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이런 글을 남겼었는데, 올 시즌은 역시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도 더 좋지 않게 진행되었습니다.
작년에 예상했던 14년 두산 베어스 대비 현재 엔트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작년 예상이 파란색, 현재가 빨간색입니다.
- 투수진 (12)
- 선발 : 니퍼트, 외국인 - 볼스테드 (Out) - 마야 (In), 노경은, 유희관, 이용찬 - 정대현
- 중간 : 오현택, 홍상삼 (Out), 윤명준, 이현승, 함덕주, 정재훈, 변진수
- 마무리 : 윤명준 - 이용찬
- 예비군 : 이재우 (Out)
- 야수 (14)
- 포수 : 양의지, 최재훈
- 내야수 : 오재일 (Out) - 칸투 (1), 오재원 (2), 김재호 (유), 이원석 (Out), 허경민, 최주환
- 외야수 : 김현수, 민병헌, 정수빈, 장기영 (Out), 박건우
- 지명 : 홍성흔
- + 경기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고영민, 김진형
이렇게 1군 엔트리를 꾸리고 있습니다. 몇몇 새로운 이름이 보이지만, 부상으로 빠진 선수를 제외하면 예상과 큰 차이는 없군요. 그래서 작년에도 올해 베어스의 목표는 ‘우승’이 아닌 ‘버티기’라고 봤었습니다. 아무래도 젊고 저렴한 팀을 지향하고 있었으니까요. 2차 드래프트에서도 노장들이 대거 팀을 옮기게 되었고요.
그러나 작년 대비 투수진만큼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누가 뭐래도 분명한 전력인 이현승, 이용찬, 정재훈 선수가 정상적인 몸 상태로 복귀했고, 크리스 볼스테드 선수도 비록 짐을 싸긴 했지만 작년의 두 번째 외국인 투수보다는 확실히 좋은 선수였으니까요. 떠난 투수 중 실제 전력에 도움이 되었을 만한 선수는 김상현 뿐입니다. 때문에 기존 전력을 유지한 타선에 강해진 투수력으로 충분히 승부를 걸 만한 시즌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제의 패배로 6위. 4위가 가시권이라고는 해도, 현재 두산의 모습으로는 4위보다 7위나 8위가 더 가까운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당장은 코칭스태프의 잘못이 크겠죠. 지난 겨울 훈련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2년간 국내 최고의 우완 중 한 명이었던 노경은 선수가 거의 이닝당 1점씩 실점하는 방어율을 기록하며 몰락한 것, 출석체크 하듯 등판하며 구위 저하 및 자신감 상실을 보인 오현택, 윤명준, 이현승 선수의 부진이 과연 김진욱 감독-정명원 코치 체제에서도 벌어졌을까요? 저는 회의적입니다. 여기에 유희관 선수가 시즌 중반 슬럼프에 빠졌을 때 아무런 대처가 없던 점, 시즌 중엔 쓸 만했던 홍상삼 선수는 물론 1차 지명 신인, 군 제대 중고 신인, 재활 중인 선수들 중 그 누구도 투수진에 보탬이 되지 않은 것 역시 코칭스태프 책임입니다. 그나마 함덕주 선수만 반갑네요.
김진욱 감독이 욕을 많이 먹긴 했지만, 두산 투수진을 재건한 데에는 분명히 공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유산을, 그것도 이자까지 쳐서 받았는데 한 시즌도 못 가 무너뜨리다니 정말 어이없습니다.
이러한 투수진 붕괴에 더해 타선도 문제가 많습니다. 지표상으로는 포지션별로 리그 중간 이상은 하고 있지만, 준수한 포수인 최재훈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오재일 선수를 대수비 전문 반쪽짜리 선수로 만든 점 등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점은 코칭스태프가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누구나 터질 거라 예상했던 박건우 선수가 시즌 말 20인 엔트리에 들지 못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한 점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이러한 코칭스태프를 구성한 건 다름 아닌 프런트입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프런트. 누가 뭐래도 프런트입니다. 작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김진욱 감독의 운영을 100% 찬성하진 않지만 노경은, 홍상삼 선수를 사람 만든 공로나 불펜 혹사 없이 성과를 낸 점은 지지할 만했고, 한국시리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 더 나은 성과를 낼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섣부른 경질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설펐던 트레이드가 부메랑이 된 것도 프런트 책임입니다. 홍성흔 선수가 좋은 선수이긴 했지만, 1년 뒤 최준석이라는 대체자를 아무런 출혈 없이 얻을 수 있었는데도 굳이 영입했던 점, 결국 주전 중심으로 운용할 거면서 외야수가 없다고 윤석민 선수를 트레이드한 점, 남들은 잘만 써먹는 노장 불펜 영입조차 시도하지 않은 것 모두 프런트의 실책이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베어스 몰락 책임의 거의 전부는 진두지휘한 프런트가 져야 합니다. 그게 팬들에 대한 올바른 자세입니다.
올 시즌은 이제 더 이상 야구를 진득하게 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프런트 및 코칭스태프 정리라는 기쁜 소식이나 빨리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기적적으로 4강 막차를 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볼 생각은 없어요. 이대로라면 제2의 베어스 암흑기가 머지않은 듯... 아니,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