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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5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6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의도는 아니지만 짝수권은 건너 뛰고 홀수권만 띄엄띄엄 읽게 된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모두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특정 고서와 얽힌 이야기를 탐정역의 시오리코가 풀어낸다는 잔잔한 일상계 단편입니다. 지에코가 시오리코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 다이스케의 고백에 대한 답변 같은 긴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 나가는 연작 구성이라는 점은 전작과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다이스케의 고백과 시오리코의 답변을 정말 순진하고, 착하고, 예쁘게 묘사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서당을 무대로 한 작품다운 고풍스러운 묘사였고, 덕분에 고우라 다이스케의 비중도 단순 화자보다는 조금 커진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애정이 아니라 거의 숭배에 가까워 보이기는 합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답게 등장하는 책들에 대한 소개도 충실한데, 이번 권에서는 지나가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누마 단의 "검은 손수건"이라는 추리소설이 특히 땡기네요. 책 정보가 전혀 등장하지 않아서 더 궁금해집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추리적으로 특기할 만한 작품이 이번 권에서는 없다는 점입니다.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거나 추리에 있어 비약이 심한 이야기들뿐이었거든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작품의 재미가 부족한 것은 아닌 만큼 시리즈의 팬이라면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수록작 별 상세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월간 호쇼"

고서와 고서점을 테마로 한 잡지인 "월간 호쇼"를 팔러 다니는 노부인에 대한 이야기. 노부인이 잡지를 판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회수해 가는 이유를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수수께끼가 신빙성 있게 짜여져 있을 뿐 아니라, 이전에 등장했던 책 판매 노숙자 시다 씨가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시다 씨와 함께 다니는 노신사가 뭔가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다가 밝혀지는 반전도 마음에 들었고요. 특히나 시다 씨 첫 등장에 함께 나왔던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 성 안데르센"이 다시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그것도 그냥 나온 게 아니라 나름 역할이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치밀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아울러 "월간 호쇼"라는 잡지가 실제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무척 재미있어 보입니다. 과월호라도 구할 수 있다면 한번 구해보고 싶네요.

그러나 추리적으로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동기 측면에서도 비약이 심할 뿐 아니라 일본인만 알 수 있는 트릭이라는 문제는 있습니다.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블랙잭"

햐~ 이 작품까지 나오다니! 저도 한국어 판으로 다 구입했을 뿐더러, 작중 소개되는 양장본은 형이 학창시절 초판으로 구입했던 기억이 나서 더 반가웠습니다(블랙잭을 실사처럼 묘사한 까만 커버). 작중 주요한 소재인 4권의 "식물인간" 이야기도 다른 블로거분의 글에서 본 적이 있어서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요.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더 깊이 파고들어 이런 이야기를 창조해 낸 작가의 상상력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도 창작자를 지향하는 사람이라서 많이 반성이 되네요.

이야기 구성도 어머니 임종 시에 굳이 책을 구입하려 한 아버지의 행동을 밝혀내는 것이고, 그 의도가 무척이나 따뜻한 내용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일상계의 왕도랄까요. "블랙잭"이라는 작품 테마에도 잘 어울리고요.

또한 시리즈답게 "블랙잭"의 다양한 판본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매니악한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똑같은 책이 두 권 있는 이유도 생각지 못했던 것인데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으며, 아버지가 구입한 마지막 책 상태와 구입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도 추리적으로 완벽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권의 베스트 단편입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나에게 5월을"

망나니 동생이 형의 임종 후 찾아와, 형이 소중하게 여기던 귀한 책을 자신에게 유품으로 남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추리적인 부분은 별로 건질 게 없었던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비약이 심할 뿐더러, 미망인 히사에가 모든 수수께끼를 쥐고 있다는 것이 전부니까요. 이야기의 발단이 된 스미오의 행동도 딱히 합리적이지 않고, 고인이 죽기 전 진상을 파악했다는 것도 근거가 없습니다. 평생 모르다가 죽기 직전에 알았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떨어지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사에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고서당 사람에게 평생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을 이유가 있었을까요? 저 같으면 끝까지 부정했을 겁니다.

데라야마 수지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 정도만 수확일 뿐, 그냥저냥한 평작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04/04/09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 벤 메즈리치 / 황해선 : 별점 3점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 6점
벤 메즈리치 지음, 황해선 옮김/자음과모음
3학년이 된 MIT 전기공학도 케빈은 같은 학교를 중퇴한 피셔와 마르티네즈에 이끌려 ‘동부의 라스베가스’ 애틀랜틱시티로 첫 원정 도박에 따라 나선다. 짧은 시간에 800달러를 딴 것은 우연한 불행의 단초가 아니라, 그를 도박판에 끌어들이려는 치명적 유혹이었다. 
블랙잭 비밀 조직은 뛰어난 두뇌를 지닌 데다 ‘중국계’라는 자격 요건을 갖춘 그를 발탁한다. '동양계 큰 손'이 도박장에서 오히려 어색하지 않다는, 인종적 선입견마저도 철저히 계산에 넣은 것. 조직은 블랙잭의 모든 것을 학구적으로 파헤쳤고, 조직원들은 리더인 MIT 퇴직 교수 로사를 사교(邪敎)집단 교주처럼 숭배했다. 케빈은 카지노를 유린하는 체계적 분업인 '스포터(spotter)', '고릴라', '빅 플레이어' 같은 도박사 수련 단계를 밟아 최고 지위에 오른다. 

평일엔 캠퍼스 모범생, 주말엔 욕망의 천국 라스베가스의 승부사로 위태로운 두 겹의 생활은 짧은 기간 전업(專業) 갬블러 생활을 했지만, 졸업 후 시카고 투자은행에 들어간 뒤에도 계속 되었다. 변장하고 가명을 쓰거나 어리숙한 척 연기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한판 수입 40만달러, 수익률 80% 

이후 조직은 '공룡'으로 커가면서 내홍을 겪고, 케빈을 끌어들였던 피셔가 앞장서 은사인 로사 교수로부터 '젊은 세대의 독립'을 선언한다. "도박사가 해야 할 가장 중대한 결정은 떠나야 할 때를 결정하는 것일세…" 자신이 최저점에 위치해 있다는 승부처에서의 자기 합리화가 중대 결심을 미루게 한다는, 피셔의 고별사가 복선(伏線)으로 깔린다. 

승승장구하던 새 팀에게 그림자 같은 미행이 뒤따른다.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것을 도박사로서의 덕목으로 강요하는 라스베가스의 불문율 탓에, 팀은 시카고나 슈리브포트(루이지애나)로 활동 공간(카지노)을 넓히고 철저한 준비로 라스베이거스를 역습하기도 한다. 그러나 '철옹성' 으로서의 자존심을 잃은 라스베이거스가 고용한 사립 탐정들의 추격과 보복, 그리고 단 25,000달러에 조직의 비밀을 판 배신자 때문에 피 끓는 20대의 5년을 불살랐던 라스베이거스. 1년에 20번 왕복하며 매주말 40시간, 시간당 60판, 모두 4만8000번의 피 말리는 승부를 치렀던 케빈의 삶은 라스베가스를 떠나 벤처기업에 취직함으로써 현실로 돌아온다.
블랙잭(숫자 합계가 17~21 사이에서 높은 패를 쥔 쪽이 승리하는 딜러와의 1대1게임)의 허점을 공략하는 묘수인 '카드 카운팅(card counting)'으로 1990년대 중 후반에 실제로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에서 수백만 달러를 땄다는 MIT 출신 천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비교적 자세하게 쓰여진 카드 카운팅 방법이 가장 인상적으로 실제로 도전의식(?)을 불태우더군요. 낮은 점수의 카드를 +1, 높은 점수의 카드를 -1로 하여 그 숫자를 순간적으로 더해서 지수가 높아질 때 판에 뛰어들어 딜러와 승부한다는 것이 기본 개념입니다. 그 때가 높은 점수 카드가 많이 남았을 때라는 거죠. 그 외에도 순간적으로 여러명의 카드를 분석하여 계산한다던가, 카드 셔플 시 특정 카드의 위치와 순서를 추적한다던가, 팀을 여러 명으로 나누어 운영함으로써 카드 카운팅의 위험을 최소화 하는 방법 등의 여러가지 노하우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학적인 게임이라는 블랙잭, 펼쳐진 카드로 다음에 나올 카드를 예상할 수 있다는 확률의 법칙이 수학 천재들에 의해 분석되었기에 거의 완벽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카지노 측이 더 현명하여 자동으로 카드를 섞는 기계나 여러 감시 장치의 도입으로 이러한 방법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카드 카운터를 세심하게 적발하는 등 몰락의 과정도 충실히 묘사됩니다. 실제로 불법도 아니고 단지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을 뿐인 천재들에게 카지노가 가한 응징은 좀 무자비하더군요. 물론 그들의 파워..를 막기에는 멤버들의 힘이 너무나 미약했던 탓이 크겠지만요.

이런 류의 책 치고는 나름대로 교훈적이기도 한데, 보안회사에 인터뷰 차 찾아간 케빈이 카드 카운팅의 우월성을 입증하며 카지노를 나서는 마지막 장면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도박은 하지 않고 그동안 잃어 왔던 것을 되찾기 위해 애쓰지만 한편으로는 카드 카운터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인데 과연 케빈은 도박의 유혹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찾은 것일까요?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여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설득력도 높이 평가할만 하고 꽤 재미있게 읽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수학과 도박, 확률 이론에 관심있으신 분들께서는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덧 : 하나 못 마땅한 것은 카지노에서 큰 금액을 베팅하는 인물은 “동양인” 이라고 하는 설정이더군요. 한국계 가명도 당연히 등장하고요. 졸부 아들들이 얼마나 돈을 흥청망청 써대길래…

2021/07/10

수학자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 - 애덤 쿠하르스키 / 정훈직 : 별점 2.5점

수학자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 - 6점 애덤 쿠하르스키 지음, 정훈직 옮김/북라이프

수학자는 과연 논리적인 게임을 잘 할까?는 제 오랜 궁금증 중 하나였었습니다. 이 책은 여기에 대한 어느 정도 합리적인 답을 제공해 주는 책입니다. 수학을 이용해서 룰렛, 복권, 경마, 블랙잭, 포커, 드래프트, 체스 등에서 이겼던, 혹은 이기려고 노력했던 여러가지 노력과 사례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자들이 이런 게임들에 도전해서 돈을 벌었던 실제 사례들이 특히 재미있더군요. 대표적인 예가 복권입니다. 복권 당첨은 순전히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수학자들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더라고요. "스크래치 복권"의 공정한 지역 분배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복권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여섯 개가 아니라 그보다 적은 숫자가 당첨된 사람에게 당첨금을 분배하는 '롤 다운' 제도의 헛점을 이용한 전략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수학자가 계산해보니, 롤 다운 상황이 일어났을 때는 판매되는 2달러 복권 당 최소 2달러 30센트의 상금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비가 이끄는 MIT 그룹은 롤 다운 상황을 이용해서 무려 70만 달러에 당첨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아일랜드 회계사 스테판 클린세비치의 전략은 더 단순합니다. 모든 당첨 가능한 숫자를 조합해서 복권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100만 파운드 미만이라는 점을 알아낸 뒤, 당첨금이 100만 파운드를 훨씬 넘겼을 때 베팅을 시도한다는 전략입니다. 복권 구입에 품이 많이 든다는 점과 다른 사람이 당첨되면 당첨금을 나눠 가져야 하므로 이익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서 확실하다고만은 할 수 없겠습니다만....

