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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2

수수께끼 그녀 X - 우에시바 리이치 : 별점 3점

수수께끼 그녀 X 12 - 6점 우에시바 리이치 지음/학산문화사(만화)

"가면 속의 수수께끼", "꿈의 사도"의 작가 우에시바 리이치의 만화. 전 12권으로 완결된 작품입니다. 2014년 11월에 완결되었으니 비교적 최신작이죠. 우연찮게 읽기 시작했는데 꽤나 재미있어서 한 번에 읽어버렸네요.

1화는 이전 작들과 비슷했습니다. 타액을 이용하여 감정과 몸 상태를 공유한다는 등의 기묘한 설정, 너는 누구와 첫 섹스를 하게 될 것이다와 같은 충격 발언이 연이어 그려지니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뒤로 갈수록 평범한 학원 러브 코미디로 변모해 버립니다! 둘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에 아이돌 가수의 난입, 학교 축제 등과 같은 대형 에피소드가 끼어드는 전형적인 스타일로요. 물론 작가가 작가이니만큼 아주 평범하지만은 않습니다. 에피소드별로 여전히 일상 속 비일상스러운 기묘함이 계속 감돌거든요. 서로 타액을 공유한다는 설정이 계속 사용되는 식으로요.
게다가 타액을 공유한다는 설정의 러브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두 커플이 끝까지 키스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높이 평가합니다. 이런 플라토닉한 러브스토리라니! 12권으로 깔끔하게 완결하면서 우라베의 입을 빌어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준 결말도 아주 좋았고요.

또 히로인 우라베 미코토의 매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완벽한 외모에 운동신경 발군으로 온갖 체육 활동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슈퍼우먼인데다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관계자)에게만 따뜻한 나만의 여신이지요. 개인적 견해로 남성 판타지 궁극 히로인의 양대 산맥 - "오렌지로드"의 아유카와 마도카, "오! 나의 여신님"의 베르단디 - 중 아유카와 마도카의 적통 계승자로서 21세기에도 죽지 않는 생생한 매력을 뽐냅니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슈퍼우먼은 아니지만 말이죠. 하긴 우라베 미코토도 항상 가위를 팬티 옆에 끼워 가지고 다니면서 무언가를 자르고 파괴하는 데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는 만화 같은 설정이 있으려니 동급이려나?

그리고 무색무취, 유유부단의 대명사 카스카 쿄우스케보다 남자답고 확실한 츠바키 아키라도 꽤 호감이 갑니다. 전형적인 하렘 루트를 타지 않고 우라베 일직선, 그러면서도 지킬 것은 멋진 녀석이거든요. 학교 동급생들 앞에서 "코이즈미 마이 러브"를 외치는 단순 일직선 바보와는 다르게 우라베가 입을 댔던 음료수를 마신 뒤 생긴 변화를 눈치채고 달려가 사과하는 섬세함도 돋보이고요.

그 외의 다른 캐릭터들, 안경 로리 거유 오카와 우에노, 스와노 등에게도 이야기를 할애해가며 조연으로의 역할을 주는 디테일도 좋았어요. 특히 오카와 우에노가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로 있음직해 보이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이에 더해 화풍도 청춘 러브 코미디 스타일로 서서히 바뀐 덕분에 여성 캐릭터들의 작화가 아주 매력적이라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전작들에서는 좀 어리거나 빈약(빈유)했던 캐릭터들이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여성을 예쁘게 그리는 건 만화가로서 상당히 중요한데 그야말로 포텐이 제대로 터진 느낌입니다. 청춘 러브 코미디답게 전작 스타일의 집요한 디테일 묘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등 작가의 스타일 자체가 변한 것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나, 저는 여성 캐릭터의 매력이 더 중요한 성격의 작품이라 생각하기에 "호"입니다.

딱 한 가지 문제라면 타액을 공유하는 설정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겠죠. 우라베와 츠바키 둘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설정으로 아, 여긴 원래 그런 세계구나... 싶은 정도로 넘어가기는 하는데 좀 대충대충인 감이 없잖아 있어요. 카자미다이 고교 축제에서 상영된 영화 "수수께끼의 그녀 Y"처럼 이유를 대략이라도 밝혀주고 끝을 내는 게 어땠을까 - 영화 속 설정은 이 모든 건 주인공의 착각으로 사실 지구는 멸망한 것이었다는 것 - 싶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래도 별점은 3점입니다. 청춘 러브 코미디라는 정말이지 흔하디 흔한 장르에서 약간의 독특한 설정만으로 이만큼의 변주를 끌어낸 점은 정말이지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앞서 말했듯 근본적으로 "플라토닉"한 이야기라는 발상의 전환도 놀랍고 말이죠. 특히나 우라베 미코토의 존재만으로도 러브 코미디 계에서 일정 지분을 차지할 자격은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제법 되는지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되었더군요. 이 역시 차분히 감상해봐야겠습니다.

2014/01/13

민들레 소녀 - 로버트 F 영 / 조현진 : 별점 3점

민들레 소녀 - 6점
로버트 F. 영 지음, 조현진 옮김/리젬

전부 15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SF 단편집.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을 읽고 읽게 되었습니다. 뭐 도저히 안 읽을 수 없게 소개를 해 놔서... 도대체 그 소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참고로 "비블리아.." 이전에 일본 애니메이션 "클라나드"에서 비중 있게 언급된 것을 계기로 되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고 해설에서 소개해 주네요. 일본 SF 쪽에서는 그만큼 잘 알려진 작품이라는 뜻이겠죠?

여튼 각설하고, 이 책의 가장 대단한 점은 넓은 장르 범위를 커버한다는 점입니다. 작품의 폭이 넓은 작가야 스티븐 킹 등 이쪽 분야에서는 널리고 널렸습니다만, 모든 장르 자체를 섭렵하여 넘나드는 작가는 보기 드물지요. 킹의 코미디야 있다고 쳐도, 달달한 러브 스토리는 쉽게 연상이 되지 않잖아요? 그러나 이 단편집은 러브 스토리에서 시작해서 코미디, 풍자극, 정통 SF, 쇼트-쇼트 스타일 꽁트 등 다양한 장르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젤라즈니의 문학적인 SF, 어떤 작품에서는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가, 어떤 작품에서는 아시모프의 묵직한 종교적 SF가, 어떤 작품에서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블랙 유머나 '기묘한 맛'이 떠오르거든요.

보다 자세하게는, 달달하고 잔잔한 사랑 이야기로 딱 한 번 남은 시간여행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깜짝 반전이 괜찮은 타임슬립 SF "민들레 소녀", 유쾌한 결말이 돋보이는 깜찍한 SF 요정물(?) 코미디인 "프라이팬 조종사", 자본가들의 계획으로 단순 소비재인 자동차와 TV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것을 잃어가는 소시민들을 통해 자본주의를 비판 및 풍자하는 "21세기 중고차 매장에서", "팝콘 튀기는 TV", 종교적인 성찰을 다룬 "과거와 미래의 술""약속의 별", 문학의 중요성을 문학에 대해 잘 모르는 안드로이드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시인과 사랑에 빠진 큐레이터", "당신의 영혼이 머물 자리", 우주비행사의 고독을 일상계스러운 분위기로 굉장히 설득력 있게 그려낸 분위기 있는 정통 SF "별들이 부른다", 가벼운 쇼트-쇼트 스타일 콩트 코미디인 "파란 모래의 지구", "하늘에 새겨진 글자", "시계장치 오렌지"를 연상케 하는 끔찍한 마인드컨트롤 설정이 돋보이는 기묘한 맛 류의 "붉은 학교", 일종의 타임 패러독스 SF "시간을 되돌린 소녀"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수록작들의 완성도 역시 명성에 걸맞으며 책장도 쭉쭉 넘어가는,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의 흥미를 끄는 작품들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읽기에는 시대가 너무 많이 지난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도 많습니다. 유쾌한 꽁트나 코미디 쪽은 괜찮은데 종교적인 주제의 작품, 풍자적인 작품의 경우는 많이 낡아 보였어요. 종교적 색채가와 설교적 분위기가 과한 것도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요.

아울러 전체적으로 독자에게 설명이 부족합니다. 여운을 많이 남기고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하는게 작가의 스타일로 보이지는 하지만, 남용된 느낌입니다.

그래도 완성도 높은 단편집임에는 분명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민들레 소녀" , "프라이팬 조종사""붉은 학교"를 꼽겠습니다. "민들레 소녀"는 SF 장르물 중에서는 손 꼽을만한 멋진 러브 스토리이며, "프라이팬 조종사"는 기발한 상상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붉은 학교"는 교육에 대한 서늘한 비판이 인상적이었고요. 다른 작품들도 괜찮은 만큼 읽기 편한 SF 장르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이 책을 소개한 다른 창작물에 의해 접하고 흥미를 가지신 분들이라면, 와닿지 않을 작품이 제법 많다는 점은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2004/06/22

Kimagure Orange Road! (변덕쟁이 오렌지 로드)

간만에 옛 추억이 생각나서 적어 봅니다. 

이 만화-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저의 청춘기를 지배한 작품입니다. 중3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정말 미친 듯이 좋아했던 작품이거든요. 당시 얼마 안 되는 용돈으로 관련 상품을 사 모았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원작 만화는 초능력 가족의 장남인 주인공 카스카 쿄우스케(春日恭介), 이사 온 첫날의 산책 길에서 우연히 날아온 빨간 밀짚모자를 잡아준 인연으로 묘한 인연이 생기게 되는 아유카와 마도카 (鮎川まどか), 카스카가 우연히 초능력을 쓰는 것을 보고 그를 좋아하게 되는 후배 소녀 히야마 히카루 (檜山ひかる), 이 3명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한 청춘 러브 코미디입니다.
지금 보면 뻔한 설정에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포맷으로 들쭉날쭉하는 작화는 짜증마저 불러 일으키지만, 초능력이라는 설정을 도입하여 작품에 감칠 맛을 주고 주인공 3명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캐릭터들의 유머스럽고도 디테일한 묘사로 상당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잔잔하고 진지한 사랑이야기를 다루며 또 다른 느낌을 전해 주고요.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80년대 후반을 강타한 TV 애니메이션입니다. 당시 작품들과 비교해서도(같은 시기에 “시티헌터” 1기가 시작했었지요) 뛰어난 작화와 다케다 아케미씨가 디자인한 캐릭터들, 그리고 국내 영화 “무사”의 음악 감독까지 맡았던 음악감독 사기스 시로(鷺巢詩郎)의 음악이 잘 조화된 수작입니다.
거기에 당대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여성 캐릭터 아유카와 마도카의 존재로 이 작품은 더욱 빛났습니다. 싸움과 운동, 공부, 거기에 음악성까지 뛰어나다는 초월적 캐릭터로, 다케다 아케미씨의 묘한 느낌의 성숙함까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당대의 아이돌이었지요.

만화 엔딩의 멋진 대사(Like or Love? Like! 한없이 Love에 가까운….)가 나오지 않던 TV 애니메이션은 조금 불만이었지만, 극장판에서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흔드는 슬픈 사랑의 결말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더 리얼하고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듯한 캐릭터들로 저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메종 일각"과 더불어 80년대 청춘 러브 코미디의 양대 산맥이자, 미소녀는 긴머리와 단발머리 두명!이라는 공식을 정의하고 훗날 수많은 작품에서 패러디 되고 인용되는 작품 오렌지 로드….
이사가려고 짐을 정리하는데 우연히 몇 년전에 모 동호회에서 사 둔 미국판 오렌지로드 TV판 DVD 박스 셋트(라지만 LD버전을 그대로 옮긴 듯한)가 눈에 띄어 몇자 적어봅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저도 예전같지는 않지만 아직도 이 작품을 보면 무언가 느껴질만큼 인상적이었던 제 청춘의 초상입니다.

2003/12/27

원조교제 - 이케테루 후타리


이번 새로 읽어 본 만화.
국내 번역본 제목은 촌스럽게도 "원조교제 (-.-;)"인데 원제는 "이케테루 후타리 - 잘나가는 두사람"입니다.
고급맨션에서 혼자 사는 수수께끼의 미소녀 코이즈미 아키라와 단순무식 열혈남 사지 케이스케를 주인공으로 그 친구들과 주위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춘 러브 코미디이지요.

