등장해서 추리적으로 풍성하다는게 장점입니다. 아래 순서로 사건이 일어납니다.
  1. 고고 섬으로 6구의 변사체가 떠내려온다. 한편 후쿠야마 바다에서는 '수룡'을 목격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2. 류진 폭포 부근에서 눈과 입이 꿰메어진 이비 부부와 그들의 죽은 아기가 발견되었다.
  3. 후쿠야마에서 외국인 여성 변사체가 발견되었고, 경찰은 사체를 옮기려던 외국인 무리를 검거했다.
  4. 역사 연구가 타키자와가 전국시대 병기 '세이로'의 존재를 알아냈다.
  5. 타키자와가 수상한 외국인과 부딪혔는데, 그는 이상한 알약을 떨어트렸다. 그 뒤 타키자와를 외국인 무리가 습격하려다 그녀의 저항으로 되려 추락사했다.
여기서 '외국인'들이 관련되어 있는 고고 섬 변사체, 후쿠야마 여성 변사체, 타키자와 습격 사건은 한 묶음입니다. 위험 약물을 제조 판매하던 외국인 무리가 관련자들 사체를 바다에 버렸고, 타키자와가 비밀을 눈치챘다 여기고 죽이려 했던 겁니다. 

이 사건들을 빼면 핵심 사건은 이비 부부 사건과 수룡의 정체, 두 가지로 중반 이후에는 두 사건, 그 중에서도 정통 추리물이라 할 수 있는 이비 부부 사건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이 사건은 아기 보모 타츠미가 실수로 아이가 추락사한걸 감추려고 유괴극을 꾸몄으며, 복수를 위해 이비 씨 가족을 감시하던 마키타 사장이 이를 눈치채고 부부마저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게 진상인데 여러가지 단서, 복선을 나름 공정하게 보여주면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마키타 사장이 협박 편지를 남긴게 아니라서, 이비 씨에게 편지 내용을 읽어보라고 시켰고(내용 파악을 위해), 몸값 약속 시간도 선뜻 바꾸어 주었다는 등의 추리도 합리적이었어요.
'세이로'가 수룡이며, 이는 알고보니 잠수함이었다는건 역사 추리물 형태인데, 역사 속 기록과 연결하여 팩션처럼 전개하는게 재미있었습니다. 전국시대 병기가 흑선에 대항할 비밀무기로 기능한다는건 말도 안되지만, 잠수해서 흑선의 '외륜'만 노린다면 혹시?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설득력도 있었고요.

영화 만듦새도 좋습니다. 특히 촬영이 아주 인상적이에요. 요새 영화에서 보는 선명한 조명이 아니라, 자연광을 쓴 듯 자연스럽고 다소 낮은 채도의 약간 오래 전 영화같은 화면을 보여주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작위적일 수 밖에 없는 추리물이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화면이 그래도 생생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촬영 덕분에 후쿠야마, 세토 내해 일대를 배경으로 삼는, 일종의 '여정 미스터리'로서의 가치도 높습니다.
주연 타마키 코지의 미타라이 연기는 본격물 탐정으로서의 모습에 충실해서 나쁘지 않았어요. 전형적이지만 이런 작품 속 탐정들이 뭐 대부분 그러하니까요. 만약 미타라이가 실제로 있다면 이렇게 생겼을 것 같다!는 이미지는 잘 전해줍니다.
하지만 추리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이비 부부 사건은 마키타 사정의 동기, 그리고 경찰 수사 부분에서 아쉽거든요. 단순 복수로 이런 엽기적인 범행을 벌인다? 설득력이 낮습니다. 아기가 이미 죽었다면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앙값음이 되었을텐데 말이지요. 외국인 수하들을 시켜 진작에 복수할 수도 있었는데 이런 기묘한 범행을 구태여 저지른 이유도 설명되지 못합니다. 이비 씨 가족을 꾸준히 감시해왔다는 설정, 성공한 사업자가 자기 공장에서 불법 의약품을 제조한 이유도 작품 내에서 조금 설명해주는게 좋았을 겁니다.
그리고 경찰은 이비 씨가 과거 과격한 환경 단체 시위를 했고, 그 시위 탓에 사이쿄 화학공업 관계자가 자살했다는걸 알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자살자의 가족을 찾아 나섰다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을거에요. 영화에서처럼 '하나 뿐인 아들의 행방은 지금 알 수 없다'며 대충 흘려보낸다는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잠수함 세이로를 마키타 사장이 타고 도주하던 화물선에 충돌시켜 멈추는 장면은 뭔가 했습니다. 이유도 알 수 없고, 당황스럽기만 했거든요. 이렇게까지 해서 화물선을 멈춰야할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이렇게 단점이 없지는 않으나, 미타라이 시리즈 팬이라면 즐길만한 작품인건 분명합니다. 2시간 남짓한 상영시간동안 저는 충분히 즐거웠어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3/10/13

COCKTAILS WITH PHILIP MARLOWE, SAM SPADE, AND BOGART

예전에 제가 썼던 <<콘 비프 샌드위치를 먹는 밤>>이라는 에세이에서 추리 소설 속 칵테일에 대해 소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추리소설 애호가라면 셜록 홈즈가 연재된 잡지로 영원히 기억할 "The Strand Magazine"에서 비슷하게 하드보일드 탐정들과 칵테일에 대한 칼럼이 있길래 번역해보았습니다. 수준은 엉망이고 의역도 많으니 내용 참고 정도로만 보아 주세요.
"I like liquor and women and chess and a few other things."- 필립 말로우 <<기나긴 이별>>

누아르 속 탐정의 이미지는 샘 스페이드 역의 보가트, 하루 일당을 받고 갱스터와 팜므파탈과 싸우는 하드보일드 탐정 필립 말로우 역의 로버트 미첨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영화와 배우들을 통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가상의 탐정들 캐릭터는 그들이 선택한 술에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고요. 분홍색 빨대와 함께 제공되는 프로즌 다이키리는 없습니다.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진하면서 요란하지 않은 클래식 음료를 마셨지요. 지저분하고 어두운 술집이나 구식 호텔 바, 스테이크 하우스 옆 칵테일 라운지, 현지 펍에서요.
"어둡고 연기가 자욱한 바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음모를 꾸미고, 비밀을 밝히고, 속삭이는 고백에는 낭만적인 느와르가 있습니다."라고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 리사 웅거(Lisa Unger)는 말합니다.
레이몬드 챈들러의 탐정 필립 말로우는 열렬한 애주가였습니다. 그는 항상 사무실에 올드 포레스터 버번 한 병을 보관했습니다. "나는 손을 뻗어 올드 포레스터 병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병은 3분의 1 정도 차 있었다."라고 소설 <<리틀 시스터>>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작가 토비 위디컴이 쓴 <<레이몬드 챈들러를 위한 독자 가이드>>에는 챈들러 작품 속 등장 음료에 대한 목록이 실려 있습니다. <<핑거맨>>에는 바카디가, <<빅 시티 클루스>>에는 바카디와 그레나딘이 등장합니다. <<더 하이 윈도우>>에는 포 로즈 위스키가 등장하고요. <<라온트 피전>>에는 더블 깁슨이 있습니다. 이 목록에는 올드 그랜드대드 위스키와 브루클린 스카치도 포함됩니다.
칵테일 문화에 대해 말로는 영구히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바로 김릿에 대해서였습니다. 소설 <<기나긴 이별>>에서 영국 출신이자 열렬한 애주가인 테리 레녹스는 필립 말로우에게 "진짜 김렛은 진 반, 로즈 사(社)의 라임 주스 반을 섞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섞지 않는 거죠. 마티니는 비교도 안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뒤 말로우가 혼자 바에 갔을 때, "바텐더가 내 앞에 음료를 갖다 놓았다. 라임 주스 때문에 엷은 녹색 기미가 있는 신비한 노란 빛깔이었다. 입을 대 보니 부드러운 단맛과 날카롭게 혀를 찌르는 강한 자극이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이 나를 보았다. 그리고 자기 잔을 들어 내 앞에 올려 보였다. 우리는 함께 마셨다. 그제서야 그녀의 음료도 똑같은 것임을 알아차렸다." 라고 했지요.

김릿
진 2온스 
로즈 라임 주스 ¾온스 
얼음과 함께 쉐이커에 넣은 뒤 30초간 세게 흔든다. 칵테일 잔에 따른다.

대쉴 해밋의 사립 탐정 샘 스페이드는 위스키를 즐겨 마셨고, 해밋의 코믹한 부부 범죄 해결사 닉과 노라 찰스는 칵테일 잔을 손에 들고 있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닉 찰스가 1934년 소설 <<씬 맨>>에서 묘사한 것처럼, 이들은 완벽한 칵테일을 만드는 전문가였습니다. 닉은 "중요한 것은 리듬입니다. 항상 쉐이킹에 리듬이 있어야 합니다. 맨해튼에서는 폭스트롯 음악에 맞춰, 브롱크스에서는 투스텝 음악에 맞춰 흔들지만 드라이 마티니는 항상 왈츠 음악에 맞춰 흔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작가 제임스 크럼리의 미스터리 소설은 술집과 맥주, 초라한 인물들로 가득합니다. 1975년에 발표한 소설 <<잘못된 사건>>에서 사립 탐정 밀로 드라고비치는 음주에 대해 긴 독백을 합니다. "아들아,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독선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 절대 믿지 마라. 그는 항상 옳고 그름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테니까. 그들 중 일부는 선한 사람이지만 선의 이름으로 세상의 대부분의 고통을 야기한다. 그들은 심판자이자 간섭자야. 그리고 아들아,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 남자는 절대 믿지 마라. 그들은 보통 겁쟁이나 바보, 그렇지 않으면 비열하고 폭력적인 무언가를 내면 깊숙이 두려워하고 있는 놈이기 때문이야. 자신을 두려워하는 남자는 믿을 수 없단다. 하지만 가끔 변기 앞에 무릎을 꿇는 남자는 믿을 수 있다. 그는 겸손과 인간 본연의 어리석음,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무언가를 배우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야. 남자가 더러운 변기에 내장을 내밀 때 자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

사람들이 미스터리를 쓰는 한, 술을 좋아하는 탐정은 계속 존재할겁니다. 사립 탐정은 힘든 직업입니까요. 긴 근무 시간과 낮은 급여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은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가끔은 미키 스필레인의 소설 속 주인공 마이크 해머처럼 술집에 가서 주문을 해 봅시다. "더블 버번 한 잔, 병은 놔두게."

2006/12/19

눈먼탐정 캐러더스 - 어네스트 브래머 / 장미경 (자유추리문고 26) : 별점 2점

20세기 초반, 추리소설의 여명기에 명탐정 홈즈의 대성공 이후 여러 매거진, 신문 등을 무대로 하여 여러 탐정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연재물이라는 특성탓인지 단편이라는 형식이나 트릭 중심의 전개 및 추리적인 장치, 방법 모두가 비슷비슷한 도토리 키재기 식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작품의 형식보다는 기본 설정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 중에서도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에게 직업이나 외모, 그 외의 여러 장치로 특징적 요소를 부여한 작품이 제일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설정 놀이가 창작하기에 가장 쉬운 탓이었겠죠.
간단한 예를 들어도 서부 개척시대의 탐정인 "엉클 애브너" 라던가, 이름마저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의 인물 "구석의 노인", 신부님인 "브라운 신부", 천재 교수 "반 두젠", 괴도 "뤼뺑" 등등등 셀 수도 없습니다.

이 눈먼탐정 캐러더스 역시 당시 쏟아져 나온 탐정들 중 한명으로 셜록 홈즈와 차별화 되는 요소는 제목 그대로 "장님"이라는 특징 정도입니다. 같은 장애인 탐정으로는 유명한 귀머거리 탐정 드루리 레인이 있는데 레인은 독순술 덕에 일상 생활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는 설정이었죠. 캐러더스 역시 눈 역할을 하는 충실한 관찰자 하인 퍼킨슨이 있어서 추리적으로 모순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촉각으로 편지나 메모지의 글귀를 읽어내기까지 하니까요. 또한 장애인이기에 다른 감각이 발달했다는 식으로 놀라운 추리력의 이유를 제시합니다. 이 작품집에서도 남다른 촉각과 후각, 청각에 의존하는 단편이 몇 편 있을 정도거든요. 뭐 과학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지만요.

이 단편집은 이러한 장애인, 장님 탐정 캐러더스의 기념할 만한 데뷰작을 비롯해서 전 단편집 세 권에서 가려 뽑은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단편들 하나하나를 본다면 썩 좋은 작품들은 아닙니다. 전에 하서판 걸작선에서 읽었던 대표작 "브룩밴드 장의 비극"은 좋은 작품이었기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솔직히 실망했어요.
일단 주인공이 장님이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기도 힘들고 장님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탐정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탓이 큽니다. 이래서야 차별화를 위해 억지로 장님이라는 설정을 가져다 붙인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지요. 드루리 레인은 최소한 "최후의 비극"에서 귀머거리라는 것을 결정적 트릭으로 써먹었는데 말이죠. 

