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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5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 (전 18권) - 키타자키 타쿠 : 별점 2점

스피드 걸이라는 만화로 조금 알려진 키타자키 타쿠의 정통(?) 추리 만화입니다. 

일단 간단하게 추리만화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자면, 추리 만화는 그동안 많이 있었고, 특히 추리강국 일본에서야 데즈카 오사무가 초기부터 쟝르물을 시도했을 정도로 그 저변이 깊고 넓습니다. 하지만 요새와 같이 하나의 "쟝르"로서 정의되고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온건 아무래도 "긴다이치 소년의 사건부 (소년탐정 김전일)" 대박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어요. 이후에 나온 이른바 "시리즈" 작품만 해도 한두개가 아니며 그 중에서도 "긴다이치 하지메" 처럼 누구누구의 후손이 활약한다는 이야기만 해도 제가 본 것만 두, 세개는 넘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시리즈는 유행에 편승했을 뿐 성공한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 이유는 캐릭터나 추리적인 분위기만 유사하게 잡았을 뿐, 추리물의 기본 - 잘 짜여진 단서들, 정교한 트릭 등 - 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긴다이치 소년이 추리만화 쟝르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다른 유행에 편승한 작품들이 인기에 있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쟝르가 활성화 되는데 공헌한 건 "명탐정 코난"입니다. 조금 낮은 연령 취향의 설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정교한 트릭을 선보이며 정통 추리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며 긴다이치 소년과 추리만화의 양대산맥을 이루었지요. 긴다이치와 코난의 성공과 "학원 추리물"이라는 쟝르물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으로 이후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정해진 공식을 잘 따라 추리와 트릭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쟝르로 인정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의 작품들로 준척급 이상의 성과를 거둔 작품은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나 "탐정학원 Q", "Q.E.D" 등이 있겠네요.

서론이 좀 길어졌는데 지금 소개할 이 "쭉쭉빵빵 꽃미녀 탐정단"도 이러한 "추리물"과 "시리즈물"이라는 정해진 공식에 충실합니다. 그 중에서도, 시리즈를 끌고가는 탐정 캐릭터의 독특함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 합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성 3인조 아이돌 그룹 "TriColore"의 멤버인 시라세 아키라거든요. 여자라는 점과 아이돌이라는 신분이 타 추리물 탐정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독특하죠. 

주인공의 라이벌로 "괴도 리스트"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 역시 공식에 충실한데 김전일의 괴도신사나 코난의 괴도 키드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거기에 시리즈 중반 이후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작품 전체를 꽤뚫는 악역인 - 김전일의 요이치나 코난의 검은 코트의 사나이들에 대응하는 - 연쇄살인마 "산타클로스"의 존재마저도 공식대로입니다. 

또한 옴니버스 시리즈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TriColore"가 연예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큰 기둥 줄거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서 단편물로서만이 아니라 긴 호흡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며, 그 외에도 고교생인 아키라의 학교 생활이나 청춘물 같은 사랑 이야기, 협력자 격인 경찰, 여러 다양한 친구들 등 친숙한 설정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고 다 좋은 추리만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러한 공식보다는 추리, 그리고 트릭이 추리만화라는 쟝르의 가장 중요한 점인데 이 만화는 유감스럽게도! 정통 추리물에 걸맞는 멋진 추리적 요소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동기나 배경 설명 등은 꽤 그럴싸하지만 본격적인 추리 부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맥이 빠질 정도로 어이가 없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과학적 트릭, 공간이동 트릭, 밀실 살인 트릭 등 거의 모든 추리적 트릭이 등장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트릭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간단한 사건들의 소박한 트릭이 더욱 와 닿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깝기만 하네요. 작가가 굉장한 트릭을 구상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장면이 눈에 선하긴 한데 원체 트릭들이 한심한지라....

또 트릭이 별볼일 없는 데 비해 이야기가 너무 장황한 것은 작가 스스로도 그러한 약점을 잘 알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겠지만 외려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게 만들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시라세 아키라의 아버지가 고고학자라는 설정, 다른 멤버인 리나, 카나코의 가족 이야기들은 군더더기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시라세 아키라가 학교에서는 정체(?)를 숨기고 히유가 아키라라는 본명으로 안경하나 끼고 다니면서 정체를 숨긴다는 슈퍼맨같은 변장 설정 역시 사족에 불과하고요. 그 외에도 후반부로 가면 그림쪽은 확실히 좋아지긴 하지만 전작에 비해 뭔가 무뎌진 듯한 뎃셍 등 그림에서의 문제도 눈에 많이 띄는 것, 노출이나 므흣(?)한 장면들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추리할 때에는 찬물을 머리에 끼얹고 추리하는 아이돌 시라세 아키라라는 존재만으로도 인기 시리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긴 했습니다. 추리물을 제외한 부분은 여러 인물들의 애정 관계나 인물 설정, 그리고 아이돌에 관한 여러 디테일 등으로 비록 뻔하지만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부분이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주요 멤버인 카나코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는 것으로 하여 그룹의 멤버 체인지를 한다던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이 바뀐다던가 하는 디테일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러한 재미때문에 18여권에 이르는 꽤 긴 시리즈로 연재된 것 같지만 위에서 설명한 추리만화로서 가지고 있는 결정적 약점, 즉 트릭이 후지다!는 것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인기가 없는 것을 떠나 다른 어디서도 관련 글을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한 마이너 만화이지만 추리 매니아로서 의무감을 가지고 얼마전 완결편까지 전권 구입에 성공한 기념으로 리뷰를 남깁니다. 차라리 절판된다면 책의 가치가 본의 아니게 올라갈지도 모르겠군요.

2009/11/06

블랙아웃 (Black Out) - 이세형 그림 / 하오 글... 쓴소리 리뷰 : 별점 2점

블랙아웃 - 4점
이세형 그림, 하오 글/중앙books(중앙북스)

20대 여대생이 엽기적으로 살해되고, 현장으로 출동한 과학수사팀은 발견된 몇 안되는 단서를 토대로 용의자를 좁히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용의자들의 알리바이가 증명되거나 결정적 단서가 없어 수사는 난항에 빠지게 되는데...

"누가 울새를 죽였나" 이후 오랫만에 읽어본 국산 추리만화입니다. 대산초어님 리뷰에서 저를 언급하시기도 해서 서둘러 읽어 보았습니다.^^ 추리만화는 왠만하면 빼놓지 않으려 하는데 이 만화는 정보가 거의 없었기에 대산초어님 아니었으면 아예 존재 자체를 모를 뻔 했으니 먼저 감사드려야겠네요.

일단 장점부터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공들여 자료조사를 한 티가 많이 나는 수사과정의 묘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좀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을 정도로 디테일해서 작가 스스로 후기에서 지적한 일부 만화적 과장 및 의도적인 수정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마음에 드네요.

그러나... 이러한 자료조사에 기반한 디테일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좋은 점을 찾기는 좀 어렵더군요.

문제점으로 제일 먼저 들고싶은 것은 캐릭터들입니다. 과거 천재 연쇄살인범과의 모종의 인연으로 이상한 환영을 보는 주인공 오진우 형사가 대표적인데, 왜 이러한 배경 설정이 필요한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그냥 평범한 과학수사팀 형사로 표현하면 어땠을까 싶은데 작품과는 하등의 상관이 없는 불필요한 설정 때문에 이야기만 괜히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속편이나 외전을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설정이 계속 이어질정도로 매력적인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외의 캐릭터들은 너무나 뻔한 스테레오 타입이라 별로 언급할 필요도 없고요.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정말이지 너무 뻔했어요...)

두번째 문제점은 과도한 화면 효과입니다. 원래 웹툰이라고 하는데 웹툰의 특징 중 하나인 올컬러를 잘 살려 인쇄한 책 자체는 좋지만 지나칠정도로 포토샵 효과 등이 난무해서 제대로 이어서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중요한 장면에서만 컬러나 효과가 강조되었어야 할텐데 이렇게나 대중없이 쓰이니 작품은 일관되게 강약중간약 없이 강강강...으로 전개됩니다. 나중에는 눈이 아플 정도였어요.

마지막 문제점으로는 기대와는 다르게 추리적인 부분에서 실망감이 컸다는 것을 들고 싶네요. 최초의 엽기적인 여대생 살인사건 자체는 상당한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이후의 전개가 너무나 기대와는 다르거든요. 별다른 두뇌게임이나 추리는 존재하지도 않고 애초의 범행 동기도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해당 당사자들 대부분이 죽어버린다는 결말은 첫 범행의 당위성마저 희박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왜냐하면 이럴거면 아예 처음에 년놈을 다 죽이고 자살하지 왜 이리저리 빙빙 돌렸는지가 전혀! 설명되지 않거든요. 이러한 불친절한 전개속에 주인공이라는 녀석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컷만 낭비하고 있으니 재미가 있을리도 없겠죠. 이러한 막장 전개에 비하면 범인의 정체가 역시나 식상한 설정속에 초중반에 예상가능하다는 것은 추리만화로서는 치명적이지만 이 작품에 한해서는 별 문제도 아닌것 같기까지 합니다...

아울러 과학수사 스릴러라는 모토와는 어울리지 않게 과학수사적인 요소는 초반의 검시와 프로파일링같은 현학적인 잔재미를 주는 것 이외에는 사건해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다른 추리만화에서도 쉽게 보여짐직한 "혈흔"과 실제 용의자를 만나서 증언의 모순점을 찾아내는 단순 탐문 수사가 사건해결의 주요 단서가 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두가지 단서는 적절하게 잘 쓰이고 추리만화로서 어느정도 가치를 빛내주기는 하지만 기대와는 많이 달랐으니까요.

물론 척박한 국내 추리 환경에서 이정도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점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일개 추리 애호가로서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 망정 단순히 문제점만 지적하기는 미안한 상황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캐릭터와 그림은 그렇다치더라도 추리적인 부분에서의 문제점은 너무나 확실하기에 차기작에서는 꼭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쓴소리 가득한 리뷰를 마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8/10/14

카즈는 행복해 - 미유키 노마 / 아이코 우에다 : 별점 3.5점

카즈는 행복해 1 - 8점
미유키 노마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최근 좀 심하게 달린(?) 탓에 포스팅거리가 떨어져 집에 뒹굴고 있는 잊혀진 추리만화를 끄집어 내 보았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베이비시터 카즈의 하트 탐정 첫번째 이야기"로,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베이비시터 되겠습니다.