만화의 최대 장점은! 이런 청춘물의 기본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 "오렌지로드"나 "겨울이야기" 등에서 보여 주었던 주인공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전무하다는 겁니다. 주인공 사지 케이스케는 바보이기는 하지만, 코이즈미에 대한 일편단심으로 극 중에서 어떤 난관이 있어도 (심지어 연예인이 러브호텔에서 유혹해도!) 흔들리긴 하지만... 초지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코이즈미 마이러브!"를 항상 외치며 심지어 스토커 수준의 집착을 보여주는 강한! 캐릭터지요.
항상 여자들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캐릭터만 보아오다 이런 캐릭터를 보니 독특해서 좋았습니다. 거기에 제법 웃기기까지 합니다.
서브 캐릭터들도 성격들이 확실하고 묘사도 잘 되어있는 편입니다. 그림도 꽤 좋고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성인 만화로 출간될 정도로 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만화도 좋아합니다. 뭐 재미만 있다면야 조금 야한것도 좋죠.^^ (고바야시 히요코나 니노미야 히카루 만화도 좋아합니다.^^)

단편 옴니버스물로 13권까지 출간되었으며, 꽤 오래전에 방영되었지만 애니메이션도 추천작 입니다. 짧은데 꽤 볼만했습니다.

2014/04/04

마법사의 딸 1~8 - 나스 유키에 : 별점 2.5점

마법사의 딸 8 - 6점 나스 유키에 지음/대원씨아이(만화)

평범한 여고생 스노츠키 하츠네는 아버지 스노즈키 무잔이 일본 최고의 음양사인 탓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기숙사 무대 러브코미디의 금자탑 "여기는 그린우드"의 작가 나스 유키에의 근작입니다. 분위기 자체는 "백귀야행"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실력 있는 음양사라는 점에서 이이지마 료와 스노즈키 무잔이 겹치고, 영감은 있지만 딱히 대단한 능력은 없으며 음양사가 되는걸 싫어하는 주인공 리쓰와 하츠네의 설정도 비슷합니다. 강력한 식신 아오아라시와 고야타는 완전 판박이고요.

그러나 단순한 아류작으로 평가절하할 만한 작품은 아닙니다. 작가 특유의 코미디 터치에 더해, 중반까지는 무잔과 고야타, 그 이후는 무잔과 하츠네의 친아버지 무죠가 얽힌 과거사를 중심으로 한 긴 호흡의 진지한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잔과 사제 무이, 제자 효우고 등의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화려한 영력을 선보이는 점도 차별화되는 점이고요. 완전 천연이지만 음양사 일에 있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잔, 그리고 무잔 사부의 제자인 자동 영 청소기(?) Jr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긴 호흡의 이야기보다는 일상계스러운 단편 에피소드들이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4권의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삼신할매 에피소드와 5권의 사라진 며느리와 화분에 얽힌 에피소드를 베스트로 꼽고 싶네요.

삼신할매 에피소드에서는 삼신할매에게 쫓기던 애엄마가 공포에 사로잡히지만, 삼신할매가 사실은 자기가 아니라 앞에 있던 딸을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순간 자신이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걸 자각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 후에도 별로 바뀐 건 없더라...는 결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화분 에피소드는 도난당한 화분에서 서스펜스 호러물로 이어지는 전개와 결말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수년 전 사라져버렸다는 며느리가 사실은 집 앞에 내어놓은 화분들에 나누어져 담겨 있었다는 진상은 정말 최고였어요. 이 정도면 가장 좋은 "백귀야행" 에피소드에 근접하는 수준입니다. 상류와 끊어진 하천의 지박령과 얽힌 에피소드가 왜 끼어들었는지는 조금 의문이었지만요.

단편 옴니버스물로 가져갔더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장편으로 전개하면서 무리수를 둔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하츠네와 효우코의 커플링이라는 결말도 너무 급작스러웠고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후속작도 있는 듯한데 부디 일상계스러운 단편 옴니버스물로 전개되기를 바랍니다. 뭐, 효우고와 엮인 시점에서 그렇게 되는 건 불가능하겠습니다만...

2009/12/20

붉은 무당방의 전설 외 : 미소녀 탐정 나세라 Vol.1 - 김진성 글 / 박정기 그림 : 별점 1.5점

미소녀 탐정 나세라 1 - 4점
김진성 지음, 박정기 그림/대원씨아이(만화)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나온 한국산 추리만화 시리즈입니다. 표제작인 붉은 무당방의 전설 외 영혼절벽 살인사건, 인체자연 발화 현상 등 3편의 이야기(인체자연 발화 현상은 미완결)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수준이 낮고 추리만화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설득력이 결여되어 있어서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림이라도 좋았다면 좀 커버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림도 이야기의 빈약함을 덮어줄 수준이 아니었고 말이죠.
이야기들을 신비한 현상(염동력, 유체 이탈 등)과 연관시켜 전개시켜 나가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물이 추리적으로 신선하거나 대단한 트릭도 아니고 사건들의 동기나 여러 정황들이 별로 합리적이지 않아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첫번째 이야기인 "영혼절벽 살인사건"은 한마디로 "운"에 의지한 사건일 뿐입니다. 피해자가 해당 위치로 순순히 이동한 것과 실제로 추락한 것 모두 우연에 불과했죠. 뒷부분에 정신병과 높이에 대한 속임수 트릭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높이에 대한 트릭은 너무 조잡해서 뭐라 할말이 없고(이 자체도 운에 불과하죠), 고등학생이 고소공포증으로 정신병원을 다닌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이야기인지도 궁금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절벽이라는 것은 올라가면서 높이를 짐작할 수 있는거 아닌가요? 무슨 협곡도 아니고... 이만한 운과 황당함이 결합하여 사건이 일어났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두번째 이야기인 "붉은 무당방의 전설" 역시 추리적으로는 언급할 가치가 전무합니다. 트릭으로서 일고의 가치없는 "쌍둥이"가 등장하는 트릭이며, 그나마도 그다지 정교하지 않은 탓입니다. 경찰이 약간만 조사해도 밝혀질 수 있는 내용을 완전 범죄처럼 위장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까요? 동기도 얼렁뚱땅 넘기는 등 이야기 전개 자체도 최악이었고 말이죠.

이렇게 내용이 별로더라도 만화적으로 표현을 잘 했더라면 그래도 조금은 더 볼만했을텐데, 내용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항상 똑같은 등장인물들의 표정들, 왠지 횡해 보이는 배경 및 인물묘사는 제가 읽고 있는게 추리 만화인지, 학원 러브 코미디인지 헛갈리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캐릭터들도 뻔하디 뻔한 스테레오 타입들로 딱히 재미를 찾기 어려웠고요.

결론내리자면, 시도는 칭찬할 일인 것인 확실하지만 그 결과물이 아직은 갈길이 멀어보인달까요. "추리만화"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너무나 함량미달이라 별점은 1.5점입니다. 1점 줄까 생각도 됐는데 그래도 "트릭"이라는건 나와주니 0.5점 덧붙입니다. 
작가나 편집자나 사건과 트릭, 탐정만 덜렁 등장한다고 추리만화가 된다고 생각한건 아닐것이라 믿기에, 제발 2권에서는 사건에 대한 설득력이 최소한이나마 생기게끔 이야기의 밀도가 깊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덧 : 이 책의 알라딘 책 분류가 "코믹 / 명랑만화"로 되어 있는데 그쪽으로 방향을 트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하네요.

2018/03/31

고양이 발 살인사건 - 코니 윌리스 / 신해경 : 별점 3점

고양이 발 살인사건 - 6점
코니 윌리스 지음, 신해경 옮김/아작

SF 쪽에서는 명성이 높은 코니 윌리스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쓴 작품들을 모아놓은 중단편집입니다.
코니 윌리스 작품은 처음 읽어보는데 아주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작품을 찾아봐야겠다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을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작품들 중에서도 도드라져 보일 정도로 수록작 대부분이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데다가, 밝고 따뜻하면서 유머러스해서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통 SF라기 보다는 약간의 SF 설정이 가미된 작품들로 일상 - 홈 드라마이자 사회 비판물인 "말하라, 유령", 본격 추리물 "고양이 발 살인사건"과 로맨틱 코미디 첩보물 "절찬 상영중",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 SF "소식지", 로드무비 "동방박사들의 여정", 일상 드라마인 "우리가 알던 이들처럼"로 장르를 구분할 수 있는데 대부분 기본 이상은 해 줍니다. 친숙한 작품들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익숙한 클리셰, 설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장르문학, 컨텐츠 애호가로서 반가왔던 점이에요. 그만큼 볼거리가 아주 풍성합니다.

그래서 전체 평균 별점은 3점입니다. 하지만 아래 상세 리뷰에서 처럼 별점 5점짜리! 작품도 수록되어 있는 만큼, 장르문학 애호가시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세요.

그나저나, 저도 크리스마스 관련된 이야기를 몇 번 써 보려고 한 적이 있는데 수준 차이가 엄청나네요. 반성하게 됩니다.

"말하라, 유령" 

이혼남으로 책이 유일한 취미인 서점 직원 그레이의 유일한 낙은 크리스마스에 딸 젬마와 보낼 시간이었다. 그러나 서점의 사인회와 전처 때문에 딸을 만나지 못하게 된 그레이는 서점 직원으로 임시 채용된 크리스마스의 유령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는데...

딸 아이를 위해 열심히 해 보려고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꾸만 엇나가는 그레이와 사람을 개과천선 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는 유령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약간의 판타지 설정으로 흥미를 자아내며 묘사도 일품입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때 바쁜 백화점 서점에 대한 무시무시한 묘사가 압권이에요. 이래서야 정말 빠져나가기 힘들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으니까요. 크리스마스 캐럴을 비롯해 딸 젬마가 좋아하는 소공녀, 그 외에도 디킨스와 월터 스콧의 작품이 많이 인용되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완벽한 크리스마스 해피 엔딩이 아니라는건 의외였습니다. 마지막에 유령들이 뭔가의 슈퍼 파워로 딸 젬마를 그레이에게 데려다 줄 줄 알았는데 그냥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끝나버리거든요. 돈이 최고고(작 중 표현대로라면 유일한 것), 유령들은 힘도 없고, 크리스마스에 기적 따위는 없다는 결말은 서늘하고 냉소적인 사회 비판 소설에 가깝습니다. 이게 현실적이긴 합니다만 씁쓸하네요. 디즈니 작품과 비슷한 가족 판타지로 위장된 탓에 이런 갭이 더 크게 느껴지는데,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을까 싶군요. 저는 다소 불호입니다. 딸아이 아빠로서 젬마는 최소한 행복해졌어야 했기 때문이에요. 별점은 2.5점입니다.

"고양이 발 살인사건" 

세계 최고의 탐정 투페는 크리스마스에 친구 브리들링스 대령과 함께 마웨이트 장원으로 향했다. 그곳은 사건을 의뢰한 샬롯 발라디 부인이 영장류를 연구하는 인공지능 연구소로 사람의 말이 가능한 고릴라 달타냥, 추리소설도 좋아하는 똑똑한 침팬치 하이디가 하인으로 일하는 등 연구 실적이 빼어난 곳이었다. 그러나 함께 사는 그녀의 동생 제임스는 영장류를 증오하여 자신이 유산 상속을 받으면 모두 쫓아낸다고 공언한 상태. 다행히 그들의 아버지인 억만장자 알리스테어 경은 치매로 난폭한 바보가 되었지만, 앞으로 수년은 더 살 수 있을 정도로 건강했다.
투페 컴비는 다른 손님들, 기자인 루트거스와 폭스양, 지역 경찰 유스티스 경사, 알리스테어 경의 간호사 파치트리 양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고, 이 와중에 의뢰하는 수수께끼가 단지 영장류의 존재에 대한 질문임을 알게 된 투페는 당장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알리스테어 경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모든 정황이 고릴라 달타냥의 범행임을 암시했는데....