블랙잭 전략은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등에 나왔던 카드 카운팅 외에도, 다양한 전략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카드 카운팅이 핵심이기는 하지만, 카드 섞는 과정에서 패턴을 추출하는 방식은 꽤 그럴듯해 보이네요.

경마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은 출발 위치 등 여러가지 측정치를 통해 특정 말의 우승할 확률을 먼저 계산하는. 이른바 예측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갬블러들은 모델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와 실제 배당률을 비교하여 베팅을 하고요. 축구 경기도 이러한 예측 모델이 존재합니다. 홈팀이 넣을 골의 기대치는 "홈팀의 공격 능력 * '원정팀의 수비 취약점 * 홈 그라운드 이점' 이다" 처럼요. 이 모델은 기초적인 상태에서도 베팅 업체를 능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니, 스포츠 토토를 한다면 관심을 한 번 가져볼만 하겠습니다. 선수 영입 시에는 득점할 골의 수 보다는, 만들어 낼 슈팅의 수를 예측해 봐야 한다는 말도 기억에 남고요.

스포츠 베팅은 제가 야구를 좋아하기에 관심있게 읽었는데, 잘 알려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에 대한 설명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 표지 모델이 되었던 선수들은 종종 그 뒤 성적 하락을 겪게 된다는 징크스인데, 통계학자들에 따르면 징크스가 아니라고 합니다. 선수들이 잡지 표지에 나올 수 있었던 건,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좋은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며, 이는 그들의 진짜 능력이라기 보다는 불규칙한 변동으로 보는게 타당하기에, 이후의 성적 하락은 단순히 평균 회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몬스터 시즌'을 보낸 뒤 성적이 급격하게 하락한 몇몇 선수들이 떠오르네요.

실제 베팅을 위해 유용한 정보도 가득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켈리 기준'입니다. 장기적으로 기대 수익을 이기면 받을 액수로 나눠서 나온 비율을 전체 자금에도 적용하여 그 만큼의 액수를 거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에서 1달러를 건 뒤, 뒷면이 나오면 2달러를 주는 도박이 있다면 절반의 경우 1달러를 잃고, 절반의 경우 2달러를 따니 기대 수입은 50센트 입니다. 얼마를 거는게 적절할까요? 켈리 기준 적용 시,기대 수입 50센트를 이겼을 때의 액수 2달러로 나눈 0.25, 즉 이용 가능한 자금의 1/4을 걸면 된다는군요. 참고로 켈리 기준은 블랙잭 등에는 적절하지만, 경마 등에서는 부적절합니다. 일어난 확률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계산이 성립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마 예측 모델의 확률은 추정치에 불과하니, 이대로 계산할 경우 위험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경마에 대한 이야기 뒤로는 주로 예측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예측 모델이 잘 만들어져 있을 경우, 나름대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이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베팅 회사가 존재한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 정도로 이 쪽 세계의 발전이 놀라운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이라는게 존재하는 세계인건 맞지만, 사람들은 놀라운 사건의 빈도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 책의 말 처럼 너무 마음에 둘 필요는 없어요. 연 15~25%의 수익률을 올린다면 충분히 투자를 고려해 봄 직 하지요. 예측 모델도 유명한 IBM의 딥 블루나 왓슨처럼 점차 '인공 지능'에 가까운 연구들이 소개되는 식으로 최근(책이 쓰여진 기준으로)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상적이었던건 포커를 이기는 모델이 굉장히 만들기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확률이 중요한 게임이니 수학자들에게 유리할 것 같은데 의외였거든요. 그런데 읽다보니 과연 그럴만 하더군요. "블러핑"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폰 노이만에 의해, 블러핑은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수학적으로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최악의 카드를 가졌다면, 상대가 게임을 접지 않는 한 승리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블러핑 전략을 펼쳐야 하니까요. 그 외에도 '어떻게 하면 돈을 가장 많이 딸 수 있을까?" 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적게 잃을 수 있을까?"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던가, 후회의 감정이 없어지면 위험 요인이 관련된 게임 숙달이 힘들다는 등 다양한 이론과 전략이 가득해서, 포커 자동 프로그램 제작은 쉽지 않았다네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프로 포커 플레이어도 원숭이에게 질 수 있는게 포커라는 뜻입니다!

또 각종 도박에 승리하기 위한 수학적 노력이 단지 돈벌이가 아니라 새로운 이론과 기술의 시작점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왔습니다. 예를 들어 룰렛은 일반적인 패턴에서 무작위로 전환되는데, 이를 카오스적 전환의 실제 사례로 보고 여기서 카오스 이론이 파생되었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예측 모델이 결국 인공 지능으로 발전한 것도 마찬가지일테고요.

하지만 기대했던건 수학자의 이론이 바탕이 된 '필승 전략'은 많이 없어서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이기기 위한 여러가지 수학적 방법은 결국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카드 카운팅부터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지요. 그나마도 카지노에서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고 하니, 결국 카지노에 가는 것 보다는 탄탄한 예측 모델을 가지고 있는 베팅 그룹에 투자하는게 훨씬 나은 선택으로 보이네요. 또 수록된 내용들도 쉽게 쓰여져 있지는 않습니다. 노력은 한 것 같지만, 애초에 수학 초보자가 쉽게 이해하기는 워낙에 어려운 이론들이 등장하는 탓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재미가 없지는 않으나 기대와는 사뭇 달랐고,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장벽이 높기에 감점합니다. 수학적으로 저보다는 기초가 탄탄하신 분들이 읽으신다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두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는 살짝 스쳐지나갔는데, "인기"에 대한 연구 결과가 기억에 남습니다.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사람들을 그룹으로 나눈 실험을 통해, "대중적 인기와 유명세는 퍼트리는 사람에 더 관련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여기서는 운과 실력, 갬블링과 투자는 명확하게 분리하기 어렵다는 근거로 이 결과를 활용하는데, 이 주제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를 읽고 싶어지네요.

2010/03/03

셰프 1~40 / 돌아온 셰프 1~5 - 카토 타다시 : 별점 3점

셰프 38 - 6점
카토 타다시 지음/서울문화사(만화)

"기적의 프로젝트 X : 컵라면의 탄생"을 읽고 탄력받아 다시 읽게 된 가토 타다시의 대표작입니다. 고액의 의뢰비만 받으면 어떠한 요리라도 해 주는 요리계의 블랙잭 아지사와 타쿠미가 등장하는 옴니버스 만화죠.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최고의 실력자", "고액의 돈을 받고 어떠한 의뢰도 해결해 준다" , "악인같지만 사실은 자신만의 소신이 확실한 프로" 라는 블랙잭 류의 3대 명제 역시 그대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요리사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요리 만화보다는 전문가 만화의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의뢰인들 - 주로 무너져가는 가게를 일으키기 위한 식당의 주인들이나 개인적으로 최고의 요리를 의뢰하여 요리를 맛보는 사람들 - 이 주인공인 인간드라마이기도 하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식가 소설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두 종류의 오르되브르"의 예를 들자면, 한 레스토랑에서 미식가로 유명한 소설가를 최고로 대접하기 위하여 속물 지배인이 아지사와에게 요리를 의뢰합니다. 아지사와는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뿐 별다른 특혜를 제공하지 않죠. 그리고 폐점시간 직전, 남루한 술주정뱅이가 들어와 음식을 주문하나 지배인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합니다. 하지만 아지사와는 여전히 솜씨를 발휘해서 최고의 요리를 대접합니다. 그리고 그 술주정뱅이가 소설가가 변장한 것임을 나중에 밝혀내지요. 소설가가 변장한 이유는, 과거의 괴로왔던 경험때문에 아무리 평판이 좋더라도 손님을 차별하는 곳은 가지 않기 위해하였습니다. 가게의 진짜 가치를 파악하기 위함이기도 하고요. 소설가는 가게를 나서며 말합니다. "이 최악의 레스토랑에서 당신의 요리만이 진짜였습니다"
이러한 드라마를 일종의 안티히어로이지만 자신의 실력과 요리에 절대적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아지사와 타쿠미라는 캐릭터가 잘 조율하고 있어서 요리만화의 홍수속에서도 무려 40권 (속편 5권까지 총 45권)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이 이어질 수 있었지 않나 싶네요.

검은 외투를 걸치고 요리도구가 든 가방하나만을 지닌채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아지사와 타쿠미가 지나칠정도로 블랙잭과 겹쳐보인다는 것, 인간 드라마이기 때문에 요리는 이야기의 소재일 뿐이라 요리에 대한 정보나 작화가 부실하다는 것, 후반부로 갈수록 유사 에피소드와 자가복제가 반복된다는 약점은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굉장히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04/03/04

스쿨 오브 락! - 리처드 링클레이터 : 별점 2.5점


이 영화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꽤 인상깊었던 잭 블랙 주연의 영화입니다. 무엇보다도 포스터로 보는 사람을 압박하는 영화죠. 잘 만든 포스터와 여러 영화평들로 사뭇 기대를 가지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락 밴드 단원인 듀이 핀 (잭 블랙 분)은 로커 답지 않게 뚱뚱하고 촌스러운 외모 때문에 밴드에서 쫒겨 난다. 월세가 밀려 집에서도 쫒겨 나게 된 그는 급한 김에 친구 네드의 이름을 사칭하고, 호레이스 그린 초등학교의 대리교사로 취직한다. 수업 첫날부터, 공부를 가르칠 생각은 않고 시간 때울 궁리만 하던 듀이는 기발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열릴 락 밴드 경연대회에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참석하려는 것!

클래식기타와 피아노, 첼로, 심벌즈 등의 악기를 다뤄본 애들을 뽑아, 리드 기타, 베이스 기타, 키보드, 드럼을 가르치고, 다른 아이들에겐 백 보컬, 매니저, 코디, 장비 담당 등의 일을 맡긴다. 3주동안, 듀이와 아이들은 여자 교장 멀린스 (조안 쿠삭 분)의 눈을 피해 교실에서 락 음악을 연습하고, 드디어 오디션 접수까지 끝낸다. 마침내, 경연대회가 있던 날, 듀이가 가짜 선생임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멀린스 교장을 앞세우고 대회장으로 쳐들어 오는데…


주연과 포스터, 간략한 영화소개만 보아도 “가짜”인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상황을 소재로 한 설정자체는 흔하디 흔한, 누군가 이야기 했지만 "시스터 액트"류의 코미디 물입니다. 그러나 열혈 락커가 일년 학비가 만 오천불이나 된다는 상류층 고급 초등학교 학생들을 락으로 세뇌시키며 진정한 락커로 만든다는 줄거리는 신선하고 유쾌하고 재미있습니다. 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죠. 무엇보다 주인공 듀이역의 잭 블랙의 원맨쇼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진짜배기 락커가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잭 블랙의 노래나 기타도 꽤 마음에 들더군요. 유쾌한 맛이 있어서요. 무엇보다 “스쿨 오브 락”이라는 밴드명으로 참가한 마지막의 밴드배틀 장면은 압권입니다. 역경을 딛고 촌스럽고 유치하지만 자기의 음악을 선보이는 아이들과 듀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죠.

하지만 기대했던것 만큼 웃기진 않았습니다. 각본과 감독이 “비포 선라이즈”라는 달착지근 영화를 만들었던 리처드 링클레이터이고 가족영화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인지 화장실 유머 같은 저질 유머나 슬랩스틱 코미디 대신 락에 빠져가는 아이들과 인간적으로 성숙해 가는 듀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느정도 교훈적인 내용도 줍니다. 마지막에 교장, 듀이의 친구와 학부모들도 듀이와 아이들을 이해하며 마무리 하는 해피 엔딩은 너무 전형적이라는 느낌까지 줍니다. 락& 코미디판 “홀랜드 오퍼스”가 정답이겠죠.