프로 베이비시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는 제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은 없지만 전문가적인 지식을 나열하는 "프로의 세계" 류의 만화는 아니며 놀랍게도 "추리만화" 라는 것이 이 작품의 포인트라 할 수 있으며, 베이비시터가 탐정역을 맡고 있는 만큼 대부분 일상 밀착형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일상 밀착 정도는 정말 대단해서 일상계 추리물로 잘 알려진 여러가지 작품들("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나선계단의 앨리스",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등)도 이 책과 비교한다면 대하 서사 추리물로 보일만큼 소박하고 담백한 구성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불륜이 의심되는 아기 엄마의 정체는? 우산에 씌우는 비닐 봉지를 수십장 모아가는 남자의 정체는? 같은 류의 소소한 사건들이 주로 펼쳐집니다. 한마디로 말해 그야말로 일상계 중의 일상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담백한 일상계임에도 불구하고 추리만화로서의 가치는 정통 본격물에 비해 그다지 뒤떨어지지 않는게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전개와 추리의 과정이 굉장히 합리적이에요. 단서의 제공도 공정한 편이고요. 단편 옴니버스 물이라 이야기 하나하나가 굉장히 짧은데도 한편에 이야기를 잘 압축하여 시작부터 결론까지의 설득력도 높습니다. 2권부터 큰 사건(그래봤자 아주 약간이지만요)이 벌어져서 스케일이 커지는 부분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아울러 노마 미유키씨의 원작을 동글동글하고 귀엽게 구현한 그림도 마음에 듭니다. 노마 미유키 씨도 만화가이긴 한데 작품은 몇개 찾아보니 확실히 이 만화를 그린 우에다 아이코씨 그림이 훨~씬 귀여우면서도 작품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네요. 일상계 작품이라 그런지 이 작품처럼 귀여운 순정만화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별점은 1권만으로는 별 4점 입니다. 2권까지 포함한다면 별 3.5점이고요. 그나저나, 그다지 인기는 없었던 탓에 단행본은 달랑 2권 나오고 끝났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작가도 잊혀진 듯 이후의 작품은 출간된 것도 없네요(국내기준입니다). 일상계 추리물이라서 이야기가 별로 극적이지 않고, 내용이 너무 소박하여고담백한 탓에 "김전일"로 대변되는 연쇄살인범이 판치는 만화들과 한판 붙기에는 당시 분위기상 무리가 있긴 했을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도 큰 것 같은데 지금 보아도 추리만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한 작품이기에 Q.E.D의 소소한 일상 추리가 마음에 드셨던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조사해 보니 현재 절판입니다만, 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겠죠.

2009/09/13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Q.E.D 큐이디 33 - 8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1. Q.E.D 33

장수 시리즈의 33권째입니다. 수록 작품은 두 편. 8개월 동안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자신의 방 옷장 서랍에서 미이라처럼 변한 시체로 발견된 미네야마 타츠오의 정체에 대해 지인 3명 - 전처, 친구, 불륜녀 - 가 상반된 증언을 한다는 "패러독스의 방"과 추리소설가 히가시나카 카즈오가 자신의 맨션 욕실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처음에는 자살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살인사건으로 발전하는 "추리소설가 살인사건"이 실려 있습니다.

"패러독스의 방"은 대단한 트릭이 등장한다던가 실제로 패러독스가 잘 짜여져 있어서 무릎을 칠만한 내용은 아니라서 조금은 지루했지만 Q.E.D 특유의 학습만화와 같은 전개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몇가지 예를 통해서 "패러독스"라는 이론을 쉽게 전달하는 과정은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약간 간략하게, 임팩트있게 압축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정도도 상당한 수준이죠.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은 추리만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인데 앞으로는 "추리 성향의 정교한 이론 학습 만화"로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반면에 "추리소설가 살인사건"은 별다른 곁가지 이야기없이 상당히 괜찮은 트릭을 처음부터 선보이는 정통 추리물로 "욕실 타일과 같은 물체로 가격한 뒤 기절한 사람을 욕조에 담가 익사시키는 트릭"은 작중에 등장하는 또다른 밀실트릭과 더불어 상당히 쓸만했기 때문에 추리애호가로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좀 더 욕심내서 길게 끌어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적당한 수준에서 잘 마무리한 것 같고요. 물론 용의자가 너무 한정되어 있다는 것과 범행 후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설득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이 정도 단편 분량이면 어쩔 수 없었겠죠?

어쨌건 두 작품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기 때문에 별점은 4점입니다. 30권이 넘어가는 장수시리즈임에도 이 정도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진행해 주는 것은 정말 놀라울 정도에요. 앞으로도 계속 기대가 됩니다.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3 - 2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사카모토 아키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2.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3

2권에서 아무래도 위험한걸?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3권 완결로 끝나버렸네요. 2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두 사건 모두 미쿠리야의 조직과 관련된 이야기라서 애시당초의 탐정사무소라는 설정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고 미쿠리야 혼자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탓에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카지마는 존재감이 희미해진 개그캐릭터로 전락하는 등 설정조차 팽개치고 서둘러 마무리한 느낌이 강합니다

인기를 끌지 못하고 끝나버린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신본격 추리작가 아비코 다케마루 원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추리적인 요소가 부실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추리 매니아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추리만화로 보기에는 부실한 이야기들이었으니까요. 때문에 그런대로 괜찮았던 몇가지 설정들(야쿠자 조직의 후계자인 변호사 탐정 미쿠리야 등)조차 묻혀버린 듯 합니다. 뭐 썩 대단한 설정도 아니었지만.

당연하게도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 내용은 없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나름 설득력 있던 다이잉 메시지 트릭은 괜찮았지만 이야기 하나를 끌고 나가기에는 좀 약한 트릭이었고, 두 번째 이야기는 미쿠리야의 가족 이야기 등 배경 설정을 설명해 주기 위한 이야기의 성격이 강한 단순한 드라마일 뿐이라 딱히 언급할 건덕지가 없습니다.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1점. 이 짧게 단명한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건질만 했던 이야기는 1권의 첫번째 사건 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하리라"인 셈이네요.

2004/01/01

절대미각 식탐정 - 테라사와 다이스케

절대미각 식탐정 1 - 6점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신작.
미스터 초밥왕은 제가 요리만화를 무척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정이 가진 않았었습니다. 설정에서부터 캐릭터들, 스토리라인 전체가 초밥이라는 소재를 놓고 벌어지는 오버의 극치들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았었죠. 특히나 매번 감정에 북받치는 주인공들이나 "입안에서 터지는 어쩌구..."하는 맛에대한 묘사는 짜증날 정도였고요.

그래도 이 "절대미각 식탐정" 은 일단 그러한 감정 과잉이나 오버가 조금은 희석되어 있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림은 뭐 여전히 독특하지만 꽤 탄탄한 편이고요.

주인공 다카노는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아 유유자적 하면서 역사 소설가와 탐정이라는 두가지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으로 이 두가지 직업을 모두 알고 있는 인물은 비서인 교코 뿐이죠. 더군다나 그는 앉은 자리에서 도시락 10인분은 바로 먹어치울 정도의 굉장히 식탐이 심한 미식가입니다. 만화는 이 다카노가 경찰청 엘리트인 오카다의 요청으로, 또는 의뢰로, 또는 우연히 사건을 받아 해결해 나가는 추리만화의 구성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전부가 "음식"과 연관되어 있는, 약간은 요리만화의 설정도 띄고 있습니다.

사건의 예를 들면 어떤 식당에서 벌어진 살인 현장에서 범인으로 심증은 가는 요리사가 있습니다. 살해당한 요리장은 머리를 강타당했는데 흉기를 찾지 못한 상태죠. 여기서 다카노는 주 메뉴였던 커틀릿을 먹어보고 커틀릿 빵가루가 일반적인 빵이 아닌 일종의 "단단한 빵"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 요리사의 자백을 받아냅니다.... (1권 003 "남의 커틀릿을 먹다")

그러나 다카노라는 주인공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개인적으로는 "맛의 달인"의 지로같은 녀석이 이 만화 주인공으로 적당했을것 같습니다. 다카노의 너무 잘난척 하는 모습은 짜증날 정도였고, 비정상일 정도의 식탐이 현실성이 부족했거든요. 아울러 살인 현장에 음식이 중요한 증거로 남아있어 그 음식을 먹어보고 사건을 추리해 낸다던가(1-004 : 살인현장의 초밥을 먹다 편 등), 식당이 범행 장소라던가(2-012 : 라면집에 줄을 서서 라면을 시켜 먹는다 등), 음식의 특성으로 트릭이 이루어진다던가(1-005 : 독이 든 홍차까지 마신다 등) 하는 식으로 모든 사건이 음식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내용도 있지만 이야기의 소재와 설정이 아무래도 끼워맞추는데 문제가 좀 있는 편이라 전체적으로 그 추리의 깊이나 내용이 합리적이거나 치밀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즐겨 찾는 추리 동호회의 한 회원분은 거의 쓰레기급으로 분류하시더군요^^

하지만 요리만화를 좋아한다면 꽤 즐길 수 있는 만화입니다. 저도 추리만화와 요리만화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런 형태의 만화를 만나니 꽤 신선합니다.

"추리" 보다는 "요리"만화를 좋아한다면 추천입니다.

2006/10/02

최근 읽은 추리만화 짧은 평가 (2)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 하야미네 카오루 / 에누에 케이

제목부터 뭔가 정통 추리 만화다운 포스가 풍기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아동용일 뿐더러 그림마저 제 취향이 아니더군요. 명탐정이라는 키요시로라는 주인공 역시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고요. 추리적으로는 정통스러운 맛은 약간 있지만 트릭도 전부 작위적이고 어설픕니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은 소박한 사건과 해피엔딩이라는 점? 4권까지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계속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네요. 아무리 추리만화팬이라도 연령대가 안 맞으면 사절입니다....


도시전설 탐정파일 1 - 에스노 사카에
제목은 그럴싸하지만 아니나다를까 추리만화라기 보다는 괴담+액션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도시전설이라 불리우는 (Urban Legend) 괴담을 소재로 한 단편 옴니버스 물인데 영화 "캠퍼스 레전드"와 유사한 설정이죠. 그래도 딸꾹질과 화장실의 하나코를 엮어 만든 탐정 캐릭터는 꽤 마음에 들었고 1권 제일 마지막 이야기인 "인면어" 이야기는 제법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나름 짜여진 복선과 이야기 전개, 반전까지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건 계속 볼까 해요. 어차피 4권 완결이니...

명탐정 코난 54 - 아오야마 고쇼
나온지도 읽은지도 좀 됐지만 쓰는 김에 씁니다. 뭐 여전히 추리적으로나 캐릭터적인 재미로나 평균 이상은 해 줍니다. 설산의 눈사람 트릭은 제법 괜찮았다고 생각되고요. 하지만 뒷부분의 "탐정 고시엔" 이야기는 너무 막가는 설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간만에 등장하는 하쿠바 사구루나 하츠토리는 좋았지만, 뭐 팬 서비스 차원이라 생각해야죠.

