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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2

모방살의 - 나카마치 신 / 최고은 : 별점 2.5점

모방살의 - 6점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비채
하기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7월 7일 7시, 추리작가 사카이 마사오가 청산가리를 음독하고 사망한다. 정황상 자살로 추정되지만 두명, 사카이의 약혼자 나카다 아키코와 친구 쓰쿠미 신스케는 자살이라는 점에 의문을 품고 각자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나가는데.....

추리소설가 사카이 자살 사건을 두고 두명 -사카이의 약혼자 아키코와 친구이자 동료 신스케 -이 각자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을 교차하여 보여주는 전개가 특이한 작품. 두 명의 시점을 오가는 교차 전개를 지닌 작품은 많지만 뒤에 말씀드릴 트릭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런 저런 추리 커뮤니티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을 받아서 관심가던 차에 읽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확실히 추리적인 요소, 특히 트릭은 상당히 빼어나더군요. 추리 애호가들의 입소문을 타기에는 충분했어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서술 트릭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핵심 트릭의 하나인 '두명이 알고 있는 사카이는 다른 사람이다!'라는 것은 중반 정도에 비교적 쉽게 눈치챌 수 있기는 합니다. 가장 큰 단서는 나카다 아키코의 약혼자 사카이는 출판사에서 정서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깔끔한 원고를 쓰는 사람인데 신스케의 친구 사카이의 원고는 지저분하다는 묘사였어요. 트릭을 알고나니 그 외의 몇가지 자잘한 단서들도 눈에 뜨이더군요. 아키코가 약혼자 사카이의 신인상 수상을 몰랐다던가... (다른 사람이니까)
허나 단점은 아니에요. 외려 공정하다는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또 작품이 발표된 시기를 고려해 본다면 (첫 발표는 1970년대) 상당히 앞서나간 , 놀라운 아이디어였음에도 분명하고요. 저도 다른 서술 트릭물을 많이 접해보았으니 눈치챘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무척 놀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이 트릭 하나에 그치지 않고 다른 트릭, 즉 두 사건이 1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졌다는 것 까지 등장한다는 것도 대단했고요.

또한 핵심 서술 트릭 뿐 아니라 곁가지로 사용된 트릭들도 나무랄데 없습니다. 아키코 - 사카이 사건에서의 사진을 활용한 알리바이 트릭, 신스케 - 사카이 사건에서 열차와 충돌한 트럭에 쓰여진 회사 이름 ('오코노기' / '고시바')을 활용한 트릭 등인데 이건 트릭이다!라는 것이 노골적이라 추리 퀴즈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만... 트릭의 수준도 높고 작품과 잘 연결되어 어색하지 않게, 재미있게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서술 트릭과 함께 이러한 트릭들이 연이어 펼쳐진다는 점에서 작가의 절실한 노력이 충분히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투입한 역작은 최근에 본 적이 없네요.

그 외 범행에 관련된 동기도 비교적 설득력이 높습니다. 아키코 - 사카이 사건에서 뇌성마비 아이와 관련된 유괴, 거액의 현금이라는 동기와 신스케 - 사카이 사건에서의 유명 작가 표절에 얽힌 동기 모두 그럴듯했거든요. 특히나 신스케 - 사카이 사건에서 거장 세가와의 작품을 표절한 것으로 알려진 사카이의 작품에 얽힌 진상 - 사실 세가와가 1년 전에 죽은 사카이의 작품을 표절한 것이었고, 이 노트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우연히 입수한 1년 후의 사카이가 표절한 것이라는 표절의 윤회 -도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제목 그대로 첫번째 사건을 '모방'한 이유도 비교적 타당하고요.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냐고 하면 선뜻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네요. 이름이 같은 다른 두 사람이 1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날 같은 시간에 같은 방법 (청산가리 음독)으로 자살한다는 것부터 트릭을 위해 사건을 만든 느낌이 들잖아요? 물론 이 부분은 본격물이 숙명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작위적인 트릭이라는 굴레일 뿐더러, 트릭 자체가 빼어나기에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허나 소설적으로 완성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요. 이유는 아키코와 신스케가 각자 범인으로 지목한 인물들, 즉 도가노 리쓰코 (아키코)와 야나기사와 구니오 (신스케)를 대면하자마자 즉흥적으로 범인임을 확신하고 공격하는 등 이야기의 밀도와 설득력이 낮기 때문입니다. 택시에서 몇마디 들은 것을 가지고 처음 만난 사람을 살인범으로 몬다는건 말도 안되죠.
또 비교적 공들인 트릭인 사진을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을 사용했음에도 첫번째 사카이의 죽음은 자살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던가, 마찬가지로 알리바이를 공작한 편집장 야나기사와 구니오가 실제로 범인이 아니었다는 결말도 허탈했고요.

작가 스스로도 정말 여러번 고쳐서 발표한 작품이라는데 고쳐 쓴 작품이 이 정도라니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럴 거라면 괜한 욕심에 여러가지 트릭을 넣어 이야기를 키우지 말고 서술 트릭에 1년간의 시차를 이용한 표절의 윤회 중심으로 보다 압축해서 쓰는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사카이 유괴사건과 그로 인한 자살, 슌스케의 사카이는 표절의 진상 폭로를  걱정한 나카이에게 살해당한다 정도면 아주 깔끔했을텐데 말이죠.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 좋은 트릭들이 결합된 좋은 추리물임에는 분명합니다.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캐릭터와 묘사 역시 트릭에 비하면 좋다고 하기 어렵기에 감점합니다만 장점은 확실한 만큼 추리 애호가라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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