그래도 오디션을 통해서 가려 뽑았다는 귀여운 아이들 (특히 베이스 치던 아이… 크면 분명 미인이 될 것 같습니다)과 잭 블랙의 연기를 보는 것, 덤으로 흥겨운 락까지 흐르는 즐거운 영화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볼 만 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09/05/20

인체 모형의 밤 - 나카지마 라모 / 한희선 : 별점 3점

인체 모형의 밤 - 6점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북스피어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일본 작가 나카지마 라모의 단편을 모은 작품집으로, 단편들은 제목처럼 인체모형에 관련된 기괴한 묘사에서 시작되어, 눈-피-코-귀-다리-무릎-배꼽-팔-뼈-위-유방-날개와 성기 라는 인체의 부분을 주제로 하여 쓴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에 읽었던 판타스틱의 원사운드 만화를 보고 구입하게 되었네요.

각 단편별로 분위기가 굉징하 다른 것이 특징인데, 유령이 등장하는 정통(?) 심령 호러물에서 부터 시작해서, 일종의 괴물이 등장하는 스플래터 호러, 심리 스릴러에 더불어 진지한 드라마와 1인칭 시점의 블랙 코미디까지 실려 있어서 굉장히 풍성합니다. 그야말로 색다른 인생을 살아온 작가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작품별 수준의 편차가 크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이 예상 가능한 내용으로 흘러간다는 것이 좀 아쉽네요. 뭔가 한번 정도 더 비틀 수 있는 이야기들인 것 같은데 너무 평범하게 마무리한게 아닌가 싶거든요. 또한 앞서 말했듯 쟝르가 다양해서 호러 소설이 취향이 아니더라도 즐길 작품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외려 정통 호러로 보이는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 역시 사람에 따라서는 단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베스트인 "사안"과 "코" 처럼 오싹하면서도 의외성이 있는 작품들이 더욱 많았더라면 좋았을텐데요...

그래도 충동구매에 가까운 구매였는데 다행히 평균 이상은 해 주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제가 워낙 단편집을 좋아라해서 점수가 더 높을지도 모르지만... 별점은 3점입니다.

작품별로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프롤로그 : 인체모형의 밤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작품을 한데 묶는 이야기로 별 특기할 점은 없습니다.

사안(邪眼) : 싱가포르를 무대로 한 심리 스릴러물로 스멀스멀 계열의 작품입니다. 일본인 싱가포르 주재원의 아내가 임신하였는데, 현지 고용인인 가정부가 임신한 아이가 "사안"을 지녔다.. 라고 믿는다는 내용으로, 사안이라는 전설과 푸른눈이라는 설정을 잘 결합한 좋은 단편입니다. 진실이 괴담보다 무섭다는 마지막 반전도 톡 쏘는 맛이 아주 좋았고요. 이런 류의 단편으로는 모범답안이 아닐까 싶네요.

세르피네의 피 : 세르피네라는 섬을 그야말로 "낙원" 이라고 믿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사실 "낙원"의 실체는 달랐다.. 라는 반전이 있는 전형적인 작품입니다. 반전에 이르기까지 교묘하게 장치한 복선을 풀어나가는 맛은 괜찮지만 반전 자체가 그다지 와닿지는 않아서 약간은 심심했습니다. 또 "피"를 연관시키기에는 좀 억지스럽기도 했고요.

 : 조향사인 주인공은 옛 남자친구의 소개로 싼 맨션을 얻어 이사한다. 그러나 이유를 알수없는 물소리와 냄새 때문에 곤란해 하던 차에, 전 세입자가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유령이 등장하는 괴담입니다. 뻔하게 흘러가서 뻔하게 끝맺긴 하지만 유령 이야기의 무서운 점, 즉 보이지는 않지만 들려오는 소리와 냄새를 조향사라는 직업의 주인공을 통해 잘 드러냈으며 특히나 "돼지뼈 라면 국물 끓이는 냄새"의 정체가 모골이 송연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전 정말이지 일본 욕탕이 물을 그렇게 데우는 시스템이라는걸 몰라서 마지막에 깜짝 놀랐네요.

굶주린 귀 : 판타스틱의 원사운드 만화를 통해 접한 것이 이 단편의 소개였죠.
옆방을 엿듣는것이 취미인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은 새로 이사온 집 옆집을 엿듣던 중 분명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화인데 여자만 이야기하는 것을 알게됩니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옆집에 인사를 가는 척 하며 여러가지를 물어보던 중에 옆집 여자 남편이 "언어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조금은 허무한 마음에 술을 사러가던 주인공은 여자 집을 우연히 올려다 보는데.... "남자 빨래가 하나도 없어!"
이 줄거리만 놓고 보면 굉장히 흥미진진한데, 아쉽게도 결말이 너무 예상 가능한 범위내에 있었습니다. 좀 더 반전다운 반전이 등장하는 편이 훨씬 좋았을것 같아요. 예를 들면 레즈비언 부부였다던가, 남편이 게이바 사장이나 트랜스젠더였다던가....

건각(健脚)-국도 43호선의 수수께끼 : 전직 드라이버 지망생이었던 주인공과 주인공이 우연히 알게된 소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유령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괴담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이 단편집 안에서 유일하게 희망적인 뭔가를 전해준다는 것 하나가 독특할 뿐 별로 남는건 없는 그냥 홈드라마같은 느낌의 소품이었습니다.

무릎 : "인면창" 이 실제로 그 주인을 먹어버린다! 는 내용의 이종괴물 스플래터 호러 단편입니다. 전개는 한마디로 일직선이라 별로 평할게 없는 평작인데, 주인공의 설정이 독특하고 전개가 어울리지 않게 유머스러워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그나저나, 인면창이라니 "블랙잭"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인면창이 있는 피해자(?) 가 "블랙잭"을 만났더라면 완치되고 생명을 건지지 않았을까요?^^

피라미드의 배꼽 : 대 부호의 데릴사위인 가난뱅이 학자가 도심 한복판에 피라미드를 건축한다! 는 SF 단편입니다. 피라밋과 피라밋 파워에 대해 그럴듯한 설명이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색작으로, 작가가 정말로 다양한 분야에 박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디테일한 묘사가 일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역시나 좀 뻔해서 별로 특기할건 없더군요.

EIGHT ARMS TO HOLD YOU : 비틀즈의 존 레논의 미발표 곡을 다룬 작품으로 작가의 방대한 지식세계를 다시한번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음악에 대해서 굉장히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거든요. "비틀즈 4명이 안아준다는" 노래의 제목과, 마지막의 반전이 묘하게 어울리는 것도 좋았고요. 반전이 너무 끼워다 맞추는 것이 지나쳐서 작위적인 느낌이 강한 것은 아쉽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평작 이상으로 생각됩니다.

뼈 먹는 가락 : 1인칭 시점의 공원묘지 판매원을 주인공으로 한 블랙코미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었는데, 이유는 주인공이 왜 당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을 뿐더러, 너무 다양한 내용을 펼쳐만 놓았지 이야기의 맥락이 전무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도 어설퍼서 도저히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수준이하의 작품이었습니다. 유사한 분위기의 작품인 레이 브래드버리의 "장의사" 정도로는 이야기를 끌고가 줬어야 하는데 말이죠....

다카코의 위주머니 : 거식증에 걸린 채식주의자 소녀가 최후의 순간에는 부모에게 살의를 품는다는 이야기로 "채식주의" 에 대한 이야기가 내용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문제는 별다른 공포도, 반전도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겠죠. 그냥저냥 홈드라마 소품입니다. 이게 호러가 되려면 다카코가 마지막 장면에서 배를 가르는 정도는 되어야겠죠. 어쨌건 저는 읽고나니 로스트비프가 먹고싶어질 뿐이었습니다.^^;

유방 : 영매사가 불러온 유령을 거짓이라 치부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품입니다. 짤막한 블랙코미디 꽁트로 약간의 반전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별로 특이하지는 않더군요.

날개와 성기 : 무슨 이야기인지? 성기를 없애고 스스로 "무성", 천사와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는 주인공이 명상을 통해 접한 실존적 존재에 대한 이야기인데 묘사는 현실적이고 와 닿지만 도대체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는 알 수가 없는 내용이라 평가 자체가 어렵네요....

에필로그 목저택 : 프롤로그에 이어지는 이야기로, 역시나 별로 특기할 것은 없습니다.

2013/02/22

블랙잭 창작비화 1~2 : 별점 3점

"이 만화가 대단해! 2012 남성편"에서 1위를 하여 유명해진 작품. 형이 구입했는데 설 연휴를 기회로 얻어 읽게 되었네요. 리뷰가 좀 늦었습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창작 활동에서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다큐같이 소개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목과는 조금 다르게 "블랙잭"은 회사의 도산과 슬럼프라는 인생 최악의 시기를 극복하는 상징물에 가깝습니다. 이야기 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도저히 실재했던 이야기라 믿어지지 않는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대부분이 작업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가혹한 창작 활동에 대한 것이라 논픽션이 아니라 개그 만화가 연상될 정도였어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호에로 펜" 같았달까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아무데서나 사도 되는 컵라면을 다른 곳에서 사오라고 시켰던 데즈카 오사무의 기행, 그리고 이른바 "데즈카반"이라 불리며 작가 옆에서 상주했던 각 잡지별 데즈카 오사무 담당 편집자들을 다룬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를 좀 놔두라고 부탁해서 한 편집자가 마감만 지켜주면 된다고 하고, 데즈카도 그의 마감을 최우선으로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3회 연속 마감을 지키지 못해 편집자가 짤렸다는...., 그리고 데즈카는 다른 편집자들에게 너희들이 자기들 원고만 챙겨서 그가 짤리게 되었다고 역정을 내었다고 하네요.

그 외에도 나가이 고, 마츠모토 레이지 등 당대 거장들의 인터뷰와 증언도 재미있게 읽었고요.

오래된 극화풍으로 살짝 촌티가 나기까지 하는 그림은 취향을 좀 탈 것 같기는 하나, 위와 같은 에피소드들이 가득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지론 중 하나가 "만화가가 주인공인 만화는 다 재미있다"라는 것인데 이 작품 역시 그러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3/09/12

블랙잭 링 노트

인터넷 서핑 중 발견한 아이템 한 가지 소개해 드립니다.
일본 다이소에서 2023년 8월부터 데츠카 오사무 캐릭터 상품을 판매한다고 하는데, 그 중 <<블랙잭>>의 링 노트 디자인이 아주 인상적이기 때문입니다.

펼치기 전은 아래와 같이 평범한 노트로 보이는데요,
펼치면 노트의 링이 얼굴 흉터를 재현하도록 디자인되어 있거든요. 대단합니다!
다른 제품들도 괜찮아 보이지만, 링 노트는 정말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1/10/31

철의 선율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3점

타쿠야는 여동생과 절친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살인 사건을 목격한 뒤, 사건의 증인이 되었다. 그러나 사건은 친구 에디가 속한 마피아 조직 아르바니 가문의 청부였고, 타쿠야는 에디에 의해 양팔을 잃고 버려졌다. 그러나 타쿠야는 초능력을 이용해 강철 의수를 조종하는 능력을 얻은 뒤 복수를 시작한다...

