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E.D Iff 증명종료 24 - 카토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별로였습니다. 추리적으로 비약이 심했고, 설명과 설득력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Q.E.D의 또다른 특징인 정보 전달 측면으로는, '내시 균형'은 잘 설명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점수를 주는 부분 등 설명이 완벽하지는 않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전권이 워낙 좋아 기대가 컸는데 아쉽습니다. 요새 몇몇 추리 만화 신예들이 눈에 뜨이는데, 이대로 괜찮을까요? 모쪼록 다음 권에서는 폼을 좀 회복해 주기를 바랍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읽으시기 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내시 균형과 구기대회"
사키사카 고교에서 반 대항 구기 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운동부 연습과 겹쳐 혼란이 일어났다. 그 뒤 운동부 비품을 누군가 망가트리고, 구기대회 실행위원실을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다. 수수께끼의 가면을 쓴 괴인은 마지막 순간에 가나 등의 앞에서 허공으로 사라져버리고 마는데....
제목에서처럼 '내시 균형'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운동부와 학교(구기 대회)측 대립을 내시 균형으로 풀어내는건 재미있었습니다.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 학교는 구기 대회를 실행하고, 운동부는 연습장을 넘겨주는 상황에서 내시 균형이 출현한다.
- 학교는 수고와 트러블이 늘고 운동부는 연습장을 쓰지 못해 양쪽 모두에게 손해이다.
가면을 쓴 괴인이 사라지게 한 간단한 트릭도 괜찮았어요. 만화적이기는 한데, 한 번 정도는 잘 써먹을 수 있었다 싶거든요. 현장의 자전거 바퀴 자국같은 증거도 합리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토마의 추리는 비약이 심합니다. 양쪽 모두 손해인데 왜 구기 대회를 실행했는지에 대해서 갑자기 야구부 감독이 술에 취해 이야기했을거라는건 근거가 부족합니다. 연습장 사용을 놓고 쟁탈전이 벌어진 장면에서 토마는 함께 있지도 않았고요. 감독이 이때다 싶어 안 쓰는 비품을 부수고 예산을 타낸건 분명한 범죄인데, 가볍게 넘어간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번역 문제인지 운동부와 학교 측 이득 행렬 부분이 조금 어렵게 설명되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점수 배정이 토마 마음대로라 공정하지 못한데, 이에 대한 설명도 부족합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7개의 사실"
A건설은 지체되고 있는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컨설턴트 마루모리 유나를 고용했다. 그녀는 거물 의원에게 5천만엔을 몰래 준다는 계획을 내 놓았다. 그러나 비자금이 신문지로 바꿔치기된 후, A건설 사원 미야지는 살해당했다. 또 다른 사원 쥬몬지도 공격받아 결박된 상태였다.
계획의 핵심 인물 미노 부장과 장서 거래로 엮인 토마와 가나는 사장의 부탁으로 진상 조사에 나섰다.
토마가 사건의 핵심인 7개의 사실을 나열한 뒤, 이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범인이라며 선보이는 추리쇼는 깔끔했습니다.
하지만 전개 과정의 설득력이 부족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드네요. 처음에 유나가 쥬몬지를 만나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인 이유부터 석연치 않습니다. 계획이 탄로나면 누군가 감옥에 가야 하는데, 좋은 대학을 나온 쥬몬지가 적합했다는건 설득력이 약합니다. 유나의 신분을 알고 쥬몬지가 먼저 접근했다는 것도 방법이나 과정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고요. 어리숙해보였던 쥬몬지 캐릭터가 갑자기 돈을 훔치고 동료를 죽이는 흉악범으로 돌변한 이유도 석연치 않습니다.
쥬몬지가 미야지를 살해한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쥬몬지가 돈을 훔친걸 알아서 협박했기 때문에 죽였다? 어차피 비자금이니 돈을 주고 공범으로 만드는게 이상한 살인극을 벌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사건 당시, 미노 부장의 차가 딱 맞게 도착해서, 그 앞에 뛰어들었다는 것도 이상합니다. 유나는 창고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수상하게 여겨 오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장이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온다는 보장은 없어요. 만약 부장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토마의 추리가 맞다고 한들, 증거가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미야지가 죽은걸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미리 알고 소리쳤다는건 정황 증거에 불과합니다. 불려나간 창고에서 미야지가 먼저 공격받은걸 보았다고 주장했다면, 범행을 입증하는건 불가능했을 거에요.
마지막으로 수학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대신 특이하게도 존 스타인벡의 작품인 "생쥐와 인간"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는데,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건과도 별 관계가 없고요. 쥬몬지 캐릭터를 본다면 "생쥐와 인간"이 아니라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 쪽이 더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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