검은사기 1~9 - 쿠로마루
추리만화는 아니지만 넓은 범위로 보면 추리쪽 쟝르에 속하는 범죄물이니 아주 다른 쟝르물은 아니겠죠? 사기꾼 (여기서는 "백로"라고 하죠)만 대상으로 사기치는 "흑로"라는 사기꾼 쿠로사키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 옴니버스물입니다. 사기에 대한 나름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어서 사기라는 것이 너무 쉽게쉽게 진행되는 감은 있지만 이야기가 꽤 설득력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배경이야기를 놓고 큰 줄기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도 괜찮고요. 전문가가 등장하는 만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작품 자체가 꽤 재미있었던 만큼 앞으로도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고 싶네요.

2009/12/20

붉은 무당방의 전설 외 : 미소녀 탐정 나세라 Vol.1 - 김진성 글 / 박정기 그림 : 별점 1.5점

미소녀 탐정 나세라 1 - 4점
김진성 지음, 박정기 그림/대원씨아이(만화)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나온 한국산 추리만화 시리즈입니다. 표제작인 붉은 무당방의 전설 외 영혼절벽 살인사건, 인체자연 발화 현상 등 3편의 이야기(인체자연 발화 현상은 미완결)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수준이 낮고 추리만화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설득력이 결여되어 있어서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림이라도 좋았다면 좀 커버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림도 이야기의 빈약함을 덮어줄 수준이 아니었고 말이죠.
이야기들을 신비한 현상(염동력, 유체 이탈 등)과 연관시켜 전개시켜 나가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물이 추리적으로 신선하거나 대단한 트릭도 아니고 사건들의 동기나 여러 정황들이 별로 합리적이지 않아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첫번째 이야기인 "영혼절벽 살인사건"은 한마디로 "운"에 의지한 사건일 뿐입니다. 피해자가 해당 위치로 순순히 이동한 것과 실제로 추락한 것 모두 우연에 불과했죠. 뒷부분에 정신병과 높이에 대한 속임수 트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높이에 대한 트릭은 너무 조잡해서 뭐라 할말이 없고(이 자체도 운에 불과하죠), 고등학생이 고소공포증으로 정신병원을 다닌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도 궁금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절벽이라는 것은 올라가면서 높이를 짐작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무슨 협곡도 아니고... 이만한 운과 황당함이 결합하여 사건이 일어났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붉은 무당방의 전설" 역시 추리적으로는 언급할 가치가 전무합니다. 트릭으로서 일고의 가치없는 "쌍둥이"가 등장하는 트릭이며, 그나마도 그다지 정교하지 않은 탓입니다. 경찰이 약간만 조사해도 밝혀질 수 있는 내용을 완전 범죄처럼 위장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까요? 동기도 얼렁뚱땅 넘기는 등 이야기 전개 자체도 최악이었고 말이죠.

이렇게 내용이 별로더라도 만화적으로 표현을 잘 했더라면 그래도 조금은 더 볼만했을텐데, 내용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항상 똑같은 등장인물들의 표정들, 왠지 횡해 보이는 배경 및 인물묘사는 제가 읽고 있는게 추리 만화인지, 학원 러브 코미디인지 헛갈리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캐릭터들도 뻔하디 뻔한 스테레오 타입들로 딱히 재미를 찾기 어려웠고요.

결론내리자면, 시도는 칭찬할 일인 것인 확실하지만 그 결과물이 아직은 갈길이 멀어보인달까요. "추리만화"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너무나 함량미달이라 별점은 1.5점입니다. 1점 줄까 생각도 됐는데 그래도 "트릭"이라는건 나와주니 0.5점 덧붙입니다. 
작가나 편집자나 사건과 트릭, 탐정만 덜렁 등장한다고 추리만화가 된다고 생각한건 아닐것이라 믿기에, 제발 2권에서는 사건에 대한 설득력이 최소한이나마 생기게끔 이야기의 밀도가 깊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덧 : 이 책의 알라딘 책 분류가 "코믹 / 명랑만화"로 되어 있는데 그쪽으로 방향을 트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하네요.

2006/01/16

우치다 공포만화 컬렉션 - 우치다 야스오 원작 :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


프리랜서 라이터 아사미 미츠히코를 탐정으로 내세운, "여정 미스터리"라는 분야에서 유명한 우치다 야스오의 여러 작품들을 만화화하여 출판한 기획물. 현재 1권에서 11권까지 나와 있으며, 아사미 미츠히코 만이 아닌 다른 명탐정들, 이른바 우치다 야스오의 3대 명탐정이라는 시나노의 콜롬보 다케무라 이와오, 경시청의 오카베 경부 등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만화 시리즈화해서 출간하는 기획의 시도는 높이 살 만 하고,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인 탓에 만화로라도 번역된 것 역시 고마와 해야 할 일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작품의 수준만 본다면 오히려 돈이 아까운 것도 많다는 것입니다. 계속 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이것 참 고민되네요.

이유로는, 일단 권마다 다른 작가들을 쓰고 있는데 기획한 곳이 순정만화 전문지인지 대체로 작화가 순정체입니다. 순정체라는게 문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수준 자체가 낮은 작품이 많아요. 솔직히 작품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요.
또 우치다 야스오 소설은 한권밖에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추리" 보다는 이색적인 풍광에 왠지 더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만화 시리즈도 역시나 추리적인 요소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권 분량으로 페이지수가 제한된 탓에 축약이 너무 심한 것도 문제에요.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작품이 있을 정도니까요.

결론적으로, 만화화 자체에는 실패한 듯한 느낌입니다. 내용도 좀 낡고 고리타분한 것이 많아 21세기에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구식이 아닌가 싶은 작품이 많은 것도 감점 요인이고요.
만화 쪽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탄탄한 작가 혼자서 전체를 맡아 작업했더라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쉽네요. 원작 작품 선정에서부터 만화적인 구성 모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을 볼 때, 좋은 기획을 살릴 수 있는 좋은 편집자를 구하지 못한 티도 많이 나서 더더욱 아쉽습니다.

저같은 매니아라면 구입하셔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3만원이 넘는 재앙이 되리라 생각되니 빌려서 보시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네요. 그나마 볼만한 책은 4권 "밀실 살인 사건", 7권 "트럼프 책의 비밀", 9권 "시인의 망령", 10권 "여섯개의 숫자" 정도입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정도?
권별 상세 리뷰는 아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우치다 공포만화 컬렉션" 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1권 바람의 레퀴엠 - 책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관계로... 추후 추가하겠습니다.

2권 북쪽에서 온 남자 : 그림 히다카 료
가수 지망생 쇼코의 신변에서 일어난 두개의 살인사건. 두 사건을 연결하는 "북쪽에서 온 남자" 란 과연 누구인가?
아오모리현 시모키타 반도를 부대로 무녀의 예언을 등장시켜 이색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작품.. 이지만 결정적인 추리 부분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왜 두명을 죽였는지에 대한 당위성 자체가 없고 예언과 우연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고 있으며 만화로 구성된 전개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별볼일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3권 장미의 살인 : 그림 토바 쇼코
여고생 유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먼 친척 동생 오가타 사토시가 의심받게 되자 아사미 미츠히코가 직접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여정보다는 "다카라즈카"라는 극단을 주요 소재로 삼은 작품입니다. 이외에도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등 예능계를 무대로 했다는 점에서는 다른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느낌과 재미를 전해 주더군요. 추리 부분에서도 맥락이나 단서를 하나씩 쫓아나가는 전개도 좋았고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결말이 너무 시시해서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4권 밀실 살인 사건 : 그림 에구치 유
우에노 역사 재개발을 둘러싸고 상인회의 갈등이 팽배해 있던 중 개발 회사의 중역인 와다 후미오의 살인 용의로 궁지에 몰려 있던 테라야마 코지 마저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자살 전 테라야마의 사건 의뢰 편지를 받은 아사미 미츠히코가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우에노 역이라는 꽤 친숙한 소재를 등장시킨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 중 한편입니다. 밀실 살인 사건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그다지 기발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추리와 동기, 전개가 납득할 만 하고 결말까지 확실한 작품이었습니다.

5권 백화점 연쇄 살인 사건 : 그림 시토 료코
하카타의 백화점 경쟁 관계를 둘러 싼 기업간의 전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우연히 사적 발굴현장에 참석한 아사미 미츠히코는 백골이 된 사체를 발견하고 사체의 정체가 밝혀진 후 자신의 옛 연인과 친구가 사건에 관련된 사실을 알게된 형이 직접 아사미 미츠히코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일단 그림, 만화적인 수준에서 제일 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컷의 배열이나 전개가 도대체 알아먹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라 화가 날 정도더군요. 추리와 단서 등도 맥락에 맞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일단 내용 이해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수준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6권 나비부인의 눈물 : 그림 타마이 마키코
나가사키에서 악덕 카스테라 업자 야마오카 쇼지가 살해되고 전통 카스테라 업자 마츠나미가 용의자로 몰린다. 마츠나미의 딸인 하루카는 추리작가 우치다의 소개로 아사미 미츠히코를 알게 되고 그를 초청하게 된다. 이후 저명 유명인사가 2명이나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으로 발전하는데...
나가사키를 무대로 한 본격 여정 미스테리로 우치다 선생이라는 추리작가가 등장하는 것이 재미나네요. 그림도 꽤 마음에 들고 만화적으로는 나무랄데 없는 구성이라 읽기에는 편했습니다. 단지 "공원 나비부인 동상에 걸어놓은 펜던트"같이 정통파 미스테리 비스무리하게 거창하게 벌려놓은, 그것도 여러명이 죽어나가는 사건의 무게에 비해서 추리의 전개가 얄팍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7권 트럼프 책의 비밀 : 그림 츠키시마 츠구미
시오리는 살해당한 아버지가 최후로 남긴 단서인 "트럼프의 책"이라는 단어를 두고 고민하던 중 탐정이라는 아사미 미츠히코라는 인물을 알게 된다. 그가 사건 해결을 위해 도와주면서 동분 서주 하던 중 아버지의 부하직원도 살해당하는 등 사건은 계속 커져만 가는데...
쿠슈 야나가와를 주로 하여 펼쳐지는 진정한 본격 여정 미스테리입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쿠슈 야나가와"라는 지역 자체가 이야기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구조로 진정한 여정 미스테리라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은 여정이라는 것이 사실 이색적 풍광을 보여주는 것 이외의 추리적 의미는 거의 없었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해독 트릭이 주 트릭인데 괜찮은 수준이었고 무엇보다도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이라 높이 살 만 합니다. 만화로서도 그림은 그다지 잘 그린 건 아니지만 만화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솜씨가 좋아서 마음에 들었고요.