포와로와 헤이스팅스 컴비를 빼닮은 탐정 컴비가 등장하고, 전형적인 영국 장원을 무대로 하는 클로즈드 써클 미스테리입니다.

일단, 고전 본격물에 대한 높은 이해가 돋보여요. 탐정 컴비의 묘사는 물론 장원에 머무는 사람들 모두가 모두가 동기가 있고 수상쩍은 등 여사님 작품에서 보았었던 그런 느낌으로 묘사되거든요. 패러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고전 캐릭터를 쏙 빼 닮았습니다.

추리적으로도 전형적입니다. 사건과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 역시 고전 본격물 그대로에요. 무엇보다도 추리에 있어서 영장류의 지능이 높다는 설정으로 독특함과 재미를 안겨다 주는 부분이 탁월했습니다. 이 설정이 단지 재미 요소가 아니라 진짜 반전의 핵심 요소인 덕분입니다. 영장류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그들이 알리스테어 경을 살해하고 제임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드러나기 때문이에요.

약간의 SF가 가미된 크리스마스를 무대로 한 정통 본격물로 추리와 재미 모두 기본 이상은 해 주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저와 같은 고전 본격물 팬이시라면 충분히 즐기실 수 있으실 거에요. 별점은 5점!입니다.

"절찬 상영중"

"크리스마스 소동" 이라는 고전 영화를 보기 위해 애쓰는 사라와 그녀가 그 영화룰 왜 못 보는지를 설명해주는 전 애인 잭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사라가 방문한 영화관 시네드롬은 온갖 영화 관련 오락거리가 가득차 있는 일종의 테마 파크인데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손님들이 밀어닥친 탓에 난리도 아닌 상황이 펼쳐지는데, 이러한 복잡한 상황 묘사가 대단합니다. 

그리고 사라가 영화를 보지 못한 이유도 아주 그럴듯해요. 영화를 만든다고 사기를 친 뒤 시네드롬에 돈을 좀 쥐어줘서 아무도 못보는 환상의 상영관을 확보한 후 제작비를 쓴 것처럼 꾸미는 제작사의 음모이고, 이는 백 개도 넘는 상영관을 모두 채우는 건 무리였던 시네드롬에게도 필요했던 사기라는 진상인데 생각도 못했네요.

이러한 내용을 소비자 사기국에서 근무하는 잭의 화려한, 영화를 방불케하는 첩보 작전처럼 풀어나가는 것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사라에게 사 준 티셔츠가 카메라 부착형이라는 아이디어 등 디테일도 볼거리이며, "백만 달러의 사랑", "아이 러브 트러블", "위기의 암호명" 등 비슷한 영화들의 장면 장면과 엮이는 전개가 아주 일품이거든요. 실제로 로맨틱 코미디 첩보극이라는 장르 공식에 굉장히 충실하기까지 하니 더할 나위 없지요. 그 외 다수 영화들의 인용, 묘사도 흥미로운데, "디워"가 원작에도 언급되는건지는 좀 궁금합니다.

그런데 망한 영화도 매니아가 따라붙고, 온갖 매체에서 흥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 어울리는 설정같지는 않습니다. 지난 8개월 동안 잭이 연락을 하지 않은 이유도 설명이 부족하고요.

그래서 별점은 3점입니다. 즐겁고 유쾌한 작품임에는 분명한데, 소설보다는 영상물에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소식지" 

크리스마스를 앞 둔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착해졌다. 이를 처음 눈치챈 건 주인공 "나"의 직장 동료이자 그녀가 흠모하는 이혼남 게리였다. 둘은 곧 착해진 사람들이 모두 모자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다른 악영향없이 착해지기만 한 탓에 이를 밝히고 처리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착해진 사람들의 몸 관절이 이상해지는 부작용을 알아낸 주인공은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생수를 박멸하고자 직장과 집의 온도를 올렸다(모자를 벗게). 다행히 기온이 올라 이 소동은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크리스마스를 무대로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로 변주된 "신체 강탈자의 습격 (바디 스내쳐)" 입니다. 기생수의 부작용이 착해지는 거라니 정말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네요. 이변을 눈치채지만 착해지는 게 과연 무슨 문제인지?를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딜레마도 웃음을 자아내고요.

하지만 디테일이 좀 지나쳤습니다. 보다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을텐데, 과유불급이랄까요? 제목이기도 한 가족들 간의 '소식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사람들의 이변을 강하게 드러내는 소품이기는 하지만 구태여 등장시킬 필요는 없었어요. 지역별 편차가 있고 이유는 기온이다!를 드러내려면 TV나 신문 등의 뉴스로 충분했을 테니까요.
등장인물들도 너무 많은데, 이 역시 주인공과 게리가 잘 되게 만드는 식으로 깔끔하고 단순하게 마무리하는게 더 좋았을 겁니다.

그래도 아이디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별점은 3.5점입니다. 크리스마스에 걸맞는 멋진 이야기였습니다.

"동방박사들의 여정" 

눈보라가 휘몰아쳐 도로가 통제되는 와중에서 자기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계시에 따라 예수를 찾아나선 목사 멜과 친구 BT, 그리고 여행 중 만난 여성 캐시 3인의 여정이 그려진 작품입니다.

한마디로 동방박사 이야기를 현대로 가져온 일종의 로드 무비(?)입니다. 백인 목사, 흑인 과학자, 전직 영어 교사인 여성 3인이라는 파티 구성도 나름 완벽해서 눈길을 끌고요.

그러나 여정에 대해 상세하게 그린다기 보다는, 실제로 동방박사가 겪었음직한 고뇌(이게 계시가 맞는지? 내가 미친건 아닌지? 와 같은)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드라마적 재미는 별로 없어요. 독백과 종교적 고뇌로 가득찬 작품이 애초에 재미있을 리가 없지요.
게다가 중간, 중간 계시와 유사한 카니발 조명과 예수일지도 모르는 카니발 운전사 등의 존재가 조금씩 드러나는데, 그 정체가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아서 답답했습니다. 차라리 알 수 없는 계시의 파편을 모아 그것을 토대로 여행의 목적지를 정하는, 일종의 추리 과정이라도 동반되었더라면 나름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이야기는 비중이 너무 작아서 아쉬웠어요.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결말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 세 명이 카니발을 찾아가 예수(?)를 만나는지, 그들을 방해하는 헤롯왕의 수하들은 누구인지 등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마무리 되는 탓입니다. 이래서야 모험이 시작되자마자 이야기가 끝나는, "반지의 제왕" 1부와 같은 수준의 도입부에 불과합니다.

크리스마스에 적합한 이야기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완성된 이야기냐는 측면에서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네요. 수록작 중 개인적으로는 최악이었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우리가 알던 이들처럼" 

책 뒤에 작가가 꼽은 크리스마스를 다룬 최고의 영화, 책, TV 시리즈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영화 중 최고는 "러브 액츄얼리"를 꼽고 있더군요. 이 작품은 작가가 나름대로 변주한 "러브 액츄얼리" 입니다. 족 모임을 위해 오리를 구우려는 루크, 이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 미구엘의 양육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파일러, 남편과 사별하고 멕시코로 여행온 베브, 아내 마진를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워런, 크리스마스 이브 결혼식을 주장하는 친구 스테이시의 들러리로 여행 온 폴라,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에서 소동을 일으키는 대폭설을 연구하는 네이선 박사와 조수 진성 등 크리스마스를 무대로 다양한 등장인물이 한 꼭지 씩 이야기를 선보이다가 마지막에 연결되는 결말인데 전개 방식이 똑같거든요. 대부분 해피엔딩이며 감동적인 이야기와 적절한 코미디가 섞여 있다는 점도 비슷하고요. 차이점이라면 이야기들 속 대 소동이 일어나는 원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대 폭설" 이라는 SF적인 설정이라는 것 뿐입니다.

모두 재미있고 따뜻하며,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가정적인 이야기들입니다. 도저히 싫어할래야 싫어할 수가 없어요! 거짓말을 하다가 파멸한 불륜남 워런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지만, 아주 속 시원해서 마음에 들었고요. 무엇보다도 대폭설의 원인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 이 모여서 일어난 것이라는 어처구니없으면서도 크리스마스다운 발상이 아주 좋았습니다.

한마디로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반짝반짝한 작은 소품들이 모인 선물 상자같은 작품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이 작품도 영화로 꼭 만나보고 싶어지네요

2006/09/02

메종 잇코쿠 - 다카하시 루미코 : 별점 5점

메종일각 신장판 15 - 10점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메종일각 (메종 잇코쿠)라는 허름한 하숙집(?)을 무대로 하숙생(?)인 고다이와 관리인 오토나시 교우코의 사랑 이야기.

단순히 내용만 놓고 본다면 굉장히 뻔합니다. 별볼일 없는 주인공에게 계속 여자가 생겨서 3각, 4각관계로 까지 발전하는 전개와 캐릭터, 설정 모두요. 3류 대학 출신에 변변한 직장도 없고 그다지 잘생기지도 않은 주인공 고다이는 80 ~ 90년대를 넘어 현재진행형인 스테레오 타입 주인공의 원형에 가까우며 이 주인공이 그에게 과분한 여러 미녀들, 교우코를 비롯하여 고즈에, 야가미 등과 얽히는 과정과 전개 모두 뻔하기 그지 없거든요. 부잣집 아들이자 본인 자신마저 외모와 능력 모든 면에 있어 뛰어난 라이벌 미타카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발표 시기를 감안한다면이 작품이 이러한 뻔한 설정의 원조격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기에 이러한 비난 자체가 타당하진 않겠죠. 외려 지금 발표되는 러브 코미디물과 비교해서도 뒤떨어 지지 않는 시대를 뛰어넘는 감각 같은것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대단합니다.

주인공 고다이가 작품 끝까지 별볼일 없다는 것. 갑자원에 진출하는 것도 아니고 농구로 전국제패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지금 보아도 무척이나 현실적이면서도 신선합니다. 거기에 등장인물들 모두 약점이 있다는 전제하에 나름 현실감 있게 내용이 진행되는 것도 굉장히 와 닿고요. 그리고 전에 쓴 적이 있던 오렌지로드의 아유카와 마도카와 대립각에 서 있는 여주인공 -그야말로 "성인"인- 오토나시 교우코가 특히 인상깊었었죠. 미망인이라는 설정이 이러한 느낌을 주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현재의 귀여운 "누님" 캐릭터의 원형을 제시해 주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핸드폰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오로지 만남과 대화, 혹은 편지나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서만 사랑이 진전되어 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세밀하고 루미코 여사 특유의 개그와 유머 속에서도 점차 가슴저린 느낌을 가져다 주는, 80년대 아날로그 러브 코메디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다카하시 루미코 여사 작품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나보다 오래 살아요"는 정말이지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 80년대 베스트 명대사를 꼽으라면 분명 꼽힐만한.

21세기가 된 지금에야 많이 빛이 바래었을 수도 있지만 언제 어떤 편을 읽어도 저에게는 옛 추억과 더불어 항상 가슴 뭉클함을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별점은 5점입니다.

2024/10/26

렌지맨 1~6 - 모리 타이시 : 별점 2.5점

렌지맨 6 - 6점
모리 타이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오츠카 렌지는 끊임없이 연애에 실패하는 고등학생으로, 우연히 수수께끼의 노인 Dr. 오기쿠보를 만나 사랑의 힘으로 변신할 수 있는 히어로 ‘렌지맨’이 된다. 하지만 그 대가로 변신 시마다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잃는 슬픈 운명을 맞는데....

