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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8

쿠이 료코 낙서집 데이드림 아워 - 쿠이 료코 / 김민재 : 별점 3점

쿠이 료코 낙서집 데이드림 아워 - 6점
쿠이 료코 지음, 김민재 옮김/㈜소미미디어

만화 “던전밥”의 작가로 잘 알려진 쿠이 료코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그린 다양한 일러스트와 짧은 만화를 모은 화집. 4개의 챕터를 통해 총 257점의 일러스트와 57페이지 분량의 만화를 선보입니다.

이 화집의 가장 큰 매력은 작가의 압도적인 드로잉 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쉽게 손 가는 대로 그린 듯한 그림들조차도 모두 해부학적으로 완벽한 골격과 근육을 바탕으로, 그리고 치밀한 설정을 토대로 완성된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낙서 모음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더군요.

“던전밥” 팬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디테일들도 돋보입니다. 라이오스 일행 외의 등장인물들이 '체인질링'으로 다른 종족으로 변화했을 때의 모습이나 현대 의상을 입었을 때의 모습 같은 그림들이 그러합니다.
또 이런 그림들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설정의 깊이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아래의 종족별 마스크 쓰는 방법에 대한 일러스트가 대표적입니다. 귀가 큰 엘프와 드워프는 귀부터 꼼꼼하게 시작하고, 아무 생각없는 이즈츠미는 대충 쓰다가 엉망이 되고, 코볼트는 마스크 형태부터 다르지요.

만화들도 풍성합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라이오스와 파린이 상단과 동행하며 여행한 일화를 다룬 짧은 만화, 등장인물이 총 출동하는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 이벤트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네요. 오코노미야키를 햄버거처럼 만들어 먹는 라이오스의 모습도 재미있었고요. 갓 태어난 파린을 본 뒤 라이오스가 마을 동물들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장면은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 새롭고 신선한 만화가 많습니다.

“던전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그림들도 흥미롭습니다. 작가가 먹고 싶은 요리들을 그린 일러스트는 “던전밥” 특유의, 요리와 재치가 결합된 유쾌한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용의 학교는 산 위에” 관련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는 등, 작가의 팬이라면 더욱 즐길 거리가 많아요.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라이오스 파티보다는 카나리아 부대 소속 엘프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나, 마물과 마물 요리 관련 그림이 거의 없다는 점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분량에 비하면 책 가격도 다소는 높은 편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이 료코의 팬이라면 소장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던전밥”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6/12/16

용의 귀여운 일곱 아이 - 구이 료코 (쿠이 료코) / 김완 : 별점 3점

용의 귀여운 일곱 아이 : 쿠이 료코 작품집 - 8점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소미미디어

"용의 학교는 산 위에"만큼의 긴 제목을 지닌 쿠이 료코의 단편집으로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용의 학교는 산 위에"는 영 아니었지만, 그래도 팬심으로 구입했는데 다행히도 아주 괜찮았습니다. 발상도 기발하며, 모두 길이에 걸맞는 완결성 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서랍 속 테라리움"과 비교하자면, 의외성은 덜하지만 완성도가 더 높은 편이에요. 쇼트쇼트와 일반 단편의 차이점처럼요.

작품별 편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늠한 별점은 3점입니다. 쿠이 료코 팬들께는 적극 추천드립니다.

"용의 소탑"

바다 나라와 산 나라의 전쟁을 가로막는 국경 지대 용의 새끼가 부화하여 둥지를 떠날 때까지,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에 머물렀다. 교류가 끊긴 양국은 기본적인 물자 보급에도 문제가 생겼고, 마침 산 나라에 포로로 잡혔던 청년 '사난'은 소금을 가져다 준다는 약조 후 풀려나는데...

전형적인 중세풍 세계관에 ''이 등장하는 식으로 약간의 판타지가 결합된 시대물로, 막강하면서도 기묘한 존재 탓으로 적대하던 사람들이 하나가 된다는(외계인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치듯이), 왕도스러운 내용입니다.
그러나 쿠이 료코스러운 변주가 딱 하나 들어간 덕분에 독특한 매력을 전해 줍니다. 바로 '교역'입니다. 전형적인 이야기에 딱 한 가지의 설정 추가로 독특함을 만들어 낸다는 점은 "던전밥"과 똑같네요. 결국 사난과 유르카가 하나가 된다는 해피엔딩도 마음에 들었고요.

