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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4

내 인생의 만화책 - 황민호 : 별점 3점

내 인생의 만화책 - 6점
황민호 지음/가람기획

194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한국 만화를 캐릭터 중심으로 풀어낸 역사 및 비평서입니다. 대체로 시대에 맞는 이슈와 작품, 캐릭터를 잘 선택하고 있고 작품에 대한 비평도 냉정하고 객관적인 편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눈에 좀 뜨입니다. 첫번째는 소년 만화와 성인 만화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현재 한국 만화의 주요 흐름이라 할 수 있는 순정 만화와 무협 만화가 한편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비평서이기에 특정 캐릭터를 내세우기 어려운 순정 만화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좀 더 공평한 시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두번째로는 "캐릭터"를 주 테마로 삼았는데 왜 80년대를 풍미했던 강철수의 발바리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걸까요? 당대 대학생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인기덕에 영화화도 되었었고 지금까지도 그 생명력이 이어지고 있는 발바리를 이러한 목록에서 뺀 것은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또 "어쩐지 좋은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은 이러한 목록에 포함될 수준의 작품은 아닙니다. 단지 일본 만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1세대 창작물이라는 가치이외의 어떤 것을 찾기 힘든 작품이니까요. 이 작품만큼은 아무래도 저자가 소년 챔프 등 국내 챔프 계열 잡지 편집장을 역임했기에 선정된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너무 캐릭터 중심으로 풀어나가려다 보니 위대한 "작품"에 대한 해설이 부족해진 것도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이강토를 비롯해서 80년대를 풍미한 최강타, 오혜성, 구영탄은 캐릭터를 특정하기 어렵고, 작품별로 복수의 화신이나 천방지축 학생 등으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했던 주인공들인데 너무 캐릭터에 집착해서 비평이 좀 애매해진 느낌이입니다. 이 시기는 그냥 "작품 - 공포의 외인구단 / 신의 아들 / 동전 한 개와 불청객 등 -"을 중심으로 서술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위의 단점들은 제목이 "내 인생의 만화책" 이라는 걸 놓고 볼때는 모두 납득할만한 것들이죠. "내가 읽고 보았던 만화책 중에서 내가 선정했다" 라는 의미이니만큼 개인의 취향일테니까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국 만화 역사 / 비평서를 써 내려간다는 애초의 컨셉과도 충분히 합치할 뿐 아니라 작품별로 세세하게 풀어나가는 비평의 수준도 높기에 국내 최고 수준의 심도 깊은 만화 평론서인건 분명합니다. 양도 풍성하고 자료적인 가치도 높으며 오랫만에 접하는 과거의 주인공들, 김민의 불나비나 길창덕의 꺼벙이, 신문수의 도깨비감투 혁이 등도 모두 반가왔고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8/08/15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1,2 - 혼다 : 평균 별점 2.5점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1 - 6점
혼다 지음/미우(대원씨아이)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2 - 4점
혼다 지음/미우(대원씨아이)

"만화가가 주인공인 만화는 다 재미있다!" 라는, 제가 만든 말이 있습니다. 허언은 아닙니다. 거장 후지코 후지오의 "만화의 길", 지금은 이름조차 잊혀진 쿠스노키 케이의 "만화가의 사랑", 데즈카 오사무의 건투를 그린 "블랙잭 창작비화", 처절한 생존기인 "만화가 상경기", 요절복통 "월간 순정 노자키군", 전설의 막장 만화가 신조 마유의 "바보도 따라할 수 있는 만화 교실", 이 바닥의 금자탑 중 하나인 시마모토 가즈히코의 "호에로 펜"과 "푸른 불꽃 (아오이 호노오)", 점프 방식 스타일 만화가 만화인 "바쿠만" 등등 제가 읽었던 대부분의 만화가 만화가 재미있었거든요.
이와 비슷하게 "서점이 무대인 만화는 다 재미있다!" 라는(역시나 제가 만든) 말도 있습니다. 국내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구제 반코의 "엉망진창 서점" 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서점 숲의 아카리" 등도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 작품은 일본의 모 만화 전문 서점에서 일하는 혼다 씨가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린 일종의 전문가 일상툰 (에세이 코믹)으로 저의 명제에 그런대로 부합하는 작품입니다. 최소한 1권만큼은 기대에 값하거든요.

다른 서점 무대 작품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주인공 혼다씨가 일하는 곳이 "만화 전문" 서점이라는 점입니다. 상당히 크고 유명한 서점인지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고요. 그래서인지 특별한 작품을 원하는 특별한 손님과의 에피소드가 주요 재미 요소입니다. 초절정 핵미남 외국인이 말도 안되는 성인 동인지를 찾는 에피소드, BL만화를 원하는 외국인 손님들과의 에피소드 등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일본 BL의 파괴력은 정말로 상상 초월이더군요! 외국인들을 묘사한 방식도 독특하면서도 특징을 잘 잡아내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주고요. 추천을 원하는 쾌활한 외국인에게 "팬티 가면" 을 권해주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소개와 추천, 탐색의 와중에 여러가지 만화에 대한 정보도 넘쳐나는데 동인녀들이 찾으면 소리를 지를 정도의 인기작가라는 오게레츠 타나카 선생님은 정말이지 처음 알았네요.
그럼 여기서 질문, "감동적인 순정만화", "길어야 3권까지", "40대 남성도 즐길 수 있는" 만화를 찾는 손님이 구입한 작품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베르제르크"입니다! 꺄오! 정말이지 1권은 별점 3점이 아깝지 않아요!

하지만 2권부터는 재미가 덜합니다. 손님과의 에피소드는 야쿠자가 책을 사서 교도소로 배송하는 정도만 재미있었을 뿐 나머지는 서점 안에서 벌어지는 업계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인데, 대체로 좋은 쪽으로만 소개되는 탓입니다. 서점 직원들끼리의 회식을 그린 에피소드에서 재미가 좀 터지나 싶었는데, 역시 ''재미있개 디스하는 능력이 없다'고 빠져나가 버릴 뿐이고요. 책 뒤의 특별 보너스 만화를 읽어보니 1권에서의 "접객 연수" 에피소드 때문에 문제가 생겨 콘티를 점장에게도 사전에 확인받게 되었다는데, 아무래도 그 때문인 듯 싶습니다. 어디나 검열이 문제지요. 

그래서 2권의 별점은 2점도 과하기에 두 권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점장의 사전 검열 절차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서 더 구입해 읽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1권만 읽어보셔도 충분하실겁니다.

2008/10/14

카즈는 행복해 - 미유키 노마 / 아이코 우에다 : 별점 3.5점

카즈는 행복해 1 - 8점
미유키 노마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최근 좀 심하게 달린(?) 탓에 포스팅거리가 떨어져 집에 뒹굴고 있는 잊혀진 추리만화를 끄집어 내 보았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베이비시터 카즈의 하트 탐정 첫번째 이야기"로,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베이비시터 되겠습니다.

프로 베이비시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는 제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은 없지만 전문가적인 지식을 나열하는 "프로의 세계" 류의 만화는 아니며 놀랍게도 "추리만화" 라는 것이 이 작품의 포인트라 할 수 있으며, 베이비시터가 탐정역을 맡고 있는 만큼 대부분 일상 밀착형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일상 밀착 정도는 정말 대단해서 일상계 추리물로 잘 알려진 여러가지 작품들("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나선계단의 앨리스",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등)도 이 책과 비교한다면 대하 서사 추리물로 보일만큼 소박하고 담백한 구성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불륜이 의심되는 아기 엄마의 정체는? 우산에 씌우는 비닐 봉지를 수십장 모아가는 남자의 정체는? 같은 류의 소소한 사건들이 주로 펼쳐집니다. 한마디로 말해 그야말로 일상계 중의 일상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담백한 일상계임에도 불구하고 추리만화로서의 가치는 정통 본격물에 비해 그다지 뒤떨어지지 않는게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전개와 추리의 과정이 굉장히 합리적이에요. 단서의 제공도 공정한 편이고요. 단편 옴니버스 물이라 이야기 하나하나가 굉장히 짧은데도 한편에 이야기를 잘 압축하여 시작부터 결론까지의 설득력도 높습니다. 2권부터 큰 사건(그래봤자 아주 약간이지만요)이 벌어져서 스케일이 커지는 부분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아울러 노마 미유키씨의 원작을 동글동글하고 귀엽게 구현한 그림도 마음에 듭니다. 노마 미유키 씨도 만화가이긴 한데 작품은 몇개 찾아보니 확실히 이 만화를 그린 우에다 아이코씨 그림이 훨~씬 귀여우면서도 작품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네요. 일상계 작품이라 그런지 이 작품처럼 귀여운 순정만화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별점은 1권만으로는 별 4점 입니다. 2권까지 포함한다면 별 3.5점이고요. 그나저나, 그다지 인기는 없었던 탓에 단행본은 달랑 2권 나오고 끝났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작가도 잊혀진 듯 이후의 작품은 출간된 것도 없네요(국내기준입니다). 일상계 추리물이라서 이야기가 별로 극적이지 않고, 내용이 너무 소박하여고담백한 탓에 "김전일"로 대변되는 연쇄살인범이 판치는 만화들과 한판 붙기에는 당시 분위기상 무리가 있긴 했을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도 큰 것 같은데 지금 보아도 추리만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한 작품이기에 Q.E.D의 소소한 일상 추리가 마음에 드셨던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조사해 보니 현재 절판입니다만, 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겠죠.

2009/05/29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7 - 하야미네 카오루 / 에누에 케이

제목 그대로 "명탐정" 인 교수 유메미즈 키요시로가 옆집 이와사키 가(家)의 세쌍둥이 자매 아이, 마이, 미이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짤막하고 일상에 가까운 이야기로 시작해서, 본편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전개로 한권이 이루어진 옴니버스 시리즈 만화입니다. 예전에 봤었지만 취향이 아니라서 보다가 접었었는데 형이 7권까지 구입했길래 빌려서 읽게 되었네요.

일단 장점부터 소개하자면 :
1. 추리만화이지만 대상 연령대가 낮은 덕분에 눈높이를 맞춘 티가 역력할 정도로 굉장히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유쾌하고 밝은 편입니다. 살인과 같은 강력사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발랄한 이야기들이라 추리소설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특히 아동들....

