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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0

클락성 살인사건 - 키타야마 타케쿠니 / 김해용 : 별점 1.5점

클락성 살인사건 - 4점
키타야마 타케쿠니 지음, 김해용 옮김/북홀릭(bookholic)

아래 리뷰에는 진상과 트릭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자기장 이상으로 멸망을 앞둔 세계, 유령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탐정 미나미 미키는 파트노 시노미 나미와 함께 '클락성'으로 향했다. 수수께끼의 미녀 쿠로쿠 미카가 '스킵맨'이라는 유령을 퇴치해 줄 것을 의뢰했기 때문이었다. '클락성'은 그 이름처럼 거대한 세 개의 시계가 외벽에 설치된 저택으로,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나타내는 시계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밤, 클락성의 주인 쿠로쿠 박사와 박사의 동생 슈지가 목없는 시체로 발견되었고, 두 명의 목은 박사의 딸로 오랫동안 혼수상태였던 미온의 방에 놓여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서로 떨어진 관에 있던 두 사람을 살해하는 것, 그리고 입구를 마모루가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던 미온의 방에 잘린 머리를 가져다 놓는건 불가능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슈지의 아들 레이마와 박사의 아들 린, 그리고 결국 루카마저 죽고 마는데...


전자기장 이상으로 멸망을 앞둔 지구를 무대로, '유령'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탐정 미키가 '클락성'에서 일어난 괴 사건을 해결하는 SF 판타지 추리물. '물리의 다케야마'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잘 짜여진 물리 장치 트릭의 대가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데뷰작으로 메피스토 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국내 출간된지는 꽤 되었지만, 다소 유치해보이는 제목과 낯선 작가 이름 탓에 손이 가지는 않았는데 어딘가의 랭킹에서 추천하기에 구해보게 되었네요. 작가의 다른 작품인 <<인어공주>>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요.

그런데 작품은 대체 제가 뭘 읽었나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습니다. 제대로 리뷰를 쓰기 힘들 정도로요.
일단 유령이 등장하는 세계관과 물리 법칙을 따르는 본격 추리물은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지구 멸망을 앞두고 있었다 정도의 설정으로 충분했을겁니다. 뭔가 있어보였지만, 사실상 알맹이 없었던 다른 유치한 설정들 모두 없는게 차라리 나았고요. 멸망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인 12사도와 SEEM, 그리고 그들이 멸망을 막기 위해 찾는 '한 밤의 열쇠'라는 존재 등등은 모두 본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거든요. 미키가 유령을 잡을 수 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에요.
사건과 연관이 있던건 '클락성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모두 시간에 대한 유전병이 있는 도르 가문의 후손이며, 클락성은 일부러 시간에 대한 감각을 지우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정도였습니다만, 이 역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작위적인 설정이라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기대했던 트릭도 별볼일없었습니다. 거대한 세 계의 시개가 벽 면에 붙어 있는 클락성의 특징을 활용한 트릭이라는게 빤히 들여다 보였던 탓입니다. 즉, 서로 떨어진 두 관을 시침과 분침이 다리 역할을 하는 특정 시간에 이동했던 것이지요. 시간만 알면 단순 소거법으로 범인은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알리바이가 없는건 린 밖에 없었으니까요.
이 트릭은 아래와 같은 클락성에 대한 도판만 사전에 공개되었다면, 누구나 풀어낼 수 있었을겁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도 권말 해설을 통해 똑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추리의 묘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도판을 보지 말라고요. 반대로 말하자면, 등장인물들의 추리력이 형편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들은 클락성을 실제로 보고, 잠시 머물기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거대한 시계 바늘이 과거와 미래의 관을 오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걸 떠올리지 못하니까요.


시계 트릭보다는 차라리 범인은 린이 아니라 미키라 주장하는 미온과 나미의 추리 대결이 더 볼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되는, 박사와 슈지의 머리를 잘랐던 이유에 대한 추리가 괜찮았거든요. 범인이 두 개의 관을 시계 바늘을 이용하여 오가기 위해서는 특정 시간에만 시계 바늘로 만들어지는 길이 열리고, 그건 처음 길이 열리고 나서 2시간 뒤라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런데 범인 린은 아날로그 시계를 볼 줄 몰랐고, 클락성 안에는 시계도 없어서 첫 범행에서 시계의 목을 베어 가지고 왔다고 추리합니다. 시체의 안구가 2시간 지나면 변하는 법의학적 상식을 이용했기 때문이라나요. 제가 여태까지 보아왔던 시체 훼손 추리물에서 손에 꼽을만한 독창적인 동기였습니다. 얼마전 소개해드렸던 엽기 토막 살인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들 랭킹에서 언급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에요.
문제는 이 추리에도 헛점이 많다는 겁니다. 구태여 시체의 목을 벨 필요는 없었습니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바늘의 위치만 확인해도 되었을 일이니까요. 린이 아날로그 시계를 볼 줄 몰라서 범인이 될 수 없다고 하는 미온의 주장도 마찬가지로 현실적이지 않아요. 거대한 시계가 붙어있는 집에서 태어나 자라온지 십년이 넘었다면, 시계를 볼 줄은 몰라도 그걸 이용하는 방법은 충분히 알 수 있는게 당연하잖아요?

미온이 루카와 린의 모친이었다는 일종의 반전도 불필요했을 뿐더러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린의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는건 알겠어요. 하지만 누나였어도 돼잖아요. 어린 소녀를 근친상간으로 임신시켜 출산하게 했다는건 지나치게 극단적인 설정이었어요. 불쌍한 루카를 죽인 이유도 모르겠고, 결국 세계가 멸망하는 건지도 알 수 없는 결말도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절판된게 당연하다 싶은 망작이었습니다. 중고 가격이 상당한 편인데, 절대 그만한 값어치는 없습니다.

2006/09/02

메종 잇코쿠 - 다카하시 루미코 : 별점 5점

메종일각 신장판 15 - 10점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메종일각 (메종 잇코쿠)라는 허름한 하숙집(?)을 무대로 하숙생(?)인 고다이와 관리인 오토나시 교우코의 사랑 이야기.

단순히 내용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뻔합니다. 별볼일 없는 주인공에게 계속 여자가 생겨서 3각, 4각관계로 까지 발전하는 전개와 캐릭터, 설정 모두요. 3류 대학 출신에 변변한 직장도 없고 그다지 잘생기지도 않은 주인공 고다이는 80 ~ 90년대를 넘어 현재진행형인 스테레오 타입 주인공의 원형에 가까우며 이 주인공이 그에게 과분한 여러 미녀들, 교우코를 비롯하여 고즈에, 야가미 등과 얽히는 과정과 전개 모두 뻔하기 그지 없거든요. 부잣집 아들이자 본인 자신마저 외모와 능력 모든 면에 있어 뛰어난 라이벌 미타카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발표 시기를 감안한다면이 작품이 이러한 뻔한 설정의 원조격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기에 이러한 비난 자체가 타당하진 않겠죠. 외려 지금 발표되는 러브 코미디물과 비교해서도 뒤떨어 지지 않는 시대를 뛰어넘는 감각 같은것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주인공 고다이가 작품 끝까지 별볼일 없다는 것. 갑자원에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농구로 전국제패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지금 보아도 무척이나 현실적이면서도 신선합니다. 거기에 등장인물들 모두 약점이 있다는 전제하에 나름 현실감 있게 내용이 진행되는 것도 굉장히 와 닿고요. 그리고 전에 쓴 적이 있던 오렌지로드의 아유카와 마도카와 대립각에 서 있는 여주인공 -그야말로 "성인"인- 오토나시 교우코가 특히 인상깊었었죠. 미망인이라는 설정이 이러한 느낌을 주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현재의 귀여운 "누님" 캐릭터의 원형을 제시해 주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핸드폰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오로지 만남과 대화, 혹은 편지나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서만 사랑이 진전되어 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세밀하고 루미코 여사 특유의 개그와 유머 속에서도 점차 가슴저린 느낌을 가져다 주는, 80년대 아날로그 러브 코메디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카하시 루미코 여사 작품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나보다 오래 살아요"는 정말이지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 80년대 베스트 명대사를 꼽으라면 분명 꼽힐만한.

21세기가 된 지금에야 많이 빛이 바래었을 수도 있지만 언제 어떤 편을 읽어도 저에게는 옛 추억과 더불어 항상 가슴 뭉클함을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2016/11/26

검색, 사전을 삼키다 - 정철 : 별점 2.5점

검색, 사전을 삼키다 - 6점
정철 지음/사계절

네이버, 다음 카카오에서 웹 사전을 만들고 있는 정철씨가 쓴 사전과 검색에 대한 책입니다. 사전에 대한 개괄 및 간략한 사전의 역사, 사전 역사에 있어 활약했던 유명 편집인과 저자들이 소개된 후 사전과 검색의 차이와 검색을 어떻게 구현하는지에 대한 간략한 이론과 저자의 경험, 그리고 검색의 문제와 미래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는 구성입니다.

사전의 역사는 분량상 큰 변곡점만 짚어주지만, 개요를 이해하기에는 괜찮은 수준입니다. 무엇보다도 검색 전문가로서 사전을 만드는 방법을 디테일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장점은 큽니다. 실체를 감잡기 어려웠던 '말뭉치(코퍼스)'를 활용하여 어떻게 사전을 만드는데 응용하는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말뭉치는 빈도와 분포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예문을 뽑기도 좋고, 저빈도 사용례를 찾아 사전에서 제시하는게 가능해졌다는군요. 그러면서 서울대학교의 꼬꼬마 세종 말뭉치 활용 시스템과 같은 사이트도 알려주는 식으로 제공되는 정보도 풍성해서 마음에 듭니다.