또한 추리적으로 그다지 정교한 장치는 없다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이야기의 논리는 굉장히 합리적이지만 세밀한 복선이나 반전 없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구조라서 기복이 별로 없고, 드라마도 재미가 없어요. 무엇보다도 사건이 너무 시시합니다. 추리라는 것이 성립될만한 사건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별로 흥미롭지도 않고요. 

그 외에도 상황 설명으로 너무 긴 분량을 끌고 나가는 탓에, 진상을 밝히는 실제 추리는 굉장히 비중이 적다는 점도 감점 요인입니다. 정작 중요한 내용이 별로 없어요. 결말도 엄청나게 한심스럽고요. 이런 점에서는 사건의 전개에만 치중할 뿐, 결말은 대충 생각했던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본 이야기가 아닌 부수적 사건이 훨씬 인상적인데, 차라리 보다 가볍고 쉬운 이야기로 꾸며 나가는 것이 더욱 좋았을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이색적이고 매력적인 탐정을 창조해 낸 성과는 있지만 단지 그뿐인, 셜록 홈즈의 인기에 편승한 조잡한 기획물에 불과한 실망스러운 수준의 작품입니다. 홈즈와 동시대, 같은 공간에서 호흡했던 다른 명탐정을 만난다는 역사적 의미, 그리고 당시 시대 상황을 소설을 통해 접하는 재미 외에는 건질게 없습니다. 물론 셜록 홈즈도 졸작이 있긴 하지만 걸작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캐러더스는 그정도 포스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당대의 아류작일 뿐입니다.

그래도 딱 한 편, "연립주택의 참극"이라는 괜찮은 작품이 실려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작품 하나는 홈즈 시리즈 최고 걸작과 비교해도 별로 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다른 수록작들이 다 별로라는 거지만요. 수록작별 간단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디오니소스 은화

사립탐정 캐러일은 의뢰받은 사건 때문에 디오니소스 시대의 은화 감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문가인 리치먼드에 거주하는 윈 캐러더스를 방문했는데, 그가 과거의 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캐러더스는 캐러일에게 사건의 개요를 듣고 곧바로 사건의 진상을 풀어내는데... 

사건을 의뢰하러 오는 역의 사립탐정 캐러일, 장님이자 부유하며 뛰어난 추리력을 지닌 캐러더스, 그리고 캐러더스의 하인이며 엄청난 관찰력의 소유자인 퍼킨스 등 주요 설정과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는 캐러더스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그러나 설정과 캐릭터 소개가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이고 정작 사건 이야기는 단 몇 페이지에 걸쳐 짧게 언급될 뿐이라 추리적으로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진상에 관한 이야기를 캐러더스가 이미 경험했다는 결말이 너무 맥빠져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스트래스웨이트경 부인의 간지 (간교한 지혜) 

보험회사는 진주목걸이 도난 보험에 가입한 스트래스웨이트 경 부인의 목걸이 재감정에 나섰다. 감정인이 교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처음의 진주목걸이와 재감정한 목걸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캐러일에게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곧바로 목걸이는 도난당했고, 캐러일과 캐러더스는 사건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 부부를 방문했다. 그리고 캐러더스는 곧바로 목걸이가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 

당시 유행인가요? 방탕하고 가난한 귀족 이야기는 굉장히 진부할 뿐더러 이야기의 중심인 목걸이 도난 사건 역시 너무 간단한 사기극이라 조금 유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사건의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 되는 단서 역시 빈약하기 짝이 없고요. 첫 작품에서의 단점인 배경과 캐릭터 소개 부분이 많고 정작 사건 이야기는 비중이 적은 단점 역시 여전합니다.

매싱검 장의 유령 

매싱검 장 11호실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가스를 잠갔음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가스등이 켜졌고, 욕실에서 물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캐러일은 사건 조사를 위해 부하를 잠복시켰지만 부하 역시 유령임에 분명하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캐러일은 어쩔 수 없이 캐러더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유령이 등장하는 아파트라는 소재도 독특하고 유령을 등장시키는 방법이 나름 과학적이며, 결말까지 깔끔합니다. 좋은 작품이에요. 

하지만 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즉 의외의 이야기가 나오기 힘든 내용이기에 정교함이 조금 떨어지고 이 작품만 유별날 정도로 번역이 엉망이라 제대로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극명하게 갈리고 뒤섞여 있는데, 번역만 좋았어도 훨씬 좋았을 겁니다. 아쉽습니다.

독버섯 

12세의 소년 찰리 윈폴이 독버섯을 먹고 사망했다. 캐러일의 활약으로 그의 숙부 필립 래우덤의 계획 살인으로 생각되어 그는 체포되었지만, 캐러더스는 캐러일이 잡은 증거를 뒤쫓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의 누명을 벗기는 이야기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합리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여 이야기의 설득력이 높습니다. 특히 캐러일이 밝혀낸 증거를 하나씩 뒤집어 나가는 과정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이야기에 별다른 기복이 없고 결국 진상이 너무나 별볼일 없다는 단점 역시 분명합니다. 왜 경찰이 진상을 파악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전무해서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단점이고요. 결말만 좀 더 말끔하고 명쾌했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겁니다.

헤들럼 고지의 비밀 

1차대전 직전의 미묘한 시기, 퍼킨슨은 우연히 찾아간 박물관에서 그가 예전에 알고 있던 독일 군인 폰 굴트 대위가 정체를 숨기고 일하고 있는걸 알아채고 캐러더스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다. 캐러더스는 폰 굴트 대위가 수행하고 있는 작전을 그가 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통해 눈치채는데... 

1차대전 직전의 당시 시대 상황 때문인지 홈즈도 그렇고 스파이, 특히 독일 스파이를 색출하고 그들의 작전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당시 소설에 꽤 많이 보이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스파이 분쇄물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스파이의 작전이 너무 보잘 것 없고 내용에서도 중요한 암호가 트릭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암호 그 자체로 존재해서 캐러더스의 액션씬(?) 이 등장하는 것 정도가 위안거리일 뿐인, 추리물로서의 가치가 낮은 시시한 작품입니다.

연립주택의 참극 

폴래슈가 캐러일을 찾아 왔다.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바람을 핀 일 때문에 정부의 애인에게서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게 이유였다. 아내에게 밝혀지면 곤란하다는 것을 들어 비밀 유지를 당부했지만 그는 그 직후 살해되고 마는데... 

이 작품집의 베스트로 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사건이 치밀하면서도 복선과 전개가 합리적이고 추리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품입니다. 무엇보다도 캐러더스가 장님인 덕분에 추리가 명쾌해 지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드네요. 

지나치게 독자에게 친절한 탓에 중간부분에서 일찍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알려진 트릭이기도 한데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인지는 조금 궁금하군요.

구두와 은그릇 

세간에 화재가 되고 있는 "원숭이 도둑"에 의해 캐러더스가 고용한 엔덜리의 집에서 은그릇이 도난당하고 말았다. 캐러더스는 엔덜리 부부의 집에 방문해서 그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묘한 사건들과 여러 증거들을 모아 진상을 밝혀낸다. 

중심 사건인 시시한 도난사건보다는 중간부분의 구두가 바뀐 사실을 통해 밝혀내는 짤막한 치정극 이야기가 훨씬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소품 수준이지만 상당히 기발하고 인상적이거든요. 그러나 도난 사건이 너무 별로이고 결말까지 실망스러워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컬버 거리 범죄 

컬버 거리에 있는 위도슨 앤드 스텝 상회의 사장 버논이 갑자기 정신이상 상태로 발견되고 상회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경찰은 버논의 정신이상과 화재를 연결짓지만 버논 가문과 친분이 있는 캐러일의 조카딸에 의해 캐러더스가 사건에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한다. 

초 중반부는 나름대로 인상적인데 중반 이후에 범인이 너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결정적 약점이 있으며 사건의 단서가 맥락이 좀 맞지 않아 추리적으로 실패한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뭔가 더 정교한 트릭이나 장치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이 시리즈 특유의 원패턴 전개라 조금 아쉽습니다.

2009/11/28

시미가의 붕괴 - 기타무라 가오루 / 김해용 : 별점 3점

시미가의 붕괴 - 6점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김해용 옮김/황매(푸른바람)

"하늘을 나는 말"이라는 작품이 굉장히 유명한, 그래서 많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국내 추리 독자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기타무라 가오루의 작품입니다. 사실 대표작도 아니고 해서 이 작품이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워낙 컸던 탓에 구입하게 되었네요.

일단 이 작품집은 크게 3가지 성향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추리를 기반으로 한 블랙코미디적인 작품, 그리고 일상의 소소함을 디테일하게 추리와 결합시키는 (하지만 추리물은 아닌) 일상계 추리분위기 소품, 마지막으로 인간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그린 드라마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번째 블랙코미디 류(類)로는 표제작이기도 한 "시미가의 붕괴"와 "죽음과 밀실", 그리고 "옛날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들 수 있을테고 두번째 일상계 소품은 "하얀 아침"과 "주사위, 데굴데굴", "오니기리, 꾹꾹"이 해당되며, 마지막 심리드라마는 "녹아간다"와 "나비", "나의 자리" 가 해당된다 생각됩니다. 이중 개인적으로는 일상계 소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일상계 미스터리로 유명한 작가답다고나 할까요? 추리적인 요소가 녹아있으면서도 그것이 그야말로 일상과 밀결합되어 있고 내용과 캐릭터들도 너무 귀여워서 읽는 내내 아~주 흐뭇했거든요.

물론 그 외의 대부분의 작품들 역시 추리적인 성향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기에 재미있게 읽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블랙 코미디 류의 작품군은 조금 더 절제했더라면 동화적인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추리물로 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나칠 정도로 설정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 약간은 아쉽더군요.

그래도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작가의 작품집이고 작가 특유의 센스가 충분히 느껴지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정통 추리물들도 아니고 작가의 대표작도 아니긴 해도 가볍게 즐기기에 좋아서 추리소설에 거부감을 느끼실 수 있는 초심자분들에게 추천할만 하다 생각되네요. 특히 여성분들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아울러 이 단편집을 계기로 추후 일상계 소품으로만 묶인 (대표작인 "하늘을 나는 말" 시리즈면 더욱 좋고요) 단편집이 나와준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PS : 최근 너무 바빠서 좀 격조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읽은 책이 쌓여가는데 포스팅할 시간이 없네요...
녹아간다
평범한 회사원 미사키의 정신 붕괴과정을 "만화"라는 독특한 매개체를 통해 표현한 심리 드라마입니다. 치밀한 묘사는 볼거리이지만 정신 붕괴, 즉 미쳐가는 과정에 대한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아서 결과물만 놓고 본다면 평범한 수준이라 생각되네요.

시미가家의 붕괴
천재탐정과 그의 조수가 탐정의 친구인 장서수집가 시미가를 방문했다가 시미의 아내 가즈코가 밀실에서 살해된 것을 발견한다.
과장된 동화같은 설정의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추리물입니다. 일단 서두의 등장인물 소개가 너무 장황하고 허무맹랑해서 당황스럽더군요. 그냥 천재탐정과 조수였어도 충분했을텐데 조수의 왼손과 오른손이 서로 사랑한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탐정의 천재성도 정말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채워놓고 있거든요. 하지만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밀실 살인과 다이잉 메시지트릭을 적절하게 사용한 덕에 그나마 황당한 이야기안에 추리적인 이야기가 깔끔하게 녹아들어 있는 것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에 대한 책 소갯글이 더 예술적입니다. 별거없는 반은 장난같은 이야기를 흡사 고전 전통 트릭 미스터리와 고딕 호러의 결합물 처럼 소개해 놓았더군요.
(탐정에게 사건이란 이미 읽은 책이나 다름없다!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을 파헤치는 천재 탐정의 놀라운 활약!
완벽히 다 갖추어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수집 강박증. 단순한 호기심과 관심의 경계를 넘어선 그것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치명적인 욕망으로 자라나 목숨마저 위협한다. 책 수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장서가 부부에게 어느 날 찾아온 죽음이라는 손님. 책에 대한 무모한 집착이 부른 재앙 앞에서 탐정은 진실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겨 나가는데…….
아무리 채워도 꽉 차지 않는 서가의 구석에서 발견된 부인의 다잉 메세지. 남편의 가장 깊은 욕망이 드러나는 순간, 시미가는 마치 꿈처럼 아스라이 붕괴하고 만다.)


죽음과 밀실
노인 추리작가들이 모여사는 공동체 "환상의 정원"에 정말이지 완벽한 밀실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시미가의 붕괴와 연결되는 천재탐정과 조수 이야기로 추리소설의 이상적인 형태를 냉소적으로 비웃는듯한 작품입니다. 추리소설로 보기는 어려운, 추리애호가들을 위한 블랙코미디에 더 가까웠달까요?

