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 있는 니혼슈 전문 바 '숲으로 통하는 길'.
그곳에서 바의 마스터, 경시청 경부 구도, 술을 못하는 범죄 심리학자 야마우치는
자칭 '야쿠도시' 트리오를 이루며 다양한 화제로 수다를 나누다가, 매주 금요일만 나타나는 사쿠라가와 하루코라는 미모의 여성과 어울리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녀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듣고 곧바로 해결하는 알리바이 깨기의 명수였다...
"행각승 지장스님의 방랑"과 유사하게,
니혼슈 전문 바를 무대로 한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물입니다.
설정 자체는 매우 고전적이지만, 니혼슈 바라는 공간적 특징을 살려
각 에피소드마다 맛있는 술과 요리, 안주가 등장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다양한 잡학 지식이 펼쳐지는 부분에서는
"심야식당"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추리 요소를 결합한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술과 요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모든 에피소드를 '...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설정하여
사건을 동화와 연결시킨 점도 나름대로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로는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트릭이 단순한 탓이 가장 큽니다.
모든 사건이 알리바이 트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대부분 우연과 운에 의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몇몇 트릭 장치는 지나치게 유치했고요.
게다가 '알리바이'만 강조될 뿐, 기타 현장 조사나 탐문 수사는 거의 생략되어 있습니다.
경찰이 보다 철저하게 수사했다면 쉽게 해결될 사건도 많습니다. 즉,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추리 퀴즈'에 가깝습니다.
또한 니혼슈와 다양한 요리뿐만 아니라,
TV 드라마, 예능, 광고, 가수 등과 관련된 대화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이로 인해 사건 자체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집니다. 이러한 잡학 정보가 캐릭터들의 개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불필요한 요소였습니다. 이야기와는 무관하게 작가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동화와 사건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억지스러웠습니다.
동화 속 숨겨진 진실을 사건과 엮는 방식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기존에 출간된 "어른들을 위한 그림동화"와 같은 책들에서 다루어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신선함이 부족했거든요.
결론적으로, 읽기 쉬운 짧은 에피소드 구성과
술과 안주, 요리에 대한 묘사, 다양한 잡학 지식이 흥미로울 수는 있지만,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는 부족합니다.
차라리 요리책으로 나왔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정말 읽을 책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볍게 읽어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비밀"
등장 요리: 조개구이, 송이버섯구이 (숯불에 구워 간장으로 양념)
등장 니혼슈: 아즈마이치 (東一), 하루가스미 (春霞) - 아키타현의 향이 풍부한 다이긴조슈
사건: 도미사와 이시라는 과자 회사 사장이 자택의 간이 소각로에서 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두 명이지만,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 에피소드로, 사망 시간을 조작하는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합니다.
트릭 자체는 유치하고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여러 단서가 모여 결말에 이르는 전개는 비교적 탄탄했습니다. 동화의 내용을 사건과 연결하는 방식도 효과적으로 활용되었고요. 수록작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빨간 모자의 비밀"
등장 요리: 날치 튀김 (신선한 미야케지마 산 날치와 참마를 다져 튀긴 요리, 레몬즙과 간장을 곁들여 섭취)
등장 니혼슈: 사쿠라가와 (桜川) - 도호쿠 남부 지방에서 빚은 과일향이 나는 다이긴조슈
사건: 71세의 할머니와 21세의 손녀딸이 살해당했다.
사인은 모두 교살이며, 용의자는 손녀딸 이즈미의 남자친구 미타무라와
이즈미 계모의 애인인 백수 시모이였다.
그러나 시모이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사망 추정 시각의 공백을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범인이 알리바이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즉, 순전히 우연과 경찰의 부주의한 수사로 인해 꼬였을 뿐인거지요.
'시각 실인증'이라는 개념은 흥미로웠지만,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브레멘 음악대의 비밀"
등장 요리: 돼지고기 소시지 구이
등장 니혼슈: 아즈마이치 (東一), 오토코야마 (男山), 센주시라뵤시 (千壽白拍子) -
야마다니시키 100%를 원료로 시즈오카 효모로 빚은 술. 첫맛은 깨끗하고, 뒷맛은 산뜻함
사건: 악단 '사계'의 멤버 세 명이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죽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아무도 출입하지 않았기에 사고로 여겨지는데...
