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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7

스나크 사냥 - 미야베 이유키 / 권일영 : 별점 2.5점

스나크 사냥 - 6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북스피어

살인자는 하느님에게 기도 같은 걸 하지 않아. - 복수를 다짐한 게이코가 화장실에 숨어 벌벌 떨면서 떠올린 생각

자신을 돈줄로 이용하다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자에게 복수하려는 세키누마 게이코, 아내와 딸을 강도에게 잃고 복수를 꿈꾸는 오리구치 구니오라는 두 명의 복수귀가 등장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 범죄 소설입니다. 이들을 막으려는 인물들도 게이코를 버린 남자 고쿠부 신스케의 동생 노리코, 오리구치 구니오의 회사 후배로 그를 존경하는 사쿠라 슈지 두 명이고요.
복수를 위해 폭발하도록 조작된 총을 사용하려던 게이코가 복수를 포기하고 집에 돌아올 때, 오리구치에게 습격 당해 총을 도둑맞습니다. 마침 우연찮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슈지와 노리코가 총을 되찾고 오리구치의 복수를 막기 위해 그 뒤를 쫓는다는 내용이죠.
제목은 루이스 캐럴이 쓴, 괴물을 죽이면 스스로도 괴물이 되어버려 결국 모두들 괴물이 되어 사라져 간다는 "스나크 사냥"에서 가져왔다고 하네요. 

그런데 솔직히 제목부터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괴물을 죽이기 위해 괴물이 된다? 괴물도 괴물 나름이지, 오오이와 마스미는 살아서 숨 쉬는 것조차 아까운, 절대악으로 묘사된 죽어도 싼 인간들이라 이들을 죽이려고 하는 것에 의해 스스로를 잃고 괴물이 된다는 건 전혀 와 닿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오리구치의 상황에 놓인다면, 저는 복수를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되겠습니다.

게다가 오리구치는 괴물이 되기는 하는데 정작 복수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괴물 두 마리만 풀어주고 본인은 가미야 다케오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으로써 죽는다는데 이 역시 어처구니 없습니다. 사건만 키우고, 애꿎은 슈지까지 끌어들이고 본인은 개죽음 당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작가의 의도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려면 오리구치가 두 괴물을 사살하고 본인도 괴물이 되어 경찰에게 사살당하는 결말이 되었어야 합니다. 지금의 이야기는 오리구치는 '괴물임을 알고 있었지만, 처단할 가치가 있는지 알기 위해 무리해서 괴물을 소환했다가 괴물에게 죽은 것'이고, 슈지는 '선택받은 용자로서 괴물을 처단한다'는 전형적인 판타지 서사에 불과합니다. 슈지가 총을 든 오오이, 마스미와 맞서는 클라이막스에서 이러한 판타지 서사가 극명하게 드러나고요. 맨몸이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불을 뿜는 용'을 쓰러트린다는 판타지 설정과 다를게 없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오오이, 마스미의 화끈한 폭주와 슈지의 두뇌 플레이가 합쳐져서 액션만 놓고 보면 인상적이지만 굉장히 작위적이기도 합니다. 산탄총에 맨몸으로 맞서서 살아남는다는게 과연 말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작위적인 부분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고쿠부 신스케가 게이코를 살해하려고 침입했다가 경찰에게 체포당하는 장면, 말을 잃은 소년이 갑자기 말을 하게 된다는 장면 등등 이야기의 주요 변곡점이 되는 장면들 모두가 그러합니다. 작위적이라면 앞 뒤를 잘 맞춘 치밀한 구성이라도 갖추었어야 할텐데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모험이라 그닥 정교하지도 않고요. 오리구치가 총을 빼앗기 위해 좀 오래 공을 들였다라던가, 슈지가 오리구치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 그리고 낚시봉을 이용한 자동차 절도같은 부분이 약간 눈에 띌 뿐입니다.

또 판타지스러운 서사 때문일까요? 캐릭터들도 비현실적이에요. 자신의 일도 아닌데 지나칠 정도로 개입하고 활약하는 슈지부터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리구치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한들, 자신이 좋다고 고백한 미인을 앞에 두고 뛰쳐나가 사건을 알아보려 한다는건 말도 안됩니다. 설령 그랬다 치더라도, 게이코가 총을 빼앗긴 것을 알아차렸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게 정상입니다.
슈지야 주인공이고,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용자'로 선택받는다는 판타지 서사 그대로라고 칩시다. 허나 노리코에게는 '완전히 남'에게 일어난 일에 불과한데 그녀가 사건에 뛰어든다는건 더 이해 불가입니다. 게이코를 간호하며 방에 남아있는게 상식이니까요.

나름의 차별화를 위해 살아 있을 필요 없는 진짜 악당이 존재하며, 정당한 처벌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내고 있기는 합니다. 허나 이 역시 그다지 새롭지 않습니다. 용서할 수 없는 절대 악이 등장하는 작품이야 쎄고 쎘으니 당연하죠. 대부분의 현대 복수물이 정당하게 처벌할 수 없는 악을 응징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사회파 액션물로 포장되어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진부한 판타지와 다름없는 작위적 설정의 액션물입니다. 딱 한 가지 마음에 든 건 고쿠부 신스케가 체포되는 것 정도? 추리적으로 무언가 보여주었어야 하는데 아무 것도 없으니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군요.

2015/03/17

던전 밥 1- 쿠이 료코 : 별점 4점

던전밥 1 - 8점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소미미디어

던전 심층부에서 드래곤과 승부를 벌이다가 간신히 탈출한 주인공 라이오스 일행은 곧바로 던전에 복귀했다. 그들을 구하고 드래곤에게 잡혀버린 여동생 파린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짐을 잃어버려 곤경에 처했다. 그래서 식비를 줄이기 위해 라이오스는 던전 내의 마물들을 사냥해 먹자고 제안하는데!

쿠이 료코의 만화. 일전에 "서랍 속 테라리움"을 재미있게 읽어서 바로 구입해 본 작품입니다.

전사, 드워프, 엘프, 도둑(열쇠사)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던전을 공략한다는 점과 기본 세계관은 이제는 상식처럼 되어버린 전형적인 RPG 판타지의 룰과 설정을 따릅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물을 사냥해 먹는 이야기를 요리 만화 스타일로 풀어낸다는 아이디어가 탁월했습니다. 재료가 되는 마물들과 요리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도 돋보였고요.

어떻게 보면 뻔한 판타지와 뻔한 요리 만화의 결합인데, 서로의 장점과 재미를 극대화시켰기에 단순히 구루메 만화 붐에 편승한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장르라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판타지 세계에 어울리는 식재료와 요리를 정말로 있음직하게 그려낸 작가의 솜씨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 재미있지만 그중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에피소드를 꼽자면,

첫 번째는 만드레이크와 바실리스크의 알로 만든 오믈렛 이야기입니다. 만드레이크를 채취할 때 비명을 들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드워프 전사 센시는 소리를 지르기 전에 목을 베어버리는 방식으로 채취해서 멀쩡하죠. 그러나 엘프 마법사 마르실은 책에서 배운 대로 개와 연결된 밧줄로 만드레이크를 묶고 개를 달리게 해 채취하는 방법(그리고 개는 죽게 되는)을 쓰고자 합니다. 던전에는 개가 없으므로 박쥐 마물을 대신 사용해서요. 자신이 파티의 짐 같은 존재로 여겨져, 파티에 기여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탓입니다.

하지만 박쥐가 폭주하면서 되려 죽을 뻔하게 되고, 더 큰 실의에 빠지게 되는데요. 그때 드워프 전사 센시가 바실리스크의 알에 만드레이크를 섞어 만든 오믈렛을 맛보고, "비명을 지른 쪽"이 더 맛있다고 인정하면서 훈훈한 결말을 맺습니다. 센시가 마르실에게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만드레이크의 머리 부분을 특별히 챙겨주며 마무리되고요(이건 정말 만화를 봐야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두 번째는 움직이는 갑옷 에피소드입니다. 이 이야기는 요리보다는 판타지 설정 자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움직이는 갑옷이 실제로는 갑옷처럼 생긴 일종의 조개라는 설정은 정말 기발하더군요.

게다가 주역 캐릭터들도 전사 - 엘프 - 드워프 - 도둑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개성을 더해 각자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에피소드마다 번갈아가며 주역을 맡는 방식으로 비중 배분도 확실해서 좋았습니다. 쿠이 료코의 뛰어난 작화와 독특한 개그 센스 역시 더할 나위 없습니다.

동어 반복적인 요소가 조금 있으며, "죽음"을 가볍게 다루는 설정(죽어도 마법으로 소생 가능하다는 설정)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이세계 구루메 만화라는 새로운 장르의 신경지를 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4점. 판타지와 구루메, 요리 만화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25/03/08

결혼반지 이야기 1~14 - 메이비 : 별점 2점

[고화질] 결혼반지 이야기 14 - 4점
메이비 지음/학산문화사

고교생 사토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소꿉친구 히메의 뒤를 쫓았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이세계였다. 그곳에서 사토는 히메의 결혼식에 난입했다. 히메는 이세계 크리스탈 노바티 노카나티의 공주였고, 그녀와 결혼하면 전설의 용사 반지왕이 되어 심연왕의 위협을 물리쳐야 했다. 히메와 결혼한 사토는 반지왕의 힘을 모두 끌어내기 위해, 다른 네 명의 공주와 결혼해야 했다...

