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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던전밥 1~14 - 구이 료코 / 김완 : 별점 4.5점

[세트] 던전밥 1~14 세트 - 전14권 (완결) - 10점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소미미디어

라이오스 파티는 "황금성" 던전을 탐험하다가 레드 드래곤을 만났다. 라이오스의 동생 파린의 마법으로 일행은 던전 탈출에 성공했지만, 파린은 드래곤에게 먹혀버렸다. 라이오스, 마르실, 칠책은 파린을 구하기 위해 곧바로 던전으로 다시 향했다. 던전은 죽더라도 영혼이 사체와 연결되어 소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무일푼이라 던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물을 식량으로 삼기로 했다. 덕분에 10년 이상 던전에서 마물식을 연구한 드워프 센시가 일행으로 합류했고, 우여곡절 끝에 레드 드래곤을 해치우고 파린을 소생시켰다.
하지만 던전의 주인 '광란의 마법사'에 의해 파린은 마물이 되어버렸다. 소생시킬 때 마물 레드 드래곤의 사체를 쓴 탓이었다. 파린을 완전히 되찾으려면 '광란의 마법사'를 쓰러트리고 던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걸 깨달은 라이오스 일행은 목숨을 건 사투를 통해 '광란의 마법사'를 쓰러트렸다. 그러나 사람의 욕망을 먹기 위해 이 모든걸 조종하는 악마 '날개달린 사자'가 남아있었고, 마르실이 새로운 던전의 주인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현대인이 이세계로 날아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지식이나 신에게 받은 치트로 무쌍을 찍는다는 이세계물이 넘쳐나는 요즈음, 정말로 보기 드문 정통파(?) 본격 판타지 만화입니다. 1권을 읽고 리뷰를 올린지도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드디어 완결되었네요. 동생을 구하기 위함이라는 명확한 목적도 있고, 단순히 등장하는 마물을 사냥해가며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익히는게 아니라 파티원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과 머리를 써야 해결할 수 있는 퀘스트들이 이어지고, 퀘스트를 통해 동료와 능력을 얻어 결국 절대악을 쓰러트리고 세계의 평화를 가져온다는 긴 호흡의 장대한 전개를 선보입니다. 결국 세상의 종말이 닥치지만, 라이오스와 날개달린 사자의 마지막 승부로 평화가 찾아오고 라이오스가 새로운 왕국의 왕이 된다는 결말도 나무랄데 없어요.

마물 요리라는 소재도 큰 재미 요소입니다. 현재의 식재료들과 거의 같거나 흡사한 마물 재료로 만드는 요리들이 잘 표현되어 있을 뿐더러, 맨드레이크를 캘 때 소리를 지르게 만드는게 나쁜 독소(?)를 빼내어 맛이 더 좋아진다는 등의 세세한 설정도 볼거리입니다. 또 이 설정은 단순한 재미 요소로 끝나지 않습니다. 파티의 리더 라이오스가 그리 뛰어난 전사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건, 그가 마물 요리를 즐길만큼 마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냥 이세계에 현대 요리를 선보이는 정도에 그치는 다른 이세계 구루메 만화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개그 센스도 돋보입니다. 라이오스가 얼빠지거나 황당한 말을 하면 그걸 상식인(?) 마르실이나 칠첵이 받아치는 만담식 개그가 많은데,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게 그야말로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이를 드러내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톨맨(인간)과 드워프 전사, 하프 엘프 마법사, 하프풋 열쇠공 (도둑?) 이라는 인종과 직업 설정은 정통 판타지그대로이지만, 성격과 개성이 확실해서 넘치는 생동감을 보여주는 덕분입니다. 이를 잘 그려낸 섬세한 작화도 발군이고요.

물론 앞서 '광란의 마법사' 시슬을 날개달린 사자가 어쩌지 못하는 묘사는 뒤의 상황을 봤을 때 납득하기 어렵고(광란의 사자야 말로 진짜 악마였으니), 라이오스가 책에 서둘러 휘갈겨 쓴 문구로 날개달린 사자를 해치운다는 결말은 다소 뻔하고 작위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라이오스 파티 외 인물들 배분이 들쭉날쭉하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엘프 부대 '카나리아'의 부대장과 함께 행동하며 중재자 역할을 하는 카블루야 그렇다쳐도, 나마리는 오크족보다도 '광란의 마법사'나 '날개달린 사자'를 막기 위해 하는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과거 및 현재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상세한게 좋은 예입니다. 반면 슈로는 부하들을 이끌고 파린과의 싸움에서 활약하지만, 동방에서의 그의 지위라던가 부하들의 정체 등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냥 '동방에서 왔다'로 퉁치기에는 설명이 부족했어요. 물론 가이드북이나 후기 만화 등을 통해 약간의 정보를 더 얻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단점은 사소하다 못해 없는 수준입니다. 별점은 4.5점! 이세계 전생물이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판타지 장르계에 정통 RPG 판타지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걸 보여준 걸작입니다. 아직 읽어보시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2023/10/28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 아키타케 사라다 / 김은모 : 별점 2점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 4점
아키타케 사라다 지음, 김은모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아래 리뷰에는 진상,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 '나'는 구관 빈 교실에서 마루판을 뒤집는 기묘한 무언가를 만났다. 마쓰리비 사야로부터 이미 뒤집어진 마루판 위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말을 들었던걸 떠올리고, 유일하게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한 마루판 위로 재빠르게 몸을 옮겼다...
고등학교 1학년 아사이 로쿠로는 밤마다 거대한 지네와 마주치는 꿈을 꾼다. '신사에 가면 안된다'는 말을 사촌 누나로부터 들었지만, 마쓰리비 사야의 권유로 신사를 지나친 뒤 지네는 아사이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다....
이토카와 아오이는 어린 시절 '시게토라'라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원피스 한 벌을 빚졌다. 시게토라는 10년 뒤 빚을 몸으로 받으러 오겠다며 때마다 나타나 이토카와를 괴롭혔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연인을 사고로 잃고, 구관에서 괴이를 접했던 '나'에게 사야가 도움을 요청했다. 마물로부터 오빠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오빠의 대역이 될 뼛가루를 품고, 축제의 밤 동안 자동차로 도망다니는 작전이었다. 사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아사이와 이토카와도 함께였다. 축제의 밤, 도망다니던 '나'는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알게된 정보, 그리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달의 모양이 틀린 등의 현상을 통해 4년 전 사야의 오빠가 죽은 밤으로 시간을 이동해 왔다는걸 알게 되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소개를 겸한 세 편의 단편,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힘을 합쳐 마물로부터 도망치는 모험을 펼치는 중편으로 이어지는 중, 단편집.
 
세 편의 단편은 짤막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마루판을 뒤집는 이야기에서 흠집 투성이 마루판은 알고보니 바닥 밑에서 '그것'이 딱딱한 뭔가로 흠집을 낸 것, '시게토라'는 자기가 준 것의 댓가를 '무게'로 계산하기 때문에 원피스는 머리카락으로 충분했다는 등의 진상, 반전은 아주 괜찮았어요.
본편도 전체적으로 읽기 쉽고, 마물로부터 도주하는 과정은 박진감이 넘쳐서 페이지가 쭉쭉 넘어갑니다. 자동차로 도망치지만 마물이 지능을 갖추고 있어서 자동차 도로를 나무로 틀어막고, 주행 경로를 예상하여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덮치는 등으로 압박을 가하며 흥미롭게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제목의 '후회하는 소녀' 마쓰라비 사야는 오빠 겐이치로가 죽은 뒤 내내 후회해왔었지만, 모험을 끝낸 뒤 오빠는 사야 대신에 죽음을 택했었으며, 살아남은 뒤에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고 죽어서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는 결말도 깔끔합니다. 죽을 사람은 죽는다는 인과율의 법칙도 따르면서요.

