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주신 분들께 안내드립니다.

2014/08/28

14시즌 베어스는 끝났습니다.

14년 베어스 전망 및 바램

작년 말 이런 글을 남겼었는데, 올 시즌은 역시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도 더 좋지 않게 진행되었습니다.
작년에 예상했던 14년 두산 베어스 대비 현재 엔트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작년 예상이 파란색, 현재가 빨간색입니다.

  • 투수진 (12)
    • 선발 : 니퍼트, 외국인 - 볼스테드 (Out) - 마야 (In), 노경은, 유희관, 이용찬 - 정대현
    • 중간 : 오현택, 홍상삼 (Out), 윤명준, 이현승, 함덕주, 정재훈, 변진수
    • 마무리 : 윤명준 - 이용찬
    • 예비군 : 이재우 (Out)
  • 야수 (14)
    • 포수 : 양의지, 최재훈
    • 내야수 : 오재일 (Out) - 칸투 (1), 오재원 (2), 김재호 (유), 이원석 (Out), 허경민, 최주환
    • 외야수 : 김현수, 민병헌, 정수빈, 장기영 (Out), 박건우
    • 지명 : 홍성흔
    • + 경기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고영민, 김진형

이렇게 1군 엔트리를 꾸리고 있습니다. 몇몇 새로운 이름이 보이지만, 부상으로 빠진 선수를 제외하면 예상과 큰 차이는 없군요. 그래서 작년에도 올해 베어스의 목표는 ‘우승’이 아닌 ‘버티기’라고 봤었습니다. 아무래도 젊고 저렴한 팀을 지향하고 있었으니까요. 2차 드래프트에서도 노장들이 대거 팀을 옮기게 되었고요.

그러나 작년 대비 투수진만큼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누가 뭐래도 분명한 전력인 이현승, 이용찬, 정재훈 선수가 정상적인 몸 상태로 복귀했고, 크리스 볼스테드 선수도 비록 짐을 싸긴 했지만 작년의 두 번째 외국인 투수보다는 확실히 좋은 선수였으니까요. 떠난 투수 중 실제 전력에 도움이 되었을 만한 선수는 김상현 뿐입니다. 때문에 기존 전력을 유지한 타선에 강해진 투수력으로 충분히 승부를 걸 만한 시즌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제의 패배로 6위. 4위가 가시권이라고는 해도, 현재 두산의 모습으로는 4위보다 7위나 8위가 더 가까운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당장은 코칭스태프의 잘못이 크겠죠. 지난 겨울 훈련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2년간 국내 최고의 우완 중 한 명이었던 노경은 선수가 거의 이닝당 1점씩 실점하는 방어율을 기록하며 몰락한 것, 출석체크 하듯 등판하며 구위 저하 및 자신감 상실을 보인 오현택, 윤명준, 이현승 선수의 부진이 과연 김진욱 감독-정명원 코치 체제에서도 벌어졌을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여기에 유희관 선수가 시즌 중반 슬럼프에 빠졌을 때 아무런 대처가 없던 점, 시즌 중엔 쓸 만했던 홍상삼 선수는 물론 1차 지명 신인, 군 제대 중고 신인, 재활 중인 선수들 중 그 누구도 투수진에 보탬이 되지 않은 것 역시 코칭스태프 책임입니다. 그나마 함덕주 선수만 반갑네요.

김진욱 감독이 욕을 많이 먹긴 했지만, 두산 투수진을 재건한 데에는 분명히 공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유산을, 그것도 이자까지 쳐서 받았는데 한 시즌도 못 가 무너뜨리다니 정말 어이없습니다.

이러한 투수진 붕괴에 더해 타선도 문제가 많습니다. 지표상으로는 포지션별로 리그 중간 이상은 하고 있지만, 준수한 포수인 최재훈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오재일 선수를 대수비 전문 반쪽짜리 선수로 만든 점 등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은 코칭스태프가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누구나 터질 거라 예상했던 박건우 선수가 시즌 말 20인 엔트리에 들지 못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한 점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이러한 코칭스태프를 구성한 건 다름 아닌 프런트입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프런트. 누가 뭐래도 프런트입니다. 작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김진욱 감독의 운영을 100% 찬성하진 않지만 노경은, 홍상삼 선수를 사람 만든 공로나 불펜 혹사 없이 성과를 낸 점은 지지할 만했고, 한국시리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 더 나은 성과를 낼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섣부른 경질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설펐던 트레이드가 부메랑이 된 것도 프런트 책임입니다. 홍성흔 선수가 좋은 선수이긴 했지만, 1년 뒤 최준석이라는 대체자를 아무런 출혈 없이 얻을 수 있었는데도 굳이 영입했던 점, 결국 주전 중심으로 운용할 거면서 외야수가 없다고 윤석민 선수를 트레이드한 점, 남들은 잘만 써먹는 노장 불펜 영입조차 시도하지 않은 것 모두 프런트의 실책이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베어스 몰락 책임의 거의 전부는 진두지휘한 프런트가 져야 합니다. 그게 팬들에 대한 올바른 자세입니다.