표제작 중편 외에도 서스펜스 심리 멜로 "하얀 환영"과 타임슬립 로맨스 "레볼루션"이 실려 있는 데즈카 오사무 만화전집 문고본입니다. 우연찮게 구해서 읽게 되었네요. 

표제작인 "철의 선율"은 근래 "풀어헤드 코코"의 작가 요네하라 히데유키가 장편인 "다이몬즈"로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사실 별 기대를 한 것은 아닌데 상당히 괜찮더군요. 표지만 보면 초인물 같은데, 의외로 하드하고 진지한 복수극입니다. 복수를 위해 강철 의수를 조종하는 능력을 익혔지만, 의수가 타쿠야의 무의식 깊은 곳의 지시까지 받아들여 걷잡을 수 없이 살육을 펼친다는 아이디어가 무척 좋아요. 이 아이디어를 극대화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고요. 모두를 증오한다고 절규하는 타쿠야와 그를 둘러싼 에디, 경찰들의 뒤로 의수가 기어오는데 와, 정말 대단했습니다. 조금 설정을 더 보여주고 이야기의 밀도가 깊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 특히 에디의 개심은 이해가 잘 되지 않음 - 은 있지만, 지금도 먹힐 만한 멋진 복수극입니다. 

이어지는 두 편의 단편 중 첫 번째인 "하얀 환영"은 조난 사건에 휩쓸린 여주인공이 연인 노리오의 마지막 순간을 망막 속에 새긴 채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로 "블랙잭"의 한 에피소드, 즉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의 각막을 이식받은 소녀의 이야기와 유사합니다. 각막 속에 뭔가 새겨진다는 측면에서 말이죠. 그러나 우직한 분위기와 결말까지 깔끔했던 "블랙잭"에 비하면 초반부의 심리 서스펜스 분위기에서 순애물로의 전환이 너무 급작스러운 등 전개면에서 어설프고 너무 뻔한 느낌이 드는 등 많이 부족했습니다. 마지막 여운을 남기는 엔딩 정도만 괜찮았어요. 여러모로 평작 수준에서는 살짝 아래입니다.

마지막 작품 "레볼루션"도 소품입니다. 중상을 입은 아내 야스에가 정신이 든 뒤, 자신은 홋타 미치코라고 주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영혼 타임슬립물이지요. 그려진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전공투 시대를 암시케 하는 몇몇 설정이 눈에 뜨입니다. 암울한 미래관도 뭔가 전공투 시대를 떠오르게 하고요. 그러나 딱히 새롭거나 인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몇몇 장면은 독특했지만, 주인공이 그 고생을 하고도 아기의 이름을 테츠지라고 짓는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 등 허술한 점도 많은 편입니다. 역시나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이렇듯 평범한 소품들이 감점 대상이기는 하나 핵심 중편 "철의 선율"이 시대를 넘어 지금도 재미와 충격을 가져다주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근래 개작(리메이크)된 것이 이해가 됩니다. 개작된 작품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증오의 감정으로 현실을 초월한다"가 갈수록 희석되어 뻔한 이능력 배틀물이 되어버린 탓에 읽다가 포기하기는 했지만...

2017/12/03

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 미카미 엔, 구라타 히데유키 / 남궁가윤 : 별점 2.5점

독서광의 모험은 끝나지 않아! - 6점
미카미 엔.구라타 히데유키 지음, 남궁가윤 옮김/북스피어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의 작가 미카미 엔과 "R.O.D"의 작가 쿠라타 히데유키가 여러가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한 대담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얼마 전에도 읽었던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의 한 권이지요.
자연스러운 일상생활 속 대화같은 대담이 인상적입니다. '술집 옆자리에서 두 남자가 주고받는 대화를 귀 기울여 들었더니 꽤 재미있더라'는 책 뒤 소갯글 그대로의 내용이에요. 구라타 스스로도 북 가이드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시시콜콜한 대담까지 책으로 출간되는 일본 출판 시장이 부럽기도 하네요. 우리나라 같으면 팟캐스트나 유튜브 방송 정도로 소모되고 끝날 내용이거든요. 좋게 말하자면 읽기 쉽고 나름 재미도 있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그다지 깊이가 있거나 진지한 내용은 아닙니다.
그래도 독서광 작가들이 모여 수다를 떤 내용이라서, 독서광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서에 있어 명함을 내밀 정도는 되는 저로서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순서대로 한 번 살펴볼까요?

우선 모던 호러가 주제인 수다에는 스티븐 킹, 딘 쿤츠, 클라이브 바커 등 익숙한 작가들의 이름이 많이 나옵니다.
다만 내용은 딱히 새롭지 않아요. 모던 호러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면 누구나 이야기할만한 내용이었거든요.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롱 워크"를 극찬하는 등 저와 취향이 다른 탓도 크고요. 하지만 잭 케첨 소개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구라타 히데유키 말에 따르면 "이웃집 소녀"는 구입한 그 날,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책을 다 읽지 않으면 오늘은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했을 정도라니 꼭 읽어 봐야 겠습니다. 마침 국내에 유일하게 소개되어 있기도 하고요. 그 외에도 소니빈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는 데뷔작 "비수기" 와 후일담 "더 우먼"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 두 작품은 아쉽게도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네요.

요코미조 세이시에도가와 란포, 야마다 후타로를 소개하는 챕터는 너무 뻔하더군요. 다 알고 있는 내용이거든요. 그래도 딱 한 가지, 일본 초등학생이 읽기 힘들어했다는 토로는 색달랐지만요. 구라타 왈,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와서라고 하는데 저는 그런 인상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번역을 잘 한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만큼 역사와 과거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냥 일본 초등학생보다는 제가 이해력이 좋기 때문인걸까요?
그래도 좋아한다고 언급하는 작품들이 대체로 저 역시 좋아하는 작품들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백일홍 나무 아래" 만 빼고 말이죠. 그 외 작품으로는 읽어본 적 없는 식인 테마 작품인 "어둠에 꿈틀거리다"가 궁금했습니다. 국내 출간되었는지 찾아봐야겠군요.
그런데 갑자기 야마다 후타로와 "마계전생" 이야기로 넘어가는건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야마다 후타로의 대표작이라는 "인법첩" 시리즈도 영화, 만화로 접한게 전부라 딱히 수다에 공감하거나 이해할 내용도 별로 없었고요.

영화화된 작품 원작에 대한 수다는 가도카와 하루키가 이끌던 가도카와 문고와 영화 전성 시대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작가 시점에서 아카가와 지로를 나름 극찬하는 - 쉽게 대사를 쓴, 일종의 라이트 노벨 선구자라는 등 - 정도만 눈에 뜨일 뿐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듯한 아카가와 지로가 쓴 크리쳐 호러 소설 "밤"이 그나마 궁금하지만, 최고 걸작이라는 "마리오네트의 덫" 수준을 미루어 본다면 구태여 읽어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좌절본은 읽다가 포기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아예 그 생각이 없었던 작품들에 대해 수다를 떠는 챕터로 보통은 어려운 책 - 커트 보니컷의 "제 5 도살장"이나 케플러의 "우주의 신비" 등 - 이거나 너무 길어 포기한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100권이 넘는 "구인사가", 미완으로 끝났다는 일본의 시대소설 "대보살고개" 등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제 5 도살장" 이 어렵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고 "삼국지" 나 "삼총사" 같이 재미도 있고, 읽기도 쉬운 작품이 좌절본에 포함되어 있는 등 제 생각과는 조금 달라서 의외였습니다. 미카미보다는 구라타 취향이 특히 그런데, 뭐 이런 것이야 말로 개인 취향이겠지요. 허나 오래전 작품이라 요새 취향과 맞지 않기 때문에 읽기 힘들다는 이유로 "반지의 제왕" 은 좌절본이다!라는 의견만큼은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이런 류의 독서광들 수다라면 빼 놓을 수 없는 진귀한 책, 기이한 책이 이야기도 물론 들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희귀 도서들보다는 재미있는 아이디어의 책들 소개가 더 인상적이었어요. 아와사카 쓰마오의 "산 자와 죽은 자 - 명탐정 요기 간지의 투시술" 이 대표적입니다. 모든 페이지가 16 페이지 단위로 봉해져 있어서 그대로 읽으면 25페이지 짜리 단편이지만, 다 읽고 봉한걸 풀면 새로운 장편 소설이 된다는 책으로 여러모로 신기했거든요.
우리나라에도 소개되다 만 게모노기 야세이의 만화 "Palm" 소개도 기억에 남습니다. 무려 30년간 이어진 연재의 설정을 초기에 확립하여 그대로 끌고갔다니 대단해요. 미카미 엔이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는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국내에는 절판되어 말 그대로 진귀한 책이 되어버렸는데, 어떻게 다시 구해보고 싶어 지네요.

추억 속에 깊게 남은 인상적이었던 책도 언급하는데, 구라타를 독서가로 이끈 책은 "투명인간", "우주전쟁" 이라고 합니다. 덕분에 SF에 빠졌다가 미스터리로 관심이 이동한 전형적인 장르 애호가 루트를 밟았더군요. 또 다른 추억의 책은 폴란드 아동문학인 "크레크스 선생님의 학교"를 꼽았고요.
미카미 엔은 "마더 구스", 히노 히데시의 만화 "죠로쿠의 기묘한 병"를 이야기하는데 이 책들은 국내 소개되지 않았으니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미카미 엔이 소설을 쓰자고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다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집 "에렌디라" 속 수록작인 "단순한 에렌디라 와 무정한 할머니의 믿을 수 없이 슬픈 이야기" 정도만 국내 출간되었을 뿐입니다. 마르케스 작품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는데 '일정한 틀의 캐릭터에서 빠져나온 뭔가를 소설에서 배운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라는 미카미의 말이 마음에 들기에 한 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저런 만화 이야기도 하는데, "블랙잭" 이야기에서는 확실히 두 사람의 깊은 내공이 느껴지더군요. 미카미 엔이야 블랙잭이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 한 편에서도 소개되었으니 그렇다 쳐도, 그에 뒤지지 않는 구라타가 참 대단했습니다.
후지코 후지오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라 더 반가왔어요. "Utopia"도 아마 "비블리아 고서당" 에서 소개되었었죠? 개인적으로는 "만화의 길" 에서 접했기에 더욱 반가왔고요. 어차피 지금은 복간되어 구하기 그리 어렵지 않기는 하지만요. "모쟈코"와 "에스퍼 마미"는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언급되는게 기뻤습니다. 또 "유혈귀" 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의 내용을 상당히 길게 언급하는데 결말이 뭔지 궁금해 미칠 지경으로 만들어서 구해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흡혈귀는 신인류고, 구인류는 선량한 신인류의 피를 흘리게 만드는 유혈귀였으며 결국 주인공도 신인류?가 되어 즐겁게 살아간다는, 발표 시기를 감안하면 굉장히 시대를 앞서간 호러물이더군요. "만화의 길" 에서는 데즈카 오사무, 이시노모리 쇼타로, 아카츠카 후지오 등 다른 거장들보다 못한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누가뭐래도 후지코 후지오 역시 뒤지지 않는 천재임에는 분명해요. 

그리고 소설가로 계속 활동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가가 되고 처음 안 사실은 계속 하는게 정말 어렵다는 점이라는군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쌓아두었던 것을 토해내면 첫 번째 책은 어떻게든 모양은 갖출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뒤로 세 번째, 네 번째 때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만이 프로로서 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인데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전해줍니다. 데뷰작이 가장 좋은 작가들이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겠지요.