등장하는 크리쳐는 '용'이라기보다는 그리폰 같았다는건 조금 이해가 안되지만,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인어금렵구"

누가 봐도 인어인 기묘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무대로 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는 않아요. 인어가 멀리 떨어진 학교로 가고 싶어하고, 주인공은 그것을 도와준다. 그리고 그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라는, 한여름날 짧은 만남 이후 추억과 여운을 남기고 각자의 길을 간다는 전개는 전형적인 "보이 미트 어 걸" 그대로고요. 이 와중에 약간의 성장기 느낌을 전해주는 것 역시 동일합니다.

그러나 "용의 소탑"이나 "던전밥"처럼 '인어'라는 설정이 추가되어 독특한 매력을 풍깁니다. 이 설정에 더해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서 '서로 다르기에 마음을 전하기 힘들다'는 주제를 설득력 넘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깔끔하면서도 흑백톤 위주의 작화 역시 이야기에 꼭 맞아 떨어져서 마음에 들었고요.

한마디로 익숙한 주제에 약간의 변주를 더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가의 능력이 최고치로 발휘된 작품. 별점은 4점입니다.

"나의 신"

중학교 입시를 앞둔 소녀가 갈 곳을 잃은 물고기 신을 어항에서 키운다는 이야기로 신은 별다른 능력이 없고, 소녀는 입시에서 떨어진다는 현실적이면서 일상적인 결말이 눈길을 끕니다.

하지만 이야기만 놓고 보면 딱히 대단할 것은 없는 소품이에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늑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늑대인간이 주인공인 드라마로 남녀 관계가 아니라 모자 관계 설정이 신선했습니다. 늑대인간이 실제 인간 세계에 있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상세한 설정들도 인상적이고요.

단, 지나치게 일상계스러운 내용으로 주인공 케이타의 약간은 철없는 행동이 사건, 드라마의 전부라는 것은 조금 시시했습니다. 그만큼 설득력은 높았지만, 이만큼의 상세한 설정을 만들었다면 더 극적인 이야기를 전개해도 좋았을 것 같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무일푼 뱌쿠로쿠"

천재 화가 타카가와 뱌쿠로쿠가 무일푼이 된 후, 자신이 그렸던 사자, 호랑이, 용 등을 실체화시켜 큰돈을 벌고자 한다는 시대극 판타지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일본화를 모티브로 한 작화입니다. 붓을 주로 사용한 듯한데 정말로 빼어나고 시원시원한 구도도 돋보인 덕분입니다. 뱌쿠로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위작의 이야기는 진부하지만, 나중에 아들이 그린 그림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한마디로 쿠이 료코라는 작가의 넓은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제 자식이 어여쁘다고 용은 운다"

왕자 준이 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용의 비늘을 얻으려 나섰다. 길 안내를 맡은건 마을 이방인 준이었다.
용을 잡으러 가는 험한 길에서 병사들은 계속 낙오되었고, 결국 부상당한 왕자만 남았을 때 준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왕이 자신의 아들을 죽였기에 그것을 복수하려 한다는 것...

뻔한 복수극으로 의외성도 없고, 이야기도 좀 막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용의 알과 자식을 동일시하는 전개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수록작 중에서는 제일 처집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이누타니 일족"

초능력 가문 이누타니 일족의 집에 소년 탐정 도다이치 코우스케가 찾아와 하룻밤 묵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실수로 일족의 초능력이 들통날 위기에 처해 그것을 숨기려 하나, 오히려 도다이치 코우스케는 연쇄 살인극으로 의심하며 겉잡을 수 없이 폭주하는데...

제목(원전은 "이누가미 일족"이지요)과 설정부터 여러 작품을 패러디하고 있는 작품으로 다양한 초능력을 지닌 가족들의 행동을 ‘살해당했다’고 오해해 진상을 추리하려는 탐정의 행동이 이야기의 핵심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나 싶을 정도로 기발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오렌지로드"에서 초능력을 감추려는 카스가 패밀리의 노력이 겹쳐져 왠지 모를 향수가 느껴진 건 덤이고요.
강대한 힘을 과신하다가 화를 부른 상황에서, 가장 쓸모없을 줄 알았던 아리사의 ‘입고 있는 옷을 파자마로 바꾸는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반전도 돋보였습니다.

