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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4

그거 사전 - 홍성윤 : 별점 3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지만 명칭이나 유래를 잘 알지 못했던 물건들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주는 책입니다. 원래는 매일경제 연재물입니다. 접할 때마다 흥미롭게 읽었는데, 책 한 권으로 묶여 나와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었습니다. 

단순한 사물 설명을 넘어, 그것들이 가진 인문학적 의미까지 함께 풀어냈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집 반찬으로 자주 나오는 자차이를 소개하면서, 중국에서는 자차이의 지역별 판매량이 도시화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소비되는 반찬으로 도시 거주 인구수와 비례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지표 역할을 하는 음식이 놀랍게도 커피라고 하네요. 이처럼 단순한 사물에서 출발해, 관련된 사회적 맥락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구성이 돋보입니다.
배달 음식 포장을 벗길 때 사용하는 랩칼을 다루면서는, 우리나라 배달 음식 문화의 역사가 함께 소개되고요. 과거 젓가락으로 그릇과 랩이 닿은 부분을 문질러 벗겨내던 '젓가락 신공' 소개는 저에게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초밥 사이에 넣는 인조 대잎에 대한 설명이 조지 오웰의 소설 "엽란을 날려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도 저자의 넓은 식견을 느낄 수 있었으며, 상표나 가격이 적힌 꼬리표를 고정하는 택핀 항목에서는 과거 서태지가 유행시키기도 했던, 흑인 문화에서 상표 태그를 떼지 않았던 이유에 대한 문화적 배경 설명도 인상적입니다. 여러가지 설 중에서도 '난 이렇게 대단한 물건을 새걸로 가지고 있다'는걸 자랑하고 과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건 확실히 그럴 듯 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부심의 표현이었다는 것이지요.

도어 스토퍼를 다루며 엘러리 퀸의 "용 조각 문 버팀쇠의 비밀"을 언급한 대목은 추리소설 애호가로서 반가왔습니다. 참고로, 원래 문 버팀쇠는 여닫이창을 열린 상태로 고정하기 위해 받쳐 세우는 막대를 뜻하므로 엄밀히 말하면 오역이라고 하네요. 문이 천천히 닫히도록 하는 현관문 위에 달린 장치는 도어 체크, 혹은 도어 클로저라는 것도 도어 스토퍼 설명에서 소개되고요.

뚫어뻥의 어원은 흥미로운데, 1980년대 백광산업이 출시한 '백광 트래펑'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하수구 트랩에 펑크를 내는 도구라는 의미의 '트래펑'에, ‘뚫어’와 ‘뻥’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더해진 멋진 네이밍인데 아직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다는게 오히려 놀랍게 느껴졌습니다.
어원이라면 사이펀 펌프로 알고 있던 기름 펌프의 정식 명칭이 '간장 츄르츄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정보입니다. 이 이름을 붙인 사람은 일본의 기발한 발명가 닥터 나카마츠로, 그의 엉뚱하면서도 놀라운 발명 인생에 대한 짧은 소개도 인상 깊었어요.

여러 익숙한 물건들의 명칭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수확입니다. 예를 들자면 중식당 회전 테이블의 '레이지 수잔', 신발끈 끝의 '애글릿', 끈이 통과하는 구멍인 '아일릿', 창문 잠금장치인 '크리센트', 마트 계산대에서 사용하는 막대는 '체크아웃 디바이더', 겨울 가로수에 묶는 볏짚은 '잠복소', 사원증 목걸이 끈은 '랜야드'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신장개업 가게 앞에서 바람에 춤을 추는 풍선 인형에도 이름이 있었는데, '스카이댄서'입니다. 원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예술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디어를 낸 예술가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민셜, 하지만 특허는 협업했던 풍선 예술가 가짓이 등록했다고 합니다. 가짓은 유대인이었다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습니다.

그 외에도 과일을 감싸는 포장재인 팬캡이나 과일망이 재활용이 안 된다는 사실, 회 밑에 깔린 천사채의 한자가 '천사(天使)'가 아닌 '하늘이 내린 채소(天賜)'였다는 등 짧지만 밀도 있는 정보가 가득하고, 단순한 설명을 넘어 인문학적인 부분도 전해준다는 점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핵심이 되는 '그거' 말고는 도판이 부실하다는건 단점입니다. 연재물로 접했던 독자에게 별다르게 새롭게 전해주는 정보도 별로 없고요. '그거' 종류에 따라 분량도 조금씩 다르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평균 이상은 되는 좋은 인문학, 잡학 서적이라 생각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가볍게, 하지만 의미도 있는 독서를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24/03/17

돈까스를 쫓는 모험 - 이건우 : 별점 2.5점

돈까스를 쫓는 모험 - 6점
이건우 지음/푸른숲

돈까스에 진심인 저자가 우리나라의 유명 돈까스집의 돈까스를 먹고 평가하는 식도락 먹부림 에세이. 개인의 기호와 철학에 따라 주제를 정해 맛집들을 깊숙하게 탐구했다는 점에서는 조영권 씨의 "중국집"과 "경양식집에서"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돈까스라는 주제에 더 깊숙이 집착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돈까스 자체는 물론 관련된 요리와 음식에 대한 정보와 특징들이 상세하게 소개됩니다. 아래와 같이요.

  • "샐러드 하면 자연스레 이탈리아가 떠오르고 거기에 시저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로마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황제 샐러드 혹은 시저가 먹었던 샐러드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저 샐러드는 탄생한지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음식이다. 20세기 초,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시저 카르디니(Ceasar Cardini)가 어느 날 가게에 몰려든 손님에게 낼 음식이 떨어지자 기지를 발휘해 남은 식재료로 샐러드를 만들어냈는데, 이게 바로 시저 샐러드의 기원이라고 한다."
  • "일본 돈까스의 시초 '렌가테이(煉瓦亭)'에서는 뭉텅뭉텅 썬 양배추를 육수에 데쳐서 돈까스와 함께 냈다. 그런데 러일전쟁이 발발하면서 남성 직원이 징용되어 일손이 부족하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데치지 않은 양배추를 그대로 내기로 했다."
  • "히레는 안심을 뜻하는 필레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단어다."
  • "멘치는 무엇인가? 갈아놓은 고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민스(mince)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멘치까스는 고기와 양파를 갈아 뭉친 반죽을 튀겨서 만든다. 이런 음식, 어디서 본 듯하지 않은가? 맞다, 크로켓. 흔히 '고로케'라고 부르는 음식이 이와 비슷하다. 그래서 멘치까스는 멘치고로케라고 부르기도 한다."
  • "코르동 블뢰는 음식 이름이기도 하다. 치즈를 햄으로 감싸 튀긴 음식으로, 스위스에서 처음 먹기 시작했다. 이것이 일본으로 전해졌고 다시 우리나라로 넘어오며 흔히 아는 치즈돈까스와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 "일본 나고야의 대표 요리인 히쓰마부시(장어덮밥) 전문점에 가면 먹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먼저 밥주걱으로 4등분하여 처음에는 밥과 장어 본연의 맛을 즐긴 다음 파와 김, 와사비 등을 곁들여 먹는다. 그 후에 찻물을 부어 말아 먹고, 마지막에는 가장 맛있었던 방법으로 마무리하는게 정석이다. 꼭 시키는 대로 먹을 필요는 없지만, 아무래도 가게에서 하는 제안이니 따라 해 보는게 좋다."
  • "후쿠진즈케는 무, 순무, 오이, 우엉, 작두콩, 연근, 차조기 등 일곱 가지 채소로 만든 장아찌로 일본에서는 카레 가게에서 단골 반찬으로 볼 수 있는 반면, 그 외에는 반찬으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다. 카레와 후쿠진즈케를 함께 내는 전통은 의외로 역사가 깊어 1900년대 초반, 일본 최대 해운 회사인 NYK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우선주식회사(日本郵船株式会社)의 유럽 항로에서 1등석 식사로 카레와 함께 낸 것이 시초라고 한다.
  • 한편 우리나라에도 후쿠진즈케와 아주 비슷한 반찬이 있는데 오복채라고 부른다. 후쿠진즈케가 일곱 가지 채소로 만들기에 칠복신을 뜻하는 시치후쿠진(七福神)에서 따왔다는 설이 유력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오복채 역시 이름이나 형태로 봤을 때 같은 뿌리를 갖는 음식일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오복채는 무, 연근, 오이, 다시마, 우엉, 이렇게 다섯 가지 채소로 만든다(재료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가게 이름 끝에 붙은 ‘안(庵)’은 대개 소바 전문점을 의미한다. 안이라는 한자는 우리식으로는 암자(庵子)를 뜻하는 암으로 읽는다. 그런데 하필 안이라는 글자가 소바집을 뜻하게 되었을까? 언급했듯, 안이라는 글자 자체가 암자, 즉 사찰 내에 승려가 머무는 작은 집을 뜻하는데, 이는 결국 절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다.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절과 소바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는 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 기본적으로 살생을 금하는 불교 교리에 따라 사찰음식은 철저히 채식일 수밖에 없다. 메밀가루로 만드는 소바는 이런 식단에 꼭 들어맞는다. 또한 면이라는 음식은 일단 만들어두기만 하면 끓는 물에 데쳐 빠르게 대량 조리하여 낼 수 있어서 신도를 비롯해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 절에서 간편하게 대접하기 좋은 음식이다. 마지막으로 깊은 산속에 있는 암자는 종종 피난처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보존성이 우수하다는 장점도 있다. 실용적인 장점 외에도 메밀은 승려들이 수행 중에 자유롭게 섭취할 수 있는 곡물이기도 하다. 일본 천태종에는 승려가 수행 중에 쌀, 보리, 조, 기장, 콩 이렇게 다섯 가지 곡물을 먹지 않는 특정한 기간이 있는데, 메밀은 금식해야 할 곡물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더없이 소중한 식재료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바라는 음식 자체가 오랜 세월 동안 사찰 및 승려와 함께 발전해왔다."
  • "소바집을 뜻하는 ‘안’ 자의 유래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일설에 의하면 에도 시대 아사쿠사에 도코안(道光庵)이라는 암자가 있었다. 여기에 기거하던 주인이 이른바 소바 명인이었다고 한다. 그가 만든 소바가 오죽 맛있었으면 사찰 내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손님이 몰려들어 결국 주지스님이 소바 금지령을 내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에도의 소바집들이 하나둘씩 이름 뒤에 안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소바집에 안을 붙이는 유래라고도 전해진다."
  • "타레는 우리가 익히 아는 소스와 거의 흡사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소스는 주로 양식풍 요리에 쓰며 조리 중에 넣거나 혹은 완성된 요리 위에 뿌리는 액체를 말한다. 타레는 양식 외의 요리에 쓰며 조리 중에 넣거나 혹은 완성된 요리를 찍어 먹는 액체를 말한다."
  • "썰’로 나도는 싸만코의 진정한 유래, 서머(summer)를 일본어식으로 발음한 사마(サマー)와 팥을 뜻하는 앙코(あんこ)가 합쳐져 싸만코가 탄생했다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다."

개인적인 돈까스를 먹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아래와 같이 상세합니다.

"내가 일본식 등심 돈까스를 먹는 방식을 설명해보자면, 일단 가운데에서 한 조각을 있는 그대로 먹어본다. 밑간이 훌륭하다면 양끝 조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레몬 즙만 뿌려서 먹는다. 밑간이 약하다면 먼저 소금을 찍어 먹고 양끝에 가서야 비로소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순정’보다는 소금, 소금보다는 소스 맛이 강하기 때문에, 마치 회나 초밥을 먹을 때 담백한 부위에서 점점 기름진 부위로 옮겨가듯 맛의 농담(濃淡)에 신경 써서 먹는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음식의 군사"가 떠올라 재미있었어요. 방법은 다르지만 발상은 비슷하지 않습니까?