하지만 단점도 확실해서 :
  1. 장점이기도 하지만 대상 연령대가 지나치게 낮습니다! 한마디로 유치하달까요? 전개와 대사 모두 어이상실입니다.....
  2. 만화 자체가 한마디로 후집니다. 순정만화 스타일의 그림인데 전혀 제 취향도 아니었을 뿐더러 이야기 전개도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또한 주인공 캐릭터도 너무나 과장되어 있고 웃기지도 않는 개그컷의 남발은 짜증만 불러 일으키더군요. 좀 깔끔하게 정리라도 해서 그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3. 추리적으로도 재미에 치중한 탓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이 많더군요.
팬들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제게는 단점이 너무 명확한 수준 이하의 작품이라는 것이 제 감상평입니다. 아동용으로는 정평이 나 있는 시리즈이니 만큼 제 나이가 너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일단은 만화 자체의 수준이 함량미달이라 생각되네요. 어쨌건 별점은2점. 이번처럼 형이나 주위 누군가가 구입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다시 찾아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덧붙이자면, 같은 원작으로 잡지 "파우스트"에 연재된 작품 쪽이 "만화" 측면에서 그림과 전개 모두 7만배는 낫더군요. 파우스트 연재작이 단행본으로 나와준다면 구입 의향 있습니다!

* 현재의 만화판(위)과 파우스트 만화판(아래) 비교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1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0 : 명탐정 유메미즈 키요시로 등장 - 이와사키 가(家)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은 뭔가 수상쩍은 키큰 아저씨! 그 아저씨는 스스로 교수이자 명탐정이라고 칭하지만 뭔가 어벙하고 덜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곧바로 명탐정의 솜씨를 발휘해서 세자매의 수수께끼를 곧바로 풀어낸다.
- 주인공의 등장과 주요 등장인물을 소개하면서 일상계 수수께끼를 잘 풀어낸 소품. 하지만... 지나치게 소품이기에 평가할게 별로 없네요.
Vol 1 : 그리고 5명이 사라지다 - 오무라 판타지 파크에 세자매를 데리고 놀러온 교수. 그러나 마술쇼 도중에 한 소녀가 사라지고 곧바로 "백작"이라 자칭하는 범인이 곧바로 다른 소년, 소녀를 유괴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키요시로는 경시총감과의 연줄을 이용해서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데!
- 범행 트릭이 너무나 유치하고 동기와 전개 모두 설득력 빵점인 아동용 추리물. 유치찬란 그 자체.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2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프롤로그 : 설혼전설 - 판타지 파크 사건으로 유명세를 탄 키요시로에게 잡지 "세.시마"의 편집부원 이토 마리가 찾아온다. 명탐정이 여행하면서 그 지방 전설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이른바 "명탐정 유메미즈 키요시로의 수수께끼 풀이 기행!!" 기획을 위해서. 첫번째 여행 코스는 N현 A고원으로, 이 지방에서는 눈보라 치는 밤이 지난 아침에는 "설혼의 숲"이라 불리우는 대나무 숲에 눈의 영혼인 "설혼"이 어린 아이를 데리러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 3살짜리 아이가 행방불명된 20년 전의 사건은, 아이의 발자국이 집에서 설혼의 숲까지 일직선으로 나 있다가 숲 직전 20미터 정도에서 뚝 끊겨 있던 것.
- 이 "설혼전설"에 관한 트릭이 상당히 그럴듯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는 쓰잘데 없는 곁가지 이야기가 대부분에다가 스키 자국에 관련된 말도 안돼는 트릭이 들어가는 등 괜찮은 트릭을 다 망쳐버리는 전개를 보여줘서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듭니다.

Vol 2 : 마녀가 숨어있는 마을 - "세.시마"의 기획 두번째 코스는 "쇼우노사토"라는 벚꽃의 명소. "쇼우노사토"의 숲에는 마녀가 있다라는 전설이 있는데, 이토 마리와 교수, 그리고 세 자매 일행이 도착한 뒤부터 숙소인 여관 "로우란 장"을 무대로 한 정체불명 게임의 막이 오른다.
- 이 시리즈 치고는 이질적인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 15년전 한 일가족이 사라진 사건에 비롯된 현재의 비극이라는 점은 "김전일"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대형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무겁고 진중한 전개라서 이 시리즈와는 따로 노는 느낌에다가 트릭도 거의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어떻게 리프트를 혼자서 조작하는지라던가 하는 세세한 부분의 설명은 전무!) 낙제점에 가까운 작품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3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3 : 망령은 밤을 떠돈다 - 세 자매가 다니는 학원의 학원제 기간에 학교에 전해져 내려오는 4가지 전설을 소재로 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과거 4가지 전설을 창작한 것으로 알려진 여학생은 죽은 것으로 밝혀지는데....
- "김전일"의 "방과후의 마술사" 같은 설정이죠? 그러나 무거운 설정과는 반대로 학원제를 배경으로 한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라 설정과 미묘한 부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트릭은 여러개가 등장하는 풍성함을 보여주는데 모든 트릭이 만화에 가까운 것들이라 추리적인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봐도 실현이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요.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4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그랜드오프닝 : 탐정영화 - 교수와 세자매는 추리 영화를 보러간다. 완벽한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계단식 논 사이에 있는 오두막에서 태풍이 분 다음날 시체가 발견된다. 오두막은 전기도, 수도도 없고 구멍하나 없는 완벽한 밀실. 흐트러진 방 안에서 발견된 칼에 찔려 죽은 시체! 그러나 영화가 끝나기 전 사고로 인해 일행은 결말을 보지 못하고, 교수는 자신의 추리를 자매들에게 들려준다.
- 가상의 영화를 소재로 추리하는 독특한 작품. 솔직히 트릭은 현실성이 너무 없어보이긴 하지만 아이디어는 괜찮은 편.

Vol 4 : 사라지는 소세이섬 - 세 자매는 영화 캐스팅 제의를 받고 거대재벌 반노재단이 제작하는 영화 로케 현장으로 교수와 함께 떠난다. 그러나 촬영현장인 소세이섬에 도착하자마자 유일한 교통수단인 크루즈가 폭발하고, 기이한 사건이 발생하다가 마지막에는 섬의 하나뿐인 가장 높은 "산"이 아예 없어져 버리는 기상천외한 사건에 맞부닥치게 되는데!
- 거대한 스케일의 농담같은 트릭이 등장하는데 너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 이러한 특정 "장소"의 소실에 대한 고전인 엘러리 퀸의 "신의 등불" 정도는 아니더라도 흉내는 내 줬어야지!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5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5 : 춤추는 야광괴인 - 일본 최초의 연금술사인 사이토 소우후가 남긴 금불상의 위치를 알려주는 암호가 마을 절에서 발견되고, 한편으로 마을 공원에서 춤추고 머리가 분리되는 "야광괴인"이 나타나는 사건이 일어난다. 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키워드인 "코우다요이사루"는 무엇? 야광괴인의 정체는 무엇? 절에서 발견된 암호문의 해독 방법은 무엇?
- 암호문은 국내 독자는 풀기가 불가능한 일본어 암호 트릭이라 패스. 하지만 암호문의 "종이" 의 사이즈를 토대로 한 "키"의 도출이라는 방식은 참신했습니다. 문제는.... 정말 명탐정이라면 몇글자 치환해 보면 이러한 "키" 없이도 암호를 충분히 풀 수 있는 간단한 암호라는 점이겠죠.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6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Vol 6 : 유리항아리의 비밀 - 에도말기를 무대로 한 번외편! 나가사키의 데시마의 창고에서 유리 항아리 "피카이치"가 도난당한다. 자물쇠로 잠긴 창고는 완벽한 밀실상태에다가 남아 있는 발자국은 도저히 생물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의 사건. 마을에 흘러들어온 정체불명의 인물인 유메미즈 키요시로자에몬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 번외편 형식으로 막말의 일본을 무대로 한 이야기들. 첫번째 "피카이치" 도난 사건은 전개와 복선, 동기와 결말 모두 납득할 만 하며 재치있게 꾸며진 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 두번째 보살 이야기는 돌 보살상을 일종의 "추"로 썼다는 일상계 소품인데, 작중 묘사된 보살상의 크기를 볼 때 완전 억지였습니다. 나무를 몇톤씩 하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죠. 마지막 에도에 등장하는 요괴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 어이상실의 이야기였고.... 초반 분위기를 끌어주었더라면 별 세개는 줬을텐데 아쉽네요.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노트 7 - 4점
하야미네 카오루 지음, 에누에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프롤로그 : 한여름밤의 괴담 - 교수와 세자매 및 기타 등장인물들이 모여 "괴담회"를 벌인다.
- 아하하하. 아주아주 유쾌한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소품인데 "괴담"을 추리해서 그 진상을 밝힌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네요. "피에 젖은 책상" 같은 조금은 유치한 괴담인데 추리를 끼워맞추는 것이 놀랍습니다!

Vol 7 : 트랩하우스의 숫자노래 - 유명 만화가의 저택인 "트랩하우스"에 초대받은 교수와 세자매는 파티 도중 만화가가 밀실 안에서 비명과 함께 실종되는 사건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쇄살인!
-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한 전개라 낯설었던 작품입니다. 만화안의 만화안의 만화라는 액자 구성은 독특했고 중요 범인을 드러내는 트릭 - 왜 범인은 옥상으로 도주할때 엘리베이터 3층 버튼을 누르고 3층에서 내려 옥상까지 뛰어올라갔을까? - 도 괜찮은 편이지만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또한 무대 설정같은 것도 지극히 만화적이라 현실성이 떨어지는데 너무 복잡하고 작위적인 구성을 취함으로서 더더욱 전개가 산으로 간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냥저냥한 수준이었습니다....

2014/01/09

저스트 고고! 1~32 - 라가와 마리모 : 별점 3점

Just Go Go! 저스트 고고! 32 - 6점
라가와 마리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중학 육상계의 스타 이데 노부히사는 다카다 히나코에게 한눈에 반해 그녀가 다니는 마쿠노가와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테니스를 시작한다. 한때 유명한 주니어 선수였던 타키타 루이 역시 마쿠노가와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테니스부에 가입한다. 이 둘을 중심으로 한 청춘 테니스 성장기 시작!

연말연시 연휴를 이용하여 완독한 작품입니다. 상당히 오래전에 읽기 시작했었고, 작년 초에 만보님 포스트를 보고 꼭 찾아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늦었네요.

이 작품을 처음 접할 때에는 사실 순정만화가의 스포츠물이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기와 나"나 "언제나 상쾌한 기분"에서 접했던 잔잔한 개그에 대한 기대가 더 컸었죠. 그런데 주인공 두 명을 비롯한 다른 모든 동료들, 선수들, 친구들이 단 한 번도 빗나가지 않는 성실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밝고 건전한 청춘의 모습에 테니스라는 소재가 잘 더해진, '청춘 스포츠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재미있는 결과물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댓가를 얻는다"라는 당연한 명제를 잘 그려낸 성장기로도 훌륭하고요.