이세계 판타지로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그게 아니더군요. 일본식 하렘물의 모든 요소를 총망라한 므흣(?)물입니다. 질투심 많은 순정파부터 청순가련한 내성적 얌전파, 강한 힘을 앞세우는 무투파, 연상 츤데레, 말없는 인형까지—일본 하렘물에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서 므흣한 장면을 수시로 선보이는게 내용의 핵심이거든요. 빠진 캐릭터라고 한다면 스쿨드 같은 천재 발명가 정도인데, 이마저도 사피르와 안바르가 캐릭터성을 나누어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므흣하게 구현한 작가의 작화력도 상당합니다. 전형적인 러브 코미디 하렘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진중하고 묵직한 그림체이지만, 워낙 뎃셍력이 좋은데다가 이세계 판타지라는 설정과 결합되어 강한 시너지를 보여줍니다. 종족도 인간, 엘프, 수인족에 용족, 드워프의 기계 인형(?) 등 다양하고, 설정 상 안경 소녀는 없지만 그 외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조합 - 거유, 로리, 장발, 단발 등 - 이 그려지는데, 색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단지 야하기만 한건 아니고, 여러 액션 장면도 볼만합니다. 히메를 비롯한 공주들과 맺어질 듯하면서도 번번이 실패하는, 전형적인 하렘물 특유의 코믹한 전개도 재미를 더해 주고요. 

주인공 사토가 흔한 하렘물 주인공과 차별화되는 점도 좋습니다. 무능하고 유유부단한데도 주변 여성들이 이유 없이 따르는 캐릭터가 아니라, ‘선택받은 영웅’이기 때문에 다섯 명의 공주가 반드시 그를 따라야 한다는, 일종의 강제적인 하렘 구축 설정이 꽤 괜찮거든요. 성격도 밝고 긍정적인 성장형으로, 결국 세계관 최강의 힘을 손에 넣어 영웅답게 활약하는 것도 좋습니다. 미녀를 거느리는 당위성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하렘물로서는 괜찮습니다.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될만큼의 인기 요소는 충분히 갖추고 있어요. 이세계 판타지물로도 심연의 마물이 전대 반지의 용사였고, 공주들에게 배신당해 죽었다는 설정은 제법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이세계 전생 영웅 판타지로는 낙제점입니다. 설정 자체가 뻔하디 뻔하며, 심연의 마물과 싸워 나가는 과정에서도 별다른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도 없고, 내용 전개가 일사천리인 탓입니다. 오히려 곁가지라 할 수 있는 학교 생활이나 일상 생활을 다룬 하렘물 전개가 더 흥미로왔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므흣한 여성 캐릭터, 액션에 특화된 빼어난 작화에 별볼일 없는 판타지가 결합했다는 점에서는 "스트라바간차"와 비슷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라바간차" 쪽이 더 좋기는 했지만, 우열을 가리기는 애매하네요. 별점도 같고요.

2009/05/01

벨벳의 악마 - 존 딕슨 카 / 유소영 : 별점 3점

벨벳의 악마 - 6점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장경현 감수/고려원북스

1925년, 58세의 역사학 교수 니콜라스 펜튼은 악마와 계약해서 240년 전, 헨리 2세 통치하 영국의 니콜라스 펜튼 경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한 달 뒤로 예정되어 있는 아내 리디아의 독살을 막고 자신과 관련된 정치적 암투를 해결하며, 헨리 2세의 통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화요추리클럽'의 운영자로 유명한 장경현님이 감수하셔서 이른바 "장경현의 MOM(Magnum Opus Mystery)"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고려원북스의 걸작 미스터리 시리즈 두번째 작품 - 첫번째 작품은 역시 딕슨 카의 "구부러진 경첩" 이었죠 - 입니다.
유명 추리애호가의 감수답게 국내 미출간된 거장의 작품을 선정하여 출간하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이 작품 역시 딕슨 카의 대표작이긴 하지만 국내에 출간된 적이 없어 저같이 영어가 딸리는 추리 애호가들의 맘을 아프게 했었는데, 이번 출간으로 오랜 갈증을 해소한 것 같아요.

그런데 작품은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른 판타지 물이라 놀랐습니다. 저는 그동안 역사 추리소설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작품은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과거로 타임 슬립한다는 상상 밖의 이야기더라고요.

그런데 이러한 전개는 썩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유치하다는 느낌까지 받았으니까요. 유사한 시공 이동 판타지를 너무 많이 접한 탓이지요. 하여튼, 작품 발표 당시에 발휘되었을 새롭고 신선한 맛은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아울러 시공 이동 판타지에서 가장 중요한 "타임 패러독스의 딜레마" - 역사를 이미 알고 있지만 그것을 바꿀 경우 현재가 영향을 받아 결국 과거로 이동한 자신마저 영향을 받게 된다는 - 역시 편법으로 두루뭉실하게 넘어가기 때문에 실망스럽습니다. 

내용도 부실하고 황당한 부분 역시 많습니다. 원래는 58세인 주인공의 행동이 나이에 걸맞지 않는 초딩스러운 행태를 많이 보이는 점이라던가 팜므파탈로 설정한, 그야말로 악마의 하수인이라 할 수 있는 여인의 존재와 정체 역시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또 역사 추리물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정도로 추리와 역사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역사 추리물이라면 실제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후대의 추리적 고찰이 반영되어야 할텐데, 이 작품은 단지 2세기 전을 무대로 한 독살 사건일 뿐이며, 사실 시대적 배경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트릭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단점만 가득한 작품은 아닙니다. 조금 유치하긴 했지만 명성에 값하는 재미도 충분한 덕분입니다. 일단 헨리 2세 치하의, 이른바 토리당 - 휘그당의 대립을 소재로 쓴 역사 이야기 부분은 제대로 된 활극의 재미가 넘칩니다. 주인공 니콜라스 펜튼이 "벨벳의 악마"라 불릴 정도의 영국 제일의 검사이자 과격한 인물이라는 것 덕분에 "검의 대가" 나 "스카라무슈" 만큼이나 검술 액션이 가득하니까요. 검술의 기술, 칼의 고증 등에 대해서는 역사학자이기도 했던 딕슨 카의 디테일도 제대로라서 볼거리가 많습니다.
다만 이러한 디테일은 실제 2세기전의 영어로 대사를 표현하는 등 이 작품에서 신경쓴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한글로 번역되면서 맛이 떨어지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긴 하네요.

추리적인 부분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비소 독살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제가 그동안 보아왔던 그 어떤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의표를 찌르는, 예상밖의 트릭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소개하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악마가 영혼을 거래할 때 맺는 계약은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 가 잘 드러나면서도, 이 계약 내용을 복선으로 공정하게 단서를 제공하고 있어서 나름 본격물의 풍모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점입니다. 딕슨 카는 역시나 딕슨 카 였달까요. 역사 추리물은 아니지만, 시공 이동 판타지 물에서도 공정함을 잃지 않는 대가의 노련함이 엿보여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구부러진 경첩" 보다는 확실히 의표를 찌르는 맛이 넘치는 의외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정통 추리 애호가라면 호불호가 엇갈릴 수는 있는데 재미와 아이디어, 독창성 측면에서 충분히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5/01/04

이세계에서 치트 스킬을 얻은 나는 현실 세계에서도 무쌍한다 ~레벨업이 인생을 바꿨다~ (2023) - 이타가키 신 : 별점 2점

얼마 전 "전생 귀족, 감정 스킬로 성공하다"를 보았기 때문인지, 알고리즘으로 추천되었길래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그런데 "전생 귀족~"보다는 낫더군요. 이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설정을 통해 기존 이고깽 장르에 차별화를 시도한 덕분입니다. 이세계에서 얻은 능력이 현실에서도 적용되어, 왕따를 당하던 추남 주인공이 초인기 초미남이 된다는 설정, 즉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찐따가 현실에서도 게임에서의 레벨업을 통해 같은 능력을 얻는다는 이야기는 진짜 판타지가 뭔지 보여줍니다.

물론 이런 설정이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닐겁니다. 따지고보면 "간츠"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테고요. 하지만 이 설정을 조금 더 차별화 시켜주는건 주인공 유야입니다. 할아버지의 말대로 끝없이 선행만 베풀던 착한 인물이거든요. '선행을 베풀면 보답받는다'는 고전 동화 속 명제를 이세계 이고깽 판타지에 잘 녹여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현재 외모와 능력이 일종의 '반칙'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먼치킨이 된 유야가 겪는 여러 학교 생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습니다. '요리' 특기를 얻은 덕분에 캠프에서 멋진 요리를 선보여 담임의 프로포즈를 받는다는 등으로 훈훈하고 좋은 에피소드들이었어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왕따와 외모 콤플렉스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진부합니다. 왕따 과정에서의 과장된 연출도 별로였고요. 레벨업한 뒤 자신의 외모와 능력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설정도 반복된다는건 설득력이 너무 약합니다.
유야의 레벨업은 단순히 마물을 물리치는 데 집중되어 있어 흥미를 유지하기 어렵고, 후반부의 파워 인플레도 뻔했습니다. 영웅과 마왕의 대결과 다를바 없는 설정이었으니까요. 이를 그려내는 작화, 연출도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캐릭터 간 관계나 서사도 전형적이라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판타지 세계가 특히 그러한데, 차라리 현실 세계 속 이야기를 더 길게 끌어가는게 재미있었을겁니다.
그리고 이건 넷플릭스의 문제인데, 서비스 신(?)을 모두 블러처리한 까닭을 잘 모르겠네요. 엄연히 15세 이상 관람가 작품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이고깽 장르물로는 나름의 매력이 있기는 한데,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시즌 2는 방영되면 볼 생각입니다. 저 역시 인기없던 학창생활을 보냈던터라, 이런 판타지에 감정이입하게 되네요. 