또 보통 소년 탐정이 사건에 뛰어드는 이유 — 자기와 관계도 없고 부탁한 사람도 없는데 왜 이렇게 애를 쓰지? — 에 대해 ‘자기 능력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힘을 써야 할 때 쓴다’라는 슈퍼 히어로스러운 마인드로 알려주는 점도 괜찮았어요. 하기사 명탐정이 슈퍼 히어로와 다를 건 별로 없지요.
‘힘을 써야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쓴다, 그러나 힘을 과신하지 말라’는 주제 역시 여러모로 생각해볼 거리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다양한 장르물에 대한 깊은 이해에 더해 유쾌한 분위기, 적절한 반전, 심오한 주제까지 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작입니다. 단점이라면 너무 짧다는 것과 결말이 약간 시시했다는 것 정도? 그래도 별점 4점은 충분합니다. 장르소설 애호가라면 이 작품만큼은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2015/03/17

던전 밥 1- 쿠이 료코 : 별점 4점

던전밥 1 - 8점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소미미디어

던전 심층부에서 드래곤과 승부를 벌이다가 간신히 탈출한 주인공 라이오스 일행은 곧바로 던전에 복귀했다. 그들을 구하고 드래곤에게 잡혀버린 여동생 파린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짐을 잃어버려 곤경에 처했다. 그래서 식비를 줄이기 위해 라이오스는 던전 내의 마물들을 사냥해 먹자고 제안하는데!

쿠이 료코의 만화. 일전에 "서랍 속 테라리움"을 재미있게 읽어서 바로 구입해 본 작품입니다.

전사, 드워프, 엘프, 도둑(열쇠사)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던전을 공략한다는 점과 기본 세계관은 이제는 상식처럼 되어버린 전형적인 RPG 판타지의 룰과 설정을 따릅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물을 사냥해 먹는 이야기를 요리 만화 스타일로 풀어낸다는 아이디어가 탁월했습니다. 재료가 되는 마물들과 요리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도 돋보였고요.

어떻게 보면 뻔한 판타지와 뻔한 요리 만화의 결합인데, 서로의 장점과 재미를 극대화시켰기에 단순히 구루메 만화 붐에 편승한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장르라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판타지 세계에 어울리는 식재료와 요리를 정말로 있음직하게 그려낸 작가의 솜씨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 재미있지만 그중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에피소드를 꼽자면,

첫 번째는 만드레이크와 바실리스크의 알로 만든 오믈렛 이야기입니다. 만드레이크를 채취할 때 비명을 들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드워프 전사 센시는 소리를 지르기 전에 목을 베어버리는 방식으로 채취해서 멀쩡하죠. 그러나 엘프 마법사 마르실은 책에서 배운 대로 개와 연결된 밧줄로 만드레이크를 묶고 개를 달리게 해 채취하는 방법(그리고 개는 죽게 되는)을 쓰고자 합니다. 던전에는 개가 없으므로 박쥐 마물을 대신 사용해서요. 자신이 파티의 짐 같은 존재로 여겨져, 파티에 기여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탓입니다.

하지만 박쥐가 폭주하면서 되려 죽을 뻔하게 되고, 더 큰 실의에 빠지게 되는데요. 그때 드워프 전사 센시가 바실리스크의 알에 만드레이크를 섞어 만든 오믈렛을 맛보고, "비명을 지른 쪽"이 더 맛있다고 인정하면서 훈훈한 결말을 맺습니다. 센시가 마르실에게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만드레이크의 머리 부분을 특별히 챙겨주며 마무리되고요(이건 정말 만화를 봐야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두 번째는 움직이는 갑옷 에피소드입니다. 이 이야기는 요리보다는 판타지 설정 자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움직이는 갑옷이 실제로는 갑옷처럼 생긴 일종의 조개라는 설정은 정말 기발하더군요.

게다가 주역 캐릭터들도 전사 - 엘프 - 드워프 - 도둑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개성을 더해 각자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에피소드마다 번갈아가며 주역을 맡는 방식으로 비중 배분도 확실해서 좋았습니다. 쿠이 료코의 뛰어난 작화와 독특한 개그 센스 역시 더할 나위 없습니다.

동어 반복적인 요소가 조금 있으며, "죽음"을 가볍게 다루는 설정(죽어도 마법으로 소생 가능하다는 설정)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이세계 구루메 만화라는 새로운 장르의 신경지를 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4점. 판타지와 구루메, 요리 만화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23/07/22

던전밥 월드 가이드 모험자 바이블 - 쿠이 료코 / 김민재 : 별점 2점

[고화질] 던전밥 월드 가이드 모험자 바이블 - 4점
쿠이 료코 지음, 김민재 옮김/㈜소미미디어

<<던전밥>>은 1권 출간 당시부터 관심있게 보아왔던 판타지 만화입니다. 판타지와 먹부림을 결합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쿠이 료코의 팬이 되어 여러가지 단편집들을 구입하기도 했었지요. 지금은 <<이세계 식당>>이나 <<이세계 주점>>과 같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그 신선함이 퇴색해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조로서의 품격은 잘 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유사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세계 전생같은 개념이 아닌 판타지 세계관 내에서만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미궁의 주인' 자리를 놓고 벌이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 해 나가고 있다는 장점은 여전합니다.