마사토끼가 추천했던 작품. 이전에 읽었었는데 리뷰를 올리지 않았더군요. 다시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이 작품의 장점은 전대물과 개그 러브 코미디의 조합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잘 살려냈다는 점입니다. 사랑을 하면 파워가 생기지만 그 대가로 사랑을 잊는다는 설정도 좋아요. 이를 통해 개별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여주거든요. 좋아하는 사람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열혈 캐릭터인 렌지도 '코이즈미 마이 러브~'를 외치던 "이케테루 후타리"의 사지가 떠오르는 올드 타입이지만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작품이 지나치게 개그 위주로 전개되는건 아쉬웠습니다. 좌충우돌 렌지와 그에게 빠져드는 후카의 이야기를 좀 더 집중해서 풀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마지막 편에서 전대 액션을 전혀 넣지 않고 후카 시점에서만 이야기를 풀어나간건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렌지가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한 리키와 후카와의 삼각관계 에피소드도 지나치게 길었습니다. 나름 전대물인데 한 권 이상 분량을 밀땅으로 때우는건 말이 안되지요. 리키에게 정말로 푹 빠진 묘사를 강조해서 마지막 실연, 그리고 후카와의 사랑과 기억 상실을 더 극적으로 만드는게 좋았을겁니다.
마찬가지로 오쿠다가 후카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전개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억지스러웠고, 등장 인물들 비중 분배도 실패한 느낌만 줍니다. 인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을 계속 등장시키기는 하는데,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도 반복되고요 .후카의 라이벌이라고 자칭하는 레미가 대표적입니다.
레미가 유혹하려고 했을 때 렌지가 넘어가지 않은것도 이상합니다. 원래 그런 캐릭터도 아니고, 이 때는 후카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편도 인상적이었지만, 결말만큼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후카를 잊은 렌지를 한 대 때리자마자 기억이 돌아온다는건 지나치게 편의적인 발상이었으니까요. 기껏 쌓아올린 애틋함을 한 방에 무너뜨리는 마무리였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독특한 설정과 참신한 개그 요소는 좋지만, 개그와 스토리의 균형 면에서는 다소 아쉬워 감점합니다.

2015/01/06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 워싱턴 어빙 외 / 한동훈 : 별점 3점

클래식 미스터리 걸작선 - 6점 워싱턴 어빙 지음, 한동훈 옮김/태동출판사

이 블로그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서는 아마도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고전 본격 황금기, 클래식 미스터리는 사족을 못 쓰는 애호가입니다. 이런저런 고전들은 많이 읽은 편인데 평균적으로 괜찮게 평가하고 있는 이유는 다 저의 취향 때문이죠.
 그러나 아주 오래전 읽었었던 예전에 읽었던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이 심하게 기대 이하라서 나름의 기준점을 최소한 19세기 말 이후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그 이전 작품들은 지금 읽기에는 심하게 낡았다고 여겼거든요. 이 책 역시 대부분 작품이 19세기 후반 발표된, 기준점 통과가 간당간당해서 그동안 읽지 않았었던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 완전 대박입니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놀라움이 가득했어요. "셜록 홈스의 라이벌들"과 견줄만한,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명탐정들 - 여성 탐정 러브데이 브룩, 오스트리아 최고의 형사이자 탐정인 요제프 뮬러, 의뢰인을 위해서는 그 어떤 일이라도 하는 변호사 랜돌프 메이슨, 과학 탐정 크레이그 케네디 교수 - 시리즈 단편들은 완성도를 떠나 존재만으로도 반가웠을 뿐더러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 "결산", "위험천만한 게임"이라는 "걸작"이라 칭해도 부족함없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4편이나 되는 작품이 수록된 볼륨도 마음에 들고요. 발표된 시기를 감안할 때 지금 읽기에는 낡아버리거나 시대착오적인 작품도 있고, 고전적 작법으로 쓰여져 지금 기준의 완성도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작품도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고전을 읽을 때 감수해야 할 필연적인 세금과도 같은 것이죠. 가이 포크스나 보르시치와 같은 고유명사를 잘못 번역한 옥의 티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번역도 무난한 편입니다.

그래서 수록 작품 평균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고전 본격물 미스터리 애호가에게는 놓칠 수 없는 책인데 고전 애호가가 아니시라면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는 하네요. 그래도 최소한 걸작이라 말씀드린 저 세작품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본서는 절판되었으나 e-book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기도 하니까요. 

작품별 상세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울버트 웨버, 혹은 황금의 꿈" 

"슬리피 할로우" 등으로 유명한,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명이라는 워싱턴 어빙의 작품입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평범한 네덜란드 출신 배추농부 울버트 웨버가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는 내용인데, 떠벌이가 지껄이는 듯한 구전문학같은 묘사가 볼거리입니다. 울버트의 보물을 찾기 위한 헛된 노력이 해적들의 은밀한 행동과 결합되어 전개되는 독특한 전개, 블랙코미디 느낌도 많이 전해주는 유쾌함도 나쁘지 않았고요.

그러나 울버트가 부동산 재벌이 된다는 난데없는 결말과 같은 두서없는 전개, 구전문학스러운 묘사 등은 너무 낡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약간 호러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장르 문학으로 보기에는 여러모로 애매하기도 하고요. 최소한 "미스터리"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부동산이 최고라는 교훈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차라리 시사풍자물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별점은 2점입니다.

"길쭉한 궤짝"

에드거 엘런 포우의 단편. 친구가 애지중지 돌보는 궤짝 안에 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낡았다는 느낌을 주기는 하나 흥미로왔어요. 

다만 선장의 말을 빌어서 마무리하지 말고, 마지막 침몰 직전 상황에서 진상이 드러나는게 더 나았을 것 같네요. 예를 들자면 관 뚜껑이 열리고 아내의 시체가 등장하는 "어셔가의 몰락" 식으로요. 별점은 2.5점입니다.

"무시무시하고 이상한 침대"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걸작 단편입입니다. 무허가 3류 도박장에서 주인공이 도박으로 거금을 딴 뒤 술에 취하고 몽롱한 채로 도박장 방 하나를 빌려 잠을 자다가 침대 천장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는 내용이지요. 

주인공이 술에 취하는 과정의 생생한 묘사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침대 지붕이 내려오는 묘사가 정말 대단합니다. 읽다가 숨이 턱턱 막힐 정도에요. 잠이 오지 않아 세밀하게 관찰했던 벽에 걸린 그림 속 인물의 깃털 유무에서 모골송연한 범죄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과정도 매끄럽고요. 짧은 글이지만 정교하게 복선이 짜여져 있는 덕분이지요. 

한마디로, 이 작품을 읽은 것 하나 만으로도 이 작품집을 읽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근대 추리소설의 시조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거장의 작품다왔달까요. 별점은 5점입니다.

"꿈속의 여인"

조금 흔해빠진 괴담이랄까... 자신의 생일날 자신을 죽이기 위해 나타나는 여인에 대한 환상과 공포를 품고 살아가는 마부 아이작의 이야기입니다. 

별다른 극적 반전도 없고 여인의 정체도 알려주지 않는 등 불친절한 부분이 많아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앞선 작품은 걸작인데 이 작품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거장이라고 항상 걸작만 쓰는건 아니겠지요. 

그래도 아이작의 과거 이야기는 분명 흥미로우며 꿈과 현실을 잇는 과정의 묘사만큼은 볼만했던 만큼 별점은 2.5점입니다.

"공주의 복수"

캐서린 루이자 퍼키스의 여성 탐정 러브데이 브룩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셜록 홈즈의 라이벌들"에 "문간의 검은 가방"이라는 단편이 소개되었던 시리즈이지요. 전형적인 빅토리아 시대 셜록 홈즈 스타일입니다. 

루시에 쿠니에르라는 아가씨의 실종 사건을 그리는데 추리적으로는 별로였어요. 러브데이의 추리가 불완전한 "관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집사가 드루스 소령을 쳐다보는 눈빛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하는데 지나친 억측입니다.
뭐 이 부분은 눈빛에서 살기를 느끼는 무림 고수와 같은 재주가 있었을지도 모르니 그렇다 쳐도, 사건 관계자들이 모인 상황에 난입하여 "모자 가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 정도의 비약입니다. 그녀를 빼돌린 드루스 부인과 그윈 부인이 불안한 눈빛을 교환하며 모자를 쳐다보았다? 이게 모자 가게를 가리키는 것인지, 그냥 눈둘데가 없는 것인지도 불명확하고 그 모자 가게에서 산 모자인지도 확실치 않으니까요.

주로 관찰을 통해 추리하는 러브데이 브룩과 자신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주위 남자들을 매료시키는 루시에 캐릭터, 셜록 홈즈의 라이벌치고는 1인칭이 아니라 3인칭으로 쓰여진 점 등은 특이하지만 추리적으로 부족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천국의 물가에서"

아주아주 약간 고딕 호러 분위기가 나기는 하는데 실상은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러브스토리입니다. 주인공 케언공이 라마스 양에게 청혼할 때의 대사는 재미난데 그 외에는 별다른게 없는 고전 할리퀸 로맨스에요. 별점은 1.5점입니다.

"목사 서재의 피웅덩이" 

오스트리아 최고의 형사이자 탐정인 요제프 뮬러 시리즈 단편입니다. 목사관 서재에 피웅덩이를 남긴채 목사가 사라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충격적이면서도 기발한 인간 소실 트릭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상은 트릭이고 뭐고 없이 서재에서 예배당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 지하실에 숨겼다는게 결론이라서 맥이 빠집니다. 이래서야 명탐정이 딱히 등장할 필요도 없죠. 자세한 현장 조사가 이루어졌더라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을 거에요. 아무리 피가 응고하였더라도 아무런 흔적없이 시체를 옮기는 작업을 성공했을리는 없으니까요.

그 외에도 사건 해결의 핵심 단서가 순전한 우연 - 범인이 시체를 옮길 때 우연히 팽이가 떨어져 그것을 돌리게 된 것 - 이라 추리적인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지닌 양치기 캐릭터는 전혀 등장할 필요가 없었고요. 

셜록 홈즈처럼 현장을 아주 철저하게 조사한 뒤 단서를 찾아내어 사건을 해결하는 뮬러의 활약은 그럴듯했습니다만, 이러한 이유로 별점은 2점입니다. 홈즈 시대 추리소설의 단점만이 극대화된 작품이었어요.

"범죄구성 사실" 

엉클 애브너 시리즈로도 유명한 멜빈 데이비스 포스트의 변호사 랜돌프 메이슨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사교계의 총아인 사무엘 월콧이 사실은 리차드 워렌이라는 인물로, 월콧의 아내와 공모하여 그를 죽인 뒤 신분을 가로챈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월콧 (워렌)이 아내를 죽여 입을 막으려는 계획을 돕는다'는 나름 충격적인 설정으로 고객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랜돌프 메이슨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에요. 페리 메이슨의 선구자적인 캐릭터죠.

또 완벽하게 시체를 없앨 경우 범죄 사실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사망 사실과 그 사망을 가능케 한 폭력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서 무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 당시에 소설로 발표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떠오르네요. 요새는 이 법의 헛점이 많이 알려진 덕인지 이런저런 정황 증거를 통해 범죄 사실이 입증된다면 유죄를 선고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시체를 없애는 과정의 디테일도 좋아요. 황산을 이용하여 시체를 녹여 없애는 방법인데 소설처럼 깔끔하게 모든 흔적을 단시간내에 없애는 것은 어려웠겠지만, 묘사가 잔혹하면서도 생생해서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별점은 3점. 부족함이 없지는 않으나, 쓰여진 시기를 감안하면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쌍벽의 탐정"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작가인 마크 트웨인의 작품으로 정통 추리물에 가까운 서사, 그리고 제법 그럴듯한 범죄 및 트릭이 등장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완성도는 좀 처집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아치 스틸맨이 어머니를 버리고 모욕한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길을 떠나고, 그 와중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재능(냄새 맡기)을 어필하는 전반부와 호프 캐넌의 은광 부락에서 벌어진 폭사사고를 다룬 후반부로 나뉘는데, 두 이야기가 잘 결합되지도 않을 뿐더러 지루한 탓입니다. 

특히 전반부 이야기는 설득력도 낮고 이렇게 길게 설명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장황해요. 후반부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서 플린트 버크너에게 살의를 품은 노예와 같은 영국 소년 페트락 존스가 범행을 결심하는 과정, 거기에 아치 스틸맨이 그 마을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의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여 실종된 아기를 찾아내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플린트 폭사사건 이후 페트락의 친척 아저씨 셜록 홈즈가 등장하여 여러가지 단서를 이용하여 범인을 지목하고 아치 스틸맨과 추리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난잡하게 전개됩니다. 