덧붙이자면, 유야 할렘이 시작되었지만 진 히로인은 호죠 카오리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유야가 먼치킨이 되기 전 모습을 알고도 유야를 흠모하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2009/09/10

판타지 추리소설 출간에 더불어 든 단상

새책 소식


과거에 같은 장르문학인 첫 장편을 형과 함께 완료했다는 포스팅을 올린적이 있지만 여러 국내 출판사에서 모조리 거절당했는데 파우스트 코리아에서 "판타지 추리소설"을 지향한다는 작품이 출간된다니 열이 뻗쳐서관심이 갔습니다. 과연 우리 형제 소설과 얼마나 다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소개된 <살룡사건> 이라는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를 보니 그야말로 "용의 살해사건", 전능한 일곱마리의 용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용이 살해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서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좀 더 정교한 무언가가 있을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판타지 쪽에 치우쳐진 사건이 아닌가 싶거든요. 그래도 저라면 어떻게 썼을까 궁금해서 이래저래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는데 추리적으로 풀어나간다면 "드래곤 슬레이어"를 다룰 수 있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전개가 어떨까 싶습니다. 아님 말고...
어쨌건 이런 내용보다는 차라리 우리 작품의 주요 사건인 "어떠한 물리적 공격이나 마법 공격도 막을 수 있는 불사의 방어마법을 갖춘 기사가 물 속에서 불에 탄 시채로 발견된다!" 는 이야기가 더 흥미롭지 않나 싶어요.^^ (그냥 내 생각인건가?)

하지만 부디 이쪽 쟝르가 활성화되고 잘 팔려주었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렇다면 잊혀진 우리 형제 장편도 출간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더불어 판타지에 많이 치우친 국내 쟝르문학이 "추리"로 이동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습니다. 파이팅 장르문학!

2026/04/17

이과장 생존기 - 불량집사 : 별점 2점

사출 업계를 전면에 내세운 장편 웹소설입니다.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 작가분이 계신 덕분에 우연찮게 알게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가장 돋보이는건 배경이 되는 사출 업계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설명입니다. 생산과 영업 정도만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 동포와 탈북민 고용 문제, 현장 생산 환경, 원료 수급, 노동자들의 처우와 수당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덕분입니다.
또한 단순히 용어나 업계 분위기를 가져다 붙이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그 배경 자체를 이야기의 동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노동 환경 개선 문제나 공장장과의 갈등, 현장 내부의 자체적인 규율,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과 공장 확장, 원료 수급 등의 실제 공장 내 환경이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되어 업계물로서의 현장감은 압도적이라 할 수 있어요.

웹소설답게 호흡도 빠르고 전개도 시원시원합니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사건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독성도 좋은 편이에요. 실제 기업을 연상하게 만드는 설정 역시 이 소설의 재미를 높여 주는 요소입니다. 남양, 매일유업, 오뚜기(아마도?) 같은 현실 기업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기업 구조와 이해관계를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줍니다. 

주인공의 성공 방식도 나름 인상적입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상남자"처럼 이미 알고 있는 미래를 발판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 작품의 이과장은 자기 힘으로 성과를 만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정도 경영과 사원 복지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고, 유튜브를 성공의 도구로 활용하는 설정은 판타지스럽기는 하지만 아주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한 철저한 업계 조사가 뒷받침된 덕분이지요. 한성에서 태성으로 자리를 옮긴 뒤, 된장 계량 스푼에서 시작해서 친해진 '본부장'의 절대미각을 살린 '본부장 부대찌게'와 '본부장 커피' 런칭에 힘을 보태 성공을 거두는 부분까지는 읽으면서도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사와 소재가 잘 짜여져 있었거든요.  

그러나 본부장 커피 이후는 솔직히 망작입니다. 그냥 판타지로 전락해 버리는 탓입니다. 게다가 중국 진출 시점부터는 그야말로 가관이에요. 여러 활동을 통해 이과장(이 시점부터는 이사장이지만) 중국에서 일종의 계몽 활동을 펼치다가, 심지어 시진핑 주석까지 만나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현실적인 산업 현장 서사와 기업 성장담이 이 작품의 강점이었는데, 그와는 동떨어지는 황당무계한 전개였습니다. 

등장인물들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인물들이 상당히 전형적이거든요. 이과장은 착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며, 그의 아내 오세정도 비슷한 결을 공유합니다. 잘생긴 처남 캐릭터는 설정만 놓고 보면 조금 튀는 편이지만, 결국 엄청나게 착한 훈남이라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서사가 길어질수록 캐릭터의 힘이 떨어집니다. 러브라인도 특별한 긴장감이나 설렘을 주지 못해 보는 맛이 약합니다. 이야기 전체가 산업과 경영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해도, 인물 관계에서 오는 흡인력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훨씬 풍성한 작품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생생함이 탁월한 외국인 노동자나 탈북자를 좀 더 중요하게 썼더라면 독특한 맛이라도 살렸을 텐데 말이지요.
등장인물들의 설정 활용도 아쉽습니다. 대표적인게 이과장의 탁월한 시력에 대한 설정입니다. 처음에는 뭔가 중요한 장치처럼 보이는데, 막상 이야기 전체를 놓고 보면 특별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결말도 영 별로에요. 태성을 대기업으로 키워 내는 쪽으로 끝까지 밀어붙이거나, 반대로 판타지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확실한 방향성을 가졌어야 하는데 일종의 번아웃 상태에서 대충 살기로 마음먹는다는 결말이라서 성공기라는 측면에서도 애매하고 판타지 서사라는 측면에서도 애매해져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허무해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업계물로서의 사실감과 가독성, 그리고 국내에서의 성공담이 주는 재미는 분명합니다. 특히 사출 업계에 대한 묘사만큼은 대단한 강점이고요. 그러나 여러 단점들로 인하여 전체적인 만족도는 많이 떨어집니다. 재미가 아주 없는 작품은 아니지만, 선뜻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2025/05/11

화산전생 - 정준, 토마씨 : 별점 1.5점

화산의 장로였던 주서천은 죽은 뒤, 과거로 회귀했다. 주서천의 시대에서 암천회와 무림의 전쟁이 벌어져 수많은 영웅들이 죽었던 탓에, 주서천은 영웅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암천회의 음모 좌절에 새로운 생을 걸었다.

인기 웹소설의 웹툰화 작품입니다. 인기가 많다기에 이번 연휴에 몰아서 완결까지 보았습니다. 

뻔한 회귀물이지만 인기작답게 나름대로 독특한 점은 있네요. 단순한 무공 대결보다는 전략과 정보전이 강조된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암천회는 소문과 거짓 정보를 활용해 무림 인물들을 현혹시키고, 9파 1방에 속하지 않은 이들의 질투심과 자격지심을 교묘히 자극해 세력으로 끌어들이는데 꽤 설득력 있습니다. 마지막 무림맹과 암천회의 결전은 수천의 병력이 각자 군사의 지휘 하에 지형과 다양한 작전을 활용해 전투를 벌이기 때문에 무협지보다는 말 그대로 '전쟁'을 그려내고 있고요.

전통적인 무협의 틀을 벗어나, 기관 전문가와 상인이라는 인물을 주력 조력자로 배치한 점도 특이합니다. 기룡 제갈승계는 초반에는 단순한 기관 돌파 전문가 정도의 역할이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다양한 병기와 기관으로 암천회의 전력을 크게 약화시킵니다. 참호전 당시 첫 등장했던 기관총을 연상케 하는 그의 활약은 열세인 무림맹의 승리에 상당한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작 중 대립 상대인 '암천회'의 설정도 괜찮습니다. 비록 숙청당할까봐 두려워 숨어지냈지만, 황실과 관련이 있다는 설정은 암천의 다양한 재보, 자금과 군대까지 엮을 수 있던 이유를 잘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보통 무협물은 황실과 거리를 두는게 보통인데, 이를 적극적으로 설정에 녹여낸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았습니다. 

또한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명쾌해서 고구마스럽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점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주서천이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 인간 관계를 - 심지어 여자 관계까지! - 칼같이 정리하는 덕입니다. 주변 인물들도 불필요한 감정선 없이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건 마찬가지에요. 선악의 구도도 명확하고, 악인은 반드시 최후를 맞이하는 단순하지만 시원한 구성도 이야기를 더욱 속도감 있게 만듭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대단한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회귀물을 기반으로 한 전형적인 전개는 이미 많은 작품에서 반복되어온 구조이며, 과거의 기억으로 모든 정보를 꿰뚫고 최강자가 되는 설정은 지극히 뻔했던 탓이 큽니다. '기연이 있는 장소를 미리 알고 찾아서 확보한다'가 거의 전부거든요. 별 탈 없이 레벨(?)을 올린 주인공이 상대방을 모두 해치우며 결말까지 이어지는 전개는 새로움을 느끼기 어려웠어요.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무협이라는 장르의 틀을 벗어나 전형적인 판타지물처럼 변모하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혈마가 강시를 만들고 시신을 활용해 몸을 바꿔치기하며, 인어와 이무기, 현무, 말하는 독거미 등 이종족(북해빙궁은 엘프더군요)과 몬스터에 이상한 주술까지 등장하는데 무협물이 아니라 혼합 장르물 혹은 마법 판타지로 느껴집니다. 등장인물들의 강함을 일종의 레벨처럼 표현하고, 최강자들의 필살기(심상구현이라 부르는)는 각자 독특한 무공이 한 개씩 있다는 것 역시 전형적인 만화 판타지 세계관으로 보이고요. 뒤로 가면 이게 무협물일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그나마도 무공이라면 모를까 주서천이 마지막 암천회주와의 결전에서 시간을 되돌리는건 어이가 없었습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도 아니고... 주서천의 심상구현인 모든 상처를 치료해주는 '회귀'로 주서천이 치명상을 입은 줄 알고 방심하고 있던 암천회주에게 한 방을 먹이는 정도가 적당했습니다. 