하얀 아침
주인공이 과거 소녀였을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1인칭 시점의 이야기로, 청춘드라마같은 깜찍한 사랑이야기가 나름의 추리적 요소 (누가 왜 아버지 차 백미러 성에를 닦아놓았을까?)와 잘 결합된 일상계 소품입니다. 여성작가다운 특유의 세밀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과연 일상계 미스터리의 거장이구나.. 싶을 정도로 사소한 이야기에서 추리적인 전개를 이끌어내는 것이 놀라운 작품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의 베스트 중 한편으로 추리물에 대해 별로 내켜하지 않는 지인들에게 따로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주사위, 데굴데굴
출판사 신입사원 치하루씨는 우연하게 한 남자가 떨어트린 십면체 주사위에 관심을 갖는데...
5페이지짜리 이야기로 이정도면 소품이라기 보다도 꽁트라 해도 무방한 분량이죠. 하지만 이야기가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주 일상스럽지만 귀여운 발상의 트릭이 깜짝 등장하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여간.. 아이들 머리는 정말이지 못 당하겠어요^^

오니기리, 꾹꾹
치하루씨는 회사 선배 미즈마치와 함께 이와테로 현장조사를 나간다...
전편과 같은 주인공 치하루씨 시리즈로 이번엔 분량이 약간 기네요. 하지만 역시나 귀여운 소품답게 이와테로 무대가 옮겨갔어도 여전히 일상스럽고 밝은 이야기입니다. 등장 인물들이 모두 착하디 착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그러하고요.

추리의 요소는 두가지로 한가지는 버린 깡통이 어떻게 멀리 있는 계곡까지 굴러가는지와 제목의 오니기리를 만든 결과물에 대한 추리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다한 트릭이나 추리는 아니지만 이야기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은 역시나 마음에 들었어요.

나비
한 여성의 술자리 잡담이랄까... 심리묘사는 좋은데 두서도 없고 이야기도 없는 단상만 모아놓은 짧은 잡문이랄까요. 언급할게 별로 없네요....

나의 자리
주인공이 평상시와 다른 일상을 통해 누군가의 자리를 빼았는다는 설정도 굉장히 독특하지만 이러한 자신이 느낀 일상속의 불편함이 결국 자기자신과 연결된다는 결과가 굉장히 서늘해서 "기묘한 맛" 류의 작품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반전으로 이르는 전개와 묘사도 군더더기 없는, 작가의 필력과 센스를 잘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 두번째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옛날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일본의 전래동화 "카치카치야마" 이야기 (할아버지가 밭일을 하다가 잡아온 너구리로 너구리죽을 만드려 하는데 너구리가 외려 기지를 발휘해서 풀려난 뒤 할머니죽을 만든다는 엽기 이야기?)를 추리물 형식으로 꾸민 내용으로 서두에 지극히 개인적인듯한 느낌의 장황한 옛날 이야기 해석에 대한 이론이 묘사되는 등 작가 스스로의 생각을 대화하듯이 써내려간 형식이 무척 이채로웠던 작품이었습니다. 뭐 달리 이야기하자면 좀 쭉쭉 써내려간 느낌도 들긴 하네요. 왠지 좀 장난스러움이 많이 묻어나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어차피 모티브가 된 전래동화가 내용을 잘 모르는 일본 전래동화이기 때문에 몰입하기 힘든 탓도 크겠죠.

하지만 워낙 개인적인 단상이 많은 글이다보니 실제 기타무라 가오루라는 작가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된 것 같아 흐뭇한 느낌도 들고 추리적으로도 이야기를 잘 구성해 놓아서 감탄했습니다. 전래동화를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추리물로 각색할 생각을 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결과물도 상당한 수준이니 놀라울 따름이죠.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것 같은 작품인데 저에게는 무난한 평작 수준으로 생각되네요.

2020/05/02

악몽과 몽상 2 - 스티븐 킹 / 이은선 : 별점 2.5점

악몽과 몽상 2 - 6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엘릭시르

어쩌다보니 1을 읽지않고 2부터 읽게 된 스티븐 킹중단편집입니다. 12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보너스격인 논픽션 "고개를 숙여"와 시 "브루클린의 팔월", 우화인 "거지와 다이아몬드"를 제외하면 수록작은 9편입니다.

그간 순문학적인 부분으로 흘러가던 중, 단편집들과 비교해볼 때, 좀 더 화끈한 작품이 많다는게 특징이에요. 과거의 스티븐 킹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기 때문입니다. 거장과 과거에 대한 오마쥬 형식의 작품들도 신선했고요. 전통적인 크리쳐 호러인 "장마", 기발한 호러 액션 모험물인 "10" 등이 과거 킹의 스타일을 보여준다면, "다섯 번째 4분의 1"은 화끈한 마쵸 하드보일드 액션, "크라우치앤드"는 러브크래프트크툴루 신화 오마쥬, "의사가 해결한 사건"은 셜록 홈스 파스티쉬로 모두 나름 매력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클라이드 엄니의 마지막 사건"도 하드보일드 탐정물에 변주를 가한 독특함이 좋았고요. "10"을 제외하면 대체로 클리셰로 가득한 친숙한 이야기들이지만, 워낙에 필력이 원숙하고 묘사가 대단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걸 특별하게 만드는, 이런게 바로 장인의 솜씨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할아버지의 충고가 전부인 "내 귀염둥이 조랑말", 일종의 타임 슬립물인 "죄송합니다, 맞는 번호입니다", 기묘한 가족 드라마 SF인 "메이플 스트리트의 그 집"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화끈함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부록격인 논픽션과 시, 우화는 딱히 점수를 주기 애매하고요.

그래도 12편 중 6편, 제대로 된 수록작만 치면 9편 중 6편이 평균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니 전반적으로 괜찮은 작품집에는 분명합니다.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이 정도면 본전치기는 하는 셈이지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장마"

시골 마을 윌로에서 여름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젊은 부부에게 마을 사람들이 그날 하루만 다른 곳에서 보낼걸 요구했다. 이유는 그날이 칠 년에 한 번 찾아오는 '두꺼비 장마'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존과 앨리스 부부는 객기를 부려 윌로에서 머무는데, 오래지않아 비처럼 내리는 무시무시한 식인 두꺼비 떼와 조우하게 된다.

그야말로 스티븐 킹! 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크리쳐 호러물입니다. 무언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마을 사람들, 비가 곧 오기 직전인 축축한 공기에 대한 묘사로 가득찬 도입부에서, 식인 두꺼비가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부부를 습격하는 중, 후반부까지의 전개 모두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눈을 떼기 힘들 정도였어요. 정말로 두꺼비가 장마처럼 쏟아진다니, 상상도 못했습니다... 두꺼비들이 모두 다음날 햇볕과 함께 녹아서 사라지는 이유가 젊은 부부를 장마 직전인 7년에 한 번씩 인신공양한 덕분일 거라는 결말도 꽤 참신했어요. 보통 이런 크리쳐 호러물의 경우, 원인이 무엇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게 대부분인데 최소한의 설명 정도는 덧붙인 셈이니까요.

달릴 때 확실히 달려주는 킹의 맛이 잘 살아 있는, 읽는 재미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마을 사람들의 권유대로 부부가 장마날 다른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조금 궁금한데, 소설의 결말처럼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졌겠죠?

"내 귀염둥이 조랑말"

할아버지가 "어른이 되면, 이상하게 시간이 빨리 갈 때가 있다"는 충고를 손자에게 해 주는게 전부입니다. 시골 마을에 대한 묘사도 좋고, 시간이 빨리가는 상황 설명도 흥미롭지만, 한 편의 이야기로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별다른 드라마도 없는데다가, 엄마는 알콜 중독에, 누나는 외모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뭉쳐있다는 등의 불필요한 묘사가 많아서 읽기도 지루했고요.
아니나 다를까, 책 뒤 해설을 보니 손자 클라이브 배닝이 살인 청부업자가 된 이야기를 그린 오래전 '리처드 바크만' 필명으로 착수했던 동명 장편에서 뽑아낸 회상 장면이라는군요.

순문학적인 소양이 엿보이기는 하나, 구태여 찾아 읽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죄송합니다, 맞는 번호입니다"

작가 빌 위더먼이 아내, 세 명의 자식과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끔찍하고 처절한 목소리로 "제발 데려가..."는 말을 남기고 끊어진 전화를 받은 아내 케이티는, 그 목소리가 자기 가족이 확실하다고 느끼고 기숙사의 딸, 어머니 등의 안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동생이 연락이 되지 않자 남편과 함께 그 집으로 찾아가는데....

시나리오로 쓰여진 작품입니다. 덕분에 시각적인 상상과 여러가지 배경 음악들을 머릿 속에 떠올리기 좋았습니다. 전화를 걸어온게 다름아닌 '미래의 케이티' 였다는 진상도 그럴듯했고요.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족임을 확신했다는데 그게 바로 자기였다니! 이런거야말로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싶네요. 시공을 초월하여 메시지를 나누는 작품은 많지만, 연인이나 가족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었다는 작품은 처음 봤습니다.

그러나 "제발 데려가.."는 그날 바로 심장발작을 일으킨 빌 위더먼을 병원으로 데려가라는 뜻이었다는건 좀 허무합니다.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면, 걸 때에 보다 명확하게 메시지를 남기는게 당연하잖아요? 빌 위더먼이 처제의 집을 찾아가며 느끼는 서스펜스는 나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작가에게서 기대해 봄 직한 공포나 스릴, 서스펜스도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고요.

소품에 가까운 작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이대로 영상화되었다는데, 영상물로 보는게 훨 낫지 싶네요.

"10"

출근 후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온 브랜든 피어슨은 '박쥐 인간'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 비명을 지르려던 그를 진정시킨건 같은 회사 프로그래머 듀크였다. 듀크는 '박쥐 인간'은 흡연자들에게만 보인다며 브랜든을 '박쥐 인간'을 본 사람들 모임에 초대했다. 그러나 모임은 리더 델레이의 배신으로 박쥐 인간의 습격을 받게 되고, 브랜든은 모임에서 처음 만난 캐머런, 모이라와 함께 탈출하는데....

아, 세상에 이런 작품이 있다니! 출근 후 10시, 지정된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끼리 일종의 유대 관계가 생길 수 있다는 건 저 역시 과거 흡연자라서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 흡연자들만 그들을 지배하는 사악한 '박쥐 인간'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죠. 금연 열풍, 담배 혐오가 널리 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작가의 역습이자 발버둥같은 작품이에요. 물론 흡연자들에게는 경전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테고요. 스티븐 킹이 흡연자일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러나 좋았던 아이디어에 비하면 전개는 그냥 그렇습니다. 일단 박쥐 인간과의 혈투가 시시합니다. 끔찍하게 생겼을 뿐, 별다른 능력이 있지도 않고 물리적 공격에 바로 격퇴되기 때문입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오마하로 탈출한 뒤, 브랜든 일행이 다시 '10시의 사람들'을 규합하여 박쥐 처단에 나선다는 한 페이지짜리 후일담으로 끝낼 이야기도 아니었고요. 서둘러 대충 끝낸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좀 아쉬웠어요. 아울러 '10시의 사람들'은 그냥 흡연자가 아니라 '담배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라는 디테일도 사족이었다 생각되네요.

하지만 그 어떤 단점에도 워낙에 아이디어가 압도적이라 별점 3점은 충분합니다. 이런 생각과 발상은 정말이지 본받고 싶네요.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제 주변 흡연자들에게 권해주고 싶습니다.

"크라우치 엔드"

남편이 실종되었다며 미국인 로니 프리먼이 경찰에 신고했다. 그녀는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힌 채, 경찰 베터와 로버트 파넘 순경에게 부부가 방문했던 런던 근교 '크라우치엔드'에서 겪었던 기묘한 경험을 상세하게 이야기하는데...

