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는 행운을 믿지 않는다 - 애덤 쿠하르스키 지음, 정훈직 옮김/북라이프 |
수학자들이 이런 게임들에 도전해서 돈을 벌었던 실제 사례들이 특히 재미있더군요. 대표적인 예가 복권입니다. 복권 당첨은 순전히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수학자들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더라고요. "스크래치 복권"의 공정한 지역 분배 등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복권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여섯 개가 아니라 그보다 적은 숫자가 당첨된 사람에게 당첨금을 분배하는 '롤 다운' 제도의 헛점을 이용한 전략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수학자가 계산해보니, 롤 다운 상황이 일어났을 때는 판매되는 2달러 복권 당 최소 2달러 30센트의 상금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비가 이끄는 MIT 그룹은 롤 다운 상황을 이용해서 무려 70만 달러에 당첨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아일랜드 회계사 스테판 클린세비치의 전략은 더 단순합니다. 모든 당첨 가능한 숫자를 조합해서 복권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100만 파운드 미만이라는 점을 알아낸 뒤, 당첨금이 100만 파운드를 훨씬 넘겼을 때 베팅을 시도한다는 전략입니다. 복권 구입에 품이 많이 든다는 점과 다른 사람이 당첨되면 당첨금을 나눠 가져야 하므로 이익이 떨어진다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서 확실하다고만은 할 수 없겠습니다만....
블랙잭 전략은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등에 나왔던 카드 카운팅 외에도, 다양한 전략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카드 카운팅이 핵심이기는 하지만, 카드 섞는 과정에서 패턴을 추출하는 방식은 꽤 그럴듯해 보이네요.
경마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은 출발 위치 등 여러가지 측정치를 통해 특정 말의 우승할 확률을 먼저 계산하는. 이른바 예측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갬블러들은 모델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와 실제 배당률을 비교하여 베팅을 하고요.
축구 경기도 이러한 예측 모델이 존재합니다. 홈팀이 넣을 골의 기대치는 "홈팀의 공격 능력 * '원정팀의 수비 취약점 * 홈 그라운드 이점' 이다" 처럼요. 이 모델은 기초적인 상태에서도 베팅 업체를 능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니, 스포츠 토토를 한다면 관심을 한 번 가져볼만 하겠습니다. 선수 영입 시에는 득점할 골의 수 보다는, 만들어 낼 슈팅의 수를 예측해 봐야 한다는 말도 기억에 남고요.
스포츠 베팅은 제가 야구를 좋아하기에 관심있게 읽었는데, 잘 알려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에 대한 설명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 표지 모델이 되었던 선수들은 종종 그 뒤 성적 하락을 겪게 된다는 징크스인데, 통계학자들에 따르면 징크스가 아니라고 합니다. 선수들이 잡지 표지에 나올 수 있었던 건, 특이하다 싶을 정도로 좋은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며, 이는 그들의 진짜 능력이라기 보다는 불규칙한 변동으로 보는게 타당하기에, 이후의 성적 하락은 단순히 평균 회귀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몬스터 시즌'을 보낸 뒤 성적이 급격하게 하락한 몇몇 선수들이 떠오르네요.
실제 베팅을 위해 유용한 정보도 가득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켈리 기준'입니다. 장기적으로 기대 수익을 이기면 받을 액수로 나눠서 나온 비율을 전체 자금에도 적용하여 그 만큼의 액수를 거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동전 던지기에서 1달러를 건 뒤, 뒷면이 나오면 2달러를 주는 도박이 있다면 절반의 경우 1달러를 잃고, 절반의 경우 2달러를 따니 기대 수입은 50센트 입니다. 얼마를 거는게 적절할까요? 켈리 기준 적용 시,기대 수입 50센트를 이겼을 때의 액수 2달러로 나눈 0.25, 즉 이용 가능한 자금의 1/4을 걸면 된다는군요.
참고로 켈리 기준은 블랙잭 등에는 적절하지만, 경마 등에서는 부적절합니다. 일어난 확률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계산이 성립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마 예측 모델의 확률은 추정치에 불과하니, 이대로 계산할 경우 위험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경마에 대한 이야기 뒤로는 주로 예측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예측 모델이 잘 만들어져 있을 경우, 나름대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이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베팅 회사가 존재한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을 정도로 이 쪽 세계의 발전이 놀라운 것 같습니다. 불확실성이라는게 존재하는 세계인건 맞지만, 사람들은 놀라운 사건의 빈도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 책의 말 처럼 너무 마음에 둘 필요는 없어요. 연 15~25%의 수익률을 올린다면 충분히 투자를 고려해 봄 직 하지요.
예측 모델도 유명한 IBM의 딥 블루나 왓슨처럼 점차 '인공 지능'에 가까운 연구들이 소개되는 식으로 최근 (책이 쓰여진 기준으로)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상적이었던건 포커를 이기는 모델이 굉장히 만들기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확률이 중요한 게임이니 수학자들에게 유리할 것 같은데 의외였거든요. 그런데 읽다보니 과연 그럴만 하더군요. "블러핑"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폰 노이만에 의해, 블러핑은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수학적으로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최악의 카드를 가졌다면, 상대가 게임을 접지 않는 한 승리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블러핑 전략을 펼쳐야 하니까요. 그 외에도 '어떻게 하면 돈을 가장 많이 딸 수 있을까?" 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적게 잃을 수 있을까?"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던가, 후회의 감정이 없어지면 위험 요인이 관련된 게임 숙달이 힘들다는 등 다양한 이론과 전략이 가득해서, 포커 자동 프로그램 제작은 쉽지 않았다네요. 반대로 이야기하면, 프로 포커 플레이어도 원숭이에게 질 수 있는게 포커라는 뜻입니다!
또 각종 도박에 승리하기 위한 수학적 노력이 단지 돈벌이가 아니라 새로운 이론과 기술의 시작점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왔습니다. 예를 들어 룰렛은 일반적인 패턴에서 무작위로 전환되는데, 이를 카오스적 전환의 실제 사례로 보고 여기서 카오스 이론이 파생되었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예측 모델이 결국 인공 지능으로 발전한 것도 마찬가지일테고요.
하지만 기대했던건 수학자의 이론이 바탕이 된 '필승 전략'은 많이 없어서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이기기 위한 여러가지 수학적 방법은 결국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카드 카운팅부터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지요. 그나마도 카지노에서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고 하니, 결국 카지노에 가는 것 보다는 탄탄한 예측 모델을 가지고 있는 베팅 그룹에 투자하는게 훨씬 나은 선택으로 보이네요.
또 수록된 내용들도 쉽게 쓰여져 있지는 않습니다. 노력은 한 것 같지만, 애초에 수학 초보자가 쉽게 이해하기는 워낙에 어려운 이론들이 등장하는 탓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재미가 없지는 않으나 기대와는 사뭇 달랐고,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장벽이 높기에 감점합니다. 수학적으로 저보다는 기초가 탄탄하신 분들이 읽으신다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두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는 살짝 스쳐지나갔는데, "인기"에 대한 연구 결과가 기억에 남습니다.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사람들을 그룹으로 나눈 실험을 통해, "대중적 인기와 유명세는 퍼트리는 사람에 더 관련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여기서는 운과 실력, 갬블링과 투자는 명확하게 분리하기 어렵다는 근거로 이 결과를 활용하는데, 이 주제에 대한 심도깊은 연구를 읽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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