과거 '백과전서'와 현대의 '위키 백과' 모두 마찬가지로 토론과 논쟁이 사전 편찬의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는 것도 새겨 봄직 합니다. 실시간성, 정보의 진위 여부, 언론 통제 등을 극복하기 위해 당연한 방법이고, 앞으로의 사전은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당연해 보이네요.

검색 엔진의 검색 방법론인 '색인'에 대한 설명은 이런 저런 컨텐츠에서 많이 접해보기는 했지만 '넘나드며 읽기' 방식을 극대화했다는 이론은 독특했습니다. 책은 원래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고, 무의미한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 되는 매체이다. 검색 역시 지식을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지식과 지식 사이를 점프하며 둘러볼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라는 발상이 신선했던 덕분입니다. 이게 정답이다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요.

이후 검색이 진화하면서 랭킹 시스템이 도입되고, 야후에서 다단계 트리를 만들어 수작업 랭킹 시스템을 만든 후, 구글이 페이지랭크로 천하 통일을 이루었다는 내용도 재미있었습니다. 많이 인용된 논문이 좋은 논문이듯이 많이 링크된 페이지가 좋은 페이지라는 아이디어였다는데 참 그럴듯해요. 물론 지금은 단순 링크는 많이 사라졌고 다른 복잡한 방법론이 도입되었으나, 누구나 알 수 있고 그럴듯하며 아날로그 시대로부터 증명된 것이야말로 진실 그 자체라는건 변함없는 사실인 듯 합니다.

아울러 검색과 큐레이션 서비스의 비교는 제 현업에서의 고민거리와 조금 유사한 부분이라서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큐레이션은 검색보다는 우연, 세렌디피티와 인스퍼레이션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은 공감이 갑니다. 실제 개발을 위한 알고리즘, 서비스 방식에 있어 단순히 이렇게만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요.

그리고 네이버, 다음카카오 모두에서 검색 서비스를 기획 개발한 개발자로서의 경험담도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네이버 사전을 쓰지만 다음에는 다음 사전도 한번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전의 미래와 좋은 검색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고요.

이렇듯 재미있는 부분도 많고, 또 개인적으로 '백과사전'과 같은 형태의 책을 좋아하며(사전, 시대를 엮다와 같은 책을 찾아 읽을 정도로), 예전에 전자사전 제조사에서 근무한 적도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한 권의 책으로서의 완성도가 부족한 탓입니다. 저자의 개인 블로그, 개인 글을 두서없이 편집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저자 스스로 아카이브를 만들고 DB화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목차, 순서는 그닥 정리되어 있지 못합니다. 사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검색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유명 사전 편집자를 소개하는 식입니다.

수록된 내용도 검색 방법론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비전문가가 쓴 티가 난다는 것도 역력합니다. 특히 사전의 역사에 대한 부분이 심한 편이에요. 전문 사학자가 아닌 만큼 한계는 명확했겠지만, 이럴 바에야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해서 책을 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덧붙이자면 저자가 제기한 문제점, 국내에서 종이 사전이 사라지고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만 제기할 뿐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쉽습니다. 개인으로서 한계야 있었다 하더라도 이 정도 책을 출간할 만한 위치와 경력의 소유자가 현실적인 문제만 이야기하는 것은 좀 부족했다 생각되네요. 특히 이 문제는 제가 전자사전 업체에서 근무했던 거의 10여 년 전부터 불거진 문제인데 해결책이 전혀 없이 현재까지 흘러왔다는 점에서는 심각해 보이는데 말이지요.

결론내리자면 재미도 있고 건질 거리도 있지만, 아무래도 보다 심도 깊은 지식을 얻기 위한 시작점, 진입점 역할에 가까운 책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2026/02/21

잔혹한 여로 - 야마무라 미사 : 별점 2점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에서 거주한 적이 있을 정도로 우리와 인연이 있는데,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일본 여성 추리작가 야마무라 미사의 초기 단편집입니다. 설 연휴 때 원서로 읽었습니다. 

모두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의외였던건, 수록작 중 세 편은 트릭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통파 본격 추리물이라는 점입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특히 "공포의 연하장"이 아주 괜찮습니다. 트릭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겨진 유류품을 통해 피해자는 당첨된 연하장을 상품인 우표와 오전 9시 이후에 교환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유력한 용의자인 거래 증권회사 직원 가사하라는 오전 8시 40분에 출근했다는 철벽의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연하장은 가사하라가 보냈지만, 사전에 당첨 유무를 아는건 불가능해서 미리 알리바이를 만들 수도 없고요.
다카기 경부는 연하장에 소인이 없는 점(연하장은 12월 22일까지 접수분은 1월 1일 도착 보장이라 소인이 찍히지 않음)에 주목해서, 빌견된 당첨 연하장은 가사하라가 사건 당시에 가지고 간 것이라고 추리합니다. 당첨 연하장을 가사하라가 미리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증권회사가 직원에게 연속 번호의 연하장 500장을 주는 전통 때문이었습니다. 연하장 추첨에서 최하등 우표는 100장당 반드시 3장 당첨되므로, 가사하라는 보내지 않고 남겨 둔 100장의 연속 번호 연하장만 있어도 반드시 당첨 엽서를 확보할 수 있었지요. 즉 가사하라는 당첨 번호 발표 후 보관 중이던 연하장 중 당첨된 것을 고른 뒤, 사건 당일 피해자 집에 들고 가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집에 있던 자기가 보낸 진짜 연하장과 바꿔치기했던 겁니다. 상품은 따로 교환해서 시체를 발견하러 갔을 때 몰래 피해자 주머니에 넣었고요.

이렇게 일본의 연하장 풍습과 증권 회사의 전통 등을 잘 결합하여 만들어 낸, 최근 본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멋진 트릭입니다. 완벽한 알리바이였지만, 가사하라가 원래 피해자에게 보냈던 연하장이 드러나면서 범행이 밝혀지는 결말까지 깔끔합니다.

피해자와 가사하라의 육체 관계와 같은 불필요한 설정과 진짜 연하장이 발견되는건 순전히 운이었다는 단점은 있지만, 이 정도면 별점 4점도 충분한 수준입니다.

"검은 테두리의 사진"은 오사카로 출장간 범인이 전날 사진으로 찍어 두었던 방송이 오사카에서는 그날 방송된다는걸 알고난 뒤, 전날 찍었던 사진을 알리바이에 이용한다는 도서 추리물입니다.
사실 트릭이 대단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우연과 운이 지나치게 많이 좌우되는 전개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도쿄와 오사카에서는 같은 방송이라도 방송하는 채널이 다른데, 경찰이 이를 눈치채고 체포한다는 결말도 설득력이 약했고요. 앞서 범인 오사와는 '화면만 사진에 담았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으니까요. 채널 다이얼이 어떻게 보였다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결말에서 호텔 종업원이 오사와의 알리바이를 깨는 증언을 했다고 증언했다니, 사진 따위는 아무런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사실 사진은 다른 사람이 찍어줄 수도 있으니, 애초에 그리 탄탄한 증거라고 하기는 어렵지요.

그래도 TV를 찍은 사진을 알리바이에 사용한다는 설정만큼은 독특해서 눈길이 갑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아날로그 방식인 덕분입니다. 시대를 초월하지는 못했지만, 시대상을 잘 반영한건 분명합니다.

"죽은 자의 손바닥"에서는 셀로판지를 이용하여 이미 죽은 사람의 손바닥 도장을 찍는 트릭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위의 두 편 보다는 별로에요. 범죄물, 수사물, 추리물의 모든 측면에서 기대 이하거든요. 경찰의 추리는 근거없는 첫인상에 기반하고 있고, 범행 방법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탓입니다.

그런데 위의 세 작품을 제외하면 다른 작품은 모두 추리물로 보기도 어렵고, 내용도 그냥저냥합니다.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어요. 간략하게 소개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잔혹한 여로"는 일종의 범죄 반전물입니다. 진범이 드러난 뒤 진범마저 개미지옥에 빠진다는 마지막 부분은 꽤 그럴 듯 합니다. "50퍼센트의 행복"은 오래 전 친자 감정 방식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볼만했던 치정 드라마이고요. 그러나 두 작품 모두 지금 시점에 읽기에는 너무 뻔합니다. 결말도 안이하고요.

"고독한 증언"은 일본항공 123편 추락 사고를 떠오르게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가사이 나오미의 증언을 회사측, 유족측이 제각각 제멋대로 유리하게 이용하려 한다는 내용이지요.
설정은 나쁘지 않지만 나오미의 고뇌를 심도깊게 다루지도 못했고, 밝혀진 진상 - 폭탄 테러 - 도 설득력이 약하며, 가사이 나오미가 결국 자고 있었다며 입을 다무는 결말도 영 아닌 탓에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살의의 축제"는 오래전 살인 사건의 범인이 공소 시효가 지난 뒤, 돈으로 진범을 날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동기가 되는 살인범으로 몰린 사람은 가족마저도 영원히 떳떳하게 살아갈 수 없는 일본의 분위기 묘사, 그리고 당시 범인과 유족 측 인물들이 당시 상황을 복잡하게 밝히는 결말은 꽤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미 국내에 소개된 걸 읽은 바람에 다소 김이 빠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2점입니다만, 잘 모르는 작가의 진면모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독서였습니다. "공포의 연하장"만큼은 국내에 소개되면 좋겠습니다.

2010/11/17

심야 플러스 원 - 개빈 라이얼 / 최운권 : 별점 3점

심야 플러스 원 - 6점
개빈 라이얼 지음, 최운권 옮김/해문출판사

2차 대전 당시 '칸톤'이라는 암호명으로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도와 활약했었던 영국인 루이스 케인은 옛 동료였던 변호사 멜랑의 의뢰를 받았다. 대부호 마간하르트를 리히텐슈타인까지 호송해 달라는 의뢰였다. 그러나 보디가드로 고용된 케인과 유럽 No.3의 총잡이 하베이, 마간하르트와 그의 비서 재먼이 떠나는 여정은 단순한 호송이 아니었다. 곧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킬러들이 등장하고 경찰의 추적도 시작되는데...