크라우치엔드가 크툴루를 위한 '크라우치엔드 토운'으로 이어지고, 그곳에서 부부가 크툴루를 만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러브크래프트를 위한 오마쥬로 러브크래프트와 크툴루 신화의 팬이라면 제법 즐길만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특별한 드라마는 없습니다. 부부가 겪는 공포스러운 상황만 이어질 뿐 크라우치엔드가 왜 크라우치엔드 토운으로 이어지는지, 어떻게 그 거리로 빠져들어 희생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고요.물론 이런게 러브크래프트 작품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한 마디로 요악하자면, "지나치게 잘 쓴 팬픽"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메이플 스트리트의 그 집"

장남 트렌트, 여동생 리사와 로리, 막내 브라이언은 의붓 아버지 루와 함께 사는 집에서 기묘한 금속 생명체가 자라난다는걸 알게 되었다. 트렌트는 엄마가 루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로 기절까지 하자, 금속 생명체를 이용하여 루를 없앨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집 안에서 기묘한 금속 생명체가 자라나고, 이윽고 그 생명체가 만든 시한장치에 의해 지하실에서 알 수 없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걸 트렌트가 알아채는 부분까지는 꽤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카운트다운은 '미국에 사는 남자아이라면, 시계가 0을 가리키면 폭발하든지, 이륙하든지 둘 중 하나라는걸 알고 있다'는 설정에 따른 결말은 좀 안이했습니다. 아이의 생각 그대로, 단지 카운트다운에 의해 나중에 '이륙해 버린다'는건 너무 단순한 발상이었으니까요. 또 이 기계 생명체가 무엇인지, 왜 성장한 끝에 이륙했는지 등 설명이 전무해서 답답했습니다. 어차피 가상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설득력을 조금이나마 보충해 줄 만한 최소한의 설명은 필요했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아무리 엄마가 힘들었다 하더라도, 새 아빠에 집까지 없어져버리면 엄마가 네 아이를 데리고 잘 살 수 있었을까? 라고 질문하면 그리 희망적인 답을 할 수는 없을거에요. 실제로 엄마가 루를 엄청나게 사랑했을 수도 있고요. 한마디로 무책임한 결말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입니다. 잔인함은 전혀 찾아보기 힘든, 가족 드라마스러운 내용은 이색적이나 아이디어를 전개와 결말이 잘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다섯 번째 4분의 1"

바니의 친구 제리는, 키넌에 의해 죽어가는 바니에게 들은 정보로 키넌과 병장을 습격했다. 이유는 바니에 대한 복수와 그들 4명이 나눠가진, 현금이 묻힌 4장의 지도 조각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부제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4"을 쓴다면?" 인데, 내용도 그에 걸맞는 충실한 하드보일드 액션물입니다. 보물 지도 때문에 사람들을 서로 죽이는 고전적인 설정에 더해, 4인 중 마지막인 재거와 벌이는 죽음의 사투가 인상적이에요.

'다섯 번째 4분의 1'이라는 제목은 이미 죽은 바니와 주인공 제리, 그리고 키넌과 병장, 재거라는 등장인물 5명을 의미합니다. 등장인물은 5명 뿐이고 (심지어 한 명은 이미 죽었고), 장소도 키넌의 집과 병장의 집이 전부이며 분량도 굉장히 짧지만 화끈한 액션이 휘몰아쳐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라기 보다는 미키 스필레인에 가깝지 않나 싶더군요. 그만큼 파괴적이고 화끈했거든요.

한마디로 고전적이고 화끈한 마초 하드보일드 액션물로는 최고에요. 달릴 때 확실히 달려준, 그런 작품인 셈이죠. 딱히 드라마가 돋보이지는 않지만, 그런건 애초에 불필요해요. "터미네이터"에게서 내면 연기를 기대할 필요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의사가 해결한 사건"

홈스에게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찾아왔다. 헐 경이 밀실에서 살해되었는데, 방이 완벽한 밀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헐 경은 가족들에게 가혹하게 대했던 터라, 아내와 아들들 모두 동기가 있던 상태였는데, 함께 방을 조사하던 왓슨이 사건의 진상을 꿰뚫는다.

와, 이제는 이런 작품까지 등장하네요. 스티븐 킹의 셜록 홈스 파스티쉬이자, 트릭이 사용된 본격물을 쓰다니!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작품도 놀라운 점이 많습니다. 홈스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제대로 현장 검증을 하지 못할 때, 왓슨이 진상을 꿰뚫고 추리 쇼를 벌이는 탐정 역을 맡는다는 과감한 설정, 피해자인 헐 경이 가족의 마음을 가지고 논 인간 말종이라 진범과 진상 모두를 알았지만 홈스, 왓슨, 레스트레이드 모두 진상을 덮고 단순 강도 사건으로 위장한다는 결말까지 모두 특이하거든요.

밀실 트릭의 정체는 화가인 둘째 아들 조리 헐이 엄청난 하이퍼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려낸 배경 그림을 테이블 다리 사이에 설치하고, 그 뒤에 숨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수 효과나 마술에서 쓰임직한 방법이죠. 주로 거울을 쓰는데, 하이퍼 리얼리즘, 극사실주의라는 미술 기법을 활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트릭을 예전 "경성탐정록" 창작 시절 써 먹어 볼까 고민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무척 반갑기도 했고요.
또 이 트릭 하나 뿐만이 아니라, 헐 경은 통풍으로 걸을 때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조리가 아버지를 지나쳐 서재로 먼저 들어갈 수 있었다던가, 조리가 방에 들어가 있던건 모든 가족이 알고 있어서 그들 모두가 공범이라는 등 추리적으로 볼 만한 부분이 많다는게 놀라왔어요.

물론 본격물 치고는 허술한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헐의 아내와 아들들이 모두 공모해서 헐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구태여 이런 복잡한 장치를 설치해가며 밀실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 모여있는 응접실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함께 현장을 조작하는게 더 현실적이잖아요? 하인 스탠리의 증언? 정 필요하면 스탠리까지 죽이면 됐을테고요...
트릭도 비록 헐 경이 비명을 질렀다는 변수가 있다손 치더라도, 애초에 너무 거창한 장치가 필요한 트릭이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그림자까지 가짜로 만들어야 해서 공이 지나치게 많이 들고, 날씨에 따른 변수도 있었다는 점에서도 영 별로죠.
아울러 파스티쉬인데 캐릭터에 대해 지나치게 창조적인 해석이 들어간 것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불호 쪽입니다. 왓슨의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게 특히나 이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여러모로 독특하며, 제가 읽은 최초의 스티븐 킹 본격물이자 셜록 홈스 파스티쉬라는 가치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셜록 홈스 팬이시라면 놓치기 마시길 바랍니다.

"클라이드 엄니의 마지막 사건"

유능한 사립탐정 클라이드 엄니는 어느날, 자신을 둘러싼 모든게 이상해졌다는걸 깨닫는다. 매일 시끄럽게 만드는 이웃 데믹 부부가 조용하고, 매일 아침 신문을 사는 신문팔이 피오리아가 복권에 담청되고, 단골인 식당 블론디스는 문을 닫고, 사무실이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 안내원 버넌이 은퇴한다고 하는 등 익숙치 않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클라이드 엄니 앞에 새뮤얼 D.랜드리라는 인물이 나타나, 그를 둘러싼 모든건 모두 소설 속 설정이며 자신이 그 모든걸 창조한 창조주, 작가라고 이야기하는데...

소설이나 영화 속 캐릭터와 현실의 작가, 또는 현실 세계가 만나서 사건이 벌어지는 작품은 많습니다. 특정 컨텐츠로 현실 인물이 빠져들어 벌이는 모험담이야 쌔고 쌨고, 현실과 픽션이 결합하여 벌어지는 일종의 패러독스를 다룬 작품도 있지요. 오래전 "라스트 액션 히어로"처럼요.

이 작품은 구태여 이야기하자면 후자 쪽에 가까운데, 특징이라면 픽션으로 빠져드는 현실 속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픽션 속 캐릭터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세계를 멋대로 비집고 들어와, 그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심지어 나 자신을 지워버리는 멋대로인 창조주의 희생양이라는 포지션이에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 제대로 맞는 캐릭터인데, 이런 비현실적으로 암담한 상황 묘사야 말로 킹의 특기 중 하나이지요.

또 클라이드 엄니는 더쉴 해밋 등 정통파 하드보일드 작가의 영향을 짙게 받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작 중에서 상황에 휘둘리면서도 추리하거나, 또는 상황 반전을 위해 노력하는 여러가지 행동들이 그야말로 클리셰대로라는 것도 재미있던 점입니다.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계속 하도록 유도하는게 대표적이에요. 당연히 실패하지만요.

결국 새뮤얼 랜드리에게 자신의 세계를 빼앗긴 클라이드 엄니가 현실의 새뮤얼 랜드리가 된다는 결말도 독특합니다. 일종의 바꿔치기가 일어난건데, 클라이드 엄니는 하드보일드 탐정답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소설을 창작하여 자신의 세계를 되찾을 결심을 한다는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에요. 그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죽어도 포기하지 않는게 탐정이니까요. 과연 클라이드 엄니가 새뮤얼 랜드리에 의해 붕괴한 자신의 소설 속 세계를 재 구성하여 되 찾을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뻔한 설정이지만 약간의 변화로 새로움을 안겨다 준다는 점, 특별한 액션 없이 둘의 대화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긴장감도 넘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좋은 작품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고개를 숙여"

스티븐 킹의 아들 오언 킹이 뛰는 리틀 야구팀 뱅고어 웨스트가 지구 우승을 차지한 시즌에 대해 기록한 논픽션입니다. 리틀 야구이기는 하지만 마지막 회에 역전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상당히 드라마틱한 경기 묘사가 이어져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별점을 주기에는 좀 애매한 결과물이에요. 제가 원한건 스티븐 킹의 논픽션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 작품을 비롯하여 나머지 부록들에 대한 별점은 따로 없습니다. 참고하시길.

2020/07/24

녹슨 도르래 - 와카타케 나나미 / 문승준 : 별점 3.5점

녹슨 도르래 - 6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내친구의서재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스터리 전문서점 ‘살인곰 서점’의 점장 도야마 야스유키를 만나, 서점 일을 도우며 탐정 일을 계속한 지 3년째. 하무라 아키라는 전에 없던 생활고로 고생 중이다. 살인곰 서점이 일주일에 사흘만 열게 되면서 수입이 대폭 줄어든 탓이다. 다른 대형 탐정사에서 하청을 받아 입에 풀칠을 해보지만, 이렇게 들어온 일들은 대개 위험 부담이 크고 돈도 되지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이번에야말로 편한 건수라며 일이 들어온다. 의뢰 내용은 일흔네 살 할머니의 뒷조사를 해달라는 것.

거절하려 했지만 일당을 올려준다는 말에 하무라는 덜컥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렇다. 그 의뢰는 분명 손쉬운 의뢰였을 것이다. 하지만 미행을 하던 중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위를 올려다본 순간, 그 할머니가 하무라 아키라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데…….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 하무라 아키라. 그녀의 불운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그 끝에 과연 구원은 있을까?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용)

와카타케 나나미사립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장편입니다. 여러가지 사건이 등장하지만, 하무라 아키라가 히로토의 의뢰를 받아들여 그가 '스카이랜드'에 간 이유를 밝혀내려는게 핵심입니다. 

완벽한 하드보일드 물이라는 점이 놀랍습니다. 인륜도 저버린 비정한 범죄가 연이어 벌어지며, 연관이 없어보였던 사건들과 등장인물들이 전부 관련되어 있으며, 관계자들은 모두 선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전개 모두 완벽합니다. 아버지는 죽고, 자신은 겨우 살아남은 교통 사고 때, 왜 아버지와 '스카이랜드'에 갔는지?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히로토의 평범하고 별 볼일 없어 보였던 의뢰가 하무라 아키라의 조사를 통해 의외의 진상이 드러나는 결말도 하드보일드스럽고요. 제가 읽었던 이전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는 모두 단편이라 미쳐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장편으로 읽으니 확실히 하드보일드를 지향한다는게 잘 느껴졌습니다.

사건에 대해 조금 자세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히로토가 아버지와 스카이랜드에 가게 되었던 이유는, 스카이랜드에서 대마를 흡입하고 난동을 피운걸 사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마 흡입은 친구 류지와 함께 했고, 이 일로 취직이 취소될까 겁낸 류지의 가족이 히로토 부자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두 부자를 브레이크와 엑셀을 헛갈려 차로 치었다는 노인 호리우치는 류지의 외할아버지였지요. 그러나 류지는 죽지 않고 살아났고, 치료를 받으며 탐정을 고용하자 사고를 위장하여 불을 질러 살해했던게 진상입니다.

그런데 거의 마지막까지 히로토의 죽음은 히로토의 아버지 미쓰타카가 각성제를 밀매했던 증거를 없애기 위함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실제로 이 각성제 밀매와 관련된 인물들의 범죄 행각도 하나 둘 씩 밝혀지고요. 그래서 독자는 하무라 아키라와 함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립니다. 일종의 미스디렉션인데 수법이 교묘해요. 읽으면서 히로토의 죽음이 흐릿해지고, 각성제가 진짜 범행 동기로 보이니까요.

복잡한 이야기 구조임에도 재미있게 써 내려간 작가의 필력도 대단합니다. 하무라 아키라의 생생함 덕이 큽니다. 본의아니게 온갖 사건, 사고에 휘말리며 마지막에는 자신을 죽이려고 찾아온 류지의 모친 때문에 자신의 소유물 중 유일한 고급품인 오리털 이불과 다이쇼 시대 책장까지 망가져 버리는데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 이라는 이명에 잘 어울립니다.
다만 불행하기만 한 건 아니고, 탐정으로서의 능력도 괜찮은 편입니다. 수사 방법도 설득력있고 등장하는 소소한 추리들도 좋아요. 히로토의 대학교 버디인 '분페이'의 정체나 마키무라 하나에의 정체를 알아내는 추리가 대표적입니다. 여러가지 단서들도 공정하게 제공됩니다. 히로토의 친구 이즈시가 아이돌 콘서트에 참석했던 영상이 그를 협박하는 도구가 되는 식으로 복선도 잘 짜여져 있고요.

