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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3

마약 밀매인 - 에드 맥베인 / 박진세 : 별점 2.5점

마약 밀매인 - 6점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피니스아프리카에

추위가 몰아치는 12월의 어느 날, 순찰경관 딕 제네로가 시체를 발견했다. 자살로 보이지만 부검 결과 타살로 밝혀졌고, 카렐라는 피해자인 마약 밀매인 아나벨의 구역을 이어받은 '곤조'라는 마약 밀매인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한편 범행 현장에 있던 주사기에 남은 지문 문제로 87분서의 번스 경위에게 협박 전화가 걸려오는데...

에드 맥베인87분서 시리즈로 카렐라 결혼 직후 이야기입니다. 비교적 초기작으로 "경관혐오"와 같은, 1957년에 발표된 작품이네요. "노상강도"에 이어서요.

그간 읽어본 바로는 에드 맥베인 작품은 초기작이 훨씬 좋았기에 나름 기대가 컸는데,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세 명이나 죽고, 카렐라마저도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등 강력 사건이 계속 이어지지만 이야기가 너무 간단한 탓입니다. '조무래기 마약상 아나벨이 살해당하고 형사들이 아나벨의 구역에서 마약을 파는 마약상을 쫓는다. 그의 별명이 '곤조'라는 것을 알아낸 뒤, '곤조'를 잡아서 사건을 해결한다'가 전부거든요. 별거 아닌 이야기를 억지로 장편으로 늘린 느낌입니다.

그리고 범행 동기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아나벨을 살해한 이유부터 문제에요. 번즈 경위의 아들 래리가 아나벨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라는걸 가지고 번즈를 협박해서 편하게 마약 거래를 할 속셈이었다는데, 곧바로 수사를 통해 '곤조'의 존재가 드러나기 때문에 별 의미 없는 협박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또 번즈를 협박하기 위해서는 ‘래리가 정말 범인일지도 모른다!’라는 의심을 독자와 번즈 모두에게 잠깐이라도 심어주었어야 합니다. 그럼 이야기가 조금은 복잡해졌겠죠. 허나 번즈가 래리의 마약 중독을 알아내고 훈육 (구타?)하던 밤에 마리아 에르난데스 살인을 저지렀기 때문에 이 역시 물 건너가 버리고 맙니다. 범인의 협박 계획 역시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요. 최소한 번즈는 자기 아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마리아 에르난데스 살인은 아예 이해 불가입니다. 마리아에게 래리와 말다툼했다는 증언을 강요하다가 수틀려서 살해했다는데, 래리의 존재는 범인 자신만이 알고 있어야 협박이 가능했습니다. 경찰들에게 래리의 존재를 알리면 얻을 게 하나도 없지요. 그런데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해서 무덤을 파는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작중 등장하듯 살인이 버릇이 된다는 이유라면 너무 억지스럽죠.

그래도 전통의 시리즈 중 한 편이고, ‘그랜드 마스터’의 작품인 덕에 볼만한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경관혐오"의 ‘더위’만큼이나 ‘추위’가 정말 생생하게 묘사되는 등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확 와 닿는 생생한 묘사는 여전히 압권이에요. 초기작답게 지나치게 적나라하지도 않고요. 번즈 경위가 아들 때문에 고뇌하는 장면, 그리고 카렐라가 곤조와 대치할 때의 묘사도 아주 멋졌습니다.

간단한 이야기 구조라 이렇다 할 건 없지만 추리적으로도 딱 한 가지, 경찰 끄나풀 대니 김프가 곤조를 찾아내는 과정만큼은 그럴싸했습니다. 이 바닥에서 곤조를 아무도 모르는데 어떻게 중독자들이 그에게서 마약을 사려고 했을까? 그건 아마도 그놈이 이 구역에 있는 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죽은 아나벨의 마약 루트를 물려받았을까? 그건 적어도 그놈이 아나벨을 개인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라는 식으로 추리해나가는데 설득력 높은, 잘 짜인 이야기였어요. 곤조가 사실은 굉장히 어린, 순진해 보이는 청소년이었다는 나름의 반전도 상당히, 아주 괜찮았고요. 외려 보다 잘 써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쉽게 소모한 듯싶어 좀 아쉽더군요.

마지막으로 어마어마한 추위와 잔혹한 사건이 이어지지만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맞는 시점에서 범인을 체포하여 사건은 해결되고, 래리의 마약 중독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고, 곤조의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카렐라가 살아난다는 완벽한 해피 엔딩도 좋았어요.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작품은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이라든가 "영국식 살인" 등 많지만 이 작품 역시 한자리 차지해도 좋겠다 싶네요.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2.5점입니다. 기대보다는 못해도 킬링 타임용으로는 읽을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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