올 시즌은 이제 더 이상 야구를 진득하게 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프런트 및 코칭스태프 정리라는 기쁜 소식이나 빨리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기적적으로 4강 막차를 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볼 생각은 없어요. 이대로라면 제2의 베어스 암흑기가 머지않은 듯... 아니,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4/08/27

제2차세계대전의 에이스들 - 김진영 : 별점 2점

제2차세계대전의 에이스들 - 4점
김진영 지음/가람기획

"연합함대"로 접해보았던, 출판사 가람기획의 세계전사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제목 그대로 제2차 세계대전 중 각국의 에이스들 - 독일 에이스 6명, 영국 에이스 6명, 미국 에이스 3명, 일본, 소련, 핀란드 각 1명 - 18명이 소개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저술되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절반 이상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와 흡사합니다. 특히 독일군 에이스들 이야기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에리히 하르트만이나 아돌프 갈란드, 아프리카의 별 한스 요하임 마르세유, 발터 노보트니 등은 다양한 관련 서적은 물론, 나무위키를 통해 더 자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분량도 한 편 씩 웹진에 소개될 정도의 분량에 불과해서 그다지 상세하지도 않고요. 전투 기술에 대한 묘사보다는 인간적인 고뇌와 같은 디테일이 살아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워낙 많은 인물이 소개되는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적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격추 대수가 200대를 넘었던 슈퍼 에이스 중 한 명이었던 헤르만 그라프는 독일 패망 후 소련에서 포로 생활을 하던 중 공산주의자가 되겠다고 하여 소련의 선전 활동에 이용되었고, 결국 귀국은 일찍 했지만 ‘배신자’라는 낙인을 극복하지 못한 채 용접공으로 여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만화 "수리부엉이"에도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했었죠. (인터넷에 자세한 글이 있긴 한데, 이 책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여 퍼온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상대적으로 유명한 독일군 에이스들에 비해 영국과 미국의 에이스들은 아무래도 격추 대수가 독일군에 비하면 부족하고 인기도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는 비슷한 비중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내용도 꽤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영국의 전투기 무장사 출신으로 비교적 많은 나이에 기량이 만개하여 28기의 일본기를 격추한 프랭크 캐리, 38기의 독일기를 격추하고 전후 영국군 부원수 자리에까지 올랐던 쟈니 존슨 등이 그러합니다. 에이스들의 전투 상황에 대한 상세한 증언도 아주 좋았습니다. "스핏파이어로 고도 4000미터에 도달한 뒤 슈퍼차저를 켜 속도를 올려 적기의 꽁무니를 따돌릴 수 있었다"는 식의 구체적인 장면 묘사처럼요.

이렇게 장점이 업지는 않지만 그래도 별점은 2점입니다. 절반 가량이 인터넷 등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라는 단점이 너무 크네요. 물론 이 책이 원전 중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독보적인 무언가가 있지는 않으며, 위인전으로 보기에도, 미시사 서적으로 보기에도, 전사로 보기에도 애매하다는 점도 감점 요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 가져볼 만하겠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굳이 읽어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2014/08/25

바텐더 1~21 - 조 아라키, 나가토모 겐지 : 별점 2.5점

바텐더 Bartender 21 - 6점
조 아라키 지음, 나가토모 겐지 그림/학산문화사(만화)

"바텐더" - 조 아라키 원작 / 나가토모 켄지 그림

몰랐었는데 이 만화도 완결되었군요. 주말에 몰아서 완독하였습니다.

작품은 크게 주인공 "신의 글라스" 류가 여러 바를 떠돌아다니며 용병생활을 하는 전반부, 호텔 카디널의 바 이덴홀에서 근무하는 중반부, 그리고 독립하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바를 찾은 손님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전개이죠.

요리만화 스타일의 배틀이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거의 없고, 바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최고의 한 잔을 대접한다는 치유물 계열의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주인공이 천재라는 점만 빼면 "심야식당"과 비슷한 분위기지요. 이러한 이야기 특성상 주인공 사사쿠라 류보다는 손님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인게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가와가미 쿄코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연히 바를 찾은 첫사랑에게 고백을 결심하지만 그가 약혼자와 함께 나타나자 "라스트 키스"라는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에피소드(내내, 내내,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또 그녀가 어머니를 급작스럽게 잃은 뒤 바텐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핑크 리본"이라는 칵테일을 만드는 에피소드가 좋았어요.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작품의 히로인은 미와가 아니라 쿄코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명언이 등장하는 것도 명언 덕후로서 마음에 들었고요.

그러나 아쉽게도 쿠루시마 타이조가 죽은 뒤 류가 독립하게 되기까지를 그리는 후반부는 재미가 떨어집니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인 치유물 분위기가 희석되고, 류의 제자인 와쿠이 츠바사의 성장기와 독립 준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배틀이 중심이 되는 탓입니다. 차라리 쿠루시마 미와와의 관계를 좀 더 진전시키거나, 아니면 ‘미스터 퍼펙트’와의 최종 결전과 같은 빅 이벤트로 마무리했더라면 임팩트는 더 있었을 텐데 이도저도 아니라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새로 오픈한 이덴홀을 중심으로 이전처럼 끌고 갈 수도 있었을 텐데,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절히 마무리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네요. 재미고 뭐고 다 없어진 채 좀비처럼 연명하는 일부 만화들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그래서 제 별점은 2.5점입ㄴ비다. 후반부 이야기는 맥이 좀 빠지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하면서도 푸근한, 그러면서도 칵테일 한 잔을 마시고 싶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2014/08/22

과학편집광의 비밀서재 - 릭 바이어 / 오공훈 : 별점 2.5점

과학편집광의 비밀서재 - 6점
릭 바이어 지음, 오공훈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과학자들의 비밀스러운 작업이 연상되는 제목과는 다르게, "발견과 발명"에 대해 다루고 있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그리스의 헤론,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같은 발견도 일부 실려 있지만, 90% 이상이 발명과 특허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다기보다는 순전한 '재미'로 선정된 것들도 제법 많은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독서에서 재미를 중시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발명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워낙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어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흥미로웠던 부분만 소개해 봅니다.

유명인들의 발명을 소개하는 항목에서는 링컨이 출원한 특허가 재미있었습니다. 모래톱에 올라간 배를 쉽게 뜨게 만드는 것이라는데, 실용적이지는 않았지만 정말 성공했다면 ‘대통령 링컨’이 아닌 ‘발명가 링컨’으로 더 알려졌을지도 모릅니다. 성공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링컨으로서는 다행이었겠네요.

