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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8

테두리 없는 거울 - 츠지무라 미즈키 / 박현미 : 별점 2점

테두리 없는 거울 - 4점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arte(아르테)

'감성 호러'라는 마케팅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해서 읽게 된 작품. 대체 호러가 어떻게 감성적일 수 있을까 아주 궁금했거든요.

허나 한마디로 기대 이하였습니다. 소녀 취향 감성은 넘쳐나나 호러의 비중은 지나치게 낮아서 전혀 무섭지 않거든요. 볼만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호러 소설로 보기는 어려워요, 이야기 자체도 <계단의 하나코> 외에는 호러로 보기 어렵기도 하고요. (범죄물, 혹은 일상계에 가까운 듯?)
또 수록작 5편 중 2편이나 내용 파악이 어렵다는 것도 감점요소입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빠, 시체가 있어요>는 대부분 같은 의견이더군요) 독자 나름대로 해석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정답이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러한 이유로 별점은 2점입니다.
수록작별 상세 리뷰는 아래에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가득한 점 참고하세요.

<계단의 하나코>

  • 첫 번째. 이 학교의 하나코는 계단에 산다.
  • 두 번째. 하나코와 만나고 싶으면 하나코가 사는 계단을 진심을 다해 열심히 청소할 것.
  • 세 번째. 하나코가 주는 음식을 먹으면 저주를 받는다.
  • 네 번째. 하나코의 질문에 거짓말을 하면 저주를 받는다.
  • 다섯 번째. 하나코가 상자를 줘도 받으면 안 된다.
  • 여섯 번째. 하나코에게 부탁할 때는 하나코가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 일곱 번째. 하나코가 내리는 벌은 계단에 갇히는 무한 계단의 형벌.

학교의 왕따 사유리 자살 사건의 진상을 풀어가는 이야기.
일본 괴담 속에서도 메이저 중 메이저인 하나코가 등장합니다.. 독특한 것은 화장실이 아니라 계단에서 나타나는 하나코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런 설정이라면구태여 '하나코'였을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여튼,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하나코에 얽힌 일곱가지 불가사의를 엮어 진상을 드러내는 전개입니다. 아이카와의 후배 지사코로 변장한 하나코가 나타난 후, 그녀가 나타난 이유는 아이카와가 간절히 계단을 청소한 덕분 (핏자욱을 지우기 위해)이며, 하나코가 주는 음식을 먹으면 저주를 받는데 다행히 아이카와는 지사코가 선물한 케잌과 사탕을 먹지 않아서 운 좋게 넘어가지만 결국 '거짓말을 하면 저주를 받는다'에 걸려서 무한 계단 지옥에 갇히는 결말까지의 긴박감은 정말로 대단했어요! 아이카와의 심리 묘사 역시 발군이고요. 마더 구즈 동요에 맞추어 살인극이 벌어지는 고전 본격 추리물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라면 우선, 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부분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코는 부탁을 들어 주는 역할도 있는 듯 한데, 여기서는 벌을 내릴 뿐이라는 것은 의아했어요. 아이카와 앞에 하나코가 나타난 것이 사유리의 죽기 직전 부탁이 아니라 아이카와의 간절한 소망으로 나타난 것이라면, 사유리의 죽음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왜 복수자 역할을 수행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죽기 직전 사유리가 계단에서 "살려줘!"라고 외쳤다는 묘사 정도는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그 외에도 아이카와의 범행이 상세하게 드러나지 않고 독자 상상에 기대는 것, 사유리를 왕따시킨 학교 아이들에게 벌을 내리지 않는 것 역시 답답하고 찜찜했던 부분입니다.

때문에 감점하여 별점은 2.5점입니다.

<그네를 타는 다리>
애니메이션 하이디의 그네 속도에서 착안한 작품 (으로 보입니다). 왕따 이야기와 분신사바를 엮는 과정과 '큐피트님'이라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왔습니다.