저자의 글 솜씨도 좋습니다. 유쾌하게,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수록된 거의 모든 가게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생활권이 아닌 강북(마포 등)에 위치한 가게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외국이나 지방보다는 접근성이 뛰어나니 언젠가는 한 번 가 볼 기회가 있겠지요.

그런데 무시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은 그건 바로 디자인입니다. 구입 의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표지에서 시작해서, 소개하는 가게 및 돈까스의 사진이 너무 볼품이 없어요. 돈까스가 핵심이면 돈까스 사진이라도 다양하게 올려줬어야 했습니다. 솔직히 수록된 사진은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도 않더라고요.
사진과 도판이 풍성했더라면 별 4점도 아깝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지금 결과물은 별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제 기억에 남아있든 돈까스 가게는 '허수아비 돈까스' 본점입니다. 두툼한 고기에 바삭한 튀김옷이 어우러진 일본식 돈까스였는데 당시(약 30년 전)에는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음식이었지요. 처음 먹었을 때 정말이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체인점 사업으로 이어진 것까지는 아는데, 십 수년간 가 본 적이 없네요. 마침 생각난 김에 찾아봤더니 아직은 건재한 듯 하니, 근처에 가 볼일이 있다면 추억삼아 한 번 방문해봐야겠습니다.

2023/03/04

맛있는 인생 - 루시 나이슬리 / 최세희 : 별점 4점

맛있는 인생 - 8점
루시 나이슬리 지음, 최세희 옮김, 박찬일 감수/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일상계 먹부림 만화는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 작품이라면 <<고독한 미식가>> 등 구스미 마사유키가 원작을 맡은 작품들이 대표적일테고, 우리나라는 조경규의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지요.
하지만 이런 일상성 넘치면서 먹부림 이야기만 하는 만화는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었던게 사실입니다. 국내 소개된 미국이나 유럽 만화는 슈퍼 히어로물 시리즈아니면 모두 고급진 - 이해하기 어렵고 힘든 - 작품성으로 승부하는 만화가 대부분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뉴요커가 그려낸 일상계 먹부림 만화가 있더군요. 첫 등장은 10여년 전 (2013년) 이고 국내 소개도 2014년에 되었었는데 제 무지 탓에 이런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었습니다. 알고나서 주저없이 구입하였습니다.

작가 루시 나이즐리가 어렸을 때 부터 성장해 나가면서 접했던 여러 음식, 요리들과 관련된 추억과 에피소드들을 총 12장에 걸쳐 소개해주고 있는데, 별로 평범하지 않았던 루시의 추억담 - 요리 전문가 엄마가 아빠가 이혼한 뒤 귀농하여 농사를 지었고, 엄마 덕분에 요리에 눈을 떠서 관련된 아르바이트를 했던 등 - 을 재미있게 펼쳐나가면서 요리, 음식 소개를 곁들이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요리들은 상세한 레시피를 소개해주는 식으로 상세한 소개와 설명을 곁들여주고 있고요. 루시의 엄마표 버섯 소테는 바로 도전해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미리 버섯을 말려야 한다는게 조금 걸리는데 뭐 그냥 해도 괜찮겠지요. 물론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소개해주는 기묘한 초밥 등 받아들이기 힘든 레시피도 없지는 않고, 어떤 장은 본편과 전혀 상관없는 부록같은 정보가 실려있기도 합니다만 이런 내용도 재미는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건 음식과 요리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루시의 추억과 일생이 가득 녹아들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을 통해 루시가 "왜 이 만화를 그렸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해 주는게 최고였요. 즉, 이 작품은 누군가 시켜서(편집부) 그려낸 맛집이나 요리 소개 만화라기 보다는, 개인이 주체적으로 그려낸 자신만의 세계관이 담긴 작품이라는 뜻이니까요. 그게 무엇이건 간에 자신의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내용으로도 읽히는데, 이런게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울러 작화도 제 취향이었습니다. 조금은 전형적인 미국 카툰 스타일이기는 한데, 내용에도 잘 어울리면서 과하지 않은 컬러가 마음에 쏙 들더군요.

지나치게 개인 추억담에 가까운 탓에 기승전결이 확실치 않은 이야기가 많기는 한데, 추억이라는건 다 그런 법이죠. 딱히 단점을 찾기 어려운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었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찾아보니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 몇 편 소개되었던데, 차분히 구해봐야겠습니다.

2020/07/16

어른의 맛 - 히라마쓰 요코 / 조찬희 : 별점 3점

어른의 맛 - 6점
히라마쓰 요코 지음, 조찬희 옮김/바다출판사

푸드 저널리스트 히라마쓰 요코의 에세이집으로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소다츠가 자신의 식도락 생활을 하이쿠가 아니라 일반 수필, 산문 형태로 써 내려간다면 이런 글이 되지 않을까 싶은 글들이 가득합니다. 

은근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도 돋보입니다. 특히 "혼자의 맛"은 작가가 리얼 소다츠라는걸 증명하는 글이에요. 자신만의 음식 조합이라던가, 서서 마시는 선술집에서 어른스럽게 술을 마시는 방법, 혼자서 이자카야를 즐기는 법이 실려있는데 각 방법들 모두가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에피소드와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술집에서의 일화나 음식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는 글들도 소다츠가 바로 떠오르고요.

그러나 단순한 술꾼, 먹보 미식가의 글만도 아닙니다. 깊은 연륜과 경험이 묻어나는 글들도 인상적입니다. "눈물나는 맛"이라는 제목의 글 구성이 특히나 마음에 듭니다. 글은 와사비 초밥과 고추가 들어간 김치 등 매운 요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소다츠가 먹음직한 아귀 간, 가라스미, 슈토 등 다양한 진미를 열거하며 어른이 되어 알고 먹게 된 맛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이어나가지요. 그 뒤는 어른이 되고 나서 알게된 여러가지 맛이 소개됩니다. 찜통에 찐 무화과에 참깨 소스를 얹은 일품 요리와 같은 대표적인 예가 등장하는건 물론이고요. 또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을 다시 맛볼 때 재회의 기쁨도 크다며 곶감, 톳 등의 맛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글의 마무리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어렸을 때 먹었던 엄마의 맛입니다. 어른이 조용히 흐느끼게 되는 맛은 바로 그 맛인거지요. 음식에 대한 맛있는 묘사에 살짝의 감동까지 곁들여진 좋은 글이라 생각됩니다.

"깊은 산의 맛"에서 료칸 우쓰오장의 음식을 소개하는 글도 대단합니다. 사진 한 장 없지만, 음식의 형태와 맛이 떠오를 정도로 잘 묘사한 글이기 때문이에요. 산촌의 맛을 표현하면서 '오독오독, 꾹, 섬벅, 바삭, 아삭아삭, 담백, 미끈미끈, 혹은 어떤 것은 쌉싸래하고 어떤 것은 은은히 달고 끈끈하고 아리다.'라고 설명하는 문장처럼요. 이 정도 글 솜씨면 오히려 사진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대단하지는 않아도 따라해보고 싶은 레시피도 실려 있습니다. 시금치를 데쳐서 서벅서벅 잘라 물기를 쫙 빼고 으깬 두부와 함께 무친 일종의 나물이 그러합니다. 간은 올리브오일과 소금, 간 후추가 전부라는데 쉽게 따라해 볼 만 하지요. 맛도 좋을 듯 싶고요.
해삼 손질법은 집에서 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억하면 좋겠더군요. 일본 전통 해삼 손질 방법인 '자부리'에 대한 소개인데, 뜨겁게 끓인 녹차에 채썬 해삼을 넣고 재빠르게 휘저어 살짝 데친 뒤 채반에 받치면 됩니다. 녹차 온도는 보통 80도 정도이고요. 이 뒤 유자 식초에 담가 손님에게 내면 됩니다. 이렇게 데치면 오독한 식감이 경쾌해지고 녹차가 해삼 특유의 알싸한 맛을 누그러뜨려 좋다는군요.

간간히 언급되는 음식 관련 정보도 볼만합니다. '로산진의 낫토 먹는 법'은 처음 알았네요. 일단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상태에서 305번, 그 다음 간장 넣고 119번, 이렇게 총 424번을 섞으면 낫토가 가장 맛있다는 설인데 솔직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저자가 여러 낫토로 실험해 본 결과로는 횟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답니다. 어떤 낫토냐가 더 중요한 거지요.
물의 경도에 따라 다른 맛이 나는 이유를 고찰한 "물의 맛"도 흥미롭습니다. 연수는 수용성 성분을 잘 유출하고, 경수는 미네랄 성분이 많아서 가교 결합이 이루어져 소재를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에 연수는 일본 요리에, 경수는 유럽 요리에 어울린다고 하네요. 유럽에 스튜나 스톡이 많은 이유입니다. 경수라서 미네랄 성분이 소재와 더욱 잘 결합해서 진한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지요.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재미도 있으며, 음미할만한 글이 많은 좋은 에세이였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크고요. 저도 이런 글을 쓰고 싶네요. 별점은 3점입니다.

2020/01/30

요리 만화들 짤막한 감상 (3)

애정하는 작품인 "술 한잔 인생 한입"의 작가 라즈웰 호소키가 온갖 초밥을 연구하며, 심지어 직접 초밥을 쥐기까지 하는 과정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입니다.

음식, 특히 초밥 및 각종 관련 정보를 재미와 함께 잘 제공해 주는게 좋습니다. 나무젓가락이 무려 네 등급이 존재한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또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직접 실험하고 경험한 내용이 많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편의점 초밥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여러가지 실험해보거나, 초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차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차와 함께 먹거나, 초밥의 간을 여러가지로 만들어 먹어 본다던가, 맥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시를 만들어 본다던가(심지어 그 중 하나는 소시지 스시!) 하는 식으로요. 이 과정에서 터득한 레시피 제공도 아주 좋습니다. 스키야바시 지로의 메인 셰프인 지로 씨의 스시를 먹은 경험담 등도 값지고요.

그러나 단점도 큽니다. 가장 큰 단점은 1권과 2권은 1/3 가량이, 3권은 2/3 이상이 전혀 다른 만화로 채워져 있다는 점입니다. 1권은 작가가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음식을 먹었던 일상계 여행 에세이 만화가, 2권은 약간 소심한 식도락가 샐러리맨 에비코지 아지마로가 등장하는 "내 멋대로 1성 식당"과 "술 한잔 인생 한 입"의 스핀오프 같은 "소라의 술", 3권은 목욕이 취미인 공무원 센타로의 목욕 생활을 다룬 "속세 목욕"이 각각 수록되어 있거든요. 이 만화들이 재미가 없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렇게 분량을 차지해가면서 수록한건 반칙같이 느껴져 기분이 별로 좋지 않네요. "라스시"만으로는 두 권 분량으로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이 단점에 비하면 모든 음식들에 대해서 작가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었으며, 한글화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단점는 사소할 뿐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고화질] 미식탐정 란포 2권 (완결) - 6점
Kusumoto Tetsu/미디어팜

'식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진 탐정 우타가와 란포가 의뢰받은 조사 대상이 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의뢰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브리아 샤바랭탐정화한 아이디어지요.

