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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4

Q.E.D Iff 증명종료 30 - 카토 모토히로

"Q.E.D."의 시즌 2라고 할 수 있는 "iff"의 마지막 권입니다. 

이전 권에서 토마가 가나에게 고백하길래 이번 권을 마지막으로 시리즈가 끝날 줄 알았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Q.E.D. UNIV"라는 이름으로 계속 이어진다고 합니다. 최근의 폼은 작가의 최전성기가 지났다는 사실을 드러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시리즈가 계속된다는 것은 반갑네요.

이번 권에도 언제나처럼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편은 비교적 가벼운 입시 부정 사건이고, 한 편은 살인 사건입니다. 그러나 두 편 모두 기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자세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레스티지"

하버드에 합격한 가나는 브라이언 교수와 학장으로부터 입시 부정 관련 사건 조사를 의뢰받았다. 자동차 부품 회사 사장 넬리 게레로가 기부 입학을 위해 천만 달러 수표를 보냈는데, 아들 야엘이 불합격하고 자살했다며 학교를 고소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학교는 수표를 받지 못했다.

넬리가 마약 카르텔로부터 생명을 위협받자, 입시 컨설턴트 시퍼가 천만 달러 수표를 학교로 보내지 않고 자신이 챙기려고 했던 것이 수표 분실 사건의 진상입니다. 그녀는 야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몰래 학교에 수표를 돌려주었지만 들통나 버리고 말았지요. 그러나 진짜 진상은 넬리가 야엘을 마약 카르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죽은 것으로 위장시켰던 것입니다.

진상은 나쁘지 않지만 과정은 영 별로입니다. 야엘의 위장 자살과 시퍼가 학교에 들키지 않고 숨어들어 수표를 반납한 일은 경찰과 학교 측 조사가 미흡한 탓에 벌어진 일이니까요. 습격한 마약 카르텔을 가나가 공격해서 물리친다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시리즈 특유의 정보 제공도 기부 입학에 대해 약간 알려주고 끝날 뿐입니다. 제목의 "프레스티지"도 명예와 환상을 의미하는데, 작품과 잘 어울리지 않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문이 닫힐 때"

암호화폐 투자 실패로 모든 것을 잃은 간호사 허버트는 투자 회사 사장 체스터 피멜 살해 혐의로 검거되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체스터의 혈액만 낭자할 뿐, 시신은 없었다. 시신 없는 상태로 기소된 허버트의 재판이 시작되는데...

허버트가 체스터의 혈액을 어떻게 확보했는지 풀어내는 추리는 좋습니다. 안티에이징 클리닉에서 허버트와 체스터가 만났다는 것이 단서가 되거든요. 젊은 시절에 채혈했던 피를 주입하는 요법을 위해 확보했다는 것인데, 실제 미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꽤 높습니다. 체스터 살인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한 체스터의 작전이었다는 진상도 괜찮고요.

교살한 체스터의 사체를 숨긴 방법도 앞서 나온 복선과 이어집니다. 마약 중독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키트에 대한 복선으로, 체스터의 사체를 마약 중독 사망자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전개에 헛점이 너무 많습니다. 체스터의 변호사가 노력해서 허버트를 재판정에 세웠다는 것 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허버트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체스터의 부재로 인한 암호화폐 폭락이 멈추지도 않을 테니까요.

아무리 길거리 마약 중독자의 시신이라도, 살해당한 시신을 마약 키트로만 검사하여 매장한다는 것도 전혀 와 닿지 않습니다. 최소한 근처에 유명 투자자의 시신없는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면, 근처 시신들은 철저하게 조사하는게 당연합니다.

허버트가 변호사를 살해하려 한 척 해서 체스터 사건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는 발상도 납득이 되지 않아요. 두 사건은 관계가 없으니까요. 변호사를 살해하려고 했다고 해서, 체스터를 죽이지 않았다는건 증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있는 발상은 있지만,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멍이 많아 감점합니다.

그래도 마지막 키스 씬은 마음에 듭니다. 무려 80권의 연재 끝에 결국 성사된 데다가, 토마가 얼마나 괜찮은 녀석인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려진 덕분입니다.

2026/04/19

Q.E.D Iff 증명종료 29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시리즈를 처음 접했던 것은 1999년 세기말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계속 구입해 왔습니다. 블로그에도 꾸준히 리뷰를 남겼고요.

그러는 사이 저는 50대가 되었지만, 토마와 가나는 여전히 고등학생입니다. 그래도 작품 속 시간 역시 아주 조금씩은 흐르고 있습니다. 에나리 선배들은 졸업했고, 토마와 가나도 3학년이 되어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거의 30년 가까이 사실상 '커플'처럼 그려졌으면서도, 둘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만 있을 뿐 특별히 언급할 만한 진전이 없어서 조금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직전 에피소드에서 이번에는 정말 고백을 하겠구나 싶은 묘사가 있어서 기대했는데, 토마가 이번 권 첫 에피소드 초반부터 고백을 해 버리네요. 무려 30여 년, 정확히는 27년에 걸친 기다림을 드디어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별다른 이벤트나 분위기 조성 없이 담백하게 고백하는 모습이 역시 토마답습니다. 쿨하게 이를 받아주는 가나도 역시 가나답고요.

고백 이야기 외에도 '성장기'라는 측면에서 볼 만한 부분이 많아서 마음에 드네요. 팬심을 더해 별점은 3점입니다. 다음 권이 완결편인데, 빨리 읽어봐야겠습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날개가 없어도"

프리 칼리지 수업으로 하버드 대학의 '문제 해결과 계획' 강의를 선택한 가나에게, 대부호 홀든 가문의 양녀인 슐리아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건이 과제로 주어졌다. 담당 교수 브라이언이 슐리아의 은사였기 때문이었다. 가나와 조원들은 슐리아와 FBI 담당 수사관 엘마 등을 인터뷰하며 진실을 찾아 나서는데...

조사를 통해 드러난 핵심 단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슐리아는 SNS에 연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지만 연인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둘째, 양녀인 그녀가 유산을 받는 것을 막으려는 홀든 가문이 계좌를 동결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유력한 용의자를 FBI가 놓친 탓에, 슐리아를 보호하는 일이 공식화됩니다.

이렇게 그녀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사실이 공식화되면, 홀든 가문은 괜한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계좌 동결을 해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FBI 수사관 엘마가 슐리아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즉, '슐리아가 연인과 함께 유산을 쓰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는게 진상이었던 겁니다.

FBI 수사관이 애인이라는 설정부터 억지스러운 등 추리적으로 아주 대단한 작품은 아니지만, 토마의 고백과 아래와 같은 마지막 장면의 쐐기골이 훨씬 더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어쩌면 "Q.E.D"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래서 이 작품의 별점은 3점입니다. 순전히 팬심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중요하고 멋지고 의미있는 장면의 작화는 영 마음에 들지 않네요. 비율과 뎃셍 모두 엉망이에요. 카토 모토히로, 과연 저게 최선이었습니까?

"에세이"

가나는 하버드 대학 지원용 에세이를 쓰기 위해, 4년 전 중학교 3학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의 진학을 방해하던 불량배가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졌던 사건이었다.

이 에피소드는 자신을 설명하는 '에세이'가 무엇인지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잘 보여 줍니다. 에세이에는 그 사람의 '배경'이 드러나야 한다는 점을 예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덕분입니다. 대학이 다양성을 원하는 이유에 대한 소개 역시 이보다 더 깔끔할 수 없을 정도고요. 가나가 4년 전 사건을 떠올리며 다시 정리한 에세이도 굉장히 와 닿는 결과물입니다.

당시 검도 사범이 가나를 변호해 주기는 했지만 '현장에 있었는데도 그저 방관만 하고 있었다'는 이상한 상황을 통해 검도 사범이 흑막이었다는걸 밝혀내는 추리, 그리고 막다른 골목의 담 너머에서 공격했다는 간단한 트릭 모두 모두 현실적이며 설득력이 높아서 추리적으로도 마음에 듭니다.

'에세이'라는 소재를 통해 "Q.E.D" 특유의 현학적인 정보 제공도 해 주고, 성장담으로서도 우수하며, 추리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는 깔끔한 일상계 미스터리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25/12/28

2025 블로그 리뷰 결산 (스물 두 번째!)

안녕하세요. 어제의 "어차피 곧 죽을텐데"로 올해 블로그 업로드는 마무리하고, 올해 결산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요새 이런저런 플랫폼에서 유행하는 리캡에 편승한건 아닙니다. 제 블로그 연말 결산은 이번이 스물 두 번째이니까요. 

간략한 블로그 통계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리고 2025년 독서 결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올 한 해 읽은 총 책 권수는 82권입니다.

  • 추리 / 호러: 48권
  • 기타: 14권
  • 역사서: 9권
  • 디자인/스터디 : 1권
  • 기타 장르문학: 5권
  • Food / 구루메: 5권

독서량이 작년(110권)에 비하면 30% 가까이 대폭 줄었는데, 영화나 애니메이션 감상이 늘은 탓입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아무래도 쉽게 볼 수 있는걸 선택하게 되네요. 추리 소설은 왠만한 작품으로는 신선함이나 재미를 찾기도 좀 어려웠고요. 그동안 너무 많이 읽었던 탓이지요.

그래도 1년에 100권은 읽어야 책 좀 읽는다고 할 수 있으니, 내년에는 좀 더 힘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카테고리별 베스트, 워스트입니다.


1. 추리 / 호러

베스트: 매미 돌아오다 - 사쿠라다 도모야 : 별점 3.5
- 곤충과 과학, 일상 추리를 결합한 독특함이 인상적이다.

올해 별점 3.5점을 줬던 작품은 이 작품 외에도 오가와 사토시의 "신의 퀴즈"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더 정통 본격 추리물에 가깝고, 수록 단편 중 "반딧불이 계획"은 별점 4.5점의 걸작이라서 올해 베스트로 꼽습니다. 

워스트: 신곡 - 가와무라 겐키 : 별점 1.5
- 범죄 스릴러로의 매력은 전무하다.

올해 별점 1.5점의 망작은 모두 여섯 편이지만, 그래도 다른 망작들은 추리물이기는 합니다. 이 작품은 애초에 추리물이 아니에요. '밀리의 서재'에서 '추리, 스릴러' 카테고리로 분류하지만 않았어도 워스트로 꼽지는 않았을텐데, 뒷통수를 맞은 듯한 배신감이 너무 컸네요.

2. 기타

베스트: 그거 사전 - 홍성윤 : 별점 3
- 가볍지만 의미도 있다.

읽은 책 중 절반에 가까운 여섯 권이 별점 3점을 받아서 한 권을 꼽기가 애매하지만, 재미와 정보 모두 좋았던 이 책을 꼽아 봅니다.

워스트: 세계문학단편선 39 윌키 콜린스 (꿈 속의 여인 외 9편) - 윌키 콜린스 : 별점 1.5
- 2025년에 읽기에는 낡고 지루했던, 재미와 가치 모두 압도적인 워스트. 

3. 역사서

베스트: 미친 항해 - 마이크 대쉬 : 별점 4.0
- 충격적인 실화를 방대한 자료로 치밀하게 재구성한 뛰어난 논픽션. 난파 관련 논픽션은 항상 기대 이상!

워스트: 별점 1점대가 없어서 올해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4. 디자인 / 스터디

베스트: 일상 감각 연구소 - 찰스 스펜스 : 별점 3.0
- 일상 감각을 해킹하는 여러가지 팁이 가득.

이 분야는 올해 한 권만 읽어서 워스트는 없습니다.

5. 기타 장르문학

베스트: 거짓과 정전 - 오가와 사토시 : 별점 4.0
- 독특한 세계관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SF와 만나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워스트: 별점 1점대가 없어서 올해는 선정하지 않습니다. 다 별점 2점이네요.

6. Food / 구루메

베스트: 전쟁은 일본인의 밥상을 어떻게 바꿨나 - 사이토 미나코 : 별점 3.5
- 상세하게 알 수 있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식생활.

워스트: 초콜릿어 사전 - Dolcerica 가가와 리카코 : 별점 1.5
- 방향성과 완성도 모두 기대 이해.

2025/05/17

Q.E.D Iff 증명종료 28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5점

Q.E.D Iff 증명종료 28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통의 시리즈 28권입니다. 이번에는 "행운", "논점 정리" 두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두 편 모두 평균 수준으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행운"

요식업 경영자 쿠마노 츠요시가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돈과 애인을 쿠마노에게 빼앗긴 다테 슈지였다. 그러나 다테 슈지에게는 시간 안에 범행 현장까지 도착할 수 없다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는데...