그 외 전개에서 이상하게 늘어지며 억지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아요. 대표적인게 무림맹주 남궁위무의 퇴장입니다. 암천회와의 결전 직전에 무림맹 내부의 다툼으로 처형된다는 전개보다는, 백의종군하여 마지막 대결에 참여하게 했더라면 훨씬 개연성이 있었을 것입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비급과 보물이 과도하게 등장하는 점도 몰입을 방해했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흥미로운 점이 없지는 않으나, 전형적인 판타지 회귀물과 별다를게 없고 작화가 심하게 좋지 않아서 추천드리기는 어렵네요.

덧붙이자면, '별호'가 이렇게 별로인 무협지는 정말이지 처음 봅니다. 검 좀 쓰면 검성, 검신, 검선, 검마로 돌려막는 식이거든요. 제가 만든 챗봇으로 화산파 장문인 검선 우일문의 별호를 만들어보니 '매영검옹(梅影劍翁)'을 추천하는데, 검선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나 싶습니다.

2017/04/18

클레이모어 1~27 - 야기 노리히로 : 별점 2.5점

클레이모어 Claymore 27 - 6점
야기 노리히로 지음/대원씨아이(만화)

클레이모어: 여전사의 싸움을 그린 다크판타지

"엔젤 전설"로 오해 학원 개그물의 한 장을 열은 야기 노리히로의 다크 판타지 장편 액션 만화입니다. 햇수로 따지면 거의 20년 가까이 된 작품이지만, 몇 주 전에야 겨우 완독하였습니다. Lionheart님 리뷰를 읽고 몇 자 적습니다.

이전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초반부 한 두어 권 읽다가 접은 이유는 도무지 정이 가지 않은 작화 탓이 컸습니다. 개그 만화에는 적당했지만 다크 판타지 액션에 걸맞는 작화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액션 장면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어요. 인간을 먹는 요마와 요마를 사냥할 수 있는 반인반요의 여성 전사 설정도 너무 뻔하다 싶었고요.

그러나 전 권을 몰아서 읽어보니 확실히 인기가 있었던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뻔하고 도식적인 것은 초반부 뿐, 이른바 '각성' 이라는 것이 핵심 설정이 되면서 부터는 독특한 맛이 느껴집니다. 이후 밀리아에 의해 밝혀지는 요마, 전사의 정체와 조직의 존재 이유도 꽤 그럴 듯 했고요. 결말도 깔끔해서 마음에 듭니다. 좀 급하게 끝낸 것 같다는 의견도 더러 있지만 저는 괜찮았어요. 불필요하게 질질 끄는 것 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떡밥 회수도 충실합니다. 요마가 아닌 전사를 취해, 전사가 된 클레어가 각성한 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대표적인데 이야기 결말에 잘 어울리는 아이디어였어요.
작품의 파워 밸런스가 일정하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강적들인 '심연의 주인들'과 주인공 멤버들 간의 밸런스가 끝까지 유지되는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밀리암을 리더로 하는 7명의 전사들이 무려 7년 동안 은신하여 수련했지만, 심연의 주인들과의 전투는 그들 한 두 명으로는 어림도 없고, 어쩌다 이기는 것도 전원이 달려들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는 식인 덕분입니다. 의외로 아주 현실적인 설정이라서 기억에 남네요.
강적을 쓰러트리면 또다른, 더 강한 강적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소년 만화 전개에서 벗어나 상당히 초반부에 등장한 적이 마지막 결전 상대가 된다는 점도 독특했습니다.

덧붙이자면, 다크 판타지이며 주인공의 처절하고 외로운 싸움을 그렸다는 점에서 "베르세르크"의 영향이 짙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각성자들과 심연의 강자들의 디자인, 그리고 '대검(클레이모어)'를 활용하여 전사들이 요마들과 사투를 벌이는 부분이 그러한데, 그래도 전사들을 모두 여성으로 설정하는 등의 디테일과 앞서 이야기한 파워 밸런스, 그리고 전투에서 두뇌 배틀 속성이 들어가는 식으로 확실히 차이점을 전해 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베르세르크"보다는 희망을 듬뿍(?) 담고 있다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베르세르크"만큼 한 획을 긋지믄 못했어도 당대의 인기작으로서의 재미는 충분합니다.

2006/05/04

마징가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 마에다 건설 판타지 영업부 / 김영종 : 별점 2.5점

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 6점
마에다건설 판타지영업부 지음, 김영종 옮김/스튜디오본프리

실존하는 종합 건설회사 마에다건설이 "공상세계 대화장치"라는 가상의 기계를 통해 만화와 애니메이션 세계의 건축물을 수주받는 신규 부서 '판타지 영업부'를 만들어 4명의 직원을 투입, 첫 프로젝트로  마징가 Z의 지하기지 (실제로는 오수처리장 격납고)를 설계하고 견적 산출 후 발주하는 과정을 그린 책. 제목이 좀 이상하네요. "지하기지" 가 아니라 "격납고" 일텐데....

어쨌건 만화속에서만 존재하는, "공상과학대전" 등의 책에서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한 거대 로봇물에서 그나마 현대 과학기술로 구현이 가능한 격납고만이라도 재현한다는 프로젝트 취지 자체는 과거 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건설업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도판과 설명도 (지나칠 정도로) 충실하고요. 무엇보다도 여러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실제의 건축물의 충실한 실례를 들어가며 다양한 공법과 기술들을 자세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전개해 나가는 과정은 탄복을 자아냅니다. 예를 들자면 만화영화와 설정고를 참고로 한 기본설계를 마친 후, 연구소의 위치가 후지산 근처라는 설정을 통해 근처의 지질을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만화영화와 똑같이 구현하기 위한 슬라이딩 개폐부의 도입이나 유압식 엘리베이터 적용 여부 논의, 내진 설비를 갖추는 것에 대한 고민 등 등 모든 세세한 부분이 그러합니다. 판타지 영업부의 진지한 자세가 엿보였달까요. 마지막에 등장하는 1/100 실제 모형은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으로 손색이 없는 결과물입니다!

실제로 "마에다건설공업(前田建設工業) 주식회사는 1919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자본금 234억 엔, 종업원 수 3,427명(2005년 3월 말 현재)에 달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초대형 토목건설 전문 업체로 20세기 최대의 프로젝트로 불리우는 도쿄만 아쿠아라인 인공섬을 비롯하여 도쿄도 청사, 요코하마 베이브릿지, 우나즈키 댐, 홍콩 신공항 여객터미널, 후쿠오카 돔(프로야구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홈구장) 등 일본 내외의 역사적 의의를 지니는 대공사를 다수 성공시키며 첨단 건설공법의 선두주자로 명성을 떨쳐왔다."라고 하는데 대기업 답지 않은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데에 박수를 보냅니다. 뭐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건 광고 차원이건 국내 대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놀라운 발상이라 생각되어 여러모로 부럽네요.

현실속의 프로젝트는 아니며 최종적으로 산출된 예산인 72억엔에 공기가 6년 5개월이라는 수치는 실제 구현될 확률도 굉장히 낮다고 생각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책 자체는 무척이나 참신한 시도로 보이며 대기업에서 고객 서비스, 홍보용으로 충분히 추진할 만한 재미난 기획이었다 생각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마에다 건설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게끔 되어 있다고 하지만 한국어로의 번역도 충실한 만큼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단 만원이라는 가격은 좀 비싸보이지만요. 다음 기획이 무엇인지 벌써부터 궁금해 집니다.

덧 1 : 우리 회사에서도 비스무레하게 뭔가 할 수 있는게 없는지 곰곰히 한번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아 내 일만 늘어나려나?
덧 2 : "태권브이 기지를 만들어 보자!"라는 제목으로 수록된 부록은 한마디로 사족일 뿐, 책의 가치를 떨어트릴 뿐이라 가슴이 아픕니다.

2015/04/20

야수 1,2 - 우에하시 나호코 / 이규원 : 별점 3점

야수 특별 세트- 전2권 - 6점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이규원 옮김/노블마인

에린은 "야료"라 불리우며 터부시되는 종족 출신이자 투사지기인 어머니 소욘과 함께 살아왔다. 그러나 어머니가 사형을 당한 뒤에는 마을을 떠나 꿀벌지기 조운의 양녀가 되었다. 이후 조운의 도움으로 카자룸의 수의사 학교에 입학한 에린은 학교에서 키우던 어린 왕수 리란을 돌보면서, 왕국 역사상 처음으로 왕수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상전의 최강자 "투사"로 이루어진 부대를 유일하게 압도할 수 있는 왕수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왕국이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 있어서 고민에 빠지는데...

