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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7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 1,2,3 - 에드 브루베이커 / 스티브 엡팅 / 최원서 : 별점 2점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 1 - 4점
에드 브루베이커 지음, 최원서 옮김, 스티브 엡팅 그림/시공사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가 법원 앞에서 저격당해 죽는다. 윈터솔저 벅키와 팔콘이 힘을 합쳐 죽음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는데...

"시빌 워" 직후, 아이언맨과의 싸움을 멈추고 체포당한 캡틴 아메리카가 살해당한 뒤 윈터솔저 벅키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작품. 레드스컬의 음모와 엮어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캡틴의 연인이었던 샤론 카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음모와 레드스컬이 노리는 것이 미국 대통령이라는 의외의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의 복선이 치밀하다는게 장점입니다. 주요 등장 히어로인 벅키, 팔콘, 블랙 위도우 등은 초인이라기보다는 전투에 능숙한 병사의 느낌이기도 해서 슈퍼 히어로물이라기보다는 하드보일드 액션 스릴러 느낌을 강하게 주는 점도 좋았어요. 쩌리, 또는 주인공 친구 정도의 역할로 보인 팔콘의 활약은 놀라웠고 마지막 레드스컬의 최후도 꽤 마음에 든 부분입니다.

그러나 왜 레드스컬이 과거의 캡틴 아메리카의 짝퉁을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는지(어차피 복면이면 부하 중 아무나 시켜도 되잖아요?), 샤론의 임신이 왜 그렇게도 중요하게 언급되는지, 닥터 둠의 기계를 어떻게 쓰려고 한 것인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점은 아쉽습니다. 다른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 같은데 이 작품 하나만으로의 완성도는 저해하는 요소였습니다. 이는 과거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최소한 레드스컬이나 졸라가 누구인지, 윈터솔저의 과거는 무엇인지 알아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슈퍼 히어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편이라 자부하는 저조차도 솔직히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렵더라고요.

아울러 작화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시크릿 인베이젼"보다는 나으나 굉장히 거칠고 올드한 느낌의 펜선은 영 적응이 안 될 뿐더러, 캐릭터가 누가 누군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탓입니다.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점. 내용 자체는 독특해서 뻔한 슈퍼히어로물에 질린 독자에게는 충분히 환영받을 수 있는 소재지만 한 편만으로 완결되기에는 부실한 작품이었습니다. 최소 2배 정도의 분량의 설명이 덧붙여졌어야 했습니다.

2014/07/16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 앤소니 & 조 루소 : 별점 3.5점

[블루레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 8점
앤소니 & 조 루소 감독, 스칼렛 요한슨 외 출연/월트디즈니

쉴드의 비밀 계획 진행 중에 닉 퓨리가 암살자에 의해 저격당해 사망했고,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는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이 모든 것이 하이드라의 음모라는 것을 알게 된 캡틴과 일행은 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싸움에 나섰지만, 캡틴의 앞을 옛 전우 버키가 "윈터솔져"라는 이름의 암살자로 돌아와 가로막는데...

출장 비행기에서 감상한 영화입니다. 마블 히어로 무비는 거의 전편을 빼놓지 않고 찾아볼 만큼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통 영화 볼 시간이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요. "아이언맨3"는 아쉽게 보지 못했지만...

여튼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벤져스 예고편에 가까웠던 전편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잘 만든 오락 영화입니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볼거리와 내용이 풍성했어요.

특히 단순히 선-악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조금 심도 깊은 음모가 펼쳐진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약간 스파이물 느낌도 날 정도로요. 또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배우가 선보인 알렉산더 피어스라는 인물 역시 1편의 레드 스컬보다 복잡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악역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사도우미를 쏴버리는 씬은 정말 압권이었네요.

아울러 "슈퍼 히어로"라고 부르기는 조금 미흡한 능력의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윈터솔져 버키와 팰콘의 활약이 적절하게 선보인다는 점도 돋보였어요. 캡틴의 방패를 활용한 액션도 전편보다 훨씬 멋지게 구현되어 있을 뿐더러, 블랙 위도우도 마지막 승부의 순간에서 보여주는 멋진 활약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윈터솔져가 펼쳐 보이는 무쌍난무도 명불허전이었거든요. 무엇보다도 최고는 팰콘! 슈트가 원작과는 다른 군용 장비라는 설정인데, 굉장히 설득력 있으면서도 화려한 액션이 아주 놀라웠어요.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없잖아 있기는 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팰콘이 갑자기 목숨을 건 모험에 뛰어든다는 것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의 목숨을 캡틴이 구해줬었다... 정도의 설정 정도는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또 피어스 역시 로버트 레드포드라는 대배우가 맡은 역 치고는 결말이 너무 많이 시시했고, 윈터솔져를 하이드라가 정확하게 어떻게, 왜 활용했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윈터솔져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던 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약간 재미가 반감되는 측면도 없지 않았습니다.

허나 터미네이터에게서 감정 연기를 기대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이런 영화에서 이런 세세한 부분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겠죠. 마블 히어로물의 팬이 아니더라도 즐길 거리가 풍성한, 충분히 잘 만든 액션 블록버스터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5점입니다.

2016/05/24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2016) - 루소 형제 : 별점 3점

5월 6일 금요일에 본 작품입니다. 리뷰가 늦었네요. 아이 유치원이 놀랍게도 휴원을 하지 않아 유치원을 보낸 뒤, 정말 오랫만에 와이프와 데이트를 즐기며 감상하였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세계관 작품입니다. "어벤져스" 시리즈답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지녔다는 미덕은 여전하고요. 거대 블록버스터답게 액션을 꽉꽉 채워 허전한 느낌을 주지 않으며, 액션이 이야기 전개와 적절히 어우러지는 각본과 분배도 좋습니다. 

  1. 나이지리아에서의 럼로우와 벌이는 일전 : 소코비아 협정을 둘러싼 어벤져스 멤버들 간의 내분의 시작
  2. 와칸다 국왕을 사망케 한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버키 체포 작전 : 소코비아 협정에 서명하지 않은 멤버들의 구금 등 압박 수위가 높아짐
  3. 제모에 의해 각성한 버키의 탈출 : 소코비아 협정 찬성파가 반대파인 캡틴을 추격하며 두 세력 모두 조력자를 모음
  4. 시빌 워 : 캡틴과 버키는 제모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동료들의 희생을 등에 지고 시베리아로. 워 머신은 중상.
  5. 캡틴과 윈터 솔져, 아이언맨의 승부 : 테러는 제모의 작전임을 토니 스타크도 알게 되지만 제모의 진짜 음모로 어벤져스는 분열함.

