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우리 문화 - 이이화 지음/김영사 |
백과사전처럼, 여러 문화사적 주제를 다루며 그 역사와 유래를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특정한 주제나 엄선된 항목보다는 저자가 생각나는 대로,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을 소개한 느낌이었어요. 이런 류의 만물박사형, '읽을 수 있는 사전' 스타일의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사전, 시대를 엮다"에 나오는 메이지 시대 일본 백과사전(화한삼재도회)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처음 알게 된 내용이나 생각지도 못한 주제들도 꽤 있어서 기억에 남는 항목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동학: 평등을 중요시. 양반·상놈, 적자·서자 구분을 없애고 모두를 "접장"이라 부름. 1914년 러시아 혁명 이후 "동무"라는 표현이 평등 호칭의 예로 알려졌지만, 동학은 그보다 20년 앞섰음.
사대부집 여인의 태교: 일곱 가지. 음식을 고르게 썰어 먹고, 자리는 가운데에 앉고, 무거운 짐을 들지 않으며, 험한 길을 피하고, 위태로운 냇물을 건너지 않으며, 높은 마루에 오르지 않고, 부정한 말을 하지 않음.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을 걸고, 사내아이는 붉은 고추, 계집아이는 푸른 솔잎을 함께 꿰어 구분. 부정한 기운을 막기 위해 상중이거나 생리 중인 여성은 출입을 삼감.
소주의 유래: 고려 중기 원나라 군이 장기 주둔하면서 가져온 증류 기술이 안동에 전해져 전통 소주가 만들어졌다고 함.
북촌: 안동 김씨, 풍양 조씨, 여흥 민씨 등 명문가들이 북촌에 거주. 몰락한 양반들은 남산 밑에 모여 살았음. 북촌 골목은 대문 앞 말 탄 벼슬아치들이 지나기 위해 일부러 꼬불꼬불하게 만들었으며, 말이 지나갈 땐 하인이 "물럿거라" 외쳐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피맛골이 생김.
신라의 종이: 중국에서도 명품으로 인정받음. 하얗고 반질반질해 "백추기"라 불렸고, 주로 절에서 제작. 이 전통은 조선까지 이어져, 종이와 관련 기술은 거의 절에서 전수됨. 한지로 여성 생리대도 만들었음.
다만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개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짜장면이나 고무신, 전차 도입 등은 다른 사료에서 더 자세히 다뤄졌던 내용이라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주제를 소개하는 방식이 매력이라지만, 너무 산만하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또한 이 책에 나온 정보들이 확정된 사실인지, 하나의 설에 불과한 것인지 애매한 것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윷놀이의 유래"입니다. 이 책에서는 부여의 행정구역인 "사출도"에서 비롯됐다고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상징사전에 따르면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고 하니까요.
그래도 읽는 재미는 있고, 도판도 충실한 편이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깊이 있는 정보는 다른 책에서 보충하면 되고, 이 책은 우리 문화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학생이나 청소년들에게 특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