지금은 굉장히 유명한 발명품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는 친숙한 물건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우리가 겨울에 쓰는 방한용 귀마개는 1873년 미국 메인주 파밍턴 출신의 15세 소년 체스터 그린우드가 발명하여 특허 출원했고, 19세가 되던 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여 큰 부를 이루었다고 합니다(그가 죽을 때 연간 30만 개의 귀마개를 생산). 브랜드명은 "챔피언 귀마개"(champion ear protector)라고 하고요. 백 년이 넘은 유서 깊은 발명품인데, 이것도 특허가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수정액, 이른바 ‘화이트’ 발명 관련 이야기도 흥미로왔습니다. 타자 실수가 잦았던 비서 베트 그레이엄의 발명으로, 그녀는 이것을 리퀴드 페이퍼라 이름 붙여 판매해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아들 마이클 네스미스는 60년대를 풍미했던 팝밴드 몽키스의 멤버였다고 하니 참으로 복받은 가족이네요.

복사기 발명은 지금도 유명한 제록스(Xerox)의 창업담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체스터 칼슨이 1938년 최초로 건식복사에 성공한 뒤 할로이드사가 이 아이디어를 사들였고, 홍보를 위해 그리스어 '건조한'이라는 의미의 xeros와 '그리다'라는 의미의 graphos를 합쳐 '제로그라피'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회사 이름도 제록스로 바꾸고 최초의 복사기 모델 A를 1949년에 출시하며 지금의 제록스가 탄생했다고 하네요.

우연한 발명품을 소개한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공감미료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사카린과 아스파탐의 발견이 순전한 우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거든요. 물론 우연이라도 이상한 점을 감지하고, 그 이유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우연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을 기회로 바꾸는 데는 분명한 능력이 필요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실패한 발명가들의 이야기는 꽤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고무맨 굿이어는 이 바닥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하더군요. 무려 5년간 가난과 싸우며, 가족까지 잃어가며 ‘가황’이라는 고무 강화 방법을 찾아냈지만 가난 탓에 특허권을 매각한 뒤 셋집에서 20만 달러나 되는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지금의 "굿이어" 타이어 사명으로라도 이름이 남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말 안타까운 인생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귀마개 하나로 부자가 되고, 누군가는 평생을 바쳐도 실패하는 게 현실이겠죠. 역시 세상은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도 있는 법입니다.

여튼, 이러한 많은 재미난 발견과 발명 관련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책입니다. 각 이야기별 분량도 세~네 페이지 정도로 짧아서 심심풀이 삼아 읽기 딱 좋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4/08/20

다빈치의 부엌 - 데이브 드위트 / 김지선 : 별점 2.5점

다빈치의 부엌 - 6점
데이브 드위트 지음, 김지선 옮김/빅하우스

요새 너무 바빠서 블로깅할 시간도 별로 없네요. 오랫만에 리뷰 남깁니다.

이 책은 다 빈치의 노트 및 해당 시기의 여러 가지 기록을 통해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탐구하는 미시사 서적입니다. 다 빈치의 삶과 그의 노트 속 요리가 중요하게 등장한다는 점에서 약간 "접시 위에 놓은 이야기 : 카사노바의 맛있는 유혹"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단순히 특정 인물의 삶과 특정 요리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전반적인 음식 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훨씬 방대하고 복잡한 책이라는 뜻입니다.

목차별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첫 번째 "음식 르네상스"는 새로운 요리들이 어디서 어떻게 전래되었으며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알려주는 전체 조망 항목입니다. 후추와 향신료들을 사용한 이유(후추는 의약품으로도 사용되었기 때문)와 그 때문에 변한 맛, 그리고 "거대한 존재의 사슬"이라는 르네상스의 지식관을 바탕으로 한 식재료 분류 같은 것은 상당히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거대한 존재의 사슬"은 일종의 등급표인데 양파 같은 구근식물은 최하등급이고, 신 바로 아래에 있는 불의 범주인 불사조가 최상등급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른 식재료 순서는 돼지 - 양 - 쇠고기 - 송아지 고기 순서이며, 새들은 모든 동물 중 가장 윗자리로 오리와 거위 - 닭 - 일반 조류 순서라고 하네요. 이 기준이면 치킨은 상당히 상위권 음식이군요. 참새구이는 불사조 바로 아래고!

두 번째 "최초의 요리왕"은 당대 이탈리아에서 ‘요리왕’이라고 불렸던 마르티노의 요리책 "조리의 기술"에 실린 레시피가 중심인 항목입니다. 이후 르네상스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바르톨로메오 스카피의 요리책 "오페라"까지 소개됩니다. 암살을 막기 위한 연회의 구성까지 실려 있는 등 당대 문화를 잘 반영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번째 "리조토, 마카로니, 설탕의 나라"에서는 제목 그대로 지금도 이탈리아 요리를 대표하는 리조토, 마카로니의 역사와 설탕을 이용한 요리들이 소개되고요.

네 번째 "화덕에서 주방까지"에서는 당대 주방의 모습과 주방에서 사용되었던 여러 가지 기구들이 등장하며, 다섯 번째 "다 빈치의 부엌"은 다 빈치가 고안한 주방기구 설명에 이어 다 빈치가 실제로 어떤 것을 먹었는지에 대해 추리하는 내용입니다. 다 빈치가 당시에 어떻게 살았는지가 함께 설명되기 때문에 책의 제목에서 기대했던 내용과는 가장 잘 맞는 항목이었다 생각되네요.

여섯 번째 "환상적인 연회들"은 르네상스 시대 초기를 빛냈던 화려한 연회들과 연회에 올라간 음식들이, 마지막 "세계 최고의 요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줍니다. 이탈리아 요리의 르네상스를 다룬 책의 목차 순서로 아주 적절했다 생각됩니다.