이런 식으로 긴 호흡의 이야기를 5개 정도의 대형 액션 시퀀스로 묶어서 설명해주니 이해도 쉬운데다가 재미도 놓치지 않아서 아주 좋았습니다. 신 캐릭터인 블랙 팬서를 위화감 없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엮는 솜씨도 놀라왔고요. 그것도 그냥 등장하는 게 아니라 캡틴과 버키, 아이언맨 다음의 비중을 보여주면서 멋지게 묘사되어 향후 시리즈를 기대케 만듭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액션씬의 완성도도 빼어납니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입을 모아 말하듯 공항에서의 "시빌 워"는 정말 압권이에요. 액션에서 각 캐릭터들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파워 밸런스도 잘 맞춰서 누구 하나 빠지지 않게 액션을 선보이거든요. 특히나 신캐릭터 스파이더맨" 통통 튀는 매력과 앤트맨이 자이언트맨으로 변하는 깜짝 액션이 아주 볼만했습니다.

빌런인 제모의 동기와 목적이 명확하고 계획 역시 치밀하게 그려진다는 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슈퍼 악당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제모를 통해 블랙 팬서가 한 단계 성장한다는 일종의 에필로그도 나쁘지 않았어요.

허나 문제가 없지는 않습니다. 캐릭터들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대표적인 것이 버키를 지나칠 정도로 애지중지하는 캡틴에 대한 설득력 부족입니다. 누군가에게 조종을 받았건 말건, 토니의 부모님을 잔혹하게 살해한게 버키가 맞다면 캡틴이 쉴드를 쳐 주는건 말도 안됩니다.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용서를 해 줄 수 있는건 토니이지 캡틴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찬성파와 반대파의 의견 대립도 딱히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찬성파 의견이 옳기 때문입니다. 슈퍼 히어로들 때문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정의를 위해서라지만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자연재해와 다름없는 존재들이니만큼, 엄격하게 관리되는 게 당연합니다. 핵무기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과 다를게 없어요. 이래저래 캡틴의 이기주의적인 생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불과해 보여서 영 별로였습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등장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너무 어리게 묘사된 듯 합니다. 물론 첫 등장은 고등학생이니 아주 잘못된 설정은 아닙니다. 그러나 작중에서는 고등학생보다 어린, 그냥 동네 꼬마로밖에는 보이지 않은 탓입니다.

이렇듯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만한 세계관의 블록버스터에서 더 바라면 안 되겠죠. 돈 쓴 느낌은 충분하고 볼거리도 많으며 재미도 놓치지 않은, 괜찮은 흥행작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2018/11/18

마블스 - 커트 뷰식, 알렉스 로스 / 최원서 : 별점 2.5점

마블스 - 6점
커트 뷰식 지음, 알렉스 로스 그림, 최원서 옮김/시공사(만화)

포토 저널리스트 필 셸던의 시각으로 바라본 마블 슈퍼 히어로 이야기입니다. 휴먼 토치가 첫 등장하는 1939년부터 시작하여 네이머와 토치의 사투, 2차 대전 후 영웅이 된 캡틴 아메리카와 다양한 영웅들의 등장, 엑스맨의 등장으로 시작된 초인들에 대한 공포, 갤럭투스의 침공,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 등이 필 셸던의 시선을 통해 전개됩니다. "마블스"는 필 셸던이 이 경이로운 능력자들을 부르는 자신만의 별칭이고요.

특징이라면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일반인 시선에서 바라본 슈퍼 히어로들의 경이, 두려움, 그리고 이를 이성으로 재단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뇌가 심각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일반인 시각에서 바라본 일종의 르포르타쥬 형태로 묘사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높고요. 여기에 탁월한 작화력의 소유자인 알렉스 로스의 그림이 더해진 덕분에 정말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그야말로 "현실감" 이라는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마블 세계관의 팬으로서는 휴먼 토치, 네이머,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판타스틱 4... 등 셀 수 없이 많은 마블 슈퍼 히어로들, 심지어 죠나 제이머슨과 벤 유릭 등이 등장한다는 점도 볼거리였고요.

그러나 액션이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다는 단점은 큽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르포르타쥬, 다큐멘터리 형식이 강한 탓입니다. 필 셸던은 사건이 벌어지면 휩쓸리는 군중 1 정도의 비중으로 모든 사건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 뿐이거든요. 사진작가다운 과감한 앵글(앤트맨을 밑에서 찍는 장면은 정말이지 최고입니다)은 나쁘지 않지만, 슈퍼 히어로물 다운 재미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필 셸던의 생각과 고뇌는 시종일관 동일해서, 뒤로 가면 갈 수록 지루해 진다는 것도 단점이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독특하기는 하나 재미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선뜻 권해드리기 어렵네요.

2021/01/01

더 마블 맨 - 밥 배철러 / 송근아 : 별점 2.5점

더 마블 맨 - 6점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한국경제신문

안녕하세요! 202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1년 첫 리뷰는 마블 슈퍼 히어로들을 탄생시킨, 슈퍼 히어로물의 아버지로 유명한 스탠 리의 전기입니다. 1922년 출생하여 2000년대 이후 마블 영화 카메오 출연까지 거의 전 생애가 설명되고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건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어야하는 상황이 그를 만화 작가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대공황의 여파로 '직장'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었고, 집안을 지탱할 가장 역할 수행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첫 직장 타임리 코믹스에 취직하게 된 건, 삼촌이 꽂아 주었던 덕분이었고 만화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잡일을 도맡았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 사장인 굿맨이 만화 사업이 돈이 된다는걸 깨닫고 영입했던 편집자 사이먼과 당대 최고의 작가였던 '잭 커비' 가 "캡틴 아메리카"를 탄생시켜서 큰 인기를 끌어 너무 바빠진 탓에, 스탠 리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로 작가 데뷔를 할 수 있었다네요. 천재의 위대한 첫 발이 순전히 낙하산에 운이 결합된 결과였다니 재미있습니다. 세상 사 다 뜻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이런 우연도 참 갚지다 싶군요.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출판 업계의 거물이자 스탠 리의 보스였던 굿맨의 전략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인기 있는 유행에 편승해서 그 유행이 끝날 때 까지 융단폭격하는 방식으로, 거의 언제나 큰 성공을 거둔걸로 나옵니다. 결국 굿맨과 마블은 결국 업계의 제왕이었던 DC를 능가하는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요. 삼성이 애플을 따라하는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인데, 역사가 증명하는 멋진 성공 사례인 셈입니다.

