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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9

아자젤 - 아이작 아시모프 / 최용준 : 별점 2점

아자젤 - 4점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용준 옮김/열린책들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집. SF는 아닙니다. 악마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판타지, 환상 동화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모두 13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록작 대부분이 아시모프의 지인 조지가 주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거나 문제점을 해결해 주기 위해 2cm 악마 '아자젤'을 불러 원하는 것을 이루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로 불행이 닥친다는 내용이죠.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망스러웠어요. 너무 뻔했거든요. 악마에게 소원을 빈 뒤 수렁에 빠지는 류의 설정부터가 흔해 빠졌죠. 때문에 악마와의 거래에서 밀리지 않는 치밀한 두뇌 싸움이 등장해도 시원치 않을 판입니다. 허나 이 작품에서 조지가 아자젤에게 부탁하는 소원들은 일부러 문제가 생기게끔 안배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 많아요. 추상적이거나 문제의 본질과는 떨어져 있거든요. 겨울동안 신세를 지기 위해 눈을 싫어해서 겨울 동안만 별장을 폐쇄하는 지인이 "눈 위에서는 가벼워지도록" 부탁한다는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같은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억지스럽고 지루했습니다.

또 그나마 세련된 부탁을 한다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이 너무나 뻔해서 이야기의 의외성이 높지 않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여자에게 인기 없는 지인에게 인기가 생기도록 했지만 무시무시한 여자가 그에게 반하고, 그녀의 무시무시한 가족들의 협박으로 결혼하게 된다는 <승자에게> 가 대표적입니다. 그냥 의외성이 없다면 모를까, 그다지 웃기지 않은 성인 대상 농담이 많다는 것도 문제에요. 대학에서 왕따당하는 친구 아들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상대에게서 회피하도록' 부탁한다는 <봄날에 벌이는 싸움>에서는 미녀를 얻는데는 성공하나 자신에게 접근하는 여자를 평생 안을 수 없게 되고, 자신이 만든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대녀를 위해 그 조각상을 '단단하지 않고 부드럽게' 만들어 달라고 한 <갈라테아>에서는 조각상이 '단단해지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는 식이죠.

물론 볼만한 이야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재능없는 농구선수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그가 골을 무조건 성공하도록 아자젤에게 부탁한다는 <2센티미터짜리 악마> 라던가, 1년 시한부 인생이 예상되는 지인이 '지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해를 입지 않도록' 부탁한다는 <천지간에는 훨씬 더 많은 것이 있다네>는 상당히 의외성이 있었어요.
또 유머러스한 분위기에 더해 이야기가 시작 전에 그야말로 민폐 덩어리지이자 쓸데없이 자존감만 높은 조지와 아시모프의 티격태격하는 말싸움도 아주 볼만했습니다. 주로 조지의 입을 빌어 묘사되는데 "그건 선생의 부족하디 부족한 지능 덕인 듯합니다." "좋은 클럽이라면 선생 같은 사람을 회원으로 받아들여서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릴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선생과 이야기하는 건 끈적끈적한 당밀 속에서 헤엄치는 것과 같습니다. 노력에 비해 그 대가가 너무 적어요." 같은 것들로, 아시모프의 자학 개그라 할 수 있겠네요.

허나 비슷한 류의 이야기들에 비하면 재미라던가 독특한 차별점을 찾기 어렵기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네요. 별점은 2점입니다.

덧붙여 비슷한 설정이라면, 감히 이야기하자면 제가 쓴 <계약은 성실하게>가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소원도 의외성이 있고 결말 역시 그러하다는 점에서 말이죠. 관심 있으시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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