하지만 큰 문제가 있는데.... 전혀 무섭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 25회 일본 호러 대상'을 수상했다는 이력과는 다르게요. 다른 수상작 - 예를 들어 <<보기왕이 온다>> - 들은 꽤나 무서웠었는데, 이 작품은 호러 소설이라기보다는 모험 소설에 가깝습니다.
설정과 소재도 어디서 많이 봤던거라 신선함도 부족합니다. 특히 마물을 잘 아는 미소녀 마쓰라비 사야 캐릭터는 진부함 그 자체였어요. 마물을 무너지기 직전의 다리로 유인한 뒤 다리를 붕괴시켜 퇴치한다는 결말도 마찬가지로 뻔했고요. 알고보니 4년전으로 타임 슬립해왔다는 전개도 쉽게 눈치챌 수 있어서 반전 매력이 떨어집니다. 잘 활용했더라면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였는데 말이지요. 
무엇보다도 '나'의 연인이 붕괴 사고로 죽은 다리를 4년 전 시점에서 무너트려서, '나'의 새로운 현재에는 아내가 생겨 있다는 결말은 이상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사야의 오빠도 결국 죽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런 설정 오류 때문에라도 과거를 바꿔서 미래가 변하는건 이런 류의 작품에서는 지양해야 합니다. 즉, '나'의 연인도 어쨌건 죽고 없는게 맞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시간을 보내는데 적당한, 스낵같은 작품입니다.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5/03/17

던전 밥 1- 쿠이 료코 : 별점 4점

던전밥 1 - 8점
구이 료코 지음, 김완 옮김/㈜소미미디어

던전 심층부에서 드래곤과 승부를 벌이다가 간신히 탈출한 주인공 라이오스 일행은 곧바로 던전에 복귀했다. 그들을 구하고 드래곤에게 잡혀버린 여동생 파린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짐을 잃어버려 곤경에 처했다. 그래서 식비를 줄이기 위해 라이오스는 던전 내의 마물들을 사냥해 먹자고 제안하는데!

쿠이 료코의 만화. 일전에 "서랍 속 테라리움"을 재미있게 읽어서 바로 구입해 본 작품입니다.

전사, 드워프, 엘프, 도둑(열쇠사)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던전을 공략한다는 점과 기본 세계관은 이제는 상식처럼 되어버린 전형적인 RPG 판타지의 룰과 설정을 따릅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물을 사냥해 먹는 이야기를 요리 만화 스타일로 풀어낸다는 아이디어가 탁월했습니다. 재료가 되는 마물들과 요리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도 돋보였고요.

어떻게 보면 뻔한 판타지와 뻔한 요리 만화의 결합인데, 서로의 장점과 재미를 극대화시켰기에 단순히 구루메 만화 붐에 편승한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장르라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판타지 세계에 어울리는 식재료와 요리를 정말로 있음직하게 그려낸 작가의 솜씨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 재미있지만 그중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에피소드를 꼽자면,

첫 번째는 만드레이크와 바실리스크의 알로 만든 오믈렛 이야기입니다. 만드레이크를 채취할 때 비명을 들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드워프 전사 센시는 소리를 지르기 전에 목을 베어버리는 방식으로 채취해서 멀쩡하죠. 그러나 엘프 마법사 마르실은 책에서 배운 대로 개와 연결된 밧줄로 만드레이크를 묶고 개를 달리게 해 채취하는 방법(그리고 개는 죽게 되는)을 쓰고자 합니다. 던전에는 개가 없으므로 박쥐 마물을 대신 사용해서요. 자신이 파티의 짐 같은 존재로 여겨져, 파티에 기여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던 탓입니다.

하지만 박쥐가 폭주하면서 되려 죽을 뻔하게 되고, 더 큰 실의에 빠지게 되는데요. 그때 드워프 전사 센시가 바실리스크의 알에 만드레이크를 섞어 만든 오믈렛을 맛보고, "비명을 지른 쪽"이 더 맛있다고 인정하면서 훈훈한 결말을 맺습니다. 센시가 마르실에게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만드레이크의 머리 부분을 특별히 챙겨주며 마무리되고요(이건 정말 만화를 봐야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두 번째는 움직이는 갑옷 에피소드입니다. 이 이야기는 요리보다는 판타지 설정 자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움직이는 갑옷이 실제로는 갑옷처럼 생긴 일종의 조개라는 설정은 정말 기발하더군요.

게다가 주역 캐릭터들도 전사 - 엘프 - 드워프 - 도둑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개성을 더해 각자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에피소드마다 번갈아가며 주역을 맡는 방식으로 비중 배분도 확실해서 좋았습니다. 쿠이 료코의 뛰어난 작화와 독특한 개그 센스 역시 더할 나위 없습니다.

동어 반복적인 요소가 조금 있으며, "죽음"을 가볍게 다루는 설정(죽어도 마법으로 소생 가능하다는 설정)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이세계 구루메 만화라는 새로운 장르의 신경지를 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4점. 판타지와 구루메, 요리 만화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2025/01/18

쿠이 료코 낙서집 데이드림 아워 - 쿠이 료코 / 김민재 : 별점 3점

쿠이 료코 낙서집 데이드림 아워 - 6점
쿠이 료코 지음, 김민재 옮김/㈜소미미디어

만화 “던전밥”의 작가로 잘 알려진 쿠이 료코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그린 다양한 일러스트와 짧은 만화를 모은 화집. 4개의 챕터를 통해 총 257점의 일러스트와 57페이지 분량의 만화를 선보입니다.

이 화집의 가장 큰 매력은 작가의 압도적인 드로잉 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쉽게 손 가는 대로 그린 듯한 그림들조차도 모두 해부학적으로 완벽한 골격과 근육을 바탕으로, 그리고 치밀한 설정을 토대로 완성된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낙서 모음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더군요.

“던전밥” 팬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디테일들도 돋보입니다. 라이오스 일행 외의 등장인물들이 '체인질링'으로 다른 종족으로 변화했을 때의 모습이나 현대 의상을 입었을 때의 모습 같은 그림들이 그러합니다.
또 이런 그림들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설정의 깊이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아래의 종족별 마스크 쓰는 방법에 대한 일러스트가 대표적입니다. 귀가 큰 엘프와 드워프는 귀부터 꼼꼼하게 시작하고, 아무 생각없는 이즈츠미는 대충 쓰다가 엉망이 되고, 코볼트는 마스크 형태부터 다르지요.

만화들도 풍성합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라이오스와 파린이 상단과 동행하며 여행한 일화를 다룬 짧은 만화, 등장인물이 총 출동하는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 이벤트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네요. 오코노미야키를 햄버거처럼 만들어 먹는 라이오스의 모습도 재미있었고요. 갓 태어난 파린을 본 뒤 라이오스가 마을 동물들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장면은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 새롭고 신선한 만화가 많습니다.