이후 굉장히 빠른 나이에 편집장이 되어 판타스틱 4, 스파이더맨, 헐크, 토르 등 인기 작들을 쏟아내며 자신과 마블의 독특한 창작법을 확립해 가는 과정도 흥미로왔습니다. 지금도 인기 많은 히어로들 탄생을 다루었으니 관심이 안 갈래야 안 갈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스탠 리의 방식을 요약하자면, 우선 이야기 개요 이전에 캐릭터를 확실히 설정하는 것, 그리고 이야기 뼈대만 구성하여 만화가들에게 주고, 그림 작업이 완성되면 글과 대사를 적어넣는 방식이 특징으로 설명됩니다.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네요.

그런데 이 방식을 따르면 만화가들의 역할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초창기 판타스틱 4를 비롯한 대부분 인기 작품들은 천재 작가 잭 커비가 기여한 바가 스탠 리 못지 않은걸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스탠 리는 커비 계약 종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마블에서 그를 쫓아내는데 힘을 보탠 것으로 보입니다. 잭 커비를 배제하고 자기 혼자 오롯이 각광받을 수 있도록 수를 쓴 거지요. 이 책에서는 둘의 결별은 오해와 판단 착오였을 뿐이며 잭 커비가 지나치게 돈을 욕심내었다는 식으로 스탠 리를 변호하지만, 그가 동료의 노고를 은근슬쩍 묻어버리고 혼자 영광을 독차지한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렇게 잭 커비를 쫓아낸 것 이외에도 스탠 리가 마블의 '더 맨' 이 되기 위해, 자신을 마블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기 위한 가열찬 노력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처음 출판사에 취직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결국 돈 때문이었다는 것도 씁쓸하고요. 회사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됨으로써 일자리를 보장받으려 했던 것이지요. 이는 군대에서 복무하면서도 타임리 코믹스 스토리 작업을 함께 해서 별도의 돈을 벌었던 등, 돈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강하게 보인 에피소드들로 설명됩니다. 어린 시절 경험이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만약 스탠 리가 풍족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면, 잭 커비와 마블에서 더 많은 걸작을 쏟아낼 수도 있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노력의 일환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마블의 '더 맨'이 되는데 성공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뒤 '작가'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더 큰 성공을 위해 기울였던 노력들은 모두 실패에 가깝다는게 이채롭더군요. '작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시도들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만화를 만든다'는게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거든요. 시도는 좋았지만 1960~70년대에 행하기에는 무리수였던 듯 합니다. 말년에 행했던 헐리우드 도전은 눈물없이는 보기 힘들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고요. 특히나 거대한 사기극이었던 SLM (Stanlee.net) 에 참여함으로서 거의 경력이 끝장날 뻔 했던 사건은 처음 알았네요. 그 외에도 실패하거나 사장된 기획은 수도 없고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성공하여 자리매김한건 어떻게보면 천운이 아닌가 싶어요.

이렇게 한 장르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인물의 명암, 성공과 실패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독서였습니다. 그러나 스탠 리에 대한 지나치다 싶은 변명, 방어는 거슬렸습니다. 기대했던 캐릭터들의 창작 비화도 다른 콘텐츠에 소개된 내용과 다른 이야기가 별로 많지도 않고요. 무엇보다도 이런 류의 책 치고는 거의 없다시피한 도판은 분명한 감점 요소입니다.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스탠 리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딱히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2/01/12

퍼스트 어벤져 - 조 존스톤 : 별점 2점

작년에 개봉했던 마블 히어로 영화입니다. 감상 직후 작성했던 리뷰가 날아가 버린 줄 알고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백업본을 찾아내어 늦게나마 올려봅니다. 줄거리 요약은 필요 없으시겠죠?

이 영화의 두 시간여 러닝타임은 크게 세 개의 단락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허약하지만 애국심은 넘치는 크리스 에반스가 신기술의 힘으로 캡틴 아메리카가 되는 과정을 그리는 초반부, 군 홍보 모델에서 벗어나 전쟁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중반부, 그리고 레드스컬과의 최후 결전을 다룬 후반부로요.

이 중 초반부는 제법 괜찮습니다. 허약하지만 애국심이 투철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크리스 에반스의 캐릭터를 여러 에피소드로 효과적으로 보여주며, 유머도 적절하게 삽입되어 있어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반부 이후의 전개는 심각할 정도로 별로였습니다. 레드스컬의 세계 폭격 계획으로 대표되는 지구의 위기가 전혀 실감 나지 않아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에요. 또한, 캡틴의 친구 버키와 덤덤 더간으로 대표되는 용감한 미군 병사들만 있으면 캡틴이 필요 없을 정도로 히드라 군단의 전력이 형편없다는 점도 몰입을 방해했고요. 대단해 보였던 코스믹 큐브와 그에 관련된 신무기들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고, 그런 신무기를 보유하고도 미군에게 처참하게 패배하는 히드라 군단을 보고 있으면, 레드스컬이 대체 무엇을 믿고 히틀러에게 반기를 들었으며 세계 정복을 꿈꿨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스토리가 별로여도 액션이 멋지다면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는 장르이기에 위와 같은 단점이 반드시 결정적인 결함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레드스컬이 명배우가 연기했든 말든, 액션만 멋지면 되는 것이죠. 그러나 기대했던 캡틴의 활약이 부족했기 때문에 액션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싸움을 잘하는 병사 수준의 느낌이랄까요? 특유의 방패 던지기 장면 몇 개만 볼 만했을 뿐, 조금 힘이 세고 높이, 멀리 뛸 뿐이라서 과거 홍콩 영화 "동방독응" 같은 작품과 비교해도 더 나은 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캡틴의 액션이 십수 년 전 홍금보, 원표가 보여줬던 액션과 별반 다를게 없다면, 이 영화의 가치가 대체 무엇일까요?