2015년 서점 대상 목록을 보다가 급 관심이 생겨 읽게 된 작품. 원제는 "야수조율사"입니다. (獣の奏者). 애니메이션까지 만들어질 정도이니 당시 꽤 인기가 있었으리라 짐작되네요. 읽어보니 역시나, 확실히 인기를 끌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첫 번째 이유로는 일본 판타지 특유의 흔해빠진 설정에서 탈피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거대 세력의 싸움이나 왕위를 둘러싼 암투 등이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라, 주인공 에린이 '동물 애호가'로서 역경을 딛고 성장하며 왕수 리란과 교감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덕분입니다. 거대 위험 동물과의 교감을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나우시카"와 비슷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고요. 주인공 에린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특유의 호기심, 그리고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어서 왕수와 교감을 이루게 되는 과정 묘사가 아주 설득력 넘칩니다. 이렇게 자신과는 다른 종족과의 커뮤니케이션 묘사의 설득력은 작가 우에하시 나오코의 독보적인 강점 - 문화인류학 박사 학위를 가진 현직 교수 - 이 최대한 발휘된 결과로 보입니다. 

두 번째로는 전반적인 이야기가 소소한 일상계 스타일로, 에린의 생활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간 '소녀풍 판타지'라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던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이야기의 스케일이 작지만도 않습니다. 신권을 지닌 왕 요제와 병권을 총괄하는 대공 아루한 세력의 암투가 함께 펼쳐지고 있으며, 요제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복잡하면서도 흥미롭게 전개되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에 대공령의 투사 부대가 몰려오는 장면은 기존 판타지 애호가도 만족할 만큼 멋진 카타르시스를 안겨줍니다. 마지막으로 요제가 어떻게 이 땅에 내려왔는지, 왕수 규범이 생긴 이유와 아료(아오로우)족의 과거가 밝혀지는 장면도 높은 설득력을 지닌 명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곳곳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옥의 티입니다. 특히 이야기의 핵심인, 누간과 손잡고 하르미야를 죽인 뒤 세미야와 결혼하려는 다미야의 음모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르미야가 살아 있으면 결혼하기 힘들었으리라는 묘사도 없고, 누간 역시 반란을 일으켜서 얻을 게 별로 없으니까요. 기껏해야 아루한의 지위 정도? 왕이 되려는 야심도 없이 이 정도만 가지고 반란을 일으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또한 다미야가 에린을 뜻대로 조종해 왕수를 다룰 수 없다면, 투사 부대를 이끄는 아루한이야말로 큰 위협이 되었을 텐데, 장기적으로는 세력이 약화될 게 뻔하다는 점에서 참 바보 같은 계획이 아니었나 싶네요. 신성을 강화해도 병권은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중세 시대에 교황이 이미 증명한 사실이니까요. 이건 물론 다미야야 알 수 없는 역사지만...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 위기에 처한 에린을 왕수가 구해 날아오르는 장면으로 끝난다는게 가장 아쉽습니다. 분명 멋진 장면이고, 왕수와 에린이 진짜 교감을 나누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기는 하지만 정작 이야기는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는 탓입니다. 결국 요제는 어떻게 되었는지, 다미야를 비롯한 반역자들은 어떻게 되었는지가 설명되지 않아서 답답하기까지 했습니다. 첫 발표 당시에는 1, 2권으로 완결되는 작품이었는데, 몇 년 뒤 3, 4권이 후속으로 나왔다는건 아무래도 저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네요.

아울러 요제의 경호원을 뜻하는 "세잔" 번개 이알은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원래 가구 목공의 자식이었다는 등 상당한 분량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스테레오 타입으로 별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단점도 큽니다.

그래도 별점은 3점입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일본풍 판타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독특함, 작가 특유의 묘사는 마음에 들었으며,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흡입력도 좋았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고 싶어집니다.

덧1 : 참고로 이 작품은 절판 상태라 중고도서로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중고 물량은 많은 편이니 구하시기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덧2 : 애니메이션 화면도 찾아봤는데, 왕수는 날개 달린 늑대개, 투사는 뿔, 다리 달린 용 비스무레한 뱀 정도로만 묘사되어 실망스럽더군요. 좀 더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구석이 많았는데 너무 뻔했달까요... 그래도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영상으로 보고 싶긴 합니다.

2024/08/18

던전밥 1~14 - 구이 료코 / 김완 : 별점 4.5점

[세트] 던전밥 1~14 세트 - 전14권 (완결) - 10점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소미미디어

라이오스 파티는 "황금성" 던전을 탐험하다가 레드 드래곤을 만났다. 라이오스의 동생 파린의 마법으로 일행은 던전 탈출에 성공했지만, 파린은 드래곤에게 먹혀버렸다. 라이오스, 마르실, 칠책은 파린을 구하기 위해 곧바로 던전으로 다시 향했다. 던전은 죽더라도 영혼이 사체와 연결되어 소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무일푼이라 던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물을 식량으로 삼기로 했다. 덕분에 10년 이상 던전에서 마물식을 연구한 드워프 센시가 일행으로 합류했고, 우여곡절 끝에 레드 드래곤을 해치우고 파린을 소생시켰다.
하지만 던전의 주인 '광란의 마법사'에 의해 파린은 마물이 되어버렸다. 소생시킬 때 마물 레드 드래곤의 사체를 쓴 탓이었다. 파린을 완전히 되찾으려면 '광란의 마법사'를 쓰러트리고 던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걸 깨달은 라이오스 일행은 목숨을 건 사투를 통해 '광란의 마법사'를 쓰러트렸다. 그러나 사람의 욕망을 먹기 위해 이 모든걸 조종하는 악마 '날개달린 사자'가 남아있었고, 마르실이 새로운 던전의 주인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현대인이 이세계로 날아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지식이나 신에게 받은 치트로 무쌍을 찍는다는 이세계물이 넘쳐나는 요즈음, 정말로 보기 드문 정통파(?) 본격 판타지 만화입니다. 1권을 읽고 리뷰를 올린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드디어 완결되었네요. 동생을 구하기 위함이라는 명확한 목적도 있고, 단순히 등장하는 마물을 사냥해가며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익히는게 아니라 파티원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과 머리를 써야 해결할 수 있는 퀘스트들이 이어지고, 퀘스트를 통해 동료와 능력을 얻어 결국 절대악을 쓰러트리고 세계의 평화를 가져온다는 긴 호흡의 장대한 전개를 선보입니다. 결국 세상의 종말이 닥치지만, 라이오스와 날개달린 사자의 마지막 승부로 평화가 찾아오고 라이오스가 새로운 왕국의 왕이 된다는 결말도 나무랄데 없어요.

마물 요리라는 소재도 큰 재미 요소입니다. 현재의 식재료들과 거의 같거나 흡사한 마물 재료로 만드는 요리들이 잘 표현되어 있을 뿐더러, 맨드레이크를 캘 때 소리를 지르게 만드는게 나쁜 독소(?)를 빼내어 맛이 더 좋아진다는 등의 세세한 설정도 볼거리입니다. 또 이 설정은 단순한 재미 요소로 끝나지 않습니다. 파티의 리더 라이오스가 그리 뛰어난 전사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건, 그가 마물 요리를 즐길만큼 마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냥 이세계에 현대 요리를 선보이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이세계 구루메 만화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개그 센스도 돋보입니다. 라이오스가 얼빠지거나 황당한 말을 하면 그걸 상식인(?) 마르실이나 칠첵이 받아치는 만담식 개그가 많은데,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게 그야말로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이를 드러내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톨맨(인간)과 드워프 전사, 하프 엘프 마법사, 하프풋 열쇠공 (도둑?) 이라는 인종과 직업 설정은 정통 판타지그대로이지만, 성격과 개성이 확실해서 넘치는 생동감을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이를 잘 그려낸 섬세한 작화도 발군이고요.

물론 앞서 '광란의 마법사' 시슬을 날개달린 사자가 어쩌지 못하는 묘사는 뒤의 상황을 봤을 때 납득하기 어렵고(광란의 사자야 말로 진짜 악마였으니), 라이오스가 책에 서둘러 휘갈겨 쓴 문구로 날개달린 사자를 해치운다는 결말은 다소 뻔하고 작위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라이오스 파티 외 인물들 배분이 들쭉날쭉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엘프 부대 '카나리아'의 부대장과 함께 행동하며 중재자 역할을 하는 카블루야 그렇다쳐도, 나마리는 오크족보다도 '광란의 마법사'나 '날개달린 사자'를 막기 위해 하는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과거 및 현재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세한게 좋은 예입니다. 반면 슈로는 부하들을 이끌고 파린과의 싸움에서 활약하지만, 동방에서의 그의 지위라던가 부하들의 정체 등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냥 '동방에서 왔다'로 퉁치기에는 설명이 부족했어요. 물론 가이드북이나 후기 만화 등을 통해 약간의 정보를 더 얻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단점은 사소하다 못해 없는 수준입니다. 별점은 4.5점! 이세계 전생물이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판타지 장르계에 정통 RPG 판타지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걸 보여준 걸작입니다. 아직 읽어보시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2007/03/08

파우스트 Vol.3 -2007 겨울 : 별점 2점

파우스트 2007.겨울
학산문화사 편집부 엮음/학산문화사(잡지)

경성탐정록으로 인연을 맺은 계간지입니다. 두께에 놀라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다가 3일에 걸쳐 겨우 완독하였습니다.