이 책은 <<던전밥>>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과 마물들, 그리고 세계관 설정에 대해 알려주고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부록 만화들이 수록되어 있는, 일종의 팬 서비스용 도감입니다.

주요 인물별로 아래와 같이 상세 설정 및 이야기 속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해주는게 좋았습니다. BMI 지수까지 알려줄 정도이며, 심지어 '첫 사망'이 언제였는지 알려주기까지 합니다.


 
만화책을 열심히 보았다면 구태여 구해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인물별 설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가는건 나름의 재미가 있더군요. 인물별 특징을 잘 보여주는 만화를 수록해 준 것도 고마운 부분이고요.


인물 설정 뿐 아니라 거주하는 곳 까지 소개해주는 등의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만화로 읽을 때는 잘 모르고 지나갔던 디테일한 설정들도 볼거리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작 중 최고 인기 연애 소설인 <<다르티안의 일족>> 소개였습니다. 아~ 왠지 뻔하지만 엄청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라이오스 파티 이외 인물들 설명은 그만큼 자세하지는 않습니다. 몬스터들은 더 간략해서 일러스트와 간단한 설명 뿐이고요. 그리고 이야기가 완결되기 전에 출간된 탓에, 전체 이야기를 완전하게 담지 못하고 있다는 단점도 큽니다. 이 책만 읽으면 여러모로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어요. 완결 이후에 이야기 모두가 정리된 버젼으로 출간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무엇보다도 실망한건 작품의 핵심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요리' 관련 내용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여러가지 몬스터로 만든 요리와 그 레시피에 대해 더 상세하게 소개해 주리라 기대했거든요. 끝까지 읽었는데 요리 관련 이야기가 없어서 무척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던전밥>> 팬이라면 보시면 좋을 책이지만, 제 기준으로는 단점이 명확했습니다. 풀 컬러이기는 하지만 컬러가 사용된 부분이 많지 않은데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에 비하면 가격도 비싼 편이에요. 

2015/01/27

서랍 속 테라리움 - 구이 료코 / 박의령 : 별점 3점

서랍 속 테라리움 : 신장판 - 6점
쿠이 료코 지음, 김민재 옮김/㈜소미미디어

"던전밥"으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구이 료코(쿠이 료코)의 국내 첫 번역 출간작입니다. 200페이지를 갓 넘는 분량에 무려 3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2페이지에서 10여 페이지 남짓한 작품들의 분량을 볼 때에는 쇼트쇼트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참고로 쇼트쇼트, 쇼트-쇼트는 사전적인 의미로 원고지 10매 안팎의 아주 짧은 소설을 지칭합니다. 꽁트보다 더 짧은, ‘마이크로픽션’ 혹은 장편(掌篇)에 해당하는 형식입니다. 호시 신이치가 이 장르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을 뿐더러 의표를 찌르는 반전, "기묘한 맛" 류의 독특함 가득한 작품이 많을 뿐더러 평범한 일상 드라마는 물론이고 SF, 추리, 범죄 스릴러, 판타지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이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호시 신이치나 아토다 다카시 같은 몇몇 쇼트쇼트 대가의 특징일 수도 있겠지만요.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도 이러한, 제가 알고 있는 쇼트쇼트의 특징이 가득한 작품들입니다. 정말 "기발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중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 가지 소개한다면,