내용도 재미있는데, 당대의 책들에서 가져온 참고용 도판과 레시피도 충실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현대에도 재현할 수 있도록 일종의 대체 재료 및 현대 기준에 맞춰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해 먹어도 충분히 맛있을 것 같더군요. 개중 가장 간단할 것 같은 다 빈치의 샐러드 드레싱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선한 이탈리아 파슬리 10작은술 (간 것), 신선한 스피어민트 1작은술 (간 것), 신선한 타임 1작은술 (간 것), 올리브유 3/4컵, 와인식초 1/4컵, 소금과 새로 간 후추 (맛내기용)를 더해 1컵으로 만들면 된다'고 하니 참 쉽죠?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우선 목차가 시기나 주제별로 잘 정리된 느낌은 아닙니다. 또 제목과 다르게 다 빈치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기대와 달랐고요.
그래도 르네상스 초기 음식 역사에 대해서는 확실히 짚어줄 뿐더러 내용도 꽤 재미있는 편이라 음식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긴 합니다. 책도 상당히 예쁘게 나온 만큼 소장용으로도 괜찮거든요. 별점은 2.5점입니다. 

2014/08/15

한국음식문화박물지 - 황교익 : 별점 2.5점

한국음식문화박물지 - 6점
황교익 지음/따비

한국 음식 컬럼니스트로 유명한 황교익씨의 컬럼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여러 가지 한국 음식을 되돌아보고 그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들로 이것저것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의 블로그에서 익히 보아왔던 독설들이 가득해서 쉽게 익숙해지지는 않더군요. 저자의 주장도 좀 센 편이고요. 또 수긍하기 어려운 내용도 제법 되는 편입니다. 대표적인 예는 진상품 마케팅에 대한 것입니다. 진상품은 수탈의 역사이니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 게 못 되며, 조상이 당한 수탈을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 근대적 시민의식이 없다는 비판입니다. 수탈이건 뭐건 지금은 마케팅 키워드일 뿐인데 그리 큰 의미를 두는게 맞을까요? 이런 논리면 성 같은 문화재도 다 부역으로 만든 것으로 수탈의 역사이니 자랑할 게 아닙니다. 또 진상품이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인정받았다는 충분한 증거는 됩니다. 가치가 폄하될 이유는 없어요.
또 815콜라가 실패한 이유를 코카콜라의 혼란 마케팅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와닿지 않았습니다. 저도 해태콜라와 815콜라를 다 먹어본 세대인데,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확연히 맛이 없었습니다. 맛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아무리 마케팅을 해도 맛이 없으면 안 되는 게 이쪽 시장의 진리라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죠. 그렇게나 엄청나게 마케팅해댔던 뉴코크, 체리코크가 지금 없어진 것처럼요. 그 외에 찜닭은 맛이 없다는 것 역시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고요.

그래도 새롭게 알게 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이천쌀이 유명한 것은 진상품이었기 때문인데 진상된 이유가 맛 때문이 아니라는건 처음 알았네요. 이천 토종쌀 중 자채벼라는 품종이 한반도에서 가장 일찍 수확되는데, 조선 왕가가 처음 수확된 쌀로 제사지내기 위해 종묘에 바친게 이천 진상미의 근원이라거든요. 일종의 보졸레누보 같은 거랄까요? 지금은 재배되지 않는다고 하니 약간 아쉽네요.
그리고 설하멱이라는 조선시대 음식이 불고기의 원형일 수 있는데, 레시피는 고기를 두드려 연하게 한 뒤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굽다가 구우면서 물에 담그기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겉이 타지 않게 하면서 속까지 익히려는 의도인데, 중국, 중앙아시아의 샤슬릭과 비슷한 것으로 설하멱이 샤슬릭의 음차어일 수도 있다는 발상은 아주 괜찮았습니다.
한국의 닭은 외래종이 대부분으로 이 닭고기는 구이나 튀김에 맞아 백숙이나 탕 등을 하면 맛이 많이 빌 수 있다는 것도 그럴듯했고요.

무엇보다도 항상 궁금했었던, 한국 달걀이 갈색인 이유를 처음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원래 산란계는 백색과 갈색이 있는데, 한국에서만 유독 갈색 산란계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90년대 업자들이 갈색 달걀을 토종닭 달걀인 듯 홍보한 탓이고요. 생산성이 떨어지면 토종닭이라고 속여 파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백색 산란계가 사료 효율도 좋고 질병에도 강하다 하니 조금 안타까운 현실이군요. 우리의 토종 음식 집착이 이런 비효율적이며 비합리적인 현상을 낳은 것도 씁쓸합니다. 여튼, 이제부터 같은 값이면 흰 달걀을 사야겠습니다.

그 외에도 꿀꿀이죽, 유엔탕이 존슨탕이 된 것은 66년 미국 존슨 대통령의 방한 때문이라는 것, 광고로도 유명한 수미감자가 현재 한국 감자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삶으면 찐득해지는 점질감자라 식감이 떨어진다는 것(어쩐지 옛날보다 삶은 감자가 맛이 없더라니!) 같은 재미난 이야기도 많고, 파스타는 이탈리아의 대중음식으로 누구나 대충 요리해 먹는 음식일 뿐인데 외국물 먹은 요리사들에 의해 허영심이나 채우는 음식으로 전락했다는 수긍할 만한 주장도 좋았습니다. 파스타는 "맛의 달인"에서는 전채일 뿐이라 묘사되고, 얼마 전 읽었던 야마자키 마리의 만화에서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음식으로 나오는데 정말 포지셔닝이 오버스럽기는 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별점은 2.5점. 너무 강한 주장 탓에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는데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많은 것은 분명한 만큼 한국 음식에 관심 많으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014/08/12