게다가 마지막 레드스컬과 캡틴의 1:1 결투는 정말이지... 휴고 위빙이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소모될 캐릭터는 절대 아닌데 말이죠.

밀리터리물과 슈퍼히어로물을 결합하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전쟁 장면도 부족했고 액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슈퍼히어로물이라는 점에서도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별점은 2점입니다. (초반부 3점, 중반부 1.5점, 후반부 1점의 평균입니다)

많은 분들의 평가대로, 이 영화는 단순히 거대한 "어벤져스" 예고편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조 존스턴 감독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히어로물인 "로케티어"를 연출한 감독이라 나름 기대했는데, 2000년대 이후 작품들이 부진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다행히 흥행에는 성공한 듯하지만, "어벤져스"와는 무관한 독립적인 스토리로 속편이 나오지 않는다면 더 이상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2015/10/01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Avengers: Age of Ultron) (2015) - 조스 웨던 : 별점 2.5점

제가 너무나 사랑해 마지않는 마블 슈퍼히어로 무비, "어벤져스" 2탄입니다. 이미 올해 초 개봉하여 폭풍 흥행한 작품이죠. "킹스맨"과 마찬가지로 뒤늦게 감상하게 되었네요. 다들 아시는 영화일 터라 줄거리는 생략합니다.

일단 러닝타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 영화치고는, 그것도 액션 블록버스터치고는 정말 길었기 때문입니다. 약 2시간 30분 정도인데 체감상 3시간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1, 2부로 나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어요. 덕분에 본전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질보다 양 아니겠습니까?

허나 늘어난 분량만큼 재미가 있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아이언맨 3",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같은 최근 흥행작들과 비교해 보면 이야기와 캐릭터 모두 허술하고 문제가 많았습니다. 긴 러닝타임 동안 쉴 새 없이 액션이 이어지긴 하지만 지루함이 앞서더군요.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를 엮어가는 과정의 부실함입니다. 울트론이 토니 스타크에게 반감을 가지고 기계들의 세상을 꿈꾼다는 설정은 더 깊게 다듬었어야 했습니다. 호크아이의 가정사, 블랙위도우와 헐크의 썸, 급작스러운 비전의 탄생 등 곁가지 이야기들도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고요. 신 캐릭터인 스칼렛 위치와 퀵 실버도 등장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퀵 실버의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한 퇴장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어요. 결국 이 모든건 마블의 다음 작품들을 위한 포석에 불과한 느낌입니다. 지나치게 심각하고 무거운 분위기도 별로였고요.

또한 울트론이 악역으로서 강력함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로키는 최소한 신이었는데, 울트론은 그저 깡통 느낌이거든요.

그래도 마지막 소코비아 결전은 약간의 유머가 살아 있었고, 어벤져스가 액션보다 시민 구호에 치중하는 모습은 현실적인 묘사로 인상 깊었습니다. 그동안 슈퍼히어로 영화가 간과했던 부분을 잘 짚어낸 장면이었지요. 대작 블록버스터다운 화려한 화면 구성도 볼거리는 확실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장대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인 탓에 완성도 면에서는 감점할 수밖에 없지만, 어벤져스 히어로들이 한 화면에서 함께 활약하는 모습만으로도 즐거웠기에 아예 폄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저냥 즐길 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추후 시리즈가 완성된다면 중간에 건너뛰어도 괜찮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퍼스트 어벤져", "아이언맨 2"처럼 말이죠.

2014/09/16

데어데블 : 본 어게인 - 프랭크 밀러, 데이비드 마추켈리 / 최원서 : 별점 2점

데어데블 : 본 어게인 - 4점
프랭크 밀러 글, 데이비드 마추켈리 그림, 최원서 옮김/시공사(만화)

데어데블의 전 애인 카렌이 마약에 빠져 데어데블의 정체를 킹핀에게 팔아넘겼고, 킹핀은 데어데블 맷 머독을 철저하게 파멸시켰다. 그러나 맷 머독은 불굴의 의지로 재기하여 복수에 나섰다...

이 바닥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작품이지요. 킹핀이 맷 머독을 파멸시켜 나가는 초중반부는 명성 그대로! 몰입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흡사 영화를 보는 듯한 구도와 전개가 인상적으로, 만화의 컷 그대로 영화를 찍어도 괜찮다 생각될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최고는 기자 유릭이 전화로 협박받는 장면인데 정말이지... 직접 보시라고밖에는 이야기 못하겠네요. 밑바닥이라 할 수 있는 헬스키친의 수녀원에서 재기하면서 옛 애인 캐런을 보듬는 맷 머독의 모습도 정말 명장면이었고요. 악역 킹핀의 카리스마도 압도적이라 이대로만 갔더라면 제 인생 최고의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완벽하게 말아먹고 맙니다. 킹핀의 목적은 물리적으로 맷 머독을 때려잡는 게 아니라, 그라는 인간을 속한 곳에서 완벽하게 파멸시키는 것이었고 본인 스스로도 맨손으로 데어데블을 제압할 수 있는데, 뭐가 아쉬워서 마지막에 뉴크라는 군인을 불러다가 헬스키친을 날려버리는 거대한 사고를 치는걸까요? 이미 초반의 목적은 달성한 거나 다름없는데 말이죠.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 뉴크를 막기 위해 어벤져스, 그 중에서도 캡틴 아메리카가 활약하는 부분은 작품의 정체성마저도 의심케 합니다. 막판에 뉴크가 생포됨으로써 킹핀이 궁지에 몰린다는 설정 역시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차라리 친구인 포기, 애인 카렌, 기자 유릭까지도 모두 킹핀이 파괴하여 발붙일 곳을 잃은 데어데블이 몸을 추스른 뒤, 킹핀에게 홀로 도전한다는 전개가 훨씬 나았을 겁니다. 혹 지더라도, 그리고 맷이 모든 것을 잃었더라도 최소한 자존심은 잃지 않았다 정도의 결말이었다면 충분했을 테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전력질주로 1위를 앞둔 우사인 볼트가 결승선 앞에서 쓰러진 시합 같은 느낌이에요. 용두사미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법이겠죠.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덧붙여, 뒷부분에는 본편에 데어데블의 의상 디자이너인 포터가 과거 글레디에이터라는 악당으로 데어데블과 어떻게 엮였는지를 알려주는 단편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꽤 볼만한 작품이기는 한데, 이 작품을 빼고 분량과 가격을 낮추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긴 하네요. 글레디에이터라는 악당이 딱히 비중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2015/03/06