읽고나서 가장 먼저 들은 생각은 "과연 이 잡지가 팔리는가?" 라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잡지 전체의 작풍을 한마디로 정의내리기가 모호했거든요. 호러와 판타지, 추리, SF가 뒤섞여 있는 쟝르문학 잡지이기는 한데 각 작품이 목표로 하는 독자의 타겟과 작풍이 너무나도 달라서 이 두꺼운 분량의, 가격도 만만치 않은 잡지를 소구하는 독자들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맛은 별로고, 취향에 따른 일부 재료만 맛있는 잡탕찌게랄까요?

아울러 작품들의 문체나 설정만 놓고 보면 대상 연령층이 상당히 낮아 보이는데 작품들 대부분이 잔혹한 폭력과 섹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보인다는 것도 아이러니했습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작품들이 "젊은 감성" 이라는 카피를 달고 나오긴 했지만 예전의 기쿠치 히데유키류의 엽기 에로 폭력물(?)의 문체만 약간 바꾼 것에 불과하지 않나 싶기도 했고요. 기본적인 설정이야 약간 차이는 있지만 제가 보기에 결과물 그 자체로는 결국 똑같아 보였거든요. 작가의 의도와 내용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론적인 부분에서의 고민이 아쉽더군요.

결론내리자면 제 취향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별점은 2점. 경성탐정록을 제외하고 베스트를 꼽자면, 강병융의 "킬킬킬"과 세이로인 류스이의 "성공학 캬라 교수"입니다. 그 외에도 한국 작품들은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의 작품인데 일본 작품들은 정말로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장르 문학이라 하더라도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넓은 만큼 추리면 추리, 판타지면 판타지, 호러면 호러 식으로 특성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네요. 거기에 더해 페이지도 좀 줄이고, 가격도 좀 더 줄인다면 지금보다 더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고요. 미스터리 관련 대담을 미루어 볼때 향후의 잡지의 발전 방향이 그쪽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내심 개인적으로 기대해 봅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신본격 마법소녀 리스카 - 니시오 이신
마법소녀가 등장해서 다른 마법사와 싸움을 벌이는 격투 액션물.. 로 보입니다. 재미있긴 한데 왜 소설로 쓰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캐릭터들도 일러스트로 묘사하고 내용의 대부분이 액션 장면인데 만화 등으로 구현하는 것이 더 임팩트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거든요. 아주 약간의 두뇌싸움이 등장하지만 비쥬얼이 중요한 요소로 쓰이는 두뇌 게임이라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2. 제로자키 키시시키의 인간 노크 - 니시오 이신
이것 역시 니시오 이신 작품입니다. "제로자키 일족"이라는 살인 집단과 그들에 대항하는 조직의 짤막한 사투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역시 재미는 있습니다만 "리스카"의 경우 처럼 이 작품도 만화쪽이 훨씬 어울렸을리라 생각합니다.

3. 그녀 집으로 오세요 - 이종호
한국 호러 소설의 중견 작가인 이종호씨의 신작입니다. "분신사바"를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어서 나름 기대했는데 이 작품은 솔직히 기대 이하였습니다. 주요 설정을 "펫 세메터리"에서 가져온 것은 그렇다쳐도 주인공 캐릭터의 설정과 묘사가 진부하기 이를데 없었거든요. 쑥쑥 읽히는 맛은 있기 때문에 다음편에서 좀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4. 킬킬킬 - 강병융
취업난을 가지고 기발하게 써 내려간 단편입니다. 주인공 이름이 "철수"와 "영희"라는 것 부터 기발하고, 여러가지 설정 등이 읽으면서도 참 재치있게 쓴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외모에 대한 반전은 좀 더 복선을 깔아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으며, 마지막 엔딩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데? 라는 의문밖에는 생기지가 않더라고요.

5. 무지개빛 다이어트 코카콜라 레몬 - 사토 유야
여러가지 설정을 가져다 붙이면서 뭐 그럴듯하게 표현하고 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신병자입니다.... 내용도 왠지 모르게 뻔했고요. 이외의 평은 생략합니다.

6. ECCO - 타키모토 타츠히코
다중인격 (일지도 모르는) 소녀의 다른 인격 (일지도 모르는) 존재와 교감을 나누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로 소외감이나 외로움 같은 것이 잘 묘사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잔잔하면서도 전해 줄 이야기는 다 전해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슨 이야기인지는 당쵀 잘 모르겠다는 문제가 있긴 하네요.

7. 이상한 사람들 - 와타나베 코지
짤막한 콩트. 한편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완성도는 높지만 어디선가 많이 보아왔던 이야기라는 것이 아쉽군요.

8. W*rld meets W*rld - 모토나가 마사키
설정, 묘사, 스토리 모든 것이 한편의 만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 작품입니다. 그런대로 재미는 있지만 만화쪽으로 가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9. 호질 - 이선웅
파우스트 소설상 우수상 당선작입니다. 하나의 작품으로서 충분히 깔끔하고 재미 있습니다. 하지만 심사평처럼 너무 서둘러 끝낸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결말부가 매끄럽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이었던 심령 수사관이 하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도 좀 황당했고요. 그래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고, 재미나게 읽었기에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10. 성공학 캬라 교수 - 세이로인 류스이
젊은 감각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죠.^^ 그야말로 파격적인 전개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만화가 내용과 밀결합되어 있는 것도 특이했고요. 하지만 이게 과연 소설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11. 코마츠키 마키코 - 마이조 오타로
한 천재(?) 가 등장하는 소설로 다중인격(?) 같은 무언가를 밀도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담담하면서도 치밀한 이야기와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이 재미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저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 기타 칼럼 / 대담 / 만화

2009/11/05

군청학사 - 이리에 아키 : 별점 4점과 3점들

군청학사 1 - 8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군청학사 2 - 6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군청학사 3 - 6점
이리에 아키 글.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아. 정말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단편집입니다. 제목이 왠지 멋있는데 푸르른 청춘들이 모여든 장소를 의미한다네요. 내용은 꼭 그런것만은 아닌데 좀 의아하긴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보니 엠마의 모리 카오루를 연상하신 분들이 많던데 저 역시도 비슷한 화풍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몇컷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솜씨 등 유사한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단지 그 정도로만 규정하는 것은 섭섭한 일이겠죠. 여러 작가의 장점들이 많이 떠올랐거든요.

첫 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카페 알파의 아시나노 히토시입니다. 왠지 모르게 느슨하고 나른한 느낌과 정적인 분위기. 조용한 와중에도 독자의 흥미를 잡아끄는 섬세함과 디테일, 그리고 부드럽게 그린 그림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카와하라 유미코입니다. "전략 밀크하우스"보다는 단편집에서 선보였던, 전형적인 중세풍 판타지를 비롯해서 로맨틱 코미디, 청춘드라마, 학원물 등 쟝르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면서도 그 수준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대단한 능력 때문입니다. 저는 약간 코믹한 분위기의 단편들이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다른 작품들도 허투루 보기 힘들정도의 완성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랍더군요. 

세 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백귀야행의 이마 이치코입니다. 이유는 이마 이치코의 오리엔탈 판타지에서 느껴졌던 복잡한 설정과 진한 여운, 그리고 특유의 코믹함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진지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가가 굉장히 유쾌한 인물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작품들에 짙게 배어있는 유머 덕분에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로 연상된 작가는 아토리 케이코입니다. 단편 중심이라는 것과 밝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여유있는 화풍으로 그리고 있다라는 것이 정말 놀랄만큼 유사하죠. 아토리 케이코 보다는 조금 더 스케일이 큰 이야기들이 많고 드라마를 강조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말이지 비슷했어요. 아토리 케이코는 이미 고인이 되신지라 더 많은 작품을 접할 수 없다는것이 안타까왔는데 이리에 아키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도 많이 됩니다.

다섯 번째로는 섬세한 심리묘사, 그리고 유머와 더불어 일상속에서 디테일을 잡아나가는 분위기가 왠지모르게 요시나가 후미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었기에 언급하고 싶네요. 작풍과 표현 방식은 전혀! 전혀 다르지만 뭔가 감수성이랄까? 그런게 좀 비슷했던것 같달까요... 

마지막으로 연상된 작가는 TONO입니다. 구태여 작품을 고르자면 "카오루씨의 귀향"인데 기발하고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것과 유머가 작품에 전체적으로 녹아있다는 것이 비슷했습니다. 판타지에 강점을 보이는 것도 유사했고요.

하지만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에피소드들이 고르게 완성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2권의 "북의 십검"같이 별다른 특색없는 이야기도 있고, 첫 번째 이야기 외에는 그닥 새롭지 않은 핑크 초콜릿 에피소드 연작은 좀 지루했습니다. 

또한 별다른 이야기 전개 없이 특정 상황에만 집중한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보다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압축해서 전달하기도 하지만 여운만 가득할 뿐 이야기가 애매한 에피소드들도 눈에 띕니다. 예를 들자면 1권의 "이계의 창"이나 "숲으로" 를 들 수 있습니다. "박명"도 여주인공이 사실은 장님이었다 정도의 작은 반전이라도 선보이는게 더 좋았을 거에요. 아울러 3권은 전체적으로 1, 2권에 비해 작화나 구성에 힘이 떨어져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개인적인 베스트 에피소드로는 1권에서는 "포로공주"와 "선생님 저는"을, 2권에서는 "니논의 사랑"을, 3권에서는 "빨간 지붕의 집"을 들고 싶네요. 별점은 1권은 4점, 2권과 3권은 3점입니다. 2권은 너무 평범했던 "북의 십검"이 절반 이상 분량이라 점수가 깎였고, 3권은 앞서 이야기한데로 1,2권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져서 감점했습니다. 