8권 침묵의 돌 : 그림 히다카 료
신주쿠와 쿠라시키에서 일어난 두개의 살인사건을 연결하는 단서는 무엇인가? 명수사관 오카베 경위의 추리로 사건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경시청의 천재 오카베 경위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히카리라는 여대생이라 전개 방식이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주더군요. 두개의 살인사건이 벌어진 당위성 자체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주인공 히카리의 전문 지식을 이용한 결정적 단서 제공 같은 재미가 살아 있어서 결정적인 추리와 동기 부분에 비록 문제는 약간 있지만 저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뒤에 실린 단편 "잠자는 불꽃"도 치정극으로 보이는 전개속에 은근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 좋았고요.

9권 시인의 망령 : 그림 사토미 유
사쿠타로라는 작가의 시와 똑같이 구현된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오카베 경위가 사건을 맡은 후 스가이 쿠니오라는 은퇴한 전직 형사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용의자에게 접근하던 중 스가이마저 살해당하게 되는데...
역시 오카베 경위 시리즈로 "시를 따라한 연쇄 살인"이라는 착상이 일단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림도 괜찮은 편이었고 스토리 전개를 만화적으로 잘 구현해 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ABC 살인사건" 과 유사한 전개로 참신함보다는 의외성에 기대는 느낌이 강했으며 동기와 과정 역시지 설득력이 떨어지더군요. 한마디로 어렵고 복잡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는, 나름대로 흥미진진한 작품이었습니다. 뒤에 단편 "거울 속의 여인" 이 실려있는데 이 단편도 추천작입니다.

10권 여섯개의 숫자 : 그림 츠키시마 츠쿠미
동경 타마호반에서 의문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그가 남긴 것은 6개의 숫자가 적힌 종이 쪽지 뿐. 오카베 경위는 피해자의 딸 치아키에게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한 "침없는 벌"이라는 의문의 단서를 접한다. 한편 치아키와 은퇴를 앞둔 베테랑 형사 카와 반장의 컴비가 오카베 경위의 적극적 지원으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간다...
오카베 경위 시리즈이긴 한데 실제 탐정역은 치아키라는 소녀라 이색적이더군요. 치아키와 베테랑 형사 카와 반장이라는 컴비가 꽤 재미난 설정이라 좋았습니다. 여섯개의 숫자와 "침없는 벌"이라는 단서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는 과정의 묘사 역시 합리적인, 이치에 맞는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요.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영상화도 두번이나 된 인기 작품으로 여기서 결성된 (?) 이 컴비 주연의 단편 시리즈도 있다고 하는데 그 작품들도 기대되더군요. 어쨌거나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11권 여신의 저주 : 그림 나가오 후미코
귀신 모미지 전설의 마을 토가쿠시에서 전설을 모방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수사를 지휘하는 다케무라 경위는 사건의 그림자에 숨겨진 비참한 사연을 밝혀내게 된다.
나가노현 경찰 본부 수사1과 경위 다케무라 이와오 (시나노의 콜롬보)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와 비슷한 전통 무속과 살인 사건의 조합이라는 전개라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추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21세기에 읽기에는 너무나 고리타분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전통 신앙에 많은 것을 기대는 설정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용 역시 그냥 뻔한 복수극일 뿐이었습니다. 새로운 탐정을 만나는 재미 이외에 특기할 만한 점은 없는 작품이네요.

2009/05/29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7 - 하야미네 카오루 / 에누에 케이

제목 그대로 "명탐정" 인 교수 유메미즈 키요시로가 옆집 이와사키 가(家)의 세쌍둥이 자매 아이, 마이, 미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짤막하고 일상에 가까운 이야기로 시작해서, 본편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전개로 한권이 이루어진 옴니버스 시리즈 만화입니다. 예전에 봤었지만 취향이 아니라서 보다가 접었었는데 형이 7권까지 구입했길래 빌려서 읽게 되었네요.

일단 장점부터 소개하자면 :
1. 추리만화이지만 대상 연령대가 낮은 덕분에 눈높이를 맞춘 티가 역력할 정도로 굉장히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유쾌하고 밝은 편입니다. 살인과 같은 강력사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발랄한 이야기들이라 추리소설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특히 아동들....

하지만 단점도 확실해서 :
  1. 장점이기도 하지만 대상 연령대가 지나치게 낮습니다! 한마디로 유치하달까요? 전개와 대사 모두 어이상실입니다.....
  2. 만화 자체가 한마디로 후집니다. 순정만화 스타일의 그림인데 전혀 제 취향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야기 전개도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또한 주인공 캐릭터도 너무나 과장되어 있고 웃기지도 않는 개그컷의 남발은 짜증만 불러 일으키더군요. 좀 깔끔하게 정리라도 해서 그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3. 추리적으로도 재미에 치중한 탓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더군요.
팬들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제게는 단점이 너무 명확한 수준 이하의 작품이라는 것이 제 감상평입니다. 아동용으로는 정평이 나 있는 시리즈이니 만큼 제 나이가 너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일단은 만화 자체의 수준이 함량미달이라 생각되네요. 어쨌건 별점은2점. 이번처럼 형이나 주위 누군가가 구입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다시 찾아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덧붙이자면, 같은 원작으로 잡지 "파우스트"에 연재된 작품 쪽이 "만화" 측면에서 그림과 전개 모두 7만배는 낫더군요. 파우스트 연재작이 단행본으로 나와준다면 구입 의향 있습니다!

* 현재의 만화판(위)과 파우스트 만화판(아래) 비교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0 : 명탐정 유메미즈 키요시로 등장 - 이와사키 가(家)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은 뭔가 수상쩍은 키큰 아저씨! 그 아저씨는 스스로 교수이자 명탐정이라고 칭하지만 뭔가 어벙하고 덜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곧바로 명탐정의 솜씨를 발휘해서 세자매의 수수께끼를 곧바로 풀어낸다.
- 주인공의 등장과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일상계 수수께끼를 잘 풀어낸 소품. 하지만... 지나치게 소품이기에 평가할게 별로 없네요.
Vol 1 : 그리고 5명이 사라지다 - 오무라 판타지 파크에 세자매를 데리고 놀러온 교수. 그러나 마술쇼 도중에 한 소녀가 사라지고 곧바로 "백작"이라 자칭하는 범인이 곧바로 다른 소년, 소녀를 유괴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키요시로는 경시총감과의 연줄을 이용해서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데!
- 범행 트릭이 너무나 유치하고 동기와 전개 모두 설득력 빵점인 아동용 추리물. 유치찬란 그 자체.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2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프롤로그 : 설혼전설 - 판타지 파크 사건으로 유명세를 탄 키요시로에게 잡지 "세.시마"의 편집부원 이토 마리가 찾아온다. 명탐정이 여행하면서 그 지방 전설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이른바 "명탐정 유메미즈 키요시로의 수수께끼 풀이 기행!!" 기획을 위해서. 첫번째 여행 코스는 N현 A고원으로, 이 지방에서는 눈보라 치는 밤이 지난 아침에는 "설혼의 숲"이라 불리우는 대나무 숲에 눈의 영혼인 "설혼"이 어린 아이를 데리러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3살짜리 아이가 행방불명된 20년 전의 사건은, 아이의 발자국이 집에서 설혼의 숲까지 일직선으로 나 있다가 숲 직전 20미터 정도에서 뚝 끊겨 있던 것.
- 이 "설혼전설"에 관한 트릭이 상당히 그럴듯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는 쓰잘데 없는 곁가지 이야기가 대부분에다가 스키 자국에 관련된 말도 안돼는 트릭이 들어가는 등 괜찮은 트릭을 다 망쳐버리는 전개를 보여줘서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듭니다.

Vol 2 : 마녀가 숨어있는 마을 - "세.시마"의 기획 두번째 코스는 "쇼우노사토"라는 벚꽃의 명소. "쇼우노사토"의 숲에는 마녀가 있다라는 전설이 있는데, 이토 마리와 교수, 그리고 세 자매 일행이 도착한 뒤부터 숙소인 여관 "로우란 장"을 무대로 한 정체불명 게임의 막이 오른다.
- 이 시리즈 치고는 이질적인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 15년전 한 일가족이 사라진 사건에 비롯된 현재의 비극이라는 점은 "김전일"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대형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무겁고 진중한 전개라서 이 시리즈와는 따로 노는 느낌에다가 트릭도 거의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어떻게 리프트를 혼자서 조작하는지라던가 하는 세세한 부분의 설명은 전무!) 낙제점에 가까운 작품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3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3 : 망령은 밤을 떠돈다 - 세 자매가 다니는 학원의 학원제 기간에 학교에 전해져 내려오는 4가지 전설을 소재로 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과거 4가지 전설을 창작한 것으로 알려진 여학생은 죽은 것으로 밝혀지는데....
- "김전일"의 "방과후의 마술사" 같은 설정이죠? 그러나 무거운 설정과는 반대로 학원제를 배경으로 한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라 설정과 미묘한 부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트릭은 여러개가 등장하는 풍성함을 보여주는데 모든 트릭이 만화에 가까운 것들이라 추리적인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봐도 실현이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요.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4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그랜드오프닝 : 탐정영화 - 교수와 세자매는 추리 영화를 보러간다. 완벽한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계단식 논 사이에 있는 오두막에서 태풍이 분 다음날 시체가 발견된다. 오두막은 전기도, 수도도 없고 구멍하나 없는 완벽한 밀실. 흐트러진 방 안에서 발견된 칼에 찔려 죽은 시체! 그러나 영화가 끝나기 전 사고로 인해 일행은 결말을 보지 못하고, 교수는 자신의 추리를 자매들에게 들려준다.
- 가상의 영화를 소재로 추리하는 독특한 작품. 솔직히 트릭은 현실성이 너무 없어보이긴 하지만 아이디어는 괜찮은 편.