또 타키타 루이와 이데 노부히사는 각각 '완성된 기계'(서태웅)와 '타고난 체력과 천재성으로 성장해 나가는 초보자'(강백호)라는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 주인공이지만, 약간의 설정(루이는 유명 테니스 선수의 아들, 이데는 육상계의 슈퍼스타)과 함께 톡톡 튀는 대사, 여러 가지 상황극으로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해요. 순정만화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특출난 편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그냥 바보인 이데보다는 츤데레 왕자 루이 쪽이 더 마음에 들기는 했습니다만….

메인 러브라인인 이데 - 히나코 커플의 완성, 그리고 나머지 커플들도 될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마무리한 완벽한 해피엔딩도 흐뭇하며 (루이 - 마코 / 슌 - 나디아 / 밀레뉴 - 코유키 등) 개그도 충분히 기대에 값합니다.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순정만화 특유의 복잡한 가정사가 타키타 루이, 사세코 슌 모두에게서 선보인다는 점, 메인 히로인인 히나코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못한 점, 마지막으로 등장인물들에 대한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자세하게 펼쳐 보이는 점입니다. 마지막 단점은 특히나 최종 보스 사세코가 마지막 전국체전에서 이데와 타키타 두 명에게 차례로 패배하는 것에서 그 정점을 찍는데, 그냥 이데 - 타키타의 결승전만 그리는 게 나았을 거예요. 현실적으로는 이미 프로 진출하여 나름 세계에서 싸워온 사세코가 이 두 명의 레벨과 같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죠. 에필로그도 여운을 남기기에는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생각되고요.

또한, 테니스 장면의 박력은 잘 그려내진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순정 만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탓이지요. 물론 시합 장면 자체는 긴박감이 넘치고, 주인공들이 별다른 "필살기" 없이 순수하게 정석적인 랠리로 포인트를 쌓아 나가는 패턴이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긴 합니다. 마지막 전국체전 결승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멋진 연출을 보여주고요. 허나 "테니스"의 연출보다는 여러 가지 심리, 배경묘사 덕이 큽니다. 스포츠물이라면 기술에 대한 묘사는 좀 더 들어가는 게 좋았을 거에요.

그래도 결론적으로는 추천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밝고 건전한 청춘 스포츠물의 왕도를 걷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쌈질만 하는 청춘물, 필살기와 특훈과 근성으로 포장된 흔해빠진 배틀 스포츠물에 질리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04/08/22

탐정 레이디 X 시리즈 - 레이디 X 거울속의 나 - Aki morino : 별점 2.5점

레이디 X 거울속의 나 - 6점
모리노 아키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잊혀진 추리만화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순정 전문 레이블 이슈 코믹스에서 발간된 "레이디 X - 거울속의 나" 입니다. 저자는 그림-모리노 아키, 원작 - 칸바야시 도시히코 입니다.
칸바야시라는 원작자는 대학생 추리작가로 "칸바야시 & 키리카"라는 시리즈가 유명한 듯 하군요. 이 작품 역시 모리노 아키에 의해 만화화 되어 있습니다. 무려 19권이나 나온 상당한 인기작인 모양인데 이상하게 국내에는 이 "Lady X"만 출간되어 있네요.
이 작품은 레이디 X - 네가미 에리라는 사립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2가지의 단편을 하나로 엮은 옴니버스 단편집 형태를 띈 작품집입니다. 네가미 에리는 Negami Eli라는 이름자체가 에나그램, 이름바꾸기에 의해 Enigma Lie (수수께끼, 거짓말)이라고 해석되는, 과거가 알려지지 않은 존재로 백장미 문신을 한 미모의 여탐정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밀레이디냐!) 나름의 배경이나 복선이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해서 일단 패스....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거울속의 나"는 가부키계를 무대로 가부키계의 명문 아카시 가문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야에몽의 첩의 아들 츠키야와 야예몽의 아내 치에코가 차례로 살해되고 이것을 네가미 에리가 해결하는 이야기로 일본 전통 가부키 춤인 "쿄가노코 무스메도죠지" 자체를 트릭으로 이용하고 고풍스러운 전통 가옥의 모기향과 밤에 빛나는 수수께끼의 백사(白蛇)의 존재가 중요 트릭으로 작용하는 등 일본적인 문화와 설정을 전체적인 수수께끼에 포함시켜 진행시키는 것이 꼭 "혼징 살인사건" 같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범인의 정체가 좀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이라 아쉬움이 남네요. 트릭은 고민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는 좀 아귀가 안 맞는다랄까요?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두번째 작품 "A의 장렬"은 첫번째 작품과 비슷하게 일본 전통 문화의 하나인 코토 (거문고 비스무레한 현악기)의 명문 오쿠타류 자이젠 파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이젠 가의 종가(당주) 레이지의 의뢰로 17년전에 벌어진 선대 종가 이이즈카 아키코의 의문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은 네가미 에리는 오히려 레이지의 자살과 레이지의 형제인 유키히토, 야스토모 씨의 연쇄 살인 사건에 직면하고 이 사건을 명쾌하게 밝혀내게 됩니다.

이 작품 역시 자이젠가에 전해내려오는 코토 아카츠키의 전설 (코토를 빼앗은 자가 연주하면 죽음을 당하게 된다...) 과 코토 연주 방식 등을 트릭에 잘 조화시켜 구성한 작품으로 저는 오히려 첫 작품 "거울속의 나" 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완성도랄까... 하여간 범인이나 사건의 동기 등이 전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름의 복선이나 반전도 깔려 있어서 괜찮았거든요.

모리노 아키의 전형적인 순정만화 스타일의 그림은 왠지 추리 만화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의외로 사건의 디테일이나 구성면에서 괜찮은 수준을 보여주며 칸바야시씨의 원작 역시 일본문화를 주요 소재로 다루어 독특한 분위기를 전해주면서 작품을 상당히 괜찮은 수작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좌 : 주요 트릭 중 하나인 카부키 "쿄가노코 무스메 도죠지 / 우 : 코토 연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조금은 아동 취향인 김전일이나 코난같은 시리즈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색다른 작품입니다. 만화 자체의 문법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또 일본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만큼 친숙하지 않으므로, 소설보다는 그림으로 설명이 어느정도 되는 만화가 훨씬 적합하다고 보여지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꼭 시리즈로 나올 것 처럼 출간된지 어언 4년째네요. 다음 시리즈가 나오리라 기대는 하지 않지만 앞서 이야기한 "칸바야시 & 키리카" 시리즈나 좀 나와 주었으면 합니다.

2005/07/28

비밀의 백화점에 실린 추리만화에 대한 개인적 보완..

대중문화평론가이신 이명석씨가 아래 언급한 "비밀의 백화점"에서 짤막하게 글을 쓰셨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운 작품이 너무 많이 있어서 몇개 추가할 까 합니다.

먼저 정통 추리물에서는 "Nervous Breakdown"이 빠진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3등신 캐릭터가 활약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등신대의 인물로 바뀌는 등의 형식적인 독특함도 돋보이지만 트릭과 전개도 뛰어나며 무엇보다 기존 걸작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의 정신도 뚜렷한 걸작입니다. 한마디로 제가 읽은 추리 만화에서는 베스트라 할 수 있는 제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작품인데 언급조차 되지 않아 유감이더군요. 
그리고 제가 이전에 소개했던 "탐정 레이디X 시리즈"는 워낙 마이너이니 넘어갈 수 있지만 "어둠의 인형사 사콘"은 빠진게 의외더군요.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진 나름 비중있는 작품인데 왜 빠졌을까요? 추리적인 요소는 약간 허술하지만 완벽한 그림과 독특한 설정으로 한몫하는 작품인데 말이죠. 
순정 만화 스타일로는 "미궁시리즈"의 몇몇 에피소드들이 상당히 괜찮으며 가벼운 소품으로 잔잔하게 즐길 수 있는 "할아버지와 나의 사건수첩"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초등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독특한 일상계 추리물이라서 저는 무척 좋아하거든요. 꼭 추리 쟝르에서 강력 사건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죠. 잔잔하기로는 베이비시터 탐정이 등장하는 "카즈는 행복해" 시리즈도 빼 놓을 수 없지만 이것 역시 너무 마이너하니 패스.

스릴러에서는 "바나나피쉬"가 없더군요. 중반이후 삼천포로 빠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하게 진행되며 독자를 몰입시키는 맛이 뛰어난 스릴러로 추천할 만 합니다. 

전문가 등장 작품의 리스트에서는 "검찰관 기소가와"가 빠지더라도 "사이코 닥터"가 반드시 포함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분석 전문가 카이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각 사건의 설득력이 뛰어나며 치밀한 심리 분석 사례가 일품인 작품이죠. 1, 2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1부를 더 추천합니다. 
범위를 살짝 더 넓혀 본다면 "용오"는 교섭인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옴니버스물의 특성상 모든 에피소드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의 서스펜스와 재미를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작품에 소홀한 것은 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푸른길"을 언급하긴 했지만 이 작품은 일본 작가가 글을 쓰고 일본 잡지에 연재된 작품이기 때문에 권가야씨의 그림을 뺀다면 국내 작품으로 보기 어려운 요소가 더욱 많은 작품이죠. 완성도 역시 높이 평가하기 어려운 작품이고요. 차라리 한혜연씨의 "M노엘"을 추천하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자료조사가 거의 없었던 것 같은 허전한 그림과 만화 스토리 전개의 미숙함, 왠지 익숙치 않은 순정만화체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와 트릭은 괜찮은 작품입니다. 
드라마로 더욱 유명하지만 "다모" 그리고 국내 만화에서 보기 드문 역사 추리물의 시리즈 탐정인 이두호씨의 "장독대 시리즈 ("뛰어야 벼룩이지" 등등)" 역시 추천 작품입니다. 아주 고전으로는 방학기씨의 다른 여러 작품들, "사라진 낡은 집"이나 "초립동이", 이우정씨의 "모돌이 탐정" 등도 포함되겠지만 지금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니 패스...  (*모돌이 탐정은 2022년에 복간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선정 기준에 의심이 많이 가는 리스트였습니다. 추리 만화는 하늘의 별 만큼 많고 지면은 한정되어 있으니 이명석씨의 고충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지만 이름값에 기댄 작품이 너무 많아 실망스웠습니다. 보다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덧붙이자면 QED작가의 독특한 작품인 "로켓맨"이나 과학 스릴러에 가까운 "레밍의 행방", "비밀", 호러가 약간 가미된 "백작 카인 시리즈 (특히 초반부)"도 추천할 만 합니다. "로켓맨"과 "레밍의 행방"은 아까짱님의 블로그에 정리된 포스트가 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05/06/09

바다의 어둠, 달의 그림자 - 시노하라 치에 : 별점 2.5점

바다의 어둠, 달의 그림자 17 - 6점
시노하라 치에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사이좋은 쌍동이 자매 코바야카와 루카와 루미는 같은 학교 육상부 소속으로 육상부 선배 토우마 카츠유키를 서로 짝사랑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는 루카를 선택했고, 육상부 합숙에서 의문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루미는 자신에게 생긴 초능력으로 루카를 죽이려 했다.
루미는 선배의 도움과 조사로 초능력은 바이러스 때문에 생겼으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날은 선배의 고백으로 루카에게는 인생 최고로 기쁜 날, 루미에게는 최악의 날이 되었기 때문에 루카는 선한 마음을 유지한 채 초능력을 얻었고 루미는 사악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걸 알아냈다.
루미는 자신의 혈액으로 다른 사람을 감염시켜 조종하는 능력으로 가족과 학교 친구들, 마을 사람들을 감염시켜 루카를 궁지로 몰아갔지만, 루카의 혈액은 루미에게 감염된 사람들에게 혈청으로 이용할 수 있었고, 이를 이용해 루카는 지배와 정복욕이 커져 가는 루미에게 맞서 싸우는데...