“던전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그림들도 흥미롭습니다. 작가가 먹고 싶은 요리들을 그린 일러스트는 “던전밥” 특유의, 요리와 재치가 결합된 유쾌한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용의 학교는 산 위에” 관련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는 등, 작가의 팬이라면 더욱 즐길 거리가 많아요.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라이오스 파티보다는 카나리아 부대 소속 엘프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나, 마물과 마물 요리 관련 그림이 거의 없다는 점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분량에 비하면 책 가격도 다소는 높은 편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이 료코의 팬이라면 소장 가치는 충분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던전밥”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20/08/23

백사당 - 미쓰다 신조 / 김은모 : 별점 3점

백사당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 겸 편집자 미쓰다 신조는 다쓰미 미노부라는 남자의 괴이한 체험을 들은 뒤, 그가 쓴 원고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그 원고를 읽은 미쓰다 신조와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 둘 씩 괴이한 현상이 일어났고, 결국 젊은 여성 편집자 다마가와는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미쓰다 신조는 이 현상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서는 다쓰미 미노부를 만나야 되겠다는 생각을 굳히고 교토에 있는 그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집에서도 괴이한 현상을 경험하고, 실종된 다마가와는 돌아온 뒤 눈 앞에서 자살하는 등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는데....

직전 "사관장"에 이어 읽은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 3부작 마지막 작품입니다. 읽고 나니 "사관장"을 읽고 든, 미완성같다는 느낌이 맞았더라고요. "사관장"은 이야기의 도입부이자 전편이고, 이 "백사당"으로 이야기가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하나의 긴 장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백사당"을 통해 "사관장" 속 중요한 수수께끼들의 진상이 밝혀지거든요. 일본에서는 '작가 시리즈 3부작 전편 (사관장)'과 '작가 시리즈 3부작 후편 (백사당)'으로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렇게 소개했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둘 중 하나만 읽게 되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만해도 깜빡 그럴 뻔 했습니다.

하여튼, 작품은 미쓰다 신조가 겪은 괴기 체험에 기반을 둔 '작가 시리즈'답게 공포의 마물 '마모우돈'이 실제한다는걸 전제로 하고 있긴 한데, 놀라운건 이야기 속 일어났던 괴이한 현상이 모두 합리적인 추리로 설명된다는 점입니다. 작 중 친구 소후에 고스케의 말에 따라서 - "초자연 현상은 해석할 방법이 없으니,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는건 확실하게 일어났다고 인정되는 현상만 상대하는" - 요. 덕분에 그야말로 '호러 미스터리'라는 장르 정의에 딱 들어맞습니다. 

이 지론에 의하면, 결국 "사관장"에서의 수수께끼는 백사당에서의 아버지 실종과 새어머니 실종, 두 개의 사건만 확실히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래서 두 사건에 대해서만 합리적인 해석이 될 수 있도록 파고듭니다.

첫 번째 수수께끼인 할머니 탕관 의식 도중 실종된 아버지 사건에 대한 탐정역인 아스카 신이치로의 추리는, 아버지는 새어머니 도미 씨에게 살해당했고 그 시체는 관 속에 숨겨져 있었다는 겁니다. 도미 씨가 백사당에 들어올 수 있었던건, 자물쇠가 잠겨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고요.
우선 도미 씨는 탕관을 도와주겠다며 백사당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살해한 뒤, 탕관 후 이물질을 배출하기 위한 탕관구를 통해 죽은 할머니의 시신을 분해해 버리고 관 속에 대신 아버지의 시신을 넣었습니다. 그 뒤 백사당 입구 옆 공간에 숨어있다가, 다미 할멈이 백사당 안으로 들어올 때 몰래 탈출했다는 추리입니다.
백사당이 밀실이기는 하지만, 탕관을 하기 위해 설치된 탕관구라는 특이한 구멍의 존재와 요철 모양으로 입구 옆에 공간이 있는 구조라는 점을 잘 활용한 멋진 트릭이었어요.

마물에 의한 기억상실 정도로 치부되었던 도도야마 산에서의 체험도 알고보니 추리적으로도 잘 짜여져있으며, 정교한 극적 반전이 등장해서 무척 인상적입니다.
단서는 이전에 등장했던, 도도야마 산을 올랐던 사람들 이야기들입니다. 혼자서 산을 찾았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는데, 두 명이 방문하면 둘 다 무사하거나, 한 명만 무사하거나, 둘 다 죽었으며 세 명 이상이 올라가면 대부분 죽었다는게 그동안 있었던 일입니다. 이를 통해 두 명 이상이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게 아닐까라는 추리가 이어집니다.
"사관장"에서는 아이들끼리 도도야마 산을 올라가기로 결심했었는데, 할머니 장례로 흐지부지되는 듯한 묘사가 나왔었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들 모두 도도야마 산에 올라갔던 겁니다! 그 중 한 명이 경찰 서장의 아들인 전학생 미쓰다 신조였고, 미쓰다 신조는 도도야마 산 정상 신당에서 다쓰미 미노부를 만났는데 둘이 정신적으로 뒤바뀌어 버리고 만 것이에요. 무언가 습격한게 아니라 둘이 급작스럽게 만난걸 계기로 정신이 바뀐 채 기억을 잃은 겁니다.
그래서 성인이 된 미쓰다 신조와 다쓰미 미노부가 엮이게 되었으며, 미쓰다 신조가 무언가에 쫓기는 현상이 일어났고, 결국 미쓰다 신조가 다우군 다우초를 제 발로 찾아 햐쿠미가 은거방 격자 안에 갇히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이 진상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관장"에서 친구가 된 전학생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등 이를 서술 트릭처럼 활용한 전개도 돋보입니다. 아, 정말 생각도 못했네요. 늙어 보이는 다쓰미 미노부가 사실은 미쓰다 신조들과 동년배라는 것 역시 서술 트릭의 일종으로 마지막 진상이자 반전의 순간 충격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합니다. 다쓰미는 마모우돈에게 정기를 빼앗긴 탓에 폭삭 늙어버렸다는 설정인데, 이 설정은 작품 속 또 다른 중요한 단서로 등장하는 6년전 아이들 실종 사건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마모우돈이 정기를 빼앗으며 나라에서부터 다쓰미가 사는 교토까지 이동하면서 벌어진 일이거든요. 마모우돈은 아이들의 정기 덕분에 아름다운 여자로 탈바꿈 하게 되었고요.

전편에서 설명이 부족했거나 설명되지 않은 부분을 보완해 주는 내용도 많습니다. 다쓰미 미노부가 겪었던 할머니의 학대는, 말 그대로 '첩의 아이'에게 명문가 대가 이어진다는 것에 대한 분노라고 이전 리뷰에서 설명드렸었는데, 이 작품에서의 보충 설명에 따르면, 햐쿠미가 당주들은 모두 여성 편력이 심하고, 여성들에게 원한을 많이 샀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대로 햐쿠미가 당주들에게는 여성들의 저주가 씌워졌다는군요. '나'인 다쓰미 미노부(햐쿠미가에서 다쓰미가의 양자로 보내져 성이 바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던거지요.
아울러 스나가와가 살았던 집 폐허에서 만난 무언가는 스나가와의 할아버지의 원령인건 당연한데, '왜 원령이 나타나서 햐쿠미가를 원망하는지'는 전편에서는 설명되지 않았죠. 이 작품에서 원령의 존재는 앞서 설명드린 도도야마 산 체험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집니다. 아이들끼리 도도야마 산을 올라갔다가 이상해졌는데, 마침 스나가와는 함께 올라가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스나가와가 아이들이 산에 올라가도록 만들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결국 마을 사람들이 스나가와를 죽였지요. 그 뒤 스나가와의 부모는 자살하고 할아버지도 굶어죽은 시체로 발견되어 원한이 남게 된 것이고요. 스나가와가 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원한이 사무칠만한 비참한 죽음인건 분명합니다.