억지도 있지만, 정말로 먹는 걸로 의뢰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예측하는게 나름 설득력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같이 소금구이를 좋아하는 그녀의 진심이 알고싶다는 의뢰를 받고, 미행을 통해 사실은 그녀가 양념 구이도 좋아하는 사실을 밝혀내어 그녀의 마음을 알게된다는 식으로요. 또 주인공 란포의 식도락 철학과 각종 요리 관련 설명 및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패턴이 단순하며, 조사 대상이 란포가 있는 음식점에 찾아올 정도로 너무 일(미행, 탐문 조사 등)이 쉽게 풀리는 전개 탓에 드라마가 별 볼일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아울러 요새 트렌드와 맞지 않는 작화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요.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혼술 땡기는 날 - 4점
다케노우치 히토미 지음, 김진희 옮김/애니북스

집순이 히토미가 이런저런 술을 즐기는 이야기. 기본적으로 집에서 먹더라도 룸메이트가 있을 뿐더러, 여럿이서 같이 마시는 경우도 많아서 '혼술' 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합니다. '집술'이라고 하는게 훨씬 맞는 표현일텐데 말이죠. 혼술 유행에 편승하려 한 느낌이에요.

그래도 내용은 나쁘지 않습니다. 맛있는 술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먹는게 전부인데 종류도 여러가지이고, 다 맛있어 보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레시피들도 대충대충이지만 실려있어서 이해를 돕고요. 

그러나 너무 대충 그린 작화는 문제입니다. 술과 요리까지도 성의없어 보이는 스타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건 음식, 요리만화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부분이라 생각되네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작화만 받쳐주었더라도 평균 이상은 되었을텐데 아쉽습니다.

2020/01/18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미식 특강 2 - 카리야 테츠 / 김숙이 : 별점 1.5점

한 권으로 읽는 맛의 달인 미식 특강 2 - 4점
카리야 테츠 지음, 김숙이 옮김/창해

1권을 오래전 읽었었고, 바로 얼마전에도 읽었었습니다. 별점은 2점이고, 딱히 구입해서 읽어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는게 감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2권 목차가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구입해서 읽어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요. 이미 절판되었지만 많이 팔렸는지 중고로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저를 낚았던 목차부터 소개해드립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제1장 | 시드니에 살면서
제2장 | 세계 맛기행
제3장 | 맛의 나라 일본
제4장 | 유명가게를 찾아서
제5장 | 특별요리 강좌
제6장 | 못 다한 이야기
1장이야 그렇다쳐도, 2장은 카리야 테츠가 전 세계를 다니며 맛 본 맛있는 요리를 소개해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3장에서는 일본의 맛있는 요리를 소개해주고요. 4장은 유명 가게들에서 맛본 경험담이, 5장은 자신만의 레시피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완벽하게 기대를 벗어났습니다. 2장 "세계 맛기행"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맛 본 요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깊이있는 요리에 대한 소개는 거의 없고 개인적인 경험담이 펼쳐질 뿐입니다. 미국 요리의 대표로 스테이크의 예를 들면서 하는 이야기라곤 미국에서는 레어로 제대로 굽지 않더라, 웰던으로 구워져 나왔을 때 항의하면 제대로 갖다 주라, 일본에서는 항의해봤자 미안하다고만 하지 다시 주지 않더라는게 전부에요. 프랑스 3대 진미 이야기도 푸아그라와 캐비아는 그냥저냥이고 트뤼프는 최고라는, 자신만의 기준에 따른 설명 밖에는 없고요. 다른 모든 이야기가 다 이런 식입니다.
심지어 "유명 가게를 찾아서"는 제목과는 전혀 다릅니다. 진짜 유명 가게가 아니라 자기가 갔을 때 최고였던 가게를 소개하고 있거든요. 니기리즈시라면 '스키야바시 지로' 정도는 나와줄 줄 알았는데, 1975년 홋카이도 오타루에서 우연히 방문했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름도 모르는 초밥 가게가 나오는 식으로 말이죠.
"특별요리 강좌"는 기대대로 레시피가 소개되기는 하나 로스트 비프는 오븐이 없으니 도전하기 어렵고, 채 선 양배추에 마요네즈를 듬뿍 바르고 간장을 조금 친 뒤 잘 휘젓고 먹으라는 요리, 무를 국물 맛이 배도록 푹 끓인 뒤 튀겨 먹는 요리 등은 별로 따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게다가 에세이 전체적으로 1권에서도 눈꼴 사나왔던 꼰대 마인드가 지배하고 있는 것도 단점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심한 말을 한 뒤 '너무 극단적인 말이 아니냐고 나무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남에게 실례가 되든 다툼이 일어나든 개의치 않고 뭐든지 말해버리는 정의의 악한이란 말이다'고 본인을 정당화하는데 참 꼴보기 싫습니다. 정의의 악한은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지도 모르겠고요. 나는 저렇게 늙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만 듭니다.

물론 꼰대 마인드라도 마음에 드는 표현이 없는건 아닙니다. 명품을 이해하지 못하며, 유명세에 좌지우지된다는건 그만큼 자신감이 없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에는 저도 동의하는 바에요. 영국의 전통있는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 2층에는 여성 손님 입장이 아직 금지되었다는 말을 듣고 음식이 맛이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어리석은 관습을 전통이라 자랑하는 듯한 인종에게 섬세한 감정이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동의할 수 밖에는 없지요.
음식 전문가로서의 식견이나 경험을 살짝 보여주는 부분들도 간혹 등장합니다. 소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도쿄 토박이들이 소바 끝만 살짝 담구어 먹는 이유는 소바의 향과 맛에 소바 국물의 깊은 맛을 살짝 더해서 먹기 위함이라면서, 이 국물에 대해 "맛의 달인"에서도 등장했던 명점 '나미키 야부'의 인터뷰를 회상하는 내용인데 여러모로 볼 만 했습니다.

그래도 장점은 극히 드물고, 자의식 강한 꼰대의 자기 주장, 경험만 가득해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네요. 제 별점은 1.5점입니다. 구태여 구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9/01/05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박현진 : 별점 2.5점

밥상 위에 차려진 역사 한 숟갈 - 6점
박현진 지음, 오현숙 그림/책들의정원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음식 관련 컬럼을 책으로 엮은 결과물로 부제는 "역사 속 한 끼 식사로 만나는 음식문화사의 모든 것"입니다. 모두 44개의 컬럼이 실려 있습니다.
항목별로 다양한 음식들의 유래 등 역사를 비롯하여 음식 관련 기술과 문화에 대해서 소개해 주는데, 생각보다 깊이있고 새로운 내용이 많아서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예를 들어 치즈를 응고하는데 사용되는 레닛이 생명 공학 기술로 대량 생산된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오래전 "에이브"에 포함되어 있었던 "초원의 집" 소설에서 치즈를 만들기 위해 어린 송아지를 도살하는 장면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데, 다행히 지금은 어린 로라가 송아지와 생이별할 일은 없겠군요.

와인에 대해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포도 재배와 포도주의 역사에 대해 소개한 글도 인상적입니다. 포도를 으깨어 즙을 낸 뒤 서늘한 곳에 보관하여 야생효모가 발효시키는 방식의 서양식이 아니라, 포도즙을 쌀과 누룩에 넣는 방식이라는데 꼭 한 번 맛보고 싶어집니다. 고려 시대의 포도주는 포도즙, 찐 찹쌀, 소맥가루를 섞어 만들었는데 그 맛이 아주 훌륭하다니까요. 전통주로 이런 술이 제조되어 시판되면 좋겠네요.
술 관련해서는 막걸리에 대한 글도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고칼로리 식사를 하지만 미국인보다 건강한 이유는 레드와인을 마시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로 시작되는 글로, 놀랍게도 막걸리는 와인보다도 더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거든요. 정확하게는 막걸리용 전통 누룩에는 급성 및 만성 위궤양 억제, 혈소판 응집에 의한 혈전 감소,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등의 효과가 있으며 항암물질 파네솔이 포도주, 맥주보다 10~25배 더 많이 들어 있는 등 놀라운 건강식이라니 이제부터는 술자리에서 막걸리를 애용해야겠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 관련 역사 - 게장은 무려 500여년 전 부터 만들어졌을 것이다, 17세기 전주 남부시장을 중심으로 퍼진 콩나물 비빔밥이 오늘날의 전주 비빔밥으로 발전하였다, 일본의 김초밥 후토마키는 도박장에서 간단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초밥집에 주문하면서 탄생하였다, 결혼식 등 특별한 날에 국수를 먹는 이유는 오래전 밀이 아주 귀한 것이었던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등 - 와 토막 상식 - 쭈꾸미의 어원은 한자 속명인 죽금어竹今魚에서 비롯되었다, 조기助氣는 사람의 기운을 돋운다는 뜻, 굴비屈非는 이자겸이 귀양지에서 임금에게 굴비를 진상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글자를 써서 보내어 유명해졌다 등 - 도 가득합니다.

신문 연재물답게 각 컬럼마다 길어야 5~6 페이지 분량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 점이에요. 덕분에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으니까요. 깊이가 약간 부족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도판은 문제에요. 소개되는 음식에 대해서 단 한장의 가치있는 도판이 없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일러스트만 몇 컷 실려있을 뿐이거든요. 또 소개되는 몇몇 요리는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하여 레시피 형태로 수록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테고요. 한마디로 책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디테일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짧은 분량임에도 가치있는 정보가 제법 된다는 장점은 높이 살 만 하지만 전반적인 완성도, 만듬새는 기대에 미치지는 못해서 감점합니다. 음식과 요리 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나쁘지는 않겠습니다.

2018/08/31

스시도감 - 보즈콘냐쿠 / 방영옥 : 별점 2.5점

스시도감 - 6점
보즈콘냐쿠 지음, 방영옥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321개에 달하는 스시 (초밥)를 재료별로 고퀄리티의 사진과 각종 정보와 함께 저자의 평을 곁들여 한 페이지, 또는 반 페이지로 구성하고 있는 도감입니다.

재료에 대해 간략하지만 필수적인 정보(제철,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등)가 잘 정리되어 있으며 "최고가", "고가", "보통", "저가" 로 구분하여 명확한 값어치를 알려주는 등 유용한 정보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재미 요소는 만화나 각종 컨텐츠에서 접해보기만 했지 실제로 보거나 먹어본 적은 없는 신기한 재료와 초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맛의 달인" 에서 이사무가 먹고 눈물을 흘렸던 청새치 초밥, 역시나 "맛의 달인" 에서 생선을 착각해서 망신당할 뻔한 오오하라 사장을 구해주는 에피소드에 등장한 자바리(구에)로 만든 초밥 등등 이름만 친숙한 재료가 가득합니다.
이런 것도 초밥으로 먹나? 싶은 재료도 눈에 뜨입니다. 회로도 먹기 힘든 다금바리, 군대에서 가장 저렴한 반찬으로 등장했던 임연수어처럼요.

이렇게 많은 초밥 중 맛보고 싶은 걸 몇 개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저자가 천년에 한 번 맛볼 수 있는 진미라는 황적퉁돔(센넨다이) 초밥
  • 결점이 없는게 결점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편인 청황돔(고로다이) 초밥
  • 재산을 탕진할 정도로 맛있다는 쥐노래미 (아이나메) 초밥
  • 태평양의 최고급 새우로 초밥 1개 가격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서 어시장에서도 '살면서 한 번쯤 초밥으로 먹어보고 싶다'는 포도 새우

를 우선 꼽고 싶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골 초밥집에 들러서 "오늘은 포도 새우 하나 쥐어 주세요"라고 말할 때가 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모든 분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책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책을 들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유용하게 찾아보라고 소프트 양장 실 제본 방식으로 제작했다는 책 소갯글을 보면, 초밥을 먹으면서 한 장씩 내용을 찾아보고 감탄하며 정보와 함께 진짜 맛을 음미하도록 하는게 주 용도로 보이거든요. 아니면 초밥집에 비치해 놓던가요. 하지만 휴대하기에는 조금 크고 무겁다는건 아쉽습니다. 차라리 문고본 사이즈였다던가 이 책의 정보를 바탕으로 초밥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 같아요. 조금 범위를 확장하면 해산물 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AI를 활용해서 사진만 찍으면 정보를 제공해 준다던가, 예산을 입력하면 근처 어떤 제철 초밥을 어디서 몇 개 정도 먹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던가 하는 식의 서비스를 붙이면 충분히 수익이 나지 않을까요?