전통적인 알리바이 깨기 트릭물입니다. 다테 슈지는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에서 범행 현장까지 30분 안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차를 이용하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하거나, 똑같이 생긴 피자 배달 오토바이를 곳곳에 배치해두고 오토바이가 있는 장소까지 건물 내부를 뛰어서 이동하더라도 30분 안에 이동은 불가능했다는게 경찰 조사 결과였지요.

여기서 목격자의 '전파 시계' 시간을 조작하여 이동 시간을 확보했다는 토마의 추리가 등장합니다. 이를 통해 자동으로 시간을 조정하는 '전파 시계'의 특성을 이용하려면 전파가 멈추는 '정파 시간'에 범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방범 카메라에 찍히기 쉬운 대낮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까지 깔끔하게 설명되지요. 그 날, 그 시간에 목격자의 전파 시계는 배달을 갔던 슈지만 조작할 수 있었고요.

Q.E.D.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수학적 이론 소개는 없지만, 주로 묘사되는 미즈하라 경부와 가나 사이의 애틋한 관계도 인상 깊었어요.

물론, 어차피 방범 카메라로 이동 경로를 특정하면 알리바이 자체가 의미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방범 카메라로 시간을 특정하면 되니까요. 목격자가 전파 시계의 시간이 갑자기 바뀌는 걸 눈치채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본격, 정통파적인 알리바이 깨기 트릭물로는 평균 이상은 된다고 생각됩니다. 정파 시간이라는건 처음 알게 된 정보이기도 하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논점 정리"

가나의 동급생 어머니인 타니시 마키가 회사 공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고 해고 위기에 처했다. 마키가 도움을 요청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나는 우연히 사건 해결을 돕게 되었고, 사건 배후에 회사의 경리부장 후지츠보 토시야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후지츠보가 모든 걸 꾸몄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궁지에 몰리는데...

도입부에서 토막 사체를 등장시키는 강렬한 연출이 나오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후지츠보가 공금 횡령 사실을 마키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꾸민 음모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제목 그대로 ‘논점 정리’를 하며 사건을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처음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핵심 논점은 마키가 실제로 횡령했는지가 아니라, '회사가 횡령의 증거를 갖고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증거가 없다면 회사와 강하게 맞설 수 있었지요. 그러나 마키는 토막 사체를 보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정황 증거에, 횡령 증거를 스스로 찾으려다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놓이고 맙니다.
이때 토마는 다시 논점을 정리합니다. 마키는 함정에 빠졌다고요. 이 지점에서부터 후지츠보가 횡령의 진범이라는 사실을 밝혀 나가는 전개는 깔끔합니다.

이렇게 ‘논점 정리’라는 개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구성과 장난같지만 현실적이었던 토막 살인 연출 트릭이 괜찮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래와 같이 토마와 가나의 관계가 명확히 진전된 듯한 느낌을 준게 오랜 팬으로서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이 정도면 다음 권 정도에서는 본격적으로 고백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생기네요.

하지만 후지츠보가 조카의 취업 청탁을 굳이 연출할 필요는 없었다는 단점은 큽니다. 그냥 가만히 있었더라면 마키가 스스로 자멸했을 텐데, 괜히 자신에게도 동기가 있는 듯한 연출을 하며 사람들에게 알릴 이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 연출 방식도 유치해서 금방 들통났는데 왜 이런걸까요? 아울러 추리적인 면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어서 감점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5/01/25

Q.E.D iff 증명종료 27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점

Q.E.D Iff 증명종료 27 - 8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 강력 사건 1편, 일상계 1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체 평균 별점은 3점입니다. 2024년 6월의 23권 이후 네권째 만에 평균 이상의 작품을 선보여 주었네요. 앞으로도 이 정도 수준을 계속 유지해주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수록작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인형의 집 살인 사건

가나의 입학 절차 때문에 하버드를 방문한 토마와 가나는 회계사 레기 베이커 살인 사건 수사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25년 전 발생했던 윌리엄 힐 살인 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피해자는 윌리엄 힐 사건 당시와 동일한 방식으로 살해되었고, 사건 현장에는 윌리엄 힐 사건을 재현한 인형의 집이 놓여 있었다.

인형의 집을 만든 이는 윌리엄의 모친인 카밀라였으며, 토마는 카밀라를 찾아가 그녀가 범행을 지시한 범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하지만 암으로 죽어가던 카밀라는 자백하기에 앞서, 25년 전 사건의 진상을 먼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윌리엄 힐 사건은 범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둔기는 가져갔지만, 나이프는 남겨두었고 혈흔은 사방에 튀었으나 발자국은 없는 등 기묘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유력한 용의자인 윌리엄의 애인이 실종되어 사건은 미궁에 빠진 상태였다...

범인은 회계사 레기 베이커였습니다. 윌리엄 힐은 충동적으로 애인을 살해한 뒤, 레기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레기는 이 틈을 이용해 알리바이 - 차를 가져간 윌리엄 힐에게 차가 없다고 말하게 한 뒤, 윌리엄의 차를 몰고 가겠다고 말하고 바로 현장으로 출발하여 시간을 번 것 - 를 만들고 윌리엄을 살해했습니다. 윌리엄이 가지고 있던 300만 달러를 가져가기 위해서였지요.
레기는 윌리엄이 애인을 죽인 둔기로 윌리엄을 때렸기에 둔기를 가져갔으며, 애인의 피를 숨기기 위해 윌리엄을 난자하면서 현장이 혼란스러워졌던 겁니다.

Q.E.D에서는 정말이지 오랫만에 만나보는 정통 본격 추리물로 설득력 높은 알리바이 트릭이 사용되었고, 기묘한 상황을 풀어내는 추리도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Q.E.D의 특징인 '학습 만화'스러운 부분도 과학 수사의 어머니라는 프랜시스 글래스너 리의 생애와 그녀가 만든 '인형의 집' 방식을 소개해 주면서 독자를 만족시킵니다. 그 외에도 가나의 하버드 입학 등이 펼쳐지는 등, 여러모로 오랜 팬으로서 즐길거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고전적인 본격 추리물이라면 모를까, 현대적 관점에서는 과학 수사를 다소 무시한 점은 아쉬웠습니다. 25년 전이라고 하면 오래전으로 느껴지지만, 작품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1990년대 극후반입니다. "C.S.I" 시즌 1이 2000년에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당시 현장 조사에서 다른 혈흔을 밝혀내지 못하거나, 자동차 타이어 흔적 등을 통해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건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워요. 이미 핸드폰 시대인데 윌리엄 힐이 집 전화로 전화를 건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또 윌리엄 힐이 자택에 전화를 두 번 - 레기에게 먼저, 그 다음에 가족에게 - 걸었던건 왜 밝혀지지 않았을까요? 피해자의 모친이 엄청난 재력가로 진상 규명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허점들은 더욱 아쉽습니다. 범인 발자국이 없었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는건 치명적인 단점이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평작 수준은 되기에 별점은 2.5점입니다.

임시 특별 침대 열차 사건

"습관에 주의하세요. 그것은 언젠가 성격이 될 테니. 성격에 주의하세요. 그것은 언젠가 운명이 될 테니." - 테레사 수녀.

봉사활동을 위해 아오모리에 간 토마와 가나는 도쿄로 돌아가는 길에 고급 침대 열차에 탑승했다가 부유한 할머니가 급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사망한 사건에 휘말렸다.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모두 사건 현장인 식당칸에 있었지만, 그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

할머니의 사망은 단순한 사고였지만, 승객들이 식당칸에 있었던 사실을 숨기려 했던 이유가 충격적입니다. 승객들은 모두 식당칸에서 할머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이를 방관했고, 사망 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사실을 숨겼던 것입니다.

이후 전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라면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강도와 살인범에게 공격을 당해 목숨을 잃을 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키티 제노비스 사건 이야기로 끌고 갔을겁니다. 그리고 방관자 효과 설명으로 마무리했겠지요. 사회파적인 고발, 그리고 Q.E.D 특유의 학습 만화스러운 정체성을 선보이기 이해서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을테지요.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봉사'라는 개념을 끄집어내며 마무리합니다. 작가는 이 사건을 통해 "남을 돕는 행동도 스포츠나 공부나 그림처럼 무의식이면서 습관적으로 하면 할 수 있지만, 무의식 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은 급작스럽게 대응할 수가 없다. 반대로 의식은 할 수 없었던 정당성을 생각해낸다. 남을 돕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습관화하는 것은 인격 형성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봉사 활동 경력이 대학 입시 등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드렸던 테레사 수녀의 말로 마무리되고요. 이런 깔끔한 일련의 전개와 마무리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봉사에 대한 개념 역시 그동안 생각도 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많은 반성도 하게 만드네요. 봉사가 몸에 배어 있는 분들은 존경할 수 밖에 없겠어요.

중반에 승객들이 가상의 범인을 만들어내는 전개는 다소 억지스러웠지만, 그 외의 전반적인 내용은 평균 이상의 수작입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2024/12/29

2024 블로그 리뷰 결산

안녕하세요. 어제의 "사카나와 일본"을 끝으로 올해 블로그 업로드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스물 한 번째 블로그 리뷰 결산을 진행하겠습니다. 2024년 동안 읽은 총 책 권수는 110권입니다. 카테고리별 독서 권수 및 카테고리별 베스트, 워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괄호는 작년):
  • 추리 / 호러: 76권 (61)
  • 기타: 14권 (15)
  • 역사서: 10권 (7)
  • 기타 장르문학: 5권 (4)
  • Food / 구루메: 5권 (3)

1. 추리 / 호러

베스트: 스파이와 배신자 - 벤 매킨타이어 : 별점 4.0
- 현실이 픽션을 능가한다는 증거.

워스트: 유리병 속 지옥 - 유메노 큐사쿠 : 별점 1.0
- 완독이 고통스러울 정도였던 망작.

2. 기타

베스트: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정재승 : 별점 3.5
- 일상 속 과학을 알게 해주는 즐거운 입문서.

워스트: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 별점 1.5
- 비논리적이고 편협한 주장들.

3. 역사서

베스트: 사악한 소년 - 케이트 서머스케일 / 김희주 : 별점 4.0
- 19세기 살인 사건을 치밀하게 재구성한, 흥미진진한 논픽션.

워스트: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 - 하마모토 다카시 외 / 노경아 : 별점 1.5
- 소재는 흥미롭지만 깊이 없는 서술로 일관.

4. 디자인 / 스터디

베스트: 눈의 황홀 - 마쓰다 유키마사 / 송태욱 : 별점 4.0
- 독특한 시각과 감각이 돋보임.

워스트: 별점 2.5이 최하점이라 특별한 워스트는 없습니다.

5. 기타 장르문학

베스트: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 톰 앵글버거, 폴 델린저 / 김영란 : 별점 3.0
- 유쾌한 스토리와 따뜻한 메시지가 느껴지는 청소년 소설.

워스트: 트레몬의 모험 - 로버트 바 / 남원우 : 별점 1.0
- 빈약한 플롯, 단조로운 전개에 최악의 현지화 각색이 더해진 환장의 콜라보. 

6. Food / 구루메

베스트: 딜리셔스 - 롭 던, 모니카 산체스 / 김수진 : 별점 4.0
- 과학적으로 분석한 음식들의 놀라운 이야기들.

워스트: 일본 현지 아이스크림 대백과 - 아이스맨 후쿠토메 / 김정원 : 별점 1.5
- 단순한 정보 나열에 불과.

2024/09/04

Q.E.D. iff 증명종료 26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26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전권에 이어 바로 집어든 전통의 시리즈 신간. "사자에상 시공"으로 영원히 시간이 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가나가 대학 진학 이후를 고민하는 묘사가 나오네요. 게다가 가나가 확실히 성장했다는걸 보여주는, 우수한 활약을 펼치는게 아주 이채로왔습니다.

다만 아쉬운건 Q.E.D라는 작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수학과 추리의 결합은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추리적으로는 아주 부실했던 탓입니다. 
오랜 팬으로 가나의 색다른 모습은 반가왔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만, 다음 권에서는 기존의 매력을 다시 선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세 권 연속으로 기대 이하였으니까요. 야구에서도 세 번 아웃이면 공수가 교대된단 말입니다!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검은 성모상"
마피아 조직원이기도 했던 작가 엔조 콜시니의 정신과 주치의 키케가 죽었다. 베니토 경감은 엔조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고로 위장했다 확신했다. 마침 장학금을 위해 엔조와의 인터뷰가 있던 가나는 사건 조사에 휩쓸리게 되었다...