비독 소사이어티 - 마이클 카프초 / 박산호 : 별점 3점

비독 소사이어티 - 6점
마이클 카프초 지음, 박산호 옮김/시공사

비독 소사이어티는 82세로 생을 마감한 비독을 기리기 위해 인종, 성, 연령, 국적을 가리지 않고 총 82명의 세계 최고의 형사들과 범죄 수사 과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신들의 능력을 범죄 해결을 위해 제공하는 일종의 재능기부 단체, 자원봉사 탐정들이라고 합니다. 단, 발생한 지 2년 이상이 지나 경찰의 공식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해당 사건의 조사에 응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공권력을 넘보지 않기 위해서겠죠. 사건 해결을 하더라도 그들의 이름은 빠지는, 철저하게 조력자 역할에 충실한 전문가들입니다. 쿨하고 멋있죠?

이 책은 비독 소사이어티 소속 수사관들이 가 요청받은 미해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다룬 논픽션입니다. 56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통해 수많은 사건과 수사관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세계 5대 프로파일러 중 한 명으로 셜록 홈즈의 재림이라 불리는 골초 프로파일러 리처드 월터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처드의 프로파일링은 신급으로 묘사되는데, 사건을 맡으면 범인 체포를 자신하며 "내가 범인이라면 익지 않은 바나나는 사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캐릭터성도 확실해서 독신주의에 엄청난 골초, 전자제품은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고 양복은 단 한 벌 뿐, 그런데 피아노 연주 능력은 뛰어난 음악가이며 모든 일에 시니컬한 천재로 묘사됩니다. 작중 표현 그대로 "셜록 홈즈와 싱크로율 9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20년 전 가족을 몰살시키고 도주한 존 리스트 사건 해결입니다. 리스트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어떤 차를 탈지까지 정확하게 예측해 내거든요. 폭주족 살인자 나우스에 대한 프로파일링도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정확했고요.
이러한 프로파일링 실력 뿐 아니라 "내가 듣고 싶은 것은 수갑소리야"라는 말로 대표되는 실질적 범인 검거 능력도 인상적입니다. 스콧 살인 사건에서는 자료만 보고 범인이 레이샤일 것이라 확신하며, "시체가 없으면 기소가 불가능하다"는 지방 검사에게 "현장의 혈흔은 누군가 죽었음을 충분히 증명한다. 피도 시체의 일부다"라고 설득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입니다.

이러한 능력은 개인적인 천재성으로 설명되기에, 그 비결이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살인자를 4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누는 "헬릭스 이론"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 분류를 통해 한밤중 마트에서 세 번 살해당한 브룩스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도 인상 깊고요.

그러나 다른 수사관들은 리처드에 비해 활약은 별로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협회를 만든 윌리엄 플라이셔는 사건 해결보다는 리더십을 갖춘 마당발, 얼굴마담 역할이며, 또 다른 중심 인물 프랭크 벤터는 과거 사진만으로 존 리스트의 현재 모습을 예측한 흉상 제작으로 유명세를 얻은 천재이지만 범죄 전문가라기보다는 예술가에 가까운 탓입니다.

해골을 통한 얼굴 복원, 실종 용의자의 현재 모습을 조각하는 일 등을 담당하므로 이야기 중심에서는 조금 비켜나 있지요. 비교하자면 천재 아이언맨이 리처드 월터, 리더십 중심의 캡틴 아메리카가 윌리엄 플라이셔, 과학보다는 신화 기반의 토르가 프랭크 벤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사건, 수사관, 수사 이야기는 모두 흥미롭습니다. 비독 소사이어티에 의뢰될 정도의 사건이라면 기존 경찰 수사로는 해결이 어려웠던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미제 사건을 천재들이 해결해 나간다는건 추리 소설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설정(예를 들자면 이런 작품)인데, 그게 실제 사건이라면 왠만한 소설 이상으로 흥미로울 수 밖에 없지요.

아울러 공소시효 없이 미제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는 미국 사법당국의 노력도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흉악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폐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몇몇 사건처럼, 사건 발생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DNA 감식 등의 수사기법 덕분에 진범이 밝혀진 사례도 있으니까요.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미제 사건을 부각시켜 해결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는데, "화성 연쇄살인" 같은 경우는 비독 소사이어티에 의뢰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랭크 벤터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화성 연쇄살인범의 몽타주는 철저히 가상이기에 현재 모습을 조각할 수는 없겠지만, 리처드 월터의 능력을 빌린다면 훨씬 정밀한 프로파일링이 가능할지도 모르니까요.

이처럼 재미와 가치를 지닌 책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논픽션과 소설의 중간적 형태를 띠고 있어 불필요한 묘사와 지나치게 장황한 설명은 읽는 데 부담을 줍니다. 다른 유사한 논픽션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인데, 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리처드와 프랭크의 천재성에 대한 묘사는 지나쳐서 오히려 거부감을 줄 뿐이고요. 차라리 이들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는게 더 나았을 거에요.

아울러 너무 극적인 성공 사례만 실려 있는 점도 좀 아쉬웠습니다. 프로파일링은 본질적으로 데이터와 직감에 기대는 작업인데, 100% 적중이라는 건 비현실적이니까요. 한두 건의 실패 사례가 들어갔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상자 속 소년" 사건의 진범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 것도 불만이며 부실한 번역과 교정은 정말로 큰 문제입니다. 인터넷 리뷰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인데, 18,000원짜리 책이라면 그에 맞는 완성도를 갖췄어야 했습니다. 초판 독자가 베타테스터도 아니고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입니다. 4점을 줄 수도 있었지만, 책의 완성도 부족으로 1점 감점합니다. 다만 범죄 분석과 프로파일링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는 매우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덧붙이자면, 대니 드비토가 운영하는 제작사가 비독 소사이어티 관련 영화 판권을 구입했다고 하는데,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리처드와 프랭크가 중심이라면 아마도 존 리스트 사건이 소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4/09/23

익스펜더블 2 (2012) - 사이먼 웨스트 : 별점 2점

익스펜더블 2 - 4점
사이먼 웨스트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데이지 앤 시너지(D&C)

지난 추석 연휴 때 감상했는데 리뷰가 늦었네요. 3편이 얼마 전 개봉했지만 2편도 보지 못했기에 선택하였습니다. 