마크 트웨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정교한 과학적 트릭 - 초가 타는 시간을 이용하여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알리바이를 만듬 - 이 등장하는 것은 인상적이지만 아치 스틸맨이 현장 조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한 만큼 완전 범죄로 보기에는 문제가 많아요.

물론 셜록 홈즈의 패러디물을 쓰기도 했던 작가의 작품답게 셜록 홈즈가 등장하여 여지없이 망가지는 장면은 재미있었고 그 외에도 셜록 홈즈 스타일에 대한 통렬한 패러디, 예를 들어 "탐정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탐정 곁에서 일을 꾸미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등은 인상적이고 재미있긴 했습니다. 미국적인 정취와 무식함 (집단 린치를 포함하여)을 한껏 느낄 수 있다는 부가적인 장점도 존재하고요.

그러나 단점이 더 부각되는 작품이라 별점은 2.5점입니다. 조금 더 짧게 줄였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작가의 욕심이 과했던게 아닌가 싶네요.

"블랙 핸드"

제목을 한글로 풀이하면 "흑수단". 제목 그대로의 범죄단체가 등장하는 작품으로 크레이그 케네디 교수 시리즈 중 한편입니다. "과학 탐정"의 선구자적인 인물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자신이 직접 개발한 도청 장치를 이용하여 사건을 해결하죠.

셜록 홈즈 시리즈의 영향을 짙게 느껴지는데 1인칭 화자가 파트너로 등장하는 것에서부터 기묘한 사건의 의뢰, 독자가 그 사용법을 알 수 없는 장치의 등장, 대단원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홈즈 시리즈를 보는 듯 합니다. 그러나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별게 없습니다. 유괴 사건에서 아이를 은닉한 장소를 도청 장치를 통해 듣고 경찰에게 알려준다는 방법이 전부니 말이죠.

그런대로 잘 쓰여지기는 했지만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탁상시계"

"독화살의 집"이라는 멋진 본격 추리소설을 쓴 작가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는데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내용이라 기대와 영 달랐습니다. 장르 구분을 하자면 판타지에 가까왔달까요. 시간을 불특정하게 14분간 멈추는 능력이 있는 탁상시계로 벌인 완전범죄 이야기로 시간이여 멈춰라! 류의 내용이라 추리적으로는 건질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시계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반전도 없어서 여러모로 실망스러웠습니다. 

만년 2인자의 질투심이라는 동기는 충분히 설득력있기는 하고, 이런 류 아이디어의 원조인지도 궁금하긴 한데, 상술한 이유로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드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결산"

퍼시벌 와일드의 단막극. 극작가로도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 출간된 작품은 단편집 두 권밖에 없지요. 때문에 자료로서도 귀중한데 작품의 수준도 아주 높습니다. 딱 두명의 등장인물이 이발소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빚어지는 극도의 서스펜스가 놀라울 정도에요. 이발사 킬번이 과연 그의 딸을 농락하고 버린 손님 존의 멱을 딸 것인가?와 존이 시간제한이 있는, 전 재산이 걸린 경매에 참석할 수 있는가?라는 두가지 드라마를 긴장감넘치게 선보이면서도 킬번이 존을 12년 동안 뒤쫓고 지금의 찬스를 만들게 된 경위를 설명해주는 솜씨도 탁월한 덕분입니다.

아울러 마지막 반전 - 존이 이야기한 경매시간과 이발소 시계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에 대한 대사 - 까지 확실하고요. 이런 작품이 10여 페이지에 불과하다니 고개가 숙여질 뿐이네요. 별점은 5점입니다!

"위험천만한 게임"

프로 사냥꾼 레인스포드는 우연히 조난당하여 러시아 출신 부호 자로프 장군의 섬에 표류하였다. 자로프 장군은 사냥에 미친 인물로 극도의 긴장감을 위해 인간을 사냥하고 있었고 레인스포드도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생명을 건 게임에 참여하는데..... 

어딘가의 앤솔러지에서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던 걸작입니다. 인간 사냥이라는 아이디어, 그리고 실제 사냥 게임에 대한 설정 - 3일이라는 시간 제한 및 자로프 장군이 사거리 짧은 피스톨을 장비했다는 핸디캡 등 - 이 탁월할 뿐 아니라 두 명의 대결에 대한 묘사가 긴장감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반전도 기가 막혀요. 바다로 뛰어든 레인스포드의 목적은 탈출이 아니라 성까지의 거리를 단축시키기 위함이었다는 것인데 예상을 깨는 맛이 있었거든요. 별점은 5점입니다. 

한 남자가 협박 때문에 생명을 건 모험에 뛰어들어 성공한 뒤 협박자를 응징한다는 내용은 스티븐 킹의 단편 "벼랑 끝에 선 사나이"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새 출발"

잘 모르는 작가의 종말 이후를 그린 SF로 문명이 모두 사라진 뒤, 이전 문명의 기억을 지닌 자가 미개집단의 종교인과 충돌한다는 설정의 작품입니다. 

설정부터 많이 접해보았던 것으로 딱히 특별한 내용은 없네요. 종교인이 믿는 신의 존재가 식기세척기였다는 반전은 있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하여 뛰어나다고 하기 어렵고요. 한마디로 전체적으로 진부했어요. 시대가 너무 흐른 탓이겠죠. 별점은 2.5점입니다.

2025/10/03

예스터데이 (2019) - 대니 보일 : 별점 2.5점

전 세계적인 정전이 12초 동안 벌어진 뒤, 무명 가수 잭 말릭은 자기 말고는 아무도 비틀즈를 알지 못한다는걸 깨달았다. 당황도 잠시, 잭은 자신이 기억하는 비틀즈의 곡들을 선보이며 화재를 불러 일으켰고, 세계적인 팝 스타 에드 시런의 눈에도 띄어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르며 명성을 쌓게 되었다. 

그러나 성공을 거둘 수록 양심, 그리고 엘리와의 사랑을 고민하던 잭은 모든 곡들은 '비틀즈'가 썼다는 진실을 고백한 뒤 사랑하는 엘리와 함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

한 때의 귀재 대니 보일이 2019년 발표했던 청춘 로맨틱 음악 코미디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로 감상했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풍성한 비틀즈 음악을 스크린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스터데이", "Let it Be",  "She Loves You", "I Want To Hold Your Hand", "I Saw Her Standing There", "Back in the USSR", "Help!" 등의 명곡들이 이어지거든요. 몇몇 곡들은 장면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뮤지컬 같은 느낌까지 줍니다. 엘리가 잭에게 이별, 그리고 개빈과 만나고 있다는걸 고백한 직후 잭이 "Help!"를 열창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Help! I need somebody)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세상에서 비틀즈의 노래가 사라졌는데 나만 알고 있다!는 아이디어는 따지면 이세계 회귀물이나 전생물, 시간 여행물과 다를바 없지만 '음악'이라는 소재 선택이 아주 탁월한 덕분입니다. 만약 피카소의 그림을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발표했다면? 솔직히 성공하기 힘들겠지요. 셜록 홈즈 이야기를 아무도 모르는 세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홈즈 시리즈도 지금 읽기에는 낡은 이야기들이 많은 탓입니다. 하지만 명곡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비틀즈'의 곡이라는 점에서 다시 성공한다는건 굉장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음악은 유튜브 등 현재의 플랫폼 환경과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하니까요. 당연히 '영화'라는 매체와도 잘 어울리고요.

전반적으로 띠고 있는 가볍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도 웃음을 주는 순간과 애틋한 감정을 담은 장면의 균형도 좋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건 캐스팅입니다. 어딘가 찌질하면서도 순수한 주인공 잭과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엘리 등 모든 인물들 캐스팅이 적절해서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이끌어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선 전체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집니다. 에드 시런의 출연의 경우,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하지는 않았는데 차라리 삭제하는게 나았을겁니다. 에드 시런의 도움이 없었어도 비틀즈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있었을테고, 에드 시런이 비틀즈에 대항해 '살리에리' 포지션을 차지하기는 역부족이니까요.
주인공 외에도 비틀즈를 기억하는 인물이 두 명 등장하는 장면, 존 레논과의 만남 장면은 사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두 장면은 실제로 '비틀즈'가 존재했다는 의미라서 설정과 모순되는 탓입니다.

또 많은 비틀즈의 명곡이 등장하지만, 일부 곡은 선곡이 아쉽습니다. 에드 시런과의 작곡 대결에서 잭이 선보이는 "The Long and Winding Road"이 대표적입니다. 명곡이지만 일반 관객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이보다는 엔딩에 사용된 "Ob-La-Di, Ob-La-Da" 같은 친숙한 곡을 앞세우는게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위대한 비틀즈 음악을 현대적인 로맨틱 코미디 속에 풀어낸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음악적 즐거움과 상큼한 러브스토리도 장점이고요.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비틀즈 음악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볼 만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조용필 노래를 모티프로 삼아 리메이크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2015/01/27

서랍 속 테라리움 - 구이 료코 / 박의령 : 별점 3점

서랍 속 테라리움 : 신장판 - 6점
쿠이 료코 지음, 김민재 옮김/㈜소미미디어

"던전밥"으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구이 료코(쿠이 료코)의 국내 첫 번역 출간작입니다. 200페이지를 갓 넘는 분량에 무려 3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2페이지에서 10여 페이지 남짓한 작품들의 분량을 볼 때에는 쇼트쇼트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참고로 쇼트쇼트, 쇼트-쇼트는 사전적인 의미로 원고지 10매 안팎의 아주 짧은 소설을 지칭합니다. 꽁트보다 더 짧은, ‘마이크로픽션’ 혹은 장편(掌篇)에 해당하는 형식입니다. 호시 신이치가 이 장르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을 뿐더러 의표를 찌르는 반전, "기묘한 맛" 류의 독특함 가득한 작품이 많을 뿐더러 평범한 일상 드라마는 물론이고 SF, 추리, 범죄 스릴러, 판타지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이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호시 신이치나 아토다 다카시 같은 몇몇 쇼트쇼트 대가의 특징일 수도 있겠지만요.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도 이러한, 제가 알고 있는 쇼트쇼트의 특징이 가득한 작품들입니다. 정말 "기발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중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 가지 소개한다면,

  • 자신을 멀리하던 사장 딸이 사실은 자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변화무쌍한 아가씨였다는 것을 타임머신 원리를 이용한 데이터 전송이라는 설정과 함께 전개하는 "연인 카탈로그"
  • 일 년에 한 번 용을 먹는 마을에서 여러 가지 용고기 요리(회에서 숯불구이, 국물요리까지!)를 즐긴다는 "용의 역린"
  • 주인공의 인사를 무시한 직장 동료에 대해 마음속에서 법정을 열어 재판을 통해 결론을 내린다는 내용을 아가씨의 귀여운 심리 묘사와 함께 선보이는 "대리 재판"
  • 애완동물 아기를 키우는 이야기로 짙은 여운을 남기는 "봄볕"
  • 왕따에 대한 인형극을 창작하다가 토끼 나라에 대한 거대한 서사극을 만들어내는 "머나먼 이상향"
  • 편의점 음식만 먹는 서민스러운 삶을 살던 친구가 프렌치 코스 요리를 먹고 난 뒤 요리에 대해 기이하게 평가하는 "특식"
  • 우연히 찾아간 산속 식당에서 주위 손님들이 파란만장한 행동을 펼친다는 "이런 산 속에"

등이 그러합니다.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하고 밝은 분위기의 이야기들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이야기를 창작할 때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너무 궁금해지네요.

