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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4

술 한잔 인생 한입 5권 - 라즈웰 호소키 / 이재경 : 별점 3점

술 한잔 인생 한입 5 - 6점
라즈웰 호소키 지음, 이재경 옮김/에이케이(AK)

"술 한잔 인생 한입 - 酒のほそ道 1~27 (미완)"

일전 원서로 27권까지 읽은 작품인데, 파워블로거 채다인님의 블로그에서 개최했던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한국 출간본을 증정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판으로 읽으니 원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가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만화야 짧고 간단한 이야기인 만큼 저의 형편없는 일본어 실력으로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능했으나, 만화 사이사이에 수록된 작가의 짧은 수필이나 단상, 그리고 부록 같은 레시피들은 깊게 들여다보기 어려웠던 부분인데, 한국어판은 그러한 점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해주거든요. 소다츠의 하이쿠의 충실한 번역도 아주 좋았고요.

또 5권은 한국을 방문하는 소다츠의 이야기가 그려졌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뭐 그런 기분이에요. 한국 방문에 대해 작가가 쓴 취재 여행기도 아주 재미있었고 말이죠.

만화적인 재미, 나름 여러 가지 술 문화에 대한 정보 전달적인 측면 모두 합격점을 줄 만한 좋은 만화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요리 하나로 사랑이 이루어지고, 분쟁이 해결되며, 맛을 보다가 눈을 감으면 삼라만상이 펼쳐진다는 등의 허황된 요리 만화에 염증을 느끼시는 모든 분들, 그중에서도 술꾼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2022/01/22

혼밥 자작 감행 - 쇼지 사다오 / 정영희 : 별점 3점

혼밥 자작 감행 - 6점
쇼지 사다오 지음, 정영희 옮김/시공사

일본의 만화가겸 에세이스트 쇼지 사다오의 먹부림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아주 오래전,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에서 넌센스 만화의 제왕으로 접했던 작가지요. "만화의 시간"도 구입한지 20년을 훌쩍 넘어가는데, 이 리뷰를 쓰기 위해 조금 찾아보니 중고가가 어마무시하게 형성되어 있더군요. 살짝 기뻤습니다.

하여튼, 별 기대없이 심심풀이로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었습니다. '일상 속 소소한 혼술과 혼밥에서 맛있게 먹기 위한 자기만의 디테일과 원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제가 사랑하는 먹부림 만화 "술 한잔 인생 한입"과 추구하는 바가 일치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와마 소다츠가 에세이를 쓴다면, 딱 이런 글들을 쓸 거라 확신이 들 정도에요. 설견주는 우아와 숭고의 세계이므로, '하아~ 쓰읍~' 하면서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없고 부산스럽게 고기를 구울 수도 없다던거나, 요시노야에서 아침을 먹게 되면 단연코 낫토 정식이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술 한잔 인생 한입"에 그대로 등장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작가 스스로 애정하는 먹거리에 대해서는 고민과 연구를 거쳐 자신만의 레시피를 정립하는 모습도 이와마 소다츠스러웠는데, 200억엔 짜리 레시피라는 '정어리 통조림 덮밥'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립한, 최고의 레시피라는데 잠깐 소개해드리자면, 먼저 정어리 통조림 뚜껑을 따고, 그 째로 가스 불 위에 올려 데웁니다. 덮밥용 그릇에 뜨거운 밥을 풀고 그 위에 삶은 계란 흰자를 잘게 다져 5mm 두께로 덮고요. 잘게 다진 양파도 같은 식으로 덮은 뒤, 뜨거워진 정어리 캔을 뒤집어 밥 위에 덮습니다. 마지막으로 줄기를 제거한 무순과 잘게 썬 우메보시를 뿌리면 완성이라는데 한 번 따라 해 보고 싶어지네요. 우메보시는 없으니 대신 레몬을 뿌리면 되겠지요? 참치 통조림으로 해도 괜찮을 듯 싶어요. 이외에 버터 간장밥이나 계란프라이 덮밥에 대한 작가만의 레시피라던가 기존에 존재하지만 따라해봄직했던 무채 된장국, 두부 한 모 통째로 덮밥 레시피도 눈여겨 볼 만 했습니다. 이런 요리를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파고든다는 점이 이 에세이의 매력 포인트인 거지요.

라멘집 사장을 관찰하거나, 카레 국물 부족에 대해 논하는 에세이들도 인상적이었어요. 돈가스 카레를 먹는 올바른 방법에 대한 꽤나 긴 분량의 고찰도 그러하고요. 이런 소재를 이렇게까지 재미나게 풀어낼 수 있다는게 신기했기 때문입니다. '고기 망치와 스테이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샬라핀 스테이크'라는 나름 전문성 있는 지식을 풀어놓는 의외의 모습도 볼거리였고요. "오니기리는 속 재료 주변을 밥이 감싸고 있어서 첫 입은 맨밥일 경우가 많아서 정말 싫다"는 글처럼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글도 좋았고, 직접 그려낸 일러스트들도 책에 잘 어울렸습니다. 아래의 돈가스 카레의 종류에 대해 그려낸 그림처럼, 내용에도 딱 들어맞고 이해하기도 쉬운 일러스트들이었거든요.

물론 자신의 주장을 절대 옳다고 우기며 절대로 고치지 않으려는 사고방식은 꼰대스럽기는 합니다. 내 주장이 절대 옳고, 다른 의견은 듣지 않겠다!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 탓입니다. 또 사회적인 관계를 아예 드러내지 않는 것도 억지스러웠고요. 이 정도 경력, 나이가 있는 작가가 혼밥, 혼술과 자작을 추구한다는게 쉬이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류의 먹부림 에세이 중에서는 재미, 가치 모두 좋았습니다. 자신만의 고집은 "맛의 달인" 원작자 카리야 테츠, 이자카야 술안주 류가 대부분인 소재와 유머스러운 분위기는 "고독한 미식가" 등의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를 떠오르게도 하는데, 양 쪽의 장점만 잘 합쳐서 재미나게 구성한 덕분입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왜 "술 한잔 인생 한입"처럼 만화로 그리지 않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고전 4컷만화스러운 그림체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 내용이었다면 꽤 잘 어울렸을거라 생각되는데 말이지요. 저자도 지금은 만화가보다는 에세이스트로 인지되는 경향이 큰 것 같기는 합니다만...

2016/03/16

"술 한잔 인생 한입" e-book 1~25

"술 한잔 인생 한입" e-book 전권을 구입했습니다.

일상계 술꾼 이와마 소다츠의 음주 인생을 다룬 생활 식도락 음주 만화인데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심심할 때마다 들춰보는 편이라 과감하게 구입했네요. 태블릿으로 보는데 구입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은 27권까지 출간되었는데 e-book으로는 25권 이후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K 출판사의 조속한 대응을 약소하지만, 촉구드립니다.

2016/03/26

술 한잔 인생 한입 26 e-book 출간

"술 한잔 인생 한입" e-book 1~25

얼마 전 위의 글을 올렸는데, 올리자마자 e-book으로 26권이 출간되었네요. 종이책이 출간되고 3개월 만에! 반가운 마음에 바로 구입하였습니다. 당연히 재미있게 읽었고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AK 관계자님께서 혹시 제 블로그 글을 읽으신다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27권도 늦기 전에 꼭 출간해 주시길.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2020/01/30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3)

애정하는 작품인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작가 라즈웰 호소키가 온갖 초밥을 연구하며, 심지어 직접 초밥을 쥐기까지 하는 과정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입니다.

음식, 특히 초밥 및 각종 관련 정보를 재미와 함께 잘 제공해 주는게 좋습니다. 나무젓가락이 무려 네 등급이 존재한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또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직접 실험하고 경험한 내용이 많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편의점 초밥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여러가지 실험해보거나, 초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차와 함께 먹거나, 초밥의 간을 여러가지로 만들어 먹어 본다던가, 맥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시를 만들어 본다던가(심지어 그 중 하나는 소시지 스시!) 하는 식으로요. 이 과정에서 터득한 레시피 제공도 아주 좋습니다. 스키야바시 지로의 메인 셰프인 지로 씨의 스시를 먹은 경험담 등도 값지고요.

그러나 단점도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1권과 2권은 1/3 가량이, 3권은 2/3 이상이 전혀 다른 만화로 채워져 있다는 점입니다. 1권은 작가가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음식을 먹었던 일상계 여행 에세이 만화가, 2권은 약간 소심한 식도락가 샐러리맨 에비코지 아지마로가 등장하는 "내 멋대로 1성 식당"과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스핀오프 같은 "소라의 술", 3권은 목욕이 취미인 공무원 센타로의 목욕 생활을 다룬 "속세 목욕"이 각각 수록되어 있거든요. 이 만화들이 재미가 없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분량을 차지해가면서 수록한건 반칙같이 느껴져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요. "라스시"만으로는 두 권 분량으로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이 단점에 비하면 모든 음식들에 대해서 작가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었으며, 한글화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는 사소할 뿐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고화질] 미식탐정 란포 2권 (완결) - 6점
Kusumoto Tetsu/미디어팜

'식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탐정 우타가와 란포가 의뢰받은 조사 대상이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의뢰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브리아 샤바랭을 탐정화한 아이디어지요.