마지막에 수록된, "조용한 무더위"에서처럼 작 중 등장했던 여러 추리 소설들에 대해 소개해주는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라는 부록도 반가왔습니다. "소년탐정 칼레"는 어린 시절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다시 구입해봐야겠더군요. 그 외 작품은 엘러리 퀸 등 극소수 유명 작가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번역이라 슬프네요.

그러나 너무 복잡한 구성, 지나친 하드보일드 분위기를 따라해서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마리카의 존재입니다. 그녀는 미쓰타카의 첫 사랑으로, 집안의 반대 때문에 부유한 의사 다쿠마와 결혼한 뒤에도 미쓰타카와 리미 사이를 방해하기 위해 골몰하다가 미쓰타카, 리미 부부가 공갈범 사토 가즈히코를 죽이게끔 유도하고, 이후 미쓰타카를 협박하여 마약 밀매의 길로 끌어들인 인물입니다. 그녀 때문에 여러 명이 죽고 파멸해버린, 한마디로 말해서 하드보일드 작품들에 흔하게 등장하는 절대악, 흑막, 팜므 파탈이지요.
하지만 이 작품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존재가 현재의 사건 - 히로토가 죽은 화재 사건 - 에 영향을 미치는건 없거든요. 미쓰타카가 죽은 이후 그녀가 직접 히로토를 괴롭히러 나타날 이유도 없고요. 아버지가 무슨 죄를 지었던, 히로토는 상관할바가 아니니까요.

또 하무라 아키라가 중요한 단서처럼 언급하는, 그녀의 병원에 전시된 사토 가즈히코의 해골도 과거 범죄의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미 죽어버린 미쓰타카에게 건네받은 일종의 선물이라고 주장하면 그뿐이거든요.
도비시마 이치코가 하무라 아키라에게 약을 먹여 교도소에 집어넣는 행동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녀의 말대로, 마약 밀매에 대한 조사가 윗 선까지 닿아 있었다면, 구태여 이런 수작을 부릴 이유는 없습니다. 하무라 아키라의 말대로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도 있었을테고요.
이런건 하드보일드에 흔하게 등장하는, 경찰 조직과 탐정의 알력, 다툼을 묘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나마 이치코를 응징하는 하무라 아키라의 행동만 볼거리였어요.

물론 이 무서운 여자들의 행동은 이 작품만 놓고보면 말이 안되는건 아닙니다. 이 두 여자에 더해, 마지막에 하무라 아키라를 죽이려고 찾아온 류지의 모친 등 악당이라 할 수 있는 여성들 모두가 지나칠정도로 이기적이고, 극도의 자기 합리화가 가능한 인물들인 탓입니다. 모두들 자기 행동은 아무 문제가 없다, 잘못은 너 (하무라 아키라)와 피해자 (히로토 등) 가 저지른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런게 별로 현실적인 설정은 아니지요. 게다가 마리카와 이치코 모두 딱히 등장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무리수였어요.

마지막으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사랑의 도피로 사라졌다는 히로토의 어머니 리미의 정체가 히로토의 먼 친척이라고 자칭한 하나에라는 것도 뜬금없었어요. 미쓰타카가 죽고 히로토는 겨우 살아남은 상황에서, 자신이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거짓말을 유지해가며 먼 발치에서 아들을 지켜본다는건 설득력이 낮지요. 사토 가즈히코의 죽음이 지금에 와서 다시 드러날 이유도 없고요. 하나에의 정체에 대해서 던져주는 이런저런 단서들도 좀 부족한 편입니다. 이 역시 불행한 운명에 빠진 가족이라는 하드보일드 서사를 그냥 따라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드보일드를 현대 일본으로 끌고 온 작품들 중에서는 충분히 손에 꼽을만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가치는 재미에 있습니다. 단편인줄 알고 집어들었는데, 한 번에 몰입해서 읽을 정도였거든요.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조금 불필요한 곁가지들을 정리했더라면 별점 4점 이상도 충분했을겁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이니,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06/11/23

A 사이즈 살인사건 - 아토다 다카시 : 별점 3점

북오프에서 구입한 책. 저자 아토다 다카시는 "기묘한 맛" 류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죠. 약간 로얄드 달 분위기도 나서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추리물로도 상당히 유명하나 국내에 소개된 것은 없어서 아쉽던 차였는데 우연찮게 북오프에서 발견하여 서슴없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정통 추리 단편집이라는 표지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일어 원서다 보니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잡은지 1주일만에 겨우 대충이나마 다 읽게 되어 포스팅합니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탐정역의 캐릭터로 탐정이 "묘법사"라는 절의 주지승입니다. 즉, 스님 탐정이죠.(만화 "잇큐"도 있지만 워낙 허접한 만화라...) 작중 스님의 말을 빌리자면 "시체 때문에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것은 형사- 스님이 똑같다라는 점이 와닿기도 하네요. 어쩐지 "브라운 신부"하고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단지 직업이 독특한 것에 그치지않고 작품이 진행되어 나가면서 하나씩 성격과 매력이 드러나는데 세속의 여러 풍습과 문화에 굉장히 밝고 술과 고기도 즐기는 괴승으로 주인공 형사와 바둑을 두며 선문답 형식으로 추리를 전개해 나간다는 설정이 이색적이고 새로왔습니다. 장황하지 않으면서도 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잘 살아있는, 유머러스하게 묘사된 성격 역시 딱 제 스타일이더군요. 한마디로 이런 독특한 탐정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었어요.

이 스님이 바둑친구이자 형사인 사사무라가 미해결 사건을 들고오면 사건 이야기를 듣고 추리하며 바둑을 둔다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 스타일 추리물로 추리가 잘 풀리면 바둑이 강해진다는 디테일도 좋고 연재 당시의 계절과 세월의 흐름까지 잘 표현되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든 부분이고요. 또한 트릭들 역시 본격에 가까운 정통적인 퍼즐 미스터리라 딱 제 취향이었습니다. 트릭에 큰 무리가 없으며 인간 심리를 이용하여 범행이 이루어지는 과정의 재구성도 꽤나 합리적이었고요.

물론 스님이 던지는 질문과 그것을 통해 추리를 이어나가는 과정의 설득력이 약간 떨어진다는 점은 약간 아쉽습니다. 그리고 책 소개에도 나와 있는 선문답으로 추리를 진행한다는 설정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용의자 중 이과대학 출신의 인물은?" 이라는 질문을 "용의자 중 가장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은?" 이라고 물어보는 식이니까요. 너무 추리물에 어울리게 빙빙 꼬아 놓았다라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래도 대체로 작품 모두가 단편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추리적, 이야기적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결론내리자면 아토다 다카시라는 작가의 재발견이랄까요? 기존에 많이 접했던 섬뜩한 느낌의, 또는 기발한 상상력의 중단편보다 저는 이 추리 단편들이 훨씬 마1음에 들었습니다. 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제 허접스러운 일본어 실력으로도 독해가 가능할 정도로 짤막짤막한 대사들로 구성된, 짤막하게 압축된 작품들이라는 것도 좋았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저의 베스트는 트릭이 절묘한 표제작 "A 사이즈 살인사건", 그리고 기묘한 상황과 설득력 있는 트릭이 잘 부합하는 "2LDK 개미지옥" 입니다. 시간이 된다면 한번 번역해보고 싶네요.

그런데 문예춘추사 문고본인데 한자에 독음이 달려 있지 않아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지명을 잘 알아보기 힘들더군요. 아쉽...

PS : 무려 24년전에 발간된 책이긴 하지만 단돈 2천원으로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사실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북오프 만세!)


1. A 사이즈 살인사건 :
호텔 뒷편 저수조에서 젊은 여자의 사체가 발견된다. 인적이 뜸한 곳이며 동기 등을 본다면 여자가 속해 있던 학생 오케스트라 멤버에 의한 살인으로 보이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는 철벽과도 같은 상태.
표제작으로 사사무라가 묘법사에 바둑을 빙자한 사건 의뢰를 하는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관련된 설명이 조금 길게 실려 있긴 하나 무리없이 깔끔하게 흘러갑니다. 무엇보다도 트릭이 상당한 수준이며 정통적인 방법으로 전개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단, 제목이 내용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트릭과 별 상관없는 것이라 약간 맥이 빠지긴 합니다. 단편집을 출간하면서 제목을 바꾼 모양인데 원제였던 "A 컵 살인사건" 쪽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그게 그거지만. 어쨌건 좋은 작품. 별점은 3.5점입니다.

2. 2LDK 개미지옥
신혼부부가 신혼여행에 돌아오는데 모르는 남자가 알몸으로 욕조 안에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남자는 신혼부부와 일면식도 없는 인물. 대체 왜? 그리고 어떻게 살해 되었는가?
모르는 남자가 집 욕조 안에서 죽어 있다... 기발한 발상으로 시작하나 사건 자체는 합리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이 매력적인 작품. 트릭도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이 남자를 살해하는 과정의 재구성이 정말 딱딱 들어맞거든요. 딱 한가지 문제점이라면 경찰 수사로도 충분한 내용이었다는 것인데 사사무라가 너무 스님에 의존하는 것 같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3. 구두와 미약과 3인의 여자
한 남자가 독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그는 결혼했지만 3명의 여성과 관계를 맺고 있는 플레이보이. 3명의 여성을 조사하지만 알리바이도 확실하고 동기도 명확하지 않다. 스님은 그 남자의 넥타이와 구두에 주목하는데...
독살 이야기인데 깔끔하게 전개되고 스님의 선문답도 이 작품에서는 그런대로 설득력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완성도도 높지만 무엇보다도 진상이 정말 의표를 찌르는 것이라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좀 시시한 편이라 약간 소품같은 느낌이 들긴 하더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4. 이중 인격의 죽음
한 기업 기숙사의 가장파티에 손님으로 참석했던 남자가 창고에서 목을 매단 시체로 발견된다. 자살로 보이지만 사사무라 형사는 자살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타살이 아닐까 생각하나 유력한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는 철벽. 그는 스님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묘법사로 찾아온다.
자살을 가장한 타살은 살인의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추리소설에서 이러한 방법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죠. 이 작품은 그러한 맹점을 잘 파고들은 괜찮은 단편입니다. "가장파티"라는 특정 상황을 이용한 효과적인 트릭으로 보이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5. 맨발로 천국에
한 남자가 맨션에서 투신 자살한다. 그러나 사사무라는 죽은 남자가 구두를 정돈하지 않고 엉망으로 해 놓은 점이 계속 신경이 쓰이는데...
투신 자살할 때 왜 신발을 벗어서 가지런히 해 놓는가? 라는 것을 주제로 쓰여진 작품입니다. 이 명제 자체가 흥미로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단 트릭이 약간 비현실적이고 스님의 선문답 물음의 하나인 "비와호" 관련 질문은 너무 비약이 심한 것 같아 아쉽더군요. 너무 문답을 어렵게 만들려는 속셈이 빤히 들여다 보인달까요? 그래도 작품은 하나의 단편으로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6. 고물취향의 사체
골동품 수집이 취미인 한량 대학원생이 자기 방에서 화약으로 머리 반쪽이 날아간 시체로 발견된다. 그러나 폭발을 일으킨 흉기는 없는 상태. 용의자도 애매한 상황에서 사사무라는 다시 묘법사로 찾아가 주지스님에게 사건을 문의하게 된다.
이 단편은 일종의 장치를 이용한 트릭이 등장하는데 장치의 조잡함은 둘째치고서라도 우연(?)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흉기를 숨기는 방법에 대한 디테일은 좋았지만 사소한 부분으로 추리적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한다면 많이 처져 보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7. 벛꽃잎의 미로
황실과 친척관계인 명문집안에 협박장이 날아온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긴장한 경찰은 사사무라를 비롯한 형사들을 수사에 투입한다. 그러나 협박 자체 부터가 애매할 뿐더러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자 사사무라는 주지스님에게 사건을 털어놓고 추리를 부탁한다.
소품입니다. 몇통의 협박장만 가지고 이야기가 이루어지거든요. 그렇지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소재이기에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8. 하프-문 살인사건
초등학교 교사가 살해당한다. 그녀는 너무나 형편없는 실력으로 학부모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독신 여성. 사사무라는 결정적 단서가 포착되지 않자 다시 묘법사로 찾아간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진 트릭이 쓰이고 있는 작품입니다. 때문에 새로운 느낌을 별로 전해주진 않고 오히려 주지스님이 본사로 영전하게 되어 작품이 마무리 되는 시리즈의 최종장적인 설명이 더 중심인 듯 싶네요. 그래도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울리고 전개와 추리의 과정이 깔끔하며 합리적인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4/08/28