쇼트쇼트의 또 다른 특징인 다양한 장르를 펼쳐 보여주고 있다는 장점도 큽니다. SF, 판타지, 구루메(?), 기이한 법정물, 일상계 드라마에 러브 코미디, 심리 썰렁물까지 오만가지 장르를 오가거든요. 장르에 따라 작풍을 바꾸는 그림 실력도 높이 평가할 만하고요. 정통 판타지스러운 고풍스러운 펜화, 전형적인 순정만화 스타일의 작화, 그리고 평범한 스타일의 일상계스러운 그림 등이 장르마다 적절히 어우려져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그러나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는 유명 거장의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졸작이 의외로 많은 편인데, 이 단편집 수록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작품이 빼어나지는 않아요. 아주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건 아니고, 거장의 졸작보다는 볼 만한 작품이긴 합니다. 그러나 뻔한 아이디어, 뻔한 전개의 식상한 이야기들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예를 들자면 사랑을 알게 된 인공 두뇌의 이야기라든가 상위 문명에 납치당해 사육당하는 미녀의 이야기가 대표적이겠죠. 흔한 이야기로 작가만의 별다른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집이라 생각합니다. 제 별점은 3점입니다. 여러 가지 장르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군청학사" 시리즈가 떠오르는데, "군청학사"보다는 훨씬 짧은 호흡의 이야기로 여운은 짙지 않지만 스피디하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차이점은 있습니다. 단편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4/05/22

아하렌 양은 알 수가 없어 1~17 - 미즈 아사토 : 별점 2.5점

아하렌 양은 알 수가 없어 17 - 6점
미즈 아사토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오랫만에 완결까지 감상한 러브 코미디 만화.
기본 설정은 "코미 양은 커뮤증입니다"와 굉장히 유사합니다. 라이도가 같은 반 옆자리인, 커뮤니케이션이 서투른(작 중에서는 사람과의 거리감 조절을 잘 못한다고 하는) 아하렌 양과 가까와진 뒤 사귀게 된다는 기본 설정과 전개는 판박이라 해도 무방하거든요. 아하렌 양과 코미 양은 비쥬얼 외의 성격도 굉장히 비슷하고요.

그래도 단순 아류, 표절작은 아닌 독특한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하렌 양은 코미 양처럼 단지 외모로 어필하는 존재는 아니고 뭐든 척척 잘하는 능력자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코미 양처럼 친구 사귀기 정도에 그치지 않는 여러가지 도전(?)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굉장히 귀여우면서도 할 때는 하는, 한마디로 '천연 팔색조' 매력을 뿜어내지요. 이런 아하렌 양이 작품의 핵심 매력 포인트입니다.
또 초반 이후에는 라이도가 아하렌 양이 하는걸 보고 망상에 빠져드는게 주요 소재가 되는데, 이게 또 재미있었습니다. 망상 개그는 "누나 로그" 등 흔하디 흔한 편이지만 보통 성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라이도의 망상은 엄청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스케일 큰 거대한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망상만으로도 하나의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가 뚝딱 만들어질 정도로요. 망상 속 아하렌 양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온갖 기술을 습득하여 성장한다는 성장물스러운 전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단한 지식을 갖춘 라이도가 학년에서 겨우 평균을 웃도는 성적을 기록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이외의 등장인물들도 개그만화다운 독특한 설정을 통해 재미를 가져다줍니다. 똑같이 생긴 아하렌 남매, 꽁냥꽁냥하는 모습을 보면 피를 토하는 토바루 선생님, 소심한 갸루 타마나하 리쿠 등이 그러합니다. 모두 어디선가 봤음직한 인물들이라는건 단점이지만,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개그를 펼쳐주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고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까지의 시간 흐름 속에서 아하렌 양과 라이도가 연인이 되고, 축제와 학원제, 운동회, 캠프와 여름 바다 등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즐기는 등의 과정을 거쳐 결국 대학생, 직장인, 결혼까지 이르는 결말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는 점입니다. 에필로그가 다소 과하다 싶기는 하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말이었어요. 이런 깔끔한 끝맺음은 "아즈망가"와 비교될만한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캐릭터 설정에 의존한 개그가 대부분이라 반복적인게 많고 - 대표적인게 토바루 선생 -, 동성간 사랑(?)에 대한 설정이 자주 등장하는건 별로이기는 했습니다. 한 5권 정도 분량은 빼더라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이 정도면 재미와 더불어 마무리도 괜찮았기에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애니메이션 화도 되었다길래 유튜브를 통해 요약본을 잠깐 찾아 보았는데, 잘 만들기는 했지만 원작 속 아하렌 양의 매력을 잘 살리지는 못한 듯 싶더군요. 그냥 만화로 만족해야겠습니다.

2025/03/08

결혼반지 이야기 1~14 - 메이비 : 별점 2점

[고화질] 결혼반지 이야기 14 - 4점
메이비 지음/학산문화사

고교생 사토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소꿉친구 히메의 뒤를 쫓았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이세계였다. 그곳에서 사토는 히메의 결혼식에 난입했다. 히메는 이세계 크리스탈 노바티 노카나티의 공주였고, 그녀와 결혼하면 전설의 용사 반지왕이 되어 심연왕의 위협을 물리쳐야 했다. 히메와 결혼한 사토는 반지왕의 힘을 모두 끌어내기 위해, 다른 네 명의 공주와 결혼해야 했다...

이세계 판타지로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그게 아니더군요. 일본식 하렘물의 모든 요소를 총망라한 므흣(?)물입니다. 질투심 많은 순정파부터 청순가련한 내성적 얌전파, 강한 힘을 앞세우는 무투파, 연상 츤데레, 말없는 인형까지—일본 하렘물에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서 므흣한 장면을 수시로 선보이는게 내용의 핵심이거든요. 빠진 캐릭터라고 한다면 스쿨드 같은 천재 발명가 정도인데, 이마저도 사피르와 안바르가 캐릭터성을 나누어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므흣하게 구현한 작가의 작화력도 상당합니다. 전형적인 러브 코미디 하렘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진중하고 묵직한 그림체이지만, 워낙 뎃셍력이 좋은데다가 이세계 판타지라는 설정과 결합되어 강한 시너지를 보여줍니다. 종족도 인간, 엘프, 수인족에 용족, 드워프의 기계 인형(?) 등 다양하고, 설정 상 안경 소녀는 없지만 그 외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조합 - 거유, 로리, 장발, 단발 등 - 이 그려지는데, 색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 단지 야하기만 한건 아니고, 여러 액션 장면도 볼만합니다. 히메를 비롯한 공주들과 맺어질 듯하면서도 번번이 실패하는, 전형적인 하렘물 특유의 코믹한 전개도 재미를 더해 주고요. 

주인공 사토가 흔한 하렘물 주인공과 차별화되는 점도 좋습니다. 무능하고 유유부단한데도 주변 여성들이 이유 없이 따르는 캐릭터가 아니라, ‘선택받은 영웅’이기 때문에 다섯 명의 공주가 반드시 그를 따라야 한다는, 일종의 강제적인 하렘 구축 설정이 꽤 괜찮거든요. 성격도 밝고 긍정적인 성장형으로, 결국 세계관 최강의 힘을 손에 넣어 영웅답게 활약하는 것도 좋습니다. 미녀를 거느리는 당위성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하렘물로서는 괜찮습니다.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될만큼의 인기 요소는 충분히 갖추고 있어요. 이세계 판타지물로도 심연의 마물이 전대 반지의 용사였고, 공주들에게 배신당해 죽었다는 설정은 제법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이세계 전생 영웅 판타지로는 낙제점입니다. 설정 자체가 뻔하디 뻔하며, 심연의 마물과 싸워 나가는 과정에서도 별다른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도 없고, 내용 전개가 일사천리인 탓입니다. 오히려 곁가지라 할 수 있는 학교 생활이나 일상 생활을 다룬 하렘물 전개가 더 흥미로왔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므흣한 여성 캐릭터, 액션에 특화된 빼어난 작화에 별볼일 없는 판타지가 결합했다는 점에서는 "스트라바간차"와 비슷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라바간차" 쪽이 더 좋기는 했지만, 우열을 가리기는 애매하네요. 별점도 같고요.

2012/08/16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하) - 스티븐 킹 / 조영학 : 별점 2.5점

 

모든 일은 결국 벌어진다 - 하 - 6점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어쩌다 보니 두 번째 권부터 읽게 된 스티븐 킹의 단편집. 이전의 "스켈레톤 크루"가 80년대 작품 중심이라면, 이 책은 90년대 이후의 비교적 최신작이 실려 있습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 L.T.의 애완동물 이론
  • 로드 바이러스, 북쪽으로 가다
  • 고담 카페에서의 점심식사
  • 데자뷰
  • 1408
  • 총알 차 타기
  • 행운의 동전

"1408" 이외의 모든 작품들이 1인칭의 강한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독특합니다. 또한 "스켈레톤 크루"와 같은 예전 작품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이 그려진 뒤, 그 상황이 어떻게든 종료되었던 반면, 여기서는 알 수 없는 상황 그 자체만이 중요한 것으로 묘사된다는 차이가 큽니다. 앞서 말한 대로 그 상황에 대한 혼란스럽고 복잡한, 강한 1인칭 심리묘사를 통해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호러 소설인 줄 알고 읽었는데 교훈적인 주제를 갖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었습니다. - 결혼 생활의 중요성 ("L.T의 애완동물 이론", "데자뷰"), 어른들이 하는 말은 잘 들어야 한다 ("1408"), 어머니 계실 때 잘해라 ("총알 차 타기"), 담배를 끊어라 ("고담 카페에서의 점심식사", "총알 차 타기") 등인데, 우화 같은 느낌을 전해주기도 하더군요.

결론적으로 묘사가 강화되고 주제의식은 깊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호러"라는 측면에서는 예전 80년대 작품들에 미치지 못했어요. 물론 작품성이야 더 좋아졌을 수도 있고, 완성도도 나쁘지는 않으나 막 달려주던 젊은 시절 그의 작품이 제게는 더 취향이네요. 스티븐 킹도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별점은 2.5점. 개인적인 베스트는 "고담 카페에서의 점심식사"입니다.

덧붙이자면, 각 단편 서두에 스티븐 킹이 친절하게 작품에 대한 해설을 붙여 놓았는데 꽤 재미있더군요. 작품 본편보다 해설이 탁월하다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L.T의 애완동물 이론"

화자의 동료 L.T가 자기를 버리고 떠난 아내에 대해 떠벌이는 수다가 내용의 거의 대부분인 작품. 결말 부분에 그녀가 연쇄살인범의 피해자가 되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끝나기는 하나, 진상이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답답한 느낌이 더 큽니다. 그래서 룰루는 어떻게 되었는지? LT가 죽이고 고양이 먹이로 줬다는 이야기? 좀 더 깔끔하게 끝맺는 게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별점은 2점입니다.

"고담 카페에서의 점심식사"

갑작스럽게 의외의 장소에서 정신병자 살인마와 격투를 벌인다는 액션 슬래셔 호러.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이혼을 앞둔 아내와의 디테일한 싸움이 깨알 같은 재미를 전해줍니다. 블랙코미디 느낌도 나더군요. 조금 과장하자면 스크루볼 코미디?

게다가 예상했던 해피엔딩(역경을 헤쳐나간 두 명이 다시 재결합한다는)이 아니라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개인적인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별점은 3점입니다.

"데자뷰"

두 번째 신혼여행 중인 중년 부부 아내의 1인칭 심리묘사를 통해 그려지는 무간지옥 이야기. 특유의 시각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묘사는 탁월하나,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과 설정이라 딱히 새롭지는 않더군요. 반복의 원인에 대해 뭔가 설정이 한 개 정도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별점은 2점입니다.

"1408"

"유혹하는 글쓰기"에도 소개되었었고, 존 쿠삭 주연의 영화로도 알려진 작품이죠. 이 단편집에서 가장 읽고 싶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도입부에서 지배인이 귀신 들린 방 1408호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부터 흥미진진하며,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방에 대한 묘사는 러브크래프트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등 역시나 만만치 않은 재미를 선사해줍니다.

그러나 기대에는 살짝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결말이 "그래서 어쩌라고" 거든요. 그 방에 귀신이 있다는 게 전부일 뿐이니까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총알 차 타기"

어머니의 급작스러운 뇌졸중 발병을 알게 된 대학생 앨런이 히치하이킹으로 고향에 돌아가다가 사신을 만난다는 내용의 중단편.