개빈 라이얼의 1급 서스펜스 스릴러 소설입니다. '호송' 이라는 특이한 주제도 좋지만,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주인공이자 호송의 중심 인물 루이스 케인이 과거 레지스탕스 때의 다양한 경험과 인맥을 살려 난관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정말로 생생한 덕분입니다. 알콜 중독과 싸우는 총잡이 하베이의 캐릭터 역시 묵직한 매력을 전해주고요.
또한 자신의 머리와 몸에 의지하여 상대방 킬러들과 두뇌 싸움을 벌이며 위기를 벗어나가는 과정에서의 서스펜스도 대단합니다. 고전적이면서도 아날로그적이라서 고전 명작의 향취가 물씬 납니다.

험난한 호송 과정의 묘사 뿐인 단순한 모험 서스펜스 스릴러에 머물지 않는다는 장점도 큽니다. 리히텐슈타인으로 향하는 마간하르트의 '목적'과 그에 따르는 반전이 여러 개의 복선을 통하여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는 정교함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손에 땀을 쥐면서 읽었습니다.
그 외의 묘사들, 특히 프랑스에서 리히텐슈타인까지 유럽 대륙을 관통하는 여정의 디테일 역시 재미를 더해 주는 요소입니다.

그러나 범인의 계획이 허술하다는 약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무려 1천만파운드라는 돈이 걸려있는데(1파운드 = 2,000원으로 계산하면 무려 2백억원!), 마간하르트를 죽이기 위해 벌이는 작전이 너무 쪼잔하고 스케일이 작기 때문입니다. 호송의 중간 과정에서 케인 일행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준 것도 의문이고요. 마지막으로, 마간하르트가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었다면 범인의 계획은 실패하였을 것이라는 점에서(합법적으로 주주 모임을 연기할 수 있었을테니) 운에 기댄 측면이 많다는건 분명 단점이겠지요.

하지만 고전적이고 묵직한 스릴러의 참맛을 잘 전해주는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0/03/04

증강현실 게임이라...


이거저거 자료를 찾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원문은 여기서 확인하세요.

소개된 게임 중 눈에 들어온 두가지 게임을 퍼옵니다. 첫번째 플레이스테이션 용 카드게임은 아날로그 게임을 디지털로 구현하여 그야말로 현실을 디지털로 끌어들인 모범사례라 생각되며 두번째 아이폰 게임은 단말 특성을 잘 살린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첫번째와 두번째를 믹스한 예전 "바코드 파이터"의 진화판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싶더군요. 첫번째 게임처럼 특정 코드에 따라 변하는 가상세계라는 컨셉 하에 아이폰 카메라로 바코드를 찍으면 게임내 내 무기의 능력치가 정해지고 이 능력치에 따라 두번째 게임처럼 아이폰을 이용한 상호 대전을 벌이는 것이죠.

두번째 게임과 동일하게 카메라를 이용한 FPS 방식 게임이라면 무기의 연사속도, 탄알 수, 조준경의 범위 등에 대해 바코드에 따라 능력치가 계속 바뀌는 것으로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물론 너무 강한 무기가 계속 유지된다면 게임이 발전이 없으니 강한 무기일 수록 내구수명이 짧다는 제한을 둔다던가, 같은 제품의 바코드라도 랜덤하게 무기 형상이 바뀐다던가 (착검형태 등) 오발해서 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던가 등의 디테일을 삽입해도 좋겠죠.

어쨌건 만드실 생각 있으신 분 계시면 연락주세요~ 기획자 여기 한사람 있습니다~^^

2019/11/24

엘데가인 - 인도하는 신 1~3 - 츠부라 히데토모 : 별점 2.5점

아먀야데와 루아이소테라는 두 제국이 10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날개달린 용족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소년 장은 우연히 루아이소테의 비행정에서 떨어진 류미르라는 소녀를 만났다. 그녀는 '엘데가인'의 비밀을 알고 있는 불사신 소녀로, 스스로 세계의 지배자가 되려고 하는 루아이소테의 가로우즈 준장이 노리는 탓에 다시 납치되었다.
모진 고초를 겪던 류미르를 장이 대활약하여 구조했지만, 엘데가인의 기동을 멈추기 위해 찾아간 죽음의 섬에서 결국 장은 죽고 류미르는 가로우즈에 흡수되고 말았다.

강대한 힘을 손에 넣은 가로우즈는 세계를 멸망시키고 모든 동식물을 스스로 만들어내어 새 시대의 창조주가 되려고 나섰고, 용족이 초능력으로 가로우즈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상황에서 장은 류미르의 아버지의 도움으로 재생되어 가로우즈와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데....

츠부라 히데토모의 판타지 액션 만화입니다. 국내에서는 잊혀진 전설의, 비운의 명작 쯤으로 추억되고 있는 덕분에 절판된 국내판 해적판의 중고가가 엄청난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지요.
"우주 영웅 전설"과 "사일런트 메비우스" 정도만이 그나마 이름을 남긴 가도카와 계열의 월간 코믹 COMP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고등학생 때인가.... 강남 고속 터미널에 있었던 일본 서적 판매 서점에서 단행본으로 구입해 보았던 책인데, 우연찮게 다시 보게 되어 리뷰를 남깁니다.

그런데, 솔직히 다시 보니 '잊혀진 비운의 명작'은 절대 아닙니다. 전형적인 '보이 미트 어 걸' 이야기의 재탕이니까요. 게다가 "라퓨타"나 "미래소년 코난"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기도 했고요. 여주인공 류미르가 강력한 힘을 가진 인간형 로봇과 함께 엮여 있으며, 그녀가 기묘한 최종 병기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설정은 이 두 작품과 판박이입니다. 현재의 세계는 과거의 고대 문명이 멸망한 뒤의 세계라는 설정, 판타지와 SF가 기묘하게 섞여 있는 묘사들도 '미야자키 월드'의 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고요. 심지어 지배자인 '흑룡'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 힘을 자신이 손에 넣어 세계를 자기 뜻대로 하려는 가로우즈 준장 역시 '무스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형적인 미야자키 악당입니다.

물론 미야자키 월드와의 분명한 차이점은 존재합니다.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장이 '순동술'이라는 기술을 쓸 수 있는 초능력자로 액션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의 형인 소시유와 시안 등 술사 동료들, 가로우스와 루아이소테 제국의 술사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초능력자들의 대결은 별다른 새로움을 주지는 못합니다. "바벨 2세"이후 "초인 로크" 등 수많은 작품에서 반복된 것을 또 보여줄 뿐입니다. 오히려 가로우즈가 마지막에 융합한 류미르와 분리되며 '칩'을 잃은 뒤 살아있는 고깃덩어리같은 형태로 폭주하는 장면 등에서 당대에 큰 충격을 안겨다주었던 "아키라"의 영향만 강하게 느껴지고요.

이야기도 많이 허무합니다. 달랑 3권 분량인데, 1권과 2권에서는 장이 납치된 류미르를 구한다, 다시 류미르가 납치된다, 그녀를 다시 구해온다, 다시 납치된다...만 반복되며 3권에서는 가로우즈와 장이 파워업하여 일기토를 벌이는 내용이 전부라 밀도가 높다고 할 수 없으며 독특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술사들의 개성을 모두 다 잘 살렸다고 보기도 힘듭니다.

그래도 지금도 가끔 회자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인상적인 작화 때문일 겁니다. 꼼꼼한 펜터치가 돋보이는 정성 가득한 아날로그 시절의 작화로 작가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 작화로 그려낸 액션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에요. 정말 손으로 한 땀 한 땀 그려내고 있거든요. 주요 등장인물 및 몬스터까지 아우르는 캐릭터 디자인도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류미르가 굉장히 귀엽게 묘사되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요. 류미르의 매력이 작품의 절반 이상은 충분히 차지한다고 생각되네요. 솔직히 3권에서 장이 파워업한 뒤 급작스럽게 성장한 외모는 전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요.

지금 읽기에는 많이 낡았고, 시대를 뛰어넘을만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신인급 작가가 정성들여 그린 작화와 통통 튀는 매력이 넘치는 등장인물들, 화려한 액션 모두 평균 이상이지만 기본적인 이야기에서 참신함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시대에 이름을 남기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느끼게 해 주네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2009/04/14

율리스나르당 '체어맨'

 저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남자들은 다 비슷하겠죠? 정교하면서도 태엽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 어떻게 보면 "장난감"이라고도 할 수 있어서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아날로그적인 느낌도 굉장히 끌리는 부분이고요.


이러한 꿈을 가진 저같은 사람을 위한 재미난 스마트폰이 등장했기에 몇자 적어봅니다. (기사원문보기)


이 제품은 1846년부터 오랫동안 시계를 만들어오던 스위스의 유명 명품 시계 메이커 율리스나르당의 기계식 하이브리드 스마트폰 "체어맨"으로, 기계식 시계의 명가답게 태엽을 감아 사용 에너지의 일부를 얻을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을 구현한 럭셔리 스마트폰입니다.