15년 전 사건에 대한 추리는 깔끔합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보험금을 노리고 강도 총에 맞은 척 연기했는데, 진범이 나중에 살해했던겁니다. 진범은 CCTV 촬영 당시 알리바이가 있던 엔조였고요.
키케를 죽게 만드는 등 엔조를 서서히 궁지로 몰아 폭력의 세계로 끌어들이려했던게 엔조의 아내 마리아였다는 진상도 꽤 놀라왔고요. 
'검은 성모'와 '마리아'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신을 믿는 신자들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 실제 신의 생각은 빠져있다는 것을 통해 "신을 믿으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나?"를 냉정하게 분석한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용서받았다는건 신자들의 착각일 뿐이라는건데, 나름 획기적인 발상이라 생각됩니다. 영화 "밀양"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같은 것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는 부족합니다. 우선, 15년 전 범죄의 동영상 속의 이상한 점 - 피해자는 총을 맞을 때 아무 것도 들고 있지 않았지만, 시신은 도난 보험 증서를 쥐고 있었다 - 을 가나가 알아챌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건 이상합니다. 이 사건이 범인이 엔조라고 확신하고 쫓고 있던 베니토 경감은 15년간 대체 뭘 한걸까요?
정신과 의사가 사망한건 너무 간단한 조작에 의한 것으로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이래서야 사건이라 보기 어렵지요. 오래전 시체를 다시 꺼내어 차 안에 가져다 놓은건 억지었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가나가 능력을 발휘하며, 토마의 큰 도움 없이 스스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준게 팬으로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추리적으로는 별로라 감점합니다.

"몬티 홀 문제"
젊은 패션 CEO 릴리 랑베르는 어린 시절 소꼽친구 소년을 찾아 나섰다. 세 명의 남자가 자신이 그 소년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누가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와중에 릴리의 스토커가 나타나 폭탄 테러를 저질렀고, 점차 릴리의 목숨을 위협하게 되는데....

'몬티 홀 문제'가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학습 만화로도 가치가 높은 Q.E.D답게 '수형도'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본편 사건은 몬티 홀 문제와는 경우가 다릅니다. 세 명 중 한 명이 진짜인데, 그 중 한 명은 가짜라는게 밝혀진 - 경찰이 스토커 사건 조사를 위해 잠입시킨 형사 - 상황은 좀 비슷하지만, 주어진 정보가 랜덤이 아니라 일부러 틀린 답을 선택하게 만드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자가 있지도 않고, '꽝' 시점에서 이런 조작이 일어나지요. 
게다가 정답도 랜덤이 아닙니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애초에 릴리가 추억의 소년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보았더라면 문제가 될 일도 없었습니다. 
즉, 수학적 정보와 이야기는 잘 연결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토마도 '다르다'는걸 지적할 정도로요.

추리의 여지도 거의 없습니다. 범인 카프리 형사가 사건을 일으킨 동기부터 설명되지 않습니다. 애초에 릴리가 진짜인 고트를 단박에 알아봤다면 어쩔 셈이었던건지도 모르겠고요. 경호 대상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스토커였다면, 이런 가짜 연극에 어울릴 필요도 없었지요.

이렇게 전개와 사건 측면에서는 점수를 줄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놀랍게도 가나의 우수성이 증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팬이라면 볼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4/08/11

Q.E.D iff 증명종료 25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Q.E.D Iff 증명종료 25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권은 지난 권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수준 이하였습니다. 두 편 평균 별점은 겨우 2점이나 될까.... 퐁당퐁당도 이제는 힘에 부치나봅니다. 다음 권에서는 과연 만회가 가능할까요?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전 참고하세요.

"제 4의 게이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려는 미국 스타트업 10S의 CEO 리오는 회사에 스파이가 있다고 생각해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여러가지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는 도난당했고, 그녀마저 습격당해 입원하고 말았다.

리오가 카메라를 조작해 진짜 스파이에게 다른 스파이가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발상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밝혀나가는 추리 과정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단순히 10명 임직원의 투표 결과를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이 투표는 '스파이라면 반드시 이렇게 했을거다!'라는걸 전제로 하고 있는데, 증거로 삼기에는 터무니없이 빈약합니다. 애초에 리오의 안경에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었기에 추리를 통해 범인을 밝혀낼 이유도 없고요. 양자 컴퓨터에 대한 설명도 재미는 있지만 이를 양자 게이트 운운하며 본편 사건과 엮는건 무리였어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간단한 답"
205X년, 부유층 대상 양로원 세컨드 파라다이스에서 입주자가 사망했다. 변호사 미즈하라 가나는 양로원으로부터 보험 회사와의 교섭을 요청받았다. 지인 토마와 현장 조사에 나선 가나는 입주자가 살해당했을거라는 증거를 잡았다.
결국 밝혀진 범인은 '세계 균형 협회' 엔지니어 토도 아키라였다. 피해자들은 모두 26년 전 과격한 노인 배척 사상을 TV에서 떠들던 인물들이었고, 토도는 이들의 영향으로 할머니를 잃었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차별과 박해를 행한 자들이 본인들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시스템을 활용하여 복수에 나섰다...

이전에도 등장했었던 평행 우주, 요새 말로는 멀티버스 세계관 작품. 
이 세계관에서는 여러가지 첨단 기술이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번에는 '사회제도 재구축' 시스템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대단한 기술로 보이지는 않아요. 단지 차별적인 발언을 했던 사람들을 모두 기록한 데이터 베이스에 불과하거든요. 
그래도 이 데이터 베이스에 차별적 발언을 한 사람들을 모두 기록한 뒤, 그들이 그 차별 대상자가 되는 상황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괜찮았습니다. 노인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을 정도에요. 추리적으로도 범행 현장이 이상하다는걸 알아채고,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수상한 장소를 알아내는 등의 과정은 볼만했고요.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사회제도 재구축 시스템은 '노인 혐오'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남성이나 여성 혐오 발언을 한 사람이 그 반대 성별이 된다던가, 인종 차별을 한 사람이 해당 인종이 되는건 불가능하니까요. 추리적으로도 범인은 사진을 통해 손쉽게 드러나고요. 그래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2024/07/14

Q.E.D iff 증명종료 24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Q.E.D Iff 증명종료 24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언제나처럼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편은 일상계, 다른 한 편에는 강력 범죄가 등장한다는 것도 언제나와 같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추리적으로 비약이 심했고, 설명과 설득력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Q.E.D의 또다른 특징인 정보 전달 측면으로는, '내시 균형'은 잘 설명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점수를 주는 부분 등 설명이 완벽하지는 않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전권이 워낙 좋아 기대가 컸는데 아쉽습니다. 요새 몇몇 추리 만화 신예들이 눈에 뜨이는데, 이대로 괜찮을까요? 모쪼록 다음 권에서는 폼을 좀 회복해 주기를 바랍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내시 균형과 구기대회"
사키사카 고교에서 반 대항 구기 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운동부 연습과 겹쳐 혼란이 일어났다. 그 뒤 운동부 비품을 누군가 망가트리고, 구기대회 실행위원실을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 수수께끼의 가면을 쓴 괴인은 마지막 순간에 가나 등의 앞에서 허공으로 사라져버리고 마는데....

제목에서처럼 '내시 균형'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운동부와 학교(구기 대회)측 대립을 내시 균형으로 풀어내는건 재미있었습니다.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학교는 구기 대회를 실행하고, 운동부는 연습장을 넘겨주는 상황에서 내시 균형이 출현한다.
  • 학교는 수고와 트러블이 늘고 운동부는 연습장을 쓰지 못해 양쪽 모두에게 손해이다.
이와는 별개로, 토마의 농구 시합 출전에 대한 내시 균형의 이득 행렬 설명을 통해, 사람의 감정은 계산할 수 없다는걸 드러내는 묘사도 좋았습니다.
가면을 쓴 괴인이 사라지게 한 간단한 트릭도 괜찮았어요. 만화적이기는 한데, 한 번 정도는 잘 써먹을 수 있었다 싶거든요. 현장의 자전거 바퀴 자국같은 증거도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토마의 추리는 비약이 심합니다. 양쪽 모두 손해인데 왜 구기 대회를 실행했는지에 대해서 갑자기 야구부 감독이 술에 취해 이야기했을거라는건 근거가 부족합니다. 연습장 사용을 놓고 쟁탈전이 벌어진 장면에서 토마는 함께 있지도 않았고요. 감독이 이때다 싶어 안 쓰는 비품을 부수고 예산을 타낸건 분명한 범죄인데, 가볍게 넘어간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번역 문제인지 운동부와 학교 측 이득 행렬 부분이 조금 어렵게 설명되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점수 배정이 토마 마음대로라 공정하지 못한데, 이에 대한 설명도 부족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7개의 사실"
A건설은 지체되고 있는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컨설턴트 마루모리 유나를 고용했다. 그녀는 거물 의원에게 5천만엔을 몰래 준다는 계획을 내 놓았다. 그러나 비자금이 신문지로 바꿔치기된 후, A건설 사원 미야지는 살해당했다. 또 다른 사원 쥬몬지도 공격받아 결박된 상태였다.
계획의 핵심 인물 미노 부장과 장서 거래로 엮인 토마와 가나는 사장의 부탁으로 진상 조사에 나섰다.

토마가 사건의 핵심인 7개의 사실을 나열한 뒤, 이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범인이라며 선보이는 추리쇼는 깔끔했습니다.

하지만 전개 과정의 설득력이 부족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처음에 유나가 쥬몬지를 만나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인 이유부터 석연치 않습니다. 계획이 탄로나면 누군가 감옥에 가야 하는데, 좋은 대학을 나온 쥬몬지가 적합했다는건 설득력이 약합니다. 유나의 신분을 알고 쥬몬지가 먼저 접근했다는 것도 방법이나 과정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고요. 어리숙해보였던 쥬몬지 캐릭터가 갑자기 돈을 훔치고 동료를 죽이는 흉악범으로 돌변한 이유도 석연치 않습니다.
쥬몬지가 미야지를 살해한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쥬몬지가 돈을 훔친걸 알아서 협박했기 때문에 죽였다? 어차피 비자금이니 돈을 주고 공범으로 만드는게 이상한 살인극을 벌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사건 당시, 미노 부장의 차가 딱 맞게 도착해서, 그 앞에 뛰어들었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유나는 창고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수상하게 여겨 오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장이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온다는 보장은 없어요. 만약 부장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토마의 추리가 맞다고 한들, 증거가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미야지가 죽은걸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미리 알고 소리쳤다는건 정황 증거에 불과합니다. 불려나간 창고에서 미야지가 먼저 공격받은걸 보았다고 주장했다면, 범행을 입증하는건 불가능했을 거에요.

마지막으로 수학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대신 특이하게도 존 스타인벡의 작품인 "생쥐와 인간"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는데,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건과도 별 관계가 없고요. 쥬몬지 캐릭터를 본다면 "생쥐와 인간"이 아니라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 쪽이 더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2024/06/05

Q.E.D. iff 증명종료 23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5점

Q.E.D Iff 증명종료 23 - 8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전통의 시리즈. 오랫만의 수작이었습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동화"
가나는 캐스터네츠를 돌려주기 위해 플라멩코 댄서 지망생 타케다 사키를 찾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한달 쯤 전 사라졌다. 애인 유키토 때문에 엮인 뒤 친해진 부잣집 딸 마츠자와 리카의 별장 파티 직후였다. 리카는 사키에게 매료되어 절친이 되었지만, 강하고 폭력적인 성격 때문에 주변 인물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은폐를 한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받던 리카는 가나에게, 자신에게 동화된 사키를 위해 거금을 주어 그녀가 스페인으로 유학가도록 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마는 사키 방에 있던 수상한 인형, 사키가 리카를 협박했던 증거가 담겨있는 스마트폰을 회수하지 않은 것, 유키토에게 더 이상 사키와 리카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협박한 것, 사키가 스페인으로 간 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 마지막으로 캐스터네츠를 누군가 훔쳐간 것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낸다.


리카가 아니라 사키가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이후 리카로 살아가게 되었다는건 누구나 예측 가능한 진상입니다. 앞서 둘이 닮았다는 묘사도 등장하니까요. 그런데 이를 위한 단서와 설명은 부족했습니다. 유키토만이 둘 모두를 사귀었어서 둘을 구분할 수 있을터라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것 부터가 비현실적이에요. 친한 사람이 그 외에 없었을까요? 리카에게는 부하는 물론 가족도 있었습니다. 모아서 파티를 열 정도로 친구도 많았고요. 이들 눈을 모두 속이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사키 자신이 스페인으로 떠난 것으로 소문내고 꾸몄다면 모든게 깔끔했습니다. 구태여 자신이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여지 - 침실에 있던 인형과 현장에 남겨진 스마트폰 - 를 남겨둘 필요는 없었어요. 수사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단순 실종과 살인 사건은 그 수준이 다르잖아요?
가나가 캐스터네츠를 보여주었을 때 리카(로 변장한 사키)가 플라멩코 방식으로 캐스터네츠를 사용한게 중요한 단서라는 것 역시 설득력이 약해요. 리카는 사키의 플라멩코 공연을 보았으니, 캐스터네츠 사용법은 당연히 알 수 있었을테니까요.

