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데르센 동화집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이나경 옮김/현대문학 |
에오스 클래식의 완역본. 2016년 첫 리뷰네요. 딸아이가 좋아하는 "엄지공주" 등의 이야기가 원래 어떠한지 궁금하여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읽기 힘들더군요. 재미도 없고 지루한 이야기 투성이였던 탓입니다. 이야기의 완성도도 낮으며 개연성도 부족하고요. 예를 들자면 "눈의 여왕"의 경우, 겔다가 갖은 고생을 다하며 카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내용의 핵심인데, 결말은 눈의 여왕이 그냥 떠나버리고 끝입니다. 겔다와는 만나지도 않지요. 이러한 모험(?) 비스무레한 과정이 대부분 우연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대부분 공주가 어디 갔더니 왕자가 있더라는 식이거든요.
지나친 종교색도 지금 읽기에는 거슬렸고, 왠지 모르게 낡은 느낌의 문체 역시 읽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뭐 이런 단점이야 쓰여진 시기를 감안하며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동화와 거리가 있는 이야기들은 왜 이게 동화의 클래식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참혹한 이야기(예를 들자면 "분홍신"), 나쁜(?) 이야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대표적인 것은 "부시통"입니다. 눈이 큰 개 세 마리 설정은 재미있었습니다만, 약속을 어기고 마녀를 죽인 병사가 정말 나쁜 놈인데 공주를 얻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요. 마녀는 무조건 나쁜 건가?
무슨 내용인지 당쵀 알 수 없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에요. "꿋꿋한 양철 병정"이 좋은 예인데, 양철 병정이 갖은 고생을 하고 돌아온 후 그냥 불에 녹아버린다, 이게 어떻게 동화가 되는지 정말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주 건질 게 없지는 않습니다.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이야기의 오리지널 풀 버전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니까요.
또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은데 "인어공주"에서 거품이 된 인어공주가 천국까지 300년이 걸리는데, 착한 아이를 발견할 때마다 1년씩 줄여준다는 결말이 대표적입니다. 아이들이 아주 절망하지 않고 착하게 살게 만드는 적절한 동화스러운 결말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눈의 여왕"은 읽고 나서 예전에 감상했던 러시아산 애니메이션이 비교적 원작을 충실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놀랐고요.
허나 이 정도로 점수를 주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오리지널, 원전으로서의 가치 외에 현대에 먹히지 않는 이야기들로 뭔가 교훈을 준다던가,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재미라도 줘야 하는데 지루함 말고는 별다른 가치를 찾기 어렵네요. 예쁜 디자인,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약간의 장점에 0.5점 더 얹어 별점은 1.5점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