- 7.1cm(2.8인치) 멀티터치스크린
- 보안을 위한 지문 인식 기능
- 500만화소 카메라
- Wi-Fi 지원
- 키네틱 로터 시스템
- 로즈 골드, 로즈 골드&블루, 로즈 골드&스틸, 스텔스 블랙, 스틸&블루 등 다섯 색상


의 스펙이죠. 스펙으로 끌리는 부분은 없고 디자인도 앞모습이야 그냥 그렇지만... 시스루백 스타일의 뒷태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뒷태만 보면 정말이지 사고싶은 욕구가 화~악 일어나는군요. 무브먼트의 움직임이 보일 것 같은 멋진 뒷모습이에요. 태엽감는 용두도 제대로고 말이죠. 태엽을 감아서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디지로그! 자전거 바퀴를 돌려 후레쉬를 켜던 바로 그 감성! 멋져! 하지만 저 비싸 보이는 핸드폰을 들고 태엽 감아서 와이파이를 쓰는 모습이 좀 웃겨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어쨌건 정말이지 기계식 시계 매니아에게는 땡길 수 밖에 없는 물건이죠? 하지만 워낙 명품 메이커이고 한정판이라니 가격은 몇천만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기에 저같은 소시민은 언강생심, 군침만 삼킬 뿐입니다. 걍 한번 만져라도 보고 싶네요. 쩝. 그나저나.. 국내에 들어오기나 할지....

* 참고로, 현재의 갖고 싶은 시계 No.1은 이겁니다.


NOMOS 601 Tangomat + SapphireCrystalBack

기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심플한 독일식 디자인이 매력적입니다. 현재 300만원이네요. 흐...^^
그나마 이 정도는 꿈을 가지고 노력해 볼만 할 듯.

2014/12/03

오무라이스 잼잼 4 - 조경규 : 별점 3점

오무라이스 잼잼 4 - 6점
조경규 글.그림/씨네21북스

1, 2, 3권을 모두 구입하기는 했습니다만, 2, 3권은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할인 가격에 구입했었습니다. 그래서 4권도 중고 서점 입고를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도서정가제 이후에는 할인폭이 크지 않을테고 중고도 구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 새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이전 권 리뷰에서 '어차피 인터넷에서 모두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을 이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깝다'고 적었었는데, 생각이 바뀌기도 했고요.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2,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450페이지가 넘는 풀컬러 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는 괜찮으며, 인터넷과는 다른 아날로그적인 정겹고 따뜻한 맛은 단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내 요리만화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콘텐츠 자체의 가치가 무척 높다는 장점도 큽니다. 지금은 국내에도 요리 만화가 웹툰 중심으로 제법 많아졌지만, 단순히 요리가 등장하고 레시피가 나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자유로운 연상과 전개를 통해 요리와 에피소드가 어우러지는 흉내내기 어려운 독특한 구성은 여전히 발군입니다. 이번 권 역시 그러합니다. 미국 거주 시절 "인큐버스"라는 밴드의 라이브를 보기 위해 톨리도라는 무척 한적한 도시를 찾아간 에피소드가 대게 이야기로 연결된다든가, 자기와 닮은 Sasa 씨 이야기에서 소보로빵, 멜론빵, 파인애플빵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이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요리에 대한 그림과 소개 모두 당장 먹고 싶게 만드는 요리 만화로서의 미덕도 충분하고요.
이러한 독특한 매력은 작가 조경규의 이색적인 이력 덕도 클 것입니다.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중국에서도 수년간 거주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인데, 이시카와 쥰이 "만화의 시간"에서도 이야기했듯, 조금이라도 특이한 인생을 산 사람이 만화가로 유리하다고 하지요. 그 말대로라면 조경규 작가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인생을 산 셈입니다.

또 다양한 음식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부가적인 가치도 큽니다. 츄파춥스의 로고를 살바도르 달리가 디자인했다는 사실이나, 달리와 디즈니의 공동작업 애니메이션이 있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네요. 외에도 닭갈비의 유래나 다양한 연근 요리 등 읽을거리가 가득합니다.

총 24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가장 구미가 당기던 음식은 "차계란"이었습니다. 계란 장조림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지만, 소개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라 꼭 한번 따라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단점은 이전 권들과 동일하게 명확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무료로 볼 수 있는 웹툰과 비교한 가치가 얼마나 크냐는 여전히 애매합니다. 이번 권은 책에서만 볼 수 있는 부록이 특히나 별로입니다. 본편에 소개된 내용의 보강이나 외전 형식의 이야기, 만화로 제작된 레시피 등이 훨씬 가치 있었을 텐데, 정작 수록된 것은 다른 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맛집 소개나 재미없는 가족 만화가 대부분이니까요.

또 작가의 가족, 특히 아이들 소재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몇 안 되는 부록 페이지까지 아이들 사진과 그림으로 채워진 점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소재 면에서 보다 자유롭고 유연한 발상의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책을 구입한 독자를 위한 서비스에도 더 신경 써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으나 작화는 물론 내용과 재미, 소개되는 요리의 가치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국내 요리, 음식 만화의 대표작임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여러 번 다시 읽었기에 돈이 아깝지도 않고요. 1, 2, 3권 모두 열 번 이상 읽었으니까요. 요리, 음식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물론 이만한 금액을 지불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2014/07/21

로보캅 - 호세 파디야 : 별점 1.5점

[블루레이] 로보캅 : 일반판 - 4점
호세 파디야 감독, 게리 올드만 외 출연/20세기폭스

부패 경찰과 유착관계에 있던 갱단을 수사하던 알렉스 머피는 갱단의 음모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마침 로봇 허용 법안을 미국 내에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옴니코프사는 머피를 로봇으로 되살릴 것을 제안하여 그를 "로보캅"으로 부활시키는데...

역시나 출장 중 비행기에서 본 작품입니다.

저는 오래전 오리지널 "로보캅" (1편)을 대한극장에서 관람한 세대입니다. 당시에는 정말 전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던 영화죠. 후속편들이 착실히 말아먹기는 했지만 1편만큼은 당대의 마스터피스 SF 액션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의 리부트 작품은 솔직히 소식을 들었을 때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만들어도 화려한 액션에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 및 나름의 현실 비판 의식까지 더해졌던, 암울한 분위기의 원작을 뛰어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었거든요. 공개되었던 얄쌍한 로보캅의 디자인 역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말이죠.

그런데 제 생각보다는 괜찮더군요.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부트"라는 말에 충실하게 아예 설정부터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특히 로봇을 팔아먹기 위해 로보캅을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발상만큼은 그럴듯 했고, 액션도 꽤 볼만했어요. 사무엘 잭슨이 맡은 "팻 노박"이라는 기업 친화적인 앵커의 TV쇼 장면은 원작의 현실 비판을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보여주고요.

허나 문제는 제 기대치가 너무 낮았다는 것이겠죠... 그 외 문제가 너무 많아서 도무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네요. 우선, 스토리라인이 많이 부실합니다. 로보캅이 인간성 때문에 로봇보다 못한 성능을 보이자 약물로 인간성을 최대한 억제한 좀비 같은 존재로 만들지만, 갑자기 인간성을 되찾아 복수에 나서는 과정과 노튼 박사가 옴니코프와 협상하다가 갑자기 로보캅을 도와주게 되는 과정 등은 여러모로 설득력이 부족하거든요. 옴니코프사가 로보캅을 폐기처분하려는 이유도 설명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고요.

또 원작에서 좋았던 설정과 장면을 모두 날려버린 것도 아쉽습니다. 이미 죽은 인물이 되어 가족과 헤어진 원작에 비해, 리부트 버전은 가족이 여전하고 존재 자체가 남아 있다는 차이점으로 인해 고독하고 외롭다는 감정에 이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 즉 "제조사 직원에게는 총을 쏠 수 없다"는 코드가 내장된 상태에서 한방 날리는 장면만큼은 원작("You're fired!")이 압도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리부트 버전에서는 그냥 정신력으로 쏴버릴 뿐 뭔가 특별한 설정이 있는 건 하나도 없는 탓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서도 이야기했듯 원작의 묵직했던 아날로그 느낌 대신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낸 얄쌍한 로보캅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특촬물에 나오는 우주형사 느낌이랄까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씬은 그야말로 우주형사더라고요.

때문에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자체만 놓고 보면 그런대로 볼만한 근미래 SF 액션물일 수도 있지만, 원작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아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좋은 점은 다 날려버리고 현대적인 감성과 특수효과로만 접근한 리부트 실패작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네요. 감독이 나름 노력한 느낌은 들지만 뭔가 이도저도 아닌, 중간에 걸친 어중간한 영화였어요. 이럴 거라면 "에일리언"의 리들리 스콧처럼("프로메테우스"는 리부트는 아니고 프리퀄 개념이긴 하지만...), 폴 버호벤 감독 본인에게 리부트를 시키는게 좋았을겁니다.

2017/06/16

어둠 속의 일격 - 로렌스 블록 / 박산호 : 별점 2점

어둠 속의 일격 - 4점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황금가지

9년 전, 일곱 건의 연쇄 살인을 저질렀던 얼음 송곳 살인마 피넬이 체포되었다. 그런데 피넬은 바버라 에팅거 사건 만큼은 자신의 짓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바버라 에팅거의 아버지 찰스 런던은 은퇴한 전직 경찰 매튜 스커더에게 이 사건의 진범을 찾아내 달라고 부탁하는데...

간만에 읽은 로렌스 블록매튜 스커더 시리즈 장편입니다. 그런데 매튜 스커더가 술독에 빠져 있는게 특이합니다. 그냥 마시는 커피조차 버번을 타서 먹을 정도이지요. 중반에는 술에 떡이 되는 묘사까지 등장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리즈 후기작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800만가지 죽는 방법" 바로 직전인 1981년 작품이더군요. 세상 다 산것 같은 관록을 보여주는데 -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자식들이 손자들을 낳기 전까지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른다 (21p) - 의외로 초기작이라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알콜 중독 조각가 재니스가 알콜 중독자 갱생회에 간다고 통보하는데, 그 때문에 금주를 결심한게 아닐까 싶네요.
매튜 스커더 시리즈 치고는 짤막한 분량이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260 페이지 정도밖에는 안되니까요.