그래도 대체로 평균이상은 하는 작품들임에는 분명한만큼 수수하면서도 여유롭고, 그러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즐시기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일단 1권부터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2012/09/17

부러진 용골 - 요네자와 호노부 / 최고은 : 별점 3점

부러진 용골 - 6점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사자왕 리처드의 시대, 영국령 북해 솔론제도 영주의 딸 아미나는 동방에서 온 기사 팔크와 그의 종사 니콜라를 만나 암살기사가 영주의 목숨을 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영주 로렌트는 바로 그날 살해되고 마는데...

요네자와 호노부의 가상 역사 판타지 추리소설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인데 흡입력이 상당해서 길이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더군요. 한마디로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시대 배경과 마술이라는 요소가 잘 결합되어 있으면서도, 추리적으로도 거의 완벽하다는 장점이 돋보입니다. 독자를 위해 공정한 정보 제공을 하는 것은 물론, 마지막에는 나름대로 "독자에의 도전장"도 삽입되어 있을 정도거든요. 더군다나 추리의 과정이 모두 이치에 합당해서 설득력도 높습니다.

다양한 용병 캐릭터의 소개, 마지막 "불사의 데인인"과의 전투 등 그냥 판타지 소설로도 볼거리가 상당히 많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기존 작품에서 보였던 "작위적이다"라는 단점이 워낙에 작위적인 설정 덕분에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것도 좋았고요.

물론 실제 있었던 사자왕 리처드의 시대가 무대이지만 세세한 고증 없이 일본 판타지스럽게 구성했다는 점, 진부한 캐릭터들은 조금 아쉽습니다. 팔크가 에드릭과 한판 승부를 벌였다는 중요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점, 로렌트가 과거 데인인과의 전투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데인인의 우두머리에 대한 정보도 공유해 주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려웠고요. 무엇보다도 뭔가 있어 보이는 "부러진 용골"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별다른게 없다는게 가장 실망스러웠습니다. 좀 더 작품과 어울리는 제목을 붙이는 게 좋았을 것 같네요.

그래도 단점은 굉장히 약간일 뿐, 재미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도 뛰어납니다. 중세 영국을 무대로 공식적으로 "마술"이 통용되는 시대라는 점에서는 "다아시경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의 데인인과의 대전투 등 볼거리가 많으며 더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리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군요. 이런저런 매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 당연하다 싶을 정도였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읽었던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 중에서는 최고작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25/12/12

전지적 독자 시점 (2025) - 김병우 : 별점 2점

"나 혼자만 레벨업"과 쌍벽의 인기를 누리는 판타지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입니다. 세계가 갑자기 '성좌'들의 관전용 무대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소설 속 현실로 탈바꿈한 상황에서, 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 속 내용을 미리 알고 있다는 설정의 작품이지요. 미래를 미리 알고 있는 기존 회귀물, 전생물과는 약간 차별화되면서 독특한 재미를 준 설정입니다. 지난 주에 넷플릭스에 업데이트 되었길래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만 놓고 보면 그런대로 재미있습니다. 액션 판타지 장르로서 킬링 타임용으로는 무난한 편이에요. 안효섭(김독자 역), 이민호(유중혁 역) 두 주연 배우의 캐스팅도 잘 어울립니다. 두 사람의 호흡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한 이유는 잘 알겠더라고요. 단점이 뚜렷하게 느껴졌거든요. 우선 CG가 전반적으로 부족합니다. 게임 동영상이나 철지난 중국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해서 몰입을 방해하는데, 그 중에서도 절정부인 최종 화룡과의 결전 장면이 가장 실망스럽습니다. 몬스터들의 디자인 역시 현실감 없이 게임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라 위협감도, 설득력도 떨어지고요.
액션도 특별히 합이 잘 맞는다던가, 서로의 특성을 살려 위기를 극복하는 식으로 그려져 있지 못합니다. 유중호의 이기어검술(?) 등 여러 스킬들은 모두 중국 무협 영화 그대로라서 새로움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야기 구성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퀘스트를 수행하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단순한 게임 스타일로, 이를 극복하면서 나오는 반전이나 복선은 거의 없습니다. 김독자가 소설 내용을 알고 있다는게 별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도 않고요. 오히려 금호역에서 천인호를 쫓다가 결계에 갇혀 죽기 직전, 갑자기 난입한 이지혜가 구해주는 식으로 우연과 운에 의지한 전개를 보이는 설정 구멍만 더 크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화룡과의 결전에서 유중호가 죽는 장면도 뜬금없습니다. 유중호가 죽은 것 외에는 김독자의 작전대로 흘러간 건데,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실망하고 감정선을 무겁게 끌고 가는 건 납득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추가 아이템을 얻어 칼을 완성해서 화룡을 물리치는데, 그럼 그 전의 작전은 어쩔 셈이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여러모로 이야기의 완성도가 부족합니다.

부족한건 이야기 완성도 뿐만이 아닙니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현재 상황이 어떤 구조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설명이 부족합니다. '성좌'의 무대라는 전제는 나오지만, 코인, 아이템, 스킬 같은 기본 설정조차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익숙한 게임적인 설정이라서 그냥 넘어갔다면, 이 영화를 과연 대중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원작과 다른 설정도 문제입니다. 특히 김독자와 작가가 일종의 '게임'을 하는 듯한 설정은 최악입니다. 작가가 이야기에 개입할 수 있다면, 김독자의 전능한 예지 능력도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되는 부분이었어요. 여성 캐릭터들도 제대로 묘사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여성 인물들이 캐릭터성을 갖지 못한 뻔한 설정인데다가, 이지혜는 왜 등장했는지조차 불분명할 정도입니다. 연기도 어색한 부분이 많고요.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출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길영이가 코피를 쏟으며 사마귀를 조종하고, 그 장면을 본 이현성이 각성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유치합니다. 

결론적으로 킬링 타임용으로는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원작의 팬이라면 실망할 수 있고, 원작을 모른다면 초반 설정부터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CG 퀄리티, 각색 방향, 연출 등 여러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3/07/22

던전밥 월드 가이드 모험자 바이블 - 쿠이 료코 / 김민재 : 별점 2점

[고화질] 던전밥 월드 가이드 모험자 바이블 - 4점
쿠이 료코 지음, 김민재 옮김/㈜소미미디어

<<던전밥>>은 1권 출간 당시부터 관심있게 보아왔던 판타지 만화입니다. 판타지와 먹부림을 결합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쿠이 료코의 팬이 되어 여러가지 단편집들을 구입하기도 했었지요. 지금은 <<이세계 식당>>이나 <<이세계 주점>>과 같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그 신선함이 퇴색해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조로서의 품격은 잘 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유사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세계 전생같은 개념이 아닌 판타지 세계관 내에서만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미궁의 주인' 자리를 놓고 벌이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 해 나가고 있다는 장점은 여전합니다.

이 책은 <<던전밥>>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과 마물들, 그리고 세계관 설정에 대해 알려주고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부록 만화들이 수록되어 있는, 일종의 팬 서비스용 도감입니다.

주요 인물별로 아래와 같이 상세 설정 및 이야기 속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해주는게 좋았습니다. BMI 지수까지 알려줄 정도이며, 심지어 '첫 사망'이 언제였는지 알려주기까지 합니다.


 
만화책을 열심히 보았다면 구태여 구해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인물별 설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가는건 나름의 재미가 있더군요. 인물별 특징을 잘 보여주는 만화를 수록해 준 것도 고마운 부분이고요.


인물 설정 뿐 아니라 거주하는 곳 까지 소개해주는 등의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만화로 읽을 때는 잘 모르고 지나갔던 디테일한 설정들도 볼거리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작 중 최고 인기 연애 소설인 <<다르티안의 일족>> 소개였습니다. 아~ 왠지 뻔하지만 엄청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라이오스 파티 이외 인물들 설명은 그만큼 자세하지는 않습니다. 몬스터들은 더 간략해서 일러스트와 간단한 설명 뿐이고요. 그리고 이야기가 완결되기 전에 출간된 탓에, 전체 이야기를 완전하게 담지 못하고 있다는 단점도 큽니다. 이 책만 읽으면 여러모로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어요. 완결 이후에 이야기 모두가 정리된 버젼으로 출간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무엇보다도 실망한건 작품의 핵심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요리' 관련 내용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여러가지 몬스터로 만든 요리와 그 레시피에 대해 더 상세하게 소개해 주리라 기대했거든요. 끝까지 읽었는데 요리 관련 이야기가 없어서 무척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던전밥>> 팬이라면 보시면 좋을 책이지만, 제 기준으로는 단점이 명확했습니다. 풀 컬러이기는 하지만 컬러가 사용된 부분이 많지 않은데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에 비하면 가격도 비싼 편이에요. 

2012/08/04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로드 던세이니 / 정보라 : 별점 2.5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 6점
로드 던세이니 지음, 정보라 옮김, 이승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바다출판사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18번째 작품으로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게렉터님 블로그 리뷰를 접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로드 던세이니는 고전 "두병의 소오스"로 접하고 관심이 있었지만, 다른 작품들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차에 반가운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 대부분이 전형적인 "판타지" 문학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제 기대와는 좀 달랐습니다. 반전이 빼어나고 촌철살인의 맛이 있는 "쇼트쇼트" 같은 작품을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몇몇 작품은 당최 내용을 이해할 수도 없었어요.