뭐 스토리를 요약할 필요는 없겠죠? 그냥 제 또래 헐리우드 키드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액션 스타들이 떼로 몰려나와 악당들을 때려잡는다는, 팬 서비스 무뇌 팝콘 무비니까요.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의 농담거리였던, "코만도랑 람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를 뛰어넘어 코만도와 람보가 한편인데다가 텍사스 레인저 척 노리스, 존 맥클레인에 퍼니셔(돌프), 황비홍, 캡틴 아메리카(랜디 커투어) 등이 함께하니 더 말할 필요도 없지요. 저는 이 모든 콘텐츠를 발표 당시 실시간으로 즐겼던 세대이기에 너무나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코미디 영화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유쾌했어요.

아울러 별 의미는 없지만, 1편보다는 스토리적으로도 살짝 나아진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악당 두목으로 유니버셜 솔저이자 어벤져였던 장 끌로드 반담이 나와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점 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반담의 악역 연기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살짝 느끼한 악역을 너무나 잘 소화해서 깜짝 놀랐어요. 한편만으로 리타이어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죠.

허나 반담이 마지막 1:1에서 스탤론에게 쉽게 발리는 등 악역다운 강함이 그닥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1편에서와 같이 함께 팀을 구성하는 다른 악당들 - 에릭 로버츠, 돌프 룬드그렌, 스티븐 오스틴, 게리 다니엘즈 - 없이 스콧 앳킨스 한 명에게만 의지하는 건 불쌍하게 여겨졌습니다. 다른 부하들은 연방군의 짐 같은 존재들에 불과하니까요. 그냥 폭죽, 허수아비 수준이거든요.
또 스토리 상 복수극으로 흘러가는 과정은 불만스럽습니다. 왜 애초부터 다 죽이지 않았을까요? 이래서야 "나한테 복수하러 와~"라고 초대장을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공항 액션보다는 초반 중국인 부자 구해주는 액션이 훨씬 볼만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고요.

물론 이런 부분은 감수하며 보는 영화이니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딱 한 가지, 위난이 맡은 매기 캐릭터는 그야말로 단점 중의 단점입니다! 포지션이 여러모로 어정쩡하기 때문이에요. 러브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총질 잘하는 여자 캐릭터로 보기에는 캐릭터도 굉장히 약했으니까요. 차라리 정의의 올드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의 컨셉대로라면 린다 해밀턴이나 시고니 위버 정도가 나와줬어야죠! 중국 시장을 노린 거라면 이연걸 형님 분량이나 좀 챙겨주던가!

하여튼, 머리로 점수를 주는 영화가 아니라 가슴으로 보고 즐기는 사나이의 영화, 마초들의 액션영화이기에 별점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만, 제 별점은 2점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뇌를 좀 쉬게 해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단, 배우의 연기가 중요하다거나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절대로 보시지 마세요. 그 쪽으로는 바닥이 아니라 지하실 수준입니다.

2015/07/15

각시탈 - 허영만 : 별점 3점

각시탈 - 6점 허영만 지음/거북이북스

일본의 고위 관료를 응징하는 독립투사 각시탈의 정체는 주재소 사환으로 일하는 이강토였다. 각시탈 체포를 위해 일본은 검술의 달인 사까다 소위를 소환하는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출판사 (주)거북이북스와 함께 진행하는 한국만화걸작선의 열일곱 번째 작품.

"각시탈" 시리즈는 아주 어렸을 때 이런저런 단행본 등을 통해 몇 번 접했지만, 각시탈의 탄생을 그린 1화는 본 적이 없었기에 무척 반가웠습니다.

일단 허영만 화백의 작화는 명불허전이네요. 오래된 작품이라 투박한 펜과 붓으로만 이루어졌음에도 컷 하나하나의 짜임새와 액션의 역동성 등 뭐 하나 빠뜨릴 수 없을 만큼 대단합니다. 초기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요. 동지가 각시탈 대신 죽어간다는 서사 구조나, 사까다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얼음 위였기 때문에 사까다가 패배한다는 설정 같은 이야기 구성도 매우 뛰어납니다.

또 허영만 화백이 일찍이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것인지 영화적 컷 구성과 연출이 많이 보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마지막 사까다와의 대결이 대표적입니다. 닫힌 공간인 매운탕집에서 호수로 이동하는 과정, 사까다 머리에 주먹을 날릴 때 수박이 깨지는 그림과의 교차(몽타주), 사까다가 물에 빠져 사라지고 뒤집힌 얼음에 꽂힌 칼끝이 드러나는 디테일 등 장소를 입체적으로 넘나드는 전개와 구도 및 세세한 묘사가 정말로 영화적이거든요. 그냥 이대로 영상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정말 뛰어납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대항하는 독립운동을 하는, 이른바 애국심 넘치는 히어로는 캡틴 아메리카가 원조 격이겠지만, 각시탈은 그보다 노골적이지 않고, 흰색 두루마기를 비롯한 정체 은폐용 복면 각시탈이라는 코스튬, 특수능력인 태껸 등으로 정말 있음직한 우리의 슈퍼히어로를 구현해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디어만으로도 백만 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수십 년 세월을 뛰어넘어 얼마 전 TV 드라마로도 제작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우리 만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임은 분명합니다.

물론 각시탈이 몸을 숨긴 잉어 매운탕집을 사까다가 우연히 방문한다거나 하는 다소 어설픈 설정은 있습니다. 일본군 중위가 조선에 와서 혼자 잉어 매운탕을 먹으러 간다는건 아무리 맛집이라 해도 이상하니까요. 고증도 조금 애매한 편이고요.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은 느낌이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단점은 사소할 뿐, 각시탈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오히려 이 작품의 가장 큰 단점은, 단 한 권만 복간되었다는 점입니다. 시리즈 후속작도 계속 출간되길 바랍니다.