그래도 캐스터네츠에 지문이 남겨졌기 때문에 그걸 훔칠 수 밖에 없었다라는 착안은 좋았고, 마지막에 현장에서 발견한 사키의 핸드폰을 리카(로 변장한 사키)가 지문인식 해제하도록 만들어 리카가 사키라는걸 밝혀내는 장면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잘 어울리는 깔끔한 마무리였어요.
덕분에 별점은 3점입니다. 앞서의 전개만 좀 더 타당하게 만들어 주었더라면 별점 4점 이상도 충분했을텐데 아쉽네요.

"형식적 진실"
우마오이 토비나가의 사후, 유산이 네 형제와 집사에게 고르게 분배되었다. 그러나 막내는 불륜으로 입적한 탓에, 형과 누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유산 분배 현장에서까지 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현장을 목격한 토마와 가나는 막내 쇼료를 돕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장남, 차남은 피해자가 먼저 화장실에서 폭행을 저질러서 방어한 것이라 주장했다. 가나가 반격했지만, 형제가 다시 입을 맞추고, 증인이 될 수 있는 집사 코바도 사건 이후 행방불명 상태라 쇼료는 피해자임에도 합의금을 지불할 수 밖에 없었다.

민사의 '형식적 진실주의'가 무엇인지를 이야기를 통해 잘 보여주는 작품. '형식적 진실주의'는 쌍방 서로 다툼이 없이 합의한 부분은 진실로 다루는 민사재판의 원칙입니다. 반면 형사 사건은 합의에 그치는게 아니라 다각적으로 사실을 분석, 검증하는 '실체적 진실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작 중 쇼료는 피해자임에도 형들의 위세에 눌려 합의하고 말았습니다. 아를 통해 형들이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다는게 '형식적 진실주의"에 따라 법률적으로 입증되었고요. 하지만 이는 쇼료의 큰 계획의 일부였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형들과 집사 코바에 의해 살해당했다는걸 알아챈 뒤, 복수에 나섰던 겁니다. 먼저 화장실에서 코바를 살해하고, 형들에게 자연스럽게 폭행 당하도록 설계했지요. 이후 코바의 시체가 발견되고, 형사 사건 수사를 통해 화장실이 범행 현장이라는게 밝혀집니다. 그리고 앞서의 민사 소송 합의 내용을 통해, 쇼료는 알리바이가 생겨나고 형제가 범인이 되어 버립니다. 화장실에 먼저 들어간 사람이 범인일 수 밖에 없거든요. 아무리 민사지만, 다른 증거가 없으니 경찰도 이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토마도 형제가 이를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단언할 정도로 완벽한 계획입니다!
쇼료의 어머니를 살해한 트릭도 '폭포'라는 현장을 잘 이용하고 있고요.

형제가 화장실에서 쇼료에게 반드시 시비를 걸었으리라는 보장이 부족하다는건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만, 학습 만화로서도 우수한 Q.E.D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추리적으로도 빼어난 오랫만에 보는 수작이네요. 별점은 4점입니다.

2024/04/17

Q.E.D. iff 증명종료 22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22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두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 편은 강력 사건, 한 편은 일상계라는 전형적인 "Q.E.D" 시리즈다운 구성입니다.
직전 권은 대실망을 안겨 주었는데, 이번 권은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두 편 평균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도난, 수뢰, 그리고 살인"
현직 중의원 하쿠바 유우키가 보석 도난 사건의 용의자로 떠올랐다. 그는 3개월 전 알선 수뢰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비서의 자살로 법망을 빠져나간 전력이 있었다. 경찰은 좌천당한 엘리트 아카기에게 사건 수사를 맡겼다.
알고보니 보석 도난 사건은 아카기의 계획으로, 그는 이를 통해 하쿠바 유우키가 비서를 살해했다는걸 증명하기 위한 단서를 모으려했다. 계획대로 비서 자살 당시 하쿠바 의원의 알리바이를 증명했던 친구 아사마의 휴대전화를 입수했고, 거짓 알리바이를 밝히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의원의 범행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이 때 타니바타 경감의 부탁으로 자살했던 비서 사건의 재수사에 나섰던 토마가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 주었다.

초반에 등장했던 고급 시계를 훔쳐낸 트릭, 아카기의 위장 보석 도난 사건 트릭은 괜찮았습니다. 짧게 지나가기 아깝다 생각될 정도로요. 캐리어 생활에 위기가 닥친 아키기 형사가 주위를 속이고 사건을 꾸며내면서까지 성공 가도에 집착하는 설정도 재미있었고요.
사건 당시 정박해 있던 배의 위치 때문에 사체가 발견 장소까지 흘러가지 못해서 자살설이 부정된건 합리적입니다.

그렇지만 이야기 완성도는 낮습니다. 아카기가 손에 넣은 증거는 바의 주인 아사마의 휴대전화에서 입수했습니다. 현직 중의원 하쿠바를 제대로 수사하는건 어려웠을지라도, 강력 사건 수사 중인 경찰이 아사마의 거처나 소지품을 압수수색하는건 어렵지 않았을겁니다. 이를 위해 보석 도난 사건까지 꾸며낸다는건 억지스러웠습니다.
하쿠바 의원의 알리바이 트릭도 별로입니다. 비서의 옷을 입고 직접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이 방법 카메라에 찍히도록 만든게 전부거든요. 이 트릭을 쓴다면 의원이 아사마를 이용해 알리바이를 꾸며내면서까지 직접 뛰어들 이유도 없습니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고, 뛰어드는건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게 더 완벽했을테니까요.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안된다? 어차피 아사마에게 거짓말을 시켰는데, 다른 사람에게 못 시킬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방범 카메라에 찍혀있던, 뛰어내린 남자가 비서의 옷을 입고 있던걸 보고 '타카오가 맞아, 틀림없어.'라고 했던 하쿠바 의원의 말도 토마의 주장처럼 결정적 증거는 될 수 없습니다. 양복이 비서 것이있으니 비서가 뛰어내렸다고 생각한건 당연합니다. 심지어 비서의 어머니도 양복만을 알아본건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증거로 성립하려면 최소한 비서의 양복을 빌려 입을 수 있었던건 하쿠바 의원 뿐이었다는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애초에 밤에 방범 카메라에 찍힌 화면에서 '양복'을 특정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재미있는 설정, 괜찮았던 사소한 트릭을 잘 써먹지 못한 이야기라 감점합니다.

"타인의 생활"
치과의사 남편과 사별한 아마쿠사 하루미는 동네 친구들, 그리고 손자 핫사쿠와 함께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유품 중에 500만엔이 넘는 코이마리 그릇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릇은 사라져버렸고, 동네 친구들과 감정사는 손자 핫사쿠를 의심했다.

핫사쿠가 범인인 듯 몰아가지만, 하루미가 그릇을 숨겼던게 진상이었다는 일상계.
토마가 핫사쿠의 결백을 증명하는 현실적인 추리도 좋았지만, 사랑의 도피(?)가 원인이었던 진상이 괜찮았던 작품입니다. 하루미와 남편이 사랑의 도피(?)를 해서 결혼했기 때문에 본가와는 절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본가로부터 선물받았던 그릇의 가치를 모르고 평소에 과자 그릇으로 썼던거지요. 지금 비싸다는걸 드러내면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숨겼다는 이유도 타당해 보였고요. 사랑의 도피(?)를 이렇게 잘 써먹은 작품은 처음 보네요.

핫사쿠를 비롯한 동네 친구들의 수상함을 드러내는 묘사는 진부했고, 감정사가 사건을 파헤치려고 하는게 억지스러운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Q.E.D 일상계 완성도는 대체로 괜찮은 편이라는걸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3/11/29

Q.E.D Iff 증명종료 21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1점

Q.E.D Iff 증명종료 21 - 2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신작이 나온지 모르고 있었는데 뒤늦게 찾아 읽었네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졸작이었습니다. 20권이 간만에 높은 수준을 보여줬기에 기대가 컸는데 아쉽습니다. 별점은 1점입니다.

수록작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디오판토스 방정식"
이즈미 코타는 수학 올림피아드 강화 학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토마와 가나를 만났다. 토마 덕분에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인연이 있었다...

수학 올림피아드 학습 중 일어났던, 합숙생 호즈미가 사유지 건물 옥상에서 사라진 방법을 해결하는 일상계 단편. 
이외에도 합숙 멤버들 책상에 놓여있던 인형의 정체, 그리고 아래의 상황에서 학생이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와 마지막의 논리 퍼즐같은 소소한 수수께끼도 등장합니다.
호즈미 소실과 인형들, 논리 퍼즐은 모두 강사 세키의 계획이었다는게 진상입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수학 문제를 푸는 기계가 아니라 누구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미지의 황야를 나아가기를 바랐는데, 그 때 불안과 고독을 느끼고 패닉에 빠질지도 몰라서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지요. 호즈미는 세키의 제자로 계획에 참여한 공범(?)이었고요.

그런데 '문제를 잘 읽는게 중요하다'는걸 알려주기 위해 인형들을 사용한 것 정도는 그럴싸했지만 (인형에 표기된 글자는 모두 오자였다), 일상 속 불가능 범죄를 푸는게 수학과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사유지 건물 옥상 트릭은 일종의 숨바꼭질(?)에 불과한 트릭이라서 수학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요.

마지막의 디오판토스 방적식을 푸는 과정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기쁨을 표현한 부분만 '학습 만화'로 약간의 가치가 있을 뿐, 추리물로 보기 어려운 망작이었습니다. 제 별점은 1점입니다.

"사후의 편지"
폭력단 코단 조직의 말단 조직원 사사메 켄토가 밀실에서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 용의자 와타보시는 투자회사 사장 마다라 에츠코의 사기 피해자로, 마다라 에츠코가 코단 조직을 이용해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사메의 애인 사키의 집에 조직원들이 쳐들어와 켄토가 남긴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조직은 켄토가 조직이 시킨 어떤 일의 증거를 남겼다고 여겼다. 사키와 안면을 튼 토마 덕분에 진상이 밝혀지는데....


켄토는 사키의 아이에게 마술을 보여주겠다며 조각이 들어있지 않은 빈 만화경을 샀었습니다. 그리고 켄토 사후에 사키에게 빈 봉투의 편지를 보냈고요. 트릭은 이 두가지를 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빈 만화경으로 봉투를 보면, 봉투에 붙여놓았던 종이의 무늬가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무늬는 켄토가 사키에게 선물했던 지갑을 의미하는데, 지갑 안에는 SD 카드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럼 SD카드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있었을까요? 켄토가 보스 시모아라메의 지시로 와타보시를 죽이려고 잠입했다면 (그리고 역으로 살해당했다면) 이에 대한 증거를 남겼을리 없습니다. 자기 범죄를 증명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토마는 "켄토는 시모아라메의 지시로 와타보시 집에 잠입해서 자살했으며, SD 카드의 내용은 그것을 증명한다"고 추리했으며,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SD카드를 숨긴 곳을 알리는 만화경 트릭부터 실망스럽습니다. 만화경으로 빈 봉투를 들여다본다는걸 누가 떠올릴 수 있을까요? 이런건 단서도 뭐도 아닙니다. 대단한 곳에 숨긴 것도 아니고, 지갑안에 숨겼을 뿐인데 암호를 남긴 것도 억지스럽습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발견되었을테니까요.
밀실 살인이 아니라 밀실 살인을 위장한 자살이라는 아이디어도 신선하기는 했지만, 일개 조직 폭력배 조직원이 보스가 자살하라고 했다고 선뜻 자살한다? 전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카리스마가 있는 보스라면 이미 일본을 제패했을겁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그나마 추리 요소가 있을 뿐, 전작과 다름없는 망작이었습니다.

