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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교도관의 눈 - 요코야마 히데오 / 허하나 : 별점 2.5점

교도관의 눈 - 6점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허하나 옮김/폭스코너

요코야마 히데오의 단편집.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교도관이 주인공인 범죄 추리물이라 생각했습니다. "종신검시관"처럼요.
그러나 교도관이 등장하는 작품은 한 편 뿐이며, 추리물보다는 일상계 범죄물이나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살인이라는 강력 범죄가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등장인물의 심리가 사건보다 더 중요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요코야마 히데오 작품답게 기본적인 완성도와 재미는 갖추고 있습니다. 전체 평균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교도관의 눈"
야마테초에서 주부 구타니 에미코를 살해하고 시신을 없앤 혐의로 불륜남 야마노이 가즈마가 체포되었다. 그러나 정황 증거 뿐 물증을 찾지 못해 석방되었다. 그 순간 에미코의 남편 구타니 이치로가 가즈마를 살해하려고 덮쳤지만, 반대로 그가 죽고 말았다. 검찰청은 가즈마를 정당방위로 불기소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교도관 곤도는 가즈마가 수상하다는걸 느끼고 조사에 나섰고, 현경 기관지 편집자 에쓰코는 곤도를 만나러왔다가 우연찮게 사건에 휘말리는데...

사람을 죽인 범인은 이글대다가도 씻겨 사라지지만, 곤도가 본 야마노이 가즈마는 날이 갈수록 이글거렸습니다. 이를 통해 곤도는 가즈마가 아무도 안 죽였지만, 유치장을 나가서 사람을 죽일 생각이었던걸로 추리했습니다. 에미코는 공범으로, 에미코는 살해된게 아니라 스스로 몸을 감췄고요. 그리고 가즈마는 에미코를 폭행하던 남편 이치로를 정당방위로 위장하여 살해했던 겁니다. 가즈마가 날이면 날마다 체력 단련에 열중했던 것도 이 추리를 뒷받침해 줍니다.
비록 이치로가 '식칼'을 들고 덤빌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던건 - 그리고 그랬다해도 죽일 수 있었으리라 보장할 수 없었던건 - 단점이지만, 추리는 꽤 기발했습니다. 이를 은퇴를 앞둔 교도관이 꿰뚫어 보았다는 설정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서의 단점으로 이치로를 죽이는데 실패했더라도, 최소한 에미코는 사라질 수 있었으므로 나름 성공한 계획인건 분명하고요.
결국 진상은 드러나지 않고 여운을 남기는, 그리고 이를 젊은 여성인 에미코 시선으로 해석하여 설명해주는 결말도 좋았습니다.

다만 캐릭터 묘사는 다소 아쉽습니다. 젊은 편집자 에미코와 붙임성없는 나이든 꼰대 곤도 묘사는 전형적이라 식상했기 때문입니다. 에미코에 대한 이런저런 설정도 불필요하다 싶었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자서전"
팔리지 않는 방송작가 다다노는 운 좋게 '효도전기'의 회장 효도 고자부로의 자서전 대필을 맡게 되었다. 무려 300만엔짜리 일이었다. 그런데 효도는 자신이 젊었을 때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다다노는 효도가 불륜 관계였던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다 여기고 효도를 협박하는데...

알고보니 어머니를 살해한건 아버지였다는 결말입니다.
그런데 효도가 다다노를 챙겨줄까?라고 생각하고 과거의 단편을 살짝 알려준 이유가 불분명합니다. 자신 탓에 연인이 죽고 자식이 불행에 빠졌다면, 자식에게는 나중에 금전적 보상을 해 주면 됩니다. 이렇게 사람을 가지고 놀 이유는 없어요.
'원망의 말은 합격, 협박은 불합격'이라는 기준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다다노가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진실이라 여기고 협박(?)하려 했던건 상식적입니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효도는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이니까요. 복수를 하지 않으면 뭐라도 얻어내는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협박했다고 아웃이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네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말버릇"
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으로 일하는 세키네 유키에는 이번 이혼 조정 신청 당사자인 기쿠타 요시미가 과거 고등학교 시절, 딸 나쓰코의 등교 거부 원인이었던 동급생이었다는걸 알아챘다. 유키에는 과거 우연히 마주쳤을 때의 요시미의 경멸하던 눈빛, 그리고 나쓰코가 소중히 모았던 저금통이 사라졌던 기억을 떠올리며 요시미를 까칠하게 대했다. 그러나 유키에의 말버릇으로 그녀가 누군지 알아챈 요시미에게서 충격적인 진상을 듣게 되었다...