쥐덫 - 애거서 크리스티 / 유명우 : 별점 3점

쥐덫 - 6점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최근 불붙은 여사님 단편집 구입 러쉬의 마지막 작품. 진작에 읽어보았던 작품이라 구입계획은 없었는데 신촌 숨어있는 책에서 1000원에 발견해서 그냥저냥 소장 겸하여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전부 9편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사님의 시리즈 캐릭터인 미스 마플과 포와로는 물론 할리 퀸까지 등장하기 때문에 흡사 종합 선물 세트같은 느낌을 전해주네요.
제일 먼저 실려있는 표제작이자 크리스티 여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쥐덫"은 추리소설의 전형적 소재인 눈으로 폐쇄된 하숙집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신혼부부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저택을 하숙집으로 개조하여 영업하던 중 런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이 하숙집으로 숨어 들어왔다는 첩보와 함께 형사가 찾아오게 된다. 이후 눈으로 고립되고 전화마저 끊긴 하숙집에서 투숙객 중 한명인 보일 부인이 살해당하며 이 사건은 과거에 있었던 아동 학대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세마리의 눈먼 쥐" 라는 동요를 소재로 세명이 살해 당할 것이라는 암시와 함께 누가 범인인줄 모르는 긴장감과 더불어 폐쇄적인 상황을 잘 이용하는 작품입니다. 영국에서는 연극으로 50년이 넘게 공연되고 있는데 연극에 정말 잘 어울리는 소재라 생각되네요.
이전에 이미 읽어서 범인이 누구인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재미는 덜 했습니다만 폐쇄된 곳에서 벌어지는, 동요와 연관되는 연쇄 살인극이라는 상황의 원본이자 모범 답안으로서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두번째 작품 "이상한 사건"은 미스 마플양이 나오는 일종의 암호 추리물인데 "거액을 투자하여 종이 한장분량으로 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명제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이 명제와 트릭은 당대에는 기발하고 신선했을 것 같지만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았다는 문제가 큽니다. 후대 작가들의 수없는 인용으로 신선함이 떨어지니까요. 그래도 마플양의 캐릭터는 아주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세번째 작품 "줄자 살인사건"은 마플양의 범인을 잡기 위한 실제적인 활약이 펼쳐지는 특이한 이야기로, 트릭이나 동기 등이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제목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던,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인 어처구니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제목만 빼면 별점은 2.5점. 원제가 조금 궁금합니다.

네번째 작품 "모범 하녀"는 살인 사건이 아닌 도난 사건을 소재로 하여 두 자매의 집에 새롭게 들어온 모범 하녀의 이야기인데, 트릭 자체는 "사람바꾸기"라는 평범한 것으로 추리적으로 그닥 신선하지는 않지만 워낙 설정이 기발하고 이야기도 척척 들어 맞아서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다섯번째 작품 "관리인 노파"는 마플양을 찾아온 헤이독 의사가 마플양의 원기 회복을 위해 과거에 있었던 루이즈 랙스턴 부인의 사고를 수수께끼로 전해 주고 그것을 마플양이 전형적인 안락의자형 방식으로 (즉 생각만으로)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그냥 저냥 평범한 수준이더군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여섯번째 작품 "4층 아파트"는 포와로가 등장합니다. 아랫층에 사는 젊은이들이 우연히 발견한 살인사건을 해결해 주는 이야기로 "어두운 방 안에서라도 항상 같은곳에 있는 것이 있다"라는 당연한 사실로 진상을 풀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사건의 해결방법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추리적인 재미 부분에서 점수를 주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일곱번째 작품 "조니 웨이벌리의 모험"은 웨이벌리 가문에 발생한 유괴사건을 의뢰받은 포와로가 의외의 진상을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회색 뇌세포"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작품으로 탄탄한 구성과 더불어 추리적으로도 색다른 재미를 전해 줍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방법이 너무 미흡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든 건 조금 아쉽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여덟번째 작품 "24마리의 검은 티티새"는 우연히 찾아간 식당에서 매주 같은 요일에 항상 같은 음식만 주문하는 괴짜 손님을 포와로가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괴짜 손님이 시체로 발견되자 포와로는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 죽음의 진상과 범인을 밝혀내는데 성공한다는 내용으로 우연히 주목한 사소한 사실에서 진상을 밝혀내는 구조가 완벽하고 동기 및 시간의 흐름도 깔끔한 수작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아홉번째 작품 "연애 탐정"은 마지막 작품답게 이색적으로 세터드웨이트 씨와 할리퀸이 등장하네요. 이야기는 할리 퀸 스럽지 않게 할리 퀸이 너무 정보를 많이 뿌려주는 감이 있고 내용도 조금 빈약하지 않나 싶습니다. 서로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주는 두명의 공범자라는 소재는 너무 뻔했거든요... 별점은 2점입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다양하고도 멋진 작품들이 실려 있고 탐정 캐릭터들도 여럿 등장하며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좋은 단편집입니다. 개인적 베스트는 "모범하녀" 와 "24마리의 검은 티티새" 이지만 다른 작품들도 거의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이거든요. 추리 소설의 팬이시라면, 거기에 크리스티 여사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아울러 여기 실린 포와로 단편은 전부 케이블 TV의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극장"에서 극화되어 방영되었기 때문에 드라마 까지 구해 본다면 금상첨화일것 같습니다.

이로써 제가 소장한 총 13편의 크리스티 여사 단편집은 "화요일 클럽의 살인", "검찰측의 증인", "명탐정 파커 파인", "쥐덫", "포와로 수사집", "부부탐정", "수수께끼의 할리 퀸",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패배한 개", "리가타 미스터리", "헤라클레스의 모험" 입니다. 혹 다른 단편집이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PS :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베스트라면 역시 "화요일 클럽의 살인" 이 아닐까 싶네요^^

2020/10/04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 : 살인자 외 -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 / 신예용 : 별점 2점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 : 살인자 외 - 4점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 지음, 신예용 옮김, 박광규 기획.해설/코너스톤

1890년대 후반에서부터 1940년대 까지, 추리소설의 여명기와 황금기까지의 시기에 발표된 여러가지 단편들을 모아 놓은 앤솔러지입니다. 이런 류의 앤솔러지는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을 비롯하여 그동안 많이 접해보았지만, 국내에 비교적 소개되지 않았던 유명 시리즈 작품들 위주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절반 정도는 '퀸의 정원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을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기도 하고요. 최소한 역사적 가치는 확실히 있다는 의미지요.

그러나 역사적 가치 외의 다른 가치를 느끼기는 함들었습니다. 너무 오래 전 작품인 탓입니다. 여러모로 설득력도 떨어졌고요. 전체 평균한 별점은 2점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고전 본격 추리 애호가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책이라는건 분명합니다. 초창기 추리 소설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저같은 사람이 많이 없는지 재정가로 가격이 3000원 수준으로 떨어져서 가격도 착하거든요.

수록작 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터들리 농장의 공포" 

의사인 나에게 스터들리 부인이 찾아와 자기 남편의 병을 치료해줄 것을 부탁했다. 나는 스터들리 농장으로 찾아가 준남작과 만났는데, 준남작은 자신이 밤마다 유령을 보는 탓에 공포로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준남작과 방을 바꾸어 유령의 정체를 밝혀내려 하는데...

코난 도일이 "마지막 문제"를 발표하며 '스트랜드 매거진'에 셜록 홈즈 단편 연재를 중단했을 때, '스트랜드 매거진'이 구멍을 메꾸고자 투입한게 바로 이 작품이 포함된 '어느 의사의 일기 시리즈' 였다고 합니다. 제목 그대로 '어느 의사'인 핼리팩스 박사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시리즈로 '퀸의 정원' 에서는 최초의 '의학 미스터리' 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퀸의 정원'에서 매긴 가치는 '역사적 중요성'과 '희소 가치'고요. 아쉽게도 '퀄리티' 점수는 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작품 발표 계기, 그리고 연재 시점을 보면 정통 본격물의 시조 중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겠지만, 추리 소설의 여명기 작품이기 때문인지 완성도가 영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입니다. 

스터들리 준남작과 부인의 방은 옷장의 비밀 문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폐결핵으로 죽어가던 부인이 저승길 동행을 위해 준남작에게 밤마다 유령쇼를 펼쳤다는게 진상인데, '나' (핼리팩스 박사)가 침실을 바꾸고 유령을 목격한 뒤, 유령이 나타난 옷장을 수색한 것 외에는 별다른 추리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셜록 홈즈가 변장만 하고 추리를 펼치지 않는다면, 이를 정통 본격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잖아요?

스터들리 부인이 '나'를 부르지 않았다면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이야기 전개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부인은 '나'가 준남작에게 두뇌 질환으로 환영을 보는 걸로 이야기해줄걸 기대했다는데, 과학을 신봉하는 의사가 유령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믿을거라 생각한건 영 납득이 가지 않네요. 아무리 시대를 감안한다고 해도 말이지요. 아울러 '의학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전무해서 아쉬웠습니다.

본격 추리 소설 초창기 단편 중 한 편을 만나 보았다는 기쁨, 그리고 오스틴 프리먼손다이크 박사 이전에 '과학을 신봉하는' 의사 탐정이 있었다는 사료적 가치, 마지막으로 스터들리 부인이 유령을 만들어낸 장치가 배터리에 연결된 전등이라는 상당한 하이테크 제품이라는 점 등 눈길을 끄는 요소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금고실의 다이아몬드" 

헤드와 친구 두프라이어는 둘의 세계적인 악녀 마담 콜루치가 다이아몬드 상인 칼튼의 파티에 초대된 걸 알고 파티 초대를 받아들였다. 마담 콜루치는 칼튼 부인의 전남편이 살아있다며 그녀를 협박하는 것과 동시에, 칼튼 부인을 시켜 빼돌린 로체빌 다이아몬드를 칼튼의 철벽 그곳에서 훔쳐낼 계획이었다....

L.T. 미드와 로버트 유스터스가 합작하여 1890년대 후반 발표되었던 연작 단편집 "일곱왕 연맹" 수록작이라고 합니다. 희대의 악녀로 비밀 범죄 조직 '일곱 왕 연맹'의 총수인 마담 콜루치와 과학자이자 탐정 노먼 헤드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 시리즈라고 하네요. '퀸의 정원'에서 매긴 가치는 '역사적 중요성'과 '희소 가치'고요.

역시 '퀄리티' 점수는 받지 못했는데, 이해가 갑니다. 특히 이 단편은 그 수준이 아주 미흡해요. 내용부터 딱히 건질게 없거든요. 헤드와 마담 콜루치와의 대결이 등장하지 않는 탓이 가장 큽니다. 헤드의 활약이라고는 고작해야 칼튼 부인을 설득해서 전 남편에 대한 사실을 고백하라고 이야기하는게 전부거든요. 그나마도 실패하고요. 게다가 다이아몬드도 놓쳐버리기 때문에 이래서야 명탐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합니다.

못하는게 없는 희대의 악녀인 마담 콜루치 캐릭터는 분명 시대를 앞서갔다고 생각됩니다. 또 열쇠를 돌리면 비상벨이 울리는데, 울리지 않은 이유에 대한 트릭도 괜찮았습니다. 칼튼의 열쇠를 조작해서 열쇠의 머리 부분만 헛돌게 만든 거지요. 즉, 열쇠를 돌려도 잠기지 않은거고, 당연히 다시 열어도 벨이 울리지 않은 것입니다. 열쇠를 돌릴 때의 저항감, 소리, 마지막으로 금고가 정말 잠겼는지 확인을 왜 안했는지 등 딴지를 걸자면 끝도 없지만, 열쇠 하나의 조작으로 모든걸 일이루어 낸, 대담한 발상의 트릭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연작 단편을 이어서 다 읽는다면 모를까, 이 작품 하나만 읽고 점수를 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더욱 많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탐정 스페이드" 

맥스 블리스가 협박 받고 있다는 전화를 스페이드에게 남긴 뒤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샘 스페이드는 아는 형사 던디 등이 수사하는 와중에 끼어들어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낸다.

대실 해밋이 쓴 샘 스페이드 단편입니다. 묵직하고 거친 사나이 매력을 담뿍 풍기는 이야기이며, 피해자의 딸이 몰래 만나던 불륜남, 광신도이면서 못생긴 가정부 에피 부인이 묘하게 엮여서 사건이 복잡해 지는 전개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소설과 다를게 없는데 정통 추리물이기도 하다는게 놀랍습니다. 유력한 용의자인 피해자의 동생 시어도어가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증거를 인멸하여 살인을 저지른 것이며, 시체에 놓여져 있던 '새 넥타이' 가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점 등은 본격 추리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거든요. 피해자는 옷을 벗던 중 살해된 것 처럼 보이지만, 그럴 경우 매고 있던 넥타이가 아니라 새 넥타이가 놓여져 있는건 이상하다는 이유입니다. 이를 발견한 스페이드의 눈썰미도 대단하지요. 

샘 스페이드는 피해자로부터 전화를 4시 5분전 쯤 받았는데, 시어도어는 4시에 법정에서 결혼을 했다는 철벽의 알리바이에 대한 트릭도 간단하고 깔끔합니다. 시어도어는 3시 30분 쯤 피해자를 죽이고 법원으로 가서, 그 곳에 있는 전화로 자신이 피해자인 척 하고 전화를 걸은 겁니다.