억지도 있지만, 정말로 먹는 걸로 의뢰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예측하는게 나름 설득력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같이 소금구이를 좋아하는 그녀의 진심이 알고싶다는 의뢰를 받고, 미행을 통해 사실은 그녀가 양념 구이도 좋아하는 사실을 밝혀내어 그녀의 마음을 알게된다는 식으로요. 또 주인공 란포의 식도락 철학과 각종 요리 관련 설명 및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패턴이 단순하며, 조사 대상이 란포가 있는 음식점에 찾아올 정도로 너무 일(미행, 탐문 조사 등)이 쉽게 풀리는 전개 탓에 드라마가 별 볼일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아울러 요새 트렌드와 맞지 않는 작화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혼술 땡기는 날 - 4점
다케노우치 히토미 지음, 김진희 옮김/애니북스

집순이 히토미가 이런저런 술을 즐기는 이야기. 기본적으로 집에서 먹더라도 룸메이트가 있을 뿐더러, 여럿이서 같이 마시는 경우도 많아서 '혼술' 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집술'이라고 하는게 훨씬 맞는 표현일텐데 말이죠. 혼술 유행에 편승하려 한 느낌이에요.

그래도 내용은 나쁘지 않습니다. 맛있는 술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먹는게 전부인데 종류도 여러가지이고, 다 맛있어 보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레시피들도 대충대충이지만 실려있어서 이해를 돕고요. 

그러나 너무 대충 그린 작화는 문제입니다. 술과 요리까지도 성의없어 보이는 스타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건 음식, 요리만화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만 받쳐주었더라도 평균 이상은 되었을텐데 아쉽습니다.

2020/07/16

어른의 맛 - 히라마쓰 요코 / 조찬희 : 별점 3점

어른의 맛 - 6점
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바다출판사

푸드 저널리스트 히라마쓰 요코의 에세이집으로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다츠가 자신의 식도락 생활을 하이쿠가 아니라 일반 수필, 산문 형태로 써 내려간다면 이런 글이 되지 않을까 싶은 글들이 가득합니다. 

은근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도 돋보입니다. 특히 "혼자의 맛"은 작가가 리얼 소다츠라는걸 증명하는 글이에요. 자신만의 음식 조합이라던가, 서서 마시는 선술집에서 어른스럽게 술을 마시는 방법, 혼자서 이자카야를 즐기는 법이 실려있는데 각 방법들 모두가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에피소드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술집에서의 일화나 음식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는 글들도 소다츠가 바로 떠오르고요.

그러나 단순한 술꾼, 먹보 미식가의 글만도 아닙니다. 깊은 연륜과 경험이 묻어나는 글들도 인상적입니다. "눈물나는 맛"이라는 제목의 글 구성이 특히나 마음에 듭니다. 글은 와사비 초밥과 고추가 들어간 김치 등 매운 요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다츠가 먹음직한 아귀 간, 가라스미, 슈토 등 다양한 진미를 열거하며 어른이 되어 알고 먹게 된 맛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이어나가지요. 그 뒤는 어른이 되고 나서 알게된 여러가지 맛이 소개됩니다. 찜통에 찐 무화과에 참깨 소스를 얹은 일품 요리와 같은 대표적인 예가 등장하는건 물론이고요. 또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을 다시 맛볼 때 재회의 기쁨도 크다며 곶감, 톳 등의 맛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글의 마무리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어렸을 때 먹었던 엄마의 맛입니다. 어른이 조용히 흐느끼게 되는 맛은 바로 그 맛인거지요. 음식에 대한 맛있는 묘사에 살짝의 감동까지 곁들여진 좋은 글이라 생각됩니다.

"깊은 산의 맛"에서 료칸 우쓰오장의 음식을 소개하는 글도 대단합니다. 사진 한 장 없지만, 음식의 형태와 맛이 떠오를 정도로 잘 묘사한 글이기 때문이에요. 산촌의 맛을 표현하면서 '오독오독, 꾹, 섬벅, 바삭, 아삭아삭, 담백, 미끈미끈, 혹은 어떤 것은 쌉싸래하고 어떤 것은 은은히 달고 끈끈하고 아리다.'라고 설명하는 문장처럼요. 이 정도 글 솜씨면 오히려 사진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대단하지는 않아도 따라해보고 싶은 레시피도 실려 있습니다. 시금치를 데쳐서 서벅서벅 잘라 물기를 쫙 빼고 으깬 두부와 함께 무친 일종의 나물이 그러합니다. 간은 올리브오일과 소금, 간 후추가 전부라는데 쉽게 따라해 볼 만 하지요. 맛도 좋을 듯 싶고요.
해삼 손질법은 집에서 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억하면 좋겠더군요. 일본 전통 해삼 손질 방법인 '자부리'에 대한 소개인데, 뜨겁게 끓인 녹차에 채썬 해삼을 넣고 재빠르게 휘저어 살짝 데친 뒤 채반에 받치면 됩니다. 녹차 온도는 보통 80도 정도이고요. 이 뒤 유자 식초에 담가 손님에게 내면 됩니다. 이렇게 데치면 오독한 식감이 경쾌해지고 녹차가 해삼 특유의 알싸한 맛을 누그러뜨려 좋다는군요.

간간히 언급되는 음식 관련 정보도 볼만합니다. '로산진의 낫토 먹는 법'은 처음 알았네요. 일단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상태에서 305번, 그 다음 간장 넣고 119번, 이렇게 총 424번을 섞으면 낫토가 가장 맛있다는 설인데 솔직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저자가 여러 낫토로 실험해 본 결과로는 횟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답니다. 어떤 낫토냐가 더 중요한 거지요.
물의 경도에 따라 다른 맛이 나는 이유를 고찰한 "물의 맛"도 흥미롭습니다. 연수는 수용성 성분을 잘 유출하고, 경수는 미네랄 성분이 많아서 가교 결합이 이루어져 소재를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에 연수는 일본 요리에, 경수는 유럽 요리에 어울린다고 하네요. 유럽에 스튜나 스톡이 많은 이유입니다. 경수라서 미네랄 성분이 소재와 더욱 잘 결합해서 진한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지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재미도 있으며, 음미할만한 글이 많은 좋은 에세이였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크고요. 저도 이런 글을 쓰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11/05/29

술 한잔 인생 한입 - 酒のほそ道 1~27 (미완) - ラズウェル細木 : 별점 2.5점

제목을 번역하자면 "술의 좁은 길"! 

평범한 샐러리맨인 주인공 岩間宗達 (이하 종달이)를 중심으로 술과 안주, 술집과 기타 술을 먹는데 관련된 모든 상황에 집중하여 한편당 4 ~6 페이지 정도로 짤막하게 전개되는 본격 "음주 만화" 입니다.

다른 음식 - 미식 만화와 다른 점은 종달이가 하이쿠를 좋아하고 에도 문화를 좋아하는 긍지있는 呑兵衛(술꾼)을 자처하는 덕에, 술과 안주, 요리 이외의 다른 음주 문화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긴 술과 안주, 제철음식은 다른 만화에서 워낙 많이 다루기도 했으니 특별한게 없기도 할 테고요. 

음주문화에 대한 에피소드는 정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술잔이나 술을 데우는 방법, 안주를 먹는 방법 같은 기본적인 것은 물론이고 술집 의자를 6종으로 분류하여 논한다던가, 술집 간판(노렌)의 소재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던가, 술집 안의 화장실의 위치, 비어홀과 비어가든의 차이, 술을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등 정말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술먹는데 있어 운치를 다루는 에피소드도 좋습니다. 도심 건물 속에 위치한 술집에서의 "달구경 술"에 대한 에피소드가 대표적입니다. 고층 건물들 사이라 보름달을 볼 수 있는건 술집 앞마당에서 고층 건물 - 건물 사이의 작은 공간을 보름달이 스쳐지나가는 몇 분 동안 뿐이라는 이야기인데, 도심 속 술꾼들의 운치가 정말 제대로 느껴졌거든요. 

또 종달이가 워낙 평범하고 가난한 샐러리맨인지라 그닥 비싸거나 특별한 요리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직접 해 먹는 요리들도 정말 간단해서 설득력있었고 말이죠. 무엇보다도 종달이가 술꾼으로 자신만의 철학이 있는, 잘난척 좋아하는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그 철학과 잘난척이 딱히 성공하거나 우월하게 묘사되지 않는게 아주 좋았습니다. 미식 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자신의 미각이나 지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눌러버리는 괴물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술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인 셈이지요. 그래서 굉장히 친근했어요.