이외에 이 작품 속에서만 등장하는 괴이 현상에 대한 묘사들도 좋습니다. 다쓰미의 "사관장" 원고를 읽은 미쓰다 신조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현상들인데, 특히 여성 편집자 다마가와가 자살하는 순간 입에서 쏟아낸 방언, 기묘하게 남긴 메시지는 섬찟할 뿐 아니라 미쓰다 신조와 다쓰미 미노부가 동일 인물이라는걸 드러난다는 복선으로도 잘 활용되고 있습니다. 미쓰다 신조가 마모우돈을 만난 순간 두 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 '스륵 스륵 스륵...' 의 표현도 섬찟하며, "사관장" 초반 할머니가 강제로 곰팡이 슨 만주를 먹이는 장면과 겹치는 스나가와 할아버지 원령의 전병 대접과 원한의 토로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눅눅한가...')

그런데 정작 추리와 진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정통 추리물로 보기는 힘듭니다. 다쓰미 미노부와 미쓰다 신조가 할머니 묘를 파서 관을 확인해 본 결과, 관 속의 뼈는 그냥 할머니 뼈였습니다. 즉, 도미 씨의 살의를 눈치챈 아버지 나오호 씨가 입구 옆 공간에 숨어있다가 다미 할멈이 들어오는 틈을 타 도망갔다는게 진상이라 좀 허무했어요. 다미 할멈이 다쓰미 미노부를 위해 꾸민 일로 당주 나오호씨가 도망치는 큰 소동이 일어나면, 체면을 중시하는 도미 씨가 아들을 본가에서 내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평소 다쓰미 미노부를 아꼈던 다미 할멈이라면 충분히 할 만한 일이라 합리적이기는 한데, 추리적으로 재미는 없습니다.
또 이 진상이 사실이라면, 도미 씨와 하룻밤 밤 백사당에 갇혀 있었을 때 무사했던게 설명 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고요. 

그리고 두 번째 수수께끼에 대한 추리는 명백히 문제가 있습니다. 아스카 신이치로는 도미 씨 장례식에서 탕관을 하던 다쓰미를 습격한건 단순한 환청과 환각이었으며, 다음날 아침 백사당을 찾은 다미 할멈은 쓰러진 다쓰미를 보고 충격을 받아 죽었다고 추리합니다. 이를 발견한 두 명 숙부와 고모는 도미 씨 시체를 탕관구를 통해 없애고 다미 할멈의 시체를 도미 씨 관에다 넣었다는 거지요. 그러나 '나'가 멀쩡한만큼, 다미 할멈은 고령으로 인해 백사당에서 자연사한걸로 이야기하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무리한 트릭을 감수해가며 고모와 숙부들이 다미 할멈의 죽음을 숨길 이유는 없습니다. 앞서 첫 번째 수수께끼의 진상이 단순 도망이라면, 이러한 트릭을 고모와 숙부들이 급조해서 떠올릴 이유도 없고요.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은 미쓰다 신조 및 친구들의 말로가 조금 불분명하다는겁니다. 단순 실종으로 퉁치고 끝내는건, 이야기가 제대로 끝나지 않은 느낌입니다.
햐쿠미가가 백마리 뱀에서 가려 뽑은 뱀신을 모신다던가, 그 외 이런저런 스쳐지나가는 괴담들같이 뭔가 있어보였지만 아무것도 아니었던 묘사도 많습니다. 아버지 나오호 씨가 마지막 순간, 미쓰다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갑자기 등장해서 살짝 폼을 잡다가 바로 정기를 빨려 리타이어 해 버리는 장면도 단지 나오호 씨의 말로에 대해 알려주는 것 외의 역할은 없는 불필요한 이야기였고요.
마모우돈이 다쓰미 미노부의 몸을 한 미쓰다 신조와는 잘 지내면서, 미쓰다 신조의 몸을 한 다쓰미 미노부는 햐쿠미가에 감금한 이유도 모르겠네요. 전의 사건들을 보면 미쓰다 신조를 납치하는건 일도 아닌데, 왜 이리 복잡한 단계를 거치는지도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추리를 펼쳐보이는 탐정 역인 미쓰다 신조의 친구 아스카 신이치로의 캐릭터는 특별한 매력이 없어서 재미가 없었습니다. 모든 탐정들이 괴상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평범해서 작품에 많이 묻혀요. 탐정은 아니지만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친구 소후에 고스케도 등장하기 때문에 비중과 존재감도 흐릿한 편이고요. 이럴 바에야 차라리 도조 겐야 시리즈로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전작과 합쳐 1000페이지를 훌쩍 넘는 어마무시한 분량도 부담스러웠고요.

그래도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입니다.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백사당에 관련된 거의 모든 수수께끼는 완벽하게 풀린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더운 여름 밤을 보내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2025/04/25

나 혼자만 레벨 업 시즌 1, 2 (2024~2025) - 이토 신고 : 별점 2.5점

동명의 유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 1과 2를 한 번에 몰아쳐 감상하였습니다.

이세계에 전생한 주인공이 특별한 치트 능력을 부여받아 무쌍한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최약체 E급 헌터였던 성진우가 이중던전에서 '플레이어'라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각성하는데, 플레이어는 혼자만 레벨업이 가능하고, 퀘스트 수행이나 능력치 분배가 가능한 게임처럼 작동하는 세계의 규칙을 적용받는다는 설정 역시 다른 이세계 무쌍류와 유사합니다. 등장 인물들을 능력치로 등급화한 세계관, 그리고 주인공이 여러 스테이터스 창을 띄우고, 게임처럼 진행한다는 설정도 뻔하디 뻔하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배경 설정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전생물이 아니라 무대가 '현실 세계'라는 점입니다.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현실 세계에 '게이트'가 등장해서 마물들이 출몰하고, 인간 중 일부는 '헌터'라는 초능력자처럼 각성한 뒤 게이트에 들어가 마물과 싸우고 보상을 얻는다는 설정에 바탕을 두고 있거든요. 헌터는 E급부터 S급까지의 능력치를 기준으로 등급이 나뉘며, 사회 전반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로 그려지고요. 헌터 간의 계급, 게이트 등급, 마석과 마정석을 둘러싼 경제 구조와 이를 둘러싼 인간 관계 등도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성진우가 네크로맨서로 전직한 뒤 자신만의 군단을 형성해 가는 설정도 독특해서 괜찮았습니다. 많은 부하를 이끌게 됨으로써 빠른 레벨업과 강하고 다수인 적들과 맞서 싸워 이기는데 설득력을 부여함은 물론, 자신이 이긴 적을 동료로 얻고 활용하는 과정은 '동료 수집'이라는 게임적 재미를 구현하고 있거든요. 시즌 2의 제주도 4차 레이드에서 치명상을 입은 차해인을 구하기 위해 전사한 A급 힐러 민병구를 되살리는 극적 연출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액션 연출의 완성도가 아주 높습니다. 칼과 마법, 그림자 군단이 엇갈리는 전투 장면은 빠른 속도감과 현란한 연출로 몰입도를 극대화시킵니다. 가끔은 동화 수가 부족한 느낌도 들기는 하는데, 과감한 구도의 사용 등으로 잘 커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던 대로 비교적 뻔한 설정이라는 단점은 있습니다. 이런 류의 작품들 대부분이 가진 문제인데, 성진우의 능력이 후반으로 갈수록 상식을 초월한다는 문제도 커요. 결국 성진우가 이길게 뻔해서, 그렇게 몰입이 되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성진우가 초월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레이드 초기에 참여하지 않은건 욕 먹어도 쌉니다. 그가 초기에 참여했다면 헌터들의 희생을 막고 보다 쉽게 개미 떼를 정리했을 테니까요.