Vol 4 : 사라지는 소세이섬 - 세 자매는 영화 캐스팅 제의를 받고 거대재벌 반노재단이 제작하는 영화 로케 현장으로 교수와 함께 떠난다. 그러나 촬영현장인 소세이섬에 도착하자마자 유일한 교통수단인 크루즈가 폭발하고,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다가 마지막에는 섬의 하나뿐인 가장 높은 "산"이 아예 없어져 버리는 기상천외한 사건에 맞부닥치게 되는데!
- 거대한 스케일의 농담같은 트릭이 등장하는데 너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 이러한 특정 "장소"의 소실에 대한 고전인 엘러리 퀸의 "신의 등불" 정도는 아니더라도 흉내는 내 줬어야지!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5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5 : 춤추는 야광괴인 - 일본 최초의 연금술사인 사이토 소우후가 남긴 금불상의 위치를 알려주는 암호가 마을 절에서 발견되고, 한편으로 마을 공원에서 춤추고 머리가 분리되는 "야광괴인"이 나타나는 사건이 일어난다.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키워드인 "코우다요이사루"는 무엇? 야광괴인의 정체는 무엇? 절에서 발견된 암호문의 해독 방법은 무엇?
- 암호문은 국내 독자는 풀기가 불가능한 일본어 암호 트릭이라 패스. 하지만 암호문의 "종이" 의 사이즈를 토대로 한 "키"의 도출이라는 방식은 참신했습니다. 문제는.... 정말 명탐정이라면 몇글자 치환해 보면 이러한 "키" 없이도 암호를 충분히 풀 수 있는 간단한 암호라는 점이겠죠.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6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6 : 유리항아리의 비밀 - 에도말기를 무대로 한 번외편! 나가사키의 데시마의 창고에서 유리 항아리 "피카이치"가 도난당한다. 자물쇠로 잠긴 창고는 완벽한 밀실상태에다가 남아 있는 발자국은 도저히 생물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의 사건. 마을에 흘러들어온 정체불명의 인물인 유메미즈 키요시로자에몬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 번외편 형식으로 막말의 일본을 무대로 한 이야기들. 첫번째 "피카이치" 도난 사건은 전개와 복선, 동기와 결말 모두 납득할 만 하며 재치있게 꾸며진 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 두번째 보살 이야기는 돌 보살상을 일종의 "추"로 썼다는 일상계 소품인데, 작중 묘사된 보살상의 크기를 볼 때 완전 억지였습니다. 나무를 몇톤씩 하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죠. 마지막 에도에 등장하는 요괴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 어이상실의 이야기였고.... 초반 분위기를 끌어주었더라면 별 세개는 줬을텐데 아쉽네요.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7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프롤로그 : 한여름밤의 괴담 - 교수와 세자매 및 기타 등장인물들이 모여 "괴담회"를 벌인다.
- 아하하하. 아주아주 유쾌한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소품인데 "괴담"을 추리해서 그 진상을 밝힌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네요. "피에 젖은 책상" 같은 조금은 유치한 괴담인데 추리를 끼워맞추는 것이 놀랍습니다!

Vol 7 : 트랩하우스의 숫자노래 - 유명 만화가의 저택인 "트랩하우스"에 초대받은 교수와 세자매는 파티 도중 만화가가 밀실 안에서 비명과 함께 실종되는 사건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쇄살인!
-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한 전개라 낯설었던 작품입니다. 만화안의 만화안의 만화라는 액자 구성은 독특했고 중요 범인을 드러내는 트릭 - 왜 범인은 옥상으로 도주할때 엘리베이터 3층 버튼을 누르고 3층에서 내려 옥상까지 뛰어올라갔을까? - 도 괜찮은 편이지만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또한 무대 설정같은 것도 지극히 만화적이라 현실성이 떨어지는데 너무 복잡하고 작위적인 구성을 취함으로서 더더욱 전개가 산으로 간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냥저냥한 수준이었습니다....

2006/12/16

월관의 살인 상/하 - 아야츠지 유키토 / 사사키 노리코 : 별점 2.5점

월관의 살인 -하 - 6점
사사키 노리코 지음/삼양출판사(만화)

기차를 혐오하는 어머니 때문에 기차를 단 한번도 타보지 못한 여고생 소라미는 어머니의 사후, 자신에게 외할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외할아버지의 초대로 "월관"에 찾아가게 된다. 월관으로 가는 특별 열차를 탄 소라미는 그 열차의 동승객들이 전부 철도 매니아, 즉 철광이라고 불리우는 인물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에 놀라며, 이윽고 열차가 출발한 뒤, 철도 매니아만 노리는 연쇄 살인범에 의해 살인극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관 시리즈의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와 독특한 일상속 개그를 선보이는 만화가 사사키 노리코의 공동 창작물.
하지만 이 책만 놓고 본다면 아야츠지 유키토 스러운 분위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는 사사키 노리코의 개그 만화를 봤다라는 인상이 더욱 강할 정도로 만화적 재 창조가 원작을 압도하기 때문인데 굉장히 조화롭지 못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전해 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사키 노리코의 재 해석이 더욱 빛났다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사사키 노리코의 굉장히 세밀한 특정 직업군들 (수의대생, 간호사, 프랑스 레스토랑 직원 등)에 대한 묘사가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로, 예전에 봤던 "아이러브 트레인" 이라는 철도 매니아 만화가 생각날 정도로 철도 매니아 (철덕)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이게 철도 매니아 만화인지 추리 만화인지 헛갈리기 까지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사키 노리코의 재해석은 단점도 있어서, 추리적으로도 나름 괜찮은 설정과 복선이 깔려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추리 만화로서의 가치는 상당히 떨어집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특유의 폐쇄적인 공간, 그리고 공간의 특수성을 이용한 살인극이 이 작품에서도 동일하게 펼쳐지는데 다른 요소들, 특히 개그적인 부분에 많이 묻히고 있는 탓입니다. 
사사키 노리코의 담담하면서도 일상적인 연출 탓에 사람이 많이 죽는데도 불구하고 극의 긴박감이나 위기감이 정말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 역시 추리 만화로서는 감점 요인이겠죠.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개그물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으니까요....

사사키 노리코의 팬이라면 어떠한 이야기도 자신만의 세계로 만드는 그녀의 능력에 경탄하며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야츠지 유키토나 추리물의 팬이라면 뭔가 이질적이고 기대하지 못한 결과물로 볼 수 있을 거에요. 추리적으로는 분명 아쉽긴 하거든요. 저는 두 작가 모두의 팬이기에 어느 정도 만족했지만, 취향을 좀 많이 탈 듯한 느낌이 드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사키 노리코의 팬이 훨씬 두터운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해 봅니다. 대박나서 이러한 창작물이 많이 나오면 그걸로 좋은 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산 것은 초회 한정판인데 굉장히 싼티나는 보드게임이 부록으로 들어 있더군요. 절대 해 볼 것 같지는 않지만 뭐 부록은 부록이니까...

2009/03/22

최근 읽은 추리만화 감상

탐정이 되는 893가지방법 1 - 6점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사카모토 아키라 그림/서울문화사(만화)

"살육에 이르는 병"으로 유명한 신본격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가 스토리를 담당한 추리만화입니다. 분위기 있는 표지와 작가의 전작 탓에 진지한 작품이 아닐까 싶었는데 내용은 의외로 코미디에 가까운 유쾌한 작품이더군요.

1권에는 "쓰레기 주택"과 "스토커"라는 두가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쓰레기 주택"은 동경대 출신의 자격증 오타쿠인 주인공 나카지마 마모루가 대학 선배 미쿠리야 진과 우연히 만나 미쿠리야가 운영하는 심부름 센터에 취직한다는 등의 기본 설정 소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어서 본편 이야기가 좀 길어진 감이 없잖아 있더군요. 그래도 "쓰레기를 모아놓아 인위적으로 조성된 밀실" 이라는 설정 자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쓰레기를 모아 놓은 동기라던가 트릭이 그다지 깔끔하지 못했다는 것은 좀 아쉽지만 추리만화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으로는 나름 합격점이랄까요. 결말도 괜찮았고요. 그런데 두번째 이야기 "스토커"는 사실 1권에 마무리 되지 않기에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트릭이 나올법한 전개는 아닌데, 2권을 봐야 할 것 같아요.

총평하자면,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것 치고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그냥저냥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유쾌한 분위기와 뭔가 미묘한 작화 역시 마음에 들었고요. 앞으로를 기대해 볼 만할 것 같아 별점은 3점주겠습니다. 그나저나 제목은 대관절 무슨 뜻인지???


환영 박람회 2 - 8점
토우메 케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에 읽고 마음에 들었던 다이쇼시대를 무대로 한 추리 단편 만화 "환영박람회" 2권입니다. 2권에는 "황천에서 온 자객" 과 "이중무대"라는 두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황천..."은 좀 짤막한 단편이고 "이중무대"는 중편 길이인데 "이중무대" 도 본편의 이야기보다는 마야라는 캐릭터에 숨겨진 비밀과 수수께끼를 서서히 드러내는 과정을 묘사한 내용이 많기에 실질적으로는 단편이라고 봐야겠죠. 추리적으로 본다면 "황천.."은 트릭은 별다를 것이 없지만 범인의 정체에 대한 설정이 꽤 그럴듯했고, "이중무대"는 상당히 잘 짜여진 복수극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이중무대"의 경우 여러가지 약점 - 범인들의 행동이 예상대로 갈 것이라는 것을 특정하기 힘들고 실제로 범인들이 다가올지 안올지도 모른다는 등 - 이 존재하지만 모든 것을 "신의 뜻" 이라고 끝맺기에 나름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정리한 것 같아요. 좀 반칙이긴 하지만 이 작품에는 잘 어울렸거든요. 앞으로도 마야의 수수께끼 보다는 보다 추리적인 내용에 집중해 주었으면 합니다만, 3권을 지켜봐야겠죠. 별점은 4점입니다.

2017/10/09

허구추리 - 시로다이라 쿄 / 박춘상 : 별점 2점

허구추리 - 4점
시로다이라 쿄 지음, 박춘상 옮김/디앤씨북스(D&CBooks)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머에 시달리다가 자살했다고 알려진 아이돌 나나세 카린의 유령이 마쿠라자카 시에 나타났다. 큰 가슴에 미니 드레스, 리본을 달고 손에는 큰 철골을 든 모습이라서 사람들은 그녀를 "강철 인간 나나세"라고 불렀다. 유령은 사람들을 습격하다가 결국 경찰마저 살해해 버렸고, 사건에 관련된 교통과 순경 사키는 우연히 만난 소녀 이와나가 코토코, 그리고 전 애인 쿠로와 함께 강철 인간을 없애기 위한 승부에 나섰다... 

일본작가 시로다이라 쿄의 장편 소설입니다. 추리 만화 "스파이럴" 등의 원작으로 알려진 작가이지요. 본 작도 만화적인 설정이 가득찬 라이트 노벨이기는 한데, 추리적으로 눈여겨 볼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특히 진짜 진상이 아니라 정말로 있어보이는 가설을 연달아 내 놓는다는,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이런저런 가설, 추리가 선보이는 작품은 그 중에서 "진상"을 찾아내는게 보통 이야기의 핵심인데, 이 작품은 "허구(사실에 없는 일을 사실처럼 꾸며 만든) 추리"를 진짜라고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게 목적이거든요. 이 아이디어 덕분에 '12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같은 이유로 국내 최고의 미스터리 애호가 모임인 "하우미스터리"에서도 추천하는 분들이 제법 계셨을 테고요. 저도 "하우미스터리"에서 관련 정보를 접하고 관심을 가지던 차에, 기나긴 추석 연휴의 대미를 장식하고자 집어들었습니다.