연재가 장기화되면서 동어반복적인 에피소드가 많아진다는건 감점요소이고, 제법 많은 지방과 해외 별미 음식을 다루는 에피소드들은 다른 뻔한 요리 만화스러워서 별로였습니다. 한편당 분량이 워낙 짧아서 단행본에는 다양하게 취재한 자료들, 각종 정보들을 함께 실어놓았는데, 그 탓에 온전한 만화책이라기 보다는 약간은 정보지같은 성격을 띄는 것도 만화의 팬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내용이 많은 만큼 정식 출판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 라즈웰 호소키의 작화 역시 구성적으로 완벽한 편안하고 따뜻한 그림체로 음식과 안주의 묘사도 뛰어나거든요. 음식 - 요리 - 술 만화에 관심 있으시다면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2022/02/11

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 - 쿠스미 마사유키 / 박정임 : 별점 3점

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 - 6점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박정임 옮김/살림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가로 잘 알려진 쿠스미 마사유키의 먹부림 에세이 모음집입니다. 

총 3부 구성인데, 가장 비중이 높은 1부는 혼자서 혼술을 마실 때, 어떤 안주를 직접 만들어 어떤 술과 함께 먹는지에 대해 쓴 글들입니다. 2부는 혼자서 술집에 갈 때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고요. 3부는 술을 다 먹고 마무리로 어떤걸 먹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술과 안주를 사랑하는 작가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로 술과 안주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이채로왔습니다. 저자의 다른 에세이에서는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술과 안주를 사랑하고, 먹거리에 대한 특별한 고집과 집착을 보이는 모습을 접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술잔이라던가, 차림상의 구성을 꼬치꼬치 따지는 모습은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이와마 소다츠와 별다를게 없어 보였고요. 얼마 전에 읽었던 "혼밥 자작 감행"의 쇼지 사다오도 그러했는데, 혼술하는 아저씨의 전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먹는 방법에 대해 여러가지 '전략, 전술'을 고려해서 안배한다는, "음식의 군사"가 떠오르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돈가스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돈가스를 소금, 간장, 소스 순서로 찍어 먹는다던가, 마지막 두 조각을 미리 소스를 뿌려 절여두었다가 밥이랑 함께 먹는다는 등의 이야기는 "음식의 군사" 속 돈가스 에피소드와 거의 똑같았으니까요. 오뎅을 접시에 담을 때 색감을 고려해서 담는다는 등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쥬쿠 카페 베르크의 커피 역시 "음식의 군사"에서도 소개되었었지요,

그러나 돈가스 정식을 일종의 '코스 요리'라고 생각한다는건 기발한 발상이었습니다. 육류에 전채 (야채절임), 샐러드 (양배추), 수프 (미소시루), 푸짐한 채소 요리 (밥)이 곁들여 나오기 때문이라는데, 아 정말 생각도 못했네요. 이왕 코스 요리니 주문할거면 값은 비싸도 히레가스 정식을 주문하자라던가, 맥주를 시킬 때 "이집 맥주는 어디 건가?"하고 브랜드를 물어보면 와인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에 이르르면, 이런걸 만화로 선보였다면 아주 좋았을텐데 좀 아쉽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음식의 군사" 속 돈가스 요리 에피소드보다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후지코 후지오의 "만화의 길" 속 추다와 멘치빵을 재현해 먹는 에피소드는 과연 만화가구나! 싶어서 기억에 남고요. 저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라 더 기억에 남은 것 같네요. 참고로 원작 속 '츄다' 레시피는 소주 3, 사이드 7의 비율입니다. 멘치빵은 아래와 같고요.

기요켄의 슈마이 도시락에 대한 글은 저자의 데뷰작 "스키야키"가 떠올라서 반가왔습니다.

혼자 안주를 만드는 이야기 속 레시피도 짤막하지만 충분히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건 가다랑어 안주입니다. 조금 얇게 썬 가다랑어를 준비하고, 그 위에 대파를 잘게 다져서 듬뿍 올립니다. 다음은 양하도 잘게 다지고, 차조기나 깻잎 한 장도 채썰어 올립니다. 마지막이 비법이라 할 수 있는데 마늘 대신 편을 썬 마늘장아찌를 올리는겁니다. 생마늘은 맵고, 간 마늘은 느낌이 약하기 때문이랍니다. 이걸 레몬즙을 섞은 간장에 찍어먹는다는데, 반주로 니혼슈, 조금 비싼 사케가 제격이라네요. 가다랑어 회는 구하기 힘들겠지만 방어회로 다음에 도전해 볼까 합니다. 방어회는 먹다보면 물려서 남기기 십상이니까요. 

다른 먹부림 콘텐츠에서 탕두부라고 소개되는 물두부 레시피는 정말 쉬워 보여서 인상적입니다. 평범한 냄비에 다시마 한 장을 깔고 물을 담아 가스버너 등에 올리고, 한 입 크기로 자른 두부를 넣은 뒤 끓고 나면 간장과 가쓰오부시, 다진 파를 섞은 종지에 찍어 먹으면 된다니까요. 간단하기로는 '조야나베'도 만만치 않아요. 냄비에 물을 붓고 저민 생강 두 조각 정도를 넣은 뒤 끓이다가 큼직하게 썬 양배추, 기다란 삼겹살을 세 토막 낸 걸 넣고 갈은 무와 다진 파를 듬뿍 넣은 아지폰(감귤 과즙 폰즈 상품명)에 찍어 먹는게 끝입니다. 폰즈가 집에 없기는 한데, 그 외에는 재료나 조리법 모두 너무 쉬워서 당장 해 먹어도 됨직한 수준이네요. 심지어 우러난 국물은 제가 좋아하는 우동 사리를 넣어 먹으면 끝장이라니, 꼭 한 번 해 먹어 봐야 겠습니다. 

그 외에도 가열한 올리브 오일에 큼직하게 썬 양배추를 넣어 재빨리 볶은 후 소금 후추로 간을 해서 먹는 양배추 볶음, 오니기리를 프라이팬에 올려 약한 불로 굽다가 간장과 미림, 미소 양념장을 발라 굽는 오니기리 구이, 간단한 여주 볶음밥, 통조림 참치에 잘게 다진 양파를 넣고 후추와 소금을 뿌린 후 마요네즈와 버무려 만든 속을 버터 발라 구운 식빵에 끼워 먹는 참치 토스트(굽지 않은 빵에 머스터드를 바른 뒤 슬라이스 치즈를 깔고, 그 위에 참치 마요네즈를 올려 구워도 맛있다네요) 등 대부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만 소개되고 있어서 아주 반가왔습니다.

뻔한 먹부림 에세이지만 재미도 있고, 레시피들도 괜찮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적당합니다.

2023/06/22

오아시스 식당 - 아베 야로 외 / 정문주 : 별점 2.5점

오아시스 식당 - 6점
아베 야로 외 지음, 정문주 옮김/미우(대원씨아이)

문필가, 편집자이자 만화가라는 사코 후미오가 심야식당의 작가 아베 야로와 함께 맛집을 돌아다닌걸 기록한 에세이 모음. 모두 20곳의 식당이 소개되며, 아베 야로와 사코 후미오의 짤막한 만화, 둘의 이런저런 요리를 주제로 한 대담이 함께 수록된 구성입니다.
자기 주장이 약하고 순전히 가게의 맛과 멋을 찬양하는 착한 글들이라는건 심야식당과 일맥상통합니다. 누군가의 쉼터같은 오아시스 식당을 소개하는데 험한 말을 쓸 수야 없었겠지요.