하여튼 별점은 2.5점. 모든 분들께 권해드릴만한 그런 책은 아닙니다만 초밥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2018/08/04

공정드래곤즈 1~3 - 쿠와바라 타쿠 : 별점 2점

[고화질] 공정 드래곤즈 03 - 4점
쿠와바라 타쿠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입니다. 백종원 씨를 비롯, 여러 셰프들이 스타덤에 오른지 오래이며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먹는 온갖 예능들도 넘쳐나고 있고, 무엇보다도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마저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만화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론 요리 만화는 등장한지 오래되긴 했습니다. 빵이나 카레, 중화요리, 초밥, 도시락, 와인, 술 등 요리사가 주인공이며 특정 요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만화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주로 주인공의 직업과 소재가 특이한 배틀물 - 고전 "맛의 달인"의 '완벽과 최고'의 대결처럼 - 에 머무른 작품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여러가지 다양한 장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음식과 요리를 소소한 일상, 인간 드라마와 결합시키거나, 평범한 음식을 실존하는 평범한 식당에서 평범하게 먹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로 전개하는 '음식을 소재로 한 소소한 일상계'입니다. 앞서는 "심야 식당", 그리고 뒤에는 "고독한 미식가"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외에도 영상화 된 작품만 해도 "하나 씨의 간단 요리", "와카코와 술", "라멘 너무 좋아 코이즈미 씨", "음식의 군사" 등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인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두 번째로 현재 음식 만화에서 작지만 확실한 인기를 몰고 온 분야는, 판타지 세계관과 음식 소재를 결합한 '이세계 미식물'입니다. 쿠이 료코"던전 밥" 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장르는 "던전밥"처럼 이세계의 몬스터를 재료로 친숙한 음식을 만든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이세계 주점 노부" 등 처럼 현대(그 중에서도 일본) 요리를 그러한 음식을 잘 모르는 이세계 주민에게 소개한다던가, 아예 현대 일본인이 이세계로 이동하여 자신의 요리 실력으로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는 "맛없는 밥 엘프와 유목생활", "이세계에서 카페를 개점했습니다" 등으로 아이디어가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가 아니라 현대 요리사가 전국시대로 타임 슬립한다는 "노부나가의 셰프" 와 같은 이야기도 유사 장르로 포함시킬 수 있을테고요.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 만화는 이러한 '이세계 미식물' 장르에 속한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원조 "던전 밥" 의 특징을 많이 따릅니다. 용을 사냥하는 용 사냥꾼들이 용을 재료로 이런저런 친숙한 음식들을 만든다는 점에서요. 이세계 전문직 종사자의 평범한 식단을 테마로 했다는 점에서는 '일상계 음식 만화'의 한 범주로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단순히 아류작에 그치지는 않습니다. 포룡선 퀸자자호를 타고 용을 사냥하는 사람들과 사냥 과정에 대한 디테일 - 용이라고 불리우긴 하지만 크툴루 신화 속 크리쳐가 연상되는 "용", 고전적인 비행선인데 용을 잡기 위한 다양한 장비(작살총, 봄랜스, 창과 이런저런 와이어, 후크들, 오토자이로)를 갖춘 퀸자자호, 포룡 과정에서 하늘에 떠 있는 퀸자자호 내부에서의 식사와 빨래와 같은 생활 묘사 등등등 - 이 펜터치 중심의 고전적이면서도 빼어난 작화로 그려져 있어서 큰 재미를 선사해 주는 덕분입니다.

그런데 1권은 용 사냥꾼이 용을 사냥하고 그 부산물을 조리해 먹는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2, 3 권부터는 세계관이 긴 호흡의 이야기로 확장되어 나가더군요. 단편으로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2권은 용의 거래로 먹고 사는 마을 '퀀 시'에 기항한 퀸자자호가 마을에서 깨어나 폭주하는 용을 사냥하는 이야기에 승무원 지로의 짤막한 사랑 이야기가 곁들여지며, 3권은 사냥 중 지상으로 떨어진 타키타가 지상의 사냥꾼에게 구조된 후, 자신을 따르게 된 새끼 용을 무리에게 돌려보내 준다는, 한 권에 한 편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구성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이세계 미식물' 을 보고 싶었던 것이지 일상계 이세계 사냥 판타지를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야기도 딱히 새롭거나 재미있지도 못합니다. 전형적인 설정의 전형적인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그나마 용잡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어우러지는 2권은 조금 낫지만, 3권은 전형적인 나우시카류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고기에 푹 빠진 미카는 "던전밥"의 라이오스와 유사한 등, 퀸 자자호의 승무원들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캐릭터라는 점이 더해져 식상해도 너무나 식상할 따름입니다.
용 고기가 무슨 색깔이며 구울 때는 어떻고, 날로 먹으면 어떤지 등 기본적인 특성조차 소개되지 않고 이런저런 요리를 선보인다던가, 뒤로 가면 갈 수록 특별한 요리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전개를 보면 판타지 구루메 만화를 그려달라는 편집부의 요구를 따르는 척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그려나가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뭐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테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3권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읽기는 했는데, 다음 권을 읽게 될 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면 저와 같은 이세계 미식물 팬을 위해서 지브리에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를 활용하여 비슷한 컨텐츠를 내 놓으면 좋을 것 같네요. 나우시카 세계관에서 오무를 가지고 만드는 요리 등이 등장하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요? 서둘러라 지브리!

2018/03/30

레이디 조커 1 - 다카무라 가오루 / 이규원 : 별점 3.5점

레이디 조커 1 - 8점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이규원 옮김/문학동네

"석양에 빛나는 감", "마크스의 산"이라는 묵직한 사회파 범죄 추리 소설을 발표했던 다카무라 가오루의 또 다른 대표작입니다. "주간문춘 선정 동서 미스터리 100"에 29위로 선정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인데 국내 소개가 상당히 늦었네요. 문학동네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1권만 우선 읽게 되었습니다. 리뷰 전 먼저 문학동네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오래전 절판된 고려원 출간본으로 두 작품 모두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팬인데 이렇게 읽게 되니 더욱 감개무량합니다. 참고로 원래 저는 완결까지 다 읽지 않으면 리뷰를 쓰지 않습니다만, 이번에 1권만 리뷰를 올리는 이유는 이벤트 조건 때문이에요. 그런데 쓰다보니, 이렇게 권 별로 나눠서 쓰는 것도 리뷰로서 나름 괜찮은 방법같기도 합니다. 1권에서의 감상이 후속권에서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등 리뷰로서 재미요소가 많아 보이거든요. 앞으로도 이렇게 리뷰를 쓸까 싶은 생각도 살짝 드네요.

리뷰로 돌아가서, 이번에 읽은 1권은 목차와 동일한 4개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947년의 괴문서, 1990년, 1994년, 1995년으로요.
서두를 장식하는 "1947년의 괴문서"는 종전 직후, 오카무라 세이지가 히노데 맥주로 보낸 장문의 투서입니다. 내용은 일부 동료 직원들이 '부락민' 출신이라 차별 받았고, 결국 퇴사에 이르렀다는 증언이고요. 이 투서와 관계된 인물들이 수십 년이 지난 1990년 이후, 현실과 맞부딪히며 사건이 일어납니다. 1990년에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은 치과의사 하타노가 바로 부락민의 후손이며, 그의 아들도 이 이유 때문에 히노데 입사가 좌절되었다는 내용이거든요. 입사가 좌절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이 죽은 후, 하타노는 일종의 분노심에 사로잡혀 정체불명의 인물인 니시무라와 엮인 후 이 수십 년 전의 투서를 히노데 맥주로 보냅니다.
이후 하타노는 자살하지만, 그의 장인이자 수십 년 전에 투서를 보낸 오카무라의 동생인 약국 노인 모노이 세이조와 그의 경마장 친구들이 의기투합해서 '레이디 조커'라는 그룹을 만듭니다. 그리고 히노데 맥주에 거액을 요구할 계획을 꾸미지요. 마침내 이들에 의해 히노데 맥주 사장 시로야마가 납치되어 풀려나기까지가 1권의 주요 내용입니다.

대략의 줄거리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총 3권으로 이루어진 대장편의 1권인 탓에 큰 이야기로 보면 도입부에 불과합니다. 주요 등장인물, 주요 범행 동기가 상세하게 소개되었을 뿐이며, 정작 중요한 범행은 맛보기 수준으로만 보여지니까요.

하지만 재미가 없지는 않아요. 아니,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디테일한 묘사때문입니다. 궁지에 몰리고 절망에 빠진, 벽에 부딪힌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작가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습니다. 특히나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고 우직하게 살아왔지만, 남은 건 하나도 없는 모노이 노인에 대한 묘사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묘사와 중요도, 비중 모두 1권의 주인공 격인데 그야말로 처절한 삶이라는게 뭔지 절절하게 느껴지도록 묘사됩니다. 가난한 촌락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공장에서 돈을 벌기 시작하여 근근히 살아온 인생인데, 별다른 사건 없이 이러한 모노이 노인의 삶만 가지고도 한 편의 이야기, 드라마는 충분하다 여겨질 정도입니다.

이러한 빠져나갈 수 없는 구멍 속 인간 군상에 대한 묘사는 기리노 나쓰오를 연상케 하는데, 기리노 나쓰오보다는 처절하고 스멀거리는 느낌이 덜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기리노 나쓰오는 피 뚝뚝 떨어지는 듯 한 날 것 느낌인 반면, 그보다는 좀 더 정제되고 세련된 덕분입니다. 회와 초밥의 차이 정도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물론 저는 두 작가, 두 음식 모두 좋아합니다. 단지 취향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하여튼, 이러한 압도적인 묘사 덕분에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 범행 동기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아무리 오래 보아왔던 사이라도 경마장에서 본 노인의 범행 제안에 모두들 선뜻 나선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텐데, 이 작품을 읽다보면 당연하다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사회의 패배자들, 아웃사이더들이 의기투합하는 과정이 그만큼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뜬구름 잡는 듯한 비현실적인 범행 동기도 마찬가지고요. 심지어는 모노이 노인과 레이디 조커를 응원하게 될 정도입니다!