꽤 오래되긴 했지만 상당히 유명한 만화죠.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진 히트작이기도 하고요. 한번 읽어 보고 싶었었는데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다가 우연찮게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기본 설정만 놓고 보면 뻔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초능력물로 착한(?) 여주인공이 나오는 약간 순정만화적인 분위기는 "붉은 이빨"과 유사합니다. 초능력자들이 초인 록크의 "에스퍼"들 처럼 자연 발생(?)한게 아니고, 어떤 핏줄이거나 돌연변이도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건 바벨 2세의 한 장면을 생각나게 하고요. 그리고 자매(쌍둥이)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비극도 많이 등장했던 설정입니다. "데카맨 블레이드"처럼요.

하지만 단지 뻔하고 단순한 초능력물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인기를 끌만한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선과 악의 숙명적인 싸움이 "한 남자" 때문이라는, 굉장히 작으면서도 개인적인 이유라는게 독특하고 좋았습니다. 루카가 욕망을 이루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조종하고 잔인하게 살해하는 과정, 여기서 욕망이 서서히 발전해 나가는 전개도 굉장히 현실적이라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캐릭터의 성격이 확실해서 이야기의 중심이 잘 서있다는 장점도 큽니다. 주인공들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갈팡질팡 심리를 보이지않고 선역은 끝까지 확고한 선역, 악역 역시 끝까지 확실한 악역으로 남음으로 단순하지만 확실한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거든요. 
두 쌍동이 자매의 순정만화같은 디테일한 심리묘사도 좋아서 몰입하여 읽도록 해 주고요.

그러나 의문의 사나이 존슨의 등장 이후에는 스케일도 엄청 커지고, 새로운 초능력자들이 나오면서 뻔한 초능력물의 궤도를 따라가버려 아쉽습니다. 무협지스러운 재미는 있지만, 보다 현실적이고 소박한(?) 한 마을과 가족을 서서히 침식해 가는 악의 세력 확장 부분이 색다른 매력을 전해주었는데 그런 맛은 사라지고 마니까요.

그래도 평범한 초능력 액션물을 넘어서는 재미는 전해 줍니다. "바벨2세"의 무한루핑 대결이나 "붉은 이빨"의 너무나도 허무한 결말에 비추어본다면, 이 두 전설(?)같은 작품들보다 나은 점도 분명 있고요. 선과 악의 대결이 펼쳐지는 초능력물에 대한 모범답안 중 하나랄까요? 시대를 대표하는 걸작은 아니고 지금 읽기에는 낡은 느낌도 들지만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워낙 마이너하고 컬트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06/01/16

우치다 공포만화 컬렉션 - 우치다 야스오 원작 :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


프리랜서 라이터 아사미 미츠히코를 탐정으로 내세운, "여정 미스터리"라는 분야에서 유명한 우치다 야스오의 여러 작품들을 만화화하여 출판한 기획물. 현재 1권에서 11권까지 나와 있으며, 아사미 미츠히코 만이 아닌 다른 명탐정들, 이른바 우치다 야스오의 3대 명탐정이라는 시나노의 콜롬보 다케무라 이와오, 경시청의 오카베 경부 등을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만화 시리즈화해서 출간하는 기획의 시도는 높이 살 만 하고,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인 탓에 만화로라도 번역된 것 역시 고마와 해야 할 일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작품의 수준만 본다면 오히려 돈이 아까운 것도 많다는 것입니다. 계속 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이것 참 고민되네요.

이유로는, 일단 권마다 다른 작가들을 쓰고 있는데 기획한 곳이 순정만화 전문지인지 대체로 작화가 순정체입니다. 순정체라는게 문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수준 자체가 낮은 작품이 많아요. 솔직히 작품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요.
또 우치다 야스오 소설은 한권밖에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추리" 보다는 이색적인 풍광에 왠지 더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만화 시리즈도 역시나 추리적인 요소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권 분량으로 페이지수가 제한된 탓에 축약이 너무 심한 것도 문제에요. 쉽게 읽히기는 하지만 이해하기는 어려운 작품이 있을 정도니까요.

결론적으로, 만화화 자체에는 실패한 듯한 느낌입니다. 내용도 좀 낡고 고리타분한 것이 많아 21세기에 읽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구식이 아닌가 싶은 작품이 많은 것도 감점 요인이고요.
만화 쪽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탄탄한 작가 혼자서 전체를 맡아 작업했더라면 더욱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아쉽네요. 원작 작품 선정에서부터 만화적인 구성 모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을 볼 때, 좋은 기획을 살릴 수 있는 좋은 편집자를 구하지 못한 티도 많이 나서 더더욱 아쉽습니다.

저같은 매니아라면 구입하셔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3만원이 넘는 재앙이 되리라 생각되니 빌려서 보시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네요. 그나마 볼만한 책은 4권 "밀실 살인 사건", 7권 "트럼프 책의 비밀", 9권 "시인의 망령", 10권 "여섯개의 숫자" 정도입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1.5점정도?
권별 상세 리뷰는 아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제목이 왜 "우치다 공포만화 컬렉션" 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1권 바람의 레퀴엠 - 책이 어디있는지 모르는 관계로... 추후 추가하겠습니다.

2권 북쪽에서 온 남자 : 그림 히다카 료
가수 지망생 쇼코의 신변에서 일어난 두개의 살인사건. 두 사건을 연결하는 "북쪽에서 온 남자" 란 과연 누구인가?
아오모리현 시모키타 반도를 부대로 무녀의 예언을 등장시켜 이색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작품.. 이지만 결정적인 추리 부분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왜 두명을 죽였는지에 대한 당위성 자체가 없고 예언과 우연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고 있으며 만화로 구성된 전개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별볼일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3권 장미의 살인 : 그림 토바 쇼코
여고생 유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먼 친척 동생 오가타 사토시가 의심받게 되자 아사미 미츠히코가 직접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
여정보다는 "다카라즈카"라는 극단을 주요 소재로 삼은 작품입니다. 이외에도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등 예능계를 무대로 했다는 점에서는 다른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느낌과 재미를 전해 주더군요. 추리 부분에서도 맥락이나 단서를 하나씩 쫓아나가는 전개도 좋았고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결말이 너무 시시해서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4권 밀실 살인 사건 : 그림 에구치 유
우에노 역사 재개발을 둘러싸고 상인회의 갈등이 팽배해 있던 중 개발 회사의 중역인 와다 후미오의 살인 용의로 궁지에 몰려 있던 테라야마 코지 마저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자살 전 테라야마의 사건 의뢰 편지를 받은 아사미 미츠히코가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우에노 역이라는 꽤 친숙한 소재를 등장시킨 아사미 미츠히코 시리즈 중 한편입니다. 밀실 살인 사건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그다지 기발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추리와 동기, 전개가 납득할 만 하고 결말까지 확실한 작품이었습니다.

5권 백화점 연쇄 살인 사건 : 그림 시토 료코
하카타의 백화점 경쟁 관계를 둘러 싼 기업간의 전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우연히 사적 발굴현장에 참석한 아사미 미츠히코는 백골이 된 사체를 발견하고 사체의 정체가 밝혀진 후 자신의 옛 연인과 친구가 사건에 관련된 사실을 알게된 형이 직접 아사미 미츠히코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
일단 그림, 만화적인 수준에서 제일 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컷의 배열이나 전개가 도대체 알아먹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라 화가 날 정도더군요. 추리와 단서 등도 맥락에 맞는 것이 거의 없었지만 일단 내용 이해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수준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6권 나비부인의 눈물 : 그림 타마이 마키코
나가사키에서 악덕 카스테라 업자 야마오카 쇼지가 살해되고 전통 카스테라 업자 마츠나미가 용의자로 몰린다. 마츠나미의 딸인 하루카는 추리작가 우치다의 소개로 아사미 미츠히코를 알게 되고 그를 초청하게 된다. 이후 저명 유명인사가 2명이나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으로 발전하는데...
나가사키를 무대로 한 본격 여정 미스테리로 우치다 선생이라는 추리작가가 등장하는 것이 재미나네요. 그림도 꽤 마음에 들고 만화적으로는 나무랄데 없는 구성이라 읽기에는 편했습니다. 단지 "공원 나비부인 동상에 걸어놓은 펜던트"같이 정통파 미스테리 비스무리하게 거창하게 벌려놓은, 그것도 여러명이 죽어나가는 사건의 무게에 비해서 추리의 전개가 얄팍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7권 트럼프 책의 비밀 : 그림 츠키시마 츠구미
시오리는 살해당한 아버지가 최후로 남긴 단서인 "트럼프의 책"이라는 단어를 두고 고민하던 중 탐정이라는 아사미 미츠히코라는 인물을 알게 된다. 그가 사건 해결을 위해 도와주면서 동분 서주 하던 중 아버지의 부하직원도 살해당하는 등 사건은 계속 커져만 가는데...
쿠슈 야나가와를 주로 하여 펼쳐지는 진정한 본격 여정 미스테리입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쿠슈 야나가와"라는 지역 자체가 이야기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구조로 진정한 여정 미스테리라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은 여정이라는 것이 사실 이색적 풍광을 보여주는 것 이외의 추리적 의미는 거의 없었거든요. 다이잉 메시지 해독 트릭이 주 트릭인데 괜찮은 수준이었고 무엇보다도 반전이 인상적인 작품이라 높이 살 만 합니다. 만화로서도 그림은 그다지 잘 그린 건 아니지만 만화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솜씨가 좋아서 마음에 들었고요.

