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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3

히틀러의 성공시대 1,2 - 김태권 : 별점 3점

히틀러의 성공시대 1 - 6점
김태권 글.그림/한겨레출판
히틀러의 성공시대 2 - 6점
김태권 글.그림/한겨레출판

거의 1주간 격조했습니다. 연휴동안 블로그는 하지를 못해서요. 다들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이번에 소개드릴 책은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나가는 역사만화로 유명한 김태권씨의 작품입니다. 연휴 기간동안 형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히틀러의 성공시대, 그 중에서도 정치인 히틀러가 정권을 손에 넣기까지의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즉 1928년 총선에서 특표율은 고작 2.6%에 그치는 미미한 존재였던 나치당이 1930년 총선에서는 18.2%의 득표율로 제 2당으로 올라서고, 1932년에는 37.4%를 얻어 마침내 제 1당으로 올라선 뒤 마침내 1933년 히틀러가 독일 총리가 될 때까지죠.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특징으로 히틀러를 비롯한 대권 경쟁자 8인과 괴벨스 등 나치당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펼쳐지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일종의 군웅극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통적인 군웅극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등장인물 중 영웅은 한명도 없고 거의 모두가 무능력하고 꼼수에만 능한, 자기 자신이 정권을 잡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이기주의자들이라 블랙코미디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예를 들자면 굉장히 짧은 시간 어떻게 히틀러가 독일을 장악했는지 같은 것이겠죠.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래도 히틀러가 뭔가 약간이나마 능력이 있었겠구나 싶었었는데 전혀 아니라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정권을 손에 넣은 우익 세력들의 정권유지용 장기알로 쓰여지는 상황에서 얄팍한 책략에 운이 더해져 성공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히틀러 본인은 별다른 능력도 없는, 장황한 연설 능력과 상식을 넘어서는 무식함밖에는 없는 일종의 껍데기 캐릭터일 뿐이었습니다. 뭐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죠. 당시 극우세력이 필요했던 것은 기관총 소리에도 꼼짝않을 용자였다니... 머리가 좋을 필요는 없다. 정치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업이니까. (극우논객 에카르트.1919) 그나마 개중 똑똑했던 것은 무능한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대공황이라는 난세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재선시키고 히틀러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었던 브뤼닝 총리로 보이는데 슐라이허에 의해 실각하게 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여튼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코믹하게) 활약하는 군웅극스러운 내용을 쉽게 읽을 수 있게 전달하는 작가의 능력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방대하고 치밀한 자료조사를 통한 다양한 정보들과 화보, 도판도 볼거리였고요.

무엇보다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황당한 당시 독일 - 바이마르 공화국의 상황이 지금의 대한민국과 기묘하게 겹쳐지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정치권의 편가르기, 무능력하고 아무런 소신없이 권력에만 혈안이 되어 캐릭터로만 승부하는 정치인들, 인터넷을 통해 커지는 극단적인 사고방식들 모두가 그러하거든요. 특정 사회나 인물 (유대인과 공산당) 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조장하는 것이 파시스트들의 정치적 책략이라는 것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겠죠. 지금의 대한민국이 한쪽 세력에 몰려 균형을 잃을 정도로 정보가 통제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조금 위안이기는 합니다만.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김태권씨의 작화는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뿐더러 특유의 유머감각 역시도 그닥이라 "만화"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습니다. 차라리 만화가 아니라 정적인 그림 해설서같이 꾸몄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여백이 너무 많아 낭비가 심해보였는데 편집의 묘를 발휘해서 책의 두께와 분량을 조금 줄여주는 노력 역시도 아쉬웠고 말이죠. 아무래도 가격 부담이 좀 있는지라....
* 그리고 덧글 등으로 확인해보니 편향된 시각으로 작성된 컨텐츠임에도 분명해보입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겠죠.

그래도 저에게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유권자시라면 한번 읽어보신 뒤 어떻게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과거의 역사가 현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 실감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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