일단 라이트 노벨답게 쑥쑥 읽힙니다. 만화 원작을 많이 쓴 작가답게 캐릭터와 장면을 시각적으로 떠오르게 만드는 묘사, 재치넘치는 대사도 괜찮아요. 주인공인 일안일족 아가씨 이와나가 코토코도 마음에 듭니다. 귀한 집 아가씨이지만 상스러운 말도 서슴없이 내뱉고, 남자친구 사쿠라가와 쿠로에게 집착하는 모습이 개성적이면서도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새 말로 '갭모에'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외하면 추리적으로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우선 "허구 추리", 즉 이와나가가 '강철 인간 나나세 종합 사이트'에 올리는 네 가지의 추리 모두 조금만 뒤집어보면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바로 반박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될 정도로요.
그리고 네 번째 추리를 설득력있게 포장하기 위해 앞의 세 가지 추리를 내 놓는다는 것도 억지스럽습니다. "테라다 형사가 혼자서 수사에 나섰다", "나나세 카린의 아버지가 악의를 가지고 수기를 남겼다.", "나나세 하츠미가 매스컴에 수기를 흘렸다."라는건 구태여 이렇게 가설까지 만들어가며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니까요. 네 번째 추리의 핵심이 이 세가지 요소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첫 번째 테라다 형사 이야기를 제외하면 결국 나나세 카린은 "궁지에 몰리고", "죽고 싶었다."라고 밖에는 설명되지 않기에 외려 드러내면 안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냥 네 번째 가설로 정면 승부를 하면 될텐데, 구태여 앞에 장황한 설명을 덧붙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또 네 번째 "허구 추리"의 핵심인, 나나세 카린이 실제로 살아있다는 시체 바뀌치기 트릭은 조금 그럴듯하게 포장해 놓았지만 솔직히 현대 경찰을 우습게 본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네요.

만화적인 설정도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특히 인어 고기와 쿠단의 고기를 함께 먹은 사쿠라가와 쿠로에 대한 설정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쿠단의 "미래 결정 능력"에 불사의 능력이 결합되어 죽지 않고 미래를 예언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사건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 탓입니다. 단지 강철 인간과 호각으로 맞붙기 위한, 액션용 소품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입니다. 능력이 있다고만 묘사되지 딱히 어떻게 발휘되는지 묘사가 없으니 독자는 알 도리가 없지요. 그냥 이와나가가 올린 글로 사건이 해결되는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이 점은 쿠로의 사촌 누나이자 동일한 힘을 가졌으며, 강철 인간 나나세를 만들어낸 최대의 적 릿카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럴 바에야 이와나가는 귀신과 소통할 수 있으며 쿠로는 일종의 호위 무사라는 정도로 끝내는게 깔끔했을 겁니다. 아니면 "미래 결정 능력"을 좀 더 시각화하던가요("그래 결심했어!"와 함께 두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른다던가...).

이렇게 독특함 외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조금 연령대가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구태여 구해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만화로도 발표되었는데 만화가 훨씬 괜찮을 것 같네요.

2005/07/28

비밀의 백화점에 실린 추리만화에 대한 개인적 보완..

대중문화평론가이신 이명석씨가 아래 언급한 "비밀의 백화점"에서 짤막하게 글을 쓰셨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작품이 너무 많이 있어서 몇개 추가할 까 합니다.

먼저 정통 추리물에서는 "Nervous Breakdown"이 빠진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3등신 캐릭터가 활약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등신대의 인물로 바뀌는 등의 형식적인 독특함도 돋보이지만 트릭과 전개도 뛰어나며 무엇보다 기존 걸작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의 정신도 뚜렷한 걸작입니다. 한마디로 제가 읽은 추리 만화에서는 베스트라 할 수 있는 제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작품인데 언급조차 되지 않아 유감이더군요. 
그리고 제가 이전에 소개했던 "탐정 레이디X 시리즈"는 워낙 마이너이니 넘어갈 수 있지만 "어둠의 인형사 사콘"은 빠진게 의외더군요.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진 나름 비중있는 작품인데 왜 빠졌을까요? 추리적인 요소는 약간 허술하지만 완벽한 그림과 독특한 설정으로 한몫하는 작품인데 말이죠. 
순정 만화 스타일로는 "미궁시리즈"의 몇몇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괜찮으며 가벼운 소품으로 잔잔하게 즐길 수 있는 "할아버지와 나의 사건수첩"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독특한 일상계 추리물이라서 저는 무척 좋아하거든요. 꼭 추리 쟝르에서 강력 사건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죠. 잔잔하기로는 베이비시터 탐정이 등장하는 "카즈는 행복해" 시리즈도 빼 놓을 수 없지만 이것 역시 너무 마이너하니 패스.

스릴러에서는 "바나나피쉬"가 없더군요. 중반이후 삼천포로 빠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진행되며 독자를 몰입시키는 맛이 뛰어난 스릴러로 추천할 만 합니다. 

전문가 등장 작품의 리스트에서는 "검찰관 기소가와"가 빠지더라도 "사이코 닥터"가 반드시 포함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분석 전문가 카이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각 사건의 설득력이 뛰어나며 치밀한 심리 분석 사례가 일품인 작품이죠. 1, 2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부를 더 추천합니다. 
범위를 살짝 더 넓혀 본다면 "용오"는 교섭인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옴니버스물의 특성상 모든 에피소드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의 서스펜스와 재미를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작품에 소홀한 것은 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푸른길"을 언급하긴 했지만 이 작품은 일본 작가가 글을 쓰고 일본 잡지에 연재된 작품이기 때문에 권가야씨의 그림을 뺀다면 국내 작품으로 보기 어려운 요소가 더욱 많은 작품이죠. 완성도 역시 높이 평가하기 어려운 작품이고요. 차라리 한혜연씨의 "M노엘"을 추천하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자료조사가 거의 없었던 것 같은 허전한 그림과 만화 스토리 전개의 미숙함, 왠지 익숙치 않은 순정만화체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와 트릭은 괜찮은 작품입니다. 
드라마로 더욱 유명하지만 "다모" 그리고 국내 만화에서 보기 드문 역사 추리물의 시리즈 탐정인 이두호씨의 "장독대 시리즈 ("뛰어야 벼룩이지" 등등)" 역시 추천 작품입니다. 아주 고전으로는 방학기씨의 다른 여러 작품들, "사라진 낡은 집"이나 "초립동이", 이우정씨의 "모돌이 탐정" 등도 포함되겠지만 지금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니 패스...  (*모돌이 탐정은 2022년에 복간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선정 기준에 의심이 많이 가는 리스트였습니다. 추리 만화는 하늘의 별 만큼 많고 지면은 한정되어 있으니 이명석씨의 고충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지만 이름값에 기댄 작품이 너무 많아 실망스웠습니다. 보다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덧붙이자면 QED작가의 독특한 작품인 "로켓맨"이나 과학 스릴러에 가까운 "레밍의 행방", "비밀", 호러가 약간 가미된 "백작 카인 시리즈 (특히 초반부)"도 추천할 만 합니다. "로켓맨"과 "레밍의 행방"은 아까짱님의 블로그에 정리된 포스트가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06/06/11

명쾌! 사립탐정 토깽 1,2 - 석동연 : 별점 2.5점

명쾌! 사립탐정 토깽 2 - 6점
석동연 지음/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명쾌! 사립탐정 토깽 1 - 6점
석동연 지음/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국내에서 4컷만화로 요새 제일 팔린다고 할 수 있는 석동연씨의 작품입니다. 전 2권 완결인데 지하철 입구에서 나눠주는 무가지에서 연재한 적도 있으니 아마 석동연씨 작품 중에서는 제일 대중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만화는 전부 4컷 만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동물들이 의인화되어 사는 마을을 무대로 하여 셜록 홈즈의 패러디라 할 수 있는 토깽과 조수인 하니양의 이야기를 특유의 개그센스에 추리적 요소를 더해 잘 담고 있습니다. 정통 4컷 만화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연작물" 형태의 좀 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부분은 일반 4컷 만화에 비해 독특한 느낌을 주더군요.

처음에 구입했을때는 제목에 "사립탐정"이 들어가긴 하지만 그동안 알고 있었던 석동연씨의 작품 특성상 개그가 중심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중간에 상당한 추리 센스를 필요로 하는 에피소드들도 제법 등장하고 있는것이 신선하고 놀라웠습니다. 물론 대체로 트릭이라는 것이 소박하고 조금 가벼운 수준이며 "동물들이 의인화된" 설정 자체가 트릭인 것이 많아서 (예를 들면 허리가 긴 닥스훈트의 변장이라던가... 캥거루 소매치기라던가...) 정통 추리 매니아에게는 약간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 만화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 약간 고민되기는 하지만 셜록 홈즈의 패러디임이 분명한 토깽군의 캐릭터와 석동연씨의 재치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 추리만화로 분류하고 싶네요. 그러나 2권 뒷부분부터 나오는 과거 거대로봇물의 패러디인 "O.K 지구방위대"는 작품 성격이 너무 달라서 튀는 느낌이 강한데, 차라리 토깽군의 에피소드가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만... 지금은 쉽지 않은 일이겠죠? 요새는 절판되어 구입하기가 조금 힘들어 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2023/05/14

미스터리 아레나 - 후카미 레이이치로 / 김은모 : 별점 2점

미스터리 아레나 - 4점
후카미 레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진상,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년 연말 방송되는 인기 TV쇼 <<미스터리 아레나>>는 출제되는 문제를 맞추면 거액의 상금을 얻는 쇼였다. 대신 틀린 답을 제시한 참가자는 자신의 장기를 이식용으로 기부해야 했다. 
올해 문제는 '클로즈드 서클 추리물'로, 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동창생들은 매년 모임을 갖는 동창 마리코의 별장에 모였지만, 마리코는 4층 자기 방에서 칼에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방송에서 이야기가 조금씩 진행될 때 마다, 자신의 추리에 확신을 가진 참가자는 벨을 눌러 범인이 누구인지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추리 뒤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앞서의 추리는 부정되며 계속 변형되어 나가는데...