식사는 하셨어요? Buonappetito! - 야마자키 마리 : 별점 3점

식사는 하셨어요? Buonappetito! - 6점
야마자키 마리 지음/애니북스

테르마에 로마에로 대박을 친 작가 야마자키 마리의 일상계 요리만화. 작가의 이탈리아 유학시절과 결혼 후 이탈리아, 포르투칼을 오가며 살고 있는 삶에서 벌어졌던 일화들과 함께 여러가지 요리들을 즐겁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대가 무대인지라 거의 전부 이탈리아 요리인데, 정작 만화는 "나폴리탄 스파게티"로 시작되는게 특이했습니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사무라 히로아키의 "이사", 츠치야마 시게루의 "대결! 궁극의 맛"에서는 별볼일 없는 요리로 묘사되었었는데, 야마자키 마리는 추억 보정 덕분에 의외로 맛있는 요리였다고 소개합니다. 심지어 무대가 이탈리아임에도 불구하고! 요리에 케찹을 사용하는 것은 사도라고 비난하던 나폴리 출신 룸메이트 티나조차도 먹어보고 맛있다고 했다니 뭐 말 다 했죠. 맛이라는건 역시나 국경이 없나 봅니다.

그 외의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들을 적절한 이야기들로 재미나게 풀어나갑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 환상의 요리였던 "곰 세마리"의 곰의 수프, "하이디"의 흰빵을 이야기하다가 알프스에서 빵으로 만든 완자를 넣고 끓인 수프 카네데를리를 소개하는 식이지요. 또 포르투칼인이 아리가토의 어원이 포르투칼어 오브리가도라고 이야기하며 뻐긴다던가(땡큐라는 뜻이니 정말일지도?), 열정적인 이탈리아인이 더 큰 열정을 찾아 방문하는 나라 no.1이 브라질이라는 일종의 지역특화된 개그도 재미있었어요. 시어머니를 조금 과격하게 묘사한 감이 있는데, 어딜가나 며느리들 생각은 다 똑같은가 싶어서 괜시래 웃기기도 했고요.

아울러 에피소드 말미에 등장했던 요리들 레시피를 짤막하게나마 실어주는 것도 아주 좋았습니다. 물론 집에서 과연 해 먹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게 많지만 그래도 고학생의 상징으로 묘사된 야채 미네스트로네는 시도해볼만 하겠더라고요. 샐러리, 토마토, 양파, 당근, 감자, 시금치에 까치콩은 모르겠지만 올리브오일과 물, 스톡이 재료의 전부이며 냄비에 오일 두르고 양파를 살짝 볶다가 나머지 채소와 물만 넣고 끓이면 끝이니까요.
앞서 소개드린 하이디의 빵과 곰 수프가 결합된 카네데를리 역시 굉장히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욕심이 납니다. 생햄이 필요한데, 베이컨으로 대체해서 도전해볼까합니다. 나도 곰의 수프를 먹어보고 싶다고!

여튼. 다른 일상계 요리만화와는 다르게 이탈리아 요리가 소개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테르마에 로마에"만큼은 아니지만 작가 특유의 센스도 마음에 들어서 별점은 3점입니다. 그림도 괜찮은 만큼, 이런 류의 만화를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2014/08/11

사망 추정 시각 - 사쿠 다쓰키 / 이수미 : 별점 3점

사망 추정 시각 - 6점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소담출판사

지역 유지 와타나베 쓰네조의 외동딸 미카가 유괴당한 뒤, 1억원의 몸값을 요구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은 치밀한 범인의 계획 때문에 몸값을 잃을까 우려하여 몸값 전달을 포기했다.
그러나 곧바로 미카의 시체가 발견되어 경찰은 수사상의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한 비난 위기에 직면했고, 특히 현경의 모리타 본부장은 쓰네조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왔기 때문에 더욱 심한 압박을 받았다. 그래서 경찰은 사망 추정 시각에 대한 검시 조서를 조작했다. 동네 건달 쇼지를 범인으로 날조하기 위해서였다....

잘 몰랐던 작가의 신선한 법정물. 작품은 크게 세 부분 - 미카 사건의 상세한 수사과정이 펼쳐지는 초반부, 시체 근처의 지갑에서 돈을 훔친 뒤 시체를 발견하고 도망간 동네건달 고바야시 쇼지를 범인으로 날조하는 과정이 그려지는 중반부, 가와이 도모아키 변호사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쇼지의 국선 변호인으로 임명된 뒤 조사해본 기록들을 통해 쇼지가 진범이 아님을 확신하고 항소심에 임하는 후반부 -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법조인 출신이라는 작가의 이력다운 디테일이 제일 큰 장점입니다. 이는 작품을 읽는 내내 강하게 독자를 몰입하게 만듭니다. 특히 쇼지에게 누명을 씌우는 수사기관의 조작 과정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본부장 이하 모든 담당자가 어떻게든 쇼지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날조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기 때문인데, 이후 가와이 변호사가 그 헛점을 여러개 눈치챌 정도로 허술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정말 이 정도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면 그 누구도 쉽게 빠져나갈 수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그야말로 천라지망이랄까요. 우리 나라에서도 검찰, 경찰때문에 실형을 선고받은 뒤 무죄가 된 실제 사례가 몇 건 있었기에 남의 일 같지 않기도 했고요. 바로 얼마 전에도 "친딸 살해 누명을 20년만에 벗어났다"는 뉴스가 떴었지요.

