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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2023) - 케네스 브래너 : 별점 3점

명탐정 에르큘 푸아로는 은퇴 후 베니스에서 조용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푸아로의 친구이자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 올리버가 찾아와 심령술사 조이스 레이놀즈에 대해 검증해 달라고 부탁했다.
할로윈 날, 교령회가 열리던 로웨나 드리에크의 저택을 방문한 푸아로 앞에서 조이스는 죽은 로웨나의 딸 알리시아의 목소리로 "나는 살해당했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고 말한 직후 살해당하고 말았다.
마침 몰아친 폭풍우로 저택마저 고립되었고, 푸아로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맞서 싸우면서도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였다. 그 와중에 로웨나 집안의 주치의 레슬리마저도 잠긴 방 안에서 칼에 찔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데....


딸아이 때문에 가입한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감상한 영화입니다. 캐네스 브래너의 푸아로 시리즈 전작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나일강의 죽음"은 원작도 원작이지만, 영화 버전으로도 이미 감상했기에, 아무리 추리 애호가라지만 별로 볼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제가 원작 "핼로윈 파티"를 읽지 않았던 덕분에 흥미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 제목부터 "A Haunting in Venice"인 것처럼, 전통적인 '저주받은 저택' 소재의 호러물과 결합되어 있다는 특징이 눈에 띕니다. 등장인물들이 머물고 있는 저택에 유령이 많다는 설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초반부 교령회에서부터 시작해 푸아로가 세면대에서 유령을 보는 장면 등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이 많거든요. 주로 탐정과 등장인물들 간의 대사로 전개되고, 액션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으며, 범행이 일어나는 장면도 대체로 숨겨져 있어서 - 범인이 드러나면 안되므로 -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없는 정통 고전 본격 추리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을 텐데,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덕분에 지루함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촬영과 미술도 뛰어납니다. 인물들은 물론 무대가 되는 저택 곳곳의 디테일도 좋고, 모두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추리적으로도 볼만했습니다. 푸아로가 유령을 보고 느낀 이유가 약물에 중독된 탓이며, 이를 통해 과거 알리시아의 죽음이 약물로 인해 벌어진 사고였다는 추리로 이어지는데, 그 과정도 합리적이고, 약물이 들어있는 '꿀'에 대한 묘사가 곳곳에 등장하는 식으로 단서도 공정히 제공됩니다. 그리고 범인이 엄마 로웨나였다는 진상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습니다. 살아남은 등장인물들 앞에서 펼치는 추리쇼도 고전적이면서도 멋있었습니다.

물론 관객이 약물에 대해 알아채는 건 다소 한계가 있고, 로웨나가 오랜 시간 동안 '꿀'을 없애지 않은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 등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푸아로가 은퇴하여 은거하고 있던 중이라는 설정도 구태여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고요. 일부 지루한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고전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잘 만든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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