책을 사랑해서 벌어진 에피소드들도 이야기하는데, 주로 재미있는 책을 읽었을 때의 경험들에 대한 수다입니다. 미카미 엔이 코니 윌리스의 "항로" 라는 소설을 읽을 때, 절묘한 부분에서 상권이 끝났지만 한밤중이라 문을 연 서점이 없었다는 이야기처럼요. 저도 이런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용오"의 복제 예수 에피소드 다음 권을 사기 위해 업무 중 홍대 앞 한양 문고로 뛰어갔던 적도 있고, "불멸의 용병" 이라는 해적판으로 접한 "베르세르크" 의 그리피스 편 다음을 읽기 위해 한 밤중에 도서대여점을 돌아다닌 적도 있으니까요.
페이지를 접거나 메모하는 행동에 대한 대화도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야기같아 좋았습니다. 저는 둘 다 안합니다만. 책 때문에 담배를 끊고 심지어 하루에 라면 한 개로 버틴다는 이야기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의 베스트셀러는 왠지 꺼린다는 미카미와 구라타의 말도 공감이 갔습니다. 저도 좀 청개구리과라서, 인기가 있다고 하면 그냥 좀 싫거든요.

이렇게 다양한 책에 대한 수다가 장황하게 펼쳐지는데, 공감가는 이야기도 있고 동의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그래도 재미만 놓고보면 나쁘지는 않았어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러나 "탐정, 범죄,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리뷰에서 적었듯이, 수다 중 언급되는 작품들 중 국내 출간된 작품 정도는 조사하여 알려주었어야 했습니다. 하루도 안 걸렸을 것 같은데, 이 정도 수고도 하지 않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네요.

2016/12/05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미카미 엔 / 최고은 : 별점 2점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4점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arte(아르테)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사진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로 홈런을 날린 작가 미카미 엔의 또다른 일상계 연작 단편집입니다. 유명 휴양지 에노시마에 위치한, 돌아가신 할머니의 "니시우라 사진관"을 정리하기 위해 찾아온 손녀 마유가 이런저런 일상 속 수수께끼를 해결해 나가는 내용입니다.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징이라면 제목에서처럼 '사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이야기에 녹여내었다는 점입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가 책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 처럼요. 별다르지는 않지만 호기심을 자아내는 수수께끼들이 등장한다는 일상계 느낌의 전개와 소소하면서도 훈훈한 분위기도 "비블리아 고서당"스럽고요.

그러나 설정과 분위기만 비슷할 뿐 "비블리아 고서당" 수준에는 여러모로 미치지는 못합니다. 우선 추리적으로 내세울게 없는 탓입니다. 2장과 3장은 범인(?)이 너무 뻔하며, 4장은 설정이 극히 작위적이라 전혀 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도입부인 1장이 그나마 괜찮지만 전체적으로는 기대 이하입니다.

탐정역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가쓰라기 마유 역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시오리코씨의 안 좋은 부분인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을 극대화한 것에 더해, 대학 시절의 민폐 행각을 부각시킨 탓에 영 호감이 가지 않더라고요. 사진에 있어서도 대학 시절 전공했던 정도라 딱히 대단한 전문가라고 하기 어렵고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추리 소설에 입문하시는 분들께는 적합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면 딱히 권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루이가 아직 사진관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마유가 깨닫고, 이후 루이와 다시 만나는 마무리는 후속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 권을 읽을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마지막으로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1장

가쓰라기 마유는 에노시마에 위치한 니시우라 사진관을 찾았다. 폐암으로 사망한, 100년 동안 영업했던 사진관의 마지막 주인이었던 외할머니 니시우라 후지코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정리를 시작한 마유는 '미수령 사진' 이라고 적힌 양철 상자를 발견했고, 그 속에서 '마도리 마사카즈 님'이라고 적힌 봉투를 열어 보았다. 그 속에는 100여년전 사진과 70여년 전, 20여년 전, 그리고 지금 현재의 에노시마를 무대로 거의 25년 단위로 찍은 한 남자의 사진 4장과 필름 3개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사진 속 인물은 모두 동일 인물로 보이는데 합성은 아니었다.

마침 사진을 맡긴 마도리 마사카즈가 방문했고, 그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소중한 사진에 얽힌 수수께끼를 밝혀달라고 마유에게 부탁하는데...

'동일한 장소에서 찍은, 거의 25년 단위로 찍은 한 남자의 사진 4장'에 얽힌 수수께끼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작품. 수수께끼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100여년전 사진과 70여년 전, 20여년 전, 그리고 지금 현재의 에노시마를 무대로 한 사진 속 인물이 모두 동일 인물로 보이는데 합성은 아니다! 라는 것으로 괴담 등에서 많이 변주되었었죠.

그러나 이 작품은 괴담이 아닌지라 나름 합리적인 트릭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바로 '첫번째 사진은 에어브러시를 이용한 가필, 두번째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의 할아버지, 세번째는 아버지가 약간 분장한 것이고 네번째 사진 속 모델 마도리 마사카즈는 할아버지와 꼭 닮은 사람이었다'라는 겁니다. 특히 '에어브러시'라는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합성보다는 한 발자욱 더 나아간, 사진이라는 설정을 활용한 아이디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로 모든 것이 바뀐 현재의 상황에서는 잘 모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 높기도 하고요.

물론 에어브러시로 그렇게까지 똑같게 사람을 그릴 수 있었을까?라는 문제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이야기의 시작으로 아주 괜찮았다 생각되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장

마유가 4년전 사진을 그만둔 계기는 소꼽친구로 인기 아이돌이었던 "루이"의 개인적 비밀(특정 사이비 종교를 믿는다는)을 드러내는 사진을 찍었다가, 그 사진이 유출되어 루이의 인생을 망쳐버린 과거 탓이었다.

그런데 마도리 마사카즈와 사진관을 정리하던 마유는 당시 사건에 연류된 선배 고사카가 비교적 최근에 찍은 루이의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을 전해주기 위해 고사카를 다시 만난 마유는 고사카와의 대화를 통해 마유는 사진 유출의 진상과 이후 루이의 삶에 대해 알게 되는데...

루이의 사진을 누가 유출시켰는지? 에 대한 것이 핵심 수수께끼인데 사실 별 내용은 없습니다. 아날로그로 사진을 찍은 것을 전문 카메라맨이 된 아키호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즉 사진을 잘 모르는 다른 서클 사람들이 한통속이 되어 유출했다는 진상을 몇 년 간이나 알지 못하고 끙끙대었다는 것 부터가 설득력이 낮은 탓입니다. 합숙을 하느라 통신이 불가했다는건 알리바이가 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내용을 읽어보면 당시 마유가 서클 사람들에게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도 분명해서 딱히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감정 이입도 하기 어려웠어요. 아무리 비공개 SNS라도 사진을 올린건 마유의 실수라는게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또 루이에 대한 설정도 딱히 잘 짜여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꼽친구, 엄청난 미남, 성공한 아이돌이라는 설정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더군요. 루이가 추락하게 된, 사이비 종교의 신자로 교주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설정 역시 마찬가지고요.

아울러 해당 종교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더라도 루이는 분명 피해자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때문에 면죄부를 주기는 어렵더라도, 세간의 비난을 받고 은퇴할만한 일로는 보이지 않았어요. 작중에서 본인이 계속 그만두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마침 사진은 좋은 계기가 된 것에 불과해 보이는데 만약 그렇다면 마유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필요가 없지요.

여튼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입니다. 뭔가 있어보이는 마유의 과거사를 드러내는 수단에 불과할 뿐더러, 과거사가 만화와 같은 설정으로 가득차 있어 전혀 와 닿지 않은 작품입니다. 점수를 줄 부분이 별로 없네요.

3장

기념품 가게 주인 겐지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다. 그는 지금의 아내 요코에게 청혼할 때 필요한 자금이 없어서 삼촌 오사무와 함께 니시우라 사진관에서 은덩이를 훔쳤었다. 잠깐 빌려간다는 의미로 차용증을 써서 남겼었는데, 겐지는 마유에게 들키기 전 차용증을 빼돌릴 결심을 한다...

은은 과거 니시우라 사진관에서 일했던 오사무 삼촌이 현상 과정에서 나오는 폐약에서 추출한 것, 캐비닛이 일종의 미니 암실?이어서 그것이 열렸다면 증거가 남는다는 설정만큼은 괜찮았습니다. 사진관이라는 무대에 잘 맞는 소재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후 이야기 전개는 영 별로입니다. 캐비닛과 함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이 겐지인데 뭐 이렇게 복잡한 설명이 필요했을지 잘 모르겠어요. 상세한 설명 없이 그냥 경찰을 부르는 게 빠른 방법이잖아요? 겐지가 은덩이를 훔친 것으로도 모자라 차용증까지 훔치려 한 것은 엄연한 범죄라 정상참작의 여지도 전혀 없고요.

그리고 캐비닛 속의 필름이 감광되었다 하더라도 열은 것이 겐지라는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단지 캐비닛이 열렸다는 증거 정도밖에는 안되죠. 시간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괜찮았던 소재를 억지스러운 전개로 망친 느낌입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4장

마유는 정리 중 발견한 마도리 부자의 사진을 전해주기 위해 마도리 가문의 별장을 찾았다. 그 곳에서 마유는 아키타카의 아버지 료헤이가 아들을 대하는 매몰찬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발견한 여러 가지 이상한 점 — 겐지가 전해준 아키타카는 이전의 모습이 아니다, 별장과 본가를 아키타카의 사진이 온통 장식하고 있다, 부자의 사진에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있다 등 — 을 토대로 아키타카에 대한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깨닫는데...

역시나 핵심 트릭은 사진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료헤이와 아키타카가 찍은 사진은 아주 오래전 료헤이가 찍은 사진에 현재의 아키타카의 모습을 합성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합성'은 사진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뻔한 조작이라 트릭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어려우며, 이렇게 복잡한 공작을 할 필요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구태여 조작까지 해서 사진을 전시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냥 현재의 아키타카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시해 놓는 것으로 충분했을 테니까요.

게다가 아버지가 얼굴을 바꾼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도 단점입니다. 너무나 미워했던 전처의 얼굴과 똑같이 생긴 탓이 컸다던가... 하는 식의 배경 설명이 반드시 필요했어요. 물론 그랬다면 "블랙잭"의 한 에피소드, 블랙잭이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의 후처 얼굴을 어머니 얼굴로 바꾸어 놓는 에피소드와 똑같은 내용이기는 했겠지만요.

아키타카가 아버지에게 강하게, 논리적으로 반항하는 결말 정도만 깔끔할 뿐, 여러모로 부족함과 억지가 많이 느껴지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2011/11/15

서스피션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3점

"더 크레이터"를 읽고 좌절했지만 이게 끝이 아닐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읽은 데즈카 오사무의 또 다른 단편집. 원서를 구하게 되어 읽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이 작품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주로 심리 서스펜스 - 호러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심리 묘사가 상당히 탁월해서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거든요.

특히 "서스피션"이라는 표제로 연재되었다는 세 작품이 발군입니다. 간단히 소개해 보자면, 첫 번째 작품인 "파리채"는 로봇을 이용한 살인 계획과 뒤이은 반전을 다룬 그럴듯한 SF 범죄 스릴러로 헨리 슬레서의 단편 "헬로 자스민"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길이임에도 불구하고 범행에 대한 깊은 고뇌를 묵직하게 그리고, 비교적 현실적인 반전은 더 낫습니다. 