이외에도 유괴범이 몸값을 받아내려는 작전도 추리적으로 꽤 괜찮았고, 이후 가와이 변호사가 항소를 준비하고 법정에서 승부를 벌이는 후반부는 법정물의 모범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긴박감이 잘 살아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첫번째는 촌동네이고 동네 건달을 상대로 했다 하더라도, 조작 수사 과정은 지나쳤습니다. 인권을 무시한 강요된 수사로 미란다 원칙에 대한 설명도 없고, 변호사도 없는 상태에서 밤을 세워가면서 폭력으로 진술을 얻어낸다는건 작품의 무대인 2001년에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돼잖아요? 이게 20세기 초중반, 아니 한 80년대만 되도 그러려니 했을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초반부터 와타나베 쓰네조는 범인을 이미 짐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유력한 용의자의 이름을 초반에 대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만, 딸은 금지옥엽처럼 귀하게 키웠을 뿐더러 자신의 적은 가차없이 부숴버리는 냉혈한으로 묘사되니까요. 딸이 죽은 다음에 모든 활력을 잃었다고는 해도, 최소한 복수는 했을 것 같은 인물이라 이상했어요. 범인이 유카를 죽인 이유도 솔직히 잘 와닿지 않았고요.

마지막으로 가와이 변호사의 노력은 항소재판은 속심이 아니라 사후심이라는 것, 즉 1심 판결이 타당하다는 재판장의 논리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끝나는데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경찰 수사의 왜곡이야 본부장이 검은 돈을 받은 것이 원인이라는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법부가, 그것도 현장과 떨어진 도쿄에서의 재판이 이렇게까지 대충 이루어진다는게 말이 될까요?

무엇보다도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고 쇼지의 누명 역시 벗겨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작품이 약간 모호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품의 가장 특이한 점이기도 한 부분인데, 제게는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범인도 멀쩡히 있고, 쇼지는 누명을 쓴 채 무기징역인데 가와이 변호사 혼자 사법제도의 모순을 깨닫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라는 식으로 끝맺으니 맥이 빠질 수 밖에요. 뭐 논픽션, 르포르타쥬 수준의 사회 고발성 강한 작품으로 본다면 큰 단점은 아니긴 합니다. 현실적이기도 할테고요. 그러나 하나의 완성된 소설로 보기에는 미완성인 결말로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단점이 없지는 않으나 신사회파라는 홍보문구에는 걸맞게 이 사회의(특히 사법제도) 모순, 부조리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별점은 3점입니다. 재미 또한 별로 빠지지 않는 만큼 법정물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추천 드립니다.

2014/08/07

맨발의 청춘 - 후지와라 신지 / 김현영 : 별점 1.5점

맨발의 청춘 - 4점
후지와라 신지 지음, 김현영 옮김/눈과마음(스쿨타운)

제목 그대로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희대의 표절작 "맨발의 청춘"의 원작인 표제작 외 9편, 총 10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입니다. 50~60년대를 무대로 하여 힘들고 아픈, 심리적으로 연약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많은데, 이색적인 문체와 분위기는 제법 인상적입니다. 2차대전 직전, 직후의 생활상, 시대상에 대한 묘사도 괜찮고요.

그러나 지금 읽기에는 너무 낡아빠진 고색창연한 설정이 가득하며, 등장인물과 내용이 대체로 비슷하다는 단점이 너무 큽니다. 전개도 급하게 정리 후 마무리되는게 많고요. 이는 제대로 된 작품이 아닌 요약된 시놉시스를 보는 느낌을 전해 주어서, 짤막한 작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읽는게 힘들었습니다. 작가의 유명세와 수상 경력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부실했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1.5점.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많았던 작품이기에 완독했다는 기쁨은 있지만 딱히 구해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Oldies이기는 하지만 Goodies는 아니었습니다.

10편 중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던 3편을 짤막하게 소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무정한 여자"

1952년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남편이 있는 술집 여자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땅끝까지 걸어갈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다"라는 묘사로 자뭇 웅장한 맛까지 느껴지는데, 솔직히 나오키 상을 탈 수준의 작품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하지만, 교도소에서 곧 출옥할 남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신을 떠납니다.. 라는 너무너무너무나 낡아빠진 설정 탓입니다. 지금 읽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습니다.

"맨발의 청춘"

원제는 "진흙투성이의 순정". 수록작 중 거의 유일하게 순정파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입니다. 야쿠자 꼬붕 겐이 우연히 구해준 재벌이자 화족의 딸 마사미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죠. 당연히 영화하고도 거의 똑같습니다. 너무나도 전형적이라서 지금 읽으니 솔직히 좀 웃기더군요. 그래도 "동반 자살한 여자는 완전한 처녀의 몸이었다"라는 마지막의 약간의 반전에는 좀 놀랐습니다. 그야말로 플라토닉 러브였네요.

"잘가요"

가정이 있는 여자와 남자의 짤막한 일탈을 다룬 작품인데 내용과 전개 모두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불륜이라는 감정에 휩싸이는 과정이 상세한 심리묘사로 잘 그려지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마무리까지 제법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하나만큼은 시간이 흘렀어도 기본적인 작품 내의 설정이나 감정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2014/08/06

중국역사 암호 44 - 허이 / 서아담 : 별점 2.5점

중국역사 암호 44 - 6점
허이 지음, 서아담 옮김/은행나무

중국 5천년 역사에서 유독 호기심을 자아낸 44개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 "중국사의 숨겨진 이야기" 와 거의 동일한 구성으로, 깊이 있는 역사책이라기보다는 가십거리를 모아놓은 잡지책 같은 느낌입니다. 덕분에 가볍게 편한 마음으로 한두 개씩 읽어나가기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44개나 되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지만 각 이야기마다 10페이지 정도로 짤막하게 정리된 점도 좋았고, 내용도 흥미로운 것이 많았고요.

다만 역사 속 수수께끼에 대해 명확하게 결론 내리지 못한 것도 있으며, 저자의 의견보다는 학계의 이론을 정리한 데 그친다는 뚜렷한 한계는 단점입니다. 