8권 침묵의 돌 : 그림 히다카 료
신주쿠와 쿠라시키에서 일어난 두개의 살인사건을 연결하는 단서는 무엇인가? 명수사관 오카베 경위의 추리로 사건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경시청의 천재 오카베 경위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히카리라는 여대생이라 전개 방식이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주더군요. 두개의 살인사건이 벌어진 당위성 자체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주인공 히카리의 전문 지식을 이용한 결정적 단서 제공 같은 재미가 살아 있어서 결정적인 추리와 동기 부분에 비록 문제는 약간 있지만 저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뒤에 실린 단편 "잠자는 불꽃"도 치정극으로 보이는 전개속에 은근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 좋았고요.

9권 시인의 망령 : 그림 사토미 유
사쿠타로라는 작가의 시와 똑같이 구현된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오카베 경위가 사건을 맡은 후 스가이 쿠니오라는 은퇴한 전직 형사의 도움을 받으며 점차 용의자에게 접근하던 중 스가이마저 살해당하게 되는데...
역시 오카베 경위 시리즈로 "시를 따라한 연쇄 살인"이라는 착상이 일단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림도 괜찮은 편이었고 스토리 전개를 만화적으로 잘 구현해 내기도 했고요. 하지만 추리적으로는 "ABC 살인사건" 과 유사한 전개로 참신함보다는 의외성에 기대는 느낌이 강했으며 동기와 과정 역시지 설득력이 떨어지더군요. 한마디로 어렵고 복잡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도 재미는 있는, 나름대로 흥미진진한 작품이었습니다. 뒤에 단편 "거울 속의 여인" 이 실려있는데 이 단편도 추천작입니다.

10권 여섯개의 숫자 : 그림 츠키시마 츠쿠미
동경 타마호반에서 의문의 사체가 발견되는데 그가 남긴 것은 6개의 숫자가 적힌 종이 쪽지 뿐. 오카베 경위는 피해자의 딸 치아키에게서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한 "침없는 벌"이라는 의문의 단서를 접한다. 한편 치아키와 은퇴를 앞둔 베테랑 형사 카와 반장의 컴비가 오카베 경위의 적극적 지원으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간다...
오카베 경위 시리즈이긴 한데 실제 탐정역은 치아키라는 소녀라 이색적이더군요. 치아키와 베테랑 형사 카와 반장이라는 컴비가 꽤 재미난 설정이라 좋았습니다. 여섯개의 숫자와 "침없는 벌"이라는 단서로 점차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 나가는 과정의 묘사 역시 합리적인, 이치에 맞는 깔끔한 전개를 보여주고요. 책 뒤의 해설을 보니 영상화도 두번이나 된 인기 작품으로 여기서 결성된 (?) 이 컴비 주연의 단편 시리즈도 있다고 하는데 그 작품들도 기대되더군요. 어쨌거나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11권 여신의 저주 : 그림 나가오 후미코
귀신 모미지 전설의 마을 토가쿠시에서 전설을 모방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수사를 지휘하는 다케무라 경위는 사건의 그림자에 숨겨진 비참한 사연을 밝혀내게 된다.
나가노현 경찰 본부 수사1과 경위 다케무라 이와오 (시나노의 콜롬보)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미스터리 민속탐정 야쿠모"와 비슷한 전통 무속과 살인 사건의 조합이라는 전개라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추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옛날이라면 모를까 21세기에 읽기에는 너무나 고리타분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전통 신앙에 많은 것을 기대는 설정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내용 역시 그냥 뻔한 복수극일 뿐이었습니다. 새로운 탐정을 만나는 재미 이외에 특기할 만한 점은 없는 작품이네요.

2015/12/26

월간순정 노자키 군 1~6 - 츠바키 이즈미 : 별점 3점

월간순정 노자키 군 6 - 6점
츠바키 이즈미 글.그림/학산문화사(만화)

추석 때 본가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형이 강추해서 덥석 빌려온 만화입니다. 읽은지 한 분기가 지났는데, 이제서야 리뷰를 올리네요. 

4컷에 가까운 짤막한 개그가 이어지는 개그 만화입니다. 캐릭터 의존 개그와 오해·착각에 기인한 개그로 나뉘는데, 캐릭터 개그는 이런 류의 만화에서는 정석이라 할 수 있어서 특별히 이야기할 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190cm의 장신에 과묵하지만 실상은 월간 연재 순정만화가인 노자키군, 여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미남이지만 실상은 애니메이션 오타쿠에 수줍음 많은 미코시바 등, 비현실적이며 개그 만화답게 과장되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눈살 찌푸려질 정도로 억지스러운 설정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특히 노자키와 주변 친구들은 뻔하지만, 상식적인 편집자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조합 자체는 "아즈망가 대왕" 시절 이래로 하나도 변하지 않은, 대책 없는 어른과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어른 컴비이기는 한데 선생님이 아니라는 점이 포인트에요. 그러고 보니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인 만화에서 어른 역할로 선생님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은 거의 처음 본 것 같기도 합니다.

평작 수준인 캐릭터 개그에 비해, 오해와 착각에서 비롯된 개그는 정말 대박입니다. 사쿠라와 노자키의 첫 만남에서 노자키가 사쿠라를 자신의 팬으로 오해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로렐라이가 유즈키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와자키를 활용한 개그라든가, 동료 만화가 미요코와 노자키의 대화를 듣고 오해하는 미요코의 대학 친구들 같은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6권까지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만화가가 주인공인 만화"는 정말 재미있네요. 제 평생 이 설정이 실패한 적은 없어요. "바쿠만"이나 "아오이 호노오"가 대박 나기 전부터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2009/10/01

성폭행과 피해여성을 다룬 추리만화 짤막한 감상

최근 아동 성폭행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관련된 내용이 담긴 끔찍한 만화도 굉장히 많이 있을텐데, 저는 여성입장에서의 성폭행과 피해자를 다룬 추리만화 두편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심리수사관 아오이 3 - 6점
미노 미즈호 지음/세주문화

제목 그대로 "심리수사관"인 프로파일러 쿠보테라 아오이가 엘리트 카야마 경부와 함께 "특별조사부"에 소속되어 여러 사건에 대한 심리분석을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이야기. 국내에는 이 작품 하나만 정식 발간되다가 중단된 미노 미즈호의 작품입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기타무라 카오루 원작의 "복면작가" 가 있습니다. "복면작가"는 해적판으로 구입해서 읽었었는데, 일상계 미스터리의 거장인 기타무라 카오루의 원작답게 그다지 무거운 이야기대신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많았었지요. 그런데 이 작품은 굉장히 무겁고 진지한, 그리고 무서운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는 등 큰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나 여성 작가답게 여성의 입장, 그것도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에피소드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때문에 "성폭행"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 가장 가슴에 와닿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2권의 "범행동기" 와 3권의 "단장취의"입니다.

"범행동기"는 직장내 성추행에서 시작된 악연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기중심적 인간 쓰레기에 의해 성추행당한 것을 고발했다가, 오히려 무고죄로 몰려 모든 미래와 꿈이 박살난 여성의 이야기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남성중심적, 권위주의적 풍토가 남아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추행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물론 그나마 나아지고 있습니다만) 편인데, 이 작품은 사소해 보여서 묵인되는 성추행이 얼마나 해당 여성을 상처입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우리나라 어딘가에서는 성추행을 저지른 인간이 국회의원까지 당선되는게 현실인데, 그 동네에 이 만화를 복사해서 뿌리고 싶어지더군요. 그나저나 그 동네 주민들은 딸자식들이 없나요? 아니면 뇌가 없는건가....

"단장취의"는 9세 여아의 성폭행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범인이 아이를 유인하는 미끼가 "귀여운 애완동물" 이었다는 발상도 놀랍고, 폭행후 교살한다는 범행 이야기도 끔찍하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범인이 스스로를 자기합리화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해충보다 못한 이런 범인들을 단지 "체포"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림이 뛰어난 편은 아니고 지나치게 여성중심적인 시각, 특히 아오이라는 캐릭터의 사고방식은 공감하기가 좀 힘들기는 하지만 상당히 우수한 수준의 추리물임은 확실한만큼 추천하고 싶네요.


여검시관 아스카 1 ~ 4 핫타 로우 / 이데 치카에

회사 동료가 보던 네이트 제공 서비스를 통해 보게된 만화입니다. 조사해봤는데 정식 출간은 되지 않은 작품인 듯 싶군요. 제목 그대로 냉정하고 명석한 두뇌의 미인 검시관, "부검실의 천사" 아스카가 활약하는 검시추리물입니다.

그러나 설정이 유치하고, 순정만화 인물들이 극화에서 활동하는 작화도 영 취향이 아니라 썩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눈에 뜨이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2권의 "임상과 검시" 편의 청산가리 자살 사체에 대한 검시 의견, 4권의 "사쿠라타 형사의 우울"에 등장하는 위 속 소화물을 통해 사망 추정 시각을 밝혀내는 정도만 볼 만 했어요. 별로 대단한 수준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전편에 걸쳐 여성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성폭행 관련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 합니다. 특히 3권의 "열상"과 4권의 "출소한 남자", 이 두편의 에피소드는 성폭행 당한 여성의 심리를 그리는데, 확실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열상"은 성폭행 피해자 여성이 범인인 남자가 계속 자기를 주시하고 산다는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이야기를, "출소한 남자"는 성폭행으로 복역한 남자가 출소한 뒤 예전 자신이 검거되게 만든 피해 여성을 다시금 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에피소드 모두 강간범들이 결국 재범을 저지르다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범인이 죽어야 피해자들이 비로소 안심할 수 있다라는 결말이 씁쓸했습니다. 
만화에서처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영구히 지속될뿐 아니라, 확실히 반복적인 습성이 강한 범죄라는 것이 입증된 만큼, 범인에 대해서는 영구 격리나 거세와 같은 처벌이 타당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림이나 전개가 추천작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2017/01/27

만화의 길 (망가노미치) 1~4 - 후지코 후지오 A : 별점 3점

만화가 후지코 후지오 컴비(그 중에서도 A인 마가 미치오)를 모델로 한 장편 만화입니다. 전 4권짜리 애장판으로, 전체 연재분에서 "입지편", "청운편", "야스나로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권당 9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통해 마가 미치오와 사이노 시게루가 만화가를 꿈꾸다가 데뷰하고, 성공 가도를 달리지만 스스로의 과욕과 실수로 쓰디 쓴 좌절을 맛본 후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까지가 치밀하게 그려집니다. 구하기는 오래 전에 구해 놓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올해 들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방대한 양이라 독파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네요.

