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이 - 이영수(듀나) 지음/북스피어 |
면세구역 - 이영수 (듀나) : 별점 2.5점
연휴기간 읽은 듀나의 중, 단편집. 모두 4편의 작품이 실려있습니다.
이전 <면세구역>이라는 단편집을 읽고 리뷰를 올렸었는데 장, 단점은 모두 유사하더군요. 책 기준 출간 시점이 7년이나 차이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때문에 성장하는 작가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네요.
전체 평균 별점은 2.5점. 작품들의 성향이 많이 달라 전체를 요약하는 대신, 아래에 작품별 상세 리뷰를 올립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너네 아빠 어딨니>
아빠에게 학대당하던 두 자매가 아빠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하는데 아빠가 좀비로 부활한다!
이전 '판타스틱'에 개재되었던 단편으로 뻔하디 뻔한 좀비물입니다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국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가혹 행위를 일삼는 편부 슬하의 두 자매가 견디다 못해 저지른 살인이 좀비 아포칼립스의 시작이라는 것부터 아빠가 좀비로 살아나는 이유가 묻은 창고의 황토 때문이며 두 자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도사의 부적 때문이라는 등의 지극히 한국적인 설정이 재기발랄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항상 궁금했던 것, 즉 '동물'이 좀비가 되면 어떻게 되나?에 대한 나름의 해답도 반가왔어요. 아빠 등이 잡아먹은 쥐가 좀비가 된 뒤 탈출하여 서울을 좀비 도시로 만든다고 하는데 그럴듯했어요!
매일매일 좀비를 죽이고 또 죽여나가는 자매의 비밀이 마지막까지 유지되다가 클라이막스에서 한방에 폭발한다는 스피드와 박력 넘치는 전개도 나쁘지 않았고요.
허나 좀 쉽게 쓴 느낌도 들기는 합니다. 도라지 도사의 부적이 대표적으로 지나치게 작위적이었어요. 위기에 처했는데 갑자기 UFO가 나타나서 외계인이 도와줬다는 설정과 다를게 없어 보일 정도로요. 그야말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 자체인데 차라리 아빠를 매일매일 죽이고, 또 죽이다 보니 좀비에 익숙해져서 살아남았다고 하는게 좋지 않았을까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처럼, 결국 뭔가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는게 당연하니까요.
그리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낙관적인 결말 - 자매는 살아남아서 80억이나 되는 현금과 보석을 나누어 보관한다 - 도 그닥 와 닿는 부분은 아니에요. 지옥같았던 두 자매의 삶에 대한 보상으로 바라볼 수는 있겠지만 작품과 잘 어울렸다 생각되지는 않는군요. 결론내리자면, 제 별점은 2.5점입니다.
<천국의 왕>
죽은 후의 영혼을 보존하는데 성공한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로 크게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 즉 사고로 죽은 민서를 영체화 시키는 이야기와 주인공이 아버지와 연구를 진행할때의 이야기 두개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민서 이야기는 순전히 사족일 뿐이며, 아버지와 연구 진행할 때의 이야기 역시 다소 늘어진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영매 능력이 있었던 어머니의 영혼을 가둔 첫번째 병에 대한 이야기, 특히나 병 속에서 어머니의 영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알려주는 장면 하나만큼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만큼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알고 아버지에게 복수한다는 보다 간단한 이야기로 끌고나가는게 훨씬 나았을 거에요. 영혼을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디테일과 아버지의 광기 역시 빼어나게 묘사되니까요.
그래서 별점은 2.5점. 어머니 영체 이야기만큼은 별점 4점도 부족함이 없지만 다른 곁가지들 때문에 감점합니다.
<거울 너머로 건너가다>
지성을 가진 나무들이 창조한 드라마 속 생명체가 자신의 능력으로 세계를 지배한다는 수페이지짜리 꽁트.
전형적인 듀나 스타일의 작품이에요. 재미있는 설정은 돋보이지만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 그러하죠. 별점은 2점입니다.
<용의 이>
인간의 정신을 조종하고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능력자인 소녀가 우주선 불시착 후 홀로 살아남는다. 불시착한 별은 토착민들의 유령이 숭배하는 '여왕'의 존재를 놓고 유령들간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였다.
기묘한 분위기의 판타지 SF. 260페이지가 넘는 중편으로 일단 강력한 능력을 가진 소녀가 나옵니다. 정신을 조합하여 새로운 인격을 만들 정도로 강력한 정신능력을 소유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억에서 흡수한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죠.
미스터리도 있습니다. 여왕이 누구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은 누구인지, 대체 이 별은 무엇인지 등 등장하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거든요.
액션도 화끈한 편이에요.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적, 그리고 다양한 유령과 생명체, 기계와의 사투도 그려지니까요.
이렇게만 보면 되게 재미있고 좋은 작품같죠? 허나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불친절한 전개와 묘사 탓이 커요. 주인공 소녀 외에는 모두 유령이라 대화나 별도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요. 작가의 문체이기도 한데 대사와 의식의 흐름이 구분되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명료한 맛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나마 중반까지는 제법 흡입력있었는데,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수습이 힘들다는 작가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났달까요.
그리고 별에 존재하는 유령들은 모두 오래전 멸종한 달팽이들의 강력한 잔유 사념에 지배당한 결과라는 진상 역시도 효과적으로 활용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묘사 탓에 그냥 평이하게 흘러가고 끝나버리거든요. 어차피 주인공 소녀의 생각 밖에는 근거가 없기도 해서 이게 그냥 미치광이 소녀가 정신병원에서 꾼 꿈인지 아닌지도 구분하기 어렵고요.
아울러 별의 문이 멋대로 열린다는 설정은 편의대로 써 내려간 것 같아 더욱 별로였어요.
한마디로, 좋은 재료는 엄청 많은데 정작 결과물은 그냥 그런 비빔밥에 불과한, 그런 결과물입니다. 그나마도 고추장, 참기름이 빠져서 엄청 심심한... 물론 이게 입맛에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게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별점은 2점. 고전 스페이스 오페라 스타일로 보다 명쾌하게, 속도감있게 써 내려갔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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