히치하이킹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와 더불어 새롭게 창조한 사신 캐릭터는 그럴싸한데,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딱 우리나라 전래동화의 호랑이(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수준입니다. 호러보다는 어머니 살아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주제 의식이 더 강합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행운의 동전"

팁으로 받은 25센트 동전에 대한 일종의 망상(?)을 그린 소품.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별점은 1.5점입니다.

2010/04/14

터질거야 - 토마스 빌룸 옌센 : 별점 2점


흥분 잘하는 남자 토니는 아이들과 함께 간 극장에서 클라우스 볼터 감독의 <살인자>를 보고 영화의 형편없음에 격분하여 감독을 찾아갔다가 볼터의 실수로 전신 부상을 당하게 된다. 토니는 ‘아이들과 함께 볼 영화를 만들겠다’라며 사고에 대한 보상으로 볼터 감독 신작의 공동연출과 공동각본을 요구하게 되는데...

덴마크 코미디영화입니다. 오래전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짤막하게 소개했던 내용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고 인상적이었기에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후진 영화를 만들어 돈을 받아먹는 감독과 제작자는 구속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간단한 줄거리만으로도 공감 100%였고 말이죠.
그런데 TV에서 소개한 내용이 다네요. 핵심 장면 몇개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별로 웃기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던 소재와 줄거리,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러브라인과 가족관계를 비롯하여 영화와 작품에 대한 진지한 고찰까지 등장하는 등 너무 이야기를 많이 벌려놓아서 지루하기까지 했고요. 영화 "터질거야"를 중심으로 하여 영화 제작에 관련된 캐릭터 상황극으로 끌고가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코미디 영화가 웃기질 못했으니 별점은 2점입니다. 군살을 들어내고 리메이크한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은데 리메이크 소식은 없는지 궁금하네요.

2010/01/18

수상한 사람들 - 히가시노 게이고 / 윤성원 : 별점 3점

수상한 사람들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으로 어딘가에서 누군가 강추하기에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요...)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전에도 몇번 밝혔듯이 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그래도 "탐정 갈릴레오"와 같은 단편집과 기타 앤솔러지에서 접한 단편들이 괜찮았었기에 실패해도 데미지가 적을 것 같아 구입한 것이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나 일정 수준 이상은 된다 보여집니다.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이 책에 실린 총 7편의 단편들 대부분이 전부 "추리"라는 쟝르에 충실하기 때문이죠. 그것도 퍼즐 트릭 중심의 본격물이 많아 추리 애호가로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단편이기 때문인지 작가의 그간 싫어했던 가장 큰 단점인 "러브라인"이 부각되는 작품이 몇개 없다는 것도 좋았고요. 독특했던 점이라면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결혼 보고" 이외의 모든 이야기가 1인칭이라는 것으로,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주인공과 세계관으로 연결된 작품이라 생각하고 읽어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전혀 다른 설정인 두번째 작품 "판정 콜을 다시 한번!"만 빼고요^^) 이게 설마 작가의 의도는 아니겠지만요.^^

하지만 추리물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인 "판정 콜을 다시 한번!"과 말랑말랑한 인간관계가 주요 사건보다도 강하게 부각되는 "달콤해야 하는데" 두편이 좀 이질적이라 아쉽네요. 나머지 다섯편으로는 별점 3.5점은 충분합니다만 요 두편때문에 전체 별점은 3점입니다.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에 대한 기존의 제 편견을 어느정도 깨 준 작품집임에는 분명합니다. 한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자고 있던 여자
나는 입사동기 가타오카의 권유로 집 빌려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낯선 여자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와 잔 남자를 찾아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 우기며 집에 눌러 앉는데...
잭 레몬 주연의 코미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경쾌한 도시파 일상계 추리물입니다.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 황당한 사건에서 결말에 이르는 구조가 깔끔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참 좋은데 이렇게 영화 같은 곳에서 설정을 따 와서 추리소설을 창작해도 재미있겠더군요.
어차피 톨루엔의 행방 추적을 한다면 간단하게 꼬리가 밟혔을 것이라는 점은 약점이지만 일상계니 너무 딱딱하게 따질 필요는 없겠죠. 별점은 3.5점입니다.

판정 콜을 다시 한번!
나는 노보루의 꼬임으로 노부인의 돈을 강탈하는 계획에 가담했다가 실패한 뒤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결단코 추리물은 아니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는 평이한 드라마로 일종의 성장기랄까.. 싶은 작품인데 야구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더군요. 상식적으로는 해당 판정에 대한 설명은 판정콜 이후 바로 선수에게 해 주는게 정상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설득력도 거의 없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죽으면 일도 못해
하야시다 계장이 휴게실에서 문을 걸어잠근채 시체로 발견된다. 나는 직속 부하라 어쩔 수 없이 사건에 관련되게 되는데...
두가지 트릭이 상호 연계되어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밀실 트릭"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등장해 왔던 트릭이긴 합지만 작품과 잘 어울리게 구성되어 마무리되는 전개가 매끈합니다. 경찰 수사로 결국 진상이 밝혀진다는 현실성 높은 결말도 의외로 놀라웠고요.^^
단, 어차피 범행이 밝혀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인 관계로 완벽한 트릭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약점은 있습니다. 그래도 현실에 기반한 재미있게 읽었기에 별점은 3.5점입니다.

달콤해야 하는데
나는 상처하고 하나뿐인 딸마저 잃은 뒤에 나오미와 결혼하여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이 여행은 다른 목적이 있었다.
일상계랄까... 과거 "사고"의 진상을 기억에 의지해 밝혀낸다는 작품입니다.
본격물로 보기에는 정보제공이 공정하지 못해 실망스럽고 이후의 전개도 억지스러워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어차피 제가 싫어하는 러브라인이 주인 작품이기도 하고요. 별점은 2점입니다.

등대에서
나는 소꼽친구 유스케와의 관계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홀로 여행을 계획한다. 이 사실을 알은 유스케 역시 동일한 코스를 역순으로 밟아나가는 여행을 떠난다고 선언한다.
의외의 전개가 연속되는 단편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친구간의 다툼 정도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생각외였어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좋은 작품으로 이 단편집의 베스트로 꼽고싶습니다. 별점은 4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의표를 찌르는 이런 단편을 써보고 싶네요.

결혼 보고
오래전 소식끊긴 친구 노리코에게서 온 결혼을 알리는 편지. 편지를 받은 도모미는 편지안에 동봉된 사진 속 주인공이 노리코가 아닌 것을 알고 놀라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리코의 고향으로 떠난다.
황당한 시츄에이션이죠? 일반인들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당황스러운 설정을 토대로 흥미진진하게 전개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버젼이라면 "친구가 결혼한다고 해서 갔더니 신부가 내가 알던 그 아가씨가 아니더라" 정도 되겠네요. 물론 이것도 살인을 부르는 설정이긴 하겠죠.^^
하지만 설정에 비해 동기나 시체의 처리 등 범죄에 관련된 내용이 현실적이지 못한 등 아이디어가 매끄럽게 전개된 맛은 약하기에 별점은 3.5점만 주겠습니다.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나는 5년에 걸친 해외근무의 마지막 해를 맞아 아내 유키코와 함께 코스타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2인조 강도에게 습격당하는 신세가 된다.
이국의 풍광 묘사, 주인공들의 배경 묘사가 더 중심인 듯한 이상한 작품. 왜 무대가 코스타리카일까요? 트릭도 구태여 외국이 아니라도 상관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작가가 코스타리카에 관광갔다가 와서 쓴 글이 아닌가... 하는 의심만 생기네요.
내용에 비하면 쓰잘데 없이 길고 완성도도 그닥이라 별점은 2점입니다.

2003/12/15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 - 리처드 커티스

새로 부임한 매력적인 미혼의 영국 수상(휴 그랜트)은 발랄하고 귀여운 비서 나탈리(마틴 맥커친)에게 첫눈에 반한다. 수상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의식해 그녀를 멀리하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만다. 고민 끝에 그녀를 다른 곳으로 보내지만 사랑 고백이 담긴 그녀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고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 오르는 뜨거운 사랑을 깨닫는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주소도 모른 채 그녀가 사는 동네로 무작정 찾아 나서는데.

새 아빠 대니얼(리암 니슨)은 엄마를 잃고 방에 혼자 틀어박혀 지내는 아들 샘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사실 샘은 여자친구를 두고 짝사랑의 열병에 빠져 있었던 것. 새 아빠는 아들의 사랑을 이뤄 주기 위해 아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짜낸다. 크리스마스 이브 학예회, 여자친구 앞에서 멋지게 드럼을 연주하고 싶은 샘은 밤낮없이 방에 틀어박혀 드럼 연습을 한다. 드디어 학예회가 끝나고 작별인사도 못나눈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새 아빠와 함께 공항으로 달려가지만, 그녀는 이미 가족과 함께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버린 후... 어쩔줄 몰라하던 샘은 무작정 비행기로 뛰어 든다.

소설가 제이미(콜린 퍼스)는 바랑둥이 여자친구에게 상처 받고 남부 프랑스의 작은 별장에서 소설을 쓰면서 마음을 달랜다. 그가 머무는 동안 집안 일을 돕기 위해 젊은 포르투갈 여인 오렐리아가 온다. 이 둘은 말은 한마디도 통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서로에게 끌리고, 매일 헤어지는 시간을 너무나도 아쉬워 한다... 떠날 무렵까지 결국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 못하는 제이미... 점점 더 커가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쩔줄 몰라하던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 드디어 포르투갈로 그녀를 찾아가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선물을 준비하는데...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사라(로라 리니). 드디어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꿈에 그리던 그와 함께 춤을 추게 된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그녀의 새로운 매력에 마음이 끌린 그. 결국 그녀를 따라 그녀의 집으로 오게된다. 뜨거운 눈빛이 오가고 분위기는 무르익어 마침내 고대하던 사랑을 나누려는 찰나, 요양소에 있는 그녀의 아픈 남동생에게 전화가 온다. 아쉽지만 그녀는 그를 남겨두고 누나를 찾는 동생에게 달려가는데... 과연 이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무뚝뚝한 남편 해리의 주머니에서 하트목걸이를 발견하고 기쁨에 설레여하는 캐런. 그러나 크리스마스 이브, 정작 해리가 건넨 선물은 CD. 그렇다면 그 목걸이의 주인은?

이제는 한물간 로커 빌리에게 오랜동앗 매니저 일을 맡아주며 고생해온 조. (그레고르 피셔). 데뷔때부터 빌리와 음악 활동을 함께해온 그는, 다시 재기를 꿈꾸는 빌리와 함께 리바이벌곡 'Christmas Is All Around'를 크리스마스 음반 차트 1위에 올려 놓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데... 크리스마스에 이들은 과연 1등을 할 수 있을까?

신랑 피터(치웨텔 에지오포)와 신부 줄리엣(키라 나이틀리)의 결혼식. 신랑의 제일 친한 친구 마크(앤드류 링컨)는 정성을 다해 웨딩 촬영을 해준다. 하지만 신부 줄리엣은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마크를 서운하게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크의 집에 웨딩 테이프를 찾으러 간 줄리엣은 온통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을 보고 감격한다.


이 영화는 위의 이야기들을 모두 하나로 엮는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리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물간 록커 빌리 맥 이야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그 사람, 유머를 알 뿐더러 정말 막나가더라고요^^ 휴 그랜트의 전형적인 약간 느끼한 매력도 일품이고요. 리암 리슨과 콜린 퍼스, 키라 나이틀리 정도만 제가 아는 배우였지만 (아! 미스터 빈까지 있다. 그러고 보니 막판에 깜짝 출연하는 클라우디아 쉬퍼도..) 나머지 배우들도 대단한 배우들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호화 캐스팅에다가 빛나는 음악들, 거기에 딱딱 어울리는 각본까지, (다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이 일단 대단하죠) 상당히 재미있었고 잘 만든 영화라는것이 느껴졌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것은 초등학생 아들한테 섹스이야기를 해준다던가 하는 부분은 뭐 정서 차이겠지만요, 조금 와 닿지는 않았고요. 그리고 너무 영국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영화랄까요? 현 블레어 정부를 비판하는 정도면 좋았을 것을, 미국 대통령과 영국 수상이 맞장을 뜨고, 위 줄거리에선 빠졌지만 영국 찐따가 미국으로 가자마자 미국 퀸카 아가씨들과 밤을 지새고 다시 영국에 올때 데니스 리차드(!)를 동행으로 데리고 온다는 등의 이야기는 거슬리더군요. 그냥 사랑이야기만 해 줬으면 싶었는데요.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따뜻한 사랑이야기였으므로 추천합니다. 국내버젼에는 포르노배우들의 사랑이야기가 빠졌다는데 나중에라도 구해 봐야 겠네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이런 몰상식한(!) 행위는 아직도 불만입니다. 관객들을 바보로 아는건지 원....