성진우가 플레이어로 선택된 이유도 설명되지 않아서 답답하며, 여동생의 친구 한송이나, B급 힐러 이주희 등 주요 캐릭터처럼 등장했지만 별 의미 없이 퇴장하거나 비중이 사라지는 인물들이 많은 점도 이야기의 완성도를 떨어트립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이세계 무쌍물의 익숙한 틀을 따르지만, 배경을 현실 세계로 설정해 차별점을 두었으며 주인공의 네크로맨서 전직과 액션 연출의 몰입도는 인상적입니다. 다만 전개가 뻔하고 설명되지 않은 설정, 비중 없는 조연 등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래도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네요.

2025/03/08

결혼반지 이야기 1~14 - 메이비 : 별점 2점

[고화질] 결혼반지 이야기 14 - 4점
메이비 지음/학산문화사

고교생 사토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소꿉친구 히메의 뒤를 쫓았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이세계였다. 그곳에서 사토는 히메의 결혼식에 난입했다. 히메는 이세계 크리스탈 노바티 노카나티의 공주였고, 그녀와 결혼하면 전설의 용사 반지왕이 되어 심연왕의 위협을 물리쳐야 했다. 히메와 결혼한 사토는 반지왕의 힘을 모두 끌어내기 위해, 다른 네 명의 공주와 결혼해야 했다...

이세계 판타지로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그게 아니더군요. 일본식 하렘물의 모든 요소를 총망라한 므흣(?)물입니다. 질투심 많은 순정파부터 청순가련한 내성적 얌전파, 강한 힘을 앞세우는 무투파, 연상 츤데레, 말없는 인형까지—일본 하렘물에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서 므흣한 장면을 수시로 선보이는게 내용의 핵심이거든요. 빠진 캐릭터라고 한다면 스쿨드 같은 천재 발명가 정도인데, 이마저도 사피르와 안바르가 캐릭터성을 나누어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므흣하게 구현한 작가의 작화력도 상당합니다. 전형적인 러브 코미디 하렘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진중하고 묵직한 그림체이지만, 워낙 뎃셍력이 좋은데다가 이세계 판타지라는 설정과 결합되어 강한 시너지를 보여줍니다. 종족도 인간, 엘프, 수인족에 용족, 드워프의 기계 인형(?) 등 다양하고, 설정 상 안경 소녀는 없지만 그 외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조합 - 거유, 로리, 장발, 단발 등 - 이 그려지는데, 색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단지 야하기만 한건 아니고, 여러 액션 장면도 볼만합니다. 히메를 비롯한 공주들과 맺어질 듯하면서도 번번이 실패하는, 전형적인 하렘물 특유의 코믹한 전개도 재미를 더해 주고요. 

주인공 사토가 흔한 하렘물 주인공과 차별화되는 점도 좋습니다. 무능하고 유유부단한데도 주변 여성들이 이유 없이 따르는 캐릭터가 아니라, ‘선택받은 영웅’이기 때문에 다섯 명의 공주가 반드시 그를 따라야 한다는, 일종의 강제적인 하렘 구축 설정이 꽤 괜찮거든요. 성격도 밝고 긍정적인 성장형으로, 결국 세계관 최강의 힘을 손에 넣어 영웅답게 활약하는 것도 좋습니다. 미녀를 거느리는 당위성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하렘물로서는 괜찮습니다.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될만큼의 인기 요소는 충분히 갖추고 있어요. 이세계 판타지물로도 심연의 마물이 전대 반지의 용사였고, 공주들에게 배신당해 죽었다는 설정은 제법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이세계 전생 영웅 판타지로는 낙제점입니다. 설정 자체가 뻔하디 뻔하며, 심연의 마물과 싸워 나가는 과정에서도 별다른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도 없고, 내용 전개가 일사천리인 탓입니다. 오히려 곁가지라 할 수 있는 학교 생활이나 일상 생활을 다룬 하렘물 전개가 더 흥미로왔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므흣한 여성 캐릭터, 액션에 특화된 빼어난 작화에 별볼일 없는 판타지가 결합했다는 점에서는 "스트라바간차"와 비슷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라바간차" 쪽이 더 좋기는 했지만, 우열을 가리기는 애매하네요. 별점도 같고요.

2023/08/05

하얀 마물의 탑 - 미쓰다 신조 / 민경욱 : 별점 2.5점

하얀 마물의 탑 - 6점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비채

<<아래 리뷰에는 진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모토로이 하야타는 2차대전에 해군으로 참전했던 탓에 등대지기가 되었다. 해군 시절 등대의 중요함을 느꼈던 탓이었다. 양성학교를 거쳐 첫 부임한 곳은 간토의 다이코자키 등대였다. 그곳에서 자살하려는 소녀를 구해주는 등의 경험을 겪고 2년 후, 도호쿠 지방에 있는 고가사키 등대로 전근이 결정되었다.
어선으로 고가사키 등대에 접근하던 하야타는 등대에서 이상한 햐얀 형체를 목격했고, 이 때문에 어부가 직접 상륙을 거부해서 등대 아래 아지키 마을에서 육로로 이동해야 했다. 
하야타는 이동을 위해 안내인 모스케를 고용했지만, 모스케가 사라져버려서 홀로 출발했다. 그리고 하야타는 숲길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쫓는걸 알아채고 서두르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해까지 진 상태에서 발견한 민가는 기묘하게 생겼고 무척 낡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집은 마을 사람들이 '하얀집'이라고 부르며 피해가라고 했던, 시라가미를 모시는 무녀의 집이었다. 가면을 쓴 무녀와 손녀가 살고 있었는데 하야타는 친절한 손녀 하쿠호의 도움으로 하룻밤을 보낸 뒤, 그녀에게서 받은 부적 덕분에 무사히 등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등대에는 아무도 없었고, 밤이 되어서야 등대장 이사카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하야타를 찾으러 숲에 갔다왔다고 한 이사카는 하야타가 겪었던 일을 듣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었다. 다이코자키에서 자살하려는 소녀를 구해주었었고, 고가사키 상륙 전에 하얀 형체를 목격했었고, 숲 길로 이동하다가 무녀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었다는 등 하야타와 거의 똑같은 이야기였다.
등대장의 회고는 마을 신주의 딸 미치코와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하듯 홋카이도로 전근을 갔는데, 딸은 신주가 부리는 시라몬코에게 납치되어 사라졌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하야타는 자신의 경험담을 합리적으로 해석한 뒤, 이사카의 아내 미치코는 마을 신사 신주의 딸이 아니라 하얀집의 딸 시라쓰유였다는걸 추리해 내는데....


"불가해한 일을 겪을 때는 합리적인 해석이 중요하다."

미쓰다 신조의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신간 코너에 있길래 시리즈인줄 모르고 별 생각없이 집어들었는데, 읽다보니 시리즈더라고요. 다행히 첫 번째 작품은 읽지 않았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은 없었습니다.

작품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사관장>>과 비교적 흡사합니다. 시골 마을에서 대대로 전승되는 무속 신앙과 그들이 부리는 신(?)에 관련된 기묘한 능력, 그것에 얽히게 된 민간인이라는 핵심 소재가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이 무녀와 연을 맺는 전개와 사람들이 겪는 기현성이 '하얀색'이라는 것도 유사하고요.
하지만 주인공 모토로이 하야타의 존재가 결정적 차이를 만듭니다. 그는 모든 현상을 '합리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온갖 기현상에 대한 나름의 추리를 펼칩니다. 이게 꽤 그럴싸해서 재미있었어요.
 