소개된 가게도 몇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전부 대중 식당으로 2~3대가 이어 운영하는 노포가 많다는 겁니다. 일본 양식에서 밥을 함께 담아내는 방식을 처음 고안했다는 유명식당 연와정 - 현재 3대째 - 에서 시작해서, 원조 돈가스 카레격인 '가와킨 덮밥'을 만든 가게의 후계자 - 4대째 - 가게처럼요.
이런 유명 노포들 외에 본인들이 직접 검증한 동네 맛집 소개도 충실하다는게 두 번째 특징입니다. 그래서 현재 사는 곳인 도쿄, 그리고 근처 가나가와 맛집 소개가 12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런 류의 책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고치 맛집도 6군데나 등장합니다. 둘 다 고치 출신인 덕분이지요. 고치 명물 가다랑어 다타키는 다른 작품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베라야키같은 그 지역 사람만 아는 명물 소개는 신선했어요. 얇은 밀가루 반죽에 가쓰오부시, 파래, 파, 덴푸라를 올리고 반죽과 계란을 풀어 덮고 뒤집은 뒤 소스를 발라 먹는 요리라네요.
세 번째 특징은 왠지 모르게 친숙한 식당이 많다는겁니다. 우선은 심야 식당과 관련된 가게가 있습니다. 고엔지의 중화 고토부키로, 가게 명물 부추달걀볶음은 심야식당의 메뉴로도 등장했었지요. 녹말 소스를 끼얹은게 특징입니다.
그 외에도 호놀룰루 식당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칼럼에 등장했고, 대낮부터 술을 판다는 노가타 식당은 <<고독한 미식가>>의 한 에피소드가 바로 떠올랐어요. 아침 8시에 문을 여는, 성인영화계의 스타였다는 주인이 운영하는 주점 데라코아는 <<술 한잔 인생 한입>>에 등장해도 괜찮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요. 가본적은 없지만 다 친숙한 느낌입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도키와장 멤버들이 단골이었던 라면가게 마쓰바! 제가 좋아하는 <<만화의 길>>에도 여러차례 등장했었지요. 언젠가 방문해서 라멘은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주다'도 판다니 라면에 한 잔 곁들여야 할테고요. 


물론 맛은 큰 기대하지 않습니다. 글을 보니 전문가가 아닌, 2대의 부인이 조리를 하고있다니까요. 그야말로 가정식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게 더 <<만화의 길>> 스타일 - 고생스럽지만 잔 정이 넘치던 그 시기 - 이라고 생각됩니다.

밥집 탐방이다보니 요리를 따라하기는 힘든데, 한번 해봄직한 요리도 몇 가지 있어요. 요코하마 사이타마야 식당의 커피 소주가 그러합니다. 얼음이 든 큰 유리잔에 1/3 정도 소주를 붓고 그 위에 옛날 느낌 커피 (커피 우유 느낌이라니, 우리나라로 따지면 다방 커피나 맥심?)를 부어 만든다고 합니다. 요새 하이볼 등이 MZ에게 유행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맥심 소주볼' 이라고 팔면 어떨까 싶네요. 술과 커피를 섞어 마시면 건강에 굉장히 안 좋다고 하기는 합니다만....
가와킨 덮밥도 밥 위에 채 썬 양배추, 돈가스를 올리고 닭고기 카레를 끼얹었다니, 맛은 다를지언정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렇게 갈 수 없는 곳을 남의 눈과 입과 귀로 접한 셈으로, 푸근하고 정감어려 좋았으며 재미있는 내용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갈 수 없는 곳들이며, 유통기한이 있을 수 있다는건 아쉽네요. 비슷비슷한 내용이라 뒤로 갈 수록 식상해진다는 문제도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17/12/17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한 그릇 더! - 타카기 나오코 / 채다인 : 별점 2.5점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한 그릇 더! - 6점
다카기 나오코 지음, 채다인 옮김/애니북스

2권이 나왔는지 전혀 몰랐는데 얼마전 알고 구입하게 된 다카기 나오코의 에세이 만화입다. 1권과 마찬가지로 타카기 나오코 에세이 만화의 진수인 음식, 여행, 일상과 유머가 모두 포함된 즐거운 작품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화, 만화적 구성도 조금 실망스러웠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훨씬 '만화'에 가깝고요. 1권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술과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더 먼 곳으로 떠난 여행이 많다는 정도? 제목에 '배 빵빵'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정말 많이 먹더라고요.

하지만 대지진 이후 갈 생각이 없어진 후쿠시마를 비롯한 동북부 지방 여행기가 절반 정도 되는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후쿠시마와 카나가와 편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이 등장해서 더 그러했어요. 후쿠시마의 꿀경단과 도부지루를 비롯한 해산물들, 카나가와의 네이비 버거와 시로코로 곱창 등은 당장이라도 먹고 싶은데 말이지요. 그래도 이러한 부분은 여행의 용이성 문제일 뿐, 이야기 자체는 충분히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고치, 미야자키와 카고시마는 충분히 허용 범위라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특히나 고치의 가다랑어 타타키는 이런저런 만화 등에서 많이 접해서 먹어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친숙한데 정말이지 먹어보고 싶네요. 타카기 나오코도 완전 극찬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맛있다고 한 소금 타타키는 "술 한잔 인생 한입"에서 주인공 소다츠의 친구 다카노마타가 집에서 만들어 주는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먹어봐야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 외에도 고치 시골 초밥과 각종 디저트, 미야자키의 토종닭 숯불 구이도 언젠가는 한 번 먹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요.

이렇듯 1권, 그리고 타카기 나오코 팬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마지막 에피소드는 번역본이 출간된 대만 출판사 요청에 의한 대만 여행기인데 우리나라에도 거의 전 작품이 번역 출간된 만큼, 3편에서라도 다루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번역하신 채다인님도 찬조 출연하시면 더 좋고요.

2018/01/20

만화 재즈란 무엇인가 - 라즈웰 호소키 / 서정표 : 별점 2점

만화 재즈란 무엇인가 - 4점
라즈웰 호소키 지음, 서정표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술 한잔 인생 한입"으로 유명한 라즈웰 호소키가 재즈에 대해 설명해 주는 만화입니다. 필명부터 재즈 뮤지션인 트럼본 연주자 라즈웰 러드로부터 유래된, 재즈 애호가로 잘 알려진 작가이지요.

만화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재즈 카페에서 재즈 전문가가 재즈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려준다는 설정은 동일하지만 1부는 고교생 커플을 대상으로 "재즈가 무엇인지" 에 대해 설명해 주는 입문 파트, 2부는 한가해 보이는 사모님 3 명을 대상으로 재즈의 역사 및 주요 장르와 해당되는 앨범을 소개해주는 내용, 그리고 3부는 다양한 대상의 수강생들에게 재즈를 즐기기 위한 방법을 안내해주는 구성으로 입문에서 역사, 취미까지 아우르게 됩니다.

이전에 읽었던 "라면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시리즈인 듯 한데, 다행히 "라면이란 무엇인가" 보다는 재미있습니다. 2~4 페이지 정도의 짤막한 에피소드가 이어지는데, 한 에피소드가 최소한 하나의 이야기로 완결될 뿐더러, 나름의 재미를 줄 수 있도록 기-승-전-결 이 갖추어져 있는 덕분입니다.

그러나 "라면이란 무엇인가" 보다 재미있다 정도일 뿐, 기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이런 류의 만화라면 뮤지션들 중심으로 일대기와 그 음악을 소개하는 "페인트 잇 락" 같은 작품이 보통 떠오르잖아요? 뮤지션들은 대체로 워낙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서 그것만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 재미는 전무합니다. 뮤지션들은 제대로 소개되지도 않아요. 물론 명반, 명곡은 충실히 소개하고 있지만 만화책이라 직접 들을 수 있지도 않고, 락의 명곡들처럼 곡들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한계도 명확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즈 입문서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만화적으로는 부족해서 감점합니다. 차라리 포털 등에서 실제 곡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웹툰 서비스를 한다면 가치는 더 높아질 것 같은데, 다른 미디어로의 확장을 기대해 봅니다.

2016/12/25

하나씨의 간단요리 1,2 - 쿠스미 마사유키 / 미즈사와 에츠코 : 별점 2.5점

하나씨의 간단요리 1 - 6점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미우(대원씨아이)
하나씨의 간단요리 2 - 6점
쿠스미 마사유키 지음, 미즈사와 에츠코 그림/미우(대원씨아이)

"고독한 미식가"로 잘 알려진 쿠스미 마사유키가 원작을, 미즈사와 에츠코가 만화를 맡은 일상계 구루메 만화입니다.

쿠스미 마사유키의 작품들을 보면, 대체로 일상계와 평범한 먹거리 들을 조합하여 친숙함으로 어필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독신자가 이런저런 상점가 가게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사 먹는 "고독한 미식가", 은퇴한 직장인이 혼자서 이런저런 음식을 사먹거나 집에서 간단한 요리를 해먹는 "방랑의 미식가", 샐러리맨이 주로 혼자 이자카야를 돌아다니며 술을 먹는 "황야의 미식가" 모두 그렇지요. 이 작품 역시 남편의 단신 부임 탓에, 가정 주부 혼자 생활하고 식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하지만 주로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중년 남성이 주인공인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30세의 젊은 여성이며, 말버릇이나 호들갑스러운 행동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덕분에 주로 아저씨 대상의 일상계스러운 소소한 매력으로 승부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주인공 하나코씨의 귀여운 매력과 적절한 개그, 유머가 더해져 있지요. 특정 장면만 보면 '개그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요.
하나씨 주변 인물들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차이점도 큽니다. 친구 미즈키를 비롯해서 하나씨의 친정 부모님,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서점 사장님, 이웃집 동거인 죤 & 요코 등등 모든 주변 인물들이 나름의 존재감을 가지고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든요. 덕분에 이야기도 풍성해질 뿐 아니라 보다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또 다른 주역인 음식들 역시 밖에서 먹는 한 끼 식사나 술안주 가 주로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정말 혼자 사는 여성이 먹음직한 음식들이 소개된다는 차이를 보입니다.
집에서 해 먹는 과정이 대충이라는 현실적 감성도 잘 살립니다. 단팥죽에 떡을 구태여 넣어 먹고, 지하철에서 우연히 들은 명란 덮밥 레시피에 가다랑어포를 추가는 약간의 어레인지는 확실히 주부스러웠고요. "포만감과 만족감이 죄책감과 패배감으로 돌변해 가는 오후..."라는 대사와 같이 다이어트에 신경쓰는 장면과 같은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어요. 몇몇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도 주부, 30대 젊은 여성 분위기가 물씬 묻어납니다.