물론 스페이드가 한 추리의 증거가 범인 시어도어 손에 난 상처 뿐이라는건 빈약합니다. 상처가 났다고 범인이라는 증거는 될 수 없으니까요. 가정부 에피 부인도 손에 상처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게 특이한 상처도 아니고요. 손의 상처보다는, 법원에서 전화를 건 기록을 찾아서 시간을 대입해 보는 식으로 풀어갔더라면 더 깔끔했을 겁니다. 아울러 피해자가 시어도어에게 협박?의 댓가로 지불한 돈은 2만 5천불일텐데 2'억'으로 기입된 오타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드보일드와 본격 추리와의 결합에 성공한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퀸의 정원'에 소개된 "샘 스페이드의 모험" 수록작으로 이 책은 역사적 중요성, 희소성은 물론 퀄리티까지 인정받고 있네요. 당연합니다.

"의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시계"

8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여성 탐정 바이올렛 스트레인지 시리즈로 "Mystr 럭키팩 8 - 탐정 소설 : Mystr 컬렉션" 수록작과 동일합니다. 

당시에는 혹평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꽤 괜찮은 점도 많았습니다. 자브라스키 박사가 순간적인 충동으로 살인을 저지른 과정이 훨씬 설득력있게 다가온 덕분입니다. 흥분한 자브라스키 박사가 '층을 착각해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우연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고요. 번역의 차이 때문이었을지 궁금하네요. 

물론 우연에 의한 작위적인 범죄라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고,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오래된 작품이라는 티는 물씬 납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별점 1.5점을 줄 작품은 아니에요. 다시 매긴 별점은 2.5점입니다.

"두 번째 총알" 

여성 탐정 바이올렛 스트레인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사장'에게 고용되어 돈 하나만 바라보고 일하는 사립 탐정 바이올렛과, 부유하고 젊은 사교계의 꽃 바이올렛이라는 설정이 재미나게 묘사된 작품입니다.

맨해튼의 한 아파트에서 해먼드 씨가 자신의 아기와 함께 죽은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는 총을 들고 있었고 가슴에 총을 맞았으며, 아기는 죽은 해먼드 씨의 손에 눌려 질식사했지요. 해먼드 씨 가슴의 총알은 그의 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밝혀집니다. 그러나 근접 거리에서 손 총격은 아니었고, 해먼드 부인인 열린 창문을 통해 누군가 해먼드 씨를 쏘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면, 해먼드 씨 몸 속 총알과 함께 해먼드 씨가 쏜 총알도 발견되었어야 했습니다. 바이올렛이 이 두 번째 총알이 어디있는지 추리해내는게 주요 내용입니다.

그러나 추리적으로는 문제가 많습니다. 해먼드 씨 몸속 총알은 해먼드 씨의 총에서 발사된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법과학의 수준은 많이 부족했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앞서 거의 단언하다시피한 정황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는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본격 추리물로는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두 번째 총알을 아기가 삼켰고, 그것 때문에 질식한 것이었다는 진상은 괜찮았습니다. 해먼드 씨가 아니라 총알이 후두를 막은게 질식사의 원인이 된 거지요. 어디론가 사라진 총알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손 꼽을만한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이 진상 덕분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참고로, '퀸의 정원'에서는 A.K 그린 (애나 캐서린 그린)의 "미스터리의 걸작들" 이라는 단편집을 '역사적 중요성'과 '희소성'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소개하고 있는데, 바이올렛 스트레인지 시리즈는 아닌 듯 하네요. 가치가 크게 다를거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급행열차 안의 수수께끼" 

급행열차 안 객실에서 르웰린 부부가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권총이 사라진 탓에 자살은 아니었는데, 객실 문은 1인치 정도 열린 채 쐐기로 고정되어 도저히 열 수 없었다. 남아 있던 승무원과 승객의 신분도 모두 확실했으며, 그들이 범인일리 없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살인을 저지르고 열차를 떠났을 텐데, 객차의 앞 쪽 침대칸은 승객과 승무원 모두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고 증언했으며, 뒷 쪽 3등칸에는 아이가 울어 달래러 나온 부부가 있었다. 객실 문 옆 승객이 바라보고 있었다. 범인은 열차를 어떻게 떠났을까?

고전 본격물의 걸작 "통"과 '프렌치 경감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 F.W. 크로포츠의 단편입니다. 

굉장히 복잡한 장치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절반 가까운 내용을 F.W. 크로포츠 본인이 오랜 철도업 종사자라 쓸 수 있었을 상세한 기차 구조 설명에 할애하고 있지만, 열차의 구조와 얼마나 불가능한 범행이었는지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탓입니다. 이런 기차 여행이 흔했던 발표 당시라면 모를까, 기차를 별로 타지도 않는 지금 독자들이 이해하기는 더욱이 역부족이었어요. 차라리 만화라던가, 최소한 삽화 등으로 트릭을 설명해 주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범행이 밝혀지는건 추리의 결과가 아니라 범인의 고백이라는 점에서도 추리물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범인이 친구 르웰린에게 연인을 빼앗기자 복수심에 저지른 치정 범죄라 트릭은 알 수 없어도 동기만 확인되면 범인은 충분히 체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경찰은 도대체 뭘 한 건지 잘 모르겠네요.

한마디로 추리물로 보기도 어렵고, 지금 시점에서는 이해조차 하기 어려웠던 작품이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퀸의 정원'에도 소개되지 않았을 정도니 지금 와서 읽을 가치는 별로 없겠지요. "통"이나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살인자" 

서밋 이라는 도시에 찾아온 맥스와 알은 식당에서 식사를 시킨 뒤, 사장 조지와 요리사, 그리고 손님 닉을 협박하며 그들의 목적을 말해 주었다. 그들은 올레 앤더슨을 죽이기 위해 온 것이었다. 올레 앤더슨은 식당 단골로, 킬러들은 그를 기다리는데...

미국 현대 문학 거장인 헤밍웨이의 작품인데 추리 소설은 아닙니다. 하드보일드 느낌이 나는 드라마거든요. 킬러가 등장해서 식당 관계자들을 협박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살인 이 일어나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추리 애호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운과 죽음을 의인화하여 드라마로 풀어낸 짤막한 꽁트라 생각됩니다. 2인조 킬러는 식당 관계자에게는 급작스러운 소나기와 다를게 없는 불운, 올레 앤더슨에게는 필연적으로 찾아올 죽음과 같은 존재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닉은 불운과 죽음 모두를 맛 본 뒤, 서밋이라는 도시를 떠날 생각을 하는걸 보면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일종의 이단자인 셈이지요.

짤막하지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바닥없는 우물" 

전쟁 영웅인 노장 헤이스팅스 경이 고대 아랍 전설이 얽혀있는 오래된 바닥없는 우물 옆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함께 있었던 보일 대위가 유력한 용의자로, 그는 헤이스팅스 부인과 불륜 관계였었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놀랐던 체스터튼의 단편입니다. '너무 많이 아는 사나이'라는 단편집에 수록된 연작 단편 중 한 편으로, 시리즈 제목 그대로인 '너무 많이 아는 남자' 혼 피셔가 주인공입니다. 중동 어딘가에 있는 영국 식민지 공무원이지요.

눈여겨 볼 부분이 많았던 작품인데, 그 중에서도 영국 제국 주의를 비판하는 시각, 영국 정부가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자본에 의해 움직이고,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는게 인상적입니다. 브라운 신부가 아니라 식민지 공무원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쓴 이유가 명확해 보였어요. 신부님이야 아무래도 용서와 화해를 권했을테니, 이런 류의 독설에는 적합하지 않았을테지요.

추리적으로도 작가의 명성에 값합니다. 누가 보아도 보일 대위가 범인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게 진상인데, 그 이유와 방법이 설득력있게 설명되기 때문이에요. 특히 헤이스팅스 경이 먼저 보일 대위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가로 산책을 제의했다는게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게 좋았어요. 보일이 죽으면 시체를 우물로 던져넣을 생각이었던 거지요. 보일은 범인이 아니기에 시체 앞에서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고요.
범인이 독을 마신건 순전히 회전식 책꽂이 때문에 찻잔이 뒤바뀌어 일어난 사고라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 물론 충동적인 범행에 우연에 의해 벌어진 사고라는건 합리적인 본격 추리물로 보기에는 단점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를 설득력있게 포장한 솜씨는 과연 거장의 그것이었어요.
'너무 많이 아는 남자' 시리즈를 더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시카고의 여성 상속인" 

롬니 프링글은 대영 박물관 열람실에서 이상한 남자가 공들여 편지를 쓰는 광경을 본 뒤, 그의 편지 압지를 빼돌렸다. 암호와 같은 압지 문구 해독을 통해 '실링하머'라 자칭하는 남자가 런디 후작을 협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손다이크 박사'로 잘 알려진, R.A. 오스틴 프리먼의 롬니 프링글 시리즈 단편입니다. '퀸의 정원' 분류에 따르면 엄청난 희귀본이라고 하네요. 롬니 프링글은 도둑이자 사기꾼인 안티 히어로인데, 이 작품에서는 협박자 실링하머의 돈을 빼돌리는 과정이 차분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링하머가 후작을 협박하는게 모두 이미 발표되었던 신문 기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게 무슨 범죄가 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당연히 런디 후작이 형들과 아버지를 살해하고 작위를 물려받았을 줄 알았는데, 단지 그들이 '자살'했다는 진상도 협박거리가 될 걸로 보이지 않았고요.

롬니 프링글의 작전 역시 별다른게 없어서 실망스럽습니다. 그가 실링하머에게서 범죄의 냄새를 맡은건 순전히 우연이었고, 마지막에 경찰을 자칭하여 그를 잡아서 돈 지갑을 빼앗는 것도 여러모로 어설퍼보였거든요. 압지의 글귀 해독도 논리가 뒷받침 되어있는 암호 해독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고요.
경찰을 자칭하고 후작을 찾아가, 협박자에게는 현금을 주는게 낫겠다는 조언을 하는 장면만 조금 그럴듯 했을 뿐입니다. 

'퀸의 정원'에서 '역서적 가치', '희소성'에 '퀄리티' 가치까지 부여받은 3관왕인데, 동의하기 어렵네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2023/06/08

걸작 밀실 미스터리 : 불가능 범죄 베스트 10


짧게 번역해 보았습니다. 오역이 많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영국의 추리 소설가 톰 미드(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네요)가 밀실 미스터리의 장대한 역사와 밝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먼저 "밀실 미스터리"라는 용어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밀실 미스터리를 다른 장르와 차별화하는 요소는 '불가능'이라는 요소입니다. 사실 저는 이 용어를 '불가능한 범죄'와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범죄(보통 살인)가 저질러지는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종종 초자연적인 사건과 불길한 분위기로 으스스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러나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기발한 추리와 합리적인 설명에 의해 눈부신 스타일로 풀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장르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거리의 살인>>은 최초의 밀실 미스터리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공포, 호러 소설에 가깝고 실제로 탐정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몇 년 동안 장르의 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초기 작품으로는 윌키 콜린스의 단편 소설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가 있습니다 (물론 콜린스는 최초의 제대로 된 '탐정 소설'인 <<월장석>>을 쓴 작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얼룩 띠>>도 마찬가지입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밀실 미스터리는 본격적으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 장윌의 <<빅 보우 미스터리>>와 가스통 르루의 <<노란 방의 비밀>>은 상승 궤도에 있던 장르의 초기 하이라이트를 장식했습니다.