그래도 재미 자체는 부인하기 어려운 만큼 별점은 2.5점입니다. 역사 속의 미스테리 라는 주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절대적인 갯수가 많아서 모든 내용을 요약하기는 어려우니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것 몇 개만 아래에 소개해 드립니다.

"누구도 찾지 못하는 칭기즈칸의 무덤"

칭기즈칸의 무덤을 아직 아무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전 세계를 뒤흔든 대제국의 창시자 무덤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니 의외였어요. 저는 당연히 어딘가에 위치했는데, 이미 도굴되었을 줄 알았거든요. 칭기즈칸뿐만 아니라 다른 원나라 황제의 무덤도 전부 밀장되어서 하나도 밝혀진 게 없다는데, 언젠가는 발견되어 부장품이 공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갈량이 만든 목우와 유마는 무엇일까"

영화 "모험왕"에서는 거대한 기계장치처럼 등장했었지요. 여러 설이 있지만 결국 일륜차 혹은 삼륜차였을거라고 하네요. "사람은 별로 힘들지 않고 소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는 표현 때문에 자동 기계가 아닐까?라는 상상도 가능하지만, 시대가 시대인만큼 이는 과장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실제로는 인력으로 움직이는 장치였을거라는데 동의합니다.

"거란족의 '집단 실종' 미스터리"

한때 대륙을 호령했던 거란족이 명대 이후 집단적으로 사라졌는데, 이유에 대해 사학계에서 말하는 세 가지 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다른 민족에 융합되었을 것
  • 둘째, 서요 멸망 후 이란으로 이동해 이슬람화된 민족이 되었을 가능성
  • 셋째, 몽골과 금의 전쟁 시기에 흩어졌을 가능성. 

입니다. 그리고 다우르족 이라는 유목 민족이나, 운남성에서 거란문자를 쓰며 자신들을 "본인"이라 부르는 집단이 거란족의 후예일 수도 있다고 하고요. DNA 비교 결과 다우르족이 거란족과 가장 유사하며, "본인"도 부계 혈통이 유사하다는 점이 밝혀졌다는데, 앞으로의 연구를 기대해 봅니다.

"전국 옥새는 어디로 사라졌나"

진시황이 화씨벽으로 만든 전국 옥새는 여러 왕조의 흥망을 함께하다가 명 건국 초기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는 파괴되었다고 했는데, 대만 고궁박물원에 있다는 설도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부인되고 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실물을 꼭 보고 싶은 유물 중 하나입니다.

"명대 북경에서 일어난 대폭발의 정체"

명나라 때 실제로 발생한 엄청난 대폭발 사건. 수많은 사망자와 실종자가 있었고, 시체들은 옷이 벗겨진 채 발견되었으나 화염의 흔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 진상이 궁금할 뿐입니다.

2014/08/05

만화가 상경기 - 사이바라 리에코 / 김동욱 : 별점 3점

만화가 상경기 - 6점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동욱 옮김/에이케이(AK)

처절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개그 만화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성격의 작품입니다. 저자인 사이바라 리에코가 도쿄 상경 후 만화가가 되기 이전까지의 가난하고 비참했던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는데, 상당히 깨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만화가가 나오는 만화"는 다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생각에 여전한 확신을 갖게 해 줍니다.

성격, 쉽게 그린 듯한(그러나 사실 정말 잘 그린 그림입니다) 작화, 그리고 일상적인 분위기는 "자학의 시"가 연상되는데 차이점이라면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이지요. 같은 성격의 자전적 이야기인 "실종일기"와 비교하면 놓여진 상황이 더욱 처절하고요. 아울러 미니스커트 클럽에서 호스티스로 일했던 경험담은 신조 마유의 "바보도 따라할 수 있는 만화교실"이 살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다만 신조 마유는 화려한 밤문화 생활을 영위했던 것에 반해(지명 넘버 원이었다고 했던가...), 사이바라 리에코는 이보다 더 막장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어렵게 보냈다는 차이점이 있지만요.
하여튼, "만화의 시간"에서 이시카와 쥰이 말했던 '파란만장한 인생 경험은 만화가에게 굉장히 큰 무기'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삶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잠깐 조사해보니 원래 가정도 만만치 않은 환경이었더군요. 학대를 받은게 아니라는건 좀 다행이긴 합니다만.

그러나 너무 처절하고 우울하다 보니 개그만화라는데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할지도 감을 잡기 어려웠고, 어렵던 생활을 청산하는 과정이 너무 쉽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데뷔까지는 어렵지만 일단 작품이 실리기 시작하니 이후는 일사천리였다는 식이라서 앞부분의 강한 임팩트가 희석되는 탓입니다. 이것도 신조 마유와 비슷하네요.

그래서 결론 내리자면 별점은 3점 정도? 작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아니라면 그림도, 내용도 모든 분들께 어울릴 작품은 아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분들께는 한 번쯤 권해드릴 만합니다.

그나저나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일본에서도 미술 계열로는 명문이라 할 수 있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80년대에 졸업한 것으로 보이는데, 거품경제 전성기에 명문 미대를 졸업하고도 먹고살 게 없어서 호스티스를 했다는 점은 좀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혹시 이유를 아시는 분?

2014/08/04

타블로이드 전쟁 - 폴 콜린스 / 홍한별 : 별점 4점

타블로이드 전쟁 - 8점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양철북

19세기 말, 토막난 채 발견된 시체가 신원이 마사지사 굴든수프로 밝혀진 후,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마틴 손에 대한 재판과 사건을 보도하며 선정적 보도의 끝을 보여준 퓰리처의 월드, 허스트의 저널지의 경쟁을 그린 논픽션입니다.