"명탐정 코난"에서도 사용된 팩스를 이용한 방화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정교하지 못하고, 기화하는 수면제라는 설정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신데렐라의 비밀"
등장 요리: 생굴 (간장과 레몬을 곁들여 섭취)
등장 니혼슈: 시라마유미 (白真弓) - 기후현 히다의 명주
사건: 캐슬 호텔 오너의 아들 조 다쿠야의 애인 요시노 리호코가 절벽 아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녀가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기에 사망 시각은 확실했다. 그런데 유력한 용의자 조 다쿠야의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고전적인 시체 이동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었고,
알리바이 또한 범인의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우연'에 의한 것이기에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백설공주의 비밀"
등장 요리: 애플파이, 자오우 산기슭에서 직송된 화이트치즈 (와사비 간장 소스),
샐러드를 곁들인 호로새 훈제구이 (마요네즈 소스)
등장 니혼슈: 시라유키 (白雪) - 효고에서 생산된 명주. 마쓰오 바쇼, 치카마츠 몬자에몬 등이 즐겨 마셨음
사건: 유키코는 계모 도모미로부터 살충제가 든 애플파이를 선물받았다.
그러나 파이를 먹기도 전에 둔기에 의해 살해당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차로 1시간, 오토바이로 30분이 걸리는 장소를
순간 이동하듯 이동하는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연에 의지한 알리바이이며,
범인의 행동이 눈에 띌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이 문제였습니다.
경찰 수사가 조금만 철저했다면 알리바이 없이도 쉽게 해결될 사건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비밀"
등장 요리: 광어회
등장 니혼슈: 메이보 (明眸) - 아이치현 세토산
사건: 채팅 사이트에서 바람잡이로 활동하던 네코다 마사미가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가라바는 사망 추정 시간에
한 시간 이상 떨어진 공원에서 데이트 중이었다는 알리바이 증명 사진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전적인 트릭인 '시계 앞에서 찍은 사진'을 활용한 알리바이 조작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트릭이 조잡하고 유치한 수준이라 실망스러웠습니다.
해당 시간대의 탐문 수사만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쉽게 해결될 사건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비밀"
등장 요리: 참치와 방어조림
등장 니혼슈: 히카리 백춘 (白春) 다이긴조 - 과일향이 나는 미주
사건: OL 노하라 유메코가 음독 자살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살 직전까지 중학교 동창인 탤런트 히키다 신지에게 줄 스웨터를 뜨고 있었다.
일종의 원격 살인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범죄성이 낮고, 이러한 이유로 사람이 죽을 가능성이 적어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치사량' 개념을 활용한 추리는 흥미로웠지만,
그 외의 요소들은 미흡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의 비밀"
등장요리 : 소 혓바닥 요리, 돼지고기 조림, 수제 로스햄, 흑돼지구이 - 사쓰마 자연 방목 흑돼지 로스를 간장에 절여 숯불에서 구운 것. 양파 슬라이스 곁들임
등장 니혼슈 : 와카다케 (若竹),
고시노칸바이 (越乃寒梅) - 매화의 명소에서 만들어진 니가타의 명주. 지방술 붐의 선두주자.
사건 : 보모 쓰키오리 아즈미 살해사건. 자택에서 교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직장 동료인 모토야 마사카즈였다.
경찰의 무능함이 부각되는 조잡한 알리바이 트릭입니다. 용의자 핸드폰 통화 내역이나 주변 탐문 수사만 했더라도 뻔하게 드러났을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트릭의 핵심이 변장이라는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차라리 1:1 비율의 사진을 오려 붙였다고 하던가... 점수를 주기 힘든 졸작입니다. 구태여 점수를 주자면 1점입니다.
"꼬마 요정과 구둣방 할아버지의 비밀"
등장요리 : 도오바찜 - 돼지고기를 간장, 미린, 설탕을 넣고 푹 끓여 찐 요리. 슈토 (酒盜) - 토사 명물 가다랭이 젓갈. 기본 안주임.
등장 니혼슈 : 덴구마이 (天狗舞) - 이시카와 현의 저온 장기숙성 준마이슈
사건 : 지난 1년간 시부야를 휘저으며 보석만 훔치는 괴도 S89호가 '요정의 구두'라는 100캐럿 다이아몬드를 훔쳤다. 하루코는 S89호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편'이어야 하지만... S89호의 정체도 어이가 없을 뿐더러 증거라고 들이대는 것들도 설득력이 약해 추리 소설로서의 가치가 전무합니다. 그냥 마지막 편이라는 의미 이외의 것을 찾기 어렵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