하지만 짤막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묘사는 여전히 근사합니다. 특히 특정 상황에 대해 어떤 사물이나 소재를 빗대는 글들이 눈에 띱니다. 이혼한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오래 키운 반려견이 안락사된다는 것을 듣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통해 그들의 결혼 생활도 서서히 죽어갔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강하게 드러내거든요.
작품 내내 선보이는 매튜 스커더의 그야말로 고전적인, 발로 뛰는 수사 역시 인상적입니다. 사건 관계자들을 우직하게 만나 인터뷰하는 것이 수사의 전부인데 그것도 아날로그 시대, 즉 핸드폰과 컴퓨터가 없는 시대가 무대라 공중전화, 전화번호부 및 기억력에 주로 의지한다는 점에서 시대를 느끼게 해 줍니다.

다만 추리적으로는 별로입니다. 진범 버튼 하버메이어를 밝혀낸 과정의 설득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단지 자신이 살던 집 주소를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의심하는건 잘못이지요. 자식이 없다고 거짓말 한게 드러나는 장면은 괜찮았지만, 이 역시 증거로는 부족했어요.
더 큰 문제는 동기의 설득력이 낮다는 것입니다. 버튼이 아내를 죽음을 가장하여 살해하기 위해 예행 연습을 했다는게 진상인데, 왜 이혼을 하기 힘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아내가 밉다 하더라도 이혼을 하기 힘든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현직 경찰 신분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솔직히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는 손쉽게 이혼을 한 것으로 볼 때 더욱 설득력이 낮습니다. 게다가 버튼의 말 대로 매튜 스커더는 경찰도 아니고 어차피 증거도 없기 때문에 절대로 그를 체포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양심을 건드리며 자수하게 만드는데 성공하지만 이건 버튼이 착해서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됩니다.
마지막 버튼 아내에 대한 반전도 놀랍기는 하지만 솔직히 왜 나왔는지 잘 모르겠고요.

그래도 "사소한 점들을 모으고 여러 사람에게서 받은 인상들을 흡수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해답이 마음속에 팍 떠오르죠."라는 매튜 스커더의 추리법이 설명되는 것 정도는 이채로왔습니다. 논리가 아니라 '직감'에 의존하는 방식인데, 전직 형사로 발로 뛰는 수사가 특기라 탐문과 끈기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경찰이라 생각했는데 일종의 천재형이라는게 의외였거든요.
오랜 경험을 토대로 한 추리법도 괜찮습니다. "의사의 아내가 살해됐을 땐. 남편이 범인이에요. 증거는 상관없어요. 항상 의사가 범인이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납니다. 아울러 얼음 송곳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흥미로왔어요. 80년대지만 모두들 냉장고를 가지고 있고, 얼음 장수가 배달을 해 주는 것도 아니니 얼음 송곳은 살인 말고는 쓸데가 없다!는 논리로 실제로 하나 구입하러 가서 아주 가끔 하나 씩 팔릴 뿐이라는 증언을 듣는게 요지입니다. 이는 사건이 발생했던 9년전 철물점, 잡화점에서 얼음 송곳을 사간 사람을 탐문했어야 하는 논리로 귀결되는데 아주 그럴 듯 했어요. 본 편과는 별 상관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아서 별점은 2점입니다. 짧다는 점과 묘사는 좋지만 '매튜 스커더' 시리즈로 보기에는 애매합니다. 추리적으로도 좋다고 하기 어렵고요. 시리즈의 대표작도 아니니 딱히 읽어 볼 필요는 없습니다.

2004/01/30

롱 바케이션~!

이 드라마는 일본 전통 신부복을 입은 여자가 거리를 달려가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그 여자는 30살의 모델 미나미(야마구치 토모코)입니다. 시간이 다 되어도 신랑이 오지 않자 본인이 직접 신랑이 살고있는 맨션으로 달려가고 있는 중. 하지만 약혼자는 룸메이트인 음악 교실 선생 세나(키무라 타쿠야 분)만 남겨두고 이미 짐을 싸서 나가버린 상태. 어이없는 약혼자의 배신으로 결혼도 못하고 맨션과 저금한 돈을 모두 포함한 결혼 자금까지 털린 미나미는 참으로 넉살 좋게 세나(키무라 타쿠야 분)의 집에 얹혀 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세나도 미나미의 뻔뻔하지만 밉지 않은 태도와 딱한 사정에 동거를 허락하게 되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둘은 동거 생활을 시작하는데 그 생활 속에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허풍을 떤 사실도 들키고 서로의 성격 차이로 여러 소소한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둘은 이러한 생활 속에서 서로를 위로해주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면서 우정을 쌓아가게 됩니다. 그 와중에 세나가 짝사랑하는 료코와 미나미의 남동생 신지, 미나미의 모델시절 팬이었다는 프로 카메라맨 스기사키상이 등장하고 서로의 사랑이 교차하게 됩니다.

하루에 한두편씩 띄엄띄엄 보다가 드디어 다 보게 된 드라마입니다. 일본 트렌디 드라마의 전설과도 같은 작품이죠^^ (트렌디 드라마가 뭔가 하고 찾아보니 “감성적이고 유행에 민감하고 도시인들의 삶과 사랑을 가볍게 풀어낸 드라마” 라고 하더군요.)

내용은 위의 줄거리처럼 7살이나 연상이며 조금은 대책없고 주책없는 연상녀 미나미의 밉지않은 매력과 조금 얼빠지며 순진한, 연애에 쑥맥인 세나라는 연상녀 : 연하남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사랑 이야기입니다. 데뷰 초기의 히로스에 료코와 마츠 다카코도 조연으로 출연하고(재미있는건 히로스에 료코의 극중 이름이 “다카코”이고 마츠 다카코 극중 이름이 “료코”죠) 다케노우치 유타카도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뻔한 내용이지만 상당히 발랄하고 유쾌한 대사들과 상황 설정 (특히 휴대폰이 없던 시대의 아날로그 연애의 맛이란!) 등으로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주제가 “LaLaLa Lovesong”의 매력도 역시 빼 놓을 수 없겠죠.
미나미가 홀로 서기를 하는 것 처럼 묘사하다가 마지막에 세나와 결혼하는 것으로 안정을 찾는다는 어거지같은 해피 엔딩은 조금 불만이지만 뭐 드라마니까....^^

하지만 무려 8년전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그 격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방영할 지도 모르겠지만 한번쯤 볼만한 드라마였다고 생각됩니다.

PS : 그나저나…. 미나미에게 청혼하고 자기 아들까지 소개시켜줬다가 딱지맞은 스기사키상이 저는 제일 불쌍합니다. 끝까지 매너를 지키며 행복을 빌어주는 아름다운 중년의 퇴장 모습까지 보여주네요….ㅠ.ㅠ

2021/10/03

법정에 선 수학 - 레일라 슈넵스.코랄리 콜메즈 / 김일선 : 별점 3점

법정에 선 수학 - 6점
레일라 슈넵스.코랄리 콜메즈 지음, 김일선 옮김/아날로그(글담)

수학이 법정에서 중요하게 사용되었던 재판에 대해 소개하는 책입니다. 숫자가 잘못 사용되어서 재판 결과가 왜곡된 경우가 많습니다. 독립적인 조건으로 판단하고 곱하면 안되는데, 곱해서 숫자가 엄청나게 커진 경우처럼 대부분 통계와 확률 계산의 오류들이고요. "루시아 더베르크 사건", "샐리 클라크 사건", "콜린스 부부 사건", "조 스니드 사건" 이 대표적입니다. 

루시아 더베르크는 2001년 네덜란드에서 아동 연쇄 살인마로 몰렸던 간호사입니다. 여러 아이가 심정지로 사망했을 때,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었지요. 그리고 그녀가 현장에 있었을 확률이 왜곡되어 재판에 사용되었습니다. 수학은 단지 거들었을 뿐이고, 사실 무리했던 기소와 수사, 그리고 무능했던 변호사의 환장의 콜라보였기에 그녀는 결국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오류가 일어난 이유는, 모두 개별적으로 보아야 하는 독립 사건을 곱했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를 영아 돌연사로 연달아 잃은 뒤, 영아 살해 혐의로 기소되었던 샐리 클라크 사건도 마찬가지에요. 샐리는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을 명명한 메도 박사의 증언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박사는 아이 두 명의 죽음을 모두 독립적이라고 생각하고 확률을 계산했었고요. 그러나 유전적일 경우 두 죽음은 독립적이지 않을 뿐더러, 설령 확률이 맞았다 하더라도 이게 샐리의 범행을 증명하는건 아닙니다. 운 나쁘게 불행한 죽음이 닥친 것에 불과하니까요. 여러모로 확률이 잘못 사용된 거지요.

콜린스 부부는 범인과 인상착의가 같을 확률 때문에 체포되었는데 검사측은 LA 시민 중 비슷한 특징을 지닌 커플이 존재할 확률을 계산해서 증거로 제시했었습니다. 부부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는 없었지만, 배심원은 유죄를 선고했고요. 그러나 이 확률 계산이야말로, 오류의 결정판이었습니다 .우선 사용된 값이 문제였어요. "여성이 머리를 묶었을 확률" 은 통계학적 근거에서 나온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든 조건이 독립적이라고 확정하고 곱한 것도 실수였고요. 마지막으로, 설령 그 숫자가 맞다고 하더라도, 이건 샐리 클라크 사건처럼 실제 범인을 찾아낼 확률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대법원에서 판결은 뒤집혔습니다. 이 재판에서 그나마 긍정적이었던건 검찰측 오류를 밝혀내는데 활약했던 트라이브가 법조계 유명인사가 되었고, 법정에서 수학 사용이 자제되도록 영향을 끼쳤다는 것 정도네요. 