  • 자신을 멀리하던 사장 딸이 사실은 자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변화무쌍한 아가씨였다는 것을 타임머신 원리를 이용한 데이터 전송이라는 설정과 함께 전개하는 "연인 카탈로그"
  • 일 년에 한 번 용을 먹는 마을에서 여러 가지 용고기 요리(회에서 숯불구이, 국물요리까지!)를 즐긴다는 "용의 역린"
  • 주인공의 인사를 무시한 직장 동료에 대해 마음속에서 법정을 열어 재판을 통해 결론을 내린다는 내용을 아가씨의 귀여운 심리 묘사와 함께 선보이는 "대리 재판"
  • 애완동물 아기를 키우는 이야기로 짙은 여운을 남기는 "봄볕"
  • 왕따에 대한 인형극을 창작하다가 토끼 나라에 대한 거대한 서사극을 만들어내는 "머나먼 이상향"
  • 편의점 음식만 먹는 서민스러운 삶을 살던 친구가 프렌치 코스 요리를 먹고 난 뒤 요리에 대해 기이하게 평가하는 "특식"
  • 우연히 찾아간 산속 식당에서 주위 손님들이 파란만장한 행동을 펼친다는 "이런 산 속에"

등이 그러합니다.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하고 밝은 분위기의 이야기들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이야기를 창작할 때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너무 궁금해지네요.

쇼트쇼트의 또 다른 특징인 다양한 장르를 펼쳐 보여주고 있다는 장점도 큽니다. SF, 판타지, 구루메(?), 기이한 법정물, 일상계 드라마에 러브 코미디, 심리 썰렁물까지 오만가지 장르를 오가거든요. 장르에 따라 작풍을 바꾸는 그림 실력도 높이 평가할 만하고요. 정통 판타지스러운 고풍스러운 펜화, 전형적인 순정만화 스타일의 작화, 그리고 평범한 스타일의 일상계스러운 그림 등이 장르마다 적절히 어우려져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그러나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는 유명 거장의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졸작이 의외로 많은 편인데, 이 단편집 수록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작품이 빼어나지는 않아요. 아주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건 아니고, 거장의 졸작보다는 볼 만한 작품이긴 합니다. 그러나 뻔한 아이디어, 뻔한 전개의 식상한 이야기들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예를 들자면 사랑을 알게 된 인공 두뇌의 이야기라든가 상위 문명에 납치당해 사육당하는 미녀의 이야기가 대표적이겠죠. 흔한 이야기로 작가만의 별다른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집이라 생각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여러 가지 장르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군청학사" 시리즈가 떠오르는데, "군청학사"보다는 훨씬 짧은 호흡의 이야기로 여운은 짙지 않지만 스피디하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차이점은 있습니다. 단편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16/08/20

용의 학교는 산 위에 - 구이 료코 / 김동주 : 별점 2점

용의 학교는 산 위에 - 4점
구이 료코 글.그림, 김동주 옮김/㈜소미미디어

"던전밥", "서랍 속 테라리움"의 작가 쿠이 료코의 단편집입니다. 전작들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기에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주저 없이 구입했습니다. 

"던전밥"보다는 "서랍 속 테라리움"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9편이라는 수록 작품의 수에서 알 수 있는 것 처럼 긴 호흡의 단편들이 많지만,  "서랍 속 테라리움"만큼 기발하거나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드문 탓입니다. 딱히 재미있지도 않고요.
예를 들자면 "대감산의 신부 찾기"는 전형적인 신화로 작가 특유의 변주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곤페이가 사실은 신이었다는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설득력 있게 드러나지 않는 전개 탓에 별로 와닿지 않았고요.
"용의 학교는 산 위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용이 실재하지만 용의 실용성이 극도로 낮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용학부' 학생들 설정만큼은 그런대로 재미있습니다. 대학생들의 다양한 시행착오도 나쁘지는 않고요. 하지만 제대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이런저런 노력은 모두 벽에 막힌 상태에서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간단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부장의 말로 마무리되는 건 너무 급작스러웠거든요. 딱히 결말을 생각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린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였어요.
그 외에 그림도 전작들에 미치지 못하며, 장르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도 감점 요소입니다.

물론 용사가 피곤한 현실에 직면한 상황을 일상계처럼 담담하게 다룬 "귀향", 전형적인 진학 관련 청춘 로맨스인데 대상이 날개 달린 소녀라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진학 천사", 좀 뻔하지만 평균 이상은 되는 "쓰레기"처럼 기대에 부합하는 작품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별점은 2점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과 분량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감점합니다.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구태여 찾아 읽지 않으셔도됩니다.