저는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재미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대표격인 "바쿠만", "아오이 호노오" 외에도 개그 만화인 "호에로 펜", "만화가의 사랑", "만화가와 어시스턴트", "월간 순정 노자키군" 등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뭐 하나 빼 놓기 어려울 만큼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라 히데노리의 "언제나 꿈을"은 조금 취향과 다르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고요.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다른 작품들 못지 않게 재미있습니다! 어린 컴비가 만화가로 데뷰하고 연재작을 이어간다는 부분은 "바쿠만"에 가까운데, 거장의 실제 경험이 뒷받침된 덕에 큰 설득력을 갖추었다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자 장점입니다. 물론 오바 츠구미와 오바타 다케시 컴비도 경험이야 있었겠지요. 허나 후지코 후지오 A는 본인 스스로 만화의 거장일 뿐더러 초창기 시절을 데즈카 오사무, 이시노모리 쇼타로, 아카츠카 후지오 등 토키와 장을 무대로 과거에 현대 일본 만화 거장들과 함께 활약을 펼쳤던, 만화 역사에서도 특별하면서도 역사적인 인물이니 비교가 어렵습니다.

함께 소개되는 후지코 후지오 컴비 및 토키와장 멤버들의 당시 작품들도 아주 볼만합니다. 특히 후지코 후지오 컴비의 초기작은 집대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학생 때 습작인 "작은 권총왕", 후지코 후지오 컴비의 단행본 데뷰작 "유토피아 최후의 세계 대전", 최초의 잡지 개제 "서부의 어딘가에", 최초의 의뢰이자 별책인 "3인 형제와 인간 포탄", 최초의 연재 "4만년 표류", 초기 창작 방법을 엿볼 수 있는 "백마가 온다", 상경 전 마지막으로 그린 의뢰작 "선풍도시", 세미 다큐멘터리 터치로 그린 "해발 6천미터의 공포(히말라야의 설인)"와 "남부전선 이상 없다", 상경 이후 최초로 각자 동시 진행한 소년클럽 의뢰작 "콘크리트 정글"(후지코 후지오 A)와 만화 동화 "사자와 꼬마 사슴", 상경 후 첫 정식 연재작 "해저인간 메바루", 처음으로 가혹한 프로의 일정에 도전하게 된 "치비와카마루", "장미와 반지", 이후 연재작 "밤의 왕자님", "세계와 싸운 소년", 땜빵으로 그린 첫 스포츠 만화 "철권의 분노" 등 수많은 작품이 빠짐없이 소개됩니다. 장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편 감상이 가능한 수준이고요.
컴비의 작품 외에도.신만화당 합작물인 "4개의 시계", "도감 시리즈" 등도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작품 자체가 후지코 후지오 컴비의 활동을 다루기에 단순히 소개로 끝나지 않고 작품들이 어떤 과정에서 탄생되고 완성되었는지 자세하게 알려주는데 이 역시 재미있습니다. 마가 미치오의 개인 경험을 토대로 그려내었다는 "꼬마 권총왕", 급작스러운 폭설로 놀랐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살아있는 눈 괴물(?)을 그려낸 "백마가 온다", 영화 "아스팔트 정글"을 감명깊게 본 후 갱스터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여 작업한 "콘크리트 정글" 등 처럼요. 모든 작품 시작 전 관련 노트를 만들고 줄거리와 캐릭터 설정을 적어놓는 창작 과정도 꽤 그럴듯했습니다. 앞으로 저도 따라해 봐야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다른 등장 작가들의 작품도 풍성합니다. 유명 작가의 등장 시 짤막한 소개를 곁들이는 정도가 많지만,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작품도 제법 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글 대제"입니다. 두 컴비가 처음 데즈카 오사무를 만날 때 신연재물로 그리기 시작하고, 후일 마가가 급한 도움 요청으로 마지막화의 어시스턴트로 참여한다는 식으로요. 아마도 실화겠지만, 굉장히 드라마틱한 내용이었다 생각됩니다.

또 "만화 소년", "모험왕", 등등 당대 유수의 잡지들과 출판사, 편집자 들도 다수 등장하여 극의 흐름에 동참하는데, 이러한 점은 "바쿠만"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 속 편집자는 마감 독촉 및 원고 수령 밖에는 딱히 하는게 없다는 차이점은 있지만요.

그리고 짧은 기간 (약 2년?)이지만 마가의 신문사 근무 중 진행한 각종 일러스트와 광고 도안, 만화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그림 실력 및 디자인 감각이 정말 빼어나더라고요. 이게 정말 갓 고등학교(작중 중학교)를 졸업한 신입의 솜씨라니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확실히 거장, 천재의 편린이 엿보이는 작업물들이었어요. 만화가 아니라 이쪽, 산업 미술 쪽으로 매진하였어도 충분히 디자인 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당대 (1950~60년대)를 잘 그려낸 여려가지 디테일들도 좋습니다. 영화가 유일한 취미로 보이는 컴비가 감상하는 여러가지 영화들("베라크루즈", "아스팔트 정글", "위대한 환영", "제 3의 사나이", "너의 이름은"....), 증기 기관차를 이용한 출퇴근과 도쿄 상경, 전화가 드문 시절의 전보와 공중전화를 이용한 연락, 산보 등을 통해 보여지는 당시의 거리 풍경들 모두 굉장히 흥미로왔습니다.
당시 두 컴비의 여러가지 일상 생활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상경 전 학창 생활에 대한 상세한 묘사에서 시작하여 첫 하숙집 좁은 방에 대한 묘사, 매일매일 프랑스 빵과 우유 등으로 때우는 식사, 가끔 나가는 산책 등 모든 부분이 디테일하면서도 푸근하고 따뜻하게 그려지거든요. 악역은 없이 멘토인 데즈카 오사무와 도키와장의 큰 형님격인 테라오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컴비를 도와주지 못해 안달난 사람으로 보이는 등 이야기도 모두 푸근하고 따뜻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중학교 때의 담임 선생님을 들 수 있습니다.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옹호해주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라는 조언을 해 주는 선생님이라니! 놀랍기만 할 따름입니다. 첫번째 하숙집의 주인인 마가의 백부도 역시 만화는 잘 모르지만 컴비의 꿈을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토키와장의 보증금으로 거금 3만엔을 선뜻 빌려주겠다고 하고요.

그러나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시대 착오적인 작화야 어쩔 수 없다쳐도, 원고 마감에 맞추지 못하는 사고를 치는 장면이 자주 반복되어 지루합니다. 주로 꿈이긴 하지만요.
또 청춘물이기도 해서 마가의 상대역 여성을 등장시키는데 뭔가 관계가 이루어질 것 처럼 떡밥만 던져놓고 제대로 된 드라마를 그리지 못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이렇게만 등장할거면 분량 낭비에 불과하지요.

그래도 읽는 재미는 충분했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될 가능성은 없지만 어떤 식으로든 소개되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읽다보니 이 때가 축복받은 시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록 먹고 살기는 좀 힘들고 척박한 시기지만 젊은 혈기와 열정은 보답받는, 잡지사에 원고를 보내거나 들고 가면 원고가 실리고, 급하게 땜빵이든 뭐든 어떻게든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시대로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수요에 비하면 공급이 부족해 보였기에 열정만 있다면 어떻게든 데뷰 자체는 좀 쉽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무리 재미있는 만화라 하더라도 데즈카 오사무 혼자 6~7개 잡지 모두에 연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니까요. 두 컴비는 20대 초반, 테라오는 20대 중반, 데즈카 오사무도 20대 후반에 불과한 청년들인데 당대 만화계를 짊어진다는 설정을 볼 때 정말로 만화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시대적인 운으로 둘의 성공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철야 등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꿈과 열정을 잃지 않는 노력, 그리고 결과물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런 정보도, 어시스턴트 한명 없이 한달에 100페이지가 넘는 원고를 스토리부터 전부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만 그려내는 말도 안되니까요. 초기작의 스토리가 영화나 서적에서 따온 것이 많은 이유도 아이디어 구상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는 환경 탓이었을 테고요. 

비슷한 시기 활약했던 다른 신만화당 멤버들이 대체로 잊혀졌지만, 후지코 후지오, 이시노모리 쇼타로, 아카츠카 후지오 등이 거장으로 남은 이유는 결국, 꾸준히 히트작을 내 놓는 실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노력하는 천재가 시기를 잘 만났다'는 것이 정답인 셈입니다.

2021/08/21

그리고, 또 그리고 1~5 - 히가시무라 아키코 / 정은서 : 별점 4점

그리고, 또 그리고 1 - 10점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정은서 옮김/애니북스

일본의 순정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의 자전 만화입니다.

저는 만화가가 그린 자기 이야기는 무조건 재미있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화의 길"이라던가 거장의 단편 "종이 요새"과 같은 고전은 물론, "아오이 호노오", "만화가 상경기", "바보도 따라할 수 있는 만화 교실" 등 대부분의 작품은 제게 실망을 준 적이 없으니까요. 전기 만화인 "블랙잭 창작 비화", 아니면 만화가가 주인공인 "호에로 펜", "바쿠만"이나 "만화가의 사랑"같은 픽션들도 본전치기 이상은 충분했고요. 

이 작품도 제 지론을 증명해 주는 좋은 예입니다.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수작입니다.

고등학교에서 미대를 진학하여 졸업하고, 순정만화가로 데뷰하기까지의 삶에서 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화실 선생님인 은사 히다카 켄조 선생과의 이야기를 그리 길지 않은 분량으로 그리는데, 크게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대를 목표로 했던 미야자키 소녀 아키코의 입시 분투기, 대학에서 방탕한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며 만화가를 꿈꾸던 시기의 이야기, 만화가로 데뷰한 뒤 켄조 선생이 폐암으로 죽을 때 까지의 이야기로요. 히가시무라 아키코라는 작가가 미대에 진학하여, 만화가를 꿈꾸다가 데뷰하여 만화가가 되는 과정에 중요했던 인생의 변곡점만을 콕 찍어 그려낸 거지요.