"조 스니드 사건"은 1964년 뉴멕시코 실버시티에서 스니드 부부가 살해된 뒤, 용의자였던 아들 조 스니드 재판을 다루고 있는데 재판의 승패는 조 스니드와 권총을 구입했다는 로버트 크로셋이 동일 인물인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리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수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권총을 구매한 사람의 특징 - 신장, 머리 색, 눈동자 색, 사서함 번호, 이름 등 - 을 독립적으로 보고 값을 뽑은 뒤 곱했는데, 이건 수학에 어두운 제가 봐도 설득력없는 숫자로 보입니다. 전체 인구에서 크로셋이라는 이름이 나올 확률을 추산했다? 가명을 썼다면서 그 이름이 존재할 확률을 계산한다는건 이상하지요. 다른 조건과 값도 비슷해서, 결국 이 확률 계산은 재판과는 관계가 없는, 무의미한 숫자일 뿐입니다. 설령 숫자가 어느정도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이 숫자는 조 스니드와 로버트 크로셋이 동일 인물이라는 결론과는 상관도 없고요. 오히려 이런 검찰의 삽질이 드러나서, 수학이 사용되지 못했던 항소심 이후의 법정 공방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검찰은 다른 한 방을 준비해야 했기에, 변호인측과 드라마틱하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니까요. 참고로, 여기서 검찰이 마지막 날린 한 방은 스니드의 전처를 증언대에 세웠던 겁니다. 그녀가 스니드의 폭력 성향을 입증했던 덕분에, 스니드는 종신형을 받게 되었지요.

이렇게 수학이 재판 결과를 왜곡시킨 사건도 있지만 수학이 잘 사용된 경우도 있습니다. 2007년 11월,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영국인 유학생 메러디스 커처가 살해된 뒤, 룸메이트였던 미국인 어맨다와 남자친구 라파엘이 체포되었던 "어맨다 녹스 사건"은 재판 결과야 어찌 되었건, 수학은 증거로 유의미하다는걸 나름대로 증명했습니다. 여기서 앞 뒤가 나올 확률이 다른 동전을 이용한 설명도 좋았어요.

그런데 몇몇 사건은 주제와 벗어나 좀 아쉬웠습니다 .폰지 사기의 원조 찰스 폰지 사건 재판은 그의 사기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월가의 마녀로 불렸던 해티 부인 재판과 역사적으로 유명한 드레퓌스 재판은 수학이 서명과 필적 위조를 입증하는데 사용되었지만, 실제 재판 결과와는 별 상관은 없었으니까요. 재판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었지만요. 드레퓌스 재판은 워낙 유명해서 이 책에서 따로 짚고 넘어갈 필요도 없어 보였고요. 저 같은 초보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식이나 계산이 사용된 경우가 많은 점도 단점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했습니다. 수학 교양서로도 충분했고, 소개된 재판들 대부분이 한 편의 법정물을 읽는 듯한 재미를 가져다 주었으니까요. 별점은 3점입니다. 비슷한 책으로 "넘버스"가 있는데, 재미 면에서는 이 책의 압승입니다.

2009/02/08

5시간 30분 - 정건섭 : 별점 4점

5시간 30분 - 8점
정건섭/예술시대

11월 30일, 경부선 야간 특급열차에서 한 손님이 연기처럼 사리지고 그 손님의 침대칸 짐 안에서 인기탤런트 고강진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후 조연배우 진남포의 피습사건, 고강진의 MC파트너 이화영 납치 사건 등 방송국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되며, 박문호 형사는 친구 민형규 기자와 함께 수사와 추리를 거듭한 끝에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

정건섭 선생님의 80년대 추리소설인 "5시간 30분"을 다시 완독하였습니다. 얼마전 한국 추리소설 몇개를 추천한 적이 있지요. 그런데 기억이 가물가물한 작품이 너무 많아서 추천하면서도 찜찜했었습니다. 그래서 읽은지 가장 오래된 이 작품부터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박문호 형사 - 민형규 기자 시리즈로 컴비의 데뷰작 "덫"에 이어지는 두번째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시간차 트릭이 가장 중요한 트릭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사건이 폭넓게 펼쳐져서 소소한 트릭과 설정의 잔재미가 곳곳에 잘 살아 있습니다. 80년대를 무대로 했기에 아날로그적인, 고전적인 트릭 파헤치기가 아니라 끈기와 집념의 수사를 통한 사건의 해결 과정을 사회파적으로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다는 것 역시 매력적이고요.

또한 추리와 트릭이 모두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천재 탐정이 등장하여 자신의 추리를 독자에게 설득시키는 고전적인 맛도 좋지만, 이 작품처럼 추리의 기반을 형사가 미리 세워놓은 뒤 그 추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사를 독자와 공유하면서 사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계속 끌고가는 것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 전개 방법으로 보였거든요. 이렇게 쉬운 전개가 이어지다가 가장 결정적 트릭을 마지막에 터트리는 장면은 무릎을 치게 만들었고요. 굉장히 단순하지만 간과하고 있던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진남포 피습사건" 이 사실상 범인의 발목을 죄는 결과였다... 라는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 외에는 사건의 동기, 범행, 트릭, 그리고 해결 과정 모두 최고급인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성적인 묘사와 자극적 설정이 난무했던 80~90년대 한국 추리소설에 실망하셨던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6/08/22

스파이더 맨 브랜드 뉴 데이(2026) -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별점 4점

지금 최고 흥행작이죠. 마블 영화에 대한 관심은 최근 많이 식었지만, 그래도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OTT를 통해 빼놓지 않고 챙겨봤는데(왜 리뷰가 없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번 작품은 오랫만에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가장 돋보인 건 액션입니다. 화끈하고 속도감 넘칩니다. 특히 초반의 1인칭 시점 질주, 활강 장면은 이전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연출이라 신선했습니다. 드라마와 액션의 조화도 적절해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진 그레이가 점프하듯 다른 사람의 육체를 강탈하는 시퀀스가 대표적입니다. CG가 필요없는 아날로그적인 촬영으로 슈퍼 히어로의 능력을 구현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탄탄한 이야기도 마음에 듭니다. 진 그레이가 벌이는 일종의 테러에는 V-Max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하지요. 이는 나중에 진이 갇혀 있던 연구소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브랜드에서 유래되었다는게 밝혀지면서, 진의 언니 세라가 연구소에 감금되어 생체 실험을 당했다는 과거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별 의미 없어 보였던 단서가 진상을 밝히는 열쇠가 되고, 동시에 진 그레이의 행동에 설득력을 더해 주는 구성인데 아주 훌륭해요. 복선을 제시하고 회수하는 과정도 깔끔하고요.

중반에 진이 MJ의 육체를 강탈했지만, MJ인 척 피터 파커를 속이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지극히 뻔하고 유치한 설정인줄 알았는데, 이 역시 진의 농간이었다는게 드러나면서 그녀의 가공할 능력을 관객에게 제대로 각인시켜 주거든요. 

블랙 위도우와 헐크 등 다른 마블 히어로들의 등장도 반갑습니다. 여러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도 이야기가 산만해지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퍼니셔와 스파이더맨의 조합이 의외로 재미있더군요. 액션 스타일만 놓고 보면 잘 어울리는 콤비는 아니지만, 상극인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의외로 잘 맞습니다. 피터 파커가 필요한 장비를 이야기할 때마다 퍼니셔가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 등 개그 장면들이 아주 발군이에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피터 파커가 MJ를 잊지 못한 채 4년이나 홀로 지내며 괴로워한다는 설정은 별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21세기 MZ 세대의 젊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MJ 역의 젠데이야가 그 정도로 설득력 있는 외모를 갖췄는지도 개인적으로는 의문이고요.

마지막 절정부도 조금 아쉽습니다. 영화의 중심이 강력한 슈퍼 빌런과의 대결보다는 피터 파커 내면의 사투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화려한 액션 대결이 없습니다. 핸즈와의 대결이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스파이더맨이 질 것 같지 않은 상대라 긴장감은 떨어집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마블 영화와 세계관을 잘 알고 있지 않으면 100% 즐기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합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화끈한 액션과 신선한 아이디어, 적절한 유머에 잘 짜인 이야기를 갖춘 좋은 작품입니다. 

2015/12/09

오사카 소년 탐정단 - 히가시노 게이고 / 김난주 : 별점 3점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사카 오지 초등학교 교사인 25세의 여자 선생 시노부가 주인공인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작 단편집입니다. 딱히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의외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오사카라는 지역에서 연상되는 시끌벅적하면서도 요란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거든요. 몰랐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출생지가 오사카더군요. 그래서 현장감이 더 뛰어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선명한 캐릭터 역시 볼거리입니다. 초등학교 선생으로 열혈 왈가닥에 뛰어난 추리력을 갖춘 시노부 선생이 생동감 있으면서도 싱그럽고, 그녀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연적 관계인 말단 형사 신도와 엘리트 회사원 혼마, 그리고 시노부 선생의 악동 제자들 모두 아주 유쾌하면서도 즐겁게 묘사된 덕분입니다.

참고로 시노부 선생과 신도 형사, 혼마의 관계는 "명탐정 코난"에서 사토 형사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시라토리와 다카키의 다툼, 그리고 나중에 시라토리와 커플이 되는 고바야시 선생을 합쳐놓은 느낌입니다. 아아... 저같은 사토–다카키 커플 팬에게는 완전 취향 직격이었어요.