우선 '세기의 미스터리' 중 하나로 유명한 아일린모어섬 등대 사건부터 자신만의 해석을 내 놓습니다. 등대장인 마셜이 미쳤다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폭풍우가 오지 않았지만 일지에 폭풍우가 덮쳤다고 적혀있던건 마셜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고, 부하 중 듀커가 '화를 냈다'는건 마셜이 미쳤기 때문에, 그리고 듀커가 '여전히 조용했고' 맥아더가 '기도했다'는건 마셜이 듀커를 죽여서 맥아더가 기도했다고요. 실종의 진상은 마셜이 비옷과 장화를 신고 듀커의 시체를 버렸는데, 그걸 안 맥아더가 비옷과 장화를 신고 뛰어나와 말리다가 둘 다 물에 빠져 죽은 것이라 추리합니다.
홀로 숲 길을 해메던 하야타를 추격했던 하얀 괴물체에 대한 추리도 합리적이었습니다. 길 안내를 부탁했던 모스케였다는 겁니다. 슬쩍 수풀 사이로 본 거대한 하얀 형체는 모스케가 짐을 나르며 짐 위에 덮어놓았던 흰 천이고요. 하야타가 마을 여관의 딸 기리에와 사이가 좋은걸 봤기 때문에, 질투심으로 저지른 일종의 장난(?)이라는 동기까지도 잘 설명해줍니다. 밤에 돌을 던지고, 다음날 등대로 향할 때 숲 속에서 하야타를 포위했던건 원숭이들이었을거라는 추리도 괜찮았고요.
자료 조사도 충실해서 등대의 역사 등 온갖 정보들도 가득한데, 그 중에서도 오사카 케이키치 등대 소설을 읽는 묘사는 반가왔습니다. <<등대귀신>>은 <<등대귀>>라는 제목으로 읽었었던 적이 있지요. 다른 작품들도 언급되는데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전개는 다소 지루한 편입니다. 모토로이 하야타가 고가사키 등대로 향해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게 거의 1/3 지점일 정도거든요. 하야타의 과거라던가, 신념에 대한 묘사, 그리고 등대의 역사 등 관련 자료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탓입니다. 작품과는 별 상관이 없는데 말이지요.
또 합리적으로 모든걸 설명하려고 했으면 그렇게 모든걸 설명해 주었어야 했는데,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너무 많습니다. 이사카 부부는 유령(?)이었다는 결말은 어처구니를 상실케하며, 이사카 부부와 다른 등대지기 하마치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애초에 이사카가 고가사키로의 전근을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은 아예 설명이 되지 않아요.
그 외에도, 하얀 집과 마을과의 관계처럼 설명되지 않는게 너무 많았어요. 한 때는 그 집에서 출산을 했다고 하는데, 불길하게 여기는 집에서 왜 출산은 했을까요? 출산을 앞 둔 임산부가 가기에는 너무 험한 산길로 보이는데 말이지요. 좋은 일은 마을 신사에, 나쁜 일은 하얀집에 기원한다는 설정도 잘 와 닿지 않았습니다. 좋고 나쁨의 구분 자체가 애매하잖아요. 예를 들어, 먼 곳에 있는 가족에게 선물을 보내기 위해 시라몬코를 이용하면 안되는 걸까요?
등대에서 보이던 하얀 형체가 하얀 집의 딸 하쿠호 (이전에는 시라쓰유)의 하야타 (이전에는 이사카)를 향한 연심이라는 해석도 별로였습니다. 그리고 그 해석이 맞다면 하얀 형체는 이사카와 하야타에게만 보였어야 했습니다. 시라쓰유, 하쿠호의 연심은 그들이 자살하려 할 때 구해주었던 젊은 등대지기에게 향해 있었으니까요. 즉, 마을 어선 선장이 '하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한 들, 그걸 목격했다고 등대 상륙을 거부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얀 사람'이 귀신을 볼 수 있는 모두에게 보인다면, 그걸 '연심'이라고 하기도 힘들테고요. 무언가에 대한 집착이 구체화된다는 해석이었다면 말은 되었겠지만 그런 설명은 없습니다.
이런 경험에 진절머리가 난 하야타가 등대지기를 그만둔다는 결말도 영 아니었어요. 물론 하야타가 하쿠호의 사랑을 받아줄 리는 없지요.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도 없이 유령이 되어버린 이사카 부부를 봤으니까요. 하지만 작중 묘사를 보면 하얀 집의 무녀는 시라몬코를 부려 일본 각지를 조사하고, 심지어 아이를 납치할 수 있기까지 합니다. 그렇다면 등대지기를 그만 둔 걸로 하쿠호에게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하쿠호에게 누군가 다른 남자가 희생양이 되기 전에는 말이지요. 하쿠호에게 희생양으로 모스케라도 던져주는게 바람직했습니다.

이렇게 설명이 부족하고 결말이 대충이라는 점에서는 완성된 소설보다는 괴담에 가까왔던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시리즈 1편인 <<검은 얼굴의 여우>>는 추리물이라고 하는데, 1편이나 읽어봐야겠습니다.

2025/01/04

이세계에서 치트 스킬을 얻은 나는 현실 세계에서도 무쌍한다 ~레벨업이 인생을 바꿨다~ (2023) - 이타가키 신 : 별점 2점

얼마 전 "전생 귀족, 감정 스킬로 성공하다"를 보았기 때문인지, 알고리즘으로 추천되었길래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그런데 "전생 귀족~"보다는 낫더군요. 이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설정을 통해 기존 이고깽 장르에 차별화를 시도한 덕분입니다. 이세계에서 얻은 능력이 현실에서도 적용되어, 왕따를 당하던 추남 주인공이 초인기 초미남이 된다는 설정, 즉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찐따가 현실에서도 게임에서의 레벨업을 통해 같은 능력을 얻는다는 이야기는 진짜 판타지가 뭔지 보여줍니다.

물론 이런 설정이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닐겁니다. 따지고보면 "간츠"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테고요. 하지만 이 설정을 조금 더 차별화 시켜주는건 주인공 유야입니다. 할아버지의 말대로 끝없이 선행만 베풀던 착한 인물이거든요. '선행을 베풀면 보답받는다'는 고전 동화 속 명제를 이세계 이고깽 판타지에 잘 녹여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현재 외모와 능력이 일종의 '반칙'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먼치킨이 된 유야가 겪는 여러 학교 생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습니다. '요리' 특기를 얻은 덕분에 캠프에서 멋진 요리를 선보여 담임의 프로포즈를 받는다는 등으로 훈훈하고 좋은 에피소드들이었어요.

그러나 단점도 명확합니다. 왕따와 외모 콤플렉스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진부합니다. 왕따 과정에서의 과장된 연출도 별로였고요. 레벨업한 뒤 자신의 외모와 능력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설정도 반복된다는건 설득력이 너무 약합니다.
유야의 레벨업은 단순히 마물을 물리치는 데 집중되어 있어 흥미를 유지하기 어렵고, 후반부의 파워 인플레도 뻔했습니다. 영웅과 마왕의 대결과 다를바 없는 설정이었으니까요. 이를 그려내는 작화, 연출도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캐릭터 간 관계나 서사도 전형적이라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판타지 세계가 특히 그러한데, 차라리 현실 세계 속 이야기를 더 길게 끌어가는게 재미있었을겁니다.
그리고 이건 넷플릭스의 문제인데, 서비스 신(?)을 모두 블러처리한 까닭을 잘 모르겠네요. 엄연히 15세 이상 관람가 작품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별점은 2점. 이고깽 장르물로는 나름의 매력이 있기는 한데, 추천할만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시즌 2는 방영되면 볼 생각입니다. 저 역시 인기없던 학창생활을 보냈던터라, 이런 판타지에 감정이입하게 되네요. 

