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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3

이야기꾼 여자들 - 기타무라 가오루 / 정유리 : 별점 2.5점

이야기꾼 여자들 - 6점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유리 옮김/북하우스


<하늘을 달리는 말>로 유명한 기타무라 가오루의 단편집.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작품은 이 작품 외에 <시미가의 붕괴> 뿐으로 유명세에 비하면 이상할 정도로 소개가 안된 작가입니다.

이 단편집에는 모두 1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부유한 한량이 여러 여자들에게서 특이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해 주는 여자와 계절만 바뀔 뿐 동일한 형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액자식 구성의 연작 단편이라 할 수 있는데 구성은 <천일야화>가, 내용은 모리 히로시의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가 떠오르더군요.

서늘한 느낌, 기묘한 맛 류의 전형적인 환상 문학 이야기들 중심으로 여운을 남기는 잔잔한 추억담,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사실 추리적인 요소를 기대했었는데 추리적 속성은 전무해서 조금 아쉽더군요. 그래도 환상 문학 쪽 장르물은 마음에 들었으며, 무엇보다도 환상 문학 단편에 작가 특유의 일상계스러운 분위기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확실히 독특한 느낌을 전해주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초록 벌레>
초록색 벌레가 입에 들어왔는데 그 이후 아이를 낳았다는 내용. 반전의 맛이 잘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내가 아니야>
너무나 바쁜 아내를 복제한 마네킹을 사랑하게 된 남편의 이야기. 흔히 있는 설정이기는 한데 (예를 들면 이런거요) 잔잔한 전개와 마지막 여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 작품집을 샀는데 알고 있던 메로스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실려있더라는 내용. 작품의 메로스는 친구를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환상 문학이라는 소재가 일상계와 결합한 좋은 결과물이라 생각되네요.

<걸을 수 있는 낙타>
중동 지역 어느 도시에 여행을 갔다가 산 기념품인 "유리병 그림" 속 낙타가 움직이더라는 이야기. 약간 스멀스멀한 느낌이 괜찮았습니다.

<어둠의 통조림>
여섯명의 친한 주부가 모여 라벨을 벗긴 통조림을 추첨하는 행사를 갖는데 통조림이 일곱개가 등장했다는 이야기. 괴통조림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맛은 제법 괜찮았다는 결말로 <환상특급> 느낌이 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선물>
아,이,우,에...로 이어지는 선물을 해 주는 남자 동료에 대한 이야기. "에가오"의 선물은 지하철에 있는 마크에 그린 웃는 얼굴 (스마일 마크) 이라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인데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전개가 좋았습니다.

<바다 위의 보사노바>
장거리 페리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무례하고 매너없는 손님들 앞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비결이 무엇인지에 대한 작품. 작품 자체는 그냥 그런데 이 비결만큼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괜찮았어요. 음악은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의 귀에도 들리기 때문, 즉 공기와 같은 것으로 들을 생각이 없어도 공존하고 공유한다고 생각하고 노래를 한다고 하네요.

<마술>
마음에 들었던 남자들이 모두 마술도구인 "P"가 그려진 상자를 꺼내더라는 일상 속 기묘한 이야기. 결말이 조금 난데없어서 아쉽기는 하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ambarvalia>
자기와 똑같은 취향의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되자, 자신이 결혼해야 할 남자가 그 남자였다는 것을 깨닫고 그 남자의 애독서를 바꿔치기하여 혼자 즐긴다는 내용입니다. 일상계 불륜물이랄까요? 여튼 기묘한 사고방식이 꽤 괜찮았어요.

<스이코(水虎)>
제목의 스이코는 갓파를 뜻하며, 이야기꾼 여자의 회사 동료가 갓파의 후예라는 내용인데 만화 등에서 흔하게 보아온 설정을 일상계스럽게 전개한 것이 독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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