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목수들 : 일본의 새로운 가구 제작 스튜디오를 찾아서 - 프로파간다 편집부 지음/프로파간다 |
일본에서 소규모 가구 공방을 운영하는 오너 목수들을 취재한 결과물. 총 22인(팀)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디자인적으로 뭔가 영감을 얻을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읽어보았는데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삶 중심의, 제목 그대로 "목수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만든 가구는 몇 개만 부록처럼 소개될 뿐이며 심지어 본문 인터뷰에 등장하는 목수들의 작품이나, 그들이 영향을 받았다는 유명 가구조차 별다르게 실려 있지 않은 탓에 디자인적으로 영감을 받을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목수들의 이야기도 별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 가구 제작에 뜻을 품고 전문 학원 등에서 배운 뒤 공방을 오픈한 오너들이 많다는 점, 아직도 도제식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이 있다는 점은 기억에 남습니다만, 결국 같은 일을 천직처럼 여기고 열심히 한다는 내용이라 교과서적일 뿐더러, 22인(팀)의 사고방식이나 삶의 과정에서 큰 차이점도 없습니다.
또 이전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출판사 '프로파간다'의 책들은 디자인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런 류의 책에서 흔히 쓰지 않는 굴림체 스타일 폰트, 기묘한 그래픽 사용은 전혀 좋아 보이지 않아요. 10년 이상 지난 키치 유행 시절 스타일이 연상될 정도로 별로였습니다. 일반적인 폰트와 담담한 디자인으로 꾸몄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습니다.
* 책 뒷페이지를 보니 북디자인은 "구엔엠"이라는 업체에서 진행했더군요. 궁금하신 분들은 사이트에서 주요 페이지를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재미도 없지만 분량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디자인 때문에 소장욕구마저 희박해져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어떤 독자를 위한 책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굳이 꼽자면 "목공에 관심이 있어 하던 일을 접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젊은이" 정도겠지만, 이런 독자가 아니라면 누구든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자면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과연 이런 목수들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런 공방의 최대 수요 계층으로 묘사되는, "자신의 집에 어울리는 독특한 디자인의 가구"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목수들에게 의뢰를 계속할까요? 3D 프린터가 대세가 되어 원하는 조형물을 저렴하게 뽑아내는 시대가 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텐데 말이지요. 3D 프린터 대비 유리한 점은 나무를 깎고 다듬는 기술 뿐인데, 재료 차이를 제외하면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이라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더 저렴한 쪽을 선택할 것입니다. 소개된 목수들의 작품들을 보아도 가장 단순한 스툴이 4만 엔 이상 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고요. "장인"으로 대접받는 정말 일부를 제외하면 결국 도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제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