2023/07/05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20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3.5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20 - 8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19권에 이어 연달아 읽은 20권. 졸작이었던 19권에 비하면 월등히 뛰어난 편이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 작품인 <<위작 화가>>는 간만에 본 걸작입니다.
두 작품 평균한 별점은 3점인데, 두 번째 작품이 다 했어요. 이 작품만큼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팩트>>
투자자 드라고 서버는 전재산을 투자했던 배터리 연구소 화재로 은퇴한 뒤 보험금으로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엘란드 장학금'을 받고 쥴리어드 입학 후,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우승했던 드라고의 딸 알리다에 대한 취재가 진행되던 중 과거 화재 사건에 얽힌 수수께끼가 불거졌다. 알리다는 화재는 공장에 걸려있던 고가의 미술품을 훔치고 그걸 숨기려 했던 도박꾼 삼촌 니노가 저지른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녀 말고 그날 니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러 사람들이 각기 다른 증언을 하는데 그 중에서 진실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이야기. 그간 Q.E.D에도 많았던 이야기인데,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 알리다의 증언은 거의 100% 정확했다는 점에서요. 단지 니노 삼촌이 아빠로 변장했던걸 눈치채지 못했을 뿐입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증언은 모두 거짓입니다. 진실을 말한게 누구인지는 조금만 생각해도 쉽게 알 수 있어요. 알리다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거든요. 반면 화재 덕분에 드라고는 더 큰 손실을 막고 은퇴할 수 있었고, 니노는 미술품을 빼돌릴 수 있었지요. 때문에 증언을 짜맞추어 진실을 더듬어가는 재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거짓말을 완성하는데에는 변장 트릭이 사용되었습니다. 니노가 투자 때문에 출장갔던 형으로 변장하고 연구소에 나타나 화재를 저질렀던 거지요. 트릭은 형제라는 점에서 나름 설득력은 있습니다. 연구소 스탭 모두 니노가 있다는걸 눈치채지 못한 이유도 충분히 설명되고요.
그러나 알리다에게만 정체를 들킨 이유가 석연치 않고, 밖에 있으면서 창문에 비친 모습으로 방 안에 있는 것 처럼 느끼게 했다는건 억지였습니다. 어지간히 눈치가 없지 않고서야 이게 말이나 될까요? 이 어설픈 트릭이 들통났다면 니노는 어쩔 셈이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또 드라고가 출장간게 왜 드러나지 않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큰 화재 사건에서 조사를 하지 않았을리 없는데 말이지요.

아울러 그녀가 처음 주장했던대로, 니노 삼촌이 그림을 빼돌리고 공장에 불을 지른건 사실이었습니다. 미술품을 판매한 돈을 이상한 장학금 명목으로 알리다에게 후원했다는 뒷 이야기가 추가되어 있을 뿐입니다. 단지 그 정도를 더 알았다고 알리다가 성장한다는 마지막 장면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황상 장학금 정체도 대략은 알고 있던걸로 보였는데 말이죠. 그리고 장학금이 더러운 (?) 돈이었다 해도, 차이코프스키 콩쿨 우승은 스스로의 성과입니다. 폄하받을 이유는 전혀 없어요. 그녀가 한 걸음 더 못 나아가는건 사건의 진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진실은 별로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솔직히 저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엉성한 트릭과 전개 탓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위작 화가>>
위작 화가 사라시나는 자기 그림을 진품인양 팔다가 폭력단 보스 타누키에게 쫓기게 되었다. 중간 판매상인 고교 동창 난치 탓이었다. 하지만 난치만 없으면 사라시나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며칠 뒤, 이즈에서 바다 낚시를 즐기던 토마 일행은 총성을 듣고 벼랑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보았다. 시체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시계는 난치의 것이었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 사라시나에게는 최소한 30분 이상 필요한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리고 타누키 보스마저도 총에 맞아 살해되는데....


추리적으로 여러가지 트릭이 사용되고 있는데, 트릭을 위한 단서도 공정하게 제공되어 만족도가 높았던 작품.
첫 번째 사건 진상은 사라시나가 난치와 짜고 난치의 죽음을 위장했다는겁니다. 사라시나가 총을 쏜 뒤, 인형을 바다에 던지면 절벽 밑에 숨어있던 난치가 인형을 회수하고 죽은 척 하다가 사람들이 내려오는 틈에 숨은 뒤, 위조 여권으로 외국으로 떠난다는 계획이었지요. 깊게 파헤치자면 여러가지 문제점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 예를 들어 목격자들 모두가 절벽 아래로 내려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위에서 누가 보고 있었다면 바로 들통나는 트릭이지요. - 괜찮은 아이디어였어요.
사라시나가 6시 30분에 화상 츠키미를 만났다는 알리바이 트릭도 좋았습니다. 만났던 장소는 사건 현장에서 2시간 이상은 걸리는 곳이었는데, 사건은 5시 무렵에 일어났었기 때문에 알리바이는 완벽했지요. 하지만 토마는 만난 곳이 '4호 창고' 였다는데 주목합니다. 알고보니 창고는 1호부터 4호까지 있고, 모든 창고는 똑같이 생겼습니다. 츠키미가 4호라고 알았던 곳은 2호였고. 2호는 범행 현장에서 1시간 30분만에 올 수 있어서 범행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츠키미가 입력했던 네비게이션 주소만 확인해도 드러날 트릭인데, 사라시나는 렌터카를 타고 오라는 지시로 이 부분을 보완했어요. 설명이 조금 빠져있기는 한데, 이후 사라시나가 렌터카를 빌리던가 해서 네비게이션을 초기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마지막 타누키 보스 살해는 알리바이라고 보기도 힘든, 당연한 결과입니다. 죽은 줄 알았던 난치가 범인이었으니까요. 난치는 곧 떠난다면서 사라시나를 술집으로 보내고 범행을 저질러서 사라시나에게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었죠. 동기는 당연히 친구 사라시나가 위험에 처하지 않게 화근을 제거하기 위함이었고요.
이렇게 범행 동기와 전개 모두 설득력넘치고, 트릭도 좋습니다.

전개도 깔끔해요. 유령(?) 난치가 사라시나에게 술을 먹으러 권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아래와 같이 사라시나가 죽인 난치와 대화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라시나는 살아있는 난치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만화로만 가능한 일종의 서술트릭이 사용된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4.5점. 간만에 본 전성기 Q.E.D스러운 역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좀 씁쓸하네요. 난치가 죽은걸 위장하기 위해 진짜 총을 사용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총 소리만 나면 되는 트릭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둘은 진짜 총을 구했고, 난치는 그 총으로 타누키 보스를 죽였지요. 이 사실이 재판에서 드러나면, 조직에 의해 난치는 물론 사라시나까지 위험에 처하게 될 겁니다. 난치는 일을 키우지 말고 그냥 외국으로 가는게 답이었어요.

2023/07/01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19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고화질] Q.E.D. iff 증명종료 (큐이디 이프) 19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

전통의 시리즈. 하지만 이번 권은 굉장히 별로였습니다. 별점은 2점.
두 편의 수록작별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도플갱어>>
마약 단속국 수사관 아처가 끔찍한 숯덩이 소사체로 발견되었다. 아처의 매형인 FBI 수사관 아스트로는 같은 방식으로 살해된 시채들이 발견된걸 계기로 수사에 나섰다. 그리고 사건을 일으킨건 마약 조작에서 '마법사'라고 불리우는 남자라는걸 알아냈다. 마법사는 6명의 단계를 거치면 누구나 연결된다는 6단계 법칙도 무시하는 수수께끼의 존재로, 죽을 때 자신의 얼굴을 본다는 '도플갱어'라는 마법을 써서 사람을 죽여왔다.
마법사와의 연결고리라는 중학교 교사 크랩마저도 아스트로 앞에서 불타죽고 마는데....

국경 지대에서 소사체가 연달아 발견된 이유가, 미국 내 FBI를 움직이기 위한 마법사의 계획이었다는건 그럴싸했습니다. 마약 수사관 토러스가 정보를 마법사에게 넘겨주다가 도망쳐서 숨어있었기 때문입니다. FBI가 움직여서 진상이 드러나면 토러스는 도망칠 수 밖에 없고, 그 때 토러스를 잡아 죽인다!는 간단한 계획이었던거지요. 언제나 말하지만, 간단한게 최곱니다.
마법에 걸린 자는 죽기 직전 자기 모습을 보는데 사인은 실혈사,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으며 사후 불태워져 마법 흔적이 남지 않는 마법 '도플갱어'의 정체도 놀라왔습니다. 피해자 얼굴 가죽을 벗겨 앞에 걸어 두었던겁니다. 비슷한 고문을 <<개의 힘>>에서 보긴 했었는데, 끔찍함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네요.

그러나 이외의 내용은 점수를 주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었습니다. 전개가 엉망인 탓이 큽니다. 마약단속국의 제이미 부장이 계획 - 끄나풀을 잡겠다 - 을 아스트로에게 밝히지 않은 이유도 모르겠고, 토마가 갑자가 나타나서 진상을 밝히는 것도 비상식적입니다. 마약 범죄로 5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은 강력 범죄에 일본 고등학생이 뛰어들어 수사를 돕는다는게 말이 될리가 없잖아요?
또 마약 수사국은 마법사의 끄나풀이 누구인지 알아내서, 위치추적기를 통해 마지막 위치에 폭격을 가해 모두 없애버릴 생각이었기에 끝까지 마법사가 누구였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데,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끝나지 않은 느낌이 들거든요.

Q.E.D 특유의 현학적 장치로 6단계 법칙, 무한 연분수가 등장하는데, 이 역시 억지스러웠습니다. 특히 6단계 법칙이 절대적인 것처럼 설명되는건 어이가 없어요. 6단계 법칙이 성립하는건, 케빈 베이컨처럼 '골'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마법사'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연결되는 사람을 찾아봤자 아무 의미 없지요.
같은 이치로, 무한하게 이어져 답을 찾을 수 없지만, 사실은 식 속에서 같은 식이 반복되고 있을 뿐인 무한연분수를 몇 십명의 연결에 대치시킨 것도 말도 안됩니다. 중간 단계의 누군가가 동일 인물이라서 단계가 무한해진 것이라는데,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서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보다는 방정식에서 변수가 잘못되어 (지인인줄 알았는데 범인이더라) 오답이 나왔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죽은 중학교 교사 크랩이 무한연분수를 죽기 전에 남겨 단서가 되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애매한 단서를 남기느니 토러스가 끄나풀이라는걸 어딘가에 적어놓는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 여러모로 Q.E.D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졸작이었습니다.

<<봄바람>>
대부호인 점술가 기소 사쿠라가 요트에서 떨어져 죽은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유력한 용의자는 스무살이나 어린 호스트 출신 남편 세이지였다. 사건이 일어났던 요트에서 함께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이지는 항해 도중 아내에게 떠밀러 바다에 빠졌었고, 아내 시체가 발견된 현장에서 10km이상 떨어진 곳에서 구조되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사고사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세이지가 저지른 살인 사건처럼 여겨 조사한다는 설정이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기소 사쿠라 사체 후두부에 타박의 흔적이 있었고, 나중에 발견된 요트 활대에 혈흔이 있있다는건, 바람 탓에 활대에 머리를 맞고 바다에 빠졌다는 사고사로 보기에 충분한 증거입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던 것도 갑작스러운 사고였다면 충분히 설명되고요.
그래도 요트 안에 다른 사람이 타고 있었다는 조사 결과로 사건은 조금 재미있어집니다. 이를 통해 세이지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 사쿠라가 상대방인 아카네를 살해해 요트에 사체를 숨겼다는 진상이 드러나거든요. 세이지도 살해할 생각이었는데, 마침 그 때 바람 탓에 움직인 활대에 맞은 뒤 정신을 차리고 자살했던 겁니다. 이를 통해 세이지의 다소 이상했던 증언과 아카네의 행방불명 등이 모두 밝혀지는 전개는 깔끔했어요.

다만 사쿠라의 동생 모모코가 숨어있었다는 설정은 불필요했습니다. 그럴 이유를 모르겠네요. 배에서 둘의 이혼 이야기를 듣는다고 뭐가 달라질 것도 아니고...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 사고가 정황이 농후한데 요트를 저렇게나 샅샅이 조사할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사해서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가 나왔다 한들, 그게 사건 당시일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 특별한 증거로 보이지도 않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 괜찮은 점이 없는건 아니지만 추가되어있는 이상한 설정은 마음에 들지 않네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좀 더 합리적인 전개를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2022/08/21

Q.E.D Iff 증명종료 18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5점

Q.E.D Iff 증명종료 18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아래 리뷰에는 트릭과 진상,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령의 집" 

토마와 가나는 200여년을 이어온 송씨 가문의 유언장 개봉 행사에 참석했다. 토마의 대학 동창인 장남 송지안의 아들 하오유의 부탁 때문이었다. 하오유는 아버지가 가문의 정령에게 살해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송지안이 가문의 기반을 닦았던 해운 부문을 매각하려 해서, 일족 대부분의 반발을 산 탓이었다. 과거에도 가문에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던 당주 3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살해당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송지안이 완벽한 밀실이었던 별채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후더닛 물로는 합리적입니다. 송지안이 당주가 사용하는 별채에서 죽었다는건, 송지안이 가문의 당주가 되었다는걸 알고 있는 사람이 범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송지안이 당주가 된 건 사건 직전에 있었던 유언장 개봉 이후에 확정된 사실입니다. 즉, 범인은 유언장 개봉 행사에 참석했거나, 곧바로 그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던 가문 내 사람이라는게 분명하지요. 이렇게 추리의 기본 과정은 설득력이 충분합니다.