덧붙이자면, 유야 할렘이 시작되었지만 진 히로인은 호죠 카오리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유야가 먼치킨이 되기 전 모습을 알고도 유야를 흠모하는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2004/01/06

주작의 활

로쿠죠 신사에서 장난을 치다가 사당을 부순 뒤에 왼팔에 신기 "주작"이 깃들게 된 고등학생 스루가 요스케. 그는 별 생각없이 답한 한마디 때문에 자신의 미래를 담보 잡힌 채 "주작의 활"을 무기로 여러 동료, 친구와 함께 "권족"이라 불리우는 마물과 싸워 나가게 된다.

요스케가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는 "권족"과 싸워나가는 퇴마만화. 동료로는 로쿠죠 신사에 새로 온 신주의 딸인 이나바 요모기 -여우귀신을 부리며 귀신을 볼 수 있는 "견귀"라는 능력자 - 와 "청룡의 창"을 쓰는 마찬가지로 신기를 받은 자인 국사선생 에조 류이치, 그리고 2권 막판에 등장하는 현무의 초등학생 미카와 이로리 등이 있습니다.

퇴마만화는 이제 하나의 장르를 이룰 만큼 많은 만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것만 해도 "블리치"(꽤 재밌더군요)나 "소름", "귀도천외 카나메" 등등 다 보기도 힘들정도로 많지요.

하지만 이 만화 "주작의 활"은 이 수많은 퇴마 만화 중에서도 나름대로 자리매김할 미덕이 존재합니다.
일단 무대가 되는 마을은 "미야코노"라는 굉장히 좁은 마을이며 주인공들도 소박하기 그지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권족이라는 강력한 괴물들은 존재하지만 이에 대항하는 주인공들의 능력은 별로 대단하지 않아서 나름대로 한계가 있고, 서로의 협력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스케일이 다른 퇴마물보다 작으면서도 소박합니다. (요새는 왠지 이런 소박함에 마음이 끌립니다^^) 그래서인지 퇴마만화이지만 이상하게 다른 만화에 비해 괴물의 비중이나 묘사는 적고 주인공들과 동료, 친구들과의 다양한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집니다.
원래 게임업계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작가의 독특한 그림체와 캐릭터들 역시 이상할 정도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하고 있고요.

2권이 최근 출간되었는데, 1권보다는 보다 소박해지고 유머러스해진 2권때문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네요. 특히 간만에 보는 "착하고 순진한" 여주인공 이나바 요모기 때문에 더욱 흐뭇합니다.
모쪼록 앞으로 마왕과 싸운다.. 같이 스케일을 키운다던가 하지 말고 미야코노시만 지키는 소박한 주인공들을 보게 해 주었으면 합니다.

PS : 요새 안나오던 만화들이 나오는 붐인가요? 이그젝션 6권에 할아버지와 나의 사건수첩 4권에... 볼게 너무 많군요. 천천히 읽어봐야죠^^

2023/07/22

던전밥 월드 가이드 모험자 바이블 - 쿠이 료코 / 김민재 : 별점 2점

[고화질] 던전밥 월드 가이드 모험자 바이블 - 4점
쿠이 료코 지음, 김민재 옮김/㈜소미미디어

<<던전밥>>은 1권 출간 당시부터 관심있게 보아왔던 판타지 만화입니다. 판타지와 먹부림을 결합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쿠이 료코의 팬이 되어 여러가지 단편집들을 구입하기도 했었지요. 지금은 <<이세계 식당>>이나 <<이세계 주점>>과 같은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그 신선함이 퇴색해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조로서의 품격은 잘 유지하고 있으며, 다른 유사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세계 전생같은 개념이 아닌 판타지 세계관 내에서만 이야기가 이루어지고 '미궁의 주인' 자리를 놓고 벌이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 해 나가고 있다는 장점은 여전합니다.

이 책은 <<던전밥>>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과 마물들, 그리고 세계관 설정에 대해 알려주고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부록 만화들이 수록되어 있는, 일종의 팬 서비스용 도감입니다.

주요 인물별로 아래와 같이 상세 설정 및 이야기 속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해주는게 좋았습니다. BMI 지수까지 알려줄 정도이며, 심지어 '첫 사망'이 언제였는지 알려주기까지 합니다.


 
만화책을 열심히 보았다면 구태여 구해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인물별 설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가는건 나름의 재미가 있더군요. 인물별 특징을 잘 보여주는 만화를 수록해 준 것도 고마운 부분이고요.


인물 설정 뿐 아니라 거주하는 곳 까지 소개해주는 등의 디테일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만화로 읽을 때는 잘 모르고 지나갔던 디테일한 설정들도 볼거리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작 중 최고 인기 연애 소설인 <<다르티안의 일족>> 소개였습니다. 아~ 왠지 뻔하지만 엄청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라이오스 파티 이외 인물들 설명은 그만큼 자세하지는 않습니다. 몬스터들은 더 간략해서 일러스트와 간단한 설명 뿐이고요. 그리고 이야기가 완결되기 전에 출간된 탓에, 전체 이야기를 완전하게 담지 못하고 있다는 단점도 큽니다. 이 책만 읽으면 여러모로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어요. 완결 이후에 이야기 모두가 정리된 버젼으로 출간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무엇보다도 실망한건 작품의 핵심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요리' 관련 내용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여러가지 몬스터로 만든 요리와 그 레시피에 대해 더 상세하게 소개해 주리라 기대했거든요. 끝까지 읽었는데 요리 관련 이야기가 없어서 무척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 <<던전밥>> 팬이라면 보시면 좋을 책이지만, 제 기준으로는 단점이 명확했습니다. 풀 컬러이기는 하지만 컬러가 사용된 부분이 많지 않은데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에 비하면 가격도 비싼 편이에요. 

2025/05/24

말단 병사에서 군주까지 - 스토리: doip, 소울풍 / 작화: 2631 : 별점 1.5점

30대 후반 외팔이 용병 크리스는 아티팩트를 노리던 강도단 습격으로 죽기 직전, 아티팩트를 삼킨 덕에 15살, 크리스가 팔을 잃었던 세르카도와 팔문의 전장으로 회귀했다. 회귀 덕분에 팔을 잃지 않은 크리스는, 전생에서 익힌 다양한 기술과 과거의 기억으로 소년병들 신분임에도 대활약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한 단계씩 출세해 나가기 시작하는데...

애니메이션(실제로는 애니메이티드 카툰이라고 해야 겠지만)까지 나왔다는 인기 회귀물입니다. 지난 연휴 때 감상했습니다. 리뷰가 늦었네요.

뻔한 회귀물이지만, 그래도 초반 팔문과의 전쟁은 비교적 인상적입니다. 회귀 이전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던 주인공 크리스가 그 기억을 회귀 후 말단 병사 위치에서 승리의 동력으로 삼는 설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 덕분입니다. 또 팔문의 보급대를 노리는 작전 등 다양한 전략전술을 몰락 기사 케너럭이나 신분을 숨기고 종군 중인 휠켄 등 여러 등장인물들과 함께 선보임으로써, 단순 판타지가 아닌 군웅물의 분위기를 선사해 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이 전쟁 이후 전개되는 왕당파와 귀족파의 갈등 또한 흥미롭습니다. 초반 최강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벤트하임의 생생한 매력 덕분이지요. 