이 중 초반부를 담당하는 입시 분투기와 헐레벌레한 대학 생활 이야기는 굉장히 웃겼습니다. 수험 공부가 아니라 문제 푸는 비결을 터득하여 고득점을 기록했다던가, 단지 게가 먹고 싶어서 가나자와 미대에 지원했다던가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험이 많은 덕분이에요. 입시 대응 전략은 "수험의 제왕"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도 제가 미대를 다녔기에 더 와 닿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이야기를 잠깐 풀자면,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빠져있었던 고등학교 당시의 저는 갑자기 미대 진학을 결심했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기 직전 겨울 방학에요. 그런 걸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내렸던 충동적인 결정이었지요. 그래서 1년도 안 되는 짧은 미대 입시 준비 기간을 가졌었지만, 정말 운 좋게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바로 입학할 수 있었지요. 평생 운을 거진 다 끌어 쓴 것 같아요. 그러나 정작 대학 입학 후에는 그 꿈을 바로 접었습니다 너무 힘들다는 걸 금방 알아버렀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학교 4학년 내내 놀았던 기억 밖에는 없네요. 충동적인 대학 선택과 유흥과 음주밖에 기억에 남지 않은 대학 생활 모두가 이 책에 나오는 히가시무라 아키코와 똑같습니다... 미대에 대해 작가가 말한 아래의 비판은 정확합니다! 미대생 학부형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 대학 졸업 이후 나름의 좌절을 겪다가 만화가가 되는 과정은 담담하게, 진지한 톤으로 전개됩니다.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많은걸 생각하게 해 줍니다. 당시 자기는 핑계만 대며 도망치기만 했다는 아키코의 후회섞인 고백이 특히 그러했어요. 저도 많이 반성하게 만드네요. 그림이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들까지 그런 줄 알고 대했던 그림 바보 켄조 선생과, 현실과 타협한 속물인 히가시무라 아키코의 갈등도 재미 요소였고요. 

사실 미대 진학에 성공한 뒤에도, 켄조 선생이 아키코에게 집착하여 그림을 강요한건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키코가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건 은사 켄조 선생님 덕분인건 분명해요. 수백장, 수천장의 그림을 그렸고, 그림과 만화와 삶에 대한 고민을 어린 나이에 충분히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림이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들까지 그런 줄 알았던 그림 바보인데, 그 순수함과 열정은 정말 놀랍고, 이런 분을 어린 시절에 만나 좋은 쪽으로 영향을 받은 아키코가 너무나 부럽기만 합니다. 켄조 선생이 폐암으로 별세하면섣, 끝까지 '그려라'는 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도 큰 울림을 가져다 줍니다. 켄조 선생님 장례식까지 담담하게 그려나가다가 마지막에 눈물샘을 터트리는 전개도 효과적이었고요. 죽는다는걸 알고 읽기는 했지만, 정말 뭉클했어요.

켄조 선생이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아키코를 휘둘렀고, 아키코도 지나치게 죄의식이나 후회를 갖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묘사는 다소 아쉽지만, 재미와 성장기 측면에서, 그리고 감동 측면에서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2015년 만화 대상을 수상했는데, 충분히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별점은 5점입니다. 미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특히 미술 대학 쪽과 관련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도베르만 형사를 그렸던 하라마츠 신지의 "극도 만화가 이야기"는 제 지론이 틀렸던 실패작이었습니다. 만화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그려낸 자전 만화인건 분명한데, 뒤로 가면 갈 수록 억지스러운 마쵸 세계관 설정이 삽입된 기묘한 판타지가 되어버렸지요.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졸작으로, 연재도 조기 종료된 듯 한데 다행히 우리나라에 정식 발매되지는 않았습니다.

2012/08/17

12인의 상냥한 암살자 1~2 - 후지에다 토루 : 별점 2점

12인의 상냥한 암살자 1 - 4점
후지에다 토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12인의 상냥한 암살자 2 - 4점
후지에다 토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카리스마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카루가의 진짜 정체는 악을 벌하는 12인의 암살자 중 한 명인 라이브라 (천칭). 그가 친구인 배우 타카기의 실종사건을 조사해 나간다는 내용의 추리 스릴러물.

12인의 암살자를 다룬 원작의 코미컬라이즈판. 그래서인지 기본 설정에 대한 설명이 좀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암살자로서의 이카루가의 모습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등이죠.

그래도 두 권이라는 분량 치고는 내용과 설정을 잘 녹여내고 있고, 원작을 읽지 않아도 내용 이해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입니다. 제목과는 다르게 실제 주인공은 타카기의 연인 마아야이며, 암살자 이카루가의 모습이나 능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암살자 관련한 설정은 좀 유치해 보였거든요. 차라리 작중에서처럼 "화장 솜씨"가 뛰어난 탐정 역할 정도만 수행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랬더라면 타카구치 사토스미의 "무지개색 가면"과 비슷했으려나요?)

추리적으로 평가하자면 대단한 트릭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설정 면에서 유사성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러나 진상과 반전은 괜찮은 편이에요. "불사"라는 복선의 쓰임새 및 구두, 모리노의 가족 관계 등 주요 단서들이 공정하게 제시되는 등 깔끔한 전개도 좋았고요. 덕분에 결말까지 쉽게 쉽게 읽히는 맛이 있었습니다.

다만 사무국장 우가 등이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이유, 10대 소녀들에게 인체 실험을 한 이유, 타카기를 왜 바로 죽이지 않았는지 등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긴 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하지만 순정만화풍의 추리-히어로물로는 괜찮은 수준인 만큼, 가벼운 순정 추리물을 좋아하신다면 볼 만하실 것 같네요. 순정만화 탐정 히어로물로는 아키노 마츠리의 "가면탐정"과 비교할 만한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훨씬 좋았습니다.

2003/12/15

연애 Crown -고우카 윤-

음악과 연극으로 유명한 하쿠오 고등학교의 우상인 히사요시는 수학여행 기차 안에서 우연히 아이돌 후지오 리마를 보고 그야말로 첫눈에 반했다. 리마를 쫓아다니게 된 히사요시를 눈여겨 본 리마의 매니저 이케시바는 히사요시를 스타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이케시바에게 스카웃 된 리마는 이케시바의 관심을 받는 히사요시가 못마땅하다.
한편 히사요시는 리마에게 접근할 방법을 찾다가 신간센에서 리마를 도와준 싱고라는 소년을 만나게 되었다. 서로 리마를 좋아한다는 것으로 동지의식이 싹튼 싱고와 히사요시. 이케시바는 리마에 대한 히사요시의 감정을 이용해 히사요시를 스카웃하고, 히사요시는 자신을 싫어하는 리마로 인해 고민하는데..

네, 이 만화는 순정만화입니다. 현 시점에서 제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작가 "코우카 윤"의 정말로 몇 안되는 완결된 작품이기도 하죠. 제가 알기로는 첫번째네요.

도입 부분은 일반적인 만화와는 달리 조금 독특합니다. 학교의 우상인 킹카 고교생이 누군가에게 첫눈에 빠져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쫓아 다닌다... 라는 설정이 상당히 새로운 덕입니다. 더군다나 내용이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해서 작품에 나름대로 몰입하게 하는 맛도 있고요.

하지만 독특하고 괜찮았던 부분은 거기까지, 히사요시가 데뷰는 하지만 결국 스타가 되지도 못하고 오히려 리마가 결국 스토커같은 히사요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리고 해피엔딩.... 이것참, 스토커 성공기같은 만화가 되어버렸군요. 젠장 그림이 아깝다.

"토이" 나 "솔져보이" 같은 비슷한 연예계 만화들의 경우처럼, 작가가 히사요시를 리마와 걸맞는 급의 스타로 키운다는 정도의 설정과 그러한 성장과정이 나왔으면 만화가 보다 현실적이고 진지하면서도 재미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주 옛날에 보았던 "천사소녀 새롬이"라는 만화가 생각나네요. 주구장창 쫓아다니던 스토커같은 팬이 성공한다....결국 성공하는것은 근성과 끈기란 말인가?

2010/05/07

클로버문고의 향수 : 별점 3점

클로버문고의 향수 - 6점
클로버문고의 향수 카페 지음/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저도 가입해있는 카페 "클로버문고의 향수"에서 간행한 클로버문고 만화관련 도록입니다.

19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 발간되었던 클로버문고 429권 중 389 권에 이르는 만화만 추려내어 총 7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죠. 카테고리는 "명랑 / 공상과학 / 스포츠 / 순정 / 고전,명작 / 시대,역사 / 액션,추리,드라마" 로 나뉩니다. 세부 항목으로는 각 만화별 이미지와 작가와 줄거리 소개는 물론 짤막한 감상과 복간여부, 그리고 원작관련 (불법으로 복제된 만화라면 그 일본 원작까지!) 소개까지 무려 7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실려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클로버문고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네요.

클로버문고는 과거 에이브와 함께 제 어린시절을 함께했던 문고라 읽는 내내 굉장히 반갑더군요. 이렇게 과거 명작의 흔적이나마 지금 더듬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클로버문고의 향수" 카페 여러분께 감사드려야 할 테고요.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무척 많았어요. 예를 들자면 흑역사라 할 수 있는 일본 작품의 카피판들 이야기가 그러했습니다. "날개"와 같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 카피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아다치 미츠루 작품까지 카피했었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했던걸까요?
그리고 이원복의 과거 만화가 가와사키 노보루와 치바 데츠야 화풍을 절반씩 섞은 독특한 화풍이었다는 것도 새로왔어요.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대표적 장면만 나열하니 확 와 닿더라고요)
또한 의외로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의 월간지 연재만화가 많다는 것도 특이하더군요. 이우정의 걸작 "갈기없는 검은사자"라던가 탐정만화 "모돌이 탐정", 김형배의 "20세기 기사단" 등은 제가 당시 월간지를 통해 읽었었는데, 단행본이 클로버문고에서 발간되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었거든요.

하여간 읽었었거나 소장했었던 작품들은 물론 읽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무척 읽고 싶은 작품들이 넘쳐나서 도록을 넘기는 순간순간마다 지름과 소장의 욕구를 참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개인적으로는 방학기의 "초립동이"와 "사라진 낡은 집", 이 두권은 어떻게든 다시 나와주면 참 좋겠습니다. "초립동이"야 워낙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기 때문이고, 엘러리 퀸의 "신의 등불"을 조선시대로 각색한 "사라진 낡은 집"은 어린시절 무서워서 못 읽은 작품인데 꼭 읽어보고 싶거든요.
물론 과거의 명작이라 하더라도 지금 읽으면 낡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만해도 어린시절 푹 빠졌었던 "20세기 기사단"의 경우 복간본을 구입한 뒤 생각과는 너무 달라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죠. 하지만 "철인 캉타우" 등 복간된 뒤에도 아직도 그 생명력과 재미가 유지되는 좋은 작품도 굉장히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니 만큼, 클로버문고의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좋은 작품을 선별하여 복간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구입하고 싶네요.