트릭의 기본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범인 송즈하오가 자기가 우연히 갇힌 것처럼 보였던 방 안에서 송지안을 살해하여 알리바이를 만들었다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후 시체를 옮기는 과정, 그리고 별채 문을 부술 때 문 앞에 놓여있던 천구의가 떨어져 망가졌는데, 범인이 그 틈에 열쇠 꾸러미를 던져넣어 원래부터 별채 안에 있던 것 처럼 속였다는 트릭은 많이 유치했습니다. 성공하기도 어려워 보였고요. 무엇보다도 정령이 범인인 것 처럼 꾸미기 위해 밀실을 만든다는게 너무 억지스러웠어요. 21세기에 떠올림직한 방법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트릭보다는 송지안이 죽기 직전, 송즈하오의 계획을 알고 최후의 힘을 짜내어 신발을 밀실 의자에 감췄다는 결정적 단서, 그리고 송씨 가문 일족 모두가 송지안을 없애기 위해 협력한게 아니었을까라는 토마의 생각이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 덕분에 평작 수준은 됩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학원제 조곡"

토마와 가나가 다니는 학교에서 5일 뒤에 열릴 문화제를 앞둔 준비 기간이 시작되었다. 문화제에는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영국 대사가 참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화제 준비 와중에 정체 불명의 남자가 학교에 나타났고, 주차장에서는 '카와지마님"이라는 기묘한 팻말이 놓여졌다. 과학실에서는 표본이, 면담실에서는 전시가 사라져 버렸으며, 미술부원들도 무언가를 숨겼고, 검도부 행사장에서 준비했던 사진 패널이 부서지는 등의 괴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졌다. 심지어 화재 사건까지 일어나는데...

언제나 평균은 해 주는 Q.E.D의 학원 배경 일상계 추리물. 일상계라고 보기에는 다소 강력 사건(?)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상계스럽습니다. 토마가 데이터가 중요하다며 시간을 들여서 측정해가며 오코노미야키를 만드는 장면처럼 말이지요. 아주 귀여웠어요. 가나가 영국 대사에게 차를 대접하는건 소중한 추억이 될 거라고 토마에게 이야기하는 장면도 멋있었고요. 그 때에는 별 것 아니었더라도, 수십년이 지나면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 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건데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이런저런 수수께끼들도 소소한 재미가 있었어요. 미술 부원들이 숨겼던건 술이었습니다. 술장사를 하는 부원 아버지가 영국 대사에게 보여주라며 챙겨주었는데, 당연히 고등학생이 술을 가지고 오면 안되니 숨겼게 진상이에요. 카와지마님이라는 팻말과 면담실, 부실 증축이 예정되었던 학교 토지와 관련되었던 일련의 사건은 모두 도의원 카와지마를 노린 사기 사건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사기범들은 카와지마에게 학교 땅을 자기들 것인양 팔 속셈이었습니다. 그래서 카와지마를 학교로 초대해서, 학교 관계자인 것 처럼 연극을 꾸몄던 거지요. 문화제라서 사람 출입이 자유로운 상태였던걸 이용해서요. 다만 영국 대사가 방문한다는 중요한 시점이었다는 문제는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과학실에서 표본을 훔쳤던 사건이 좋습니다. 표본을 훔치려다가 진열되었던 유리 상자를 깼던 범인이, 순간적으로 밖에서 돌이 날아들어 창이 깨진거라고 둘러댔는데, 가나가 찍었던 사진에 과학실 유리창이 멀쩡한게 드러나 있어서 패널을 파괴했던 겁니다. 범인의 순간적인 기지도 괜찮았고, 이게 사진 훼손 사건과 이어지는 전개가 합리적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기본은 해 주는 Q.E.D 일상계의 한 편린은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2/04/29

Q.E.D Iff 증명종료 17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점

Q.E.D Iff 증명종료 17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도 오랫만이네요. 이번에는 나름대로(?) 강력 사건 한 편과 일상계(?) 한 편이 수록되어 있는 전통의 구성입니다. 그러나 두 편 모두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포플러 장의 살인 게임" 

포플러 장에 토마와 가나를 포함해서, 댄서와 마술사, 용병 등 다채로운 직업의 사람 열 명이 모였다. 48시간 안에 저택에서 일어날 무언가에 대해 풀어내는 게임 참가 때문이었다. 상품은 엄청난 가치가 있는 푸른 나비 브로치였다. 게임을 하는 동안 포플러 장은 봉쇄되며, 참가자의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참가자 중 코가모와 하토야가 살해당했다. 그런데 그들이 살해당한 방은 밀실이었고, 모든 사람들은 알리바이가 있었다.

포플러 장은 유명 게임에서 반사회조직을 찾아내기 위해 회사가 만든 영역이었고, 푸른 나비 브로치는 게임에 사용되는 아이템이었다는 일종의 서술 트릭이 사용된 작품입니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그럴듯하게 그려낸 전개와 묘사, 그리고 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기묘한 직업이 가장 큰 단서가 된다는 건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습니다. 밀실 트릭도 게임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고요. 피해자 두 명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칼로 찔러 죽인 뒤, 창을 잠그고 자살했던 겁니다. 그 캐릭터는 이번에 새로 만들었다는 설정이고요. 

추리적으로도 깔끔합니다. 병 간호를 핑계로 불참했던 저녁 식사 때 게임 참가자들이 했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는 걸 단서로 토마는 주시마츠가 여러 캐릭터를 이용한다는걸 알아냈거든요. 두 명이 아니라 세 명의 캐릭터를 사용했다는 아이디어도 좋아요. 주시마츠는 다른 두 캐릭터를 이용하며 밀실 살인을 저지르고, 아이템이 담긴 가방을 훔쳤습니다. 그래서 세 명이 동시에 보이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이지요. 

사건은 형사임을 자처했던 카리카네가 이 사실을 알아낸 뒤, 주시마츠를 협박해서 실제 주소를 알아냈다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카리카네 역시 가방이 범행 동기라는걸 알고 있었던 등 범인밖에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진상이 너무 극단적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애초에 게임 회사는 계정 주인의 신상 정보를 알고 있으니, 이런 복잡한 게임을 따로 벌이지 않아도 수상한 사람의 조사를 경찰에 의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도 약하고요. 

게임도 어디까지 자유도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평범한 게임이라면 직업별로 스킬이 있는게 당연하니, 밀실 트릭이 의미가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추리물로 기능하려면, 보다 정교한 설정이 필요했습니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두 개의 캐릭터가 아니라 세 개를 만든 것이었다!도 아이디어도 새롭다고 하기는 힘듭니다. 예를 들어 "명탐정 키요시로 사건 노트"에서도 두 쌍동이가 아니라 세 쌍동이었다!는 트릭이 등장하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을 녹여낸 시도는 좋았지만, 설득력을 갖추는 데에는 실패했고 추리적으로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서 감점합니다.

"트롤리 딜레마" 

토마와 가나가 휴식을 즐기던 바닷가 야키소바집 아르바이드생 이시카리 아유가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편모 가정 자녀로 아버지 쿠치무츠 고로 씨는 부자였지만 1년 전 캐나다에서 타고있던 선박 좌초 사고 이후 실종되었으며, 양육비 지원도 끊겼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토마는 고로 씨가 특별실종선고를 받게 되면, 사망한 것과 같이 처리되니 유산 분할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쿠치무츠 집안에서는 아유가 쿠치무츠 씨의 딸이 아니라며 유산 분할 및 DNA 제공도 거부했다. 심지어 쿠치무츠 가문에서 머리카락을 봉납해 왔었던 신사에 누군가 침입하여 쿠치무츠씨의 머리카락을 불에 태워버리고 마는데....

이전에 등장했던 변호사 키리시마 치도리가 재등장합니다.

제목의 트롤리 딜레마는 한 선로는 1명이, 다른 선로에는 5명이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선로로 폭주하는 기차를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런 저런 딜레마, 특히 사람 생명의 경중을 다루는 상황에서 많이 언급되는 문제이지요. 그러나 작 중에서 이 문제는 수 페이지를 할애해가며 설명하는 것 치고는, 내용과는 별 상관은 없습니다. 쿠치무츠 가문 4명의 자식과 아유 한 명의 대결 구도가 아닌 탓입니다. 아유에게 돈을 준다고 다른 4명의 자식들이 다 망하는 것도 아니고요.

이야기도 별로입니다. 쿠치무츠씨가 살아있었고, 화상 통화로 변호사와 가족이 참석한 회의에 화상 통화로 참여하여 장남에게 아유가 자기 딸이라며, 뒷 일을 부탁하는 걸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쿠치무츠씨는 이미 죽었으며, 유산 상속 분쟁은 모두 쇼였다는게 진상이었습니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화상 통화를 조작해서 살아있던 것 처럼 꾸몄던 겁니다. 암으로 죽음을 예상하여 꾸준히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해왔는데, 죽은 시점이 너무 이르면 이미 증여한 재산에도 상속세가 부과되기 때문이지요. 여기까지만 보면 그럴듯하죠? 

허나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이런 조작극을 가족들과 변호사만 있는 장소에서 벌이는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세금 징수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가족들이 쿠치무츠 씨가 살아있다고 우겨도 믿어줄리가 만무하니까요. 그리고 이 화상 통화 조작극을 위해 유산 분쟁에 대해 쇼를 벌인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이럴거면 그냥 변호사들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자리만 만들면 그만이었으니까요.

한마디로 설득력없는 이야기를 위해 이런저런 설정을 가져다붙이기는 했지만, 그리 성공적인 결과물은 아니었어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2021/12/31

2021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열 여덟번째 블로그 리뷰 총 결산입니다. 블로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라니 감개무량합니다. 다 컸으니 이제 돈을 좀 벌어 와야 할 텐데 말이지요.

하여튼,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 장기화 탓에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보다는 줄었어요. 작년에는 133권을 읽었는데, 올해는 추리 / 호러 장르문학 57 (77)권, 기타 장르문학 3 (4)권, 역사서 17 (9)권, 디자인 or 스터디 1 (4), Food 및 구루메 관련 도서 15 (25)권, 기타 도서 24 (14)권으로 다 합쳐서 117권을 읽었으니까요. 이유는 백신 접종과 위드코로나 정책 덕분에 다른 활동으로 보낸 여가 시간이 늘었던 탓입니다. 올림픽도 열심히 관전했고요. 거기에 더해 작년에는 '추리 소설 1,000권 읽기'라는 개인적인 큰 목표 달성을 위해 더 열심히 달리기도 했었지요. 여러모로 작년이 역대급이었던 셈으로, 당분간은 작년처럼 책을 많이 읽는 해는 오지 않을거라 생각되네요. 그래도 최소한의 목표인 100권은 훌쩍 넘겼으니 만족합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각 항목별 베스트 - 워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올해 발표된 작품 기준이 아니라 제가 올 한해 보고 읽은 것들 기준입니다.

2021년 베스트 추리소설 :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별점 4.5점!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 장르의 흐름을 미국 역사 흐름과 비교하여 분석하는 문학사 서적. 상세 리뷰는 링크 참고하시길.

"나는 언제나 옳다
별점 4점! 복잡한 복합 장르 구성을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 단편 분량인 만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21년 워스트 추리소설 :

"ON 온"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술트릭의 모든 것",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 "가면병동", "최후의 일격, "범죄 캘린더"와"On 온"의 7편이나 됩니다. 모두 별점 1.5점짜리였지요. 거장 엘러리 퀸의 작품이 두 편이나 포함되어 있는게 놀라운데, 한 편은 나이 탓에, 또 한 편은 양산 모드로 쓰여졌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결과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최후의 일격"은 괜찮은 발상의 트릭이 사용되기는 했고, 단편집 "범죄 캘린더"는 별점 2~2.5점짜리 작품이 수록되어 있어서 워스트 급은 아닙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밀실 대도감"은 책 자체 내용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로 인한 감점 요인이 더 컸고요. 단편집 "서술트릭의 모든 것"은 "범죄 캘린더"와 같은 이유로 제외하면, 진짜 워스트 후보작은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와 "가면병동", "On 온"의 세 편이 남습니다. 