그러나 작화 면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그림으로는 세계 챔피언급인 다니구치 지로, 음식 만화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츠지야마 시게루에 비교하면 확실히 묘사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는 하나씨 표현에 어울리지만, 또 다른 주인공인 '음식'에는 적합하지 않았고요. 대체로 사먹거나 정말 간단한 인스턴트 음식 중심이기는 하지만, 딱히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음식이 없던 건 작화 문제가 컸습니다. 맛있는걸 먹고 행복해하는 하나씨 표정만으로는 많이 부족하지요. 이게 얼굴만 잡히는 포르노도 아니고...
또 어쩔 수는 없었겠지만 하나씨의 수다에 대한 번역이 부실해 보이는 것도 눈에 거슬렸어요. 뭔가 라임을 활용한 아재개그 스타일 말장난이 중심인데, 적절히 번역하는 것은 어려웠겠지만 조금 더 맛을 살려 주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리, 음식만화지만 캐릭터의 매력과 스토리적인 재미가 결합되어 있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확실히 많아요. 나름의 매력이 있기도 하고요. 요리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덧붙이자면,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에 이런저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드라마, 거기에 더해진 여러가지 음식 이야기.라는 주요 키워드만 놓고 보면 "아빠는 요리사"와 똑같습니다. 본인의 히트작 "고독한 미식가"를 벤치마킹한 "방랑의 미식가"나 "황야의 미식가" - 이쪽은 "술한잔 인생한입"도 많이 참조한 것 같습니다만 - 도 그러한데, 인기 히트작을 참조하여 새로운 파생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도 결과물만 좋다면야 뭐 나쁘지야 않죠. 어차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니까요. 허나 "아빠는 요리사"가 수십년간 이어온 장기 연재작으로 가족 구성과 분위기가 전통적인데 반해, 이 작품은 남편의 단신 부임으로 강제 독신 신세가 된 하나씨를 비롯, 옆집에서 동거하는 존과 요코, 결혼도 하지 않고 애인과 아기부터 가지게 된 친구 미스즈 등 정상적인 가족 관계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실히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2015/02/25

먹는 존재 - 들개이빨 : 별점 2점

먹는 존재 1 - 4점
들개이빨 지음/애니북스

처음 시작은 전문가들이 등장하여 겨루는 배틀물의 하나로, 일종의 틈새시장이었던 요리 만화. 수십 년이 흐르는 사이 어느새 요리는 하나의 소재일 뿐, 요리를 즐기는 일상 속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형태로 변해갔죠. 그러면서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구루메 (미식가) 만화 버블 시대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만화 장르에서 일상툰이라는 형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라, 다양한 일상 속 요리만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팬이라고 이미 말씀드렸던 "오무라이스 잼잼"을 비롯해 "코알랄라", "수상한 그녀의 밥상" 등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죠. 이 작품도 그러한 흐름의 하나로, 요즘 시장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료 결제까지 하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평이 괜찮아 염두에 두고 있다가 설 연휴를 대비하기 위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위에서는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일상 속 이야기와 요리가 결합된 만화도 세 가지 분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상 속 드라마가 중심인 작품입니다. 요리는 그저 분위기 환기를 위한 도구일 뿐이며, 커피나 술, 책, 음악이어도 상관없을 작품들이죠. "심야식당"이 대표적입니다.
두 번째는 일상 속에서 맛보는 요리에 대한 소개가 중심인 작품. "고독한 미식가"가 그 예입니다.
세 번째는 음식에 대한 정보나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이 핵심인 작품으로, "아빠는 요리사", "술 한잔 인생 한입" 같은 경우죠.
이 작품은 이 중에서 첫 번째 분류, 즉 일상 속 드라마에 해당합니다. 주인공 유양이 못된 상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뒤떨어진 기획을 하는 회사에서도 쫓겨난 뒤, 한 추남 박병을 만나 사귀게 되는 등 파란만장한 청춘의 기록에 이런저런 음식들이 소소하게 얽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위에 소개했던 다른 작품들은 대부분 즐겁고 행복한 일상 이야기인데 비해, 이 작품은 불편하고 찜찜합니다. 주인공 유양이 필요 이상으로 거친 성격의 사회부적응자인 탓이 큽니다. 작가가 실제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에요. 
여기서 비롯되는 그녀의 돌출행동과 이를 야기하는 주변 인물들의 사고방식도 시대에 뒤떨어졌습니다. 어린 시절 치기 정도로 볼 수 없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너무 가득하거든요. 직장생활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인물이 혼자 창작을 하겠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없고요. 작화 또한 인디만화 스타일의 연필 드로잉으로, 카이지를 연상케하는데 솔직히 불편함이 더 컸습니다.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읽는 맛 자체는 괜찮습니다. 희극이나 비극이나 결국 방향은 하나라는 식으로, 애인도 생기고 절친도 생기고 원수와도 친구가 되는 등 유양이 어떤 식으로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또한 요소요소에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장면도 많습니다. 메밀국수의 표현 장면이 대표적이죠. “배고픔이란 질 낮은 양아치다”, “발기부전 영감 같은 처량한 맛”, “빵집에서 비싼 빵을 사는 자신을 자책하며, 미녀에게 빠져 가산을 탕진하는 졸부 3세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식의 명대사도 인상 깊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묘사는 많지 않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친구가 "훠궈"로 하나가 된다는 등의 이야기는 좋았어요. “초코파이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기”라는 방식을 유행시킨 공로는 인정할 만하고요.

하지만 스토리 라인이 기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기대했던 “일상계 요리-음식 만화”와는 거리가 멀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단행본 가격도 비싸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확인해보니 레진코믹스에서도 연재분을 무료로 모두 감상할 수 있어, 굳이 이 책을 돈 주고 샀던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완결편까지 모두 본 이상, 따로 책을 구입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2016/11/19

백미진수 - 단 카즈오 / 심정명 : 별점 4점

백미진수 - 8점
단 카즈오 지음, 심정명 옮김/한빛비즈

나오키상 수상작가이자 일본 현대 문단의 원로로 다자이 오사무와 친구이기도 했던, 단 카즈오의 4계절 음식을 다룬 에세이집입니다. 저자가 음식을 정말로 좋아하고, 술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소재에 깊은 애정이 담겨있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문단의 실력자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글을 썼으니 애초에 재미가 없기는 힘들겠죠? 짙은 애정이 묻어나는 재미있고 좋은 글들이 가득합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묘사 역시 빼어납니다.

"바깥 껍질을 벗긴 멍게를 알맞은 크기로 썰어 오이와 함께 식초로 무쳐 먹으면 후두부를 콕 찌르는 것처럼 형언하기 어려운 냄새와 맛이 난다. 잊고 있던 여름. 잊고 있던 유카타를 입은 여인. 잊고 있던 여인의 색정. 문득 입에서 후두부 언저리에 걸쳐 이런 것들을 까닭도 없이 상기시키는 듯한 희한한 느낌이다.", 예레반이라는 도시의 코냑을 설명하며 "내게 천상의 여인이 아니라 지그시 다가오는 지상의 여인 같은 맛이었다."처럼 공감각적이면서도 소재를 넘나드는 상상력을 그려낸 묘사가 특히 좋았습니다.

요리를 즐겼다는 말에 어울릴만큼 인상적인 레시피도 몇가지 수록되어 있습니다. 몇가지 참고삼아 정리해 봅니다.

"금병매"에 적혀있는 족발 삶는 방법.

'돼지 발의 털을 깨끗이 밉니다. 그리고 긴 땔나무를 하나만 아궁이에 넣고, 기름과 간장을 큰 그릇에 가득 채운 뒤 향신료인 회향과 팔각을 더해 잘 섞은 다음 뚜껑을 꼭 닫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기 전에 좋은 냄새가 솔솔 올라오면서 다섯 가지 맛이 고루 갖춰지는데, 그러면 이것을 깨끗한 큰 접시에 담아 생강과 마늘을 넣은 작은 접시와 함께 찬합에 넣어...'