묘사 외에도 앞서 말씀드린 투서에서부터 시작되는 전개도 훌륭합니다.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하타노 아들의 죽음을 통해 투서와 등장인물들이 엮이는 과정에서 한껏 위험천만한 분위기를 잡아가며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몰입도도 상당하고요. 이야기가 탄탄하게 묘사된 캐릭터들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우선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히노데 맥주 관련된 설정은 일본의 전형적인 정관 유착, 그리고 각종 일본 내 스캔들을 참조한 듯한데 국내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읽기에는 좀 낡은 설정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등장 인물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직 형사인 한다가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모노이 노인은 태어날 때부터 가난이라는 굴레에 갖혔고, 운전사는 장애인 딸이라는 본인이 어쩔 수 없는 굴레가 있지만 한다는 공대를 나와 경찰에 투신한 것부터 시작해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 중 항상 최악의 선택을 하여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그가 좌절하고 벽에 부딪힌건 다 본인 탓입니다. 그래서 남 탓, 특히 고다 형사에 대한 복수심을 드러내는건 인간적이지만 전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캐릭터 묘사도 사메지마와 똑같은, 흔히 보아왔던 전형적인 한마리 늑대 캐릭터라 식상했고요.
또 신용금고에서 일하는 고가 조직에 합류한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단지 노모이, 한다가 "그 놈은 무조건 참여할거다" 라고 단정한게 전부인데 이래서야 좀 부족해요. 평생 생활고에 시달린데다가 부락민 출신 사위 때문에 손자마저 죽은 노모이, 독단적인 수사로 한직으로 밀려나 경찰 조직과 수뇌부를 증오하게 된 한다, 평생 무료하고 지루하게 살아가며 사고로 손가락마저 잃은 기계공 요짱, 자위대 출신으로 장애인 딸 수발에 평생을 바친 누노카와처럼 일본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아웃사이더들과는 다르게 고는 아무리 봐도 아웃사이더로 보이지 않으니까요. "재일 조선인" 이라는 잠깐 드러나는 그의 설정은 아웃사이더스럽지만, 그에 따른 묘사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부족해서 확 와 닿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이디조커 조직과 히노데 맥주 양쪽 모두에게서 이익을 얻으려는 회색분자로 보였는데, 제 짐작이 맞을지는 후속권에서 밝혀지겠지요.

이들의 주도로 벌어진 시노하라 사장을 유괴한 범행도 이해되지 않아요. 대기업의 비자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기 위한 목적 치고는 너무 큰 범죄를 벌였으니까요. 자신들의 위력, 힘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기야 하겠지만 이 범행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수사 본부가 조직됨은 물론, 고다 형사에게 '현직 경찰이 포함되어 있다' 는 단서를 전해 주는 등 득보다는 실이 훨씬 컸습니다. 그냥 사장을 덮쳐서 데려가는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협박장만 주는걸로 충분했읉텐데 말이지요. 이 부분도 제가 눈치채지 못한 협박 외 다른 목적이 있었을지도 모르니, 추후 후속권을 읽어보고 최종 판단토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히노데 맥주가 움직이는 돈의 단위도 현실적이지가 않아서 이러한 거대한 돈의 움직임이 주인공들과 어떻게 엮일지가 잘 와 닿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등장인물과 범행 동기들의 묘사를 통해 설득력있게 만든 범행이, 범행 대상의 비현실적인 측면 때문에 조금 빛을 잃는 느낌이에요. 쉽게 이야기하자면, 말단 형사가 소시민과 어울려 거대 사건에 휩쓸린다는 흔해빠진 헐리우드 액션물 수준의 설정이라 작품 분위기, 묘사와의 괴리감이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유의 묘사력은 앞서 말했듯 일품이지만 지나치게 장황한 감도 없지 않습니다. 가끔 일본 여성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너무 생각없이 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생각이 많은데, 지나친건 없으니만 못하다는 옛 속담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단점을 잔뜩 열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음 권에 대한 기대는 충분합니다. 도입부로는 최고 수준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고다 형사는 어떻게 범인들을 추적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게 만드니까요. 몇몇 단점들은 후속권에서 잘 처리하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고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모노이 노인에게 감정이입해서 노인이 이기기를 바라고 있는데, 결말이 어떻게 될 지 너무 궁금합니다. 빨리 다음 권을 읽고 싶네요. 1권의 별점은 3.5점입니다. 다카무라 카오루의 팬 뿐 아니라 일본 사회파 장편 추리소설, 그 중에서도 기리노 나쓰오나 미야베 미유키 작품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제가 이벤트라고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건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은 잘 아시겠죠? 다른 작가들과는 분명히 다른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재미까지도 확실한 작품입니다. 확실히 대표작은 다르네요.

2018/01/27

오로지 일본의 맛 - 마이클 부스 / 강혜정 : 별점 2점

오로지 일본의 맛 - 4점
마이클 부스 지음, 강혜정 옮김/글항아리

영국인 요리사 출신 작가가 쓰지 시즈오의 "일본 요리 : 단순함의 예술"에 깊이 매료된 탓에, 현재 일본 요리를 탐구하고자 3개월 동안 아내, 두 아들과 함께 도쿄를 비롯한 일본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러가지 다양한 문화를 맛보고 즐긴 경험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집입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실망스럽습니다. 여행 목적은 그럴듯했지만 내용이 목적에 딱히 부합하지 않는 탓입니다. 그냥 일본 이곳저곳 여행기와 식도락이 결합된 뻔한 여행기에 불과합니다.
또 색다른 곳에서 느끼고 경험한 이색적인 체험을 쓰기는 했는데, 서양인 시각에서만 신기하고 재미있을 만한 체험이라는 문제도 큽니다. 일본에 이웃한 한국인 시각에서 봤을 때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어요.

게다가 와패니즈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저자가 지나치게 일본을 맹신하는 묘사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일본 요리 장인이 만든 튀김을 맛본 후, 엄청난 기술과 맛에 감탄하는 정도는 괜찮아요. 일본 튀김은 저도 좋아하니까요. 그러나 아지노모토사를 방문기를 통해 MSG의 무해함을 강조하며 합성 조미료를 전도하고, 쓰키지 시장 방문 경험의 마지막을 '장기를 팔아서라도 꼭 가봐야 하는 곳' 이라고 마무리 하며, 생 와사비야 말로 슈퍼 푸드로 그 맛에 중독되었다고 묘사하는 식으로 직접 찾아서 경험하고 맛본 모든 요리와 재료에 대해 끝없는 칭찬과 홍보가 지겹게 반복됩니다. 이러한 맛에 대해 부정하는건 아니지만, 일본 내 식문화를 소개하는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특별한 내용도 없어요. 예를 들어 튀김이나 와사비, 가쓰오부시 등은 모두 "맛의 달인" 등에서 자세히 소개했던 것입니다. 튀김의 핵심 비결인 밀가루 대충 풀기, 와사비 농원의 생육 환경과 강판에 가는 법, 가쓰오부시 제조법 및 전용 대패 모두 말이죠. 쓰키지 어시장은 "어시장 3대째"라는 더 길고 방대한 작품이 이미 존재하고요. 이는 일본 요리가 건강식이며 장수에 도움이 된다며 오키나와 요리와 장수의 비결을 탐구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나 "맛의 달인"에서 이미 등장했던 소재입니다. 그나마 오키나와의 새로운 소금 제조법 정도만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직접 '비스트로 스맙'을 찾아 가서 기무라 타쿠야 등을 만나고, 스모 연습장을 찾아가 챵코 나베를 직접 먹어 보는 식의 현장감 넘치는 경험담은 좋아요. 그러나 이 역시 방송이나 다른 여러가지 컨텐츠에서 보았던 내용에 반복에 불과하고, 저자가 신기하게 생각한 대부분은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에서는 새롭지 않습니다. 장인 정신을 발휘하는 요리사들, 연예인들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해서 게스트에게 먹이는 등은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고래 고기처럼 일본의 정책을 비판하고, 맛없다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도쿄를 벗어나서의 이야기들에서 조금 많이 드러나는 편이에요. 허나 고래 고기는 이런저런 컨텐츠에서 특유의 풍미가 있다고 언급되어 왔으니 색다를 것도 없고, 도쿄 이외의 장소에서의 에피소드는 음식, 요리 관련 이야기라기 보다는 외국인의 좌충우돌 여행기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비판적 시각은 일부일 뿐, 결국 글은 가이세키 요리나 오사카 패스트푸드를 극찬하는 기승전'일본맛있쪄'로 마무리되니 온전한 비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일본 최고의 회원제 레스토랑 미부에서의 놀라운 경험이 소개되는 마지막 묘사가 대표적입니다. 일본 요리란 무엇인지, 그 진가를 제대로 체험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거든요. 맛을 떠나 일본 요리의 찬양이 반복되는 느낌이라 지루했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일본 여행 목적이기도 했던 일본 요리의 비결은 '재료 본래의 맛을 끌어내는 것' 이라는 것도 로산진 이래로 너무 많이 접한 내용이라 식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요리사다운 시각이 돋보이는 몇몇 디테일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숯불구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비결이 재료를 작게 만드는 혁신 덕분이라는 착안이 대표적이에요. 서구에서 초밥이 진짜 이유를 끌게 된 이유에 대한 주장도 신선합니다. 설탕, 소금, 식초로 이루어진 초밥 양념이 빅맥의 기본 양념과 동일하다는 것이죠.
또 저자의 재기발랄한 글솜씨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큽니다. 예를 들어 성게 맛에 대한 묘사도 제가 본 작품 중 최고로 꼽을 만 해요. 인어들이 바닐라 맛만 있는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다면 이런 맛이 아닐까 싶다는데, 정말로 멋드러진 발상입니다!

하지만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이 정도의 단편적인 장점만으로 덮을 수는 없습니다. 실망이 컸기에 별점은 2점입니다. 이 책을 읽느니 "맛의 달인" 을 다시 정독하는게 정보와 재미 측면에서 더 나을 겁니다.

2017/12/17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한 그릇 더! - 타카기 나오코 / 채다인 : 별점 2.5점

배빵빵 일본식탐여행 한 그릇 더! - 6점
다카기 나오코 지음, 채다인 옮김/애니북스

2권이 나왔는지 전혀 몰랐는데 얼마전 알고 구입하게 된 다카기 나오코의 에세이 만화입다. 1권과 마찬가지로 타카기 나오코 에세이 만화의 진수인 음식, 여행, 일상과 유머가 모두 포함된 즐거운 작품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화, 만화적 구성도 조금 실망스러웠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훨씬 '만화'에 가깝고요. 1권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술과 음식을 더 많이 먹고, 더 먼 곳으로 떠난 여행이 많다는 정도? 제목에 '배 빵빵'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정말 많이 먹더라고요.

하지만 대지진 이후 갈 생각이 없어진 후쿠시마를 비롯한 동북부 지방 여행기가 절반 정도 되는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후쿠시마와 카나가와 편에서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이 등장해서 더 그러했어요. 후쿠시마의 꿀경단과 도부지루를 비롯한 해산물들, 카나가와의 네이비 버거와 시로코로 곱창 등은 당장이라도 먹고 싶은데 말이지요. 그래도 이러한 부분은 여행의 용이성 문제일 뿐, 이야기 자체는 충분히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고치, 미야자키와 카고시마는 충분히 허용 범위라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특히나 고치의 가다랑어 타타키는 이런저런 만화 등에서 많이 접해서 먹어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친숙한데 정말이지 먹어보고 싶네요. 타카기 나오코도 완전 극찬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맛있다고 한 소금 타타키는 "술 한잔 인생 한입"에서 주인공 소다츠의 친구 다카노마타가 집에서 만들어 주는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먹어봐야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 외에도 고치 시골 초밥과 각종 디저트, 미야자키의 토종닭 숯불 구이도 언젠가는 한 번 먹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요.

이렇듯 1권, 그리고 타카기 나오코 팬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2.5점입니다.

덧붙이자면, 마지막 에피소드는 번역본이 출간된 대만 출판사 요청에 의한 대만 여행기인데 우리나라에도 거의 전 작품이 번역 출간된 만큼, 3편에서라도 다루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번역하신 채다인님도 찬조 출연하시면 더 좋고요.

