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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2

Kimagure Orange Road! (변덕쟁이 오렌지 로드)

간만에 옛 추억이 생각나서 적게 됩니다. 이 만화-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저의 청춘기를 지배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3때에서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정말 미친 듯이 좋아했던 작품입니다. 당시 얼마 안 되는 용돈으로 관련 상품을 사 모았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원작만화는 초능력 가족의 장남인 주인공 카스카 쿄우스케(春日恭介), 이사 온 첫날의 산책 길에서 우연히 날아온 빨간 밀짚모자를 잡아준 인연으로 묘한 인연이 생기게 되는 아유카와 마도카 (鮎川まどか), 카스카가 우연히 초능력을 쓰는 것을 보고 그를 좋아하게 되는 후배 소녀 히야마 히카루 (檜山ひかる), 이 3명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한 청춘 러브 코미디 작품으로 지금 보면 뻔한 설정에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포맷으로 들쭉날쭉하는 작화는 짜증마저 불러 일으키지만, 초능력이라는 설정을 도입하여 작품에 감칠 맛을 주고 주인공 3명 이외에도 여러 다양한 캐릭터들의 유머스럽고도 디테일한 묘사로 상당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잔잔하고 진지한 사랑이야기를 다루며 또 다른 느낌을 전해 주지요.

하지만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80년대 후반을 강타한 TV 애니메이션 입니다. 당시 작품들과 비교해서도 (같은 시기에 “시티헌터” 1기가 시작했었죠) 뛰어난 작화와 다케다 아케미씨가 맡은 캐릭터 들, 그리고 국내 영화 “무사”의 음악감독까지 맡았던 음악감독 사기스 시로 (鷺巢詩郎)의 음악이 잘 조화된 수작 애니메이션입니다.

거기에 당대를 주름잡았던 최고의 여성 캐릭터 아유카와 마도카의 존재로 더욱 이 작품이 빛났던 것 같네요. 싸움과 운동, 공부, 거기에 음악성까지 뛰어난 초월적 캐릭터로 다케다 아케미씨의 묘한 느낌의 성숙함까지 어우러진 환상적인 당대의 아이돌이었죠.

만화에서의 엔딩의 멋진 대사 (Like or Love? Like! 한없이 Love에 가까운….) 가 나오지 않던 TV 애니메이션은 조금 불만이었지만 극장판에서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흔드는 슬픈 사랑의 결말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더 리얼하고 현실세계에 존재한 듯한 캐릭터들로 저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메종 일각과 더불어 당대 청춘 러브 코미디의 양대 산맥이자, 미소녀는 긴머리와 단발머리 두명!이라는 공식을 정의하고 훗날 수많은 작품에서 패러디 되고 인용되는 작품 오렌지 로드….. 이사가려고 짐을 정리하는데 우연히 몇 년전에 모 동호회에서 사 둔 미국판 오렌지로드 TV판 DVD 박스 셋트 (라지만 LD버전을 그대로 옮긴 듯한)가 눈에 띄어 몇자 적어봅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저도 예전같지는 않지만 아직도 이 작품을 보면 무언가 느껴질만큼 인상적이었던 제 청춘의 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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