본인 스스로 본고장의 맛 (클램차우더?)과 비슷하다는 바지락 차우더.

우선 냄비에 물을 두세 컵 정도 넣어 끓인 뒤 바지락을 집어 넣고 뚜껑을 덮는다. 바지락이 입을 벌리면 바로 불을 끄고 그대로 식힌다. 베이컨은 가능하면 뜨거운 물에 데쳐 작게 조각내고 양파는 잘게 썬 다음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고 약한 불로 살살 볶는다. 이 때 마늘을 조금 넣고 볶는 편이 더 맛있다.

양파가 반투명한 색이 되면 밀가루를 적당량 넣고 볶다가 밀가루, 베이컨, 양파가 흐물흐물 이겨지면 바지락 맛국물을 붓고 덩어리가 생기지 않도록 정성껏 섞는다. 다 풀렸다면 약한 불에서 잘 저으면서 우유를 두 통쯤 부으시라. 적당히 걸쭉하다 싶을 때까지 우유나 바지락 맛국물을 보태면서 끓인 다음 소금 간을 하면 수프는 완성이다.

이제 건더기 차례다. 바지락을 껍데기에서 분리해 조금 남은 맛굴물 속에다 헹궈 모래를 제거한다. 바지락은 기호에 따라 잘게 써는 편이 좋을 수 있다. 셀러리도 잘게 썬다. 그 외에 감자를 작게 깍둑썰기 해서 오 분 정도 소금물에 삶아 꺼내놓는다. 그다음 미리 만들어둔 걸쭉한 수프를 불에 올리고 셀러리와 감자를 넣어 한소끔 끓기 시작할 즈음 바지락을 더해주면 끝이다. 싱겁다 싶으면 소금을 치고 너무 되다 싶으면 우유로 묽히고 부드러움이 부족하다 싶으면 버터를 더 녹인다.

중국의 동남참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우선 동남참게를 잘 씻은 뒤 움직이지 못하도록 다리를 실로 묶는다. 따로 자잘한 톱밥을 준비해 이 톱밥 속에 다진 생강, 다진 파, 후추 등을 섞어둔다. 여기에 고급술과 식초를 따라 흠뻑 스며들게 한다. 이제 동남참게의 표면을 톱밥으로 빈틈없이 감싸고, 그 위에다 잘 반죽한 점토를 동그랗게 둘러싸서 굽는다. 점토에 전체적으로 금이 가기 시작하면 재빨리 점토와 톱밥을 치우고 아직 뜨거운 게살을 입맛에 맞는 간장에 찍어 먹는다.

맛의 달인에서 완벽한 찜요리 대결에 나옴직한 독특한 조리법이네요. 뭔가 걸식계도 떠오르고요. 

단순히 음식 이야기 이외의 다른 소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두터운 작가의 인맥을 활용한 이야기들, 또 전쟁 당시에는 중국에서 보도반원 생활을 했고, 그 외 해외 여행 경험 등 워낙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기에 담고 있는 소재의 폭도 넓어요. 여기에 본인의 유쾌하면서 대책없고 화끈한 성격이 더해져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꼽는 베스트 에피소드는 중국 신징 근처 러시아인 부락에서 러시아인 바우스 부부와 1년 정도 함께 살 때의 잼 만들기 에피소드입니다. 보드카를 마시면서 잼 만들기를 하는데 부부가 다른 곳으로 가게되어 단 가즈오가 잼 젓기를 맡았는데, 그들이 돌아올 때 까지 젓기만 해서 결과물이 잼을 넘어선 그 무언가가 되었다는 결말입니다. 러시아인과 보드카, 그리고 단 가즈오가 만나서 제대로 시너지를 보여주는 그런 이야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즐겁고 재미있으며 때로는 유용한 좋은 에세이집입니다. 최근 읽은 음식, 요리 관련 에세이 중에서도 최고로 꼽고 싶네요. 제 별점은 4점입니다 음식과 요리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즐겁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덧붙이자면 "술안주라는 놈만큼 반가운 게 없다. 정말 술꾼에게만 주어진 하늘의 은혜 같다.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신의 가호를 많이 받는다니, 술꾼으로 태어난 보람이 있지 않은가."라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대단한 애주가라는게 눈에 띄는데, 이러한 점과 대책없고 유쾌한 성격을 미루어 볼 때 로산진이 우미하라(가이바라)라면, 단 가즈오는 이와마 소다츠같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간만에 준 4점이라는 높은 점수는 제가 "술 한잔 인생 한입"의 광팬인 탓도 클 듯 합니다.

2024/12/21

이세린 가이드 - 김정연 : 별점 2점

이세린 가이드 - 4점
김정연 지음/코난북스

"혼자를 기르는 법"을 그렸던 김정연 작가의 두 번째 만화로, 음식 모형 제작자 이세린의 이야기입니다. 이세린이 음식 모형을 만들며, 해당 음식과 관련된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며 독백 형식으로 전개되는 1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주로 가족과의 추억이라던가 현재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찾는 과정이 펼쳐집니다. 

이 작품의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다양한 음식 모형을 만드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라면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 시판되는 플라스틱 면에 열을 가하여 구불구불하게 만드는 등, 작가가 실제로 음식 모형을 만드는 일을 했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디테일이 뛰어납니다. 
작가 특유의 다소 기발한 상상력도 볼거리입니다. 컬러칩에 자신만의 이름을 붙이는데, 음식 모형 제작가답게 '대만 카스텔라', '진도 구기자', '초당 두부' 등으로 이름을 붙이고 "올해의 색은 광천토굴 새우젓입니다!"라는 발표를 하는 상상을 하는 장면처럼요.
해당 음식이나 음식 모형과 관련된 소소한 에피소드들도 재미를 더합니다. 한국 라면이 매워진 이유가 박정희 대통령의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던가, 국회의사당 건축 당시 해태상 밑에 ‘노블 와인’ 200병을 묻었다는 이야기, 모카포트의 창안자인 비알레티의 유골함이 모카포트라는 사실 등 흥미로운 정보도 많아요. 그동안 음식 관련 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이렇게 새롭게 알게 되는 일화들이 계속 있는게 신기합니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이 작품은 이세린 혼자만의 독백이 중심이라 드라마틱한 요소가 부족합니다. 그녀의 과거사와 가족사가 그려지기는 하지만, 극적인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여성 서사에 대해 많이 언급되었으나, 이 역시 뻔한 이야기로만 가득 차 있어 특별히 와닿지는 않았고요. 작화도 전작에 비하면 좀 별로였습니다.
무엇보다 음식 모형보다는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기대했던 저에게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다수의 음식이 등장하지만, 마지막의 ‘주말 전골’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음식과 연계된 매력적인 이야기는 없다시피 하거든요. 모형 제작에 더 무게중심이 쏠려있는 탓입니다. 참고로 주말 전골은, 혼자 사는 독신 여성이 재료를 남기지 않고, 설겆이 거리도 최소화하면서 주말 하루를 차려 먹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냄비에 물과 장국을 넣은 뒤, 온갖 재료를 넣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끓여먹는 것입니다.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다츠라면 정색을 할 요리라고 할 수 있지만, 여러모로 와 닿았어요.

결론적으로, “이세린 가이드”는 음식 모형 제작이라는 독창적인 소재와 이를 통해 엮인 감정적 서사를 담아냈으나, 극적인 재미와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작품입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2017/01/02

문호의 식채 - 미부 아츠시 / 혼죠 케이 : 별점 2.5점

문호의 식채 - 6점
미부 아츠시 원작, 혼죠 케이 그림/대원씨아이(만화)

독신 기자 카와나카 케이조가 본사 정치부에서 후카가와 지국으로 좌천된 후, 메이지 시대 일본 문호가 즐겼던 음식을 소개하고 그에 얽힌 드라마를 탐구하는 기획 기사를 쓴다는 내용의 연작 단편 만화입니다. 총 6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등장하는 요리는 별로 대단치 않지만 해당 요리가 작가가 남긴 작품, 그리고 작가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에 대한 시선이 생각보다 깊이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문제라면 등장하는 작품들이 별로 친숙하지 않다는 겁니다. 작가들도 반 정도 - 나츠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 를 제외하면 모르는 작가들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만, 여러모로 색다른 식도락 만화로써 한번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일본 근대 작가들에 대한 공부가 뒷받침 된다면, 즐길 거리가 더 많을 것 같네요.