후카미 레이이치로의 장편. 여러 명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추리를 이야기한다는건 <<독 초콜릿 사건>> 등을 연상케도 하지만,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가지고 추리를 펼치는게 아니라 본편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추리를 펼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종의 배틀이라서 같은 답을 내 놓으면 먼저 답한 사람이 이기는 규칙이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여러가지 변수가 발생하는게 재미있었습니다.
수많은 추리가 등장하는데 대체로 성별 오인이라던가, 이름이나 묘사 등으로 같은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들거나 한 사람을 두 사람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등의 서술 트릭이 많습니다. 꽤 그럴듯한 추리도 등장합니다. "마루모가 범인이고, 그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는 추리가 대표적입니다. 왜 마루모가 여자이며, 실제로 범행을 어떻게 저질렀는지에 대한 추리를 여러가지 단서로 뒷받침하여 주장하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높거든요.
피해자 마리코가 남자였다는 추리도 상황 - 마리코는 드레스를 입고 죽어 있었음 - 을 보면 억지스러우나, 마리코는 이름이 아니라 성이었다는 주장은 꽤 합리적이었어요. 앞서 본편 문제 이야기에 마리코의 본가가 안도 히로시게의 <도카이도 53역참>에 그려져 있고, 마리코의 집은 마덮밥 체인점을 한다는 단서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도카이도 53역참> 스무 번째 역참이 마리코 역참으로 마죽 가게에서 마죽을 먹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는걸 근거로 "마리코"는 성이라는 추리지요. 이를 통해 '피해자 마리코와 다른, 범인인 여성 "마리코"가 있다, 그건 '아키'였다'는 추리로 이어지는 과정도 깔끔합니다. 
이름을 활용한 서술 트릭은 관리인 히데가 사야카 시점일 때만 英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등 그 외에도 많습니다. 
다른 추리들도 볼만한게 몇 가지 있습니다. '범행 현장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인 나선계단이 이중 구조로 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통로가 2개였다', '다이잉 메시지는 S가 아니라 적분 기호로 등장인물 중 세키 분타 (세키분 - 적분)를 가리킨다' 등이 그러했습니다. 앞서 히데 씨와의 대화에서 택시비에 대한 언급을 통해, 실제 별장에 온 사람이 몇 명인지 추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단서들도 곳곳에 잘 삽입되어 있고요.
이런 점들만 보면 장르에 깊은 이해를 가진 작가가 썼다는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겁니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에 오르고 '본격 미스터리 대상' 2위에 등극하기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엄밀하게 본격 추리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본격 추리물과 그 장르를 비틀고, 풍자하고 조롱하는 성격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작 중에서도 참가자의 입을 빌려 "성별 오인 트릭 자체는 이제 낡을 대로 낡았잖아. 한때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작품에 '마유미'라는 이름이 나오면 거의 백 퍼센트 성별 오인 트릭이 사용됐다고 의심하는게 상식이었을 정도야"라는 말이 나오는 등, 본격 추리물의 작위성을 대놓고 놀립니다. 추리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 보다는 이른바 "바카미스 (게임성, 오락성을 과도하게 추구하고 의외성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큰 작품들)" 류의 추리가 더 많아요. 고양이 다마가 알고보니 사람으로 발레리나였다던가, 사부로가 바라보았던 창 밖의 "가로수"가 사실은 사람 - "나미키 (가로수)"라는 이름의 - 이었을거라는 추리가 대표적입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정답을 조작했다", 즉 이야기의 분기를 다수 만들어서 누군가 그럴듯한 추리로 정답을 내 놓을 경우, 다른 분기로 이어지도록 조작했다는 게 '미스터리 아레나' 방송의 정체라서 애초에 공정한 추리가 이루어지는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정답이라고 내 놓는건 앞서 알멩이를 다 뽑아먹어서 억지로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는 황당한 결과일 수 밖에 없고요. 등장인물이자 피해자인 "다이라 사부로"와 다른, "다이라사부로"라는 이름의 인물이 별장에 있었다는 식인데 너무 억지스러워서 할 말이 없을 정도였어요. 이래서야 본격 추리물로 보기는 어렵지요.

설정도 만화적이고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알고보니 <<미스터리 아레나>> 참가자들은 모두 특수 요원으로 방송이 거짓이라는걸 폭로하기 위해 투입되어 관계자들을 일망타진한다는 결말이기 때문입니다. 전개도 마찬가지라 본편 문제 이야기는 괜찮았지만, 퀴즈쇼 진행 부분은 과장되고 만화적인 묘사가 넘쳐나 읽기 불편했습니다. 풍자와 조롱을 위해 일부러 더욱 과장되게 쓴 듯 하지만, 보다 진지한 분위기로 추리 애호가들의 문답이 이루어지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오답자는 장기 이식 운운하며 생명을 건 추리 배틀을 벌인다는 TV 쇼 설정보다는 말이죠. 아니면 아예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처럼 가볍게 접근하던가요. 지금의 결과물은 진지한건지, 말도 안되는 농담인건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본격 추리물을 좋아하신다면 즐길거리가 없지는 않으나, '소설'보다는 '장난'에 가깝습니다. 여러모로 과했어요.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비슷한 소재라도 히가시고 게이고의 덴카이치 탐정 시리즈 (<<명탐정의 규칙>>, <<명탐정의 저주>>)가 훨씬 괜찮습니다.

덧붙이자면, 작가 이력을 보니 게이오 대학교 문학부 졸업에 파리 부르고뉴 대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사람이더군요. 1963년 생으로 이 작품을 발표한 2016년에는 50대 중반이었고요. 그런 사람이 이런 만화같은 작품을 발표했다는게 의외인데, 한 편으로는 일본식 문화의 저변이 정말 넓고 깊구나 싶은 생각이,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정도 나이와 위치니 이런 본격 추리물을 조롱하는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겠구나 싶네요.

2018/03/17

흐리거나 비 아니면 호우 1 - 반시연 : 별점 3점

흐리거나 비 아니면 호우 1 - 6점
반시연 지음, 김경환 그림/영상출판미디어(주)

국내 장르 영화, 장르 문학 관련 리뷰의 거목이신 mrkwang님이 극찬하신 글을 어디선가 읽고 관심이 가던 차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구입했습니다. 어차피 절판 상태라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바로 전에 읽은 책에서 절판, 품절이라는 상황에 낚여 충동구매 하지 말라고 언급했었는데, 지금이 아니면 못 사는 것도 있으니까요.

책은 단편 연작물입니다. 주인공 호우가 과거 '셔터' 라 불리우는 일종의 해결사 일을 하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폐인이 된 후, 지인들의 도움으로 기묘한 중고 물품 가게 '헤브닝' 에서 일하기까지 각 시기별로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구성이지요. 다행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기도 했지만 추리적으로 꽤 괜찮은 덕분입니다. 큰 사건이 벌어진다기 보다는 일상계 추리에 가까운 소소한 추론이 대부분인데 전부 이치에 맞고, 설득력이 높거든요. 모든 정보가 독자에게 공정하게 제공되기도 하고요.

에피소드별로 간략하게 소개해드리자면, "로또 사모님" 사건이 등장하는 첫번째 에피소드 "우계"에서는, 단순히 캐릭터를 소개하기 위한 소품으로만 보였던 망사 스타킹,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라 당연해 보였던 엘리베이터 물기에 대한 묘사 등이 진상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로 사용되는게 좋았습니다. 의뢰받았던 아이의 행방 외에 남편이 어디에서 도박을 하는지까지 추론해낸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명확하게 캐릭터를 독자에게 알리는, 첫 작품으로 손색없는 이야기였습니다.

호우가 폐인이 된 이후 편의점에 나타난 성범죄자를 응징하는 "건기" 도 좋습니다. 주어진 정보들로 편의점의 안경남이 성범죄자였다는걸 알아내는 추리의 과정이 설득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직 복서이기도 한 호우의 강함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고요.
물론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가 편의점에서 여성을 희롱한다는게 과연 현실적이고 가능한 설정인지는 의심스럽습지만요.

"주마등"은 호우가 넘버원 셔터로 잘 나갈 때, 사야를 만나고 그 뒤 고지를 만나 사야의 스토커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사야와 고지라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설명을 위한 소품으로 대단한 추리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일상계로는 괜찮은 수준이기는 해요. 그러나 고지 정도 되는 능력자가 스토커 한 명 붙잡지 못한다는게 말이 안되서 그렇지... 여튼,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헤브닝" 은 폐인이던 호우가 현재를 극복하고 비이와 '노예 계약'을 맺는 과정이 그려지는 이야기로 가장 많은 추론이 등장합니다. 물에 젖어 읽을 수 없는 주소 쪽지를 보고 어떻게 '헤브닝'을 찾아 갔는지, 작가 이름도 없고 출판사도 없는 책의 정체는 무엇인지, 비이가 핸드 크림을 계속 바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전거 변속기가 고장났다고 전화한 손님의 문제는 무엇인지, 책을 반품하며 다른 책과 다르다고 우기던 일의 진상은 무엇인지, 나무 바닥이 미끄러운 이유는 무엇인지, 동네를 배회하는 대학생들이 찾는 장소는 어디인지, 피아노 모양 오르골은 왜 고장이 났는지 등 수많은 추리를 순식간에 토해내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몇몇 이야기는 비약이 있고, 지나치게 끼워 맞춘 느낌도 들지만 추리들도 대체로 괜찮은 편입니다. 골고루 맛있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 연작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그러나 마지막 이야기 "셔터" 는 완전히 기대 이하입니다.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암호 트릭 같지도 않은 암호 트릭이 핵심인 탓입니다. 차라리 등장하지 아니함만 못했습니다. 그냥 호우와 다른 등장인물들이 어울리는 만화같은 상황을 그리는 묘사만이 볼거리였달까요. 자기 개발서를 혐오하는 호우의 성격은 저와 비슷해서 무척이나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뿐입니다.

그래도 대체로 추리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제가 읽어왔던 국내 추리물 중에서 손가락으로 꼽을만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만화적인 설정은 문제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의 두뇌와 프랑켄슈타인의 육체를 지녔다는 주인공 호우, 대부호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남이자 호우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고지, 대식가 츤데레 미녀이자 호우의 전 애인이자 고지의 현 애인 사야, 고지의 약혼자이자 대부호로 호우에게 빠진 비야 등 모든 캐릭터 설정이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입니다. 이름들도 하나같이 만화 속 인물들 같잖아요?
"건기"에서 "헤브닝" 으로 이어지는 동안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폐인이 된 호우에 대한 묘사 역시 만화적이라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대사와 상황들도 만화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힘을 쓰지 못하고(케로로인가?) 비이를 '주인님' 이라고 부르는 잘 차려입은 호우에 대한 묘사가 그 정점이고요.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비현실적이라 아무리 현실적인 추리를 한다 하더라도 썩 와닿지는 않는 문제도 생기기 때문에, 좀 더 현실적인 캐릭터를 기반으로 쓰는게 훨씬 좋았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학교 짱으로 공부는 못하지만 추리에 능한 호우, 소꼽친구 사야, 학생회장 고지, 부회장 비이였다면 어땠을까요?. 만화적인건 마찬가지지만 스케일을 줄임으로써 현실감을 조금이나마 더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해도 충분히 펼쳐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니까요. 아니면 아예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 공간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던가요. 지금은 이래저래 어중간할 뿐이라 여러모로 아쉽네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추리물로서의 성과는 뚜렷하나 묘사와 전개는 아쉽습니다.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2권을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어요. 작가의 만화적 설정 없는 정통 본격 일상계 추리물을 기대해 봅니다.

2005/11/02

강력 1반 - 요코야마 히데오 글 / 토코로 주조 그림 : 별점 3.5점

강력1반 4 - 8점
토코로 주죠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석원님의 추천으로 보게 된 추리 만화 시리즈입니다.