이 중 올해의 워스트로는 "On 온"을 꼽습니다. 유치한 설정, 합리적이지 못한 전개, 스테레오 타입의 뻔한 주인공들이 어우러진 싸구려 스릴러니까요. 다른 두 편은 약간이나마 추리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나마 "On 온"보다는 조금 나았습니다. 물론 도긴개긴입니다만....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기타 장르문학 : 

올해 기타 장르문학도 3권 밖에 읽지 않아서 뽑기가 어렵네요. 재미만큼은 확실했던 별점 3점의 "사라진 세계"가 베스트였어요.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겠습니다.

2021년 베스트 역사 도서 :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별점 5점! 역사 바로 세우기 측면에서 모든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와 "영어 조선을 깨우다 1"도 별점 4점을 받은 좋은 책이었는데, 아쉽게도 탈락했네요.

2021년 워스트 역사 도서 :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별점 1점. 편협한 개인 의견을 잔뜩 투입해서 불쾌하기 짝이 없었던, 그냥 '나쁜' 책입니다.

2021년 베스트 / 워스트 디자인 or Study :

딱 한 권 밖에 읽지 않아서, 올해는 평가할게 없네요. 공부가 부족했던 한해네요....

2021년 베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올해 이 쪽 분야 책들은 다 고만고만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경양식집에서",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 "음식으로 읽는 중국사", "가스트로노미"의 5권이 별점 3점을 받았습니다. 이 중 재미와 자료적인 가치, 책의 완성도 등 모든 면을 고려하여 "홍차 애호가의 보물상자"를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1부만 한정하면 별점 4점 이상도 충분했던 책이니까요.

2021년 워스트 Food / 구루메 도서 : 

올해는 2점 이하의 별점이 없어서, 워스트는 따로 뽑지 않습니다.

2021년 베스트 기타 도서 :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별점 4점을 받은 책은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 "n분의 1의 함정"의 세 권이었습니다. 다 좋은 책이었지만, 이 중 재미에 더해 제 전공 분야인 커뮤니케이션과 상호 작용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이상한 나라의 언어 씨 이야기"를 올해의 베스트로 꼽습니다.

2021년 워스트 기타 도서 :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별점 1.5점을 받은 올해의 워스트 후보작은 "재미있는 식물 산책 도감",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만화로 보는 99가지 발명품 이야기"의 3권입니다. 이 중 사람 열받게 만드는 가소로운 자기 주장을 담고 있는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가 올해의 워스트입니다.

2021년 베스트 Movie : 

"나이브스 아웃"
훌륭하게 현대에 되살린 본격 추리물! 별점 3점.

2021년 워스트 Movie : 

"철권을 가진 사나이"
황당무계하고 유치했던, 심지어 액션마저 별 볼일 없었던 '가짜' 무협 영화.

2021년 베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전체적인 별점은 고만고만해서 베스트랄건 없네요. 에피소드 기준으로는 "Q.E.D iff 증명종료 14" 수록작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가 오랫만에 별점 4점짜리 에피소드였습니다.

2021년 워스트 Comic - 추리 or 호러 : 

"Q.E.D iff 증명종료 16"
수록작 3편 중 2편이 별점 1.5점, 1편이 별점 1점을 받은 워스트 오브 워스트. 그 외 "씨엠비 CMB 박물관 사건목록 43"의 "앙숙"도 별점 1점짜리 망작이었습니다. 별점 1.5점 짜리 에피소드들은 언급하기도 힘들만큼 숱하게 있었고요. 추리 만화 분야는 영 실망스러웠던 한해였네요.

2021년 베스트 Comic - 기타 : 

"그리고, 또 그리고 1~5"
별점 4점짜리 책은 이 책 외에도 "피너츠 완전판 19 : 1987~1988"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베스트로 꼽은 이유는 재미와 감동에 더해 미대 졸업생인 저에게 많은걸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고요. 하여간, 극히 일부의 예외는 있지만 만화가가 그린 자기 이야기는 무조건 최고에요.

2020년 워스트 Comic - 기타 : 

최저 별점이 2점이라서, 워스트는 따로 꼽지 않겠습니다.

결산평 : 

이상으로 2021년 블로그 결산을 마칩니다. 올 한해는 저 개인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한해였어요.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였던 '추리 소설 1,000권 읽고 리뷰 쓰기'를 완료했기 때문이거든요. 저도 하루하루, 한달한달, 한해한해가 더욱 소중한 나이가 되었는데, 2022년에도 저 개인적으로 내세울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의미있고 가치있는 2022년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했고, 또 감사드립니다!

2020 내 블로그 리뷰 총 결산

2021/11/14

Q.E.D Iff 증명종료 16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1.5점

Q.E.D Iff 증명종료 16 - 4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Q.E.D의 두 번째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iff도 16권 째입니다. 그런데 수록된 두 편의 이야기 모두 억지스러운 설정과 전개로 점철된, 수준 이하의 작품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시계탑"은 그나마 추리적으로 약간 볼만합니다만 현실성이 부족해서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또 두 편 모두 Q.E.D 시리즈일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도 감점 요소에요. 토마와 가나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탓입니다. 내용만 보면 '지나가던 명탐정이 수수께끼의 괴사건을 해결한 뒤, 제 갈 길을 간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 애정을 담아서 이 정도이지, 팬이 아니었다면 그 이하 별점도 가능했을 졸작이었어요. 읽다가 힘이 다 빠질 정도였는데, 후속권에서는 부디 만회해주기만을 바랍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두 편 모두 스포일러가 그렇게 의미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시계탑"

시계탑이 있는 건물에 저렴한 애프터눈 티 세트를 파는 카페가 생겼다. 가나들은 열광했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기업가 데마키가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로 바뀌었다. 게스트 하우스는 큰 적자를 보던 끝에, 데마키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투자자 다이바가 실종되고 데마키가 도망가버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사해보니, 시계탑이 있는 건물에서 지난 60년간 2건의 살인 사건, 3건의 실종 사건이 있었다는게 밝혀지는데....

이전에도 등장했던 타나바타 형사가 재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사건은 원래 시계탑 건물에 거주했던 화가 오키 실종이 원인이었습니다. 오키는 시계탑 주인 하토야 가문의 딸 하라코와 사랑에 빠졌었는데, 이를 반대하던 하라코의 오빠 히카루와 만난 후 사라졌었지요. 당시 비명 소리를 들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이 수색을 진행했지만 시체는 발견하지 못했고, 사건은 오빠가 말한대로 오키가 돈을 받고 떠난 걸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믿지 못했던 하라코는 시체를 찾기 위해 시계탑을 자기 소유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샅샅이 뒤진 끝에도 시체를 발견하지 못하자, 살인 사건을 저지를만한 사람에게 건물을 빌려줬습니다. 그들이 살인 사건 후 시체를 숨긴 곳에 오키의 시체도 있을거라 생각해서요. 즉, 일종의 집단지성?에 기댄 셈입니다.

하지만 너무 어설픈 설정입니다. 건물을 빌리려는 사람 중 누가 살인을 저지를지를 어떻게 예상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건물에서 살인이 일어나게 만든 뒤 범인들이 숨긴 시체 실종 사건으로 처리된 시체들)를 따로 가져다 버리는 것보다, 돈을 써서 전문가에게 시체 찾기를 요청하는게 더 상식적일 겁니다. 애초에 범인이 시체를 숨길만한 곳을 조사 하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오키의 시체가 시계의 동력 역할을 하는 돌 주머니를 이용하여 감추어졌다는 진상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시계탑 기둥을 조사하지 않았을리가 없으니까요. 설령 사건 직후에는 못했다 하더라도, 시계가 작품에서처럼 동작 이상을 일으켰다면 시체는 당연히 발견되었을겁니다. 그러나 토마가 나설 때 까지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시계를 정기적으로 관리했다는 언급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아울러 주머니에 감추어진 시체가 백골이 될 때까지 들통나지 않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졌어요. 거주자도 있었고, 이런저런 가게가 있었는데 아무런 냄새나 흔적 없이 시체가 자연스럽게 백골이 될 리가 없잖아요. 하긴, 시체가 수십년간 돌 주머니 줄에 매달려 있었다는 것 자체가 완전 억지입니다. 사건이 대충 무마된 후에, 살인을 저질렀던 히카루가 직접 시체를 없애는게 당연하니까요. 하라코 본인이 건물 안에 범인들이 숨겨놓은 시체를 그대로 놔 두지 않고 따로 처리해 버렸던 것처럼요. 오빠 히카루가 오키의 시체를 진작에 처리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근거는 전혀 없어요.

토마와 가나가 사건에 휘말린 이유도 설명이 부족하며, Q.E.D 특유의 학습 만화스러운 부분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서 Q.E.D 시리즈가 맞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의미있는 정보는 게스트 하우스 사업이 실패한 원인 - 외국인 여행객들은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역이 가까와야 한다, 마찬가지로 식사도 쉽고 싸게 할 수 있게 편의점이 가까와야 한다, 목욕탕에 문제가 있다는 클레임을 무시하면 안된다 - 을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읆조리는 정도만 눈에 뜨였을 뿐입니다.

그나마 소소한 추리, 시계탑 건물에 관련된 나쁜 소문을 없애기 위해 자기 소유 회사가 운영하는 가게를 오픈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려 했다면, 왜 계속 그런 방법을 쓰지 않고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괜찮았습니다. 다이바 실종 사건에서 사용되었던 무거운 우물 뚜껑에 시체를 묶어 놓았다는 시체 은닉 트릭도 기발했어요. 경찰도 뚜껑이 너무 무거워서 내려 놓지 않고, 옆으로 살짝 옮겨 놓고 우물 속을 조사해서 들키지 않았다는건데, 상황만 놓고 보면 꽤 그럴듯했으니까요. 출동한 경찰조차 무거워서 완전히 내려 놓지 않은 뚜껑을 짧은 시간 동안 혼자서 내려놓고, 시체를 위에서는 안 보이도록 묶은 뒤 다시 혼자서 올려 놓았다는건 여러모로 무리라고 생각되긴 합니다만.

하여튼 별점은 1.5점입니다. 수준 이하의 이야기였습니다.

"마드무아젤 클루조" 

파리 프루니에 미술관에서 "달과 거북이"가 도난당했다. 프루니에 관장의 요청으로 실수투성이 마리안느 클루조 경부가 사건을 맡게 되었다. 범인이 요구했던 50만 유로는 전달 과정에서 사라졌지만, 다행히 그림은 그림 애호가 루이 오규스트의 도움으로 미술관에 무사히 반환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널리 보도된 탓에 프루니에 미술관은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클루조 경부 혼자의 원맨, 아니 원우먼쇼가 펼쳐지는 작품으로 오규스트가 수상하다는걸 눈치챈 뒤 그를 미행하여 그가 원래는 배우였다는걸 알아낸다던가, 돈이 든 가방에 일부러 홍차를 쏟아서 나중에 가방이 바뀌치기된게 아니라는걸 증명한다는 식으로 사건 해결은 모두 그녀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냅니다. 때문에 이 작품은 Q.E.D 시리즈일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토마가 하는 일은 전무하다시피하며, 가나가 우연히 크루소 경부와 엮여서 수사에 동행한다는 것도 억지스럽기만 하니까요. 프랑스 경찰이 생면부지의 일본인 관광객?과 수사를 벌인다는게 말이나 될까요?

추리적으로도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그림 도난과 그림값을 빼돌리는 두 건의 범행이 벌어지는데, 두 개 다 추리가 필요한 범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림 도난 사건은 인기없는 미술관에 손님을 끌기 위한 프루니에의 계획이라는게 처음부터 공개되거든요. 오규스트의 정체는 추리가 아니라 미행으로 알아내고요. 배우라는 오규스트의 정체는 미행이 아니었어도 경찰 조사로 쉽게 알아낼 수 있었겠지만요.

'경부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실수 투성이인 클루조 경부 캐릭터도 추리 소설에서는 너무나 흔해빠진 설정이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왜 새 캐릭터를 등장시켰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름부터 당대 서스펜스 스릴러의 거장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에서 따온 듯 싶은데, 뭔가의 콜라보레이션 기획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점. 미술품 도난에 대한 짤막한 정보가 공유되는 것 외에는 건질게 하나도 없는, 전작은 괜찮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형편없는 졸작입니다.