이렇게 캐릭터가 돋보이면 추리적으로는 시원찮은 작품들이 많은데, 이 책은 추리소설 애호가를 만족시킬 만큼 적절한 트릭과 논리가 이야기와 잘 맞물려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시노부 선생과 학생들의 활약도 상식 선에서 딱 적당한 수준으로 그려지고요. 다소 작위적인 부분도 없진 않지만 재미 면에서는 충분히 납득할 만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사카가 무대인데도 그런 지방색을 번역에서 잘 살리지 못한 점입니다. 내용 중에 혼마가 도쿄 말을 써서 재수 없다는 식의 묘사가 등장하는 등 말투가 꽤 중요한 요소였을 것 같은데, 최소한 사투리로 번역하는 노력 정도는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또한 이야기나 분위기를 볼 때 배경이 90년대 초반 같은데(게임을 CD로 실행하는 등) 지금 시점보다는 60년대, 아니면 최소한 80년대 배경으로 설정하는 편이 훨씬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그만큼 아날로그하고 복고풍의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단점은 사소할 뿐,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워낙 뛰어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평소의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과는 사뭇 다르지만 정말 여러모로 재능이 많은 작가라는 걸 다시금 느꼈어요.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 모두에게 추천드립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미도리 선생이 파견 유학을 떠난 뒤 2년 후에 돌아오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후속편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시노부 선생님의 추리"

시노부 선생의 제자 도모히로의 아버지 후미오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내용입니다.

시노부 선생이 사건에 얽히는 과정이 아주 자연스러워서 설득력이 높아요. 아버지가 살해당한 제자가 걱정되지 않는 담임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도모히로를 믿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시노부 선생을 그린 결말 역시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잘 어울렸습니다.

추리적으로도 전개가 합리적이라 마음에 드네요. 특히나 제자가 쓴 작문과 우연히 마주친 다코야키 장수의 말 - "그런 되지도 않는 소리 마쇼. 저렇게 좁은 데다 어떻게 차를 넣으라고. 집어 넣을 수야 있겠지만 운전석에서 나올 수가 없을 텐데."- 에서 도모히로가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걸 간파한다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딱 맞는 추리가 돋보였습니다. 후미오가 경트럭을 빌린 뒤 유키에를 죽이려 했다는 진상도 반전 매력이 있었으며 다코야키를 트릭의 주요 요소로 활용하는 것도 오사카스러워서 좋았고요.

허나 죽었다 하더라도 후미오의 빚이 없어지지야 않을 텐데 이 모자의 앞길은 지옥뿐이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그래서 썩 개운치는 않네요. 딱 맞는 순간에 딱 맞는 재료(작문, 노리오가 들고 있던 후미오의 수첩, 다코야키 행상)가 연결되는 구조는 좀 작위적이었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한 수작입니다. 작품의 시작을 알리기에는 충분해요. 별점은 3.5점입니다.

"시노부 선생님과 집 없는 아이"

시노부 선생님의 제자 하라다와 뎃페이가 게임 CD를 도난당한 것과 옛 제자 가지노 마치코의 아버지가 용의자가 되었다는 이유로 사건에 자연스럽게 엮이는 과정은 첫 번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괜찮았습니다.

허나 기절했다고 자기가 죽였는지 안 죽였는지도 모른 채 자백을 할까요? 마치코와 시노부의 대화를 통해 설명하려 하긴 하나 많이 약했어요.

또 아라카와 도시오의 자살 동기가 선명하지 않은 것도 별로이며, 살해로 위장하려 한 치에코의 공작도 딱히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시노부 선생님의 맞선"

시노부가 맞선을 보는 것에서부터 사건이 시작됩니다. 신도의 질투가 폭발하고, 신도를 도와주려는(혹은 놀려먹으려는) 하라다와 뎃페이 등 악동들의 활약이 어우러지는데, 이런 부분은 과거 우리네 유머 소설, 그중에서도 오영민의 "007 선생" 같은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추리물로는 수록작 중 가장 처지네요. 진상에 다다르게 되는 핵심 단서인 모토야마 사장이 했다는 말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꼭 비가 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말이니까요. 특이하다는 오하라 유리코의 담배 "플레이어"를 가지고 한 연극도 지나치게 작위적일 뿐더러, 경찰이 이렇게 수사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혼마가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라 하청업자 도무라를 지켜준다는 것도 억지스럽습니다. 살인 사건인데 누구를 지켜준단 말입니까.

이중 횡령이라는 동기 하나만큼은 신선하고 그럴듯했으나, 이러한 단점들 때문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시노부 선생님의 크리스마스"

친구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앞두고 시체로 발견된 다카노 치카코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

사건 직후 근처에서 목격된 UFO와 사건을 엮는 발상이 재치 있더군요. 그리고 시노부 선생이 친구들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을 보고 "치카코가 정말 좋아한 것은 마쓰모토였다!"라는 것을 알아내는 장면도 괜찮았어요.

허나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은 연적이 되어버린 혼마, 신도의 티격태격과 악동들의 활약입니다. 전편에 이어 깨알 같은 재미를 전해 주거든요.

문제라면 첫 번째는 풍선을 이용한 흉기 은닉이 작품에서처럼 과연 그렇게 잘 되었을지 의문이라는 점입니다. 뭐 이건 운과 우연에 의지하여 어떻게 넘어간다 치더라도 두 번째 문제, 즉 손목에 주저흔이 없는 이유가 결국 설명되지 않는 건 조금 아쉽네요. 작중 경찰이 자살보다 타살 쪽으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한데 너무 대충 넘긴 것 같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시노부 선생님의 은혜"

여공 기요코 살인 사건과 뎃페이 윗층에 사는 나나의 엄마 아사쿠라 마치코가 이불을 털다가 추락한 사건이 엮이는 내용으로, 현실적인 트릭 — 이불을 아래층에서 당겨서 떨어지게 만들었다는 트릭 — 이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그러나 범인 요코다의 행동은 억지스럽습니다. 자신이 용의자도 아닌 상황에서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를 이유는 없죠. 경찰이 기요코의 사진을 가지고 미도리야마 하이츠에서 탐문 수사를 시도했다는 묘사 정도는 등장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 습격은 정말이지 무리수였고요. 나름 요코다가 소심하다는 식으로 설득하려 하지만 와닿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괜찮은 트릭에 더해 악동들과 선생님의 인연이 정리되는 졸업식 이야기는 꽤나 짙은 여운을 남기며, 지극히 경찰스러운 신도의 프로포즈도 인상적이었어요.

해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5점. 추리적으로 부족할 수는 있지만 읽는 재미 하나로 다른 단점들 전부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유쾌한 작품이었습니다. 영상화되어도 아주 좋을 것 같네요.

2009/01/12

경성탐정록 - 한동진 : 어쨌건 나에게는 별점 5점!

경성탐정록 - 10점
한동진 지음/학산문화사(단행본)

제가 원안을 맡고, 저희 형이 쓴 책입니다. 비록 원고 상태로는 수도없이 많이 읽었지만, 책이라는 형태로 출간된 뒤에는 이번 주말이 되어서야 읽어보게 되었네요. 재차 완독한 기념으로 짤막하게 감상 남겨봅니다. 일단 이 작품은 1930년대의 경성을 무대로 활약하는 명탐정 설홍주가 등장하는 총 5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는 추리 중단편집으로 저는 이 책이 확실친 않지만 국내 최초의 시리즈 탐정단편집이 아닌가 싶네요. 물론 다른 여러 작가분들의 시리즈 탐정 단편물은 존재하지만, 하나의 완성된 "단편집" 형태로 출간된 것은 최초라 알고 있거든요. 때문에 "역사적 의의"가 일단 있다고 감히(!)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사실 확인 결과 "최초"의 "탐정" 단편물은 맞는 거 같군요. "최초"의 시리즈 "추리" 단편물은 아니고요. 이거 참 말장난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추리적인 부분은 어떨까요? 출판사에서는 총 5편의 "본격 추리 단편" 이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고전적인 퍼즐 미스터리로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각 단편마다 한가지 이상의 트릭이 등장하기에 수수께끼 풀이를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충분하다 생각되기에 홍보가 아주 과장된 것은 아니며, 특히나 암호트릭부터 꽤 다양한 종류의 트릭들이 등장한다는 것과 각 트릭들이 1930년대 경성에 적합한 수준으로 가공되어 있어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너무 트릭에 집착하거나, 또는 너무 허황된 트릭이 등장하는 여타 작품들보다는 드라마와 잘 어울리면서도 심심하지 않게 조화를 잘 이룬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럽고, 이쪽이 더욱 저희 형제 취향이기도 하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는 아날로그적인 정통 추리물로서의 값어치는 충분히 있지 않나.. 싶습니다. 솔직히 창피한 이야기지만 제가 여태까지 읽어왔던 국내 추리소설들과 비교하자면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라 생각되기도 하고요.

작품의 특성상 장편으로 발전하기는 좀 어려운 점이 없잖아 있지만, 다음 작품은 장편을 기획중입니다. 그 외에도 단편 아이디어 몇개 ("죽엄의 엄지손가락"이나 "괴도 등장" 같은 아이디어들...) 가 있긴 한데, 일단 이 책이 좀 팔려줘야 다음 작품이 시작될 수 있겠죠.^^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레드썬!

아울러 별점은 5점입니다.^^ 작가가 별점 5점 주면 막장인가요....? ^^;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25613&no=96&menuType=&weekday=mon 마지막 에피소드 참고 (아래))

2023/07/07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 존 르 카레 / 최용준 : 별점 2점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 - 4점
존 르 카레 지음, 최용준 옮김/열린책들

<<아래 리뷰에는 진범,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마일리는 페넌의 자살이 수상하다는걸 눈치챘다. 자살하기 전날에 다음날 모닝콜을 부탁했다는걸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모닝콜을 부탁한 8시와 자살한 10시 30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페넌의 부인 엘자는 모닝콜을 자기가 신청했다고 했지만, 그녀는 불면증이었고 모닝콜 신청 시간에 언제나처럼 공연 관람중이었다. 스마일리는 그녀가 남편을 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사 매스틴은 스마일리의 의견을 묵살했고, 스마일리는 결정적 단서 - 페넌이 스마일리에게 만나자고 보내왔던 편지 - 를 덧붙인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누군가 집에 침입한 뒤, 이대로 발을 빼기 힘들어졌다는걸 깨달았다. 그를 도와줄 수 있는건 은퇴가 코 앞인 경찰 멘델 뿐이었다. 둘은 스마일리를 찾아왔던 차의 소유주 스카를 만나 이런저런 사정 이야기를 들었지만, 스마일리가 습격을 당해 쓰러졌고 스카는 살해당했다.
그래도 멘델의 도움으로 스마일리는 사건에 동독 사절단이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를 잡았다. 동독 사절단은 페넌과 연결고리가 있었고, 그걸 페넌이 밝힐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었다. 사절단 대표는 전쟁 당시 스마일리와 일했던 정보원 디터였다.....