작화도 초반부는 마음에 듭니다. 선이 동글동글하면서도 전투 장면, 특히 머리와 팔, 다리가 잘려나가는 잔혹한 묘사가 강렬하게 표현되어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전해 주거든요. 액션 연출도 괜찮은 편이었고요.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작품의 매력이 빠르게 사라집니다. 크리스와 동료들이 바이스 능력을 각성하면서 계속된 전쟁과 결투를 통해 레벨을 올린다는, 뻔한 전개와 설정으로 일관하며 전형적인 회귀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탓입니다.
초반에 눈 앞의 전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분투하던 캐릭터들 역시 점차 강한 마물과 싸워나가는 전형적인 판타지 주인공과 조력자들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레벨업을 통해 작중 최강자에 등극하는 크리스는 물론이고, 크리스의 동료들 역시 타고난 힘을 지닌 파워형, 백발백중의 궁수, 달인의 딸로 신속한 여성 검사, 불치병을 앓던 방어 전문 검객 등 설정도 익숙하기 짝이 없고요. 그나마 휠켄 정도만 그런대로 수긍할만한 개별 서사가 선보일 뿐입니다.
작화 또한 뒤로 갈수록 초반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잃고, 일반적인 판타지 웹툰과 유사한 형태로 흘러가 아쉽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1.5점입니다. 초반부는 군웅물과 회귀물 특유의 재미를 잘 결합하고 있어서 3점 이상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그 뒤로는 뻔하고 지루해집니다. 솔직히 오크 웨이브 이후부터는 어차피 강해지는 크리스가 이길거, 굳이 볼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2020/08/15

사관장 - 미쓰다 신조 / 김은모 : 별점 2점

사관장 - 4점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랑의 도피를 한 뒤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죽자 '나'는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하는 아버지와 함께 귀향했다. 그 뒤 다섯 살 '나'는 아버지의 옛 정혼자인 새어머니와 거의 노망이 든 할머니에게 기묘하면서도 가혹한 학대를 받았다. 나의 편은 아버지와 숙부들의 유모였던, 집 안에서는 존재감없는 다미 할멈 뿐이었다.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가 할머니가 쓰러진 어느 날, 나는 백사당에 갖혀 기묘한 존재의 추격을 받다가 기절하고 말았다. 그런 나를 구해준건 다미 할멈이었고, 그 때문에 다미 할멈은 십여년의 나이를 갑자기 먹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장례식 때 햐쿠미 가의 관례대로 홀로 할머니의 시신을 탕관하기 위해 백사당에 갇힌 아버지가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미쓰다 신조의 시리즈물인 작가 삼부작 세 번째 작품입니다. 8년 전에 읽었던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이 시리즈 첫 번째인데, 두 번째를 건너뛰고 세 번째부터 읽게 되었네요.
그런데 주인공인 '나'가 작가라는 설명이 없어서 작가 시리즈가 맞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이야기 속에서는 아직 편집자거든요. 스스로 작품 활동을 하는 묘사도 없고요. 오히려 작가 시리즈가 아니라 '집 시리즈' 였던 "흉가"와 더욱 관련이 깊어 보입니다. 괴이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무섭고 공포스러운 저택을 보유한 지역 명문가 '햐쿠미 가(家)', 햐쿠미 가와 관련된 괴이를 뜻하는 '마모우돈'은 명백히 "흉가"의 '타츠미 가(家)', 그리고 '뱀 신'과 겹치니까요. 그 외에도 무섭고 커다란 저택, 공포스러운 할머니, 공포와 괴이가 얽힌 산들과 여러가지 사당 등 비슷한 설정이 많습니다.

작 중 등장하는 공포스러운 소재, 설정이 특히 많은데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1. 햐쿠미 가에서 할머니에게 당했던 폭행과 학대
  2. 백사당에서 겪었던 무언가의 습격
  3. 아버지가 사라진 할머니 장례식 날 찾았던 도도야마 산에서의 기억나지 않는 체험
  4. 삼십 년 뒤 방문한 어린 시절 친구 스나가와가 살았던 흉가에서 만난 무언가
  5. 새어머니 장례식 날 백사당에서 진행한 탕관 의식과 무언가의 습격

이는 모두 주인공 '나'의 체험으로, 직접 겪은 듯한 묘사는 무척이나 생생합니다. 공포를 불러오는 공간들 - 햐쿠미가, 백사당, 도도야마 산 등 - 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섬찟함을 더해주고요. 이런 공간 묘사는 작가의 특기이기도 하지요.

이 공포 체험 중 첫 번째인 어린 다섯 살 때 겪었던 할머니의 학대는, 말 그대로 '첩의 아이'에게 명문가 대가 이어진다는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비정상적인 광기는 끔찍하기는 한데 괴담은 아니에요. 

두 번째 체험인, 백사당에서 '나'를 습격했던 '무언가'는 작 중 정체가 밝혀지는 유일한 마물인 '마모우돈'입니다. 다미 할멈의 말에 따르면 성불하지 못한 햐쿠미가 사람의 영혼이라지요. 뱀 요괴로 사랑했던 사람들을 사로잡아 함께 저승길로 간다고 하는군요. 햐쿠미가는 여자들의 힘이 강해서 마모우돈은 대부분 여성 혈족으로 짐작되고요.
이에 따르면 아버지 실종 사건의 진상은, '나'의 아버지가 할머니 장례식 날 제대로 탕관을 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일입니다. 성불을 하지 못한 할머니가 마모우돈이 되어 버린 후, 사랑하는 아들을 잡아간 거지요. 마지막에 백사당에서 새어머니의 탕관 의식을 진행한 '나'를 습격한건, 마모우돈이 된 새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버지를 똑 닮은 '나'를 잡아가려 한 것이고요.

하지만 이 두 가지 외 다른 괴이 현상, 체험에 대한 설명은 전무합니다. 도도야마 산에서의 체험과 스나가와가 살았던 흉가에서의 체험은 그 이유,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요. 이야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백사당에서 탕관을 진행하는, '장송백의례'라 불리우는 햐쿠미가 전통 장례 의식도 상세한 설명에 비하면 왜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요. 작 중 딱 두 번 - 할머니와 새어머니 - 의 장례식이 있었는데, 두 번 모두 당주를 '마모우돈'이 습격해버리니 이래서야 이 의식을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거든요. 이럴거라면 당주가 산제물이라는 설명이 있었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또 이렇게 자주 출몰한다면 구태여 사당으로 세워 모실 이유도 없잖아요? 퇴마사든 뭐든 불러다 빨리 제령하고 불태워버리는게 낫지요. 그 외에도 '나'의 목덜미에 있는 뱀 비닐 모양 반점은 무엇인지, 햐쿠미 가에 시집오려 한 미와코와 새어머니는 처음부터 뱀 요괴였는지, 스나가와의 신분은 무엇인지 등등 알 수 없는게 많아서 답답합니다.

대부분 '나'의 체험일 뿐이고, '나'가 더 이상 햐쿠미가와 얽히지 않는다는 내용이라 이야기도 완결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붉은 눈" 속 단편들같은 개인 체험 괴담류의 이야기에 가깝거든요. 문제는 괴담이라면 최소한 무섭기는 해야 하는데 별로 무섭지 않다는 점이지요. '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다미 할멈이 나타나 구해주는 탓입니다. 다미 할멈은 '마모우돈'에게 십여년의 수명을 빼앗기고, 마지막에는 죽어버리지만 그래도 두 번이나 '나'를 구해내는데 성공하는 탓에 마모우돈의 공포와 강함이 상대적으로 퇴색해 버립니다. 이래서야 정과 사랑이 넘치는 할머니 히어로물이라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 소설로 읽지 않고 영상화한다면, 아이들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될 정도에요! 아울러 여러가지 섬찟한 묘사들도 그 정도가 지나친 감이 듭니다. 반복적인 부분도 많고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고, 일부 묘사를 제외하고는 무섭지도 않아서 감점합니다. 후속권으로 "백사당"이라는 책이 있는 듯 한데, "백사장"과 합쳐진 긴 '뱀 신' 괴담의 도입부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설명이 부족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건 아닌데, 빨리 "백사당"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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