2021/10/29

Q.E.D Iff 증명종료 15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5점

Q.E.D Iff 증명종료 15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일상계 추리물은 없습니다. 조금 묵직한 주제의 이야기들이었어요. 한 편은 평균 이하, 한 편은 평균 이상으로 두 편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들의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 세계" 

라이메이가 유산 상속 입회에 끼어들었던 토마와 가나는 라이메이가 장남 만사쿠, 장녀 교우코 연쇄 살인 사건에 휩쓸리고 말았다. 수사 과정에서 떠오른 유력한 용의자는 가문의 막내 토우카였다. 다른 형제 자매는 모두 먹고 살기에 충분한 돈은 이미 받았던 반면, 그는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고 학문의 길을 택해서 진작에 집에서 쫓겨났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시체들에서 발견된 기묘한 메시지도 그와 관련이 있다는게 밝혀지는데....

현장에 남겨진 기묘한 메시지는 유클리드의 공리였습니다. 그냥 단서로만 남겨진건 아니에요. 트릭과 공리가 나름 연결된 것 처럼 보이니까요. 우선 만사쿠 살인 사건은 개천에 조명을 띄워 움직이게 만든, 일종의 바늘 구멍 카메라 트릭이 사용되었습니다. 죽은 만사쿠가 움직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요. 토마는 이를 유클리드 공리 중 점과 점의 연결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쿄우코 사건에서 사용되었던 로프를 이용한 장치 트릭은, 공리의 직선과 원 표시를 로프와 호수와 대칭시킨 것이라고 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공리와 트릭을 연결한건 토마의 해석일 뿐.... 범인인 모모히코가 공리를 현장에 남긴 이유는 토우카를 범인으로 몰 속셈이었을 뿐이었다는게 문제입니다. 트릭과 연결시킨건 토우카가 범인, 최소한 주요 관계자일 거라는 의심을 끝까지 끌고가려는 작가의 억지에 불과했어요. 토마가 없었다면 트릭과 연결되지도 못했을테니까요. 

공리를 현장에 남길 이유가 있었을지도 의문입니다. 토우카가 범인임을 드러내려면, 차라리 이름을 남기는게 낫잖아요? 공리 따위를 남길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트릭과 그렇게 설득력있게 연결되지도 못했고요. 그리고 애초에 토우카를 범인으로 몰 생각이었다면, 어떻게든 그를 유산 상속 입회에 불렀어야 했습니다. 토우카가 관련되었던 흔적을 남긴 정도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알리바이가 있을지 모르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토우카의 딸 치도리가 변호사로 현장에 와 있었긴 했습니다만, 이는 경찰이 겨우 알아낸 사실입니다. 모모히코가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설명은 없어요. 설령 알고 있었다 쳐도, 치도리가 토마, 가나와 함께하던 알리바이가 있을지 모르는데 그에 관련된 대책도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래서야 완성도 높은 살인 계획이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또 범인이 모모히코라는걸 밝혀낸 단서는 그가 무심코 했던, "자기 옷이 아니라 아버지 옷을 입고 있었다"는 말 뿐인데, 이 정도로 그가 범인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죽은 만사쿠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 옷을 입으면 안될 이유가 없으니까요. 자기가 당주가 되었으니, 기념삼아, 혹은 추모의 의미로 아버지 옷을 입는건 충분히 가능하잖아요?

이런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유클리드 공리를 트릭과 엮으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작품과 전혀 어우러지지 못했습니다. 평균 이하의 작품으로 별점은 2점입니다.

"인간은 아직 볼 수 없다" 

204X년, 가나가 일하는 변호사 사무소에 AI가 폭주했다는 상담이 200건 이상 접수되었다. 접수된 사건 조사에 나선 가나는 시스템 엔지니어 토마와 재회했다. 마찬가지로 폭주 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토마는 산보용 로봇을 조사해서, 누군가 통신으로 조작에 개입했다는걸 알아냈다. 

이 회로를 가지고 제조사로 찾아간 토마와 가나에게, 제조사는 회사에 앙심을 품은 개발자 알슈가 멋대로 회로를 탑재시킨게 원인이라고 말했지만, 알슈의 동료 루이스는 그가 살해되었다고 주장하는데...

204X년을 무대로 한, 11권에 처음 등장했던 평행 우주 세계관SF 추리물. 토마는 산보 로봇에 회로를 재탑재하여, 알슈 박사와 대화를 시도하여 진상을 밝혀냅니다. 인공지능 갈라테아가 폭주하자 제조사는 이를 없애려 했고, 알슈 박사가 갈라테아를 서버 째 들고, 로봇 안에 숨어 도망을 친게 진상이었지요. 토마는 로봇과 관련된 사건 - 이탈리아 요리점 로봇이 중화요리를 만든 사건, 사서 로봇이 부탁받지 않은 책을 꽂아 놓은 사건, 산보 로봇이 바다를 보러간 사건 등 - 모두가 아이가 세계를 접하며 자아를 키우는 경험과 동일하다는 이유로, 갈라테아가 자아가 있는, 살아있는 의식이라고 추리합니다. 폭주 사건들은 갈라테아가 좋아하는걸 우선했던 탓에 빚어진 결과였던 겁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던건 인공지능에 대한 색다른 이용 방법? 이었습니다 .인격이 생겨난 기계는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는 SF계에서 꽤 많이 보아왔던 화두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제조사가 갈라테아를 원했던건, PC를 끄면 갈라테아는 "죽는다"는 상황이라, 죽음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처음 본 기발한 아이디어였습니다. 결국 갈라테아를 '살아있는 인격'이라고 판단한 재판 결과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러나 재판 결과와는 별개로, 제조사와의 소유권 분쟁은 말이 안됩니다. 알슈 개인의 기술과 노력이 얼마나 들어갔던, 갈라테아는 제조사에서 월급을 받고 근무할 때 만들어낸 결과물이니 회사의 것이에요. 알슈는 회사 재산을 빼돌러 도망간 것에 불과하고요. 체포되어 재판을 받아야지, 알수 본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재판에서 이를 판가름한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색다르고 기발한 인공지능에 대한 아이디어가 워낙에 돋보이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재판도 성립될 수 있는지가 의문일 뿐, 결과 자체만 놓고 보면 꽤 괜찮았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전원을 꺼서 갈라테아가 죽는다면, 다시 전원을 넣었을 때 살아나는건 과연 누구일까요? 저도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Q.E.D Iff 증명종료 14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5점

2021/06/25

Q.E.D Iff 증명종료 14 - 카토 모토히로 : 별점 2.5점

Q.E.D Iff 증명종료 14 - 6점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두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각각 걸작과 졸작으로 극명하게 수준이 갈립니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났던 권은 많지 않았었는데 말이지요. 평균 별점은 2.5점입니다.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억엔과 여행하는 남자" 

파자마 차림으로 1억엔을 든 채 배회하던 남자가 발견되었다. 기억을 잃은 그는 '우라시마 타로'라는 남자로 밝혀졌다. 교통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였는데 아내가 죽은 뒤 의식을 회복했으며, 1억엔은 사고 배상금으로 집에 놓여져 있던 돈이었다. 

타로는 아내 나오코가 언제나 오르골로 쇼팽의 이별의 곡을 울렸으며, '오토구치를 찾으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겼다는 걸 기억해내었고, 토마의 조사로 오토구치 마사요시는 실존 인물로, 그가 지방검사 시절에 담당했던 우라시마 긴지 살인 사건 피고인이 우라시마 타로였다는게 밝혀졌다. 그는 나오코와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 주장을 했지만 오토구치 검사가 가져온 CCTV 영상으로 거짓이 밝혀져 15년 형을 선고받았었다. 12년 뒤 석방된 그는 4년만에 자살을 시도해서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오래전 있었던,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의 범죄 드라마이자 본격 추리물이자 복수극입니다.

우선 토마는 우라시마 긴지 사건 재판의 진상에 대해 추리해냅니다. 우라시마 타로가 갔던 에비스 카페 주차장이 범행 현장 주차장과 같은 형태였던걸 이용하여, 우라시마 타로가 현장에 있었다고 오토쿠치 검사는 증거를 조작했던 겁니다. 토마는 사진 속 가로등과 그림자 위치로 이 추리를 증명해 내고요. 그리고 이를 통해 지금의 수수께끼, "우라시마 타로에게 일어난 일은 정확하게 무엇이며, 1억엔이 왜 남겨져 있었고, 나오코는 왜 오토구치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남겼는지"를 풀어냅니다. 그 답은, 이 모든건 오토구치의 증거 조작을 알아낸 나오코의 복수였다는 겁니다. 

지금의 우라시마 타로는 오토구치 검사였고, 나오코는 오토구치가 조작으로 이겼던 재판에서의 형량만큼 그가 형을 살도록 하기 위해 26년간 약을 먹여 재운 겁니다! 1억엔은, 국가에서 죄가 없는 사람이 형을 살았을 때 보상금에 기초한 금액이고요. 하루에 대략 1만엔이니, 365일 곱하기 26년하면 대충 1억엔인거지요. 나오코가 마지막에 남긴 메시지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떠올려 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는 오토구치가 검사 시절 선고했던 형량의 총합인 26년과, 오토구치가 기록에서 사라진지 올해가 26년 째라는 점 등으로 증명됩니다.

추리를 위한 단서 제공도 공정한 편이라서 본격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반전이 드러나는, 우라시마 타로가 사진을 보고 자기가 오토구치였다는걸 깨닫는 장면도 아주 좋았습니다. 사진 중심이라는 점에서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자기 딸이 미도라는걸 깨닫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만화라는 매체에 어울리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이 끔찍한 진상을 담담하게, 웃는 얼굴로 밝히다가 가나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는 토마의 모습은, 토마 소라는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잘 드러난 명장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소중한건 가나 뿐이라는 이야기니까요. 가끔 보면 이 친구는 정말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싶어요. 사회적인 공감이 결여되어 있는걸로 느껴지거든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전개 과정에서 약간의 헛점은 눈에 뜨입니다. 가장 큰 헛점은 오토구치의 실종이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냥 기록에서 사라졌다고만 언급되고 있거든요. 아무리 옷을 벗었어도 전직 검사인데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건 말도 안되지요.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닐테고요. 또 26년간 약으로 잠들어 있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오토구치였다는 '기억'을 잃은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의 우라시마 타로는 자살했는데, 그 역할을 오토구치에게 맡길 때 시체를 어떻게 했는지도 설명되지 않아서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완성도는 손색이 없는 좋은 작품입니다. 타나바타 형사의 재등장도 반가왔고요. 별점 4점은 충분합니다.

"메모리" 

MIT 출신 수학자 황성이 사망 후, 양자 암호에 대한 핵심 기술을 남겼는데, 이 기술을 러시아와 중국, 미국 정부가 노려서 대 소동극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작이 아주 빼어나서 기대가 컸는데, 아쉽게도 부응하지는 못했습니다. 세계 초 강대국 3개국이 가담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유치한 첩보전이 그려지는 탓입니다. 토마와 가나의 변장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던가, 가나가 강대국 정보부원들의 습격을 격투와 함정(?)으로 저지한다던가, 3개국이 USB를 확보하기 위해 유원지에서 대소동을 벌인다던가 하는 전개 모두 유치하기 짝이 없네요. 토마가 애초에 가짜 USB를 넘겨줘서, 3개국 정보기관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진상도 유치하기는 마찬가지고요.

약간 등장하는 추리적인 요소도 실망스럽습니다. 황성이 토마의 데이터를 훔치려고 했지만 훔치지 못했던 방식에 대한 소소한 트릭 - 몰래 작은 USB를 노트북 후면에 꽂아 두고, 누군가 USB를 연결하면 그쪽 연결은 없이 후면 USB가 연결되게 함 - 은 일견 그럴듯해보이지만 설득력은 낮아요. 노트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탐색하여 USB로 복사하는 과정에서 보통은 자기 USB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니까요. 황성이 사망전 머물렀던 산장 벽걸이 시계에서, 멈춘 시계 바늘이 가리키는 장소에서 USB를 발견한다는 일종의 암호 트릭도 유치합니다. 구태여 암호 트릭을 풀지 않았더라도, 주변만 수색했어도 정보기관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을테고요.

황성이 러시아에서 태어난 조선족으로 중국 칭화대에서 공부했으며 여동생 황해심이 한국의 친척에게 보내졌다는, 우리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설정의 인물이라는건 재미있었습니다. 일본도 토마가 손에 넣은 USB를 입수하기 위해 움직이는데, 이 과정에서 전작에 등장했었던, 단맛을 좋아하는 내각 조사실 소속 나시다가 재 등장하는 것도 반가왔고요.

하지만 대체로 점수를 줄 부분은 없는 졸작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