2010/05/06

아이언맨 2 (2010) - 존 파브로 : 별점은 2.5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편보다는 재미없었습니다. 아이언맨의 탄생과 정교하고 매력적이었던 악당 오버다이어 스테인으로 압축할 수 있는 1편에 비해 내용이 너무 많은 탓입니다. 죽어가는 토니 스타크, 스타크 가문에 복수를 꿈꾸는 물리학자 이반 반코, 토니 스타크의 경쟁업체 사장 저스틴 햄머의 군용 수트 개발, 워머신의 탄생, 쉴드와 어벤저스 등 여러 개의 이야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도 깊게 파고들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특히 이반 반코는 단지 아버지가 미워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복수를 꿈꾸다는 식이라 설득력이 약할 뿐더러, 캐릭터 표현도 진부하기 이를데 없더군요. 미키 루크라는 배우가 아까울 정도로 별볼일 없는 배역이었어요. 1편의 오버다이어는 스타크 부자 2대에 걸쳐 2인자였기에 1인자를 꿈꾼다는, 역할과 과정 모두 설득력있는 악역이었는데 말이지요.
그나마 이반 반코가 처음 등장하는 몬테카를로 자동차 경주장에서의 액션은 어쨌건 화면에서의 존재감만으로도 간지가 줄줄 넘치기는 했습니다. 문제는 막판 클라이막스에서 반코에게 수트를 걸치게 했다는 겁니다. 저스틴 햄머의 회사는 토니 스타크에 비하면 10년정도 뒤떨어지는 기술력의 소유자로 묘사되기에, 아이언맨이 햄머로이드를 다 쓸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결말이었을터라 긴장감을 느낄 수도 없고, 때문에 이반 반코와의 최후 대결도 밋밋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마디로 클라이막스는 액션과 결말 모두 실망스러웠어요.

초반부, 즉 이반 반코의 첫 등장 까지는 아주 괜찮았고 액션과 유머가 잘 조화된 전체적인 연출은 나쁘지 않았는데 욕심이 지나쳤습니다. 이야기를 간략하게 만들었어야 했어요. 이반 반코의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고, 저스틴 햄머는 2편에서는 이반 반코의 조력자 수준으로만 표현하여 워머신 이야기와 함께 통째로 들어내는 것이 더욱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머리를 비우고 보는데에는 아무 문제없는 액션 블록버스터임에는 분명합니다. 액션장면도 기대만큼 화끈하고요. 배우들도 미키 루크를 제외하면 호연을 펼칩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능청스러운 백만장자 연기도 여전히 괜찮고, 기네스 펠트로는 정말 아름답게 늙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스칼렛 요한슨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비현실적인 몸매는 영화를 즐기는데 큰 역할을 해 주거든요. 그 외의 마블 팬이라면 반가울 캡틴 아메리카 떡밥같은 요소들도 재미있었어요. 때문에 별점은 2.5점입니다.

3편에서는 좀 더 압축된 이야기와 함께 근사한 악당을 만들어서 깔끔한 재미를 전달해 주면 좋겠습니다.

2021/06/13

나이브스 아웃 (2019) - 라이언 존슨 :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할런 트롬비가 85세 생일 파티 다음 날, 칼로 목이 베어진 채로 가정부에게 발견되었다. 누군가 유명 탐정 브누아 블랑에게 사건을 의뢰했기 때문에 블랑이 수사에 함께 했다. 하지만 모든건 할런의 간병 간호사 마르타의 실수 때문에 할런이 꾸민 것이었고, 마르타에게 전 재산을 상속한다는 할런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사건은 마르타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웰 메이드 추리 영화로 유명한 작품이지요. 넷플릭스로 감상하였습니다.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잘 만든 본격 추리물이거든요. 구조도 정교하고, 복선과 단서 제공도 공정한 덕분입니다.

마르타가 실수로 할런에게 모르핀을 주사한 뒤, 할런이 그 실수를 덮기 위해 자살하고 그녀는 범인으로 몰리지 않게끔 수를 쓴게 초반에 등장하는 탓에 도서 추리물로 보였습니다. 자살로 위장하기는 했지만, 실수와 단서가 드러나자 그걸 덮고자 하는 마르타의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건 유산을 받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하자, 마르타를 살인범으로 몰려고 했던 할런의 손자 휴의 작전이었다는 결말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증거는 빈약하지만, 앞서의 이런저런 사소한 대사와 휴의 행동으로 정교하게 짜맞추고 있을 뿐더러, 휴의 작전이 실패하고 마는 결말까지 완벽했어요.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가 마르타의 '선한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도 아주 신선했던 발상이고요. 또 부족했던 증거는 휴의 자백으로 채워지는데, 이 장면에서 마르타가 거짓말을 하면 토한다는 특징을 활용하여 통쾌한 맛을 전해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제목 그대로 휴가 칼을 뽑아 들지만, 가짜 칼이어서 마르타 카브레라가 살아남고 결국 재산을 모두 손에 넣는다는 완벽한 해피엔딩도 제 취향이었습니다.

본격 추리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명탐정추리쇼도 확실히 선 보여 줍니다. 사실 명탐정은 현재극에서 제대로 그려내기 힘듭니다. 수사 기법이 발달한 탓입니다. 그래서 순수한 '추리' 영역으로만 승부해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의 브누아 블랑의 중반부까지는 실망스러웠습니다. 피아노 건반을 하나씩 치는 첫 등장부터, 온갖 현란한 대사를 떠벌이는 모습은 뻔한 과거 고전 시대 명탐정의 과장된 모습을 답습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추리라는걸 별로 보여주지도 않고요. 또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배우도 지적인 명탐정역에 별로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추리쇼 장면에서 이런 실망감을 모두 날려보내 줍니다. 멋진 추리력을 잘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샌님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힘과 행동력이 느껴지는 모습이 좋았던 덕분입니다. 기생충같은 가족들 앞에서 한 푼도 받지 못할거라고 시원하게 일갈하는 모습, 경찰에게 붙들린 휴 앞에서 유산은 모두 할런이 이룬 것이라고 비웃는 모습 등은 과거 명탐정들에게는 보기 힘든 멋진 퍼포먼스였어요.