2017/06/02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 마에카와 유타카 / 이선희 : 별점 2.5점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 6점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창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85년 여름, 한 남자가 여섯 여자와 집단 자살을 했다. 남자는 과거 도쿄대 조교수 출신의 기우라 겐조로 자살 전 무려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쫓기고 있었다. 사건 당시 정보 누설이 알려져 자살한 이가라시 형사의 조카인 '나'는 이 사건을 추적하는 논픽션을 쓸 것을 결심하고, 여러가지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재구성해 나가는데...

마에카와 유타카의 2015년 작품입니다. 30년 전 벌어진 연쇄 살인, 집단 자살 사건을 현대의 르포 작가가 뒤쫓아 그 진상을 밝혀낸다는 내용으로, 과거 시점의 이야기와 현재 시점의 인터뷰가 교차되어 전개되는 구성입니다.

그런데 작가의 전작 "크리피"와의 유사성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 가장 큰 유사점은 주위 사람들을 일종의 세뇌 상태로 만들어 범죄에 끌어들이거나 피해자로 만든다는 기우라 겐조의 독특한 능력입니다. "크리피"의 "위장 살인마" 야지마의 능력 - 한 가족에 침입하여 가장 행세를 하며 가족들을 한 명씩 차례로 죽이는 - 과 아주 흡사해요. 핵심이 공포, 협박, 좁은 (갇힌) 공간이라는 3가지 요소를 갖춘 마인드 콘트롤이라는 점도 같고요. 

그러나 "크리피" 이후 발표된 덕인지, 마인드 콘트롤을 보다 상세하게 묘사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기우라가 여관 하기노야를 손에 넣기 위해 하기노야의 주인 세이지 일가족을 극한으로 몰아가다가 한 명씩 살해하는 부분이 대표적입니다. 적나라하면서도 세밀한 묘사를 통해 굉장한 흡입력과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흡입력, 설득력은 실존했던 일본의 '스미다 미요코 사건'의 배역을 살짝 바꾸어 묘사한 덕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한 가족을 대상으로 이간질 후 범행에 끌어들여(고이치) 제일 약한 사람부터(세이지) 한 명 씩 죽게 만든다는 전개는 스미다 미요코 사건과 같으니까요.

추리적인 디테일도 나쁘지 않습니다. 히라가나로 쓰여진 고발 편지와 초밥에 비소를 넣은 사람이 우타라는게 밝혀지는 부분처럼요. 정보가 공정하게 제공되지 않고, 진범이 누구인지도 중요하지 않지만 나름 의표를 찌르는 맛은 있었습니다.
80년대가 무대인 작품답게 마지막을 야쿠시마루 히로코의 노래 "세일러복과 기관총"이 장식하는 것도 이채로왔고요.

하지만 "크리피"와 단점 역시 비슷합니다.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설명이 부족해요. 특히 기우라가 왜 이렇게 잔혹한, 무려 10명이나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설명하지 않는 탓이 큽니다. 이성과 잔혹함, 정신병의 경계에 있다는 캐릭터 설정만으로 때울 수 없어요.
게다가 작중 묘사에 따르면 2가구 6명을 포함한 10명을 살해하면서 하기노야를 손에 넣지만, 정작 현금 수익은 세이지 가족의 적금 1,500만엔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래서야 수지가 전혀 맞지 않지요. 그 돈도 범행 계획에는 들어있지 않은 공돈이나 마찬가지고요. 물론 하기노야는 권리증이 없더라도 시간만 있었더라면 어떻게든 현금화는 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돈 때문이라면 이렇게 사람을 죽일 필요는 없어요. 3천만엔을 빌려준 것 만큼은 명확한 사실이니 고이치를 사장으로 앉히는 것 만으로도 여관을 손에 넣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테니까요. 게다가 생각해보면 이렇게까지 여관을 손에 넣을 이유도 사실 없습니다. 단지 매춘업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이미 성공하기도 했고요.
마지막 자살 여행에서 여자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묘사를 보면 대충 1억엔 이상은 현금으로 뿌립니다. 이 정도로 성공한 인물이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마지막 묘사 탓에 이유는 더욱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또 작가의 이상한 묘사로 캐릭터가 모호해져 버린 것도 문제입니다. 이지적인 모습이 보였다,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일 뿐 손을 더럽히는 모습은 없었다는 식으로 묘사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마지막 집단 자살 묘사는 그 중에서도 최악이죠. 너무 꿈처럼 그려졌을 뿐더러 지나칠 정도로 신사적이라 모호한 상황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듭니다.
또 그가 누나와 근친상간을 통해 우타를 낳았다는건 이러한 극단적인 범행과 하등의 상관이 없습니다. 아내가 누나와 굉장히 닮았으며, 아내가 누나와의 관계를 눈치채어 살해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완전히 사족에 불과했어요.
이렇게 모호하게 그릴 것이라면 차라리 '돈'이 목적이고 타고난 악인이었다고 설명하는 쪽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한가운데 직구를 넣었다면 깔끔하게 처리했을텐데 괜히 변화구, 변화구를 고집하다가 주자를 쌓아 놓고 한방 크게 얻어맞는 느낌이에요. "주자가 켜켜이 쌓인 9회말"이랄까... 좋은 공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네요.

그리고 기껏 손해를 보아가면서까지 도쿄대 출신임을 밀어 붙였다면 이렇게 무식한 야쿠자 스타일 협잡보다는 더 그럴듯한 무언가를 보여주었어야 했는데, 세이지 일가를 옭아매는 과정은 전형적인 감금, 협박과 다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범행의 여러 과정에 걸쳐 허술한 관리로 수많은 위기를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즉흥적으로, 되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묻지마 범죄와 다를게 없어 보일 정도에요. 중간에 수사 나온 형사를 설득하여 돌려보내는 장면 정도는 그럴싸하지만 기대에 값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또한 범행 과정의 적나라한 묘사를 통한 생생함은 발군이나 들여다보면 구멍이 많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유키가 정상적인 사고를 거두고 매춘까지 끌려나가게 되는 과정처럼요. 제대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부로가 급작스럽게 유키와 가까와진다는 것도 작위적이고요. 하기사 유키를 죽이지 않는 것 부터가 뾰족한 이유가 없네요. 상식적이라면 진작에, 아무리 늦어도 고이치 살해 시점에는 정리했을 것입니다. 더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하기노야를 손에 넣는 중후반부까지의 압도적인 묘사는 충분히 흥미롭습니다만 설득력이 부족한 설정 탓에 감점합니다. "크리피"보다는 낫지만 단점은 여전히 동일한데,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읽어봐야 할지 살짝 고민되는군요.

덧붙이자면, 범행의 규모나 희생자 수를 본다면 현실의 '스미다 미요코 사건'이 더 큰 사건이니 그냥 '스미다 미요코 사건'의 논픽션을 쓰는게 더 나았을 것 같네요.

2017/04/28

음식의 군사 1~3 - 쿠스미 마사유키 : 별점 2점

[고화질] 음식의 군사 03 - 4점 Masayuki Izumi/서울문화사

구루메 만화가 붐이 된 지도 꽤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구루메 만화들 속에서 "고독한 미식가" 등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쿠스미 마사유키의 신작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연재가 시작된 것은 2011년이니 신작이라고 하기는 좀 민밍하지만, 국내에는 얼마 전에나 출간된 따끈따끈한 작품이지요. e-book으로만 출간되어 있는데, 알라딘에서 구입해 읽었습니다.

내용은 무척 단순합니다. '혼고'라는 바바리 코트에 중절모를 걸친 남자가 맛집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는게 전부거든요. 이런 기본 설정은 유래없는 대 인기작 "고독한 미식가"와 별로 다를게 없습니다.
그러나 혼고가 리키이시에게 갖는 쓸데없는 경쟁 의식을 중심으로 '코미디' 터치가 강하다는 점, 일상 이야기는 쏙 빼고 음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 리키이시라는 라이벌을 등장시켜 대결 구도를 보인다는 점에 더해 혼고의 머리 속에 '제갈공명'이 있어서 음식을 먹는 방법에 대해 지휘를 한다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건 첫 번째 에피소드인 "오뎅의 군사"입니다. 오뎅 가게에서 처음으로 리키이시를 만난 혼고는 그가 라이벌임을 직감하고, 리키이시가 주문한 무, 우엉 오뎅에 대항하여 자신만의 오뎅 진을 펼쳐 공방을 펼친다는 전개를 보여주거든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비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라는 전통적인 병법에 대항하여 "비 오는 날에는 소주에 어묵탕이지!"라면서 풀어나가는 식인 셈이지요. 이 에피소드 만큼은 작품의 모든 특징이 잘 어우러진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구입한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요.

그러나 '군사'가 등장하여 맛있는 음식을 먹는 방법을 병법처럼 푼다는 아이디어는 이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면서도 음식과 잘 접목되고, 또 그것을 대결 구도로 만드는게 굉장히 힘들다는건 당연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빠져도 1권은 나름 괜찮은 이야기가 많기도 하고요. 모츠야키 가게는 신선한 재미가 있었고, 초밥집에서의 이야기도 괜찮았어요. 초밥 먹는 방법이 여러가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돈가스 한 개로 즐기는 풀코스 - 레몬 더하기 소금으로 한 점, 우스터 소스로 한 점, 간장 겨자, 소금 겨자, 소스 겨자, 간장, 마지막은 우스터에 재워둔 한 점과 흰 밥 - 역시 아주 그럴듯했습니다. 딤섬 도시락을 먹는 이야기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2권은 최악입니다. '군사' 설정은 뒷전이고, 혼고가 지방 맛집을 전전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이야기의 전부인 탓입니다. 지방을 돌아다녀서 라이벌 리키이시조차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스스로의 차별화 요소까지 걷어찬 최악의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나마 3권은 조금 회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첫 번째 에피소드만큼은 못해요. 간혹 등장하는 '간장의 마술사' 이야기는 도대체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요. 너무 뜬금없을 뿐더러 재미도 없거든요. 간장 찬양만 하는 만화라 간장 회사 광고같은데, 돈 내고 광고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에요.
아울러 번역, 전개도 이상한 부분이 꽤 됩니다. 특히 몇몇 이야기는 중간에 페이지가 누락된 느낌입니다. 지금 보니 저자도 Masayuki Izumi라고 되어 있네요. 나 원 참.

그래서 별점은 2점입니다. 1권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추천해드리기는 힘듭니다. 길게 끌고 갈 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이에요. TV 드라마화 까지 된 것으로 볼 때 아주 인기가 없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계속 봐야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덧붙이자면, "라면이란 무엇인가"의 운치쿠 유조처럼 혼고는 검은색 정장 위에 '트렌치 코트'와 '중절모'를 걸친 한결같은 패션으로 등장하는데 무언가의 패러디인걸까요? 미디어 팩토리 학습만화 고유의 캐릭터인 운치쿠 유조를 따라한 것일지도...

2017/02/25

천계살의 - 나카마치 신 / 현정수 : 별점 2.5점

천계살의 - 6점
나카마치 신 지음, 현정수 옮김/비채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물간 추리소설가 야규 데루히코는 "추리세계" 편집부에 전화를 걸어 담당 편집자 하나즈미 아스코에게 새로운 기획을 말했다. 그가 내 놓은 것은 추리소설의 '문제편'이었다. 야규는 자신과 다른 해결편을 탤런트 겸 소설가 오노미치 유키코가 썼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남긴 뒤 온천으로 해결편을 쓰기 위해 떠났지만 그곳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아스코는 야규가 쓴 "호수에 죽은 자들의 노래가.."가 실제로 후쿠시마에서 벌어졌던 여성 살인사건을 그대로 쓴 것임을 알아냈고, 피해자 가미나가리 아사에의 남편 라이조, 아사에의 먼 친척으로 라이조와 아사에 공장에서 비서 겸 사무원으로 일하는 가타기리 요코, 공장장 우라니시 사부로 등을 차례로 만나며 사건 진상에 서서히 접근해 가는데...