탐정 소설의 황금기에는 밀실 미스터리의 인기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퍼즐이 핵심인 '공정한 페어플레이 미스터리'에서 특히 도전적인 하위 장르이기도 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도로시 L. 세이어스, 엘러리 퀸과 같은 위대한 작가들은 독자가 가상의 범죄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모든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독자와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중요시했는데 이는 밀실 미스터리의 주요 요소이자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장르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존 딕슨 카가 문학계에 충격을 주며 등장한건 1930년대 초, 황금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였습니다. 카는 최고의 밀실 미스터리의 대가이자 저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그는 30년대와 40년대에 걸쳐 걸작을 연이어 썼으며, 그의 경력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문제를 놀라운 감각으로 풀어내는는 능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30년대와 40년대 대부분을 영국에서 살았습니다. 따라서 그는 영국 범죄소설 커뮤니티에서 환영을 받았으며, 권위 있는 영국 탐정 협회에 입회한 단 두 명의 미국인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밀실 미스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인기가 하락했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에도 여전히 훌륭한 작품이 많이 출판되었지만), 다시 운이 트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Jonathan Creek, Monk, Death in Paradise와 같은 TV 쇼는 새로운 세대에게 불가능한 문제의 즐거움을 소개했습니다. 다니엘 스태샤워와 빌 프론지니 같은 작가들이 기억에 남는 상상력 넘치는 작품을 계속 발표하면서 책으로도 계속 인기를 얻고 있고요. 하지만 이 장르를 처음 접한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시작을 돕기 위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밀실 미스터리 10편의 목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목록은 지난 세기 동안 정말 눈부신 작품을 만들어낸 장르의 최고를 대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가당 한 권의 소설만 선정하였고 (그 자체로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었죠), 매일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여 빠르게 늘어나는 책장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긴장감을 위해 역순으로 제 상위 10권을 소개합니다:

WHISTLE UP THE DEVIL : 데릭 스미스 (1953) (국내미출간)
데릭 스미스에게 특별한 친밀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도 저처럼 자신이 존경하는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밀실 미스터리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1953년에 처음 출간된 WHISTLE UP THE DEVIL은 두 건의 불가능한 살인 사건으로 이 장르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모든 것은 비 오는 어느 날 밤, 로저 퀘린이라는 남자가 살해되면서 시작되지요.
슬프게도 이 소설은 스미스의 생애에서 출판 된 유일한 소설이었습니다. 스미스가 워싱턴 포스트에서 걸작으로 칭송받은 WHISTLE UP THE DEVIL로 찬사를 받기 시작한지는 고작 10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BLOODHOUNDS : 피터 러브시 (1996)
피터 러브시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퍼즐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로, 그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고전 본격물의 공정함과 경찰 수사를 완벽하게 조화시켰습니다. BLOODHOUNDS는 미스터리 소설 애호가 그룹이 실제 밀실 미스터리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룬 대표적인 소설입니다. 따라서 존 딕슨 카의 이름이 자주 언급됩니다. 잠겨 있고 뚫을 수 없는 운하 바지선에서의 살인 사건이라는 매우 특이한 문제도 등장합니다. 이 장르가 처음이고, 잘 알지 못한다면 이 작품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INVISIBLE GREEN : 존 슬래덱 (1977)
존 슬래덱은 공상 과학 소설계에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뛰어난 불가능한 범죄 소설인 Black Aura와 INVISIBLE GREEN은 오랫동안 외면당해 왔어요. 특히 INVISIBLE GREEN은 작가의 다재다능한 상상력, 생동감 넘치는 묘사, 예리한 논리를 보여줍니다. 고전 본격물의 황금기가 끝난 지 한참 지난 1970년대에 출간되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탐정 태커이 핀은 에드먼드 크리스핀의 저비스 펜과 같은 수준의 황금기 밀실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슬래덱이 공상 과학 소설을 위해 그를 버리기 전까지 핀은 단 두 편의 소설과 단편 소설에만 등장했을 뿐인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가 또 무엇을 성취할 수 있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NINE TIMES NINE : H.H. 홈즈 (앤서니 부셰) (1940)
앤서니 부셰는 미스터리 장르의 진정한 학자였으며, 실제로는 미스터리를 거의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Bouchercon' 덕분에 그의 명성은 계속 높아져 갔습니다. 하지만 그가 쓴 몇 편의 미스터리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합니다. NINE TIMES NINE에는 빛의 아이들이라는 사악한 종교가 등장합니다. 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빛의 아이들을 이끄는, 수수께끼 같은 두건을 쓴 지도자에게 저주를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모호한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노란 가운을 입은 의문의 남자가 범죄 현장에서 목격된 후 사라지고요. 우르술라 수녀는 이 복잡한 사건의 여러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MR. SPLITFOOT : 헬렌 맥클로이 (1969)
밀실 미스터리에 관한 한, 헬렌 맥클로이의 <<어두운 거울 속에>>는 비평적 논의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며, 당연히 그럴 만합니다. 심리학자 바질 윌링 박사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는 도플갱어의 출현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다룬 멋진 작품입니다. 매우 불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와 잊혀지지 않는 결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에 포함하기로 한 맥클로이 작품은 바질 윌링 시리즈의 후기 작품입니다. 말 그대로 밀실 미스터리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거울 속에>>와 마찬가지로 MR. SPLITFOOT 역시 특유의 분위기를 놓치지도 않고요. 예를 들어, 제목은 다름 아닌 사탄에 대한 언급입니다. 
이 소설은 밤을 보낸 사람은 아침에 시체로 발견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유령의 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전설을 시험해 보려는 자원자가 곧바로 등장합니다....

<<혼진 살인사건>> : 요코미조 세이시 (1946)
요코미조 세이시는 일본에서 셜록 홈즈에 버금가는 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를 만들어낸 전설적인 작가입니다. 혼진 살인 사건은 킨다이치가 요코미조의 소설에 출연한 77편의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결혼식 날 밤 잔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 한 쌍의 신혼 부부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입니다.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 : 클레이튼 로슨 (1938)
마술과 문학을 결합하는걸 전문으로 하는 작가의 놀라운 데뷔작입니다. 그는 마술사이자 존 딕슨 카의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카처럼 클레이튼 로슨도 해리 후디니와 같은 과거의 전설적인 마술사들을 존경했습니다. 로슨의 탐정인 위대한 멀리니에는 분명히 후디니의 요소가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멀리니 이야기는 가장 순수한 '미스디렉션'을 보여줍니다.

THE CRIMSON FOG : 폴 할터 (1988)
폴 할터는 종종 존 딕슨 카의 후계자로 설명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독특한 문제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데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모든 소설을 강력히 추천하지만, 마술 쇼 중 무대에서 벌어지는 불가능한 살인을 다룬 THE CRIMSON FOG는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이상적인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하니까요! 또 잭 더 리퍼가 직접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RIM OF THE PIT : 해크 탤벗 (1944)
서프라이즈! 또 다른 마술사, 해크 탤벗은 프로 마술사 헤닝 넬름스가 두 편의 환상적인 밀실 미스터리인 The Hangman’s Handyman과 RIM OF THE PIT을 출간할 때 사용한 가명이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모험가이자 탐정인 로건 킨케이드가 등장하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풍부하게 선보입니다. 
RIM OF THE PIT에서는 초현실적이고 악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눈 덮인 시골을 배회하는 섬뜩한 유령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물론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제벨의 죽음>> : 크리스티아나 브랜드 (1948)
크리스티아나 브랜드는 정말 뛰어난 미스터리 작가였습니다. 더 많은 작품을 쓰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야전 병원으로 사용되었던 영국의 시골집을 배경으로 한 그녀의 책 <<녹색은 위험>>은 그녀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읽힌 작품입니다. 정말 위대한 황금기 미스터리지요. 
하지만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한 범죄로는 <<제제벨의 죽음>>이 최고입니다. 시리즈 탐정 코크릴 경감이 등장하는 이 작품은 특히나 독특하고 수수께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노쇠하고 악연이 깊은 여배우가 무대에서 살해당한 미스터리한 상황을 말이지요. 퍼즐에 대한 해답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작품입니다!

<<세 개의 관>> : 존 딕슨 카 (1935)
각 작가가 하나의 작품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있습니다. 존 딕슨 카는 "걸작"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책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그의 작품을 낭송하는 것만으로도 목록을 쉽게 채울 수 있지요. <<세 개의 관>>은 아마도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이며, 무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처음 읽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네요. 기디온 펠 박사가 눈이 내리는 런던의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살인범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기디온 펠 미스터리를 썼지만 카터 딕슨이라는 필명으로 다른 시리즈도 썼는데, 이 시리즈에는 친구들에게 H.M.으로 알려진, 거구의 탐정 헨리 메리벨 경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찾아볼 가치가 있습니다. 기디온 펠 이야기와 H.M. 작품들 중 일부는 불가능에 대한 힌트가 없는 단순한 후더닛이지만, 모두 눈부실 만큼 훌륭합니다! 존 딕슨 카와 그의 놀라운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더글러스 그린의 전기 he Man Who Explained Miracles를 강력 추천합니다.

밀실 단편 소설
밀실 미스터리는 장편 소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과 같은 출판물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작품을 계속해서 출판하고 기념하는 등 밀실 미스터리는 단편 소설 형식으로도 활발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 편의 밀실 미스터리 단편 소설을 직접 썼기 때문에 (“The Indian Rope Trick”. “The Footless Phantom”은 모두 EQMM에 실렸어요),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몇 페이지 안에 공정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에드워드 D. 호크와 같은 작가를 깊이 존경합니다. 특별한 순서는 없지만, 여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 에드워드 D. 호크 (1978)
제가 단편 작품 섹션을 포함시킨 주된 이유는 호크 때문입니다. 그는 카에 필적할 만한 상상력을 가졌지만, 거의 전적으로 단편 소설을 전문으로 하여 평생 동안 1,000편에 가까운 작품을 썼습니다. 그의 작품 중 단 한 편을 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마도 그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는 작은 마을의 의사가 탐정으로 변신한 샘 호손이 등장하는 시리즈일 것입니다. 호손의 모든 이야기 중에서도 <<늙은 떡갈나무의 수수께끼>>는 독창성과 문학적 성취로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 아가사 크리스티 (1937)
황금기 미스터리 관련 글에서 아가사 크리스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밀실 추리 소설을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포와로 시리즈 작품인 <<에르큘 포와로의 크리스마스>>와 <<메소포타미아의 살인>>에는 교묘하게 고안된, 불가능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밀실 미스터리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도 있고요. 저는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걸작인건 분명합니다. 이 작품 대신 벨기에의 작은 회색 뇌세포가 꿈에서 예언된 밀실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단편 소설 <<꿈>>을 선택했습니다.

<<붉은 밀실>> 아유카와 테츠야 (1954)
일본에서 밀실 미스터리와 본격 미스터리의 신조를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그리고 끔찍한) 이야기입니다.

<<녹색 문은 위험>> 노리즈키 린타로 (1991)
완벽한 퍼즐 미스터리이자 신본격 장르의 주옥같은 작품.

<<The Name on the Window>> : 에드먼드 크리스핀 (1953)
크리스핀은 뛰어난 재치를 지닌 작가이자 저처럼 카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그의 시리즈 탐정인 저비스 펜과 이 깔끔한 밀실 문제를 통해, 크리스핀은 자신이 거장의 제자임을 증명했습니다.

<<The House in Goblin Wood>> : 카터 딕슨(존 딕슨 카) (1947)
헨리 메리 베일 경은 이 진정으로 감각적인 작품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실종에 맞서 그의 재치를 발휘합니다.

<<The Border-Line Case>> : 마저리 앨링엄 (1936)
앨링엄은 크리스티와 마찬가지로 밀실이나 불가능한 범죄 이야기를 전문으로 하지 않은 또 다른 '범죄의 여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Border-Line Case은 이 장르의 훌륭하고 완벽하게 구성된 예입니다.

<<From Another World>> : 클레이튼 로슨 (1948)
강령회가 예상치 못한 기괴한 결과를 낳는 단편 걸작.

<<13호 독방의 문제>> : 자크 푸트렐 (1905)
장르의 초석을 다진 작품. 반드시 읽어야만 합니다.

<<개의 신탁>> : G.K. 체스터턴 (1926)
체스터턴브라운 신부는 홈즈, 포와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대한 탐정입니다. 체스터턴 자신이 존 딕슨 카의 기드온 펠의 모델이었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죠!

<<The X Street Murders>> : 조셉 커밍스 (1957)
조셉 커밍스는 슬프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작가로, 시리즈 캐릭터 브룩스 U. 배너 상원의원은 헨리 메리베일 경의 후계자라 할 수 있습니다.

<<The House of Haunts>> 엘러리 퀸 (1935)
엘러리 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사실 그는 두 명입니다. 사촌 프레드릭 다네이와 맨프레드 리가 만든 가명이었죠).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밀실 미스터리를 많이 쓰지 않았지만, 그들이 쓴 밀실 미스터리는 모두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차이나 오렌지의 비밀>>과 <<the Door between>>모두 밀실 문제를 다룬 훌륭한 소설이지만, 두 작품 모두 불가능성이 다른 더 눈부시고 기발한 플롯 요소에 가려져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우더닛보다는 후더닛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존 딕슨 카를 읽은 남자>> 윌리엄 브리튼 (1966)
이 책도 꼭 포함시켜야 했어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죠! 마지막에 유쾌한 반전이 있는 멋진 블랙 코미디 작품입니다.

밀실 미스터리의 미래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다행히도 밀실 미스터리 장르가 다시금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대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이 매일 출간되고 있고, 이 장르에서 부당하게 외면받았던 고전이 재발간되는 것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최근 신작으로는 Gigi Pandian의 Under Lock과 Skeleton Key, 짐 노이의 <<붉은 죽음 살인 사건>> (에드거 앨런 포의 "붉은 죽음의 가면"을 매혹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제임스 스콧 번사이드의 <<배링턴 힐스 뱀파이어 사건>> 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마틴 에드워즈의 뛰어난 레이첼 새버네이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블랙스톤 펠>>은 밀실 요소가 특징인 것으로 알고 있고, 로버트 소로굿의 아늑한 미스터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말로우에 죽음이 찾아왔다>>도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밀실 미스터리와 불가능한 범죄가 계속 번성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