별점을 매길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구태여 별점으로 평가한다면, 옛 향수와 추억을 되새길 수 있으며 한국 만화계의 한 역사이기도 한 자료적 가치도 충분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다양한 저자가 손을 댄 작품별 소개의 편차가 큰 탓에 (굉장히 부실하고 단지 작품 감상에 불과한 짤막한 소개글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감점했는데 사실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도록이죠. 저와 같은 시대를 공유하셨다면 꼭 한번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읽었던 작품 중 클로버문고 베스트 10을 감히(!) 작성해 봅니다. 순서는 무순입니다. 다시 읽게 된다면 많이 바뀌겠지만요...
갈기없는 검은사자 - 날개 - 소년 007 - 암행어사 허풍대 - 요철발명왕 - 변칙복서 - 벤허 - 홍의장군 곽재우 - 땅콩찐콩 - 초립동이

2004/09/18

2004-11-19 06:19:20 PPOI! (っポイ!) - 보이 : 야마자키 타카코

현재 22권까지 사보고 있는 순정만화(!) 입니다. 원래 순정계열은 그리 취향은 아니지만 우연찮게 사본 1권이 괜찮아서 한권만 더.. 했던게 여기까지 왔네요.

내용은 키는 150밖에 안되지만 불의를 보면 못참는 여장이 잘 어울리는 미소년 주인공 아마노 타이라와 키도 훤칠하고 엄청 핸섬하며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천재 소꼽친구 (옆집소년) 만리의 중 3 청춘 백서.. 쯤 되는 이야기입니다.

중 3이지만 수험생인 만큼 미래에 대한 고민, 이성에 대한 갈등, 그리고 여러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여러가지 학창생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개중 심각한 이야기도 있고 좀 가벼우면서도 밝은 이야기도 있는데 저는 성격상 밝은 이야기 쪽이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 정도라면 사실 널리고 널린 지라 그닥 매력을 특별히 느낄만한 이유는 없지만..... 제가 이 만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저 사람! 동일중 농구부 주장이자 사장 아들, 하나시마다 에이타츠 때문입니다!

요사이 타카오카에 밀려 출연 비중이 굉장히 적어진 것 같지만 마코토 양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이나 그 개그센스, 유별난 언어 구사력, 그리고 특출난 행동력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캐릭터랄까요? 약간 "후르츠 바스켓"의 시구레 비스무레한 느낌도 있는 멋진 캐릭터 입니다.

여장이 잘 어울린다는 설정의 타이라나 실제로는 존재할 턱도 없는 슈퍼맨 만리에 비해 이 얼마나 다정다감하며 우리 옆에 있을 것 같은 귀여운 소년이란 말입니까?

제발 종결되기전에 마코토 양이 하나시마다의 뜨거운 마음 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끝으로 명대사 하나 :
마코토 "하나시마다, 너는 친구와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어떻할꺼야?"
하나시마다 "난 너를 위해서라면 수백명의 친구라도 버리겠어!"

2022/11/26

명탐정에게 장미를 - 시로다이라 교 / 김은모 : 별점 1점

명탐정에게 장미를 - 2점
시로다이라 교 지음, 김은모 옮김/문학동네

<<허구추리>>로 유명한 시로다이라 교의 데뷰작. 두 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망작 of the 망작입니다. 올해는 아직 다 가지 않았지만, 올해의 최악으로 꼽겠습니다. 읽어보실 필요는 당연히 없습니다. 제 별점은 1점입니다.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수록작별 상세 리뷰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합니다.

<<메르헨 난쟁이 사건>>
'난쟁이 지옥'이라는 독약에 관련된 참혹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첫 번째 피해자 후지타 게이코는 난쟁이 지옥을 만들었던 다케바야시의 딸이었고, 두 번째 피해자 구니오는 다케바야시의 조수였다. 두 사람은 각종 언론사 등으로 보내진 <<메르헨 난쟁이 지옥>>이라는 동화 속 모습 그대로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인 다케바야시의 또 다른 조수였던 쓰루타는 첫 번째 사건에서의 알리바이가 완벽했다. 오히려 쓰루타는 후지타 가에 나타나 게이코의 딸 스즈카를 동화의 마지막 피해자 한나처럼 죽일 수 있다며 협박하는데...


어떤 이야기와 살인 사건이 맞물려 전개되는 작품은 많습니다. '마더 구스' 동요를 이야기 전개에 써먹었던 크리스티 여사님의 <<주머니 속의 호밀>>이나 밴 다인의 <<비숍 살인 사건>> 처럼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빼 놓을 수 없을테고요.
이렇게 범인이 무언가를 따라서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해서이거나 범행에 관련된 중요한 무언가를 숨기려고 했다는 등이 있습니다. 단순히 범인이 정신병자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의 이유는 특이했습니다. 난쟁이 지옥을 팔고 싶은데 독약의 효능 등이 잊혀졌으니, 이를 다시 세간에 알리기 위해 기묘한 잔혹 동화를 창작하여 뿌리고 동화대로 잔혹한 사건을 저지른 것이거든요.
쓰루타는 구니오의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히려 구니오의 뒷통수를 쳐 그를 살해하고, 신출귀몰한 능력자 범인인양 후지타 가에 나타나 자기는 사람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다며 협박했다는 진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세가와 미유키가 사건의 모순을 눈치챈 계기가 된 동화 속 등장 인물 이름인 한나, 니콜라스, 플로라는 모두 후지타 가족 이름과 연결된다는 등, 단서 제공도 공정합니다. 히브리어 뜻까지 알아야 하는 등 좋은 단서로 보기에는 어렵지만요.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도 일본 만화 등에서 흔히 보았던 전형적인 쿨 뷰티, 차도녀 안경 선배 설정이기는 한데 명탐정으로서의 고충 - 진상을 드러내어 오히려 마음에 상처를 입는 - 을 묘사한건 신선하더군요.
물론 명탐정이 마음에 상처 따위는 입어서는 안되지요. 유불란의 말대로 명탐정의 혈관에는 강침이 돌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런 유불란도 감정에 휩쓸려 버리기는 했지만....

그러나 억지가 심합니다. 아이 사체로 만든다는, 주술에 가까운 독약 '난쟁이 지옥'의 설정부터가 억지입니다. 기묘한 동화를 창작하고, 성인 여성을 납치하여 온 몸을 난도질하는 엽기 범죄 역시 마찬가지에요.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독약 광고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어떤 장소에 '난쟁이 지옥'을 풀어서 사람들을 심부전으로 죽게 만들고, 매스컴에 '난쟁이 지옥'으로 일으킨 범죄라는 성명서를 내는게 훨씬 손쉽고 깔끔했을겁니다. 게이코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다 하더라도, 후지타 가에 독을 푸는게 더 현실적이었을테고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게이코에게 '난쟁이 지옥'에 대해 알린 뒤, 범행 현장으로 찾아오도록 시켰던 트릭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게이코가 '난쟁이 지옥'에 대해 업보가 있다고 생각한건 독을 이용하여 친모를 살해한 탓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죄의식을 느끼고 구니오의 덫에 스스로 빠질리 없지요. 그런데 그 사실을 구니오 등이 알 턱이 없으니 이는 모순입니다. 게이코가 친모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했을거에요.

딱히 명탐정이 필요했던 사건도 아니라는 문제도 큽니다. 쓰루타가 게이코 사건에서의 알리바이가 어쨌건 간에, 구니오 사건에 대한 수사만 철저히 진행했어도 사건은 해결되었을테니까요. 게이코는 퇴근길에 납치당한게 아니라, 그녀 스스로 현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구니오의 알리바이가 생겼는데 아를 밝히지 못한건 경찰의 부실 수사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납치는 못했더라도 공범이 있었다면 범행은 저지를 수 있잖아요. 세간의 화제가 된 강력 사건을 이렇게 허술하게 수사한다는건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게이코의 편지를 후지타 가에서 내놓지 않는걸 경찰이 방관하는 것도 납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기발한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독배 퍼즐>>
미하시의 후배로 스즈카의 가정 교사를 맡았던 야마나카 후유미가 '난쟁이 지옥'에 독살당했다. 가족이 모두 모인 티 타임에서 차를 마신 직후였다. 조사 결과 티 포트에 '난쟁이 지옥'이 가득 들어있었다. 누가, 왜 포트에 독을 넣었을까? 미하시는 이번에도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에게 사건을 맡기는데....

한마디로 최악. 진상은 명탐정 세가와 미유키를 흠모하게 된 스즈카가 명탐정을 다시 만나기 위해 사건을 일으켰다는 겁니다. 그녀가 어머니의 유품인 '난쟁이 지옥'을 티 포트에 넣었던 거지요.
그런데 스즈카는 중학생입니다. 아무리 명탐정이 보고 싶어도 가족 모두가 먹는 차에 먹으면 바로 죽는 독을 다량으로 푼다는게 과연 말이나 될까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장난삼아 풀었다면 모를까요. 너무 써서 바로 뱉을 수 밖에 없다는건 증명되지도 않았고, 증명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족이 모여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차가 쓰다고 바로 뱉어낸다는 것도 잘 상상이 안되고요. 야마나카 후유미가 미각 장애가 있어서 차를 삼켰다는 만화같은 설정도 거슬렸습니다.

어쨌건 명탐정은 불렀지만 이유를 알려줄 수 업어서 미하시 등이 내세운 가짜 진상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스즈카가 계모 교코의 살의를 눈치채고, 독이 묻은 찻잔 흔적을 감추기 위해 독을 포트에 쏟아 부은거라는데, 비상식적입니다. 계모가 자기 목숨을 노리지만 계모와 아버지가 너무 사랑해서 그걸 숨기고 독을 가지고 도박을 한다? 아버지, 아니면 미하시에게 말하고 도움을 구하는게 당연하잖아요? 그리고 교코가 스즈카를 죽이려 했다면 '난쟁이 지옥'을 썼을리도 없어요. 그 독이 어디에 있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온 가족이 다 아니까요. 의학적으로는 병사로 판단되더라도, 아버지 가쓰히토와 미하시는 의심의 눈초리를 절대 거두지 않았을 겁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하시가 스즈카를 은밀하게 조종해서 후유미를 살해한 진짜 흑막이었다는 연극도 어처구니 없었어요. 건실한 청년 미하시 캐릭터와 어울리지도 않으며, 그래봤자 스즈카가 실행범이라는건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런 억지 연극을 꾸미는 것 보다는 차라리 스즈카의 뇌종양을 미유키에게 알리고, 경찰 고발을 취소해달라고 부탁하는게 나았을 겁니다.

제일 큰 문제는 명탐정 미유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스즈카만 걱정하고 피해자 야마나카 후유미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하시와 미유키에게는 후배이기도 한데 왜 그녀의 죽음은 비통해하지도 않고, 진상을 덮으려고만 할까요? 살인범 스즈카를 무슨 순정만화 속 비련의 피해자처럼 묘사하는 마지막 장면은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명탐정이 진실을 밝히는 바람에 비극을 불러왔다 운운하는데, 스즈카가 사람을 죽인건 사실이라서 뭐가 비극인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별점은 1점. 명탐정을 부르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만화같은 동기를 비롯하여, 뭐 하나 점수를 줄 부분이 없네요. 시리즈가 더 이어지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