"벼랑의 두 남자"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쫓아 인적 없는 깊은 산속에 도착한 뒤 벌어지는 치밀한 심리 서스펜스물입니다. 특징은 심리 묘사입니다. 정말 최고예요. 일종의 갇힌 공간이고 인적이 없다는 점에서 폐쇄형 스릴러물 느낌도 드는데, 후쿠모토 노부유키 등의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긴장감을 선사하거든요. 다만 결말이 뜬금없어서 좀 아쉽습니다. 이야기를 조금 더 끌어서 주인공 채무자가 외려 살인죄를 뒤집어쓰게 된다는 에필로그라든가, 시점을 바꿔 의외의 진상을 드러낸다는 식으로 그려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작품인 "P4의 사각"은 바이러스 SF물입니다. '홀로 갇히게 되는 실험체(?)의 비애'라는 흔한 설정도 그닥이지만, 반전이 너무 작위적이라 셋 중 가장 처집니다. 심리 묘사가 더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디테일과 현실감이라는 측면에서 호시노 유키노부에게 더 잘 어울렸을 이야기였어요. 그냥저냥 평작입니다.

이외에는 블랙잭과 유사한 캐릭터가 프로 곤충채집가로 등장하는 "인섹터" 시리즈와 풍자, 블랙코미디, 시사성 짙은 무난한 작품들이 이어지다가 정통 호러 서스펜스 스릴러 "요리하는 여자"로 마무리됩니다.

이 중에서는 "요리하는 여자"가 물건입니다. 앞선 "서스피션" 시리즈 못지 않아요. 노인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노인 실종 사건을 다루는데, 뻔한 이야기이긴 하나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디테일하게 잘 살아있고 반전을 잘 숨겨서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전개되는 덕분입니다.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랄까요. 극화를 섞어 디테일을 강조한 그림도 상당히 잘 어울렸어요.

이곳저곳에 실린 단편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작품들의 편차가 좀 있다는 점, 그리고 호흡 조절에 약간은 문제가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전체적으로 별점 3점은 충분해 보입니다. 최소한 "서스피션" 시리즈 3작품과 마지막에 실린 "요리하는 여자"는 장르물 애호가분들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2012/08/23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상) - 스티븐 킹 / 조영학 : 별점 2.5점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상 - 6점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하) - 스티븐 킹 / 조영학 : 별점 2.5점

먼저 읽었던 하권에 이은 상권.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4호 부검실
검은 정장의 악마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잭 해밀턴의 죽음
죽음의 방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그다지 무섭지 않으며 강한 심리 묘사가 중심이라는 특징은 하권과 동일합니다. 그래도 교훈적인 주제는 하권만큼 많지는 않더군요. 조금 더 재미에 치중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 개인적인 베스트는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입니다.

<제 4호 부검실>
의식이 있지만 몸 전체가 마비된 주인공이 부검실에서 부검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것을 깨닫는다는 스릴러. 그에게 닥칠 부검이 언제 시작될 것인지에 대한 긴장감이 부검실 의사들의 유머러스한 대화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블랙코미디같은 느낌도 큽니다. 결말이 예상대로이긴 하나 코미디로 보면 괜찮은 듯. 별점은 2.5점입니다.

<검은 정장의 악마>
한 노인이 20세기 초엽, 자신이 아홉살 때 만났던 악마에 대해 털어놓는다는 내용. 너새니얼 호손의 <영 굿맨 브라운>에 대한 개인적 헌사이며 킹 본인은 별볼일 없는 결과물로 생각했지만 반응도 좋았고 상도 탔다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킹 의견에 동의합니다. 별볼일 없었어요. 호손 시대에 쓰여진듯한 오래된 감수성이 확실히 느껴지기도 했을 뿐더러 별로 무섭지도 않았거든요.
게다가 전개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악마가 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고 제대로 추격하지 않은 이유도 명쾌하지 못한 등 떡밥만 가득할 뿐이라서 말이죠. 중후반부 악마와의 추격전 하나만큼은 긴장감이 넘치지지만 단점이 워낙 명확하기 때문에 별점은 2점입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한 세일즈맨이 자살을 하려다 평생 모은 화장실 낙서에 대한 노트의 처리를 놓고 고민한다는 드라마. 탁월한 심리묘사에 화장실 낙서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잘 어우른 걸작 소품. 길이도 적당할 뿐더러 삽입된 낙서들이 참 적절하더군요. 그리고 열린 결말이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잭 해밀턴의 죽음>
딜린저 갱단의 일원이었던 잭 해밀턴의 죽음을 딜린저의 오른팔 호머 반미터가 회고하는 안티 히어로 물이자 신화이자 팩션. 실제로 있었음직한 생생함이 압도적입니다. 딜린저에 대해 모르면 즐기기 어렵다는 단점은 있지만...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창작 동기가 킹이 호머 반미터가 파리에 올가미를 던지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단지 그 정도의 소스로 이렇게나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꾸며내다니, 역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 하나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구나 싶더군요. 별점은 3점입니다.

<죽음의 방>
남미 한 국가 고문실에 잡혀온 미국기자 플레쳐의 탈출을 그린 모험물.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전개가 일품인, 서스펜스 하나만큼은 최고로 치고 싶은 작품입니다. 금연한 사람에게 담배를 피고 싶게끔 만드는 효과도 있는데 흡연 장려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결말은 그닥이나 흥미진진한 것은 확실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엘루리아의 어린 수녀들>
<다크 타워> 시리즈의 번외편 단편이라고 합니다. 원전을 읽지 않아 세계관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느낌은 <북두의 권> + <트라이건> 정도 되려나요? 이 작품집에서 가장 긴, 중편에 가까운 길이를 자랑합니다.
일단 수녀들의 정체, 녹색 괴물들과 끔찍한 벌레들이 등장하는 등 호러 판타지로서의 묘사와 설정은 좋습니다. 그러나 포로가 된 히어로와 그를 돕는 비련의 히로인 그리고 둘에게 닥친 비극적 결말이라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조금도 더 나아간 것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이래서야 인어공주의 다크버젼일 뿐이죠. 물거품이 아니라 벌레가 되었을 뿐.
때문에 제게는 알맹이가 별로 없는 흔해빠진 호러 판타지였을 뿐입니다. 젤라즈니가 왜 대단한지 다시금 느끼게 해 주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사람을 자살로 유도하는 초능력을 가진 딩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관에 고용되어 안락한 삶을 누리지만 자신이 살인에 이용되었음을 깨닫고 탈출을 결심한다는 이야기.
설정도 흥미진진하고 이야기도 재미있기는 한데 영화로 따지면 기본 설정과 주인공 소개 후 막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려 할 때 끝나는 느낌이에요. 기-승 까지만 있다는 느낌? 그래서 완성도는 높이 쳐주기 어렵네요. 뒷부분을 따로 본다면 모를까.
덧붙이자면 작가 스스로 밝힌, 창작 동기인 잔돈을 버리는 청년에 대한 설명도 그닥 잘 되어 있지 않더군요. 별점은 2점입니다.

2011/09/10

1% 확률의 마술 - 제프리 S 로젠탈 / 박민서 : 별점 3.5점

1% 확률의 마술 - 8점
제프리 S. 로젠탈 지음, 박민서 옮김/부표

확률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교양서적이지만, 실생활에서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재미있는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 주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다는게 장점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도박의 법칙으로, 주사위를 던지는 확률은 물론이고 포커, 블랙잭의 확률까지 제대로 분석해 줍니다.

일상생활에서 확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며, 아래와 같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방법으로 소개되는 "효용함수" 이론도 흥미로왔습니다.

효용함수 이론 :
결혼 장소로 밝은 날의 야외 오두막은 +1,000점이고 일반 결혼식장은 +800점을 부여한다. 그런데 만약 비가 오면 오두막은 결혼을 하기에는 최악인 상황으로 0점이 된다. 결혼식 날 비 올 확률이 25%라면, 효용함수를 계산하면 야외 오두막 : +1,000 × 75% + 0 × 25% = 평균 효용점수 750점 결혼식장은 800점 그대로이므로, 결혼식장이 더 나은 선택이다.

또한 연구 결과를 판단하는 확률인 p-value 계산법을 소개하며, 야구팬이라면 익숙할 새미 소사 코르크 배트 사건의 예를 들어, 그의 "단순한 실수였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신빙성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이야기되는 여론조사의 함정 같은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었고요.

번역이 다소 딱딱한 느낌이 있고, 아는 내용도 많으며, 표나 그래프를 보다 정교하고 자세하게 실어주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전달하는 보기 드문 책이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수학, 특히 확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2022/05/07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10)

남자의 면 - 4점
츠치야마 시게루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츠치야마 시게루 화백의 먹부림 만화입니다. 면과 라쿠고를 너무나 사랑하는 영업맨 이케다 멘타로가 이런저런 면 요리들을 먹으며 겪는 일화들 여섯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소바와 우동, 냉면과 오키나와 소바, 나고야면 (기시면, 녹말소스 스파게티, 타이완 라면, 된장곰탕 우동), 라면, 야키소바 등 평범한 면들이 소개되며 에피소드들도 평범한 직장인들이 마주칠 법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내용도 모든 면은 다 맛있다! 류의 만만세 해피엔딩이 대부분이고요. 대기업 츠카모토 전기 회장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기는 하지만, "맛의 달인"처럼 면 요리로 모두가 하나된다는 결말입니다. 

약간의 특징이라면 주인공이 이케다 멘타로이기는 한데,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주체는 면 요리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케다 멘타로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는건 초반의 두, 세 개 정도이며, 다른 이야기들은 전부 그냥 면 요리를 먹으면서 이야기가 생겨나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장인 정신이 지나친 라면 가게를 '진검 승부' 하는 집이라며 마음에 들어해서 좋아하는 여직원을 데리고 갔지만, 즐겁게 먹는게 더 중요하다는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다는 이야기처럼요.

하지만 역시나, 다른 요리, 먹부림 만화와 확실히 구분되는 무언가를 찾기 힘들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여섯 편의 에피소드만 남기고 사라졌겠지요. 면 요리 만큼은 정말로 맛있게 그려지기는 했지만, 이 정도만으로 넘쳐나는 먹부림 만화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미식가 탐정 료지 1,2" 블랙 잭을 닮은 요리사 아지사와 료헤이가 등장하는 만화 '더 쉐프' 시리즈의 작가 카토 타다시의 작품입니다. 만화 도서관 Z에서 무료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뭐 볼게 없나 하고 뒤져보다가 제목에 호기심이 동해서 읽어보게 되었네요.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음식과 추리가 결합된, "절대미각 식탐정" 류의 추리물로 생각했었는데 아니더군요. 추리의 비중이 극히 낮습니다. 등장하는 탐정 소재 이야기 중 볼만했던건 부사장파와 전무파가 세력 다툼을 하는 회사에서 전무파의 핵심 인물인 개발부부장 뒷조사를 위해 그의 집에 잠입해서 PC를 열어보는 에피소드 뿐이거든요. 이를 통해 부장이 컬트 (사이비) 교단 핵심 관계자였다는게 드러나게 되지요. 북해도 출신 가출 소녀를 찾을 때, 사투리를 무심코 대답하게 만드는 작전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외에는 탐정 업무로 볼 만했던 내용은 없었습니다. 대부분 불륜 조사로 미행 후 호텔로 들어가는 사진을 찍는 정도이며, 그 외에는 아들 결혼 상대에 대한 상세 조사, 데릴 사위에 대한 탐문 조사 등이 전부입니다.