우선 빅토리아시대 말, 그야말로 셜록 홈즈 전성기를 무대로 상세하게 소개되는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은 굉장한 볼거리였습니다. 과학 수사의 초창기로, 아직 지문 대신 베르티용 측정법이 사용되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혈흔 분석, 포장지의 출처 추적, 여러 목격자 증언을 통한 용의자 특정 등의 수사 과정은 현대 수사물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교합니다. 고문에 의존하지 않는 냉정한 수사라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백여년의 시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살인의 추억"보다 더 현대적 수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논란이 되는 시체 없는(또는 시체의 정체가 불명확한) 사건에 대해 혐의를 물을 수 있느냐는 쟁점도 흥미로왔던 점이며, 마틴 손의 변호를 맡았던 당시 최고의 변호사 하우의 실력도 인상적으로 그려집니다. 피고인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고 묘사되는데, 예를 들자면 다른 사건에서는 핵심 증인을 돈을 주고 홍콩으로 이민 보냈다고도 하네요. 페리 메이슨이 떠오릅니다. 하여튼, 하우가마틴 손이 범인이라고 말했던 오거스터 낵을 법정에서 박살내는 장면,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하는 논리와 증거(예: 사건 현장의 욕조가 시신을 썰기엔 너무 작았다)는 뛰어난 변론의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마틴 손이 사형선고를 받은 뒤에도 배심원단의 음주 사실을 조사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물론 개인 명예가 걸린 문제이기도 했지만요.

아울러 사건의 진상이 재판이나 수사로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지만, 저자가 제시한 추론도 나름 설득력 있더군요. 굴든수프의 시신에는 반항 흔적은 있으나 섬유 증거는 없었고, 오거스터 낵 체포 시 멍자국이 있었으며, 빈 와인병이 현장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굴든수프가 게이가 아닌 이상, 함께 와인을 마시고 알몸 상태에서 칼을 들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오거스터 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추리였습니다.

오거스터 낵은 사건과 재판, 그리고 이후의 행보까지 볼 때 정말 대단한 팜므파탈이라 생각됩니다. 자기 확신과 합리화는 지금 시각으로 보면 소시오패스와 다를게 없더군요. 예전에 읽었던 "밀랍 인형"의 팜므파탈 미리엄의 리얼 버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의 또다른 축인 황색지의 보도 경쟁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현재의 언론 행태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는 씁쓸함도 전해 줍니다. 하지만 그 치열한 노력이 만들어낸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더군요. 무엇보다도 허스트의 말처럼, 사건을 실제로 만들어서라도 특종을 얻는다는 전략은 지금 보아도 놀랍습니다. 예전에, 평화로운 시골 마을 신문사 기자가 사건을 만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는 단편 소설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게 그냥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재판 중 굴든수프의 사체 일부에 대한 묘사, 마틴 손의 외모를 언급하는 증언들, 일종의 ‘아이돌’이 된 피고의 인기, 그리고 사건 관련 인물들의 후일담 등도 흥미로운 요소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범죄 논픽션으로도, 황색 언론의 보도 행태를 다룬 기록물로도 손색 없는 책이기에 별점은 4점입니다. 추리물, 범죄물, 논픽션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2014/08/01

순교자 - 김은국 / 도정일 : 별점 3점

순교자 (양장) - 6점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문학동네

6.25 전쟁 중 국군이 평양을 탈환한 후, 이대위는 장대령의 지시로 평양 목사 14명이 북한군에게 끌려가 12명은 총살당하고 두 명만 살아남은 사건의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생존자 중 신목사는 사건의 진상을 계속 감추는데, 과연 12명 순교자에 얽힌 진실은 무엇인가?

6.25를 배경으로 종교가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쓴 순문학 중편.

원래 저의 독서 취향이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을 책이죠. 문학동네 책들은 여러 권 읽어봤지만, 세계문학전집은 손에 잡은 게 대체 얼마 만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여튼 읽게 된 이유는 순교자로 대접받는 12인의 목사의 죽음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미스터리' 형태로 다루었다는 소갯글을 어디에선가 보았기 때문입니다.

의도는 약간 불순했지만, 생각보다는 훨씬 괜찮더군요. 종교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게 가장 좋았습니다. 결국 종교란 비참한 현실 뒤에 더 나은 무언가가 있다고 믿게 만드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마약과 같다는건데, 완벽하게 동의합니다. 사실 기독교든 불교든 이슬람교든 조로아스터교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결국 다 신자들의 "믿음" 문제일 뿐이죠.
덧붙이자면 이런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문학이구나 싶은 생각도 오랜만에 들었어요. 그동안 너무 가벼운 독서만 했나 봅니다.

14명의 목사가 잡혀가서 12명은 처형당하고, 2명만 살아남은 사건의 진상에 대한 미스터리 스타일의 전개도 꽤 흥미로왔습니다. 군대 내에서 벌어진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를 파헤친다는 점에서는 약간 "JSA"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결국 죽은 12명 중에 배신자가 있었고, 신목사와 한목사가 살아남은 것은 끝까지 당당했으며 운이 좋게 처형 순서가 뒤였다는 중반부에 밝혀지는 진상은 살짝 김이 빠지지만 충분한 재미를 가져다 줍니다. 진짜 순교자는 살아남은 신목사였다는건 짙은 여운을 남기고요. 6.25, 특히 평양을 점령했던 때에 대한 상세한 묘사 역시 볼거리였습니다.

그래서 결론내리자면 별점은 3점. 지금 읽기에는 조금 낡은 기분도 들고 중반 이후의 재미는 떨어지나,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분량도 적절하니까요.
장르문학 팬으로서 덧붙이자면 이대위의 조사를 조금 더 상세하게, 그리고 하드보일드스럽게 그렸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