몰랐는데 원작이 따로 있더군요. 원작자 요코야마 히데오는 일전에 "사라진 이틀"이라는 작품으로 접해 본 적이 있습니다. "사라진 이틀"의 경우 추리소설은 아니라 생각되었던 만큼 원작자가 이 사람인줄 모르고 구입했기에 표지만 보고 이거 또 뒤통수 맞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의외로 정통적인 경찰 수사물이고 또한 재미까지 있어서 놀랐습니다.
현재 4권까지 발간중인데 1권은 수사 1과 1반, 2권은 2반, 3권은 3반이 각각 권마다 주역이 되어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되며, 4권은 수사 1과 과장이 1,2,3반을 통솔하며 3건의 다른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하나의 싸이클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다른 만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상당히 독특한 방식으로, 매 권마다 저마다 특색있는 반원들과 캐릭터성이 강한 반장을 주인공으로 이야기 중심이 이동함으로써  흥미와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경찰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무게감있는 수사물은 만화에서도 엄청나게 많았지만 보아온 바에 따르면 대체로 주인공의 활약에 기댄 액션 영웅물에 다름아닌 작품들이 태반이었죠. 하지만 이 작품은 수사과정 전개의 대부분을 용의자 취조에 할애하는 등 나름대로 현실감을 잘 살린 설득력있는 전개, 그리고 바스트샷을 위주로 하는 담담하면서도 리얼하지만 조용한 그림 등으로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웃지않는" 야스마사 반장이나 공안 출신의 냉정한 2반 반장 마사미 같은 만화적인 캐릭터도 스토리에 잘 조합시켜 독특하면서도 성공적인 정통 추리-수사 만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통 추리물로 보기에는 어설픈 면도 많이 눈에 띕니다. 특히 1권같은 경우에는 트릭이 좀 난데없고 진상을 파악하는 경위도 납득하기 어렵더군요. 그래도 2권 이후부터는 트릭이나 전개, 설정 모두 상당한 수준을 보여줘서 추리 매니아로서도 만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권의 이야기가 추리적으로나 이야기의 완성도로나 제일 좋았다 생각되네요. (물론 저는 1반 반장인 "파란귀신" 야스마사가 제일 마음에 들어서 1권도 좋아하긴 합니다만...)

어쨌건 구입하고 후딱 읽어버린 재미난 작품이었습니다. 간만에 기대되는 추리-수사 만화를 하나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네요. 4권 이후가 빨리 나왔으면 합니다. 추천해 주신 석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2026/07/31

명탐정의 유해성 - 사쿠라바 카즈키 / 권영주 : 별점 2점

20년 전 명탐정 가제의 조수였던 나루는 결혼 후 가업인 카페를 운영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유튜버 코롱이가 명탐정들의 폐해를 고발하는 영상을 공개한 탓에 가제가 거센 비난을 받게 되었다. 자신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가제는 나루와 함께 과거 사건의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당시의 진실을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잊고 있었던 기억을 하나씩 떠올렸고, 명탐정의 추리가 언제나 절대적인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도 마주했다. 

결국 여행은 끝났고, 나루는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나오키 상 수상 작가 사쿠라바 카즈키의 장편입니다. 제목만 보면 본격 추리소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명탐정이라는 캐릭터와 추리 소설의 관행을 풍자하는 성격이 훨씬 강합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덴카이치 탐정 시리즈같은 완전 풍자 유머 소설은 아닙니다. '명탐정'이라는 존재를 통해 헤이세이와 레이와라는 두 시대를 대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중년 성장기에 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 헤이세이는 미디어가 만들어 낸 화려한 명탐정들의 시대입니다. 사건만 생기면 어디든 나타나 극적인 추리를 펼치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던 명탐정들은 현실적인 인물이라기보다 만화 속 히어로처럼 그려집니다. 반면 레이와는 모든 것이 끝난 뒤의 시대입니다. 한때 명탐정의 조수로 이름을 알렸던 나루는 오십 대가 되었지만 이제는 누구도 알아보지 않는 평범한 동네 중년으로 살아갑니다. 이렇게 화려했던 헤이세이와 소박한 레이와를 '명탐정'이라는 의외의 소재로 대비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나루가 가제와 함께 화려했던 헤이세이의 영광을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거를 다시 돌아보면서 잊고 지냈던 즐거운 기억뿐 아니라 외면했던 상처까지 마주합니다. 그러면서 지나간 시절을 되찾는게 아니라 현재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마무리 되고요. 그래서 중년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성장기라고 보아야 합니다.

추리적인 재미도 아예 없는건 아닙니다. 초반 나루와 가제가 처음 만났을 때 나루가 사는 곳을 추리해 내는 가제의 추리나 AI 탐정이 사실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이 연기하고 있었다는 진상을 나루가 사소한 단서만으로 밝혀내는 장면 등은 꽤 그럴듯 합니다.

명탐정 풍자도 재미있습니다. 사건만 생기면 어디에나 나타나고 화려한 언행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작품 속의 헤이세이 명탐정들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과장된, 초법적인 히어로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매스컴을 통해 만들어졌던 겁니다. 그야말로 만화와 다를게 없었던 것이지요. 

명탐정의 추리를 비판적으로 비판하는 시각도 흥미롭습니다. 당시 주어진 단서만 놓고 보면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추리였더라도, 나중에 새로운 정보가 밝혀진다면 그 결론 역시 왜곡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즉, 명탐정이라는 존재는 현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지금은 DNA 검사 등으로 나중에 증거는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부족한 정보로 산 사람의 운명을 가지고 노는데 불과하다는 코롱이의 비난도 꽤 합리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추리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작품 속 추리들은 대부분 이미 해결된 사건을 되돌아보는 형식이고, 그나마 등장하는 사건과 트릭들도 만화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은 탓입니다. '크리스마스 연쇄 살인'에서 피해자들이 받았던 장식물의 순서대로 살해당했단게 대표적입니다. 순록 - 굴뚝 - 벽난로 순으로, 이건 산타의 이동 경로라는 추리거든요. 

코롱이를 중심으로 한 현재 시점의 전개도 다소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유튜브 폭로 영상 하나가 과거 사건을 다시 확인하는 긴 여정의 계기가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고, 후반부에 코롱이가 가제와 나루의 일행이 되는 전개 역시 억지스럽습니다. 솔직히 등장하지 않는게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케이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루가 처한 현재 상황 - 모두가 무시하는 투명 인간 - 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라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성격과 행동이 지나치게 거슬려 등장할 때마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명탐정을 주제로 그려낸 성장기라는 아이디어는 독특하고, 명탐정에 대한 재해석은 흥미습니다 그러나 추리 소설로는 별볼일 없어서 감점합니다.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2014/12/31

맥주별장의 모험 - 니시자와 야스히코 / 이연승 : 별점 1.5점

맥주별장의 모험 - 4점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연승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헤매게 된 닷쿠 일행 4명은 발견한 별장에 불법으로 침입하고 말았다. 더위와 피로로 넋이 나간 탓이었다. 별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다만 1층에는 싱글 베드 침대 한 개 뿐이고, 2층 붙박이장 속 숨겨진 냉장고에는 다량의 맥주가 보관되어 있었다. 일행은 피로와 배고픔이 극에 달했기에 긴급피난이라는 핑계로 별장의 맥주를 마시며, 별장의 특이한 상황에 대해 각자 추리한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닷쿠 & 타카치" 시리즈 장편입니다. 시리즈는 오하시 카오루의 만화로 먼저 접했었지요. 전작이 있는데 깜빡하고 두 번째 작품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캐릭터 관련 소개가 약간 부실하지만 읽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제가 읽었던 만화책에 수록된 단편 원작인가 싶었는데 아니더군요. 

보안 선배, 타쿠, 타카치, 우사코 4명이 특이한 상황에 대한 추리를 내놓는다는 설정은 추리 동호인들의 수수께끼 풀이 수다를 소설로 옮겨 놓은 듯합니다. 사실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추리를 피력한다는 설정은 "독 초콜릿 사건"이나 "바보의 엔드크레디트", 얼마 전 읽은 "탐정 영화" 등 많은 작품에서 선보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각자가 정리된 추리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수다 레벨의 추리를 펼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도 술자리 수다라서 터무니없거나 허점 투성이인 추리가 속출합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작가도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좀 쉽게 썼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엉터리 추리를 마구 끼워넣어 분량을 늘릴 수 있으니까요.

물론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수다를 펼치더라도, 그럴듯한 진상만 잘 뽑아낸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다른 유사한 작품들도 말도 안 되는 추리가 등장했었으니까요. 그러나 아쉽게도 진상도 터무니없고 비현실적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납치한 뒤 그가 혼자 맥주를 먹으며 잠들기를 기다린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제가 납치된 사람이었다면 일단 나갈 생각부터 했을 거에요. 납치당한 판국에 맥주는 무슨 맥주.
게다가 범인들이 범행을 일으킨 이유는 결국 명확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장치를 꾸밀 노력과 돈이면 보다 효율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한 것일까요? 모종의 범행을 뒤집어씌우려고? 하이고... 차라리 사람을 고용해서 묻어버리는 게 낫죠. 진상보다는 영화 세트장일 것이라는 초반의 추리가 더 현실적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캐릭터 설정이 진부하기 그지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를 보는 듯 천편일률적인 무채색 캐릭터들이었어요. 술 좋아하고 허술하지만 사람도 많이 따르는 리더 보안 선배, 키 크고 차갑지만 머리 회전이 빠른 츤데레 미녀 타카치, 키 작고 딱히 남자답지 않지만 의외로 꼼꼼하고 추리력 좋은 타쿠, 이런 파티 구성에 빠질 수 없는 마스코트 캐릭터 우사코로 구성된 4인 파티인데 정말 많이 본 설정이죠.

그래도 아주 건질 게 없지는 않습니다. 산사태가 났다는 도로 표지판이 조작이었을 것이다, 퍼스트·세컨드(별장)의 위치는 어느 쪽 길을 향했어도 무방하게끔 배치된 것이다 등 추리가 번뜩이는 부분이 있기는 했고, 두 번째 별장과 같은 의외의 포인트는 읽는 재미를 주기는 했습니다.
수다라는 분위기도 떠들썩하니 나쁘지는 않았어요. 술자리 마다하지 않고 술만 있다면 끝까지 달렸던 제 대학 생활 때가 떠오르기도 했고 말이죠.

하지만 내용에서 추리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리 소설에서, 그 추리가 억지와 비약으로 점철되었고 진상 자체가 전혀 설득력이 없는 탓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1점을 주려 했지만 약간의 건질 만한 포인트에 0.5점을 더합니다.
만화책 쪽이 7만 배는 더 좋았는데, 차라리 만화 번역본이 출간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