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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5

먹는 존재 - 들개이빨 : 별점 2점

먹는 존재 1 - 4점
들개이빨 지음/애니북스

처음 시작은 전문가들이 등장하여 겨루는 배틀물의 하나로, 일종의 틈새시장이었던 요리 만화. 수십 년이 흐르는 사이 어느새 요리는 하나의 소재일 뿐, 요리를 즐기는 일상 속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형태로 변해갔죠. 그러면서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구루메 (미식가) 만화 버블 시대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만화 장르에서 일상툰이라는 형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라, 다양한 일상 속 요리만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팬이라고 이미 말씀드렸던 "오무라이스 잼잼"을 비롯해 "코알랄라", "수상한 그녀의 밥상" 등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죠. 이 작품도 그러한 흐름의 하나로, 요즘 시장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료 결제까지 하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평이 괜찮아 염두에 두고 있다가 설 연휴를 대비하기 위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위에서는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일상 속 이야기와 요리가 결합된 만화도 세 가지 분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상 속 드라마가 중심인 작품입니다. 요리는 그저 분위기 환기를 위한 도구일 뿐이며, 커피나 술, 책, 음악이어도 상관없을 작품들이죠. "심야식당"이 대표적입니다.
두 번째는 일상 속에서 맛보는 요리에 대한 소개가 중심인 작품. "고독한 미식가"가 그 예입니다.
세 번째는 음식에 대한 정보나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이 핵심인 작품으로, "아빠는 요리사", "술 한잔 인생 한입" 같은 경우죠.
이 작품은 이 중에서 첫 번째 분류, 즉 일상 속 드라마에 해당합니다. 주인공 유양이 못된 상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뒤떨어진 기획을 하는 회사에서도 쫓겨난 뒤, 한 추남 박병을 만나 사귀게 되는 등 파란만장한 청춘의 기록에 이런저런 음식들이 소소하게 얽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위에 소개했던 다른 작품들은 대부분 즐겁고 행복한 일상 이야기인데 비해, 이 작품은 불편하고 찜찜합니다. 주인공 유양이 필요 이상으로 거친 성격의 사회부적응자인 탓이 큽니다. 작가가 실제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에요. 
여기서 비롯되는 그녀의 돌출행동과 이를 야기하는 주변 인물들의 사고방식도 시대에 뒤떨어졌습니다. 어린 시절 치기 정도로 볼 수 없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너무 가득하거든요. 직장생활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인물이 혼자 창작을 하겠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없고요. 작화 또한 인디만화 스타일의 연필 드로잉으로, 카이지를 연상케하는데 솔직히 불편함이 더 컸습니다.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읽는 맛 자체는 괜찮습니다. 희극이나 비극이나 결국 방향은 하나라는 식으로, 애인도 생기고 절친도 생기고 원수와도 친구가 되는 등 유양이 어떤 식으로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또한 요소요소에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장면도 많습니다. 메밀국수의 표현 장면이 대표적이죠. “배고픔이란 질 낮은 양아치다”, “발기부전 영감 같은 처량한 맛”, “빵집에서 비싼 빵을 사는 자신을 자책하며, 미녀에게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졸부 3세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식의 명대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묘사는 많지 않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친구가 "훠궈"로 하나가 된다는 등의 이야기는 좋았어요. “초코파이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라는 방식을 유행시킨 공로는 인정할 만하고요.

하지만 스토리 라인이 기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기대했던 “일상계 요리-음식 만화”와는 거리가 멀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단행본 가격도 비싸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확인해보니 레진코믹스에서도 연재분을 무료로 모두 감상할 수 있어, 굳이 이 책을 돈 주고 샀던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완결편까지 모두 본 이상, 따로 책을 구입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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