이런 류의 영화에서 많이 보는, 유명 배우들로 이루어진 화려한 캐스팅도 볼거리더군요.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를 비롯하여 폰 트랩 대령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플로머 (아직 살아 계시다니!), 왕년의 호러 퀸 제이미 리 커티스, 마이애미 바이스 돈 존슨,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등이 관객을 즐겁게 해 줍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2시간이 훌쩍 넘는 긴 상영 시간은 너무 길었어요.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버지의 돈만 노리고, 그 돈에만 기대어 사는 트롬비 가족들의 모습은 뻔하고 진부했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설명도 지나쳤습니다. 이런저런 풍자와 조롱의 대상으로 여긴 듯 한데, 그런 장치까지 넣을 필요는 없었지요. 가족 수를 줄인다던가, 무능함과 불성실한 모습에 대한 설명을 줄였더라면 훨씬 좋았을겁니다. 또 휴가 나쁜 짓을 했다는 증거를 잡은 프랜이 그를 불러낸 뒤 무력하게 살해당한다는건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려는게 아니라, 비난이 목적이었다면 더더욱 그러하지요. 범인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 증거를 들이대는데 아무런 대책도 하지 않는다? 현대물이라면 휴대폰을 이용한 녹음이라던가, CCTV 등 다양한 대책이 가능했을텐데, 납득하기 어렵지요.

그래도 오랫만에 재미있는 추리 영화를 감상했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고전 본격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브누아 블랑이 등장하는 다음 작품도 보고 싶네요.

2011/08/22

시빌워 / 시크릿 인베이전 : 별점 4점 / 1.5점

Civil War 시빌 워 - 8점
마크 밀러 지음, 최원서 옮김/시공사
시크릿 인베이전 Secret Invasion - 4점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지음, 이규원 옮김/시공사

할인 판매가 떴길래 냉큼 구입해 읽은 시공 그래픽노벨 시리즈.

"시빌 워"부터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시의적절한 리얼리티 쇼 비판(?)에서 시작해 항상 궁금했던 초인들의 거침없는 자경활동에 대한 해결책으로 '초인 등록법안'이 발의되는 과정과, 그 법안에 대해 찬반으로 나뉜 초인들이 맞붙게 된다는 극적인 전개가 미려한 그림과 함께 박진감 있게 펼쳐져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도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라는 찬반 양측의 리더 아래, 찬성 측의 미스터 판타스틱, 행크 핌, 쉬 헐크, 센트리 등과 반대 측의 스파이더맨, 루크 케이지, 데어데블, 블랙 팬서, 골리앗 등 마블의 주요 캐릭터가 총망라되어 있어 팬으로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 외에도 영 어벤져스, 타이그라, 비전, 팰콘 등 수많은 히어로들과 '썬더볼트'라는 이름 아래 결집한 불스아이 등의 빌런까지 등장하니, 마블 팬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이벤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주요 이슈만 모아놓기는 했지만 스토리가 크게 튀는 부분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는 것도 강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시크릿 인베이전"은 아쉽기만 합니다. 거의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복제가 가능한 스크럴의 침입을 다루는데, 정작 스크럴의 계획이 무엇인지 애매해서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더군요. 일단 유전적으로 완벽히 복제가 가능하다면 능력도 동일하게 가져올 수 있으니 1:1 승부에서는 박빙이어야 정상인데, 그 부분을 애매하게 처리했고 애당초 "보디 스내처"처럼 천천히 잠식하여 장악하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텐데, 별로 유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변신도 하지 않고 정체를 드러낸 채 전면전을 벌인다는 계획도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종족의 위기에서 지구를 손에 넣으려는 계획 치고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요.

그 외에도 급작스러운 닉 퓨리의 등장이라든가, 마지막 마블 보이의 뜬금없는 상황 종결 장면, 와스프를 이용한다는 스크럴 반전 카드의 무가치함, 총질만 조금 했을 뿐인 노먼 오스본의 급부상과 권력 찬탈 등, 이 책만 놓고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너무 많습니다. 아무래도 전체 이슈를 한 권으로 요약하는 데 실패했달까요.

게다가 그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데생과 펜 터치도 거칠고, 구도 자체가 문제가 많아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이야기의 중심도 영 어벤져스와 이니셔티브, 코만도스 같은 신진 세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고요.

히어로와 빌런이 손을 잡고 거대 악과 맞서 싸운다는 아이디어는 좋았던 만큼, 차라리 스크럴이 복제한 히어로들을 무찌르기 위해 빌런들이 들고일어난다는 설정이 더 나았을 것 같네요. 한마디로 토니 스타크의 추락, 노먼 오스본의 권력 찬탈이라는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한 것 외에는 건질 게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시빌 워"는 별점 4점, "시크릿 인베이전"은 별점 1.5점입니다. "시빌 워"만 추천드립니다.

2012/12/15

어벤져스 (2012) - 조스 웨든 : 별점 3점

[3D 블루레이] 어벤져스 - 6점
조스 웨든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외 출연/월트디즈니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토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가 함께 로키와 외계 군단에 맞서 싸운다는 히어로 무비. 극장가를 강타한 메가 히트작이기도 하죠. 원래 이런 영화는 닥치고 극장에서 관람했었는데, 결혼하고 애까지 있다 보니 제때 챙겨보는 것은 불가능하더군요. 이제서야 뒤늦게 감상하고 포스팅 남깁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돈 들인 티도 확실히 날 뿐 아니라 대히트칠 만한 요소도 충분한 괜찮은 액션 오락 영화였습니다.

물론 단점을 짚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긴 합니다. 로키가 쉴드에 자발적으로 잡혔던 이유, 호크아이가 습격을 강행한 이유, 마지막 결전에서 헐크가 갑자기 이성을 찾은 이유 등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거든요. 메인 악역인 로키가 자칭 신이라면서 너무 약해 빠진 것도 밸런스에 문제가 있어 보였고요.

그러나 이런 영화에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있을까요? 매력적인 히어로들의 캐릭터도 도드라질 뿐더러, 액션 역시 충분히 즐거울 뿐 아니라 특수효과를 잘 사용한 임팩트 있는 영상도 넘쳐난다는 점에서 오락 영화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마지막 최종 결전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의 액션을 원테이크처럼 찍은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였어요. 거기에 더해 위트 있는 대사는 보너스와도 같고요. 그야말로 기대했던 그대로를 충실하게 영상으로 옮겨준 작품이라 생각되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