2018/08/04

공정드래곤즈 1~3 - 쿠와바라 타쿠 : 별점 2점

[고화질] 공정 드래곤즈 03 - 4점
쿠와바라 타쿠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입니다. 백종원 씨를 비롯, 여러 셰프들이 스타덤에 오른지 오래이며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는 온갖 예능들도 넘쳐나고 있고,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마저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만화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요리 만화는 등장한지 오래되긴 했습니다. 빵이나 카레, 중화요리, 초밥, 도시락, 와인, 술 등 요리사가 주인공이며 특정 요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주로 주인공의 직업과 소재가 특이한 배틀물 - 고전 "맛의 달인"의 '완벽과 최고'의 대결처럼 - 에 머무른 작품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다양한 장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음식과 요리를 소소한 일상, 인간 드라마와 결합시키거나, 평범한 음식을 실존하는 평범한 식당에서 평범하게 먹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로 전개하는 '음식을 소재로 한 소소한 일상계'입니다. 앞서는 "심야 식당", 그리고 뒤에는 "고독한 미식가"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외에도 영상화 된 작품만 해도 "하나 씨의 간단 요리", "와카코와 술",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 "음식의 군사" 등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인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두 번째로 현재 음식 만화에서 작지만 확실한 인기를 몰고 온 분야는, 판타지 세계관과 음식 소재를 결합한 '이세계 미식물'입니다. 쿠이 료코"던전 밥" 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장르는 "던전밥"처럼 이세계의 몬스터를 재료로 친숙한 음식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이세계 주점 노부" 등 처럼 현대(그 중에서도 일본) 요리를 그러한 음식을 잘 모르는 이세계 주민에게 소개한다던가, 아예 현대 일본인이 이세계로 이동하여 자신의 요리 실력으로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맛없는 밥 엘프와 유목생활", "이세계에서 카페를 개점했습니다" 등으로 아이디어가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가 아니라 현대 요리사가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다는 "노부나가의 셰프" 와 같은 이야기도 유사 장르로 포함시킬 수 있을테고요.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 만화는 이러한 '이세계 미식물' 장르에 속한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원조 "던전 밥" 의 특징을 많이 따릅니다. 용을 사냥하는 용 사냥꾼들이 용을 재료로 이런저런 친숙한 음식들을 만든다는 점에서요. 이세계 전문직 종사자의 평범한 식단을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는 '일상계 음식 만화'의 한 범주로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아류작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포룡선 퀸자자호를 타고 용을 사냥하는 사람들과 사냥 과정에 대한 디테일 - 용이라고 불리우긴 하지만 크툴루 신화 속 크리쳐가 연상되는 "용", 고전적인 비행선인데 용을 잡기 위한 다양한 장비(작살총, 봄랜스, 창과 이런저런 와이어, 후크들, 오토자이로)를 갖춘 퀸자자호, 포룡 과정에서 하늘에 떠 있는 퀸자자호 내부에서의 식사와 빨래와 같은 생활 묘사 등등등 - 이 펜터치 중심의 고전적이면서도 빼어난 작화로 그려져 있어서 큰 재미를 선사해 주는 덕분입니다.

그런데 1권은 용 사냥꾼이 용을 사냥하고 그 부산물을 조리해 먹는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2, 3 권부터는 세계관이 긴 호흡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나가더군요.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2권은 용의 거래로 먹고 사는 마을 '퀀 시'에 기항한 퀸자자호가 마을에서 깨어나 폭주하는 용을 사냥하는 이야기에 승무원 지로의 짤막한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지며, 3권은 사냥 중 지상으로 떨어진 타키타가 지상의 사냥꾼에게 구조된 후, 자신을 따르게 된 새끼 용을 무리에게 돌려보내 준다는, 한 권에 한 편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구성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이세계 미식물' 을 보고 싶었던 것이지 일상계 이세계 사냥 판타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야기도 딱히 새롭거나 재미있지도 못합니다. 전형적인 설정의 전형적인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그나마 용잡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우러지는 2권은 조금 낫지만, 3권은 전형적인 나우시카류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고기에 푹 빠진 미카는 "던전밥"의 라이오스와 유사한 등, 퀸 자자호의 승무원들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캐릭터라는 점이 더해져 식상해도 너무나 식상할 따름입니다.
용 고기가 무슨 색깔이며 구울 때는 어떻고, 날로 먹으면 어떤지 등 기본적인 특성조차 소개되지 않고 이런저런 요리를 선보인다던가, 뒤로 가면 갈 수록 특별한 요리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전개를 보면 판타지 구루메 만화를 그려달라는 편집부의 요구를 따르는 척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그려나가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뭐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테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3권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읽기는 했는데, 다음 권을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면 저와 같은 이세계 미식물 팬을 위해서 지브리에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를 활용하여 비슷한 컨텐츠를 내 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나우시카 세계관에서 오무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 등이 등장하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요? 서둘러라 지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