'악의'가 내포된 드라마적 요소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특히 여성 내면 심리와 일상 속에서의 복잡한 관계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가쿠다 미쓰요고이케 마리코의 작품이 떠오르지만, 요코야마 히데오 특유의 명확한 반전이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요시미와 이혼 조정 중인 남편 기쿠타는 고등학교 때부터 커플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쓰코가 기쿠타를 유혹해서 잠자리를 가졌었고, 그 탓에 임신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임신한 나쓰코는 모든 돈을 긁어모아 중절 수술을 했고, 그 뒤 등교를 거부했었던 것이지요.
예상치 못한 반전이지만, 앞서 단서를 모두 제공해주고 있어서 잘 짜여진 느낌을 전해줍니다. 이혼 조정 과정에 대한 묘사도 흥미로왔고요. 질투와 분노가 뒤섞여 있는 심리 묘사도 돋보입니다.

그러나 요시미가 이미 다른 남자와 불륜 관계인 듯 보이는데 이렇게 당당한건 이해하기 어렵고, 내용 상 나쓰코의 시점에서의 묘사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좋은 작품으로 수록작 중에서 최고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제 별점은 3.5점입니다.

"오전 다섯 시의 침입자"
정보관리과 경부 다치하라가 관리하던 S현 경찰 홈페이지가 해킹당했다. 다치하라는 서둘러 페이지를 내리고 복구한 뒤, 방문했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입막음을 하러 나섰다. 해고당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자리 보존을 위해 사건을 없던 것으로 덮으려했지만, 경찰관의 본분과 자신이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깨닫는다는 작품. 해킹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상세히 다루지 않아 범죄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해커가 올려놓았던 프랑스어 문장을 통해 범인을 알아내는 부분은 추리물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한국인 독자가 알아채기에는 어려운 단서여서 애매합니다.
결국 이 작품은 범죄 수사 과정보다는 주인공의 내면 변화와 성찰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 할 수 있습니다. 제 별점은 2점입니다.

"조용한 집"
현민신보의 기자 출신 편집자 다카나시는 오보를 사과하기 위해 사진작가 스가이를 찾아갔다. 그러나 만나지 못해 연락처만 남겼는데, 그날 저녁에 스가이는 전화를 걸어와 정정 기사를 내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열흘 뒤, 스가이의 사체가 발견되었고 다카나시도 주요 참고인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다카나시는 그날 자신에게 전화를 건게 스가이가 맞는지 생각해 보는데...

편집부에서 벌어지는 다카나시의 좌충우돌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신문사 내의 긴장감 넘치는 상황은 흥미롭습니다. 여러모로 잔혹한 신문의 세계가 인상적이었어요.
추리물로도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문제는 트릭이 많이 허술해 보인다는 겁니다. 스가이의 불륜 상대 남편이 그를 살해한 뒤, 집을 찾아온 다카나시가 남겼던 명함으로 스가이인척 전화를 걸어 알리바이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열흘 전 사건이라면 사망시간을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확실한 알리바이라고 하기는 무리입니다. 경찰이 범인을 특정하기도 별로 어렵지 않았을 것이고요.

그래도 복선과 단서의 배치는 나쁘지 않고, 완성도도 준수한 편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비서과의 남자"
지사의 신임을 받는 비서과장 구라우치는 지사의 신뢰가 갑자기 떨어진걸 느꼈다. 새롭게 발탁된 젊은 피 가쓰라기의 수작이라 생각했다. 구라우치는 자신에게 돈을 빌리러 온 뒤 자살했던 무카이의 아내를 만나, 무카이의 동생이 무카이와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부풀려 투서를 했다는걸 알아냈다.

질투로 인해 비롯된 일상 속 악의와 인간의 내면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의 "말버릇"과 비슷합니다. 차이라면 중년 남성이 주인공이며, 현재를 인정하며 긍정적인 결말로 마무리된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런 결말이 훨씬 좋네요.
구라우치에 대한 투서를 올린게 하스네였다는 진상도 괜찮았습니다. 질투와 악의를 그려내는데 이만한 진상도 또 없을 듯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건의 핵심인 무카이와 구라우치의 관계입니다. 구라우치 입장으로는 무카이는 잠깐의 대화밖에는 없는 사이입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 '20만엔'을 빌려주겠다고 한 것은 분명 선행입니다. 무카이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없고, 이를 다른 사람이 비하할 수도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때문에 지사가 '사람을 잘못봤다'며 구라우치를 내치려 한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투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탓이 큽니다.
이런 점에서 약간 부족함이 느껴져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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