"모방살의"에 이은 살의 시리즈 제 2작입니다. "모방살의"는 유명세와 기대에 비하면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본격물 팬으로서는 만족한 부분도 있었기에 이 작품도 읽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발표했던 단편을 80년대에 가필, 수정하여 장편으로 만든 방식은 "모방살의"와 동일합니다. 그래서인지 설정과 전개가 모두 옛스럽습니다. 젊은 여성 편집자가 혼자 온천 여관, 호텔, 레스토랑 등을 탐문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은 마츠모토 세이초"푸른 묘점"이 바로 떠오를 정도였어요.

핵심 트릭으로 일종의 서술 트릭이 사용되었는데, 그 트릭의 수준이 높다는 점도 모방살의와 같습니다. 야규가 아스코에게 준 소설을 활용한 트릭으로, 독자가 알고 있는 '문제편'이 전부가 아니라 뒤에 이어지는 아스코의 수사 활동, 그리고 오노미치 유키코가 자살하는 장면까지가 진짜 문제편이라는 트릭입니다. 현실과 소설이 어우러진 구조인데, 지금 읽으면 그다지 새롭지는 않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피에르 르메트르의 "능숙한 솜씨"도 동일한 트릭이 사용되었었지요. 하지만 발표연도를 감안한다면 시대를 앞서간 트릭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400자 원고지 58매를 읽고 검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던가, 복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던가 하는 식으로 이 부분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단서와 복선이 살짝 등장하는 것도 본격물스러워서 좋았고요. 야규가 서점주인 이리우치지마 유키토모에게 건넨 1만엔도 복사비로는 너무 과하지요.

그 외에 배치된 소소한 트릭들의 수준도 높습니다. 라이조에게 배달된 현금이 든 편지와 방화 사건을 속달을 보통 우편으로 속이기 위함이며, 이를 현금이 1,000엔 짜리와 5,000엔 짜리가 섞여 있다는 것으로 추리해 내는게 대표적입니다. 무게를 조정하기 위해서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뒷받침된 좋은 트릭이었어요.
여관에 투숙한 손님이 초밥을 손으로 집어 먹는 것으로 그녀가 아사에가 아닌 다른 여성이었다는걸 드러내는 전개도 마찬가지이며, 이 여성이 누구인지에 대한 추리도 그럴듯합니다. 드러나는 증거들로 가타기리 요코에서 오노미치 유키코로 혐의가 이동하는 과정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제 3의 인물이었다는 반전도 나쁘지 않고요.

그러나 트릭을 제외한 부분의 완성도가 낮다는 점 역시 전작과 동일합니다. 아니, 솔직히 설득력면에서는 전작보다 못합니다. 특히 전개가 엉망이에요. 우선 아스코가 곧이곧대로 오노미치 유키코에게 해결편을 의뢰한 것 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그대로 써서 활자화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그 이유를 대고 기획을 중지하면 그만이니까요. 사건을 키울 필요는 전혀 없어요. 설령 해결편을 의뢰했더라도 야규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에는 그냥 손을 놓아버리는게 맞습니다. 야규의 문제편만 보면 드러난 범인이 명확하고, 야규는 죽었고, 만사형통이잖아요. 어떤 멍청한 범인이 자신이 저지른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단 말입니까? 서점 주인 이리우치지마가 가진 복사본이 남아있지만, 이게 증거가 안된다는 것은 이미 아스코와 이리우치지마 사이의 대화를 통해 증명되니 무의미합니다.

아사에를 죽인 이후 여관에 투숙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사에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녀를 가장하여 투숙한 사람이 범인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범인이 정체가 탄로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작 중 등장하는, 우편을 이용한 일종의 알리바이 트릭은 가타기리 요코와 우라니시 사부로가 벌인 사전 공작으로 아스코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덕분에 가타기리 요코, 오노미치 유키코가 누명(?)을 쓰게 되는 전개는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 의도한 상황은 아닙니다. 사건 직후 손이 떨려서 운전을 할 수 없어서 쉴 수 밖에 없었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차에서 쉬면 되니까요. 

이외에도 우연이 개입된 전개가 너무 많습니다. 유키코와 아사에가 만나게 된 해피닝, 아스코가 유키코의 퇴원을 도와주던 아사에의 차에 함께 탄 것, 알리바이 공작을 위해 여관에 투숙한 아스코를 가타기리 요코가 찾아온 것 등... 이래서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아울러 사건이 복잡해진 것에 경찰의 무능함이 한 몫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피해자 아사에가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대고 병원에 찾아왔는데 경찰이 동승자를 파악하지 못했다? 일개 추리 소설가와 잡지 편집자가 추적하여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수준의 수사조차 경찰이 하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모로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입니다. 눈여겨볼만한 트릭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단점도 적지 않습니다. 본격물 애호가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2017/01/14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윤덕노 : 별점 3점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6점
윤덕노 지음/더난출판사

이런저런 음식관련 저서로 유명한 음식 컬럼니스트 윤덕노씨의 신작입니다. 제목 그대로 전쟁사와 관련된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전쟁과 관련된 음식이라면 제가 아는 것만 해도 통조림, 타르타르 스테이크, 햄버거, 양고기 전골, 만두, 크로와상, 스팸, 환타, 고기감자 조림 등 많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6장 52항목에 달하는 방대한 양 덕분에 처음 접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정 주제를 잡아서 역사와 정보를 잘 요약해 주고, 하나의 주제에서 여러 이야기를 함께 진행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마무리하는 글솜씨 역시 윤덕노씨 다왔고요.

그러나 이전 유사한 책에서 느꼈던 문제점도 똑같은데,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전쟁'과는 무관하거나, 너무 억지로 가져다 붙인 항목들이 제법 많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군대의 보급 작전, 전쟁터에서의 굶주림을 가지고 특정 요리를 대입하는 식이에요. 그리고 어디서 사료를 가지고 왔는지 모를 이야기들도 상당히 많아서 자료적으로 조금 애매한 부분도 없지는 않고요.

그래도 재미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식문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제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몇개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독일군 각성제 초콜릿 쇼카콜라" 

독일 공군이 영국 본토 항공전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각성제용으로 지급한 커피, 초콜릿, 콜라를 합친 식품입니다. 카페인이 풍부한 식품 세 개를 합쳐 놓은 덕분에 졸음을 날려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름은 '쇼카콜라'로 초콜릿에 커피와 콜라의 성분이 넣었는데, 각각 카카오는 60%, 커피 2.6%, 콜라 열매 1.6%의 비율이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그렇게 독해 보이지는 않는데, 한번 먹어보고는 싶네요. 특수 작전 투입 병사에만 지급되어 일반병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종전 무렵에는 최후의 결사항전을 벌이기 전 마지막으로 지급되어 되려 사기를 떨어트리기도 했다는군요.

"전장에 날아든 요리책" 

"위대한 장군과 훌륭한 요리는 전쟁터에서 만들어진다." - "C-레이션 요리책" 첫 머리말.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에게 보내진 요리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C-레이션으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주는데, 같이 보내진 타바스코 핫 소스의 제조회사 사장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는군요. 식품회사 메킬레니의 회장 메킬레니 역시 2차대전 참전용사라서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타바스코 핫 소스에 대한 짤막한 역사도 함께 소개되는데 이 역시 인상적이에요. 남북전쟁의 부산물로 처음 출시되었다고 하며, 이후 다양한 전장에서 활약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지휘관의 호들갑과 미숫가루 파동" 

지금 생각해도 미숫가루는 정말 전쟁에 유용하다 싶을 양식입니다. 일단 불과 물 모두 필요가 없고 많은 양을 옮기기도 용이하니까요. 그런데 이 미숫가루의 역사가 삼국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는 몰랐습니다. 근거는 조선시대 "동문선"입니다. 이 책에 화랑들이 미숫가루를 먹었다는 시가 실려있다고 하네요. 사료로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임진왜란의 영웅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광해군에게 맛있는 요리를 바쳐 권력을 잡았다는 '사삼 각로' 좌의정 한효순과 '잡채 상서' 호조판서 이충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사삼 각로', 즉 더덕을 맛있게 요리한 한효순의 더덕 요리 레시피도 실려있는데, 더덕으로 만든 강정인 '밀병'이라고 합니다. 이를 서산 어리굴젓의 유래 중 하나로 추정될 정도로 음식 솜씨가 각별히 뛰어났던 한효순 집안의 손맛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요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도 '한'씨 가문의 피를 이은 덕분이려나요? 

하지만 임진왜란 때 용장이기도 했던 한효순이 광해군 때의 처신으로 손가락질을 받았고, 결국 인조반정 이후 삭탈관직을 당하는 등 수난을 당했다니 이 또한 인생무상입니다.

"케이준은 원래 요리가 아니었다?" 

이런저런 메뉴에서 흔히 보아왔던 '케이준 Cajun'이라는 음식의 유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지금과 같은 조리 용어가 아니라, 본래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프랑스계 이민자의 후손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군요. 프랑스와 인디언 연합군이 영국에게 패한 후 프랑스계 이민자 후손들이 대거 남부 루이지애나 지방으로 추방된 이후, 루이지애나 지방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늪지대 해산물의 갯냄새를 없애기 위해 강한 향신료를 듬뿍 넣은 것이 요리의 시초라고 하고요.

"거북선과 과메기"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식량을 어떻게 조달했는지에 대한 고찰입니다. 둔전제를 통한 농사, 소금을 만들어 곡식과 교환하여 식량을 마련한 것에 더해 어업, 그 중에서도 청어를 잡아 군량 및 곡식과 교환했다고 합니다. "난중일기"를 보면 이틀에 걸쳐 40만 마리의 청어를 내다 팔았다고 하니 그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접시 위의 초밥 두 개" 

초밥이 보통 한 접시에 대략 10개 나오는 이유, 회전초밥의 작은 접시 위에 같은 초밥 2개가 올려져 있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패전 후 배급제로 초밥을 팔 수 없게 된 초밥 요리사들이 손님이 가져온 쌀을 초밥으로 만들어주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네요. 1인당 쌀 한 홉으로 초밥 10개까지만 교환할 수 있는 제한 조건 탓에 이렇게 된 것이죠. 이 때 생선 역시 모자라서 10개를 모두 다른 생선으로 만들 수 없었던 탓에, 같은 종류의 초밥 2개를 내기 시작했고요.

2013/08/13

스시 장인: 지로의 꿈 - 데이빗 겔브 : 별점 3점

스시 장인: 지로의 꿈 - 6점 데이빗 겔브 감독, 오노 지로 외 출연/아트서비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은, 긴자의 최고급 스시집 "스키야바시 지로"의 주인인 일본 최고의 스시 장인인 80대 지로와 그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요시카즈의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다큐멘터리이기에 대단한 재미는 없습니다. 전해주는 메시지도 항상 위를 올려다보고 끝없이 노력하라는 구태의연한 것이고요.

그래도 이 메시지를 75년간 한 우물만 판 장인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으며, 촬영과 음악이 아주 뛰어나서 몰입하기는 좋았습니다. 특히나 백미는 지로의 코스를 교향곡 3악장에 비유하며 모차르트의 음악과 함께 담아낸 장면이에요.