덧붙이자면, 후속권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만약 나온다면 좀 더 친숙한 작가가 등장해 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추리작가로 말이죠.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작가와 작품, 요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나츠메 소세키 "도련님" 모미지 야키 

마돈나로 대표되는 가짜 서양식, 가짜 근대의 대척점에 있는 유모 키요를 상징하는게 모미지 야키라는 내용입니다. 가짜 근대화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는 해석인데 꽤 그럴듯합니다.

마사오카 시키 "앙와만록" 한 끼 식사. 

"앙와만록"은 먹는 것, 심지어 싸는 것까지 디테일하게 기록한 시키 만년의 일기라고 합니다. 누워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작가가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다'는 것을 상기하며,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썼다는 식으로 풀어가는데 깊은 울림을 전해 주네요. 

재료를 따지거나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밥상을 추구한 삶은 하이쿠에서 기교를 거부한 시키의 작품과도 닮았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작품을 발표했는지도 궁금해지고요. 조금 찾아보니, "고추잠자리, 추쿠바에 구름도, 한 점 없구나" "어린 연어가, 둘로 나위어, 오르는구나" 등의 시가 검색됩니다. 형식에 집착한 하이쿠에서 현실을 본 그대로, 느낀 그대로 시로 표현해 나간 최초의 인물이라고 하는군요. 운율과 발음 모두 굉장히 일본적인 시라 한국어로 번역하면 여러모로 애매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대를 열은 인물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히구치 이치요 "탁류" 카스텔라 

이 시리즈의 또다른 주제인 "작가가 먹었던, 혹은 작품 속에 등장한 음식은 무엇인가?"에 가장 충실했던 에피소드입니다. 약간 식탐정스러운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합니다. '히구치 이치요가 다녔던 학교 선배가 쓴 소설 속에 등장한 카스텔라는 "후게츠도 (風月堂)"의 것으로 아마 히구치 이치요도 먹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탁류"의 주인공인 창부 오리키가 산 카스텔라는 후게츠도의 것과 같은 고급이 아닌 빈민가에서 팔았을 "닌교야키" 였을 것이다'라는 일종의 추리가 등장하는 덕분입니다. 그냥 허튼 소리도 아닙니다. 가게 이름은 모르겠지만, 이치요 사후 그녀의 집에 하숙한 소세키의 제자 모리타 이치요에 따르면 축제날 근처에 닌교야키 포장마차가 와 있었다는 글을 남겼다는 식으로 증거에도 충실하거든요. 이 정도면 한편의 짤막한 추리 꽁트로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가이 카후 "단장정일승" 비프 스튜, 치킨 리버 크레올 (애리조나 키친), 카시와 남반 (오와리야), 야나가와 나베, 누타, 초시 1병 (이다야), 돈가스 덮밥, 오신코, 초시 1병 (다이코쿠야) 

이른바 '단골'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신선합니다. 항상 똑같은 자리에 앉아 별다르게 주문하지 않아도 똑같은 음식이 나오는, 그게 단골이고 편하다는 논리는 꽤 새로왔어요. 나이든 카후가 기름진 음식을 고집한 이유, 즉 젊은 시절의 노스탤지어라는 것도 나쁘지 않은 해석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논리와 해석보다 이 에피소드가 중요한 것은 유일하게 등장하는 모든 음식을 아직 남아있는 가게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재현' 측면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이죠. 언제 일본을 또 가게될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애리조나 키친'은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술 한잔 인생 한입"에서도 소다츠가 카후의 식도락 순례를 똑같이 하던 에피소드도 떠오르네요. 거기서는 '나가이 가후'라고 소개되었지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혼죠 료코쿠" 쿠즈모치 (후나바시야) 

굉장히 짤막한 내용입니다. 수필 "혼죠 료코쿠"는 아쿠타가와가 자살 2개월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작품 치고는 묘하게 밝다고 하네요. 여기서의 해석은 어린 시절, 정든 고향을 떠올리며 쓴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겁니다. 등장하는 음식점이 아직도 실존하고 있어서 찾아가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은 나가이 카후 에피소드와도 같고요. 단, 멧돼지 전골 등 딱히 땡기는 음식이 아니라는 차이점은 있습니다. 그냥저냥한 평작입니다.

다자이 오사무 "비잔" 비잔 세트 (장어 덮밥 세트) (와카마츠야) 

다자이 오사무는 그 속마음을 당쵀 알 수 없는 작가라는 결론이 전부였던 작품. 상당히 허무했습니다. 다른 에피소드에 비하면 내용과 깊이 모두 찾아보기 어렵고요. 다자이 오사무라는 유명 작가를 등장시키기 위한 목적 외의 가치를 찾아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이 책 수록작 중에서 워스트입니다.

2015/12/10

심야식당 : 부엌 이야기 - 아베 야로 / 강동욱 : 별점 2.5점

심야식당 : 부엌 이야기 - 4점 아베 야로 지음, 강동욱 옮김/미우(대원씨아이)

만화 "심야식당"에 등장했던 음식 중 스무 가지에 대해 호리이 켄이치로가 쓴 에세이와 원작에 등장한 일러스트, 그리고 마지막에 관련된 레시피가 짤막하게 소개되는 구성의 에세이집입니다. 만화의 인기를 등에 업은 기획물로 추측되는데, 비슷한 기획물인 "심야식당 단츄"와 비교하자면, 음식에 대한 전문성은 훨씬 떨어지는 대신 에세이 비중과 그에 대한 재미는 더 높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박학한 지식을 쉽고 재미나게 풀어쓰는 글 솜씨가 빼어난 덕분입니다. 가다랑어포 이야기에 재미나면서도 그럴 법 하구나 싶은 실제 만담 - 가다랑어포 국물이 아니라 그것을 깎아낸 조각이 더 귀중하다 생각한 사람의 이야기 - 을 인용하고, 일본에 달걀 프라이가 언제 도입되었는지에 대해 기원을 탐구하고, 나폴리탄의 축 퍼진 면발 일색이었던 일본 사회에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에 의해서 '알덴테' 스파게티가 널리 퍼진 사연을 알려주고, 어육 소시지의 사회적 시선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식으로요.

"음식" 이야기 외에도 저자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된 에세이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죽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학창 시절 육상부 장대 높이뛰기 선수로 뛸 때 장대는 대나무 가게에서 산 3m짜리 대나무였다! 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또 저자가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타츠와 참 비슷하구나 싶은 것도 재미 요소예요. 음식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도전 정신이 비슷하거든요. 제일 좋은 김을 한 번 먹어보자고 1만 5천 엔을 주고 다섯 종류의 김을 사와서 먹어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참고로, 제일 비싼 김(1만 5백 엔짜리)은 누가 먹어도 가장 맛있었다니, 음식은 비싼 게 다 맛있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재료는 비싼 게 제 값을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 외에도 레시피도 "심야식당" 그대로가 아니라 나름 어레인지된 독특한 것들이 몇 개 실려 있으며, "심야식당"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추천 요리와 레시피가 수록된 것도 마음에 드네요. 특히 추천 요리는 기획물 의도에 충실하면서도 충분히 집에서 해 먹음직한 것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대표적인건 다바타 토모코(엔카 가수 치도리 미유키 역 – 고양이 맘마편)가 추천하는 "타코라이스"입니다.

다만 단점이라면 기획물임에도 정작 "심야식당" 본편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점입니다. 분량에 비하면 가격도 조금 센 편이고요. 그래도 짤막하니 부담도 없고, 내용도 요리를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봐도 괜찮은 에세이임은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22/01/09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9)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 4점 신서경 지음, 송비 그림/푸른숲

한국 작가 컴비의 먹방 만화. 지구 멸망을 1주일 앞 둔 상황에서, 먹방 BJ 봉구가 최후의 그 순간까지 먹는 것으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내용입니다.

설정은 독특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등장하는 요리들은 나쁘지 않았고, 밥솥으로 시루떡 만들기같은 한국적인 소재가 등장하는 것도 좋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지극히 뻔하고 평범했어요. 설정 상 음식을 구하기 힘들거나 조리가 어려운 상황이었을텐데 그에 걸맞는 요리라고 보기 힘든 것도 문제고요.

캐릭터도 뻔하고 평범합니다. 소심남 BJ 봉구 캐릭터는 우리나라 만화에 흔하게 등장하는 전형적인 아싸 오덕 캐릭터의 전형에 불과했고, 다른 캐릭터들도 과장된 설정의 스테레오 타입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봉구가 이웃집 아저씨, 보험왕 아줌마, 썸을 타던 동창생, 그리고 악플러와 함께 유사 가족을 이루는 마지막 이야기는 사뭇 억지스러웠고요. 마지막에 다 같이 모여 설겆이를 하는 장면이 특히 그러했습니다. BJ라는 직업에 걸맞게 현피를 뜨려는 악플러가 등장하는 등의 소소한 디테일은 있지만, 이야기에 잘 녹아났다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전기 공급을 재개시키려는 노력이 단지 애니팡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불필요한 디테일이었어요.