그래도 "불행교환상회"나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같은 기대에 걸맞은 작품도 실려 있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정통 판타지 문학을 좋아하신다면 권해드립니다.

수록작별 간단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곳"

영혼이 갈 데가 없어 버려진 존재들 속에서 기거하게 된 운명에 처한 남자가 최후에 구원받는다는 초단편. 철학적이면서 "불새 - 우주편"이 떠오르기도 하는 등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너무 짧은 탓에 재미만 놓고 보면 그닥이에요. 별점은 2점입니다.

"들판"

들판에서 느껴지는 불길함에 관한 이야기. 솔직히 저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1점.

"칼과 우상"

철기와 종교의 도입 시기에 벌어졌음직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결국 종교가 승리한다는 결말로, 이야기의 완성도가 상당한 수작이었습니다. 지금의 세태에 대한 풍자적 의미도 담겨 있는 듯 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카르카손"

절대 도달할 수 없다는 카르카손을 향해 무모한 도전을 떠나는 정복자 일행에 대한 서사시. "원탁의 기사" 등이 연상되는 고전 느낌의 정통 판타지 문학입니다. 고전 느낌 그대로라서 의외성이 하나도 없다는건 단점이지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런데, 보드게임 "카르카손"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좀 궁금합니다.

"거지들"

이상한 예언을 하는 거지들과 맞닥뜨린 주인공이 버스 경적 소리로 환영에서 깨어난다는 이야기. "들판"처럼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별점은 1점.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표제작. 특별한 줄거리가 있다기보다는 주인공이 얀 강가를 중심으로 한 이국적인 도시들을 여행하며 경험한 것에 대한 기행문 성격의 작품입니다. 문체와 분위기, 설정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국적인 독특함이 일상계스러운 분위기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카페 알파" 등이 떠오르는데, 좀 더 풀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되네요. 혹 후속작이 있다면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불행교환상회"

자신의 불행을 다른 사람의 것과 교환해 주는 상점에 관한 이야기로, "환상특급" 같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결말이 예상 범위 안에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런 작품이 좀 더 많이 실렸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별점은 3점입니다.

"어느 여인숙의 하룻밤"

짤막한 희곡. 많은 모험소설에서 접했던 "이교도 유적에 있는 신상의 보석 눈을 훔친 도둑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반까지는 일당의 브레인 '멋쟁이' 활약 중심의 모험-범죄물이었다면, 마지막 반전 이후 결말은 "기묘한 맛" 장르에 가깝습니다.   

반전이 굉장히 뛰어나서 전편을 통틀어 가장 기대에 값했던 작품이에요. 실제 연극도 보고 싶어지더군요. "두병의 소오스"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2025/09/07

성운아 (星雲児 聖・少年戦士伝) 1~6 - 이케가미 료이치 : 별점 1.5점

'뇌제'는 지구를 파괴시켰다. 우주를 지배하기 위해 5개의 보주를 모아야 했는데, 보주 1개가 지구 내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택받은 소년 히마코토 이쿠루가 성모의 도움으로 지구의 보주를 입수했고, 보주를 가진 5명의 성전사를 모아 지구 부활 및 뇌제 처단을 위한 모험에 나서는데...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이케가미 료이치의 '소년 SF 판타지 액션 만화'입니다. 소년 선데이 연재작이지요. 국내에도 1권만 해적판이 소개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만보님의 리뷰를 읽고(잘 계시지요?) 찾아보게 되었네요.

무려 40여 년 전 작품이지만 이케가미 료이치의 작화는 압도적입니다. SF 판타지에 걸맞는 세세한 디자인들도 중반부까지는 나쁘지 않고요. 이즈부치 유타카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이 디자인을 맡은 덕분이겠지요. 

이야기도 두 번째 보주를 찾기 위해 향한 혹성 제피로스 에피소드까지는 재미있습니다. 특히 생명통화 '다나피아' 설정이 기억에 남네요. 뇌제는 다나피아를 전투대회 우승자에게 준다는 조건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생명통화라는 말 그대로, 많이 얻으면 그만큼 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에 혹한 수많은 사람들이 전투 대회에 참여했다가 무참히 죽어갑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다나피아는 전투 대회 희생자들을 통해 만들고 있었습니다! "소일런트 그린"이나 데즈카 오사무의 "2100년 보더플래닛"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80년대에 유행했던 SF적인 반전으로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생각됩니다. 제피로스의 전투 대회도 단순히 격투 액션이 아니라 경주차 레이스까지 펼치는 풍성함이 좋았고요.

하지만 솔직히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출하 엔딩' 탓이겠지만 제피로스 에피소드 이후 심각할 정도로 줄어든 분량입니다. 앞 부분, 그러니까 기본 설정(5개의 보주와 성전사 등)과 마코토가 첫 번째 성전사 로고스를 만나는 제피로스 에피소드까지는 4권의 분량이 소모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세 명의 성전사와 보주를 입수하고, 뇌제를 물리치는 결말까지는 2권 분량 뿐입니다. 앞서의 분량을 감안하면, 나머지 세 명의 성전사와 함께 하기까지는 최소 6권 분량은 필요했는데 말이지요. 이래서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턱이 없습니다.
분량이 부족한 탓에 보주도 제피로스에서처럼 어렵게 구하지도 않습니다. 동료가 되면 보주도 그냥 굴러들어오는 식이고, 심지어 메이야는 원래부터 보주를 갖고 있었다고 하니 말 다했지요.
마지막 연재분 한 편 분량으로 이루어진 결말은 특히 최악입니다. 뇌제가 우주를 창조했고, 5개의 보주를 모아 제대로 된 우주를 다시 창조할 수 있다 운운하는 결말은 대사만 오갈 뿐, 뇌제의 강력함이나 보주의 능력 따위는 전혀 와 닿게 묘사되지 못하거든요. 그야말로 "소드 마스터 야마토"와 다를게 없는 셈입니다.

당대 고전 SF 판타지를 지나치게 의식한 설정들도 눈에 거슬립니다. 제피로스 전투대회의 경주차 레이스는 "매드맥스 2"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바루루와 합류하는 에피소드의 수인들은 누가 봐도 "스타워즈"의 이워크이며, 바슈크가 성전사가 된다는 일종의 반전 역시 다스베이더 느낌이고요. 이는 신선하다고 볼 여지가 없지는 않은데, 분량 부족으로 전개가 엉망이라 급작스럽게 등장하여 소모된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등장하는 여러 악당들, 기계 장치 및 여러 설정 디자인도 뒤로 가면 갈 수록 엉망입니다. 출하 엔딩이 결정된 후, 디자인을 맡은 전문가들도 기용되지 않았던걸까요? 전혀 SF스럽지도 않고, 유치해서 보기가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초반부는 분명 괜찮았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더 큽니다. 만보님 리뷰에 쓰여진 만큼의 가치가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2010/03/12

데보네어 드라이브 1 - 아사쿠라 세카이이치 : 별점 3점

데보네어 드라이브 Debonair Drive 1 - 6점
아사쿠라 세카이이치 글 그림/중앙books(중앙북스)

치바에서 무허가 방문목욕 서비스를 운영하는 해파리 에치젠과 게이 모모야마는 의문의 미녀 마리와 함께 과거 인연이 있던 횡도파의 보스를 아내 쇼코의 부탁으로 츠가루에 있는 양로원으로 모셔가기 위한 긴 여행을 떠난다...

국내에는 아마 처음 소개되는 것 같은 아사쿠라 세카이이치의 판타지 로드 코믹입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는 이시카와 쥰의 "만화의 시간"에서 접해 보았었는데 비록 다른 작품이지만 국내에 출간되어 굉장히 반갑더라고요. 책도 야무지고 이쁘게 잘 나왔고요.

위에 언급한 짤막한 줄거리 그대로 여정을 다룬 로드 코믹인데 (제목만 보아도 "멋지고 당당한 드라이브" 죠) 내용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자칭 해파리라는 에치젠과 게이 모모야마 컴비는 물론, 사나이 중의 사나이였지만 지금은 노망 든 할아버지인 보스와 의문의 미녀 마리와 같은 등장 인물들도 굉장히 개성적이고 이야기 전개 자체가 상식을 깨거든요.
독특함을 배제하더라도 에피소드별로 짤막하게 이어지는 로드 코믹답게 여행하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뜻밖의 사건들만 단편적으로 보아도 재미있고, 전편에 걸쳐 의문의 미녀 마리와 그들을 쫓는 일당이 누군인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진행되기에 긴 호흡으로 보아도 지루하지 않는 등 기본 재미에도 비교적 충실합니다.

물론 일행의 여정이 어린아이의 상상력을 펼쳐놓은 동화같은 세계관으로 펼쳐지기에 좋게 보면 판타지라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지나치게 무리수를 둔 유치한 개그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견 낙서같으면서도 정교한 구도와 묘사로 일정 경지에 오른 듯한 그림이 좋은 쪽으로 상승 작용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작가의 내공을 느끼게 해 주더군요. 필명의 "세카이이치 (世界一)"가 허풍만은 아니었달까요?

워낙에 특이하기에 호불호는 분명히 갈릴 것이라 생각되는 작품이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따뜻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느끼게 하는 만화였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일상 속의 상식을 깨는 지극히 일본적인 현대의 동화같은 판타지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런데 1권에서 마리의 정체와 수수께끼가 대부분 해결되기에 2권에서는 긴 호흡으로 즐길거리가 별로 없어보여서 2권을 계속 봐야할지는 약간 고민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