2004/10/01

최고의 영화 250개중 내가 본것은?

IMDB 선정 최고의 영화 250 아까짱님 글에서 트랙백 합니다. 저도 꽤나 궁금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하고난 결과라면... 역시 최신작, 흥행작 순위가 높다는 것과 제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순위가 많았다는 것이죠.

히치콕은 역시 꽤나 고순위였고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생각보다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 이채롭네요.

상위권은 흥행작이 많아 본 작품이 많지만 갈수록 고전과 유럽 영화가 섞이며 확률이 떨어지는군요....

제가 본 영화는 붉은 색으로 표시했습니다. (2021.09.19) 생각보다는 본 영화가 많아서 즐거웠습니다. 뭐 볼 수도 있었지만 지루할 것 같아 포기한 영화도 있으니깐...

저만의 순위도 한번 작성해 보고 싶어집니다.

1. Godfather, The (1972) : 예상대로!
2. Shawshank Redemption, The (1994) : 좋은 영화긴 하지만 좀 의외이기도 합니다.
3.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The (2003) : 이것도 좀 의외...^^

4. Godfather: Part II, The (1974)
5. Shichinin no samurai (1954) : 7인의 사무라이.. 이 정도일 줄이야...
7. Casablanca (1942) : 좋은 영화죠.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8.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 The (2002)
9.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The (2001)
10. Star Wars (1977) : 이것도 약간 의외군요.
13. Star Wars: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 역시 의외...
14. Pulp Fiction (1994) : 타란티노가 14위! 대단하군요.
16. D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 (1964) : 큐브릭 선생도 최근 흥행작에 많이 밀렸네요.
17. Raiders of the Lost Ark (1981) : 저는 사실 레이더스가 스타워즈보다 낫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18. Usual Suspects, The (1995) : 제가 본 추리계열 영화중에서는 순위가 탑이군요. (위에 있었던 "이창"은 보질 못했으니)
19. Memento (2000)
20. Buono, il brutto, il cattivo, Il (1966) : 웨스턴 1위! 할만한 작품입니다.
21. 12 Angry Men (1957) : ㅎㅎㅎ 엊그제 본 작품인데. 좋네요.
22. North by Northwest (1959) : 히치콕 선생은 꽤나 사랑받는군요. 역시~
25. Psycho (1960) : 역시 히치콕!
26. Fabuleux destin d'Amélie Poulain, Le (2001) : 아멜리에? 정말 의외에요!
28. Silence of the Lambs, The (1991) : 양들의 침묵, 좋은 영화죠.
30. C'era una volta il West (1968) : 옛날 옛적 서부에서, 각본에 다리오 아르젠토가 참여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32. American Beauty (1999) : 좋은 영화죠.
34. Matrix, The (1999) : 매트릭스는 생각보다 순위가 낮더군요.
43. Sen to Chihiro no kamikakushi (2001) : 10여계단 훌쩍 건너뛰어 센과 치히로라... 애니메이션 중 탑 순위군요.(솔직히 의욉니다)
44. Some Like It Hot (1959) : 마릴린 먼로의 걸작 코미디가 44위!
45. Boot, Das (1981) : 좋은 영화죠.
47. Singin' in the Rain (1952) : 역시 클래식, 좋은 영화입니다.
48. Chinatown (1974) : 제이크의 차이나타운..
50. L.A. Confidential (1997) : 역시 느와르
51. Se7en (1995)
59. Saving Private Ryan (1998) : 이 영화도 생각보다 순위가 낮은 편입니다.

60. Raging Bull (1980) : 마틴 스콜세즈 영화도 생각보다 찬밥이네요.
61. Alien (1979) : 리들리 스콧 선생도 겨우 입성했네요.
63. Léon (1994) : "의외!"
64. Wizard of Oz, The (1939)
67. Sting, The (1973)
68. Modern Times (1936) : 채플린 선생도 너무 순위가 낮다고 생각됩니다. 쩝...
70. Reservoir Dogs (1992)
72. Clockwork Orange, A (1971)

73. 2001: A Space Odyssey (1968) : 스트레인지 러브에게 한참 밀리는군요^^
77. Amadeus (1984)
78. Great Escape, The (1963)
79. Finding Nemo (2003)
81. Jaws (1975)
83. Wo hu cang long (2000) : 와호장룡? 미국에서 히트친 덕을 단단히 본다고 생각됩니다.
84. High Noon (1952) : 멋진 웨스턴이죠.
85. Aliens (1986) : 카메론도 겨우 입성하는군요...
86. Braveheart (1995)

87. Metropolis (1927) : 프리츠랑의 고전. 사실 지금 보면 좀 지루하긴 합니다만...
88. Shining, The (1980)
90. Fargo (1996) : 코헨형제가 이제서야 등장하는군요. 역시 컬트
91. Donnie Darko (2001) : 음.. 전 사실 굉장히 지루했던 영화입니다만 순위는 생각보다 무지하게 높네요.
92. Strangers on a Train (1951) : 낯선 승객, 멋진 고전 스릴러라 생각됩니다.
93. Blade Runner (1982)
96. Sixth Sense, The (1999)

97. Great Dictator, The (1940) : 위대한 독재자
98. Nuovo cinema Paradiso (1989)
100. Mononoke-hime (1997) : 미야자키도 대단하네요.
101. Princess Bride, The (1987) : 음악이 굉장히 좋았던 작품입니다.
107. Big Sleep, The (1946) : 솔직히 원작보다는 지루했습니다만...
109. Terminator 2: Judgment Day (1991) : 한 10년만 전이었어도 저 위쪽에 있었겠죠?
112. Forrest Gump (1994)
120. Glory (1989) :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남북전쟁 이야기입니다. 꽤 잘 만들고 좋은 영화인데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낮더군요.
122. 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 이것 역시 보다 순위가 높아야 할 걸작이죠.
124. Unforgiven (1992) : "용서받지 못한 자"
126. Ben-Hur (1959) : 126위? 흠...
129. Star Wars: Episode VI - Return of the Jedi (1983) : 1,2와 차이가 엄청나네요. 뭐 좀 딸리긴 했어요.
130. African Queen, The (1951) : 재밌었습니다^^

132. Green Mile, The (1999) : 좀 지루했죠. 너무 길었어요!
140. Shrek (2001)
141. Back to the Future (1985)
143. Indiana Jones and the Last Crusade (1989) : 흠...
145. Platoon (1986) : 올리버 스톤도 무지하게 낮군요.
149. Gone with the Wind (1939) : 아마 이거 안본 한국 사람 거의 없을것 같아요. 워낙 TV에서 많이 해줘서...
152. Wild Bunch, The (1969) : 상당히 충격적인 웨스턴이었습니다.
154. Young Frankenstein (1974) : 멜 브룩스도 이제야 등장하는군요.
155. Die Hard (1988)
163. Spartacus (1960) :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네요. "내가 스파르타쿠스다!"
164. Monsters, Inc. (2001)
167. Gladiator (2000)
168. Roman Holiday (1953)
171. Charade (1963) : 재미있었어요.
176. Ed Wood (1994)
177. Toy Story (1995)
178. Conversation, The (1974) : 솔직히 지루했다는....

179. All the President's Men (1976) : 연기파의 대결이라 흥미진진했던 정치드라마였습니다.
181. Brazil (1985) : 테리 길리엄도 그냥 저냥...
195. Stand by Me (1986) : 한참 건너뛰어 이 작품. 너무너무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입니다.
199. Being John Malkovich (1999)
202. Groundhog Day (1993) : 오잉? 너무나도 의외! 소품이라 생각했는데...
203. Terminator, The (1984)
207. Miller's Crossing (1990) : 잘 만든 느와르랄까.. 마음에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218. 39 Steps, The (1935) : 히치콕이죠^^ 전 원작보다 좋더라고요.
220. Bonnie and Clyde (1967)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제목으로는 더 멋진 듯...
222. Midnight Cowboy (1969) : 걸작이죠!
229. Untouchables, The (1987)
232. X2 (2003) : X맨 2군요.
235. Planet of the Apes (1968) : 리메이크작은 솔직히 쓰레기였습니다.
238. Die xue shuang xiong (1989) : "첩혈쌍웅!"
239. Others, The (2001)
248. Beauty and the Beast (1991)
249. Spider-Man 2 (2004) : 겨우 겨우...

2014/09/23

익스펜더블 2 (2012) - 사이먼 웨스트 : 별점 2점

익스펜더블 2 - 4점
사이먼 웨스트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데이지 앤 시너지(D&C)

지난 추석 연휴 때 감상했는데 리뷰가 늦었네요. 3편이 얼마 전 개봉했지만 2편도 보지 못했기에 선택하였습니다. 

뭐 스토리를 요약할 필요는 없겠죠? 그냥 제 또래 헐리우드 키드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액션 스타들이 떼로 몰려나와 악당들을 때려잡는다는, 팬 서비스 무뇌 팝콘 무비니까요.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의 농담거리였던, "코만도랑 람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를 뛰어넘어 코만도와 람보가 한편인데다가 텍사스 레인저 척 노리스, 존 맥클레인에 퍼니셔(돌프), 황비홍, 캡틴 아메리카(랜디 커투어) 등이 함께하니 더 말할 필요도 없지요. 저는 이 모든 콘텐츠를 발표 당시 실시간으로 즐겼던 세대이기에 너무나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코미디 영화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유쾌했어요.

아울러 별 의미는 없지만, 1편보다는 스토리적으로도 살짝 나아진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악당 두목으로 유니버셜 솔저이자 어벤져였던 장 끌로드 반담이 나와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점 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반담의 악역 연기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살짝 느끼한 악역을 너무나 잘 소화해서 깜짝 놀랐어요. 한편만으로 리타이어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죠.

허나 반담이 마지막 1:1에서 스탤론에게 쉽게 발리는 등 악역다운 강함이 그닥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1편에서와 같이 함께 팀을 구성하는 다른 악당들 - 에릭 로버츠, 돌프 룬드그렌, 스티븐 오스틴, 게리 다니엘즈 - 없이 스콧 앳킨스 한 명에게만 의지하는 건 불쌍하게 여겨졌습니다. 다른 부하들은 연방군의 짐 같은 존재들에 불과하니까요. 그냥 폭죽, 허수아비 수준이거든요.
또 스토리 상 복수극으로 흘러가는 과정은 불만스럽습니다. 왜 애초부터 다 죽이지 않았을까요? 이래서야 "나한테 복수하러 와~"라고 초대장을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공항 액션보다는 초반 중국인 부자 구해주는 액션이 훨씬 볼만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고요.

물론 이런 부분은 감수하며 보는 영화이니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딱 한 가지, 위난이 맡은 매기 캐릭터는 그야말로 단점 중의 단점입니다! 포지션이 여러모로 어정쩡하기 때문이에요. 러브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총질 잘하는 여자 캐릭터로 보기에는 캐릭터도 굉장히 약했으니까요. 차라리 정의의 올드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의 컨셉대로라면 린다 해밀턴이나 시고니 위버 정도가 나와줬어야죠! 중국 시장을 노린 거라면 이연걸 형님 분량이나 좀 챙겨주던가!

하여튼, 머리로 점수를 주는 영화가 아니라 가슴으로 보고 즐기는 사나이의 영화, 마초들의 액션영화이기에 별점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만, 제 별점은 2점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뇌를 좀 쉬게 해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단, 배우의 연기가 중요하다거나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절대로 보시지 마세요. 그 쪽으로는 바닥이 아니라 지하실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