"알겠네. 페넌은 자살할 결심을 해. 그런 뒤 교환국에 전화를 해서 8시 30분 모닝콜을 부탁하지. 코코아를 타서 거실에 놓고. 이층으로 가 유서를 쓰지. 다시 내려와 코코아는 마시지 않은 채 그냥 두고 자기 머리에 총을 쏜다. 모든 게 멋지게 맞아떨어지는군그래."

존 르 카레의 데뷰작. 스마일리의 등장 역시 당연히 처음입니다.
첩보 조직과 첩보원들이 등장하고 관련된 사건이 등장하지만, 전형적인 첩보, 스파이 소설은 아닙니다. 첩보 기관은 사건의 동기를 설명하는데 이용될 뿐, 전반적인 전개는 전형적인 범죄 소설에 가깝습니다. 전개는 평범한 범죄, 수사 소설과 유사하며 스마일리도 첩보원이 아니라  사건을 수사하는 수사관으로서의 활약만 선보이거든요. 심지어 파트너격인 멘델은 경찰이고요. 

그러나 범죄, 수사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수사가 단순히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에 불과한 탓입니다. 예컨데 1. 불법 렌트카 업자 스카의 증언으로 익명의 대여인의 존재를 알아낸다, --> 2. 패넌 부인 엘자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면서 그녀가 매주 극장에서 수상한 남자에게 악보 가방을 전해주었다는걸 알아낸다. --> 3. 익명의 대여인 전화번호의 주인인 동독 사절단에 고용된 문트가 엘자와 만난 남자라는걸 알아낸다. 는 식입니다. 이렇게 수사할 때마다 한 발자욱씩 다음 단계로 나아가 진상에 도달하기 때문에 추리의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딱 한 번 뿐이었던 엘자와의 만남, 그리고 스카의 증언을 들은 것만으로 동독 사절단이 관련되어 있다는 진상을 어느정도 눈치챌 정도에요.
첩보, 스파이 소설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점수를 줄 부분은 없습니다. 비중이 작을 뿐만 아니라, 스카를 통해 동독 정보원이기도 한 사절단 전화번호가 노출되는 등 스파이 소설에서 기대해봄직한 정교함과는 거리가 너무 멀거든요.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는 디터에 대한 묘사도 많은 공을 들였지만, 좋다고 보기는 어렵네요. 소아마비로 장애가 있는 디터가 엘자를 죽이고 멘델까지 쓰러트린다는건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런 디터를 평범한 중년 남성에 불과한 스마일리가 죽인다는 결말도 억지스러웠고요.

그래도 딱 한 가지, 페넌이 아니라 엘자가 동독 정보원이었다는 진상만큼은 괜찮았습니다. 덕분에 범인 문트가 가장 위험한 엘자를 죽이지 않고 급하게 귀국했던 기묘한 행동, 그리고 페넌이 기밀 정보 대신 쓸데없는 정보만 수집했던 이유가 합리적으로 설명됩니다. 모닝콜도 페넌이 아내를 고발하기 위한 핑계거리로 신청했다고 추리하는데 꽤 그럴싸했어요.
엘자가 정보를 전달하는 아날로그적인 방식 - 서로 같은 가방을 극장 휴대품 보관소에 맡긴 뒤, 휴대품 보관증을 바꿔 가져감 - 도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그 밖에도 은퇴를 앞 둔 퇴물 스마일리에 대한 묘사, 스마일라가 회원으로 있는 클럽에 대한 설명, 스마일리와 전처 앤과의 관계 등 시리즈 팬이라면 볼거리는 제법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제 별점은 2점입니다. 기대했던, 국제적인 음모가 등장하는 정통 스파이 소설은 아니었고, 그렇게 재미있다고 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거장의 작품이지만 확실히 데뷰작의 한계가 느껴지네요.

2010/05/07

클로버문고의 향수 : 별점 3점

클로버문고의 향수 - 6점
클로버문고의 향수 카페 지음/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저도 가입해있는 카페 "클로버문고의 향수"에서 간행한 클로버문고 만화관련 도록입니다.

19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 발간되었던 클로버문고 429권 중 389 권에 이르는 만화만 추려내어 총 7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죠. 카테고리는 "명랑 / 공상과학 / 스포츠 / 순정 / 고전,명작 / 시대,역사 / 액션,추리,드라마" 로 나뉩니다. 세부 항목으로는 각 만화별 이미지와 작가와 줄거리 소개는 물론 짤막한 감상과 복간여부, 그리고 원작관련 (불법으로 복제된 만화라면 그 일본 원작까지!) 소개까지 무려 7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실려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클로버문고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네요.

클로버문고는 과거 에이브와 함께 제 어린시절을 함께했던 문고라 읽는 내내 굉장히 반갑더군요. 이렇게 과거 명작의 흔적이나마 지금 더듬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클로버문고의 향수" 카페 여러분께 감사드려야 할 테고요.

새롭게 알게된 사실도 무척 많았어요. 예를 들자면 흑역사라 할 수 있는 일본 작품의 카피판들 이야기가 그러했습니다. "날개"와 같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 카피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아다치 미츠루 작품까지 카피했었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했던걸까요?
그리고 이원복의 과거 만화가 가와사키 노보루와 치바 데츠야 화풍을 절반씩 섞은 독특한 화풍이었다는 것도 새로왔어요.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대표적 장면만 나열하니 확 와 닿더라고요)
또한 의외로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의 월간지 연재만화가 많다는 것도 특이하더군요. 이우정의 걸작 "갈기없는 검은사자"라던가 탐정만화 "모돌이 탐정", 김형배의 "20세기 기사단" 등은 제가 당시 월간지를 통해 읽었었는데, 단행본이 클로버문고에서 발간되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었거든요.

하여간 읽었었거나 소장했었던 작품들은 물론 읽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무척 읽고 싶은 작품들이 넘쳐나서 도록을 넘기는 순간순간마다 지름과 소장의 욕구를 참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개인적으로는 방학기의 "초립동이"와 "사라진 낡은 집", 이 두권은 어떻게든 다시 나와주면 참 좋겠습니다. "초립동이"야 워낙에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기 때문이고, 엘러리 퀸의 "신의 등불"을 조선시대로 각색한 "사라진 낡은 집"은 어린시절 무서워서 못 읽은 작품인데 꼭 읽어보고 싶거든요.
물론 과거의 명작이라 하더라도 지금 읽으면 낡은 기분이 드는 작품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만해도 어린시절 푹 빠졌었던 "20세기 기사단"의 경우 복간본을 구입한 뒤 생각과는 너무 달라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죠. 하지만 "철인 캉타우" 등 복간된 뒤에도 아직도 그 생명력과 재미가 유지되는 좋은 작품도 굉장히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니 만큼, 클로버문고의 클래식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좋은 작품을 선별하여 복간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구입하고 싶네요.

별점을 매길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구태여 별점으로 평가한다면, 옛 향수와 추억을 되새길 수 있으며 한국 만화계의 한 역사이기도 한 자료적 가치도 충분하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 다양한 저자가 손을 댄 작품별 소개의 편차가 큰 탓에 (굉장히 부실하고 단지 작품 감상에 불과한 짤막한 소개글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감점했는데 사실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도록이죠. 저와 같은 시대를 공유하셨다면 꼭 한번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읽었던 작품 중 클로버문고 베스트 10을 감히(!) 작성해 봅니다. 순서는 무순입니다. 다시 읽게 된다면 많이 바뀌겠지만요...
갈기없는 검은사자 - 날개 - 소년 007 - 암행어사 허풍대 - 요철발명왕 - 변칙복서 - 벤허 - 홍의장군 곽재우 - 땅콩찐콩 - 초립동이

2008/12/31

경성탐정록 - 한동진

오프라인에는 아직 안 깔렸지만 온라인 서점에는 정보가 뜨는군요. 반가운 마음에 바로 포스팅합니다.


이 책은 제가 아이디어와 몇가지 트릭, 시놉을 제공했고 저희 형이 쓴 작품으로, 1930년대 초반의 경성을 무대로 하여 탐정 설홍주와 그의 친구인 한의사 왕도손 컴비가 등장하는 추리 중단편집입니다. 한국 추리문학사에 최초의 시리즈 탐정이 등장하는 단편집이라고 감히 말해 봅니다.

중편 분량인 "광화사", 그리고 단편인 "운수좋은 날"과 "황금사각형", "천변풍경", "소나기"까지 총 5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이중 "광화사"와 "운수좋은 날"은 이미 파우스트 지면을 통해 소개된 작품이고 다른 3편 중 2편은 온라인에 발표했던 작품입니다. "소나기" 는 미발표 신작 단편이고요.

정교한 트릭이 넘치는 퍼즐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과거 황금시대의 단편에 충실한 아날로그 스타일의 유쾌한 작품이라 생각하기에 많은 분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첫 공개의 장이었던 "하우미스터리" 사이트와 운영진 여러분, 많은 추리 매니아 여러분, 학산 출판사 관계자 및 기타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