아울러 "맛의 달인"이나 "미스터 초밥왕" 등 여러 요리 만화에서 보아왔던 것이 얼마나 구라인지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수확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미하라는 담배를 핀 요리사 료지를 쫓아냈었는데, 일본 최고의 스시 장인 지로는 담배를 피웠고 끊은 이유도 단지 건강 문제였다는 사실. 한 번에 적절한 초밥의 양을 덜어내고, 일수법 같은 묘기까지 동원해서 재료가 손에 닿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만화 속 이론과 달리, 일본 최고의 스시 장인은 스시는 양손을 이용하여 여러 번 뒤집어 가며 만들어내더라라는 것 등입니다.

만화 같은 부분은 손님의 성향을 파악해서 왼손잡이면 반대편에 스시를 놓는다든가, 남녀에 따라 초밥 크기를 다르게 해서 먹는 시간을 똑같이 한다는 정도밖에는 나오지 않더군요.

그래도 한 가지, 예전에 지로에게서 수행했던 요리사가 요시카즈가 가게를 이어받는 것에 대해 "아버지와 같은 수준이라도 고객은 떨어져나갈 것이다.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 "맛의 달인"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르더군요. 유명 요리집의 후계자가 아버지 수준의 음식을 제공하지만 단골들이 아직 멀었다고 질책하는 에피소드였죠. 해답은 메인디시가 아니라 다른 부분을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기억되는데, 요시카즈도 한 번쯤 고려해보면 좋겠네요.

어쨌거나 결론은 추천작. 재미보다는 요리를 좋아하고 스시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단, 스시가 강하게 땡긴다는 후유증은 염두에 두시기 바래요. 별점은 3점입니다.

그나저나 제일 저렴한 코스가 3만 엔부터라고 하고, 한 코스를 먹는 데 1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고 하니 제가 평생 먹어볼 일은 없겠죠? 어차피 후쿠시마 이후 일본 스시를 먹을 생각 자체가 사라져버리기도 했지만요. 그러고 보니 후쿠시마 이후 일본 스시계에 위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도 드네요. 요시카즈가 소고기 스시 같은 걸 개발하면 먹힐지도?

2013/06/11

꽃 아래 봄에 죽기를 - 기타모리 고 / 박정임 : 별점 3점

꽃 아래 봄에 죽기를 - 6점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산겐자야역 상점가 좁은 골목에 위치한 바 "가나리야"는 주인인 구도가 주방장을 겸해 운영하는 작은 바입니다. 도수별 4단계로 나뉘어진 필스너 생맥주와 맛있는 요리가 강점인 곳이지요. 이 곳을 찾은 손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은 구도가 자신의 추리를 들려 준다는 안락의자 탐정물 형식의 단편집입니다.

그러나 뻔한 트릭풀이물은 아닙니다.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덕분입니다. 묘사력과 서정적인 전개가 좋아서 읽는 재미와 함께 애잔한 여운을 남겨줍니다. 일상계 성격이 강한 내용도 매력적이고요.

덧붙이자면 맛있는 요리가 각 단편마다 디테일하게 삽입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뛰어난 묘사력으로 입에 군침이 돌게 만드는 것은 물론,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 생각됩니다. 몇몇 요리는 재현해보거나 찾아가서 먹고 싶을 정도였어요. 책의 모양새와 장정도 아주 좋았고요.

물론 '실제 사건, 진상과는 동떨어진 추리를 들려줄 수도 있다'는 단점이 눈에 조금 뜨이기는 합니다. 이러한 안락의자 탐정물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단점이기도 하지만, 수록된 몇몇 이야기에서는 진상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추리는 추리에 불과할 뿐이라는게 좀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허나 단점은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회귀천 정사"가 연상되는 좋은 단편집이었어요. 별점은 3점입니다.

수록작별 간단한 리뷰는 아래와 같습니다.


"꽃아래 봄에 죽기를"

하이쿠 동호인 가타오카 소교가 병사한 뒤, 소교는 주민등록이 없는 무적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같은 동호회 회원이었던 나나오는 그가 고향을 버린 이유를 조사하고, 유골을 보리사에 묻을 계획으로 조후로 향했다. 

요리바 "가나리야"와 탐정역인 마스터 구도가 첫 등장하는 표제작.

소교가 왜 고향을 버려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실제 조후에서 있었던 대화제와 연결하여 가상 역사 소설처럼 꾸민 솜씨가 탁월합니다. 여성 장애인 살인 사건과 소교가 마지막 남긴 습작노트에서의 '벚꽃이 피었다'를 연결시켜 진범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본격 추리물로의 가치도 높고요. "하이쿠 동호인"들이 등장하는 작품답게 멋드러진 하이쿠들이 적절하게 삽입되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와카타케 나나미와 심포 유이치의 장점만을 섞은 느낌입니다. 묘한 매력이 넘치는 작품으로 별점은 4점입니다.

"가족사진"

지하철 역 시민 기증 서가의 추리소설들에서 발견된 흑백 가족사진에 대한 진상을 풀어가는 이야기.

정말로 가볍고도 가벼운 일상계 작품으로, 구도가 제시한 수수께끼에 대해서 가나리야의 단골손님들이 각자 자신의 추리를 이야기한다는게 특징입니다. 일종의 역발상 안락의자 탐정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극중 주인공인 노다의 역할이 굉장히 작으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게 좋았습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마지막 거처"

사진작가 쓰마키는 "마지막 거처"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자신의 작품전 포스터 도난사건으로 고민하다가, 구도에게 상담을 요청한 뒤 어떻게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주는데...

역시나 전형적인 일상계. 그러나 포스터 도난에 대한 진상은 별로 설득력이 높지 않습니다. 구도의 추리는 볼만했지만 새롭거나 의외성 있지도 않고요. 그래도 등장하는 요리인 '가지 겨자 절임'이 꽤 임팩트 있게 사용된게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별점은 3점입니다.

"살인자의 빨간 손"

젊은 여성의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현장 주변에서는 빨간 손의 악마가 초등학생을 노린다는 괴담까지 퍼졌다. 괴담과 사건을 조합하여 단골손님들 사이에서 추리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1편의 주인공 나나오와 단골손님들이 등장하는 작품.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사구치 히즈루의 과거사를 비롯해서 경찰 모모세 겐지의 존재까지 추리에 가담시키는 복잡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작품부터 실제 진상을 속 시원하게 밝혀주지 않는다는 단점이 시작될 뿐더러 실제 빨간 손이 어떤 것이었을지에 대해 추리하는 마지막 부분은 범위를 극단적으로 좁힌 것으로 보이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었어요. 그렇게 따지자면 오토바이나 자전거 배달원은 모두 마찬가지였을 텐데 말이지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일곱 접시는 너무 많다"

회전 초밥가게에서 참치만 일곱 접시를 먹은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수수께끼 풀이를 던지는 단골 히가시야마의 이야기.

기이한 일상을 소재로 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회전 초밥가게 메뉴 리스트를 이용한 독특한 암호 트릭이 등장하는 등 신선한 요소는 많습니다. 

그러나 진상이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도 않으며 모든 것은 추론에 불과해서 좀 맥이 빠집니다. 구도의 말대로, 쓸데없는 이야기에서 시작된 말장난에 불과한 작품으로 보이거든요. 그리고 추리가 어찌 되었건 참치를 일곱 접시나 먹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특이한 행동인데, 그러한 행동을 보이면서까지 불륜을 저지르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죠. 

수수께끼를 위한 수수께끼에 불과해서, 이 작품집의 워스트로 꼽겠습니다. 별점은 2점입니다.

"물고기의 교제"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나나오가 다시 등장하여 가타오카 소교에 얽힌 과거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는 내용입니다. 중간에 나나오에게 프로포즈를 한 다카쓰카의 폭행사건 증인 찾기가 끼어들고 있어서 내용적으로는 풍성합니다.

그러나 역시나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모든 것은 추론에 불과하다는 단점은 전작과 동일합니다. 때문에 추리적으로 별로입니다. 소교가 장님 행세를 했다는 핵심 트릭에 대한 진위가 밝혀지지 않는 것도 문제고요. 무엇보다도 기누에가 자살한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는 게 아쉬웠습니다. 여운을 남기는 맛은 좋지만 보다 친절했더라면 더 좋았을겁니다. 

묘사도 좋고 상상력도 뛰어나며 등장하는 하이쿠도 아름다우나, 추리적으로는 부족해서 별점은 3점입니다.

2010/01/04

맛있는 초밥과 참치 - 구로 은행골

1월 2일 토요일 저녁에 형, 저, 제 와이프 이렇게 3명이서 신년 맞이 조촐한 가족 모임을 가졌습니다.

찾아간 곳은 바로 제가 사는 구로동의 가장 유명한 맛집인 은행골! (가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녹두장군님등 유명 블로그분들이 올려주셨으니 참고하세요^^) 이전에도 몇번 방문해서 좋은 기억이 많았기에 형에게 한번 맛보여 주고 싶었던 가게이기도 했는데, 형이 마침 한턱 낸다고 하여 저와 제 와이프는 무척 호강했네요. 아주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먹은 것은 특초밥 3인분. 이 집 초밥은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밥을 부드럽게 쥐는 것이 특징이죠. 그 외는 제가 잘 몰라서 패스합니다만, 맛있는건 맛있는거죠!

먹은 순서는
먼저 아카미(맞나요?)와 간장새우 초밥 각 2개씩.
두번째로 연어와 광어 (맞나요?) 초밥으로 연어 3개, 광어 1개.
마지막으로는 광어 (?), 오징어 1개씩과 장어초밥 2개씩!
이렇게 초밥을 각 12개씩 먹고 마무리로 오토로 한접시를 시켰습니다.
오토로를 시켰기 때문일까요? 간장새우 한마리씩 서비스~
그리고 진리의 참치. 오 참치! 오토로! (먹던 도중에 찍어서 수가 많이 줄었네요) 정말이지 입에서 녹는 바로 그 맛! 처묵!처묵!
이렇게 맛나게 먹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예전에 비해 확실히 떨어져보이는 서비스와 봉사료 10%로 살짝 올라간 가격이긴 한데, 이 정도 퀄리티에 이 가격이면 수긍할만 하죠. 가격대 성능으로만 따진다면 은행골의 명성은 아직 탄탄해 보입니다. 가게 별점 3점입니다.

PS : 사진은 형의 아이폰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사주기도 형이 사주고, 찍기도 형이 찍어주었네요. 쌩유~!

2009/10/10

스시수첩 - 사카모토 가즈오 / 이은경 : 별점 3점

스시 수첩 - 6점
사카모토 가즈오 지음, 이은경 옮김, 안효주 감수/우듬지

총 94종의 스시를 사진과 짤막한 설명으로 수록한 책.
미려하게 찍은 사진은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제목과는 다르게 재료(생선) 쪽에 보다 비중을 둔 정보를 전해주고 있는데 - 만화로는 "초밥왕"이 아니라 "어시장 삼대째" 가 연상될 정도로 -,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재료 외에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초밥에 대한 짤막한 설명, 가장 맛있게 먹는 제철, 원산지 등도 함께 알려주고 있어서 짤막하긴 하지만 스시에 대한 기본 정보 제공이라는 목적에는 충실합니다. 때문에 간단한 식용 생선과 스시의 입문서 및 가이드북으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친숙한 도미, 참치, 광어 등은 물론이고 초밥관련 만화 등에서나 보아왔던 학꽁치, 쑤기미, 금눈돈, 눈볼대 등 생선들과 초밥의 설명을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재미있고 즐겁더군요. 언제쯤 이런 초밥을 제대로 한번 먹어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를 대비해서 공부라도 열심히 해 놔야 겠습니다.

읽기 편하고 재미도 있기에 별점은 3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