반면 음식, 요리 관련 이야기는 이야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주인공 탐정 렌죠 료지부터가 일류 요리집 쥬가와의 주인 토가와의 아들로 요리에 굉장히 박식하고 능숙하다는 설정이니까요. 초반부는 그가 조사 및 탐문 과정에서 우연히 먹게 된 요리가 너무 형편없어서 한 마디 했다가 결국 그 요리를 업그레이드시켜준다는 전개가 많고요. 

하지만 이런 전개는 억지의 극치죠. 탐정이 이런 일을 해 줄 이유가 없잖아요? 작가도 억지라는걸 알았는지 뒤로 갈 수록, 탐정업 보다는 요리에 집중합니다. 요리 승부가 계속 펼쳐지는 식으로요. 문제는 흥미를 돋우는 효과는 있지만 작품의 정체성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겁니다. 욱 하는 성격으로 승부를 한다고 해도 한 두번이지, 세 편 연속 요리 승부는 지나쳤어요. 

아울러 렌죠 료지와 그의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는 "맛의 달인"과 흡사해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렌죠 료지가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바로 발끈하며 비판하는 모습, 그리고 그의 목표가 아버지로부터 자기가 만든 요리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는 등 캐릭터 설정도 "맛의 달인"과 거의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추리, 요리 만화 붐에 편승해서 이런저런 인기있는 소재를 가져다 썼지만 결과물은 영 신통치 않았던 망작입니다. 유일한 장점은 공짜로 봤다는 것 뿐입니다.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9)

2018/08/15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1,2 - 혼다 : 평균 별점 2.5점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1 - 6점
혼다 지음/미우(대원씨아이)
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2 - 4점
혼다 지음/미우(대원씨아이)

"만화가가 주인공인 만화는 다 재미있다!" 라는, 제가 만든 말이 있습니다. 허언은 아닙니다. 거장 후지코 후지오의 "만화의 길", 지금은 이름조차 잊혀진 쿠스노키 케이의 "만화가의 사랑", 데즈카 오사무의 건투를 그린 "블랙잭 창작비화", 처절한 생존기인 "만화가 상경기", 요절복통 "월간 순정 노자키군", 전설의 막장 만화가 신조 마유의 "바보도 따라할 수 있는 만화 교실", 이 바닥의 금자탑 중 하나인 시마모토 가즈히코의 "호에로 펜"과 "푸른 불꽃 (아오이 호노오)", 점프 방식 스타일 만화가 만화인 "바쿠만" 등등 제가 읽었던 대부분의 만화가 만화가 재미있었거든요.
이와 비슷하게 "서점이 무대인 만화는 다 재미있다!" 라는(역시나 제가 만든) 말도 있습니다. 국내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구제 반코의 "엉망진창 서점" 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서점 숲의 아카리" 등도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 작품은 일본의 모 만화 전문 서점에서 일하는 혼다 씨가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린 일종의 전문가 일상툰 (에세이 코믹)으로 저의 명제에 그런대로 부합하는 작품입니다. 최소한 1권만큼은 기대에 값하거든요.

다른 서점 무대 작품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주인공 혼다씨가 일하는 곳이 "만화 전문" 서점이라는 점입니다. 상당히 크고 유명한 서점인지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고요. 그래서인지 특별한 작품을 원하는 특별한 손님과의 에피소드가 주요 재미 요소입니다. 초절정 핵미남 외국인이 말도 안되는 성인 동인지를 찾는 에피소드, BL만화를 원하는 외국인 손님들과의 에피소드 등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일본 BL의 파괴력은 정말로 상상 초월이더군요! 외국인들을 묘사한 방식도 독특하면서도 특징을 잘 잡아내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주고요. 추천을 원하는 쾌활한 외국인에게 "팬티 가면" 을 권해주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소개와 추천, 탐색의 와중에 여러가지 만화에 대한 정보도 넘쳐나는데 동인녀들이 찾으면 소리를 지를 정도의 인기작가라는 오게레츠 타나카 선생님은 정말이지 처음 알았네요.
그럼 여기서 질문, "감동적인 순정만화", "길어야 3권까지", "40대 남성도 즐길 수 있는" 만화를 찾는 손님이 구입한 작품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베르제르크"입니다! 꺄오! 정말이지 1권은 별점 3점이 아깝지 않아요!

하지만 2권부터는 재미가 덜합니다. 손님과의 에피소드는 야쿠자가 책을 사서 교도소로 배송하는 정도만 재미있었을 뿐 나머지는 서점 안에서 벌어지는 업계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인데, 대체로 좋은 쪽으로만 소개되는 탓입니다. 서점 직원들끼리의 회식을 그린 에피소드에서 재미가 좀 터지나 싶었는데, 역시 ''재미있개 디스하는 능력이 없다'고 빠져나가 버릴 뿐이고요. 책 뒤의 특별 보너스 만화를 읽어보니 1권에서의 "접객 연수" 에피소드 때문에 문제가 생겨 콘티를 점장에게도 사전에 확인받게 되었다는데, 아무래도 그 때문인 듯 싶습니다. 어디나 검열이 문제지요. 

그래서 2권의 별점은 2점도 과하기에 두 권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점장의 사전 검열 절차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서 더 구입해 읽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1권만 읽어보셔도 충분하실겁니다.

2023/12/23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 - 백해인 외 : 별점 2점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 - 4점
백해인 외 지음/팩토리나인

"오싹함"이라는 주제의 단편 공모전인 '기기괴괴' 공모전의 입상작 5편을 모은 단편집.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전래 미스터리"처럼 인터넷 게시판 수준은 아니더군요. 공모전 수상작다운 기본적인 완성도는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장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주제와 걸맞지 않게 별로 무섭지 않다는 문제가 도드라지며, 대부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와 결말이라 의외성이나 반전의 묘미를 찾아보기도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흔한 설정과 전개의 양산형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입니다. 구태여 찾아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수록작별 간략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탈피, 키스" 백해인
원인모를 피부 트러블 탓에 제대로 외출도 할 수 없던 수희는 고운 피부를 되찾았다. 목욕탕에서 만난 여성이 바토리 백작 부인의 축복이라며 욕탕에 뿌린 핏물 덕분이었다. 그러나 핏물이 떨어지고 다시 피부 트러블이 찾아오자, 수희는 자기를 농락한 애인 이진을 죽인 뒤 그 피를 뒤집어 쓴다....
'미'를 쫓다가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댄 뒤 파멸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하지요. 이 공모전과 이름이 같았던 웹툰 "기기괴괴"의 "성형수" 에피소드가 대표적입니다.
흔한 설정이라면 나름대로 변주라도 있어야 했을텐데, '아름다운 사람의 피'가 도구로 활용된다는건 안일한 발상이지요. 여기에 "바토리 백작 부인의 축복"이라는 설정을 덧 씌운 것, 이진이 수희를 등쳐먹는 악질 사기꾼이었다는 설정도 뻔하기 그지 없고요. 별로 기괴하지도, 무섭지도 않았기에 별점은 1.5점입니다.

"수레바퀴 소리가 들리면" 백승빈
궁핍했던 평안도의 어느 마을 노름꾼 아비 밑에서 자란 쌍둥이같이 꼭 닮았던 자매는 천재적인 이야기꾼으로 장날의 인기인이 되었다. 그러자 검은 도포의 남자가 나타나 거액을 주고 언니를 사갔다. 동생은 언니가 해주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겨우겨우 그녀를 찾아갔지만, 언니는 검은 도포의 남자가 피를 빨아먹는 사내들을 집으로 끌고가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사내들의 피를 먹고 사는 불사의 존재였다. 자매는 검은 도포의 남자의 아내의 도움을 얻어 그의 가슴에 말뚝을 박아 쓰러트리는데 성공했지만, 마지막에 언니가 그에게 물리고 말았다....
전형적인 흡혈귀 이야기지만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자매가 '이야기 꾼'이라는 특기를 살려 흡혈귀와 맞선다는 설정은 신선했습니다. 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넷플릭스의 "킹덤" 느낌이랄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가지치기" 신도윤
뭔가에 물린 뒤 물린 자리에서 사람 머리카락이 나더니 결국 '머리'까지 자라났다. 확인해보니 내 얼굴이었다. 얼굴을 식칼로 잘라내가며 대응했지만 온 몸에 나기 시작했고, 결국 진짜 머리마저 두 갈래가 되어버렸다...
"토미에" 류의 인간 복제(?) 상상력을 일상 이야기와 결합한 작품. 혐오스러운 묘사를 '잘라낸 머리를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렸다'는 식으로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묘사한건 독특했지만, 자라난 머리가 결국 온 몸을 뒤덮는다는 결말이 예상 그대로라 실망스러웠습니다. 본인의 진짜 머리조차 자라난 머리에 침식당한다는건 "블랙잭"에서의 "인면창" 에피소드와 흡사하니까요. 전개와 결말에서 조금 더 의외성을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비어 있는 상자" 이승훈
코인 등 투자 실패로 돈이 필요했던 정훈은 이상한 상자를 옮기는 일을 하게 되었다. 상자에 들어있던건 살아있는 껍질같은 사람들로, 부자들이 껍질을 사서 입는 시장으로 옮겨지는 것이었다....
허세에 치중한 인간들은 겉 껍질밖에 없다는 세간의 비유를 그대로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비유를 직유처럼 소화하니 색다르네요.
그러나 색다름보다는 진부한 요소가 더 많았습니다. 껍질 상태가 되어서도 허영은 남아서 어떻게든 부자들 눈에 들겠다고 발버둥친다는 반전도 그닥이었고요. 왜 사람들이 껍질만 남는지?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알고 수집하는지? 이들이 사라져도 세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등 설정에 대한 설명도 부족합니다. 다소 기발해보이는 아이디어가 전부일 뿐입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무미의 끝" 정현수
강어진은 오래전 친구 준혁의 회고록(?)을 배달받았다. 스트레스와 가정 문제로 미각을 잃은 준혁이 결국 식인까지 저지른 뒤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어진은 준혁이 자살했다는 장소로 달려갔는데, 그곳에서 완전히 식인 괴물이 된 준혁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미각을 잃은 준혁이 이런저런 재료를 거쳐 식인에 이르는 과정은 꽤 엽기적으로, 실감나게 묘사되지만, 역시나 신선함, 새로움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설정부터가 너무 뻔한 탓입니다. '맛' 때문에 식인을 감행한다는 작품은 워낙에 많으니까요. "특별 요리"도 그렇고, "금단의 팬더"도 별로 다르지 않지요. '최고의 맛'을 위해 식인을 저지르는게 아니라 '잃어버린 미각'을 찾기 위해 식인을 저지른다는 동기 측면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결국은 같은 내용입니다.
게다가 식인을 저지르다가 아예 괴물이 되어버린다는 결말은 최악이었습니다. 비교적 현실적인 분위기로 그럴듯하게 끌고가던 초중반부와 동떨어져 있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처음에는 어진의 회상처럼 시작하는데, 결말이 어진의 죽음이라면 이걸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요. 제 별점은 2점입니다.