그런데 무슨 내용은 당쵀 알 수가 없네요. 인기없던 미노리가 인기있는 가오리 그룹에 들기 위해 분신사바 놀이를 하다가 유령을 화나게 했다... 그런데 그 유령 때문에 미노리가 죽었다? 유령의 정체도 모호하고, 마지막에 아카네의 상상이 미노리와 겹치는 전개도 뜻을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별점은 1.5점.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보이려면 최소한 유령의 정체, 혹은 죽음의 이유는 명확했어야 하는데, 이도저도 아니라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드네요.

<아빠, 시체가 있어요>
쓰쓰지와 엄마, 아빠가 치매가 있는 시골 할머니 집 청소를 나섰다가 집안 곳곳에서 시체를 발견한다는 이야기.

시체가 왜 나왔으며 시간이 지나면 쓰쓰지를 제외한 사람들은 왜 모른 척을 하는 것인지, 연달아 시체가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에필로그는 누구의 제사 장면인지 등등등 도저히 내용을 알 수 없는 기묘한 이야기. 인터넷을 뒤져봐도 대체로 제 감상과 동일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잠깐 고민해 본 결과로는, 앞서 청소 시작 전 아버지가 5월 내내 청소해야 된다는 말을 하는데 마지막 에필로그의 일력은 5월 5일이라는 것이 핵심인 듯 합니다. 즉, 에필로그는 사실 청소가 시작되기 전에 일어난 것이라고 봐야죠. 앞서 2주에 걸쳐 시체를 치우고 집배원까지 죽인 뒤, 방문 간병인이 오게 되는 것은 아무리 봐도 한달은 걸렸을테니까요.
그렇다면 앞서 묘사된 청소와 시체 은닉은 모두 쓰쓰지의 상상이 아닐까요? 집에서 발견한 것은 시체가 아니라 쓰쓰지의 오래된 나쁜 기억, 예를 들자면 과거 이 집에서 죽은 것으로 묘사된 주민들에게 몹쓸 짓이라도 당했던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야 매주 어머니, 아버지가 시체에 대해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설명이 되고요. 아니면 히로후미의 수건이 놓여져 있는 제사상을 볼 때 히로후미가 죽은 것일 수도 있겠죠. 죽음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혹은 가족 모두가 관계되었을 수도 있고.

허나 진상은 알 길이 없기에... 별점은 1점입니다. 블랙코미디스러운 전개는 그럴듯 했지만 내용도 모를 글에 점수를 줄 수는 없네요.

<테두리 없는 거울>
표제작. 거울에서 본 미래 (아이)가 악몽으로 구체화되고, 이 미래를 죽이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저주를 다중인격 범죄와 엮은 작품.
사건의 원인과 동기, 결말까지 깔끔해서 마음에 드네요. 약간 추리적인 성향을 띄는 것도 좋았고요. 특히 가나코 시점에서 다카하타 도야 - 다카하타 유이치로를 뒤섞는 심리 묘사는 일종의 서술 트릭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 싶어요.

트릭이 약간 반칙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수록작 중에서는 베스트라 생각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8월의 천재지변>
신지는 병약한 친구 교스케와 더불어 왕따를 당하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공의 친구 "유짱"을 창조하여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거짓말이 밝혀지고, 더욱 심한 괴롭힘을 당하게 될 때 "유짱"이 나타나는데...

거짓말이 현실이 된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가 이야기의 핵심인 작품. 초등학생들 사이의 우정과 비밀을 그렸다는 점에서 일상계 추리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신지가 나타난 유짱의 정체가 사실은 매미가 아닐까 고민하는 과정, 교스케가 진료소에서 친구를 사귀었다는 복선과 함께 밝혀지는 마지막 결말까지 아주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가 스타일일까요? 결국 유짱이 어떻게 되었는지 등 이야기의 결말이 조금 불명확한게 옥의 티네요. 초등학교에서의 왕따가 주요 동기로 계속 등장하는 것도 지루한 요소였고요.

그래도 평작 이상 수준은 됩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덧붙이자면,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여름을 무대로 초등학생들이 등장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인데 설정이 반대라는 것도 재미있어요. 유짱이 매미의 화신인 것 처럼 묘사되다가 실존인물이라는 결말인데 <해바라기...>는 죽은 친구가 거미로 환생하는데 알고보니 주인공의 환상이었다는 결말이니까 말이죠.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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