독특한 설정을 잘 살려서 서바이벌과 긴장감을 살리는 전개로 갔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지금의 결과물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술 한잔 인생 한입 47 - 6점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전통의 시리즈도 47권째네요. 소소한 술자리에서의 가벼운 일상 에피소드들은 여전한 재미를 안겨 줍니다. 에비사와와 스와 부부가 아기를 갖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오랜 팬으로 기뻤고, 우리나라에서 먹는 안주는 아니지만, 마즙으로 만드는 '아마가케' 먹는 법에 대한 상세한 고찰은 이 시리즈만의 매력을 다시금 알려줍니다. 

그런데 분명 이전 권에서 절친인 타케노마타가 결혼했고, 이와마도 그 탓에 결혼에 대해 동경을 품으며 카스미, 마츠시마라는 두 여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권에서는 전부 리셋된 느낌을 주는건 좀 이상했습니다. 다케노마타는 여전히 이와마, 사이토와 술자리에서 어울리면서 결혼한 티를 내지 전혀 내지 않더라고요. 이와마가 마츠시마와 우연히 함께 술자리를 하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에피소드가 있기는 한데, 다음 단계의 진도는 전혀 나가지 못하고요. 오히려 언제나처럼 카스미와 함께 술자리를 갖는 에피소드들이 뒤에 이어질 뿐입니다. 한참 진도를 빼다가 갑자기 쉬어가는 느낌인데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이전 권보다 줄기는 했지만, 일본에 살아야만 의미있는 아사쿠사, 도쿄역, 이케부쿠로 술집 탐방같은 에피소드는 한국 독자로서는 그닥 반길만한 에피소드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재미만큼은 여전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8)

2019/01/20

만족을 알다 - 애즈비 브라운 / 정보희 : 별점 2.5점

만족을 알다 - 6점
애즈비 브라운 지음, 정보희 옮김/달팽이

1798년, 일본 연호로 간세이 9년에 일본 에도 주변의 농가와 에도 시내 간다의 나가야, 이치가야의 무사 저택 3 곳을 방문하여 당시 농민과 상공인, 무사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상세하게 기록한 가상의 기행, 탐방문이자 미시사 서적입니다. 주로 농민은 자급자족, 상인은 편리함과 협력 중심으로 생활이 이루어지고 무사는 농민과 상인의 중간 정도의 삶으로 상당히 검소한 삶을 추구했다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책이 쓰여진 목적은 당시 에도와 그 주변의 삶이 얼마나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이었는지를 설명하며 이를 현대 사회에 도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이네요. 실제로 이 정도였나? 싶은 의문이 생길만큼 당대 에도 주민들의 친환경 에코 라이프에 대한 칭송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옛날이 좋았다는 류의 이야기로 그치는 건 아닙니다. 이러한 삶을 현대 생활에 도입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잘 정리되어 있고, 현 시점에 새겨들어야 하는 내용이 많은 덕분입니다. 다양한 주택 건설에 응용된 친환경 소재에 대한 이야기 및 에너지 절약과 폐기물 제로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 산림 자원 보호에 대한 이야기들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심지어 식생활마저도 많은 자원을 소모하는 육류 중심의 식생활 대신 에도 시민들처럼 벼농사와 다양하게 자연으로 부터 얻을 수 있는 수확물, 그리고 어패류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그런데 당시 농민들은 소출의 50%를 바쳐야 했고 아이들도 2명 이상 키우기는 힘들었다던가, 솜씨있는 목수라도 다다미 6장 정도에 불과한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살 수 밖에 없었고 무사마저도 텃밭을 가꾸어 어느정도 자급자족해야 했다는 팍팍한 삶에 대한 설명은 조금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아끼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도 결국 삶의 질이 이 정도밖에 안된다면 뭘 위해 아끼고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현실은 가혹한 법이겠지만 좀 너무한 수준이에요.

하여튼, 이러한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절약에 대한 설명도 나쁘지 않지만 당시 에도의 삶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디테일들도 최고입니다. 당시 주택이 어떻게 생겼고, 각 방들은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화장실은 어떻게 생겼는지, 집은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수리하는지, 당시 거리 풍경과 행상인들에 대한 소개 및 무사 저택에 대한 설명이 상세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되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도 깔끔하지는 않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충분하고요. 궁금하시다면 이 링크로 한 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내용 중에서는 무사 저택의 구조가 아주 그럴듯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통풍과 환기에도 치중하며 자연을 집 안으로 들이는 일본 주거 공간의 진수라는 구조는 한 번 따라해 보고 싶을 정도였거든요. 문제는 이 책에 나온대로 문을 열고 살면 겨울에는 정말 추울 것 같아 보인다는건데, 일본인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던 걸까요? 하긴 지금도 일본인들이 우리보다 추위에 강해 보이는걸 보면 예전부터 단련된 덕분이 아닌가 싶네요.

이렇게 에도 시대 삶에 대한 디테일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괜찮았던 독서였습니다. 친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장황해서 지루한 면은 없지는 않으나 이 정도면 별점 2.5점은 충분하죠. 근대 직전 에도 주민들의 삶이 궁금하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특히 에도 문화를 좋아라하는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타츠에게는 필독서라 생각됩니다. 먹거리에 대한 소개도 자급자족하는 농산물에서 시작하여 밥 짓는 방법이라던가 각종 절임과 같은 반찬, 장류, 행상인이 파는 음식들까지 상세하지는 않으나 적당한 수준으로 실려 있기도 하니까 말이죠. 아울러 환경과 자연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정말이지 저자의 주장대로 항상 편하게만 살려는 생각을 좀 버려야 할 때니까요.

덧붙이자면, 다음에 일본에 가게 되면 이 책에 나온대로 다카나와 관문을 지나 니혼바시까지 7Km 정도 된다는 상가거리를 한 번 걸어서 지나가보고 싶어지네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2017/06/03

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 - 이시야마 아즈사 / 김은모 : 별점 3점

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 - 6점
이시야마 아즈사 지음, 김은모 옮김/북폴리오

구루메, 미식, 음식 관련 만화 홍수의 시대입니다. 꾸준히 사 모으는 몇몇 작품들("술 한잔 인생 한입" 등)을 제외하면 눈길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많아서 조금 피로감도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 작품은 한 권으로 끝나며, 풀 컬러에 동화 일러스트같은 따뜻한 그림체가 마음에 들어 구입해 보았습니다.

그림 관련 일과 아르바이트로 나날을 보내는(듯한) 평범한 처녀 작가의 하루하루의 끼니 소개 만화로, 주로 야식이 많이 등장합니다. 대단한 드라마 없이 먹거리에 집중하는게 특징이고요. 먹거리에 관련된 짤막한 추억, 에피소드와 그날 그날 만든 먹거리에 대해 소개하고 맛있게 먹는 게 전부거든요. 

하지만 꽤 재미있었어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뭐 그리 큰 드라마가 있겠습니까. 이 작품처럼 야식으로 뭘 먹을까에 대한 고민이 그날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게 현실적이지요. 맛있는 걸로 세계 평화가 찾아오는 이야기보다는 훨씬 마음에 듭니다. 유사 작품들과 비교하면 '혼밥', '집밥'이 주요 소재라는 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라는 점, 레시피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는 차별화 요소도 확실하며 작화도 좋은 편이에요.

레시피들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집에서 해 먹음직한 것들이 대부분인 덕분입니다. 오븐 등 거창한 도구도 쓰지 않고 전자레인지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에요. 설거지가 귀찮아 알루미늄 호일을 적극 사용하는 것도 제 스타일이고요. 두께 있는 재료도 넣을 수 있는 '토스터'를 사용하는 레시피가 간혹 있기는 한데, 이 역시 프라이팬으로 대체 가능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자도 그렇게 소개하더군요.
등장 레시피 중에서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 우동 겉을 물로 적시고 사발에 넣어 랩을 씌운 후 전자렌지에 5분 돌려 맛국물 + 참깨 + 파 + 후리카케 + 날계란 조합으로 먹는 간단 우동! 입니다.

혼밥 야식 이야기 외에도 "여러 가지 야식 편"이라는 제목으로 밖에서 사 먹었던 음식들을 소개하는 이야기가 뒷 부분에 수록되어 있는데,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는 흔해 빠진 형식이지만 역시나 따뜻한 그림이 잘 어울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컬러 일러스트 느낌을 주는 먹거리 이야기와는 다르게 모두 펜으로 그려진 전형적인 만화 작화인데, 약간 "카페 알파" 느낌도 나서 저는 이 쪽 작화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구루메, 미식, 음식 만화의 홍수 속에서 소박하게 자신의 위치를 가져갈 수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