2006/11/26

삼국전투기 1 - 최훈 : 별점 3점

삼국전투기 1
최훈 지음/길찾기

최훈은 굉장히 좋아했던, 현재도 애정이 유지되고 있는 몇 안되는 국내작가 중 한명입니다. (처절하게 배신당한 기분을 느끼는 작가는 수도 없죠. 형민우, 양경일, 권가야 등등등) 데뷰작에 가까운 "하대리"가 워낙 충격적이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하대리 1부"는 "아즈망가"에 뒤지지 않는 단편-장편의 경계를 허무는 수작 개그 만화라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긴 스토리가 일관되게 흐르지만 각각 한편 한편이 한페이지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의 응집력과 특유의 개그 센스가 빛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도 두만전자의 에이스 하대리의 매력이 넘치며 최훈만의 화풍이 내용과 너무 잘 어울렸던 작품이었죠.

그러나 하대리 1부 이후 2부부터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이후 작품은 지나치게 성적인 부분에서의 희화화와 너무 매니아적인 부분이 많아져서 쉽게 즐기기도 힘들고 공감가기도 힘든 작품을 발표하더군요. 그나마 하대리 시리즈는 나았지만 최근 스포츠 서울에 연재하는 "구보씨"는 그야말로 한창 인기인 "샐러리맨 시트콤 쟝르물" 일 뿐입니다.

그러나 특유의 매니아적인 요소를 극한으로 부각시켜 하나의 쟝르로 만들어 성공한 작품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네이버의 "MLB카툰"이고 또 하나가 이 "삼국 전투기" 라 할 수 있습니다.

"MLB카툰"은 정말이지 굉장히 매니아적이면서도 특유의 개그센스가 빛나는 스포츠 만화로 너무 동양적인, 특히 한국적인 개그만 제외한다면 본토에 수출해도 먹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와 선수에 대해 적나라하면서도 특유의 시각으로 제대로 패러디하고 있어서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단 요새는 개그 센스의 농도가 옅어지고 소개에 그치는 부분이 점점 많아지는 듯 합니다)

소개가 좀 길었는데 또 다른 매니아적인, 전문용어로 "오덕후적인" 시각으로 성공한 작품이 바로 이 "삼국전투기" 입니다. 이 작품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삼국지"를 특유의 시각으로 파헤치고 있는 작품으로 무엇보다도 매니아적인 패러디가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는 이색작입니다. 화타는 블랙잭으로, 원소와 조조는 가르마와 샤아로 설정하면 정말 단순히 그림만으로도 확 와닿지 않습니까? 이러한 절묘한 패러디 이외에도 당시의 지도와 세력 분포, 전투시의 진영까지 간략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그 어떤 삼국지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친절하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또한 정사와 나관중의 연의를 비교 분석하여 스스로 원하는 부분만 취하여 전개하면서도 관련된 설명을 빼 놓지 않는 것 역시 마음에 들고요.

그러나 이런 패러디 표현이 과하고 (개인적으로 유비에 대한 묘사는 지나치다 못해 짜증날 지경이었습니다)  그 패러디가 건담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 쪽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 또한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개그를 위해 쓰이는 여러 장면과 대사들은 이 작품을 애시당초 정정당당하게 평가받기가 좀 애매하고 어려운 위치로 자리매김 하게 합니다. 이러한 패러디들이 대부분 역사와 시대를 뛰어넘기 힘들다는 것 역시 본질적인 한계라 보여지고요. DC인사이드의 뚫흙이나 아시아프린스같은 패러디가 대체 몇년동안 먹힐수 있을까요?

특유의 화법으로 적절한 유머와 패러디를 섞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삼국지를 꾸민다는 것, 그리고 그 작품이 반응이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굉장히 축복받은 일이지만 위의 이유로 인해 이 작품이 높이 평가되거나 그 인기가 지속되리라는 생각은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삼국지 인물군의 캐릭터 이미지를 거의 최초로 제시한 고우영 화백의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새삼 실감케 하네요. 고우영 화백만의 특유의 유머와 패러디, 심지어 시사적인 비평까지 곁들여져 다양한 요소가 넘치지만 고우영 화백의 작품은 확실히 시대를 뛰어넘었거든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오덕후적인 시각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최훈씨의 취향이 저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일본 만화와 프로레슬링은 확실히 제 취향이거든요. 또한 적절한 패러디는 확실히 재미나고 이해를 돕는 요소가 강하니까요. 이야기도 확실히 쉽게쉽게 다이제스트 되어 있기도 하고요. 삼국지 자체가 재미난 작품이기도 하니 기본만 해 주어도 원체 재미는 보장하는 작품이기도 하잖아요? 작가의 시각이 거의 연의와 정사에 한정되어 있는 만큼 새롭거나 신선한 요소는 없지만 또 그러한 진부함이 매력이기도 합니다. 나와 같은 시각인데 어떻게 표현했을까? 라는 생각으로 다음 등장인물들의 묘사와 패러디가 기대가 되거든요.
외려 위의 문제점들은 일본에 수출하면 장점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살짝 드는군요. 삼국지를 가지고 미소녀 게임을 만드는 나라니 뭐가 안 먹히겠습니까만... 여튼, 제 별점은 3점입니다.

PS : 장단점을 떠나 제가 이 책을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으로 약간 알고 있는 원종우 대표님이 계시는, 한국 만화만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도서출판 길찾기"에서 출간된 책이기에 꼭 성공하였으면 하는 바램으로 구입한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신문에서 보셨더라도 한국만화 발전을 위해 관심있으시면 한두권 구입해 주시길... 책에는 부록 형식으로 패러디에 대한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세 내용이 실려 있으니 많은 도움 되실겁니다.

2005/12/27

니카이도 레이토가 선정한 데즈카 오사무 미스테리 걸작집 - 데즈카 오사무 : 별점 3점

이번 일본여행에서 획득한 책입니다. 제가 추리 매니아이기도 하고 만화도 좋아하며, 데즈카 오사무도 좋아하기에 보자마자 주저없이 구입하게 되었네요.
제목 그대로 신본격 추리작가이자 데즈카 팬인 (대학시절 데즈카 오사무 팬 클럽 2대 회장 역임!) 니카이도 레이토가 데즈카 오사무의 방대한 작품들 중에서 미스터리 관련 작품만 모아 놓은 책입니다. 물론 문고본 한권에 담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 세계이기 때문에 주로 단편 위주로 모아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 file 1 - 본격 추리
  • file 2 - 명탐정 등장
  • file 3 - 수수께끼 컬렉션
  • file 4 - 5개의 사건부
로 단락을 구분합니다. 수록작품은 전부 22편 (에세이 한편 포함), 그리고 권말에 니카이도 레이토의 칼럼과 작품 소개가 짤막하게 실려 있고요.

하지만 제목이나 작가 해설만큼의 대단한 추리적 내용이 실려있는 작품은 드뭅니다. 추리적인 부분은 부가적으로 쓰인 작품이 대부분인 탓입니다. SF나 슈퍼 능력자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정통 추리물과 아무래도 거리가 멀 수 밖에 없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추리적인 요소와 트릭이 억지가 심하고요.

그래도 추리적으로도 괜찮은 작품이 없지만은 않아요. 특정 위치와 장소에서만 가능하지만 상당히 효과적인 트릭을 보여주는 [빌딩 속의 눈]이라던가, 데즈카 오사무 단편 중에서도 유명한 걸작으로 다양한 실험적 화풍이 인상적인, 그리고 여러 증언들을 토대로 진실을 보여주는 전개가 일품인 [낙반], 데즈카 오사무의 성인향 만화 실험의 하나라는 떠돌이 무사의 복수담이자 반전이 놀라웠던 기발한 작품 [일족 참상], 동일 제목에 의한 다양한 작가들의 연작이라고 하는데 대사 하나 없는 짤막한 전개에서 긴박함이 묻어나오는 [...라는 편지가 왔다], 마지막으로 "시간이여 멈춰라!"라는 말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브탄 군이 나오는 시리즈 "이상한 소년"의 한편이자 사이드 캐릭터인 FBI 수사관 록 홈까지 등장하는 괜찮은 밀수 트릭물 [인간의 피부를 입은 인간] 등이 그러합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추리적으로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나 재미만큼은 손색이 없고 아톰과 블랙잭 등 인기 시리즈를 비롯, 초기작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작까지. 그리고 상당히 구하기 어려운 희귀 작품까지 실려있어서 데즈카 오사무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짧게나마 일람할 수 있는 좋은 책임에는 분명합니다. 무엇보다도 헌책방에서 반값에 산 책이라... 저는 무척 마음에 드네요.

2004/08/15

LA 컨피덴셜 - 제임스 엘로이 / 한영성 : 별점 4점

L.A. 컨피덴셜 2 - 8점 제임스 엘로이 지음, 한영성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블랙 다알리아”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 된 제임스 엘로이의 소설.

2차 대전의 전쟁영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비겁자로 혼자만 살아남은 비밀을 가지고있는 에드 엑슬리, 마약범들과의 총격전때 약물에 취한채로 민간인을 사살했던 과거를 숨기고 있는 “쓰레기통” 잭 빈센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폭력성향에 이끌리는 버드 화이트, 이 세명의 경관을 주인공으로 하여 “나이트 아울” 사건이라는 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잔혹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1950년에서 1958년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1950년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유치장에서의 있었던 폭력 사건인 “유혈의 크리스마스” 사건으로 자신의 미래를 위해 동료들을 팔아넘긴 에드 엑슬리, 친구와 파트너와의 의리로 증언을 거부한 버드 화이트, 거래를 통해 실속을 챙기는 잭 빈센즈는 서로 밀접하게 얽히게 됩니다. 이후 에드 엑슬리가 조사하던 “나이트 아울” 사건, 에드 엑슬리가 조사하던 창녀 연쇄 살인사건, 잭 빈센즈가 조사하던 불법 포르노 제조 사건 3가지의 사건이 주요 용의자와 관련 인물들의 조합을 통해 서로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세명은 힘을 합쳐 사건의 배후에 있던 피어스 파쳇, 그리고 진정한 배후의 “거물”을 알아차리게 된다는 내용인데 방대하고 복잡한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등장인물도 많고, 죽는 사람도 많고, 이름도 제각각일 뿐더러 벌어지는 사건도 워낙 많아서 제대로 읽는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니까요.
하지만 역시나 하드보일드의 대가인 제임스 엘로이다워요. 이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결국 하나로 엮어서 큰 줄기로 훝어 내리는 재미와 흥분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복잡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거의 모든 묘사들은 다 복선이나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지고 등장인물 한명 한명 모두가 사건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짜여져 있거든요. 각종 기사와 보고서, 캘린더, 편지 등을 소설에 잘 융합시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제임스 엘로이다운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묘사도 여전하고 왠지 모를 작가의 경찰 조직에 대한 혐오감 역시 잘 나타나 있습니다. 50년대의 LA 시민들이 대체 어떻게 경찰을 믿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인간 쓰레기에 가까운 경찰들에 대한 묘사는 명불허전!
범죄와 범죄자, 경찰들에 대한 하드보일드로서, 특히 후반부에 독자들도 이미 전부 알고 있는 정보들을 토대로 진정한 배후를 유추해내는 추리적인 부분까지 뛰어난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별점은 4점. 영화를 몇 년전에 꽤 재미있게 본 이후 계속 읽고 싶다가 겨우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는데 영화를 본 직후에 보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흐릿하지만 상당히 각색이 많이 되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군요. 특히 세 주인공의 과거와 비밀 부분에 대한 묘사는 소설에서 상당히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는데 그러한 부분은 전부 삭제되어 있고 복잡한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 거의 빠져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소설은 그러한 부분에서 지나칠 정도로 자세한 묘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도 굉장히 뛰어난 편이지만….소설과 비교해 보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다시 한번 구해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