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여자들 -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유리 옮김/북하우스 |
"하늘을 나는 말"로 유명한 기타무라 가오루의 단편집. 모두 1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작품은 이 작품 외에 "시미가의 붕괴"뿐으로, 유명세에 비하면 이상할 정도로 소개가 안되네요.
이야기를 해 주는 여자와 계절만 바뀔 뿐, 부유한 한량이 여러 여자들에게서 특이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동일한 형식을 지니고 있는게 특징입니다. 액자식 구성의 연작 단편이라 할 수 있는데 구성은 "천일야화"가, 내용은 모리 히로시의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가 떠오르더군요.
담고 있는 장르의 폭도 넓습니다. 서늘한 느낌, 기묘한 맛 류의 전형적인 환상 문학 이야기들 중심으로 여운을 남기는 잔잔한 추억담,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추리적 속성은 전무합니다.
그래도 환상 문학 쪽 장르물은 마음에 들었으며, 무엇보다도 환상 문학 단편에 작가 특유의 일상계스러운 분위기가 결합되어 있어 독특한 느낌을 전해주는건 좋았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간단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초록 벌레"
초록색 벌레가 입에 들어왔는데 그 이후 아이를 낳았다는 내용. 반전의 맛이 잘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내가 아니야"
너무나 바쁜 아내를 복제한 마네킹을 사랑하게 된 남편의 이야기. 흔히 있는 설정이지만 잔잔한 전개와 마지막 여자의 말은 기억에 남습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 작품집을 샀는데, 알고 있던 메로스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실려있더라는 내용입니다. 작품의 메로스는 친구를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었다는군요. 환상 문학이 일상계와 결합한 좋은 결과물이라 생각되네요.
"걸을 수 있는 낙타"
중동 지역 어느 도시에 여행을 갔다가 산 기념품인 "유리병 그림" 속 낙타가 움직이더라는 이야기. 약간 스멀스멀한 느낌이 괜찮았습니다.
"어둠의 통조림"
여섯 명의 친한 주부가 모여 라벨을 벗긴 통조림을 추첨하는 행사를 갖는데 통조림이 일곱 개가 등장했다는 이야기. 괴통조림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맛은 제법 괜찮았다는 결말은 "환상특급" 느낌이 났습니다.
"선물"
아, 이, 우, 에...로 이어지는 선물을 해 주는 남자 동료에 대한 이야기. "에가오"의 선물은 지하철에 있는 마크에 그려진 웃는 얼굴(스마일 마크)이라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로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전개가 좋았습니다.
"바다 위의 보사노바"
장거리 페리 가수가 무례하고 매너없는 손님들 앞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비결을 그린 작품. 내용은 그냥 그런데, 비결만큼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음악은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의 귀에도 들리기 때문, 즉 공기와 같은 것으로 들을 생각이 없어도 공존하고 공유한다고 생각하고 노래를 한다고 하네요.
"마술"
마음에 들었던 남자들이 모두 마술도구인 "P"가 그려진 상자를 꺼내더라는 일상 속 기묘한 이야기. 결말이 조금 난데없어서 아쉽기는 하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ambarvalia"
자기와 똑같은 취향의 친구가 결혼을 하자, 자신이 결혼해야 할 남자가 그 남자였다는 것을 깨닫고 그 남자의 애독서를 바꿔치기하여 혼자 즐긴다는 내용입니다. 일상계 불륜물이랄까요? 여튼 기묘한 사고방식이 꽤 괜찮았어요.
"스이코(水虎)"
제목의 스이코는 갓파를 뜻합니다. 이야기꾼 여자의 회사 동료가 갓파의 후예라는 내용인데 만화 등에서 흔하게 보아온 설정을 일상계스럽게 전개한 것이 독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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