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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6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 나쓰키 시즈코 / 추지나 : 별점 1.5점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 4점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엘릭시르

<아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케야 하루카는 아버지가 관련된 사고 이후 기분 전환을 위해 요트 인디아나 호를 타고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 선장 류자키와 선원 아즈마, 그리고 대부호 우노의 초대를 받은 여행객은 하루카 외에 골프 선수 나라이, 산부인과 의사 가지카자와, 작가 후유카와, 변호사 구제까지 모두 7명. 
그러나 이상적이어야 할 그들의 여행 첫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들의 숨겨진 악행을 폭로하는 테이프가 재생되고, 이후 한명씩 살해당하게 된다.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오마쥬했다는 작품. 작가 나쓰키 시즈코는 대표작 <W의 비극>과 아주 예전에 출간된 단편집 <천사의 방울> 등을 통해 접해보았습니다. 두 작품은 그런대로 괜찮았었죠.

그런데 이 작품은 한마디로 실망입니다. 원전의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망각하고 있거든요. 원전의 경우 미지의 인물이 법으로 재판할 수 없는 악인들을 응징한다는 설정에 더해 일반적인 추리물과는 궤를 달리하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매력 포인트였죠. "열 개의 인디언 인형" 동요와 연결되어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게 정말 섬찟했어요. 여담이지만 예전 우리나라 방송에서 각색, 방영했었을 때 "열 개의 제웅 인형" 이라는 노래로 현지화했었는데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날 정도로 무서웠었습니다. ("열 개의 제웅 들이 어쩌구저쩌구 했었네.....")
허나 이 작품은 섬 대신 대형 요트로 무대를 옮기고 등장인물도 10명에서 7명으로 줄였을 뿐 설정은 베꼈다 해도 무방하고 진행 과정은 밋밋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냥 밋밋하기만 한게 아니라 합리성도 결여되어 있어요.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고방식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부 말이죠. 여행 첫날, 승객 들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동 재생 테이프에 의해 그들 한명 한명의 악행이 폭로되는 장면부터가 그러해요. 악행 폭로 후에 그들이 하는 것이라곤 크리스티의 소설을 가지고 친 짖궂은 장난에 불과하다고 의기투합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또 실제 사건이 벌어진 후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죠. 혼자 남으면 다 죽는데 구태여 혼자 방으로 기어들어가서 죽어나가다니 이게 말이나 되나요? 당연히 생존자들끼리 조타실에 모여서 문을 잠그고 함께 있어야죠. 당직과 조타수를 빼면 바닥에서라도 자면 되고. 첫번째 피해자 나라이 사건 때만 해도 연쇄 살인극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두번째 피해자 아즈마가 발견된 시점에서는 행동을 함께 했어야 했어요.
아울러 작중 하루카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와키무라 유이치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사고사에 불과하죠. 때문에 내용에 영 몰입이 되지 않더군요. 그녀 아버지의 잘못 때문이라 하더라도 무슨 연좌제도 아니고 그녀에게 벌을 내리는 것은 말도 안되잖아요.

그나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부분은 나은 편인데 <오리엔트 특급 살인>으로 바뀌는 마지막 결말은 정말이지 가관입니다. 하루카의 아버지 오케야 세이키의 탐욕 때문에 사망한 호텔 화재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모여 복수를 위해 하루카를 자살로 몰아간다는 것이 진상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안되요. 목적이 그녀가 자살했다는게 알려지만 오케야가 죽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벌이다... 라는 것이었다면 그녀를 속여넘겨 배에 태운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거죠. 그냥 고문하고 극한의 고통을 주어 죽이고 그냥 바다에 시체를 버린 뒤 '자살했다;라고 하는 것과 차이가 없잖아요. 왜 이렇게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많이 드는 연극을 벌이는지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일본에 3대밖에 없다는 요트를 어떤 연유로 구할 수 있었는지, 하루카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고 연극을 밝혀내었다던가 지나가던 배에 구조되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등 계획에 헛점이 너무 많고 부실한 것도 단점이고요.
피해자 가족들이 범인을 가두어 놓고 연극을 벌인다는 점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가면산장 살인사건>이 떠오르는데, <가면산장...>에서는 주인공의 자유가 억압된 상태고 사람도 한명밖에 죽지 않아 연극도 손쉬웠을 뿐더러 연극의 이유도 "진짜 주인공이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알기 위해:라는 것이기에 '그나마' 납득할만 합니다만 이 작품은 정말이지 모르겠어요.
덧붙여 하루카가 결국 살아남고 아버지 오케야는 죽는다는 일종의 에필로그는 완전 사족입니다.

결론내리자면, 오마쥬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내용을 많이 베꼈을 뿐더러 원작보다 나은 점은 단 한군데도 찾아볼 수 없는 졸작이네요. 별점은 1.5점. 1점도 시원치 않지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합쳐놓은 아이디어에 별점 0.5점 얹습니다. 뭐 위에서 말씀드리듯이 좋은 결과는 아니었지만요.
엘릭시르에서 출간된 작품은 항상 응원하고 싶은데 이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운이 좋다고 생각하시고, 관심조차 두지 않으시는게 좋을거에요. 작가의 대표작도 아닌 이런 작품이 왜 번역 출간되었는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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